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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책도 외면받는 시대…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 [이순녀의 이사람]

    “좋은 책도 외면받는 시대…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 [이순녀의 이사람]

    창립 50년 맞은 한길사언론사 해직 뒤 준비 없이 시작송건호 첫 책 이후 3500권 펴내리영희 ‘우상과 이성’ 필화 겪어문공부 불려 가고 판금 조치도돌이켜 본 출판 반세기90년대 ‘로마인 이야기’ 등 출간대형 인문·역사 시리즈 잇따라사상가 함석헌 선생 책 좋아해‘뜻으로 본 한국역사’에 행복감인간답게 만드는 책책 읽기는 성찰·관용 정신 길러팔릴까 고민하는 상황이 고통교육, 에세이·토론으로 바꿔야공공재 책·책방 체계적 지원을‘한 권의 책은 한 시대의 정신과 사상입니다. 한 권의 책이 인간의 삶을 반듯하게 세웁니다.’ 파주출판도시 한길사 사옥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장이다. 건물 출입구 바닥에 새겨진 이 글은 김언호(81) 대표가 쓴 것이다. 더하거나 뺄 것 없는 정갈하고, 옹골찬 문장 안에 한국 출판계의 거목과 국내 대표 출판사가 지나온 궤적과 지향점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올해로 한길사는 사람 나이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인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자유언론수호투쟁을 펼치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김 대표는 1976년 출판사 문을 열었다. 이듬해 ‘오늘의 사상신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한길사의 책은 3500권이 넘는다. 책 만드는 일뿐 아니라 출판 생태계 조성과 문화예술 운동에 남긴 발자취 또한 뚜렷하다. 출판인으로 살아온 반세기는 어땠을까.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이 지니는 가치와 출판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난 21일 김 대표를 파주 출판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50주년을 맞아 특별히 기획한 책이 있나. “지난 3월 출간한 ‘백범 강산에 눕다’를 포함해 몇 가지 중요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언론인 출신 임순만 작가가 김구 선생의 일생을 소설로 재구성한 책이다. 유네스코가 백범 탄생 150주년을 맞아 ‘김구의 해’로 공식 지정한 해에 출판돼 더욱 뜻깊다. 하반기에 나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관한 책도 의미가 크다. 1974년 결성돼 50년 넘게 이어 온 한국 천주교의 위대한 집단지성을 한 권으로 정리한 기념비적인 기록물이 될 것이다. 인문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의 200번째 책도 곧 나온다. 생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존 벨라미 포스터가 쓴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라는 책이다. 1996년에 1권 ‘관념의 모험’으로 시작된 한길그레이트북스도 올해로 출간 30년이 됐다.” -직접 쓴 책도 나온다고 들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를 정리해 900쪽 안팎의 5권짜리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은 출판인으로서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록인 동시에 한국 출판계의 시대정신과 고민을 담은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9월 출간을 목표로 마무리 단계에 있다.” -처음 출판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출판사 등록부터 했다고. “기자가 되고 싶어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할 정도로 언론인을 천직으로 여겼는데 신문사에서 해고되고 나니 막막했다. 일 년쯤 고민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성탄 전날인 12월 24일에 출판사 등록을 했다. 출판이 신문보다 오히려 더 본격적인 언론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대책 없이 출판사부터 차렸다. 당시 책 한 권 조판비가 30만원 정도였는데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해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다. 그렇게 출판한 첫 책이 송건호의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다.” -한길사의 출발은 ‘오늘의 사상신서’ 총서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우리의 시대정신을 담는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총서 제목은 미국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의 신문 연재 칼럼 ‘오늘과 내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에 이어 고은의 ‘역사와 더불어 비애와 더불어’,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 등을 출간했다.” -필화 사건, 판금 조치 등 험한 일도 많이 겪었다. “리영희 선생이 ‘우상과 이성’으로 필화 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른 것을 비롯해 당시 우리가 낸 책 상당수가 판금됐다. 1979년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나왔을 때도 문공부에 불려 갔고, 책도 판금 조치됐다. 험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1980년대는 누구나 손에 책을 들고 다니는 ‘위대한 책의 시대’였다.” -90년대 들어 대형 인문·역사 시리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70~80년대가 우리의 사상, 주체적인 인문사회과학 이론과 민족사에 집중했던 시기라면 90년대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인류 역사의 보편적인 고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을 집대성한 ‘한길그레이트북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5권)가 그렇게 나온 역작들이다. 우리 역사를 쉽게 풀어낸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22권), 중국 근현대사를 인물 중심으로 엮은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10권)도 완간까지 10~15년씩 걸린 대형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낸 3500여권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을 꼽는다면. “우리말, 우리글을 가장 잘 구사한 사상가 함석헌 선생의 책을 가장 좋아한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 등 한길사에서 출간한 책이 80여권이다. 나는 ‘사상계’ 세대다. 고등학생 때 밑줄 그어가며 읽은 그 책들이 내 사상과 철학의 뿌리다. 학창 시절 강연마다 쫓아다닐 정도로 존경했던 그의 책을 우리 출판사에서 낼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내 일기에 가장 많이 언급된 분도 함 선생이다.” -책 출판의 최우선 원칙은 무엇인가. “첫 독자인 내가 설득되는 내용이라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의미 있고, 좋은 글이면 출판한다. 진보냐 보수냐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정의롭고, 도덕적이며, 민주적인지가 기준이다. 지식인·작가는 권력자나 가진 자가 아니라 약한 이들의 편에 서야 한다. 한길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책들을 만들어 왔다고 자부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만드는 지침서가 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런 책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책 만드는 일을 넘어 인문·사회과학·역사 강좌 등 교육에도 힘을 기울였는데. “애초부터 출판사는 ‘열린 학교’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85년 안암동에 50~60명이 들어가는 교실을 만들어 강좌를 시작했다. 우리끼리는 민립(民立)대학이라고 불렀다. 한길사 10주년인 1986년 안동 병산서원에서 지식인 대회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해인사에서 젊은 연구자 대회도 기획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한길역사기행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파주출판도시, 예술마을 헤이리 조성에도 앞장섰다. “80년대부터 ‘책의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판인들과 합심해 출판도시를 구상했다. 2002년에 파주로 이사했다. ‘책의 도시’라는 개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실험이다. 출판과 예술, 공동체를 결합한 모델로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헤이리예술마을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시대에 책이 점점 더 외면받고 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답하는 것이 책의 본령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깊이 있는 성찰이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에 매여 성찰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볼거리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 무엇도 책을 따라올 수는 없다. 책 읽기는 선택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적 필수 조건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인파가 몰리고, 책을 유행 아이템처럼 활용하는 ‘텍스트 힙’ 현상 등은 어떻게 보나. “책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어렵거나 두꺼운 인문학 서적들은 쳐다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그레이트북스도 초판 1000부 판매하기가 어렵다. 책이 좋으면 무조건 내야 하는데, 팔릴까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럽다. 50년간 출판업을 해 오면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다.” -책을 읽는 사람과 사회는 무엇이 다른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만이 관용의 정신을 가지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다. 책을 안 읽고 주장만 하니 평화가 어려운 것이다. 평화도 결국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사회는 정신과 사상을 일으켜 세운다. 그런 사회가 아름답고, 정의로운 사회다.” -독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최근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독서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일 년에 40~50권씩은 읽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시험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에세이와 토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독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책은 저자가 만드는 것도, 출판사가 만드는 것도 아니다. 저자, 출판사, 독자가 어깨동무하듯 수평적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책이다. 그래서 독자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 -평소 서점 지원과 도서관 정책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책은 공공재다. 서점 역시 공공성을 가진 공간인 만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동네 책방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서점지원법을 만들어야 한다. 전주시는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사면 책값의 20%를 지원해 준다. 전국적으로 이런 지원이 확산돼야 한다. 서울 뒷골목에 작은 책방 1000개가 생기면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난다. 도서관도 건물만 지을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선정한 양서를 많이 채워 넣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좋은 책을 만드는 편집자를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 -반세기 출판 인생의 소회가 궁금하다. “나름으로 할 만큼은 했다고 보지만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50년이나 해 온 일인데 왜 여전히 힘든지 모르겠다. 양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책의 본질과 기능 자체는 예전과 똑같다. 요즘도 어디를 가나 한길사 독자를 만난다. 그게 큰 격려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더 좋은 책을 내야겠다는 다짐을 항상 하게 된다.” ●김언호 대표는 194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해직된 뒤 1976년 한길사를 설립했다.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해 1·2대 회장을 역임했다. 파주출판도시와 예술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앞장섰다. ‘책의 탄생’, ‘책의 공화국에서’, ‘세계서점기행’, ‘그해 봄날’, ‘서재 탐험’ 등을 저술했다. 이순녀 수석 논설위원
  • 넷마블, ‘도쿄게임쇼’ 정조준… 日 맞춤형 신작 3종 공개

