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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운동 100년]“안중근은 한류스타”

    [3·1운동 100년]“안중근은 한류스타”

    “임정 8년간 이동 행적 깎아내리면 안 돼 독립운동가, 좌익·우익 구분할 필요 없어”“중국의 항일전쟁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조선의용군은 일반 민중의 사기를 고무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윤봉길, 안중근, 이봉창 등 순국선열에 대한 소설, 시, 연극도 중국에서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쑨커즈(孫科志·53) 상하이 푸단대 역사학과 교수는 화둥사범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의 부탁으로 우연히 한국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게 됐다. 하지만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역사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젊은 나이에 이국 땅에서 희생했기에 후손이 없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아무런 포상도 받지 못한 조선의용군과 같은 독립운동가들을 알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쑨 교수는 27일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의 항일전쟁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중국의 안중근이 누구냐, 중국의 윤봉길은 누구냐’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은 중국 젊은이들이 항일투쟁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1928년 상하이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줄거리로 한 ‘애국혼’이란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유감스럽게도 필름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쑨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임시정부가 1919년 상하이에서 세워진 이후 1932년 항저우 등을 거쳐 1940년 충칭으로 옮겨 갈 때까지 8년간 여러 도시를 이동한 역사를 ‘임시정부 간판만 들고 도망 다닌 기간’이라고 깎아내리는 시각에 대해 분개했다. 쑨 교수는 “임시정부의 이동 기간은 일제의 체포를 피하고 앞으로 해방된다면 어떤 나라를 건설할 것인가를 모색한 시기였다”며 “1944년 임시정부가 건국령을 반포했는데, 이동 기간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건국 계획을 제정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쑨 교수는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한국인들이 여러 가지 사상을 가질 수 있었지만 좌익이냐 우익이냐의 이데올로기로 그분들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며 “특히 조선의용군은 중국의 항일전쟁뿐 아니라 세계 파시스트 반대 전쟁에 참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잊는 것은 배신을 뜻한다’는 레닌의 명언을 인용했다. 이어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일본은 무조건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에서 벌인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하이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3·1운동 100년]베이징서 활동 독립운동가 253명 발굴… 유적지 지도로 제작 답사

    [3·1운동 100년]베이징서 활동 독립운동가 253명 발굴… 유적지 지도로 제작 답사

    작년 재중화북항일역사기념사업회 조직 손정도 선생 조선어 설교한 충원먼교회 고려기독교청년회 독립운동 근거지로 김산 전기소설 ‘아리랑’ 쓴 스노 부인 집 ‘중안빈관’에 아리랑 한글 안내판 걸기로 홍성림 회장 “우리의 역사 스스로 찾아야”중국에는 여덟 곳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를 비롯해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경제 개발에 밀려 독립운동 유적지들이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한국인들은 지난해 3·1절을 계기로 ‘재중화북항일역사기념사업회’라는 시민단체를 조직했다. 아직 회원이 채 1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조직이지만 4년 전부터 이어 온 역사 연구에 대한 열정과 내공만은 상당하다. 재중화북항일역사기념사업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3월 한 달 동안 베이징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따라 밟는 답사를 세 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독립운동가 루트 답사에는 대구 지역의 항일 역사 연구단체도 참가한다. 지난 2일 진행된 답사에서는 베이징에서 가장 오래된 감리교회인 충원먼교회(崇文門堂)를 찾았다. 여기서 1911년 기독교계 독립운동가의 대표적인 인물인 손정도 선생이 전도사 시절 중국인과 조선인들을 위해 설교를 시작했다. 손 선생이 나라 잃은 조선인을 모아 모국어로 설교한 이래 조선어 설교의 역사는 108년 동안 이어졌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교회는 손 선생뿐 아니라 1920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감리교회 동아시아 대표총회’에 조선 대표로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이 회의 이후 고려기독교청년회가 설립돼 베이징 항일독립운동 활동의 근간이 됐다. 올해는 마오쩌둥 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수립을 선포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로 ‘중국의 붉은 별’이라는 책을 통해 공산당을 서방 세계에 알린 에드거 스노 부부의 베이징 거주지에는 기념관이 건립됐다. 스노 부부가 1935~37년 살았던 중안빈관(中安賓館)은 2008년 중국 언론 북경만보에 실린 기사를 토대로 이곳이 스노 부부의 옛 집터란 사실이 밝혀졌고, 2011년에는 호텔 한편에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하지만 스노의 부인인 님 웨일스가 한국의 독립운동가 김산을 만나 쓴 전기소설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재중화북항일역사기념사업회는 앞으로 한국어와 중국어로 웨일스와 김산, 그리고 아리랑에 대한 안내판을 만들어 벽에 걸기로 중안빈관 측과 협의했다. 사업회가 그동안 발굴한 베이징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은 모두 253명에 이른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행적지 31곳을 포함해 베이징의 독립운동 유적지는 지도로 제작됐으며 현재도 계속 정보가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홍성림(52) 재중화북항일역사기념사업회장은 27일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찾지 않으면 누가 돌아보겠는가”라며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왜 선조들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주제에 대해 접근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나 답사가 개별적인 인물이나 사건 중심으로 이뤄진 것 같다”면서 “역사를 단편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흐름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반전 메시지 그득한 메트로폴서 평화 여는 역사적 만찬 열렸다

    반전 메시지 그득한 메트로폴서 평화 여는 역사적 만찬 열렸다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이 118년 역사에 굵직한 기록을 하나 더 새겼다.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일환으로 이 호텔에서 ‘약식 단독회담 및 친교 만찬’이 열렸기 때문이다. 메트로폴 호텔은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던 1901년 개장한 5성급 호텔이자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다. 총 7층이며 364개의 객실, 수영장, 골프 코스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본관 ‘히스토리컬 윙’과 1992년 증축한 신관 ‘오페라홀’로 이뤄졌다. 메트로폴 호텔은 ‘ㅁ’자 구조로 만들어져 있으며 중앙에는 소규모 야외 수영장과 정원이 있다. 이 수영장 측면에는 베트남전쟁의 상흔인 지하 벙커가 남아 있다. 1964년부터 1975년까지 계속된 베트남전 당시 실제로 사용된 벙커다. 지난 2011년 호텔 개조 공사 도중 이 벙커가 발견됐다. 유네스코가 2013년 이 벙커를 아시아태평양 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오랜 역사만큼 방문객의 면면은 화려하다. 대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찰리 채플린은 1936년 폴렛 고더드와 중국 상하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베트남으로 신혼여행을 와 메트로폴 호텔에 묵었다. 영국의 대문호 그레이엄 그린은 1951년 이 호텔에서 ‘조용한 미국인’을 집필했다. 영국 작가 서머싯 몸도 이곳에서 소설 ‘젠틀맨 인 더 팔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는 1972년 6월 투숙했다. 가수 겸 인권 운동가 존 바에즈는 같은 해 12월 이 호텔을 방문했다가 미군의 대대적인 공습에 휘말렸다. 바에즈는 벙커에서 반전 메시지를 담은 노래 ‘내 아들, 넌 지금 어디에 있니?’(Where Are You Now, My Son?)를 녹음했다. 이 곡에는 폭격 소리가 담겨 있다.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도 이 호텔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익숙한 호텔이다. 그는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하노이를 방문해 이곳에 묵었다. 한편 28일 확대 정상회담은 오페라 윙 쪽에 자리한 콘퍼런스·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호텔 측에 따르면 이곳에는 회의실 3개가 마련돼 있다. 회의실마다 6명부터 최대 2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메트로폴 호텔은 김 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에서부터 약 2㎞ 떨어져 있다. 차로 이동하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JW메리어트 호텔에서는 직선거리로 약 8㎞ 떨어져 있고 차량 이동 시간은 30분 내외다. 하노이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별책부록’ 이나영♥이종석, 밑줄 긋고 싶은 명대사 퍼레이드

