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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서 빛난 K문학·미술… 자기계발서 열풍

    세계서 빛난 K문학·미술… 자기계발서 열풍

    한강 ‘메디치상’… 詩도 美서 인기출판 ‘세이노의…’ 압도적인 1위자승 ‘입적’… 천주교 ‘청년대회’ 유치美구겐하임 전시 등 미술게 약진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쾌거 2023년은 K콘텐츠의 근간인 한국문학과 한국미술의 세계적 영향력을 확인한 해였다. 그런가 하면 ‘각자도생’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자기계발서 열풍이 이어졌고, 종교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올해 한국문학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에서 여러 번 호명되며 가치와 위상을 입증했다. 소설가 한강은 제주4·3 사건의 비극을 다룬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받았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부커상을 받은 뒤 영어 외 국가에서도 문학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 작품이 메디치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라의 공상과학(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와 천명관의 ‘고래’도 각각 전미도서상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소설 외 장르에서도 활약이 돋보였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 영문판은 뉴욕타임스(NYT)가 뽑은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포함됐고, 백희나의 그림책 ‘알사탕’은 이탈리아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문학뿐만이 아니다.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한국미술품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등 ‘K미술’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는 올해 한국실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계보’가 현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는 ‘1989년 이후 한국 미술’ 전시가,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는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첫 기획전 ‘생의 찬미’가 진행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외관에 설치할 조각 작품을 한국 작가 가운데 처음으로 이불 작가에게 맡겼다. 국내 출판단체와 작가, 출판사들은 지난달 중동 최대 도서 행사인 ‘샤르자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해 한국 책을 중동 지역에 선보였다. 그에 앞서 지난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36개국 530개사가 참여해 ‘K출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이 경제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국내에서는 산업계 전반의 업황이 나빴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계 부담도 커졌다. 자기계발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다. 상반기까지 국내 대표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맨주먹에서 1000억원 자산가가 된 저자가 세이노라는 필명으로 낸 ‘세이노의 가르침’이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지켰다. 그 밖에도 ‘김미경의 마흔 수업’, ‘역행자’, ‘원씽’ 등이 강세를 보였다. 8월에는 2027년 천주교 세계 청년대회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13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고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서울 등 국내 여러 도시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파행을 겪던 대규모 종교 행사들도 성사됐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부활절인 4월 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2023 부활절 퍼레이드’를 개최했는데,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부활절 퍼레이드를 한 것은 국내 개신교 140년 역사에서 처음이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열리지 못했던 불교 연등 행렬 역시 이전의 규모를 회복했다.문화재 분야에서는 민간과 정부, 학계의 10여년간 노력에 힘입어 9월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결실을 봤다. 가야고분군은 2021년 ‘한국의 갯벌’에 이은 16번째 세계유산이 됐다. 이에 더해 지난달 한국은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선출되며 일본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견제하고 우리 입장을 피력할 기회를 갖게 됐다. 4월 국가유산기본법이 통과되며 문화재 명칭과 분류 체계가 60년 만에 ‘국가 유산’이라는 새 틀로 바뀌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내년 5월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한다.마냥 빛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종교계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11월 29일 경기 안성 칠장사 요사채에서 분신(焚身) 입적해 충격을 안겼다. 두 차례나 총무원장을 지내며 ‘조계종 실세’로 불렸던 자승 스님의 갑작스러운 분신은 불교계 안팎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 미술품 구매 시장도 얼어붙으며 침체했다. 백상경제연구원 산하 미술정책연구소의 ‘2023년 미술경매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양대 경매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메이저 경매 낙찰 총액은 972억원으로 지난해(1713억원)보다 43% 줄었다. 10월에는 단색화를 세계에 알린 박서보 화백이 92세로 별세하며 미술계가 애도에 잠겼다.
  • ‘당신도 유령처럼 살고 있나요?’…이연초 신작소설 ‘보스니아 레드’

    ‘당신도 유령처럼 살고 있나요?’…이연초 신작소설 ‘보스니아 레드’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다. 복종하며 굴종의 삶을 살 것인가, 저항하며 실존의 자리를 찾을 것인가. 이연초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보스니아 레드』(문학들 刊)의 문제의식도 다르지 않다. ‘아무도 아닌 자(Nobody)’, 살아 있으나 실존의 자리를 잃어버린 자들의 이야기 속에 1980년 5월을 비롯한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가 얼룩져 있다. 한 번도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어 본 적 없는 전작의 주인공들(「하이드비하인드」, 『그 여자, 진선미』)이 두 번째 소설집 『보스니아 레드』(문학들 刊)의 「바틀비 k」로 되돌아온다. 화자가 출판사에 연락해 자신의 책을 절판시키고, 회수하고, 불태우는 행위는 일종의 속죄 의례다. “어떤 존재를 도구적으로 이용한 폭력의 자각”과 ‘아무도 아닌 자’들의 희생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도모했다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다. 작가는 5년 전 소설에서 불행하거나 죽어야 했던 인물들을 호명해 누군가를 살리려 한다. “패배할 수밖에 없는” 글쓰기의 저주에서 탈출하여 굴종이 아닌 실존의 삶을 탐색하는 것이다. 표제작 「보스니아 숲속으로」에서 작중 화자인 준영이 수민의 ‘레드’를 이해하는 과정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준영의 연인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수민은 어머니의 상중(喪中)에 유럽 여행을 떠난다. 수민의 어머니는 ‘빨치산’이었던 외조부모의 삶을 거부했다. 수민은 그런 어머니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러니까 유럽 여행은 이전 세대와 결별하기 위한 의례다. 여행은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프라하, 보스니아, 자그레브, 사라예보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이어진다. 과거 유고연방에 속했던 지역의 여행은 외롭고 거칠었던 자기 존재를 과거의 어느 지점과 연결해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는 여정으로 묘사된다. 수민은 그렇게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나치와 싸웠던 유고연방의 ‘빨치산’들이 불렀던 독전가가 세상에 사라지지 않고 러시아의 ‘아무르강의 파르티잔’들을 거쳐 한반도의 지리산 남부군의 ‘빨치산’들에게 ‘아무르빨치산의 노래’로 전승되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수민은 “사라진 노래. 죽지 않고 어느 지층 틈새에 살아남아 울리는 언어 같은 노래”를 발견함으로써 비로소 외로움에서 벗어난다. 어머니가 그토록 잊고자 했던 외조부모의 삶도 복원해낸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단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영희에게」는 이번 소설집의 대표적인 인물 유형이 모두 담겨 있다. 증발해버린 유령 같은 이들을 소환하는 자, 명확한 경계선을 긋고 그 너머에서 방관하는 자, 그리고 제 삶의 힘겨움을 변명 삼아 자신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견디며 생존하는 온순한 자가 그것이다. 온순한 습속들에게 권력은 함께 음식을 먹을 식탁을 내어주지 않는다. 복종하며 영원한 ‘미생’으로 증발할 것인가, 저항하며 생성의 자리로 나아갈 것인가.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유령을 소환하고, 잊지 않고 기억하며 속죄함으로써, 새로운 실존의 삶을 찾으려는 글쓰기의 고투를 보여준다.
  • 인생의 행로 잃은 사람들, 그 간절함에 귀 기울이다

