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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다큐&뷰] 점점… 손끝으로 더 넓은 세상 보고 싶습니다

    [포토 다큐&뷰] 점점… 손끝으로 더 넓은 세상 보고 싶습니다

    인천 남구 학익동에 있는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의 한 강의실에서 책 읽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을 열어 보니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수강생들이 눈이 아닌 손가락으로 책을 더듬으며 볼록한 점 형태의 문자인 점자를 배우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인 점자는 세로 셋, 가로 둘, 총 여섯 개의 점을 조합해 글자를 표시한다.●6개월 학습자가 윤동주 ‘서시’ 한 편 읽는데 약 15분 소요·속독엔 3년 걸려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은 25만 3000명으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2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각장애는 보이지 않는 정도에 따라 1~6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전혀 볼 수 없는 전맹과 이에 가까운 1~4등급의 중증 시각장애인이 글을 읽으려면 점자를 배워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모르는 것은 일반인이 글을 모르는 문맹 상태와 같다. 군에서 사고로 시력을 잃은 진종일(76) 씨는 “30대 후반에 점자를 배운 덕에 그간 점자로 번역된 교양잡지나 인문학 책 등을 읽으며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보통 6개월이면 점자를 익힐 수 있지만, 단편소설이나 시 등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속독이 가능해지려면 3년 정도 꾸준히 익혀야 한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한 편을 기준으로 6개월 학습자는 15~20분, 3년 학습자는 2~3분이 소요된다.●표지 훼손·손상·터치패드 등 불편해… “점자 배울 필요성 못 느껴” 외면 모든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아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맹학교에 다니며 점자를 필수로 배운 선천적 시각장애인들과 달리 질병이나 사고 등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문맹 비율이 높은 편이다. 컴퓨터 화면 속의 글자들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나 오디오북 등 청각적으로 점자를 대신하는 기술이 발전한 이유도 있지만, 촉각에 의지해 점자를 배우는 일이 쉽지 않은 탓이 크다. 일반인이 영어가 아닌 태국어, 러시아어 등 낯선 제3의 외국어를 배우는 것 이상으로 어려워 점자를 배우다 중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점자를 외면하는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 시각장애인은 “실생활에서 쓰임새가 적은 탓에 점자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이자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직원인 전영훈(34) 씨도 “필요한 곳에 점자가 없는 상황이 많고, 있어도 잘못 표기되거나 손상돼 읽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시각장애인의 삶 더 행복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면 지하철역의 스크린 도어나 건물 안 엘리베이터, 음료수캔 등 다양한 곳에서 점자 표기를 발견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점자 표지가 훼손됐거나 다른 위치에 붙어 있는 일이 많다. 특히 엘리베이터에 점자 표기가 없거나 비슷한 모양의 상하 버튼, 3과 6 버튼의 점자 표기가 바뀐 상황이 종종 있어 시각장애인을 당황케 한다. 100% 가깝게 점자가 새겨진 캔음료도 모두 ‘음료’라고만 표기돼 있어 콜라인지 커피인지 종류를 구분할 수 없다. 가전제품도 점자 표기가 힘든 터치패드 방식이 많아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다. 의약품도 전문약과 일반약의 점자 표시 비율이 0.1%와 0.3%에 불과하다. 점자 스티커인 모텍스 등을 이용해 시각장애인 스스로 표기를 하지 않는 한 여러 약을 한곳에 보관할 때 약물 오용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다행히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의약품 점자 표시 의무화를 담은 개선안을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지만, 제약업체가 이를 모든 의약품에 적용할지는 알 수 없다. 시각장애인복지관 등 점자 학습 시설이 전국적으로 적지 않지만, 점자 사용의 기회가 늘지 않는 한 점자 문맹률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점자 표기가 늘어난다면 점자를 배우는 시각장애인의 수는 자연히 늘어날 터다. 작은 부분이라도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시각장애인의 삶은 지금보다 좀 더 편하고 행복해 질 것이다. 글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길섶에서] 얀테의 법칙/최광숙 논설위원

    인간의 평등을 중시하는 북유럽인들의 가치를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얀테의 법칙’이다. 얀테는 작가 악셀 산데모세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덴마크 마을 이름이다. 이 마을에서는 당신이 특별하다고,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똑똑하다고, 더 많이 안다고, 더 중요하다고,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보다 더 낫다고 확신하지 마라. 남들을 비웃지 마라. 누구도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등 10가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도 ‘평등’을 중시한다. 그러나 평등을 추구하는 그 이면에는 누구나 동등하고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보다는 외려 “내가 너보다 못한 게 없다”, “남들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마음이 더 커 보인다. 교육 등에서 ‘하향 평준화’ 정책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유럽의 평등과는 영 다른 결과다. 이것도 모자라 요즘 우리 사회에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나는 선(善)이고 너는 악(惡)이다”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얀테의 법칙’을 곱씹어 볼 때다. bori@seoul.co.kr
  • 여성의 삶 그린 오정희 컬렉션

    여성의 삶 그린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컬렉션/오정희 지음/문학과지성사/각 175~423쪽/각 1만 2000~1만 4000원1968년 단편 ‘완구점 여인’으로 데뷔한 이후 교과서에서 자주 만난 여류 작가 오정희의 주요 소설들을 새롭게 정비한 ‘오정희 컬렉션’이 출간됐다. 오정희는 전후와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 더욱 깊게 뿌리 내린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여성의 몸, 여성적 삶, 여성적 정체성이 겪는 내밀한 감정을 형상화하는 데 독보적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첫 소설집 ‘불의 강’부터 여성의 내면과 사회 문제를 세밀하게 그린 대표작 ‘중국인 거리’가 포함된 두 번째 소설집 ‘유년의 뜰’, 이어 중년 여성의 삶과 중산층의 허위를 바라본 ‘바람의 넋’,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불꽃놀이’ 그리고 그의 첫 장편소설 ‘새’ 등 5권으로 구성돼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나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얼굴은 누구일까

