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설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변화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푸드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돼지띠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4,515
  • 진희경 “장동건-박형식, 좋은 배우이자 좋은 인성 가진 사람”

    진희경 “장동건-박형식, 좋은 배우이자 좋은 인성 가진 사람”

    다양한 작품 속에서 걸크러쉬 면모를 보이며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진희경이 bnt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총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에서 진희경은 부드러운 느낌의 투피스는 물론 세련되고 당당한 무드의 원피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매력을 뽐냈다.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진희경에게 형성되어 있는 걸크러쉬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아무래도 키도 크고, 맡았던 역할들이 순종적이기보다는 리드하는 캐릭터라서 그런 이미지가 생기는 것 같다. 실제 내 성격도 그렇다.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긴다”며 감독들이 그의 그러한 아우라를 보고 캐스팅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이유를 묻자 “주위에서 배우를 권유하더라. 또 모델도 대사가 주어지지 않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짧은 시간 동안 그 옷을 표현해내는 연기를 하니까. 그래서인지 카메라 앞이 당황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으니까 더 잘할 수 있었다. 물론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한 스텝씩 오르면서 발전하지 않았을까”라고 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여유도 느낄 수 있었다. 배우로 전향하고 아쉬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나는 모든 지나온 일을 돌이켜 봤을 때 안타깝거나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고 즐겁고 행복하면 다음 스텝 또한 그렇게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어 “모델 당시에도 정말 행복했고, 지금도 매우 행복하다. 내가 쓰임이 있고 나를 찾아준다는 것에 감사하다”라며 성숙한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궁금해하자 “선택의 기준은 없다. 어차피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역을 내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등 이런 고민을 할 뿐이다. 동시에 여러 작품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본능적으로 끌림이 있는 이야기를 고르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슈츠’는 미국 원작 드라마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진희경에게 원작의 인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냐고 묻자 “전혀 없었다. 원래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다. 특히 제시카 역을 정말 매력 있게 생각했는데 내가 맡게 돼서 기뻤다”고 말했다. 특히 본인이 맡은 배역은 40대 여배우라면 거의 다 하고 싶어 할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평하기도. “만일 한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라면 캐릭터 성격이 굉장히 강해 남자 배우가 맡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본인만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촬영 현장 분위기에 관해서는 “너무나 좋은 팀워크였다. 먼저 김진우 감독은 캐릭터 하나하나 모두 다 감독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고민하고 신경 썼다. 이 부분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함께 출연했던 박형식, 장동건의 경우에는 좋은 배우이자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그들 모두 각자가 끌고 가야 하는 분량이 정말 많았는데 단 한 번도 피곤한 내색이나 지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들이 현장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애티튜드가 대단하다. 존경한다”고 칭찬했다. 앞으로도 쭉 이어나갈 연기 생활에 닮고 싶은 선배 배우가 있냐고 묻자 “정말 많다. 누구 한 분을 꼽기보다는 여러분에게 여러 가지 요소가 많다”며 “지금 신뢰받는 배우들의 발자취를 잘 따라가고 싶다”고 전했다. 여전히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에게 관리 비결을 묻자 “관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재미있어서 즐기면서 운동한다”며 “과거에는 크로스핏과 부트캠프를 했다면 요즘에는 줌바, 발레핏,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한다”고 전했다. 특히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GX가 잘 맞는다며, 함께 운동하는 회원들과 아주 친해져 서로 반찬도 가져다 줄 정도라고. 항상 본인이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던 배우 진희경. “항상 떠오르는 태양만 있을 순 없다. 인생엔 최선 아니어도 차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고 즐겁고 행복하면 다음 스텝 또한 그렇게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하던 그의 모습에서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당찬 성격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모습까지 비친 바, 앞으로 그가 보여줄 활동에 대한 기대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황석영 ‘해질 무렵’ 佛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황석영 ‘해질 무렵’ 佛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소설가 황석영이 장편소설 ‘해질 무렵’으로 프랑스에서 ‘2018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파리의 국립동양미술관인 기메 미술관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아시아 문학을 프랑스에 알리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제정됐다. 수상작은 1년간 프랑스어로 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작품 가운데 선정한다.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외국 작품에 수여하는 상은 ‘페미나상’이 유일했다. 총 세 번의 심사를 거쳐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올해는 황석영 작가를 비롯해 인도의 미나 칸다사미, 일본의 나시키 가호, 중국의 아이(阿乙), 파키스탄의 오마르 샤히드 하미드, 대만의 우밍이 최종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영국계 인도 작가 레이나 다스굽타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황석영은 2004년 ‘손님’으로 페미나상 외국어소설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게 됐다. ‘해질 무렵’은 2016년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을 받아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번역가 장 노엘 주테가 번역, 지난해 프랑스 필립 피키에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한국에선 2015년 출간된 이 작품은 성공한 60대 건축가와 젊은 연극연출가의 목소리를 교차 서술하며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기메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황석영의 작품이 주는 강력한 환기력, 묘사의 섬세함, 독서로 인해 얻게 되는 부인할 수 없는 풍요로움에 매료됐다”며 “구축과 파괴, 존재와 사물을 섬세하게 그려 아시아의 변화무쌍한 모습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영혼을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고 평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단독] ‘82년생 김지영’ 가르치려던 교사에 악플… 도 넘은 혐오사회

    [단독] ‘82년생 김지영’ 가르치려던 교사에 악플… 도 넘은 혐오사회

    “수업 교재로 쓰겠다” SNS 글에 “피해망상 남혐책” 등 댓글 수백개 “신상 털어보자” 교사 실명 언급도 ‘예멘 난민 반대’ 국민청원 43만 성 소수자 혐오 논쟁도 불거져 전문가 “경제불평등·양극화 탓” 일각선 “근본적 인식 개선 시급”지난 21일 제주의 한 고교 국어교사 고모(30)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활용한 수업을 할 계획”이라는 글을 올렸다. 고씨는 해당 소설 40권이 찍힌 사진을 게시하고 “나도 이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을 학생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고 적었다. 조남주 작가가 2016년에 낸 이 소설은 딸을 둔 1982년생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상적 차별과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의 보편적 삶을 다뤘다. 그러나 고씨의 글은 ‘고3 국어수업 대참사’라는 제목으로 여러 남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순식간에 퍼졌고 수백개의 악의적 댓글이 달렸다. “피해망상 가득한 ‘남혐’ 책을 왜”, “당신의 멍청한 생각을 고3들에게 강요하지 마라” 등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학교 어떤 선생인지 털어 보자”며 신상 털기에 나서기도 했다. 26일 현재 제주도 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는 고 교사에 대한 항의 민원이 7건 접수됐다. 고씨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계정을 비공개 전환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쏟아지는 비난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설을 접했을 때 어머니가 살아오며 겪었던 차별과 고통이 생각났다”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특히 “이 책과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던 학생들도 수업을 통해 자신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걸 인식했다”고 말했다.고씨와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댓글 테러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혐오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최근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에 대한 저주와 혐오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난민법 개정과 무사증입국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 인원이 2주 만에 43만명을 넘었다. 오는 주말에는 서울과 제주도에서 난민 반대 시위까지 열릴 예정이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혐오는 인터넷 공간을 넘어 정치 영역으로 침투했다. 박준배 김제시장 당선자는 선거 공보물에 ‘미풍양속을 해치는 동성애 반대’라는 내용을 실었다. 시민단체들은 “지역 주민의 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해서는 안 될 혐오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난민,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가 심각해진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을 꼽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평등이 분노로 표출된다”면서 “한정된 자원을 놓고 극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여성 혐오, 이민자 혐오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민주화 이전에는 반공주의를 통한 국가안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범죄나 재난 등에서 ‘나’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면서 “‘나’를 지킨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폐지 논란에서 보듯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은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혐오의 발현 양태를 보면 처음에는 표현에서 머물지만 결국 행동으로 넘어간다”면서 “미국의 KKK단(인종차별주의적 극우비밀조직) 사례처럼 극단적 폭력이 일어나기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혐오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 차별금지법 제정 등 제도적 해결책을 촉구한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이제는 국가가 개입할 시점”이라면서 “혐오를 조직적으로 하는 행위를 처벌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형법상 모욕죄가 있지만, 우리도 캐나다나 유럽처럼 더 강한 처벌로 나아갈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법적 해결보다 인식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완 소장은 “처벌을 강화하면 순교자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구조적 측면에서는 가해자도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회에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피해망상 남혐책?…도 넘은 ‘혐오 사회’

