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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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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는법’ 별별게 다있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에 ‘얼짱’으로 등극해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는 예측불허의 세상.방송국이 자체적으로 스타를 선발해 키우는 ‘공채 탤런트 시대’는 막내린 지 오래다.지금 이 순간에도 예비스타들은 호시탐탐 스타탄생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인터넷 블로그를 떠돌며,혹은 드라마보다 극적인 ‘길거리 캐스팅’을 꿈꾸며 근육의 긴장을 잠시도 풀지 않은 채….종횡무진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는 스타들은 데뷔사연들도 별나다.그들의 ‘출신성분’은 어떨까. #인터넷에서 뜨면 뜬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연예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얼짱’이라는 신조어 탄생에 일조한 박한별은 인터넷이 만들어낸 최고 스타.전지현을 닮은 학생증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얻은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연예계에 성공적으로 상륙했다. 얼짱에 이어 몸짱이라는 파생어를 낳은 ‘봄날 아줌마’ 정다연도 인터넷이 만든 스타.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에 사진과 기사가 실린 뒤 전국민의 뜨거운 호기심 속에 지상파 방송과 CF에도 출연했다. #난 어쩌다 찍혔어 데뷔 동기를 물을 때마다 으레 나오는 소리가 ‘길거리 캐스팅’이다.이와 달리 조인성은 자신이 살던 동내(천호동)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얘기라며 연기 아카데미 출신임을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다. 길거리는 아니지만 이정재,정우성,구본승 등은 공교롭게 데뷔 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픽업된 케이스.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나 이들이 특정 카페에 매니저가 많이 몰린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위장취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얘기도 떠돌았다. 한가인의 데뷔 계기는 소설책에나 나올 만한 이야기.고교시절 수능에 관해 인터뷰한 장면이 뉴스에 나온 뒤 ‘필’이 꽂힌 기획사로부터 전화가 쇄도했다고.CF ‘박카스 걸’로 청순한 매력을 발산한 한가인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확실하게 떴다.화장품 ‘이니스프리’의 모델 남상미는 ‘롯데리아 걸’로 통했다.한양대 앞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그를 데뷔시킨 건 ‘8할’이 남학생들의 입소문이다. #‘롱다리’들의 활보 얼굴뿐 아니라 몸매 경쟁력을 앞세운 ‘8등신 미녀들’의 파워가 강해지고 있다.KBS ‘연예가 중계’ MC로 미모뿐 아니라 말솜씨도 뽐내고 있는 이소라를 위시해 드라마 주연 자리를 도맡고 있는 한고은과 이유진,이선진,오승현 등이 슈퍼모델 출신이다.최근에는 선배들의 기와 끼를 전수받은 한지혜,한예슬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여배우 가운데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전지현,KBS ‘백설공주’의 김정화,‘장화,홍련’의 임수정 등은 10대 패션 잡지화보에서 깜찍 발랄함을 뽐내던 얼굴들이다.소지섭,송승헌,김하늘 등은 청바지 브랜드 ‘스톰’의 모델이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미스코리아는 징검다리 과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전통적인 연예인의 산실.오현경,고현정,이승연,김성령 등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외모만을 앞세워 섣불리 진출해 그저 그런 눈요깃거리로 전락해 ‘자연도태’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염정아처럼 캐릭터 발견의 재미와 놀라움을 동시에 주기도 한다.이런 의미에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김사랑,손태영에 대해 좀더 인내심을 발휘해도 되지 않을까. #‘신병훈련소’는 따로 있다? 외모는 반반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미완성의 신인들을 조탁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바로 KBS의 ‘학교’시리즈와 MBC의 ‘논스톱’시리즈가 그렇다.이 두 드라마를 거쳐간 스타들을 돌이켜보면 새삼 놀라게 된다. 장혁,하지원,이강희,조인성 등은 ‘학교’를 나오면서 연기자로서 ‘압축성장’했다.아역 배우 출신의 양동근이 개성파 연기자로 거듭나고 무명의 신인가수 장나라,정다빈,김정화,조한선 등이 지금의 인기를 얻기까지 ‘논스톱’이 큰 발판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상숙기자 alex@ ●공채는 죽었다! “쓸 만한 대어급들은 이미 기획사가 모두 채가고 잔챙이들만 득실거리죠.그나마도 조금 키워 놓으면 기획사로 빠져 나갈 겁니다.”(모 방송국 책임 프로듀서)” 방송가에서 ‘공채 무용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이유는 한가지.공채의 목적은 이른바 A급 스타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함인데,막상 뽑고 보니 그같은 자질을 갖춘 신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SBS 관계자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기획사들이 유망 신인들을 중학교 때부터 무차별적으로 싹쓸이하는 바람에 공채해봐야 B·C급들만 지원한다.”면서 “그나마 ‘싹수’가 보이는 신인을 발견했다 해도 이미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라 향후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KBS 관계자도 “뽑기는 방송사가 뽑는데 계약관계의 칼자루는 기획사가 갖고 있어 캐스팅 등에서 전혀 메리트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들여 신인들을 뽑아 ‘단역’밖에 쓰지 못하는 공채라면 지속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3사는 수년전 이같은 이유로 신인 탤런트 공채제도를 폐지했다가 지난해 일제히 부활시켰다.KBS의 경우 지난 97년 이후 6년만에,MBC와 SBS는 각각 2년과 3년만이었다.평년보다 인원수는 줄었지만,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신인 연기자들을 뽑았다. 당시 공채제도를 부활시킨 이유는 기획사의 횡포를 더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기획사 소속 스타 연기자의 경우 제작국장은 물론 방송사 사장이 나서도 일절 섭외에 응하지 않았다.방송사가 기획사에 휘둘려 ‘끼워팔기’식으로 출연시킨 조연배우에게까지 지나친 액수의 출연료를 지불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이영표기자 tomcat@˝
  • 재소자 내가족처럼 존중 박봉 쪼개 재활 돕기도/ 교정대상 大賞 배정배 교위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오히려 부끄럽습니다.얼마 남지 않은 정년 때까지 더욱 열심히 봉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대한매일신보사와 한국방송공사가 주최하고 법무부가 후원하는 제21회 교정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오는 23일 상을 받는 광주교도소 배정배(裵正培·사진·53·광주시 북구 운암동) 교위는 재소자들에게는 ‘맏형’ 또는 ‘아버지’로 불린다.그가 이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인격체로 존중하며,한가족으로 대해주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재소자들이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뉘우치고 바른 길을 갈 때 생애 최고의 보람을 느낍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배 교위의 ‘30여년 반(半) 재소자 생활’은 헌신과 봉사 그 자체였다.박봉을 쪼개 재소자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웠다.사회가 냉소하고 주변이 외면하는 ‘전과자’를 따뜻한 가슴으로 안았다. 그는 지난 74년 첫 발령지였던 경남 김해교도소에서 근무한 3년을 제외하곤 26년을 줄곧 광주교도소에서만 보냈다. 83년 살인죄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김모씨의 부인이 파출부로 생활하며 딸을 고교에 보내고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는 이들 가족을 집으로 자주 초대하고 박봉을 떼내 김씨 딸의 학비를 보탰다. “조그만 도움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면서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94년에는 의지할 곳 없는 장기수 김모씨가 출소하자 세탁소를 얻어 교도소내 봉제공장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토록 했다.내친 김에 중매까지 해줘 지금은 그가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어 무척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97년 재소자 최모씨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사연을 물어보니 “고향에 어린 두 아들(당시 9세·7세)을 데리고 살던 부친이 숨지면서 아들들이 이장집에 맡겨졌다.”는 말을 듣고 그는 곧바로 50만원과 함께 감사의 편지를 이장집에 보냈다. 2001년 자신의 잘못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소한 것을 트집잡아 시비를 일삼던 문제 수용자 김모씨를 양아들로 삼아 매월 3만원씩 지원하고 학업을 권유,최근 고입검정고시 합격 및 한자 3급 자격을취득하도록 했다. 이밖에 무기수 배모씨의 위종양 수술비를 보탰고 불우수용자 영치금 지원,무의탁자 벌금대납,상담을 통한 고충 해소 등 수용자 교정교화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에 감명받은 수용자 및 그 가족들과는 지금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교도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이런 사연을 담은 편지만도 소설책 4권 분량인 600여통에 이른다. 부인 이명숙(50)씨와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 배 교위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선행을 베풀 때마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꼬부라진 등줄기… 푹 파인 주름…‘깡촌’ 할머니들의 삶

