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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두번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

    한강의 두번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가 나왔다.70년생으로 93년 시에 이어 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소설 등단했다. 95년 첫소설집을 냈었다. 수록작품 중 중편 ‘아기부처’는 지난해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이며 또다른 중편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도 지난해 크게 주목된 작품이다. 작가는 대체로 남보다 선하고 섬세한 감정의 주인공들이 부대끼는 심리적상처와 고통에 주목한다. 외면적 상황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작가의 시선은 거의언제나 내면의 파문에 향해 있다.그래서 외적 상황은 어떤 선 밖을 나가지못하며 심리적 파문은 인생 전반에 대한 투명한 슬픔의 기운으로 쉽게 화한다. ‘아기 부처’는 옷 속에 징그러운 화상 흉터를 감추고 사는 인기 앵커와 그 아내 이야기다.결혼 위기의 변전보다는 아내 앞에 놓인 동정과 연민의 처리나 승화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다.‘해질녘…’에서도 아이가 놓인 상황은 감정이 한계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선까지만 추락한다. 초기작인 ‘내 여자의 열매' ‘아홉개의 이야기' ‘흰꽃' 등에서 작가는이야기를 엮는 서사 행위를 기피하는 기색을 비쳤는데 최신작 ‘붉은 꽃 속에서'도 여승이 되는 과정이 별 이야기 없이 맑은 개울물 흐르듯 서술되고있다. 작가가 언제 보다 강하게 외부 세계로 뛰어들는지 관심사다. 김재영기자
  • 신경숙 중·단편집 4년만에 나와

    인기작가 신경숙이 소설집 ‘딸기밭’(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4년여 만에낸 네번째 중·단편집이다. 수록작품 중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 ‘딸기밭’ ‘그가 모르는 장소’ 등이 99년 이후 최신작이며 이밖에 ‘작별인사’ ‘어떤 여자’‘그는 언제 오는가’ 등이 실려 있다. ‘그가 모르는 장소’는 21세기문학상 수상작으로 가슴아프면서도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작가는 뒤에 가서야 사연의 전모를 털어놓는데 단편소설의중요한 작법이 여기서는 다소 심하게 사용되고 있다.사람으로부터 사연과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니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맑고 넓은 호수의 풍정에 ‘맞춰’ 슬픈 인간사가 구색을 갖춘 것도 같다.호수와 인간사가 아슬아슬하게균형을 잡고 있는데 이 균형감을 싫어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표제작 ‘딸기밭’은 한 여자가 젊었을 때 맺은 두 인연을 이야기한다.여자가 젊을 때 한쪽은 남자,다른 한쪽은 여자인 상대와 잔잔하게 맺을 수 있는인연의 최대치는 어떤 것일까. 김재영기자
  • 평범한 남녀관계에 강한 性的색깔

    젊은 여성 작가 김연경이 두번째 소설집 ‘미성년’을 냈다. 작가 앞에 붙은 두 수식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괜찮은’ 작가들의 소설집 시리즈 최근물로 책을 출간한 문학과지성사는 ‘기성 여성 작가의 문학적흐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여성 작가 소설집’이라고 말한다.75년생으로 지난 96년에 등단한 작가는 과연 젊은 만큼 새로운가.새롭다면 여성 작가로서 그럴까,뭘 구분할 것없이 그냥 새로운 것일까. 그러나 김연경의 소설을 보고 독자들은 새로움에 앞서 까다로움을 먼저 느끼기 쉽다.작품을 통해 보건대 작가는 젊다는 걸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으며새로움을 찾는 시선으로 제 작품을 보는 것을 민망해하는 쪽이다.그러면 까다롭다는 말에 대해선? 작가는 서둘러 변명같은 걸 하려 하지는 않지만 뭔가말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작품집 ‘미성년’에는 분명 새로움이 있다.그러나 이는 무턱대고 새것을 찾는 독자들관 상관이 없는 종류이다.그의 소설은 까다로운 면이 없지 없다.그러나 무책임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젊은 여성인 것과 관련이 없는 새로움,젊은 여성 작가답지 않는 까다로움은작가가 소설을 좀,그러나 거의 본능적으로 달리 보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나오는 작품 ‘피아노,그린비의 상상’에서 그의 ‘새로운 스타일’이 잘 나타나 있다.