    ‘별책부록’ 이나영♥이종석, 밑줄 긋고 싶은 명대사 퍼레이드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밑줄 긋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명대사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연출 이정효, 극본 정현정, 제작 글앤그림)의 강단이(이나영 분)와 차은호(이종석 분)가 마침내 첫 입맞춤을 나눴다. 차곡차곡 쌓인 두 사람의 감정은 한 곳에서 만나며 걷잡을 수 없는 설렘을 선사했다. 아는 누나와 동생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강단이와 차은호의 로맨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섬세한 감정 변화였던 만큼,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사랑의 본질을 짚는 대사들은 큰 울림을 남겼다. 이에 시의 한 구절처럼, 소설 속 문장처럼 밑줄을 긋고 다시 펼쳐보게 만드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명대사를 짚어봤다. # “차은호라는 책, 새로운 문장이 보인다” 강단이의 변화를 제대로 짚어낸 명대사 관계 변화의 시작은 차은호였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강단이의 마음 변화였다. 아는 동생에서 남자로 다가서기 시작한 차은호의 진심을 눈치챈 후, 강단이는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설렘이라고 생각했던 지서준(위하준 분) 앞에서도 온 신경은 차은호에게 향했다. 강단이에게 차은호는 오래 지니고 있어도 좋은 책과 같은 존재였다. “언제든 꺼내”보기도 하고 “하도 여러 번 읽어서 문장을 다 외우다시피 하는 책”이었다. 편안하고, 삶의 위기에는 위로를 받고, 돌아보면 그 자리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존재였던 차은호를 향한 혼란은 낯설었다. “자꾸 새로운 문장들이 보인다. 내가 놓친 문장이 얼마나 많은지, 완전히 새로 읽는 것 같다”는 강단이의 고민에 지서준은 “그 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책을 읽는 사람인 단이씨의 마음이 달라졌다”고 뜻밖의 답을 준다. 그 순간 강단이는 차은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긴 시간을 함께한 차은호를 책에 빗대어 표현한 대사는 ‘로별’만이 선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감동이었다. 오랜 시간 마음이 닿길 기다린 차은호를 향한 그녀의 변화에 설렘을 더한 한 문장이었다. #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 모르는 것처럼” 강단이 향한 차은호의 사려 깊은 고백 전 여자 친구가 “강단이 사랑하잖아?”라고 물었을 때 차은호는 놀라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다. 차은호를 아는 이라면 누구라도 눈치챌 만큼 당연하지만 요란하지 않게, 차은호의 사랑은 그의 삶에 스며들어있었다. 그 사랑을 강단이 앞에 꺼내 놓을 때도 차은호는 담담했다. 언제부터 자신을 좋아했느냐는 강단이의 물음에 차은호는 “누나는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 알아? 겨울에서 봄이 되는 그 순간이 정확하게 언젠지, 누나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모른다”고 답한다. 계절의 변화에 빗댄 차은호의 담담한 고백은 어떤 말보다 짙은 설렘을 남겼다. 그는 “좋아해. 그런데 억지로 몰아붙일 생각 없으니까 누나는 지금처럼 하면 된다. 누나 좋아하는 동안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애타는 사랑도 아니고, 인생을 건 사랑도 아니다”라며 애틋한 사랑을 애써 가볍게 고백했다. 고백의 순간조차도 강단이의 마음을 생각하는 차은호의 배려였다. 깊은 마음을 애써 밀어두고 담담하게 표현한 차은호의 사려 깊은 고백은 그의 사랑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사랑한다는 마음조차 “아름답다”는 표현으로 돌려 말했던 차은호만이 할 수 있는 서정적인 표현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 “참기가 어려운 날” 강단이와 차은호의 마음이 만난 짜릿한 순간! ‘심쿵’ 명대사 강단이와 차은호의 역사에 얼마나 많은 날들이 있었을까. 차은호에게는 술의 힘을 빌려 강단이의 집 앞을 찾아갈 정도로 보고 싶은 날, 강단이의 눈물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력함을 느꼈던 날, 사랑을 주체할 수 없는 날들이 있었다. “쉽게 만나고 헤어질 수 없는 사이”라서 깊은 사랑을 드러내기보다 “강단이의 마음이 내 마음에 걸어올 때까지” 기다렸던 차은호였다. 언제나 시선은 강단이를 향하는 그였기에 강단이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도 차은호였다. 강단이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밀려오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더는 자신의 마음도, 웃음도 숨기기 어려워진 차은호는 “가끔 오늘 같은 날이 있다. 참기가 어려운 날. 참아야지, 참아야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날”이라며 강단이에게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의 오랜 역사가 진짜 로맨스 챕터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차은호의 한 마디와 짧은 입맞춤은 차곡차곡 쌓여진 두 사람의 감정선을 걷잡을 수 없는 설렘으로 물들였다. 마침내 강단이와 차은호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만큼, 섬세한 감정을 제대로 짚어내며 명대사를 쏟아낸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또 다른 문장에 기대가 쏠린다.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매주 토,일요일 밤 9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공터의 블루스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공터의 블루스