    나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얼굴은 누구일까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전경린 지음/문학동네/256쪽/1만 3000원오랜 시간이 지나도 끝내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학창 시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 누구보다 위로와 위안을 먼저 건넨 연인, 힘들고 괴로울 때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그 누군가. 마음 한편에 오도카니 자리잡은 이들에 대한 기억은 오래된 집처럼 아늑하고 따스하다. 섬세한 묘사로 삶과 사랑의 깊은 곳을 그려 내는 작가 전경린의 신작 소설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은 누군가의 삶을 지배한 강렬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지난 3~7월 연재한 작품을 상당 부분 고쳐서 묶어 냈다. 작품은 화자인 나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인연들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려 낸다. 극적인 서사나 사건은 없지만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가 특유의 필치가 기억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이끌고 변화시키는지 엿보게 한다. 나애는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알게 된 친구 도이와 상으로부터 마치 전생을 함께 살았던 것처럼 끈끈한 정을 느낀다. 형편상 가족과 떨어져 한 병원에 딸린 집에서 식객으로 살게 된 나애가 고독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이들과의 유대 관계 덕분이다. “도이와 상이라는 축이 없었다면, 나의 유년 세계는 기억으로 구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수많은 나날이 유실되었듯이, 어딘가로 빠져나가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나애의 삶 그 자체였다. 병원집 별채에서 기거하며 살림을 도맡아 하던 종려할매 역시 부재하는 것이나 다름없던 어머니의 빈자리를 빈틈 없이 채워 준 존재다. 시간이 흘러 뜻하지 않게 마주한 불운에 상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요양병원에 입원한 도이는 점점 기억을 잃는다. 소중한 사람들을 차례로 잃고 상실에 친숙해진 나애는 성인이 된 이후 3년간 동거인으로 지낸 희도와의 이별 앞에서도 담담하다. 하지만 나애는 종려할매의 말에서 이내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은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다 합친 존재’라는 것.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관계를 맺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며 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강조한 한마디가 어쩌면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말해 주는 듯하다. “너를 기억하는 힘으로.”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저마다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얼굴과 이름을 곱씹게 될 책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정글북 모글리?…야생 원숭이들과 노는 두살배기 아이

    정글북 모글리?…야생 원숭이들과 노는 두살배기 아이

    소설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가 실존한다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인도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한 어린 아이가 매일 야생 원숭이들과 사이좋게 어울리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22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州) 알라퍼에 사는 만 2세 남자아이 사마르스 반가리가 스무 마리가 넘는 회색랑구르 원숭이 무리와 기묘한 우정을 키워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묘한 우정은 어느날 마을 안에서 아이가 이들 원숭이에게 둘러싸여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아이 부모는 인근 밭에서 일하고 있어 주민들은 혹시나 원숭이들이 아이를 덮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원숭이들은 아이에게 우호적이었고 심지어 이들은 먹을 걸 나눠먹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주민들은 일단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원숭이는 그후로도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아이가 있는 집으로 와서 함께 어울렸다. 심지어 아이가 자고 있으면 깨웠고 그때부터 한두 시간은 함께 논다고 삼촌 바라마 레디는 말한다. 소문은 마을 전체로 퍼졌고 많은 주민이 스무 마리가 넘는 원숭이를 거느리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왔다. 그리고 일부 주민은 이들 원숭이는 아이들에게만은 좋아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생각에 다른 아이를 옆에 나눠봤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경계했고 심지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촌 레디는 조카는 이들 원숭이와 특별한 유대 관계를 쌓아 이제는 마을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 전설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카는 아직 말을 못하지만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낼 수 있어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아이가 원숭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017 문화계 결산] 성찰 부른 女風… 위로 건넨 대화