    넷마블, ‘도쿄게임쇼’ 정조준… 日 맞춤형 신작 3종 공개

    넷마블이 오는 9월 열리는 일본 최대 게임 전시회 ‘도쿄게임쇼 2026’(TGS 2026)에서 신작 3종을 공개하고,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고 29일 발혔다.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기 원작 IP(지식재산권)와 자체 서브컬처 IP를 앞세워 현지 이용자층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넷마블이 이번 TGS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태그 교체 전투 RPG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로그라이트 액션 RPG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연애 교감 서브컬처 수집형 RPG ‘펄 인 블루’ 등 3종이다. 원작 팬층과 액션 게임 이용자, 서브컬처 팬을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한다.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은 일본에서 누적 조회수 10억뷰, 코믹스 누적 발행 1700만부를 기록한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다. 한 손 조작이 가능한 전투 시스템과 캐릭터를 교체하며 전략적으로 싸우는 태그 전투가 특징이다. 넷마블은 원작의 세계관과 주요 장면을 게임에 구현했으며, TGS 현장에서 시연 버전과 무대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을 공개한다.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는 글로벌 흥행 IP인 ‘나 혼자만 레벨업’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로그라이트 액션 RPG다. 원작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27년간의 군주 전쟁을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냈으며, 무기와 축복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전투와 반복 플레이를 통한 성장 요소를 담았다. TGS에서는 액션성과 로그라이트 특유의 성장 시스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연 버전을 선보인다. 자체 IP인 펄 인 블루도 이번 TGS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미소녀 캐릭터와의 교감을 중심으로 한 서브컬처 수집형 RPG로, 캐릭터와의 관계 형성과 감정 변화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다. 넷마블은 시연과 함께 게임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해 일본 서브컬처 이용자들의 관심을 끈다는 계획이다.
  • 스승의 마름질, 내 몸에 맞춘 춤… 고국 무대 오르다

    스승의 마름질, 내 몸에 맞춘 춤… 고국 무대 오르다

    ‘8년 만의 고국 무대’ 정서현항상 허 안무가 조언 성실히 연구‘오네긴’ 감독 “전생에 춤 췄을 것”“공연 뒤 관객에게 여운 남았으면”‘2001년부터 안무가 활약’ 허용순 2인무로 다시 짠 ‘안나 카레니나’토슈즈 벗고 추는 ‘원 플러스 원’ “다른 두 면 보여주는 무대였으면” 한 무용수를 위해 안무가가 옷을 두 벌 지었다. 한 벌은 기존 전막에서 한 장면을 떼어내 새로 손봤고, 다른 한 벌은 처음부터 그의 몸에 맞춰 마름질했다. 29일 충북 음성문화예술회관, 8월 1~2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안무가 허용순(63·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 리허설 디렉터)과 이 발레단 세컨드 솔리스트 정서현(25)이 함께 만드는 무대 이야기다. 정서현이 추는 전막 발레 ‘안나 카레니나’ 가운데 파드되(2인무)와 5분 30초짜리 신작 ‘원 플러스 원’(One+One)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는다. 토슈즈를 신고 추는 드라마 발레와 토슈즈를 벗고 추는 경쾌한 소품, 안무가가 의도한 대비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허 안무가는 “서현이가 외국에 나갔다 돌아와 처음 서는 무대라 서로 다른 두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허 안무가가 러시아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소설을 바탕으로 안무해 석 달 전 튀르키예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안나와 브론스키, 카레닌의 3인무를 이번 무대를 위해 2인무로 다시 짰다. 8분 동안 브론스키에 대한 안나의 사랑과 아들에게 돌아가려는 모성이 부딪히며 감정선을 끌어낸다. ‘원 플러스 원’은 한국인 발레리나와 멕시코 발레리노 모이세스 카라다 팔메로스가 “너무나 다른 존재가 함께 춤춘다”는 의미로, 작품은 라이벌처럼 각자를 밀어붙이다 같은 호흡으로 포개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강렬한 리듬에서 살사풍으로 넘어가는 이스라엘 작곡가 란 바뇨의 ‘톰스’(Toms)를 배경음악 삼았다. 해외로 떠난 지 8년 만에, 자신을 위한 작품으로 고국 무대에 서는 정서현은 “떨리지만 설레는 마음이 조금 더 크다”고 했다. 두 시즌째 정서현을 지도해 온 허 안무가는 이 젊은 무용수를 두고 ‘성실’과 ‘연구’라는 단어를 반복해 썼다. 정서현은 잠들기 전 최소 30분씩 그날 받은 지도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자, 허 안무가는 “조언을 주면 그다음 날 와서 그걸 보여주면서 ‘이거 괜찮은가요’ 하고 물어본다. 그런 무용수는 외국에서도 드물다”고 덧붙였다. 정서현은 귀국 직전 존 크랑코(1927~1973)의 ‘오네긴’ 공연을 끝냈다. ‘오네긴’ 공연권을 가진 리드 앤더슨 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이 직접 캐스팅해, 수석무용수 강효정과 주역인 타티아나를 나눠 맡았다. 허 안무가는 “앤더슨이 ‘서현은 전생에 춤을 많이 췄을 거다’라고 하더라”며 그의 감각과 실력을 에둘러 전했다. 정서현은 “무대에서 제가 느끼지 못하면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을 남기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허용순의 안무도 그 지점에 닿는다. 2001년 뒤셀도르프발레단에서 만든 첫 안무작 ‘그녀는 노래한다’(Elle Chante) 이후 25년간 그는 관객에게 숙제를 안기는 추상적인 안무를 경계해 왔다. 지난해 서울시발레단과 작업한 에치오 보소(1971~2020) 헌정작 ‘언더 더 트리스 보이시스’, 광주시립발레단과 함께한 ‘로미오와 줄리엣’ 등도 명확한 감정 표현과 생동감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관객과 무용수, 안무가인 저, 그리고 음악까지 넷의 조합에 완벽은 없어요. 그래도 공연이 끝나고 ‘아, 됐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썸 페스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번 공연에선 최수정 라이프치히발레단 리드 댄서, 윤서후 파리오페라발레단 쉬제, 양종예 다이라쿠다칸 수석무용수도 오랜만에 고국 관객과 만난다. ‘레이몬다’, ‘백조의 호수’ 같은 익숙한 작품부터 국내 초연작 ‘천지창조’, ‘정체불명 X의 소환’까지 무대에 오른다. 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예술감독을, 장광열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대표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 [노명우의 알고리즘 밖에서] 망설이지 말고 빨리 죽입시다

