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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살바도르 달리, 구원의 여인/사비나미술관장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살바도르 달리, 구원의 여인/사비나미술관장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평생 한 여자 또는 한 남자만을 사랑한다는 것은 한 개의 양초가 평생 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실험 결과도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에 따르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18~30개월에 불과하다.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호르몬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애감정이 한시적이라는 이론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불변함과 영속성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토록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한 사례도 드물지만 발견된다. 미술에서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사랑을 꼽는다. 달리는 10년 연상인 아내 갈라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녀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53년 동안 오직 갈라만을 사랑했다.달리에게 갈라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였고 절대적 존재였다. 이는 그가 “갈라는 나의 구원의 여인이 될 운명이었다.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승리의 여신, 그러기 위해 나는 치유받아야 했는데 그녀는 정말로 내 광기를 치유해 줬다. 나는 그녀와 결혼해야만 했다”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갈라는 달리의 과대망상적 행동과 기발한 상상력, 자기애, 강박증을 천재의 특권으로 이해하고 존중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달리의 천재성을 간파한 갈라는 치유 천사, 매니저, 딜러, 비평가, 후원자, 뮤즈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스페인 시골 출신 무명화가인 남편을 세계적 거장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비평가 니나 소피아 미랄레스는 “갈라가 없었다면 위대한 예술가도 없었을 것”이라고 갈라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달리는 갈라에게 모든 것을 의존했고 아내를 여신처럼 숭배했다. 그 증거로 1930년쯤부터 작품에 ‘갈라 살바도르 달리’라는 공동 이름으로 서명했다. ‘포트 리가트의 성모’라는 그림에서는 초월적 존재인 성모 마리아로 분한 갈라가 등장한다. 달리는 1982년 갈라가 세상을 떠나자 방에 커튼을 친 채 먹고 마시기를 거부했으며 누구도 아내의 이름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하게 했다. 전기작가 팀 맥거크는 “갈라의 죽음 이후 달리는 그림 또는 삶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고 적었다. 살아 있지만 죽은 상태였던 달리는 1989년 85세로 사망했다.
  • [문화마당] 어느 도마들의 역사/이은선 소설가

    [문화마당] 어느 도마들의 역사/이은선 소설가

    여기 도마가 있다. 3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고스란히 주인의 칼질을 받아 내던 투박한 소나무 도마다. 칼질이 서툰 장사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내 거기에만 있었으니, 주인의 가장 충실하고도 믿음직한 동행이 아닐까. 똬리 튼 뱀마냥 옹송그린 순대 뭉치를 찜기에서 들어 올려 새벽 내내 벼린 칼을 슥 가져다 대면 끊긴 순대가 내려앉는 바로 그 자리에 마침내 구멍이 파인 것이다. 30년은 7㎝ 두께의 소나무 도마가 수많은 칼질 끝에 구멍이 나는 시간. 도마는 화려한 퇴임사나 송별식 대신에 주인이 선뜻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얹고 한갓진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새로운 도마는 아직 길이 들지 않아서 잘린 순대들이 여기저기로 튀고 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저 좌판에서 순대를 사 먹었다. 타지의 여고로 진학을 했을 적에도, 대학생 때는 물론이거니와 코이카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돌아왔을 때에도 그 순대를 먹었다. 남편 될 사람을 처음 본가에 데려갔을 적에도,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뒤뚱거리며 순대 좌판으로 갔다. 그리하여 이제는 네 살이 된 딸아이가 좌판에 가서 ‘할미 안녕!’을 외치며 손을 흔든다. 순대에 관한 한 여러 논의가 있는 줄 안다. 짬뽕이냐 짜장이냐, 양념치킨이냐 프라이드치킨이냐와 같은 오래된 메뉴 싸움처럼 순대도 각 지역마다 갖가지 양념을 곁들인다. 마치 그 양념이야말로 지역의 대표 양념장이라도 되는 것마냥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쌈장과 막장, 초장과 간장에 이은 상추쌈과 깻잎쌈, 더 나아가면 양념순대냐 백순대냐 아니면 떡볶이 국물이냐까지. 최근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가 순대를 손으로 집어 먹는 것까지 화제가 됐다. 그 순대 접시에 오붓하게 놓여 있던 소금장을 나는 봤다. 광천의 특산물은 토굴 새우젓과 조미김이다. 순대 좌판으로 가려면 시장에 꽉 들어찬 새우젓 가게들을 헤쳐야 한다. 시장의 어느 길로 들어서든 꼭 그곳을 지나야 하는 자리에서 순대 찜기가 사시사철 언제나 열기를 내뿜는다. 주인은 손님들에게 단출히 순대와 소금장만 내주는 것이 아니다. 계절마다 갖가지 다른 재료와 토굴 새우젓으로 버무린 김치를 특미로 곁들여 준다. 단골들도 많아서 좌판이 비워지기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여기저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광천역에 내린 타지 사람들이 시장에 와서 순대를 사갈 때도 많다. 도마의 30년 속에는 간호사였던 이가 알코올에 저돌적인 남편을 둔 덕분에 순대 장사로 집을 건사하기까지의 시간도 포함된다. 스스로 시장의 명물이 되기까지 선배 장돌뱅이들로부터 견뎌야 했던 여러 가지 희로애락은 옵션일까. 언제나 그의 새벽을 여는 것은 찜기가 열을 폭폭 올릴 때쯤 한 잔 타 마시는 믹스 커피. 노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이 가장 먼저 내려앉는 것도 랩에 둘둘 말아두었던 도마다. 나는 새 도마가 서둘러 길이 들기를 바라지 않는다. 주인이 생의 마지막 도마라고까지 여기는 그것이 서서히 칼의 길이 잡혀 가며 그 좌판과 함께 내내 거기 있으면 좋겠다. 내게는 고향의 맛, 시간의 맛, 걸어오는 모습만으로도 사람을 알아맞히는 익숙한 인정의 맛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도마가 30년쯤 걸려 은퇴했으니, 이번에도 30년을 약속한다면 주인 아니 우리 성희씨는 백세쯤 되겠다. 그때는 성희씨도 도마도 은퇴를 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내 그곳의 단골이고 싶은 마음을 그의 도마에 소금처럼 얹어 두는 광천시장의 봄날이다.
  • 예술위, 문장웹진 편집위원… 이병철·안보윤·유인혁 위촉

