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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넓어져라, 더 깊어져라, 원작 세계관 [OTT 언박싱]

    더 넓어져라, 더 깊어져라, 원작 세계관 [OTT 언박싱]

    최근 극장가에는 다시 한번 ‘해리 포터’ 열풍이 불었다. 재개봉이나 새로운 후속편이 아닌 ‘스핀오프’가 일으킨 현상이다. ‘해리 포터’의 작가 J K 롤링이 각본을 쓴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해리 포터와 동일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 이야기를 선보여 마니아층의 환호를 받았다. 스핀오프가 지닌 힘은 시리즈의 확장과 연계에 있다. 스핀오프는 기존 영화나 드라마의 등장 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한 작품의 뒷이야기를 다룬 후속편이나 원작을 재창조하는 ‘리부트’와 다른 개념이다. 성공한 스핀오프는 원작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고 또 다른 스핀오프의 원천이 된다. 대표 사례가 디즈니+의 오리지널 ‘만달로리안’과 ‘북 오브 보바 펫’이다. SF 전설 ‘스타워즈’ 사가의 첫 실사 드라마인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파생된 애니메이션과 소설에 등장하는 전투 집단 만달로어의 생존자이자 현상금 사냥꾼인 딘 자린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시즌2에 영화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에 등장했던 캐릭터 보바 펫이 얼굴을 비친다. 트레이드마크인 갑옷과 과묵한 성격으로 주목받았던 보바 펫이 37년 만에 스타워즈 사가로 돌아와 환영받는 것은 물론 새 시리즈 ‘북 오브 보바 펫’의 주인공을 꿰찬다. 스핀오프의 성공이 또 다른 스핀오프로 이어진 것이다. ‘만달로리안’ 시즌2 말미에 자바성의 새 주인이 된 보바 펫은 자신의 시리즈에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로 보여 주며 위기에 강한 모습과 현상금 사냥꾼으로서의 빼어난 실력을 뽐낸다. 은하계를 배경으로 한 전쟁을 다룬 ‘스타워즈’ 시리즈의 파생작답게 다양한 은하 종족들이 펼치는 액션 장면 또한 마니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핀오프는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캐릭터 활용이 흥미롭다. ‘만달로리안’의 주인공 딘 자린은 ‘북 오브 보바펫’에서는 조력자로 등장해 호흡을 맞춘다. 또 오리지널 3부작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젊은 시절 루크 스카이워커와 핵심 마스코트인 아기 요다, 그로구의 등장 역시 관전 포인트. 여기에 오는 6월 스타워즈 주요 캐릭터 중 한 명인 오비완 케노비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시리즈가 공개된다고 하니 스타워즈의 은하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웰메이드 영화의 스핀오프는 ‘양들의 침묵’ 시리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앞서 드라마 ‘한니발’을 공개했던 왓챠는 또 다른 스핀오프 ‘클라리스’를 선보였다. 한니발 렉터 박사의 도움으로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을 잡은 클라리스 스털링은 후속편 ‘한니발’에서 불안한 입지를 보여 준 바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내부에서는 수습생에 불과했던 클라리스가 큰 사건을 해결한 것에 대한 불만이 그녀에 대한 견제로 이어진다. ‘한니발’이 ‘양들의 침묵’의 10년 후 이야기라면 ‘클라리스’는 1년 후 시점을 조명한다. 여전히 버팔로 빌의 우물에 갇혀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클라리스는 트라우마를 안고 현장에 복귀한다. 여성 연쇄 살인사건 현장에서 다시 트라우마를 겪는 클라리스는 두 가지 시선 앞에서 방황한다. 스타가 된 자신을 향한 외부의 기대와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수사관을 환영하지 않는 내부의 상반된 입장이 내적 갈등을 부추긴다.원작과 연결된 지점에서 오는 재미가 상당하다. 버팔로 빌 사건의 생존자인 캐서린이 이야기의 다른 축을 구성하며 그녀의 어머니인 법무부 장관 루스가 클라리스를 다시 현장으로 불러내는 역할을 한다. ‘양들의 침묵’에서 절친한 친구로 등장했던 아델리아와 ‘한니발’의 부패한 상관 폴 크렌들러의 재등장 역시 세계관을 하나로 묶는 지점이다. 남성 중심 서사를 썼던 ‘한니발’ 시리즈와 달리 여성 서사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 삶 속 고통엔 의미 없지만 불필요한 고통은 줄여야죠