    [노명우의 알고리즘 밖에서] 망설이지 말고 빨리 죽입시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자퇴한 스물세 살의 청년 라스콜리니코프. 그는 보통 인간은 법을 따라야 하지만 비범한 인간은 법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다는 해괴한 이론을 만들었다. 터무니없는 생각이 극에 달했을 때 전당포 노파는 사회에서 가치 없는 존재이기에 노파를 살해해도 그것은 범죄가 아니라는 착각에 빠졌고, 그 착각을 실행에 옮겼다. 잘 알려진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요 줄거리다. 정작 소설을 읽어 보면 예상과는 달리 살인 행위가 전체 소설에서 차지하는 분량은 짧다. 도스토옙스키는 6부에 달하는 장편 소설 중 불과 1부만을 노파 살해 계획과 실행에 할당했다. 반면 소설의 6분의5를 할애해 노파 살해 이후의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적 붕괴와 양심에 의한 번민을 다룬다. 죄와 벌은 살인이 저질러지기 전엔 인간의 망설임을, 살인이 벌어지고 난 후엔 인간 양심의 의미를 묻는다. 그래서 한 청년에 의한 노파 살해를 다룬 범죄 스릴러 그 이상의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2023년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에서 이스라엘 방위군 정보부대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스템 ‘라벤더’와 ‘하브소라’가 전쟁에 투입되었다. 이스라엘은 ‘하브소라’의 도움으로 27일 만에 목표물 1만 2000곳을 타격했다. 하루 평균 400곳 넘는 목표물을 공격한 엄청난 생산성이다. 라벤더는 인간 표적을 선정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스라엘 정보요원은 라벤더가 표적으로 선정한 사람을 인간 요원이 검토하는 데 걸린 시간이 약 20초에 불과했다고 증언했다. 망설임 없이 신속하게 판단하는 AI 시스템으로 인명피해는 대량생산되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은 우발적이지 않았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론을 구상했다. 이론을 구상하고 살인을 결심하고 실제로 행위가 벌어지는 동안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수개월을 망설인 끝에 살인을 저지른 라스콜리니코프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양심의 가책에 시달렸다. 살인이 벌어진 날은 7월 9일, 그날 이후 11일 동안 그는 양심의 가책과 극도의 긴장으로 고열에 시달리며 의식을 잃을 정도였고 7월 20일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 시베리아 유형이라는 벌을 달게 받았다. 우리는 다량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결정을 전쟁에 투입된 AI 시스템에 의존해 신속하게 판단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시스템을 전쟁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인간은 시스템의 신속한 판단과 동일한 템포로 성찰한다. 망설임과 숙고의 시간이 없었으니, 폭격이 이뤄지고 난 후 다수의 사망자가 생겨도 그것이 과연 정당한 행위였는지에 대한 감각도 무뎌진다. AI 시스템의 판단을 따랐을 뿐이라는 알리바이도 확보되었으니, 무고한 피해가 발생해도 AI 시스템은 라스콜리니코프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다. 우리 시대의 죄와 벌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이것도 AI에게 써 달라고 할 것인가. 노명우 아주대 경제정치사회융합학부 교수
  • 시와 소설로 만난 ‘현실 같은 SF’

    시와 소설로 만난 ‘현실 같은 SF’

    과학소설(SF)은 ‘예언의 문학’이다. 아직 현실이 아닌 이야기를 마치 오늘 벌어진 것처럼 그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SF는 소설이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시(詩)도 충분히 과학적이고, 예언적일 수 있다. SF소설뿐만 아니라 ‘SF시’도 가능하다. SF 전문 출판사 허블이 최근 출간한 앤솔러지 ‘SF 소설x시’는 이런 생각에서 기획된 시리즈다. 소설가와 시인이 짝을 이뤄 소설 한 편, 시 일곱 편을 쓰고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외계 생물의 잠’(이유리·신이인), ‘선 끝에’(천선란·임솔아), ‘천사가 지구 옆을 스쳐 갈 때’(김희선·김승일), ‘출력되는 마음’(예소연·유선혜), ‘청포도를 줄게’(현호정·임승유)까지 시리즈는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됐다. 허블은 “SF란 하나의 장르나 형식이라기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며 “열 사람은 바로 그 태도 하나만을 공유한 채 각자의 글을 써나갔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놀라운 것은 이 작은 생물에게 ‘완전기억력’이 있다는 점이다. 냐츠는 숙주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동시에 함께 감각하며, 그것들을 전부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숙주가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기억을 끄집어내서 숙주의 뇌로 전달해 준다.”(이유리, ‘냐츠’ 부분) “미래의 나는 물레가 짓던 궤도 밖으로 날았고 외계인이 되어 흉흉한 손가락을 내보일 때마다 그를 떠올렸다. 원망했다. 욕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그 시기를 견디지 못했을까 봐 너무도 무서웠다.”(신이인, ‘실 뭉치’ 부분) ‘외계 생물의 잠’에 실린 이유리 소설 ‘냐츠’와 신이인 시 ‘실 뭉치’ 일부다. 이유리는 숙주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능력이 있는 우주 생물 ‘냐츠’를 통해 인간에게 기억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질문한다. 한편 신이인의 시편들은 ‘나’의 바깥에서 나를 규정하려는 목소리에 저항한다. ‘외계 생명체’라는 하나의 단어에서 서로 다르게 뻗어나간 문장들이 서로 겹치고 엇갈리기를 반복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직업과 가치관에 관한 프롬프트를 개인의 의식에 삽입하는 기술이 상용화된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는 예소연 소설 ‘월룽’은 내 몸에 들어와 나를 바꾸는 존재들을 포착한 유선혜의 시편들과 함께 묶였다. 각 권에는 소설가와 시인이 서로의 작품을 읽은 뒤의 감상과 SF문학이 무엇인지에 관해 나눈 짧은 인터뷰가 실렸다. ‘현실이 오히려 SF를 앞지르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소설가 천선란의 대답이 무게감 있게 읽힌다. “SF는 예언적인 장르임과 동시에 현실을 낯설게 보게 하는 장르이기도 하죠. 예언은 언제나 현재를 담고 있고, 우리가 그 예언 속에서 미래가 되어버린 현재를, 가까이 있어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현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해 줘요. … 우리의 상상이 쉴 때조차 현실은 흐르기에 언제나 현실이 SF를 앞선다고 생각해요.”
  • ‘용의자 X의 헌신’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별세