    속절없는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좋은 세상이 이미 아니다.깊고 쓴 한숨의 결이 제목에 배어나는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여자 이야기’(디새집 펴냄)는 그래서 덜컥 안쓰러운 마음부터 쏠린다. 사진작가인 유동영·허경민씨가 몇년동안 ‘깡촌’을 뒤지고 뒤져 구술(口述)로 이끌어낸,늙은 촌부들의 인생 고백담.이름없이 늙었으며,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만치 신산하고 기막힌 한살이를 살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6명의 ‘여자’들.고통과 인내로 삶의 굳은살이 박힌 할머니들의 이야기는,어느새 묵직한 삶의 위안으로 돌아온다. 강원·충청·경상·전라도를 돌며 만난 할머니들의 회고담은 억척스런 구어체 사투리 원형대로 재생됐다.책을 펼치자마자 영화같고 소설같은 인생유전을 만난다.전라도 고흥 선정마을의 금산댁 할머니(81).열일곱살에 시집온 할머니가 둘째를 가졌을 즈음이었나.일본군에 강제징집된 남편은 8년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웃집의 씨받이가 돼서라도 자식 둘을 건사할 길을 찾아야 했고,그날 이후 50여년을 ‘작은어매’로 불리며 천근만근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 했다.시어머니는 왜 또 그렇게 자주 매를 들었던지.“잘못한 거이 없어도 잘못했다 그러고.그른 기 시집살이제.일도 마이(많이) 시키고.어떤 때는 눈에서 눈물이 펑펑 받게 해.그라믄 혼자 정지(부엌)에 가서 울제.” 경남 거창 구수마을의 대습댁 할머니(71)의 내력도 소설책 한질로 풀어내고도 남는다.열네살짜리 꼬마신부는 스물세살의 아저씨같은 신랑과 얼굴 한번 못보고 평생가약을 맺었다.“내 등허리는 한번도 안 어(비었어).” 결혼한 이듬해부터 마흔세살이 될 때까지 아들딸을 11명이나 낳았으니 허리가 잘록할 날이 있었을 리 없다. 청무같은 젊은 시절을 못 먹어서 입이 돌아갈 만큼 민망한 가난으로 접었다.시어머니에게 작대기로 두들겨 맞으며 보냈던 모진 시집살이는 또 어땠나.“뭐이가 맘에 안 들었는지.자기 딴엔 뭐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뚜드러 팼제.” 풍상에 찌든 삶을 살아내고도 여전히 원망 한줄 없다. 친정집 입 하나 덜어주자고 ‘시집’이 뭔지도 모르고 민며느리로 팔려오다시피 했던 어린여자,캄캄해지도록 들일을 하고 들어와선 헛간에서 혼자 아이를 낳았던 젊은 여자,도망간 며느리 대신 손자에게 젖을 물려야 했던 늙은 여자….이땅의 ‘어미’들의 묵은 이야기들은,참 신기하다.논으로 밭으로 산자락으로 민들레처럼 엎드리다 볼품없이 꼬부라진 등줄기,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손등이 그대로 푸근한 위로가 되는 것은.8500원. 황수정기자 sjh@
  • “31년만에 이룬 사랑 너무 행복해요”/ 베트남인과 지난해 10월 결혼 북한여성 이영희씨 현지인터뷰

    “행복합네다.”국경을 넘은 31년 간의 사랑의 드라마 끝에 지난해 12월 베트남인과 결혼에 성공한 최초의 북한여성 이영희(55)씨는 베트남 생활에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행복감을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971년 북한에 온 베트남 유학생 팜응옥카잉(당시 23세)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편지로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천득렁 베트남 주석의 간곡한 부탁을 북한이 받아들이면서 31년만에 사랑의 결실을 본 순애보의 주인공.이씨가 지난 4개월 동안의 ‘베트남 시집살이’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 -베트남어를 하지 못하다 보니 주로 집에서 소일을 하고 지낸다.집에는 우리 부부 외에도 80세된 시아버지와 장애인인 시누이 등 모두 4식구가 함께 생활을 한다.현재 사는 곳은 수도 하노이시의 타이공이라는 지역이다.가끔 한인회도서실 등에 나가 소설책을 빌려보기도 한다.얼마 전 하노이시내를 돌아다니다 한국식당 입구에 ‘함흥냉면 개시’라는 선전문구를 보고 고향생각이 나 운적도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넉넉한 편은 아니다.공무원인 남편의 월급이 미화로 100달러 이하다.빠듯한 월급을 쪼개 생활을 하다보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50세가 넘어 결혼을 했고 아직 어리둥절하지만 행복한 편이다.언어와 풍습이 다르지만 두 사람의 사랑만은 젊은이 못지 않다.내가 좋아 한 결혼인데,후회는 전혀 없다. 북한에는 가족이 있는지. -3살 때 아버지와 친척들이 모두 월남을 하고 북한에는 어머니와 나 그리고 여동생 등 3명이 살았다.어머니와 여동생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여동생의 핏줄인 조카들이 현재 함흥에 살고 있다.지금까지 서신교환을 하고 있다. 혹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 -(남편이 대신 대답) 그동안 여러 사람들로부터 과분한 격려를 들었다.하지만 한국 방문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더구나 아내는 북한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연합
  • 특검법 공포/김前대통령·측근들 침묵일관

    퇴임 이후 지금까지 정계·종교계 등 국내·외 인사들의 면담요청이 많았으나 모두 사절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대북송금 특검법 공포 이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특보 등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된 DJ의 최측근들도 전화를 끊거나 어렵게 연결이 되어도 특검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공포 기자회견을 TV로 시청했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김한정 비서관이 16일 전했다. 그는 “14일은 물론 15일에도 특검에 대해선 일절 말씀이 없었으며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계신다.”고 말했다.특검조사에 대한 대비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특검이 알아서 할 일로 우리야 준비할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전인 지난달 14일 대국민 성명과 기자회견에서 대북송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때문에 특검이 진행되더라도 달리 언급할 게 없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주변에선 이같은 DJ의 ‘침묵’에는 대북송금 문제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거나 햇볕정책 의미가 퇴색되어선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특검법을 수용한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라는 해석도 나온다. DJ는 지난달 24일 동교동 집으로 돌아온 뒤,한달 가까이 외출하지 않은 채 독서하며 휴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가벼운 소설책을 주로 읽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 15일 서울구치소를 방문,복역 중인 차남 홍업씨를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업씨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허리와 다리 부분에서 통증을 느끼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풀꽃세상’ 위한 자연지키기 10년

    평소 생태환경에 조금만 관심을 둬온 독자라면 지은이의 이름이 통 낯설지만은 않을 듯싶다.내린천댐 건설,동아매립지 개발,굴업도 핵폐기장 문제….굵직굵직한 개발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지면을 통해 생태주의적 관점을 일관되게 드러냈던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공동대표 박병상씨.에세이집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아르케 펴냄)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환경파수꾼으로서 날선 목소리를 냈던 그의 기록들이 묶여 있다. ‘어느 근본주의자의 환경 넋두리’라고 부제를 단 책의 특장은,꼼꼼하고 재미있는 글솜씨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환경운동의 방법론을 모색한 맨 첫장의 글부터 시각이 유쾌하다.환경운동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데는 100마디의 구호보다 한권의 소설책이 더 효과적이라며,지은이는 불특정 다수의 문학인들을 향해 환경운동 소설을 써달라고 당부한다.“아직 골프장의 서사시,생명공학이나 핵산업의 위험성을 환경운동 차원에서 피부에 와닿게 쓴 소설은 거의 없다.시민을 움직인 환경문학의 베스트셀러는 찾아보지 못했다.” 환경운동의 절박성 때문일 것이다.그의 주문은 늘 간곡하며 실천적인 대안과 함께 끝맺음한다.“문학인들이여 제발 환경에 관심을… 논리는 제공해줄 테니 감성을 실어주기를…” 그의 주장들은 몸소 겪은 현장사례들을 밑천삼은 덕분에 진정성이 더욱 돋보인다.골프장을 만들려고 온갖 술수로 지역민의 땅을 사모으는 외지 지주의 해프닝 등이 소설의 한 장면처럼 생생히 재구성되기도 한다. 생태주의에 대한 원론을 강의하듯 꼼꼼히 풀어놓는 이야기 마당은 2장 ‘생태주의로 가는 길’에서 펼쳐진다.황금조기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덮어놓고 대용량 세탁기에 대형 냉장고를 쓰는 오늘의 세태를 ‘근본을 더럽히는 표피결벽증’이라고 꼬집는다.“정수기와 생수기가 일반화되자 수돗물은 허드렛물로 격하되고,바이러스가 있든 없든 독성물질인 불소를 첨가하든 하지 않든 그다지 민감해하지 않는다.” 책은 지난 10여년 동안의 크고 작은 국내 환경이슈들을 총정리했다는 데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내린천댐을 반대하는 이유,시화호 오염의 교훈,경인운하 반대운동의 논점과 대안 등.지은이의 결론은 당연히 “모두가 동참하는 생태공동체”다.왜곡된 음식문화,자본집약적 과학농업의 한계,후손을 거부하는 육식문화 등 결론을 이끌어내기까지 등장하는 이야기 소재들이 놀랄 만큼 다양하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
  • 동양인 첫 뉴베리상 재미교포2세 린다 수 박 “美 어린이에 단군시조 알리겠다”

