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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원, 연봉 1위 ‘1억 4000만원’…의사·CEO보다 많아

    국회의원, 연봉 1위 ‘1억 4000만원’…의사·CEO보다 많아

    한국에서 평균소득이 가장 많은 직업은 ‘국회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고용정보원의 ‘2017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평균소득(연봉)이 가장 직업은 국회의원으로 1억 4000만원이었다. 다음은 성형외과 의사(1억 3600만원), 기업 고위 임원(1억 3000만원), 피부과 의사(1억 2000만원), 도선사(1억 2000만원), 대학 총장 및 학장(1억 1000만원) 등이었다. 고용정보원은 구인, 구직, 진로 설계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해마다 직업정보 보고서를 낸다. 이번 보고서는 2017년 8월 기준으로 618개 직업 1만 8972명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국회의원은 매년 직업정보 보고서에서 평균소득 최상위 그룹에 들지만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초임으로 봐도 국회의원이 1억 4000만원으로, 단연 1위였다. 이어 성형외과 의사(1억 2000만원), 기업 고위 임원(8500만원), 대학 총장 및 학장(8000만원) 순이었다. 평균소득이 가장 적은 직업은 시인으로, 1000만원에 불과했다. 작사가(1100만원), 방과후 교사(1500만원), 보조 출연자(1500만원), 소설가(1550만원)도 평균소득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사회적 평판, 고용 안정성, 발전 가능성, 근무 조건 등의 점수를 합산한 직업 만족도는 교육계열 교수(35.33점)가 가장 높았고 이비인후과 의사(34.52점), 성형외과 의사(33.57점), 내과 의사(33.37점), 치과 의사(33.13점)가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중 2∼5위가 모두 의사였다. 직업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업은 보조 출연자(16.40점)였다. 건설 및 광업 단순 종사원(17.06점), 어부 및 해녀(18.10점), 주차 관리원 및 안내원(18.17점), 포장원(18.47점)도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직업은 쇼핑 호스트(4.23점)였고 프로게이머(4.16점), 보조 출연자(4.10점), 고객 상담원(4.03점), 택배원(3.93점)이 뒤를 이었다. 스트레스가 가장 덜한 직업은 시인(1.63점), 작사가(1.70점), 승려(2.20점), 작곡가(2.27점), 연주가(2.30점) 순이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베이조스 ‘40조원짜리 이혼’…아마존 경영권엔 지장 없어

    베이조스 ‘40조원짜리 이혼’…아마존 경영권엔 지장 없어

    25년 만에 이혼을 선언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54)가 부인 메켄지 베이조스(48)의 배려로 이혼 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매켄지는 356억 달러(약 40조 5000억원)로 평가되는 베이조스의 아마존 지분 가운데 25%를 넘겨받되 의결권은 베이조스가 계속 보유하도록 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매켄지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같은 합의에 대해 “이 굉장한 회사 팀들과 그(제프)의 지속적인 기여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제프는 기존에 아마존 주식 약 16.3%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제프의 자산 평가액은 1310억 달러(147조 5000억원)로 세계 최고 부호를 기록했다. 이혼 후에도 그의 아마존 최대주주와 세계 최고 부호 지위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CNBC는 전했다. 매켄지는 아마존 전체 지분 가운데 4%를 보유하게 돼 제프와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에 이어 아마존의 3대 주주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기의 이혼’으로 매켄지는 일약 세계에서 4번째로 재산이 많은 여성 부호 반열에 올랐다. 제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이혼 재산분할)과정에서 그녀의 지원과 친절에 감사를 표시한다”면서 “친구이자 공동양육자로서 우리의 새로운 관계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이 함께 소유하고 있던 주택 등 다른 자산 분할은 어떻게 하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들 부부는 미 전역에 여러 채의 집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 보유한 1290만 달러짜리 자택이나 옛 박물관을 개조한 워싱턴DC의 2300만 달러 짜리 집도 그 일부다. 앞서 제프는 올 1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오랜 기간 애정 어린 탐색과 시험적인 별거 끝에 이혼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친구로서 공유된 삶을 계속할 것”이라고 올려 결별 소식을 알렸다. 1990년대 초반 같은 헤지펀드 회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993년 결혼해 이듬해 아마존닷컴을 설립했다.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매켄지는 현재 소설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베이조스, 맥켄지와 이혼하며 40조원 위자료 건네기로 합의

    베이조스, 맥켄지와 이혼하며 40조원 위자료 건네기로 합의

    예상대로 세계 최고의 부호이며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아내 맥켄지와 이혼에 합의하면서 350억 달러(약 39조 7950억원)로 세계 최고의 위자료 기록을 경신했다. 맥켄지는 4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남편 베이조스와의 25년 결혼 생활을 끝내면서 아마존의 주식 4% 지분을 위자료를 챙기기로 했고, 대신 워싱턴포스트와 우주여행 회사인 블루 오리진의 자기 지분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로를 응원하며 제프와의 결혼 생활을 해체하는 과정을 끝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둘의 이혼 합의금은 1999년 예술작품 중개상인 알렉 윌덴스타인이 성형수술 마니아로 유명했던 아내 조슬린과 이혼하며 작성했던 세계 최고 위자료의 종전 기록인 38억 달러를 간단히 눌렀다. 원래 베이조스의 아마존 지분은 16.3%에 불과했다. 하지만 맥켄지가 의결권 주식을 모두 전남편에게 양도하기로 함으로써 베이조스는 지주 회사 지분 75%를 보유하게 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부부는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립한 1994년부터 결혼 생활을 시작해 네 자녀를 뒀는데 맥켄지는 그 회사가 고용한 첫 번째 직원이기도 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 총액이 2328억 달러에 이르러 베이조스 가족의 자산은 1310억 달러인 것으로 포브스는 집계했다.맥켄지는 두 권의 책 ‘루터 올브라이트의 시험(The Testing of Luther Albright)’과 ‘함정들(Traps)’을 집필한 소설가로도 유명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프린스턴 대학의 토니 모리슨 교수에게 사사했는데 모리슨은 한때 “내 문예창작반 수업을 들은 이들 가운데 최고였으며 진짜 최고 중의 한 명이었다”고 돌아본 적이 있다. 베이조스는 폭스TV의 진행자 출신인 로렌 산체스와 밀회를 즐긴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1월 둘이 헤어지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의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산체스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불륜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잡지를 발행하는 아메리칸 미디어 인코퍼레이티드를 불법 도청 등의 혐의로 고소했는데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 행태 때문에 산체스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빼내는 등의 역할을 했다는 폭로가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스페인판 ‘섹스 앤더 시티’… 마흔 청춘 달래다