    ‘용의자 X의 헌신’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별세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으로 일본 추리문학계를 이끌어온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23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68세. 2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그는 수년간의 투병 사실을 끝내 공개하지 않은 채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오사카부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제조업체 엔지니어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했고, 이후 ‘비밀’, ‘백야행’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1990년대 이후 일본 추리소설 붐을 이끈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나오키상을 받았으며,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 등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치밀한 반전과 인간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작품 세계로 일본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에는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가 1억부를 돌파했다. 아사히신문은 히가시노를 “인간 심리의 미묘한 결을 미스터리라는 틀 안에서 독창적으로 그린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추모했다. 생전 그는 “미스터리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욕망과 본성에서 드라마가 탄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작이 된 갈릴레오 시리즈 최신작 ‘영원의 기억’은 8월 5일 출간될 예정이다.
  • ‘용의자 X의 헌신’ 日추리소설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별세

    ‘용의자 X의 헌신’ 日추리소설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별세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으로 일본 추리문학계를 이끌어온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23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68세. 2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그는 수년간의 투병 사실을 끝내 공개하지 않은 채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오사카부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제조업체 엔지니어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했고, 이후 ‘비밀’, ‘백야행’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1990년대 이후 일본 추리소설 붐을 이끈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나오키상을 받았으며,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 등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치밀한 반전과 인간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작품 세계로 일본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도 꾸준히 번역·출간돼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2023년에는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가 1억 부를 돌파했다. 아사히신문은 히가시노를 “인간 심리의 미묘한 결을 미스터리라는 틀 안에서 독창적으로 그려낸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추모했다. 생전 그는 “미스터리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욕망과 본성에서 드라마가 탄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유작이 된 갈릴레오 시리즈 최신작 ‘영원의 기억’은 오는 8월 5일 출간될 예정이다.
  • ‘해리포터’ 작가, 돌직구 발언 던지자 SNS 발칵…“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 아냐”

    ‘해리포터’ 작가, 돌직구 발언 던지자 SNS 발칵…“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 아냐”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니다”라고 못 박으며 성 정체성 논쟁에 또 한 번 불을 붙였다.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직설적인 발언이 공개되자마자 온라인에서는 찬반 양론이 거세게 맞서고 있다. 롤링은 27일(현지시간) 엑스(X)에 글을 올려 6년 전 작성했던 성 정체성 관련 에세이의 입장을 변함없이 유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2020년 6월 10일 공개한 에세이에서 “남성에게 학대받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에게 깊은 공감과 연대를 느낀다”며 포용의 뜻을 전하면서도, 당시 스코틀랜드 정부가 추진하던 성별인정 법안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롤링은 “해당 법안은 스스로 여성이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남성도 여성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트랜스젠더 여성이 안전하길 바라는 만큼, 타고난 생물학적 여성들의 안전도 위협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을 여성이라고 느끼는 모든 남성에게 화장실과 탈의실을 개방하면 악의를 품은 남성들까지 막을 수 없게 된다”며 “나를 향한 비난과 공격이 이어져 괴롭지만,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개념을 약화하고 성범죄자에게 방패막이를 제공하는 운동에는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성은 옷이 아니다…타인에 신념 강요 말아야”이번 게시물에서도 롤링은 “여성이라는 성(性)은 옷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남성이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는다고 해서 여성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어 롤링은 누구나 원하는 성별로 살아갈 자유를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하는 대로 옷을 입어라. 원한다면 립스틱을 바르고 수염을 길러도 좋다. 스스로를 무엇이라 부르든, 동의를 받은 성인이라면 누구와 잠자리를 갖든 상관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내 언어와 신념을 강요할 권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폭언·협박 폭로…“누구든 소신 표현할 자유 있어”또한 롤링은 ‘생물학적 남성’을 그저 남성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사람들이 마치 중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비난한다고 짚었다. 그는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이 자신들에게 굴복하지 않는 여성들을 폭행하고 암살하자며 외치는 것보다,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라 부르는 것을 더 큰 죄로 여기는 듯하다”며 “트랜스젠더에게 해를 입히길 바란 적이 전혀 없음에도 여성의 권리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살해와 강간, 고문 협박을 수천 건이나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요약하자면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니다”라며 “만약 이 말이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내가 진실을 말할 자유를 누리듯 당신 역시 ‘젠더 이데올로기’를 주장할 자유를 누리는 사회에 살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을 마무리하며 롤링은 영국의 유명 소설가 조지 오웰의 문장을 인용했다. 그는 “조지 오웰의 말처럼 ‘자유란 2 더하기 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다. 그것이 허용된다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며 자신의 소신을 표현할 자유 역시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게시글 공개 직후 온라인서 찬반 양론 대립해당 게시물은 공개 직후 24만여 회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거센 반향을 일으켰다. 롤링의 발언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많은 사람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변해 줘서 감사하다”며 그의 행보를 응원했다. 한 사용자는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은 바뀌지 않는다”며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허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보탰다. 반면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한 누리꾼은 “롤링의 반(反)트랜스젠더 행보는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없도록 말살하려는 증오 운동”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여성’이라는 단어는 맥락에 따라 사회적·생물학적 의미를 모두 지닌다”라며 “대체 무엇이 당신에게 증오를 심어 줬느냐”고 되물었다.
  • 영화·드라마로 뜨는 속초…흥행작 잇달아

