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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늑대를 타고 달아난 여인/김승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늑대를 타고 달아난 여인/김승희

    늑대를 타고 달아난 여인 / 김승희 나는 새로운 것이 보고 싶었다 설거지가 끝나지 않은 역사 말고. 정말 새로운 것, 설거지감 냄새가 묻지 않은 그런 새로운 것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구마구 올라갔다 투명 유리 엘리베이터 창 아래로 하늘이 마구마구 내려갔다 믿을 수 없는 높이까지 내가 올라갔어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넝마 한 벌-하늘과 설거지감-산하, 환멸만큼 정숙한 칼이 또 있을까. 있음을 무자비하게 잘라 버리니까. 아아, 난 새로운 것을 보려면 그 믿을 수 없는 높이의 옥상 꼭대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뛰-어-내-려? 뛰-어-내-려! - 하얀 늑대를 타고 달리는 여인을 본 적 있다. 갑부인 출판사의 대표가 여인에게 말했다. 선생님의 소설을 우리 출판사에서 내고 싶습니다. 필요한 액수를 적으세요. 대표가 백지 수표를 앞에 놓았다. 모두 침묵했다. 잠시 후 여인이 말했다. “내가 무명일 때 50만원 100만원의 계약금을 받은 출판사들이 있습니다. 그 출판사들에 원고를 준 뒤 대표님의 출판사와 계약하겠습니다.” 여인은 늑대를 타고 돌아갔다. 멋있었다. 출판사의 주간이 사전에 내게 일러 준 계약금은 2억이었다. 25년의 세월이 지났다. 영혼의 늑대를 타고 다니던 푸르른 시절의 그 소설가가 그립다. 곽재구 시인
  • “할아버지 유산 지켜준 한국인들에게 감사드려요”

    “할아버지 유산 지켜준 한국인들에게 감사드려요”

    베델 마지막 유품 한국 정부에 영구 기증 홍파동 자택에 걸렸던 유니언잭 첫 확인 “英브리스톨 생가, 양국 잇는 명소 되길” “할아버지인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의 유품이 해가 갈수록 부식이 심해져 ‘더 늦기 전에 한국에 보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우리 가족에게 매우 귀중한 유산이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고마워하는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물건들을 소중히 간직해 주세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우리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수전 제인 블랙(63)은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델 유품을 기증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블랙 여사는 1904년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해 우리 민족의 항일의식을 고취한 영국 출신 독립운동가 베델의 손녀다. 지난해 서울신문은 ‘“베델 유산, 한국 정부가 관리해 주세요”’<2018년 8월 3일자 27면> 기사를 통해 베델의 후손들이 그의 유품을 한국에 기증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베델의 부인 메리 모드 게일(1873~1965)이 1909년 남편이 사망하자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가져간 것들이다. 이에 독립기념관이 블랙 여사와 협의해 베델이 쓰던 장식장과 사진첩 3권, 사진 10장, 엽서 20장 등을 영구임대 형식으로 기증받았다. 앞서 정진석(80)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도 1980년대에 베델 후손에게서 일부 유품을 전달받았다. 일본 헌병의 접근을 막고자 베델 자택(서울 홍파동 월암근린공원 터)에 걸었던 유니언잭(영국 국기)과 베델의 관을 덮었던 태극기, 그가 사망하자 각계에서 보내온 조문을 묶은 만사집(등록문화재 482호) 등이다. 현재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블랙 여사는 “수십년간 없어진 줄 알았던 유니언잭 등이 신문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오랫동안 할아버지의 물건을 지켜 준 한국인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베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국 첩보소설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 ‘황제의 옥새’(1914)가 최근 발굴됐다는 소식에 그는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 놀라고 기뻤다. 할아버지가 정말 대단한 분이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블랙 여사는 서울신문이 찾아낸 베델의 영국 생가(브리스톨 에저턴 로드 54번지)에 대해서도 “얼마 전 국가보훈처가 이곳에 ‘독립유공자의 집’ 명패를 걸었다. 현재 집 주인이 역사 교사 출신이어서 할아버지에게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고 들었다”면서 “브리스톨은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베델 생가가) 한국과 영국을 이어주는 역사적 장소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죽음 앞에서, 삶이 간절해졌다

    죽음 앞에서, 삶이 간절해졌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조수경 지음/한겨레출판/352쪽/1만 3800원 살다 보면 나 스스로에게는 할 수 있으나, 남에게는 할 수 없는 말들이 많음을 알게 된다. 가령 ‘마음먹기 나름이다’ 같은 것. 부러 우리가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살얼음 걷듯 매우 조심해야 할 말이다. 내 스스로를 추스르는 말로는 가능하겠지만, 마음이 아픈 이에게 같은 말을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일 테다.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수경 작가의 첫 장편 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가까운 미래를 그렸다. 안락사 대상자에는 몸이 아픈 사람뿐만 아니라 마음 불치병 환자까지 포함된다. 의사와의 면담, 의료인, 법조인, 윤리 문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면 안락사를 진행시켜 주는 센터에 입소하는 시스템. 방에만 틀어박혀 말을 잃어버린 ‘나’는 1개월 유예 판정을 받고 센터에 입소한다. 죽음만을 바라고 온 센터에서 ‘나’는 역시나 죽음만을 바라고 온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센터의 ‘왕고’인 룸메이트 김태한, 노화를 견딜 수가 없었던 한 여사님,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다 재회한 아들이 오히려 두려웠다는 손형, 아무것도 쓸 수 없음을 알게 되자 죽음만 떠올렸다는 작가 선생 등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가장 밀도 높은 삶과 만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인 동시에 당연한 귀결이다.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표표히 죽음의 길로 걸어가기도 하고, 불가항력인 암에 맞닥뜨리자 삶에의 의지를 활활 불태우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센터 매점의 ‘레어템’ 밀크티를 기다리던 나는 같은 기다림을 공유하던 이를 만나고, 이윽고 밀크티보다 그를 더 기다리게 된다. 그 기다림은 철저히 살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전작 ‘모두가 부서진’에서도 사람들 각자의 지옥에 주목했던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고통에는 표준이 없다’고 설파한다. 그 고통 속 누군가는 이 세상을 떠나는 것만이 고통을 끝내는 길이라고 여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안락사를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금기시하거나 외면하려 하는데, 그 부분이 저로서는 늘 의문이었습니다. 확률의 문제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사고나 질병은 대비하며 살아가는데, 죽음은 그렇지 않잖아요.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100% 일어날 일인데도요. 누구나 평온한 삶을 꿈꾸며 살아가듯, 죽음 또한 자연스럽게 논의하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이 더 간절해서 더 아픈 건지도 모른다’는 입소자의 전언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깊을수록 좋은 삶에 대한 생각도 치열할지 모른다는 가정을 갖게 한다. 이러한 이들에게 ‘마음 근육을 길러라’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타인의 삶에 공감하는 마음 근육이 있는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서울신문의 기획 시리즈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를 공감하며 읽었다는 작가는 말했다. “다만, 마음의 병이 그 이유라면, 결정을 조금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설에서 ‘무책임한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하고 싶었어요. 죽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사는 건 한번 끝내면 그걸로 끝이라는 명백한 사실을요.” 약간의 ‘스포’가 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말일 것 같아 지면에 옮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낭독으로 만나는 중국연극

