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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직업, 밥벌이와 자아실현의 그 어디쯤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직업, 밥벌이와 자아실현의 그 어디쯤

    밥벌이와 더불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 대개는 ‘자아실현’을 포기한다. 살아 부지하는 게 우선이고, 살자면 먹어야 하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대부분 직장인은―대부분 무직자도 마찬가지지만― 달리 실현하고 싶은 ‘자아’가 희미해서 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도 드문 것 같다. 그래서 자그마한 자아실현인 취미생활을 할 약간의 여가와 착취당한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봉급을 주면 족한 듯한데, 그 소박한 바람도 먼 별빛인 사람을 많이 본다. 내 조카도 그중 한 사람이다.전문기능 직원인 조카는 첫 직장에서 일한 지 3년이 돼서 업무도 사람들도 친숙해졌지만, 이제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한밤에도 긴급히 불려나가는 등 힘들어서 더는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신입 사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일을 해내지 못해서 내 조카쯤 되는 경력 사원을 최소한 한 명은 더 충원해야 하는데, 조카가 받는 봉급으로는 올 사람이 없다는 것. 불시의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책도 읽고 싶고 음악회도 가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지만’ 꼼짝 못한다고, 사는 즐거움이 없다고. “그러게. 너 연애할 사람 만들 시간도 없겠다.” 내 말에 조카는 피식 웃었다. 요 예쁜 애가 남자친구 하나 없구나. 나는 속으로 조카 나이를 헤아려 보았다. 무엇보다도 조카는 직업 능력을 향상시킬 공부를 할 시간을 꿈도 못 꾼다는 게 회의가 되는 모양이었다. 현재의 하급 기능직으로 평생을 보낼 정체된 삶을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고 한다. 이 산업사회가 가장 많이 원하는 건 하급 기능을 맡을 톱니바퀴들일지 모르겠다. 조카는 거기서 한 단계라도 올라서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저녁이 있는 삶’이 가까울 것이기에.직장을 업그레이드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데, 그 애 아빠(내 동생)는 계속 다니면서 공부하라고 한단다. 그만두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네가 독한 데가 없어서 걱정되는 걸 거야.” 내 말에 조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은 우리 둘과 달리 독한 데가 있고 성실한 생활인이다. 조카의 수능 결과가 나오자 동생은 “이 성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은 어디도 취업 못해”라며 정시를 포기시키고 적지 않은 수업료의 재수 학원에 등록해 놨다. 조카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고. 그 일 년 뒤의 결과는 전해보다 한 등급 떨어진 참담한 것이어서 부녀 사이가 얼음장이었지. 재수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조카는 제 아빠한테 짓밟힌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써서 그제는 아빠가 기대도 안 했을 학업 성과를 보였고, 취업도 수월히 했다. 이 몇 년 따뜻한 기류가 흐르는 부녀를 보면서 과연 아버지의 사랑이란 어머니의 사랑과 다르다고 새삼 생각했다. “뜻대로 안 되더라도 네 경력으로 지금 정도 직장은 다시 구할 수 있잖아. 그걸로 아빠를 설득해 봐. 공부해서 충전도 될 테고. 나는 적극 찬성!” “맞아요. 근데 아빠 말투 아시잖아요. 다시 얘기 나눌 게 겁나요.” 제 생각이 제일이고, 이견에는 화부터 내고 보는 그 남자의 인정과 동의가 조카에게는 항상 중요한 관문이다. 통과한 뒤에도 얼마나 스트레스가 될까. 조카가 다니는 회사 입장을 생각해 본다. 시간과 돈을 들여 일꾼 만들어 놓으면 다른 데로 가려 드니 맥이 빠질 테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합당한 보수를 주고 한 명쯤 더 일꾼을 들이면 해결될 일 아닌가. 그런 미래가 있다면 내 조카 경우처럼 신입 사원들이 한 명만 남지 않고 다들 착실한 일꾼으로 성장할 테다. 그러면 회사에도 좋지 아니할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작가 중의 작가 32인의 일에 관한 소설’이란 부제에 혹해 집어들었다. 처음 파운드케이크를 먹었을 때의 감동이 절로 떠오른다. 이 풍부한 맛, 푸짐한 몸피! ‘수프 두 그릇을 먹고 난 뒤 나는 행복감을 느꼈고 그 후 2년 동안 다시는 그만한 행복감을 맛보지 못했다. 아마 수프 한 그릇에 1년치 행복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스튜어트 다이벡의 ‘샤워크라우트 수프’에서) 이런 주옥같은 구절이 754페이지에 촘촘히 채워져 있다. 조카한테 선물해야겠다.
  • ‘두 번째 작당’… 피츠제럴드에 빠져볼래?

    ‘두 번째 작당’… 피츠제럴드에 빠져볼래?

    지난해엔 제목도 저자도 안 알려 주고 무작정 책을 사라고 하더니 올해는 한 작가의 작품만 사란다. 당혹스럽기보다 기대부터 되는 건 평소 재미있는 일 벌이기 좋아하는 출판사들이 기획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표지를 종이로 감싸 정체를 숨긴 책을 판매하는 ‘개봉열독 X시리즈’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출판사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의 세 대표가 올해 두 번째 ‘작당’을 벌였다. 이름하여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 소설 ‘위대한 개츠비’로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작품을 한꺼번에 내놨다.세 출판사 대표가 ‘합동 프로젝트 2탄’의 아이디어를 모은 건 지난 봄 점심을 먹으면서였다. 셋 모두 피츠제럴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자마자 기획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작가의 편지, 소설, 에세이를 동시에 출간해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해 보자는 콘셉트를 잡았다. 국내에 피츠제럴드의 작품 중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 있다는 점과 독자들 역시 작가의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작품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세 출판사가 내놓은 작품은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전설적인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와 피츠제럴드가 21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디어 개츠비’(마음산책), ‘재즈의 시대’라 불린 1920년대에 대한 단상과 작가로서의 고민을 담은 에세이 8편을 모은 ‘재즈 시대의 메아리’(북스피어), 아내 젤다와의 결혼 생활을 묘사한 소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은행나무)이다. 세 권을 모두 구매한 독자들을 위해 피츠제럴드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사진 자료와 함께 정리한 207쪽 분량의 부록도 준비했다.평소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모토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답게 각 회사의 평소 색깔은 고수하는 대신 책의 판형과 디자인은 통일했다. 특히 동식물 소재의 귀여운 패턴으로 유명한 ‘데일리 라이크’와 협업해 책 표지도 예쁘게 만들었다. 세 권의 책을 차례대로 세워 놓으면 작가의 이름 철자와 고양이와 개, 양 그림이 하나로 합쳐진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6주에 책 1권당 2000부 팔기에도 힘든데 ‘X시리즈’의 경우 책 3권이 6주간 2만 1000부 정도 판매됐다”면서 “각 사가 공동으로 마케팅하니까 시너지 효과가 좋았던 데다 책에 흥미 있는 요소를 결합한 덕분에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는 20~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사람과 삶 중심의 예술 환경을 꿈꾸며/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월요 정책마당] 사람과 삶 중심의 예술 환경을 꿈꾸며/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5년간 예술정책 방향을 담은 ‘사람이 있는 문화, 예술이 있는 삶’을 지난달 16일 발표했다. 이번 정책에는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예술가의 권리 침해, 도제식 시스템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 예술계에 만연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담았다. 이와 함께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생각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예술의 가치도 포함했다. 특히 예술이 개인에게 미적 체험은 물론 즐거움과 안정감을 주고, 사회적으로는 결속과 창의성, 그리고 혁신의 제고를 꾀하며, 국가적으로는 자부심을 안겨주는 등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책은 ‘새로운’ 정책이라기보다 예술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기고, 기본으로 돌아가 사람과 우리의 삶을 중심으로 예술을 ‘새롭게 되새기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문체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맞춤형 정책을 만들고자 160여 차례 분야별·장르별·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했다. 예술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을 중시하면서 숙의형·개방형으로 예술정책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예술의 가치가 존중받고 모든 국민이 문화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람이 있는 문화, 예술이 있는 삶’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4대 추진 전략으로는 ‘자율과 분권의 예술행정’, ‘예술 가치가 존중받는 창작환경 조성’, ‘함께 누리는 예술 참여 확대’, ‘예술의 지속가능성 확대’를 제시했다.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예술 표현의 자유와 예술 지원의 공정성 침해 등을 금지하고, ‘예술가권리보호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예술가 권리 보호를 튼실하게 한다. 예술계의 성차별·성폭력을 금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문체부는 ‘지원 심의 불간섭 원칙’을 천명하고 민관 협치의 큰 틀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예술지원체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선출 호선제를 도입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공공기관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예술인과 예술단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 방식을 도입한다. ‘생애 처음’ 정책으로 예비·신진 예술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새 직무 군을 발굴해 예술계 진입 경로를 확대한다. 한국형 예술인 고용보험과 예술인 복지금고를 도입하고, 예술인을 위한 직업군 분류도 체계화해 나갈 것이다. 누구나 쉽게 예술에 참여하고 어울려 사는 사회를 위해 지역예술대학·문화예술시설과 연계한 ‘창의예술교육 랩’을 운영하고, 하반기부터 공연 관람비와 도서 구입액의 소득공제를 시행하는 등 예술 소비에 대한 세제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소수자와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통합정보지원 시스템과 전용공연장도 조성할 방침이다. 예술 분야 표준계약서도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한다. 예술계 공정상생지원센터를 통해 서면계약 상담, 피해구제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불공정 신고접수 창구도 확대한다. 또 예술 기반의 혁신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해외교류·진출 행사들도 재정비한다.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 예술 분야 공적개발원조와 남북교류 확대 등을 통해서는 지속 가능한 예술의 미래 가치도 확보할 계획이다. 우리 예술계는 그동안 혼돈과 어려움의 시기를 겪었다. 새 예술 정책은 ‘사람이 있는 문화, 예술이 있는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라는 제목처럼 예술계와 정부가 다시 손을 잡고 국민의 삶 속에서 더욱 빛나는 예술로 떠오르기를 기대한다. 문체부도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으로 예술계와 함께 고민하고, 사람과 삶 중심의 예술 환경을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
  • 일본 기자가 맞춰 본 ‘김정은’이라는 퍼즐

