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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자산어보’에서 배우는 것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자산어보’에서 배우는 것

    좋은 문학과 영화에서 얻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곳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특정한 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이나 시대영화를 읽고 보는 이유다. 역사적 사실을 아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건 시험용 지식이다.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에도 나오듯이 중요한 건 누가 뭐라고 떠들었다는 걸 외워 적는 것이 아니다. 공부(工夫)의 본뜻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왜 배우고 익히는가? 영화에서 정약전(1758∼1816)이 창대에게 던지는 근본 물음이다. 공부에는 학문만이 아니라 기술도 포함된다. 창대처럼 물고기라는 대상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도 공부다. 공부는 단지 입신양명의 수단이 아니다. ‘자산어보’를 보면서 정약전, 정약용, 정약종 형제의 삶을 좀더 자세히 알게 됐다. 정약용은 실학의 대표자이기에 친숙한 이름이다. 형과 동생인 정약전, 정약종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해양생물을 다룬 책 ‘자산어보’의 저자가 정약전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책의 집필 과정에 숨은 사람과 시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면서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영화의 힘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을 영화에 비춰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나는 이 말을 인간 생활의 지속되는 반복이라는 뜻으로 우선 읽는다. 미래는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과거와 현재의 삶의 반복일 수 있다. 약 200년 전 시대를 다룬 영화 ‘자산어보’에서도 ‘오래된 미래’의 모습을 발견한다. 권력과 지식인의 관계가 한 예다. 영화에서 정약전과 정약용은 자신이 사는 시대의 사회 현실과 권력 구조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을 지녔지만 그 대안은 사뭇 다르다. 영화에서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의 한 구절을 들어 정약전이 지적하듯이 정약용은 기본적으로 왕권 사회의 틀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개혁정치를 모색했다. 그와 달리 정약전은 왕도, 신하도, 신분차별도 없는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흑산도에서 만나 사제의 연을 맺는 창대의 행로가 보여 주듯이 두 길은 하나로 이어진다. 자신이 사는 시대가 뭔가 심하게 비틀린 시대라는 판단에서 정약전과 약용 형제는 하나로 묶인다. 창대의 착잡한 행적은 이들 형제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증거한다. 그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서로 존중한다. 창대가 택했던 ‘목민심서’의 길은 타락한 현실 정치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나는 여기에서 정치와 지식인의 간단치 않은 관계를 확인한다. 정치는 언제나 주어진 현실과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만을 강조한다. 공익을 앞세우는 본래의 마키아벨리즘이 아니라 타락한 마키아벨리즘인 정치공학이다. 이런 정치공학은 정치의 본뜻과 거리가 멀다. “정치(政治)는 평화 ‘治’의 실현 ‘政’이다. 평화(平和)란 글자 그대로 화(和)를 고르게 ‘평’(平)하는 것이다. 화(和)의 의미가 쌀 ‘미’(米)를 먹는 입 ‘구(口)’로 우리의 삶 그 자체라면 정치는 우리의 삶이 억압당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신영복, ‘유고집’)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창대가 목격하는 정치는 백성의 쌀을 고루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쌀을 빼앗고, 견디다 못해 백성이 자신의 양물(陽物)을 자르게 만드는 정치다. ‘자산어보’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우애와 배움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장면들이다. 우리 시대는 뭔가를 가르치려 하면 기계적 평등주의의 시각에서 ‘꼰대’ 취급하는 시대다. 배우기 위한 겸허함은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스승도, 제자도 사라졌다. 저마다 자신만을 내세운다. 배움은 더 많은 재물과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런 배움의 역할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허전하다. 정약전은 성리학을 창대에게 가르치고 창대는 자신이 아는 물고기 지식을 정약전에 가르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존중하며 가르침과 배움을 교환한다. 선생은 학생이 되고, 학생은 선생이 된다. 그런 관계는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이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것을 서신으로 알리고 배움을 청한다. 우애의 모습이다. 영화는 단지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현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영화 ‘자산어보’는 그렇게 우리 시대의 모습을 비춰 보는 거울이 된다.
  • 문장부호까지 그대로… 고전 번역의 진화

    문장부호까지 그대로… 고전 번역의 진화

    세대를 불문하고 꾸준히 읽히는 해외 고전들이 새롭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게 번역하는 작업은 번역가들에겐 도전의 영역이자, 높아진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기도 하다.도서출판 삼인은 최근 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①를 고종석 작가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1943년 프랑스 갈리마르사에서 첫 출간한 ‘어린 왕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소행성의 주인인 소년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풍자적 소설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언어학자인 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프랑스어의 흐름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 작가는 원작이 채택한 문장부호를 그대로 살렸다. 예컨대 “-다들 너무 잊고 있는 거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101쪽)에서 보듯 대화와 지문을 한 문장 안에서 분리하지 않고 프랑스식 표기를 존중한 것이다. ‘강들과 바다들’처럼 어색한 복수어도 일부러 프랑스어처럼 번역했다. 주인공 어린 왕자는 ‘그’라고 부르는 기존 번역서와 달리 ‘그 아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를 대변한다고 봤기 때문이다.새움 출판사는 영국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② 직역판을 이정서 번역가의 번역으로 내놓았다. 오웰이 1945년 공산주의를 비판하려고 지은 이 책은 동물을 의인화한 풍자 소설이다. 평소 직역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역자는 원작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기존 번역본에서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라고 했던 ‘I had no intention of doing that’을 “난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로, “내가 고의로 죽인 건 아냐”였던 ‘Who will believe that I did not do this on purpose’는 “이게 고의가 아니었다는 걸 누가 믿을까?”(53쪽)로 직역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각색 없이 부각시켰다. “캐릭터의 성격을 잘 보여 주기 위한” 의도다.문학세계사는 최인자·신현철 평론가가 번역한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③을 펴냈다. 1998년 미국 로버트 템플 부부가 주해한 책을 원문에 충실하게 완역했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노예 이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솝 우화’는 원래 어른을 위한 처세술이 담긴 책이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부적합한 150여편을 삭제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교훈집으로 알려졌다. 역자들은 동성연애자의 사랑을 다룬 ‘제우스와 수치심’(32쪽)이나, 교훈보다 삶의 냉혹함만 느낄 수 있는 ‘굶주린 개’(251쪽)와 같은 이야기 등을 엮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번역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대 사회와 문화에 맞게 번역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원전에 충실한 번역은 당연하게 추구해야 하며 이제는 학문적 깊이와 새로운 연구 경향도 반영하는 번역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소설 한 권, 고분자에 저장 성공