    낭독으로 만나는 중국연극

    서울문화재단과 한중연극교류협회가 12~17일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제2회 중국희곡낭독공연’을 선보인다. 올해 낭독공연에서는 ‘물고기인간’을 쓴 궈스싱의 ‘청개구리’를 비롯해 지난해 타계한 중국 연극계의 거장 사예신의 ‘내가 만약 진짜라면’, 주샤오핑의 원작 소설을 천즈두와 양젠이 연극으로 각색한 ‘뽕나무벌 이야기’ 등 3편을 만날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중국의 현대극 5편과 전통극 5편 등 총 10편을 번역·출판해 이가운데 작품 3편을 선정해 무대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중국희곡이 생소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으로 보는 중국연극 이야기’ 등 강연회도 부대 프로그램으로 마련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독전’ 진서연X아이유, 에픽하이 ‘술이 달다’ 뮤비서 “강렬 액션”

    ‘독전’ 진서연X아이유, 에픽하이 ‘술이 달다’ 뮤비서 “강렬 액션”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이지은)에 이어 배우 진서연이 에픽하이의 새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출격한다.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는 7일 0시 공식 SNS 채널들을 통해 오는 3월 11일 발매 예정인 새 앨범 ‘sleepless in __________’ 타이틀곡 ‘술이 달다 (feat. 크러쉬)’ 뮤직비디오 2차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전날 공개된 1차 티저 영상이 주인공 아이유의 출연으로 뜨거운 화제를 일으킨 가운데, 2차 티저 영상 속에는 영화 ‘독전’을 통해 독보적인 연기력을 뽐냈던 진서연이 등장하며 다시 한 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티저 영상 속 진서연은 1차 티저의 아이유와 마찬가지로 무술 수련에 임하고 있으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팔을 베고 엎드린 채 쓸쓸한 표정으로 술잔을 바라보고 있다. 앞서 6일 공개된 티저 영상 속 아이유는 마치 무협영화의 주인공처럼 다이내믹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누군가와 대련을 펼치고 있다. 과연 아이유에게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지, 뮤직비디오 스토리는 어떻게 전개될지 뮤비 본편을 기다리는 팬들의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발매된 정규 9집 타이틀곡 ‘연애소설’ 피처링을 맡았던 아이유는 이번엔 타이틀곡 뮤비 주연으로 출연하며, 다시 한 번 에픽하이에 힘을 보탰다. 방탄소년단 슈가, 크러쉬, 선우정아, 코드 쿤스트, 유나(YUNA) 등 초호화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발매 전부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에픽하이의 새 앨범 ‘sleepless in __________’은 11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위키피디아’ 접속 패턴을 보면, 種의 보전 전략이 보인다

    ‘위키피디아’ 접속 패턴을 보면, 種의 보전 전략이 보인다

    수록 생물 3만 1751종 페이지뷰 분석 인터넷 사용 형태·자연계 변화 연관성 전체 25%가 계절 변화와 관련된 내용 어떤 종·지역 집중해야 할지 파악 가능 생태계 보전 효과 극대화에 기여 기대선물 증권거래인 출신의 미국 사업가 지미 웨일스는 2001년 1월 15일 인터넷에 접속만 되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열었다. 전 세계 250여개 언어로 만들어지고 있는 위키피디아는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공유가 함께 이뤄지며 계속 커지고 있는 집단지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현재는 백과사전의 대명사로 통했던 ‘브리태니커’ 정보량의 10배를 넘어섰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참여하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이나 거짓 정보가 뒤섞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류 수준도 브리태니커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위키피디아가 과학 분야의 발전과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지리학 및 환경학부. 버밍엄대 산림연구소, 이스라엘 네게브벤구리온대 사막생태연구소, 포르투갈 아조레스대 생태·진화·환경변화센터 공동연구팀은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형태가 자연계의 패턴 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 어떤 생물종과 지역에 집중해야 생태계 보전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지 좀더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 3월 6일자에 실렸다. 계절학(Phenology)은 자연의 특성들을 기후, 날씨와 연관지어 연구하는 분야로 18세기 스웨덴의 박물학자 카를 린네가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 대부분 동식물들이 보이는 계절현상을 다뤄 생물계절학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자연계의 계절현상 전반은 물론 계절병, 농사, 상업 분야와 접목해 연구 영역이 확장되면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분석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생물계절학적 분석법이 생태계 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위키피디아 245개 언어판에 수록된 3만 1751종의 생물에 대해 2015년 1월 1일부터 2018년 6월 2일까지 총 1067일 동안 23억 3000만 페이지뷰(12만 6697페이지 분량)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의외로 동식물에 대해 관심이 높고 전체 데이터의 25% 정도가 생물종의 계절적 변화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또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사람들의 계절적 관심은 종별로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람들의 계절적 관심은 사시사철 푸르른 침엽수나 상록수에 대한 것보다는 꽃이나 열매를 맺는 식물 종, 동물에서는 포유류보다 곤충이나 새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언어판에 따라 계절 변화에 대한 관심도 다르게 나타났다. 핀란드어나 노르웨이어처럼 주로 고위도권에서 사용되는 위키피디아의 생물종 항목들이 태국어나 인도네시아어, 포르투갈어처럼 저위도권에서 쓰는 위키피디아보다 계절적 변화에 대한 내용이 많고 사람들의 관심도도 높다는 것이다. 리처드 그레니어 옥스퍼드대 교수(생물다양성)는 “전 세계 모든 생물종을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사실 SF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며 “이번 연구는 생태계 보전에 앞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자연계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생물종의 변화가 가장 심한지, 생태계 보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엇에 관심을 둬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답이 빅데이터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소설 ‘토지’ 주인공 서희·길상 찾기 전국 공모