    인생의 행로 잃은 사람들, 그 간절함에 귀 기울이다

    이승우(64)의 열두 번째 소설집 ‘목소리들’에는 죄책감에 붙들린 목소리, 회한에 잠긴 목소리가 내내 서성인다. 자식 잃은 어머니는 스스로를 생채기 내며 남은 자식에게 상실의 고통과 분노를 전가하고, 형제를 잃은 ‘나’는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야기했을 실책을 상기하며 죄의식에 끌려다닌다. 소설집을 이루는 8편의 단편 가운데 ‘목소리들’, ‘마음의 부력’, ‘물 위의 잠’이 이런 뼈대에서 이야기를 뻗어 나간다. 특히 ‘목소리들’은 어머니와 아들이 막내의 죽음을 둘러싸고 치받치는 속내를 각자 독백 형식으로 전개하는 목소리들을 전면에 배치해 주제 의식을 더 선명히 드러낸다. 회사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동료를 구제하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리는 인물도 있다. ‘내’가 헬스장에서 친해진 회사 동생 ‘형태’는 거래처에 갑질을 하고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징계위원회에 소환된다. 그 징계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나’는 형태의 목소리에 시달린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형도 믿는 거야? 형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리고 더 깊이 알기를 거부한 자신의 비겁함이 스스로에게 내내 추궁당할 거라고 예감한다(그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했다).‘상실과 슬픔은 시간과 함께 묽어지지만 회한과 죄책감은 시간과 함께 더 진해진다는 사실을, 상실감과 슬픔은 특정 사건에 대한 자각적 반응이지만 회한과 죄책감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부자각적 반응이어서 통제하기가 훨씬 까다롭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117쪽) 인물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과의 관계가 부서지고 어긋나며 휘청이지만 ‘모든 생각과 감정의 자장 안’에는 여전히 그들이 맴돈다. 가족이란 끈덕진 인연처럼 집이라는 근원의 공간도 벗어날 수 없긴 매한가지다. 인물들은 불안과 상처를 증폭시키는 집에서 벗어나 주변을 떠돌며 버티지만 종국에 다시 찾아드는 곳은 집이다. ‘세상이 내 뜻을 비껴가거나 내 뜻이 세상과 겉돌 때면 거의 자동적으로 집이 떠올랐고,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생겼고, 그것은 나를 한층 비참하게 하는 일이었고, 그러니까 어떻게든 부정해야 했고, 그래서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듯 그 말을 밖으로 내보냈다.’(42쪽) 새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은 집, 지금은 공가(空家)가 된 집을 다시 찾은 ‘나’는 이런 목소리를 낸다. “내 몸이 공가예요, 쓰레기들이 버려진 빈집이에요.” 하지만 집 근처에서 우연히 함께 쓰러지며 마주한 ‘그녀’를 돌보며, 집을 고치며 빈집처럼 버려졌던 삶을 채워 나간다(공가).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라고 상찬했던 작가는 특유의 ‘성찰의 문장’으로 부조리한 세상에서 행로를 잃은 사람들의 불안과 죄의식, 욕망의 근원을 열어 보인다. 무례한 세태를 막아서는 목소리, 구원이 절실한 목소리에 우리의 귀를 갖다 대게 하면서. 그래서 ‘이해받으려는 간절함’이 아니라 ‘간절함을 이해하는’ 글의 저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은 그의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문장으로 들린다.
  •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 디지털 독자에 건넨 ‘힙’한 위로[오경진의 노이즈캔슬링]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 디지털 독자에 건넨 ‘힙’한 위로[오경진의 노이즈캔슬링]

    2030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립니다. 잠시 외부 소음을 끄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서이제의 문장은 힙하다. ‘힙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려면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이 말 외에 그의 글을 정의할 방도가 딱히 없다. 지루하지 않게 독자를 끌어들이며, 때때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어떨 땐 무릎을 치게 하기도 하고. 유쾌한 뒤틀림이 난무하는 한 소설에서 그는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군상 탐구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소설가 서이제(32)는 디지털 시대의 인간군상을 예민하게 탐구하는 작가다. 쉽게 복제되고 언제든 모습을 바꾸는, 그래서 진실과 거짓이 모호한 디지털 세계. 이곳을 그리는 그의 문장은 무심하지만, 따뜻하다. 내심 래퍼나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는데, 소설을 쓰면서부터는 두 꿈을 모두 이뤘다고 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을 타자화하고 착취하는 수단이 됐다. 소설도 인간을 위한 것 아니겠는가. 인간도 동물의 한 종(種)일 뿐이라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최근 펴낸 앤솔로지(문집) ‘전자적 숲’에 서이제는 ‘더 멀리 도망치기’라는 소설을 썼다. 경마에 중독된 이들의 삶을 추적하는데,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주인공의 도피처는 허무하게도 유튜브 ‘쇼츠’. 방에 틀어박혀 쇼츠만 감상하는 현대인과 우리에 갇혀 목적 없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동물은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다. “네모난 ‘프레임’에서 영감을 얻는다. 중학교 3학년까지는 그림을 그렸는데, 눈에 보이는 세상을 도화지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소설도 마찬가지. 결국 네모난 책에 텍스트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다.” 영화를 전공했다는 이력이 맴돌아서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통적인 기승전결의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 현실의 편린을 순서 없이 제시하고 종합한다. 수험생 시절 쉬는 시간마다 영화를 쪼개어 봤던 경험이 투영됐다. 그가 ‘세상 모든 젊음이 봉인된 곳’으로도 표현한 유튜브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기존 문법과 다른 ‘뒤틀림’으로 유혹 ‘디지털 기술에 예민한 것 같다’고 질문했다. 그는 오히려 “동시대를 설명하는 데 디지털을 사유하지 않고 쓰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아사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주인공 남녀가 홍수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본다. 남자(료헤이)는 ‘더럽다’고 하지만 여자(아사코)는 ‘그래도 아름다워’라고 한다. 무한히 증식하는 디지털의 진창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있을 것이다.” ‘과거는 새롭고 현재는 지루하며 미래는 익숙하다.’ 서이제가 뒤튼 문장이다. 절묘하다. 우리에게 과거만이 새롭고 미래는 익숙한 절망만 남은 건 아닌가. 그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밝은 미래’의 마지막 장면을 선물해 줬다. “‘양아치’ 고등학생이 비틀거리다가 이내 갈 곳을 정하고 걸음걸이를 다잡는다. 지금 우리의 방황은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다른 세대 눈에는 이상하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소설가 서이제는 1991년생으로 서울예대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2018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젊은작가상·김만중문학상 등을 받았다. 소설집 ‘0%를 향하여’, ‘낮은 해상도로부터’ 등을 썼다.
  • [문화마당] 마른 바다의 울음소리/이은선 소설가