    스페인판 ‘섹스 앤더 시티’… 마흔 청춘 달래다

    꽃을 사는 여자들/바네사 몽포르 지음/서경홍 옮김/북레시피/476쪽/1만 6000원서점가에 마흔에 관한 책이 넘친다. 마흔에도 계속되는 사춘기 이야기, 마흔이라 행복하다는 마흔 예찬 등.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어느덧 옛말이 된 듯하다. 분명한 건, 서른에도 마흔에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며 우리는 같은 실수를 거듭한다는 거다.소설 ‘꽃을 사는 여자들’에서 스페인 작가 바네사 몽포르가 불러 모은 다섯 명의 여성들도 모두 마흔 언저리다. 공자님은 ‘불혹’이라는 말로 마흔을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강변했지만 요즘에야 어디 그런가.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마드리드의 화원을 찾은 이들은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꽃을 사 본 적이 없다. 남편에게 너무 많은 걸 의존해 그가 떠나자 세상 모든 게 무너져 내린 여자, 남들 보기엔 커리어우먼이지만 정작 본인은 일에 쫓겨 사생활이라고는 없는 여자, 유통기한이 있는 연애를 이어 가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 사랑에 대한 일말의 기대 없이 다 퍼주는 여자, 그 자신 워킹맘이면서도 유부남 애인을 위해 꽃을 사는 여자가 이들이다. 세상 기구한 사연들은 다 모인 것 같지만 가만 보면 내 자신이거나 혹은 주위에 한 명씩은 있는 캐릭터들이다. 다섯 여자들은 ‘천사의 정원’이라 불리는 화원에 둘러앉아 주인 올리비아가 건네는 와인 한 잔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일견 2000년대 초반 대히트를 쳤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마흔 버전 같다. 뉴욕 맨해튼이라는 배경, 더없이 화려한 라이프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그들이 안고 있는 원초적인 고민이 평범한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꽃을 사는 여자들’에서 ‘섹스 앤 더 시티’ 속 뉴욕 브런치 카페는 마드리드의 화원으로 옮겨 왔고 구성원들은 좀더 원숙해졌다. 특기할 만한 점은 ‘현자’ 올리비아의 유무다. 쉰부터 예순까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그는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마흔줄의 청춘들을 달랜다. 그의 이야기는 ‘나는 당신 없이도 잘 지낼 수 있고, 당신은 나를 보살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 나의 인생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152쪽), ‘그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은 자유를 위해 싸웠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 자유를 체험하지 못했다. 그들의 구호는 ‘사랑에 빠지지 마라. 결혼하지 마라. 아이를 함부로 낳지 마라’였다’(125쪽)처럼 밑줄을 부른다. 남편의 유골함을 붙들고 살아가는 ‘나’ 마리나가 남편과 완전한 작별을 하게 되는 것도, 모두 올리비아의 조언에서 연유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는 작가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글에 이렇게 썼다. ‘우리가 알다시피 사소한 것들이 어느 정도 합의된 현실을 만들어냅니다.’(8쪽) 사소한 것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 간명하지만 자주 잊고 지내는 진리를 세상 많이 산 원숙한 언니가 들려주는 것 같다. 머리맡에 두고 싶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미세먼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김동식·반기성 지음, 프리스마 펴냄) 민간 날씨정보회사 케이웨더의 CEO와 날씨 예보관이 쓴 미세먼지 이야기. 발생 원인과 심각성, 국내 오염도 현황,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 등을 담았다. 저자들은 “미세먼지를 저감해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92쪽. 2만 2000원.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노무현재단 엮음·펴냄) 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생활하던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 주택을 기록한 책. 귀향 결심부터 집터를 정하던 과정, 정기용 건축가와의 만남과 설계, 입주와 일상, 지난해 5월 시민 개방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펼쳐진다. 264쪽. 2만 8000원.배드 블러드(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집에서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사람들을 현혹시켰던 미국 실리콘밸리 사상 최대의 사기극 ‘테라노스’ 사건. 퓰리처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존 캐리루가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468쪽. 1만 6000원.나의 마지막은, 여름(안 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존엄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존엄사 합법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을 바친 작가 안 베르. 59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완성함으로써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린 작가가 마지막으로 맞이한 봄과 여름의 풍경을 담았다. 156쪽. 1만 2800원.디저트의 모험(제리 퀸지오 지음, 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식욕 중의 식욕이라는 달콤함을 가장 집약적으로 구현해놓은 ‘궁극의 미식’ 디저트. 다채로운 디저트들의 기원과 진화과정, 조리도구부터 시대별 코스, 아이스크림·초콜릿·젤리 등이 대중적인 디저트로 자리잡기까지의 역사를 음식 전문 저술가인 저자가 차려냈다. 316쪽. 1만 6800원.셀린(피터 헬러 지음, 김선형 옮김, 문학동네 펴냄) 첫 소설 ‘도그스타’로 주목받은 피터 헬러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탐정소설. 작가는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와 섬세하고 풍부한 묘사를 장르적 요소와 결합해 자신만의 특별한 탐정소설을 탄생시켰다. 화려하고 강력한 매력의 ‘할머니 탐정’ 셀린이 독자를 매료시킨다. 488쪽. 1만 5500원.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정답은, 봄이다 -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정답은, 봄이다 -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늘 보는 바다 / 바다가 그 날은 왜 그랬을까 / 뺨 부미며 나를 달래고 / 또 달래고 했다 ” <김춘수의 시, 통영읍 中에서> 다시 통영(統營)이다. 그리고 통영의 바다. 그래서 통영의 바다 위로 건너온 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을 강구안 바다 너머로 흔들던 통영 유약국 집 둘째 아들 청마 유치환도, 소설가 박경리 역시 <토지(土地)> 속과부 ‘모화’의 눈으로 ‘뚝지먼당’ 언덕받이 너머 호젓한 통영 바다를 바라보았다.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푸르스름 패랭이꽃’ 같은 피를 입으로 쏟아내던 음악가 윤이상 또한 죽어서조차도 ‘고양이 울음같은 갈매기의 울음’이 온종일 퍼지는 통영 바닷가 언덕으로 기어이 돌아왔다. 통영이 고향(故鄕)이라 말하는 사람을 보면 괜스레 부럽다. 고향다운 이름을 가져서일까. 골목마다 고향 이야기 가득 품은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이다.통영의 지명 유래는 이러하다. 조선 선조 37년(1604년)에 이르러 삼도수군통제영이 이 곳으로 옮겨 오면서 통영의 이름이 시작한다. 그러다 1955년 9월 1일에는 통영읍을 충무시(忠武市)로 바꾸었고 또 다시 1995년 1월 1일에 이르러서는 옛 이름인 통영시라는 명칭을 다시금 살려낸다.570개의 섬과 617Km에 달하는 해안선을 지닌 통영은 예로부터 항구로서는 남도 최고의 터로 인정받아 왔다. 바다 앞마당에는 한산도와 거제도가 떡하니 각각 한 자리씩 잡고 있어 통영으로 몰아오는 큰 파도, 작은 바람 앞뒤에서 다 막아준다. 이 뿐만 아니라 내륙 속으로 슬쩍 바닷물 들어오는 강구안은 사시사철 삼남지방의 조운(漕運) 길목으로서, 이순신(李舜臣) 장군님 바닷길 굽어보시며 큰 칼 갈고 닦던 세병관(洗兵館)의 엄중한 자리로도 그 역할 톡톡히 하였다.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은 남해 바다가 가장 가깝고, 훤하게 보이는 세병관 동쪽에 위치한 언덕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원래 ‘동피랑’이라는 뜻은 동쪽에 위치한 ‘비랑’, 즉 벼랑, 언덕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하는 데, 원래 이곳은 구불구불 통영 옛 마을인 동호동, 정량동, 태평도, 중앙동이 언덕마다 옹기종기 낮은 담벼락 아래 모여 있던 낙후된 마을의 다른 이름이었다.통영시의 계획은 동피랑 마을을 철거하고 이순신(李舜臣) 장군님의 통제영(統制營)의 동포루(東砲樓)가 있던 자리로 마을을 복원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동피랑을 살리기 위해 몇몇 시민단체들이 2007년 10월에 공공미술의 도심 복원 가치를 내걸고 ‘동피랑 백일장 및 벽화그리기’, ‘마을 잔치’, ‘생태 문화지도 제작’을 추진하였고, 급기야 18개 미술팀이 동피랑 낡은 ‘비루박(통영 사투리로 벽을 뜻함)’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러자 강구안에서 올려 본 벽화 그림 가득한 동피랑 마을의 풍광은 한 마디로 끝내 주었다. 온종일 절간 아랫마을같이 조용하던 동피랑 벽화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지금은 골목 골목 관광객들이 넘쳐 난다. 결국 통영시는 동피랑 마을 철거 방침을 철회하였다. 그림이 시간을 이겨내었다. 통영의 봄은 이렇게 다시 찾아 왔다. 동피랑 언덕길에 철빠르게 피어오른 벚꽃은 여전히 아름답다. 정답은 봄이다. <동피랑 벽화마을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동피랑, 서피랑 두 군데 모두 가 볼 만하다. 천천히 봄을 느끼기에는 제격. 2. 누구와 함께? - 연인들을 위한 곳. 3. 가는 방법은? - 경상남도 통영시 동피랑1길 6-18(구,동호동 118-1) / 버스 101번 중앙시장 -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따라서 강구안 주변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는 편이 낫다. 4. 감탄하는 점은? - 강구안의 풍경들. 중앙시장의 먹거리. 벽화마을에서 느껴지는 옛 시간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인산인해. 주말 동피랑 벽화마을은 올라가는 관람객 반, 내려오는 관람객 반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강구안 풍경들. 서피랑의 설치 미술과 99계단.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알쓸신잡의 ‘분소식당’, 멍게비빔밥 ‘수정식당’, ‘대풍관’, 물회 ‘통영해물가’, 복어 ‘만성복집’, 시래기국 ‘원조시락국’, 해물뚝배기 ‘통영식도락’, 수요미식회 ‘물보라다찌’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dongpirang.org/main/main.ph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통영 서피랑 99계단, 박경리 문학관, 스카이루지, 케이블카, 김춘수 전시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지금은 골목길 여행이 대세다. 동피랑 마을을 비롯하여 서울의 익선동, 동묘 벼룩시장, 삼청동길, 북촌마을, 동해 논골담길, 태백 상장동 골목,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이 이름난 곳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의 생활공간에 대한 배려도 늘 염두에 두어야 여행의 의미가 더욱더 깊어질 듯.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문화마당] 오디오북이 일어섰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오디오북이 일어섰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어릴 적 음반을 통해 만담을 들었던 희미한 기억이 있다. 음반에서 노래가 아니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주 신기했는데, 이것이 오디오북과 첫 만남인 듯하다. 출판계에 입문할 무렵인 1990년대 초에는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기기가 일상화하면서 ‘격동 30년’ 같은 라디오 드라마가 테이프에 담겨 나왔다. 1970년대 미국에서 ‘워크맨’의 보급과 함께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오디오북’은 이 무렵부터 국내 출판계에서도 자주 언급됐다. 오디오 콘텐츠의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편집자들은 때마침 불어온 세계화 바람에 맞춰 ‘오성식 잉글리시’ 등 영어 학습서와 회화 테이프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학습물을 개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래동화 등을 꾸준히 만들었고, 신은경, 임백천 같은 유명 진행자가 내레이터를 맡은 소설이나 에세이 등도 출판됐다. 애송시도 유행했다. ‘귀로 듣는 책’인 오디오북이 출판문화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 주리라는 기대로 출판계가 부풀어 올랐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전이라 카세트테이프와 콤팩트디스크(CD) 등 물리적 형태의 오디오북을 주로 이야기했지만, 하나의 콘텐츠를 개발해 온갖 매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출판 전략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으로 이루어진 책 콘텐츠의 기본 표현 형태도 함께 마련됐다. 오디오북을 향한 출판의 열정은 이처럼 뿌리가 깊다. 하지만 최근까지 오디오북 시장은 모색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공 수요나 유아를 위한 학습물 영역에 갇혀 있었다. 출판사로서는 녹음 시설 등 높은 초기 투자비가, 독자로서는 별도 재생 기기가 필요한 불편한 사용자 경험이, 유통에서는 오디오북의 존재를 독서 대중한테 널리 알릴 전문 서비스 업체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오디오북이 요즈음 출판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밀리의서재가 이병헌, 변요한, 구혜선 등 스타 연예인이 읽은 오디오북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병헌의 ‘사피엔스’는 출시 일주일 만에 1만 5000명이 구독하는 등 시장에 충격을 일으켰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역시 성우, 아이돌 등이 읽은 오디오북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오디오북 전문플랫폼 ‘윌라’는 자기계발, 경제경영 서적을 중심으로 강연과 함께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교와 손을 잡고 올레TV도 동화 300여편을 제공하는 ‘대교 북클럽’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도 오디오북 열풍은 뚜렷하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알렉사 등 스마트 스피커가 본격 보급된 2016년을 전후로 오디오북 수요가 폭발했다. 2016년 오디오북 매출액은 21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2% 증가하고, 판매량도 전년 대비 34% 늘어났다. 2017년에는 영국 18%, 일본 30%, 프랑스 85%, 이탈리아 81% 등 주요 출판 선진국에서 오디오북 판매량이 급상승했다. 세계 시장 규모도 2013년 20억 달러에서 2016년 35억 달러로, 연평균 20.5% 성장 중이다. 작년에도 성장률은 줄어들지 않았다. 빠르게 성장하는 오디오북이 침체에 빠진 출판산업의 활로를 여는 것이다. 출판의 오랜 꿈이 영글고 있다. 목소리를 들으며 상상했던 체험이 부족한 아이는 나이 들어서도 책을 잘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영국에서 오디오북 이용자의 39%에서 전자책 또는 종이책 독서량도 늘었다고 보고됐다. 일에 치여 책 콘텐츠를 접하기 어려웠던 이들이 오디오를 통해 책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에는 시도만이 가장 가치 있는 행위를 이룬다. 독자가 바라는 모든 형태로 책의 가능성을 시험할 때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 벌써 50년… 밭을 갈듯 온몸으로 詩 썼던 시인