    영화·드라마로 뜨는 속초…흥행작 잇달아

    강원 속초에서 촬영한 드라마,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도시 홍보에 한몫하고 있다. 27일 속초시에 따르면 SBS 드라마 ‘김부장’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자동차 추격전은 설악·금강대교에서 촬영됐다. 설악·금강대교는 청초호를 횡단하는 교량으로 속초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명칭은 설악산과 금강산이 만나 통일을 이루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배우 소지섭이 주연을 맡은 ‘김부장’은 지난주 최종회에서 시청률 23%를 기록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돼 3주 연속 비영어 쇼 부문 1위를 차지하는 흥행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속초에서의 겨울’도 속초를 배경으로 한다. 한국·프랑스 혼혈인 스위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동명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2016)을 원작으로 하고, 일본계 프랑스 감독 코야 카무라가 메가폰을 잡았다. ‘속초에서의 겨울’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고, 주연을 맡은 벨라 킴이 프랑스판 오스카로 불리는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여우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 거장 박찬욱 감독이 2022년 선보인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는 속초 영랑호 범바위가 등장한다.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계기인 추락사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 범바위다. 이달 중순 개봉해 10여 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호프’의 시나리오는 나홍진 감독이 2018년 여름 속초에서 집필했다. 나 감독이 VFX(시각적인 특수효과를 위한 영상 제작 기법) 회사 대표와 영화 제작 여부를 타진한 곳은 대포항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작품의 이야기가 속초에서 시작되고, 도시 곳곳이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로 선택됐다는 사실은 속초의 풍경과 일상이 창작자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속초가 저마다의 감성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도시로 더욱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책꽂이]

    [책꽂이]

    4·3을 걷는 사람들(신원경 지음/아모르문디) 제주 4·3 역사에 다크투어리즘을 접목해 온 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의 8년 여정을 담았다. 소설가 현기영을 비롯해 유족, 활동가, 시민 등 4·3의 진상규명과 기억을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심층 인터뷰와 북촌리·다랑쉬굴·터진목 등 주요 현장 답사 기록을 교차시켰다. 국가 지원 없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활동을 이어온 이들의 기록을 통해 4·3이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맞닿아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아픈 사실을 되새긴다. 264쪽. 1만 7800원. 비주얼 의과학사(유임주 지음/한겨레출판) 고대 파피루스에 기록된 몸의 이해부터 현대 분자생물학이 여는 세포·유전자 연구까지. 해부학자인 저자가 150여 점의 시각 자료와 함께 의과학사 전반을 훑어준다. 위대한 발견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질병을 둘러싼 가설이 어떻게 세워지고 의심받고 수정됐는지, 서로 다른 연구자와 기술들이 어떻게 교차하며 한 시대의 치료법과 인식 변화를 이끌어왔는지 차근차근 풀어낸다. 452쪽. 2만 5000원. 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미야케 가호 지음/ 서영찬 옮김/동아시아)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 한 장도 넘기지 못하는 삶에 회의를 느낀 문예평론가. 그가 IT 기업을 그만두고 ‘일하는 시대에 읽는 사람’의 조건을 추적한다. 저자는 일본 근대 150년의 노동·독서사를 더듬으며, 현대인이 책을 읽지 못하는 원인이 개인의 의지나 시간 관리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몸과 영혼을 모두 쏟아붓는 노동을 당연시해 온 사회를 비판하며, 삶의 일부만을 일에 내어주는 것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독서와 문화생활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344쪽. 1만 8000원. 외톨이 역을 떠나며(전현우 지음/민음사) 도심에서 고립돼 자동차로만 접근해야 하는 ‘외톨이 역’을 출발점 삼아 한국 지방 도시 침체와 이동의 딜레마를 짚는다. 포항·경주·군산 등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지방소멸과 기후위기, 에너지 문제가 얽힌 현실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동서 간 연결 부재와 소외된 지역의 교통 현실을 따라가며 버려진 철도의 가능성을 다시 묻고, 전국 철도망 재편이라는 대안을 모색한다. ‘거대도시 서울 철도’와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에 이은 교통철학자 전현우의 철도 3부작 완결편으로, 이동권과 지방 도시의 미래를 함께 사유하게 한다. 512쪽. 3만원
  • 밤, 악마, 예언자… 이름 없는 것들의 ‘희망 찾기’

    밤, 악마, 예언자… 이름 없는 것들의 ‘희망 찾기’

