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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우후죽순’ 문학상에 문체부 “매뉴얼 내놓겠다”… 실효성은 얼마나

    [단독]‘우후죽순’ 문학상에 문체부 “매뉴얼 내놓겠다”… 실효성은 얼마나

    “문학상 운영 매뉴얼 만들겠다” 밝힌 문체부표절 방지 시스템 만들고, 형사처벌 고지하도록소설 ‘뿌리’ 베낀 손모씨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남의 작품을 베낀 출품작으로 문학상을 받은 손모씨 사태가 일파만파 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상반기까지 ‘문학상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운영진과 응모자들에게 표절에 관한 경각심을 고취하겠다는 의도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27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올해 말까지 시행하는 문학 실태조사에서 우선 문학상 부문을 3월부터 전수조사하고, 문인협회 등과 협의해 6월까지 운영 매뉴얼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뉴얼에는 문학상 운영 단체가 선정 과정에서 표절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표절 적발 시에는 응모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는 내용 등이 담긴다. 이번 문학상 논란은 앞서 손모씨가 대학생 작가 김민정의 소설 ‘뿌리’를 도용해 지난해에만 5개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손씨의 사건은 저작물 도용 사례로 친고죄에 해당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국 문학상 448개…손씨 응모문학상은 집계 안 돼문단 “일부러 소규모 문학상 골라 출품했을 수도” 문체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문학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문학상은 모두 448개에 이른다. 특히 2001년부터 2018년까지는 209개가 신설됐다. 한 해에 11.6개씩 생겨난 셈이다. 손씨가 받은 5개 상 가운데 4개는 문체부 실태조사에서 빠졌다. 문체부가 집계조차 하지 못한 문학상이 여전히 많다는 뜻으로, 손씨가 상금을 노리고 소규모 문학상만 일부러 골라 출품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전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신문사나 대형출판사 등이 진행하는 문학상은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표절에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지만, 소규모 문학상은 그렇지 않은 곳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문학상은 지자체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지자체가 지역문학 진흥, 신진 작가 발굴 등을 이유로 지원금을 내고, 소규모 잡지사나 협회, 학교 등과 같은 주최 측이 이를 받아 진행한다. 홍보 효과를 노린 지자체와 금전적 이익을 받는 주최 측의 이해관계가 맞닿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소규모 문학상이 매년 우후죽순 늘어난다. 문학상이 이처럼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결국 통제 불능 상태까지 갔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심보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기관은 홍보를, 문단은 자신의 위신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돼버려 과포화 상태에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학상 많고 운영방식 다양해 매뉴얼 실효 의문“표절 심각성 공론화하고 강력한 처벌 병행해야” 이에 따라 문체부 매뉴얼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은 “문체부가 일일이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고, 문학상의 운영 방식도 다양해 매뉴얼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론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신현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도 “상금 사냥이나 오디션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관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자정 작용에 맡기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다만 어느 정도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전국 문학상 수상작들을 디지털화하고, 검색 이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두어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그래도 표절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 전반에 대한 도덕적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이런 의견에 관해 “최근 강단에서는 타인의 텍스트를 가져와 문학적으로 재가공할 때 표절로 봐야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표절의 경계를 분명히 밝히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어 이 문제를 공론장으로 우선 끌어내 제대로 된 논의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소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표절로 밝혀지면 수상 내역을 비롯해 상금 등을 모두 몰수하고, 일정기간 공모 기회를 박탈하는 식으로 실제적인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젊은작가상 대상 전하영 ‘그녀는 조명등...’

    젊은작가상 대상 전하영 ‘그녀는 조명등...’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에 전하영 작가의 소설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뽑혔다고 26일 문학동네 출판사가 발표했다. 김멜라 작가의 ‘나뭇잎이 마르고’, 김지연 ‘사랑하는 일’, 김혜진 ‘목화맨션’, 박서련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서이제 ‘0%를 향하여’, 한정현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도 수상작에 선정됐다. 전하영 작가는 2019년 단편소설 ‘영향’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젊은작가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등단 10년 이내 작가들의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대상과 나머지 수상자 상금이 각 700만 원으로 같다. 오는 4월 출간하는 수상 작품집 인세(10%)가 상금을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한 인세도 수상자 전원에 균등하게 준다. 문학동네는 “대상작인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기존의 예술이 어떤 인종·나이·젠더·계급 등의 유물론적 조건을 교차하며 주조되어 왔는지를 날카롭게 묘파해내며, 예술성을 둘러싸고 있던 모호한 아우라를 거두어내는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그 출판사의 ‘페미니즘 에세이’가 특별한 까닭

    그 출판사의 ‘페미니즘 에세이’가 특별한 까닭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 최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진아 여성의당 공동대표의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까지. 바다출판사의 여성 서사는 기존의 페미니즘 지형을 열어젖힌다.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아 키우다 가부장제의 실체를 깨닫고 레즈비언 정체성을 탐구한 리치, 평생을 알콜 중독과 섭식장애에 시달렸던 냅의 솔직하다 지친 자기 고백, 서울 한복판 페미니즘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만든 김 대표까지 이들 에세이는 모두 나희영 바다출판사 편집자의 손을 거쳤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책 제목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책에는 1970년대에 낙태권 쟁취, 성폭력 피해 여성 쉼터 등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2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연대와 질투, 정쟁이 오롯이 담겼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나 편집자는 말했다.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니잖아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다면 그게 부자연스럽겠죠. 얼마나 뜨겁게 운동을 했는데, 어떠한 부정적 소음도 없이 운동이 치러졌겠어요. ‘과거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발판으로 지금의 페미니스트가 더 현명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인 거 같아요.” ‘영 페미니스트’를 넘어 ‘영영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가 도래한 한국의 페미니즘 역사에 있어서도,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 편집자가 만든 ‘언니들’의 고백적인 에세이는 시대와 국경을 가로지르는 여성 연대를 가능케 한다. 바다출판사에서 만드는 여성주의 잡지 ‘우먼카인드’ 한국판의 편집장이기도 한 그의 기획력이 빛 발한 케이스다. 지난해 9월 출간돼 2만 5000부가 판매된 ‘명랑한 은둔자’는 한 때 알콜 의존에 시달렸다는 김명남 번역가의 후기에서부터 냅의 솔직한 자기 고백에 ‘3040’ 여성들이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나 편집자는 “기획 당시 ‘아마존’에서 본 리뷰부터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사, 한국 독자들의 후기까지 우정의 기운이 책을 둘러싸고 있는 게 참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나 편집자의 기획 편집도 여러 여성의 도움에 힘입은 바 크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는 ‘나는 내 파이…’를 썼던 김 대표의 추천으로, ‘명랑한 은둔자’는 김 번역가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냅의 글 두 편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독자들이 감탄했던 아름다운 편집 이야기 몇 토막.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의 표지에는 하나 가득 리치의 사진이 실렸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곱은 손,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에서 노년을 맞은 여성의 존엄이 느껴진다. 저명 시인이자 여성운동가이지만,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리치를 알리기 위한 나 편집자의 선택이었다.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였던 냅이 요절하기 직전 10여 년 간 쓴 글을 모은 ‘명랑한 은둔자’를 편집할 때는 글의 순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원서에서는 마지막 장이었던 ‘홀로’가 한국어판에서는 맨 앞으로 옮겨졌다. ‘고독’과 ‘고립’의 차이에 관한 그런 설득력 있는 글(‘혼자 있는 시간’)은 처음이었기에, 나 편집자의 평소 지론대로 가장 인상적인 글을 앞으로 보냈다. 반면, 조정을 배우면서 ‘강하고 유능한 팔’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내 인생을 바꾼 두갈래근’은 맨 뒤로 갔다. “냅이 술도 끊고 섭식장애도 극복하면서, 자기 몸을 바꾸거든요. 건강한 몸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글로 책을 끝맺는 게 편집자로서 만족스러웠어요.” 이달 말에는 흑인 여성으로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책 ‘보이지 않는 잉크’를 출간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리슨의 에세이다. “작년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나 미투 운동들처럼 이제 국경이 큰 의미가 없어진 시대잖아요. 모리슨이 말하는 인종과 젠더,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 편집자는 “책 자체의 가치와 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을 고루 갖춘 콘텐츠를 찾는 게 가장 큰 고충이자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美 아동문학 최고 작품 선정된 ‘한국 전래동화 속 호랑이 이야기’