    ‘동양인 최초의 뉴베리상 수상자’.전미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세계적 명성의 아동문학상을 받은 지난 1월 이후 린다 수 박(42·한국명 박명진)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재미교포 2세로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려청자를 소재로 한 창작동화 ‘사금파리 한조각’(전2권·서울문화사 펴냄)으로 올해 뉴베리상을 받았다.마흔이 넘어 비로소 ‘코리안’이란 이름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7일 오전 용산의 출판사에서 그를 만났다.보름 일정으로 서울을 찾은 그는 화장기 없이 수수하고 넉넉한 ‘아줌마’였다.“열두살 때 다녀간 뒤 꼭 3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한 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즐거운 얼굴이었다. “제 두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쳐 주고 싶어 쓴 동화였어요.이제는 미국인 아이들이 더 열심히 읽는 걸 봅니다.그걸 지켜보는 것 자체가 너무나 즐거워요.” ‘사금파리 한조각’의 배경은 고려시대.도자기 마을에 사는 열두살 고아소년 목이가 고려청자를 멋지게 굽는 도공이 되려고 노력해 꿈을 이룬다는 줄거리다.국내 독자들에겐 익숙하고 평범한 이야깃감이지만 한국문화를 직접 접해 보지 못한 그에겐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어렸을 적 시카고 근교의 집 근처 도서관에는 영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책이 딱 한권 있었어요.그걸 수백번이나 읽었던 기억이 나요.소수민족의 정서를 말해 주는 소설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유학길에 올랐다가 미국에 정착한 부모는 그에게 철저히 영어만 쓰게 했다.이국인으로 겪은 소외를 딸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였다.다섯살 때부터 서툰 영어로 시를 긁적이던 ‘문학소녀’는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과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는 슬하의 두 남매를 위해 한국동화를 쓰고 싶었다.한국사 관련 책을 40여권이나 읽었다.그러다 어느 책 속에서 ‘엑설런트’라고 짤막하게 언급된 고려청자에 시선이 멎었다.그게 멋진 글감이 돼 온 미국의 도서관에 책으로 꽂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그는 한국 전래동화를 세상의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을 소명으로 여기며 살 작정이다.이미 두 권의 한국 소재 동화를 미국에서 펴냈다.조선시대 양반 가문의 소녀가 주인공인 ‘널뛰는 소녀’(1999), 역시 조선시대를 소재로 한 ‘연싸움꾼들’(2000)이 그들.새달엔 국내에서도 번역출간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랬더니 작가는 갑자기 하이톤의 수다쟁이가 됐다.“내년 가을엔 한국의 단군 시조에 관한 책을 미국에서 출간합니다.미국 어린이들이 일본 시조인 ‘하이쿠’만 아는 게 속상했어요.일제시대의 한국인 소녀가 주인공인 창작동화(내 이름이 기요코였을 때)도 조만간 미국 아이들이 열심히 읽게 될 거예요.” ‘내 이름이…’는 최근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책 15권’에 당당히 끼였다. 황수정기자 sjh@
  • [2002 길섶에서] 어떤 만남

    폭염을 피해 찾아든 서울 광화문 K서점.신간에서 베스트 셀러를 거쳐 소설코너를 더듬던 눈길은 명조체로 자그맣게 이름이 새겨진 소설책에 머문다.K형이 쓴 단편모음집이다. 진열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 황급히 책장을 넘긴다.표지 다음 장에 낡은 바바리 코트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서있는 익숙한 모습의 사진과 낯설지 않은약력이 깨알처럼 박혀 있다.단편 제목들로 나열된 목차에서 K형의 삶의 편린들이 느껴진다. 대학 1학년 때 하숙방에서 L,Y형과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며 손에 잡히지도 않는 고민을 쥐어짜던 K형.관념의 유희가 부끄럽다며 유신의 철벽을 향해 온몸을 날렸다가 홀연히 시야에서 사라졌다.7년 후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때 검게 변색된 손톱을 내밀며 “치안본부에 갔다가 이틀 전에 나왔어.”라며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8년.K형은 소설책이 되어 서점에 서 있었다.2년 마다 K형과의 서점 조우는 이어졌다.문득 새 손톱이 돋았는지,쓸쓸했던그 웃음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득정 논설위원
  • 무너지는 괴짜가족 일으키는 가장 ‘로얄 테넌바움’

    천재에겐 나무 옹이같은 괴짜기질이 있다.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잣대로 잴 때 그렇다는 얘기다.평범한 관객의 눈에 테넌바움가(家)는 그래서 매끄러운 데라곤 없는 이상(異狀)형이다.천재 하나가 끼어있어도 ‘별 일’이 심심찮게 일어날판에 이 집안은 온가족이 통째로 천재다.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29일 개봉)은 어느 뉴요커 집안의 울타리안을 꼼꼼히 뜯어본 가족영화다.그런데 훈훈한 감성과는 거리가 좀 멀다.굳이 분위기를 귀띔하자면 ‘아이스 스톰’이나 ‘아메리칸 뷰티’류보다는 ‘아담스 패밀리’쪽에 가까운,다분히 기괴한 캐릭터들이 꾸려가는 가족드라마다. 테넌바움가의 3남매는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로얄 테넌바움(진 해크먼)과 별거한 뒤 악착같이 교육에 매달린 어머니 에슬린(안젤리카 휴스턴)덕분일 수도 있겠다.2세때 입양된 장녀 마고(기네스 팰트로)는 15세에 퓰리처상을 따낸 천재 극작가.둘째 채스(벤 스틸러)는 부동산 투자와 국제 금융의 귀재.세째 리치(루크 윌슨)는 10대에 세계 테니스 챔피언에 등극한 천재 스포츠맨. 문제는 30대가 된 이들의 ‘현재’가 하나같이 권태로 가득차 있다는 거다.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 둘을 혼자 키우던 채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는 반전을 맞는다.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마고,짝사랑하던 누나(마고)가 결혼하자 배를 타고 떠돌아다니던 채스까지 돌아올 즈음 어머니는 흑인 회계사(대니 글로버)로부터 청혼을 받는다.20여년전부터 별거하며 집밖을 돌던 아버지도 그제야 귀소본능이 생기는지 얼마 못산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어머니와의 재결합을 원한다. 영화는 애초부터 불안정한 가정을 전제로 잡았다.그리고는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캐릭터와 사건들을 소설책 단락을 나누듯 구획지어 보여준다.이렇다할 이야기 기둥이 있는 것도아닌데 ‘따로국밥’인 사건들이 매끈히 고리를 거는 전개력이 신통하다. 그러나 집약력은 떨어진다.영화에는 특별한 갈등이나 방점을 찍을만한 에피소드가 없다.괴팍하고 낯선 캐릭터들이 새로움을 주는 듯하지만,결국 그들도 가족의 미덕을 되돌아보는 재미있는 눈요기 장치에머물렀다는 느낌이다. 후반들어 제멋대로인 가족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건 뜻밖에도 아버지다.이 역시 고민없이 밋밋한 설정이 아닐까.진해크먼은 이 역할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황수정기자 sjh@
  • [공무원 Life & Culture] 여소영 대통령·외교부 공식 중국어 통역관