    [문화마당] 마른 바다의 울음소리/이은선 소설가

    아랄해의 우즈베크어는 오롤덴기지, 러시아어는 아랄스코에모레, 키르기스어는 아랄덴기스, 카자흐어는 아랄텐지기다. 한 바다의 고유명사가 여러 언어로 현존한다는 것은 아랄해가 인접해 ‘있었다’는 뜻. 그런데 왜 ‘있었다’는 과거형 서술인가. 분명 그곳에 바다가 있었는데, 이제는 없어서다. 1960년부터 소련 정부가 내해(內海)인 아랄해로 흘러드는 아무다리야강과 시르다리야강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목화밭의 재배 면적을 늘려 면화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었다. 바다로 흘러 들어오는 강줄기가 사라지자 내해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습기가 줄어든 대기의 불안정함은 곧 장기적인 가뭄으로 이어졌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아예 처음부터 없던 바다다. 빈 바다를 휘돌아 사람들에게 온 바람은 바닷속에 묻혀 있던 여러 화학 약품과 병균들을 몰고 왔다. 설상가상으로 마른 바다를 오가던 설치류의 몸에 묻은 균들이 마을 안까지 손쉽게 침범했다. 가장 여린 축인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병을 앓기 시작했고, 제때 치료가 될 리 만무한 질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소련 정부가 그곳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흔적들도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당장 어찌해 보지도 못하고 있던 사이에 아랄해 인근의 마을들은 속수무책으로 황폐화됐다.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억지로 버렸다. 나는 한국국제협력단의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 왔고, 몇 번이나 아랄해에 다녀왔다. 갈 때마다 현지 택시 운전사들이 부르는 값이 달라졌다. 물이 있는 곳까지 거리가 계속해서 멀어지는 까닭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소설가가 됐고, 첫 소설집 ‘발치카 No.9’에 아랄해 3부작인 ‘카펫’, ‘까롭까’, ‘톨큰’을 발표했다. 얼마 전에는 그것을 가지고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된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서 우즈베키스탄 작가들을 비롯해 27개국의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들을 만났다. 주빈국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포질 파로호드와 마지도프 가이라트 시인의 한국 방문에 화답해 내년 봄과 가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문학적인 교류를 이어 가기로 약속했다. 그들은 머나먼 한국에서도 아랄해에 관심을 가지고 소설을 쓴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반가워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슬프다는 말을 전해 왔다. 나는 떠나온 지 오래였지만, 슬프다는 우즈베크의 말은 분명히 알아들었다. 이 모든 일의 저변에 문학TV 대표이자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의 저자 최희영 작가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최희영은 우즈베키스탄에 서른 번 가까이 오가며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우즈베키스탄을 한국에 알리려 노력했다. 국제펜클럽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작가들을 한국에 초대해 세계한글작가대회의 주빈국 개최까지 이뤄 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도 외교부 직원과 국영 방송팀을 한국으로 파견했다. 한국에서의 행사 소식이 생방송으로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연일 타전됐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뒤늦게 강의 수로를 다시 돌렸다고 한다. 물결을 타고 파도가 흐르는 소리를 아직은 문장으로밖에 들을 수 없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그것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그곳에는 여전히 파도와 물살을 기억하는 ‘사람’이 살고 있으니. 아랄해는 돌아올 것이다.
  •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에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에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민음사는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에 김화진의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문학동네·2022)를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작이 “자신만의 문장의 결로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추적하는 마음의 세밀화”라면서 “김화진의 소설이 보여주는 나와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욕망, 이를 위해 끝까지 쓰려는 태도야말로 ‘오늘의 작가’에게 필요한 용기이며 태도”라고 평가했다. ‘나주에 대하여’는 2021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표제작을 비롯해 ‘새 이야기’, ‘꿈과 요리’, ‘침묵의 사자’ 등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김화진 작가에게는 창작지원금 2000만원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다음달 18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 사옥에서 열린다.
  • ‘저주토끼’ 전미도서상 고배 마셨지만…K문학 가능성 확인

    ‘저주토끼’ 전미도서상 고배 마셨지만…K문학 가능성 확인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출판문학상인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SF 호러소설 ‘저주토끼’의 수상이 불발됐다.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세계 최대 영어 서적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문학과 K콘텐츠가 활약할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전미도서재단은 15일(현지시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으로 5개 최종후보 중 브라질 소설가 스테니오 가르델의 데뷔작 ‘남아있는 말들’을 선정했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후보에도 올랐던 정 작가의 ‘저주토끼’는 이번 미국 전미도서상 최종후보 5권에도 포함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미국에서 이 책을 선보인 알곤퀸 출판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셰트출판그룹의 자회사다. 번역판은 영국판과 동일하게 안톤 허 번역가가 담당했다. 한국판 소설집의 표제작은 작품집 이름과 같은 ‘저주토끼’였던 것과 달리 영문판은 ‘머리’가 제일 먼저 나온다. 한 중년 여성이 변기에 버리는 배설물을 받아서 자란 ‘머리’가 결국 완전한 여성이 돼 ‘어머니’라고 부르던 이 중년 여성을 대체한다는 내용의 공포소설이다. 영미 독자들의 기호를 반영해 표제작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전미도서재단이 운영하는 전미도서상은 평생공로상을 비롯해 소설·논픽션·시·번역문학·아동문학 총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올해 평생공로상은 미국의 계관시인이자 퓰리처상을 받은 흑인 여성 문인인 리타 도브와 함께 이례적으로 세계 10대 서점으로 꼽히는 미국 시티 라이트 북스토어에서 50여년간 바이어로 일한 출판인 폴 야마자키에게 돌아갔다. 아동문학 부문은 영어 그림책 작가 댄 샌탯, 시 부문은 괌 출신의 시인인 크레이그 산토스 페레즈, 논픽션 부문은 예일대 역사학 교수 네드 블랙호크, 소설 부문은 ‘블랙아웃’의 작가 저스틴 토레스가 각각 수상했다. 최근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이어 정 작가의 ‘저주토끼’까지 국제무대에서 한국문학이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 한국문학번역원은 “해외출판사 번역출판지원사업 신청 건수가 2014년 13건 대비 올해 281건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면서 “2016년 한강 작가의 아시아 최초 부커상 수상 이후 7년간 작가·번역가들의 뛰어난 역량, 보편적 감수성과 문화적 개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한국문학만의 매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정보라 ‘저주토끼’ 美 최고 권위 ‘전미도서상’ 불발