    삶 속 고통엔 의미 없지만 불필요한 고통은 줄여야죠

    2020년 2월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에서 원고지 420장 분량으로 구독 회원들에게 공개됐던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가 800장 분량의 장편으로 개작돼 출간됐다. 그사이 작가를 비롯한 모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쳤다. 살고 있던 세계의 ‘바깥’을 발견하고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담은 것은 이전 버전과 똑같지만, 그 여정에서 만나는 질문이 달라졌다. 김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이전 버전과 지금 버전을 비교해 읽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플롯이다. ‘자작나무 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신이 있었다. 지금 그 두 번째 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도입부는 기존 작품에서 선형적으로 사건이 벌어진 것과 달리 새 버전이 회상 구조로 바뀌었음을 예고한다. 주인공 ‘철이’가 아빠를 계속해서 ‘그’라고 지칭하는 부분도 이런 플롯의 변화를 통해 가능해진 부분이다. 또 다른 변화는 팬데믹을 거친 영향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이전 버전이 존재의 깨달음과 성장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가르는 경계는 어디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다면 이번에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또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특히 작가는 재생 휴머노이드 ‘달마’와 (조금은 다른) 인간 ‘선이’의 치열한 논쟁을 새로 넣으면서 고민했던 지점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했다. 작품 속 달마는 말한다. “태어나지 않은 존재는 아무것도 아쉬울 게 없습니다. 고통의 근원인 자아가 아예 없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태어나게 되어 고통을 겪으면, 그 고통은 해악입니다. 태어나지 않는 쪽이 분명히 낫습니다.”(148쪽) 이에 선이는 자신의 신념으로 응대한다. “그래요. 고통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건 의미가 있어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식이 있는 존재들이 이 우주에 태어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고통을 피할 수 없어요. 의식과 충분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이 세상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더 높은 지성을 갖추려고 애쓰는 것도 그걸 위해서예요.” (152~153쪽) 현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 익숙한 것과의 작별을 통해 알게 된다. 소설 ‘작별인사’는 헤어짐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정하게 한다. “가끔 내가 그저 생각하는 기계가 아닐까 의심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면 그렇지 않음을 깨닫고 안도하게 된다. 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벌써 작별을 염려할 때, 다정한 것들이 더이상 오지 않을 날을 떠올릴 때, 내가 기계가 아니라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 3代 여덟 충신·효자·열녀 기린 ‘팔홍문’… 돌 하나로 남은 ‘핏빛 가족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3代 여덟 충신·효자·열녀 기린 ‘팔홍문’… 돌 하나로 남은 ‘핏빛 가족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중학교 때 월요일 조회 시간에 ‘명심보감’을 읽는 순서가 있었다. 목소리가 낭랑한 친구가 연단에 올라 좋은 말씀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또박또박 낭독했다. “하루라도 선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이 저절로 일어난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에 하는 일이 없다.” 먼지바람이 부는 운동장에 정렬한 채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열서너 살짜리 아이들에게는 너무 옳은, 너무 좋은 말씀들이었다. 커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될지는 몰라도 당장 지금 배우긴 지겹고, 봄에 가을을 생각하긴커녕 당장 내일도 알지 못하며, 새벽에는 5분이라도 더 이불 속에서 뭉개려 엄마와 실랑이를 하는 터였다. 선과 악, 그 내밀하고 복잡 미묘한 세계를 분별하기엔 턱없이 어리고 어리석었다. 우이독경이거나 마이동풍이거나, 결국엔 ‘명심보감’ 한 권을 귀동냥으로나마 완독한 셈인데, 책의 핵심적인 교화의 주제는 충과 효를 위시한 유교적 가치였다.“효도하고 순한 사람은 효도하고 순한 자식을 낳으며, 부모에게 거역한 자식은 부모에게 거역하는 자식을 낳는다.” 때로 가르침이 으름장으로 들렸다. 돈은 쓰면 다함이 있지만 충성과 효도는 다함이 없다면서, 들썩거리는 사춘기의 반항심에 비유의 못을 땅땅 박아 ‘입틀막’하기도 했다. “믿지 못하겠거든 저 처마 끝의 낙수를 보라. 방울방울 떨어짐에 어긋남이 없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등 기념일이 집중돼 있다. 가족은 개인의 삶에 가장 밀착돼 있는 일상적인 관계이니 그것을 축하하며 기념하는 5월에는 특별히 의미 있고 행복해야 마땅하리라. 하지만 5월만 되면 아니 5월이 시작되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도망쳐서 숨어 버리고 싶다는 비명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념일들을 기념하기엔 물적·심적으로 지쳤기 때문이다. 행여 기념일을 챙기지 않고 지나쳐도 마음 한구석이 죄책감으로 묵지근한 건 어쩔 수 없다. 가족은 ‘사랑하는’ 상대를 넘어서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처를 주고받아도 기어코 얽히고설켜야 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아주 특별하고 이상한 사람들. ●유교문화 아래 직조된 핏줄의 무게 유교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이 사랑에 ‘당위’의 무게가 더해진다. 치밀한 그물망으로 직조한 명분과 도리가 부모와 자식, 부부의 관계를 장악해 그것을 종내 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확장한다. 유학은 정교하고도 집요한 이념이다. 하지만 이상주의가 거개 그러하듯 제아무리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이라도 찢고 뜯고 삐져나오는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진 못한다. 존천리멸인욕(尊天理滅人慾), 천리를 보존하고 욕망을 없앨 만큼 기어이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이상과 현실, 명분과 욕망, 그 사이에 아름다운 잔혹극이 있다.지하철 1호선 서울역 3번 출구로 나와 염천교 쪽으로 걷다 보면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가로수 아래 나지막한 돌이 하나 보인다. 지도상으로 순화공원이 시작되는 지점이지만 보도 한가운데 불쑥 튀어나와 있는 데다 표석의 앞면이 순화더샵 주상복합을 향해 있어 생뚱맞게 느껴진다. 도로를 향해 걸린 실종된 딸을 찾는 가족들의 플래카드가 그 위로 진한 그늘을 드리운다. 이미 오래전에 봤던 광고 같은데 1999년에 실종된 열일곱 살의 그녀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했나 보다. 이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사례금은 1000만원으로 올랐고 그만큼 늙은 부모의 가슴은 숯이 됐을 것이다. 그래도 애타게 찾고 또 찾는다. 포기할 수 없는 세상의 마지막 사람, 가족이기에!●위풍당당 여덟 개의 정문은 어디에 ‘팔홍문 터: 팔홍문은 조선시대에 이지남(1529~1577)과 그 아들 등 삼대에 걸쳐 여덟 명이 충신·효자·열녀가 된 것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세워 준 여덟 개 문이다. 이지남과 그의 아들 기직·기설은 효자, 딸은 효녀, 기설의 두 아들 돈오·돈서는 충신, 이지남의 부인 정씨와 돈오의 부인 김씨는 열녀로 인정받았다.’ 결코 예사롭지 않다. 한 집안 삼대의 여덟 명이 정문(旌門)을 받다니! 가문의 영광이요, 고을의 자랑이다. 충신·효자·열녀에게 나라에서 내린 정문 비각이 줄지어 위풍당당하게 늘어선 모습은 대단한 장관이었을 터인데, 지금은 그 흔적이 고작 돌 하나로 남아 있다. 본디 1634년(인조 12) 세워졌던 정려각은 김포 사촌과 이곳 서울 남문 밖 자인암으로 수차례 옮겨졌는데, 조상 덕 만큼이나 자손 복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충신과 효자와 효녀와 열녀, 그들은 다 죽었다. 죽었기에 붉은 문을 받았다. 남은 자들은 드높은 이름을 얻었지만 피와 살이 도는 보호벽을 잃었다. 정처가 없는 자손들은 제아무리 훌륭한 조상이라도 두고두고 지킬 방도가 없었다. 연안 이씨 이지남은 양재역벽서사건에 연루돼 유배지에서 죽은 아버지를 위해 3년간 여막살이를 해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지효(至孝)라는 이름이 널리 퍼졌다. 그 후 어머니가 이질을 앓아 위중해지자 목욕하고 울부짖으며 하늘에 호소했다. 대변까지 맛보며 간병하다가 어머니를 살리는 꿈을 꾼 뒤 피를 토하며 죽었다. 이지남의 부인 정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겨워 까무러쳤다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피눈물로 세월을 보냈고, 죄인으로 자처하며 입에 맞는 음식과 몸을 편안하게 하는 물건은 아예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지남의 장남 기직은 죽은 아버지를 위해 명당자리를 찾아 천지사방을 헤맸고 마침내 상청에서 울다가 기절해 죽었다. 둘째 아들 기설은 이지남의 삼년상을 치르고 남겨진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다가 병이 걸리자 칼로 손가락을 끊고 혀를 자르는 등 효행을 다했다. 이지남의 딸 이씨는 똑똑하고 인물이 빼어났는데 부친상을 당하자 슬픔에 겨워 3년간 죽만 마셨다. 죽을 때에 이르러 “내가 지금 죽어서 아버님 곁을 따르니 죽어도 유감이 없으나 다만 어머님이 살아 계시니 그 불효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어머님을 봉양하지 못하고 앞서감이 죄송할 뿐이다” 하고 운명하니 그녀의 나이 18세였다. 호랑이 집안에 개의 새끼가 날 리 없었다. 이기설의 아들 돈오는 벼슬자리에 있지 않았음에도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스스로 강화도에 갔다가 적군이 상륙하자 성을 향해 달려갔다. 허나 성은 이미 적군에게 포위돼 있었으니 돈오는 북쪽을 향해 통곡하다가 적군과 부딪쳤고, 적군을 꾸짖고 굽히지 않으니 급기야 살해되고 말았다. 이때 돈오의 부인 김씨도 마니산에서 적에게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자결했고, 돈오의 아우 돈서는 적에게 포로가 되자 강물에 몸을 던져 순절했다. 숨차고 벅찬 이야기다. 온 가족이 효자요, 효녀요, 충신이요, 열녀다. 동리 사람들이 극구 칭찬하고 나라에서 상을 내렸다. 여덟 개의 붉은 문이 뜨르르하게 거리를 메웠다. 그런데 과연 이 이야기가 아름답고 존경스럽기만 한가? 내가 불효하고 불충하고 지조 없는 인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지남 가족의 집단 변사(變死)는 아무래도 지독한 비극이자 엽기적인 잔혹극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끊이지 않는 비명횡사의 사슬을 기념하는 이곳은 영광의 자리인가, 비극의 자리인가? 딛고 선 발밑이 서늘하다.(㉻에 계속) 소설가
  • 尹취임식 美사절단장에 부통령 남편… ‘파친코’ 이민진 등 한국계 4명도 포함

    尹취임식 美사절단장에 부통령 남편… ‘파친코’ 이민진 등 한국계 4명도 포함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축하 사절단 단장으로 확정됐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파친코’의 원작 소설(파친코)을 쓴 이민진 작가 등 한국계 인사 4명도 사절단에 포함됐다. 미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엠호프를 포함한 총 8명의 사절단 명단을 발표했다. 정·관계에서는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미국대사 대리,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 민주당 소속의 아미 베라 연방 하원의원 등이 포함됐다. 월시 장관은 미 행정부 각료를 대표한 것으로 보인다. 베라 의원은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이다.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아태소위 위원장이자, 의회 내 한국 관련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 의장이다.또 한국계 인사로는 이 작가 외에 민주당 소속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 토드 김 법무부 환경 및 천연자원 담당 차관보, 린다 심 대통령 특별보좌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어머니가 한국계인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미 의회 개원식에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미 의회에서 발의됐던 한국전쟁 종전선언 법안에 지지 서명을 하고 ‘북미 이산가족 상봉법’을 발의하는 데 동참했다. 워싱턴DC 법무차관이었던 토드 김 차관보는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발탁돼 규제 의제와 환경법 집행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한국 대통령의 취임식 때 단장으로 국무장관이나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급을 파견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오는 20일 방한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은 5∼9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 방문이 예정돼 있다. 엠호프는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회식에 미 행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바 있다.
  • ‘박원순 피해자 신원 공개’ 김민웅 전 교수 불구속 기소

    ‘박원순 피해자 신원 공개’ 김민웅 전 교수 불구속 기소

    SNS에 피해자 편지 올려 실명 노출성폭력처벌법 위반, 다음달 첫 재판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신원을 공개한 혐의를 받는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재판에 넘겨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손진욱)는 지난달 28일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로 김 전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를 자신의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면서 A씨의 실명을 노출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측이 경찰에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지난해 6월 김 전 교수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후 검찰이 약 10개월 만에 김 전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강제추행 및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피소됐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김 전 교수에 대한 첫 재판은 다음달 17일 열린다.
  • 맛 보셨슈? 백제 봄도시락[이우석의 미시(微視) 여행]

    맛 보셨슈? 백제 봄도시락[이우석의 미시(微視) 여행]