    소설 한 권, 고분자에 저장 성공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화학·생화학과, 합성생물학 기업 에리사이언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분자 데이터 저장기술을 이용해 제인 오스틴의 소설 ‘맨스필드 파크’를 고분자(폴리머)에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융합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 4월 22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실리콘 기반 기술보다 훨씬 높은 밀도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고 DNA를 저장매체로 활용하는 방법보다 쉬운 고분자 물질 저장 방식을 개발했다. 고분자는 한 개 이상의 구성단위(단량체)가 반복적으로 이어진 물질이다. 연구팀은 16개의 단량체를 16진수로 취급해 고분자에 정보를 저장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진수를 기반으로 한 방식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며 보안에도 용이하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 “우리가 제2의 쿠팡”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 “우리가 제2의 쿠팡”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미국 도전기가 20여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1995년~2000년 ‘닷컴 버블’ 시기에 국내 IT 업체들이 줄이어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했었는데, 이번에는 ‘쿠팡’이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을 계기로 또다시 붐이 일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웹툰은 당장은 자금 조달 계획이 없지만 미국 투자자에게 더 친숙해지고 믿음직해진다면 상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웹툰엔터테인먼트’라는 자회사를 미국에 세우며 북미 진출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 상장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에 네이버가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인 캐나다의 ‘왓패드’를 인수한 것도 결국 북미 정서에 맞는 이야기를 웹툰으로 옮겨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려고 한 것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이날 한 컨퍼런스에서 “네이버웹툰과 왓패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토리텔링 창작자와 사용자가 모이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계열사 중 웹툰, 웹소설, 영화·드라마 등을 다루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올 하반기나 내년쯤 미국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래디쉬’와 ‘타파스미디어’ 등 웹소설·웹툰 플랫폼 인수를 타진한 것도 네이버웹툰과 닮은꼴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은 실제로 사업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고, 일정 부분 성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선식품 업체인 ‘마켓컬리’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 운송 서비스 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올해나 내년을 목표로 미국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쿠팡의 영향이 크다. 쿠팡은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886억 5000만 달러(약 100조원)에 달했고 이후 ‘거품 논란’이 일면서 꾸준히 주가가 빠졌음에도 현재 730억 달러(약 81조원)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기업이 국내 시총 3위인 네이버(62조원)보다 몸집이 큰 것은 전 세계에서 투자가 몰리는 미국 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이라 본 것이다. 다만 ‘닷컴 버블’ 당시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주요 IT 기업 중 현재 ‘그라비티’만 나스닥에 남아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쿠팡 이후 상장한 기업들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IT 기업들의 미국행이 계속될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제2의 쿠팡되겠다”…20년 만에 재현된 ‘미국 상장붐’

    “제2의 쿠팡되겠다”…20년 만에 재현된 ‘미국 상장붐’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미국 도전기가 20여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1995년~2000년 ‘닷컴 버블’ 시기에 국내 IT 업체들이 줄이어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했었는데, 이번에는 ‘쿠팡’이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을 계기로 또다시 붐이 일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웹툰은 당장은 자금 조달 계획이 없지만 미국 투자자에게 더 친숙해지고 믿음직해진다면 상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웹툰엔터테인먼트’라는 자회사를 미국에 세우며 북미 진출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 상장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에 네이버가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인 캐나다의 ‘왓패드’를 인수한 것도 결국 북미 정서에 맞는 이야기를 웹툰으로 옮겨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려고 한 것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이날 한 컨퍼런스에서 “네이버웹툰과 왓패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토리텔링 창작자와 사용자가 모이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카카오 계열사 중 웹툰, 웹소설, 영화·드라마 등을 다루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올 하반기나 내년쯤 미국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래디쉬’와 ‘타파스미디어’ 등 웹소설·웹툰 플랫폼 인수를 타진한 것도 네이버웹툰과 닮은꼴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은 실제로 사업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고, 일정 부분 성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선식품 업체인 ‘마켓컬리’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 운송 서비스 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올해나 내년을 목표로 미국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IT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쿠팡의 영향이 크다. 쿠팡은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886억 5000만 달러(약 100조원)에 달했고 이후 ‘거품 논란’이 일면서 꾸준히 주가가 빠졌음에도 현재 730억 달러(약 81조원)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기업이 국내 시총 3위인 네이버(62조원)보다 몸집이 큰 것은 전 세계에서 투자가 몰리는 미국 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이라 본 것이다. 다만 ‘닷컴 버블’ 당시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주요 IT 기업 중 현재 ‘그라비티’만 나스닥에 남아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쿠팡 이후 상장한 기업들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IT 기업들의 미국행이 계속될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원작의 맛’ 최대한 살리자…고전 해외 문학 번역 출간 잇따라

    ‘원작의 맛’ 최대한 살리자…고전 해외 문학 번역 출간 잇따라

    세대를 불문하고 꾸준히 읽히는 해외 고전들이 새롭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게 번역하는 작업은 번역가들에겐 도전의 영역이자, 높아진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도서출판 삼인은 최근 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고종석 작가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1943년 프랑스 갈리마르사에서 첫 출간한 ‘어린 왕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소행성의 주인인 소년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풍자적 소설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언어학자인 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프랑스어의 흐름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 작가는 원작이 채택한 문장부호를 그대로 살렸다. 예컨대 “-다들 너무 잊고 있는 거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101쪽)에서 보듯 대화와 지문을 한 문장 안에서 분리하지 않고 프랑스식 표기를 존중한 것이다. ‘강들과 바다들’처럼 어색한 복수어도 일부러 프랑스어처럼 번역했다. 주인공 어린 왕자는 ‘그’라고 부르는 기존 번역서와 달리 ‘그 아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를 대변한다고 봤기 때문이다.새움 출판사는 영국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직역판을 이정서 번역가의 번역으로 내놓았다. 오웰이 1945년 공산주의를 비판하려고 지은 이 책은 동물을 의인화한 풍자 소설이다. 평소 직역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역자는 원작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기존 번역본에서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라고 했던 ‘I had no intention of doing that’을 “난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로, “내가 고의로 죽인 건 아냐”였던 ‘Who will believe that I did not do this on purpose’는 “이게 고의가 아니었다는 걸 누가 믿을까?”(53쪽)로 직역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각색 없이 부각시켰다. “캐릭터의 성격을 잘 보여 주기 위한” 의도다.문학세계사는 최인자·신현철 평론가가 번역한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 무삭제 완역본을 펴냈다. 1998년 미국 로버트 템플 부부가 주해한 책을 원문에 충실하게 완역했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노예 이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솝 우화’는 원래 어른을 위한 처세술이 담긴 책이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부적합한 150여편을 삭제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교훈집으로 알려졌다. 역자들은 동성연애자의 사랑을 다룬 ‘제우스와 수치심’(32쪽)이나, 교훈보다 삶의 냉혹함만 느낄 수 있는 ‘굶주린 개’(251쪽)와 같은 이야기 등을 포함해 엮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번역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대 사회와 문화에 맞게 번역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원전에 충실한 번역은 당연하게 추구해야 하며 이제는 학문적 깊이와 새로운 연구 경향도 반영하는 번역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길섶에서] 나타샤/손성진 논설고문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이렇게 시작한다. 백석은 기생 진향(김영한)을 사랑했고 평생 잊지 못했다. 나타샤는 곧 진향일 것이다. 나타샤는 슬라브어식 여성 이름이다. 왠지 긴 금발 머리에 우수에 찬 눈빛이 그려진다. 백석의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등장인물인 나타샤를 말한다고도 한다. 영화 ‘전쟁과 평화’에서 나타샤 역을 맡은 오드리 헵번은 ‘만인의 연인’이라는 닉네임에 어울릴 만큼 소설 속의 나타샤를 잘그려냈다. 영화의 OST인 ‘나타샤 왈츠’는 경쾌한 곡이지만, 춤을 추는 헵번을 보면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때만큼 아름다워서 가슴이 뭉클하다. 그보다 더 뭉클하게 다가온 ‘나타샤 댄스’(Natasha Dance)라는 노래를 알게 된 것은 얼마 전이다. 직업 무희(舞姬)로 보이는 나타샤와의 짧은 사랑 이야기다. 나타샤를 사랑하는 남자는 나타샤의 춤을 보고 싶어 하면서 나타샤의 고통스러운 삶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올해 나이 일흔셋이 된 아일랜드 팝 가수 크리스 디 버그가 불렀다. 감미로우면서도 서글픔이 절제된 버그의 가려진 가성이 가슴을 파고든다. sonsj@seoul.co.kr
  • 키도, 맘도 커요… 심장병 어린이의 ‘찐’ 키다리 아저씨