    벌써 50년… 밭을 갈듯 온몸으로 詩 썼던 시인

    생전 쓴 라디오 대본 22편 담은 산문전집 신동엽문학상 수상 31인 신작 작품집 2종 부인 인병선 여사가 고증한 평전도 나와 고향 충남 부여 등에서 추모행사 이어져‘시인, 전경인, 신동엽.’ ‘온전히 밭을 가는 사람’이라는 뜻의 ‘전경인’(全耕人)은 신동엽(1930~1969) 시인의 지향이었다. 오는 7일 시인의 50주기를 앞두고 ‘전경인’ 신동엽을 톺아보는 추모 행사, 관련 저작들이 쏟아진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형철 신동엽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전경인’이라는 단어를 대주제로 삼은 것에 대해 “좌우 논리를 송두리째 받아 안으면서도 구체적인 땅, 흙을 놓지 않는 생태적인 사고까지 배태된 개념”이라고 말했다. ‘껍데기는 가라’로 널리 알려진 저항시인, 민중시인이라는 타이틀은 시인의 일부에 불과하다. 다시 보는 신동엽은 아나키즘에서부터 중국 노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상적 기초를 가진 지식인임과 동시에 언어적 도피 없이 온몸으로 시를 썼던 시인이라는 것이 사업회와 신동엽학회 측 설명이다.새로 발간된 ‘신동엽 산문전집’(창비)은 총 7부에 걸쳐 시인의 시극·오페레타, 평론, 수필, 일기, 편지, 기행, 방송대본 등을 수록했다. 1967~1968년 그가 출연한 동양라디오의 프로그램 ‘내 마음 끝까지’의 대본 22편이 수록돼 눈길을 끈다. 시인은 대본을 직접 쓰는 한편 진행도 맡았다. 부록으로 실린 ‘석림 신동엽 실전 연보’는 그의 빨치산 의혹을 해소할 만한 증언으로 가치가 있다. 청년 시절 시인이 활동한 문학동인 ‘야화’의 일원이자 경찰 출신 노문씨는 1993년 남긴 편지에 ‘(한국전쟁 당시) 후퇴하는 과정 중 지리산으로 패퇴 집결하는 인민군 부대와 토박이 빨치산들과 얼마간 함께 생활할 수는 있었겠지만 실제 전투를 경험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시인은 공산주의자도, 빨치산도 아니며 ‘다소 복잡한 평화주의자’라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한편 김응교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2005년 발간된 ‘시인 신동엽’을 보완, 시인의 부인인 인병선씨의 고증을 거쳐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소명출판)을 펴냈다. 창비에서는 역대 신동엽문학상 수상자 31인의 신작 작품집 2종도 함께 출간했다. 하종오 외 20인의 신작시 63편을 묶은 시집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과 공선옥 등 9인의 소설 10편을 묶은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이다. 추모 행사도 연중 계속 이어진다. 5일에는 신동엽학회 주관으로 학술회의 ‘따로, 다르게, 새로 읽는 신동엽 문학’이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다. 시인의 고향인 충남 부여에서는 오는 13일 전국 고교 백일장을 필두로 신동엽문학관 전시실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이어진다. 6월에는 시인의 등단 이후 행적을 따라가 보는 문학기행이 서울 성북·종로·광진구 일대에서 열린다. 김형수 신동엽문학관 사무국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형수의문학난장’에서는 올 한 해 동안 시인의 삶과 시를 되짚는 콘텐츠 100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보톡스 없이도 주름진 세월을 피할 수 있다?