    공주, 꽤 낭만적 지위의 명칭이다. 공화정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왕자와 공주는 판타지 소설이나 동화 속에나 등장하는 존재다. 특히 ‘공주를 찾아 떠난다’고 하면 악에 의해 억압된 고결한 존재를 구출하기 위해 신비스러운 힘을 발휘하는 영웅 이야기가 떠오른다. 짐작했겠지만 이번 여정은 그런 환상적인 스토리가 아니다. 완연한 봄의 한복판에 들어선 도시 충남 공주(公州)로 떠나는 여행 이야기다. 공주란 명칭은 원래 ‘곰’에서 나왔다. 공주는 ‘곰주’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옛 지명은 고마나루, 곰나루, 웅진(熊津) 등이다. 모두 공주(princess)가 아닌 곰(bear)과 연관됐다(단군신화와 비슷한 곰나루(고마나루) 설화가 남아 있다). 뭔가 왕가의 이야기를 기대했더라도 실망할 것까지는 없다. 다행히 단군을 낳은 웅녀(熊女)는 환웅의 비로, 왕녀(princess)의 신분이다. 공주란 지명은 ‘곰의 전설이 서린 나루’가 근원이 됐다. 다만 이중환은 ‘택리지’에 이 지역 북쪽 작은 산의 모양이 ‘공평할 공’(公) 자와 같아 이름이 유래됐다고 이 위대한 신화에 ‘초’를 친 바 있다.우리 민족에게 곰이란 얼마나 친근한 동물인가. 건국신화의 토템이다. 마산(馬山)이나 인제(麟蹄) 등을 제외하고 어느 도시 이름에 특별한 동물이 들어가 있었던가. 부산 갈매기나 평창 수호랑 등은 후대에 갖다 붙인 것이다. 아무튼 공주는 곰과 봄의 도시다. 비록 봄이 늦긴 하지만 그만큼 신록의 아름다움이 빼어나기로 소문났다. “봄에는 마곡사의 신록, 가을에는 갑사의 단풍이 좋다”는 말이 있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 해서 공주의 봄 가을 경치를 칭송하는 말이다. 서울에서 공주를 가려면 주로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알밤 산지로 유명한 정안을 지나자면 벌써 포근한 봄기운에 휩싸인다. 한반도에 몇 개 되지 않는 옛 도읍지의 평온한 느낌은 아무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주는 충청도의 한복판에 있다. 세종시가 생기며 땅을 내줬지만 지금도 충남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도시다. 세종시와 대전시, 계룡시, 청양군, 논산시, 부여군, 천안시, 아산시, 예산군에 모두 접한 충남의 노른자다. 백제의 도읍은 웅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웅진성은 사실 존속 역사가 짧다.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문주왕부터 성왕까지 5대 63년(475~538)간 백제의 중심 역할을 했다. 660년 의자왕이 마지막 항거를 위해 웅진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패망했다. 이후 신라의 9주5소경 중 하나인 웅주(熊州)가 돼 충청도 지역을 관장했다. 조선 시대에 명실상부한 충청의 중심으로 융성했다. 충청감영이 있었으며 관찰사가 주재하던 핵심도시였다.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에서 나온 이름이지만 이전에는 공충도, 공홍도, 공청도, 충공도, 청공도 등으로 불렸다. 어느 이름에나 공주의 공(公)자가 빠지지 않았을 정도였다. 번성했던 공주는 일제강점기 한밭(대전)에 밀려났다. 금강의 수운 대신 새로운 교통 물류 수단으로 부상한 경부선 철도가 공주를 비켜 간 탓에 1500여년을 지켜온 ‘충남의 중심’이란 지위를 내줘야 했다. 공주에는 산도 강도 많다. ‘전국구’ 영산 계룡산이 버티고 선 차령산 맥과 비단 같은 금강이 지난다. 공주에 대한 ‘TMI’(과도한 정보 소개)는 여기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도 끝나가는 요즘, 뭔가 심심하고 출출하다면 공주 봄 여행이 좋다. 뚜껑을 열면 화려한 봄날 소풍의 도시락처럼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게 들었다. 우선 백제의 도읍지로서 많은 이야기가 스며 있다. 싱그러운 자연 풍광이야 더이상 말할 것도 없다. 교육도시라 유학생과 이주민이 많다 보니 값싸고 맛있는 음식문화가 있다. 접근성도 좋다. 고속도로와 고속열차가 재빨리 실어나른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공주를 잘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백제의 봄’을 지키는 공주 시내에는 공산성이 버티고 있고 인근에 송산리 고분군과 무령왕릉 등 여러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공산성은 공주 시내에 있어 큰 품을 들이지 않고 성벽 외곽을 두르는 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보기에 좋다. 낮에는 시원한 금강 바람이 불어들고 밤엔 불 밝힌 야경이 근사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백제유적지구)에 속한 공산성은 애초 백제가 만들었지만 조선의 유적이다. 산성이 성곽 역할을 하도록 조선이 보강한 것이다. 서쪽 문인 금서루가 정문 격으로 내부엔 공북루 등 여러 정자와 왕궁지(추정), 성안마을 터 등이 있었다. 금강대교 건너 고마나루 솔숲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요즘이 최고다. 금강 변과 연미산, 무령왕릉 서쪽의 낮은 구릉을 모두 포함해 고마나루라 부르지만, 공주보 아래쪽 고마나루 솔숲은 그 신화만큼 신비로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세월의 멋이 든 구불한 솔숲에는 곰 형상 조각들이 많이 서 있고 곰 사당도 따로 있다. 이른 아침에 살짝 깨어 나간 길에 물안개라도 피어오른다면 역사와 전설을 담은 곳에 걸맞은 몽환적 분위기가 연출된다. ‘고마’는 곰을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일본어로 곰을 ‘구마’라 하는데 공교롭게도 발음이 매우 비슷하다. 일본은 스스로 백제가 그들의 문화적·역사적 원류라 여기는데 공주가 백제의 수도였음을 떠올리면 딱히 신기할 것도 없다. 이곳에 ‘아트센터 고마’가 있다. 고도 공주의 문화적 심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적 수혈을 하기 좋은 때도 지금이다. 거리두기도 완화돼 현재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는 등 활개를 젓는 중이다.계룡산국립공원도 꼭 들러 봐야 한다. 좀더 무르익은 봄이 기다린다. 신원사와 갑사, 동학사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이른 봄 벚(櫻)과 매(梅)를 뽐내던 늙은 절집은 이젠 청춘의 푸른 잎으로 덮여 가고 있다. 계룡산을 오르는 길에는 여러 방향이 있는데 가장 많은 이들이 몰리는 곳은 역시 동학사를 끼는 코스다. 푸른 숲속 계곡과 함께 걷는 길이 산행이라기보단 봄나들이에 가깝다. 비구니 도량이라 화려하지 않은 대신 고즈넉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낸다. 반짝이는 신록 이파리와 들꽃이 오랜 고찰을 장식하고 있다. 갑사는 여러 보물급 문화재도 있지만, 절집 아래 갑사구곡의 경치가 국보급이다. 갑사를 누가 ‘추갑사’라 한정했나. 수정 같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을 아래에 둔 절집은 봄에도 심히 아름답고 근사하다. 대숙전 아래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좋아 몇 번이고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신원사 가는 길옆에는 금색으로 바뀌어 가는 보리밭이 만춘의 전원 속에서 빛을 발하며 공주에 닿은 ‘백제의 봄’을 찬양한다. 꽁꽁 숨겨 뒀다 여름철에 슬쩍 다녀가기 좋은 상신과 하신계곡은 계룡이 품은 아름다운 계곡이다. ‘S라인’ 금강에 걸린 석양… 골목엔 추억이 방울방울 ‘청벽’이라 불리기도 하는 창벽은 금강의 ‘S자’ 물길(사행천)에 석양까지 눈에 담을 수 있는 곳. 가파르긴 하지만 20분쯤 쉬엄쉬엄 오르면 커다란 바위 위 촬영 포인트가 나온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좋아 사진가들이 몰린다. 특히 해질 녘 창벽에 올라 금강을 바라보면 왜 ‘비단 금’(錦)자를 쓰는지 알 수 있다. 태화산 마곡사는 바야흐로 봄의 절정을 맞았다. 춘마곡의 여린 신록은 따가운 만춘의 볕을 세상 어떤 조명보다 아름답게 만든다. 백범 김구가 잠시 출가했던 마곡사는 조계종 6교구의 본사다. 설법을 들으러 온 신도들이 마치 마(麻)밭처럼 골짜기(谷)를 가득 메웠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곡의 신록을 제대로 보려면 조금 걸어야 한다. 뒤편 솔숲 사이로 난 작은 길에는 눈부시도록 푸른 잎사귀들이 돋아났다. 이리저리 굽은 노송이 중첩된 산길을 걷다 보면 콧속으로 청량한 봄의 향기가 스미고, 풀 돋은 땅을 디딘 발바닥은 폭신폭신 절로 춤을 춘다. 봄은 짧다지만 이처럼 많은 감각을 흔들 만큼 사뿐하다.공주 시내 투어도 깨알 같은 재미가 가득하다. 특히 중동 대통골목길 투어는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일명 하숙마을 앞 골목으로 통하는 이곳엔 가다가 길이 막히고 거기서 모퉁이를 몇 번 돌면 다시 제자리로 오는 그런 옛 골목이 아직 남았다. 공주시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과 청년 상인들이 빛바랜 오랜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공장 기숙사는 갤러리로, 차 한 대 들어갈 수 없는 길은 쪽마당으로 변신해 곳곳에서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고택이 아닌 50~60년 된 중고(?) 한옥이 늘어선 골목을 돌아다니다 낡은 한옥에서 맛보는 차 한 잔은 여행의 자잘한 재미를 더한다. 금강에 산 그림자가 드리우며 밤이 찾아오면 잔잔한 물결 위로 공산성이 은은한 빛을 발한다. 마침 금강교 위로 휘영청 ‘백제의 달밤’이라도 펼쳐진다면 더없이 좋을 일이다. 어물거리다 보면 금세 지나치고 마는 올봄의 뒷모습을 기억 속에 선명히 새겨 놓고 보낼 수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오하근 순천시장 예비후보는 허풍쟁이?··· ‘거짓 지지 표명’ 도덕성 논란