    정보라 ‘저주토끼’ 美 최고 권위 ‘전미도서상’ 불발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 미국판이 2023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번역문학 부문에서 아쉽게 수상이 불발됐다. 15일(현지시간) 전미도서재단은 번역문학 부문에 오른 5개의 후보작 중 스테니오 가르델의 ‘남아 있는 말들’(브라질)을 선정했다. 단어와 언어의 보편적인 힘과 그것들이 우리의 모든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 책이다. 1950년 제정된 전미도서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소설, 시, 논픽션, 번역문학,에서 청소년 문학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가린다. 전미도서상에 한국 소설이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저주토끼’가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이 번역문학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게 전부였다. ‘저주토끼’는 후보작 중 유일한 아시아권 작품이기도 했다.‘저주토끼’는 저주를 내리는 토끼 인형을 소재로 현대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그린 작품이다. 재단 측은 작품에 대해 “부조리한 유머와 (때로는 문자 그대로의) 입질로 가부장제, 자본주의, 빅테크 시대를 맞이하는 초현실적이고 소름 끼치는 우화들”이라고 소개했다. 번역가 안톤 허가 영어로 옮겨 2018년 영어를 시작으로 17개 언어로 번역돼 그간 20여개국에 소개됐다. 미국판은 미국의 아셰트 출판그룹 산하 알곤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저주토끼’는 지난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이번에 아쉽게 수상이 불발됐지만 최종 후보까지 오르면서 세계 무대에 K문학의 위상을 보여줬다.
  • [최보기의 책보기] 달용이는 왜 집을 나갔을까

    [최보기의 책보기] 달용이는 왜 집을 나갔을까

    인천광역시 송도에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있다. 그곳에 쐐기문자를 새긴 점토판이 있는데 ‘기원전 3500년 전 인류 최초 문자인 쐐기문자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 널리 쓰이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 제국 때 아람문자로 대체됐지만 60진법은 아직 시간 단위에 쓰이고 있다’는 설명문이 붙어있다. 지난 6천여 년 동안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자 사회적 동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훈민정음 같은 수많은 문자를 발명한 탓이었음을 박물관은 입증한다. 문자는 단어를 만들고, 단어는 문장을 만들고, 문장은 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자가 위기에 처했다. 현란한 과학기술로 소통 도구가 그림, 영상으로 바뀌면서 문자가 점점 무용지물이 돼간다. 더불어 문장과 책도 독자로부터 멀어지고 있는데 그 속도가 가히 놀랄 지경,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그런데도 출세를 위한 자기계발서나 재테크도 아닌 문학을 붙잡고 씨름하는, 젊고 능력 있는 작가들이 아직 있다는 것이 눈물겹다. 소설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탔다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어도 책은 기대만큼 읽히지 않을 것이다. 2013년 심훈문학상을 탔던 최지애 작가의 소설집 『달콤한 픽션』은 ‘선인장 죽이기’, ‘달콤한 픽션’, ‘러브 앤 캐시’, 달용이의 외출’ 등 8개 소설이 들어있다. 주인공들은 머나먼 과거나 미래가 아닌 2023년 현재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달콤한 픽션은 작가와 독자의 희망사항일 뿐 실재는 늘 우울하거나 씁쓸하지만 작가가 기죽지 않는 이유는 ‘불행을 먼저 떠올리는 것, 최악을 미리 그려보는 일, 무방비한 슬픔 앞에서 어떠한 희망도 품지 않는’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책값 1만 6000원-온라인 서점에서 10% 할인받으면 1만 4400원이 아깝지 않도록 이야기마다 피부에 와닿고, 문장은 다부지고 촘촘하다. 모처럼 화려한 네온의 도시 서울의 불 꺼진 창을 들여다볼 좋은 기회이다.
  • 절박함이 사는 집, 나의 일부가 된 집