    보톡스 없이도 주름진 세월을 피할 수 있다?

    세포간 경쟁관계에서 피부 노화 나타나 나이 들면 COL17A1 단백질 점점 감소 이 때 ‘Y-27632’ ‘아포시닌’이 탄력 유지“얼마나 슬픈 일인가! 난 점차 늙고 끔찍하고 흉해지겠지. 내가 언제나 젊고 이 그림이 대신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라면 세상에 내가 바치지 못할게 뭐가 있을까. 내 영혼이라도 기꺼이 내어줄 것이야.” 아일랜드의 유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자신의 초상화에 매료돼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고 그림이 대신 늙어가도록 영혼을 파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설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며 불로초를 찾도록 한 진시황의 이야기도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꿈꾸는 ‘불로장생’의 열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최근에는 ‘불로불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노화세포가 스스로 제거되도록 하거나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노화된 신체조직을 교체한다든지 젊은 피를 수혈받는 등의 방법은 노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인 연구결과물이다. 일본 도쿄대 의대 줄기세포생물학과, 의학·치의과학센터, 피부과학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유전학 및 분자생물학과 공동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해 피부 노화는 세포 간 경쟁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4일자에 발표했다.노화된 피부는 두께가 얇아지고 약해지면서 상처가 날 경우 치유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는 피부 각질세포나 멜라닌 세포처럼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세포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탄력 있는 젊은 피부는 피부 내 정상 줄기세포들이 손상되거나 늙은 줄기세포를 밀어내는 일종의 ‘경쟁’을 통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런 세포 간 경쟁이 피부 노화를 어떻게 유발시키는지에 대한 명확한 작동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연구팀은 생후 7주 된 어린 생쥐부터 30개월 된 늙은 생쥐까지를 대상으로 생쥐 꼬리 피부의 노화를 정밀 분석했다. 생쥐 꼬리는 사람의 피부세포와 비슷한 구조와 형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COL17A1’이라는 특정 콜라겐 단백질이 피부 세포들의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젊을 때는 피부 내에 COL17A1 농도가 높아 세포 경쟁을 촉발시켜 손상되거나 문제 있는 세포들을 제거함으로써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자외선이나 각종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축적돼 피부 내 COL17A1 단백질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이가 들면서 세포 경쟁이 줄면서 손상되거나 문제 있는 세포를 제거하지 못해 피부 노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Y-27632’와 ‘아포시닌’이라는 물질이 COL17A1 단백질 감소를 막아 생쥐의 상처 치유를 촉진시키고 피부의 탄력을 유지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노화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반기면서도 “이번 연구를 포함해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노화 연구들은 노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막으면 노화 관련 질병도 사라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나이와 관련된 또 다른 생물학적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라며 “진정한 노화 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고령화로 인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의 가능성과 그에 대한 예방, 건강수명 연장에 따른 사회적, 제도적 대응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美원폭에 日 항복했지만… 광복 직전 ‘독립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美원폭에 日 항복했지만… 광복 직전 ‘독립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은 오늘 정오를 기해 미국에 항복한다.”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1901~1989)가 떨리는 목소리로 종전을 선언했다. 광복을 기뻐하는 국민의 만세 소리가 거리에 가득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중국군으로부터 일본의 항복 소식을 전해 들은 김구(1876~1949)는 크게 낙담했다. 그는 회고록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일본의 항복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었다.” ●일본 항복 받아낸 미국의 ‘리틀보이’ 이날 히로히토가 발표한 종전 방송은 “짐은 제국정부(일본)로 하여금 미·영·소·중 4국에 대해 공동선언을 수락할 뜻을 통고하게 했다”로 시작한다. 히로히토가 말한 ‘공동선언’이란 1945년 7월 26일 발표한 독일 포츠담 선언을 가리킨다. 연합군이 일본에 항복을 권고한 이 선언에는 전후 일본 처리 문제 등이 담겼다.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이미 연합군에 항복했다. 포츠담 선언 당시 일본은 혼자서 연합군과 싸우고 있었다. 사실상 승패는 정해져 있었다. 일본이 항복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 미국은 일본 도심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다.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코드명 ‘리틀보이’가, 9일 나가사키에 ‘팻맨’이 투하됐다. 10일 일본은 스위스에 있던 국제연맹(유엔의 전신) 본부에 포츠담 선언 수락 의사를 전달했다. 일본이 항복한 직접적 이유는 원자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히로히토가 발표한 종전 방송에도 “적국은 잔학한 원자폭탄을 사용해 수많은 국민들을 살상하고 있다. 그 참상의 범위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이상 교전을 계속한다면 결국 우리 민족의 멸망을 초래하고 인류의 문명까지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폭탄의 위력을 짐작할 만한 구절이다. 민중운동가 함석헌(1901~1989)은 원자폭탄 투하 뒤 찾아온 광복에 대해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고 했다. 그만큼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뉴라이트’ 계열의 일부 학자는 “우리의 광복은 미국의 원자탄 두 발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는 미국의 폭탄이 없었다면 나라를 되찾지 못했을까. ●독립단체 “광복 위한 결정적 시기 온다” 확신 1930년대 후반부터 국내외 독립운동 세력은 일제가 패망하고 한국이 독립하는 ‘결정적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느꼈다. 1941년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며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자 이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상대로 국외 무장운동 세력과 연합군이 한반도에 진격하고 동시에 국내에서도 폭동과 무장봉기에 나서면 충분히 독립을 쟁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2년 윤봉길(1908~ 1932)의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 의거 뒤 중국 각지를 떠돌다가 1940년 충칭에 터를 잡았다. 김구는 이때부터 한국광복군을 훈련시키며 국내에 진입할 준비를 했다. 광복군은 지청천(1888~1957)을 총사령관으로 1940년 9월 결성된 임정 최초의 정규군이다. 초기에는 장교 30여명으로 이뤄진 ‘사병 없는 부대’였다. 1942년 김원봉(1898~1958)이 조선의용대 300여명을 이끌고 합류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광복군은 1945년 4월쯤 340여명, 같은 해 8월 700여명 정도였다. 아무리 많아도 1000명을 넘지는 않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군은 군속을 포함해 최대 750만명으로 추산된다. 임정이 일대일로 맞붙어 이길 상대가 아니었다. 일부 언론에서 “원자탄이 없었어도 김원봉 등 걸출한 혁명가들이 일본을 몰아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우리의 역량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수석 연구위원은 “광복군의 규모와 전투 능력을 아무리 높게 쳐도 일본을 몰아내기는 어려웠다. 광복군은 그저 항일투쟁의 상징적 존재였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일본군 750만… “광복군이 몰아내긴 힘들어” 그렇다고 임정이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체념에만 빠져 있었을까. 아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 지위를 확보해 우리 스스로 독립을 얻어내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944년에는 버마(현 미얀마) 임팔전투에 참가해 1945년 7월 일본군이 패배해 철수할 때까지 영국군을 도왔다. 1945년 8월 중국에 있던 미국 정보기구 육군정보전략본부(OSS)에서 광복군 38명이 특수요원 훈련을 마치고 국내 잠입을 기다렸다. 미군과 함께 한반도 진공 작전도 추진했다. 역사소설 전문 이원규(72) 작가는 “일본이 일주일만 늦게 항복해 광복군이 한반도에서 독립전쟁을 수행했다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43년 11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전후 일본 처리 문제를 두고 국제회담이 열렸다. 여기서 장제스(1887~1975) 중국 국민당정부 총통은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1874~1965) 영국 총리의 반대를 물리치고 한국의 독립을 명문화했다. 김구 등 임정 수뇌부의 간절한 청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애초 한국은 카이로 회담의 논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장제스가 예외 조항까지 만들어 우리를 도왔다. 독립을 갈망하는 우리 민족의 염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인도의 독립운동가로 훗날 총리가 되는 자와할랄 네루(1889~1964)는 한국을 “아시아 식민지 국가 가운데 열강에게 독립을 보장받은 유일한 나라”라고 부러워했다. 장 연구위원은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하지 않았어도 일본은 소련의 참전 등으로 결국은 패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당시 한반도는 (임정의 다각적 노력 등이 맞물려) 광복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국 덕에 해방? 독립노력 폄하해선 안돼” 일부 학자들은 “연합국이 해방을 가져다줬다”고 말한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일제를 이길 힘이 없었고 국제사회도 임정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제패를 꿈꾸며 전 세계로 세를 넓혀 가던 강대국 일본을 우리 혼자 막지 못했다고 해서 독립을 위한 선조들의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연합국이 임정을 승인하지 않았던 것은 일본이 항복한 뒤 전리품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시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한시준(65)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해방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오래 그리고 치열하게 일제와 싸웠다. 대한민국은 임정이 중심이 된 독립운동 세력의 길고 긴 투쟁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복 이후 우리를 기다린 것은 ‘한반도 분단’이었다. 당시 소련은 8월 9일 일본에 선전포고한 뒤 거침없이 한반도로 진격했다. 당시 미군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어 한반도로 바로 들어오기 어려웠다. 결국 미국은 소련에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에 나눠 들어오자”고 제안했다. 당시 임시로 친 철조망이 지금까지도 한반도를 반으로 갈라놨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우리가 좀더 주도적으로 독립을 얻어냈다면 해방 이후 한반도 분단과 전쟁, 이념 갈등 등은 없었을 수도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경남 하동 이병주 문학관에서 6일 이병주 재조명 학술세미나 개최