    美 아동문학 최고 작품 선정된 ‘한국 전래동화 속 호랑이 이야기’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받은 장편 동화책이 미국의 아동·청소년 문학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미국도서관협회(ALA)는 25일(현지시간) 20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테이 켈러가 지난해 출간한 ‘호랑이를 잡을 때(When You Trap a Tiger)’가 2021 뉴베리 메달(John Newberry Medal)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1921년 처음 제정돼 이듬해부터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뉴베리 메달은 ‘아동·청소년 도서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뉴베리상 100번째 수상작이 된 ‘호랑이를 잡을 때’는 작가가 어릴적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한국의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 만 8세부터 12세를 대상으로 한 책은 총 304쪽 분량으로 출판됐다. 책의 내용은 주인공 릴리의 가족이 병든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작가는 책에 대해 “어느날 할머니가 들려준 한국 전래동화 속의 신비한 호랑이가 나타나 릴리로 하여금 가족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밝혀내게 한다”고 소개했다. 또 자신에 대해서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김치와 흑미밥, 이야기를 양분으로 자랐다”고 소개했다. 뉴베리 메달 심사위원단은 “한국 전래동화에 생명을 불어넣은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의 걸작”이라며 “사랑과 상실, 희망을 생각해보게 한다”고 평했다. 한편, 켈러의 어머니는 소설 ‘군 위안부’(Comfort Woman·1997)와 ‘여우 소녀’(Fox Girl·2002) 등을 쓴 노라 옥자 켈러다. 그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세 살 때까지 서울에 살다가 하와이로 이주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50개 계열사 뭉친 ‘카카오엔터’… 콘텐츠 공룡들과 정면승부

    50개 계열사 뭉친 ‘카카오엔터’… 콘텐츠 공룡들과 정면승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과 겨뤄 보기 위해 50여개 계열사가 뭉친 합병 법인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탄생시켰다. 연매출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엠은 25일 두 회사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합병 법인 카카오엔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병 기일은 오는 3월 1일이다. 합병 법인의 설립은 김 의장의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 웹툰·웹소설 등 영상 콘텐츠의 소재가 되는 지식재산권(IP)을 대거 보유한 카카오페이지와 드라마·영화 제작사부터 시작해 가수·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있는 카카오엠이 한 몸이 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봤다. 온라인 영상 플랫폼인 카카오TV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콘텐츠 제작과 유통까지 이어지는 거의 모든 분야를 카카오엔터 홀로 다 책임질 수 있게 됐다. 영화, 웹툰 등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은데 ‘내수 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경쟁할 토대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김 의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엠 대표는 모두 카카오엔터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기업을 이끌 예정이다. 이 대표는 김 의장과 함께 NHN에 있으면서 인연을 맺어 왔고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에서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 냈다. 김 대표도 케이블TV 방송 채널 사업을 하는 ‘온미디어’에 있을 때부터 사업 협력 등을 논의하면서 김 의장을 알게 돼 20여년간 인연을 이어 왔다. 김 의장은 두 대표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콘텐츠 사업을 크게 키워 보자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계열사 사이에 합병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규모에서 이전과는 다르다. 지난해 8월 카카오IX(현 카카오 스페이스)의 일부 사업부문을 쪼개 각각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에 합병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각자 20여개씩 보유한 카카오의 대표 계열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카카오IX 때보다 훨씬 더 크다. 카카오엠은 지난해에야 카카오TV를 통해 본격적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했는데 이번 합병을 통해 기업 덩치가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합병 이후 성과를 내 기업 가치가 커지면 시기를 봐서 차차 기업공개(IPO)도 이뤄질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의장의 아들 김상빈(28)씨와 딸 김예빈(26)씨가 카카오의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에 1년여간 재직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현재 카카오 지분 11.21%를 가진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김 의장이 가족·친인척에게 대규모 증여를 한 것과 맞물려 기업을 물려주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카카오 측은 “기업 승계와는 무관한 일로 안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개막 세 차례 미뤄졌던 ‘맨오브라만차’, 다음달 2일 개막

    개막 세 차례 미뤄졌던 ‘맨오브라만차’, 다음달 2일 개막

    지난해 12월 개막을 예정했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몇 차례 개막을 연기했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다음달 2일부터 드디어 관객들과 만난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25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에 따라 다음달 2일 공연을 개막한다”고 밝혔다. 조승우, 류정한, 홍광호 등을 앞세운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던 ‘맨오브라만차’는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두 자리 띄어 앉기가 의무화되면서 개막을 미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지 않으며 거리두기가 계속 연장됐고 공연 개막일도 지난해 12월 18일에서 이달 12일로, 다시 19일로 점점 늦춰졌고 그 때마다 작품을 기다려 온 관객들은 예매 취소와 재예매를 반복해야 했다. 공연을 준비하던 제작사는 물론 배우들과 스태프도 리허설만 거듭하며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오디컴퍼니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반복된 일정 변경과 티켓 취소로 혼란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음달 2일 막을 여는 ‘맨오브라만차’의 티켓 오픈을 개막일 하루 전으로 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도 설명했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괴짜 노인 알론조 키하나와 그의 시종 산초의 모험을 다루는 작품으로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희망을 전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50여 계열사 뭉친 ‘카카오엔터’ 탄생…‘내수기업 꼬리표 떼겠다’