    절박함이 사는 집, 나의 일부가 된 집

    집에 관한 이야기 8편 묶은 김혜진 소설주거·계급·세대 등 다양한 화두 표출해세입자·집주인… 인물 내면 세밀한 묘사누구나 겪었을 법한 핍진한 현실 환기팍팍한 인생 속 희미하게나마 희망 그려 ‘사는 것으로서의 집’의 가치가 ‘사는 곳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압도하는 것이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집을 둘러싸고 각 주체들 간에 빚어지는 천태만상은 주거, 노동, 계급, 지역, 세대 등 다양한 화두와 마찰을 표출시킨다. 김혜진(40)의 새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은 바로 이런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들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당신’의 안녕을 묻는다. 소설집은 2021·202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목화맨션’과 ‘미애’, 지난해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축복을 비는 마음’을 비롯해 ‘이남터미널’, ‘산무동 320-1번지’ 등 단편 8편을 모아 묶었다.김혜진의 단편들은 집을 배경으로 하지만 집을 통해 희망을 키워 가거나 풀썩 주저앉거나 죽을 힘을 내 보는 인물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드러낸다. 임시 거주자이거나 세입자이거나 집주인이거나 한 갑을관계와는 상관없이 각자의 위기와 불안에 내몰리는 사정을 속속들이 살피는 서사들은 집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의 누구나 겪었을 법한 핍진한 현실을 환기시킨다. 집을 매개로 돈독해졌다가 부서지고 와해되는 인물 간 관계의 변화에 집중하며 소통과 단절의 문제도 부각시킨다. 직장도 없고 집도 없는 이혼녀 미애는 친구에게 사정사정해 그의 아파트 임대동에서 딸과 함께 3개월 말미를 얻어 살게 된다. 아파트 독서 모임에서 만난 선우와는 아이를 맡기고 궁색한 처지를 터놓을 정도로 친해진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독서 모임 속 엄마들이 설파하고 추구하는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인 선한 가치에 당장 살 집도 없는 미애는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미애를 배려하고 돕던 선우는 어떤 사건에 직면하자 미애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으로 관계를 끊어 낸다.(‘미애’) ‘그녀’는 남편과 사는 연후동 20평대 빌라를 수년째 헐값에 내주는 장 선생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것으로 주거 문제와 밥벌이 문제를 해결한다. 건물 여러 채를 소유한 장 선생 대신 빌라를 관리하고 세입자들에게 밀린 월세를 받아 내는 게 주업무다. 두 달치 월세가 밀린 명진빌라 204호를 찾아간 ‘그녀’는 돈을 독촉하러 갔다가 모친상을 당했다는 세입자에게 되레 조의금을 건네고 온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세입자들에게서 월세를 따박따박 받아 내겠다는 의지는 더 굳게 다진다.(‘산무동 320-1번지’) ‘고개를 들면 두 사람처럼 삶의 막바지에 이른 건물들이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처럼 길고 긴 세월을 견디며 어떤 고비와 위기를 지나고 나름의 그늘과 비밀을 간직한 채, 이젠 빈곤과 곤궁이 굴러다니는 골목에서 푼돈을 줍고 다니는 그들 부부를 지켜보는 듯했다.’(‘산무동 320-1번지’ 170쪽) 강퍅한 현실이 옥죄어 와도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기미는 감지된다. 편입하고 싶었던 세계에서 쫓겨난 미애는 작지만 단단한 아이의 손을 그러쥐며 새로이 발걸음을 옮긴다(‘미애’). 집 하나 갖고 싶다는 마음에 부동산 실패담의 주인공이 될 위기에도 또다시 들려 온 개발 소식, ‘기회와 희망인 척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무엇’에 가슴은 다시 뛴다.(‘이남터미널’) 작가는 “어떤 시절에 내가 머물렀던 집들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단련시키며 기꺼이 나의 일부가 되었다”면서 “각자가 간직한 유일하고도 개별적인 집을 떠올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고 했다.
  • 절박함이 사는 집, 나의 일부가 된 집…당신의 집·삶은 안녕하신가요

    절박함이 사는 집, 나의 일부가 된 집…당신의 집·삶은 안녕하신가요

    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문학과지성사/292쪽/1만 6000원 ‘사는 것으로서의 집’의 가치가 ‘사는 곳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압도하는 것이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집을 둘러싸고 각 주체들 간에 빚어지는 천태만상은 주거, 노동, 계급, 지역, 세대 등 다양한 화두와 마찰을 표출시킨다. 김혜진(40)의 새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은 바로 이런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들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당신’의 안녕을 묻는다. 소설집은 2021·202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목화맨션’과 ‘미애’, 지난해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축복을 비는 마음’을 비롯해 ‘이남터미널’, ‘산무동 320-1번지’ 등 단편 8편을 모아 묶었다. 김혜진의 단편들은 집을 배경으로 하지만 집을 통해 희망을 키워 가거나 풀썩 주저앉거나 죽을 힘을 내 보는 인물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드러낸다. 임시 거주자이거나 세입자이거나 집주인이거나 한 갑을관계와는 상관없이 각자의 위기와 불안에 내몰리는 사정을 속속들이 살피는 서사들은 집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의 누구나 겪었을 법한 핍진한 현실을 환기시킨다. 집을 매개로 돈독해졌다가 부서지고 와해되는 인물 간 관계의 변화에 집중하며 소통과 단절의 문제도 부각시킨다. 직장도 없고 집도 없는 이혼녀 미애는 친구에게 사정사정해 그의 아파트 임대동에서 딸과 함께 3개월 말미를 얻어 살게 된다. 아파트 독서 모임에서 만난 선우와는 아이를 맡기고 궁색한 처지를 터놓을 정도로 친해진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독서 모임 속 엄마들이 설파하고 추구하는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인 선한 가치에 당장 살 집도 없는 미애는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미애를 배려하고 돕던 선우는 어떤 사건에 직면하자 미애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으로 관계를 끊어 낸다.(‘미애’) ‘그녀’는 남편과 사는 연후동 20평대 빌라를 수년째 헐값에 내주는 장 선생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것으로 주거 문제와 밥벌이 문제를 해결한다. 건물 여러 채를 소유한 장 선생 대신 빌라를 관리하고 세입자들에게 밀린 월세를 받아 내는 게 주업무다. 두 달치 월세가 밀린 명진빌라 204호를 찾아간 ‘그녀’는 돈을 독촉하러 갔다가 모친상을 당했다는 세입자에게 되레 조의금을 건네고 온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세입자들에게서 월세를 따박따박 받아 내겠다는 의지는 더 굳게 다진다.(‘산무동 320-1번지’) ‘고개를 들면 두 사람처럼 삶의 막바지에 이른 건물들이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처럼 길고 긴 세월을 견디며 어떤 고비와 위기를 지나고 나름의 그늘과 비밀을 간직한 채, 이젠 빈곤과 곤궁이 굴러다니는 골목에서 푼돈을 줍고 다니는 그들 부부를 지켜보는 듯했다.’(‘산무동 320-1번지’ 170쪽) 강퍅한 현실이 옥죄어 와도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기미는 감지된다. 편입하고 싶었던 세계에서 쫓겨난 미애는 작지만 단단한 아이의 손을 그러쥐며 새로이 발걸음을 옮긴다(‘미애’). 집 하나 갖고 싶다는 마음에 부동산 실패담의 주인공이 될 위기에도 또다시 들려 온 개발 소식, ‘기회와 희망인 척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무엇’에 가슴은 다시 뛴다.(‘이남터미널’) 작가는 “어떤 시절에 내가 머물렀던 집들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단련시키며 기꺼이 나의 일부가 되었다”면서 “각자가 간직한 유일하고도 개별적인 집을 떠올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고 했다.
  • 제29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김홍 ‘프라이스 킹 배치 크라우더’

    제29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김홍 ‘프라이스 킹 배치 크라우더’

    제29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김홍의 ‘프라이스 킹 배치 크라우더’가 선정됐다고 문학동네가 9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심사위원들은 소설의 놀라운 몰입력과 재기발랄한 유머 구사 방식에 대해 재차 논하며, 순수한 독자로 돌아가게 만드는 즐거움을 선사한 이 작품이 당선작이 되는 데 기꺼이 합의했다”고 심사 경위를 설명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5일 열린다. 당선작은 내년 2월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홍 작가는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장편 ‘엉엉’, ‘스모킹 오레오’ 등을 발표했다.
  • [책꽂이]