    ‘화교(華僑)보다 더 화교 같은 여자.’ 대통령과 외교통상부의 공식 중국어 통역관인 여소영(26·6급)씨는 자신에게 따라 붙는 이 말이 싫지 않다.외교부 동북아2과 소속으로 중국 외교의 ‘입’역할을 하는 여씨는 ‘중국사람같다’는 말에 오히려 신바람이 난다고 말한다. 지난 5월2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방한한 리펑(李鵬)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오찬 석상.리 위원장의 부인주린(朱琳)여사가 옆에 서 있던 여씨에게 ‘의자좀 밀어달라’고 요청했다.외교관례상 상대국 통역에게는 할 수 없는 부탁이었지만 여씨는 웃으며 의자를 밀어줬다.오찬이끝난 뒤 주린 여사가 여씨에게 다가와 “너무 중국말을 잘하고 분위기도 중국인 같아서 우리 수행원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여씨의 중국말 솜씨와 화교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일화다.여씨는 “나중에 중국대사관 관계자에게서 리펑 위원장도 ‘통역이 우리 중국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그만큼 상대방에게 ‘신뢰’를 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99년 5월 중국어 통역요원으로 특채돼 외교부에 첫 발을내디딘 그녀의 활동 범위는 대통령과 외교부 통역에 국한되지 않는다.총리실 등 각 부처의 급하고 중요한 대중(對中) 현안이 걸린 현장에 수시로 불려 나간다. “한 마디로 ‘악바리’란 별명이 어울리는 직원이다.사전 준비에 철저할 뿐 아니라 한·중 외교현안 전반을 꿰뚫고 있어 아주 믿음직스럽다.” 대중 외교정책을 총괄하고있는 추규호(秋圭昊) 외교부 아·태국장은 여씨와 같은 통역관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복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에서 여씨를 높이 평가하는데는 통역이 끝난 뒤 카운터 파트인 중국측이 통역관에 대해 내놓는 한결 같은 평가가 한 몫하고 있다.지난 4월 방한한 다이빙궈(戴秉國)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우리측 관계자들에게 “중국현대어에 정통하고,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여씨와 중국말과의 인연은 20년째다.스스로도 자신은 중국과 전생의 연이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다.중국 고전과 서예에 각별한 관심을가졌던 아버지(呂運日·57·목사) 덕분에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초등학교와 중·고교 과정을 각각 대전과 대구에있는 화교 학교에서 보낸 것.대학도 타이완국립대(국제관계학 전공)로 유학을 갔고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남들이 웃을지도 모르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늘나라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93년 대전엑스포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다조직위원장의 통역을 맡으면서 통역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여씨는 이때 중국말을 잘하는 자신의 능력과 외교를 접목시켜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여씨가 통역관 생활 2년만에 받은 명함만도 두꺼운 명함첩으로 6권분량이나 된다.“한번 맺은 인연은 모두가 소중하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는 여씨는 통역일을 하면서 알게 된 중국인들이 편지 등 연락을 해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상하이(上海)시 사회과학원의 외사판공실 관계자들로부터 최신 단편소설책을 선물받았다고 소개했다. 여씨는 지난해 8월 방한한 우동허(武東和) 외교부 부부장을 수행한 뒤 우 부장으로부터 그녀를 소재로 한 시 한 편을 받았다.우 부장은 최근 펴낸 자신의 시집에 ‘여소영’이란 이름을 소재로 한 이 시를 실었다. “중국어는 고어와 고전이 많아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게다가 중국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새로운단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혼인 여씨는 그러나 새해 소망들중 결혼은 뒷순위라고말한다.“변화하는 중국어와 중국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도록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學無止境)’는 경구를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는 여씨가 첫 손으로 꼽은 새해 바람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패밀리’출간 앞둔 안흥진 반장

    일선 경찰관이 소설책을 펴낸다. 서울 송파경찰서 기획수사반장 안흥진(51)경위는 20년 동안 모아온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패밀리’라는 장편소설을 집필하기 시작,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패밀리’는 70∼80년대 호남 일대에서 활동하던 양은이파의 조양은,OB파의 이동재,서방파의 김태촌 등 3대 폭력조직의 대결 구도를 배경으로 한 ‘조폭’ 소설이다. 안경위는 “영화 ‘친구’ 등에서는 조폭의 세계가 너무미화되고 있다”면서 “조폭의 실체와 불행한 말로를 보여줘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76년 경찰에 투신한 안경위는 조직폭력의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쓴 ‘한국 조직폭력의 실체’와 ‘언론에 비친 조직폭력’,‘사창가 폭력조직의 실태’등 3권의 조폭관련 책과 보고서를 내 ‘조폭 박사’로 불리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
  • 인천 앞바다 실버러시

    바다 밑에 잠자고 있다는 보물선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아니면 환상일까. 지난해 말 용두사미로 끝난 울릉도 앞 바다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 파동에 이어 또다시 서해에서 보물선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광이벤트사인 ㈜골드쉽은 30일 청일전쟁 당시 서해에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청나라 보물선 ‘고승(高昇)호’가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울도 남방 2㎞ 지점 해저 20m에서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894년 7월 서해상에서 일본 해군에 의해 격침된 고승호에 대한 사료 검증 결과 600t 가량(시가 1,000억원)의 은괴가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이에 따라 2일부터 본격적인 인양작업에 나설 계획이다.그러나 탐사 결과 선체 대부분이 바다 밑에 박혀 있고 일부분만이 노출된 상태라 고승호로 단정짓기에는 무리라는 것이일반적인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골드쉽이 수년 전부터 보물선 인양을 추진해왔음에도 가시적 성과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만약 보물선으로 판명되더라도 국제법상 내용물은 해당선박 소속 국가에 귀속되도록 되어 있어 소설책에 나오는일확천금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 교과서 문학 작품 “상당수 잘못 가르친다”

    우리 대부분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진정한 문학작품과 처음 만난다. 그러다 고교 졸업과 함께 ‘소설책’은 읽더라도 ‘교과서에 실릴’그런 문학작품은 더 이상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이렇듯 중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에는 문학의 고전·정전(正典)이라는 후광과 의미가 실려 있다. 그러면 중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은 과연 ‘실릴’만한 것들인가.또 교육현장에서 그 작품들을 제대로 가르쳐지는가.문학평론가이자 사범대에서 예비 국어교사들을 지도하는 이남호교수(고려대)는 최근 발간한 ‘교과서에 실린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현대문학)를 통해 이문제를 숙고한다. 이교수가 머리말에서 “중등학교 문학교육을 실질적으로개선하려는 목적을 갖는다”라고 밝힌 이 책은 제목처럼 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26편의 현대작품(시 17,소설 9)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었다.이교수는 이를위해 각 작품마다 먼저 ‘배우기에 적절한 작품인가’와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를 일일이 따져묻는다. 특히 ‘어떻게’부분에서 일선 국어교사들의 학습내용 및교과서와 참고서 해설내용의 부정적 측면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배우기에 적절한 작품인가’부분에서도 부정적으로 지적당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효과적인 문학교육이되기 위해서는 우선 대상 작품이 문학적으로 휼륭하고,학생 수준에 맞으며,학생의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윤동주의 ‘참회록’은 그의 ‘서시’나 ‘별을 헤는 밤’에 비해 내용이 모호하기 때문에 고교생에게가르치기에 적당하지 않은 작품이며,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도 시의 묘미나 감동을 전달해 줄 만한 요소가 적은편이라 교과서에 실을만큼 휼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이교수의 견해다. 이런 지적은 박용래의 ‘겨울밤’,김동명의 ‘파초’,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등의 시 작품과,김동인의 ‘붉은 산’이나 이범선의 ‘학마을 사람들’등 몇몇 단편소설에도 해당된다.교과서에는 문학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충분히전달하는 휼륭한 작품을 수록해야 한다는 전제에 미달된다는 것이다. 물론 교과서에는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서정주의 ‘추천사’,유치환의 ‘생명의 서’,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김유정의 ‘동백꽃’,황순원의 ‘목넘이 마을의 개’등 중고생들이 꼭 읽고 배워야할 시·소설이 많이 실려 있다.그런데 교사와 교과서·참고서가 상당수 작품을 잘못 가르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해마지 않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어교사들은 교과서와 참고서의 내용에전적으로 의존하는데,바로 그 내용의 많은 부분이 부정확하거나 틀린 해설이며 쓸모없는 지식이어서 학생들의 이해와감상을 오히려 방해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문학교육에서는 무엇보다 작품 자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감상이 필요한데도 이를 무시한 채 도식적인 지식만을 주입한다.예를 들어 이상의 ‘거울’에 관해서 많은 고교 문학교과서와 참고서들은 ‘기이한 행적을 보인 작가의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식으로 해설한다.그러나 ‘거울’은 아주 상식적인 작품이고 고교생 수준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로,학생들은 이작품으로 시적 사유와 문학적 상상력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저자는 반박한다. 또 작품에는 없는 내용을 억지로 가져다 붙이는 교사와 해설이 많는데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육사의 ‘청포도’등이 그런 수난과 오해의 좋은 예라는 지적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김수영의 ‘풀’,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등도 교사나 교과서의 추상적이고 견강부회하는 설명이 시의 맛을 ‘가게’하고 만다는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쓴 좋은 작품에는 무조건 ‘일제에 대한 항거’나 ‘조국 광복에 대한 열망’등의 주제의식을 상투적으로 부여하는 버릇은 고쳐 마땅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김재영기자 kjykjy@
  • 세풀베다 소설 3권 동시 출간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책 3권이 한꺼번에 열린 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우리한테는 낯선 이름인데 출판사는 “세계 문학계에서 21세기를 이끌어 갈 작가 중의 한 사람이며,라틴아메리카가내놓은 전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말한다.‘향수’의 쥐스킨트,‘개미’의 베르베르 등을 소개했고 지난해폴 오스터의 경우처럼 한 권이 아닌 대표작 서너권을 일시에 내놓는다는 점이 일단 신뢰감을 준다.인터넷에서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49년생의 세풀베다는 독재 체제를 피해 80년 독일로 이주했다.아마존을 배경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살핀,이번에 소개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89년 내면서 국제적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그는 인간 대 자연,선과 악 등극명하게 구분되는 대립관계를 단순한 주제와 명쾌한 플롯안에 녹여 낸다. ‘귀향’(94년)‘감상적 킬러의 고백’(96년)이 이번에 같이 소개되었다. 김재영기자
  • [굄돌] 현대인의 산만한 일상