    50여 계열사 뭉친 ‘카카오엔터’ 탄생…‘내수기업 꼬리표 떼겠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과 겨뤄 보기 위해 50여개 계열사가 뭉친 합병 법인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탄생시켰다. 연매출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엠은 25일 두 회사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합병 법인 카카오엔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병 기일은 오는 3월 1일이다. 합병 법인의 설립은 김 의장의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 웹툰·웹소설 등 영상 콘텐츠의 소재가 되는 지식재산권(IP)을 대거 보유한 카카오페이지와 드라마·영화 제작사부터 시작해 가수·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있는 카카오엠이 한 몸이 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봤다. 온라인 영상 플랫폼인 카카오TV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콘텐츠 제작과 유통까지 이어지는 거의 모든 분야를 카카오엔터 홀로 다 책임질 수 있게 됐다. 영화, 웹툰 등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은데 ‘내수 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경쟁할 토대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김 의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엠 대표는 모두 카카오엔터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기업을 이끌 예정이다. 이 대표는 김 의장과 함께 NHN에 있으면서 인연을 맺어 왔고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에서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 냈다. 김 대표도 케이블TV 방송 채널 사업을 하는 ‘온미디어’에 있을 때부터 사업 협력 등을 논의하면서 김 의장을 알게 돼 20여년간 인연을 이어 왔다. 김 의장은 두 대표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콘텐츠 사업을 크게 키워 보자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카오 계열사 사이에 합병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규모에서 이전과는 다르다. 지난해 8월 카카오IX(현 카카오 스페이스)의 일부 사업부문을 쪼개 각각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에 합병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각자 20여개씩 보유한 카카오의 대표 계열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카카오IX 때보다 훨씬 더 크다. 카카오엠은 지난해에야 카카오TV를 통해 본격적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했는데 이번 합병을 통해 기업 덩치가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합병 이후 성과를 내 기업 가치가 커지면 시기를 봐서 차차 기업공개(IPO)도 이뤄질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의장의 아들 김상빈(28)씨와 딸 김예빈(26)씨가 카카오의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에 1년여간 재직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현재 카카오 지분 11.21%를 가진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김 의장이 가족·친인척에게 대규모 증여를 한 것과 맞물려 기업을 물려주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카카오 측은 “기업 승계와는 무관한 일로 안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씨줄날줄] 문학작품 표절/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문학작품 표절/서동철 논설위원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1168~1241)의 ‘백운소설’에는 선대 문인 김부식(1075~1151)과 정지상(?~1135)의 일화가 나온다. 시중 김부식과 학사 정지상은 문장으로 이름을 나란히 했지만 서로 화목하지 못했다. 특히 정지상의 시에서 ‘절에서 불법을 설파하는 소리 그치고, 하늘빛 맑기가 유리 같네’라는 대목을 김부식이 좋아해 자기 시로 만들려 했지만 끝내 정지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정지상은 김부식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정지상의 반응이 매우 완강하다. 김부식이 해당 표현을 자신의 시에 그대로 옮겼다가 정지상이 알게 돼 불화가 더욱 깊어진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본다. 김부식은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정지상을 제거한다. 물론 전적으로 이 시구절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문학 작품의 표현 하나가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음을 이규보는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문인이 정치인이고 정치인이 문인인 시대였다. 잊을 만하면 문학 작품의 표절 문제가 도진다. 문학평론가 남진우는 “무인도에서 글을 쓰지 않는 한 표절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길은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작가는 텍스트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때로 훔치고 빌리며 자기 고유의 텍스트를 실현하는데, 표절은 이런 과정 중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불상사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반면 시인이자 소설가 이응준은 ‘문학 헌법 제1조’라는 표현으로 표절 문제에 엄격한 것이 우리 문단의 전통이었음을 강조한다. 본시 한국 문단은 요즘처럼 표절에 관해 널널한 입장을 취하는 개념 없는 동네가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다. 헌법까지는 몰라도 현행 문학진흥법에도 ‘문학 관련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사항’에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 물론 저작권법에는 표절을 더욱 직접적이고도 엄격하게 제재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껴 지난해만 다섯 개의 문학공모전서 입상한 사람의 ‘표절 행각’이 화제다. ‘2020 이병주국제하동국제문학제’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 ‘하동 날다’를 보자. 가수 유영석이 1994년 발표한 ‘화이트’에서 노랫말 네 줄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가져와 한 줄을 덧붙였다. 이 한 줄도 직접 쓴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대상은 당연히 취소됐는데 당사자는 ‘표절’이 아니라 ‘인용’이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유명 문인의 표절 사건처럼 진지하게 볼 필요도 없다. 다만 어떤 법을 적용해 처벌할지는 궁금하다. 표절(剽竊)은 ‘도둑질하다’는 뜻이다. 형법에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한다. sol@seoul.co.kr
  • [열린세상] 표절 논문, 지도교수는 어디에 있는가?/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열린세상] 표절 논문, 지도교수는 어디에 있는가?/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15년을 시간강사로 살았다. 내 밥벌이의 근간이긴 하지만, 이 일은 순전히 자본주의적으로 생각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교육자의 사명이니 뭐니 갖다 붙이기도 낯뜨거운 애증의 정체성이다. 짧지 않은 시간 여러 대학을 전전하며 강사를 하다 보니 갖가지 일을 겪었다. 강사 생활 초기에 한 대학에서 전화가 왔다. 논문 심사를 해 달라고 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착각하신 모양인데 나는 교수가 아니라 할 수 없다고 했더니 관행이란다. 학생수에 비해 교수가 너무 적고 이론 담당 교수가 없어서 관행적으로 강사들이 심사를 했다고 한다. 그깟 관행은 내가 알 바 아니고, 논문 심사는 그 논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인데, 교수도 아닌 석사 출신 시간강사가 그 논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문제인지 물었다. 교수가 부족하면 교수를 더 뽑던가, 학생이 많으면 학생수를 줄이라고 말했다. 그 후로 더이상 그런 부탁(?)은 받지 않았지만 다른 강사가 바로 그 일을 맡았다.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누군가는 군말 없이 했다. 그러니 그런 ‘관행’이 없어졌을지는 의문이다. 상당히 오랫동안 학생들 과제를 받아서 일일이 코멘트 적어 피드백을 해 주곤 했다. 처음에는 하도 답답해서 미술사 수업에서 논문 쓰는 법을 따로 강의하기도 했다. 남의 글을 어떻게 가져와야 하는지를 학생들이 정말 하나도 몰랐기 때문이다. 대학에 글쓰기 강의가 없는 건 아니지만(그마저도 강사법 실행 이후 거의 없어졌다), 그런 강의 한 번으로 제대로 쓸 줄 알게 되는 건 아니다. 리포트 쓸 때마다 코멘트를 해 줘야 한다. 하지만 교수는 적고, 대부분 시간강사들이 수업을 맡고 있는데, 강사수당은 잘 알다시피 너무나 적고, 최소 생계비라도 벌려면 여기저기 ‘보따리’ 들고 유랑을 해야 하는지라 그렇게까지 학생들을 일일이 살피라고 강제할 수가 없다(하지만 지금도 학생 과제물에 코멘트를 달아 주는 수많은 강사를 알고 있다). 교수들은 교수들대로 가르치는 일 말고도 온갖 행정 일부터 자기 논문과 업적 챙기기까지 할 일이 많아 할 수가 없다고 변명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유명인이 어쩌면 가장 많이 걸려 넘어지는 부분이 논문 표절일지 모르겠다. 그들은 하나같이 ‘논문 쓰는 법을 잘 몰라서’라고 말한다. 그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그냥 남의 글도 자기 것처럼 여기저기서 갖다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이 대목에서 갸웃. 이걸 꼭 배워야 아나?). 아니, 그나마 여기저기서 짜깁기라도 하는 건 성의가 있는 것이겠다. 아예 통째로 갖다 쓰기도 한다. 논문만 그런 건 아니다. 남이 쓴 시도, 소설도 가져다 자기 이름으로 낸다. 심지어 그걸로 상도 탄다. 그것도 여러 번. 잊어 버릴 만하면 국회의원, 장관 후보, 교수, 의사, 잘나가는 일타 강사, 연예인이 논문을 표절해서 잘나가던 경력에 치명타를 입는다. 한순간에 경력이 끝날 정도로 중요한 일인데 왜 우리는 그 중요한 ‘논문 쓰는 법’, ‘글 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드는 또 하나의 의문이 있다. 논문 표절이 그 논문을 쓴 당사자만의 잘못일까 하는 점이다. 내가 대학 논문 심사를 거절한 이유는 하나의 논문 검토에 드는 시간 대비 비용이 형편없이 적어서만은 아니다. 그 논문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통과 결정을 내릴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으며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다시 말하면 그 논문에 책임을 지는 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신문·방송을 유심히 봤지만, 누구도 그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언론도 하나같이 논문을 표절한 당사자만 문제 삼았지 그 논문을 읽고 통과시킨 교수들, 논문 표지에 지도교수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쩌면 논문 심사가 언제나 ‘관행’적으로 그럭저럭 형식만 갖춰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용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석사나 박사 논문도 그렇게 대충 넘어가는데 학사 논문이나 학기 리포트는 깐깐하게 하겠는가. 학생들은 점수를 짜게 주거나 표절 문제 따위를 따지는 수업에 안 들어오고, 인기 없는 수업의 강사는 잘리므로 강사도 타협한다. 배울 기회를 구조적으로 막는 셈이다. 지도와 책임의 의무를 질 교수에게 책임을 묻는 일, 우리는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분노에서 몸·직업·꿈으로… 여성주의의 실용적 파격