    [2017 문화계 결산] 성찰 부른 女風… 위로 건넨 대화

    올해 문학 출판계는 ‘82년생 김지영 신드롬’을 시작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다채롭게 한 작품들이 앞다퉈 출간되며 동시대 독자들과 교감했다. 30대 여성 작가들은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문단 내 세대교체를 뚜렷이 확인시켜 줬다. 출판계는 구어체로 대표되는 읽기 문화가 자리 잡았고, 독자들에게 위로와 힐링의 메시지를 던진 책들은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하며 인기를 끌었다.■‘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 불붙여… 30대 女작가 문단 세대교체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문장이 빼어나게 유려한 것도 아니었다. 작가는 거의 무명이었다. 1년에 400편 이상 쌓이는 투고작 가운데 편집자 눈에 우연히 띄어 펴 나온 작품이었다. 여기까지만 열거해도 ‘베스트셀러’의 요건과는 배치된다. 하지만 이 책은 올해 문단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에 반성과 성찰을 불러일으킨 하나의 ‘현상’이 됐다. 조남주 작가의 장편 ‘82년생 김지영’이다. 소설은 지난해 10월 출간됐지만 올 한 해 드라마틱하게 판매 순위를 거슬러 올라갔다. 지난 3월 금태섭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5월 노회찬 의원이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면서 화력이 붙었다. ●차별받는 여성 내면 세밀하게 조명 시사교양 프로그램 방송작가 출신답게 작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여성들을 무력하고 무참하게 만드는 차별과 억압을 세밀하게 복원해 공감과 자성, 비판 등이 뒤섞인 반응을 한 몸에 받았다. 책은 지금까지 50만부가 팔려 나가며 화제성 측면에서 올해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대가들의 신작은 물론 국내 주요 작가들의 신작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82년생 김지영’이 도화선이 되며 문단에서는 강화길의 ‘다른 사람’, 김혜진의 ‘딸에 관하여’,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 등 여성 혐오, 데이트 폭력 등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작품이 잇달아 출간됐다.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1990년대 여성 작가들이 여성이 겪는 폭력 문제를 미학적인 장치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면 최근의 영페미니즘 소설들은 여성들을 의식적으로 정치적 주체로 그려 내며 여성에 대한 갖가지 폭력과 싸우고자 하는 사회적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답한다”고 평가했다.30대 여성 작가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김애란(동인문학상), 손보미(대산문학상), 김금희(현대문학상) 등 30대 여성 작가들의 잇단 주요 문학상 수상 소식은 문단의 세대교체를 확연히 실감케 했다.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으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위선과 예술에 대한 몰이해, 비뚤어진 엄숙주의를 돌이켜 보게 했다. ●국립한국문학관 논의 본격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과열된 유치 경쟁으로 중단됐던 국립한국문학관 논의도 본격화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개관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문학관 조직과 인력, 예산 계획을 마련할 설립추진위원회와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학 자료 수집·보존 대책을 세울 자료수집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문학관 부지로 잠정 결정된 서울 용산공원에 대해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문체부는 최근 부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를 포함한 민관 협의체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2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용산 부지를 전제로 하는 협의체라면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라틴어 수업’ 등 구어체 출판 트렌드… 감성 메시지 호응받아 “우테레 펠릭스.”(Utere Felix·읽고 행복하길) ‘라틴어 수업’(흐름출판)의 저자 한동일 서강대 교수는 지난 6월 출간한 자신의 책을 선물할 때면 옛 로마인들이 말했던 라틴어 인사를 건넨다. 가톨릭 사제로 한국인 최초(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대법원(로타 로마나) 변호사인 한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올해 출판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구어체로 쓴 책 몰입감 높아 인기 한 교수의 서강대 교양강좌 수업인 ‘초·중급 라틴어’ 강의를 엮은 이 책은 입소문이 돌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고, 반년 만에 10만권이 넘게 팔렸다.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듯 구어체로 쓴 이 책의 인기는 출판계에 확산 중인 ‘읽기 문화’의 변화를 보여 준다. 2015년 이후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와 지난해 베스트셀러인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등 몰입감이 높은 구어체 책들이 대중화된 이래 이런 추세가 공고해지고 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딱딱한 문어체보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구어체 형태를 소구하는 독자층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이를 반영하듯 촛불과 탄핵 정국으로 얼어붙은 출판 시장을 녹인 건 따뜻한 언어였다. 올해 대형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책들을 봐도 ‘읽고 행복한’ 책에 대한 대중의 갈구가 얼마나 큰지 체감할 수 있다. 70만권 넘게 팔린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말글터)와 50만권을 돌파한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 작가의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은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독자는 책을 통해 지식만 얻기보다는 가슴을 콕 찌르는 감성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라틴어 수업도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조언과 응원을 담고 있다. ●1인 출판사 존재감 확연 아울러 ‘1인 출판사’의 존재감도 확연했다. 올해 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두 책 모두 출간 후 6개월이 지나 순위를 역주행하는 뚝심을 발휘했지만 무엇보다 1인 출판사가 기획하고 펴낸 것이어서 화제가 됐다. 이기주 작가는 저자인 동시에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박경란 심플라이프 대표는 “불확실성이 크고 사회적 압력과 집단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상처받는 개인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삶을 다룬 책에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라틴어 수업은 청년들의 감수성에 부응한다. 한 교수는 그의 수업에서 청춘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당신은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그에 얽힌 라틴어 문구가 있다.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Dilige et fac quod vis·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이 밖에 올해 출판계는 탄핵, 대선, 새 정부 출범 등 연이은 정치적 격동의 영향을 받아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사회 분야 도서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소설가 이외수 “다음 작품은 함양에서 집필할 것”

    소설가 이외수 “다음 작품은 함양에서 집필할 것”

    강원도 화천군의회와 일부 주민들에 의한 감성마을 집필실 퇴거 요구를 받고 있는 이외수 작가가 경남 함양으로 둥지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이 작가는 21일 오후 자신의 고향인 함양군의 함양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함양여중 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다음 작품은 함양에서 집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함양, 감개무량하다”며 “후배들을 모시고 재능 기부하는 자리가 너무 뜻깊고 감사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일반적으로 태어난 곳이 고향이고 작가는 글 쓰는 곳이 고향이며 도인은 깨달은 곳이 고향인데 제게 함양은 이 세 가지 모두 고향이기를 소망한다”며 “드디어 제 소망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구체적으로 “다음 작품은 함양에서 집필할 것”이라고 말해 함양 정착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함양, 건강하고 행복한 함양을 만드는데 작가로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양군 측은 “이 작가가 아직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작가의 고향인 만큼 함양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최근 리모델링된 안이면에 있는 전래놀이 체험장을 집필실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현재 이 작가가 머물고 있는 강원도 화천의 군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는 이 작가에 대해 퇴거 조치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과 보고를 채택하고 21일 군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감성마을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를 원안 의결했다. 지난 8월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열린 문화축전 시상식에서 이 작가가 자유한국당 소속의 최문순(63) 화천군수에게 욕설을 하고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에서 군의회가 나서서 이 작가가 감성마을을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며 특별 사무조사를 실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피터 잭슨이 선사하는 SF의 새로운 세계…모털 엔진’ 1차 예고편

    피터 잭슨이 선사하는 SF의 새로운 세계…모털 엔진’ 1차 예고편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의 피터 잭슨 제작,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모털 엔진’ 1차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모털 엔진’은 지구 종말로 황폐해진 미래, 생존한 인류가 바퀴 달린 도시로 세계를 떠돌며 서로의 도시를 집어삼키는 전대미문의 대결을 그린 SF 블록버스터다. 공개된 1차 예고편은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볼거리를 예고한다. 땅을 울리며 등장한 전차의 모습을 시작으로 엔진과 바퀴로 움직이는 거대 도시가 화면을 가득 채워 눈길을 끈다. 이어 거대 도시가 소도시를 집어삼키는 모습은 강렬한 시각적 쾌감은 물론 예측불허 전개와 모험을 기대케 한다. 이렇게 움직이는 도시는 필립 리브의 동명 소설 원작에서 처음 등장한 콘셉트다. “전 세계와 세대를 초월한 압도적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답게 소설의 세계관이 과연 영화 ‘모털 엔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여기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필립 리브의 4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을 기반으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잇는 장대한 세계관을 기대케 한다. 또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시리즈의 휴고 위빙을 비롯해 ‘맨 인 더 다크’의 스티븐 랭과 할리우드의 차세대 기대주 로버트 시한과 헤라 힐마가 출연한다. 영화 ‘모털 엔진’은 2018년 12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뉴이스트W ‘화유기’ OST 첫 주자 “리더 JR, 랩메이킹에 직접 참여”

    뉴이스트W ‘화유기’ OST 첫 주자 “리더 JR, 랩메이킹에 직접 참여”