    예술위, 문장웹진 편집위원… 이병철·안보윤·유인혁 위촉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온라인 문학잡지 ‘문장웹진’ 9대 편집위원으로 이병철 시인·안보윤 소설가·유인혁 문학평론가를 위촉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병철 시인은 “문학작품과 독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광장의 일꾼으로 문장웹진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재미와 감동, 사유의 깊이, 시대를 향한 문제의식이 담긴 좋은 작품을 소개하도록 열심히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국민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2005년부터 문장웹진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1일 창작시 7건, 단편소설 4건, 비평 2건과 기획 2건, 커버스토리 등 15건 내외의 글을 올린다. 신임 편집위원은 창작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코너 운영과 지역 작가 발굴 등을 기획한다. 동시대 문학장 내 주요 이슈 발굴 및 담론을 제시하는 기획 좌담 등에도 참여한다.
  • [최보기의 책보기] 바다를 닮은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최보기의 책보기] 바다를 닮은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바다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특별한 의미와 가치로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고독한 사람은 유독 바다를 그리워한다. 외로운 사람, 슬픈 사람도 그러하다. 우리에게 바다는 대체 무엇이길래 과학이든 문학이든 바다를 건너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게 하는 것일까. 바다가 소재인 문학을 들라면 소설로는 단연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일 것이다. 영어 원문을 읽어볼 처지가 못 돼 번역본을 읽은 후 처음 드는 생각은 ‘이게 세계적인 소설이라고? 나도 소설 써볼까?’였다. ‘쉽게 쓰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임을 헤밍웨이가 충분히 입증한다. 84일을 허탕친 후 85일 만에 잡은 청새치를 지키려고 2박 3일간 망망대해에서 고독한 사투를 벌이고 돌아온 노인 산티아고가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사람은 파멸 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그다음 얘기다. 바다가 소재인 시(詩)를 들라면 필자는 단연코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꼽는다. 청춘의 한 때 시인의 꿈을 꾸었던 까닭이 이 시집 때문이었다. 그가 바다를 읊은 시들은 여러 성우의 멋진 목소리로 낭송돼 오늘도 인터넷을 흠뻑 적시는 중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는 시구가 가장 대중 친화적이지만 시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시구가 바다처럼 풍성한데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는 시구는 또 어떤가! 『나는 바다를 닮아서』는 소설 『통영』(2021, 강)의 작가 반수연의 산문집이다. 반 작가는 통영이 고향인데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해외동포다. 고향에 대한 감정이나 향수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나도 아버지처럼 붕어빵에 하얀 설탕을 뿌려볼까 망설인다. 식어 눅눅해진 붕어빵을 달콤하게 바꾼 아버지의 하얀 설탕이 사실은 내 평생 써도 써도 남을 유산이라도 된 듯 많은 날에 달콤한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아버지는 알까. 아버지의 붕어빵은 내 삶을 단계마다 또 다른 은유와 상징으로 나와 함께 자랐다. 이제 나는 오래 떠올리는 아이의 마음 대신 아버지의 마음을 더 자주 상상하는 어른이 되었다”. “장하고 복되다. 그렇다고 너무 먼 곳에 살아 미안했던 마음이 없어지진 않겠고, 사십구 년을 과부로 살아낸 한 여인의 생이 결코 가벼워지지는 않겠지만. 엄마 잘 가요. 나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지나치게 다정한 내 목소리에 나도 놀라면서. 엄마 잘 가요.”처럼 작가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바다를 닮은 사람의 모습이 궁금하거든 읽어볼 것을 권한다. 바다를 말하자니 “항구에 정박한 배는 안전하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괴테의 명언을 지나칠 수가 없다. 덧붙여 필자는 “거친 바다에 나선 배는 파도를 보지 말고 바다를 봐야 육지에 닿는다.”는 금언을 가슴에 새겨놓고 글도 쓰고, 산다. 분하다! 저 멀리 남쪽 바다에 계란처럼 떠 있는 섬 거금도가 고향인 필자 역시 바다에 대한 애증이 남다른데 ‘나는 바다를 닮아서’라는 멋들어진 책 제목을 반수연 작가에게 빼앗겨버렸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지만지 삼대’ 1366쪽에 주석 5000개 이 책을 택해야 하는 이유

    ‘지만지 삼대’ 1366쪽에 주석 5000개 이 책을 택해야 하는 이유

    지난 14일은 우리 근대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품 ‘삼대’를 내놓은 횡보 염상섭(1897~1963)이 세상을 떠난 60주기 날이었다. 20일 출간되는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삼대’를 서점 진열대에서 본 이들은 흠칫 놀랄 것이다. 무척 두껍다. 1366쪽이다.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것을 저본으로 삼아 출간한 책과 해방 후 작가가 개작한 내용을 저본으로 삼은 책 등 여섯 종을 비교해 차이를 확인하고 오류를 바로잡은 내용을 전승주 서울과기대 기초교육학부 교수가 주석으로 단 것이 무려 5000개에 이른다. 신문에 실렸던 화백 안석주의 삽화 171점을 실어 텍스트로만 접했던 이들에게 시각적 충격도 상당할 것이다. 상상과 해석을 저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며 90년 전 경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삽화들은 너무도 영화적이어서 영화 콘티로 써도 무방할 정도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지만지가 아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물과 풍경 53가지의 실제 사진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수록했다. 16개의 경성 부분 지도에 정치적, 지리적 공간 지표를 표시해 독자들을 1920년대 경성으로 데려다준다. 이 지도는 가로 300㎝, 세로 200㎝ 초대형으로 길, 건물, 집, 전차가 다니는 길, 도로 위 자동차까지 아주 상세하다. 누구는 실제 크기로 제작해 벽에 붙일 수 있게 하자고 했는데 결국 본문의 해당 공간과 함께 볼 수 있도록 16개로 쪼개 넣게 됐다. 그러니까 ‘새 번민’ 장(章) 뒤에 “상훈이 경애를 기다리던 K호텔이 여기, 남산 2정목에 있다”는 설명과 함께 부분 지도가 들어가는 식이다.기자에게는 서울말, 경기말의 보고(寶庫)란 점이 더욱 매력으로 다가왔다. 서울말과 경기말의 차이를 알려줄 수 있는 생존 인물이 몇 안되는 이 때 ‘지만지 삼대’를 꼼꼼히 읽어볼 이유가 된다. 1920년대 경성과 경기도 일원에서 사용되었던 언어를 가장 풍부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며 지금은 없어진 옛말, 한자어, 사투리 등이 그득 담겨 있어 이 모두에 주석을 달았다. 실제 인명, 지명도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들도 충분히 설명했다. “컵을 가져다가 또 고쁘찜을 한다” “있는 사람보다도 더 주짜를 빼는 수도 없지 않지만” “제가 그따위 악심을 먹고 어서 돌아가셔서 볏백이고 꾸려 가지고” 사전에도 안 나오는 단어들이다. 고쁘찜은 ‘컵(고쁘)에 술이 가득한 모양’을 뜻한다. 주짜를 뺀다는 것은 ‘난잡하게 굴지 않고 짐짓 조촐한 태도를 취한다’는 의미다. 볏백은 ‘벼 몇백 섬, 곧 얼마간의 재산’이라는 뜻이다. 박윤아 팀장은 총 830개가 넘는 주석을 달았다. 고전 작품과 현대 독자들 사이 시공간의 격차를 ‘곁텍스트’(para-texte)로 채워야 했다. 김희경 박사가 집필했다. 곁텍스트에 ‘이미지 편집자’ 홍혜련 씨가 찾은 이미지를 결합했다. 이미지를 배치하는 방식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본문 삽화를 전면에 배치했다가 글과 함께 흐르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곁텍스트 이미지들은 마치 잡지처럼 본문 사이사이에 넣는 것으로 결정됐다.류장복 화백이 그린 표지화도 빠뜨릴 수 없다. 표면에 드러나는 서사의 세 주인공,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확장하는 다른 인물들, 즉 병화, 홍경애, 수원댁, 필순에게도 애착을 가졌다. 화백의 이러한 관점은 연구자들의 시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조씨 가문 삼대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을 둘러싼 “주의자”들의 서사, “나쁜 여성의 서사” 역시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화백은 이를 표지에 반영해 두 개의 유화를 그렸다. 하나는 조씨 삼부자, 또 하나는 삼부자의 주변 인물들인데 둘 다 사용하기로 했다.화백은 남녀 모델에게 의상을 대여해 입히고 여러 고증 자료들을 찾아가면서 사실에 근접할 수 있도록 그림을 완성했다. 최정엽 편집주간은 “‘현대 독자들이 90년 전 한국소설을 읽고 싶어 할까?’ 질문에서 출발해 단지 그동안 읽을 수 있도록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멀어진 것이란 답을 얻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 수 있을까? 묻고 답했다”고 털어놓는다. 감히 세상에 없던 책의 값은 4만 6000원으로 정해졌다. 비싼가? 독자들의 답이 궁금하다.
  • 에이템포미디어, 차세대 작가 발굴 위한 ‘웹툰화 웹소설 공모전’ 개최