    경남 하동 이병주 문학관에서 6일 이병주 재조명 학술세미나 개최

    경남 하동군은 2일 나림(那林) 이병주(1921∼1992) 작가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2019 이병주 학술세미나’가 오는 6일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이병주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다고 밝혔다.올해 학술세미나는 김주성 작가가 사회를 맡아 ‘이병주 문학의 운명론과 인본주의’를 주제로 강연·주제발표·토론 등을 진행한다. 6일 오후 2시 개회식을 하고 문학평론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이병주 선생의 소설 ‘지리산’에 대해 강연을 한다. 이승하 중앙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종회 경희대 교수가 1982년 출간된 ‘허드슨 강이 말하는 강변 이야기’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다.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가 ‘관부연락선’, 정영훈 경상대 교수가 ‘행복어사전’, 임정연 안양대 교수가 ‘운명의 덫’을 내용으로 각각 주제발표를 진행한다. 주제발표 뒤 김주성 작가를 좌장으로 김종성 고려대 교수, 김용희 평택대 교수, 김일태 경남문인협회 회장, 채희문 소설가, 고승철 소설가, 정미진 경상대 교수, 강은모 경희대 교수, 한송이 경희대 교수 등이 종합토론을 펼친다. 토론이 끝나면 소설가 김홍신 작가와 안경환 서울대 교수,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이 종합강평을 한다. 이번 학술세미나에서는 부대사업으로 이병주 선생의 작품 ‘허드슨 강이 말하는 강변 이야기’와 ‘제4막’으로 구성된 ‘이병주 뉴욕 소설’이 재발간된다. 이병주 작가는 1921년 3월 하동에서 태어나 일본 메이지대 문예과를 졸업하고, 와세다대 불문과에서 공부하다 학병으로 끌려가는 바람에 중퇴했다. 광복 후 귀국해 진주 농과대학 교수, 해인대 교수를 거쳐 ‘국제신보’ 주필로 활동했다. 그는 1965년 ‘세대’에 중편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뒤 ‘매화나무의 인과’, ‘관부 연락선’, ‘지리산’, ‘소설 남로당’ 등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병주기념사업회는 이병주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출범한 뒤 국제문학제, 학술세미나, 국제문학상 시상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 2019 제6회 형평문학상 수상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 2019 제6회 형평문학상 수상