    그룹 뉴이스트W가 tvN 새 주말드라마 ‘화유기’ 첫 번째 OST 주자로 발탁됐다. 오는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tvN 새 토일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 측은 뉴이스트 W가 가창자로 참여한 OST Part 1 ‘Let Me Out’을 23일 오후 6시에 발매한다고 전했다. 뉴이스트W가 부르는 ‘Let Me Out’은 콤플렉스트로 장르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락 사운드와 덥스텝의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곡이다. 쉴 틈 없는 다이나믹한 구성이 곡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어 리스너들의 두 귀를 사로잡을 전망이다. 또한, 인트로를 시작으로 곡 전반적으로 흘러 나오는 신비로운 피아노 사운드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배가시켜줄 전망으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특히 ‘화유기’ OST의 첫 번째 가창자이자 Mnet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데뷔 6년만에 주목 받는 대세로 떠오른 그룹 뉴이스트 W의 시원시원한 보컬이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과 어우러져 곡의 느낌을 살려준다. 리더 JR이 이번 OST의 가창은 물론 랩메이킹에도 직접 참여해 퀄리티를 높였다는 후문이라 드라마를 기다려온 팬들은 물론 뉴이스트 W팬들에게 의미 있는 OST가 될 전망이다. 한편, tvN 새 주말드라마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퇴폐적 악동요괴 손오공과 고상한 젠틀 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절대낭만 퇴마극’이다. 23일 오후 9시 첫 방송. 사진=CJ E&M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짐은, 살고자 하니 그리 알라…남한산성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짐은, 살고자 하니 그리 알라…남한산성

    “신은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소설 ‘남한산성’) 소설 ‘남한산성’을 쓴 김훈 작가는 100쇄 특별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진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난 작가에게 김 전 대통령은 ‘김상헌과 최명길 중 어느 편인가’를 물었다. 김훈 작가는 ‘아무 편도 아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최명길을 긍정하오. 이건 김상헌을 부정한다는 말은 아니오’라고 말했다고 작가는 전한다. 수많은 민주 항쟁의 고초를 겪은, 평생을 이념적 지향과 현실적 실체의 갈등 속에서 삶의 방향을 찾았던 김 전 대통령의 답변은 지금도 유효하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는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병자호란(1636∼1637) 초입 47일 동안이었다. 인조(1595∼1649)가 머문 남한산성은 신하들의 말(言)로써 높이를 더해 가고 있었다. 죽음을 통해 삶을 지탱하려 한 예조판서 김상헌(1570∼1652)과 감당할 수 있는 치욕을 통해 훗날을 도모하고자 한 이조판서 최명길(1586∼1647)의 목소리는 아마도 늘상 울음기가 가득했을 것이다.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다시금 되짚는다. 경기도 광주(廣州)에 있는 남한산성으로 가자. 1636년 12월 6일 청나라의 태종은 조선과 군신관계를 맺고자 하였다. 이에 용골대를 선봉으로 한 10만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바로 한성을 공격한다. 이에 인조는 급히 강화도로 처소를 옮기고자 하였으나 이미 한양 부근의 양화진과 개화진에 청군은 12월 14일에 도착한 상태였다. 다시금 남한산성으로 급히 어가(御駕)를 돌린다. 남한산성은 해발 500m이상의 험준한 산악 지형을 따라 쌓은 둘레 11.76㎞의 성곽이다. 북한산성과 함께 한양을 남북으로 지키는 산성으로 원래는 신라 문무왕(文武王) 때 쌓은 주장성(晝長城)의 옛터 위에 1624년(인조 2년)에 축성(築城)한 것이다. 남한산성 성벽에는 성가퀴라고 불리는 작은 독립 담장이 1700첩(堞)이 있었고, 공식적인 출입구인 성문은 총 4문(門)이 있다. 또한 성안팎을 오가는 작은 비밀통로인 암문(暗門)이 총 8개가 있었다. 막상 인조의 어가(御駕)가 산성에 올랐을 때 성내에는 미곡 1만 4300여 석, 잡곡이 9500석, 장독이 220여 개가 있었으니 비축한 양식은 넉넉한 듯하였다. 하지만 총융청, 훈련도감 소속의 군인과 진관 소속의 남한산성 내의 군병들만 하여도 총 1만 3800여명이 넘다보니 불과 보름도 제대로 버티지 못할 상태였다. 이미 전세(戰勢)는 일찌감치 청군에게 기운 상태였다. 결국 1637년(인조 15) 1월 30일, 인조는 곤룡포 대신 평민이 입는 남색 옷을 입고 소현세자와 더불어 남한산성의 서문을 걸어서 나선다. 현재의 잠실나루 근처의 삼전도(三田渡) 수항단(受降壇)에서 청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이른바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라는 항복 예식을 행한다. 1637(인조 15) 2월 8일, 소현세자는 청의 인질이 되어 봉림대군 등과 함께 한양을 출발해 심양으로 향한다. 다산 정약용이 남긴 ‘비어고(備禦考)’에 이 당시의 상황이 상세히 남겨져 있다. 전란 이후 청에 끌려간 포로는 60만 명이 넘으며, 그 중 부녀자들의 수는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당시 인질 1인당 몸값은 원래 은(銀) 30냥 내외였으나, 일부 사대부 집안의 경우 자신의 가족들을 먼저 구하기 위해 웃돈을 청군에게 얹어주다보니 실제 인질의 몸값은 200냥 가깝게 폭등하였다. 따라서 여염집 출신 포로는 아예 구명(求命)을 포기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사대부들의 상황은 달랐다. 영의정 김류는 첩의 딸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용골대에게 은(銀) 1000냥을 불렀다. 일반 백성 50명을 살릴 돈이었다. 병자년 그 해 겨울, 남한산성에서 일어난 고통의 역사는 말로써 머리를 채우려한 사대부들이 아닌 볼모가 된 백성들만이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남한산성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훌륭한 산행코스다. 성남에 가 볼 일이 있다면 천천히 돌아볼만한 곳이다. 2. 누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혼자로도 좋다. 3. 가는 방법은?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에서 내려 9번, 52번 버스를 타고 산성로타리에서 하차. 4. 눈여겨 볼만한 것은? -수어장대, 행궁, 암문, 4대문 등 볼만한 곳이 많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수도권 지역의 대표적인 산행 코스여서 주말에는 인파가 많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수어장대, 행궁, 침괘정, 연무관 7. 먹거리 추천? -닭볶음탕 ‘산성오복식당’(743-6566), 닭죽 ‘논골장마당집’(745-5700), 붕어찜 ‘고향매운탕’(767-9693), 비빔밥 ‘남문관’(743-6560) / 지역번호 031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gg.go.kr/namhansansung-2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경기도자박물관, 경안천습지생태공원, 한국잡월드 10. 총평 및 당부사항 -병자호란에 대한 역사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아주 훌륭한 역사 탐방의 기회가 될 듯. 눈 내린 겨울의 남한산성을 추천.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기자 vieniame2017@gmail.com
  • 1996년 이후 한 곳 추정… 부산서 대량 발견되기도