    에이템포미디어, 차세대 작가 발굴 위한 ‘웹툰화 웹소설 공모전’ 개최

    6개 웹툰사와 함께 웹툰화에 용이한 ‘서사 중심의 웹소설’ 공모.. 총 상금 1억 원 웹소설·웹툰 출판사 ‘에이템포미디어(대표 최재호)’가 웹소설x웹툰 콜라보레이션 ‘웹툰화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에이템포미디어가 주최하고 6개 웹툰사(레드아이스스튜디오, 다온크리에이티브, 아트리, 앤트스튜디오, 테라핀, 콘텐츠랩블루)가 협력해 진행된다. 총 상금 1억 원 규모로 웹툰화에 용이한 ‘서사 중심의 웹소설’을 공모한다. 이는 휴대용 온라인 기기의 보급에 따라 종이책에서 e-book으로, 웹소설로 변화하며 그 규모를 키워온 장르 문학의 특성과 웹소설의 검증된 스토리 및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기 웹소설의 웹툰화 현상에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 수십억 단위의 매출로 타 웹소설 작가와 웹툰 작가 및 지망생에게 꿈을 심어 주는 ‘대박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출판사와 제작사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다년간 많은 웹소설·웹툰 작품을 출간한 에이템포미디어 역시 이번 공모전을 통해 차세대 대박 작가를 발굴하겠다는 포부다. 이에 에이템포미디어는 6개 웹툰사와의 협력으로 수상작들의 웹소설 출간은 물론, 웹툰 우선 제작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웹툰 우선제작이란 참여사에서 수상작을 웹툰화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이 제공되고 웹툰 제작 결정 시 최우선적으로 제작을 진행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공모 대상은 웹툰화에 용이한 ‘서사 중심의 웹소설’이며 유료화 및 출간 계약 이력이 없는 작품이 있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공모 장르는 판타지, 무협, 현대물, 스포츠, 대체역사 등의 남성향 장르와 여주판, 판타지드라마, 아이돌물 등의 여성향 장르다. 참가를 희망하는 이들은 5월 12일까지 에이템포미디어 블로그 내 첨부된 투고 양식에 따라 작가, 작품소개 및 시놉시스와 10만 자 이상의 원고로 이메일 접수가 가능하다. 에이템포미디어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웹소설이 유·무료 연재를 시작하고 웹소설 원작 웹툰들이 셀 수 없이 서비스되는 등 웹소설의 웹툰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차세대 대박 작가를 발굴하여 웹소설 출간과 웹툰 우선 제작 기회 등 다각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공모전을 개최하니 많은 이들의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수상작 발표 일정은 5월 31일이다.
  • 앙숙 佛·獨, 화해·고난의 역사 대화… 새로운 미래 연 ‘오월동주’ 지혜[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앙숙 佛·獨, 화해·고난의 역사 대화… 새로운 미래 연 ‘오월동주’ 지혜[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올해 1월 22일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만났다.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와 협력 조약인 ‘엘리제조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나치의 침공으로 받은 어마어마한 재산과 인명 피해로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샤를 드골은 1963년 1월 22일에 서독과 양국 관계에서 신기원을 확립한 조약을 체결했다. 민족주의자 드골은 그 직전까지도 독일이 지난 145년 동안 프랑스를 일곱 번 침략하고 파리를 네 번 점령했음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과 같은 어려운 국제 여건 속에서 ‘위대한 프랑스’의 재건이라는 국익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언했다.●‘마지막 수업’과 아르테(ARTE) 프랑스의 작가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을 기억하는가? 이 단편소설은 아멜 선생님이 ‘오늘 수업이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입니다. 내일부터는 독일어를 공부하게 됩니다’라고 말한 후 교실 칠판에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라고 적으면서 끝을 맺는다. 소설의 배경은 1870년에 벌어진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의 승리로 독일이 프랑스로부터 빼앗은 알자스로렌 지방이다. 두 나라 접경지에 있는 이곳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영토 분쟁에 휘말렸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이곳을 프랑스에 반환했다가 1940년에 무력으로 다시 합병했다. 여기서 태어난 청년들은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으로 소집 명령을 받았고, 1940년에는 프랑스 군복을 입고 나치 군대에 대항해야 했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적을 여러 번 바꿔야 했던 웃지 못할 희비극이 연출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자국 언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했던 알자스로렌 지역의 중심 도시는 스트라스부르로, 지금은 여기서 독일과 프랑스 합작 공영방송 아르테(ARTE)가 운영되고 있다. 1992년부터 주로 예술·영화·역사·시사 등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 동일한 프로그램을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동시에 송출한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두 세기 동안 서로 원수처럼 여겼던 두 국가가 협력해 공영방송 설립이라는 유례없는 시도를 할 정도로 신뢰하는 동반자가 된 것이다. 양국은 줄곧 서로에게 최대 교역 파트너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미래 세대로 이어진 엘리제조약 효과 엘리제조약 이후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1970년대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헬무트 슈미트,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헬무트 콜을 거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이는 양국 관계의 정상화 못지않게 우호 협력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우파와 좌파의 정권 교체라는 국내 정치에 따라 양국의 대외 관계가 변하지 않고 정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음을 말한다. 회복된 쌍방의 상호 신뢰는 통일독일의 핵무장을 우려했던 프랑스가 1990년 독일 통일에 동의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기성세대의 이러한 오랜 노력은 미래를 책임질 청년세대로 이어졌다. 엘리제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은 2003년에 양국 청소년들은 ‘무지에 따른 선입견을 줄이기 위해 같은 내용의 역사 교과서 도입’을 제안했고, 이 요청을 두 나라 정상이 받아들이면서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 교과서가 2006년에 출간됐다. 이는 사상 초유의 국가 간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독일·프랑스 교과서 협력을 위해 독일 측에서는 게오르그 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GEI)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연구소는 1970년대부터 독일과 폴란드의 역사 교과서 개선 활동 실무도 맡고 있었다.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게 폴란드계 유대인 200만명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5분의1인 600만명이 살해당했다. 