    소설 ‘토지’ 주인공 서희·길상 찾기 전국 공모

    경남 하동군이 소설가 박경리(1926.10.28~2008.5.5)가 쓴 대하소설 ‘토지’의 주인공인 서희와 길상을 전국 공모를 해 찾는다. 하동군은 6일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가 배경인 소설 토지에 나오는 인물을 군 알림이로 활용하기 위해 토지 주인공 서희·길상을 찾는 전국 공모를 한다고 밝혔다.공모 대상은 아동과 성인 서희와 길상 각 1명씩 모두 4명이며 아동은 2003년~2008년생, 성인은 1989년~1999년생이다. 해당 연령이면 전국에서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 등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컴퓨터·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 사용에 능숙해야 한다. 영어를 잘 하면 유리하다. 응모 희망자는 원서와 학력증명서(재학 또는 졸업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갖춰 오는 15일까지 하동군 군청로 23 문화체육과로 우편이나 방문 접수하면 된다. 응모한 사람을 대상으로 1차 서류심사와 2차 심사위원 면접시험을 거쳐 아동 서희·길상과 성인 서희·길상을 선정한다. 선정된 서희와 길상은 하동 홍보대사로 위촉돼 하동 농·특산물 해외 마케팅 행사와 토지문학제·야생차문화축제 등 각종 문화·축제·행사 등에 참여해 하동 홍보 역할을 한다. 또 알프스하동 홍보 영상물 제작때 홍보 모델로 참여하고 하동 주요 관광명소 알림이 활동도 한다. 자세한 사항은 군 홈페이지 공고고시란이나 문화체육과 문화예술담당부서로 문의하면 된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역사가 우리 망쳤지만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전시 주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5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9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전시계획안을 공개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오는 5월 11일 개막해 11월 24일까지 약 200일간 열린다. 한국관 전시는 지난해 6월 선정된 김현진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며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등 세 명의 여성 작가가 대표로 참여한다. 전시 주제는 한국계 1.5세 미국 작가인 이민진씨의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에서 빌려왔다. 과거 역사의 범주로부터 추방되고, 버림받았던 이들을 새로운 서사의 주체로 조명한다는 취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윤지오, 장자연 문건 본 인물 ‘10년만의 반전 일어날까?’

    윤지오, 장자연 문건 본 인물 ‘10년만의 반전 일어날까?’

    故장자연 씨의 동료인 배우 윤지오가 방송에 출연해 화제다. 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윤지오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진실을 공개했다. 이날 윤지오는 故장자연 사망 10주기를 맞아 “자연 언니의 진정한 안식을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3월, 장자연이 세상을 떠난 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장자연 문건에는 생전 그녀가 접대를 강요받았던 이들의 이름이 담겼다. 이는 과거사위에 의해 조사되고 있고 곧 결과도 발표될 예정이다. 과거 장자연이 당한 성추행을 목격했고 10년 동안 수사기관에 진술하고 법정에서도 증언했던 목격자 윤지오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그날의 진실을 이야기했다. 윤지오는 장자연이 세상을 떠난 2009년부터 10년간 검찰과 경찰로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엔 JTBC 뉴스, 7월엔 MBC ‘PD수첩’에 출연, 익명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이후 윤지오는 ‘13번째’라는 책을 쓰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로 결심했다. 윤지오는 10년간 고통 속에 살아왔다. 윤지오는 “증언을 한 이후 일상생활을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언론에서 취재가 있었고 이사도 수차례 했다. 경찰 조사 자체도 늦은 시간부터 새벽까지 이뤄지는 시간이었고, 그 이후엔 기자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다. 내가 일하는 곳이랑 대학원까지도 오셔서 생활하는 것 자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배우였던 윤지오는 캐스팅 부분에서도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윤지오는 “그 당시엔 너무 어린 나이여서 제외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몇 년 후엔 캐스팅이 안되는 일을 체감하면서 감독님이라든지 직접적으로 ‘그 사건에 너가 증언했던 걸 알고 있다, 캐스팅이 불가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걸 실질적으로 들어 몇 년 후에 깨닫게 됐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윤지오는 이례적인 조사 방식에 대해 언급해 김어준을 놀라게 했다. 윤지오는 “밤 늦은 시간까지 조사받았다. 이른 시간이라 해도 밤 10시 이후였다. 모든 조사가 그랬다. 새벽에 불려간 적도 있다. 참고인이었다. 난 누구에게 의논할 상황이 아니었고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다보니 스무살 어린 나이에 그런 공간에 가는 것조차 처음이고 생소해서 잘 몰랐다. 한번도 왜 이 시간에 진행하냐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 당시엔 그게 당연한가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가족들과 해외에서 지내고 있는 윤지오는 공개적으로 방송에 나와 증언해야겠다 결심한 계기에 대해 “내가 국내에서 계속 거주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거주하면서 이런 사건이나 사고 케이스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캐나다의 경우 피해자나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다. 그런 것이 당연시 여겨지고 피해자가 숨어서 사는 세상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받는 걸 보면서 어찌 보면 한국도 그래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너무 떳떳하게 사는 걸 보면서 억울하단 심정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윤지오는 장자연 리스트라 불리는 장자연 문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각되기 전 장자연 문건을 봤다는 윤지오는 “당시 문건을 공개한 소속사 대표님이 유가족과 원활한 관계가 아니었고 내가 중간에 전달자 역할을 하면서 ‘문건에 너에게 자연이가 남긴 글이 있다’ 해서 가게 됐다. 유가족들이 보시기 직전 내가 먼저 확인을 했다”며 “다 봤다. 정확히 기억 남는 것도 아닌 것도 있는데, 기억나는 건 한 언론사에 동일한 성을 가진 3명이 거론됐다. 13번에 걸친 조사에 항상 성실하게 임했다. 항상 얘기했다. 과거사위 소각되기 전 문건에서 질문을 해주시면 항상 성실하게 답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참고인 조사를 13차례 받은 윤지오는 한 언론사에 근무한 적이 있던 전직 기자 조모씨가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성추행한 걸 직접 봤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윤지오는 “내 기억 속 인물은 한 번도 번복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당시 21살인 내가 느끼기에도 수사가 굉장히 부실하게 이뤄졌고, 당시 사진 속 인물에는 조씨(A 언론사 전직 기자)가 없어 지목하지 못했다. 지목을 하더라도 그분이 아니었고, 내가 진술이 엇갈린 게 딱 한 부분이 있다라면 목격한 정황이나 그런 건 일관됐지만 인물을 지목하는 과정에 있어서 내가 이름을 아는 것도 아니었고, 주신 자료를 토대로 했고, 당시 선면 수사가 이뤄지면서 두 분의 인물을 보게 되면서 정정하게 됐다. 그 이후로 일관되게 그분을 지목했다. 명함 때문에 헷갈렸지만 내 머릿 속 인물은 항상 동일했다. 경찰이 제시한 자료만 보다보니 헷갈렸다. 기억 속 인물은 항상 일관됐다. 사실상 사진을 주시는 게 몇 년 전 사진이라든지 그래서 사진은 다른 인물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조모씨는 재판을 받고 있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지오는 “날 아예 본 적이 없다 했다. 난 법정에서도 본 바대로 증언했다. 9년 전에도 13번 진술했던 거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윤지오는 경찰 조사 자체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윤지오는 “질문 자체도 내가 느끼기엔 이게 왜 중요한가 싶은 거였다. 중요한 건 따로 있는데 수박겉핥기 식으로 다른 것만 물었다. 무슨 구두를 신었나 같은 질문이었다. 질문 자체를 늦은 시간 계속 듣다보니 반복되어지고 왜 이런 질문을 하나 했다. 이런 부분 질문해서 도대체 무얼 확인하려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처음부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난 증언하는 목격자 입장인데 진술할 때 옆에 가해자가 있고 그 와중에 진술하고, 내가 진술할 때 비웃고 심리적인 압박감이 당연히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좁은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여자 수사관 없었고 다 남자분이셨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증언을 이어갔던 것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윤지오는 “당연히 내가 얻을 이득이 없다. 그 나이엔 소설쓰듯 상상으로 말한다는 것도 불가능했고 조사가 이뤄진 시기도 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거짓말을 하겠나. 오히려 어려움이 많았다”며 13번에 걸쳐 자세하게 진술했음에도 불구, 관련자들은 대표 한 사람 빼고는 처벌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점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용히 이 사건이 덮여지는 걸 보면서 무서움을 느꼈지만 국민청원이 큰 힘이 됐다. 윤지오는 “국민청원 덕에 많은 힘을 얻었고 과연 국민청원이 없었더라면 재수사 착수하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그냥 덮여지고 묻어졌을 사건인데 국민청원으로 인해 다시 재수사를 착수할 수 있게 되어 국민청원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상황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윤지오는 “내가 쓴 책 제목 자체도 사실에 기반해서 ‘13번째’라고 지었다. 난 10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근데 숨어 살기 너무 급급했고 그것들이 솔직히 잘못된 것인데 당연시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살 수 없다라는 판단이 들어 또 해외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나같은 피해를 겪은 분들이 세상 밖에서 당당하게 사셨으면 좋겠단 바람으로 썼다. 가해자가 움츠려 들고 본인의 죄의식 속에 살아야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웠기 때문에 이젠 바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서 용기를 내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가평 쁘띠프랑스, 제2회 인스타그램 사진공모전 개최