    비탈을 거의 다 올라가는데 공터에서 팝송을 틀어 놓고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이 착실히 깔려서 방심했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아닌 게 아니라 짚어 보니 일곱 시가 채 안 됐을 터였다. 가까이에 노숙인 지원센터 ‘다시서기’가 있어서 드물게 술을 마시는 사람이나 뭔가를 먹는 사람과 마주치고, 드물지 않게 그들의 흔적이 널려 있는 공터다.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투 더 블루스 우우우우~” 십대 아이들인가. 그러기를 바라며 낭패감을 누르고 용기를 내어 공터에 들어섰다. 10미터 남짓 떨어진 공터 끝 나무 아래 거무튀튀한 옷을 입은 늙수그레한 남자들 너덧이 둘러서서 좀은 건들거리며 흥을 내고 있었다. 하긴 팝송에 심취한 십대라니 옛날 고릿적 얘기지. 요즘 애들은 케이팝이나 가요를 들을 텐데. 화단 앞 돌 위에서 작은 카세트라디오가 그 옛날의 팝송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들이 취해 있긴 하지만 선하고 순한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나는 안심하고 쪼그려 앉아 제설함 뒤의 고양이 밥그릇을 채웠다. 어둠 속의 긴 머리 여인(나)을 의식한 듯한 사람이 목청을 높였다. “내가 옛날에 영어를 썩 잘했는데 말이야. 학원에 다닐 때.” 어떤 이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다들 “원 웨이 티켓!”에 목소리를 보탰다.나보다 좀은 나이가 적은 듯한, 비슷한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 그들이나 나나 이런 미래가 기다리는 길에 들어선 게 어느 시점이었을까. 비탈을 내려오면서 그들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오즈의 마법사’ 생각이 났다.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녹슨 양철 인간…. 나는 도로시가 아니라 저 셋을 합한 것 같은 인간이지. 도로시는 어디 있는가. 내가 본 노숙인은 대개 성정이 양순하다. 거친 사람을 딱 한 번 보았다. 지난해 늦봄 그 공터의 제설함이 치워진 벽 쪽에 쪼그려 앉아 물그릇에 남은 물을 화단 방향으로 끼얹는데 “뭐야!?” 벽력같은 고함이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화단 앞에 몸집 큰 남자가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못 봤어요!” 다행히도 내가 끼얹은 물은 그에게 전혀 미치지 않는 거리에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썩 닦아! 얼른 못 닦아!?” 그는 거기가 흙바닥인지 방바닥인지 분간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귀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려주는 그를 피해 허둥지둥 자리를 뜨면서 매일 와야 하는 장소인데 저 사람이 악감을 품고 있을 테니 큰일 났네 싶었다. 하지만 저 정도로 취했다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맞은 것 같다. 그 공터를 처음 본 게 10년 전이다. 그때 내가 다니던 헬스장이 복지회관 건물 4층에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트레드밀에서 달리는 내 눈에 온통 연두색 철망으로 싸여 있는 이층집이 들어왔다. 운동을 끝내고 찾아가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 더 심상치 않았다. 집이나 가구에 쓰이는 온갖 종류의 문과 창문과 울타리가 빽빽이 집에 둘러져 있었다. 틈틈이 덩굴식물이 가지와 잎을 내밀고 꽃도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분명 사람이 기거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그는 대체 어떻게 저길 드나들까. 나 혼자 보기 아까워서 그 며칠 뒤 작가 신경숙과 화가 김점선 선생님을 모셨다. 우리 셋이 두 걸음 너비 골목에서 그 집을 감상하며 건너편 벽에 기대어 있을 때 마침 집주인이 왔다. 김 선생님 또래로 보이는 그는 심상한 모습의 남자였다. 뒤에 듣자 하니 이웃들이 흉물스럽다고 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한 모양이지만 그는 자기 집을 그렇게 장치하는 데 예술가에 방불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잡지에도 소개됐다고 하면서 그 집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며 그가 말했다. “내 뜻을 이을 사람이 있으면 이 집을 물려주고 싶어요.” 그러자 선생님이 냉큼 나를 그 앞으로 밀며 “얘 주세요, 얘요!” 하셔서 발칵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그 집 바로 위의 그 공터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게 될 줄이야. 근래 존 버거에게 흠뻑 빠져 있다. 어제는 소설 ‘A가 X에게’를 읽으면서 ‘어떻게 이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절감했다. 뭐 이렇게 우아한 저항소설이 다 있나. 아름다움만으로도 가슴이 저릿저릿.
  • “콩밥 먹는다고 눈물겨워 마십시오”… 의연했던 열아홉살 심훈

    “콩밥 먹는다고 눈물겨워 마십시오”… 의연했던 열아홉살 심훈

    “어머님! 날이 몹시도 더워서 풀 한 포기 없는 감옥 마당에 뙤약볕이 내리쪼이고 주황빛의 벽돌담은 화로 속처럼 달고 방 속에서는 똥통이 끓습니다. 밤이면 가뜩이나 다리도 뻗어 보지 못하는데 빈대, 벼룩이 다투어 가며 짓무른 살을 뜯습니다. (중략) 콩밥을 먹는다고 끼니 때마다 눈물겨워하지도 마십시오. 어머님이 마당에서 절구에 메주를 찧으실 때면 그 곁에서 한 주먹씩 주워 먹고 배탈이 나던, 그렇게도 삶은 콩을 좋아하던 제가 아닙니까?” 소설 ‘상록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소설가 심훈(1901~1936)이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을 때 어머니께 쓴 편지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의 일부다. 좁은 감옥에서 목사, 시골 노인, 학생 등과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진 심훈의 고단한 옥중 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투옥 당시 19살이었던 심훈이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어머니를 위안하는 모습에서는 의젓함과 의연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경성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해 박열, 박헌영, 윤극영 등과 동문 수학하던 심훈은 3학년 재학 중 3·1운동에 참여했다. 일제의 수탈에 대한 분노와 조국의 독립을 향한 열망을 울부짖은 그는 3월 5일 덕수궁 앞 해명여관 앞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해 11월까지 옥살이를 한 심훈은 감옥에서 보낸 시간을 토대로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한 방에서 함께 지냈던 장기렴 천도교 서울대교구장의 옥사를 모티브로 1920년 집필한 단편소설 ‘찬미가(讚美歌)에 싸인 원혼’이다.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에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듯 칠십을 넘긴 노구로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굳은 심지를 가졌던 한 영혼에 대해 이야기했다. 35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았던 심훈은 출옥 후 작품 활동을 통해 독립에 대한 열망을 꾸준히 노래했다. 1932년 출판하려고 했지만 일제의 검열에 걸려 무산된 ‘심훈시가집’에 수록된 시 ‘그날이 오면’은 그 마음이 극적으로 표출된 작품이다.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한다면,/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와 같은 구절은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 한 청년의 단단한 의지를 대변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일주일에 2~3편 묶어 변칙 상영 美 유니버설사 ‘명금’ 등 큰 인기

    일주일에 2~3편 묶어 변칙 상영 美 유니버설사 ‘명금’ 등 큰 인기

    1910년대 중반부터 1920년대 초반까지 조선인 거리의 영화관 우미관과 단성사의 영화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미국 유니버설 영화사 등이 제작한 연속영화였다. 특히 조선인 신파극단의 연쇄극이 공개되기 1년 전인 1918년 우미관에서는 1년 내내 서구 연속영화가 상영됐다. 연속영화는 탐정소설류의 내용을 기반으로 만든 활극 장르인데, 2롤(20분 정도) 분량을 1편으로 구성해 전체 12편에서 24편 정도로 길게 만드는 영화다.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지금의 드라마처럼 일주일에 한 편씩 상영하되 한 편의 마지막에 위기일발의 장면(cliffhanger)을 구성해 1편을 본 관객은 최종편으로 갈 때까지 매주 영화관에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속영화의 대표적인 작품은 유니버설사의 ‘명금’(The Broken Coin)(1915·22편)인데, 조선에서도 1916년 우미관에서 상영돼 연속영화의 유행을 만들었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일주일에 한 편씩 상영하지 않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2편 혹은 3편씩 묶어서 공개했다. 미국에서 연속영화의 위상이 장편극영화에 덧붙여 상영하는 부록 같은 존재였다면, 일본과 조선에서는 주인공 격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위험에 처한 주인공의 모습을 연달아 세 번이나 볼 수 있는 변칙 상영이었다. 조선인들은 서구의 연속영화를 보며 영화적 감각을 키워 나갔고, 조선영화의 개척자들은 연속영화의 영화적 기법과 조선인 관객들이 열광하는 부분을 되새기며 연쇄극의 영화 장면을 만들었다. 이렇게 조선영화계는 극영화 제작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천우희, ‘멜로가 체질’ 출연 확정 “‘써니’ 이병헌 감독과 재회”

    천우희, ‘멜로가 체질’ 출연 확정 “‘써니’ 이병헌 감독과 재회”