    오하근 순천시장 예비후보는 허풍쟁이?··· ‘거짓 지지 표명’ 도덕성 논란

    “처음 본 사람인데 무슨 지지를 했겠습니까?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해서 응했을뿐인데 지지했다고 언론에 알려 당황스럽지요.” 공중파 TV의 인기 패널이기도 한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내가 오하근 후보에 대해 강한 추진력을 익히 알고 있으며, 그 열정으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유능한 경제시장이 꼭 되시길 바란다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는데 완전 소설을 썼다”고 황당해했다. 박 교수는 “오 후보가 보도자료를 통해 박상철 교수님이 이렇게 멀리까지 오셔서 저에 대해 지지를 해줬다고 한 사실도 맞지 않다”며 “지난달 30일 한 식구나 다름없는 김진남 도의원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 우연히 만났을뿐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날 사무실에 온 사람들이 반갑다고 사진을 찍자고 했고, 오 후보하고도 그런 식으로 단순히 같이 찍었던 것 뿐이다”고 불쾌감을 보였다. 오하근 순천시장 예비후보가 연이은 ‘지지 표명’ 보도자료를 내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나서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오 후보는 이에앞서 지난달 30일 민주당 2차 경선에서 컷오프된 장만채 후보가 자신을 지지선언한 것처럼 표현한 내용도 사실과 달라 빈축을 샀다. 장만채 예비후보는 “경선 결과 발표 이전에 오 후보가 사무실로 찾아왔다”며 “이 자리에서 누가 결선에 올라도 서로 돕기로 한 것은 맞지만 경선결과가 발표된 30일 오전 11시 30분 이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공식선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2차 경선 결과 이후 “오하근 최종 결선 경선 진출, 장만채 후보 오하근 예비후보 지지선언’이란 문구를 배경으로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사진을 SNS에 올렸었다. 같은 날 오후 2시30분쯤에는 ‘장만채 예비후보, 오하근 순천시장 예비후보 지지 선언’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또 손훈모 예비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던 유병천 가야농원 대표가 자신을 지지 표명했다고 했다고 한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유 대표는 “오 예비후보가 만나자고 해서 찾아와서 만났고 인사차원에서 ‘마음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는데 오 후보 캠프에서 지지선언 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냈다”고 했다. 한편 지난 2일 손훈모 후보는 허석 선거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허 후보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오후 장만채 후모와 손훈모 후원회장인 유병천 대표도 허석 후보 사무실을 방문, 1시간 이상 머물며 덕담과 격려를 하고 돌아갔다. 이같은 소식을 뒤늦게 파악한 시민들은 “아무리 한 표가 아쉬운 선거판이라 하더라도 뻔히 드러날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정치인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한다”며 “후보자의 정직하지 못한 행태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 이민진 소설 ‘파친코’ 판권, 인플루엔셜이 따냈다…“번역 새로 한다”

    이민진 소설 ‘파친코’ 판권, 인플루엔셜이 따냈다…“번역 새로 한다”

    소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가 인플루엔셜과 계약했다. 선인세만 1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3일 출판계에 따르면 이 작가의 판권 계약을 대행하는 에릭양 에이전시는 지난달 29일 인플루엔셜 측에 계약 승인을 통보했다. 판권 계약을 따내기 위해 국내 10여개 출판사가 경쟁했다. 소설 파친코는 2018년 출간됐지만,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파친코의 새로운 계약의 최소 조건은 판권 기간 4년, 판매량 보고 간격은 3개월, 최소 선인세 20만 달러(약 2억 5000만원)을 포함해 인세 8% 지급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플루엔셜은 이 작가가 2008년 출간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판권 계약도 함께했다. 인플루엔셜 관계자는 “판권을 우리 출판사에서 가져오기로 한 게 맞다”며 “이번 주 혹은 늦어도 다음주 최종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예정이며 번역은 새로 하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할 경우 최소 3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8월 중 재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엔셜은 일본의 유명 심리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 영국의 인기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인 매트 헤이그의 판타지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등을 펴낸 출판사다.한편 기존 판권을 가지고 있다가 계약이 종료된 문학사상은 지난달 13일 오전 10시부터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파친코’ 판매를 중단했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같은 달 21일까지 판매했다.
  • 드라마 ‘파친코’ 배경 순천드라마촬영장 인기몰이

    드라마 ‘파친코’ 배경 순천드라마촬영장 인기몰이

    “어? 드라마에 나온 다리 모습 그대로네. 사진 좀 찍고 가자.” 3일 오전 11시 순천시 조례동에 위치한 드라마촬영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촬영지를 보러 온 관광객들 모습이다. 광주에서 내려왔다는 김모(58)씨는 “추억의 영화 장소라는 소문을 듣고 왔다”며 “눈이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길 잘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이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각광 받고 있다.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일본 이민자 일가족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민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다. 일부 장면을 순천드라마촬영장의 등용문 다리 거리와 순천읍내 천변에서 촬영했다.순천드라마촬영장은 1960~1980년대 서울 변두리, 달동네, 순천읍내를 재현한 세트장이다. 그동안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허삼관’, ‘제빵왕 김탁구’ 등 70여편의 영상 작품을 촬영한 인기 촬영지다. 올해에만 드라마 ‘내일’ 등 작품 2편의 주 배경지로 제작됐다. 최근까지도 촬영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은 대표적인 복고풍의 감성 여행지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살아있는 달동네와 옛날 교복 체험, 주전부리, 민속놀이, 소원지 체험, 고고장, 언약의 집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옛 추억이 묻어나는 6080 체험프로그램과 포토존이 즐비해 연인과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시 관광과 관계자는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세대 간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촬영지이자 관광지다”며 “노후화된 세트장을 정비하고 재미있는 추억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꾸준히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 4600만→1.8억명, 2400억→1조원… 네이버웹툰 활짝 웃었다

    4600만→1.8억명, 2400억→1조원… 네이버웹툰 활짝 웃었다

    “네이버웹툰이 만든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1억 8000만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스토리테크 플랫폼의 위상을 갖게 됐다.”(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2004년 6월 네이버의 조그만 사내 부서에서 시작한 네이버웹툰이 2017년 5월 독립한 이후 지난 5년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역사를 함께한 김 대표가 2일 직원들에게 보낸 5주년 기념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심경이 녹아들어 있었다.지난 5년간 네이버웹툰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와 연간 거래액 모두 300% 수준으로 급증했고, ‘스위트홈’·‘지옥’·‘지금 우리 학교는’·‘안나라 수마나라’ 등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원작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화돼 전 세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네이버웹툰은 이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이끄는 글로벌 진출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다. 네이버웹툰이 구축한 스토리테크 플랫폼의 MAU는 2017년 5월 네이버로부터 분사할 당시 4600만명에서 올 3월 기준 1억 800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여기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일본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재팬’ 등을 적극 인수한 효과도 반영됐다. 네이버웹툰(한국), 라인웹툰(동남아), 웹툰(북미·중남미·유럽), 라인망가(일본) 등 웹툰 서비스만 한정해서 따져 봐도 8200만명에 이르는 MAU를 기록하고 있다.이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연간 거래액도 2017년 2400억원에서 2021년 1조 500억원으로 337.5% 급증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한국에선 ‘쿠키’, 외국에선 주로 ‘코인’으로 불리는 사용권을 구입해 실제로 돈을 주고 작품을 보는 비중이 상당하다”면서 “광고, 지식재산권(IP) 판매를 통한 수익 모델도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의 성장세엔 발 빠른 글로벌 진출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사 당시 7개 언어로 서비스하던 네이버웹툰은 5년 새 10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어 작품을 번역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언어권에 맞춰 작품 선정과 현지화를 진행하고, 현지에서 아마추어 승격 시스템과 공모전 등을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생태계’를 전 세계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네이버웹툰 글로벌 플랫폼과 왓패드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는 약 600만명, 누적 작품수는 약 10억편에 달한다.
  • 네이버웹툰 독립 5주년…최수연號 ‘글로벌 네이버’ 최전선에 서다