    가평 쁘띠프랑스, 제2회 인스타그램 사진공모전 개최

    어린 왕자와 프랑스 마을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 쁘띠프랑스에서 인스타그램 사진공모전이 열린다. 쁘띠프랑스는 오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두 달간 ‘제2회 쁘띠 인스타그램 사진공모전’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쁘띠프랑스의 어린 왕자 체험존, 하트포토존, 새롭게 단장한 건물 외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추억의 사진을 찍어 응모하면 당첨 기회를 얻는다. 1등을 하면 상금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총 107명에게 쁘띠프랑스 숙박권 등 다양한 상품이 주어진다. 지난해 열린 첫 회 공모전에는 10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과 상자 속의 양 등 소설 속 이야기를 실제로 구현한 조형물 사이에서 어린 왕자 의상을 입고 인생샷을 남길 수도 있다. 이밖에 프랑스 전통의 ‘기뇰 손인형극’,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는 ‘어린 왕자 석고아트’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즐길 수 있다.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 호숫가 인근에 위치한 쁘띠프랑스는 2008년 개장해 생텍쥐페리 재단으로부터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문화공간이다. 프랑스 가옥을 그대로 옮겨온 ‘전통주택 전시관’, 프랑스 벼룩시장 분위기를 재현한 ‘골동품 전시관’, 생텍쥐페리의 생애와 유품 등을 볼 수 있는 ‘생텍쥐페리 기념관’ 등이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시대의 허무를 넘어서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시대의 허무를 넘어서

    자이니치(在日) 문학의 빼어난 성과로 일컬어지는 김석범 작가의 대하소설 ‘화산도’에는 허무주의(nihilism)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 이방근은 수시로 깊은 허무에 빠진다. 그는 “인간은 용케도 허무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허무를 느끼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라고 말한다. 허무주의는 ‘화산도’를 관통하는 중요 주제 중 하나다. 제주 4·3이라는 미증유의 대학살과 통렬한 슬픔을 누구보다 온몸으로 통과한 이방근이 허무의 바다에 빠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다. 사실 이방근의 이런 기질은 작가 김석범을 빼닮았다. 김시종 시인과의 대화에서 김석범은 “인생의 허무감이라는 것은 굉장해”라고 토로한다. 동시에 그는 허무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언급한다. 그가 ‘화산도’ 집필에 매달린 20년이 넘는 세월은 4·3이라는 잔혹한 상처와 처연한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역정(歷程), 곧 ‘허무를 극복하는 혁명’이었다. 김석범 작가와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인간과 역사에 대해 깊이 알수록 ‘허무’에 마음을 내주는 심리를 발견하곤 한다. 가령 참 아름다운 친구가 모진 병 끝에 일찍 세상을 뜨면 모든 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 몇 년 사이에도 노회찬 의원의 슬픈 죽음을 비롯해 무척이나 경외하고 좋아했던 분들이 서둘러 밤하늘의 별이 되는 걸 지켜보며 허무주의에 경도되는 내 마음을 만나곤 했다. 허무주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4년 전 어느 봄날 도쿄경제대 연구실에서 서경식 교수와 나누었던 대화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는 자신에게도 허무주의자의 면모가 있다고 고백하며 “진정한 허무주의는 자기 자신도 안전지대에 두지 않으며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해 냉소를 보이지도 않는다. ‘진보의 허위’까지 꿰뚫어 보는 감각으로서의 허무주의가 필요하다. 허무주의는 방관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에 깊게 공감했다. 그렇다. 성찰적 지성이 동반된 허무주의는 비평가 발터 베냐민이 ‘역사철학테제’에서 언급했던 ‘진보가 초래한 폐허와 야만’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하리라. 그렇다면 니체가 긍정적 니힐리즘의 순기능을 언급했듯이 허무주의가 꼭 부정적인 감정에 속하는 건 아니다. 외려 깊은 허무를 통해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힐 수도 있다. 이런 균형 감각이 지금 이 시대 정치가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충분한 실력과 성찰이 부족한 진보, 개혁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획과 공부가 미진한 진보가 때로 반동을 불러오는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회담 합의가 무산되는 장면을 보고 잠시나마 당혹감을, 허무감을 느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이번 결렬의 책임이 어디에 있든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토록 적대적이었던 두 국가가 단 두 번의 만남을 통해 오랜 시간의 불화를 청산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좁히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그 적대와 대립의 세월만큼이나 문제 해결 방법은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 자체가 우리의 기대만큼 직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정치, 경제, 역사 등 여러 면에서 쉽게 허무와 환멸에 빠지기 쉬운 시대다. 이런 시대일수록 한층 거시적인 안목으로 현상을 바라보면서 손쉬운 부정과 경박한 허무에 손 내밀지 않는 태도, 끝끝내 진보의 난관과 개혁의 복잡함을 꿰뚫어 보며 희망을 간직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이해 과정에서 비약은 없으리라. 내 마음에 존재하는 균열과 모순, 허무의 심층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인간과 세상에 대해 한 단계 진전된 이해로 나아가고 싶다. 봄이다. 쉽게 선택한 허무, 안이한 절망을 넘어서 시대의 심연을 통과한 희망을 발견하는 새봄이 되기를 바란다.
  • 뻐꾸기 자식 키우는 뱁새의 모정… 어머니는 자연이다