    소설가 조해진(43)씨가 2019년 제6회 형평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뽑혔다. 경남 진주시는 3일 올해 형평문학상 심사결과 본상 수상작으로 조 작가의 소설집 ‘빛의 호위’가 선정됐다고 밝혔다.지역형평문학상에는 주강홍(68)씨의 시집 ‘목수들의 싸움수칙이 선정됐다.형평문학상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대표적인 인권운동으로 평가되는 진주형평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문학과 지역발전에 기여한 작가에게 주는 문학상이다. 올해 형평문학상 본상 수상자 조씨는 200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해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한없이 멋진 꿈에’, ‘여름을 지나가다’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수상작 ‘빛의 호위’는 조씨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한 순간 개인의 아슬 아슬한 삶의 빛이 다른 사람에게는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빛’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공감적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 한다. 올해 지역형평문학상 수상자 주씨는 2003년 ‘문학과 경계’로 등단한 뒤 시집 ‘망치가 못을 그리워할 때’를 냈다. 진주예술인상, 경남시학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진주문인협회장을 거쳐 진주예총회장을 맡고 있다. 지역형평문학상 수상 시집 ”목수들의 싸움수칙’은 ‘체험적인 삶에서 사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낯선 새로운 언어로 표출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 형평문학상 심사는 시인 및 평론가인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및 숭실대 교수인 이경재, 소설가 최인석씨 등이 맡았다. 지역형평문학상은 시인 복효근(시인), 채상우(시인, 문학평론가)씨 등이 심사를 맡았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상패, 지역형평문학상은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2019년 형평문학제(4월 13~19일) 마지막 날인 오는 19일 형평문학상 시상식을 한다. 올해 제6회 형평문학제 행사로 시민학생백일장, 찾아가는 문학제(테마가 있는 포토에세이 백일장, 시인과 나누는 대화), 형평문학상 시상식 등이 열리고 형평문학집도 발간한다. 진주시는 형평문학제가 지역사회에 문학 저변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문학정신을 함양하는 동력 역할을 하는 문학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톰 소여의 페인트칠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톰 소여의 페인트칠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 톰은 밤늦도록 놀다가 창문을 통해 몰래 방으로 기어들어 가던 중 폴리 이모에게 딱 걸린다. 다음날은 휴일인 토요일. 화창한 휴일 톰은 높이 3미터에 길이 30미터나 되는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벌을 받는다. 한숨을 길게 내쉰 톰은 붓을 페인트통에 담갔다가 꺼내 담장에 칠한다. 한참을 칠한 다음, 방금 칠한 부분과 앞으로 새로 칠해야 할 대륙처럼 광활한 나머지 부분을 비교한다. 산다는 것이 괴롭고 팍팍하기만 하다. 톰이 낙담하고 있을 때, 멀리서 벤 로저스가 사과를 맛있게 먹으면서 온다. 저만치서 벤이 톰을 보고 놀린다. “야! 너 정말 딱하게 됐구나!” 그러나 톰은 시침 뚝 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마치 화가처럼, 칠한 부분을 살펴보면서 세심하게 덧칠을 한다. 벤이 톰 옆으로 가까이 온다. 톰은 벤의 사과가 먹고 싶어 입에 침이 고였지만 꾹 참고 일에 몰두하는 척한다. 벤이 말한다. “저런, 너 지금 일해야 하는 거야?” 그제야 톰은 고개를 휙 돌리며 대꾸한다. “야, 벤이로구나! 네가 오는 걸 못 봤어.” “어때? 지금 헤엄치러 가는 중인데 함께 가고 싶지 않니? 하지만 너는 일을 해야겠지?” 톰은 잠시 벤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한다. “일이라니? 뭐가?” 벤은 “그럼 이게 일이 아니고 뭐야?”라고 대꾸한다. 톰은 다시 칠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한다. “아이들에게 담장에 페인트칠할 흥미로운 기회가 날마다 있는 줄 아니?” 톰은 화가처럼 잔뜩 멋을 부려 가며 몇 발짝 뒤로 물러서 칠한 것을 지긋이 바라보고 다시 덧칠을 한다. 벤이 사과를 베어 먹던 동작을 멈춘다. 부럽다. 자기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진다. “톰 나도 좀 해 보자.” “안 돼!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아이는 아마 천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할걸.” “정말이니? 한번만 하게 해 줘. 이 사과 몽땅 다 줄게.” 톰은 못 이기는 척 붓을 넘겨준다. 벤이 뙤약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칠하는 동안, 톰은 그늘에 걸터앉아 맛있게 사과를 먹는다. ‘호지자불여락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 공자 말씀이다. 즐기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낫다는 뜻. 벤처럼 즐기며 일하는 삶이 최고 아닐까.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 첫 여성 비행사 권기옥, 심훈 시인을 애도하다

    첫 여성 비행사 권기옥, 심훈 시인을 애도하다

    ‘聞道玉京卽此樓(문도옥경즉차루·하늘에 옥경 있다더니 이 빈소가 거기라네), 紅塵官海不同流(홍진관해부동류·번거롭고 속된 관리 길 걷지 않았네), 春風到處美人恨(춘풍도처미인한·봄바람 일렁이면 미인들 한탄하고), 秋月明時孤客愁(추월명시고객수·가을 달 밝으니 외로운 나그네 시름에 젖는구나).’우리나라 최초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1901~1988) 지사가 저항시인 심훈(1901~1936) 선생의 죽음에 즈음해 지은 만장(輓章·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처럼 만든 것)이 발견됐다. 2일 충남 당진시에 따르면 송악읍 부곡리 심훈기념관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소장자료를 연구하다 만장을 발견했다. 시는 ‘哭小說家沈先生大燮靈座’(곡소설가심선생대섭령좌·소설가 심대섭 선생 영전에서 곡하다)로 시작해 칠언절구를 읊고 ‘權其玉 狂生 挽’(권기옥 광생 만·권기옥이 만사를 짓다)으로 끝난다. 심 선생을 속세를 벗어났다고 높이면서 스스로를 낮춘 ‘광생’이란 단어로 존경을 나타냈다. 장승률 당진시 학예연구사는 “두 분의 인연은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지사는 숭의여학교 비밀결사대 송죽회에 가입해 활동했고, 임시정부 추천으로 1923년 제1기 운남육군항공학교를 마쳤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심훈 선생 영전에 바치는 한국 최초 여성비행사 권기옥 지사 만장 발견

    심훈 선생 영전에 바치는 한국 최초 여성비행사 권기옥 지사 만장 발견

    ‘聞道玉京卽此樓(하늘에 옥경 있다더니 이 빈소가 거기라네), 紅塵官海不同流(번거롭고 속된 관리길 걷지 않았네), 春風到處美人恨(봄바람 일렁이면 미인들 한탄하고), 秋月明時孤客愁(가을달 밝으니 외로운 나그네 시름에 젖는구나)’ 우리나라 최초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1901~1988) 지사가 저항시인 심훈(1901~1936) 선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만장(輓章)이 발견됐다. 만장은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처럼 만든 것으로 친분이 있던 사람이 써서 바친다. 충남 당진시는 2일 송악읍 부곡리 심훈기념관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소장자료를 연구하다 이 추모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심훈기념관은 권 지사의 양자인 외조카 등 후손으로부터 추모시 필체가 권 지사의 것임을 확인했다. 공책을 뜯어내 쓴 추모시는 칠언절구의 한시로 돼 있다. 기념관은 심훈 선생 문상을 온 권 지사가 애통한 마음에 영전에서 초서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는 ‘哭小說家沈先生大燮靈座(소설가 심대섭 선생 영전에서 곡하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앞의 칠언절구를 읊고 ‘權其玉 狂生 挽 (권기옥이 만사를 짓다)’로 끝난다. 심훈 선생을 어지럽고 속된 세계를 걷지 않은 인물로 표현했다. 또 심훈 선생을 높이고 자신은 ‘狂生(광생)’이란 단어로 낮춰 존경을 표했다. 기념관은 심훈 선생과 권 지사의 관계를 알려주는 직접적 자료가 없었으나 이 추모시로 둘이 생전에 가까운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장승률 당진시 학예연구사는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심훈 선생과 권기옥 지사의 인연은 중국 상해 임시정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훈 선생의 상해시절 임시정부와의 관계 등이 연구돼 선생의 더 많은 업적이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권기옥 지사는 숭의여학교 비밀결사대인 송죽회를 통해 독립운동을 했고, 임시정부 추천으로 1923년 4월 운남육군항공학교 제1기생으로 입학해 한국 최초 여성비행사로 활동했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여기는 일본] “힘 주고싶다” 여대생들 힘모아 조선학교에 책 기증