    [단독]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피해망상 남혐책?…도 넘은 ‘혐오 사회’

    한 고등학교 교사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82년생 김지영’을 수업 교재로 쓰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학교 현장에서 ‘다양성’을 논하고 싶었다는 교사의 의도와는 달리 이 사안을 두고 온라인에는 ‘혐오’로 물든 무분별한 비난성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21일 제주의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국어과목을 가르치는 고모(30) 교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활용한 수업을 할 계획”이라는 글을 올렸다. 고 교사는 해당 소설 40권이 찍힌 사진을 게시하고, “나도 이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을 애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수업을 계획했다”면서 “아이들도 나도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페미니즘 #82년생김지영 #국어수업 #남고’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이 글은 ‘고3 국어수업 대참사’라는 제목으로 여러 남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삽시간에 퍼졌고 수백개의 악의적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는 “피해망상 가득한 남혐책을 왜”, “페미니즘이 편견과 아집인 건 생각 안 하느냐”, “당신의 멍청한 생각을 고3들에게 강요하지 마라”, “교육청이랑 신문고랑 교육부랑 청와대에 민원 넣겠다”는 등의 글이 난무했다. 실제로 26일 기준 제주도 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는 고 교사에 대한 항의 민원이 약 7건 정도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어느 학교 어떤 선생인지 털어보자”는 글과 함께 교사의 실명을 언급해 공격하는 댓글도 등장했다. 또 해당 교사는 남성이었지만 “어떤 미친년이냐”, “피해의식에 찌든 메갈이 틀림없다” 등 여자 교사임을 전제한 비난도 한가득이었다. 간혹 ‘교사가 수업에 활용할 서적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 ‘공교육에서 교사의 수업 내용 권한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욕설이나 비속어가 섞인 비난이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고 교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계정을 비공개 전환했다. 고 교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쏟아지는 비난이 좀 억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수업에서 페미니즘을 강요하지 않을뿐더러,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학습 제재가 가치중립적이든 가치편향적이든 교사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 교사는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 어머니가 살아오며 겪었던 차별과 고통, 아들에게 무한정 헌신했던 어머니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니 교사와 학생이 같이 토론해보며 비판적 시각을 함양하려는 의도였다”고 덧붙였다. 학생의 성향이 성적에 반영될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고 교사는 “토론의 내용과 학생의 생각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면서 “토론에 참여하는 정도와 적극성만 평가 대상이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또한 “읽기 싫다는 학생들에게는 다른 책을 읽고 대체 과제물을 제출할 수 있다고 안내했고, 지금까지 예정된 수업 8번 중 4번을 진행했지만 다른 책을 고른 학생은 없다”고 전했다. 고 교사는 이 수업이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처음에 이 책과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학생 간 토론을 거치며 조금씩 ‘다르게 보기’를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편견과 선입견이 일부 있었다는 걸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상처 극복하는 마음은 원래 우리들 안에 있었다”

    “상처 극복하는 마음은 원래 우리들 안에 있었다”

    상처 지닌 남녀의 이야기 ‘경애의 마음’ 지난 겨울 광화문광장서 힘과 위로 얻어한 번이라도 마음을 잃어 본 사람이라면 알 터다. 속절없는 사랑에, 사무치는 외로움에, 찢어질 듯한 아픔에 공허해진 마음을 채우는 건 또 다른 마음이라는 것을. 위로의 한마디, 따뜻한 눈빛과 손길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생채기 난 마음에 새 살이 차오른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한국 문단의 기대주 김금희(39) 작가의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창비)은 바로 우리가 주고받았던 그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다.최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에서 만난 작가는 “서로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음은 새롭게 생겨났다기보다 우리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마음이라는 것, 그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할 때 나도 모르게 그의 안위를 신경쓰는 순한 마음들 덕분에 우리의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작가는 타인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이 ‘경애(敬愛)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두 남녀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 덕분에 ‘반도미싱’이라는 회사에서 어렵사리 팀장직을 단 ‘공상수’와 파업에 참여했다가 회사의 눈밖에 난 공상수의 유일한 팀원 ‘박경애’가 그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한 팀에 엮인 두 사람은 처음엔 삐걱거리지만 상대방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슬픔을 응시하면서 서로의 진심에 가닿는다. “처음엔 진한 연애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두 사람을 연애 관계로 두고 쓰다 보니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됐는데, 여러 방면에서 조력자로 설정하니 생동감 있게 흐르더라고요.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인식하지는 못해도 결국 서로의 곁에 조력자로 남는 이야기를 그리게 됐어요.” 회사에서 처음 알게 된 경애와 상수에겐 그들 자신도 모르는 연결 고리가 있다. 경애가 자신의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페이스북 페이지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인 ‘언니’가 상수라는 것과 두 사람 모두 고등학교 시절 인천에서 발생한 호프집 화재사건으로 가까운 친구를 잃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회사에서 겉돌며 ‘이중 생활’을 하는 상수와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애가 서로의 삶을 다독이는 과정을 가만한 문장으로 들여다본다.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보여 주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그 마음을 끄집어냈을 때 상대가 이해하도록 하는 행위는 구도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요. 저 역시 언제라도 문을 쾅 닫고 들어가서 혼자 있는 게 익숙한 사람이지만 최근에서야 힘들면 친구들을 만나 마음을 털어놓곤 하거든요. 현실의 어려움을 혼자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우리 곁엔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다시 어려움에 빠진다고 해도 서로 마음을 나눈다면 지금보다 더 수월한 상태가 될 거예요.” “모든 소설은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말하기 위해 쓰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지난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생각지 못한 힘을 얻었다고 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경험이 감동적이었어요. 사실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었지만 믿을 수 있는 순간이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때의 경험이 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제게 큰 힘이 됐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한 그 순간의 질감 덕분에요. 우리가 (촛불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역시 우리 사회를 좀더 좋은 쪽으로 추동하는 마음들을 확인한 덕분이겠죠.”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국 보수의 본류’…화려한 JP의 인맥