    일본 기자가 맞춰 본 ‘김정은’이라는 퍼즐

    김정은/고미 요지 지음/배성인 옮김/지식의숲/296쪽/1만 5000원“현명한 조선인민 국군 육해공군 및 전략로켓군 장병 여러분….” 2012년 4월 15일 오전 10시 15분 평양 김일성광장.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 수만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검은 인민복 차림의 한 젊은이가 낮은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은 듯 그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연설 중 몸을 흔들어댔다. 100㎏에 이르는 체구에 옆으로 바짝 치켜 깎은 머리는 과거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했지만, 몇 가닥 내려온 머리카락이 그의 앳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줬다. 김정일의 뒤를 이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지난해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가더니, 돌연 올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2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났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행보다. 도쿄신문 편집위원인 고미 요지가 ‘김정은’(지식의숲)으로 그를 분석했다. 고미 요지는 김정은에게 독살된 것으로 알려진 이복형 김정남과 생전에 인터뷰하고 2012년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중앙M&B)를 낸 이 분야 전문가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김정은을 잘 아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각종 보고서와 단독 입수한 자료를 더했다. 베일에 가려진 김정은의 어린 시절부터 권력 장악, 그리고 갑작스러운 북한의 최근 변화에 이르기까지 김정은을 비롯해 그의 주변과 북한 정세를 심도 있게 다뤘다.저자가 보여 주는 권력 승계 과정의 일화는 김정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김정일은 “더는 세습에 의한 권력 승계는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08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일어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김정일의 후계자 후보로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과 김정남이 있었지만, 둘 다 부적합했다고 고미 요지는 설명했다. 김정철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 자유롭게 살기 원하는 김정남 역시 후계자감은 아니었다. 반면 셋째였던 김정은은 10대 때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야심이 넘쳤다. 김정일이 가족회의에서 “후계자는 정은이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그의 고모인 김경희가 “분별도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내며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던지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번은 여동생 김여정이 김정은을 “작은오빠”라고 부르자 화를 내기도 했다. 김여정은 그때부터 김정은을 “큰 대장 동지”라 부르게 됐다. 김정은이 제멋대로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여러 사례로 분석했다. 저자는 이와 관련, “20년 동안 천천히 지도자로서 착실히 바닥을 다져 온 김정일과 달리 몇 년 만에 승계한 점, 생모인 고용희가 일본에서 태어난 귀국자라는 사실을 비롯해 후계자로서 여러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집권 초반 고모부 장성택, 현영철 인민무력상(국방장관) 숙청의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던 일화로 설명한다. 예컨대 장성택이 쓰러질 정도로 술을 마시고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한다”는 말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린 일, 현영철이 집에 도청장치가 설치된 것도 모른 채 “젊은 지도자를 모시는 게 힘들다”고 투덜거렸다가 김정은의 미움을 샀던 일 등이다.핵무기와 운반용으로 사용하는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분석도 흥미롭다.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가 등장하는 실록소설 ‘야전열차’를 비롯해 북한의 핵연료봉 추출 시기를 다룬 ‘영생’과 같은 소설, 그리고 한국에서 경호를 받는 주요 탈북자들과의 인터뷰 내용 등을 함께 수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핵무기를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에 관해 저자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김정은이 펼치는 ‘핵과 미사일 정책’, ‘경제 정책’, ‘대외 관계 정책’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면밀하게 파헤친다. 일본인 시각으로 서술한 부분들이 다소 불편하지만, 현재까지 파편으로만 알려졌던 김정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구성한 책으로 꼽을 만하다. 김정은의 행보 덕분에 그에 관한 경계가 잠시 무뎌졌지만, 저자는 여전히 김정은이 불안한 독재자라고 강조한다. “한반도에서 살얼음판 위를 신중히 걷는 듯한 위험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도 새삼 다가온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 박민영 집 입성 ‘심쿵 터치’ 포착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 박민영 집 입성 ‘심쿵 터치’ 포착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분)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계 레전드’ 김미소(박민영 분)의 퇴사밀당로맨스. 지난 13일 방송된 3화에서는 블록버스터급 로맨스남과 질투의 화신을 오가며 밀당하는 이영준과 블록버스터 로맨스의 저주에 걸려 시시때때로 이영준을 떠올리는 김미소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미소의 장난스런 도발에 그를 확 품에 당겨 안는 이영준의 모습이 3화 엔딩을 장식해 시청자들의 밤잠을 못 이루게 했다. 그런 가운데, 오늘 밤 방송되는 4화에서도 심장을 찌릿하게 만드는 두 사람의 밀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화 방송을 앞두고 이영준과 김미소의 심쿵 터치가 담긴 스틸이 공개된 것. 스틸 속 이영준과 김미소는 얼굴을 가까이 한 채 눈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영준의 입가에 김미소의 손이 닿아 있어 그 이유를 궁금케 한다. 동시에 서로에게 빨려 들어갈 듯한 아이컨택이 포착돼 숨을 잠시 멈추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곳이 김미소의 집이라는 점이 설렘을 배가시킨다. 9년 동안 김미소가 이영준의 집에 들어가는 일은 일상이었어도 김미소의 집에 이영준이 입성한 것을 처음. 과연 김미소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오늘 방송되는 4화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한편 tvN 새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조회수 5천만뷰를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해당 소설 기반의 웹툰 또한 누적조회수 2억뷰와 구독자 500만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늘 밤 9시 30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민영, 이태환에 상냥한 눈인사...무슨 사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민영, 이태환에 상냥한 눈인사...무슨 사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민영이 이태환을 향해 특유의 스마일 미소를 짓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14일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 4화 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난 3화에서는 이영준(박서준 분)의 형이자 마성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성연(이태환 분)이 여심을 몰고 다니는 매력을 자랑하며 첫 등장했다. 특히 김미소(박민영 분)는 ‘모르페우스’라는 필명으로 베일에 싸인 인기 소설가 이성연의 열렬한 팬임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방송에 앞서 공개된 스틸에는 김미소와 이성연의 우연한 만남이 담겨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양 손 가득 커피를 들고 회사로 돌아오고 있는 김미소 앞에 이성연이 우뚝 서 있어 눈길을 자아낸다. 김미소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성연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해 보인다. 반면 이성연은 놀란 김미소에게 인사를 건네며 마성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온화한 미소를 띠운 채 자연스레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민 것. 이에 김미소는 이성연과 다정한 아이컨택을 하는가 하면 상냥한 눈인사로 화답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극한다. 과연 김미소가 이성연이 인기소설가 ‘모르페우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것일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작진 측은 “이성연이 김미소 앞에 등장함으로 인해 이영준과 김미소, 이성연 세 사람의 얽히고 설킨 인연이 수면 위로 떠오를 예정이다. 4화에서 세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계 레전드’ 김미소의 퇴사밀당로맨스를 그린다. 조회수 5천만뷰를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해당 소설 기반의 웹툰 또한 누적조회수 2억뷰와 구독자 500만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날(14일) 오후 9시 30분 4화가 방송된다. 사진=tv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남포동(南浦洞) 전성시대 - 부산 자갈치 시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남포동(南浦洞) 전성시대 - 부산 자갈치 시장