이 소설은 평행선처럼 달리는 두 이야기로 짜여진다. 소설을 쓰는 한 젊은 여자가 저녁 때 방을 나와 슈퍼에서 일하는 애인을 만나 함께 집에 돌아온다.다른 소설 같으면 소설같은 사건이 일어날 무의미한터전이 되었을 이 일과가 여기서는 진정한 사건으로 빼곡히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독자가 이런 맹탕의 사건에 빠져들겠는가.그래서 작가는 소설같은 이야기를 집어넣는데,다른 소설과는 달리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실제가아니고 상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몇번이고 주의시킨다. 그리고 소설쓰는 여주인공이 늘어놓는 이야기는 본래의 소설과는 달리 매우 소설적이다.피아노를 치는 그럴듯한 여자가 있고,아이가 끝내 생기지 않고,옛 애인과몰래 만나고, 피아노를 배우는 말더듬는 젊은 여자에게 애인을 뺏기고, 그때여자는 어떻게 했다는 둥 그런 식이다. 독자는 따뜻한 물과 찬물이 번갈아 나오는 바람에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한다.그러나 차차 이같은 주기적 변환에 익숙해져 갈팡질팡하다든가 욕구불만으로 기분나빠 하지 않는다.그런데 작가는 왜 독자를 가만히 잠재우지 않고이야기의 함정에 빠져들려 하면 제 편에서 ‘함정이다’고 소리쳐서 깨워버리곤 하는가.독자는 오래오래 깨어 있게 된다.바로 이것을 작가는 노리고 있지 않을까.작가는 영악한 소설미학에서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세계관 때문이든 독자가 자기 이야기 속으로 함몰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그러면서소설 안의 이야기는 또 아주 소설적으로 하려고 한다. 그탓에 속의 이야기들은 은근히 성적인 색깔이 강하다.표제작인 ‘미성년’에서는 순진하고 자의식 강한 여대생과 허무의식이 강한 대학선생 간의 연애감정이,‘은유희’에서는 오만하나 폐쇄적인 여자의 무너짐이 이야기되고 있다.이야기 방식이 더 착잡하게 얽힌 ‘심판’ ‘배반’ ‘기다림’ ‘세레모니’ 등도 소재는 남녀관계다. 독자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깨어있게 하는 작가의 ‘새로운 스타일’은또래의 젊은 여성 작가군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김연경의 새로움에 독자들이 쉽게 응한다고 보기 어렵다.그러나 주목할 가치가 있는 새로움인 것만은분명하다. 김재영기자 kjykjy@
  • 김현영 첫 소설집 ‘냉장고’

    신예작가 김현영의 첫 소설집 ‘냉장고’(문학동네)가 나왔다. 73년생으로 97년에 문단에 나온 작가에 대해 소설가 김영하는 “욕망.김현영 소설의 키워드는 욕망이다.그녀의 주인공들은 늘 뭔가 되고 싶어하고 어딘가 가고 싶어한다.그러나 그들의 욕망들은 실현되지 않는다.무지개와 냉장고 사이,김현영의 소설은 그 어디쯤에 있다”고 쓰고 있다.작품 ‘냉장고’에서 주인공은 계모와의 사랑을 욕망한다. 작품이 재미있게 읽히지만 신세대의 새로운 감수성을 대표한다고 하기에는독창성이 사뭇 떨어진다.젊은 주인공들은 독자적으로 뭘 느끼고 행동하기 보다는 어떤 기존의 것을 안하고 반대로 한다는 식으로 자기 정체성과 움직임을 채우고 있다.잡초든 장미든 그냥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삶의 진정성이 부족해 보인다. 김재영기자
  • 이청준 신작소설 ‘무소작씨의 종생기’

    이 시대에 누가 들을 이야기가 없어 이야기꾼이 이야기꾼이 된 이야기를 선뜻 들으려 할 것인가.그러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숱하게 해온 이야기꾼은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다. 소설가 이청준의 신작소설 ‘인문주의자 무소작씨의 종생기’(열림원)는 이야기꾼에 대한 이야기다.그러나 ‘부러 지은 티가 나는’ 이름의 이야기꾼‘무소작’씨에 관한 소설적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야기나 소설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소설적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이 중편소설을 읽어 나가노라면 주인공 무소작의 육신은 점점 가벼워지는 반면 작가의 이야기관은 착실하게 살이 붙는다. 작품은 낯 익지 않은 낱말로 시작되는 제목에서부터 어쩐지 다소 수상해 보인다.그러나 탁월한 이야기꾼인 작가가 곧장 오늘은 자신의 몇십번 째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관을 말하겠다고 나설 리는 만무하다.30년 넘게 쉬지 않고 소설을 써온 작가의 소설관은 귀담아들을 만할 터이다.하지만 어떤면에선 이야기답지 않은 제 이야기관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솜씨가 더 중요할수 있다.