    ‘한국 보수의 본류’…화려한 JP의 인맥

    ‘3김 정치’의 한축을 차지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에게는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달리 가신그룹이 없다. YS에게는 상도동계, DJ에게는 동교동계 등 정치적 둥지를 중심으로 한 측근그룹이 있었지만, JP에게는 딱히 청구동계로 부를 만한 그룹은 존재하지 않았다. 두 김씨가 오랜 세월 대권을 향해 부단히 돌진해 마침내 정권을 창출한 반면 JP는 ‘영원한 2인자’로 머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보수의 본류라고 불리는 JP의 화려한 인맥은 우리 사회 곳곳에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다. 우선 그가 정치일선에서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정당인 자민련을 꼽을 수 있다. 한때 그의 오른팔로 불렸던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과 김광수·한영수·강창희·김현욱·이긍규·이태섭·구천서·함석재·이동복·이건개·이양희 전 의원 등이 JP의 근위병들이었다. 자민련 출신 중 자유선진당 변웅전 전 대표가 2012년까지 현직을 유지하고 모두 정계를 떠났다. 그의 인맥은 1951년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 박영옥씨와 결혼하면서 기반을 닦는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에 동참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인맥이 펼쳐진다. 박 전 대통령 시절 남덕우 전 국무총리, 신직수·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 윤천주 전 문교부 장관 등과 민족중흥회를 구성해 JP가 정치를 재개한 1987년 3공화국의 맥을 잇는다는 취지로 그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민족중흥회는 그해 신민주공화당 창당의 주축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윤주영 전 문공부 장관이 이끄는 신민주공화당 사무처 요원들의 모임인 ‘은행나무 동지회’도 있다. 이들은 JP의 말년에도 청구동을 출입하며 끈끈한 동지애를 과시했다. 또 1995년 측근들이 만든 ‘97회’(회장 박창규)도 JP의 든든한 인맥 중 하나다. ‘97회’는 JP가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 있을 때 1997년 대선에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결성된 대선 조직이었다. JP의 모교인 공주고동창회, 육사 동기들의 모임인 ‘육사 8기회’ 등 정치권 외곽조직도 그를 둘러싸고 있다. 지연과 혈연을 중심으로 뭉친 충청향우회와 가락종친회도 JP의 인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가락종친회는 JP가 첫번째 국무총리를 지낸 1971년부터 그가 공을 들여온 혈맥이다. JP는 문화·예술에도 관심이 많아 영화감독 김수용, 고(故) 조병화 시인, 소설가 홍성유, 화가 김흥수, 가수 이미자씨와 친분이 두텁고 가수 패티 김의 주례를 서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한창인 2016년 말에는 박 전 대통령과의 사촌형부-조카 인연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해 11월 시사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있을 것이다.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 파면되자 “대통령이 힘이 빠지면 나라가 결딴난다”는 성원으로 가족애를 보이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사람들 살리려고 저잣거리를 떠돈 조선의 착한 거지

    사람들 살리려고 저잣거리를 떠돈 조선의 착한 거지

    이토록 고고한 연예/김탁환 지음/북스피어/628쪽/1만 6800원귀밑까지 찢어진 커다란 입. 짓뭉개져 입보다 더 낮은 콧등. 꿀벌이 제집인 줄 알고 들락날락거릴 만큼 큰 콧구멍. 털 하나 없는 눈썹 아래로 쏟아질 듯 흔들리는 왕방울만 한 눈. 연지를 칠한 듯 도드라지는 광대뼈. 몸에 살점이라곤 하나 없는 홀쭉이. 못난 몰골로도 모자라 걸어다닐 때마다 가축의 썩은 시체와 시궁창 냄새를 훅 끼치는 이 사내는 조선시대 이름난 추남 거지 ‘달문’이다. 소문이 어찌나 파다한지 달문을 직접 본 사람은 드물었지만 장안에서 그는 절대로 닮아서는 안 되는 흉측한 인간으로 통했다. 아무리 겉볼안이라지만 사귀어 보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차리기는 힘든 법. 거지 패를 이끌었던 달문은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재담이면 재담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광대로 유명했다. 그뿐인가. 뛰어난 재주를 이용해 돈을 벌어도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들에게 베푸는 인품마저 갖췄다. 이쯤 되면 이야기의 극적인 구성을 위해 만든 허구의 인물로 보이겠지만 달문은 조선 후기 실존했던 사람이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쓴 소설 ‘광문자전’에서 종로 저잣거리의 거지로 등장하는 ‘광문’이 바로 달문(1707~?)이다. 역사 소설가로 잘 알려진 김탁환 작가가 달문을 신작 소설에 불러낸 건 역시 그가 지닌 독보적인 매력 덕분일 터다. 특히 의아할 정도로 의롭고 착한 마음을 지닌 채 모든 사람을 믿고 도왔던 ‘한없이 좋은’ 한 인간의 본성에 주목했다. 작가는 매설가(소설가)를 꿈꾸는 인삼가게 주인 ‘모독’의 눈을 빌려 18세기 ‘만능 재주꾼’ 달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밀하게 그려 냈다. 달문은 꼭두각시, 놀이, 마술, 줄타기 등 조선 최대의 종합예술축제였던 산대놀이에 특히 능했다. 내로라하는 팔도의 재인들이 달문을 만나고 싶어서 줄을 설 정도였다. 이 정도면 콧대가 높을 법도 한데 달문은 자신을 낮추기에 바빴다. 온갖 판에서 춤추고 노래해서 번 돈은 늙고 병들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광대들에게 나눠줬다.길 위를 떠돌던 달문은 굶어 죽는 백성들을 위해 ‘달문 유랑단’을 꾸려 흉년이 심한 고을만 골라 놀이판을 벌였다. 당연히 벌어들인 돈은 제 주머니에 넣지 않고 곡식을 사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줬다. 손에 쥔 게 없어도 그 돈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준 사람이 부자라는 달문. 평생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온갖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는 그의 기이한 행적을 보고 있자면 인(仁)과 자비를 강조한 공자나 부처도 이와 같았을까 싶다. 전국을 떠돌며 백성을 돕는 이유를 묻는 나라님에게 건넨 달문의 대답은 간단하지만 묵직하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 백성의 가난을 위해 인생을 바친 거지라니. 이토록 고고한 연예(演藝)라니. 작가는 작품의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거리의 사람들은 어리석고 심약하고, 더럽고 게으르며 무책임하다고, 몰상식하다고 욕심 덩어리라고, 꿍꿍이가 있다고, 병을 옮긴다고, 언제든지 범죄자로 돌변할지 모르니 위험하다고 공격받아 왔다”면서 “거리에서 평생을 흐른 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통해 그 단단한 편견을 부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작가가 달문을 통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을 곱씹게 된다. 이 험난한 곳에서 좋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좋은 사람으로 잘사는 것은 무엇인가.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냉면의 품격(이용재 지음, 반비 펴냄) 6~7년간 평양냉면 전문점 리뷰를 써 온 음식평론가 이용재가 서울과 경기 지방의 이름난 평양냉면 식당 31곳을 분석했다. 3대째 이어 온 노포부터 평양냉면을 응용한 메밀 면 요리까지 면, 국물, 고명, 반찬 등 냉면 한 그릇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세밀하게 평가했다. 168쪽. 1만 2000원.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정유정·지승호 지음, 은행나무 펴냄) 소설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등을 쓴 스타 작가 정유정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인터뷰집. 작가로서의 삶과 소설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소설 쓰기 방법론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조언한다. 264쪽. 1만 3000원.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델핀 미누이 지음, 임영신 옮김, 더숲 펴냄) 한달에 600여 차례의 폭격이 쏟아지는 시리아 내전의 중심 도시 다라야. 폐허가 된 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찾아낸 1만 5000여권의 책으로 지하 도서관을 지은 청년들이 참혹한 전쟁터에서도 독서와 강의를 이어간 감동 실화를 담았다. 244쪽. 1만 4000원.21세기 기본소득(필리프 판 파레이스·야니크 판데르보흐트 지음, 흐름출판 펴냄) 기본소득을 논의할 때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인용되는 학자인 필리프 판 파레이스의 최신 저서. 저자는 기본소득이 어떻게 인류가 봉착한 위기를 기회로 바꿔 현실적인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 작동 원리와 윤리적 정당성, 실현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 644쪽. 2만 8000원.수용소(어빙 고프먼 지음, 심보선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어빙 고프먼의 대표작으로 시인인 심보선의 번역으로 국내에 출간됐다. 정신병원, 교도소, 군대, 기숙학교 등 훈육과 통제가 일상화된 폐쇄적 공간에 수용된 사람들의 자아가 어떻게 파괴되고 재구성되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456쪽. 2만 5000원.영화가 묻고 베네치아로 답하다(김영숙·마경 지음, 일파소 펴냄) ‘물의 도시’, ‘낭만의 도시’로 알려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매력에 사로잡힌 저자 두 사람이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7편을 소개하고 영화에 등장한 미술 작품을 통해 베네치아의 역사를 설명한다. 312쪽. 1만 7800원.
  • 전설의 여기자, 마지막 인터뷰이는 ‘나’