    위조지폐를 걸러내고자 각국 정부는 색 변환 잉크나 홀로그램 등 특수 장치를 화폐에 사용해 보안을 강화해 왔다. 위폐 감별기 성능도 발달했다. 화폐는 원판이 유출되지 않는 한 동일한 제품이 나올 수 없다. 현재 고성능 위폐 감별기를 활용하면 99% 이상 위폐 감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짜 화폐와 거의 같은 인쇄 기법을 사용해 만든 ‘슈퍼노트’는 특히 감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작가 리 차일드가 창조해낸 하이보일드 소설 ‘잭 리처의 추적자’에도 위폐 제작·유통업자와의 치밀한 노력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 등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슈퍼노트란 초정밀하게 만들어진 미국 100달러권 위조지폐를 말한다. 진폐와 같이 면 섬유 75%, 마 25%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또 볼록인쇄·오목인쇄 등 진폐와 같은 기법을 써 전문가들도 감별하기 힘들다고 한다. 슈퍼노트는 1989년 필리핀 마닐라의 한 은행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은 “초창기만 해도 다양한 버전의 슈퍼노트가 발견돼 시리아, 쿠바, 북한, 이스라엘 등 많은 국가가 제조국으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슈퍼노트에 대응하기 위해 1996년 100달러권 화폐의 도안을 바꾸고 난 뒤로는 슈퍼노트가 하나로 통일됐다고 한다. 2001년판, 2003년판 슈퍼노트가 계속해서 나왔지만 똑같은 오류점이 반복되는 위폐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1996년 이후로는 동일한 조직, 즉 한 국가에서 슈퍼노트를 만들어 온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견된 2006년판 신종 슈퍼노트는 정밀하게 위조했으나 숨은 그림의 미세한 차이, 적외선 잉크 적용 여부 등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됐다. 슈퍼노트는 한국조폐공사와 같은 1200억원 이상 국가급 시설에서만 제조가 가능하다. 미국은 슈퍼노트 제조국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입장이 다르다. 슈퍼노트는 중국 단둥과 선양 등 북한 인근 항구도시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으며 2008년에 부산에서 9900여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은 2013년 100달러 신권을 만들면서 다양한 최첨단 기술을 접목시켰다. 3D 기술을 적용한 청색 띠에는 100이라는 숫자와 종 모양을 새겨 기울이면 홀로그램처럼 띠 내부가 움직인다. 지폐 앞면의 종 그림과 숫자 100은 지폐를 기울이면 구리색에서 녹색으로 변하는 색 변환 잉크를 사용했다. 위조를 어렵게 하는 극소형 문자를 새롭게 넣었다. 덕분인지 아직 2013년 신권을 위조한 슈퍼노트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美 언론, 샤이니 종현 사망 보도 “한국 연예산업 ‘헝거게임’ 같다” 이유는?

    美 언론, 샤이니 종현 사망 보도 “한국 연예산업 ‘헝거게임’ 같다” 이유는?

    미국 언론들이 故 샤이니 종현 사망을 보도하며 한국 연예 산업 구조를 지적했다.19일 미국 언론들이 샤이니 종현(28·김종현) 사망을 계기로, K-팝 산업의 문제점 등을 보도하고 나섰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한국 연예 산업이 치열한 경쟁 구조로 돼 있다며, 이를 ‘헝거게임’에 비유했다. ‘헝거게임’은 수전 콜린스의 SF 소설이자 영화로, 미래 사회에서 소년소녀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생존 경쟁을 담은 작품이다. 버라이어티는 “한국은 연예 산업이 무한한 경쟁 속에서 이뤄지며, 연예인들이 이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헝거게임’과 같은 작업 환경”이라며 “K-팝의 화려하고 반짝이는 겉모습 이면에 어둠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버라이어티는 故 종현의 유서 중 일부분을 소개하며, “한국 스타들은 모든 동료가 경쟁자가 되고 오로지 강자만 살아남는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 예로 가수 서지원, 유니, 배우 정다빈, 장자연 등을 언급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종현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가 남긴 유서를 보도하며, “K-팝에서 독보적 지위를 점하던 아티스트를 잃었다”고 전했다. 또 WP는 “종현의 사망이 전 세계 팬들로 하여금 정신건강 문제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2015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30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화유기’ 이승기, 상처투성이 얼굴 포착 ‘무슨 일?’

    ‘화유기’ 이승기, 상처투성이 얼굴 포착 ‘무슨 일?’