    “저녁때가 가까워서 부둣가로 나갔다. 거기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목노상에서 대폿술을 한 잔 마시기 위함이었다....(중략)...야, 바다란 아무 때 봐도 좋다. 가까운 눈앞에 갈매기란 놈들이 껑충인다. 야, 멋들어졌다.” < 황순원, 곡예사, 1952>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자갈치 시장은 한 마디로 극적인 공간이다.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거쳐 온 우리 민족의 기막히고도 고단한 삶의 궤적이 지금도 전설처럼 흘러 내려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하다보니 일반인들은 물론 예술가들에게도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한 공간이 또한 자갈치 시장이기도 하다. 소설가 황순원의 ‘곡예사’(1952)에서는 곡예를 펼치듯 삶을 살아가는 지친 피난민의 인생에 유일한 휴식 공간으로, 김동리의 ‘밀다원 시대’(1955)에서는 자갈치 시장은 가난한 예술인들의 마지막 낭만이 서린 곳으로도 따뜻하게 그려진다. 소설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도 자갈치 시장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이다. 영화 ‘친구’(2001)에서는 주인공 준석이가 친구들과 함께 자갈치 시장 골목을 가로질러 달렸고, 최근에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블랙팬서’(2018)의 주인공 트찰라도 이 거리를 힘껏 질주하였다. 누구든 쉼 없이 달리고, 달려야 할 것 같은 삶의 열기가 가득한 곳, 부산의 자갈치시장이다. 자갈치 시장은 현재 부산 중구 남포동과 서구 충무동을 가로지르는 수산물 전문 시장으로 영도대교 근처에 위치한 남포동 건어물 시장과 충무동의 공동 어시장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한국전쟁 당시 국제시장과 더불어 남포동 자갈치 시장은 피난민들이 모여 들던 곳으로 각자의 생계를 위해 날품을 팔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지게꾼으로, 미군들의 군수품을 몰래 빼돌려 팔거나, 뻥튀기나 국화빵, 밀면 등을 노포에서 판매하였고 더구나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원도심권 최대 규모, 최대 인원이 밀집한 생활 공간이기도 하였다. 자갈치란 이름의 유래는 이곳이 원래 자갈밭이었다는 설과 더불어 자갈치라는 활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자갈밭이라는 공간성에 어원의 의미를 두고 있다. 원래 이곳은 1924년 8월에 출발한 남빈시장(南賓市場)이 있던 지역으로 대규모 시장을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때는 1932년 12월 인근 자갈밭 부지 101,963.4㎡를 매축하면서부터이다. 광복 이후에는 연안 여객선의 정박 공간과 더불어 연근해 어선들의 수산물 집하장, 노점상들의 활어 판매와 더불어 갖가지 생필품 가게들이 들어섰고 이즈음에 들어 현재 자갈치 시장의 형태를 거의 갖추게 된다. 본격적으로 시장 이름에 자갈치라는 명칭이 붙기 시작한 때는 1974년에 들어서면서 부터이다. 물론 그 전에도 자갈치라는 지역명은 있었으나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갈치 어패류 처리장이라는 공식 명칭을 가지기 시작하였다고 본다. 이후 자갈치시장은 1986년에는 부산어패류처리장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부터는 부산종합수산물유통센터라는 명칭으로 이름을 갈았지만, 여전히 사람들 입에는 현재까지 자갈치 시장이라는 명찰 하나로 정리되어 있다. 지금의 자갈치 시장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현대식’ 자갈치 시장은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이며, 전용면적이 7,243m²에 달하여 480개가 넘는 점포가 성업 중이다. 한편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옛날’ 자갈치 시장에는 생선구이집과 더불어 대구, 청어, 조개, 문어, 해조류, 장어 등의 활어를 대야에 가득 담아 노점에서 판매하는 난전 주변에는 광복 후 그때 어느 때인 듯 지금도 여전히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부산이라는 지리적 성격이 가장 선명한 공간이자 해방 이후부터 전후 피난민들의 지독했던 삶의 흔적이 아직까지도 강하게 남아 있는 부산 최대 어패류 시장인 자갈치 시장. 이곳에서 우리는 어쩌면 잃어버렸던 생의 감각을 다시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갈치시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부산이라는 특성이 가장 잘 투영된 곳. 부산 구도심의 원형이다. 국제시장과 더불어 부산 중구 여행의 핵심. 2. 누구와 함께? - 부모님과 함께, 초등학생 어린 자녀라면 수족관보다 나은 자연학습. 3. 가는 방법은? - 지하철이 편하다. 1호선 : 자갈치역 10번 출구 / 남포동역 7번, 1번 출구 - 부산광역시 중구 자갈치해안로 52 4. 감탄하는 점은? - 삶의 활력. 생각보다 넓은 시장. 오래된 생선구이집과 선창의 노포 주점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부산을 상징하는 곳. 여전히 부산에서는 가장 복잡한 시장 중의 하나. 6. 꼭 봐야할 공간은? - 노전에 위치한 오래된 선창의 선술집. 생선구이 백반 가게들. 해방 이후의 시장의 원형이 남아 있는 옛 시장 거리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토박이 꼼장어집 ‘동성꼼장어’, 이미 방송에서 유명한 ‘남해자연산횟집’, 돼지불백의 진미 ‘포항식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jagalchimarket.bisco.o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국제시장, 용두산 공원, 차이나타운, 송도해수욕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자갈치시장은 광복 이후 한국 전쟁 전후 시간의 흔적이 가장 많이 새겨진 곳. 50년대와 60년대 향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문화마당] 바깥에 대하여/김소연 시인