    키도, 맘도 커요… 심장병 어린이의 ‘찐’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의 소설 제목인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묵묵한 후원자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를 돕는 후원자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은 ‘아직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키다리 아저씨’는 후원자의 성별이나 실제 키와 상관없이 두루 쓰이는 말이지만 한기범(57) 한기범희망나눔 대표에게는 단순 대명사가 아닌 실제 그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가 된다. 1980~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센터 출신으로 205㎝의 ‘키다리 아저씨’ 한 대표가 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이야기와 그의 즐거운 인생에 대해 들어 봤다.●유튜브 대박 꿈꾸는 스타 농구 선수의 사연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기범희망나눔을 찾은 지난 16일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대표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작업의 정체는 바로 동영상 편집. 유튜브 채널 ‘한기범뻔한농구TV’에 올릴 영상을 한창 만지는 중이었다. 그는 농구인에서 예능인으로 변신한 허재(56)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현주엽(46) 전 창원 LG 감독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이 노출되면서 최근 구독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며 웃는다. 느닷없이 유튜브 편집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한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컴퓨터 학원 가서 배울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다”면서 “재단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이 주요 업무다 보니 시간이 조금씩 남아 옛날 생각도 할 겸 과거 농구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대한 취미, 과거 회상, 시간 때우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단 살림을 위해서다. 한 대표는 “유튜브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수익이 생기면 법인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후원액이 반으로 줄면서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만들어 두기만 하고 사실상 방치했던 유튜브 채널은 10개월 전부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인생의 심장 다시 뛰게 한 두 번의 수술 한 대표는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가 농구대잔치를 7연패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큰 키를 이용해 골밑을 지배한 그의 플레이는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 워낙 독보적으로 키가 컸던 까닭에 한 대표의 이름은 한때 우리 사회에서 키가 큰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했다. 선수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은퇴 후에도 해당 종목의 지도자 혹은 해설가의 길을 걷는다. 한 대표처럼 스타 선수 출신일수록 수요와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준비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인 비영리 나눔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를 돕게 된 이유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심장병으로 떠나보냈고 그 역시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한 대표의 가족은 마르판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몸 안 섬유질에 이상이 생기는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마르판증후군으로 사망하는 환자 대부분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한 대표는 “남동생 사망 후 나도 검사했더니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며 “2000년과 2008년 두 번 수술했는데 첫 번째 수술은 은퇴하고 얼마 안 돼서 내가 비용을 댔지만 두 번째는 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때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선수가 타인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으로 나눔사업에 대한 그의 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한 대표에게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 길로 한 대표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2011년 5월 한기범희망나눔을 출범했다. ●비아냥 이겨 내고 찾아온 나눔의 기쁨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나눔사업이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한 대표가 용기를 내 후원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사기 치는 거 아니냐”, “갈 데까지 갔구나” 라는 비아냥은 큰 스트레스가 됐다. 좌절할 만한 상황은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오기가 생겨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아 가며 후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유명인이었기에 일단 사람들이 만나 줬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이다. 한 대표는 “후원 요청을 하러 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데 내가 가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하는 곳이 많았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분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기범희망나눔의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농구 교실, 농구 꿈나무 교육으로 나뉜다. 가장 주된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다. 해마다 두 차례 자선 농구대회를 열어 모인 성금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돕는 데 쓰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6월 12일에 ‘랜선 자선 농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나눔을 통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린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눔은 자기가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농구를 가지고 있으니 농구로 나눔을 하는 것”이라며 “한번은 후원받은 아이를 만났는데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오더라.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와인도 농구도 즐기는 즐거운 인생 나눔은 기본적으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다. 자신의 생활을 버릴 각오가 없으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취미 부자’ 한 대표는 예외다. 나눔을 위해 사는 삶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환갑에 가까운 그의 인상이 오히려 주연으로 살던 선수 때보다 밝은 이유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대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괜찮은 물건이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물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와인이다. 한 대표는 “젊었을 때 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주치의가 술을 못 먹게 하더라. 그래도 와인 2잔까지는 괜찮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어 버킷리스트로 와인 1000가지를 먹는 계획을 세웠다”며 웃었다. 하루 한두 잔은 필수. 좋은 와인을 구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친해지는 것 또한 필수다. 이날까지 마신 와인이 151가지란다. 와인을 이야기하는 한 대표의 눈빛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르다. 한 대표는 “동호회에서 무슨 와인이 좋은지 정보를 얻는다”며 “와인을 마시고 페이스북에 와인에 대한 평가를 올린다”고 말했다. 농구인의 피도 여전하다. 50대로 이뤄진 농구동호회 회원으로 매주 농구를 한다. 한 대표는 “농구를 한번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며 농구인 본능을 뽐냈다. 세계 시니어농구선수권 대회에 나가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참가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나 희망하는 것은 없는지 물으니 표정이 다시 진지해진다. 한 대표는 “후원과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다 보니 코로나처럼 큰 사건이 터질 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안하더라”면서 “영리사업을 통해 조금 더 재단을 안정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 나눔사업을 더 하고 싶다. 많은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마음도 키도 ‘찐’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의 나눔 인생