    [책꽂이]

    숲속의 늙은 아이들(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민음사) 노벨문학상의 계절이면 늘 독자들이 수상을 염원하는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집. 페미니즘과 여성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 작가답게 소녀, 중년 여성, 어머니, 독신 여성 등 다양한 여성이 다정하거나 사악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예리하면서도 위트 넘치고 매혹적이다. 444쪽. 1만 8000원.재일조선인미술사 1945-1962(백름 지음, 노유니아·정성희 옮김, 연립서가) 1945년부터 1962년까지 해방 이후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일본에 남아 미술 작업과 생활을 위해 분투한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유족 인터뷰, 문헌 조사 등으로 촘촘히 엮었다. 전설처럼 전해지던 ‘재일조선미술가화집’(1962)에 게재된 도판 45여점도 수록했다. 511쪽. 3만 5000원.탈냉전기 미중관계 타협에서 경쟁으로(김재철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30년 전 국력 격차가 16배나 됐던 미국과 중국. 어느 때보다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국가가 상호 의존의 시기를 거쳐 현재의 경쟁·충돌의 단계에 이른 경로를 분석했다. 저자는 “양국 관계가 경쟁의 관리를 통해 공존하든 신냉전으로 돌입하든 탈냉전기와 비교해 훨씬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547쪽. 3만원.걸프의 순간(압둘칼리끄 압둘라 지음, 김강석·안소연 옮김, 쑬딴스북) 세계 원유 매장량의 60%를 품고 있는 걸프 국가들은 다극화된 세계의 등장과 함께 경제, 금융, 정치, 외교의 새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젊은 인재, 글로벌 기업 등을 끌어들이며 유럽, 아시아 대도시와 경쟁하는 ‘21세기 걸프의 순간’들을 통해 미래를 진단한다. 256쪽. 2만 1000원.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장석주 지음, 나무생각) 삭막한 시절을 통과하는 이들에게 장석주 시인이 용기를 불어넣어 주듯 건네는 29편의 시와 시인들 이야기. 참여시의 대가 김수영이 시를 “세계의 개진”이라 말했듯 그는 ‘시의 효용’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가 시대와 개인을 어떻게 위무하고 새로운 길을 보여 주는지 짚는다. 264쪽. 1만 6800원.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채정호 지음, 인플루엔셜) 37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며 3만명 이상의 환자를 치유해 온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행복을 우연히 일어나는 일로만 여기는 잘못된 선입견을 지적하고 실제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행복의 원칙’을 소개한다. 368쪽. 1만 8800원.
  • 올해 제14회 김만중 문학상 대상 수상자...소설 김연수, 시 황인숙

    올해 제14회 김만중 문학상 대상 수상자...소설 김연수, 시 황인숙

    경남 남해군은 올해 ‘제14회 김만중 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소설부문에 김연수 작가, 시 부문에 황인숙 시인이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남해군은 최근 제14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와 제2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쓴 김연수 소설가와 시집 ‘내 삶의 예쁜 종아리’의 작가 황인숙 시인을 각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소설부문 신인상은 ‘마음에 없는 소리’ 작가 김지연 소설가, 시·시조 부문 신인상에는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를 지은 정재율 시인이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소설부문 대상 수상자 김 소설가는 경북 김천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 ‘강화에 대하여’외 4편이 당선돼 등단한 뒤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았다. 이어 발표한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문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시·시조 부문 대상 수상자 황 시인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돼 등단했다. 1999년 제12회 동서문학상, 2004년 제23회 김수영문학상, 2018년 제63회 현대문학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남해군은 김만중 문학상은 기존 문학상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추천위원회로 부터 추천작품을 접수 받은 뒤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2단계 과정을 도입해 문학상 제도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있다고 밝혔다. 소설 부문 심사는 백시종·김종성 소설가가, 시·시조 부문은 나희덕·이문재 교수가 맡아 심사를 진행했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남해군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대상은 2000만원, 신인상은 500만원이다. 남해군은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 세계와 문학 정신을 기리고 유배문학을 계승해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10년부터 해마다 김만중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 [최보기의 책보기]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최보기의 책보기]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586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정치판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이제는 낡았으니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라는 요구다. 1960년대 출생으로 6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 나이들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이라 숫자도 많다. 정치판 아니라도 이들의 퇴장은 벌써 시작된 지 오래다. 이 사람들의 팔팔한 20대 청춘 시절은 스마트폰이나 비디오 게임이 없었기에 음악이나 시(詩) 같은 예술과 인문학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즈음 삼성 마이마이, 소니 워크맨 등 라디오가 딸린 휴대용 녹음기가 나왔는데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나 대중가요 테이프를 들으며 깊은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송창식, 윤형주, 조용필, 정태춘, 박은옥, 양희은, 이문세, 해바라기(이주호, 유익종) 등 586 청춘의 가슴을 뛰게 했던 가객들의 인기는 얼마나 높았으며 MBC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는 또 얼마나 청춘들의 심금을 울렸었던가! 그때 한국항공대학교 캠퍼스 밴드 활주로가 대학가요제에서 ‘탈춤’으로 떴는데 배철수 등 멤버 몇이 록밴드 ‘송골매’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노래를 불렀으니 바로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였다. 구창모가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으로 합류하기 전이었다. 『디어 마이 송골매』는 그 당시 송골매라면 ‘미치고 환장했던’ 청춘들, 이제는 어느덧 퇴장할 나이가 돼버린 ‘아줌마 네 명’을 주인공 삼아 이경란 작가가 쓴 장편소설이다.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이름을 알렸던 작가는 소설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다섯 개의 예각』, 장편소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2022. 은행나무)을 썼다. 홍희, 은수, 미호, 기민은 송골매 ‘광팬(덕후)’으로 똘똘 뭉치는 사이였지만 결혼 후 각자의 삶에 눌리면서 또는 돈거래의 섭섭함 때문에 연락이 두절됐다. 사람 사는 일이 누구나 다 그렇다. 세계의 작가들이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행복한 집안은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고, 불행한 집은 제각각 이유로 불행하다’를 소설의 가장 뛰어난 첫 문장으로 꼽는다 했던가? 네 명 주인공 역시 제각각의 십자가를 지고 그렇게 40년 세월을 헤쳐왔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 그 송골매가 38년 만에 재결합해 콘서트 <열망>을 연다는 것이다. ‘배철수, 구창모 아저씨’가 다시 함께 무대에 서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르며 ‘탈춤’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2022년 9월 11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의 일이었다. 식당 홀에서 일하는 베테랑 홍희 아줌마가 주문받은 음식 그릇을 손님의 바지에 쏟을 만큼 경천동지할 뉴스가 분명했다. 소설은 이 콘서트를 계기로 연락 없이 살던 옛 전우(?)들이 다시 뭉치는 과정을 훈훈한 휴먼 스토리로 풀었다. 작가 자신이 실제로 송골매에 푹 빠져 살았으니 네 명 중 어느 한 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하여간 이 기회에 인터넷으로 송골매 재결합 콘서트 <열망>을 꼭 보고, 영화 <쎄시봉>으로 그리운 트윈 폴리오(송창식, 윤형주) 형들도 다시 만나고, <아치의 노래>로 정태춘, 박은옥 부부도 챙겨야 하겠다. 꼭 다시 만나야 할 가객이 또 누구누구가 있더라?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정보라 ‘저주토끼’ 미국판,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정보라 ‘저주토끼’ 미국판,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안톤 허가 영어로 옮긴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 미국판이 2023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3일(현지시간) 전미도서재단은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작으로 ‘저주토끼’와 필라르 킨타나의 ‘심연’(콜롬비아), 아스트리드 뢰머의 ‘여성의 광기에 관하여’(네덜란드), 스테니오 가르델의 ‘남아 있는 말들’(브라질), 다비드 디오프의 ‘돌아올 수 없는 문 너머’(프랑스)를 선정했다. ‘저주토끼’는 유일한 아시아권 작품이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은 소설, 시, 논픽션, 번역문학, 청소년 문학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가린다. 수상작은 오는 11월 15일 발표한다.
  • 정보라 작가 ‘저주토끼’,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최종후보 올랐다