    전설의 여기자, 마지막 인터뷰이는 ‘나’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오리아나 팔라치 지음/김희정 옮김/행성B/288쪽/2만 2000원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오리아나 팔라치’를 알게 됐다. 인터뷰 관련 수업으로 기억한다. 교수는 파워포인트로 그의 사진을 띄워 놓고, 유명한 인터뷰 몇 개를 사례로 들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공격적으로 인터뷰해 “베트남전은 어리석은 전쟁”이라는 자백을 받아낸 일, 이슬람 원리주의자이자 이란 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인 차도르를 벗어 찢어버린 일 등이었다.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그의 질문이 너무 공격적이어서 “무례하다”며 뺨을 때리려 했고, 그는 “날 때리면 바로 기사를 쓰겠다”며 맞서기도 했다. 흑백 사진 속 그의 얼굴을 보며 그런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는 전설적인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가 남긴 각종 미공개 원고를 비롯해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 그리고 그가 했던 말을 모아 자서전 형식으로 구성했다. 오리아나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암으로 죽을 때까지를 그의 입을 빌려 생생하게 엮었다. 1929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오리아나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 부모 아래에서 자랐다. 어린 나이 때부터 독재의 위협과 전쟁의 공포를 겪어야 했다. 어린 시절의 환경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열두 살 무렵 오리아나의 아버지가 폭격에 두려워 우는 그의 뺨을 때리고는 “용감한 소녀는 울지 않는다”고 한 일화는 익히 알려졌다. 오리아나는 그 일을 두고 “그날 이후로 난 울지 않았다. 그렇지만,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울었다”고 속내를 밝혔다.오리아나는 다른 학생들보다 2년 일찍 학교를 졸업하고 삼촌의 권유로 의대에 들어갔지만, 학비가 부족해 돈을 벌고자 신문기자가 된다. 1967년엔 브루노 삼촌의 권유로 베트남전 종군기자로 참전한다. 첫날 저녁 포화 소리를 듣고서야 그는 전쟁터 한복판에 온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세상의 다른 쪽에서 사람들은 생명이 10개월 남은 환자를 살리려 10분 남은 환자의 심장을 떼어내는 게 정당한가를 묻 는데, 이곳에서는 튼튼한 심장을 가진 젊고 건강한 전 국민의 일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이 정당한가를 묻지 않는다”고 말한다. 1968년 멕시코 학생 운동에서 등과 다리에 3발의 총알을 맞고 시체 더미에 버려졌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일은 소설을 읽는 느낌마저 든다. 자신의 총상에 관해 서술하는 부분은 시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만약 이 세 군데 흉터가 없었더라면 나는 스스로 끊임없이 불행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무슨 소용이 있는지 여전히 자문했을 것이다”라고 술회한다. 전쟁 취재 이후 오리아나의 펜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향한다. 그의 인터뷰로 많은 유명 인사가 무장해제당했다. 20세기 중·후반 지구 곳곳을 넘나들며 진행한 인터뷰 하나하나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전설의 여기자’란 명칭도 이때 생겨났다. 심지어 “오리아나 팔라치가 인터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세계적 인물이 아니다”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특히 그가 인터뷰에 관해 남긴 말은 언론인이라면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이다. 그는 “인터뷰를 잘하려면 인터뷰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빠져들어야 한다”면서 “이 점은 항상 불편했다. 그 안에서 폭력성과 잔인함을 항상 봐 왔다”고 토로했다. 가장 유명한 인터뷰로 거론되는 키신저와의 인터뷰가 이런 사례일 것이다. 그는 키신저를 가리켜 “가장 냉혈한 뱀, 얼음같이 차디찬 남자였다”며 서슴지 않고 독설을 내뱉는다. 연인이었던 그리스 혁명가 알렉산드로스 파나굴리스와의 사랑과 그의 의문사에 관한 법정 증언, 그리고 이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는 과정 등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은둔과 고립, 창작의 고통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출판사 측은 원서에 관해 “그의 저서 대부분을 출간한 리촐리 출판사가 작업한 결과물이어서 의미가 있고 믿음이 간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글과 인터뷰만으로 구성한 책만으론 그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를 다룬 평전과 함께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전설적인 기자의 내면 깊은 곳에서 전해온 목소리가 주는 울림은 크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박민영, 버스 안 ‘숨멎 밀당’ 포착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박민영, 버스 안 ‘숨멎 밀당’ 포착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박민영이 버스 안에서 숨막히는 밀당을 펼친다. 5화 연속 지상파 포함 전 채널 2049 시청률 동시간대 1위(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 기준)와 2주 연속 화제성 지수 1위(굿데이터 코퍼레이션 드라마 화제성 지수 기준)를 차지하며 수목극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연출 박준화/ 극본 백선우, 최보림/ 이하 ‘김비서’)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 6화 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난 5화 엔딩에서 이영준(박서준 분)이 김미소(박민영 분)에게 “나, 김비서 흔들고 싶어”라는 심쿵한 고백과 달콤한 키스를 예고해 시청자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이영준이 김미소의 의자를 힘껏 밀어내 점점 멀어져 가는 두 사람에 모습이 배꼽을 쥐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공개된 스틸 속에는 스치듯(?) 지나간 첫 키스 후 이영준과 김미소의 모습이 담겨 시선을 집중시킨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하면서도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김미소가 새침한 표정으로 버스에 타자 다급하게 그의 뒤를 따르는 이영준이 포착된 것. 항상 이영준의 발걸음에 맞춰 묵묵히 뒤를 지키던 김미소가 이번에는 이영준보다 앞에 서 있어 이들의 관계 변화를 예감케 한다. 이영준은 김미소를 따라 탄 생애 첫 버스 탑승에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기 위해 버스 손잡이를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꾹 쥐고 있어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예상 밖의 멘탈 붕괴를 겪고 있는 이영준의 시선은 오로지 김미소를 향해 있어 설렘을 자극한다. 그런가 하면, 김미소는 다분히 애를 쓰고 있는 이영준의 모습이 귀여운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꾹 참고 있어 눈길을 자아낸다. 이에 ‘김비서’ 제작진은 “모태솔로 김미소에게 평생 잊지 못할 첫 키스를 선사한 이영준이 토라진 김미소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해달라”며 “극이 진행될수록 설렘을 자극하는 두 사람의 밀당이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조회수 5천만뷰를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해당 소설 기반의 웹툰 또한 누적조회수 2억뷰와 구독자 500만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늘(21일) 밤 9시 30분에 6화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안민석 “주진우에게‘진실 얘기하라’했다”