    90년대 초 뉴욕에서 공부하고 있을 당시 대학 체육관을 자주 찾았다. 처음에 미국 사람들 운동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뭐랄까,참 이색적이였다.대부분 자전거를 타면서 또 조깅트랙 위를 뛰면서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다.그것도 40분,아니 1시간씩 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참독하다고 생각했다.나도 한 번 해봤다.도대체 손에 제대로 책을 쥘수도 없을 뿐더러 헐떡거리느라 집중 할 수가 없더라. 왜 저렇게 극성맞게 생활할까.운동 따로,독서 따로 할 시간이 없어서,대도시의 현대인들은 저렇게 처절하게 살아야 하나.차라리 운동을하지말고 편안하게 앉아서,아니면 누워서 신문을 보고 소설책을 읽을것이지. 그뿐 아니라 뉴욕의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유사한 광경을 흔히 본다. 모두들 서류를 들고 몰두해 있거나 책과 신문을 읽느라 고개를 떨구고 있지,꾸벅 꾸벅 조는 사람은 없다.뉴욕같은 험난한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삶 자체가 각박한가 보다.쉼을 가질 새가 없다. 한가하다는것이 불안하다. 우리도 이제 동시에 두 가지 일을 겸하는 multi-task의 생활을 하면서고도로 시간을 압축하여 활용한다.운전하거나 길을 거닐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공부하면서 음악 듣고,식사하면서 TV도 보고.아예 요즘 10대,20대는 TV를 여러 채널을 동시에 본다.영어로 이를 channel surfing이라고 한다는데,문자 메시지 보내면서 숙달된 번호패드두드리는 핸드폰 때의 빠른 손놀림으로 이제 리모콘을 계속 두드리며채널을 번개같이 돌려 가면서 운동 경기도 보고,쇼 프로 한두 개, 뮤직비디오 채널도 같이 본다.이럴 때 나는 금방 어지러워 TV 앞을 떠난다. 잠시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하게 생각할 여유를 간혹 찾는다.출퇴근운전하면서 나는 도로에서 보내는 하루 1시간이 참 값지다.집에서 살림하면서,직장에서 바삐 일 하면서 가질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공백을 통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잊어버린 일들도 떠오른다.오랜만에 전화하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도더러 기억된다. 노재령 국제갤러리 디렉터
  • 性愛·사랑 다룬 소설3권 출간

    사랑과 섹스 이야기가 실패한 도시의 쓰레기처럼 넘쳐나는 이 시대,어떤 소설가가 장미꽃 같은 향기를 자신하며 사랑,섹스 소설을 쓸까. 장미 향기는 둘째 치고 쓰레기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일단 문학적으로 성공한 사랑과 섹스 소설이라고 할 만하다.우연찮게 이런 소재를가지고 최소한 문학을 오염시키지 않는 성과를 거둔 소설책 세 권이최근에 나란히 출간됐다. 마르시아스 심(본명 심상대)의 ‘떨림’(문학동네)은 뻔뻔하면서도건강한 소설이다.강물이 아무리 세차봤자 결국 바닷물로 흔적없이 사라지고 만다는 듯 모든 이야기를 섹스로 몰고가는 외곬이 뻔뻔해 보일 정도이나 이 뚜렷한 편향성이 어떤 비틀림,발육부진에서 나오지않았다는 데서 건강한 것이다.동일한 1인칭 화자의 성애 고백담 형식을 취한 8편의 연작단편들은 문예지에 발표될 때부터 ‘높은’ 성애담의 수위로 주목되었다.소설은 40대로 막 진입하려는 소설가인 주인공이 털어놓은 10대 후반부터의 여성과의 성적 조우및 경험 이야기로가득 부풀려져 있다. 주인공의 성적 만남은 소수의 남성에게만 가능한 화려·다양함을 갖추고 있고,그의 경험담은 도무지 가림이 없으며그냥 막 달린다. 정사의 상대와 내력이 크레용처럼 다채롭고,성적 인연의 전말이 솜씨있는 유화처럼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성애소설을 어떤 독자가 싫어할까.심상대의 성애소설은 조금 느끼하지만 추하지는 않다.드물게 독자를 정면에서 흥분시키려 하는 이 소설은 나아가 이 야단스러운 성애의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 대한 철학적인 상념의 물길을 터주려고애쓰기도 한다.그러나 손가락을 보지 말로 저 위의 달을 보라고 작가가 아무리 다그쳐도 독자의 시선은 손가락 위의 허공에 몇 번 닿았다가 금새 추락하곤 한다.어떤 피안(彼岸)을 느낄 새도 없이 씽씽 내달리는 수상스키처럼 건강한 성애소설로 족하지 않을까. 반면 이순원의 ‘첫사랑’(세계사)은 잘해야 3단 기어인,중년의 속도로 달린다.문예지에 발표된 4편의 연작단편으로 된 이 소설도 소설가 주인공이 1인칭으로 말하고 있으나 40대 초반의 주인공은 몇십 년만에 만난 두메산골 초등학교 동창생 남녀친구를 맺어주는 브로커 역할에 머문다.애초부터 흥분할 건덕지라곤 없는 담백한 내용이나 대신30대 중반 이후의 독자, 특히 유년을 시골에서 보낸 독자에겐 오랜만에 눈물샘과 마음의 정화작용을 활발히 자극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산과 들의 풍경처럼 익숙한 가난이 있고, 그리고 기억 속에서 언제까지나 찬란하기만 한 풍광과 같은 어린 시절의 첫사랑이 있다. 이 소설의 힘은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은봉이와 자현이라는 두 동창생의 일을 간접적으로 말한다는,‘중년적인’ 자세에 있다. 이 점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을 뿐이지만 심상대의 앞의 소설이 ‘나’에 강한 액센트를 두면서 야한 섹스담의 파열음을 즐기는 것과 멋진 대비를 이룬다.‘첫사랑’은 ‘떨림’의 순한 해독제라 할만하다. 그러나 섹스와 사랑에 시선을 과도하게 집중시킨 ‘떨림’과 ‘첫사랑’은 모두 이런 사시 현상을 풀어줄,비슷하면서도 시야가 넓은 제3의 소설책을 필요로 한다.재일교포 여성작가인 유미리의 ‘여학생의친구’(열림원)는 앞의 두 소설이 일시적 효과를 위해 눈길을돌린사회성을 담고 섹스와 사랑을 바라본다.99년작의 이 소설책은 무기력 속에 자살을 시도해보는 65세의 퇴직 노인과 학교나 가정 생활의 추악한 면에 노출된 채 원조교제를 생각하는 15세 여고생과의 만남,초등학생들이 주체가 된 집단 성폭행에 관한 이야기 등 두편으로 되어있다.독자들은 썩어가는 장미꽃 냄새가 배어나는 이 작품들에서 대국적으로 소설화한 섹스와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휴가철 읽어볼만한 소설·시·시조 작품집 5권