    네이버웹툰 독립 5주년…최수연號 ‘글로벌 네이버’ 최전선에 서다

    “네이버웹툰이 만든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1억 8000만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스토리테크 플랫폼의 위상을 갖게 됐다.”(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2004년 6월 네이버의 조그만 사내 부서에서 시작한 네이버웹툰이 2017년 5월 독립한 이후 지난 5년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역사를 함께한 김 대표가 2일 직원들에게 보낸 5주년 기념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심경이 녹아들어 있었다. 지난 5년 네이버웹툰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와 연간 거래액 모두 300% 수준으로 급증했고, ‘스위트홈’·‘지옥’·‘지금 우리 학교는’·‘안나라 수마나라’ 등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원작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화돼 전 세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네이버웹툰은 이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이끄는 글로벌 진출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찾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면서 “지난 5년 간의 성장보다 다가올 5년의 성장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이 구축한 스토리테크 플랫폼의 MAU는 2017년 5월 네이버로부터 분사할 당시 4600만명에서 올 3월 기준 1억 800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여기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일본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재팬’ 등을 적극 인수한 효과도 반영됐다. 네이버웹툰(한국), 라인웹툰(동남아), 웹툰(북미·중남미·유럽), 라인망가(일본) 등 웹툰 서비스만 한정해서 따져 봐도 8200만명에 이르는 MAU를 기록하고 있다.이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연간 거래액도 2017년 2400억원에서 2021년 1조 500억원으로 337.5% 급증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한국에선 ‘쿠키’, 외국에선 주로 ‘코인’으로 불리는 사용권을 구입해 실제로 돈을 주고 작품을 보는 비중이 상당하다”면서 “광고, 지식재산권(IP) 판매를 통한 수익 모델도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의 성장세엔 발 빠른 글로벌 진출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사 당시 7개 언어로 서비스하던 네이버웹툰은 5년 새 10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어 작품을 번역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언어권에 맞춰 작품 선정과 현지화를 진행하고, 현지에서 아마추어 승격 시스템과 공모전 등을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생태계’를 전 세계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네이버웹툰 글로벌 플랫폼과 왓패드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는 약 600만명, 누적 작품수는 약 10억편에 달한다.최 대표도 글로벌 진출 전략의 핵심축에 네이버웹툰을 두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글로벌 웹툰 사업을 이끄는 미국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식 24만 5000주를 3975억원 취득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상반기에 네이버 유럽 총괄법인 ‘웹툰EU’(가칭)을 설립해 유럽 시장까지 적극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 [사진] 사랑에 빠진 犬, 로미오와 줄리엣...밤마다 몰래 담벼락 키스

    [사진] 사랑에 빠진 犬, 로미오와 줄리엣...밤마다 몰래 담벼락 키스

    세상이 잠든 사이 밀회를 즐기는 반려견 커플의 사진이 공개돼 화제다.  페루의 한 여성이 최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영상은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 1마리 개가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개는 한 주택의 창문 앞에 다소곳이 앉더니 꼬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마치 누군가 창밖을 내다봐주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잠시 후 개가 기다리던 주인공이 창문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거리에 앉은 개가 기다리던 건 이 집의 반려견이었다.  두 마리 개는 서로 마주보게 되자 보고 싶었다는 듯 서로 가까이 하려 한다. 길에 앉아 있던 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앞발을 벽에 딛고 몸을 일으키고, 집안에 있는 개도 상대 개가 너무 그리웠다는 듯 창살 사이로 머리를 내민다.  그리고 두 마리 개는 얼굴을 비벼대며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두 마리 개는 마치 키스를 하는 듯한 명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상을 공유한 여성에 따르면 한밤에 남의 집 창문을 찾아간 개는 수컷, 창살 사이로 머리를 내민 개는 암컷이다. 한 동네에 사는 두 마리 개는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다.  수컷 개는 견주가 자유롭게 외출을 허락해 언제든 혼자 세상구경을 하지만 암컷 개는 꽤나 엄한 견주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반려견에게 자유로운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암컷이 외출을 하지 못해 데이트가 불가능한 두 마리 개는 언제나 수컷이 찾아가 밀회를 즐긴다. 수컷은 여자친구와의 만남에 방해를 받기 싫다는 듯 인적이 드문 밤이나 새벽에 암컷의 집을 찾아간다.  창문 앞에 조용히 앉아 꼬리를 흔들고 있으면 어떻게 아는지 암컷은 곧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영상을 촬영한 여성은 "두 마리 개가 어떻게 만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일 아무도 모르게 밀회를 즐기며 애틋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은 중남미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나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것 같다. 저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 "소설이나 웹툰 소재로도 손색이 없겠다" "동물세계 로미오와 줄리엣이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사랑에 빠진 개 커플을 '도그미오(도그와 로미오의 합성어)와 줄리엣'으로 불러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 왜군 선발대 도강 막아 북상 지체시켜 [서동철 논설위원의 임진왜란 열전]

    왜군 선발대 도강 막아 북상 지체시켜 [서동철 논설위원의 임진왜란 열전]