    뻐꾸기 자식 키우는 뱁새의 모정… 어머니는 자연이다

    “저희 형제들은 해마다 할아버지 산소로 해맞이를 가요. 산소에 갔다가 뻐꾸기 소리를 들으니 어릴 때 참새랑 오목눈이 집 뒤지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뻐꾸기를 키워 주는 오목눈이 입장에서 쓰는 이야기 하나, 뻐꾸기가 아프리카까지 날아갔다 오는 이야기 하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동인문학상, 황순원작가상 등을 수상한 이순원(62) 작가가 장편소설 ‘오목눈이의 사랑’(해냄)을 출간했다. 흔히 ‘뱁새’라고 불리는, 얄미운 뻐꾸기가 낳은 알을 품어 성심성의껏 기르는 그 새에 대한 이야기다. 4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지난해 회전근개파열 어깨 수술로 팔도 못 뻗는 와중에도 통증 속에서 기쁘게 썼다”며 빙긋 웃었다. 작가는 고향인 강원 강릉 대관령의 할아버지 산소에서 들은 뻐꾸기 울음소리로 시작해 이 새가 아프리카에서 1만 4000㎞를 날아와 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맡긴다는 사실, 지구를 반 바퀴 가로지르는 기나긴 여정 등에 착안해 작품을 구상했다. 자신보다 몇 배 큰 뻐꾸기의 ‘어미’로 새 생명의 탄생에 일조하는 오목눈이의 눈물겨운 모정과 모험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으로 담아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자기보다 작은 오목눈이 어미가 날라다 주는 먹이를 염치도 없이 먹는 ‘얄미운 새’가 우리가 가진 뻐꾸기에 대한 통념이다. 작가는 이를 어떻게 봤을까. “뻐꾸기가 아프리카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자길 키워 준 오목눈이의 모습을 기억해서래요. 뻐꾸기와 어미새 사이에 자라는 동안 가졌던 정이 있지 않을까, 뻐꾸기의 DNA 안에는 자기를 키워 준 새에 대한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책 끝에 “내가 본 것은 그 안에 깃들어져 있는 자연의 지극한 모성”이라며 “자연이 어머니고, 어머니가 자연이다”라고 썼다. 소설은 애니메이션·게임 전문 제작사인 드림리퍼블릭에서 제작을 맡아 애니메이션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남편 앗아간 건 메르스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회피였다”

    “남편 앗아간 건 메르스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회피였다”

    “엄마, 아빠 이야기가 왜 책에 나왔어?” “아빠가 훌륭한 사람이라서 그래.” 지난해 11월 일곱 살 아들은 납골당에 잠들어 있는 아빠 곁에 두꺼운 소설책 한 권을 가져다 놓았다. 아들은 네 살 때 떠나간 아빠가 ‘하늘나라’라는 곳으로 갔다는 걸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왜 아빠를 만나러 갈 수 없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김석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과 동시에 세상에서 지워져버린 아빠는 새 이름으로 다시 세상에 호명됐다. 김탁환 작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소설 ‘살아야겠다’(북스피어)를 통해서다. 메르스라는 병마와, 정부의 무능과 싸우다 쓰러져 간 이들을 기리는 소설에서 ‘김석주’의 이야기는 감히 헤아리기조차 힘든 무게감으로 읽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172일 동안 격리된 채 사투를 벌이다 눈을 감은 마지막 사망자. ‘메르스 80번 환자’라 불렸던 그의 진짜 이름은 ‘김병훈’(사망 당시 35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의 감염자와 유족들은 다른 여느 재난 피해자와는 달리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숨어버렸다. 구멍 난 방역체계의 피해자임에도 ‘바이러스 덩어리’라는 낙인이 찍힌 탓이다. 김씨의 아내 배윤희(40)씨는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유족이다. “망망대해에 돌멩이라도 던지는 심정으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 응했고, 메르스 피해자와 유족을 수소문하던 김탁환 작가의 손을 잡았다. 소설이 출간된 뒤 반향이랄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죽고 없어져도 이 이야기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제 남편은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가해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아파서,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을 찾았을 뿐인데….” 배씨는 메르스 감염자들이 ‘전파자’로 매도당했던 기억에 가슴을 쳤다. 김씨가 폐렴 증상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2015년 5월 27일. 응급실에 머무르던 사흘 동안 ‘메르스 슈퍼 전파자’라 불렸던 ‘14번 환자’도 같은 곳에 있었다. 14번 환자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지만, ‘2m, 1시간’이라는 지침상의 밀접접촉자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격리되지 않았다. 배씨는 14번 환자를 탓하지 않았다. “‘슈퍼 전파자’라 손가락질을 받으셨어요. 그분이 받았을 상처가 어느 정도였을지….”김씨는 6월 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배씨는 “폐렴 증상이 계속돼 병원에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지만 1주일이 지나서야 검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는 1년 전 완치됐던 림프종까지도 다시 찾아왔다. 삼성서울병원에 1인실에서 메르스 대증(對症)치료를 받다 7월 3일 서울대병원 음압병실로 옮겨진 뒤 림프종마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메르스가 악화되고, 당장 메르스부터 잡으려니 항암 치료가 미뤄지는 상황이었다. 김씨의 투병 과정은 172일이라는 ‘세계 최장 투병기간’뿐 아니라 양성과 음성을 여러 차례 오갔다는 점에서 특수한 사례였다. 질병관리본부는 10월 1일 김씨가 PCR(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에서 극소량의 유전자를 검출, 증폭시켜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방법) 검사에서 ‘24시간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 나와 최종 음성으로 판정돼 퇴원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8월에 이미 2회 연속 음성이 나와 격리해제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정부와 병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사이 다시 양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질본과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더이상 PCR 검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9일 만에 고열로 걷기 힘든 상태가 돼 삼성서울병원을 다시 찾았고, 삼성서울병원의 PCR 검사에서 다시 양성이 나와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김씨가 퇴원 뒤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질본은 “감염 또는 재발이 아닌, 환자 체내에 잠복해 있던 극소량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감염력은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림프종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사실상 죽은 바이러스 조각이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김씨가 10월 초 퇴원해 집에 머무르는 동안 배씨와 아들을 포함해 김씨와 접촉했던 사람들 129명 어느 누구에게서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모호했다. ‘24시간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라는 기준을 여러 차례 충족했는 데도 정부는 김씨에 대한 격리를 해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씨가 음압병실 안에서 메르스 치료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질본은 11월 16일 해명자료를 통해 “10월 초 음성 판정을 받았을 때와 동일하게 감염력은 여전히 낮다”면서도 “양성과 음성을 반복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환자에 대한 감염관리 철저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본이 근거로 든 한국·WHO 간 메르스 상황점검회의(10월 26일 개최)에서 WHO는 김씨에 대해 “감염력이 현저히 낮다(extremely low)”고 해석하며 메르스의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라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질본 10월 29일 보도자료). 정부 스스로 앞뒤 안 맞는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배씨는 “남편은 음압병실에 있다는 이유로 림프종 치료를 제한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질본은 당시 “받아야 할 항암치료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배씨는 “검사실로 이동해 받아야 하는 MRI와 CT 검사,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유전자 검사, 백혈구 수혈을 위해 주사를 꽂는 일 등을 가족들이 항의하고 언론에 제보해서야 이뤄진 적이 많았다”면서 “병원은 환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에 하나 남아 있을지 모를 감염력이라도 차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일 것이라고 배씨는 믿었다. 다만 림프종 치료가 한시라도 급했기에 언제 격리가 해제될지에 대한 확답이 절실했다. 배씨는 정부에 “남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격리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은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고 했고, 질본은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배씨가 계속해서 항의 메시지를 보냈던 질본의 한 관계자는 배씨의 전화번호를 수신 차단했다. 골수이식에 희망을 걸었던 김씨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됐다. 급기야 병원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제안해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배씨가 격리 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던 11월 25일 새벽 3시 6분 김씨는 결국 눈을 감았다. 사인은 메르스가 아닌 악성 림프종이었다. 김씨는 족쇄 같았던 소변줄과 콧줄을 치렁치렁 단 채로 관에 담겼다. 차가운 비닐팩이 김씨의 몸을 이중으로 감쌌다. 관에 탕탕 못을 박는 소리가 마치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내딛지 말라”는 마지막 경고처럼 배씨의 가슴에 박혔다. 관이 음압병실을 나와 화장터로 향하는 길에 노란 줄이 쳐졌다. “몇 미터 밖으로 떨어지라”며 밀치는 통에 배씨는 남편의 관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했다. “이게 남편과의 이별 방식이어야 했을까요. 병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나요.” 배씨가 서울대병원의 차가운 바닥 위에서 절규하던 그날 아침, 포털사이트는 “메르스 제로” “메르스 종식” 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뒤덮였다. 배씨는 보건복지부와 질본으로부터 위로의 전화나 문자메시지 한 통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중 보건과 환자 개인 사이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이었다면 마음이 덜 아팠을 겁니다.” 감염력이 사실상 0%였고 더이상 메르스 치료를 받지도 않는 김씨를 계속 음압병실에 가둬놓았던 건 정부와 병원의 책임 회피가 아니었냐고 배씨는 되묻고 있다. 배씨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도움으로 정부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의 생명을 앗아간 게 메르스가 아닌 정부와 병원의 무능과 무책임이 아니었는지를 따져 물으려 한다. 소송은 아직 1심도 열리지 않았다. 소송의 첫 단추인 의료감정을 해줄 기관을 찾는 데서부터 난관이었다.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남편의 죽음에 애도가 아닌 안도를 한 세상과도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배씨는 말했다.정부로부터 사과를 받는 게 끝이 아니다. 배씨는 ‘감염병 환자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도 낼 생각이다.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바깥 공기 한 번 쐬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던 남편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다. “남편이 음압병실에 갇혀있는 동안 그리워한 건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했어요.” 김씨는 음압병실에 갇혀 있는 동안 아들의 얼굴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침대 위에 누운 채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극심한 우울증이 김씨의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동안 어느 누구도 살펴보지 않았다고 배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남편이 죽은 뒤에도 소변줄과 콧줄을 빼내주지 못한 게 가슴에 사무친다”는 배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환자의 인권에 대한 고민을 박사논문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비행기를 타고, 로켓을 타고 아빠를 만나러 가겠다던 아들은 이제 떨어진 속눈썹을 후 불며 소원을 빈다. “아빠를 돌려달라고 빌었는데 이뤄지지 않아… 엄마, 다음엔 우리 같이 소원 빌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이 언젠가 장편소설 한 권을 읽을 나이가 될 때까지 배씨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남편의 이야기가 세상에서 잊혀지고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제일 두렵습니다. 불씨가 꺼지지 않게 계속 목소리를 낼 겁니다. 이렇게라도 사랑했던 남편을 추모하려고 합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방구석1열’ 박찬욱 감독, ‘리틀 드러머 걸’ 국내 최초 공개