더욱이 역사 대화가 시작될 무렵 폴란드는 공산 정권의 서슬이 시퍼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도 양국 학자들은 상호 신뢰 아래 민족적 편견을 극복하며 역사 대화를 지속해 나갔다. 그 결과 같은 내용을 각각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기술한 총 네 권으로 된 공동 역사 교과서가 편찬됐다 공동 교과서가 만들어지려면 해당 국가들의 정치적 화해와 상호 이해가 전제돼야 했다. 엘리제조약은 물론 1970년 서독과 폴란드가 맺은 바르샤바조약이 국가 간 관계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종교계·학계·문화계도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화해 분위기가 다양한 형태로 조성됐다. 엘리제조약 이후 독일과 프랑스 청소년 900만명 이상이 교류 사업으로 상대방 국가를 방문했고, 2000개 이상의 도시가 자매결연을 했다. 한때 원수지간이었던 프랑스·독일·폴란드는 이제 유럽이라는 같은 배에 몸을 싣고서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가라앉히고 서로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공동 역사 교과서는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공존과 번영의 항로 표지 구실을 한다.이를 위해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공동 역사 교과서는 ‘자국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 다자적 관점과 교차적 접근을 통한 역사서술’을 시도했다. 학습자에게 상대방 관점에서 역사를 읽는 역지사지의 방법론이 이 교과서들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흑백논리가 아닌 ‘두 가지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사건을 서술할 때 상대 국가의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다른 나라 학생들은 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 주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학습자가 편협한 민족주의적 관점이나 불관용적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흑백논리는 문제의 해결점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역사 해석의 양자택일적 논리를 지양하고자 했다. 기존의 역사 서술은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을 드러내면서 상대편을 모든 고통의 근원이자 악마적 존재로 묘사했다. 이웃 나라 역사의 부정적 측면만 따진다면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역사 교육의 중요한 임무이다. 처음부터 이웃을 적으로 규정하면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려는 역사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쌍방향적 기억의 복원은 국가적 자부심만 강조하지 않고 자신의 폭력적 역사를 반성하고 회개하는 계기를 만든다.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역사 교과서 협의는 합의가 어려운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상이한 해석을 병렬적으로 서술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비록 두 가지 다른 시선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역시 지속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한 쌍무적 교과서 협력의 결과였다. 동일한 대상도 관찰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이 하나의 사건도 서로 다르게 해석됨을 인정한 것이다.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역사 대화는 현재의 관심이나 관점에서 과거를 이해하고 재단하려는 현재주의적 태도를 지양했다. 현재의 렌즈로 과거를 보면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된 법률로 소급 적용해서 과거를 단죄하는 ‘소급 적용의 오류’는 역사 전쟁의 종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적에게 늘 화해의 문 열어 놓아라” 역사 교육은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국가적·민족적 정체성을 길러 주는 수단이 아니라 자성적 관점을 길러 준다. 그러려면 역사 교육은 일국사(一國史)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 교과서는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관용(官用) 역사책이 아니다. 국경을 초월한 상호 교섭에 주목해 국가 간의 정치·경제·사상·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상호 관계사와 교섭사를 가르쳐야 한다. 국가 간의 역사가 만나고 충돌하며 공생하는, 즉 서로 얽혀 있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양국 간 또는 삼국 간 역사 대화는 자국의 어두운 과거를 인정하는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 유럽의 교과서 협력이 주목을 많이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의 관점을 빌려 자국 역사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역사 대화는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화해의 문이자 동시에 고난의 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신의 적에게 늘 화해의 문을 열어 놓아라”라는 명언처럼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촉진하려면 적의를 품고 지금껏 한배에 올라탄 적이 없는 사람들도 필요에 따라 서로 도울 수 있다는 오월동주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아무리 원수 사이라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서로 단결하게 된다는 오월동주가 적을 옆에 두고 잠들었다가 언제 상대한테 기습당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적과의 동침’보다는 낫지 않을까? ‘Contraria sunt complementa’(대립하는 것은 상호 보완적이다)라는 라틴어 문구에 더욱 공감이 가는 3월이다. 중앙대 교수·작가
  • ‘♥김민희’ 홍상수, 새로운 소식 전해졌다 “4월 12일…”

    ‘♥김민희’ 홍상수, 새로운 소식 전해졌다 “4월 12일…”

    홍상수 감독(62)의 29번째 장편 영화 ‘물 안에서’ 국내 개봉일이 4월 12일로 정해졌다. 홍 감독은 지난달 22일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 섹션에서 월드프리미어 상영 및 포토콜, 무대인사, Q&A 등의 행사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당시 영화제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제작실장을 비롯해 배우 신석호 하성국 김승윤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홍상수 감독은 ‘도망친 여자’, ‘인트로덕션’, ‘소설가의 영화’에 이어 4년 연속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물 안에서’는 영화 전공 학생들이 갑자기 제주도로 내려가 영화를 찍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 후 외신의 호평이 이어졌다. 한편 22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은 2016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2017년 3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서 “사랑하는 사이”라며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홍상수는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으로 같은 해 12월 이혼 재판에서 패소해 여전히 법적인 기혼자다. 두 사람은 국내 공식석상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해외 영화제에만 함께 참석하고 있다.
  • [베스트셀러]애니 흥행으로 탄력…‘스즈메의 문단속’ 껑충