    믿고 보는 배우 천우희가 ‘멜로가 체질’에 출연한다.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배우 천우희가 JTBC 새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아르곤’ 이후 약 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천우희에게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고 있다. 숱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이병헌 감독표 코믹드라마다. 천우희는 2011년 개봉한 영화 ‘써니’에 이어 이병헌 감독과 재회하게 돼, 두 사람이 선보일 강렬한 시너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천우희는 활발한 감정 기복 덕분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한 임진주 역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전망이다. 드라마 작가인 임진주는 비정상이 정상인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인물. 인터넷 소설을 순수 문학으로 여기고 자라 작가이면서도 문어체를 쓰려면 엄청난 집중력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쇼윈도 명품백과 대화를 나누며 사치를 꿈꾸는 등 정상인 듯 보이면서 언제나 정상에서 1센티미터만큼씩 벗어나 있는 엉뚱 기발한 성격의 소유자다. 천우희는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이병헌 감독님과 ‘써니’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추게 돼 무척이나 설렌다. 시청자분들에게도 즐겁고 새로운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기에, 동료 배우분들과 최선을 다 해 촬영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며 소감을 전했다. ‘멜로가 체질’ 출연 확정 소식을 알린 천우희의 2019년 열일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자신만의 색채가 담긴 연기력과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바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온 천우희. 영화 ‘한공주’, ‘손님’, ‘뷰티 인사이드’, ‘곡성’, ‘어느날’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신뢰 100%의 믿음직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시킬 천우희의 저력은 ‘멜로가 체질’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개봉을 앞둔 영화 ‘우상’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묘령의 여인 최련화로 보여줄 강렬함과 달리, ‘멜로가 체질’에서는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브라운관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올여름, 웃음을 확실하게 책임질 천우희의 색다른 연기 변신에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천우희 주연 JTBC 새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오는 7월 방송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청소년들의 배려와 소통 무대…금천 ‘레미제라블’ 관객 홀리다

    청소년들의 배려와 소통 무대…금천 ‘레미제라블’ 관객 홀리다

    스쿨 에디션 라이선스 맺고 원작 그대로 전석 매진행렬… “자존감·성찰 기회로”“우리의 눈물이 모여 척박한 이곳에 굳었던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네, 새롭게 펼쳐 나갈 새로운 세상 위해 축배를 들자!” 지난 22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금천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에서 무대에 오른 학생들이 장엄하게 합창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장발장 역을 맡은 정일영(19)군이 자신의 죽음을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공연에 흠뻑 빠져들어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올해로 벌써 6회째를 맞이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금천구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대표적인 청소년 문화교육사업이다. 금천구 관계자는 “뮤지컬은 노래와 춤, 연기가 결합된 종합예술인데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협력하는 과정에서 배려와 소통을 배울 수 있어 교육적인 효과가 높다”면서 “땀 흘려 연습한 끝에 무대에서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는 경험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정서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이날부터 24일까지 3일에 걸쳐 모두 4회 열렸다. 560석 규모의 공연장은 전석이 매진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금천구는 더 많은 청소년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레미팀’과 ‘제라블팀’이 2회씩 공연하도록 ‘더블 캐스팅’을 감행했다. 6회 공연의 개막일이기도 한 이날은 제라블팀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가족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구민 박정숙(47·여)씨는 “2015년 2회 공연부터 매년 관람해오고 있다”면서 “지난해 둘째 딸이 무대에 선 데 이어 올해는 첫째 딸이 공연에 참여해 더욱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연마다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축제 분위기”라면서 “아이들에게도 문화적인 소양을 키울 뿐 아니라 동네 친구들도 사귀고 협동심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캣츠’와 더불어 세계 4대 뮤지컬로도 명성이 높다. 금천구는 국내 최초로 스쿨 에디션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원작을 그대로 청소년들이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들은 공연의 모든 대사와 노랫말을 영어 원문으로 연기했다. 금천구는 현재 독산동 가산중학교에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준공을 목표로 뮤지컬스쿨을 건립하고 있다. 향후 레미제라블 외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공연을 확대해 보다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그동안 관심은 있었어도 전문적인 뮤지컬 공연 경험이 없던 학생들이 연습을 거듭하면서 자신을 이겨내는 과정이 기특하고 대견했다”면서 “특히 레미제라블은 그 자체로 인문학적인 깊이가 있는 작품인 만큼 학생들이 자신과 사회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국가 권력이 부풀린 서훈등급…사상·이념 족쇄 풀고 재평가를”

    “국가 권력이 부풀린 서훈등급…사상·이념 족쇄 풀고 재평가를”

    24일 서울신문 심층 설문조사에 참여한 역사학계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사상과 이념의 족쇄에서 독립운동가들을 풀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민족주의자, 자유민주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여부를 떠나 ‘한국의 독립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최우선 기준에 놓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 화해 분위기를 반영하고 통일에 대비하고자 우파 독립운동사 위주로 진행됐던 연구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독립 위해 무엇을 했는지 평가해야 역사학계는 김원봉(1898~1958)과 박헌영(1900~1956)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계열 활동가들을 독립운동사에서 복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봉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던 1918년 중국 난징의 진링대학(현 난징대학)에 입학한 뒤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조선 같은 약소국을 돕지 않을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고 무장투쟁가의 삶을 선택했다. 이듬해 ‘의열단’을 창단하고 광복을 맞아 한국에 돌아온 1945년까지 26년간 일제와 끊임없이 맞서 싸웠다. 조선총독과 친일파, 한국인 밀정을 처단하고자 의열투쟁을 진두지휘했고, 1938년 중국 국민당 정부로부터 첫 한인 무장세력으로 인정받은 ‘조선의용대’도 세웠다. 서울신문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에 동행한 이원규 작가는 “만약 그가 해방 뒤 ‘친일 경찰’ 노덕술(1899~1968)에게 치욕스런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면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덕술의 고문은) 일부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보다 우위에 섰던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을 상징하는 뼈아픈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김원봉은 해방 뒤 북한 정권 수립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후대에 만들어진 시각으로 역사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든지 상관없이 해방을 맞은 1945년까지 무엇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학계 “임병직 서훈은 5등급이 적당” 학계에서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고평가된 인물로 임병직(1893~1976)과 이승만(1875~1965)을 지목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정권을 쥔 이들이 자신과 측근의 공적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임병직은 이승만이 미국에 머물던 시절 그를 보좌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미위원부 위원을 지냈고 해방 뒤 외무부 장관과 주인도 총영사 등을 맡았다. 박정희(1917~1979)의 5·16 쿠데타를 지지했고, 사후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에 추서됐다. 그에 대한 서훈등급을 두고 ‘정치적 처세의 결과물’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홍선표 하나역사연구소장은 “임병직은 이승만의 비서 일을 한 것 말고는 한국 독립에 크게 기여한 게 없다. 학계에서는 ‘5등급 정도가 적당하다’는 평가가 많다”며 “그럼에도 그가 김구, 윤봉길 등과 같은 반열의 유공자가 된 것은 1976년 서훈 심사 당시 (임병직이 지지선언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 권력에 의해 포상 체계가 흔들린 대표적 사례로 반드시 거론돼야 할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역사학계는 우리 독립운동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로 김구(1876~1949)와 안창호(1878~1938), 안중근(1879~1910)을 꼽았다. 외국인으로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1889~1970)와 장제스(1887~1975), 후세 다쓰지(1880∼1953)를 들었다. 스코필드는 영국 태생의 캐나다 감리교 선교사로 1919년 일제의 제암리 학살사건 참상을 전 세계에 타전해 일제의 만행을 알렸다. ‘석호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3·1 운동 민족대표 제34인’으로도 불린다. 후세는 일본의 인권변호사로 박열(1902~1974) 등 항일운동가들을 변론하며 한국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 연구 풍토 마련해야 학계에서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가 우리 역사학계의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진단해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 연구 풍토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언론 역시 일회성 100주년 기획들로 끝내지 말고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홍 소장은 “역사의 성과는 (국가나 언론의) 각종 기념행사나 기획기사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찾지 않던 자료를 어렵게 발굴해 밤새워 연구하는 외로운 학자들에 의해 피어나는 것”이라며 “우리 역사학계 연구 수준은 매우 미약하다. 인문학이 고사 위기인데 역사학계 역시 마찬가지다. 밤낮 없이 연구실에 처박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연구에 몰두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열정이 피어오르게 할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문서가 1932년 윤봉길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와 한국전쟁 등으로 대부분 소실됐다. 아직도 행방을 모른다. 정부는 (일본이나 북한 등과 교섭해) 이것부터 찾아야 한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도 “독립유공자 포상이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사이 상당수 자료가 사라져 지금도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아직도 3·1운동, 독립운동과 관련해 포상을 못 받은 분들이 다수다. 보훈처 등에서 연구를 지원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무질서한 서훈 체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독립운동가 서훈 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한민국 건국훈장은 국가 수립에 뚜렷한 공을 세웠거나 국기(國基)를 다지는 데 공적이 있는 자에게 수여한다. 대한민국장(1등급)과 대통령장(2등급), 독립장(3등급), 애국장(4등급), 애족장(5등급) 등 5단계로 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보훈처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남성 1만 5180명, 여성 357명 등 모두 1만 5537명이다.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가산을 모두 팔아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회영(1867~1932),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1858~1932) 등이 3등급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이승만은 대통령 재임 중 자신을 1급으로 ‘셀프 서훈’해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며 “정부는 독립운동 주동자 가운데 거사를 벌이다가 죽지 않은 이는 알아주지도 않는다. 이건 정말 아니다. 단순 정량 평가가 아닌 정성 평가를 통해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설문응답자 명단 기유정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김삼웅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형목 독립기념관 선임연구위원, 노상균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이양희 충남대 충청문화연구소 연구원, 이원규 역사소설가,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 장석흥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 조한성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기영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 홍선표 하나역사연구소장, 익명 요청 2명(가나다순)
  • [단독]“독립운동가 김원봉, 재평가·복권 1순위”