    ‘방구석1열’ 박찬욱 감독, ‘리틀 드러머 걸’ 국내 최초 공개

    박찬욱 감독의 여성서사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된다. 지난 달 28일 한국 영화의 자존심 박찬욱 감독이 JTBC ‘방구석1열’의 녹화에 참여했다. 이날 녹화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세계에서 내러티브와 미장센을 담당하는 정서경 작가와 류성희 미술 감독이 출연했으며, 임필성 감독과 주성철 편집장이 함께했다. 이날 녹화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여성서사 중 첫 번째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2005)’와 여성서사 중 가장 최근작인 ‘리틀 드러머 걸(2018)’이 명작 매치를 펼쳤다. ‘친절한 금자씨’는 속죄와 복수를 꿈꾸는 ‘금자’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2005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2006 방콕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리틀 드러머 걸’은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를 통해 방영된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로 ‘존 르 카레’의 1983년 소설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3월에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될 ‘리틀 드러머 걸(2018)’의 감독판을 ‘방구석1열’을 통해 공개했으며 장면에 담긴 숨겨진 뒷이야기까지 속속들이 밝혔다. 뿐만 아니라 ‘박쥐(2009)’와 ‘스토커(2013)’ 등 박찬욱 감독의 작품의 주류를 이루는 여성서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그동안 동고동락한 가족과 같은 동료들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으며, ‘방구석1열’의 연출을 맡은 김미연PD는 “지난 번 특집 때와는 달리 직접 박찬욱 감독을 모시고 그의 영화세계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JTBC ‘방구석1열’은 오는 3월 15일 금요일 저녁 6시 3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길섶에서] 고통과 구원/이두걸 논설위원

    20년 전, 학부 샤머니즘 수업 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만신 김금화 선생이 강의실을 찾았다. 오랫동안 수행 생활을 한 종교인들의 공통점은 형형하면서도 평안한 눈빛이다. 김 선생이 딱 거기에 들어맞았다. 강연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속인은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른 이들의 고통을 떠안는 자들”이라는 고백이 생생하다. 무속에 대해 어렴풋이 가졌던 빗장을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목도한 서구 그리스도교는 갈 길을 잃는다. 홀로코스트가 저질러지는 순간에도 절대자가 존재한다는 극단의 역설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개념이 ‘함께 눈물 흘리는 그리스도’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은 자전소설 ‘나이트’에서 이렇게 회상한다. “10대 소년이 교수대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절규했다. ‘하나님 어디에 계십니까.’ 그때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소년과 함께 교수대에 매달려 있다.’” 영화 ‘사바하’를 보며 가슴이 저미었다. 고통에 신음하는 등장인물들은, 고통의 무게만큼 구원을 갈구했다. 우리의 모습이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자 억압된 피조물의 탄식’(헤겔, 법철학 비판)이라는 마르크스의 경구를 떠올렸다. douzirl@seoul.co.kr
  • [황제의 옥새1]일제 맞서 조선 구하려는 두 명의 서양인