    마음도 키도 ‘찐’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의 나눔 인생

    진 웹스터의 소설 제목인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묵묵한 후원자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를 돕는 후원자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은 ‘아직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키다리 아저씨’는 후원자의 성별이나 실제 키와 상관없이 두루 쓰이는 말이지만 한기범(57) 한기범희망나눔 대표에게는 단순 대명사가 아닌 실제 그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가 된다. 1980~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센터 출신으로 205㎝의 ‘키다리 아저씨’ 한 대표가 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이야기와 그의 즐거운 인생에 대해 들어 봤다.유튜브 대박을 꿈꾸는 한기범의 사연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기범희망나눔을 찾은 지난 16일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대표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작업의 정체는 바로 동영상 편집. 유튜브 채널 ‘한기범뻔한농구TV’에 올릴 과거 농구대잔치시절 농구 영상을 한창 만지는 중이었다. 한 대표는 최근 허재(56)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현주엽(46) 전 창원 LG 감독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이 노출된 덕에 구독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웃었다. 느닷없이 유튜브 편집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한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컴퓨터 학원 가서 배울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다”면서 “재단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이 주요 업무다 보니 시간이 조금씩 남아 옛날 생각도 할 겸 과거 농구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대한 취미, 과거 회상, 시간 때우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단 살림을 위해서다. 한 대표는 “유튜브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수익이 생기면 법인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후원액이 반으로 줄면서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만들어 두기만 하고 사실상 방치했던 유튜브 채널은 10개월 전부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인생의 심장 다시 뛰게 한 두 번의 수술 한 대표는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가 농구대잔치를 7연패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센터로서 큰 키를 이용해 골밑을 지배한 그의 플레이는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 워낙 독보적으로 키가 컸던 까닭에 한 대표의 이름은 한때 우리 사회에서 키가 큰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했다. 선수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은퇴 후에도 해당 종목의 지도자 혹은 해설가의 길을 걷는다. 한 대표처럼 스타 선수 출신일수록 수요와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준비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인 비영리 나눔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를 돕게 된 이유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심장병으로 떠나보냈고 그 역시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한 대표의 가족은 마르판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몸 안 섬유질에 이상이 생기는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마르판증후군으로 사망하는 환자 대부분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한 대표는 “남동생 사망 후 나도 검사했더니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며 “2000년과 2008년 두 번 수술했는데 첫 번째 수술은 은퇴하고 얼마 안 돼서 내가 비용을 댔지만 두 번째는 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때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선수가 타인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으로 나눔사업에 대한 그의 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한 대표에게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 길로 한 대표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2011년 5월 한기범희망나눔을 출범했다.비아냥 이겨 내고 찾아온 나눔의 기쁨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나눔사업이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한 대표가 용기를 내 후원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사기 치는 거 아니냐”, “갈 데까지 갔구나”라는 비아냥은 큰 스트레스가 됐다. 좌절할 만한 상황은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오기가 생겨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아 가며 후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유명인이었기에 일단 사람들이 만나 줬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이다. 한 대표는 “후원 요청을 하러 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데 내가 가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하는 곳이 많았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분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기범희망나눔의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농구 교실, 농구 꿈나무 교육으로 나뉜다. 가장 주된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다. 해마다 두 차례 자선 농구대회를 열어 모인 성금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돕는 데 쓰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6월 12일에 ‘랜선 자선 농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나눔을 통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린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눔은 자기가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농구를 가지고 있으니 농구로 나눔을 하는 것”이라며 “한번은 후원받은 아이를 만났는데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오더라.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와인도 농구도 즐기는 즐거운 인생 나눔은 기본적으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다. 자신의 생활을 버릴 각오가 없으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취미 부자’ 한 대표는 예외다. 나눔을 위해 사는 삶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환갑에 가까운 그의 인상이 오히려 주연으로 살던 선수 때보다 밝은 이유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대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괜찮은 물건이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물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와인이다. 한 대표는 “젊었을 때 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주치의가 술을 못 먹게 하더라. 그래도 와인 2잔까지는 괜찮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어 버킷리스트로 와인 1000가지를 먹는 계획을 세웠다”며 웃었다. 하루 한두 잔은 필수. 좋은 와인을 구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친해지는 것 또한 필수다. 이날까지 마신 와인이 151가지란다. 와인을 이야기하는 한 대표의 눈빛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르다. 한 대표는 “동호회에서 무슨 와인이 좋은지 정보를 얻는다”며 “와인을 마시고 페이스북에 와인에 대한 평가를 올린다”고 말했다. 농구인의 피도 여전하다. 50대로 이뤄진 농구동호회 회원으로 매주 농구를 한다. 한 대표는 “농구를 한번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며 농구인 본능을 뽐냈다. 세계 시니어농구선수권 대회에 나가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참가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나 희망하는 것은 없는지 물으니 표정이 다시 진지해진다. 한 대표는 “후원과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다 보니 코로나처럼 큰 사건이 터질 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안하더라”면서 “영리사업을 통해 조금 더 재단을 안정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 나눔사업을 더 하고 싶다. 많은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후원문의 : 02-3391-7091 yeshan21@hanmail.net후원계좌 : IBK기업은행 02-3391-7091 우리은행 1005-602-125495후원ARS : 060-700-1101(한 통에 3000원)유튜브 채널 : 한기범뻔한농구TV
  • ‘레미제라블’ 오리지널팀이 복지부 앞에 나타난 까닭?

    ‘레미제라블’ 오리지널팀이 복지부 앞에 나타난 까닭?

    “내일이 오면!(One day more!)”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프랑스 오리지널팀 주·조연 배우 16명이 부르는 ‘내일로’(One Day More)가 20일 오후 1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울려퍼졌다. 뮤지컬 공연팀이 시민단체 집회 현장에 참가해 노래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다. 그간 한국 연예계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해왔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들은 이날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주최한 ‘발달장애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해 노래로 연대했다. 장애인 부모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그간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보내온 이유는 법과 제도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 허울 뿐인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부 예산이 충분히 편성되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주연 장발장 역의 로랑 방(Laurent Ban) 배우는 “아버지가 25년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라 평소 관심이 많았고 한국의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함께 하게 되었다”며 “한국 발달 장애 복지 정책에 저항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공연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프랑스어로 ‘가여운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19세기 프랑스의 혁명정신과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가상 독서실서 스터디… 노트요? 태블릿에 파일 받죠

    가상 독서실서 스터디… 노트요? 태블릿에 파일 받죠

    ‘열품타’ 앱 켜면 고교생 공부시간 한눈에다른 회원이 책 보면 아이콘 분홍색으로일정 시간 결석하면 강퇴, 벌금 거둬 회식스터디그룹 인원 제한, 자리 잡기 경쟁도고등학교 3학년인 노윤진(19)양은 책상에 앉으면 가장 먼저 휴대전화로 ‘열정을 품은 타이머’(열품타)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오늘 하루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앱에는 현재 공부 중인 전국의 고등학생 회원 수와 그들이 공부한 시간이 실시간으로 뜬다. 노양은 자신처럼 일어일문학과 진학을 지망하는 수험생 그룹에도 가입했다. 다른 회원들이 공부를 시작해 책상 모양 아이콘이 회색에서 분홍색으로 바뀌면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한다. 노양은 “공부시간이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들쑥날쑥했는데 요즘은 꾸준히 하루 6~7시간을 공부한다”면서 “공부시간이 긴 이용자를 보여 주는 실시간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오전 5시부터 공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공부시간 순위에 이름 올리려 새벽 5시 공부 코로나19로 독서실이나 도서관 같은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혼공족’이 가상 독서실로 모이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독서실 앱은 지치기 쉬운 혼공족에게 공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누적 300만명이 다운로드한 열품타에서는 성균관대, 고려대, 중앙대 등 각 대학교 재학생들이 만든 스터디 그룹이나 간호학과, 경영대 등 전공별 그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판타지소설 ‘해리포터’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이 들어가는 기숙사인 ‘래번클로’를 콘셉트로 내건 곳도 있다. 한 그룹당 최대 50명만 들어갈 수 있기에 시험시간에는 실제 도서관처럼 치열한 자리 잡기 경쟁도 벌어진다. 자리만 차지하고 일주일 동안 10시간 이상 또는 3일 연속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강퇴’(강제퇴장)시키는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든 대학생 김대일(25)씨는 “일주일 동안 목표한 공부시간을 달성하지 못하면 벌금을 거둬 회식을 한다”고 말했다. ●공부 끝나면 내용 얘기, 서로 격려하기도 비대면 화상채팅으로 얼굴을 맞대는 온라인 독서실도 있다. 공부하는 모습을 스터디원에게 화상카메라로 보여 줘야 해 타이머만 누르고 공부를 하지 않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대학생 최동혁(22)씨는 저녁이면 인스타그램으로 모은 스터디원 10명을 만나기 위해 줌(Zoom)에 접속한다.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화상 캠을 켜고 공부에 집중한다. 최씨는 “온라인 독서실을 열면 집에서도 도서관에 온 것처럼 집중이 잘 된다”면서 “공부가 끝나면 20분 동안 자유롭게 무엇을 공부했는지 등을 얘기하며 서로 격려한다”고 말했다. 연령대마다 선호하는 온라인 스터디 앱도 다르다. 10대에게는 커뮤니티 기능이 추가된 ‘열공시간’이 인기다. 누적 다운로드 380만명 중 10대 이용자가 61%를 차지한다.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거나 학업이나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구루미 캠’ 이용자 63% “공부시간 늘었다” 화상 채팅과 출석체크, 상·벌점 등 기능을 제공하는 앱 ‘구루미 캠스터디’는 집에서 공부하는 20대가 주로 쓴다. 구루미 캠스터디가 이용자 49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2.8%가 주로 집에서 이용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8.2%가 20대다. 스터디 인원은 8명(22.5%)이 가장 많다. 이들은 함께 공부할 수 있고(36%), 서로에게 자극이 되기 때문에(24%) 앱을 사용한다고 했고, 공부시간(63%)이 늘거나 집중력(18%)이 올라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유튜브로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한 ‘스터디 위드 미’ 영상이나 야간자율학습, 하버드 도서관 등 학습용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을 틀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김해연(23)씨는 “‘스터디 위드 미’는 정해진 시간을 함께 공부하고 휴식을 하는 게 장점”이라면서 “동양풍 ASMR을 들으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를 풀면 집현전 학자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볼펜이나 샤프로 종이에 빼곡히 필기하던 시절도 지났다. 대학생 정지윤(23)씨는 강의 교안과 같은 학습 유인물들을 인쇄하지 않고 태블릿에 파일을 내려받아 필기한다. 정씨는 “태블릿만 있으면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편리하다”면서 “공부 계획도 태블릿용 앱으로 짠다”고 했다. 종이 문제집 대신 모바일로 어학 공부를 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이은선씨는 앱 ‘AI 토익, 산타’로 통학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토익 문제를 푼다. 이씨는 “취약한 영역의 맞춤 문제를 풀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러한 공부 방식은 자신의 상황에 맞춰 공부하는 맞춤형·적응형 학습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학생들이 디지털 혁신에 빠르게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교육계도 학생들의 학습양식 변화에 맞는 효과적인 교수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강수민(글로벌경제학과 3학년)·안준혁(러시아어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중간고사 공부 도서관 대신 ‘온라인 열품타’ 켠다?