    분노에서 몸·직업·꿈으로… 여성주의의 실용적 파격

    현직 언론인 2명이 88명 취재 ‘말하는 몸’ “유일 재산” “내 집” 등 자기 몸 시선 모아 7명의 성공 경로 찾는 ‘내일을 위한 내 일’2030 초점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눈길“젊은 여성, 경험·진로 등 구체적 문제 주목”최근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직업, 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인터뷰집이 잇달아 출간됐다. 수년간 출판계에 거세게 일던 여성주의 열풍이 ‘82년생 김지영’에서 보여주듯 주로 불평등과 위협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개별적 삶과 경험, 진로 문제에 대한 구체적 관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학동네는 최근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여성 88명의 몸 이야기와 이를 기록한 현직 여성 언론인 두 명의 에세이 ‘말하는 몸’을 출간했다. 1·2권으로 나뉜 이 책은 질병, 출산, 직업병, 성폭력, 다이어트, 운동, 탈코르셋, 연대 등 여성의 삶을 말하는 여러 주제를 몸의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박선영 PD와 유지영 기자는 “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당신의 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비슷한 얘기들이 중복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결과는 흥미로웠다. 미싱사 김명선씨에게 몸은 ‘유일한 재산’이며,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숍을 운영하는 강혜영씨에겐 ‘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혀서는 안 될 내 집’이다. 장애여성공감 전 대표 배복주에게는 ‘연애 관계에서 하자가 있다고 여겨지던 몸’이다. 이 밖에도 날씬하지 않고 식욕이 왕성한 요가 강사, 하루 300㎉씩 섭취했던 섭식장애 경험자, 구두를 신고 태평양을 걸어서 건넌다는 승무원 등 다양한 관점의 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 기자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함과 동시에 그들의 용기를 경유해 우리의 삶을 말해보려 했다”고 밝혔다.창비는 이다혜 작가가 여성들의 일터를 찾아 구체적 일의 풍경을 전하는 인터뷰집 ‘내일을 위한 내 일’을 펴냈다. 이 책에선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 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등 각 분야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룬 여성 7명이 일과 직업에 관한 생각을 밝힌다. 직업을 발견하는 단계에서 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이상희 교수 편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음대 입시생이던 고등학생 때 피아노 연주를 원치 않아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결혼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인류학을 공부했다. 꿈은 분명하나 자격이 있는지 자신감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면 윤가은 감독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에 회의를 가진 그가 찾은 답은 “감독으로서 자격은 작품마다 갱신된다”는 것이었다.유선애 작가의 저서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한겨레출판)은 저자가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1990년대생 10명과 심도 있게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영국 BBC ‘사운드 오브 2018’에 한국계 뮤지션 최초로 이름을 올린 예지, 공상과학소설(SF)에서 여성이 할 일을 새롭게 보여준 소설가 김초엽, 밴드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재재,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등이다. 작가는 이들에게 ‘온전히 되고 싶은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다. 김지은 서울예술대학 문예학부 교수는 “3~4년 전부터 남녀 간 구조적 불평등이나 성 착취, 사회 안전 등 여성의 존재 위기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다룬 출판물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분노를 넘어 개별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로 관심의 초점이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유리천장’을 뚫고 자기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실용적인 페미니즘이 도래했다”며 “대다수의 2030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보다 더 많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들에게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지영식’ 분노에서 개인 삶으로…출판계 여성주의 열기도 실용적 진화

    ‘김지영식’ 분노에서 개인 삶으로…출판계 여성주의 열기도 실용적 진화

    최근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직업, 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인터뷰집이 잇달아 출간됐다. 수년간 출판계에 거세게 일던 여성주의 열풍이 ‘82년생 김지영’에서 보여주듯 주로 불평등과 위협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개별적 삶과 경험, 진로 문제에 대한 구체적 관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문학동네는 최근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여성 88명의 몸 이야기와 이를 기록한 현직 여성 언론인 두 명의 에세이 ‘말하는 몸’을 출간했다. 1·2권으로 나뉜 이 책은 질병, 출산, 직업병, 성폭력, 다이어트, 운동, 탈코르셋, 연대 등 여성의 삶을 말하는 여러 주제를 몸의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박선영 PD와 유지영 기자는 “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당신의 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비슷한 얘기들이 중복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결과는 흥미로웠다. 미싱사 김명선씨에게 몸은 ‘유일한 재산’이며,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숍을 운영하는 강혜영씨에겐 ‘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혀서는 안 될 내 집’이다. 장애여성공감 전 대표 배복주에게는 ‘연애 관계에서 하자가 있다고 여겨지던 몸’이다. 이 밖에도 날씬하지 않고 식욕이 왕성한 요가 강사, 하루 300㎉씩 섭취했던 섭식장애 경험자, 구두를 신고 태평양을 걸어서 건넌다는 승무원 등 다양한 관점의 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 기자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함과 동시에 그들의 용기를 경유해 우리의 삶을 말해보려 했다”고 밝혔다.창비는 이다혜 작가가 여성들의 일터를 찾아 구체적 일의 풍경을 전하는 인터뷰집 ‘내일을 위한 내 일’을 펴냈다. 이 책에선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 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등 각 분야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룬 여성 7명이 일과 직업에 관한 생각을 밝힌다.직업을 발견하는 단계에서 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이상희 교수 편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음대 입시생이던 고등학생 때 피아노 연주를 원치 않아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결혼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인류학을 공부했다. 꿈은 분명하나 자격이 있는지 자신감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면 윤가은 감독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에 회의를 가진 그가 찾은 답은 “감독으로서 자격은 작품마다 갱신된다”는 것이었다.유선애 작가의 저서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한겨레출판)은 저자가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1990년대생 10명과 심도 있게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영국 BBC ‘사운드 오브 2018’에 한국계 뮤지션 최초로 이름을 올린 예지, 공상과학소설(SF)에서 여성이 할 일을 새롭게 보여준 소설가 김초엽, 밴드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재재,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등이다. 작가는 이들에게 ‘온전히 되고 싶은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다.김지은 서울예술대학 문예학부 교수는 “3~4년 전부터 남녀 간 구조적 불평등이나 성 착취, 사회 안전 등 여성의 존재 위기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다룬 출판물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분노를 넘어 개별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로 관심의 초점이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유리천장’을 뚫고 자기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실용적인 페미니즘이 도래했다”며 “대다수의 2030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보다 더 많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들에게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달에서 온 39억년된 월석(月石) 바이든 집무실 배치...유인 달 탐사 촉각

    달에서 온 39억년된 월석(月石) 바이든 집무실 배치...유인 달 탐사 촉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 39억년된 '월석'(月石)이 배치됐다. 포브스 21일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을 새로이 단장하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에 월석 조각 대여를 요청했다. 1972년 아폴로17호가 지구로 가져온 월석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의 저서와 함께 집무실 중앙 선반에 배치됐다. 집무실에 월석 대여를 요청한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11호의 임무 성공 30주년을 기념해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크 콜린스를 백악관으로 초청했을 때 나사가 시료를 전달한 적은 있다.아폴로17호는 나사가 아폴로 계획에 따라 발사한 11번째 유인우주선이자, 현재까지 달에 착륙한 마지막 유인우주선이다. 1972년 12월 7일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으며, 12월 11일 달에 착륙했다가 19일 지구로 귀환했다. 바이든 집무실을 장식한 월석은 달 위에 선 마지막 인류로 기록된 유진 서넌 선장과, 나사 최초의 과학자 출신 승조원 해리슨 슈미트, 우주비행사 로널드 에반스가 타우루스-리트로우 계곡에서 수거했다. 39억년 된 322g짜리 암석 표본은 '비의 바다'라 불리는 달 북동부 지역에 운석이 충돌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사는 아폴로17호가 수거한 달 샘플을 미래 세대를 위해 손을 대지 않고 원래 상태로 보관해오다 임무 수행 40여년 만인 지난 2019년 개봉해 분석을 시작한 바 있다.바이든 대통령이 집무실에 달 탐사의 상징과도 같은 아폴로17호의 월석을 배치함에 따라 그 의중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선을 염두에 두고 밀어붙였던 유인 달 탐사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일말의 기대도 엿보인다. 다만 여러 정황상 마지막 달 착륙선이 가져온 월석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타당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유인 달 탐사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2024년까지 달 표면에 최초로 여성우주인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까지 달 궤도에 미니 우주정거장을 건설, 미국 우주인을 착륙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애초 2028년까지 10년 프로젝트로 시작한 '아르테미스' 계획의 기한을 앞당긴 만큼, 짧아진 시한을 맞추기 위해 4년간 280억 달러 투입을 결정했다.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다르다. 새 행정부의 관심은 코로나19 대응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쏠려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달 탐사보다 기초과학 분야 투자와 환경감시를 더욱 강조해왔다. 10년짜리 프로젝트를 굳이 서둘러 진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점도 유인 달 탐사계획의 연기 가능성을 짙게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8일 미시시피에 있는 욘 C. 스테니스 스페이스 센터에서 진행된 마지막 시험 발사는 부품 고장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현지언론은 8분10초로 예정됐던 차세대 우주로켓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 지상 연소시험이 엔진 이상으로 67초 만에 중단됐다고 전했다. 2차 연소 시험 진행은 아직 결정 전이다. 이로써 반세기만의 유인 달 탐사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2030 세대] ‘이루다’는 무슨 꿈을 꾸었는가/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이루다’는 무슨 꿈을 꾸었는가/한승혜 주부