삶이나 사회의 구체적 일면보다는 크고 작은 현상을 관통하는 뼈대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주고 싶을 때 우화란 방법을 쓴다.인간 삶의 여러 조건들에방해받지 않고서 하고 싶은 말을 재빨리 해치우기 위해 동물의 의인화 기법을 채택한 우화에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곤 한다.이때의 인간은 보통 소설의 인간보다 훨씬 몸이 가볍다,마치 내장같은 것이 없는 것처럼.이청준의무소작씨는 이야기,이야기꾼이란 무엇인가를 설득력있게 말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가볍게 변조된 우화적 인물이다. 물론 무소작은 처음엔 전혀 우화적이지 않다.마당의 강한 볕발을 동무삼아외롭게 보내야만 했던 유년의 시간들,이상한 ‘꽃씨 할머니’에 대한 기다림,그리고 높은 산 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볼 때 가슴에 휘몰아쳐 오는 먼 곳에 대한 동경 등등 차라리 작가의 소년시절을 연상시키는 자전 소설적 분위기로 독자를 감싼다.그러나 열세살 작가와 같은 나이로 고향을 떠나면서 무소작은 우화적 인물로 변신한다. 기력이 떨어진 예순살 노인으로 그는 고향으로 되돌아 오는데 작가는 그간의 삶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무소작은 먼곳을 떠돌기를 좋아하는 기벽을 가진,그러나 신기할 정도로 세계보편적인 인간으로 그려진다.거기에는 그만한 연배의 한국인이면 어쩔 수 없이 지녀야할 역사적 흔적이 ‘상쾌하게’ 무시된다.몇십 편의 이야기에서 이 흔적과 혼신의 씨름을 해왔던 이청준은 전연 우물쭈물 하지 않고 역사적 내장을 빼고 무소작을 초 한국적인 우화의 세계로밀어 넣는다. 그리고 역사 대신 이야기,혹은 소설이라는 초 역사적 문제와 대결시킨다.어릴 적 전설인 ‘꽃씨 할머니’를 동원한 소설가의 위기 해결 방법과 이야기의 끝맺음이 애매하고 성에 안 찰 수 있다.그러나 소설에 관한 우화소설 ‘인문주의자…’는 이야기만으로 재미있으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우화로서의 뼈대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열림원은 작가의 8년만의 소설집 ‘목수의 집’도 같이 발간했다. 김재영기자 kjykjy@
  • 하성란 ‘옆집여자’ 도시의 그늘진 인생 삽화

    하성란의 소설을 ‘도시인의 관습적 일상에 대한 정밀한 문학적 해부도’(문학평론가 백지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실제로 보통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쳐버렸을 하찮은 사물 혹은 일상이 그의 소설속에서라면 어느새 크게 확대되어시선을 끌고 있음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하염없이 진부하고 지루한 일상의 풍경들을 자신만의 화첩에서 개성적인 형태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역량있는 작가의 반열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하성란(32)이 새로 낸 단편집 ‘옆집 여자’(창작과 비평사)는 이런 면모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그는 이미 96년 서울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될 당시 심사위원들로 부터 “날카롭고섬세한 작가적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평을 받았었다.이후 소설집 ‘루빈의술잔’과 장편 ‘식사의 즐거움’을 통해 도시의 일상에 대한 정밀하고 깔끔한 묘사로 주목을 받은 그지만, 이번 단편집에서는 깊어진 성찰을 더욱 능숙한 방법으로 내보인다. 모두 10편이 담겨있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가 그리고 있는 인물은 도시의 공간적 혹은 정신적 변두리에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그 인물들은 도시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거나,사물 혹은 현상과 맞부닥칠 때 소외감을 느끼거나 자아상실을 경험한다. 표제작인 ‘옆집 여자’에서는 매력적이고 발랄한 이웃집 여자는 어느샌가전업주부인 주인공의 아이와 남편을 빼앗고 자신마저 정신병자로 몰아간다. 친근한 이웃이 어느 순간 나의 존재와 가족마저 위협하는 침입자로 돌변한다.‘깃발’에서 자동차 세일즈맨은 외제차를 팔지못했을 뿐 아니라 짝사랑하는 광고모델의 환심을 사는데도 실패한다.결국 양복과 양말과 구두를 하나씩벗으며 전봇대에 올라가 맨꼭대기에 팬티를 걸어놓은 채 사라진다.‘즐거운소풍’에서는 건물주와 입주자가 서로 상대를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으면서도 즐거운 척 단합대회를 떠난다.누구든 비슷한 경험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도시문화의 그늘이 아닐 수 없다. ‘옆집 여자’의 ‘작가의 말’은 3년전 신춘문예 당선소감에서 그러했듯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시작한다.아버지가 생각하듯 자신이 늘 생각에 잠겨땅만 바라보고 걸었던 것이 아니라,다만 좋지 않은 습관에 불과했다는….그러면서 “내 본심과는 달리 내 소설은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고 싶어한다”고 ‘경고’한다.소설안에 전제되는 어떤 상황에 선입견을 갖고 자신의 작품을읽어서는 안된다는 충고일까. 서동철기자