    ‘화유기’ 이승기가 스크래치가 가득한 상처투성이 얼굴을 공개, ‘액션 오공’으로서의 활약을 예고했다.이승기는 tvN 새 토일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에서 옥황상제와 맞서기도 하는 ‘퇴폐적 악동요괴’ 손오공 역을 맡았다. 그는 천계의 천덕꾸러기로 독보적인 오만함을 뿜어내는 치명적인 손오공의 매력을 발산하며,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승기가 상처투성이가 된 얼굴을 한 채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극중 손오공이 휴대전화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면서 볼과 턱, 콧등에 생긴 상처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장면인 것. 풍성하고 고급스러운 퍼코트로 남다른 포스를 드러낸 손오공은 상처들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며 아프다는 듯 인상을 구기고 있다. ‘퇴폐적 악동요괴’다운 결투의 흔적이 설핏 드러나면서, 앞으로 이승기가 선보일 ‘오공 액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승기의 ‘상처투성이 액션 오공’ 변신은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촬영됐다. 강렬한 레드 컬러 재킷 위에 호피무늬가 은은하게 감도는 퍼코트를 레이어드 해 손오공의 면모를 완성한 그는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현장에 등장했다. 더욱이 화려한 패션스타일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상처 분장이 더해지면서 ‘퇴폐적 악동요괴’의 느낌이 오롯이 담겨있는 손오공으로 완벽 변신한 모습으로, 현장을 후끈하게 달궜다. 제작사 측은 “헤어스타일부터 입는 의상하나하나까지 직접 자신이 고르는 등 이승기는 손오공으로 변신할 준비를 마쳤다”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tvN 새 토일드라마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퇴폐적 악동요괴 손오공과 고상한 젠틀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절대낭만 퇴마극’. 오는 23일 토요일 오후 9시에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tvN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죽었다는 얘기 들은 후 행복이란 말 더 자주 써요”

    “죽었다는 얘기 들은 후 행복이란 말 더 자주 써요”

    암투병 후 일상 속 사랑 담아 ‘명랑투병’하니 푸념 안 하게 돼 “상처는 광안리에 쏟아버려요” ‘오랜 벗’ 법정 스님의 편지도 소개 “내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오히려 기도도 많이 받고 기쁨과 즐거움, 행복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게 돼 축복의 기회를 주시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2011년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기다리는 행복’(샘터)을 출간한 이해인(72) 수녀는 자신을 둘러싼 과거 해프닝에 대해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감사해했다. 이해인 수녀가 말하는 해프닝은 재작년 겨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쫙 퍼진 타계설. 2015년 12월 19일 저녁 부산의 한 성당에서 강의를 하던 이 수녀에게 동료 수녀가 다급하게 달려와 속삭였다. ‘어머. 수녀님이 지금 막 돌아가셨다는 뉴스가 퍼지고 있어요.’ 당시 SNS에는 이해인 수녀의 유작이라는 익명 시가 돌았고, 급기야 미국의 한 지역 일간지에 추모시까지 게재됐다.19일 서울 용산구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해인 수녀는 그때를 회상하며 “내가 죽었다는 가짜뉴스는 용서가 되는데 유작이라는 내 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했다”며 웃음 지었다. ‘기다리는 행복’은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다. 이 책에는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내고 수도자이자 작가로 살아온 이 수녀가 2008년 대장암 투병을 시작한 후 묵상하고 기도해 온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사랑과 위로가 담겨 있다. 이날 기자들 앞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간 자신의 시 ‘오늘의 행복’처럼 말이다. “삶은 나를 더욱 설레게 하고 고마움과 놀라움에 눈뜨게 하고 힘들어도 아름답다 살 만하다 고백하게 하네”. 지난 9년 동안 심신을 괴롭힌 암조차 특별한 존재가 됐다. “처음부터 ‘명랑투병’ 한다고 큰소리를 쳤고, 단 한 번도 병 때문에 눈물 흘리거나 푸념하지 않았어요. 항암주사를 맞을 때마다 배에 덮었던 분홍 타월조차 나와 함께 고통의 시간을 보낸 동료로 느끼게 됐고, 고마워하게 되더라구요. 스스로 용기를 주는 말을 많이 하고 감사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책은 이 수녀가 깨달은 삶의 지혜뿐 아니라 기도와 묵상, 다양한 벗들과 교류한 ‘러브레터들’도 담고 있다. 법정 스님과 주고받은 편지와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에게 전하는 글이 대표적이다. 특히 작은 오해로 서로 날 선 감정을 주고받은 법정 스님이 이 수녀에게 보낸 편지는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내 괴팍한 성미 때문에 (…) 수녀님 마음에 입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면 광안리 바다에다 다 쏟아버리셔요. 물결 따라 흘러가도록요.” 맨 마지막 장에 배치된 ‘처음의 마음으로 기도일기’는 이해인 수녀 자신을 위한 글이다. 새해는 1968년 5월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 들어온 이해인 수녀가 수도자가 된 지 50년이 된다. 수도서원을 한 그해 1년간 일기 형식으로 쓴 짧은 글 140여편이 수록돼 있다. 오래전 기록이지만 스물세 살 젊은 수녀의 순수함과 풋풋함이 날것 그대로 전해진다. “수도 생활과 작가 그 두 가지를 하는 게 고단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스스로 견뎌 온 것, 저를 견뎌 준 사람들에게 늘 감사드리고 싶어요. 젊은 시절의 열정은 그것대로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저를 객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아요. 세월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느낌, 그게 삶의 선물 아닐까요.”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샤이니 종현 사망 소식에 ‘베르테르 효과’ 우려…“우울증 심하면 전문가에 도움”

    샤이니 종현 사망 소식에 ‘베르테르 효과’ 우려…“우울증 심하면 전문가에 도움”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메인보컬 종현(27·본명 김종현)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베르테르 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종현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유명인이어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개 의료계에서는 유명인의 자살 후 한 달 안에 목숨을 끊는 경우를 모방자살로 본다.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른다. 베르테르 효과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된 18세기 말 유럽에서 소설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급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인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하고, 결국 자살을 선택했을 때 자신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같은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15년에는 국내 자살사건의 18%가 유명인 사망 후 1개월 이내 집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런 연관관계는 유명인이 연예인이나 가수인 경우에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당시 연구에서도 자살자 중에서 20~30대 젊은 여성은 유명인의 자살 방법까지도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유명인 사망 후 자살률이 크게 높아지는 시점에 이런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종현의 사망 소식으로 우울감이 가중됐을 경우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게 좋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에서 유선으로 상담을 받아도 된다. 종현은 전날 오후 6시 10분쯤 서울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58년 개띠생들에게