    [여기는 일본] “힘 주고싶다” 여대생들 힘모아 조선학교에 책 기증

    일본의 여자대학생들이 조선학교에 책을 기증해 재일한국인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있다. 지난 28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교토여대 이치가와 히로미 교수의 연구실에 소속된 3, 4학년 학생 총 14명이 소설책과 그림책 그리고 사전 등을 교토시내의 조선학교에 기증했다. 조선학교를 연구 활동으로 방문하는 도중 힘든 교육환경을 보게 된 이들 학생은 보조금 삭감 등의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조선학교의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돼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쟁과 빈곤 그리고 차별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이치가와 교수의 연구실은 일본사회의 소수집단인 재일한국인에 주목해 2013년부터 1년에 한 번 교토시와 오쓰시 소재 조선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교류해왔다. 일본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조선학교는 처음에 매우 생소한 존재였다. “처음에는 약간 걱정도 했지만 실제로 방문해 해맑은 아이들을 본 학생들은 '일본의 여느 초등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이들 대학생은 말했다. 한편, 납치문제 등으로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여 조선학교에도 영향을 줬다. 현재 조선학교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보조금이 끊겼으며, 지난해 태풍으로 부서진 창문이 복구되지 않은 채로 테이프로 응급처지만 돼있어 도서실 또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현지언론은 보도했다.그러한 모습을 직접 보게 된 대학생들은 책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전단지를 제작해 친구와 가족 그리고 아르바이트 근무처 등에 협력을 의뢰해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아동 대상의 다양한 책들을 모을 수 있었다. 올해 2월 중순에 조선학교 어머니회를 통해 교토시내 초급, 중고급 3개의 학교에 전달했다. 어머니회로 활동하고 있는 박금숙 씨는 “재정적으로 도서실의 책을 채울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팠는데 학생들 덕분에 책을 채울 수 있게 됐다”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치가와 교수는 “고교 무상화에서 제외되는 등 조선학교는 일본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소수집단을 포함해 어느 아이라도 평등한 교육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보윤 도쿄(일본) 통신원 lucete1230@naver.com
  • “마술 조장한다” ‘해리 포터’ 책 불태운 폴란드 성직자들

    “마술 조장한다” ‘해리 포터’ 책 불태운 폴란드 성직자들

    폴란드 성직자들이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인 해리포터 시리즈를 불에 태우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하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마술을 조장해 신성을 더럽힌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누리꾼들은 문화를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나치와 다를 게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영국 BBC는 1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3명의 성직자가 해피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일부 부족의 가면과 코끼리상 등을 불에 태우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전했다. 가톨릭 복음주의재단인 SMS프롬해븐은 이 사진들을 2만 2000명의 팔로워가 있는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성경에 따라 우리는 마술을 배격한다”고 밝혔다. 작가 J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출판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소설 작품으로 간주되며 세계적으로 5억권 이상이 판매됐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해리포터가 어둠의 마법사인 볼드모트 경으로 구현된 악에 맞서 싸우는 것에서 드러나는 ‘마법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해리포터라는 이름을 내걸며 강간이나 살인, 절도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성경의 이름으로 그러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본 적이 있다”며 이번 사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1823년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말을 인용하며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인간도 불태운다”고 지적했다. 실제 나치는 1933년 5월 10일 ‘비독일인의 영혼을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유대인 작가의 책과 가톨릭에 비판적인 책들을 골라 불에 태우는 ‘베를린 분서’를 벌였었다. 훗날 나치는 600만에 달하는 유대인들을 학살했다. 폴란드 보수 정부는 전통적인 가톨릭 가치를 옹호하기 때문에 교회는 폴란드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BBC는 폴란드 교회의 공고한 권력이 지난달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아동 성폭력을 자행한 400여명의 폴란드 성직자들에 대한 문건이 공개되며 균열이 생겼다고 평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셜록 홈스’ 작가도 속인 가짜 요정 사진 경매…1억원 예상

    ‘셜록 홈스’ 작가도 속인 가짜 요정 사진 경매…1억원 예상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만일 거기에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면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영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가짜 요정 사진이 며칠 뒤 경매에 나오는 데 낙찰 예상가가 7만파운드(약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른바 ‘코팅리의 요정들’(Cottingley Fairies)로 알려진 유명 조작 사진 몇 장이 이를 찍을 때 쓴 카메라와 함께 오는 4월 11일 글로스터셔 시런세스터의 도미니크원터 경매소에서 경매품으로 나온다. 이들 사진은 지금으로부터 102년 전인 1917년부터 1920년까지 웨스트요크셔주(州) 빙리 인근 코팅리라는 이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엘시 라이트(16)와 사촌 여동생 프랜시스 그리피스(9)라는 이름의 두 소녀가 조작해서 촬영한 것이지만, 전문가들이 진짜라고 판단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당시 엘시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이기도 한 부친 폴리 라이트에게 카메라를 빌려 자택 정원 끝자락에 있는 개울에서 동생 프랜시스와 함께 색종이를 오려 만든 요정들을 핀과 실로 고정한 뒤 가짜 사진을 찍었다. 두 소녀는 요정이 실존하지만, 이들을 카메라로 찍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두 소녀가 찍은 사진을 본 엘시의 부친 폴리 라이트는 사진을 진짜라고 생각하고 이들 사진을 자신이 소속돼 있는 브래드퍼드 신지학협회에 자신의 딸과 조카가 찍은 사진이라며 공개했다. 이 사진은 당시 심령주의 학자 에드워드 가드너에게까지 알려졌고 그는 사진 분석을 의뢰해 위조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요정 사진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서 추리 소설 셜록 홈스를 쓴 유명 작가 아서 코넌 도일 역시 이들 사진을 진짜라고 믿고 사진을 1920년 유명잡지 스트랜드에 기사와 함께 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는 의심이 불거졌다. 1978년 미국 마술사 제임스 랜디는 사진 속 요정들이 1914년 출판된 메리 공주의 선물에 등장하는 요정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책 속 요정 그림을 이용해 조작 과정을 연출했다. 영국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 역시 컴퓨터 분석 결과 요정들이 가는 줄에 매달려있음을 알아냈다.결국 엘시는 1983년 TV에 출연해 요정 사진이 조작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엘시와 함께 요정 사진을 찍은 동생 프랜시스는 1920년 자신이 찍은 다섯 번째 사진만큼은 우연히 찍힌 진짜라고 죽기 전까지 주장했다. 프랜시스의 딸로 현재 벨파스트에 거주하며 이번 경매에 이들 사진을 내놓은 크리스틴 린치(88)는 “항상 어머니는 내게 그 사진만큼은 진짜이며 우연히 찍은 것이라고 말하셨다”고 회상하면서도 “곧 100주년이 다가오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이들 사진을 세상에 내놓을 때”라고 말했다. 사진=도미니크원터 경매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40년을 기다렸다 ‘기동전사 건담’… 오는 15일 국내 처음 더빙 방영

    40년을 기다렸다 ‘기동전사 건담’… 오는 15일 국내 처음 더빙 방영

    [서울신문]재능TV는 오는 15일 애니메이션계의 전설적인 작품인 ‘기동전사 건담’(이하 퍼스트 건담)을 40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더빙 방영한다고 1일 밝혔다. 1979년 일본 나고야TV에서 처음 시작돼 인기를 끈 퍼스트 건담은 사실성을 중시하는 리얼 로봇 계열 애니메이션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다. 건담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건프라’로 불리는 프라모델, 소설, 게임 등 다양한 산업으로 파급돼왔다. 재능TV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의 제작사 선라이즈와 반다이남코코리아, 국내 케이블방송사인 재능TV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방영권리는 재능TV가 독점으로 보유하고 있다. 작품의 내용은 인간과 인간들 간의 전쟁, 그 속에서의 군상극과 한 소년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우주라는 배경에 로봇 병기를 활용한 싸움으로, 화면 속의 전쟁은 참혹하고 비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은 서로 엇갈린 이념과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들을 통해 ‘반전(反戰)’, ‘상호간의 이해와 소통’, ‘인간의 성장과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재능TV 관계자는 “자생적으로 발생한 마니아, 속칭 ‘건덕후’로 불리는 한국 팬층은 생각보다 두텁고 열성적”이라며 “이들이 국내 키덜트 문화 성장을 견인한 가장 선도적이고 대표적인 부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퍼스트 건담을 연상할 수 있는 첫 번째 티저 공개 후 루리웹 등 마니아층이 모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최근의 건담 애니메이션을 접한 청소년이나 우주 세기 초기작을 선호하는 성인 팬들 모두 전설적인 작품의 방영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재능TV는 퍼스트 건담 방영에 맞춰 주간 단위로 본방 시청 인증샷을 추첨해 반다이남코사의 프라모델 제품과 포스터 중 1개를 랜덤으로 주는 이벤트를 할 예정이다. 포스터는 주인공 아무로 레이, 샤아 아즈나블과 각각의 모빌슈츠 일러스트 4종으로 구성됐다. 론칭 기념 다큐멘터리도 오늘과 오는 8일, 2회에 걸쳐 오후 9시에 방영한다. 일본 로케이션을 통해 제작된 다큐멘터리에서는 건담이 끼친 문화적 현상과 영향력이 소개될 예정이다. 또한 건담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 오가타 나오히로 총괄 프로듀서, 건프라 명인 가와구치 카츠미의 인터뷰도 선보인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편성 일정 본방송(4월 15일~) : 재능TV, 월요일 21시~22시, 2회차 연속 방영(주 1회) 재방송(4월 20일~) : 재능TV, 일요일 21시~22시, 2회차 연속 방영(주 1회)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패놉티콘’(원형 감옥)으로 묘사되는 중국 사회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패놉티콘’(원형 감옥)으로 묘사되는 중국 사회