  • 심상대 소설집 ‘늑대와의 인터뷰’

    작가 심상대가 새로 펴낸 소설집 ‘늑대와의 인터뷰’(솔 출판사)를 읽다보면 두번 놀란다.먼저 이 소설집에 실린 11편의 중단편 모두가 지난해 가을에서 올 여름 사이에 발표됐다는 사실이다.유례가 드문 다작(多作)이 아닐 수없다.게다가 1년 남짓의 짧은 기간 동안 써낸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다양한 소재를,다양한 문체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심상대는 막상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자신의 문학역정을 보면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동안 글을 전혀 쓰지 못한 기간도 몇년 있었다.창조적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꼭 필요했던 ‘침묵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제부터는 “마구 쓸 참”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장애는 ‘밤 마다 방문을 두드려 대는 사람’이다.그는 이문열이연 경기도 이천의 ‘부악문원’을 집필장소로 이용한다.그의 작품에는 원고마감에 쫓긴 ‘나’가 글을 쓰기에 앞서 일단 ‘문을 잠궈놓는’ 대목이 나오는 데,이문열의 권주(勸酒)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소설집은 ‘망월(望月)’로 시작한다.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광주’를담은 이야기다.그는 자신의 세대(그는 60년생이다)는 광주에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빚을 털어버리기 전에는 작품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는 것이다.그래서 첫소설집 ‘묵호를 아는가’를 펴낸 직후인 91년 고향인 강원도에서 가족을 이끌고 광주로 내려가 2년 동안 살았다.이사를 다니느라 ‘집한 채 값’을 들이고 나서 오랫동안 뜸을 들인 뒤에야 지난해 가을 이 작품을 발표했다.그로서는 ‘마구’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셈이다. ‘망월’은 이제까지 광주를 소재로 했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80년 역사의 현장에서 숨진 아들을 묘지로 찾아가는 어머니의 넋두리로 풀어가는 이 작품은 90년대 후반의 광주는 어떻게 다루어야 설득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작품을 쓴 그가 표제작인 ‘늑대와의 인터뷰’에서는 이혼한 여배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 본성의 회복은 여성에게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솜씨있게 전달한다.이어 그의 사랑관은 한 TV방송의 다큐멘터리와 화가 고갱의 자서전에서 상당 부분을 인용한 우화(寓話) ‘슬픈 사랑의 전설’에서도 표출된다. ‘문학을 향해 쏴라’는 생활에 지친 전업작가가 은행털이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여기선 “내가 늘 굽신거리는 편집위원이니 책임편집자니 하는 한심한 벼룩사촌”들에게 “내가 삼류면 저희들은 세기의 문학을 했냐,세계의문학을 했냐”고 비아냥거린다.그는 ‘이렇게 쓰면 원고청탁이 줄어드는 것아니냐’는 걱정에 “누구든지 생각하는 것을 코메디로 풀어간 것인데,누가개그맨에게 욕하는 것 봤느냐”면서 “우리 문학담당자들이 그 정도로 편협하지는 않다”고 괘념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지금 장편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자신에게는 다양한 소재와 문체를실험할 수 있는 중단편이 유리하지만,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한권의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그동안은 학생으로 진지한 문학을 위한 수련기간이었다면,이제부터는 소설가로 ‘실수’를 하더라도 용인할 나이가 됐다는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중견작가 정종명 창작집‘의혹’