    [이재무의 오솔길] 58년 개띠생들에게

    한 해가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명년은 황금 개띠해라 한다. 이에 환갑을 맞는 58 개띠의 한 사람으로서 소략하나마 남다른 심회를 밝힐까 한다. 나는 그 유명짜한 58년 개띠생이다. 왜, 우리 또래에게만 유일하게 띠 앞에 58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지 그 이유를 나(우리)는 모른다. 짐작건대 전후에 태어난 세대를 대표하는 기표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58년생 중 유명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남 박지만,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여행가 한비야, 소설가 박상우, 연애인 임백천, 어릴 적 반공 웅변대회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곤 했던 고 이승복 어린이 등등이 있다.맬서스의 인구론으로 볼 때 ‘항아리’ 도표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세대가 58세대다. 그런 만큼 생존을 위한 경쟁이 그 어느 세대보다 우심했던 게 사실이었다. 병영국가 체제에서 나고 자란 우리 세대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 중심의 가족과 사회 속에서 규율에 엄격했고, 체제와 제도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 예로 초등학교 시절 동무와 함께 쓰는 책상 한가운데 분단선이 굵고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고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해야만 했다.고교 시절에는 교련 훈련을 받아야 했고, 오후 5 시가 되면 국기 하강식에 맞춰 가던 걸음을 멈추고 국기를 향해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얹어 놓아야 했다. 영화 관람 전에 대한뉴스를 시청해야 했고, 두발 상태는 항상 양호하게 단발머리를 유지해야 했다. 이렇게 병영국가 체제 속에 살다가 대학을 졸업한 후 성인이 돼서는 가정보다 회사가 우선인 기업국가 체제에 맞춰 살아야 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는 미국의 원조 물자로 옥수수죽과 옥수수빵이 배급됐는데 가쟁골에 사는 오쟁이라는 친구는 칡뿌리를 캐어 와 동무들 몫으로 배급된 죽과 빵으로 교환하여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학교에만 있는 유일한 흑백 TV에서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을 알리는 방송이 있었는데 실로 경이 그 자체였다. 레슬링의 영웅 김일의 박치기, 배삼룡 코미디가 우리의 고달픈 하루를 위무해 주던 그 시절 학교는 교과 이외의 과제물로 우리를 괴롭혀 댔다. 꼴 베어 오기, 송충이 잡아 오기, 채변 봉투, 신작로에 자갈 붓기 등등. 하굣길 부락반장의 인솔하에 대통령이 직접 작사했다는 새마을노래를 부르며 구령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일본식 교복을 단정히 입고 교가를 불렀고, 등하교 시 오른손 왼손에 번갈아 영어 단어장을 올려놓고 외웠다. 우락부락한 영어 선생은 회화보다는 독해를 강조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대처로 나가 고등학교를 다녔다. 처음 보는 도시는 무엇이나 낯설고 생소했다. 누군가 이런 나를 보았다면 영락없이 장날 팔리러 나온 수탁을 연상했으리라. 고교 시절 참으로 징글징글했던 것은 교련이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당시엔 교련실기 대회가 있었다. 그 기간이 돌아오면 학사 일정이 예사로 바뀌곤 했다. 한참 감수성 예민한 여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렇게 기대했던 낭만은 없었다. 수업 시간보다 술집에서 보내는 날들이 더 많았다. 장발을 하고 담배를 꼬나물고 통행금지 시간이 가깝도록 거리를 배회했다. 음악다방 구석에 몸을 부리고 앉아 뜻도 모르는 팝송을 들으며 영양가 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죽여 대고 있었다. 돌이켜 보니 올해로 서울 생활 35년째가 된다. 그동안 11권의 시집과 3권의 산문집을 발간했다. 지금 나는 교사를 하는 아내와 대학원에서 조교를 하는 아들 이렇게 셋이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어느새 우리는 우리 시대의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58년 개띠생들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리더로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생의 중심과 변방에서 오늘도 어제처럼 아랫세대와 윗세대의 가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살고 있는 58년 개띠생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58년생 개띠여, 무궁하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눈물 속 종영...마지막 회 명장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눈물 속 종영...마지막 회 명장면은?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감동은 바래지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17일 tvN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4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맞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암 말기 환자 인희(원미경 분)와 가족들의 가슴 아픈 이별이 그려졌다. 인희는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슬프지만 담담하게 가족과 이별을 준비했다. 남편 정철(유동근 분)과 별장으로 떠난 인희는 그의 곁에서 영면에 들었다.마지막 날 밤 인희는 정철에게 “언제 내가 생각날 것 같냐”고 물었고, 그의 답에 시청자는 눈물을 쏟았다. 정철은 “아침에 출근하려고 넥타이 맬 때, 맛없는 된장국 먹을 때, 맛있는 된장국 먹을 때, 술 먹을 때, 술 깰 때, 잠자리 볼 때, 잘 때, 잠 깰 때, 잔소리 듣고 싶을 때…어머니 망령 부릴 때, 연수 시집갈 때, 정수 대학 갈 때, 그놈 졸업할 때, 설날 지짐 할 때, 추석 송편 빚을 때, 아플 때, 외로울 때….”라며 눈물을 삼켰다. “고마웠다, 인희야”라고 말하며 정철이 아내 인희를 껴안는 장면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혔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4회 방송 시청률은 6.2%, 최고시청률 7.0%를 기록, 4부작이라는 짧은 분량에도 시청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는 전작이었던 tvN ‘변혁의 사랑’ 마지막 회 시청률인 3.3%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한편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 MBC에서 방송됐다. 21년 만에 시청자를 다시 만난 이 드라마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무능한 의사 남편, 과년한 딸과 재수생 아들 등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해온 한 주부가 어느 날 말기 암을 진단받고 세상과 이별을 준비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앞서 이 드라마는 소설과 연극, 영화로 대중을 만나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감동적인 서사에 원미경, 유동근, 김영옥, 최지우, 최민호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이번 드라마 역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마지막 회에서 가장 아름답게 이별을 맞는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 슬펐어요”, “가슴이 찡해지는 드라마. 잘 봤습니다”, “나중에...그 말이 이렇게 아프게 들릴 줄 몰랐습니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이별은 그저 서럽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원미경 배우님 연기에 몰입해서 한참을 울었네요. 좋은 연기 보여주신 배우들에게 감사합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사진=tvN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주말 영화]