    중간고사 공부 도서관 대신 ‘온라인 열품타’ 켠다?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코로나19에 ‘온라인 독서실’ 찾는 1020대고등학교 3학년인 노윤진(19)양은 책상에 앉으면 가장 먼저 휴대전화로 ‘열정을 품은 타이머’(열품타)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오늘 하루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앱에는 현재 공부 중인 전국의 고등학생 회원 수와 그들이 공부한 시간이 실시간으로 뜬다. 노양은 자신처럼 일어일문학과 진학을 지망하는 수험생 그룹에도 가입했다. 다른 회원들이 공부를 시작해 책상 모양 아이콘이 회색에서 분홍색으로 바뀌면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한다. 노양은 “공부시간이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들쑥날쑥했는데 요즘은 꾸준히 하루 6~7시간을 공부한다”면서 “공부시간이 긴 이용자를 보여 주는 실시간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오전 5시부터 공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독서실이나 도서관 같은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혼공족’이 가상 독서실로 모이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독서실 앱은 지치기 쉬운 혼공족에게 공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누적 300만명이 다운로드한 열품타에서는 성균관대, 고려대, 중앙대 등 각 대학교 재학생들이 만든 스터디 그룹이나 간호학과, 경영대 등 전공별 그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판타지소설 ‘해리포터’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이 들어가는 기숙사인 ‘래번클로’를 콘셉트로 내건 곳도 있다. 한 그룹당 최대 50명만 들어갈 수 있기에 시험시간에는 실제 도서관처럼 치열한 자리 잡기 경쟁도 벌어진다. 자리만 차지하고 일주일 동안 10시간 이상 또는 3일 연속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강퇴’(강제퇴장)시키는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든 대학생 김대일(25)씨는 “일주일 동안 목표한 공부시간을 달성하지 못하면 벌금을 거둬 회식을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화상채팅으로 얼굴을 맞대는 온라인 독서실도 있다. 공부하는 모습을 스터디원에게 화상카메라로 보여 줘야 해 타이머만 누르고 공부를 하지 않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대학생 최동혁(22)씨는 저녁이면 인스타그램으로 모은 스터디원 10명을 만나기 위해 줌(Zoom)에 접속한다.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화상 캠을 켜고 공부에 집중한다. 최씨는 “온라인 독서실을 열면 집에서도 도서관에 온 것처럼 집중이 잘 된다”면서 “공부가 끝나면 20분 동안 자유롭게 무엇을 공부했는지 등을 얘기하며 서로 격려한다”고 말했다. 연령대마다 선호하는 온라인 스터디 앱도 다르다. 10대에게는 커뮤니티 기능이 추가된 ‘열공시간’이 인기다. 누적 다운로드 380만명 중 10대 이용자가 61%를 차지한다.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거나 학업이나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화상 채팅과 출석체크, 상·벌점 등 기능을 제공하는 앱 ‘구루미 캠스터디’는 집에서 공부하는 20대가 주로 쓴다. 구루미 캠스터디가 이용자 49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2.8%가 주로 집에서 이용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8.2%가 20대다. 스터디 인원은 8명(22.5%)이 가장 많다. 이들은 함께 공부할 수 있고(36%), 서로에게 자극이 되기 때문에(24%) 앱을 사용한다고 했고, 공부시간(63%)이 늘거나 집중력(18%)이 올라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유튜브로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한 ‘스터디 위드 미’ 영상이나 야간자율학습, 하버드 도서관 등 학습용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을 틀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김해연(23)씨는 “‘스터디 위드 미’는 정해진 시간을 함께 공부하고 휴식을 하는 게 장점”이라면서 “동양풍 ASMR을 들으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를 풀면 집현전 학자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볼펜이나 샤프로 종이에 빼곡히 필기하던 시절도 지났다. 대학생 정지윤(23)씨는 강의 교안과 같은 학습 유인물들을 인쇄하지 않고 태블릿에 파일을 내려받아 필기한다. 정씨는 “태블릿만 있으면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편리하다”면서 “공부 계획도 태블릿용 앱으로 짠다”고 했다. 종이 문제집 대신 모바일로 어학 공부를 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이은선씨는 앱 ‘AI 토익, 산타’로 통학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토익 문제를 푼다. 이씨는 “취약한 영역의 맞춤 문제를 풀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러한 공부 방식은 자신의 상황에 맞춰 공부하는 맞춤형·적응형 학습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학생들이 디지털 혁신에 빠르게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교육계도 학생들의 학습양식 변화에 맞는 효과적인 교수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강수민(글로벌경제학과 3학년)·안준혁(러시아어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베스트셀러] ‘질서 너머’ 1위 고수…‘어떤 죽음이 삶에게...’ 16위로 상승