    [단독]“독립운동가 김원봉, 재평가·복권 1순위”

    “이승만 비서 임병직 지나치게 고평가좌파 계열 4명·박헌영도 재평가돼야”독립운동사 연구 우파 편향 지적도친일청산 부재·일관성 없는 서훈 비판역사학계는 가장 먼저 재평가와 복권이 이뤄져야 할 독립운동가로 김원봉(1898~1958)을 꼽았다. 반대로 지나치게 고평가돼 재고가 필요한 인물로는 임병직(1893~1976)을 들었다. 역사학자들은 “우리 독립운동사 연구가 우파에 치우쳐 미진한 점이 많다”며 “정부가 연구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학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신문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4일 역사학계 전문가 25명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 32%(8명)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재평가가 시급한 인물로 김원봉을 지목했다. 그는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출신으로 한국광복군 부사령관과 군무부장 등을 맡아 민족 해방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 전체(4명), 박헌영·이동휘(각 3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좌파계열 활동가들에 대한 복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는 “김원봉은 경남에서 손꼽히는 인물이지만 북한 정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재조명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 남북 관계 등을 감안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설문에 응한 역사전문가 중 36%(9명)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인물이 임병직이라고 답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1976년 건국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2위 이승만(7명·28%), 3위 김구(2명·8%) 순이었다. 김삼웅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임병직은 이승만의 비서였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공적 없이) 1등급 훈장을 받았다. 과거에는 이승만처럼 스스로에게 최고 훈장을 주는 ‘셀프 서훈’도 만연했다.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 서훈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과오로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 연구 틀을 갖추지 못한 점’(32%·8명)을 들었다. 친일 청산 부재와 일관성 없는 서훈(각 6명)도 도마에 올랐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와 언론이 역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 인물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미 나온 인물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 (요즘 정부와 언론의) 노력이 실제 역할이 적었던 이들을 의도적으로 치켜세우는 식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는 “해방 직후 우리 정부가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우리 사회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친일 행적자 대부분이 단죄를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시간’이 대신 친일파를 청산해 줬다”고 꼬집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설문응답자 명단 기유정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김삼웅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형목 독립기념관 선임연구위원, 노상균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이양희 충남대 충청문화연구소 연구원, 이원규 역사소설가,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 장석흥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 조한성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기영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 홍선표 하나역사연구소장, 익명 요청 2명(가나다순)
  • [여기는 남미] 길이 65m…세계 최대 청바지 기네스에 등재