    [베스트셀러]애니 흥행으로 탄력…‘스즈메의 문단속’ 껑충

    올해 최단기간 1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동명 소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으로 껑충 뛰었다. 17일 교보문고 3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주보다 16계단 상승한 6위에 올랐다. 출간을 열흘 넘게 남겨둔 시점에서 예약 판매만으로 거둔 성과여서 주목된다. 오는 31일 출간하는 이 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직접 썼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스즈메의 모험을 그렸다. 영화통합전상망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은 16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관객은 123만 8000여명이다. 종합 순위로는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은 지난주와 같은 2위다. 3위는 ‘원씽’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제작 과정과 뒷이야기를 엮은 ‘슬램덩크 리소스’는 지난주보다 한 계단 하락한 4위였다. 다음은 교보문고 3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 2. 김미경의 마흔 수업(어웨이크북스) 3. 원씽(비즈니스북스) 4. 슬램덩크 리소스(대원씨아이) 5. K 배터리 레볼루션(지와인) 6. 스즈메의 문단속(대원씨아이) 7.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8. 1퍼센트 부자의 법칙(나비스쿨) 9. 한밤중의 심리학 수업(미디어숲) 10. 살 때, 팔 때, 벌 때(21세기북스)
  • [권준수의 열린의학] 폭력은 뇌를 손상시킨다/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의 열린의학] 폭력은 뇌를 손상시킨다/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학교폭력의 끝이 보이지 않게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은 아들이 고등학교 때 학폭 가해자로 밝혀져 낙마했다. 잘나가던 서바이벌 게임 ‘피지컬: 100’은 출연자의 학폭 논란에 휩싸였고, 아이돌부터 배우까지 학폭 논란에 일부는 활동을 중단한다. 모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인 트로트 경연대회 유력 후보는 학폭 논란으로 중도 하차했다. 학폭의 정도는 상당히 다양하다. 신체적 폭력은 물론 정신적 폭력도 뇌에 상처를 남긴다. 언어폭력, 괴롭힘 등의 정신적 폭력은 뇌를 손상시킨다. 고위중추 기능과 충동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부위의 용적을 감소시키고, 감정중추인 편도체를 손상시킨다. 뇌의 공감 뉴런을 파괴시켜 사회정서적 기능을 빼앗아 가기까지 한다. 신체적 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눈에 보이지만, 정신적 폭력의 결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의료적 치료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의 상처 크기에 비해 가볍게 생각되는 경우가 흔하다. 피해자들에게 ‘나약하다’, ‘마음이 병들었다’ 또는 ‘지나치게 예민하다’면서 2차 가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 소설가인 제니퍼 프레이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심심)를 통해 정신적 폭력이 남기는 상처에 대해 적나라하게 기술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폭력을 멈출 수 있을까? 가해자를 향한 강력한 처벌이 한 방법이다. 학폭 사건에 국민들이 특히 분노하는 것은 다른 사람 인생에 큰 상처를 줬으면서도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아무리 미성년자라도, 아무리 힘 있는 누군가의 자식이라도 본인 행동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폭력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가해자들 중에는 어린 시절 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많다는 연구 결과로 볼 때 단 한 번의 폭력이더라도 가해자를 향한 강력한 처벌, 그리고 피해자를 위한 충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아직도 폭력은 학교뿐만 아니라 예술, 스포츠, 종교계에서 각종 명목하에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폭력과 그 처벌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뇌는 외부 자극에 쉽게 상처받고 손상된다. 하지만 회복력 역시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뇌는 ‘신경가소성’이란 특성이 있는데, 뇌가 말랑말랑한 찰흙이나 솜사탕 같아서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UC샌프란시스코대 교수이자 신경가소성 연구의 대가인 메르체니치 교수의 40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뇌를 훈련할 경우 손상을 입었어도 다시 회복함을 물론 건강과 강도를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즉 정신적 폭력으로 손상됐더라도 운동, 공감, 마음챙김 등의 반복 훈련을 통해 뇌는 건강하게 복구될 수 있다. 아무리 폭력으로 상처받고 손상받았더라도 우리는 다시 강해지고 회복되고 정상으로 되돌아갈 힘이 있다. 이는 학폭으로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가 관심과 지지를 보여야 할 이유이자 피해자들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기록’이 희망이야, 과거를 잊지 않으려면

    ‘기록’이 희망이야, 과거를 잊지 않으려면

    일본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 미나코는 태풍이 지나간 어느 날 아침, 마당에서 말 한 마리를 마주친다. 지금은 없어진 ‘류큐 경마’에서 이름을 날리던 아름다운 경주마 종이다. 갑자기 경주마라니, 눈치가 제법 빠른 독자여도 소설 중반부까지 고개를 거듭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주인공 미나코가 하는 일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미나코는 사무실에 출근한 뒤 웹캠을 사용해 하루 서너 명씩, 한 사람당 스물다섯 개 정도 퀴즈를 낸다. 예컨대 ‘리틀보이, 살찐 남자, 이완’이라는 단어를 주고 상대방이 답을 맞히게 하는 식이다. ‘리틀보이’와 ‘살찐 남자’라는 단어에서 옛 소련이 만든 수소폭탄인 ‘차르 봄바’를 떠올리고 개발 당시 이름인 ‘이완’과 연결해 보면, 답은 ‘황제’가 된다. 퀴즈를 푸는 사람들 면면도 독특하다. 우주에 있지만 정치적 이유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반다, 가족을 벗어나 극지 심해에서 살고 있는 폴라, 전쟁 인질로 잡혀 어딘지 모르는 피신처에 갇힌 기바노는 매일 미나코와 온라인으로 만나 퀴즈를 푼다. 미나코는 틈날 땐 노년 여성 요리가 운영하는 개인 도서관에서 자료를 정리한다. 요리는 오키나와의 각종 자료를 수집한다. 옛사람의 뼈, 식물 표본, 천 조각, 누군가의 메모 등이다. 세상 끝에 있는 이들에게 퀴즈를 내는 일, 갑자기 등장한 단종된 경주마, 그리고 잡다한 것을 모으는 개인 도서관에서의 정리. 이상하지만 평화로운 미나코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사무실에 종종 오는 가전 수리공의 업장을 예고 없이 찾았는데, 평소 정중했던 모습과 달리 수리공은 “당신이 일하는 그 스튜디오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거칠게 말한다. 미나코는 이후 퀴즈 출제 일을 그만둔다. 반다, 폴라, 기바노와 작별하고 그들의 조언에 따라 경찰서에 맡겼던 말을 되찾아 오기로 결심한다.소설은 이제는 사라진 오키나와의 류큐 경마에서부터 여전히 남아 있는 미군기지까지 오키나와의 굴곡진 역사를 배경으로 미나코와 연결된 3개의 이야기를 ‘기록’이라는 주제로 묶어낸다. 오키나와는 먼 옛날 독립 국가 ‘류큐 왕국’이었다가 일본에 강제로 병합당한 곳이다. 일본의 패전으로 27년간이나 미국의 점령하에 있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됐다.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기록 역시 무수히 파괴당했다. 요리의 죽음 이후 도서관이 헐리고, 말을 되찾은 미나코가 자료를 수집하기로 결심하는 내용으로 소설은 이야기를 맺는다. 2020년 이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저자는 현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기록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을 때 이 자료가 그러한 곤란한 사태로부터 구해 줄 거라고 미나코는 굳게 믿었다”(153쪽)라는 부분은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일 터다. 흔히 ‘과거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고들 한다. 기록 없는 과거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그 시작점 역시 기록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소설은 저자가 일본을 비롯해 역사를 잊은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 연어가 괜찮으면 인간도 괜찮아