    [베스트셀러] ‘질서 너머’ 1위 고수…‘어떤 죽음이 삶에게...’ 16위로 상승

    조던 피터슨 전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의 저서 ‘질서 너머’가 3주 연속 베스트셀러 종합 1위 자리를 지켰다. 18년째 말기암 환자들을 치료해온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김범석 교수의 에세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가 전주보다 54계단 상승해 16위에 올랐다.16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4월2주간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병상에서 생사를 오가며 깨달은 것을 12가지 법칙으로 정리한 ‘질서 너머’가 1위를 차지했다. 종합 2위와 3위는 한국소설이 차지했다.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각각 1계단 상승하며 한국소설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상위권에서는 큰 변동이 없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천도교(동학) 및 동학 창시자 수운(水雲) 최제우(1824∼1864)의 생애에 관해 해설한 ‘동경대전 1’은 출간과 동시에 15위에 진입했다. 서울대 병원 18년 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그간 만난 암 환자와 사람들, 의사로서의 속내를 담은 에세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가 54계단 상승해 16위에 올랐다. 교보문고는 저자가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큰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보문고 4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웅진지식하우스) 2.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 3.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등 7명·문학동네) 4. 흔한남매 7 (흔한남매·아이세움) 5.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염승환·메이트북스) 6.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16 (설민석·아이휴먼) 7.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로버트 기요사키·민음인) 8. 마지막 몰입: 나를 넘어서는 힘 (짐 퀵·비즈니스북스) 9.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 10. 아몬드 (손원평·창비)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코인 막차’ 타고 달로 간 흙수저

    ‘코인 막차’ 타고 달로 간 흙수저

    노동만으로 계층 이동 어려워가상화폐 ‘한 방’ 노리는 청년들떡락·떡상 긴장 속 속도감 만끽올 초 4000만원 남짓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두 배 치솟고, 또 다른 가상화폐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에 3배 가까이 올라 300만원이 됐다. 전국에 ‘코인 열풍’이 분다. 폭락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아직은 “지금 매수해도 늦지 않다”는 심리가 우세하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 코인 현상을 그렸다. 코인이 달까지 수직 상승하길 바란다는 은어 ‘투더문’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세 여성 사원 다해, 은상, 지송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각별한 사이다. 이들이 친해진 것은 열악한 원룸 월세로 살면서 ‘꼰대’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달콤한 디저트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흙수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해와 지송은 은상이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해는 “우리 같은 애들한테는 이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은상의 말에 적금을 깨고 ‘코인 열차’에 올라탄다. 이들이 ‘떡락’과 ‘떡상’의 풍파를 함께 겪으며 돈을 버는 데 성공하자, 두 사람의 투자를 이해 못했던 지송도 전 재산을 코인에 쏟아붓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극심한 경쟁을 뚫고 대기업 사원이 됐지만, 인생 역전을 위해 ‘한 방’에 몰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희망이 사라진 사회를 사는 2030세대의 자화상이다. “앞으로 전진하는 방향키를 아무리 눌러도 발에 모래주머니 단 것처럼 무겁게 천천히 나가는 그런 거”(57쪽)라는 고백에선 노동 소득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어 계층 이동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로 코인을 선택한 처절함이 느껴진다. “여태껏 쌓은 건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 내릴 수 있다”(95쪽)고 진단하는 대목에선 오늘의 행운이 내일엔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소설의 매력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돌진하는 ‘모험담’이라는 점에 있다. 지도자(은상)가 있고, 지도자를 따르는 충실한 협력자(다해)와 처음에는 지도자에 반대하다 열렬한 추종자로 전향하게 된 캐릭터(지송) 등 다양한 군상을 한꺼번에 풀어냈다.독자 입장에선 주인공들이 수익에 목매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속도감을 만끽한다.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응원하게 된다. 작가 또한 “30대가 되면서 ‘누가 1억원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결코 가닿을 수 없다고 여겼던 아득히 먼 세계. 그런 곳에 운 좋게 발을 살짝 담갔는데 이게 끝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 욕심에 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188쪽)는 다해의 독백은 현 세태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다만 현실에서 주인공들이 누리는 행운을 모든 청년들이 공유하긴 어렵다. 이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려야 할 행운인가, 한때의 유행일 뿐일까. 이런 질문은 여전히 독자의 몫이다. 사회 세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술술 읽히는 이 소설은 동시대 청년들이 힘든 현실을 버틸 수 있도록 응원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반갑기만 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구멍가게 이야기(박혜진·심우장 지음, 책과함께 펴냄) 문학 전공자인 두 저자가 전라남도 구멍가게 100여곳을 답사해 쓴 에세이. 몰락해 가는 골목상권 일부를 엿보고 인문학적 존재 방식으로 구멍가게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는 시도였다. 가게 주인과 단골손님 인터뷰를 통해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구멍가게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488쪽. 2만 8000원.세이 나씽(패트릭 라든 키프 지음, 지은현 옮김, 꾸리에 펴냄) 미국 탐사보도 전문 기자 패트릭 라든 키프가 1972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발생한 ‘맥콜빌 피살 사건’을 추적한 논픽션. 이 사건을 통해 북아일랜드 폭력의 정치사를 풀어낸다. 588쪽. 2만 4000원.완경 일기(다시 스타인키 지음, 박소현 옮김, 민음사 펴냄) 미국 여성 작가 다시 스타인키가 완경기를 경험하고 그 의미를 되돌아보며 쓴 에세이. 과거 ‘폐경’으로 불렸던 완경에 대한 가부장제 사회의 단상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완경을 겪는 또 하나의 동물인 고래와 비교하며 어머니 세대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368쪽. 1만 6800원.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올드벤 펴냄) 2차 세계대전 후반기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파시스트에 맞서 싸운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출신 사형수 201명의 편지를 엮었다. 556쪽. 2만 5000원.다세계(숀 캐럴 지음, 김영태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이론물리학자인 저자가 양자역학을 ‘다세계 이론’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유일하지 않으며 매순간 서로 다른 세계들이 복제된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금씩 다른 여러 세계 속에 수많은 ‘나’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424쪽. 2만 5000원.미래 산책 연습(박솔뫼 지음, 문학동네 펴냄) ‘김승옥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박솔뫼의 일곱 번째 장편 소설. 1982년 부산 미국 문화원 방화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서로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는 ‘나’와 수미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어선 산책길에서 운명적으로 느껴지는 사물과 사건을 만나듯 교차하는 방식으로 펼쳐낸다. 248쪽. 1만 3500원.
  • 賞이 罰로 되돌아왔다… ‘별점테러’ 당한 그녀들