    한여름 휴가철에 읽어볼만한 최근의 소설 시 시조 등 본격문학 작품집들을모아 소개해본다.특히 세 권의 소설책들은 각기 웅장한 개성의 성벽을 구축한 작품들이며 두 권의 사화집은 커다란 시차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라벤더 향기(문학동네) ‘책 읽어주는 남자’로 등단했던 서하진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10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60년생 여성 작가는 ‘사랑과 결혼의 과정을 통해 표출되는 여성들의 일탈 욕망과 환상이 주된 관심사’라는 평(백지연)을 듣는다.두 편을 제외하고 모두 여자가 주인공이며 인물이나 이야기 주제가 기존의 궤를 허물고 직진하는 현대성을 갖고 있진 않지만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를 예쁘게 입체적으로 꼬아가는 솜씨가 돋보인다.소설인 만큼 주인공들의 역정이나 상황이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데 이 다소 구태의연한 소설적인 울 안으로 독자를 끌어들인 뒤 작가는 향후 수순을 아는 체하며 방심해 있는 독자의 옆구리를 보기좋게 걷어차곤 한다. 이런 독자의 각성이 ‘여성적인’ 크기에 그치는 한계가있지만 쓸데없이 튀지 않으면서 새롭게 성장(盛裝)한 여러 여성 인물들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문학동네) 박상우의 세번째 소설집이며 환멸의시대 분위기를 특유의 낭만적 문체 속에 담아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이후 11년만이다.표제작과 99년도 제2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내 마음의 옥탑방’ 등 8편의 중단편이 수록됐다.표제작 ‘사탄의 …’는 낯선 실험적인 형태의 단편으로 부조리극을 평문으로 풀어쓴 것같다.‘샤갈’이 80년대를 지나며 정치적 허무주의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간군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탄’은 극단의 물신화·파편화로 치닫는 90년대의 광기에 주목했다는 해설이 있다.작가 혼자만의 의미쌓기로 끝날 수 있는데 같이 수록된 전통적인 작품들은 읽기 훨씬 쉽다.폐쇄적인 느낌이 들곤 하는데 평론가들이 주목하는 이런 특질들을 독자는 달리 받아들일 수 있다. ◆용병대장(문학과지성사) 서정인의 연작소설로 우리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이탈리아 르네상스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지만 여러모로 문제작이다.소재적 측면에서 르네상스에 관해 빛에 가려졌던 어둠의 면을 끌어냈고 무엇보다 현 우리 시대의 성·권력·예술의 타락상을 효과적으로 빗대어 드러낸다.그러나 이 소설은 ‘말과 소설의 형태에 대한 질문과 성찰’에 가깝다는 의미에서 크게 주목된다.작가는 누구나 인정해온 소설이나 문장의 잉여적 반복을 과단성있게 생략해서 으레 따로 떨어져 있던 것들을 동석시킨다.소설 문체실험의 극한을 달린다는 평의 작품들은 독자로서는 공을 들여 읽어야 하나폭포수처럼 연잇는 알맹이들의 물벼락에 상쾌해지기도 한다. ◆히말라야(민음사)시인 고은이 3년전 여름 40일간 ‘떠돌았던’ 티베트 여행경험을 110여 편의 시에 담았다.시인은 ‘삶의 배경이라고만 생각했던 기존 관념을 산산이 부수는 절대자연의 힘’을 절감했다고 밝힌다. ◆조운 시조집(작가)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빼어난 시조 작품을 내놓다가 월북해 잊혀졌던 시인의 탄생100주년 기념 복간집.최근 제막될 예정이던 시비가 직권남용적 공권력 행사로 훼손돼 문단의 분노를사고 있다.그의 작품에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사람이 몇 생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玉流 水簾 진주담과 만폭동 다 고만 두고 구름 비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 함께 흘러 구룡연 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사설시조 ‘구룡폭포’ 전문)김재영기자 kjykjy@
  • 문화스냅 2000-여름/ 스타킹 벗어던진 신세대