    연어가 괜찮으면 인간도 괜찮아

    1억년 전 공룡과도 살았던 연어강·바다 오가면서도 살 수 있어강인한 생명력·적응력 등 상징지구의 건강 가늠하는 중요 지표“연어가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져”요리사·항만노동자 경험한 작가 집필 위해 태평양·대서양 등 찾아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빛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밤을 밝히리라” 안도현의 시 ‘연어’ 중 한 구절이다. 시에서 묘사한 것처럼 연어의 가장 신비로운 속성은 먼바다에서 살다가 죽을 때가 가까워져 오면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16세기 노르웨이 성직자이자 동식물학자였던 페데르 프리스가 연어를 “가장 고귀하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물고기”라고 극찬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주홍색에 흰색 줄무늬를 가진 살점들이 썰려 정갈하게 접시에 놓여 있는 죽은 연어가 아닌, 바다와 강에서 살아 움직이는 바로 그 ‘연어’다.인간이 아닌 대상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 독자의 관심을 끌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저자의 이름을 보면 절로 머리가 끄덕여진다. 저자가 대구를 주인공으로 1000년 인류의 역사를 설명한 책 ‘대구’(2014)로 유명한 마크 쿨란스키이기 때문이다. 문학박사이면서 극작가, 요리사, 항만 노동자, 제빵사 등 여러 직업을 거친 그는 당시 집필을 위해 대구잡이 저인망 어선에 승선까지 했다. 이번에도 연어의 입장에서 글을 쓰기 위해 태평양, 대서양, 북유럽, 러시아 캄차카 지역까지 연어를 찾아 나섰고, 어김없이 연어잡이 어선에도 올랐다. 저자에 따르면 연어는 1억년 전 지느러미과 어류로 시작해 공룡과 함께 살았다. 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연어과 화석은 ‘에오살모 드리프트우덴시스’로, 약 500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연어의 역사가 인간보다 훨씬 길다 보니 우리는 그냥 연어로 부르지만 연어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연어는 생애 일부를 담수호와 강에서 보내고 일부는 바다에서 보내는 소하성 어종이다. 인간이 육지에서 벌이는 활동의 대부분이 결국 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연어를 관찰하면 둘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어는 지구의 건강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연어가 괜찮으면 우리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다.이 책을 읽다 보면 연어야말로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대표하는 생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날 때부터 무수한 위험에 용감히 맞서고 장애물에 굴하지 않으며 고향으로 회귀하려는 사명을 다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신화나 역사 속 ‘영웅’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인간이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식별하는 속도보다 소멸하는 종들이 더 많은 요즘, 가장 적응력이 뛰어나고 강인해 1억년을 산 연어가 사라진다면 지구도 더이상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그래서 책의 원제도 ‘물고기, 지구, 그리고 운명의 역사’다. 이 책의 유일한 난점은 첫 번째 장이 ‘마의 구간’이라는 것이다. 라틴어로 된 학명이 각 쪽에 2~3개씩 등장하기 때문에 울화가 치밀어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도 위대한 영웅의 계보는 길고 복잡하지 않은가. 신약성서의 마태복음 제1장이나 그리스 로마신화의 원전이라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를 생각하면 된다. 마의 구간만 지나면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연어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될 것이다.
  • [책꽂이]