    [여기는 남미] 길이 65m…세계 최대 청바지 기네스에 등재

    세계에서 가장 큰 청바지가 페루에서 만들어져 기네스에 등재됐다. 페루의 백화점 체인 '파리'가 패션업체 '칸사스'와의 협업으로 만든 청바지의 길이는 무려 65.5m. 폭은 42.7m에 이른다. 크기는 22층 건물과 맞먹는다. 초대형 청바지답게 무게도 만만치 않다. 청바지의 무게는 정확히 5400kg이다. 기네스는 검사관을 파견, 청바지의 크기를 확인하고 기록을 공인했다. 청바지는 2020년판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청바지'로 등재된다. 종전의 최고 기록은 2009년 튀니지에서 제작된 청바지였다. 튀니지 청바지의 크기는 길이 50.1m, 폭 36m였다. 소설의 주인공 걸리버나 입을 법한 청바지를 만드는 데는 꼬박 6개월이 걸렸다. 디자이너와 봉제공 등을 포함해 모두 50명이 제작에 투입됐다. 55m에 이르는 다리 , 폭 10m 주머니 등 초대형 사이즈로 청바지를 제작하는 데 사용된 데님 원단은 8600m에 달한다. 백화점 체인 '파리'의 총괄사장 펠리페 바일리는 "최신 데님상품을 파는 백화점이 이젠 세계에서 가장 큰 청바지도 갖게 됐다"면서 "페루의 자존심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일리는 "페루인이 얼마나 손재주가 좋은지, 페루의 의류산업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를 세계에 알리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기네스에 등재된 초대형 청바지는 24일(현지시간)까지 미라플로레스의 수르 쇼핑몰에서 전시된다. 전시가 끝나면 청바지는 분해된다. 백화점 체인 파리는 청바지를 뜯어 재활용 가방 1만 개를 만들 예정이다. 페루는 올해부터 플라스틱 봉투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의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재활용 가방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종석의 특별한 고백법 “달이 아름답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종석의 특별한 고백법 “달이 아름답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종석의 서서히 스며드는 특별한 사랑법이 차원이 다른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연출 이정효, 극본 정현정, 제작 글앤그림)이 2막에 돌입했다. 강단이(이나영 분)가 차은호(이종석 분)의 오랜 마음을 눈치채면서 한결같았던 ‘은단커플’에게는 로맨틱한 변화가 예고됐다. “혹시 나 좋아하니?”라고 묻는 강단이에게 고백 대신 미소로 답한 ‘차은호’다운 엔딩은 설렘을 증폭하며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높였다. 마침내 차곡차곡 쌓여왔던 감정선이 터지기 시작한 ‘로맨스는 별책부록’.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르게 스며드는 ‘로별’만의 로맨스는 조금 특별하다. 사랑마저도 빠르게 불타오르고 식어가는 세상에서, 강단이와 차은호가 그려내는 로맨스는 느리지만 어느새 심장을 빠르게 두드리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 중심에는 수채화처럼 서서히 물들어가는 차은호의 특별한 사랑법이 있다. 정현정 작가는 “모든 관계가 쿨해진 세상에서 애틋하고 깊이 있는 인물들의 사랑이 시청자들에게 힐링이 됐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진중하고, 들여다볼수록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차은호의 사랑에 시청자들도 물들기 시작했다. 2막을 앞두고 시처럼, 소설처럼 시청자들의 심장에 젖어 들어가는 차은호의 사랑법을 짚어봤다. #‘모든 순간이 강단이’ 이토록 애틋한 진심! 강단이 마음마저 배려하는 차은호의 사랑법 강단이를 향한 그의 진심은 사랑보다 깊은 감정이었다. “강단이가 웃으면 좋고, 강단이가 울면 마음이 아파서 미치겠고, 곁에 없으면 보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 사랑이지만, 차은호는 감정을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보다 강단이가 소중했기에, 사랑을 각성한 후에도 마음을 강요하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강단이를 이해하고, 강단이를 잘 아는 유일한 존재로 남았다. 강단이의 웃음과 눈물을 지켜봐 주며 필요할 때면 따뜻하게 손을 내밀었다. ‘썸남’ 지서준(위하준 분)의 등장에도 흔들리지 않는 어른스러운 면모가 차은호의 매력. 이성을 무너뜨리는 폭풍질투 속에서도, 강단이를 결혼식장에 돌려보낸 날의 후회가 사무치게 밀려오는 순간에도 차은호에게는 강단이가 절대 기준이었다. 지서준의 전화를 기다렸을 강단이의 마음을 알기에 선물을 전달하고, 목도리를 둘러주며 외투에 손난로까지 넣어주는 것이 차은호만의 사랑표현이었다. 상대의 마음마저 헤아리는 차은호의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는 어디에도 없는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달이 아름답다” 고백도 시가 되는 사랑! 차은호만이 가능한 서정적 고백 강단이가 너무나 소중해 함부로 고백조차 하지 못하는 차은호. 그렇기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뱉는 말들은 깊고 귀하다. “그 사람 마음이 내 마음 있는 곳에 걸어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다”던 차은호는, 자꾸만 커져가는 자신의 사랑을 나쓰메 소세키의 표현을 빌려 “달이 아름답다”고 돌려 말하곤 했다. 차은호만이 할 수 있는 서정적인 간접고백은 따뜻한 감성과 설렘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단이를 향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넘치기 시작한 그의 변화가 더 설레는 이유다. 눈을 맞으면서 “지금도 말하잖아. 눈 내리는 거 아름답다고”라며 자신의 사랑을 재차 표현한 차은호. 천천히 다가간 그의 마음은 마침내 강단이에게 가 닿았다. 자신을 좋아하냐고 묻는 강단이에게 미소로 답하는 차은호의 모습은 고백보다 진한 설렘을 안기며 차은호 사랑법의 진수를 보여줬다. # 숨겨왔던 감정 포텐 터졌다! 차은호, 마침내 직진 시작? 어깨 위에 잠든 강단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차은호의 손길은 조심스럽고 뜨거웠다. ‘아름답다’는 말에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특별한 고백이 계속되자 마침내 강단이도 차은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켜켜이 쌓여가던 감정선은 조금씩 흘러넘치다 마침내 터지기 시작하며 설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더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어려워진 차은호와 그의 마음을 깨달은 강단이, 두 사람 사이 일어날 로맨틱한 변화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랑을 돌려 말하고, 자신의 마음보다 강단이의 감정을 앞서 생각했던 차은호가 조금 더 빠르게 다가가기 시작한 것. 공개된 예고편에서 “좋아하는 여자한테 누나라고 하냐”며 달라진 차은호의 모습이 포착돼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작진은 “서서히 다가가던 차은호의 진화된 사랑법에 강단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두 사람의 로맨틱한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9회는 내일(23일) 밤 9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故이은주 오늘 22일 14주기, 25살 꽃다운 나이에 무슨 일이..

    故이은주 오늘 22일 14주기, 25살 꽃다운 나이에 무슨 일이..

    故이은주 오늘 22일 14주기 고(故) 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지 14년이 됐다. 고인은 2005년 2월 22일, 스물다섯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은주는 우울증으로 남몰래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은주가 삶을 마감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한다. 1980년 군산에서 태어난 이은주는 1996년 학생복 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뒤 본격적으로 연예계로 뛰어들었고 1997년 KBS 드라마 ‘스타트’로 연기자 데뷔를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곧잘 등장하며 얼굴을 알리던 그가 존재감을 보인 건 1999년 SBS ‘카이스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카이스트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담은 드라마에서 이은주는 전산학과 구지은 역을 맡아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듬해 2000년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통해 ‘배우’의 호칭을 얻었다. 이후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태극기 휘날리며’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한국 영화계를 이끌 재목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5년 만에 복귀한 드라마 ‘불새’마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이은주는 톱 여배우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2005년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졌다. 이은주는 어머니에게 “꼭 지켜줄게”라는 유서를 남긴 채 2005년 2월 22일 분당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펜을 든 동양 소년, 독립을 외치다

    [그 책속 이미지] 펜을 든 동양 소년, 독립을 외치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정상천 지음/산지니/316쪽/1만 6000원 빛바랜 흑백사진, 서양 소년들 사이로 익숙한 외모의 동양 소년이 앉아 있다. 다부진 입매가 돋보이는 소년은 일제강점기, 임시정부의 권유로 프랑스로 유학 간 서영해(원 안)다. 우리 중고등학교에 해당되는 보베시의 ‘리세’에서 파란 눈의 축구부 급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엄혹했던 시절, 일제에 저항해 어떤 이는 총과 폭탄을 들었지만 어떤 이는 펜을 들고 낯선 땅에 갔다. 외교관이자 언론인, 소설가였던 서영해는 일생을 서방세계에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힘썼다. “미국에 이승만이 있다면 유럽에는 서영해가 있다”고 할 정도로 임시정부의 공식적인 양대 외교 축이었지만, 안타깝게 역사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책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는 상하이 임시정부의 막내로 활동하다 1920년 프랑스로 유학 간 청년 서영해를 그린다. 그는 임정 외무부의 지시로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일본의 한반도 침략상을 전 유럽에 알렸다. 불어로 장편소설 ‘어느 한국인의 삶의 주변’과 민담집 ‘거울, 불행의 원인’ 등도 집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유럽에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여인 엘리자와 결혼해 아들 스테판을 낳았고, 스테판의 딸인 수지 왕이 할아버지의 첫 전기에 추천사를 썼다. “할아버지는 흐르는 물에 과감히 역행해서 헤엄치는, 그리고 지칠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대단한 이상주의자였고, 평화수호자였으며, 반파시스트이자 섬세한 예술적 감각을 지닌 애국자였을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안도현 지음, 송필용 그림, 다선출판사 펴냄) 식물을 노래한 안도현 시인의 시 50편에 송필용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선집. 서른다섯 살이 되어 애기똥풀을 처음 알았다는 시인은 “나는 식물의 이름을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애기똥풀이라는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썼다. 108쪽. 1만 2000원.가만한 나날(김세희 지음, 민음사 펴냄)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연애, 취직, 결혼 등 사회초년생에게 막중한 과업이 된 사건을 통과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리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사회생활 보고서, 인간관계 관찰일지다. 328쪽. 1만 2000원.영어의 힘(멜빈 브래그 지음, 김명숙·문안나 옮김, 사이 펴냄) 영국 BBC에서 30년 이상 프로듀서로 일하며 영어에 관한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저자가 겨우 15만명이 쓰던 게르만어 방언에 불과했던 영어가 어떻게 세계를 정복하게 됐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504쪽. 1만 9500원.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막시밀리안 모저 지음, 이덕임 옮김, 추수밭 펴냄) ‘시간치료학’을 개척한 의학자인 저자가 생체시계의 작동 원리와 이를 활용해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안내한다. ‘최적의 업무 리듬은 90분 일하고 15분 쉬는 것이다’처럼 실생활에 유용한 팁들이 많다. 256쪽. 1만 5000원.중력(권기태 지음, 다산책방 펴냄) 2006년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의 장편소설. 2006년 당시 대한민국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취재했던 기자 출신 작가는 굵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한 탈락자의 퇴장에 주목했다. 우주를 꿈꾸던 한 샐러리맨 연구원이 우주인 선발 경쟁에 도전,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동료들을 격려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다. 456쪽. 1만 4800원.만화 우계 성혼(성기영 지음, 이현주 그림, 여름언덕 펴냄) 율곡 이이, 송강 정철과 더불어 학문적으로 깊게 교유했던 조선시대 성리학자 우계 성혼(1535~1598)의 삶과 학문 세계를 만화로 펴냈다. 성혼의 14대 손인 작가가 젊어서는 벼슬자리를 멀리한 채 학문에 정진하다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임금에게 직언하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애쓴 선조를 그렸다. 224쪽. 1만 2000원.
  • 역사·휴식 공존 쉼터… 애국지사와 중랑주민 잇다