    2000년 여름,신세대와 구세대를 가름짓는 바로미터 하나.꼼지락거리는 맨발가락을 내놓고 당당하게 활보할 수 있으면 신세대,그게 아니면 우겨봤자 구세대다. 한국IBM에 다니는 주부 직장인 황해경씨(32).올 여름,핸드백안에 꼭꼭 챙겨다니는 소지품이 하나 더 늘었다.스타킹이다.유행이라면 누구보다 민감한 미시족이라 자신해왔지만,‘전천후 맨발’은 아무래도 신경쓰일 때가 많다.격식을 따져야 할 VIP고객이나 직장 상사와의 회식자리에 들어가기 직전.눈치껏 스타킹을 꺼내 신고나서야 마음이 놓인다.“갓 입사한 젊은 친구들은 원피스 아래로 맨다리를 통째 내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양인데…” 맨발에 관한,미시 아줌마의 유감섞인 한마디다. 한평생에 지구 세바퀴 반을 도는 노고에도 불구하고 인류사를 통틀어 찬밥대접을 면치 못해온 신체기관.그러고 보면 ‘발’이 올 여름만큼이나 주목받은적이 없었다. 시선을 끌어내려보자.도심 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건 여성들의 맨발이다(신세대 남성들도 맨발을 즐기긴 마찬가지).색색의 화려한 니퍼(뒤꿈치가 트인샌들)속에서 나일론스타킹을 훌렁 벗어던진 뽀얀 발가락들이 여유만만.‘생으로’ 세상에 맞서보기로 한듯 ‘날발’들의 발언이 어딜가나 시끌벅적하다. 날발 유행에는 해설들이 분분하다.무엇보다 경제논리.문화평론가 김지룡씨같은 이는 “사회적 부가 축적되면 신체의 주목대상이 몸통으로부터 머리카락,손발톱,발쪽으로 분산되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라면서 최근 발로 쏠리는 대중의 관심을 경제적 여유의 징표로 파악한다. 그러나 재미난 것은 ‘강요된 여성성’에서 벗어나려는 반동문화의 한 코드로 이를 이해하려는 페미니즘적 시각이다.여성신문 ‘아줌마’섹션 편집위원장인 이숙경씨는 “발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신발이 어떻게 모양을 바꾸고 있는지에 주목해보라”고 주문한다.하긴 적어도 올 여름 대한민국의 여자들은하이힐에 의지해 위태롭게 뒤뚱거릴 마음이 없는 것 같다.낮아진 굽에 얼기설기 발을 조이던 가죽끈마저 떼어 버린 신발들이 거리를 누빈다. 실제로,발이 대접받는 현장을 직접 들여다보면 ‘날발’의 가치 전복이 실감된다.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맞은편 골목의 나비뷰티라인.대낮부터 발관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은 남녀노소가 따로없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맨발을 내밀고 앉은 채 사람들은 지압,물방울 아로마 마사지,보습팩 서비스에 주저없이 지갑을 연다.1시간 풀서비스에 5만원,30분 단축코스에 3만원.“지난해까지만 해도 40∼50대 주부들이 주고객층이던 것이 최근엔 20대 초반 손님이 부쩍 늘었다.더러 남녀커플이 함께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윤미숙 사장은 귀띔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맨발은 억압된 에로티시즘의 상징이기도 했다.10여년간 발사진만 찍어온 한정식 중앙대 예술대학원장은 “조선시대 여성의 발은 순결의 상징으로 버선속에 꼭꼭 숨겨졌고,치마자락 밑에서 드러나는 버선코가 관능미로 묘사되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발이 해석의 여지가 많은 신체 지점인 것만은 분명하다.프로이트는 여성의신발이 성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는가 하면,신화연구가 이윤기씨는 발에서 신화적 모티프를 짚어내기도 한다. 올 여름,맨발의 샌들이 ‘딸딸딸’ 유난히 큰 굽소리를내며 계단을 타고다닌다.스쳐지나는 유행일 뿐일까.아니면 억압된 여성성이 풀려나는 작은 메시지일까.어느쪽이든,삶의 메타포 하나를 새로 발견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황수정기자 sjh@. *날발의 '신상발언'. ■‘날발’의 씩씩한 발언…“더이상 생긴 걸로 시비걸지 말기!”‘나’는 발이다.사람 몸 전체에는 206개의 뼈가 있는데,그중 4분의 1인 52개가 내게 쏠려있다.30㎝도 안되는 크기로 70∼80㎏의 거구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은 각각 41개의 인대와 20여개의 근육을 가진 덕분.알고보면 우리는 대단히 민감한 ‘조각품’들인 셈이다. 최근의 맨발유행을 일과성 세태쯤으로 일축해버린다면,모처럼 해방된 우리로서는 억울하다.습하고 구리다는 편견으로,울퉁불퉁 못 생긴 생김새 때문에,시비걸리며 살아온 지난 세월이 얼만데….말이 난 김에 해보자.누가 언제 이중삼중으로 우릴 봉해놓으라 했나? 숨도 못쉬게 옥죄는 소가죽,양가죽으로 호사를 떨어달라고 주문했었나? 우리역사가 어땠는지는 소설책 한질로 써도 모자란다.가장 굴욕적인 역사는뭐니뭐니해도 전족(纏足)이다. 10세기 중국 송왕조 이후 귀족사회 미인의 필수조건에 맞춰주기 위해선 기형적으로 작고 뾰족해져야 했다. 그 지독한 악명의 역사덕분에 우리는 문학작품이나 영화속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펄벅의 ‘대지’에서 왕룽의 아내 오란은 자신은 큰발때문에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며,딸에게는 어떻게든 전족을 시켜 귀족의 조건을 갖춰주려 했다. 또 영화 ‘홍등’에서도 우리 얘기를 짭짤한 소재로 써먹었다. 세도가의 첩으로 팔려온 가난한 여주인공 공리는 남편을 기다리며 ‘발마사지’를 받는 게 일이었다.우리가 가진 에로티시즘적 속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루 한두번쯤 세수대야에 담기는 게 고작이던 우리가 요즘 온갖 대접을 다받는다. 발찌,발가락지,영양크림,붓기빼는 아이싱크림까지….가려지고 억압될 뿐,인간의 욕망은 소멸되지 않는 모양이다. 차제에,알아줬으면 하는 사항이 또 하나 있다.원래 우리에게도 지문 못잖게독특한 족문(足紋)이 있지만,신발에 치여 무의미해지고 있을 뿐이란 사실이다. 황수정기자.*발미용산업도 호황. 발 미용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발 관리 전문점이 서울 강남거리를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고 있다.최근 3∼4년새 전국에 500여곳이 개업한 것으로 추산된다. ●발관리 전문점 성업 발 관리전문점은 각질제거와 발톱손질을 해주는 네일케어숍과 전문교육을 마친 발관리사가 발마사지를 해주는 곳 등 두종류다. 발 마사지는 경혈을 자극해 발바닥 노폐물을 제거해 줌으로써 몸을 가뿐하게 만든다.오랫동안 서있는 직장인들의 붓기를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다.비용은 5만∼10만원으로 비싼 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2층에서 ‘네일 갤러리’를 운영하는 윤정옥 원장은“요즘엔 남자 손님도 간혹 눈에 띈다”며 전문직 여성 회사원 외에도 대학생,주부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한다.보통 30∼40분이 소요되는데 비용은 2만∼5만원선. ●발 가락지까지 등장 발 전용화장품은 이제 더이상 호사스런 사치품이 아니다.각질제거제,보습제에서부터 피로를 풀어주고 냄새를 없애주는 스프레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다른 피부보다 두꺼운 발의 표면에 잘 흡수되도록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최근엔 발목에 차는 발찌에 이어 발 가락지라는 신종액세서리까지 등장했다.은도금,큐빅 장식 등 화려한 디자인의 발가락지 가격은 1만원∼1만5,000원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집에서 하는 발관리 발 관리를 위해 꼭 전문점에 갈 필요는 없다.집에서세수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은 뒤 아로마 몇방울을 섞어 발을 담그면 소독도되고 각질을 불리는 효과가 있다.굳은살을 말끔히 제거한 뒤에는 로션을 발라 가볍게 마사지한다.손이나 지압봉으로 지압점을 찾아 꾹꾹 눌러주면 피로 회복과 혈액순환을 돕는다.로션의 흡수가 잘 되도록 석고팩을 하거나 랩으로 감싸주는 것도 좋다. 허윤주기자 rara@
  • [황석영의맛따라추억따라](2)노티맛으로 이산가족의 연줄이어