    정보라 작가 ‘저주토끼’,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최종후보 올랐다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 미국판이 2023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 소설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 수상작은 오는 11월 15일 발표된다. 전미도서재단은 3일(현지시간) ‘저주토끼’의 영어판을 포함한 5개 작품을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저주토끼’는 이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권 작품이다. 재단 측은 작품에 대해 “부조리한 유머와 (때로는 문자 그대로의) 입질로 가부장제, 자본주의, 빅테크 시대를 맞이하는 초현실적이고 소름 끼치는 우화들”이라고 소개했다.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는 정 작가의 ‘저주토끼’ 외에 콜롬비아 작가 필라르 킨타나의 ‘심연’, 네덜란드 작가 아스트리드 뢰머의 ‘여성의 광기에 관하여’, 브라질 작가 스테니오 가르델의 ‘남아 있는 말들’, 프랑스 작가 다비드 디옵의 ‘돌아올 수 없는 문 너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번역가 안톤 허가 영어로 옮긴 ‘저주토끼’ 미국판은 미국의 아셰트 출판그룹 산하 알곤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내셔널 북 재단이 운영하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힌다. 소설, 시, 논픽션, 번역문학, 청소년문학의 총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지금까지 한국 소설 가운데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조남주의 장편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김보영의 소설집 ‘종의 기원’이 번역 부문 1차 후보에 포함된 바 있다. 정보라 작가와 번역가 안톤 허는 ‘저주토끼’로 지난해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대 3대 문학상 사운데 하나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오른 이력이 있다.
  • 2023 이병주 국제문학상 대상에 이성열 재미작가 선정

    2023 이병주 국제문학상 대상에 이성열 재미작가 선정

    이병주기념사업회는 올해 제16회 이병주 국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이성열 재미작가가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제9회 이병주 문학연구상 수상자는 문학평론가인 임정연 한양대 교수, 제4회 이병주 경남문인상 수상자는 하아무 소설가가 각각 선정됐다.이병주 국제문학상은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 등을 쓴 이병주(1921∼1992)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해 해마다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한다. 이병주 국제문학상 대상은 해마다 발표된 여러 나라 문학작품 가운데 역사성과 이야기성을 갖춘 작가나 문학사적 의미와 성과를 보유한 문학 관련 기관 등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올해 대상 수상자로 뽑힌 이씨는 1946년 경기에서 태어나 1976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캘리포니아에서 오랫동안 소설과 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재미작가이다. 건국대, 조지아주립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단편소설 ‘무임승차’로 미주 중앙일보에 당선됐다. ‘바람은 하늘나무’, ‘하얀 텃세’, ‘구르는 나무’ 등의 시집과 소설집 ‘위너스 게임’ 등을 펴냈다. 1986년 미시협(APA) 우수 신인상을 수상을 비롯해 가산문학상, 미주문학상, 미국 아로요 아트 콜렉티브(Arroyo Arts Collective) 재단의 진열장의 시(Poetry in the Window) 상 등을 수상했다. 미주한국문인협회이사장을 지냈다.이병주 문학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 교수는 이병주 연구를 최근 집중적으로 진행해 2021년과 2022년에 두 편의 비중 있는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경남문인상 수상자로 뽑힌 하 작가는 그동안 경남 지역에서 오랫동안 작품활동과 문단활동을 해왔다. 현재 박경리문학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하 작가의 최근 소설집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선명한 주제 의식과 소설 구조상의 성취가 돋보이는 수작(秀作)으로 평가된다.이병주 국제문학상 대상 상금은 2000만원, 연구상과 경남문인상은 각각 500만원이다. 시상식은 다음달 7일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리는 ‘2023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때 한다.
  • [문화마당] 가을의 부산 여행 가이드/이은선 소설가