    [황제의 옥새1]일제 맞서 조선 구하려는 두 명의 서양인

    올해는 3·1운동 발발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서울신문은 100주년 기획 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인을 위해 기꺼이 모험에 나서는 내용입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다음은 러일전쟁(1904~1905)이 끝난 뒤 ‘조선의 형제’를 자처하며 한반도 침탈에 나선 일본이 벌인 일들에 대한 기록이다. 또 수백년 간 조선의 왕들이 비밀리에 간직해 온 유물이자 종종 왕국에서 위대한 일을 해 낸 옥새에 대한 비화이기도 하다. <제1장> 헝클어진 곱슬머리 중년 여인 한때 명쾌하고 정곡을 찌르는 지혜가 가득했지만 지금은 얼간이가 된 나(이 소설의 두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미국인 빌리)는 하등 관계도 없는 작은 나라가 위험에 처하자 조상의 지혜가 담긴 격언에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불에 데인 개는 불을 무서워한다”라는 말을 거스르기로 한 것이다. 이 말은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거나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처럼 수많은 이들에게 회자된다. 하지만 나는 이 의견에 반대한다. 개도 개 나름이고 불도 불 나름이니까. 내가 아는 ‘해피’(Happy)라는 이름의 개가 있다. 전에 자동차에 치어 눈과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그런데 휘발유로 움직이는 마차가 또 한 번 해피에게 달려간다고 하자. 과연 그 녀석은 괴물을 보고 저 멀리 도망깔까. 아니다. 남은 3개의 다리와 한 쪽 눈으로 다시 한 번 그놈과 맞부딪히려고 할 거다.나와 베델은 그런 부류의 인간이다. 우리는 러일전쟁이 끝난 뒤부터 ‘조선의 형제’를 자처한 일본이 대한제국에 지른 불에 심하게 데였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불 속으로 뛰어들 생각이다. 또 한 번 크게 다칠테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우둔하지만 행복하고(happy) 유쾌한 개니까. 그 불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가만 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번역자주: 소설 속 화자인 빌리가 ‘불에 심하게 데였다’고 말하는 것은 이 소설의 전편인 ‘황제 납치 프로젝트’에서 두 주인공 베델과 빌리가 조선의 황제를 중국으로 망명시켜 을사늑약 체결을 막으려다가 실패한 것을 뜻합니다.)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선조들의 지혜를 거스르는 건 분명 어리석은 일이다. 오직 우리처럼 바보같고 혈기왕성한 청년들만 이런 짓을 한다. 나는 집(뉴욕 브루클린 소재 고급 아파트)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저 아래 아파트에 사는 여자가 축음기로 ‘겨자가 너무 많아요’(20세기 초 발매된 미국 재즈음악)를 듣고 있을지 가늠해보고 있었다. 이곳은 너무도 평화롭고 무료했다. 문득 내 오랜 친구 베델이 슬픔에 잠긴 ‘고요한 아침의 나라’(조선)에서 다시 한 번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려고 마음먹은 것 같아 걱정이 됐다. 이제 다시 한 번 그를 도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는 친구니까.흔히 보험업자들은 증서 뒷면에 “신의 행위나 화재, 홍수, 공공의 적의 도발” 등에는 지불 의무가 없다는 면책 조항을 적곤 한다. 과연 이들은 일본에게 점령당한 조선 땅으로 다시 들어가 분란을 일으키려는 우리를 받아줄까.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럴 리 없겠지. 몇 년 전 우리는 조선의 황제(고종)를 중국 상하이로 모셔가려고 했다. 나와 소녀(전편에 등장하는 러시아 스파이), 베델은 황제와 함께 서울 성벽을 넘어 자유를 향해 달아나다가 앞에서 소개한 격언이 말해 주던 일(고종이 일본에 지레 겁을 먹고 조선 탈출 직전 망명을 포기)을 실제로 겪었다. 우리가 기획한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 갔다.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모험이었다. 일부 아는 분도 있겠지만 나는 최근 이 이야기를 잡지에 발표했다. (번역자주: 이 소설의 전편인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1912년 12월 미국의 ‘포퓰러 매거진’에 실렸습니다.) 베델은 조선에서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발간하며 일본을 지독하고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일본은 늘 그를 감시했다. 영국 대사관을 압박해 징역 1년형을 선고받게도 했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석방되자마자 서울로 돌아와 신문 되살리기에 열을 올렸다. 끝없이 비틀거리던 제국의 주인(고종)이 한반도를 빠져 나가 전 세계를 상대로 일본을 비난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번역자주: 실제로 베델은 1907~1908년 영국 대사관에서 두 차례 재판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재판에서는 6개월 근신형을, 두 번째 재판에서는 3주간 금고형 뒤 6개월 근신형에 처해졌습니다. 당시 조선에는 영국인 구금시설이 없어 베델은 두 번째 재판 뒤 중국 상하이에서 옥살이를 했습니다.) ‘황제의 옥새’는 2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비틀스의 관계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비틀스의 관계는?

    “저는 열서너 살 때부터 재즈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음악은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코드나 멜로디나 리듬, 그리고 블루스 감각 같은 것들이 제가 소설을 쓸 때 매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사실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서 음악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다 보면 어김없이 일련의 노래들이 등장한다. 비틀즈와 엘비스 프레슬리, 도어스 같은 몇 십년 전 팝 음악과 함께 최근작인 ‘기사단장 이야기’에서는 클래식 넘버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그래서 하루키의 소설은, 중간 중간 멈추고 그 노래를 배경 삼아 다시 읽는 재미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내친구의서재)은 하루키의 소설을 장식하는 음악 100곡을 록, 팝, 클래식, 재즈 등 장르별로 정리, 다섯 명의 평론가가 장르별로 스무 곡씩 엄선해 리뷰한 책이다. 책보다는 음악이 먼저여서, 주요 음악들을 쭉 언급해놓고 그 음악이 나오는 소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정리해놨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곡은 비틀스의 ‘Norwegian Wood’다. 한국에서는 ‘상실의 시대’ 혹은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동명의 하루키 소설로 유명하다. 그러나 실제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주인공인 ‘나’가 원곡을 듣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단다. 소설의 서두, ‘나’가 탄 비행기가 착륙 한 후 배경음악으로 교향곡 버전 ‘Norwegian Wood’가 흘러나오고, ‘나’의 연인인 나오코의 정신병원 룸메이트인 레이코씨가 ‘Norwegian Wood’를 기타로 연주한다. 마지막으로는 ‘나’의 집을 찾아온 레이코씨가 나오코의 넘버들을 하나하나 연주하는 장면에서다. 곡의 가사와 소설 내용과의 관련성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것도 하루키를 읽는 또 다른 독법이다. 이 외에도 하루키가 듀란듀란이나 아바,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를 소비하는 방식, ‘하루키가 음악을 대충 사용해도 깊이 파고드는 독자가 늘어 반대로 그런 점을 이용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평 등이 재미난 책이다. 하루키를 좀 아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상처를 치유하려는 몸짓, 그 몸의 언어