    역사·휴식 공존 쉼터… 애국지사와 중랑주민 잇다

    기업·주민들 ‘영원한 기억 봉사단’ 구성 근현대사 족적 남긴 한용운·방정환 등 60명 묘역 1대1 결연…5월 본격 관리 류 구청장, 봉사단 활동 전 정비 나서 관광코스 연계 역사문화공원도 조성 안내·휴게시설 ‘웰컴센터’ 건립 착수“1933년 일제가 전쟁 준비를 위해 이태원 공동묘지를 망우리로 옮긴 게 출발이었습니다. 이후 1973년 폐장되기까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6·25전쟁, 4·19혁명 등 격동의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 했어요. 국립서울현충원이 국가에 공인을 받은 이들을 위한 곳이라면 여기에는 풍운의 시대를 살다 간 ‘아웃사이더’ 민초들의 혼이 잠들어 있지요.” 겨우내 애타게 기다려 온 눈발이 모처럼 흩날리던 지난 15일 망우묘지공원을 찾은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 비석에 쌓인 눈을 손수 털어내며 이렇게 말했다. 류 구청장은 이날 방정환(1899~ 1931) 선생 묘와 유관순(1902~1920) 열사의 유해가 합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태원 무연 분묘 합장지’까지 직접 둘러봤다. 3·1운동 100돌을 맞는 다음달 1일 이들 독립운동가 3인 묘소와 ‘영원한 기억 봉사단’ 봉사자의 1대 1 결연식을 갖기에 앞서 사전 답사에 나선 것이다. 망우묘지공원에는 시인 박인환(1926~ 1956), 화가 이중섭(1916~1956), 소설가 계용묵(1904~1961) 등 각 분야 유명인사 묘 46기를 모셨다. 9기는 등록문화재다. 그러나 국가보훈처 관리를 받는 국립묘지와 달리 관계법상 묘지공원으로 등록돼 있어 공원 관리는 서울시설공단에서, 묘지 관리는 유족과 후손이 각각 맡는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묘소만 구에서 위탁관리를 하고 있다. 유족이 없으면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랑구는 관내 기업과 주민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영원한 기억 봉사단’을 구성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근현대사 격동기에 족적을 남긴 60명의 묘역과 봉사단원을 1대 1로 결연해 묘소를 맞춤 관리한다. 다음달 22일까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오는 4월 결연식을 마친 뒤 5월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등록문화재 묘소에 대한 잔디 보식, 봉분 보수, 문화재 안내판 설치 등도 추진한다. 류 구청장은 민선 7기 공약이기도 한 망우역사문화공원 조성을 본격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8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데 이어 역사·문화, 교육, 공원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 28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최근엔 공원 입구에 55억원을 투입해 안내소와 휴게시설을 겸한 ‘웰컴센터’ 건립에 착수했다. 2020년 준공이 목표다. 향후 인근의 중랑캠핑숲, 용마테마공원과 연결한 역사·문화 관광 코스로 개발할 생각이다. 류 구청장은 “숲과 산책로, 애국지사 묘역이 공존하는 망우묘지공원이 역사가 살아 숨쉬는 명소이자 주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숲길을 산책할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이 아버지를 살해했다, 왜…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이 아버지를 살해했다, 왜…

    퍼스트 러브/시마모토 리오 지음/김난주 옮김/해냄/360쪽/1만 5000원 아나운서 지망생인 미모의 여대생 칸나. 방송사 2차 면접 도중 사라진 그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미술학교로 찾아가 미리 구입한 식칼로 아버지를 찔러 죽였다. 피 묻은 옷을 입고 천연덕스럽게 집에 돌아온 그. 살해 동기를 묻는 경찰에게 그는 말했다. “동기는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으니까 찾아줬으면 좋겠다.”세상사 남 일이면 가십, 내 일이면 가십이 아니다. 소설 앞부분만 보면 명백한 가십이다. 미모의 여대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플롯은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 그 이상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 남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소설 ‘퍼스트 러브’는 17세에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일본 문단의 아이돌’ 시마모토 리오의 작품이다. 등단 후 18년 동안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네 번, 나오키상 후보에 두 번 올랐던 작가가 순수문학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적 장편 집필을 결심한 이후 발표한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들으며 지난해 제159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일본문학진흥회에서는 대중성이 강한 작품에는 나오키상을, 순수문학 대상으로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여한다. 소설에서 남 일이 가십이 아님을 알려 주는 이가 임상 심리 전문가인 유키다. 출판사로부터 사건의 논픽션 집필을 의뢰받은 그는 칸나를 면회하고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 나간다. 공교롭게도 피의자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이는 시동생이자 오래 전 대학 동기였던 가쇼다. 유키와 가쇼는 저명한 화가인 아버지와 그림 속 소녀 같은 엄마 사이에서 데생 교실의 모델로 뭇 남성들의 시선하에 성적 학대를 받아온 칸나의 사연을 밝혀낸다. 식칼로 수없이 자신의 몸을 그어야만 모델로 서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도. 조건 없이 사랑받아야 하는 부모와의 관계, ‘퍼스트 러브’에서 어린 칸나는 늘 실패해 왔다는 점도. 그리고 그 실패가 어린 칸나의 탓만은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안다. 논픽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부한 행간, 친절하진 않지만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문장에서 인물들 간의 긴장과 이완, 치유가 오롯이 이루어진다. 칸나와 엄마 사이, 유키와 엄마 사이, 유키와 가쇼, 그리고 남편인 가몽 사이 등. 이를 두고 후배 작가 아사이 료는 말했다. “악단처럼 다양한 감정을 연주하듯 이끌어 낸 후 지휘자가 손을 꽉 쥐며 연주를 끝내는 것 같은 마지막 한 줄. 너무나도 강렬했다.” 물론 마지막 한 줄도 그러하다. 미모의 여대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시작했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이다. 드라마 ‘SKY 캐슬’ 같은 작품이 자극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큰 사랑을 받았던 것은 결국 가십을 넘어 우리 이야기임을 주지시키기 때문이다. 그 모든 관계들에, 유키의 말이 해답이 될 듯하다. “물론 사랑을 주는 건 잘못이 아니죠. 하지만 사랑이란 지켜보는 것이랍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中 우주굴기, 시진핑 달탐사 창어4호 참가자 격려