    안민석 “주진우에게‘진실 얘기하라’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진우 기자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주 기자는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과 배우 김부선 스캔들 사건에 개입해 이 당선인 입장에서 스캔들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을 주 기자가 ‘겨우 막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재점화했다. 이후 공씨는 “주 기자가 (관련 문제에) 직접 말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공 작가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입장에 대해 김부선 씨가 소식을 전하며 힘들어하네요. 주진우 본인이 이야기해야겠네요. 전혀 사실이 아니면 저도 공식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죠. 왜 자꾸 주변에서 이야기하게 하는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 기자는 침묵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전날(20일) 방송된 KBS 1TV ‘사사건건’에서 ‘주 기자가 (관련 의혹에 대해) 공개하는 건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주 기자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주 기자는 ‘진실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앵커가 ‘공 작가가 (주 기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묻자 안 의원은 “(주 기자가) 긴 말을 안 하고 있다”며 “공씨나 주 기자 모두 사회적인 책무감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서 두 사람의 어떤 오해가 있으면 오해를 풀고, 국민이 원하고 궁금한 그런 이야기를 조만간 적절한 시점에 내놓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공씨와 주 기자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은 ‘청와대나 민주당 입장에선 이 당선인의 논란은 사실 ’강 건너 불구경‘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청와대가 특정 정치인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공학적 상상력이다”라며 “민주당에선 이 당선인에 대한 공격은 있었으나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이 당선인의 몫이라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천을 빛낼 신인작가를 찾습니다”

    “부천을 빛낼 신인작가를 찾습니다”

    문학창의도시 경기 부천시가 지역을 빛낼 신인작가 발굴에 나선다. 부천문화재단은 부천신인문학상과 수주문학상을 오는 8월 6일부터 응모한다고 21일 밝혔다. 제15회 부천신인문학상 응모 부문은 소설을 비롯해 시와 동시, 동화, 수필, 일반희곡 등 6개 분야다. 오는 8월 6일부터 17일까지 방문하거나 우편·이메일을 통해 접수한다. 오는 10월 5일 당선자를 발표하고 부문별 1명씩 모두 6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당선자에겐 총 7백만원 상금이 주어진다. 공고일 기준 1년 이상 부천 거주민이거나 부천 소재 회사, 교육기관에 다니는 사람이면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능하다. 미등단 작가 지망생이나 3년이내 신예 작가에 한한다.또 부천의 수주 변영로 시인을 이어갈 문학인도 모집한다. 제20회 수주문학상은 수주의 올곧은 시 정신과 뛰어난 문학성을 이을 문학인을 찾는다. 수주문학상은 전국적으로 공모한다. 응모 부문은 시(장시 제외) 분야로, 이전 수상자를 제외한 전국의 신인과 기성작가 모두 응모할 수 있다. 당선자 1명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오는 8월 6일부터 24일까지 우편으로만 접수한다. 시상은 오는 10월 27일 수주문학제 기간에 공동 진행될 예정이다. 신청 접수를 원하는 사람은 재단 홈페이지(www.bcf.or.kr)에서 지원신청서를 작성한 뒤 원고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공모와 관련한 자세한 문의는 문화진흥부(032-320-6351~3)로 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염상진과 염상구를 만나다 -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염상진과 염상구를 만나다 -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사람덜이 워째서 공산당 허는지 아시오?...(중략)...가난하고 무식헌 것덜이 믿고의지헐디웂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먼 지주 다 쳐웂애고 그 전답 노놔준다는디 공산당 안헐 사람이 워디 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태백산맥 1권, 248p) 소설 태백산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 중의 하나다. 김범우 집안의 가복(家僕)이자 일자 무식꾼인 문서방은 공산당과 빨갱이를 ‘대놓고’ 말하고 있다. 문학과 영화에서조차도 빨갱이와 공산당을 ‘대놓고’ 말하기 힘든 시절이었던 1983년 9월, 소설 태백산맥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4년간의 자료조사와 6년간의 집필 끝에 원고지16,500매에 달하는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은 시대와 이념의 금기(禁忌)를 정면으로 다룬다.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애써 외면하였던 우리 현대사의 한 면을 과감히 드러낸 작품, 소설 태백산맥을 기념하는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으로 가 보자. 소설 태백산맥의 내용은 이러하다. 1948년 10월, 여순사건과 함께 좌익에 의해 장악되었던 벌교가 다시 진압 세력인 우익 군경의 수중에 들어간다. 이 와중에 좌익과 우익의 갈등은 심해지고, 무고한 사람들까지 많은 피해를 입는다. 더구나 이승만 정권의 농지개혁안에 대한 소작인들의 반발은 날로 극심해진다. 이럴 즈음 1950년 6·25의 발발과 함께 벌교는 다시 좌익 세력들에 의해 장악되고, 이들은 인민의 해방을 감격스럽게 맞이하지만 또다시 살육의 참상을 겪는다. 전쟁이 고착화되자 퇴로가 막힌 인민군과 빨치산 세력은 지리산 일대에 근거지를 두고 무장 투쟁을 계속하지만, 군경의 진압 작전에 따라 이들의 투쟁은 점차 무력해지고 빨치산 대장 염상진은 퇴로가 막히자 결국 부하들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폭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바로 이러한 소설 태백산맥의 강렬한 주제와 메시지를 다시금 곱씹을 수 있는 공간이 벌교에 위치한 태백산맥 문학관이다. 2008년 11월에 개관한 태백산맥 문학관은 자리 선정도 제대로다. 소설 첫 시작 장면인 현부잣집과 소화의 집이 있는 벌교 제석산 끝자락에 터를 잡아 개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관은 소설 태백산맥이 땅속에 묻혀있던 역사 진실을 세상에 드러낸 주제의식을 형상화하기 위하여 산자락을 파내서 특이하게 설계된 건물로 세워졌다. 문학관은 총 1층과 2층으로 나뉘는 데, 연면적이 1,375.8㎡에 이르며 건축면적만으로는 979.7㎡에 달하는 넓이다. 이곳에는 작가 조정래의 육필원고 등 증여 작품을 포함하여 159건 719점이 전시되어 있다. 따라서 소설 태백산맥의 독자들에게는 작품의 깊이를 더더욱 음미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건물 내부는 총 6개의 마당으로 구역이 나뉘어지는 데, 첫째 마당에는 태백산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자료조사, 집필, 작품의 탄생을 알린다. 둘째 마당에는 16,500매에 달하는 작품의 육필 원고를 셋째 마당에는 작품을 둘러싼 이적성 시비와 논란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넷째 마당에는 작가 조정래의 문학 세계를 그리고 있다. 다섯째 마당에는 문학 사랑방이 있으며 여섯째 마당에는 작가의 방으로 꾸며져 있다. <태백산맥 문학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독자라면 한 번은 방문해도 좋을. 2. 누구와 함께? - 태백산맥의 배경을 이룬 역사적, 문학적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좋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홍암로 89-19. 벌교 버스터미널 지나자마자 좌회전(150M 지점) 4. 감탄하는 점은? - 태백산맥의 육필 원고와 치열한 작가의 고민의 흔적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늘 한산한 편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작가의 육필 원고. 건물이 지닌 건축학적 아름다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벌교는 꼬막정식이 유명하다. 원조수라상꼬막정식, 외서댁 꼬막나라, 제석꼬막회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tbsm.boseong.go.kr/main.ph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낙안읍성, 보성 녹차밭, 순천만 정원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독자라면 의미가 있는 장소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과 장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소설의 재미를 뛰어 넘어 우리 민족 역사가 건너온 질곡의 세월을 느끼게 해 준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문화마당]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송한샘 국제예술대 교수