    [문화마당] 바깥에 대하여/김소연 시인

    얇은 소설책을 보름에 걸쳐 조금씩 읽었다. 하루에 서너 장씩 읽고 덮었다.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않아서 그랬다.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하며 덮었다. 반감이 수반된 것은 아니었다. 어리둥절했다. 책은 덮었지만 계속 이 소설에 대해 생각했다. 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 소설을 낯설게 여긴 나에 대해서. 이내 상기했다. 작가가 독자에게 친숙한 소설을 써야 할 의무는 전혀 없다는 걸. 낯선 독서를 할 때마다 번번이 다시 상기해야 하는 내 어리석음이다.다음날 다시 몇 장을 더 읽다가 빙그레 웃었다. 소설의 문체에 소설가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다. 작가가 내 옆에 앉아 종알종알 이야기를 들려주는 착각이 들었다. 좋은 문장은 이러해야 한다는 문학 창작의 원칙에 은근스레 반기를 드는 문체였다.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논리적이고도 집요하게 쓴 문장, 자신의 사유와 문학성을 과시하기 위해 진지하고 밀도 있게 적어 둔 문장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는 소설이었다. 어느 날에는 책을 읽다가 깔깔거리며 웃게 됐다. 아주 호탕한 웃음을 웃으며 끝까지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에는 아주 생소한 자리에 나와 앉은 느낌이 들었다. 박솔뫼의 ‘사랑하는 개’를 읽은 독후감이다. 생소하고 외진 경험이지만, 한국 문학을 이런 작가들이 독차지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학의 권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 작가. 건강한 강아지가 들판을 산책하며 주인을 자꾸 이상한 풀숲으로 인도하듯 문학을 권위 바깥으로 데려가려는 작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담론을 정곡으로 다루려는 야심보다는, 쓰고 싶은 것을 쓰고 그걸 쓰는 동안 즐거움을 누리는 작가. 그 즐거움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되게 하는 작가. 나는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무용한 일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무용하지만 인간의 손끝에서 탄생된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낯선 생기를 회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이는 유용해 보이는 그 어떤 일보다 더 중요한, 인간이 반드시 누려야 할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작가는 이 소설책을 세상에 내어놓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낯선 체험 속에 던져 놓아야 했을 것이다.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안 했을 리 없다. 망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이었을 것도 같다. 망해도 상관없다는 경쾌한 작가의 태도까지 고스란히 전달받은 훌륭한 독서 체험이었다는 말을 한 명의 독자로서 꼭 하고 싶었다. 이 소설책은 ‘스위밍꿀’이라는 독립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학 전문 출판사 출신의 편집자가 직장을 관두고서 만든 출판사다. 장난기를 머금고 있는 출판사의 이름만으로도 지향하는 바가 느껴진다. 선 굵고 진지한 의미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여타의 문학 출판사들과는 다르다. 이 출판사가 저자에게 손을 내밀어 출간을 제안을 한다면, 웬만해서는 그 누구도 문학의 권위 아래에서는 집필하지 않을 것 같다. 낯설고 새로운 문학 작품이 탄생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웬만해서는 이 출판사에서 출간된 작품들이 권위 있는 문학상을 거머쥘 확률도 희박할 것이다.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상찬하게 될 기회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오랜 세월 당연한 것으로 믿어 왔던 문학적 욕망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비로소 생기 있는 문학이 탄생한다고 나는 믿는다. 생기 있는 문학은 문학 바깥에, 문학의 권위 바깥에, 우리가 믿어 온 문학들 바깥에 있다. 이것은 문학이 아닌 바깥에 대한 이야기다.
  • 노인 혐오시대 섬뜩한 질문… 늙지 않는 인간도 있습니까

    노인 혐오시대 섬뜩한 질문… 늙지 않는 인간도 있습니까

    평범한 제목과 달리 내용은 섬뜩하다. 80대 이상 노령 인구가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2030년대. 청년 세 명이 노인 일곱 명을 부양하는 초고령 사회다.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벌충하느라 젊은이들의 지하철 요금은 밥 한 끼 값을 넘겼다. 국가 입장에서도 국고를 축내는 노인들은 눈엣가시다. 급기야 국가는 연금 과다 수급자들을 소리 소문 없이 조직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한다.박형서(46) 작가가 4년 만에 펴낸 신작 소설 ‘당신의 노후’(현대문학)는 한 가지 의문에서 시작됐다. 현재 외국에 머물고 있는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요즘 추세와 같은 고령화 사회라면 머지않아 기금은 분명히 고갈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존폐와도 연결된 문제이니 제도 자체는 부득불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이 소설의 바탕이 됐다고 했다. 작품의 주인공 ‘장길도’는 국민연금공단 노령연금TF팀에서 40년간 일하다 퇴직했다. 어느 날 장길도는 폐병을 앓아 온 아홉 살 연상 아내 ‘한수련’이 오래전부터 노령 연금을 부어 온 사실을 알고 곤혹스러워한다. 노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금이 고갈될 처지에 놓이자 연금공단이 은밀하게 수급자들을 제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연금공단의 ‘적색 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을 안 장길도는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의 노력은 연금공단의 젊은 상사에 의해 가로막힌다. 이 청년은 노인은 ‘하는 일이라고는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게 전부’인 존재이며, 그들 탓에 이 나라는 ‘사방이 꽉 막혀서 썩어가고’ 있다고 여긴다.“한국 근대 문학에서 ‘아버지’로 대변되는 어른의 권위는 절대적이었습니다. 산업화 및 도시화 시대를 거치며 다치고 패배한 ‘난쟁이’ 어른이 등장했고 이제 ‘혐오스러운 늙은이’ 어른이 무대에 오를 차례가 됐습니다. 두려운 존재에서 가여운 존재로, 그리고 마침내 혐오스러운 존재로 내려온 것입니다. 지동설이 천동설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그랬듯이 한 사회의 패러다임은 설득과 타협이 아니라 고루한 패러다임에 충성하는 구세대가 모두 죽은 뒤에야 비로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누적된 오늘이라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인에 대한 사회의 적대적인 시선을 지적하고 마는 게 아니라 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고 싶었다는 의미다. 장길도가 자신을 몰아세우는 젊은 상사에게 “시간이 노인의 편이 아닌 것처럼 젊은이의 편도 아니지. 시간은 결국 살아 있는 모두를 배신할 걸세”라고 말하듯 고령화 사회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 소설에서 노인을 피해자로 생각하거나 설정한 건 아닙니다. 장길도가 깨닫듯, 노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결국 패자입니다. 현재의 패자와 미래의 패자가 맞서 싸우느니 상생하는 게 서로 이익이겠죠. 이를 위해서는 유교적 질서가 아니라 상식적 질서가 필요합니다. 나이 하나로 행패부리는 노인이 있다면 주위의 노인들이 처벌해야 합니다. 노인을 모욕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주위의 젊은이들이 처벌해야 합니다.” 상상력을 제한하는 까닭에 취재를 최소화했다는 작가는 지금이라 해도 무방할 법한 근미래를 촘촘하게 직조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작가가 꾸려 놓은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다가도 곧 당도할 미래의 정중앙을 직시하게 된다. “장길도와 국민연금공단 양측이 지닌 논리와 폭력의 균형을 끝까지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공을 들였어요. 소설의 흥미를 위해 긴장을 팽팽히 유지할 필요가 있는 데다, 무엇보다 어느 한쪽의 입장을 편들 수 없기 때문이죠. 소설이란 대답이 아닌 질문의 양식입니다. 그리고 질문은 공평하게 제기되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 여기 질문이 있으니 한번 궁리해 보세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환 첫 등장, 박서준-박민영에 어떤 영향?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환 첫 등장, 박서준-박민영에 어떤 영향?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환의 첫 등장이 예고돼 화제다. 13일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측은 이영준(박서준 분)의 형이자 마성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성연’ 역으로 첫 등장하는 이태환의 스틸을 공개했다. 이성연은 ‘모르페우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인기 소설가다. 그런 가운데 공개된 스틸 속에는 이성연이 열성 팬들을 뒤로 하고 유유히 공항 입국장을 빠져 나오는 모습이 담겨 이목을 집중시킨다.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이성연은 훤칠한 키와 비율을 자랑하는 듯 롱 트렌치 코트를 휘날리며 입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주머니에 손을 꼽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 짓는 그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물씬 느껴진다. 특히 마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모르페우스’ 팬들로 북적거리는 입국장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들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모르페우스’ 이성연을 옆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듯한 모습. 이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입국장을 빠져 나오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성연의 비밀스런 모습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작진 측은 “오늘 방송부터 이태환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가 맡은 이성연의 등장은 극중 이영준과 김미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특히 이영준과 이성연 형제의 갈등, 김미소와 이성연의 관계 등 흥미로운 떡밥이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한편,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날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제공=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반려dog 반려cat] 우리가 알아야 할 ‘개를 위한 십계명’