    中 우주굴기, 시진핑 달탐사 창어4호 참가자 격려

    “위대한 사업은 모두 꿈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실천이 말해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류 최초로 달 뒤편에 착륙한 창어(嫦娥) 4호 프로젝트 참여자들을 만나 우주 탐사에는 끝이 없다며 중국의 ‘우주굴기’를 강조했다.2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창어 4호 연구진들을 만나 “인류가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며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중국의 지혜와 힘을 보태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중화민족은 용감하게 꿈을 쫓는 민족”이라며 “중국의 달 탐사는 중화민족의 달에 대한 꿈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과학기술 강국을 건설하는 것은 평탄한 길이 아니며, 오직 혁신만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며 우주굴기를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지난달 3일 창어 4호는 달 뒷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으며 달탐사로봇 위투(玉兎) 2호는 통신중계위성 췌차오(鵲橋·오작교)를 통해 달 뒷면 관측 자료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중국의 우주굴기는 설 연휴를 맞아 개봉한 중국 최초의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 영화 ‘유랑지구’의 흥행 성공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중국인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의 ‘유랑지구’는 역대 중국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전랑2’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역대 최고 수입의 중국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개봉 17일 만에 40억 위안(약 6700억원)의 수입을 기록 중이다. 한편 ‘유랑지구’ 원작자로 SF소설에 수여하는 휴고 문학상을 동양인 최초로 받은 중국인 작가 류츠신의 작품도 세계 서점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영문판이 나온 류츠신의 소설 ‘구상번개(球狀閃電·Ball lightning)’도 인기몰이 중이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초한지 원본 ‘서한연의’가 삼국지의 아류?… 이문열, 오해한 것”

    “초한지 원본 ‘서한연의’가 삼국지의 아류?… 이문열, 오해한 것”

    “삼국지에 버금가는 역사 디테일·묘사 역사 비틀고 지나치게 엇바꾼 것 아닌 그 시대에 따른 민중의 관심·유습 반영 17세기 견위도 민간 이야기 섞어 출간 초한지, 이합집산 거듭하는 현재와 비슷”사면초가, 지록위마, 토사구팽, 낭중지추…. 이 많은 사자성어들은 다 ‘초한지’에서 왔다. 유방은 유비보다 멀고, 초·한은 장기판에서나 보는 듯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실생활에 근접해 있는 게 초한지다. 정비석, 김홍신, 이문열 등의 책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초한지의 원본인 견위(생몰연대 미상)의 ‘서한연의’를 저본으로 완역한 것은 국내에 한 권도 없었다. 국내 최초 ‘루쉰전집’ 발간에 참여하고 ‘동주 열국지’를 완역한 인문학자 김영문(59)씨가 이번에는 ‘원본 초한지’(전3권·교유서가)를 내놨다. 그를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초한지를 완역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5년에 내놓은 ‘동주 열국지’ 후속작을 고민하다 동주 열국지(춘추전국시대) 다음 시대가 초한지라서 보게 됐다. 원본이 ‘서한연의’라는 건 알았지만 이문열씨가 ‘초한지’ 서문에 서한연의에 대해 혹평을 해 놓은 걸 보고 선뜻 마음이 가질 않더라. 그래서 초·한에 관한 다른 소설이 있는지 조사해 봤지만 역시 서한연의밖에 없었다. 구입해서 읽어 보니 여러 가지 플롯이라든가, 역사 디테일, 묘사 기법이 삼국지에 버금가서 원전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지금까지 ‘서한연의’는 완역이 되지 않았을까. “조선시대에 완역이 되기는 했다. 1612년 견위가 ‘서한연의전’을 완성하고 금방 들어왔던 거 같다. 지금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셔한연의’ 언해 필사본 등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셔한연의’라는 이름으로 출간이 됐지만 그때 나온 건 조선시대 서한연의 언해본을 축약하고 편역한 것들이다. 이후 출간된 것들은 유명 작가들이 초한지 내용에 상당 부분 편역, 윤색을 하고 작가적 필력을 가미해서 낸 것들이다. 조선시대에 서한연의 언해본이 나왔는데도 해방 이후에는 원저자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초한지는 마치 저자가 없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지금도 검색해 보면 초한지는 저자가 없다는 설명이 많다.” -이문열 작가는 2008년 출간된 ‘초한지’ 서문에서 ‘서한연의’에 대해 ‘원전이 뻔히 보이는 아류’라며 ‘사실을 지나치게 뒤틀고 엇바꿔 ‘칠 푼의 진실과 서 푼의 허구’라는 연의의 본령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버렸다’고 적었다. “(이 작가가) 오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작가는 ‘견위가 나관중의 상상력을 빌렸다’고 썼는데, 견위나 나관중 이전에 이미 중국 민간에서는 삼국지·초한지·열국지처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을 서로 섞어서 공연했다. 이걸 가지고 1300년대에 나관중이 그러했던 것처럼 1600년대에 견위도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윤색해서 배치하는 데 주의를 기울인 거다. 이 작가가 ‘역사를 뒤틀고 엇바꿈이 지나치다’고 말했던 ‘구리산 십면매복’ 같은 부분은 실제 이 작가가 서한연의의 원전 서사로 인정한 ‘삼국지통속연의’ 현존 최고본(1522) 중 관우가 ‘한 고조(유방)가 항우에게 구리산 일전에서 성공을 거두어 400년 기업을 열었다’고 언급하는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견위는 책 서문에서 ‘서한권을 읽어 보니 견강부회하고 저속한 대목이 많았다’고 썼다. 이 작가가 초한지를 나름의 문학관과 역사관에 입각해 쓴 것과 똑같은 입장이다. 연의 소설 안에는 청중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들을 집어넣는 유습이 있는데 그것은 실상 ‘적벽대전’ 같은 허구가 들어간 삼국지나 초한지나 비슷하다. 삼국지의 사실 대비 허구 비율이 6대4 정도라면 초한지도 그 정도 된다.”-견위표 ‘서한연의’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단 스토리라인이 명쾌하다. 초·한 딱 두 나라가 쟁패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촉·오 세 나라가 뒤얽힌 삼국지보다 훨씬 덜 복잡하다. 이문열의 초한지가 인물 심리나 장면 묘사에 치중한 반면 견위의 서한연의는 훨씬 간명해 독자들이 독서 속도를 높이면서 전반적인 디테일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한지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유방의 대군이 낙양땅에 와서 항우와 정면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에 동삼로라는 사람을 만난다. 항우가 자신이 옹립한 황제 의제를 시해했을 때 그 시신을 건졌던 사람이다. 동삼로는 유방의 수레를 잡고 ‘당신이 전쟁을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욕망에 불과하다. 그래서는 천하의 민심을 얻을 수 없으니 의제를 위해 소복을 입으라’고 한다. 동삼로가 유방의 정복 전쟁에 ‘대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부여해 준 거다. 나중에 초·한이 일진일퇴하다가 홍구를 경계로 땅을 나눌 때 유방의 모사들은 협정을 파기하고 초나라를 쳐야 한다고 말한다. 대의·민의 같은 이데올로기가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깨지는 거다. 어떻게 보면 대의는 명분으로 놔두고 정당 이익에 의해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현실과 비슷한 것 같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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