    중국에서 ‘라오라이’(老賴)가 생활하기에는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한번 라오라이로 낙인찍히면 항공기·고속철도 등 대중교통 이용은 원천봉쇄되고 호텔 숙박, 해외 여행, 자녀 학교 입학 등 사회 광범위한 부문에서 엄격한 제한을 받는 까닭이다. 라오라이는 돈을 갚을 능력이 있지만 갚지 않는 사람들, 곧 악성 채무자들을 뜻하는 말이다.지난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민들의 일상 생활을 토대로 신용 점수를 매겨, 점수가 낮으면 신용불량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신용불량 블랙리스트에 올라 갖가지 제재를 받는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1300여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지난해까지 항공기 탑승이 금지된 사례는 1700만 건, 고속철도 탑승이 금지된 사례는 540만 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중국 국무원이 2013년 ‘신용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인민은행·법원 등의 신용기록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전 국민과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점수화하는 ‘사회적 신용체계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사회적 신용체계 시스템은 정무·상무·사회·사법 4대 영역에서의 신용을 높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 공무원·금융·세무·의약·사회보장·노동·지식재산권 등 각론에서 다룬 내용은 국가개조 운동의 지침서를 연상시킨다. 베이징 외교가의 소식통은 “신용은 시장경제의 핵심 인프라”라며 “중국인 DNA에 결여된 신용에 대한 관념을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마감 시한을 1년여를 앞두고 신용사회 건설 운동의 추진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47개 정부 기관이 참가하는 부처 연석회의 시스템을 완비했으며 지역·부처 별로 나뉘었던 사회 신용코드를 18자리로 통일했다. 국민과 기업에 관한 신용정보를 18자리 숫자로 만들어 통합 관리 중이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신용 중국’(www.creditchina.gov.cn)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앞서 지난해 8월 일반인 9억 6000만 명과 기업 2531만 개를 신용정보시스템에 수록했다고 구체적 수치를 발표한 바 있다. 신용점수는 사회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반영해 매겨진다. 예컨대 SNS에 정부 관련 악성 댓글을 달아도 점수가 깎인다. 신용점수가 낮아 라오라이로 낙인찍히면 비행기나 고속열차 등 대중교통뿐 아니라 호텔 숙박, 해외여행 승인, 자녀 사립학교 입학 등에서 제한을 받는 등 모두 169가지 벌칙으로 옭아맨다. 반면 신용점수가 좋은 개인이나 기업의 경우 무료 건강검진, 은행 대출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국무원은 “중국 사회의 신용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사회 거버넌스 체제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며 “신용우수자를 격려하고 신용불량자는 옥죄는 상벌 시스템으로 사회의 신의성실 의식과 신용 수준을 높이겠다”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라오라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 쿵(孔·47)은 비행기나 고속열차 탑승할 때 제약을 받는다. “얼마 전 충칭(重慶)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비행기나 고속열차를 타고 갈 수 없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장장 30시간 이상 걸리는 일반 열차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이죠. 비행기를 이용하면 3시간, 고속열차로는 12시간 밖에 안 걸리는 거리이지만….” 그는 “라오라이로 낙인찍히면 사람들이 상대하려고 하지 않아 재기하기도 매우 힘들다”며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해 징역형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라고 하소연했다.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에 사는 라오(饒)는 지난해 여름 아들이 합격한 베이징의 명문대로부터 청천벽력같은 합격 취소 통보를 받았다. 자신의 은행 연체금 20만 위안(약 3300만원)이 취소 이유였다. ‘라오라이’ 라오는 곧 은행으로 달려가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이를 두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현대판 연좌제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신용평가 애플리케이션(앱)’도 내놓을 계획이다. 개인정보와 자원봉사, 사회적 관계, 신용기록, 소비기록 등을 토대로 개인 신용평가 등급을 매기는 앱을 만든다는 얘기다. 베이징의 CY크레딧사는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인민은행 등과 협업해 개인정보를 비롯해 자원봉사, 사회적 관계, 신용기록, 소비기록 등을 토대로 개인의 사회적 신용평가 등급을 매기는 앱을 개발 중이다. 예컨대 자원봉사, 연구논문 발표, 지식재산권 획득 등 ‘착한 일’을 하면 최고 신용등급을 받아 온라인 쇼핑 할인, 취업 우대 등의 각종 혜택을 누린다. 반면 커닝과 표절 등 ‘나쁜 일’을 해 등급이 내려가면 여기서 제외된다. CY크레딧사는 내년부터 이를 상용화해 장기적으로는 4억 6000만 명에 이르는 18∼45세 중국인들이 해외 유학, 주택, 여행, 연예·결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적용받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공산당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공청단 단원의 수만 900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앱의 파장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라오라이를 잡는 앱도 출시했다. 허베이(河北)성 고급인민법원이 내놓은 ‘라오라이 지도’ 앱은 주변의 라오라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고급인민법원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라오라이가 반경 500m 이내에 등장하면 지도에 위치가 표시되며,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언틱이 제작한 증강현실게임 포켓몬GO가 연상되는 형식으로 ‘빚쟁이GO’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고급인민법원은 “라오라이를 규제하고 정직한 사회의 틀을 만들기 위해 ‘라오라이 지도’ 앱을 만들었다”면서 “지도에 라오라이가 표시되면 즉각 당국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중국을 ‘전체주의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통제가 날로 심해지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 브라더’처럼 당국의 감시망이 촘촘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첨단기술을 사회 통제에 활용하고 관련 데이터를 쌓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 당국이 신장(新疆)위구르족 통제를 위해서 DNA 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지며 거센 비난이 일었다. 중국 정부는 무료 건강 검진을 명목으로 위구르족 얼굴을 스캔하는 등 개인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중국 당국에 저항하는 위구르족을 추적하는 데 사용해왔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직접 수사와 관련되지 않아더라도 행정지도 차원에서 인터넷 기업이 관리하는 정보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규정도 시행하고 있다. 당시 애플 등 외국 기업에 악영향을 끼쳐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은 안면인식이나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 등의 첨단기술을 사용해 사람들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감시 능력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결합하면 사실상 인간 삶의 모든 면을 통제하는 ‘오웰리언적(전체주의적)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제인권기구인 휴먼라이트워치의 왕쑹롄(王松蓮)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쇼핑 습관에서 댓글까지 시민의 모든 행위를 점수로 매겨 무결점 사회를 만들려 한다”고 비꼬았다. 이런 까닭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7월 8일 중국을 누군가 감시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규를 따르는 ‘패놉티콘’(Panopticon·중앙감시 감옥)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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