    “홀로그램을 사랑하는 인간이라니, 이상하지 않아요? 왠지 징그러워요.” “안 될 것 있나요?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홀로그램이 대상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충분히 생길 수 있죠. 그걸 표현할 수도 있고요.” “그래도 인간이 아니잖아요.” “인간이 뭔데요?” 몇 년 전 지인과 나눈 대화다. 그때 우리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인공 K는 인공지능 홀로그램 조이와 사랑에 빠져 있는데, 그 부분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는 나의 말에 지인이 저렇게 대답한 것이다. 최근 불거진 ‘이루다’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지켜보면서 오래전의 대화가 다시금 떠올랐다. “인간이 뭔데요?” 지난해 스캐터스랩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는 올 초 서비스 시행 24일 만에 무수한 논란을 남긴 채 그대로 종료됐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정보의 비윤리적인 활용,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각종 혐오발언, 그리고 20세 여성으로 설정된 캐릭터에 대한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이루어진 문제제기는 모두 향후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포함하고 있다. 어떤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그런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및 전편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오늘날을 그려 낸 예언서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1968년 초판 발행된 필립 K 딕의 이 작품은 안드로이드 사냥꾼 릭 데커드를 통해 ‘인간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이 아닌 것을 대할 때도 윤리가 필요한지. 작품 속에서 사람들이 현상금까지 걸어 가며 기어코 안드로이드를 처치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보다 지능은 뛰어나지만 공감능력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공감능력으로 장차 인간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이러니한 부분은 소설을 읽어 나갈수록 인간 역시 공감능력 측면에서 그들과 크게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주인공 릭은 인간과 완전히 동일한 모습을 하고 심지어는 꿈까지 꾸는 안드로이드들에게 일체의 자비심을 보이지 않으며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그들을 기꺼이 ‘처리’한다. 이번에 이루다를 둘러싼 논란 역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많은 사람이 이루다의 문제점으로 인공지능으로서 현저히 부족한 지능이라든지, 그저 수집된 대화를 바탕으로 랜덤값을 도출하는 기계적 반응이라든지, 20세 여성의 취약한 처지를 이용한 애매한 캐릭터 등 여성에 대한 간접적 혐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으나 본질은 어쩌면 한 차원 더 먼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 [문화마당] 아무튼, 아무튼/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아무튼, 아무튼/김이설 소설가

    아무튼 시리즈라고 있다.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 시리즈는 세 출판사가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협업 출판물이다.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에세이집으로 시인, 활동가, 목수, 약사,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 온 이들이 자신이 구축해 온 세계를 각 권의 책에 담아낸 글이다. ‘아무튼,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아무튼, 서재’, ‘아무튼, 쇼핑’, ‘아무튼, 택시’ 등 뜻밖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아무튼 뒤에 붙은 주제는 딱따구리, 트위터, 양말, 술, 문구, 떡볶이, 순정만화, 언니, 목욕탕, 반려병, 뜨개, 후드티 등 각양각색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주제는 ‘인기가요’다. 부제는 ‘오늘 아침에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 서효인 시인이 쓴 그 ‘아무튼, 인기가요’를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십대 아이들과 말이 통하는 엄마로서, 그 세계를 섭렵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책에 실린 ‘노래를 듣는 3분 동안이나마 우리는 가까스로 희망을 품는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는다. 겨우 3분 동안. 무려 3분이나’라는 내용을 너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아무튼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나는 내게 아무튼 시리즈 의뢰가 들어온다면 무엇에 대해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직업정신이다). 소설가이지만 소설에 대해 쓸 만큼의 내공은 아직 한참 부족하니까 그건 제외. 그 외에 나만 쓸 수 있는 무언가가 나에게 있나?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독서교육 성공담? 문과 엄마의 이과 아이 키우기 노하우? 책 버리기에 관해? 최대한 밥 안 해 먹고 살기에 대해서? 마감 미루기의 다양한 사례에 대해? 면허는 있으나 운전은 못 하는 사람의 대중교통 이용에 대해서라면? 관심거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뜨개질은 코바늘 뜨기의 한길긴뜨기 방법으로 담요만 주구장창 떠 왔을 뿐이고, 술은 아무 술이나 술이면 다 좋고, 커피는 선호하는 원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며, 케이팝은 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해서만 잘 알 뿐이고. 자꾸 열거할수록 구차해진다. 뭐 하나 전문 분야가 없다. 뭐 하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상이 없고, 무엇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어떤 취미도 어떤 취향도 어떤 흥밋거리도 없다. 심지어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 장르도 없고, 딱히 선호하는 소설 장르도 없다(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이건 좀 심각한 문제 같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이 딱히 없듯이 유난히 싫어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사람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하겠지만 그 말은 특징 없는 사람이 되기에 딱 좋은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모난 돌이 정 맞기 쉽다. 하지만 세상의 매끄럽지 않은 곳을, 울퉁불퉁 튀어나온 곳을 억지로라도 드러내고 파헤치고 때로는 후벼 파기도 하는 것이 소설가의 할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본업에 게으른 것은 아닌지. 이렇게 안일하게, 둥글둥글,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어디 소설을 쓸 수 있겠는가 하는 반성. 그래서 뒤늦게나마 새해 계획에 진심을 다하자는 수식어를 붙여 본다. 아무튼 시리즈를 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상에 열과 성의를 다하자는 의미로, 좀 뜨거워지자는 뜻으로, 뭐든 조금 더 온도를 높여 보자는 마음으로. 잡곡밥을 하는 데 진심을 다하자. 매일 단편소설 한 편을 읽는 일에 진심을 다하자. 원고 마감 엄수에 진심을 다하자. 나를 돌보는 데 진심을 다하자. 나에게 진심을 다하자. 여러분의 새해 계획에도 ‘진심을 다하자’는 수식어를 붙여 보길 권해 본다.
  • “책임감 있게 최선 다해 문인의 길 걸어가겠다”

    “책임감 있게 최선 다해 문인의 길 걸어가겠다”

    “기쁘면서도 부담감… 짊어지고 갈 것”“시대의 아픔 끌어안는 시조 쓰고 싶어소설 윤치규, 조선일보도 당선 ‘2관왕’“신춘문예 당선이 누군가에겐 상대적 기득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시선을 특권화하지 않으면서 계속 응시하고 행동하며 책임감 있게 글을 쓰겠습니다.”(김민식 시 부문 당선자)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72회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김민식(27), 윤치규(34·소설), 정명숙(58·필명 정상미·시조), 우솔미(27·희곡), 전승민(31·평론), 김상화(43·동화) 당선자는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문인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2011)을 비평한 글로 수상한 전 당선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제게 있어서 문학이 무엇인지, 비평이 무엇인지 알아보라는 격렬한 응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희곡 부문 우 당선자는 “기쁘고 설레지만, 글을 쓰면서 짊어지고 가야 하는 책임감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말했다. 소설 부문 윤 당선자는 “계속 낙방해 마음을 내려놓던 차에 문화부가 만든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신춘문예를 위해 이렇게 애쓰는 언론은 서울신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고 좋은 결과에 감사를 전했다. 윤 당선자는 2021년 조선일보 소설 부문에도 당선, 신춘문예 2관왕에 올랐다. 동화 부문 김 당선자는 “서른이 훨씬 지나 꿈을 이뤄 아직도 꿈을 꾸는 기분이다. 동심을 잃지 않고 좋은 글을 쓰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다짐했다. 정 당선자는 “시조가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인 만큼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는 시조를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은 “300명이 넘는 문인을 배출한 서울신문은 이 자리에서 새로 탄생한 문인 6명이 앞으로도 우리 삶에 기여하고, 위로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늘 지원하겠다”고 격려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한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1961년 1월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제가 60년 만에 이 자리에 다시 서 있다는 게 감격스럽다”며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함께해 온 117년 서울신문과 앞으로도 함께할 여러분 가운데서도 노벨상이 나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참석 인원을 최소화한 이날 시상식에는 이 회장 외에도 장윤우 서울문우회장, 조대현 동화작가, 한분순·이송희 시조시인, 신해욱·박연준·오은 시인, 소설가 강영숙, 유성호·김미현·노태훈 문학평론가, 유영진·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 이기쁨 연출가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임상수표 까칠한 영화로 할리우드서 마지막 불꽃”