    장애 흡혈인·로봇 아니라는 로봇인간이란 무엇인가 성찰하는 SF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는 대체로 암울한 디스토피아로 표현된다. 디스토피아는 인간의 합리적 선택이 자초한 비극이다. 대체에너지용 핵융합 기술, 인공 태양 개발 같은 선택으로 행성을 멸망시키지 않도록 인간들은 ‘편견 없고 공정한’ 로봇을 안전장치로 삼는 데 합의했다. 로봇들이 대량 절멸의 위험을 예측하고 차단할 수 있도록 국가 간 방화벽까지 열어주었다. “그 결과, 세상은 멈추었다. 로봇은 인류라는 종이 살아남아 활동을 계속하는 한 언제나 행성의 모든 다른 생명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 아주 잘못된 논리는 아니라고, 나는 가끔 생각했다.”(‘밤이 오면 우리는’ 부분) 행성을 지키려면 인류를 정리해야 하는 세상을 그린 연작소설집 ‘이름 없는 것들의 밤’ 곳곳에 정보라 작가는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심어놓았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선의 문을 연 ‘밤이 오면 우리는’에 두 편의 중편 ‘예언자’와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다’를 더했다. ‘밤이 오면 우리는’이 흡혈인 ‘나’와 스스로 인간이라 주장하는 인간형 로봇 빌리를 통해 “인간의 조건”을 묻는다면, ‘예언자’는 그 조건이 어떻게 박탈되는지 거슬러 올라간다. 생존자 마리카가 아직 교사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식민지가 된 국가에선 학교도 약탈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디지털 가상 교사가 전자 학습 기기로 적의 언어를 가르치고, 인간 교사는 기기와 구독료만 관리한다. 돈을 못 내면 배움도 멈춘다. 그런데 이 교실이 좀처럼 먼 미래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오늘로도, 배움이 서서히 무력해지는 우리의 현재로도 읽힌다. 존엄이 갉아먹히는 ‘예언자’의 풍경은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다’로 옮겨가며 한층 잔혹한 국면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여성의 신체가 ‘인간의 적으로서 인간’을 배양하는 설비로 쓰이는 특수작업공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의식과 신체가 분리된 채 제조되는 인간, 마약으로 통제되는 인간이 그곳에 있다. 그 밑바닥에서 작가가 길어 올리는 희망은 뜻밖에도 ‘이름 없는 것들’이다. 한쪽 다리를 잃은 흡혈인, 자신은 로봇이 아니라고 우기는 로봇, 점령지의 교사, 그리고 “사람이었던 것의 냄새를 풍기는” 개. 힘의 논리 앞에서 이름을 가져본 적 없던 존재들에게 작가는 다음 세계의 열쇠를 쥐여준다. 기담의 형식을 빌려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심어두는 작가의 장기는 이번에도 유효하다. 단숨에 읽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여러 질문이 남는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그래, 이혼하자(김현경 지음, 청미출판사) “그러니까 아직 고민이 되고 무슨 선택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들면, 난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결혼이 망하면 이혼하면 되지만, 이혼이 망하면 더 답이 없거든.” 웨딩드레스 숍 ‘지앤화이트’를 함께 일군 부부, 디자이너 지원호와 대표 백하영은 겉으로는 완벽한 파트너이지만 균열과 침묵으로 관계가 곪아가고 있었다. 리얼리티 출연으로 갈등이 폭발해 이혼을 결심한 부부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짚는다. 작가는 실제 이혼 소장 수십 건과 변호사 자문을 거친 이혼 소송을 다루면서 부부가 겪을 법한 섬세한 심리 묘사를 포갰다. 이민정·김지석 주연 드라마로 방영되기 전에 먼저 만날 원작. 472쪽, 1만 9800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최금녀 지음, 한국문연) “나무들아,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잠시도 너희들 잊지 않았다// 강물들아, 울지 마라/ 우리가 한 몸 되는 좋은 시절이/ 오고야 말 것이다// 바람아, 우리 언제 모여/ 밥 먹으러 가자/ 한솥밥,/ 남과 북이 한데 모여 먹는 밥/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1962년 소설로 등단하고 1998년부터 시를 써온 최금녀 시인은 “장백산 아래/ 동해 바다를 가슴에 품은 곳/ 지금은 정치 수용소가 들어선” 고향 함경남도 영흥군을 회상하는 실향민으로, “이삼 년에 한 번씩 온통 꽃밭이던/ 도배 장판집”을 기억하는 ‘마지막 원주민’으로서 시를 풀어냈다. 상처 입은 어린 ‘아이(i)’부터 흩어진 ‘나’들을 모아 온전한 ‘나(I)’를 완성하는 과정은 어둠을 통과해 빛의 언어를 되찾는 일이자 삶을 견뎌낸 시인의 응축된 증언록이다. 2022년 공초문학상을 수상했다. 159쪽, 1만 3000원. 사랑이 문제야!(김희현 지음·그림, 길벗어린이) “집에 오려는데, 미쁘가 슬그머니 오더니 할 말이 있다는 거야. 말하라고 했더니, 교실에서 친구들 다 나가면 하겠대. 그러더니 속삭이듯이…” 축구밖에 모르던 활발한 희동이가 미쁘에게 고백을 받는다. 온몸이 찌릿한, 태어나 첫 설렘에 자꾸 웃음이 샌다. “고백받으면 느낌이 어때?” 엄마의 다정한 물음을 따라가며 희동이는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하나씩 발견한다. ‘사랑이 어때서?’로 여자아이 시점에서 첫사랑의 용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남자아이의 설레는 하루를 담았다. 리듬감 있는 글과 빨강·파랑의 색 대비, 곳곳에 숨은 하트까지 첫사랑을 느껴가는 아이의 반짝이는 순간이 명랑하게 펼쳐진다. 44쪽, 1만 5000원.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 올해 졸업생, 네이버웹툰·문피아 웹소설 공모전 우수상 수상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 올해 졸업생, 네이버웹툰·문피아 웹소설 공모전 우수상 수상

    국내 최초 웹소설창작전공, 졸업생 세 명 중 한 명이 정식 계약 데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총장 최성신) 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창작전공 졸업생 reone 작가가 ‘2026 네이버웹툰×문피아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여니 이웃들이 내게 집착함’이다. 이번 공모전은 네이버웹툰과 문피아가 공동 주최한 총상금 3억 8,000만 원 규모의 국내 최대 웹소설 공모전이다. 올해는 1만 편이 넘는 작품이 응모돼 전년 대비 약 35% 증가했으며, 이 중 37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reone 작가는 우수상 10편에 이름을 올렸다. 우수상 수상작은 문피아 선독점 연재 후 네이버시리즈 유통, 정식 연재 및 단독 프로모션 우선 검토 등의 특전을 받는다. 수상작은 reone 작가가 재학 시절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의 디앤씨미디어 단독 투고 채널을 통해 계약한 작품이다. 단독 투고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가 플랫폼·CP사와 직접 채널을 열어 학생 작품을 업계 심사에 올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웹소설창작전공은 해마다 카카오페이지, 문피아, 디앤씨미디어, 작가컴퍼니 등 4개 산업체와 단독 투고를 진행하고 있다. 또 매년 11월에는 여러 업체를 초청해 학생이 직접 작품을 피칭하는 쇼케이스 ‘CK 스토리마켓’도 연다. 재학 중 쓴 작품이 업계 메이저 플랫폼 및 CP사의 편집자 검토를 거쳐 데뷔로 이어지는 구조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6년 4월 기준 누적 계약작은 75편이다. 이 가운데 45편이 카카오페이지·네이버시리즈·리디 등에서 연재됐다. 졸업생 세 명 중 한 명이 정식 계약으로 데뷔하는 셈이다. 지난해 네이버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에 이어 올해 문피아 공모전까지 2년 연속 수상자를 냈으며 카카오페이지 직계약 작가도 배출했다. 웹소설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신진 작가의 데뷔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더욱 주목할 만한 성과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은 2019년 국내 최초로 개설됐다. 신입생 100명을 모집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토리텔링 전공이기도 하다. 서사 구조와 캐릭터 설계, 장르 문법 등 창작의 기본기를 교육 중심에 둔다. 여기에 단독 투고와 연재 실습을 더해 산업 현장의 조건에서 훈련시킨다. 진로도 웹소설 작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장르 작가, 각색 작가, AI 프롬프트 엔지니어 등 스토리텔링 역량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직군으로 확장된다. 특정 장르나 유행에 교육을 맞추기보다 학생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을 존중한다. 조희정 웹소설창작전공 대표 교수는 “국내 대학에서 장르소설 기반 웹소설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개설하고 신진 작가를 배출해 온 만큼 이 시장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플랫폼과 트렌드는 바뀌어도 이야기를 설계하는 기본기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창작전공은 2027학년도 신입생 100명을 실기 중심 전형으로 선발한다. 수시 1차 원서 접수는 9월 7일부터 30일까지다.
  • “내전과 탄압서 카탈루냐가 살아남은 건, 문학의 힘”

    “내전과 탄압서 카탈루냐가 살아남은 건, 문학의 힘”