    賞이 罰로 되돌아왔다… ‘별점테러’ 당한 그녀들

    올 수상자 7명 여성… 차별·위선 다뤄‘한남’ 표현에 “남성 폄하 했다” 반발인터넷 평점 1점 속출… 편협성 비난일각 “문학 다양성 넓어져… 포용을”여성 작가 7명의 소설을 담아 출간한 올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별점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선작들이 여성주의에 치우쳤고 한 작품은 “남성 혐오” 표현인 ‘한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지난 1월 말 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이하 작가의 중단편 소설 중 7편을 선정한다. 올해 수상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수상자 전원이 여성인 것은 2014년 제5회 이후 두 번째다. 여성이 겪는 차별, 지식인의 위선, 성소수자, 장애 등 다양한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선정됐다. 그런데 지난 7일 작품집이 출간되자마자 알라딘, 교보문고 등 주요 온라인 도서판매 사이트에서 이른바 ‘별점 테러’가 시작됐다. 별 5개 중 가장 적은 1개만 주는 식이다. 알라딘에는 15일 기준 99명이 리뷰를 남겼는데 이 중 별 1개 비중이 24.2%로 별 5개(68.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구매자를 보면 20대 여성이 31.5%, 30대 여성 24.3%, 40대 여성 13.9% 순으로 여성 독자가 많았다. 남성 구매율은 30대(7.4%), 40대(5.7%), 20대(4.9%) 순이었다. 별 1개를 준 독자들은 여성 중심 시각의 작품들이 선정된 데 불만을 나타냈다. 한 독자는 “지나치게 여성주의에 힘을 실어준 편협한 작가상”이라고 혹평했다. 또 다른 독자는 “(별점) 테러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가린다. ‘좋은 소설=남혐’ 이건 아니다”라는 리뷰를 남겼다. 이런 평가는 김지연 작가의 당선작 ‘사랑하는 일’에서 성소수자인 주인공이 ‘한남’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남자를 뜻하는 한남은 남성을 폄하하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부 독자는 박서련 작가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도 문제 삼았다. “작가가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해보지 않고 게임을 실제와 다르게 묘사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흡사하지만 작품 속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가 아닌 가상의 게임”이라며 “여성 소설가는 게임을 잘 모를 것이라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이나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에 대한 ‘별점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나온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흥행했지만 포털사이트 네티즌 평점에서 남성들에게 ‘0점 테러’를 당했고 출연 배우에게 악성댓글이 쏟아졌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특정 단어만을 이유로 공격하는 행위는 현실을 담아내려는 작가들의 창작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장은정 문학평론가는 “여성 등 소수자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들이 나오면서 한국 문학의 다양성이 넓어진 것”이라며 독자들의 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여성 작가 석권한 ‘젊은작가상’에도 ‘별점테러’

    여성 작가 석권한 ‘젊은작가상’에도 ‘별점테러’

    올해 ‘젊은작가상’은 7명의 여성 작가들에게 돌아갔다. 여성이 겪는 차별이나 지식인의 위선, 성소수자, 장애 등 다양한 주제를 파고 들어간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주요 도서판매 사이트에서 1점을 주는 ‘별점테러’가 시작됐다. 알라딘에서는 15일 기준 1점 비중이 약 24%를 차지한다. “당선작이 여성과 젠더에 치중돼 있다”거나 작품 속 성소수자가 쓴 ‘한남’이라는 단어는 “남성 혐오표현”이라는 반발이 나오면서다. 당선작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에 대해 일각에서 “작가가 ‘리그오브레전드’를 해보지 않고 이 게임의 설정을 따와서 게임을 실제와 다르게 묘사한다”며 조롱했다. 결국 박서련 작가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흡사하지만 작품 속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가 아닌 가상의 게임”이라며 “여성 소설가는 게임을 잘 모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성이나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에 대한 ‘별점 테러’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흥행했지만 ‘별점테러’를 받았고 명대사를 등록하는 곳에는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에 대한 조롱이 섞인 문장들로 도배됐다. 출연 배우에게 악성댓글이 쏟아졌다. 게임 라스트오브어스2는 레즈비언 주인공이 나오자 유명 유튜버가 게임CD를 부수기도 했다. 혐오와 차별을 비판하는 콘텐츠에 혐오 댓글을 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인 서영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일부 20대 남성들이 과거 남성들이 누린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는 박탈감이나 열등감을 느끼고 실제로 작품을 보지도 않고 ‘별점테러’를 한다”면서 “혐오는 사회의 주류가 약자에게 가하는 압력을 가리키기에 ‘한남’은 혐오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이나 소수자를 다룬 작품이 대부분’이라는 생각도 일종의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은정 문학평론가는 “한국에서 제작되는 모든 콘텐츠 중 여성이나 퀴어를 다룬 작품은 아직 소수”라면서 “한국 문학사 전체를 보면 남성 작가들의 수상 비중이 90%를 웃도는 ‘맨 파워’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들이 나오면서 한국 문학의 다양성이 넓어지는 중”이라면서 “소수자를 전면적으로 다루지 않아도 혐오나 차별을 지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문피아, 다음 달 12일부터 웹소설 공모전…총상금 3억 6000만원

    문피아, 다음 달 12일부터 웹소설 공모전…총상금 3억 6000만원

    웹소설 연재 플랫폼 ‘문피아’는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와 함께 다음 달 12일부터 제7회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전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총상금 규모가 3억 6000만 원에 달하고, 이 중 대상 수상자 1명에게는 1억 2000만원을 주는 등 기존 문학상을 압도한다. 이밖에 최우수상 2명에 각 6000만원, 우수상 3명에 각 2000만원, 장려상 10명에 각 300만원, 신인상 10명과 특별상 5명에 각 200만원을 시상한다. 수상 작품 수출을 지원하고 영화·드라마·게임 등 2차 콘텐츠로 제작할 기회도 준다. 기성 작가를 포함해 누구나 장르에 상관없이 응모할 수 있다. 다음 달 12일부터 6월 20일 사이에 문피아 홈페이지(www.munpia.com)에 회당 3000자 이상 작품을 최소 30회 이상 연재하면 작품이 자동 접수된다. 결과는 오는 7월 22일 발표한다. 2015년 웹소설 업계 최초로 시작한 이 대회는 신인 작가들의 새로운 등용문으로 자리를 굳혔다. 독자들이 실시간으로 경쟁작을 읽고 심사에도 참여하는 시스템을 통해 공정성을 높였다. 지난해 6회 대회 때에는 5000여 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02년 커뮤니티 사이트로 문을 연 문피아는 2012년 공식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나만의 향, 품격을 뿌리다