    “임상수표 까칠한 영화로 할리우드서 마지막 불꽃”

    “자본주의·민주주의 성찰 필요한 때미국서 내 영화 통할지 판가름날 것”미국 할리우드는 국내 영화 감독들에게 평생 한 번쯤은 현지 배우·스태프와 영어로 된 영화를 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다. 하지만 2013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이후 한동안 국내 감독이 해외 영화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다. ‘그때 그 사람들’, ‘하녀’ 등을 연출한 임상수(59) 감독이 최근 미국 영화 ‘소호의 죄’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할리우드가 임 감독의 사회 풍자적 작품 세계에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워 보겠다는 심정으로 그동안 한국 영화에 대해 가졌던 모든 미련을 버리고 미국 영화에 매진하겠다”며 “이번 작품은 미국 시장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지 판가름할 계기”라고 밝혔다. 임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소호의 죄’는 세계적 미술 잡지 아트인아메리카의 편집장 리처드 바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부유한 미술품 컬렉터의 살인 사건을 통해 뉴욕 예술계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낸다. 그간 권력과 천민자본주의의 치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임 감독의 성향에도 들어맞는다. 영화 제작은 도나 스미스가 대표로 있는 ‘2W네트워크’와 임 감독이 참여한 열매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맡는다. 유니버설픽처스의 부사장을 역임한 스미스는 ‘매트릭스’와 ‘터미네이터’ 등 150여편의 작품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임 감독은 2019년 소설 ‘소호의 죄’를 읽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해 출판사에 판권 구매를 타진했다. 하지만 판권은 이미 2W네트워크에 팔린 뒤였다. 고민 끝에 스미스에게 “미국 영화를 찍고 싶다”고 제의했고, 스미스는 ‘하녀’, ‘돈의 맛’ 등을 보고 임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는 데 동의했다. 그는 “임 감독이 보여 준 수려한 미장센(화면 구성)과 독특한 인물 분석,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하다”고 극찬했다. 임 감독은 “우리 쪽 지분은 10%지만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흥행수익의 10%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미스와 임 감독은 원작의 어두운 결말을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의기투합했다. 임 감독은 “결론을 해피엔딩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심각한 분위기로 걸작을 찍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까칠한 영화는 여전히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시장이 넓어 ‘대박’이 터지지 않아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작비 330억원이 투입되는 영화 ‘소호의 죄’는 올 6월까지 시나리오와 배우 캐스팅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중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휴 잭맨과 브래드 피트가 주연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임 감독은 “시나리오도 안 나온 상태에서 캐스팅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그를 닮은 듯 처연한 거리… 하이얀 위로가 나빌레라