    강원도 조방장(助防將·주장을 도와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장수) 원호(元豪·1533~1592)는 남한강 물길이 경기도로 흘러드는 여주에서 도성으로 향하는 왜군 선발대에 맞섰다. 원호 군사가 남한강을 가로막자 왜군의 북상은 한동안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원호는 양평 개군과 여주 금사를 잇는 구미포 나루터에서도 왜적 잔류군을 섬멸하는 전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함경도를 휩쓸고 강원도로 남하하는 왜군을 김화에서 저지하다 격전 끝에 낭떠러지에 몸을 던져 순국했다. 원호 장군의 승전 소식은 선조수정실록 1592년 5월 1일자에 처음 보인다. ‘원호가 여강(驪江)에서 적을 공격해 섬멸시켰다. 원호는 강원도 조방장으로 여강의 벽사(寺)에 주둔하여 적이 나루를 건너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선조실록 5월 22일자에는 원호가 ‘심상치 않은 승리’를 거둔 듯하지만 왜적의 머리를 베지 못하고 전리품만 올려보냈다고 했다. 그럼에도 승첩을 보고했으니 걸맞은 상을 내려야 한다는 주청이 이어졌다. 원호는 1567년 무과에 급제하고 오랫동안 함경도 북변에서 활약했다. ‘이탕개의 난’ 때는 엄동설한에 종일 활을 쏘다 손가락이 잘려나가기도 했다는 강골이다. ●고니시 선발대의 발목 잡아 여강은 여주를 지나는 남한강을 이른다. 벽사는 신륵사의 다른 이름이다. 신륵사에는 지금도 벽돌을 쌓은 전탑(塼塔)이 있다. 이 벽돌탑의 존재로 옛 사람들은 신륵사를 벽사라고 불렀다. 신륵사 앞 남한강에는 1964년 여주대교가 놓였다. 통행량을 감당하지 못하자 1994년 지금 보이는 새 여주대교가 지어졌다. 원호는 여주박물관과 여주도자세상·여주문화원이 몰려 있는 신륵사국민관광지 주변에서 강을 건너려는 왜적을 막았을 것이다. 신륵사 일주문이 바라보이는 곳에 소설가 박종화가 비문을 지은 ‘원호 장군 임진전승비’가 1990년 세워졌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왜군 선발대는 4월 13일 부산에 상륙해 부산진성과 동래성을 점령한 다음 중로(中路)를 택해 양산·밀양·청도·대구·인동·선산을 거쳐 상주에 이르렀다. 여기서 순변사 이일의 조선군을 대파한 뒤 문경으로 진입한다. 가토 기요마사의 제2군은 4월 19일 부산에 상륙한 뒤 경상좌도로 방향을 잡아 장기·기장을 거쳐 울산의 경상좌병영성을 점령하고 경주·영천·신령·의흥·군위를 거쳐 문경에서 고니시군(軍)과 합세했다. 고니시와 가토 연합군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조령을 넘어 충주 탄금대에서 신립의 조선중앙군을 궤멸시켰다. 충주에서 고니시 선발대는 여주와 양근을 거쳐 동대문으로 도성에 들어가고. 가토 제2군은 죽산과 용인을 거쳐 남대문으로 입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근은 양평의 일부다. 1908년 양근과 지평을 합치면서 두 지역에서 한 글자씩 따와 양평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원호의 300명 남짓한 군사가 나루터를 파수하자 왜군은 며칠 동안이나 강을 건너지 못했다. 원호의 군사는 왜군이 강을 건너려고 할 때마다 공격해 도강(渡江) 의지를 꺾었다. 하지만 여주는 경기도 땅이고 원호는 강원도 조방장이었다. 원호는 강원도 관찰사 유영길이 격문으로 보낸 ‘본도 방어’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원호와 그의 군사가 강원도로 소환되자 고니시 선발대는 어려움 없이 남한강을 건널 수 있었다. 조방장은 변란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조정이 파견하는 경장(京將)이지만 방어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왜란 당시 전국 각 도의 관찰사는 방어사를 겸하며 군사권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근왕군을 이끌던 전라도 순찰사 이광이 ‘왜군이 도성을 점령했으니 국사(國事)가 이미 그릇되었다’는 내용의 격문을 곳곳에 보내고 강원도 군사마저 와해되는 상황에 이르자 원호는 다시 남한강으로 돌아와 지역 군사를 불러모았다. 선조실록에는 비변사가 ‘원호가 향병(鄕兵)을 소집해 여주 위쪽에서 잇따라 적을 죽이거나 생포하는 공을 세웠습니다. 백성들이 감동하고 있으니 원호를 여주군수에 제수하소서. 그리고 조방장을 겸임시켜 강원·경기 양도(兩道)의 적을 초멸하는 데 온 힘을 쓰게 하소서’라고 임금에게 아뢰는 대목이 보인다. 원호의 군사는 여주를 중심으로 남한강 북쪽을 폭넓게 오가는 게릴라전으로 여러 전투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유영길의 정치적 횡포’ 당쟁 시각도 선조수정실록은 ‘원호가 적이 구미포에 주둔한 것을 보고 새벽에 습격해 50여 급을 베니 나머지는 도망쳤다. 이로부터 적이 여주의 길에는 들어가지 못했는데 유영길이 다시 격문을 보내 원호를 불렀다’고 했다. 신륵사에서 구미포에 가려면 양수리 방향으로 30분 이상을 달려야 하니 꽤 멀다. 구미포 전투로 여강 북쪽의 지평, 양근, 가평은 왜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원호가 떠남에 따라 이 지역은 다시 왜군의 통행로가 됐다. 유영길의 잇따른 원호 부대 소환을 두고 일각에서는 당시 본격화되기 시작한 당쟁과 연결시켜 ‘서인 원호에 대한 북인 유영길의 정치적 횡포’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왜란 발발 직후 조정에서 임명한 원호는 아마도 도성을 오가는 왜적을 남한강에서 격퇴하는 것을 소임으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반면 강원도 관찰사 유영길은 임지 방어에 역점을 두는 게 당연했고 믿을 만한 휘하병력도 원호의 군사밖에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원호의 집안 원주 원씨는 강원도의 유력 가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고향은 지금 경기도다. 원호의 무덤이 있는 장암리는 강원도 원주 땅이었다. 하지만 1914년 경기도에 합쳐지면서 여주군 북내면이 됐다. 장암리는 신륵사에서 북쪽으로 15분 남짓 달리면 나타난다. 신륵사와 남한강은 고향 마을의 초입에 해당한다. 현장을 돌아보면 원호에게는 나라를 지키면서, 동시에 고향에도 왜적의 발길이 닿게 하지 않겠다는 본능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호는 양주 평구의 이진자 김덕수로부터 학문을 익혔다. 양주 평구는 오늘날의 남양주 삼패동이다. 김덕수는 중종시대 조광조와 함께 사림을 주도하던 김식의 아들이다. 대동법 시행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김육은 김덕수의 증손자다. 김육은 원호가 충장(忠壯)이라는 시호를 받을 수 있도록 효종에게 올리는 시장(諡狀)을 짓기도 했다. 서인의 중진 윤두수·윤근수 형제는 김덕수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절친이다. 더구나 원호의 아들 원유남과 손자 원두표는 훗날 서인이 북인을 몰아낸 인조반정의 공신이 된다.●“강원도에 적 막을 인물 하나도 없다” 반면 유영길의 동생 유영경은 이산해와 세력을 양분했던 북인의 거물이다. 1594년 유영길을 한성부 우윤에 임명하는 선조실록에는 ‘본성이 교만하고 경망하였다. 시종 현명하거나 능력 있는 사람 해치는 것을 자기 임무로 삼았다. 그가 관동의 관찰사로 나아가서는 원호를 다급히 재촉해 끝내 죽어서 돌아오는 흉화를 일으켰다’는 사관의 첨언이 담겼다. 상식을 넘어서는 혹평일수록 당파적 시각의 개입을 의심하게 된다. 북인이 몰락하고 서인의 세상이 되면서 원호를 높이고 유영길을 낮추는 분위기는 갈수록 심화됐다. 앞선 선조실록 기사에서 비변사가 상주한 대로 선조는 원호에 여주군수와 강원도·경기도 조방장을 제수했다. 하지만 원호가 전사한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원호가 경기도 조방장에 여주군수 직함까지 갖고 있었다면 유영길이 또 다른 임지인 여주에 머물던 여주군수 겸 경기도 조방장 원호를 소환할 명분은 크지 않다. 원호의 최후를 선조수정실록은 이렇게 서술한다. ‘조방장 원호가 전사했다. 적이 이미 관북에 침입해 경성(鏡城)에 이르렀다. 유영길이 원호로 하여금 김화의 적을 공격하게 했는데, 적이 복병을 두어 원호는 포위되고 형세가 위축되어 마침내 해를 입었고 병사들도 탈출한 자가 적었다.’ 류성룡은 ‘징비록’에 ‘이로써 강원도에는 적에 대항할 인물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적었다.
  • ‘파친코’ 끝나자마자 이례적 ‘시즌2’ 제작 공개

    ‘파친코’ 끝나자마자 이례적 ‘시즌2’ 제작 공개

    4대에 걸친 한국 이민자 가족의 절절한 삶을 그린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가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며 막을 내렸다. 일제강점기 재일한국인(조선인)부터 그 후세대의 삶을 다룬 이 작품은 한국인의 역사지만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로 전 세계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는 대서사시였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후발 주자로 비교적 구독자가 적은 애플TV+에서 1~3화를 제외하고 일주일에 1화씩 순차 공개됐지만 반향은 적지 않았다. 미국 제작사에서 약 10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파친코’는 한국인의 역사와 애환을 그린 대하 드라마라는 점에서 흥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탄탄한 원작에 기존 OTT에서 볼 수 없던 큰 스케일, 배우들의 호연, 흡인력 있는 전개 등이 어우러져 마지막 8화까지 몰입도를 높였다. 주인공 선자(윤여정)를 중심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압축한 한국적인 이야기를 다뤘음에도 가족과 이민, 금지된 사랑 등 인류 보편적인 주제를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4화부터는 ‘자이니치’라고 불린 재일한국인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일본으로 건너가 모진 삶을 버텨 내는 선자와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까지 마쳤지만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못한 선자의 손자 솔로몬(진하)을 통해 이민자들의 아픔을 그렸다. 한편 애플TV+는 시즌1을 마치자마자 이례적으로 시즌2 제작을 알렸다. ‘파친코’의 총괄 프로듀서 수 휴는 “놀라운 배우들·제작진과 계속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 광주의 핏빛 ‘봄날’… 한사코 우리 곁에 기록으로 다가온 그날 [작가의 땅]

    광주의 핏빛 ‘봄날’… 한사코 우리 곁에 기록으로 다가온 그날 [작가의 땅]