    어머니는 목사이며 교육자였던 집안의 둘째 딸이었다. 큰오빠가 있었고 위로 맏딸인 언니가 있었으니 형제들 순으로 따지자면 셋째인 셈이다.어머니 아래로 여동생이 둘이고 남동생이 하나 있었단다.그러니까 딸 넷에 아들 둘,모두 육남매였다는데 내가 어릴적에 부모님이 월남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본적이 없다. 그들 중에서 우리 식구처럼 월남했던 어머니의 바로 아래인 셋째 이모와 오라비인 큰아버지(이북에서는 외삼촌의 경우에도 큰아버지라고 부른다)만을알고있을 뿐이다. 셋째 이모는 딸 하나를 낳았는데 네 살 때인가 죽었다.이름이 인옥이었다.셋째 이모네는 우리 보다 좀 뒤늦게 월남해서 어떻게 수소문을 해가지고 우리동네에서 가까운 이웃 동네로 이사를 왔다.이모부는 몸집이 마르고 얼굴도창백한 병약한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옥이도 보채기를 잘하고 병치레를 많이 했다.내가 여섯 살 때였으니까 나하고는 아마 두 살 차이가 날 것이다. 인옥이는 오빠 오빠,하면서 나를 따라다녔고 내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영등포 로타리를 한바퀴 돌아오려고 출발하면 징징 울면서 쫓아왔다.이모부는 그래서 나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다.그 애가 죽었을 때 이모네 집에 가보았는데 비좁은 마당이 있는 방 세 칸짜리 한옥이었다.맞은편 담 가에 우리 집 뒷마당처럼 일년초가 피었는데 분꽃이 빨갛게 피어 있던 게 기억난다.이모부는 마루에 앉아서 술에 취한 채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고 이모는 계속해서 울기만 했다.그들이 살던 마루의 건넌방 미닫이가 열려 있었는데 멜방처럼 광목끈을 매어 놓은 작은 널판자의 상자가 보였다.나는 그것이 뭔지 대번 알아보았다.어릴적에 인옥이 생각만 하면 후회했다.자전거를 좀 많이 태워줄걸. 어머니의 오라비인 큰아버지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의사였다.내가 오래 전에 그분을 빌어서 ‘한씨년대기’라는 중편소설을 쓴 적이 있다. 전쟁이 터지고나서 1.4후퇴 때에 우리 식구는 대구로 피난을 갔다.대구 역에서 중앙통은 그때에도 제법 대도시처럼 붐볐는데 아버지와 내가 둘이서 길을가다가 큰아버지를 만났던 것이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큰아버지는 멋쟁이었다.그이는 어머니처럼 키가 크고 굽실굽실한 긴 머리를 뒤로 넘기고 있었는데 깃이 넓은 헐렁한 검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안에는 당시에 미군부대에서 나온 목 앞에 단추가 달린 국방색 털쉐타를 입고 있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앞에서 우리를 지나쳐 가려던 키 큰 남자가 우뚝 섰다.두 사람은 잠시 그대로 서서 외마디 고함을 지르더니 서로 부둥켜 안았다.그래서 어머니는 오라비와 바로 손아래 여동생을 가까이 두고살수가 있었다. 셋째 이모는 교사가 되었는데 중년에 남편과 이혼하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살았다.이모부가 다른 데서 아들을 낳고 살림을 따로 냈던 것이다. 큰아버지는 소설에 썼던 대로 오십년대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허무러졌다. 그를 고용했던 무면허 의사의 모함으로 동창생들과 술자리에서 말 몇마디 한 것으로 반공법에 걸려서 호된 고문을 당했다.그리고는 다른 죄목으로 기소되었다가 풀려난 뒤로 세상살이에 뜻을 잃어버린 듯했다.그이도 두 번인가재혼을 하더니 말년에 딸 하나 보고 외롭게 살았다.그들은 요즈음 말로 이산가족 일 세대인 셈인데 이제는 모두 세상을 떠났다. 내가 이러한 쓸쓸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노티’ 때문이다.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먹고 싶다고 몇번이나 말했다는 그것 때문이다. 사실 나는 잊고 있었다.어머니쪽 외가 식구들이 영등포에 모여 살 적에는 추석이나 설이 되면 꼭 이틀 밤낮을 모여서 명절을 같이 쇠고는 했다.좁아 터진 집에 세 집이 모이면 불편할 것 같지만 이모는 독신이고 큰아버지도 그때는 아직 혼자여서 다른 집처럼 아이들로 붐빌 것도 없었다.큰아버지는 노상술만 마셨는데 그의 주정을 아버지 혼자 다 감당하곤 했다.그는 언제나 술이취하면 어머니에게 성화였다. 야야 노티 좀 해먹자꾸나. 오라반두 참…여게 어디 고향 같은 기장쌀이 있습네까. 어쨌든 어머니가 그 무렵에 구정 설이 되면 찹쌀을 빻아서 노티를 했다.그렇지만 나는 그 맛을 잊고 지냈다.아마도 약과 비슷한 것도 같고 모양은 지짐이(녹두 빈대떡) 비슷했을 것이다.얼마 후에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나는 장성해서 떠돌다가 뒤늦게 어머니를 모셨는데 어머니는 그동안한번도 노티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부터 재봉틀을 돌리거나 뜨개질을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워낙에 말 재간과 기억력이 대단한 분이라 도깨비 이야기며 소설책 이야기며 고향 이야기들이 재미 있어서 나는 졸린 눈을 부비며 자꾸 되묻고는 하였다. 당신이 어릴 적에 형제들과 방에서 하던 놀이도 많이 배웠다.팥을 쪼개어 종이를 둥글게 말아서 그 안에 집어 던지는 벼룩이 윷이며,남포불이 비춘 벽위에다 그림자 놀이를 하는 법이며,서로 다리를 포개고 헤아리면서 ‘한알대 두알대 삼새’하다가 끝나는 다리의 임자가 술래가 되는 놀이며,손을 서로잡고 엄지 손가락을 세워서 상대방의 엄지를 찍어 누르는 엄지 씨름,뭐 끝이 없었다. 어머니는 이남 것은 과일도 밭 작물도 별로 맛이 없다고,이를테면 내가 참외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도 그런 식으로 입맛을 버려 놓고는 했다.나중에 커서야 그게 일리가 있음을 알았다.어머니의 입맛은 고향을 그리는 향수였던 셈이기도 하고,또한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위도나 기후 상으로도 그렇고 논 보다는 밭이 많던 북선 지방의 작물이 맛이 월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드는 방법도 모르고 그 맛도 잃었던 나는 팔십 구년에 방북했을 적에 기적처럼 노티와 만나게 된다. 누나와 내가 어렴풋이 기억한 외가 식구들과 사촌들의 이름을 적어 갔는데정확하게는 큰외삼촌네 아들 형제들,그러니까 내 사촌 형제들과 어머니의 여동생인 막내 이모를 찾았다.막내 이모네도 아들이 셋에 딸 하나가 있었다. 고려 호텔의 지정된 방에 갔더니 낡은 한복 차림의 할머니가 낯선 형제들과앉아 있었는데 나는 가슴이 저려오는 느낌이었다.어쩌면…돌아가신 어머니가 거기 앉아 있는 게 아닌가.어머니의 말년 모습과 똑같았다.울고 불고,서로소식 묻고,형제들 소개하고,그런 법석을 하다가 차츰 침착해졌다.나는 특별히 시내에 있는 사촌 맏형의 집에까지 따라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서 밤늦게까지 이모와 함께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물론 어머니의 임종 얘기와 노티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떠나오던 날 이모는 사촌들과 순안 비행장에 배웅을 나왔다.헤어지기전에 휴게실에서 이모가 푸른색 보퉁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개져다 먹어보라. 그게 노티였다.나는 비행기 안에서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두 개나 먹었고 북경에서 나머지를 다 먹어 치웠다.이모가 일러준 대로 한번 만들어 먹어 볼작정이지만 내 기억이 맞는지는 잘모르겠다. 요즈음은 구수한 기장쌀을 구하기 힘들테니 찹쌀을 빻아다 시루에 찐다.엿기름가루에 물을 내려 우려낸다.익은 찹쌀가루와 엿기름가루를 섞어,우려낸 엿기름 물을 붓고,소금 간을 하고 참기름 넣어서 반죽을 한다.반죽을 아랫목에 한 두 시간 덮어 두어 삭힌 다음에 손바닥만한 크기로 약한 불로 지져낸다. 이것을 식혀서 꿀에 재어 항아리에 채곡채곡 넣어서 장독대에 내다 놓고 먹는다고 한다. 순안 비행장에서 막내 이모와 그렇게 헤어진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그로부터 석 달 뒤에 이모는 이산가족 일세대의 마지막 사람으로 세상을 떠났다.나의 어거지 방북으로 겨우 혈육의 연줄을 이은 셈이다. 어머니의 언니인 큰이모와 남동생은 진작에 전쟁 때 죽었다고 하는데 나는어머니가 갖고 있던사진은 본 적이 있었다.큰이모는 여학생 때부터 광주학생사건 등이 전국으로 번졌을 때 주동자 노릇을 하더니 일찍이 만주로 달아나서 독립군에 들었고 해방이 되어서야 돌아왔다고 한다. 언니가 어찌나 노티를 좋아했던지,겨울 밤에 몰래 장독대에 나가 동생들 몫까지 먹어치우는 바람에 둘째 딸인 어머니와 다투곤 했다고 하는데. 황석영
  • ‘전자책’ 전성시대 올까

    ●출판계 앞다퉈 도입 움직임. ‘종이없는 책’인 전자책을 도입하기 위한 출판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있다.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전자책이 시판되는가 하면 여러 출판사가 함께전자책 발행을 추진중이다.또 지난 21일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는 전자책 시연회가 열려 출판계의 눈길을 모았다. 전자책이란 PC 또는 PDA등 휴대용 단말기로 책을 다운로드받아 보는 것.미국 인터넷업계에서는 전자책 시장이 수년 안에 폭발할 것으로 보고 한창 준비 중이다.우리나라도 같은 전망에서 출판사마다 경쟁적으로 전자책 도입 준비에 나서고 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전자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10여곳에이른다.김영사,바로북닷컴,조근태 현암사 대표 등이 만든 북토피아,영진닷컴등이 대표적이다.이곳들은 전자책 시장이 조만간 형성될 것으로 보고 대비중이다.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학과 고기형 교수가 ‘이북솔루션’을세워 관련기술을 개발중이고,임중연 동국대 교수 등 교수 38명이 설립한 ‘이키온’은 전자책 단말기를시험중이다.김영사의 경우 오는 6월쯤 자사에서내놓았던 책을 온라인상에 띄워 다운로드해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김영사박은주 사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신문 등 기존매체의 소비자 가운데 20여%가 감소,이들이 인터넷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되는 등 매체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출판계에도 1∼2년 후면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 시장이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전자책전문업체인 바로북닷컴(barobook.com) 역시 최근 ‘EQ의 천재들’이란 어린이 그림책을 인터넷에 띄우는 등 전자책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이곳은 한글과컴퓨터사와 함께 모두 5,000만원을 내걸고 추리소설 등 9개분야에 걸쳐 ‘제1회 디지털문학상’작품을 공모중이다.오는 8월 10일 원고마감이다.바로닷컴은 당선작을 전자책으로 제작,바로북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해판매할 예정이다. 이 회사 이용중씨는 “앞으로 여러 종류의 책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 볼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조만간 전자책이 종이책시장을 상당부분 차지할 것으로 본다”고말했다. 출판사들이 이같이 전자책에 관심을 쏟는 것은 제작비 절감 등 각종 이점이크기 때문이다.현재 350쪽짜리 소설책 3,000부를 펴내려면 두달동안 2,000여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전자책은 하루에 5만원이면 된다. 한편 문화관광부 출판신문과의 관계자는 “아직 전자책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시장동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미국작가 스티븐 킹이 신작 ‘총알자동차 타기’를 전자책으로 판매했으나 다음날 해킹되면서 종이책으로 전환했듯 전자책이 활기를 가지려면 보안문제와 저작권보호 등이 관건이라고 판단해 관련제도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박재범기자 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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