    [반려dog 반려cat] 우리가 알아야 할 ‘개를 위한 십계명’

    혹시 ‘개를 위한 십계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문시로, 영국의 개 행동 전문가 스탠 롤린슨이 1993년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이 시를 모티브로 쓴 일본 소설 겸 영화를 통해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으로도 알려졌다. 십계명이라고 하면 어떤 교훈이나 법률과 같이 딱딱하고 엄숙한 이미지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이 시는 개 입장에서 주인에게 바라는 10가지 부탁을 담고 있다. 다음은 ‘개를 위한 십계명’을 의역한 것이다. 그리고 소설과 영화를 통해 알려진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역시 함께 소개한다. 현재 개를 기르고 있거나 앞으로 기를 계획이 있고 또는 기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를 한 번쯤 읽고 마음속에 되새겨 보는 게 좋겠다.  ▼개를 위한 십계명  1. 내 삶은 보통 10~15년입니다. 당신과 헤어지는 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나와 살기 전에 그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2. 당신이 내게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내가 이해할 때까지 조금 기다려 주세요. 3. 당신과 함께 살면서 가장 큰 행복은 당신이 나를 믿어주는 것입니다. 4. 나를 오랫동안 혼내거나 가두지 말아주세요. 당신은 다른 일, 재미있는 일, 친구도 있지만, 내게는 당신뿐입니다. 5. 가끔 대화를 나눠주세요. 언어는 달라도 당신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어요. 6. 난 당신이 날 어떻게 취급했는지 절대 잊지 않아요. 7. 나를 때리거나 괴롭히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이 있어요. 난 날카로운 이빨로 당신을 해칠 수 있지만, 당신을 다치게 하지 않기로 했을 뿐입니다. 8. 내가 말을 듣지 않거나 고집을 부리고 게으름을 부릴 때 혼내기 전에 내 상태를 확인해 주세요. 식사를 오랫동안 하지 않고 있는지, 병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나이를 먹어 힘이 없는지 관심을 두세요. 9. 내가 나이를 먹어 힘이 없다면 나를 보살펴주세요. 당신도 나처럼 늙어요. 10. 내 마지막을 당신이 지켜주면 좋겠어요. 하지만 “더는 볼 수 없다”, “견딜 수 없다”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당신만 곁에 있어 준다면 내 마지막 날도 편할 것 같아요. 끝으로 잊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최고로 사랑했다는 것을요.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1. 제 말을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세요. 2. 날 믿어주세요. 전 항상 당신 편이에요. 3. 나와 많이 놀아주세요. 4. 내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5. 우리 싸우지 말아요. 마음만 먹으면 내가 더 강해요. 6.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이유가 있답니다. 7. 당신에겐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죠? 하지만 내게는 당신밖에 없어요. 8. 내가 나이를 먹어도 잘 대해주세요. 9. 난 1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해요. 그러니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10.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을 잊지 않을게요. 내가 죽을 때… 부탁드려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사진=christingasner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In&Out]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In&Out]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펄벅의 소설 ‘대지’에는 전족(纏足)을 하지 않은 큰 발을 평생의 한으로 여겼던 왕룽의 아내 오란의 이야기가 나온다. 오란은 그 당시 미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외모였다. 예쁘지 않은 얼굴에 체격 또한 컸으며, 결정적으로 전족을 하지 않은 큰 발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흉년 때문에 어려서 종으로 팔려 오느라 전족할 틈이 없었던 탓이다. 가난한 노총각 왕룽은 황부잣집 노부인이 적선하듯 내어준 여종을 아내로 맞으러 가면서 그저 곰보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진다. 하지만 막상 오란을 보게 되자 그녀의 발이 전족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왕룽은 지혜롭고 생활력 강한 오란 덕분에 몰락한 지주 황부잣집 토지를 사들일 정도로 큰 부를 이루게 되지만 미모의 첩을 들임으로써 오란에게 여성으로서 큰 상처를 안겨 준다. 오란이 자신의 불행의 근원으로 생각했던 전족은 여성의 발을 옭매어 기형적으로 작게 만드는 중국 전통사회의 악습으로 놀랍게도 천 년간이나 이어져 온 중국 미인의 절대 조건이었다. 아무리 가난해도 발 큰 여자를 집안에 들이는 것은 가문의 수치라고 생각했다니 오란이 느꼈을 가슴의 한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여성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미의 기준은 사회마다 또 시대마다 다르지만, 형태만 달리할 뿐 결코 그 기준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화장한 얼굴이 여성의 매너로까지 자리 잡은 우리 사회에서 아침마다 화장과 머리 손질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여성들의 일상이 돼 버렸다. 솜털 보송한 초등학생들까지도 그 여린 피부를 화장으로 덮고 있고, 10대 소녀들은 몸의 라인을 살린 꼭 끼는 교복을 입고 숨도 못 쉴 정도가 돼 버렸다. 여대생들은 시험 기간에도 화장 시간을 확보하느라 새벽잠을 설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마스크와 스포츠 모자로 민낯을 가리고서야 학교로 향할 용기가 난다고 고백한다.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날씬한 몸매가 워너비가 되면서 거의 전 연령층의 여성들에게 다이어트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돼 버렸다. 이런 한국 여성들이 최근 ‘탈코르셋’을 외치기 시작했다. ‘탈코르셋 운동’은 단지 긴 머리를 자르고 립스틱을 부러뜨리고 화장을 거부하는 표면적인 움직임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전족이나 코르셋처럼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적 규율과 성차별적 현실에 맞서겠다는 주체적 선언으로 볼 수도 있다. 강남역 사건 이후 사회를 향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이를 반영하려는 체감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들불처럼 일어났던 미투운동은 이내 이를 반격하는 백래시(backlash)와 마주해야 했고,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벽보가 훼손당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성차별에 맞서는 여성들의 외침이 앞으로도 중단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한번 벗은 코르셋을 다시 입기는 힘들다. 코르셋을 벗은 뒤의 자유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자각한 여성들은 더이상 이전의 가치관을 수용하지 않는다.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한 한 유튜버의 말처럼 말이다. “난 예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커피, 언제 얼마나 마시면 좋을까…수학 알고리즘이 정답 알려준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커피, 언제 얼마나 마시면 좋을까…수학 알고리즘이 정답 알려준다