    “불현듯 그날 밤 광장에서의 횃불 시위의 광경이 눈앞에 떠올랐다. 연시빛 불빛에 따스하게 젖어 흔들리던 그 이름 모를 수많은 얼굴들. 어둠이 깔린 거리를 따라 흐르던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행렬. 수천 수만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부르던 노래… 이내 짙은 잿빛의 수면 위로, 누군가의 얼굴들이 물방울처럼 하나둘 돋아나기 시작했다. 윤상현, 무석형, 칠수, 순임이, 민태, 민호… 친구들, 선배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얼굴들. (중략) 저만치 맞은편 섬의 둥근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눈부시게 밝은, 늦은 봄날의 아침이었다.” -임철우 ‘봄날5’ 중에서1998년은 소설가 임철우가 등단한 지 17년, 5·18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는 18년이 되는 때였고, 소설 ‘봄날’이 다섯 권으로 완간된 해였다. 임철우는 꼬박 10년에 걸쳐서 ‘봄날’을 집필했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기록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한국 문학사 최초로 광주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이 기념비적인 작품을 소설이 아닌 기록으로 읽으라니. 이는 어떤 층위로 해석해야 하는가. “하느님, 제가 그날을 소설로 쓰겠습니다. 목숨을 바치라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이것은 소설 속의 대사가 아니다. 생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한사코 그것만을 꼭 써내고자 한 사람의 혈성이며, 광주항쟁을 온몸으로 겪고 살아남은 자가 내지른 속울음의 다른 말이다. 기록자로서 기꺼이 신의 몸주가 되기를 자청한 이의 운명적 토설이자 여전히 귓가에 울리는 총성의 한가운데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고 기록한 자가 토해 내는 숨비소리다. “이건 아무래도 내 작품이 아닌 것 같다. 쓰는 내내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에게 구속당해 있었다. 자유도 없었다. 십 년 동안, 자신이 파괴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저 대리인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열흘 동안,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남들한테는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현실이다, 수없이 더듬고 주물러야 하는 현실….”(조경란, ‘십 년 동안의 고독’ 중 임철우 인터뷰)●비유·상징 은폐됐던 5·18 꺼낸 작품 소설 ‘봄날’의 다섯 권은 에필로그까지 포함해 전 8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이 소설은 오롯이 광주항쟁만을 그리고 있다. 그전까지 그 사건에 대한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에 관한 한 최대치로 우회하거나 비유를 통째로 쏟아부어야 했고 지명을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일은 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졌다. 1998년은 아니 그가 ‘봄날’을 쓰기 시작한 1980년대는 예술 작품마저도 철저한 검열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전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철저히 비유와 상징으로 은폐된 광주를 임철우가 세상 속으로 꺼내 놓았다. 그리하여 임철우는 처음 호명한 자의 위치에서 그것을 소설이자 하나의 기록이 되게 하기 위해 온 생을 걸었고, 그의 이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소설은 광주항쟁이 발발하기 이틀 전인 1980년 5월 16일의 새벽 산수동 오거리에서 시작돼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아침 전남도청 앞까지를 그린 이야기이다. 전체 87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진 이것은 앞서 작가가 밝힌 대로 이야기를 넘어선 어떤 기록이자 피로 쓴 항거 일지라 보아도 무방하다. “끝내 아무도 달려와주지 않았던 그 봄날 열흘/ 저 잊혀진 도시를 위하여 이 기록을 바친다.”(임철우, ‘봄날1’)임철우는 1954년 전남 완도군 금일읍 평일도에서 태어나 전남대 및 서강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도둑’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는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물 그림자’, ‘그리운 남쪽,’ ‘황천기담’, ‘연대기, 괴물’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붉은 산, 흰 새’,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봄날’, ‘백년여관’, ‘이별하는 골짜기’, ‘돌담에 속삭이는’ 등이 있다. 한국일보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요산문학상, 단재상 등을 수상했다.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전남대 영문과에 73학번으로 입학한 임철우는 혼자 소설 습작을 시작했고 군 제대 후 3학년으로 복학해 교내 문학상에 두 번 연속으로 당선이 된다. 1980년 5월에는 영문과 4학년을 다니다가 휴학한 채로 황석영의 소설 ‘한씨 연대기’를 각색한 연극에도 참여한다. 5월 17일 밤 12시를 기해 계엄 확대와 휴교령이 내려져 연극 연습을 중단한 채 학생들은 각자 피신을 해야 했다.대학생 임철우는 활화산 같은 시위 현장으로부터 두 번의 부름을 받는다.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P가 전화를 걸어 동참을 권했던 것이다. 그는 숨어 있던 방문을 열고 나와 약속 장소를 향해 걷는다. “불길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러나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 또한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 장소가 다가올수록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되돌아가고 싶은 유혹도 그만큼 커졌다. 나도 모르게, 지름길을 놔두고 넓은 차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마침내 서점 앞에 왔을 때, 나는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그날 친구와의 만남은 불발됐다. 다음날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또 시위 현장으로 나갔으나 이번에는 그가 선뜻 손을 들어 친구에게 향하지 못한다. 그는 그때의 선택으로 평생 어떤 마음을 형벌처럼 짊어진 자가 돼 버린다. 자의 반, 운명 반이 이런 때 쓰여도 되는 말일까. “아무 일도 못했다는 사실, 비겁하게 혼자만 살아남아 있다는 죄책감과 자책감, 부끄러움과 자기 혐오에 끝없이 시달렸다. 그때까지 나를 지탱해 왔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고 만 듯한 절망감, 어느새 감쪽같이 살인자들의 몫으로 둔갑해버린, 조작된 정의와 진실에 대한 미칠 것만 같은 분노와 증오에 짓눌린 채 나는 헐떡거렸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항쟁 후 2년간 은거 ‘혼돈의 시간’ 항쟁 이후의 광주는 유언비어와 서로 간의 반목, 사라진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다치고 죽은 사람들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임철우는 처참해진 광주를 빠져나가 어느 섬과 해남 대흥사 앞에 은거하며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지낸다. 그로부터 2년쯤 뒤에 서울의 대학원에 진학한 임철우는 “광주사태 때 정말로 그렇게 많이 죽었나? 자네도 직접 봤어?”라는 해맑은 얼굴들 앞에서 깊이 좌절한다. 광주 바깥에서는 그저 폭도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으로만 떠돌고 있는 그곳의 사태를 온몸으로 겪은 자가 받은 충격의 강도는 뭇사람이 함부로 짐작하기 어려운 것일 터. 아마도 그래서였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채는 임철우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적어 두었다. “실제로 80년대 초중반에 그가 써낸 중단편들은 신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비명도 아우성도 아니다. 입이 틀어막힌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다. 모든 나무상자가 관으로 보이고, 냇물에 떠내려오는 꽃잎 같은 분홍빛 조각들이 아이들의 손톱인 세계, 처처에 시취가 물큰거리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을 파괴하는 세계, 거듭되는 악몽의 세계, 뚜벅거리는 발자국은 모두 군화 소리이고 모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공포로 다가오는 세계, 무기력한 아버지와 미쳐버린 어머니, 죽어가는 아들들의 세계이다. 광주는 그 세계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상징의 성채이다.”(서영채, 임철우론 ‘봄날에 이르는 길’) 임철우는 소설의 화자가 아닌 냉철한 카메라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가감 없이 기록했다.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불가한 것들의 최대치까지도 견뎌낸 까닭일까. 그의 소설에 유독 많이 나오는 부사어는 ‘한사코’다. 작가에게 체화된 단어들 중 하나이리라.억울하게 산화된 영혼들과 상처받고 짓밟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은 때로는 인간의 몫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신의 소환을 받은 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쓴 다섯 권의 소설을 읽는 일은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그것을 읽고 기억해야 하는 까닭은 그때의 일을 아직도 현실로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1980년 5월 광주가 과연 ‘지나간’ 일인가. 반성과 후회, 깨달음과 기억은 누구의 몫인가. 그 역사는 지금 다른 옷을 입은 채로 어디선가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우리 모두는 그들로부터 자유로운가. 기억하고 읽는 일이 과연 그것으로 인하여 송두리째 삶을 뺏긴 자들보다 힘들다 말할 수 있는가. 언제나 그 섬에 가고 싶던 등대지기 같은 백년 여관의 작가가 돌담에 혈흔으로 기록한 1980년의 5월의 광주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날의 아침이 한사코 우리 곁으로 다가든 봄날이다. 소설가 이은선
  • 상식을 재구성하는 독서회 열린다

    상식을 재구성하는 독서회 열린다

    양극화된 정치지형으로 혼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독서토론회가 열린다. (사)희망래일은 2일부터 ‘상식의 재구성’을 쓴 조선희 작가와 함께 하는 ‘제1기 하제 토론클럽’을 시작한다. 토론클럽은 조선희 작가가 지난해 ‘혼돈의 한국사회 여행자를 위한 씽킹맵’을 표방하며 출간한 ‘상식의 재구성: 한국인이라는, 이 신나고 괴로운 신분’ 목차에 맞춰 2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6시부터 ▲불평등 퍼즐/미디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민주주의 멀미/독일의 경우 ▲이념트라우마/일본 딜레마 ▲한국인은 누구인가 등 4회에 걸쳐 열린다. 장소는 서울 중구 공간 하제(필동로1길 10-6), 모집인원은 15인 이내이며, 등록비는 20만원이다. 조선희 작가는 1982년 연합통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했으며 1995년 영화주간지 씨네21 창간부터 5년간 편집장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열정과 불안’, ‘햇빛 찬란한 나날’ 등 소설과 수필집을 썼다. 일제강점기 혁명가로 활동했던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세 여자’로 허균문학작가상을 받았다.
  • 이민진 작가 원작·배우 윤여정 주연 ‘파친코’, 시즌2 제작 확정