    [책꽂이]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우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생각 없이 누르는 ‘좋아요’의 경로를 따라가 보면, 디지털 인프라를 두고 경쟁하는 기업과 기술 영유권 전쟁을 벌이는 강대국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경쟁 탓에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할수록 지구의 위기도 커진다고 주장한다. 346쪽. 1만 8500원.누리호, 우주로 가는 길을 열다(오승협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누리호 발사 성공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여정을 기록했다.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한 도전의 역사가 생생하다. 대한민국 발사체 성공의 역사를 읽다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산업도 쉬이 이해할 수 있다. 다가오는 누리호 3차 발사도 기대하게 될 터다. 248쪽. 1만 6800원.닐 게이먼 베스트 컬렉션(닐 게이먼 지음, 정지현 옮김, 하빌리스) DC코믹스의 전설 ‘샌드맨’과 마블 영화팬의 사랑을 받는 ‘북유럽 신화’로 유명한 저자의 중·단편 가운데 독자들이 선정한 52편을 묶었다. 1984년 작 ‘할인가에 싹 없애드립니다’부터 2018년 작 ‘원숭이와 여인’까지 우리 시대 최고 이야기꾼이 35년간 풀어놓은 환상적인 소설들을 만난다. 908쪽. 3만 9000원.굿 걸 배드 걸(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북로드) 참혹한 범죄 현장에서 한 소녀가 발견된다. 6년 후 성인이 된 소녀는 심리학자 사이러스 헤이븐의 도움으로 소년원을 무사히 나오고, 그와 함께 살아간다. 소녀는 진실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헤이븐의 수사를 돕지만, 되려 위기에 빠진다. 영미 범죄문학 최고 영예 ‘골드대거’ 수상작. 584쪽. 1만 7800원.상실의 기쁨(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뉴욕타임스’에서 20년 이상 대표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쌓으며 활발히 활동하던 저자는 어느 날 뇌졸중 진단을 받고 오른쪽 눈의 시력을 점점 잃어간다. 상실의 시간 속에 저자는 그동안 놓쳤던 게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한다. 삶의 역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에세이. 412쪽. 1만 8000원.예술마을의 탄생(이동연·유사원 지음, 마리북스) 인구감소로 지방 소멸이 점점 가속화하는 와중에도 예술을 무기로 위기를 극복하는 마을들이 있다. 한국종합예술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두 저자가 국내 예술마을 13곳을 찾았다. 전통문화유산, 특화 예술, 주민들의 손길 등으로 승승장구하는 예술마을의 성공 비결을 짚어 본다. 408쪽. 1만 8000원.
  • “어렵게 느껴지는 이상 시인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어렵게 느껴지는 이상 시인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대부분이 이상의 시는 난해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인 이상이 초창기에 발표한 일본어 시가 지금의 문체를 입고 새로 나왔다. 지금 우리가 다가가기 쉬운 책으로 거듭났다. 출판사 읻다는 이상의 초창기 일본어 시를 엮은 ‘영원한 가설’을 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책은 ‘이상한 가역반응’ 등 단편 6편을 비롯해 연작 ‘조감도’ 8편, ‘삼차각설계도’ 7편, ‘건축무한육면각체’ 7편의 총 28편을 수록했다. 이상은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한 후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근무했다. 1930년 잡지 ‘조선’에 소설을 연재하고, 1931~1932년 공모를 거쳐 건축잡지 ‘조선과 건축’에 일본어 시 28편을 4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그의 사후 일본어로 쓴 다른 시와 글이 이상의 유족을 통해 발굴됐지만, 공식적으로 게재된 유일한 일본어 시다. 시는 1956년 문학평론가 임종국과 유정의 ‘이상전집’에 번역 수록된 이후 그동안 정본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실은 오역도 있고 잘못 번역된 부분도 있다. 김동희 번역가는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이라는 형식에 압도되지 않고 면밀히 고증하되, 동시대 언어로 옮기는 작업을 1년 넘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번역가와 2명의 평론가, 출판사 편집부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초고를 읽고 일본어 감수 과정을 했다.시의 옛날 어투 표현을 현대어로 바꾸고, 띄어쓰기를 추가해 읽기 쉽게 했다. 예컨대 ‘이상한 가역반응’에서 ‘眞眞5〃(인치)의 角 바아’는 ‘사이 거리 5〃의 각진 바(bar)’로 고쳤다. 김 번역가는 “‘이상전집’에서는 이 부분을 시간의 개념으로 해석하지만, 당시 나무를 판매할 때 자르는 절단면에 관한 표현으로 ‘각’을 썼고, ‘조선과 건축’에서도 ‘인치’ 표현이었음을 확인하고 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보기숭할지경’은 ‘볼품없을 정도로’, ‘이러구려’는 ‘그럭저럭’, ‘紅도꺠비 靑도깨비’는 원문에 따라 ‘붉은 귀신 푸른 귀신’으로 고쳤다. 해석하거나 주석을 달지 않고 원문의 시어를 최대한 바로 잡는 이른바 ‘어석작업’에 치중했다. 특히 띄어쓰기를 하면서 시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김 번역가는 “1933년 한글 맞춤법이 통일되기 이전에 쓴 시들이어서 띄어쓰기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이상전집’을 통해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를 그대로 붙여 쓰면서 ‘이상의 시는 어렵다’는 생각이 생겨난듯 하다”면서 “연구를 거쳐 생략된 띄어쓰기를 추가했고, 지금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번역가는 이번 작업에 관해 “이상은 완벽하게 해석될 수 없는 존재이고, 이번 번역 역시 여러 한계로 완벽하다 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이상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해석과 번역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 “연구를 더해 새로운 번역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노예의 아들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노예의 아들이었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세기의 걸작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어머니가 노예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수십년간 연구한 카를로 베체 나폴리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녹인 소설 ‘카테리나의 미소’를 출간하면서 “다빈치의 어머니 카테리나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캅카스 산맥 지역의 소수민족 체르케스 출신으로 유럽에 끌려온 노예였다”고 14일(현지시간) 안사통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간 레오나르도의 어머니 카테리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소작농의 딸이며 피렌체의 공증인 피에로 다빈치와의 혼외관계에서 레오나르도를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체 교수에 따르면, 캅카스(코카서스)에 살던 카테리나가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로 노예로 팔려간 뒤 베네치아를 거쳐 피렌체에서 젊은 공증인 ‘피에로 다빈치’를 만나 낳은 자식이 다빈치라는 것이다. 배체 교수는 그 근거로 레오나르도가 태어난 1452년 피에로 다빈치가 서명한 카테리나의 노예해방문서를 제시했다. 베체 교수는 “문서 속 카테리나가 레오나르도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려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결국 증거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며 “카테리나를 해방시킨 건 그를 사랑한 공증인 피에로 다빈치였다”고 말했다. 피렌체시 기록원에서 발견된 이 문서에는 “그녀의 자유와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써 있다. 베체 교수는 “카테리나는 레오나르도에게 ‘자유의 정신’이란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며 ‘이주자’였던 카테리나의 고된 삶이 천재 아들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검정고무신’ 사태에...문체부 뒤늦게 “창작자 권리 보호 강화”

    ‘검정고무신’ 사태에...문체부 뒤늦게 “창작자 권리 보호 강화”