    커피 마시는 양 65% 줄이고도 각성 효과·집중력은 64% 향상“검은 액체가 위 속으로 떨어지면 모든 것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생각은 전장의 기병대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기억은 기습하듯 살아난다. 극 중 인물들이 즉시 떠오르고 원고지는 순식간에 잉크로 덮인다.”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 등의 작품으로 프랑스 사실주의를 이끈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의 커피 예찬입니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발자크를 뛰어넘습니다. 커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한국인이 마신 커피는 265억잔,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512잔(하루 평균 1.4잔)에 달한다고 합니다.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이라는 이름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 주는 통계입니다. 커피가 전 세계인의 기호식품이 되다 보니 과학자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을 것입니다. 하루 2~3잔의 커피가 항산화 기능을 해 노화를 막아 주고 항암효과는 물론 당뇨나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는 것도 그런 과학자들의 관심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졸음을 쫓아 주는 ‘각성 효과’ 때문일 것입니다. 커피 속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일시적으로 졸음을 막아 주며 정신을 맑게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발자크를 비롯해 18~19세기 많은 예술가들이 커피 애호가가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흡수한 뒤 1시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고 3~4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게 되면 다른 약물처럼 내성이 생기고 제대로 된 각성 효과를 볼 수 없게 됩니다. 때론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카페인을 적게 섭취하고도 최대의 각성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미국 육군 원격의료 및 고등기술연구센터 국방생명공학부, 월터 리드 육군연구소 행동생물학부 공동연구팀이 카페인을 언제, 얼마나 섭취해야 내성을 걱정하지 않고 최대의 각성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결정해 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지난 2~6일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미국수면학회 연례콘퍼런스에서 발표해 주목받았습니다. 수면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슬립 리서치’ 최신호에도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수학의 ‘최적화 이론’을 활용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컴퓨팅 플랫폼에 적합한 ‘카페인 섭취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카페인 섭취가 심리적, 육체적 작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 커피 섭취 시간과 적정량을 결정해 주는 것입니다.연구팀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카페인을 섭취하도록 한 뒤 간단한 행동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이전보다 커피를 마시는 양은 65%까지 줄이고도 각성 효과와 집중력이 평소보다 64% 정도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커피를 마시기 가장 좋은 시간과 적정량은 수면시간과 체중, 생활패턴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바로 위에 있는 수식이 미 육군에서 만든 ‘커피 섭취 최적화 수식’입니다. 수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짬을 내 한 번 계산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알고리즘을 일반인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미군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https://2b-alert-web.bhsai.org/2b-alert-web/login.xhtml)와 모바일 앱(2B-Alert Personalized Alertness and Cognitive Performance)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번 연구는 군대 내에서 수면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커피의 각성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행된 것입니다. 실제로 군인들이 정신적 예민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7~8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하지만 전체 미군 중 40% 정도는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커피 연구라고만 생각했다가 군인들의 전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수행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할리우드 액션 영화나 SF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상한 군(軍) 실험들이 연상돼 좀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edmondy@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매조도’ 그린 다산의 마음

    [정찬주의 산중일기] ‘매조도’ 그린 다산의 마음

    나이 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작은 것에 눈길이 자주 간다. 비도 보슬비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밤하늘의 별도 희미하고 작은 것을 오래 쳐다보고, 꽃도 화려한 장미보다 자세를 낮추고 지그시 보게 되는 제비꽃이나 큰개불알꽃 등 손톱만 한 들꽃이 더 사랑스럽다. 특히 새벽에 보는 흰 점 같은 작은 별들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광대무변한 허공에서 고독한 혼처럼 처량하게 떨고 있는 듯해서다. 나는 왜 이런 작은 것들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일까.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있는 내 존재와 동질감이 들어서일까.최근에 이미 발표했던 내 소설 ‘다산의 사랑’을 다시 읽어 본 적이 있다.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 생활을 그린 소설인데, 나는 소설 속에서 다산의 소실 홍임 모와 어린 딸 홍임에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새삼 놀랐다. 다산의 실학사상을 기대하고서 내 소설을 보았다면 실망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실학자 다산’이 아니라 ‘인간 다산’을 그리려고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밤하늘의 희미하고 작은 별 같은 다산의 소실과 어린 딸을 그리고자 했을 터. 소설의 후기에도 ‘이 소설이 홍임 모를 위한 맑은 차 한 잔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런데 나는 내 소설을 다시 읽은 뒤 무언가 크게 아쉬움을 느꼈다. 며칠 동안 그 까닭을 찾다가 또다시 홍임 모와 홍임에게 꽂혔다. 다산은 초당에서 본처 홍씨 부인이 보내온 노을빛깔의 치맛자락에 두 폭의 매조도를 그렸다. 한 폭은 강진의 제자 윤정모에게 시집간 본처 딸에게 주려고 그린 것이고, 또 한 폭은 홍임이가 장성한 뒤에 주려고 그린 작품이었다. 이는 다산과 홍임 모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마재의 홍씨 부인은 알지 못했다. 홍임에게 주려고 한 매조도에 자하산방(다산초당 별칭)에서 ‘홍임에게 주노라’라고 밝히지 않고 의증종혜포옹(擬贈種蕙圃翁)이라고 암호문처럼 써 놓았기 때문이었다. 굳이 우리말로 풀자면 ‘혜초 밭에서 씨 뿌리는 늙은이에게 주려고 한다’이다. 내가 아쉬웠던 이유 중에 하나는 다산과 홍임 사이에 얽힌 이 암호문을 풀지 못한 채 소설을 끝내 버린 탓이었다. ‘혜초 밭에서 씨 뿌리는 늙은이’는 누구일까. 늙은이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다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다산은 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신에게 줄 거라는 모순된 글을 남겼을까. 혹시 고생하는 본처가 보낸 치맛자락에 그린 매조도를 소실의 딸에게 준다고 차마 밝히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다산의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 오는 듯하다. 또 매조도의 행방은 어떻게 됐을까. 이 부분도 나는 슬쩍 넘어가 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나는 개정판을 염두에 두고 빠진 이야기를 보충했다. 실제로 다산은 홍임 모가 재혼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오자 홍임의 매조도를 다른 이에게 주려고 한다. 홍임 모가 재혼한다면 홍임이는 다른 사내의 의붓자식이 되므로 그랬을 것이다. 다산은 해배가 돼 고향인 마재로 돌아온다. 1822년 홍임이가 아홉 살 되던 해 가을이었다. 성균관 동기이자 젊은 시절의 친구 이인행이 다산의 거처인 여유당으로 찾아온다. 정조가 승하한 뒤 다산이 유배를 간 이후 23년 만의 재회였다. 두 사람은 이틀 낮밤 동안 젊은 시절로 돌아가 정담과 토론을 하고 나서 헤어졌다. 다산은 그 가을에 고향 영천으로 내려간 이인행을 ‘혜초 밭에 씨 뿌리는 늙은이’이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홍임의 매조도를 주어 버린다. 이로써 매조도의 행방은 확실하게 막을 내린다. 200자 원고지 46장에 이와 같은 이야기를 다 풀어 놓고 보니 목에 걸렸던 가시가 내려간 듯하고 뿌듯하다. 어설픈 미완성의 작품이 비로소 완성된 것 같은 희열이 차오른다. 이래서 작가들이 한두 번씩 개정판을 내지 않나 싶다. 아래 절에서 새벽 범종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새벽 4시가 조금 지났을 것이다. 나는 또 습관처럼 현관문을 밀고 밖으로 나간다. 밤안개가 옅게 끼었는지 오늘 새벽에는 모든 별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홍임 모와 홍임의 영혼도 캄캄한 허공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것만 같다.
  • 돌아온 오빠들, 여심은 설렌다