    나만의 향, 품격을 뿌리다

    일반보다 3배 비싼 니치향수개성 강한 MZ세대 성향 맞물려작년 프리미엄 향수시장 5300억조향사 조말론 복귀작 ‘조러브스’ 화제“높은 지위의 선택된 고객들에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향수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었다. 마치 재단한 옷감처럼 꼭 한 사람에게만 어울리기 때문에 그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향수.” 늙고 한물간 조향사 주세페 발디니가 악마적 재능을 지닌 제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를 이용해 이루고자 한 궁극적 목표는 ‘이것’이었다. 강렬하게 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향기. 이를 영원히 소유하려는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그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열린책들)에는 요즘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니치향수’를 암시하는 구절이 나온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향기는 고객에게는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요, 조향사에게는 위대한 도전이다. 결국 그 경지에 오른 니치향수는 더이상 일개 화장품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된다. 니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Nicchia)에서 유래했다. 우리말로는 ‘틈새’ 정도로 번역한다. 성당에서 마리아 상, 수호성인들을 모시는 벽 안쪽 움푹 들어간 곳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만큼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뜻으로 현재는 개성이 강한 프리미엄 향수를 지칭한다. 일반 향수보다 2~3배 이상 비싸지만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향수시장 규모는 2013년 4408억원에서 지난해 5300억원까지 성장했다. 2023년에는 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성장세의 대부분은 니치향수가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니치향수 3대장 가장 대중적인 니치향수는 무엇일까. 사실 특별함을 강조하는 니치향수에 ‘대중적’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그러나 국내에도 니치향수가 보편화되면서 업계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3대장’을 꼽는다. ‘딥티크’, ‘바이레도’, ‘조 말론 런던’이 여기에 들어간다. 딥티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친구 셋이 모여 1961년 만든 브랜드다. 화가인 데스먼드 녹스 리트, 무대 디자이너 이브 쿠에랑, 건축가 크리스티앙 고트로가 모였는데 셋 다 향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라는 게 재밌다. 그들이 1968년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향수 ‘로’(L’EAU)가 선사하는 특유의 예술적 감각은 유럽 상류사회를 열광시켰다. 단순히 향기뿐만 아니라 향수가 탄생하기까지 이야기를 표현한 일러스트가 담긴 향수병으로도 브랜드의 예술성을 더하고 있다. 2006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바이레도는 절제되면서도 실용적인 스톡홀름의 분위기를 물씬 담고 있다. 복잡하지 않은 혼합법, 원료가 가진 고유의 향을 살리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조향사 조 말론은 니치향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어머니의 피부미용 일을 도우면서 자신에게 향기에 관한 재능이 있음을 깨달은 조 말론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내놓는다. 남다른 후각을 가진 그는 오이, 얼그레이 등 그간 잘 쓰이지 않던 독창적인 재료로 자신만의 향기를 완성했다. 1994년 론칭한 조 말론 런던의 시작이다. 영국 상류층을 시작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1998년 미국에 진출, 이듬해인 1999년 글로벌 뷰티기업 에스티로더에 브랜드를 매각한 조 말론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을 이어 갔다. 그러나 2003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그는 2006년 휴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지분을 에스티로더에 넘기며 활동을 중단,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와 완전히 결별한다. 그래서 조 말론 런던에는 조 말론이 없다.그가 부활한 것은 정확히 5년 뒤인 2011년이다. ‘조 러브스’라는 브랜드로 다시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긴 투병 생활 끝에 암을 극복한 조 말론은 ‘5년간 동종업계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에스티로더와의 약속을 지키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가 처음 내놓은 것은 잃어버린 후각을 되찾기 위해 찾은 휴가지에서 영감을 얻은 ‘포멜로’다. 해변의 반짝이는 물결과 하얀 모래사장을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으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젤 형태의 향수를 브러시로 바를 수 있도록 하며 혁신을 일으킨 ‘프래그런스 페인트브러시’도 유명하다. 이렇게 조 말론은 향수사(史)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2개나 남긴 거장이 됐다. 조 러브스의 국내 판권을 따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6일부터 서울 가로수길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나만의 니치향수를 찾아서 애초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와 개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났다. 니치향수의 생명은 희소성이고 다양성이다. 그만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브랜드가 있다. 3대장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브랜드를 몇 가지 소개한다. 우선 1870년 창립한 뒤로 영국 왕실에 향수를 공급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펜할리곤스’가 있다. 5년 이상 왕실에 제품을 납품한 경험이 있는 업체에 주어지는 ‘왕실 조달 허가증’(로열 워런트)을 3개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자, 영화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즐겨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블렌하임 부케’ 등이 대표적이다.이탈리아의 ‘산타마리아 노벨라’는 브랜드 역사가 매우 깊다. 122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정착한 도미니크 수도사들이 약초를 재배하고 이것으로 약국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항상 최고 품질의 원료만을 사용하며, 1600년대 전통적인 향수 제조 방식을 현대에도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매장은 50여곳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18세기 후반부터 7대째 이어지는 조향사 가문 브랜드 ‘크리드’, 2006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했으며 실험정신을 강조하는 ‘르 라보’를 비롯해 ‘아쿠아 디 파르마’(이탈리아), ‘구탈파리’(프랑스), ‘메종마르지엘라’(프랑스) 등이 국내에 잘 알려졌다. 국산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서구 브랜드에 비해 한참 후발주자이지만, 니치향수의 정신이 독창성에 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완벽한 성역은 아니다. 현대백화점 패션 계열사 한섬의 브랜드 ‘타임’은 최근 프리미엄 향수 ‘세뜨’와 ‘두즈’를 내놓으며 향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외에도 ‘향기의미술관’, ‘아프리모’, ‘백지’ 등이 니치향수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국산 브랜드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니치향수는 비교적 고가지만,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꾸준히 올라가면서 가격에 대한 저항은 많이 줄었다”면서 “앞으로도 독창적인 향기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니치향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지식과 정보 그리고 비밀의 기능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지식과 정보 그리고 비밀의 기능

    지식과 정보는 비슷한 대상을 가리키지만 뉘앙스 차이가 있다. 지식은 더 체계화된 정보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정보가 축적돼 보편적으로 활용 가능할 수 있게 만든 것을 뜻한다. 그러나 정보는 소유의 개념, 곧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구분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지식이 보편적이라면 정보는 차별적이다. 이런 면에서 정보의 최상급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비밀이다. 비밀은 보통 소수의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정보를 의미하며 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보기관의 비밀이나 군사기밀이 이에 속한다. 조직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비밀은 그 특성상 잠깐의 권력관계를 만들며, 이는 흔히 가십의 특징으로도 표현된다. 비밀을 가진 자는 비밀을 알고 있음을 내세우며 실은 말하고 싶어 그 이야기를 꺼냈음에도 상대에게 이를 이야기할지 말지 저울질하는 척한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 잘 알듯이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 자체가 그 비밀을 말하겠다는 목적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나는 사실 비밀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그 비밀을 말하고 싶어 못 견디겠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따라서 듣는 이는 말하는 이를 그런 상태로 더 오랫동안 감질나게 만들 수 있음에도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형식적 권력관계를 완성하기 위해 그 비밀에 대한 너의 권력을 인정한다는 순종적인 모습을, 또 다른 비밀을 그에게 대가로 제시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취함으로써 그 비밀을 공유받는다. 이렇게 비밀을 나누는 것은 신뢰를 돈독하게 만드니, 이것이 가십의 긍정적 역할이다. 훔친 사과를 나눠 먹을 때 우정은 더 깊어지는 법이다. 비밀에는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누군가가 어떤 사실을 감추려 할 때 그가 감추려 한 사실 자체보다 감추려 한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감출수록 드러나는 것이 비밀의 아이러니다.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이를 역이용해 범인으로 하여금 가장 중요한 편지를 편지함에 꽂아 두는 방식으로 편지를 숨기게 만들었다. 비밀은 소수의 사람들만 공유한다는 점에서 분명 차별적이지만 이 세상 누구나 자기만의 비밀이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이기도 하다. 비밀의 긍정적 측면은 이런 보편성에서 등장한다. 1960~1970년대 베스트셀러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 수필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그녀는 친구의 집을 방문한다. 친구의 어린 딸이 실수로 컵을 떨어뜨려 깼을 때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컵을 치우고는 딸에게 괜찮은지를 물었다고 한다. 자신이 그 상황이었다면 바로 딸에게 화를 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친구의 부드러움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더 친절한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얼마 후 그 친구는 옆집 고등학생의 칼에 찔려 죽고 그 고등학생도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이 불륜 관계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해석한다. 아마 그 친구가 가진 비밀이 오히려 그를 다른 이의 실수에 관대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비밀의 순기능에 대해 말해 준다. 누구나 남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 추궁당하고 싶지 않은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인생의 다면성을 깨닫고 타인을 쉽게 판단하지 않으며 이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타인을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대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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