    [문화마당]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송한샘 국제예술대 교수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지난주 시작한 걸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이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맞춰 깜찍하게(?)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첫 방송과 동시에 포털 사이트들의 실시간 검색 순위는 ‘프로듀스48’ 관련어로 도배되었으며, 언론도 기사를 쏟아냈다. ‘프로듀스48’은 국민적 인기를 모았던 걸 그룹 아이오아이와 국내외 최정상급 인기 그룹으로 활동 중인 워너원을 배출한 ‘프로듀스101’의 후신이다. 이번에는 연습생뿐 아니라 데뷔 경험자도 참가하고, 우리보다 큰 규모와 오랜 역사의 음반 산업을 일궈 온 일본에서 최고 걸 그룹으로 꼽히는 AKB48이 참여하면서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고편도 화제였다. 총 96명의 소녀들이 ‘프로듀스…’ 시리즈의 시그니처가 된 피라미드 모양 무대에서 테마곡 ‘픽미’(pick me)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부르면 그들을 태운 두 개의 삼각형이 합쳐져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됐다. 비판의 소리도 있었다. 똑같은 디자인의 교복 스타일 의상은 롤리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마 자유복의 경우 예상되는 미적 통일성이나 스타일리스트 동반 시의 형평성 문제, 한ㆍ일 양국의 상이한 패션 트렌드 등 다방면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굳이 “교복보다는 제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복’이라.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감시와 통제, 규율권력의 내면화와 자기검열이라는 전체주의의 폐해를 경고했다. 그가 만든 신조어와 상징은 지금도 여전히 관용어처럼 사용되곤 한다. 소설 속 정부는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건물에 위치하고, 비밀 장소인 ‘101호’에서는 규정 위반자를 격리해 교정한다. 오늘날 ‘101호’는 ‘나쁜 일이 자행되는 장소’에 대한 은유로 사용되며 우리 옛 군사정권에서도 고문실을 일컫는 은어로 쓰인 바 있다. 보이지 않는 지배자 ‘빅브러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체제가 규정하는 언어와 사고, 감정과 행동만을 허락한다. 결국 시민들은 텔레스크린이 없는 곳에서도 자기 검열 기제를 작동하고 정부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프로듀스…’가 101이라는 숫자를 내걸었던 것, IOI가 101의 형상을, 워너원이 101의 영어 발음을 따서 그룹명을 지었던 것은 오웰과 무관할 것이다. 하지만 화면을 가득 채운 피라미드 구조의 참가자석과 꼭대기 1위석은 분명 권력과 위계질서가 반영된 디자인물이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경쟁자나 악플러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1위석에 한 번쯤 앉아 보고 싶다는 속내를 감추고 말았다. 시즌 내내 소녀들은 숙소와 연습실 등 곳곳의 카메라를 의식한 채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말, 보고 싶은 행동, 느끼고 싶은 감정만 걸러내려고 발버둥칠 것이다. 이미 데뷔했음에도 한국 연습생의 기량에 한참 모자란 AKB48에게 “대체 무엇으로 데뷔할 수 있었냐”고 물은 심사위원과 “일본에서는 (‘칼군무’보다) 관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자질과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 한 참가자의 대화에는 분명 시사점이 있다. 물론 오디션 프로는 늘 순위를 필요로 하며, 순위는 규율이 내면화된 집단을 전제로 한다. 전체주의 시스템은 더 효율적이고 결과는 보다 즉각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양성과 확장성, 자생성과 지속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예고편 말미에 소녀들은 한결같이 윙크를 날린다. 전 시즌의 학습효과를 체감한 제작진의 의도이겠지만, 그 결과가 그저 대량생산된 몰개성의 눈 깜빡임으로 보일 여지는 없을지 이제부터라도 숙고해 볼 일이다.
  • [세종로의 아침] 궈모뤄와 폼페이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궈모뤄와 폼페이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지난 12일로 40주기(周忌)를 맞은 궈모뤄(郭沫若)는 ‘20세기 중국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 역사학자이자 고고학자, 작가이자 극작가, 시인이다. 다섯 살 때 사서오경을 줄줄 외워 신동 소리를 들은 그는 고교를 졸업한 뒤 일본 규슈대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장티푸스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어 의학을 포기하고 문학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문학단체 창조사(創造社)를 결성해 낭만주의 열풍을 일으켰고 여성 해방을 주창한 ‘3인의 반역적 여성’을 내놓으며 극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1927년 국민당 탄압을 피해 일본에 망명해 갑골문과 중국 고대사 연구로 학술 분야에서도 일가(一家)를 이뤘다. 1937년 중·일전쟁 때 귀국한 그는 항일에 참가하는 와중에도 희곡, 산문, 소설을 잇따라 발표하며 작가로서 성가를 높였다. 작가, 학자로 쌓은 탁월한 업적도 그의 끝없이 권력을 붙좇는 모습에 빛을 완전히 잃었다. 공산당이 반성하라면 반성했고 문단 동료를 비판하라면 앞장서 두들겨 팼다. 공자 등 역사 인물을 반박하라면 바로 반대 학설을 내놓았다. “1955년 한 농민이 ‘참새 때문에 농사를 못 짓겠다’는 탄원서를 정부에 보냈다. 농업부는 ‘참새 식성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없어서 박멸이 필요한지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며칠 뒤 마오쩌둥(毛澤東)이 ‘전국 참새를 섬멸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중국문화예술계연합회(文聯) 주석이던 그는 ‘수천 년간 우리 양식을 수탈하여 저질러 온 죄악, 이제야 관계를 청산할 때가 왔다’며 참새를 상대로 선전 포고를 했다.”(‘중국인 이야기’ 중에서) 이뿐만이 아니다. 문화혁명이 시작되면서 정치 풍향이 바뀐 것을 재빨리 알아채고는 “지금 보면 내가 이전에 발표했던 문장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수많은 저작을 직접 불태웠다. 소련 방문 때 마오를 수행한 궈는 그를 태양에 비유하는 시를 바쳤다. “1만미터 높은 하늘에서/104호 비행기 안에서/어쩐지 햇빛이 두 배로 밝게 빛나더라니/비행기 안팎에 두 개의 태양이 있구나!” 문혁을 찬양했던 그는 문혁 4인방이 체포되자 “통쾌하도다”라는 글을 썼다. 덕분에 정무원 부총리와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 중국과학원장 등 정치·문화계의 요직을 섭렵하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권력을 누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2세 생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친 헌사가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재빨리 알아내 충실히 대변하고 실행해 온 그는 트위터에 ‘저희 부부는 대통령께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동안 힘과 불굴의 의지를 유지하시길 기원한다’며 ‘국가를 대표해 당신의 밑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황송하다’고 썼다. 의회 청문회에선 “외교정책이 트럼프의 개인 사업과 이해 충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이한 질문이다. 가짜 뉴스다”라고 전면 부인하며 트럼프 비호에 몸을 던졌다. 일개 하원의원이던 폼페이오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무장관 등 요직으로 승승장구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궈모뤄나 폼페이오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곡학아세가 처세의 무기임에 분명한 것 같다. 그렇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khkim@seoul.co.kr
  • [말빛 발견] 늙은이 ‘옹’/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늙은이 ‘옹’/이경우 어문팀장