    돌아온 오빠들, 여심은 설렌다

    1990년대 ‘오빠 부대’를 이끌던 스타들이 속속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가수 출신다운 가창력에 오랜 연예 활동으로 입증된 끼와 쇼맨십까지 갖춘 이들은 과거 아이돌 그룹을 쫓던 여성팬들을 다시 공연장으로 끌어들일 ‘티켓 파워’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국내 대표적인 발라드 가수 박효신과 이지훈은 각각 예술의전당 30주년 작품과 세종문화회관 40주년 작품에 출연해 대한민국 양대 공연장에서 티켓 대결을 펼친다. ●박효신 ‘웃는 남자’로 2년 만에 복귀 박효신은 예술의전당 30주년 공연으로 결정돼 7월 초연하는 ‘웃는 남자’에서 기이하게 입이 찢긴 남자 주인공 ‘그윈플렌’ 역을 맞는다. ‘웃는 남자’는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당시 귀족 사회와 하층민의 생활을 치밀하게 묘사한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위고는 이 작품에 대해 “나는 이보다 위대한 소설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박효신은 2016년 뮤지컬 ‘팬텀’ 출연 이후 2년 만의 뮤지컬 무대 복귀작이다.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뮤지컬 속 주인공의 슬픈 사연과 더욱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 7월 8일~8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5만원.●‘번지점프를 하다’ 男주인공 이지훈 이지훈은 이병헌·고 이은주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 주인공 인우 역으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창작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2012년 초연, 2013년 재연된 인기작이다. 올해는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작으로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지훈은 “가슴에 품고 있던 작품”이라며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6월 12일~8월 26일 세종문화회관, 2만~8만 8000원. 1세대 아이돌 스타들의 연이은 뮤지컬 출연에도 관심이 쏠린다. 90년대 ‘복고풍 트렌드’를 소재로 한 TV 예능에서 존재감을 확인한 이들이 뮤지컬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원조 아이돌 강타 ‘매디슨…’로 데뷔 ‘원조’ 아이돌 그룹 HOT의 강타는 멜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오른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HOT의 메인 보컬다운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그의 이번 뮤지컬 데뷔는 다소 늦은 감마저 든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2014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초연돼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어워드 최우수 작곡가상 등 유력 뮤지컬 음악상을 석권한 작품이다. 강타는 여주인공 ‘프란체스카’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로버트’ 역으로 열연할 예정이다. 그는 제작사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느낌이 좋다”면서 “음악적으로 재즈나 컨트리가 복합이 된 느낌인데 중저음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들이 많아 저의 음색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8월 11일~10월 28일 샤롯데씨어터, 6만~14만원. ●손호영·세븐 나란히 ‘도그 파이트’에 HOT와 같은 원조 아이돌 그룹 god 출신의 손호영과 가수 최동욱(세븐)은 한국 초연 뮤지컬 ‘도그 파이트-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에서 해병대원 ‘버드레이스’ 역으로 1일부터 관객을 찾고 있다. god에서 서브 보컬을 맡았던 손호영은 ‘페스트’, ‘올슉업’ 등 뮤지컬 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도그파이트’는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의 작사, ‘위대한 쇼맨’의 작곡가로 성장한 뮤지컬계의 신예 벤제이 파섹과 저스틴 폴의 음악으로 구성돼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8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다. 8만~14만원.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홍콩 현대 문학의 아버지’ 유이창 별세

    ‘홍콩 현대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 류이창이 별세했다. 99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류이창은 지난 8일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홍콩 정부는 그의 죽음에 깊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류이창의 죽음은 홍콩 문화에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1918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1945년 홍콩으로 이주한 고인은 60년이 넘는 저작활동을 통해 소설과 평론, 수필, 시 등 30권 이상의 책을 발간했다. 그가 쓴 소설 ‘교차’와 ‘술꾼’은 홍콩의 유명 영화감독 왕자웨이(王家衛)가 연출한 영화 ‘화양연화’와 ‘2046’에 각각 영감을 준 것으로 잘 알려졌다. 특히 고인이 1963년 발표한 작품 ‘술꾼’은 ‘의식의 기법’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중국어권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주자의 땅’ 홍콩 사회를 배경으로 이민자 등 자본주의 대도시 주변인들의 초상과 인간 소외를 밀도 높게 그려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엑시트(황선미 지음, 비룡소 펴냄)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등으로 유명한 작가 황선미의 신작 장편소설. 해외로 입양 가는 아기의 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는 사진관에서 보조로 일하는 10대 미혼모 ‘나장미’가 겪는 차가운 현실과 해외 입양 문제를 치밀하게 그렸다. 272쪽. 1만 3000원.도덕의 궤적(마이클 셔머 지음, 김명주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과학저널 ‘스켑틱’의 발행인과 편집장을 맡고 있는 미국 과학작가 마이클 셔머가 인류의 종교를 도덕의 원천으로 보는 통념에 반론을 제기하며, 도덕이 종교가 아닌 과학과 이성의 힘으로 진보해 왔다고 설파한다. 768쪽. 4만 8000원.인류 역사를 바꾼 동물과 수의학(임동주 지음, 마야 펴냄) 수의학박사이자 동물 사료 회사를 운영하는 저자가 문명 발전에 기여한 동물들을 소개하고, 인류와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수의학이라는 학문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396쪽. 1만 8000원.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비크 지음, 조동신 옮김, 세종서적 펴냄) 프랑스의 한반도 전문가인 저자들이 15년간의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북한의 현실을 짚어낸 입문서다. 한반도 역사에서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핵위기 등 북한에 관한 질문 100가지에 대해 상세하게 답한다. 336쪽. 1만 7000원.자연이 만든 가장 완벽한 도형, 나선(외위빈 함메르 지음, 박유진 옮김, 컬처룩 펴냄) 계곡물의 소용돌이, 귓속 달팽이관, DNA의 분자 구조, 블랙홀 주위의 강착 원반, 공격 태세를 취한 독사 등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선이 품고 있는 의미를 설명한다. 360쪽. 2만원.고사리 가방(김성라 글·그림, 사계절 펴냄)일러스트레이터 김성라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그리고 쓴 자전적 만화 에세이. 서울의 삶에 지친 4월 어느 날 제주를 찾은 저자가 엄마와 함께 고사리를 따다가 마주한 삶의 여유로운 풍경을 담았다. 60쪽. 1만 2500원.
  • [공연리뷰] 행복과 질투, 사랑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공연리뷰] 행복과 질투, 사랑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정교한 앙상블 속에 악기 각각의 존재감이 조화롭게 드러났다.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지난 5일 첫 내한공연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현악4중주단다운 정상급 연주를 선보였다.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은 1부에서 작곡 순서상 베토벤의 첫 4중주 작품으로 알려진 베토벤 현악 4중주 3번과 야나체크 현악 4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가 연주됐다. ‘크로이처 소나타’는 동명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소재로 쓴 톨스토이 소설의 금욕주의에 항의하는 뜻으로 쓴 곡이다. 베토벤을 연주하며 제1바이올린 뒤에 숨어 있는 듯했던 제2바이올리니스트 앤티아 크레스튼은 야나체크를 연주하며 자신의 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첼로,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순서로 같은 선율을 신경질적으로 주고받는 크로이처 소나타 1악장의 연주가 시작됐고, 제2바이올린은 연주자의 몸을 객석을 향해 노련하게 움직이며 악기 소리를 스스로 ‘증폭’시키는 듯했다. 2부에서는 슈만 현악 4중주 3번이 연주됐다. 슈만 4중주는 아르테미스 콰르텟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레퍼토리답게 색채감을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연주가 30여분간 이어졌다. 특히 비올리스트 그레고르 지글은 바이올린과 첼로의 음역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동시에 자신을 드러낼 때를 아는 연주가였다. 넉넉한 풍채 때문인지 무대 위 그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공연은 관객에게 행복에서 질투, 사랑의 헌신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양 극단을 오가게 만들었다. 앞서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슈만과 야나체크의 대조’에 초점을 맞춰 이번 프로그램을 소개한 바 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과거 멤버들이 녹음한 베토벤 현악 4중주 음반이 워낙 유명해서인지 이번 베토벤 연주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특히 2부 연주가 좋았는데, 슈만의 낭만과 특유의 뉘앙스가 세련되게 잘 표현됐다”고 말했다. 이날 앙코르는 바흐의 코랄 ‘성령의 자비’였다. 1분 남짓의 아주 짧은 곡이었지만 바로크 시대의 트리오 소나타(2개의 선율 악기와 저음·통주저음 악기로 구성된 고전 실내악)에서 지금의 현악 4중주가 유래했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대였다. 이날 무대에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앞서 뉴욕 공연 등에서 올해 3월 세상을 뜬 미국의 비올리스트 마이클 트리를 추모하며 이 곡을 연주한 바 있다. 이번 연주를 놓친 실내악 팬이라면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파벨 하스 콰르텟의 내한 공연을 기대해 볼 만하겠다. 두 번째 내한하는 파벨 하스 콰르텟은 그들의 대표 레퍼토리인 스메타나의 ‘내 삶으로부터’ 등을 연주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소설 한 잔 테이크아웃 할까요