    중견작가 정종명(54)의 4번째 창작집 ‘의혹’(뿌리출판사)은 오늘날 작가들이 처해 있는 삶과 문단 및 출판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이 소설집에는 ‘의혹’‘빛과 그늘’ 등 최근작 6편과 ‘숨은 사랑’ 등 과거에 썼으나 새로 손본 2편 등 모두 8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의혹’은 유력한 문예지 주간과 작가가 짜고 표절시비를 만들어내고,일간신문의 문학담당기자를 이용하여 새로운 창작집을 베스트셀러로 만든다는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특히 작품속 작가의 목소리로 문단의 고질을 비판한다.이를 테면 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는 ‘수상의 물망에 올랐던 작가의 작품까지 싸잡아묶어 팔아먹어야 하기 때문에’ 장편보다 단편을 수상작으로 선호한다. 신문의 문학관련 기사도 주먹만한 활자에 대문짝만한 얼굴 사진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모처럼 대단한 작품이 나왔나하고 훑어보면 고작 100장 안팎의 단편이거나 길어야 300장 안팎의 중편이다.반면 작가가 애써 매달린 장편은 1단 기사로 두세줄,길어야 대여섯줄로 ‘구색’을 맞춘다.신춘문예와 문학상 심사를 몇몇 유력인사가 독점하여 파벌을 만드는 행태도 지적한다.부르는 곳 마다 달려가서 사정(私情)을 교묘히 숨기고 평소에 친한 사람이나 아류(亞流)를 밀어주고 끌어올리기를 능사로 삼는 이가 문단에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빛과 그늘’에서는 문예지의 편법 발간이라는 문단의 또다른 어두운 현실을 펼쳐보인다.주인공은 대기업 사보편찬실에서 밀려나자 ‘소설학교’에서창작강의를 하다 한 수강생의 주선으로 월간 문예지의 주간을 맡는다.이 문예지는 그러나 원고료를 주지않는 것은 물론 시집이나 소설집의 발간비용을작가에게 떠넘기고,한달에도 몇명의 신인을 등단시키고는 책을 떠맡겨 발간비용으로 충당한다.그럼에도 주인공은 이 엉터리 문예지 발행인의 기만적 논리에도 중앙 문예지들의 관행을 부정할 수 없기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이처럼 두 작품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두운 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몰라도 실제 문단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작가는 “두 작품은 누구도 감히 말하기를 경계하는,손가락질이나 불이익을 각오하고 우리 문단에 바치는 고언적 메시지”라면서도 “그러나 작품의 궁극적 속살은 역시 사람사는 모습의 일종임을 구태여 부연해 둔다”고 말해‘개인적 체험의 소산’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동철기자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4)현기영 소설집 순이 삼촌

    1979년 10·26직후의 한국 사회는 희망과 환멸이 착종하는 혼란의 연속이었다.독재체제 지지 세력이나 민주화 세력 그 어느 쪽도 기선을 잡을 수 없었던 이 소용돌이에서 군부의 가장 야심적이고 조직적이었던 한 세력이 집권의야망을 실현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11월10일,최규하 대통령 대행은 현행(유신) 헌법의 수속에 기초하여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 뒤, 각계 의견을 수렴하여 개헌을 추진한다는 요지의 ‘시국에 관한 담화’를 발표했다. 각계에서는 즉각 그 부당성에 대한 성명이 잇따랐고,유신헌법과 긴급조치 해제 및 정치범 석방 요구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었다.제주도를 제외한 전국비상계엄령(10.27)은 집회 시위를 허가제로 핍박했는데 그 첫 희생자가 현한나라당 이부영의원이었다.윤보선 전대통령 댁에서 재야 5개단체 집회를 개최(11월13일)하여 유신 철폐와 긴급조치 해제를 주도한 것이 구속(11월17일)요건이었다. 이미 외국의 한 신문은 한국 정치체제의 새 방향은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의동향에 달렸다는 기사를 흘릴 정도로 세력의가닥이 잡혀가고 있었다. 이런어수선한 때에 민주화 운동권 인사들 앞으로 이상한 결혼 청첩장이 배달되었다.