    이민진 작가 원작·배우 윤여정 주연 ‘파친코’, 시즌2 제작 확정

    애플TV+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의 두 번째 시즌 제작을 확정했다고 30일 알렸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진하 등이 출연했다. ‘파친코’를 기획한 총괄 프로듀서 수 휴는 “끈끈한 생명력을 지닌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며 “놀라운 배우들·제작진과 계속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 “국민 감정까지 통제?” 네이버 뉴스 ‘화나요’ 삭제에 네티즌 ‘부글’ [넷만세]

    “국민 감정까지 통제?” 네이버 뉴스 ‘화나요’ 삭제에 네티즌 ‘부글’ [넷만세]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뉴스 평가 체계를 개편하면서 ‘화나요’ 버튼을 삭제한 것과 관련,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네티즌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8일 오후 6시 이후 새로 올라오는 뉴스 기사에 이용자들이 피드백할 수 있는 ‘감정 버튼’을 ‘추천 버튼’으로 교체·적용했다. 새로 제공되는 버튼은 ▲쏠쏠정보 ▲흥미진진 ▲공감백배 ▲분석탁월 ▲후속강추 등 5가지로 모두 해당 기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추천 이유를 선택하는 버튼들로 바뀌었다. 기존엔 ▲좋아요 ▲훈훈해요 ▲슬퍼요 ▲화나요 ▲후속기사 원해요 등 5가지 버튼 중 하나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개편 후엔 슬픔이나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 “국민들 감정표현도 막아버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러웠나”라고 비판했다. 이토랜드에는 “다음 정권 눈치 보고 벌써 없앴다”는 추측 댓글이 베스트 댓글에 올랐다. “기레기(기자+쓰레기)들이 불편해서 없앴나 보다”, “공산당인가. 왜 싫다는 표시를 못하게 막나” 등 댓글도 이어졌다. 에펨코리아(펨코)에는 “악마적 발상. 표현의 자유 침해다”, “실시간 검색어부터 삭제하더니 조금씩 조금씩 통제해서 거부감 못 느끼게 한다”, “PC(정치적 올바름)의 연정선, 불만 표출을 제도적으로 막는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이밖에 “문재인 대통령 광고판 걸린단 기사에 화나요 1만 7000개 찍힌 뒤에 바로 없어졌다”, “소설가 이외수 사망 기사에 좋아요가 너무 많이 박혀서 그런 거 아닌가” 등 각종 추측 댓글이 여러 커뮤니티에 등장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전날 “사용자들이 기사를 보고 감정 표현을 남기는 방법 대신 기사 ‘추천 사유’를 선택하는 형태로 새롭게 전환된다”고 밝혔다. ‘쏠쏠정보’는 평소 알지 못했던 유익한 정보성 기사에, ‘흥미진진’은 빠져드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기사에, ‘분석탁월’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통찰력 있는 기사에 부여하면 된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네이버는 아울러 “사용자들의 반응을 기반으로 언론사들이 공들여 작성한 좋은 기사들이 발굴될 수 있도록 기대한다”며 “좋은 기사들이 더 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관점에서 사용자 피드백 서비스를 개선해가겠다”고 밝혔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고든 정의 TECH+] 대포로 위성을 쏜다?…쥘 베른 소설 150년 만에 현실로

    [고든 정의 TECH+] 대포로 위성을 쏜다?…쥘 베른 소설 150년 만에 현실로

    19세기 당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인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은 1865년 달 여행을 소재로 삼은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From Earth to the Moon/De la Terre à la Lune)를 선보였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로켓이 없던 시절이라 달까지 가는 방법은 거대한 대포를 이용해 사람이 탈 수 있는 포탄형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설에 대해 모르는 분들도 20세기 초 만들어진 무성 흑백 영화인 '달 세계 여행'의 포스터는 익숙할 만큼 한 때 이 아이디어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달까지 포탄을 쏠 수 있는 대포를 만들어도 사람이 발사 시 충격을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미사일과 로켓의 시대가 오자 이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잊히게 됩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여전히 대포를 이용한 우주 발사 기술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차 대전 전후로 관련 기술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목표는 사람이 아니라 강한 충격과 가속도에 견딜 수 있는 소형 인공위성으로 바뀌게 됩니다. 30년 전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샤프(Super High Altitude Research Project, SHARP)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장거리 대포는 일반적인 장약이 아니라 수소를 사용한 것으로 포구 속도를 마하9 정도로 끌어 올렸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는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포탄 내부에 추가적인 로켓을 탑재해야 합니다. 결국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샤프 프로젝트는 1992년에 취소됐습니다. 샤프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그대로 사장하기는 아깝다고 생각하고 우주 스타트업을 설립해 민간에서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설립한 그린 런치(Green Launch)는 최근 초기 프로토타입 대포를 공개했습니다. 이 프로토타입 대포는 16.5m 길이로 과거 샤프의 122m보다 훨씬 짧지만, 최신 소재 기술을 적용해 마하3이 넘는 포구 속도와 4MJ의 포구 에너지를 달성했습니다. 풀 스케일 버전은 마하 17.5(6㎞/s)의 속도로 로켓을 가속해 지구 대기 상층부로 쏘아 올리기 때문에 약간의 로켓 연료만으로도 위성 궤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다만 실제 이 속도로 발사가 가능하다고 해도 3000G에 달하는 가속도를 견딜 수 있는 인공위성이 없다면 상업 발사는 불가능합니다. 연구팀은 3200G의 가속도를 견디면서 포탄형 발사체에 수납할 수 있는 원통형 미니 위성을 같이 개발 중입니다. 그린 런치가 노리는 시장은 큐브셋 같은 소형 인공위성 시장입니다. 연구팀은 발사 비용이 가장 저렴한 로켓보다 10배 더 저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버리는 부분 없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60~90분에 한 번씩 발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염 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린 런치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였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가능한지는 앞으로 이들이 증명해 보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150년의 세월을 지나 있었다 공상과학 소설의 선구자인 쥘 베른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한국인 경멸’ 日 DHC, 맥주사업 나섰다가 ‘차별기업 꺼져라’ 뭇매

    ‘한국인 경멸’ 日 DHC, 맥주사업 나섰다가 ‘차별기업 꺼져라’ 뭇매

    #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世田谷)구가 지난달 30일 민관 공동으로 지역 브랜드 수제 캔맥주를 출시했다. 이름은 ‘시모키타자와 카오스 맥주’. 서브컬처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해외에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는 관내 시모키타자와 지역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차원이었다. # 그러나 시작부터 말썽이 생겼다. 이 맥주를 생산해 납품하는 회사가 한국과 재일교포에 대한 극단적 혐오 언동으로 악명 높은 화장품 기업 DHC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29일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에 따르면 ‘시모키타자와 카오스 맥주’의 제조사가 DHC란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DHC는 물론이고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세타가야구 당국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트위터에는 ‘#시모키타자와에 DHC 맥주는 필요 없다’, ‘#차별기업 DHC의 상품은 사지 않습니다’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넘쳐났다.특히 세타가야구 당국은 ‘누구라도 성별 등의 차이 또는 국적, 민족 등 다른 사람들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부당한 차별적 취급을 함으로써 타인의 권리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구 자치조례(제7조)를 행정기관 스스로 위반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이에 구청은 지난 25일 “당국은 맥주 개발 과정에서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으며 제조업체 선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분노의 목소리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관내 주민들과 시모키타자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혐한 발언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시민사회에서까지 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힌 요시다 요시아키(81) 회장의 DHC와 제휴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세타가야구청 관계자는 “맥주가 발매된 후 주민들로부터 제조사에 대해서 문의가 있어 확인해 보았고, 그제서야 비로소 제조회사가 DHC임을 알게 됐다”고 허핑턴포스트에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DHC라는 이름이 적힌 맥주 캔 포장 디자인을 확정할 때 구청도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요시다 회장의 혐한 언동은 수위와 빈도에서 다른 우익 인사들과 차원을 달리 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을 위해 혐오하고 경멸해야만 하는 한국계 유명인사의 실명을 언론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신문사와 방송사가 강하게 거부해 좌절됐다”며 “일본의 중추를 한국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2019년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자 그의 혐한 활동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특히 자회사 DHC TV에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 등 극우 성향 인사들을 출연시켜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한국을 폄하하고 역사를 왜곡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했다.DHC는 결국 한국내 불매운동에 무릎을 꿇고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해 4월에는 자신의 한국인 혐오 문제를 취재한 NHK에 대해 ‘일본 조선화의 원흉’, ‘일본의 적’으로 비방해 일본 공영방송으로 전선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지난 3월 요시다 회장에게 “차별적 언동은 인권침해에 해당하므로 이를 반복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경고문과 조사보고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세타가야구는 주민 94만명으로 도쿄도 60여개 자치단체 중 인구 기준으로 가장 큰 자치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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