    인쇄매체에 주로 보이던 ‘옹’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옹’은 방언처럼 숨을 쉰다. 간혹 보이는 건 누군가 방언을 쓴 것이고, ‘걸러지지’ 않은 말일 가능성이 높다. 매체들은 독자들에게 ‘친근함’을 나타내고 싶었다. ‘옹’은 친근하지 않았다. 말 자체도 어려워 보이는 데다 가깝지 않고 멀리 있다는 분위기를 남겼다. 상대를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암시도 줬다.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옹’은 구석 깊숙이 있는 말이 돼 갔다. ‘옹’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나이가 많은 사람의 성명 뒤에 붙였었다. 그 사람을 높이는 구실을 한 것이다. 그렇게 박완서의 소설 ‘오만과 몽상’에도 보인다. “짧은 기사는 ‘독립 유공자 강봉수 옹 별세’라는 제목으로 시작해서….”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붙인 것이 아니라 좀 낯설지만 외국인에게도 붙였었다. ‘피카소옹’, ‘간디옹’, ‘사르트르옹’이라고. ‘존경’의 의미가 조금 바랬을 때 매체들은 ‘옹’ 대신 ‘할아버지’를 썼다. 친근하게 다가가서 독자를 더 끌어들이겠다는 속내가 있었다.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불편해하지 않았다. 반대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자기 이름 뒤에 ‘할아버지’가 붙는 게 불편해졌다. 이제 그 자리를 ‘공평’해 보이는 ‘씨’가 차지한다. 언론매체에서 ‘씨’는 존칭이라기보다 ‘성인임을 나타내는 말’의 의미로 주로 쓰인다. wlee@seoul.co.kr
  • 와글와글 북소리… 싱글벙글 북잔치

    와글와글 북소리… 싱글벙글 북잔치

    서울국제도서전 코엑스서 개막 프랑스 등 32개국 91개사 참여 신간 일찍 보고 책도 싸게 사고“유시민 작가 사인회가 토요일에 있어요. 그때도 꼭 오세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출판사 돌베개 부스 앞에 유시민 작가가 최근 출간한 ‘역사의 역사’ 입간판이 걸렸다.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책이다. 이경아 편집부 팀장은 “책을 300권 정도 가져왔는데 토요일 저자 사인회를 대비해 더 많이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출판사 ‘리수, 책읽는 고양이’ 부스는 예쁜 책표지로 만든 엽서가 지나가는 이들을 잡는다. 앙증맞은 책 표지에 여기저기서 “귀엽다”는 탄성이 터진다. 김현주 실장은 “서울국제도서전은 작은 출판사의 이름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면서 “유명 출판사뿐 아니라 작은 출판사에서도 좋은 책을 낸다는 사실을 많은 독자가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목적으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도 많다. 자녀를 데려온 김선희씨는 “그림책이나 아동 전집을 할인 판매한다는 이야길 듣고 행사장을 찾았다”면서 “여러 책을 비교해 보고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중랑구립도서관 조진숙 사서는 “출판사들의 책 전시 방법을 살피고, 출판계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행사라 매년 찾는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날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오는 2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국내관에 234개사, 국제관에 주빈국인 체코를 비롯해 프랑스·미국·일본·중국 등 32개국 91개사가 참여했다. 기본적으로 1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에 ‘재밌는 행사가 많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전년도의 2배 수준인 20만명이 몰렸다. 도서전의 올해 주제는 ‘확장’이다. 새로운 매체 시대를 맞아 책을 대하는 선입견을 허물자는 의도다. 특별기획전으로는 그동안 하위문화로 여겨져 온 라이트 노벨을 모은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 전자출판과 오디오북을 체험할 수 있는 ‘전자출판’, 다양한 잡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잡지의 시대’가 준비됐다. ‘여름, 첫 책’ 프로그램도 독자들을 기다린다. 국내 판타지 소설의 거장 이영도 작가가 10년 만에 내는 신간 ‘오버 더 초이스’를 필두로 ‘역사의 역사’(유시민),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이승우),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정유정·지승호) 등 10개 출판사에서 준비한 신간을 누구보다 빨리 접할 수 있다. 도서전 홍보대사인 배우 장동건씨의 기증 도서도 만날 수 있다. 장씨는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행나무) 등을 기증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도서전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행사”라면서 “책에 관한 애정을 가지면 침체된 출판 시장의 분위기도 살릴 수 있으니 많은 이들이 행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박민영, 사무실 키스 1초 전 ‘심장 폭격’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박민영, 사무실 키스 1초 전 ‘심장 폭격’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박민영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사무실에서 드디어 가슴 떨리는 첫 키스 1초 전 모습이 포착된 것.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분)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계 레전드’ 김미소(박민영 분)의 퇴사밀당로맨스를 그린다. 지난 4화 엔딩에서 “이제부터 너무 사랑해보려고, 내가 너를”이라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이영준과 이에 깜짝 놀란 김미소의 모습이 담겨 시청자의 기대를 자아냈다. 이와 함께 야근 중 묘한 분위기에 휩싸인 이영준과 김미소의 모습이 포착돼 역대급 ‘심쿵’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 앞서 공개된 사진에는 사무실에서 나란히 야근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겼다. 오직 눈 앞에 놓인 업무에 집중하는 듯한 이영준과 김미소. 하지만 이어 공개된 묘한 분위기에 놓인 두 사람의 스틸이 보는 이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다. 바로 키스 1초 전의 두 사람 모습이 포착된 것. 성큼 김미소에게 직진하는 이영준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또 눈을 살포시 감고 볼이 발그레해진 김미소 역시 설렘을 자극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작진 측은 “오늘 5화에서 박민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박서준과 이에 설렘을 느끼는 박민영의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자각한 박서준과 박민영의 변화가 담겨 공감과 설렘을 유발할 예정이니 오늘 방송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조회 수 5천 만뷰를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날(20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사진=tv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러시아의 외침-우뜨라 라시야] 신태용호 여정서 느끼는 러시아제국의 저력·숨결