    상처를 치유하려는 몸짓, 그 몸의 언어

    몸이라는 것이 내 정신을 담고 있는 살 덩어리 이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가령 매운 닭발을 먹으며 느낀 물리적 쓰라림이 연인과의 이별 후 느낀 심적 고통과 닮아 있음을 느낄 때 매운맛은 괜히 통각이 아니었던 거다.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나, 나의 물성을 마주 하는 지점이다. 책 ‘사나사나’는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평론으로 등단한 후 2014년에는 ‘문학나무’ 신인작품상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소설가로도 활동을 시작한 주지영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껍데기 소설만 읽다가 정말 오랜만에 몸 소설을 만났습니다”라는 표제작 ‘사나사나’ 속 철학자 ‘권’의 말은 실상 작가에게 하는 말 같다. 주지영의 소설은 몸으로 행하고 몸으로 느끼며 몸으로 대답하는, 필설 그대로의 ‘몸 소설’이다. 가령 소설 속 모든 이야기는 몸에 관한 언술로 치환된다. 소설 속 화자들은 ‘옅은 겨울 햇살 아래로 걸어가는 권의 뒷모습을 보는 게 유선이 말라 버린 빈 젖을 보는 듯 안타까워’(‘사나사나’)하고, ‘갖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생각하기만 하면 가슴을 찢어발기는 통증’(‘인간의 구역’)을 느낀다. 장면·심리 묘사는 거의가 몸에서 기원한 한편으로, 그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은 곧바로 육체로 침투해 온다. 보통은 남성으로부터 오는 이러한 폭력들에 화자인 여성들은 가만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교수가 되고자 하는 속물적 바람을 이루고 나를 떠나려는 권을 향해 막걸리를 쏟아붓고(‘사나사나’), 남편과 바람난 인터넷 방송 BJ를 향해서는 공개 채팅방에서 사자후를 토해낸다.(‘맞바람’) ‘물 흐르듯 살자’는 입말과 달리 몸의 논리를 어기는 이들에게는 몸에서 우러난 복수를 하는 그들이다. “생살에 난 상처를 치유하려는 그 몸짓이 나에게 있었던가. 언제쯤이면 나는 그 옹이의 언어로 소설을 쓸 수 있게 될 것인가.”(‘사나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속물 ‘권’에게서 매번 상처받던 ‘나’는 나무를 쥔 정직한 ‘함’의 손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그 옹이의 언어를 내 몸의 옹이로 읽어 내야 하는 소설이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법, 미술을 품다(김영철 지음, 뮤진트리 펴냄) 검사를 시작으로 35년 동안 변호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교단에서의 ‘미술법’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과 법의 관계를 탐구했다. 법이 인정한 미술의 범위, 담벼락 낙서의 예술 여부 등 미술계 종사자들이 일선에서 부딪치는 법적 문제들과 상식들을 정리했다. 324쪽. 2만원.종전의 설계자들(하세가와 쓰요시 지음, 한승동 옮김, 메디치 펴냄) 원폭 투하와 소련의 참전, 무엇이 일본을 항복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소였을까? 일본계 미국인 역사학자인 저자가 미국과 소련, 일본의 방대한 문서저장고에서 태평양전쟁 종결의 배후를 캐내 일본의 항복 과정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웠다. 720쪽. 3만 3000원.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펴냄)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저자가 말하는 잠의 이모저모. 충분한 수면은 강화된 기억력과 높은 창의력을 얻게 해 주고, 심지어 몸매를 더 날씬하게 유지시키는 한편 식욕도 줄여 주는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효능을 가진다. 512쪽. 2만원.메이드 인 강남(주원규 지음, 네오픽션 펴냄) 강남 초고층 호텔의 펜트하우스에서 발견된 시체 열 구. 이 참혹한 살인사건 현장을 가장 먼저 찾은 국내 1위 로펌의 김민규 변호사는 상위 0.1% ‘로열패밀리’들과 연관된 사건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는 ‘설계사’다. 욕망과 천민자본주의로 점철된 강남의 모습을 화려하지만 어두운 색채로 그린 장편소설. 192쪽. 1만 3000원.엘리트 제국의 몰락(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이덕임 옮김, 북라이프 펴냄) 정치·경제·사법·언론 등 각 분야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사회 불평등을 조장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지, 이러한 행태가 어떤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지를 다룬 저작. 30여년간 세계의 엘리트주의를 연구해 온 저자는 국가 간 비교를 통해 가진 자들의 권력과 경제적 유산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376쪽. 1만 6800원.나의 살인자에게 JUDAS(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다산책방 펴냄) 1983년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맥주회사 하이네켄 회장 납치사건. 주범인 빌럼 홀레이더르는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셀러브리티 범죄자’가 됐다. 감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를 상대로 “오빠는 연쇄 살인범”이라며 법정 증언에 나섰던 여동생의 회고록. 536쪽. 1만 7000원.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실험실서 편집된 유전자로 테러한다면…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실험실서 편집된 유전자로 테러한다면…

    ‘설계작물’이 보편화된 근미래 사회, 도쿄에 살고 있는 진매퍼(유전자 디자이너) 하야시다는 어느 날 새벽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자신이 디자인을 맡았던 슈퍼 벼가 유전자붕괴를 일으킨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야기다. 하야시다는 200GB가 넘는 용량의 DNA 데이터를 전달받아 코드를 분석하고, 설계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는 농장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설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 유전자 테러를 감행한 것일까? 후지이 다이요의 ‘진매퍼’는 지금 이 시점에 특히 읽기 좋은 과학소설이다. 오늘의 과학 뉴스를 그대로 떼어 와 이야기 곳곳에 녹인 것처럼 가깝고 생생한 근미래를 그린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유전자 변형 작물(GMO)은 여전히 우려의 대상일지언정 이미 익숙한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생명공학은 이제 정밀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새로운 생물들을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다. ‘진매퍼’는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생명공학이 마침내 한 생물의 유전자 전체를 설계하는 수준에 다다른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스펜스로, 발전된 기술에 대한 낙관과 우려를 동시에 담아 냈다. ‘진매퍼’의 미래사회는 유전공학뿐만 아니라 섬세하게 구현된 증강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사람들은 현실 위에 덧대어진 또 다른 현실을 체험하기 위해 몸에 피드백 칩을 이식하며, 회사에 직접 출근하는 대신 ‘워크스페이스’와 같은 가상 세계에서 활동을 수행한다. ‘진매퍼’는 작중 거의 모든 시점에서 증강현실의 필터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를 서술하는데, 이 서술 방식이 마치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도록 하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한편으로 작중에서의 증강현실 기술은 아직 불완전하므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에 증강현실이 상용화된다면 정말로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풍부한 디테일이 흥미롭다. 후지이 다이요는 ‘진매퍼’의 초고를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썼고 일본 아마존 킨들 플랫폼에서 처음 발행했다. 인기를 얻은 이후에 종이책 원고로 다시 쓰였지만, 웹소설에 익숙한 독자층에도 널리 읽힌 만큼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두드러진다. 먼 미래의 우주여행이나 외계인을 만나는 이야기가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면, 바로 손에 잡힐 듯한 미래를 다룬 이 소설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근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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