    [문화마당] 가을의 부산 여행 가이드/이은선 소설가

    왁자하고 활활하던 해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지면 청쾌한 하늘 아래로 하나둘씩 낙엽이 지고 바다의 수색이 더 짙어진다. 그제야 비로소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있다. 가을 여행자들을 위해 특별한 여행 코스를 준비했다. 소설가 함정임을 일컫는 ‘호모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라는 말 외에 ‘정임 선배’라는 호칭이 있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나이와 성별을 초월해 ‘선배’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하는데 특히 ‘함정임 선배’가 두루 통용이 된다. 문단 안팎 애경사와 선후배 작가들의 삶 속 디테일들을 세세하게 챙긴 훈장 같은 지칭이다. 30년이 훌쩍 넘도록 소설과 여행을 인생의 모티브 삼던 그인 만큼 사람과 사랑의 인심이 풍부하다는 뜻. 이번에도 “어느 나라에 계시느냐” 물었더니 안식년을 맞이해 떠나온 프랑스를 거쳐 조지아행을 위한 짐을 꾸리는 중이라고 했다. 부산에 터를 잡고 있는 그에게 가을 부산 여행 코스를 좀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베테랑 여행 선배’답게 아주 멋진 코스를 세세하게 건네주었다. “부산 동쪽 해운대 달맞이 언덕 송정에서 서쪽 낙동강 하구 을숙도와 다대포, 몰운대 낙조와 해변의 노을을 추천해요. 해운대에서 출발하다 보면 중간에 이기대와 영도가 있지요. 그리고 가을이니까 금정산의 범어사를 꼭 돌아보길 권합니다.” 역시 함정임이다. 조지아 이후 여행을 묻고 싶었지만 멀리 떠날 준비를 하는 그와 아주 잠깐 우주선들의 도킹을 한 느낌이어서 참았다. 어차피 다음에 출간될 책에 그 여행기가 나올 테니까. 그 이전에 저 위의 코스대로 부산을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머나, 해운대라니. 내친김에 ‘호텔 해운대’의 오선영 소설가에게도 부산의 여행 지도를 부탁했다. 이 소설은 취준생과 사회 초년생인 젊은 연인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호텔 숙박권에 당첨돼 해운대를 가게 되면서 겪는 애달픈 호텔 체류기다. 휴가철의 붕붕한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대표 관광지에서 숙박권에 포함되지 않은 세금과 가난한 연인을 스쳐 갔던 모든 기억들이 해운대를 덮치는 파도처럼 몰려온다. 부산 토박이인 오선영 작가의 소설집 대부분이 부산 어디쯤 아닌가. 그 책에 나온 지명을 따라가 본다면? 여러 바람대로 그 특별한 소설 여행법이 도착했다. “부산의 가을 산 어떠신가요?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 내리셔서 90번 버스를 타시면 범어사 앞에 내릴 수 있습니다. 금정산 단풍에 싸인 범어사를 보시고, 근처 둘레길을 산책하시면 부산의 가을 정취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범어사는 요산 김정한 소설가의 ‘사하촌’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범어사에서 내려오면 김정한 소설가의 생가를 복원해 만든 ‘요산 김정한 문학관’도 나온다고 했다. “요산 선생의 삶을 만날 수 있는 멋진 곳”이라고 소개했다. ‘모래톱이야기’, ‘수라도’, ‘뒷기미나루’ 등을 읽고 방문하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가을에 알맞춤한 산속 절과 바다 그리고 소설들이라니. 이 멋진 작가들의 안내대로 부산을 여행하다 보면 특별한 무늬의 낙엽과 조개껍데기를 주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가을에는 ‘부산 선배’들의 안내를 따라가 보아도 좋겠다. 운이 좋으면 여행지 어디쯤에서 이 작가들과 잠시 스칠 수도 있으니. 가을에는 기어코 다시 부산이다.
  • 허상의 픽셀 세계 헤매는 ‘나’…기억의 벽 더듬어 찾아낸 ‘너’

    허상의 픽셀 세계 헤매는 ‘나’…기억의 벽 더듬어 찾아낸 ‘너’

    서이제 소설 속 인물들은 손에 그러쥘 수 있는 실체로 존재하기보다 정보와 이미지로 여기저기 편재해 있는 ‘너’를 기억하고 소환한다.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수없이 깜빡거리는 모호한 존재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닿으려는 노력은 자꾸만 미끄러지고 무력해진다.주식 투자도 창업도 실패한 백수 ‘나’는 돌연 집안 행사에 발길을 끊더니 아이돌 멤버 윤일호가 된 사촌형 재호를 포털사이트와 기사 댓글, 유튜브 등으로 재구성한다. 그렇게 ‘덕질’을 거듭할수록 ‘나’에게 재호는 은하 너머의 별처럼 닿을 수 없는 먼 존재로, 디지털 세계에 파편화된 정체성으로 뭉쳐진 생경한 인물로 더 아득해지기만 한다.(‘#바보상자스타’) ‘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으면서 기다린다. 낮은 해상도의 픽셀로만 떠오르는 두 사람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언급한다. 한 명은 어린 시절 동생이 되었다가 파양돼 서로에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만 아이. 다른 한 명은 트위터로만 알고 지내며 속내를 털어놨으나 계정이 삭제된 뒤 자취를 감춘 ‘너’다.(‘낮은 해상도로부터’)이렇게 사라지는 존재들을 더듬어 찾고, 놓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숙한 질문을 던진다. “‘내면, 기억, 애정’이야말로 우리가 정보기술 패러다임 속에서, 무한히 가공되며 확장되는 네트워크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챙겨야 할 방향임을 알려 주는 것 같다”는 평(박혜진 평론가)이 그 답으로 들린다. 2018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솔깃하게 하는 문장, 다채로운 소설 형식 실험 등으로 짧은 기간 젊은작가상(2회), 김만중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 소설집 속 단편 아홉 편은 스마트폰, 노트북, 패드 액정 위를 종일 분주히 오가며 일희일비하고 관계를 맺는 지금 우리 일상의 양상들을 정확하게 복기해 낸다. 온라인스토어 속 장바구니를 끊임없이 채워 넣으며 청춘의 허기를 달래는가 하면(‘위시리스트♥’),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저항 없이 따라가고, 타인과의 연대를 형성할 유일한 끈이 넷플릭스 계정임을 깨닫기도 한다(‘#바보상자스타’). 이야기들은 작가가 디지털과 복제 기술에 깊은 관심을 가진 시기에 쓰인 것이다. “소설은 내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촬영을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작가는 “디지털은 조작과 변형이 가능하고 허상이 또 하나의 진실로 이해되는 세계로, 현재 내가 그런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작가의 이력을 감안하면 이야기마다 자유분방하게 끼어드는 다양한 형식의 텍스트 실험을 눈여겨보게 된다. 단어의 배열로 인물의 얼굴, 풍광을 형상화하는가 하면, 아귀다툼 같은 댓글창 등 인터넷 화면을 옮겨온 듯한 텍스트도 뿌려 놓는다. 군데군데 전략적으로 배치한 이미지와 기호들은 어떤 독자에겐 집중을 흩트리는 요소일 수 있겠지만, 어떤 독자에겐 감칠맛을 더해 줄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읽는 행위’를 ‘보는 행위’로 순간순간 전환시키는 장치들은 서사에 더해 형식까지 동시대를 더 선명하게 그려 내려는 시도로 흥미롭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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