    그를 닮은 듯 처연한 거리… 하이얀 위로가 나빌레라

    ‘하얀 나비’ 광주 김정호 거리를 가다 광주광역시에 ‘김정호 거리’가 조성된다는 신문 기사를 접했다. 2019년 6월의 일이다. 손가락 꼽아 가며 기다렸던 완공 소식은 지난해 11월 들려왔다. 서울의 ‘배호 길(道)’, 대구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 이어 국내 세 번째다. 광주가 고향인 김정호는 1970~1980년대를 풍미했던 싱어송라이터다. 젊은이들에겐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배우 심은경이 불렀던 ‘하얀 나비’의 원작자라고 해야 더 알기 쉬울 법하다. 그는 ‘음유시인’이라 불릴 만큼 서정적인 노랫말과 비장미 가득한 목소리로 당시를 살아내던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안겨 줬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광주와 전남 담양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각각 ‘육신의 탯자리’와 ‘음악의 탯자리’였던 곳이다. 정열적으로 활동하던 당시처럼, 지금도 그는 여전히 아웃사이더였다. 그를 추모하는 공간들이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구석지고 쓸쓸하던지. 코로나19 탓에 소외되고 덜 알려진 곳들을 찾아가는 발걸음들이 늘고 있다던데, 김정호 추모 공간 역시 그런 점에서 각별히 보듬어야 할 공간인 듯했다.담양과 광주를 찾던 날, 눈이 펑펑 내렸다. 김정호(1952~1985·본명 조용호)의 부인 이영희의 생전 회고에 따르면 “남편이 돌아가던 날(11월 29일)에도 흰 눈이 펑펑 내렸다”고 한다. 그는 역시 화사한 호랑나비보다 어딘가 처연한 느낌의 하얀 나비가 어울리는 사내이지 싶다. 그를 뭐라 불러야 할까. 우리 음악계엔 그를 표현할 적당한 문구가 없다. ‘국악에 바탕을 둔 신고전주의 포크 음악의 창시자’ 정도가 맞을까? 담양의 명창 ‘이날치’가 소환되고 ‘범이 내려온다’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현재의 대중음악 지형에서조차 국악과 접목한 대중음악은 여전히 비주류다. 차갑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김정호는 스물한 살이던 1973년에 ‘이름 모를 소녀’로 데뷔했다. 그 이전에 포크 듀오 ‘사월과 오월’의 멤버로 잠깐 활동하긴 했지만, 음악계에선 솔로 데뷔를 공식 데뷔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한 그는 폐결핵으로 요절할 때까지 ‘하얀 나비’, ‘저 별과 달을’, ‘날이 갈수록’, ‘님’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당시 인기 남성 듀오였던 어니언스의 ‘작은새’와 ‘편지’, 투에이스(금과 은)가 히트시킨 ‘빗속을 둘이서’ 등 서정성 짙은 곡들도 그의 오선지에서 탄생했다. 김정호는 아주 강렬한 인상의 뮤지션이다. 갓 입학한 초등학생 시절,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하얀 나비’를 부르던 그를 ‘브라운관’(TV)을 통해 잠깐 본 게 전부였지만, 그 첫인상은 화인(火印)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다. 아마 당대를 살아낸 이들 가운데 그의 음악적 문신이 새겨진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1세대 싱어송라이터였다. 얼추 60곡에 달하는 자신의 노래 대부분을 스스로 만들었다. 록에 국악을 접목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서태지의 ‘하여가’(1993)류의 노래를 이미 20여년 전에 만들어 내고 있었다. ‘천재 뮤지션’이란 상찬이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다만 그를 포크의 범주에만 묶어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몇몇 음악계 인사들은 “그의 음악이 동시대의 통기타 음악을 주도한 김민기의 음악세계와 달랐고 한대수나 송창식, 윤형주 등 포크 스타들의 지향점과도 달랐다”고 했다. 단지 그가 활동하던 시기가 포크의 시대였을 뿐이란 거다. 그의 음악 밑바닥엔 당시를 살아냈던 세대들의 서글픈 달관, 정한 같은 것이 깔려 있다. 그는 이를 아리랑과 국악에 가까운 음조로 풀어냈다. 포크의 신고전주의라 할까.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인 천세진은 그를 “미국 포크의 주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한국 포크의 장을 연 한국적 포크의 창시자”라고 했다. 김정호가 활동하던 1970년대 당시 대중가요 시장은 트로트와 포크가 양분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트로트, 학생 등 젊은이들은 포크였다. 그런데 김정호의 노래는 달랐다. 포크 팬들은 물론 어른들의 감성까지 휘어잡았다. 김정호 헌정앨범을 기획, 제작한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그의 노래는 학생층만 선호했던 포크 음악을 온 국민이 공감하도록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호가 태어난 곳은 북구 북동이다. 그는 생가와 인접한 수창초등학교를 2학년까지 다닌 뒤 서울 교동초등학교로 전학 갔다. 그가 어린 시절에 즐겨 찾았을 공간들은 지금 나라를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그의 발자취를 따르다 보면 광주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담양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이 튀어나온다. 광주시는 김정호가 남긴 문화자산을 도심 재생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정호 거리’에서 대인시장~예술의 거리~5·18민주광장~아시아문화전당을 거쳐 무등산까지 연결하는 문화벨트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수창초등학교와 북동성당 뒤 생가터 등으로 이어지는 1.3㎞를 ‘김정호 거리’로 조성한 건 그의 일환이다.‘김정호 거리’는 수창초등학교 뒤 담벼락에 붙어 있다. 정확히는 그의 동상과 조형물들이 조성된 ‘김정호 동산’과 ‘김정호 거리’가 합쳐진 공간이다. 김정호 동산은 작다. ‘중앙동산’이란 곳에 옹색하게 세들어 있는 모양새다. 곤궁했던 그의 삶과 판박이다. 동산 가운데엔 그의 동상이 있다. 다리를 꼬고 앉아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동상 주변엔 다양한 형태의 나비 모형과 ‘하얀 나비’ 악보로 만든 조형물, 그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음악상자 등이 설치됐다. 그의 생가터가 있는 북동성당 방향의 담벼락엔 다양한 벽화도 그렸다.생가터 바로 앞은 북동성당이다. 어린 김정호가 수시로 드나들었을 법한 공간이다. 지번은 북동 33번지. 분당 33과 3분의1 회전하는 레코드판 속도와 같은 지점에서 멈춘, 그의 33년여의 삶과 닮은 숫자다. 북동성당은 1938년 세워진 광주 최초의 성당이다. 5·18 등 역사의 고비마다 지역의 아픔을 보듬어 온 곳으로 유명하다. 2015년 3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5·18 시계탑,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5·18 항쟁 관련 기록물’이 보관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옛 가톨릭센터) 등을 지나면 ‘전일빌딩245’다. 벽면에 5·18 당시 총탄 흔적이 245개 남아 있다는 건물이다.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건물 옥상은 전망대 ‘전일마루’다. 옛 전남도청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압도적인 건물 규모가 인상적인 곳이다. 지면 아래에 세워진 것도 독특하다. 건물 안팎에서 열리는 전시 등도 볼만하지만, 건물만 둘러봐도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난다. 외부 시설이긴 해도 밤 10시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김정호 ‘음악의 탯자리’ 담양 광주가 ‘육신의 탯자리’라면 이웃한 담양은 ‘음악의 탯자리’라 해도 틀리지 않을 곳이다. 담양은 김정호의 외가다. 그가 가졌던 외가의 기억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지만, 그의 음악적 바탕이 외가에서 생성된 건 분명해 보인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현대 판소리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창 박동실이다. 이날치 등을 거쳐 내려온 남도 서편제의 법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김정호와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던 가수 하남석은 “(김)정호가 평소 어린 시절 이야기는 거의 안했는데, 자신의 외할아버지만큼은 ‘국악계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라고 불렀다”며 “우리나라 국악의 혼은 담양에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어릴 때 접했던 외가의 음악적 분위기가 그의 음악 세계 형성에 깊은 영향을 줬다는 의미일 터다. 어머니 박숙자(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는 박희숙이라 표기돼 있다) 역시 담양을 대표하는 소리꾼 중 한 명이다. 그가 이청준의 소설을 영화화한 ‘서편제’의 주인공인 ‘송화’의 실제 모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모도 명창이었고, 외가 쪽 아저씨 뻘인 박종선은 아쟁 산조를 체계화한 명인이다. 평소 “외가의 DNA가 나의 음악적 토양이었다”고 했다던 김정호의 말 이면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국악에 대한 그의 관심이 잘 녹아든 노래 중 하나는 ‘하얀 나비’다. 그는 이 노래를 통틀어 도레미솔라 다섯 음계만 썼다고 한다. 우리 가락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궁상각치우’와 같은 음계다. 그가 의도했던 건지, 자신이 생전에 말했던 것처럼 “여지껏 음미했던 나만의 그 적은 테두리”가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분명한 건 정통 국악에서 보면 장르의 변질일 수 있지만 대중음악계에서 보면 자생적인 새 음악의 탄생이었다는 것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에 김정호 노래비가 세워진 건 이런 사연들 때문이다. 노래비는 2014년 완공됐다. 호남기후변화체험관 옆, 일부러 찾지 않으면 쉬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서 있다. 담양 군민들이 앞장 섰고, 유족들과 가수 하남석, 이필원, 백순진, 임창제, 홍민, 채은옥, 소리새 등 김정호와 인연이 깊은 가수들이 노래비 조성에 참여했다. 노래비 가운데엔 그의 동상이 앉아 있다. 광주에서처럼 다리를 꼬고 통기타를 치는 모습이다. 각진 턱 탓에 더 차갑게 느껴지는 입에선 금방이라도 ‘하얀 나비’ 노랫말이 울려나올 듯하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음’ 광주의 ‘김정호 거리’는 아직 썰렁하다. 대중문화가 ‘과거의 시간’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전 고인이 된 가수를 ‘현재의 무대’로 불러오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을 터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의 김정호 노래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가수를 추모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건 예산만으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완성하는 건 시민들의 발걸음이다. 여럿의 온기가 모여야 추모 공간이 따스해지고, 주변에도 온기를 나눠줄 텐데 아직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남도의 혼을 가진 가수를 남도 스스로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거다. 추모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던 듯하다. 이제 김정호도, 그의 첫사랑이던 아내도 2019년에 가고 없다. 두 딸만 남았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앞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에선 유족들의 참여가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요계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도 절실하다. 평소 김정호와 친분이 있었던 가요계 인사들은 ‘김정호 거리’에 대해 적잖이 서운한 감정이 쌓여 있는 듯하다. 조성 과정에서 받은 소외감 때문이지 싶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김정호 거리’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요계 선후배 동료들의 참여는 활성화에 필수 자양분이다. 최규성 평론가는 “배호, 김광석 등과 달리 김정호는 팬덤이 두텁지 않은 편”이라며 “독특한 그의 음악세계가 후대에 이어지고 ‘김정호 거리’가 활성화 되려면 주민뿐 아니라 가요계 선후배들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가요제를 만드는 게 필수”라고 충고했다. 아, 가수 하남석 소식 하나 더. 그가 최근 14집 앨범을 새로 냈다. 무려 8년간 공들인 앨범이다. 정규 앨범 제작을 꺼리는 요즘 풍토에 비춰보면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앨범 제목은 ‘황혼의 향기’다. 신곡 10곡에 자신의 히트곡 ‘밤에 떠난 여인’의 리메이크 버전 등 총 11곡을 담았다. 신곡은 모두 자작곡이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을 추모하는 ‘천화’ 등 사회성 짙은 노래도 담겨 있다”며 은근하게 자부심을 드러냈다. 글 사진 광주·담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콘텐츠스쿨, 길림 애니메이션 대학교 ‘2020 국제 대학생 게임잼’ 동상 포함 다수 수상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콘텐츠스쿨, 길림 애니메이션 대학교 ‘2020 국제 대학생 게임잼’ 동상 포함 다수 수상

    청강문화산업대학교(총장 황봉성, 이하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은 중국 길림 애니메이션 대학교에서 주최한 ‘제5회 국제 대학생 게임잼’에 스쿨 소속 4명의 재학생이 참가해 동상 및 우수팀 선정 등 3명의 학생이 수상했다고 밝혔다. 길림 애니메이션 대학교는 2000년에 설립됐으며 중국교육부에서 중국 최초로 게임, 애니메이션 전공 개설을 승인하여 운영 중인 사립대학교다. 전공 재학생 수가 12,000여 명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은 5회째를 맞은 지난 2020년 최초로 참가해 해외 4개국 10개의 대학교 재학생들과 함께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2주 동안 ‘서유기’를 주제로 게임을 만드는 게임잼 행사를 진행했다.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 수상자는 동상에 이소연 학생(3학년), 우수팀 상에는 윤유진(3학년), 윤예영(3학년) 학생이, 우수 지도상에는 게임콘텐츠스쿨 최부호 전공 교수가 각각 수상했다.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 최부호 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처음 출전한 국제 게임잼 행사였으나,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하여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것은 학생들이 재학 중 실제 프로젝트 게임개발팀을 구성하여, 현업종사자들과 유사한 개발 환경 속에서 학습과 개발을 병행하는 실무중심 교육을 실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한편, 청강문화산업대학교는 문화산업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웹소설 등 문화산업계 다양한 콘텐츠 분야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은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게임QA/운영으로 세분화된 전공 교육과정을 통해 게임콘텐츠 개발 및 제작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역대급 표절논란… 국민의힘, 손창현 해임 결정(종합)