    [러시아의 외침-우뜨라 라시야] 신태용호 여정서 느끼는 러시아제국의 저력·숨결

    축구대표팀이 스웨덴에 분패한 현장은 과거 러시아제국의 ‘주머니’로 불렸던 니즈니노브고로드였다. 13세기에 박람회가 열릴 정도로 일찍이 우랄과 페르시아를 잇는 활발한 교역의 중심지였다. 볼가강과 오카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던 옛 경기장을 폭파하고 새로 스타디움을 지으며 이웃 주에서까지 근로자들을 징발해 값싼 임금으로 착취했다고 말들이 많았다. 옛사람들이 교역의 터전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던 크렘린(성채) 위에 동상 하나가 두 강이 유유히 합류하는 것을 고즈넉이 굽어보고 있다. 대문호 막심 고리키다. 숱한 저작들로 러시아의 양심을 깨운 그가 강의 역사, 교역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주시하고 있다.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의 무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대표팀은 23일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로스토프나도누로 21일 다시 떠난다. 1980년대 많은 이들의 눈을 밝혔던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의 무대다. 신태용호의 발걸음이 몽골의 유럽 침공 루트였으며 중국의 종이 제조술이 전해진 경로였던 고리키의 고향에서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향을 거쳐 27일 독일전이 열리는 타타르족의 터전인 카잔까지 이어지는 것은 우연치곤 흥미롭다. 러시아제국의 저력과 숨결, 웅혼함이 느껴지는 여정이다. 지난 12일 대표팀이 러시아에 입성한 뒤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기자를 매번 놀라게 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면 자동차가 먼저 멈춰 선다. 운전자들은 거의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버스에 오른 이방인에게 서로 길 안내를 하겠다며 승객들과 차장이 입씨름을 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의 기자단의 숙소에 도착한 것은 지난 16일 밤 10시 30분이었다. 지친 몸으로 샤워를 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여성 콘시어지가 커피와 호박케이크, 초콜릿 등을 담은 쟁반을 내밀며 미소 지었다. 19일 이른 새벽 공항으로 떠나는 일행에게 호박케이크, 샌드위치, 과일 등이 담긴 봉지를 건넸다. 그 도시의 어느 레스토랑 매니저는 생각이 안 나는 영어 단어를 떠올리느라 연신 몸을 흔들어 대면서 우리 일행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진땀을 흘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크렘린, KGB, 체첸이나 크림반도 진압과 같은 근육질 이미지의 정부, 체제와 길거리에서 만난 장삼이사 러시아인들은 많이 달랐다. 근엄한 얼굴로 안 된다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슬쩍 알려 주는 친절을 경험한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월드컵이 러 이미지 바꾸고 있어 당연한 얘기지만 일주일여 러시아의 서부를 조금 돌아보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그릇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도 러시아 어디에선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폭압적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가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 러시아월드컵이 다른 어느 곳보다 러시아를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다. bsnim@seoul.co.kr
  • “공동체 육아의 의미 되짚는 계기 되길”

    “공동체 육아의 의미 되짚는 계기 되길”

    “외딴 곳서 공동육아하는 네 가족, 개념·현실의 괴리 깨닫는 이야기”“흔히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과거의 공동체 개념을 현재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를 비롯해 어떤 대상에 대한 돌봄 노동의 주체와 그에 대한 책임이 한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저출산의 대안으로 공동 육아를 꼽는데 한 가정 안에서조차 집중적으로 육아의 부담을 지는 사람이 존재하는데, 그 규모가 마을 단위로 커진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구병모(42) 작가가 지은 신작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민음사)은 여성의 돌봄 노동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담겼다. 작품은 나라가 저출산 대책으로 마련한 공동체 주택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모여 사는 젊은 부부 네 쌍이 공동 육아를 하면서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을 통해 공동체의 허위를 그린다. 19일 기자들과 만난 구 작가는 “그간 특수한 질병, 로봇 메커니즘, 킬러 등 비일상적인 요소를 주로 다뤄 왔던 전작과는 톤이 많이 달라 개인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면서 “이 작품이 ‘이웃’이나 ‘공동체’처럼 평소 긍정적으로 쓰이던 말들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시설 하나 없는 산 속에 지은 작은 아파트에 모여 사는 네 가족은 공동체 생활과 교육의 기반을 다지자는 목적 아래 공동 육아를 시작한다. 출산을 장려한다면서도 예산 문제 때문에 정작 꿈미래실험공동주택 내에 어린이집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처음엔 순조로운 듯싶었지만 공동 육아의 책임은 오롯이 여성에게 돌아왔다. 맞벌이 부부이거나 직장이 없는 남편이 집에서 살림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마을에서 공동 육아를 실천하는 분들의 수기를 담은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목차를 보니 대부분 ‘함께하는 엄마’, ‘엄마 교육’처럼 목차 내용이 엄마 위주더라고요. 분명 마을 육아인데 말이죠. 제가 지난해 발표한 단편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에서 마을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참견 때문에 그 공동체를 떠나는 임신부 여성을 다뤘듯이 현대인은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인간적인 결속을 중시하는 과거의 공동체가 현재에도 과연 유효할까요.” 작가는 특히 출산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지 않은 채 출산 정책을 마련하는 정책 담당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꼬집었다. “보통 언론에서 ‘출산율이 바닥을 친다’는 말을 많이 하죠. 저는 ‘저출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에게 출산의 책임을 전가하는 의미가 크다고 봐요. 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데, 마치 사람을 가축을 셈하듯 대하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껏 여러 출산 정책이 나왔지만 제 기능을 못 한 건 인간이 인간인 것을 인식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이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으면 좋겠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