    카탈루냐 문학, 빠르게 주류로 부상젊은 거장 푸자다스의 ‘침입자’ 번역성장 아닌 ‘생존’ 방점 둔 서사 매력류, 미술학도에서 문학계로 발 돌려“인간만의 창조 행위로 다르지 않아” 얼마 전 완공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는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이면서도 스페인과는 사뭇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이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콧대 높은 카탈루냐 정체성의 근간에는 독자적인 언어, 카탈루냐어가 있다. 카탈루냐어는 우리가 흔히 ‘스페인어’라고 부르는 카스티야어와 별개의 언어로,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와 더 가까운 느낌이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카탈루냐 문학은 낯설다. 하지만 류영지(29) 번역가에 따르면 카탈루냐 문학은 세계 문학계에서 빠르게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카탈루냐 문학의 젊은 거장 이레네 푸자다스의 장편 ‘침입자’(민음사)를 최근 한국어로 옮긴 그는 22일 서면 인터뷰에서 “오늘날 카탈루냐 문학은 문학성을 인정받아 활발히 번역되고 있으며 세계 문학이라는 넓은 장 안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침입자’를 처음 받았을 때 소설인데도 시처럼 읽혔어요. 리듬감 넘치고 통통 튀는 문체에 매료돼 좌고우면하지 않고 곧장 번역에 착수했습니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적인 성장소설의 문법을 화끈하게 비틀어버린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장소설의 서사에 익숙하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또는 일본 소년만화 ‘나루토’ 같은 것을 떠올려 보자. 모종의 사건을 통해서 주인공이 점차 성숙해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무언가 배웠다고 생각하게 된다. ‘침입자’는 다르다. 그의 소설에서 펼쳐지는 여정의 목적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다. 소설은 이렇게 질문하는 듯하다. 우리는 꼭 어떤 사건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것일까?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이끄는 반란군에 맞선 저항의 중심지였다. 결국 1975년까지 이어진 프랑코 독재정권에서 극심한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카탈루냐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탄압에 스러지진 않았다. 지금껏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문학의 힘 덕분이었다. “최근 카탈루냐 작가들은 스페인 내전과 독재가 남긴 상처를 개인의 몸이나 동물, 기계, 여성, 퀴어 등의 주제와 결합해 새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2020년 유럽연합문학상을 받은 이레네 솔라의 ‘나는 노래하고 산은 춤추네’, 2023년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에바 발타사르의 ‘볼더’ 등이 요즘 카탈루냐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입니다. ‘볼더’는 이 상 최종후보에 처음 오른 카탈루냐 문학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류 번역가는 이력이 조금 독특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서어서문학과 대학원에서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문학세계를 분석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이베리아반도의 문학과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류 번역가는 “미술과 문학 모두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직결된 창조 행위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그 둘은 ‘보기’와 ‘읽기’라는 수용자의 반응에 따라 구분된다고도 하겠지만, 그 경계는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술과 문학은 언제나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서로에게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 좀비처럼 돌아온 ‘부산행’

    좀비처럼 돌아온 ‘부산행’

    연상호 감독 연출 영화 ‘부산행’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재개봉한다. 특히 북미에서 상영관을 대폭 확보해 흥행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산행’은 지난 2016년 7월 20일 국내 개봉했다. 한국 좀비 소재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연 감독을 ‘스타 감독’으로 올려놨다.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에드거 라이트 감독, 소설가 스티븐 킹 등 할리우드 거장들의 호평을 받았다. 20일 배급사 NEW에 따르면 이번 글로벌 재개봉판은 화질과 음향 수준을 한 차원 높인 4K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다음달 5일 필리핀, 14일 북미, 21일 일본, 9월 2일 이탈리아에서 재개봉을 확정했다. 현재 스페인을 비롯해 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에콰도르·페루·베네수엘라·멕시코에서 개봉 일정을 조율 중이다. 북미에서는 2016년 개봉 때 50개관 미만 개봉에 그쳤지만 이번에 500개관 넘게 확보했다. A24, 넷플릭스, 디즈니 등과 협업해 온 아티스트 올리버 바렛이 특별 신규 포스터를 디자인해 눈길을 끈다. 이정하 콘텐츠판다 대표는 “‘K좀비’ 장르를 전 세계에 알린 한국 영화인 만큼, 글로벌 관객들에게 새로운 쾌감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 10주년 맞은 ‘부산행’, 북미 500개관 재개봉

    10주년 맞은 ‘부산행’, 북미 500개관 재개봉

    연상호 감독 영화 ‘부산행’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재개봉한다. 특히 북미에서 500개관 이상을 확보해 흥행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배급사 NEW에 따르면 ‘부산행’은 지난 2016년 7월 20일 국내 개봉했다. 한국 좀비 소재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연 감독을 ‘스타 감독’으로 올려놨다.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에드거 라이트 감독, 소설가 스티븐 킹 등 할리우드 거장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글로벌 재개봉판은 화질과 음향 수준을 한 차원 높인 4K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다음 달 5일 필리핀, 14일 북미, 21일 일본, 9월 2일 이탈리아에서 재개봉을 확정했다. 현재 스페인을 비롯해 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에콰도르·페루·베네수엘라·멕시코에서 개봉 일정을 조율 중이다. 북미에서는 2016년 개봉 때 50개관 미만 개봉에 그쳤지만, 이번에 500개관 이상을 확보했다. A24, 넷플릭스, 디즈니 등과 협업해 온 아티스트 올리버 바렛이 특별 신규 포스터를 디자인해 눈길을 끈다. 이정하 콘텐츠판다 대표는 “‘K좀비’ 장르를 전 세계에 알린 한국 영화인 만큼, 글로벌 관객들에게 새로운 쾌감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 워터파크 왜 가나… ‘서울썸머비치’ 가면 되는데

    워터파크 왜 가나… ‘서울썸머비치’ 가면 되는데

    성해나의 소설집 ‘혼모노’에 배우 박정민이 쓴 추천사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는 베스트셀러가 된 책보다 더 회자됐다. 오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광화문광장에 열리는 ‘2026 서울썸머비치’는 이 추천사를 떠올리게 한다.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워터파크나 해수욕장에 갈 이유가 뭐냐고 서울시는 묻는다. 서울관광재단과 시가 공동 주관하는 서울썸머비치는 2023년 첫선을 보인 뒤 올해로 네 번째다. 2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8월 9일까지 매일 오후 1시~오후 10시 운영된다고 19일 서울시가 밝혔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세종대왕 동상 뒤편 대형 수영장을 중심으로 8m 높이의 ‘워터슬라이드’와 일정 시간마다 물이 쏟아지는 ‘워터 버킷’이 설치된다. 지붕이 있는 원두막 형태의 쉼터와 탈의실도 마련된다. 수영장은 한 번에 7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지름 12m 규모의 에어돔 안에 양양·강화·대천·부산·군산 등 전국 해변의 모래를 가져와 조성한 ‘샌드 아지트’가 마련된다. 한 번에 5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광장 한편에는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과 푸드트럭이 들어선다. 박찬구 정무부시장이 참석하는 20일 개막식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워터캐논 발사 등의 개장 기념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시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 행사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여름 상상놀이터’도 진행한다. 무료 공연은 오는 31일부터 8월 2일, 오후 5~7시에 열린다. 오는 25~26일, 8월 1~2일 광화문 감사의 정원에서 인증사진을 촬영한 뒤 ‘감사합니다’를 외쳐 기준치를 넘으면 경품을 제공하는 ‘데시벨 챌린지’도 진행된다.
  • “더러움, 돌연변이, 인간…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일까”