    역대급 표절논란… 국민의힘, 손창현 해임 결정(종합)

    각종 문학공모전에서 5개의 상을 받고, 대중가요 가사로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 특허청 주관 공모에서 최고상인 특허청장상을 받은 손창현 씨의 역대급 수상이력이 표절로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이 손씨를 해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창현 씨는 지난해 11월19일 국민의힘 제1기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부위원장 및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당시 손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성태 중앙위원장님(전 원내대표 및 3선 국회의원), 김용헌 국방안보분과 위원장님(전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과 함께 폭넓고 주관 있는 고견들을 많이 들을 수 있던 시간”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받은 임명장을 공개했다. 임명장에는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위원으로 임명함. 2020년 11월1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이라고 쓰여있고, 직인도 찍혔다. 해당 임명장을 손에 든 손 씨는 김성태 당시 중앙위원장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기념촬영도 했다. 20일 아시아경제는 국민의힘이 손 씨를 국방안보분과 위원직에서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손 씨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점 등을 들어 징계 결정을 다시 논의하거나 하는 재심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씨는 당의 해임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손씨의 페이스북에는 각종 공모전 수상과 공공기관의 서포터즈·기자단 등 대외활동으로 받은 수료증, 위촉장, 감사패, 상장이 빼곡했다. 소설, 노래가사 뿐 아니라 사진, 슬로건, 보고서까지 도용했다는 제보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소설 ‘뿌리’ 전체 문장 그대로 베껴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는 손씨에 의해 본문 전체가 무단으로 도용됐다. 손씨는 2018년 백마문화상 수상작인 김 작가의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베낀 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수상했다. 수상은 뒤늦게 모두 취소됐지만 김민정 작가는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수 유영석이 1994년 발표한 노래 ‘화이트’ 후렴 가사를 자작시인 양 제출해 대상을 타기도 했다. 손씨는 지난해 8월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 ‘하동 날다’라는 작품을 제출했고, 한국디카시연구소는 이 사실을 인지한 뒤 손씨의 수상을 취소했다. 그러나 손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진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어야 하지만 글은 5행 이내 시적 문장이면 상관이 없었다며 주최 측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손씨가 제출한 사진조타 타인의 창작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실제로 손씨는 국토교통부와 국토일보가 공동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건설 사진 전국 공모전’에 2018년 8월 ‘콘크리트컨스트럭션’이라는 매체에 올라온 사진을 도용해 일반부 장려상을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동주관한 ‘2020 국민저작물 보물찾기’ 공유전 사진부문에 접수해 은상을 받은 사진 역시 이미 2018년에 올라온 게시물로 검색됐다.특허청도 속았다… 창업아이디어 표절 손씨는 지난해 10월 특허청이 주최한 제2차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고상인 특허청장상과 함께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손씨가 제출한 아이디어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자전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해피캠퍼스’라는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전거 네비게이션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아이디어’라는 보고서와 내용이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허청은 19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손씨의 아이디어가 표절이라고 결론, 수상 취소와 함께 상금을 환수하기로 했다. 손씨는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를 이용해 지난해 11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최한 ‘정보통신 공공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마이 스트리트 듀얼리티’라는 제목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이 또한 지난해 6월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관광 상품 발굴과 안전한 재난 대피 유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보고서와 매우 흡사했다. 진흥원 역시 사실관계 확인 후 포상을 회수할 계획이다.“욕심 없었다”는 손씨… 쏟아지는 표절 수상 손씨는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수상금이 좀 필요했다”라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소설 역시 공모전 출품을 준비하다 구글링 중 한편의 글을 발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 줄 알았다. 작품 표절이 문학상 수상에 결격 사유가 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욕심이 없었던 그의 수상 이력은 셀 수 없이 많았고, 몰랐다기엔 치밀했다.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체육 100년 기념 표어·포스터 공모전’에 ‘일백년을 기억하다. 일백년을 기대하다’라는 표어를 제출해 대상을 수상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6월 이미 보성군체육회에서 같은 표어가 사용됐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국정원 표어 공모전에 제출한 ‘가슴엔 조국을, 두눈엔 세계를’이란 표어 역시 이미 육군사관학교의 슬로건이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표절로 만든 역대급 수상이력… 탄로난 ‘가짜 인생’ [이슈픽]

    표절로 만든 역대급 수상이력… 탄로난 ‘가짜 인생’ [이슈픽]

    각종 문학공모전에서 무려 5개의 상을 받고, 대중가요 가사로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 특허청 주관 공모에서 최고상인 특허청장상을 받은 손 모씨의 역대급 수상이력은 표절로 완성된 것이었다. 손씨의 페이스북에는 각종 공모전 수상과 공공기관의 서포터즈·기자단 등 대외활동으로 받은 수료증, 위촉장, 감사패, 상장이 빼곡했다. 타인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닥치는 대로 도용한 결과였다. 소설, 노래가사 뿐 아니라 사진, 슬로건, 보고서까지 도용했다는 제보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전체 문장 그대로 베낀 소설 ‘뿌리’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는 손씨에 의해 본문 전체가 무단으로 도용됐다. 손씨는 2018년 백마문화상 수상작인 김 작가의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베낀 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수상했다. 수상은 뒤늦게 모두 취소됐지만 김민정 작가는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수 유영석이 1994년 발표한 노래 ‘화이트’ 후렴 가사를 자작시인 양 제출해 대상을 타기도 했다. 손씨는 지난해 8월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 ‘하동 날다’라는 작품을 제출했고, 한국디카시연구소는 이 사실을 인지한 뒤 손씨의 수상을 취소했다. 그러나 손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진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어야 하지만 글은 5행 이내 시적 문장이면 상관이 없었다며 주최 측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손씨가 제출한 사진조타 타인의 창작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실제로 손씨는 국토교통부와 국토일보가 공동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건설 사진 전국 공모전’에 2018년 8월 ‘콘크리트컨스트럭션’이라는 매체에 올라온 사진을 도용해 일반부 장려상을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동주관한 ‘2020 국민저작물 보물찾기’ 공유전 사진부문에 접수해 은상을 받은 사진 역시 이미 2018년에 올라온 게시물로 검색됐다.특허청도 속았다… 창업아이디어 표절 손씨는 지난해 10월 특허청이 주최한 제2차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고상인 특허청장상과 함께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손씨가 제출한 아이디어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자전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해피캠퍼스’라는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전거 네비게이션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아이디어’라는 보고서와 내용이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허청은 19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손씨의 아이디어가 표절이라고 결론, 수상 취소와 함께 상금을 환수하기로 했다. 손씨는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를 이용해 지난해 11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최한 ‘정보통신 공공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마이 스트리트 듀얼리티’라는 제목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이 또한 지난해 6월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관광 상품 발굴과 안전한 재난 대피 유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보고서와 매우 흡사했다. 진흥원 역시 사실관계 확인 후 포상을 회수할 계획이다.“욕심 없었다”는 손씨… 쏟아지는 표절 수상 손씨는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수상금이 좀 필요했다”라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소설 역시 공모전 출품을 준비하다 구글링 중 한편의 글을 발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 줄 알았다. 작품 표절이 문학상 수상에 결격 사유가 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욕심이 없었던 그의 수상 이력은 셀 수 없이 많았고, 몰랐다기엔 치밀했다.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체육 100년 기념 표어·포스터 공모전’에 ‘일백년을 기억하다. 일백년을 기대하다’라는 표어를 제출해 대상을 수상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6월 이미 보성군체육회에서 같은 표어가 사용됐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국정원 표어 공모전에 제출한 ‘가슴엔 조국을, 두눈엔 세계를’이란 표어 역시 이미 육군사관학교의 슬로건이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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