    ■와호장룡(EBS1 토요일 밤 10시 55분) 1930~40년대 중국은 대하역사소설이 큰 인기를 끌며 문예부흥기를 이뤘는데 사실 무협 소설의 전성기나 다름없었다. 당시 활약했던 작가 중 한 명이 왕두루다. ‘학철오부곡’으로 불리는 연작 다섯 편이 그의 대표작인데, 강소학의 비극적 사랑과 복수 이야기, 무당파 고수 이무백과 협녀 유수련의 사랑 이야기, 강호를 종횡무진하는 이무백의 이야기, 북경 고관대작의 딸인 옥교룡과 대사막의 도적 나소호의 사랑 이야기, 옥교룡의 아들 한철방과 태어나면서 그와 운명이 뒤바뀐 춘설병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얽히고설킨 연작 중 네 번째가 ‘와호장룡’이고 다섯 번째가 ‘철기은병’인데 두 작품은 ‘청강만리’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되기도 했다. 이무백과 유수련, 옥교룡과 나소호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게 바로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다. 싸움박질밖에 없던 무협영화에 멋과 철학을 가미해 무협을 재평가받게 한 작품이다. 2000년작. ■감기(OBS 토요일 밤 10시 10분)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 정우성과 함께 한 세 편의 영화로 1990년대 말 국내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김성수 감독이 10년의 공백을 깨고 충무로에 복귀한 작품이다. 호흡기로 전염되는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창궐해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격리된 신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장혁, 수애가 주연을 맡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이를 예견한 작품으로 재차 주목받았다. 2013년작.
  • ‘DJ 비자금 제보’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직 사퇴

    ‘DJ 비자금 제보’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직 사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DJ)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도록 제보한 인물로 지목된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15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비상징계를 원하지 않지만, 조기에 사태를 매듭짓고자 하는 안철수 대표의 뜻을 충분히 이해해 스스로 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최고위원은 그동안 주성영 전 의원에게 제보한 사실을 부인해오다가 지난 1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에 재직하던) 2003년 현대 비자금 사건을 내사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수표가 입수됐다”고 말했다. CD와 수표 등을 주 전 의원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분에게도 드렸다”고 답했고, 검찰 수사관 재직시 제보가 이뤄졌느냐는 물음에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다만 박 최고위원은 “(당시) DJ 비자금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 측근들이 받은 거라서, 표현상 많은 분이 그렇게 이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국민의당은 원래 이날 오후 3시 당무위원회를 열고 박 최고위원의 징계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무위가 열리기 전 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스스로 밝혔다. 앞서 경향신문은 익명의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10월 국회에서 불거졌던 ‘DJ 비자금 조성 의혹’의 제보자가 박 최고위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DJ 비자금 의혹’이란 2008년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주 의원이 2006년 2월 발행된 것으로 기재된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사본을 공개하며 “DJ 비자금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주 전 의원은 ‘전직 검찰 관계자로부터 받았다’며 이를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명예훼손으로 주 의원을 고소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당시 부장 이인규)는 해당 CD가 김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 전 의원은 법원에서 명예훼손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 선고가 확정됐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당시 주 전 의원에게 CD 사본을 제공했던 인물이 박 최고위원이었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박 최고위원은 “십몇년 전 일이 왜 이제 와서 보도되는지 이해가 안되고, 당치도 않은 내용”이라면서 “기사 내용이 한마디로 대하소설”이라고 반발한 적이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신체 강탈자의 침입/홍지민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신체 강탈자의 침입/홍지민 문화부 차장

    ‘신체 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이라는 영화가 있다. 대학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처음 접했다. 영화 소개서에서 SF의 걸작으로 언급한 것으로 기억한다.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1956년 돈 시겔 감독의 작품이 처음이다. 이후로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대학 때 마주한 작품은 1978년 필립 카우프먼 감독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우주의 침입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내용은 이렇다. 홀씨 같은 외계 생명체가 우주를 떠돌다 지구로 내려앉는다. 식물에 들러붙어 꽃을 피우더니 이 꽃에서 퍼진 열매들은 사람들이 수면을 취하는 동안 신체에 침입해 그를 복제한다. 원래 사람은 껍데기만 남아 죽게 되고, 외계 생명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사람인 양 행세한다. 이렇게 하나둘씩 사람들이 바뀌어 가고, 가족과 이웃, 주변 사람들이 자기가 알던 사람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주인공들은 필사의 탈주를 벌인다. 영화에 대해 여러 시선이 있지만 냉전 시대 매카시즘이나 파시즘 확산에 대한 공포를 담아냈다는 평가가 많다. 나중에 1956년작을 찾아보긴 했는데, 내게는 1978년작이 더 깊게 각인돼 있다. 외계 생명체에게 몸을 강탈당한 사람들이 자신들과는 다르게 여전히 자아 또는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집단으로 괴성을 지르며 손가락질을 하는데 그 모습이 섬뜩하고 소름끼치게 남은 탓이 크다. 특히 도널드 서덜랜드가 영화 내내 같이 동고동락하며 탈주를 감행하던 여인을 향해 괴성을 쏟아내는 엔딩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갑자기 영화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낸 것은 ‘신체 강탈자의 침입’이 또 리메이크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도 스크린이 아니라 현실에서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영화의 엔딩이 곳곳에서 크고 작게 변주되고 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가 믿는 종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물고 태어난 숟가락이 다르다는 이유로,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심이 든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 광풍이 뒤따르는 일을 자주 목도할 수 있다. 여전히 색깔 놀음 잔치인 정치권에서, 신상털기가 횡행하고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사회관계망(SNS)과 인터넷에서, 선동을 제어하기보다 휩쓸려 버리는 언론에서,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외려 따돌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그 어느 곳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우리는 얼마 전까지 정권 차원에서 자행된 손가락질까지 경험하지 않았던가. 물론 당연하게도 건전한 비판과 토론, 그리고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그에 따른 시시비비는 명확하게 가릴 것은 가려 책임을 물을 것은 물어야 한다. 하지만 자기 확신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며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고 미리 유죄 판결을 내려 버리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 늘 그렇듯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240번 버스 사건’이나 ‘소녀시대 태연의 교통사고’ 등을 돌이키면 우리 스스로 광풍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내 마음속의 파시즘이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짚어 볼 때다.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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