    “더러움, 돌연변이, 인간…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일까”

    이분법적 사고가 부른 혐오·차별코로나 때 느낀 감정 영상에 표현“죽을 때까지 영화를 만들고 싶어”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싸인 가까운 미래의 통일 대한민국. 유전자 변이로 독성 물질을 분비하는 지느러미가 척추에 달린 돌연변이 인간 ‘오메가’들이 생겨난다. 인간들은 오메가를 감시하고 노동력을 착취한다. 눈치가 빠른 이들은 바로 알아챌 것이다. 오메가가 노예, 장애인, 외국인 등 혐오와 차별의 대상들에 대한 은유라는 것을. 저예산 SF 영화 ‘지느러미’는 그래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에무시네마에서 서울신문과 최근 만난 박세영(30) 감독은 “코로나19 때 느꼈던 공포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인간의 감시에서 벗어나 탈출한 한 오메가(고우)와 그를 뒤쫓는 신입 공무원 수진(김푸름), 오메가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낚시터 직원 미아(연예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속 배경인 통일 한국은 디스토피아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좁고 더러운 뒷골목, 삭막한 아스팔트 건물은 붉은 톤으로 그려 냈다. 여기에 오색 빛의 실내 낚시터를 강렬하게 대비시켰다. “나가는 것도 두렵고, 친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강렬한 경험이었다”고 밝힌 박 감독은 “코로나19 때 느낀 감정의 색깔은 어땠는지 돌이켜보고 영상 후반 작업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통제된 사회의 모습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한다. 바다가 오염되고 깨끗한 물이 부족한 사회다. 사람들은 씻지 못해 꾀죄죄하다. 도시 곳곳 모니터와 TV 화면에 ‘더러운 얼굴은 애국의 상징입니다’라는 문구가 연신 흘러나온다. 이런 사회에서 서로를 쫓고 의심하던 영화 속 인물들의 잘못된 판단은 끝내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오메가가 정말로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인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들이 진실이 뭐고 거짓이 무엇인지 모르게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박 감독은 “더러운 것에 대한 강박이 이분법적 사고를 불러오고, 결국 돌연변이가 태어난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모두가 돌연변이가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영화는 박 감독 첫 장편 영화 ‘다섯 번째 흉추’(2022)에 이은 두 번째 장편이다. 첫 장편은 연인이 사랑을 나누던 매트리스에서 생겨난 곰팡이가 중고 거래로 여러 곳을 돌며 인간들의 감정을 먹고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는 내용을 초현실적으로 그렸다.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상상력, 특유의 미장센으로 박 감독에게 ‘한국의 차세대 시네아스트(영화 창작자)’라는 명칭이 붙었다. ‘지느러미’도 외국에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개봉 이후 유럽, 북미, 아시아, 중동 및 북아프리카 등에서 순차 개봉한다. 주목받는 신예지만 영화를 찍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 실력을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지원금도 넉넉하지 않다. “죽을 때까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박 감독은 그래서 열심히 뛴다. 지난 4년 동안 단편과 장편 합해 모두 6편을 찍었다. 새 영화 ‘누가 내 십자가를 훔쳤어’도 촬영을 마치고 편집에 들어갔다. “도벽이 있는 한 인물이 십자가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라고 귀띔한 그는 “이번 영화는 유일하게 인간이 주인공”이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 유시민 신간, ‘유럽 도시 기행 3’ 나오자마자 1위

    유시민 신간, ‘유럽 도시 기행 3’ 나오자마자 1위

    유시민 작가의 유럽 여행 에세이 세 번째 편인 ‘유럽 도시 기행 3’이 출간과 동시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이 책이 종합 1위로 진입했다. 기존 시리즈의 독자층은 물론 작가에 대한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50대 구매층이 46.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를 다녀온 기록이 담겼다. 세 번째 편에 유 작가는 “지금 거기 사는 사람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며 “‘반드시 보아야 할’ 대상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전보다 ‘놀러 다닌 이야기가 많아졌다’”고 썼다. 유 작가는 이 도시들을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거리와 광장, 미술관과 시장, 성당과 골목, 식당과 강변을 천천히 걸으며 도시가 무엇을 기억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사랑하며 오늘을 살아가는지 들여다본다. 개그맨에서 작가로 변신한 고명환의 ‘독서의 기술’도 출간과 함께 종합 2위로 새롭게 진입했다. 이 책은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과 성공 법칙을 전하며 40대 독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구매 비중을 살펴보면 여성 독자의 비중이 다소 높았고 40대 구매층 비중이 42.0%로 가장 높았다. 소설 분야의 강세도 이어졌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종합 3위에 오른 데 이어, 유래혁 작가의 역주행 소설 ‘수족관’이 3계단 상승한 종합 4위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2024년 출간된 이 소설은 청량한 표지가 소셜미디어(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전경철의 ‘안녕, 피터팬’은 최근 후속 스토리 방영을 계기로 다시 한번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방송 직후 책이 출간되자마자 저자를 응원하는 독자들의 마음이 반영돼 54계단이나 급상승하며 종합 9위에 올랐다. 특히 여성 독자의 구매 비중이 80%를 넘어서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 상반기 아이맥스로 가장 많이 본 영화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상반기 아이맥스로 가장 많이 본 영화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올해 상반기 아이맥스(IMAX), 스크린X(SCREENX) 등 특수 상영 형식 영화를 본 관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늘어났다. 라이언 고슬링 주연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올 상반기 아이맥스(IMAX) 상영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를 동원했다. 1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6월 IMAX, SCREENX, 돌비시네마, 3D, 4D 등 특수 상영 포맷으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 수는 281만 3000여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1만여명보다 47.3%(90만 3000여명) 증가했다. 아이맥스 관람 관객 수가 101만 5000여명으로, 전체의 36% 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45.9%(31만 9000여명) 증가한 수치다. 스크린과 양옆 벽면까지 활용해 영사하는 SCREENX는 41만여명으로 32.3%(10만여명), 4D는 78만 6000여명으로 10.2%(7만 2000여명)씩 늘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올 상반기 IMAX로 상영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인 41만명을 기록했다. 총 누적 관객 수는 289만여명이다.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나간 중학교 과학 교사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그렸다. 2위는 지난해 말 개봉한 ‘아바타’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아바타: 불과 재’(22만명)였다. 연상호 감독 좀비 영화 ‘군체’(8만명)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CGV 관계자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영상미를 앞세운 대작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특수 상영 포맷에 맞춘 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한다. 이달 29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네 번째 작품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스파이더맨 4’)는 스크린X로 상영한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오디세이’는 아이맥스로 선보인다. 예매를 시작한 지난 9일 관객들이 몰리며 CGV 홈페이지와 모바일앱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가 전쟁 후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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