    만화 ‘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씨가 제작사와 법적 분쟁 끝에 별세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작자 권리 보호 강화에 나섰다. 문체부는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대책을 강화한다”면서 관련 대책을 15일 내놨다. 문체부는 이번 사태를 두고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작가가 계약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법률 지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져, 원저작자임에도 자신의 저작물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 문제점”이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선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이용 허락 표준계약서를 제정하기로 했다. 현재 제·개정 검토가 진행 중인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3자 계약 시 사전동의 의무 규정을 포함해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아 올해 6월쯤 고시로 발표한다. 2차적 저작물을 둘러싼 갈등은 오래 전부터 만화·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됐던 사안인데, 이제야 관심을 둔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0년 백희나 작가 ‘구름빵’ 사태도 출판사가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권을 임의로 처리하고 막대한 수입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백 작가가 출판사와 일정 금액을 받고 저작권 전체를 양도하는 관행적인 ‘매절’ 계약이 법적 분쟁으로 번진 사례다. 지난해 말에는 손원평 작가 소설 ‘아몬드’의 4차 공연과 관련 출판사가 해당 공연의 승인 여부를 뒤늦게 알려 논란이 되었다. 손 작가는 이를 두고 창비 측 인스타그램에 올린 입장문에서 “출판사 편집부, 저작권부, 연극 연출가가 ‘저작권’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허약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사례는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의 원작 만화를 그린 이 작가가 ‘캐릭터 대행사가 자신의 허락 없이 극장판 등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작가는 숨지기 이틀 전 법원에 낸 진술서에서 “검정고무신은 제 인생의 전부”라면서 “창작자가 권리를 찾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문체부는 창작자에게 불공정한 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두텁게 하겠다고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정상생센터의 신고접수를 위해 협력하는 협·단체를 13개에서 16개로 늘린다. 법률·노무 컨설팅을 상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신고 접수와 컨설팅 지원을 확대한다. 당사자 간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조정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또 만화 분야를 포함한 소관 15개 분야 82종 표준계약서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그동안 분야별 표준계약서를 만들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면서 “창작자의 권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자평해왔다. 만화·웹툰 분야 등의 창작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저작권 교육을 연 80명에서 500명으로 확대한다. ‘(가칭)알기 쉬운 저작권 계약사례 핵심 가이드’를 마련한다. 만화 분야 불공정 상담창구인 ‘만화인 헬프데스크’도 운영키로 했다. 2020년 12월 유정주 의원과 2022년 11월 김승수 의원이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자 발의한 ‘문화산업 공정유통 및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문체부는 “제정안이 올해 상반기 중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 [씨줄날줄] 오에 겐자부로를 읽는 시간/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에 겐자부로를 읽는 시간/박록삼 논설위원

    1994년 일왕 아키히토는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당시 59세)에게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그해 ‘만엔 원년의 풋볼’이라는 장편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을 치하하기 위함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은 일본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다.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나는 전후(戰後) 민주주의자이므로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권위와 가치관을 인정할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1958년 만 23세 5개월 최연소 나이에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젊은 작가의 치기와 패기가 남아서가 아니었다. 그의 작품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실존적 사유, 그가 바라는 사회와 공동체의 상이 교직되며 하나의 완성된 세계가 구축된다. 단편 ‘사육’에서 윤리와 순수성을 말살하는 전쟁의 끔찍함을 높은 수준의 문학적 완성도로 담아냈고, 장편 ‘만엔 원년의 풋볼’은 일본의 패전 이후 학생운동에서도 전향한 이들을 내세워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치유를 공동체의 과제로 그려 냈다. 또 르포 ‘히로시마 노트’는 원폭 피해를 고발하고 피폭된 이들의 존엄성과 그들이 만들어 낸 공동체의 위대함을 기술했다. 개인적 삶의 여정을 담담히 적어 낸 에세이집 ‘회복하는 인간’은 오에 겐자부로를 더욱 친숙하게 만든다. 그는 우리에게도 각별하다. 1975년 시인 김지하, 1993년 소설가 황석영 등의 구명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일본의 천황제와 국가주의 등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해 온 작가로서 그는 2015년 반전 평화운동에 전념하겠다며 아예 절필을 선언했다. 그해 한국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계속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야스쿠니 문제, 독도 문제, 난징대학살 그리고 일본의 군사 재무장 등 군국주의 회귀에 대해 타협하지 않은 ‘실천적 지식인’의 전형과도 같은 활동이었다. 지난 3일 세상을 떠난 오에 겐자부로(1935~2023)의 부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떠났지만 울림 깊은 작품들은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남겨진 이들에겐 오에 겐자부로를 읽는 시간이 시작됐다.
  • [길섶에서] 허영심/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허영심/안미현 수석논설위원

    한겨울에 갑자기 찾아든 햇볕 때문이었을까. 불현듯 책을 좀더 가까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이 엉뚱한 데로 튄다. 편한 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 오래전부터 눈독 들였던 ‘녀석’을 덜컥 집안으로 들였다. 이번엔 높낮이가 조절되는 독서대가 간절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원가 때문인지 죄다 중국산이다. 직구용 통관번호가 필요하다는 안내문에 망설인 것도 잠시. 아날로그 세대의 눈물겨운 직구 도전기가 시작됐다. 고군분투 끝에 성공. 그런데 한 달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다. 체념할 무렵 뜬금없이 독서대가 날아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불꽃 독서뿐. 세팅만 끝나면 대하소설도 앉은자리에서 주파할 기세였건만 다시 또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착석은커녕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의자를 위해 책을 끌어들인 것인가. 책을 위해 의자를 끌어들인 것인가. 허영심인지, 변덕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혀를 찬다. 봄볕은 저리 좋은데 말이다.
  • 천명관 ‘고래’, 3대 문학상 부커상 후보에

    천명관 ‘고래’, 3대 문학상 부커상 후보에

    천명관(59) 작가의 ‘고래’가 14일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올랐다. ‘고래’는 천 작가에게 2004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안긴 작품이다. 한국의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고래’에 대해 “한국이 전근대 사회에서 포스트모던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겪은 변화를 새롭게 조명한다. 놀라움과 사악한 유머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천 작가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30대에 충무로 영화사에 들어가 영화 ‘총잡이’와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마흔 살에 처음 쓴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지난해에는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를 통해 감독으로도 데뷔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최종 후보 여섯 편은 오는 4월 18일 발표되며, 수상작은 5월 23일 결정된다.
  • 천명관 ‘고래’ 부커상 후보 올랐다

    천명관 ‘고래’ 부커상 후보 올랐다

    천명관(59) 작가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천 작가의 ‘고래’는 14일 부커상 홈페이지에 발표된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인 롱리스트에 올랐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한국의 외딴 마을이 배경인 ‘고래’는 세 인물의 삶을 따라간다”면서 “한국이 전근대 사회에서 포스트모던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겪은 변화를 새롭게 조명한다. 놀라움과 사악한 유머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천 작가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30대에 충무로 영화사에 들어가 영화 ‘총잡이’와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마흔 살에 처음 쓴 단편 소설 ‘프랭크와 나’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고래’로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뒤 지난해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도 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금 5만 파운드를 지급한다. ‘고래’를 번역한 김지영씨도 함께 후보에 올랐다. 이전 이름은 맨부커상으로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수상하며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한강의 ‘흰’(2018년)과 정보라의 ‘저주토끼’(2022년)가 최종 후보에 올랐고,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2022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2019년)은 1차 후보에 선정된 바 있다. 1차 후보로 13편이 발표한 뒤 최종 후보인 쇼트리스트 6편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작 6편은 오는 4월 18일 발표하며 수상작은 5월 23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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