    소설 한 잔 테이크아웃 할까요

    “소설을 테이크아웃하라.”말 그대로 소설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최근 출판사들이 새로 선보이는 ‘문학 시리즈’의 주요 콘셉트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소설’, ‘한 달에 한 권 읽기 가벼운 소설’이다. 문학을 엄숙하게 대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어디에서든 손쉽게 이야기를 즐기자는 취지다. 책의 무게를 덜어낸 만큼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발상이 더해지면서 이야기의 소재와 주제 역시 참신해졌다. 커피 같은 휴식 미메시스 ‘테이크아웃’ 시리즈 출판사 미메시스는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20명과 일러스트레이터 20명의 합작 프로젝트인 ‘테이크아웃’ 시리즈를 지난 1일 선보였다. 정세랑의 ‘섬의 애슐리’, 배명훈의 ‘춤추는 사신’, 김학찬의 ‘우리집 강아지’까지 단편소설 세 권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매달 1일 2∼3권씩 총 20권을 출간한다. 각 책은 손바닥보다 작은 판형에 80∼100쪽 분량으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제작됐다. 책의 무게도 100g대 초반이다. 또 각 작품의 주제 의식을 이미지로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각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작업한 그림을 책 중간중간에 배치했다. 그림이 단순히 책 속 삽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장면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책 말미에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인터뷰를 실어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 김미정 미메시스 기획·편집팀 과장은 “책이 커피와 같은 일상 속 작은 휴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리즈의 이름을 ‘테이크아웃’이라고 붙이게 됐다”면서 “보통 소설 읽기 활성화 운동을 할 때 장편소설에 집중되는데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한 이 짧은 소설에서 그간 접하지 못한 재미있고 특이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달 25일 월급처럼 현대문학 ‘핀 시리즈’ 발행 월간 현대문학은 월간지 지면에 실었던 작가들의 신작을 매달 25일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프로젝트 ‘핀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편혜영 작가의 ‘죽은 자로 하여금’을 시작으로 지난 5월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박형서 작가의 ‘당신의 노후’가 출간됐다. 김경욱, 윤성희, 이기호, 정이현, 정용준, 김성중, 김금희 등 현재 문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잇따라 독자들을 만난다. ‘핀 시리즈’ 역시 보통 소설보다 가로와 세로 폭을 좁히고 휴대성을 극대화해 한 손에 소설이 잡히도록 만들었다. 표지는 두께감이 있는 편이지만 속지는 가벼운 종이를 사용해 오래 들고 있어도 피로하지 않다. 현대문학 측은 보통의 직장인들이 월급을 받는 날인 25일에 책이 발행되는 것에 착안해 이번 프로젝트에 ‘샐러리 북’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월급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듯 한 달에 한 번 출간되는 새로운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의미다. 윤희영 현대문학 잡지팀장은 “과거 독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혹은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책만 골라서 사 봤다면 요즘 독자들은 자신이 평소 신뢰하는 출판사가 선보이는 시리즈에서 엄선한 작품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덕분에 출판사들이 작정하고 문학적인 작품을 출간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다양한 실험을 선보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허석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상식을 벗어난 흑색선전 규탄한다”

    허석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상식을 벗어난 흑색선전 규탄한다”

    허석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가 “선거 막바지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상대 후보의 거짓 선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상식을 벗어난 흑색선전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허 후보는 7일 순천시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지금 상대 후보의 움직임은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되고 있다”면서 “비방과 날조에 현혹되지 않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모 전 시의원이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4년전 저와 독대를 통해 조충훈 후보 마약사건 기획자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캠프 관계자도 아니고, 제 선거를 도와준 적조차 없다”며 “그런 사람이 어찌 사무실 내부 일을 알 것이며 더구나 비밀리에 기획했다면 더더욱 알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일부 언론에서 나온 기사는 완전 소설이다고도 했다. 허 후보는 “저도 사람이고 흠이 있지만 이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4년 전 조 시장이 마약이 들어있는 사향커피를 복용했다고 친구인 선거대책본부장이 밝힌 일은 제겐 가슴 아픈 기억이다”며 “ 그 친구는 갖은 고초를 겪었고 절차상 법은 어겼지만 저를 돕고자 했던 그 마음은 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당시 조 시장 측 변호사가 “허석이 사과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뜻을 알려와 사과를 함으로써 받을 정치적 타격보다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친구를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해 사죄를 통해 마무리 됐던 사안이다고 했다. 허 후보는 “그 친구는 지금도 저를 돕고 있고 부담이 된다면 그 친구를 곁에 두겠냐”면서 “저를 믿어주시고, 저들의 거짓된 말을 믿지 마시라”고 호소했다. 조 시장님 또한 경선 기간 그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허 후보는 “과거를 언급하는 사람에게는 표를 주지 말고, 순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라”며 “정책과 비전 제시 없이, 자고 일어나면 흑색선전을 해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는 후보에게는 순천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면 통 큰 단결로 하나 된 모습이 되야한다”며 “반대편에 섰다고 힐난하고 외면하는 일은 결코 없이 그동안의 모든 일을 잊고 하나 된 순천을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허 후보는 “다만 축제가 되어야할 선거에 구정물을 끼얹고 있는 자들에게 경고한다”며 “계속 시민을 우롱하는 행동을 할 경우 법적인 책임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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