홍성엽이란 총각이 장가 드는 내용의 이 청첩장은 결혼식이 11월24일 토요일 오후 명동 YWCA회관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세칭 위장결혼사건이다. ‘통일주최 국민회의에 의한 잠정 대통령 선출 저지 국민대회’가 주축이 된 이 계엄하의 집회를 위한 위장 결혼식에는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해직교수 협의회,제적 학생을 중심으로 천 여명이 모여 유신 정부와그 정당 퇴진과 거국내각 조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미학주의적인 단편 ‘아버지’로 등단한 작가현기영은 당시 서울 사대부속 고교 영어교사로 재직하면서 “스스로 기만적인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제주도 출신인 현기영에게 고향의 비극 이야기는 원죄의식처럼 뇌리에 새겨져 이를 벗어 던지지 않고서는 도저히 문학을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았다.등단 직후부터 방학 때면 제주 4.3항쟁에 관한각종 자료를 모으고자 했으나어디서고 빈 손으로만 돌아올 뿐이었던 그 답답함을 이 작가는 고향의 현지 취재로 정신적 허기를 채워 세 작품을 썼다. ‘순이 삼촌’(창작과 비평 1978 여름),‘해룡 이야기’(문예중앙 1979 가을),‘도령마루의 가마귀’(문학과 지성 1979 가을)을 연이어 발표하여 문단으로부터 좋은 방향을 얻은 터라 이내 첫 창작집 제목을 ‘순이 삼촌’(창작과비평사 1979.11)으로 엮어 냈다. 갓나온 따끈다끈한 첫 창작집을 현기영은 고향 출신 후배들,특히 자신이 주도하고 있던 친목회원들에게 꼭 읽히고 싶어 마침 11월24일 토요일 오후 명동 YWCA로 몇 권 갖고갔다. 제주 출신들이 이름도 없이 서럽게 모였던 이 친목회가 바로 나중에 제주 사회문제 협의회로 발전하는 모체였다.서울대 재학 중 제적당했던 강창일(현배재대 교수).고은수(현 고교교사)를 비롯한 몇몇 후배들과 함께 참가했던현기영은 집회 도중 들이닥친 무더기 연행 사태속에 무사히 귀가했으나 한후배가 바로 연행 당해 갖은 고초와 조사를 받게 되었다. 집회 참가 그 자체를 문제 삼았던 터라 애초에는친목회의 성격과 구성에 대하여 집중 추궁을 당했으나,마침 고향 선배로부터 한 권 얻어 지니고 있던단편집 ‘순이삼촌’이 심문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바로 현기영의 ‘순이삼촌’ 필화 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소설가 박상륭씨 소설집 ‘평심’ 산문집 ‘산해기’

    ‘죽음과 재생’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한국 문학계에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온 소설가 박상륭(59)의 문학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30년 동안의 캐나다 이민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영구 귀국한 박씨가 24년만에 소설집 ‘평심(平心)’과 산문집 ‘산해기(山海記)’(문학동네)를 낸데 이어 생존 작가로는 드물게 ‘박상륭 문학제’가 23∼2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전북 장수 출신인 박상륭은 63년 ‘사상계’에 예루살렘 지역의 방언을 표제로 삼은 단편 ‘아겔다마’가 입상하면서 문단에 나왔다.이후 ‘하원갑 섣달 그믐’‘시인일가네 겨울’‘열명길’‘산동장’ 등 단편을 발표하다 69년캐나다로 취업이민을 떠나면서 그는 문단에서 증발됐다.그러나 캐나다에서도 그는 ‘죽음의 한 연구’‘칠조어론’‘산해기’등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탐색하는 작품들을 모국어로 발표하며 문학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박상륭의 문학은 인간존재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사유로 가득하다.종교와신화를 아우르는 우주적 상상력,장대한 스케일과 형이상학적 비전,생명과 존재의 비의를 파고드는 치밀한 사유와 논리,화려하면서도 정교한 문체 등을특징으로 하는 그의 문학은 결코 한 두마디의 개념어로 요약될 수 없다.현란한 상징체계는 읽어내는 일 자체를 고통스럽게 만든다.이러한 난해함과 형식 파괴의 생경함,국내 문단에서의 공백은 박상륭의 작가적 비중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사에서 제대로 자리 매김할 수 없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에 나온 창작집 ‘평심’은 박상륭 문학의 절정인 장편 ‘칠조어론’이 94년 완간된 이후 국내 문예지에 발표한 8편의 중단편들로 구성됐다.이 중표제작 ‘평심’은 젊은 왕자의 구도행을 추적하는 내용으로,박상륭 문학의키워드인 ‘마음의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작품이다.‘마음의 우주’는 ‘말씀의 우주’‘몸의 우주’를 전제로 하는,박상륭 사유체계의 동심원적 중심이다.작가는 자신의 우주론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우주는 마음의 우주,말씀의 우주,몸의 우주로 이뤄졌다고 봅니다.신이인간과 짐승의 아름다운 부분만 닮은 희랍신화의 우주는 몸의 우주랄수 있고,예수가 등장하면서 말씀의 우주가 도래했지요.그러나 인간이 최고로 도달해야 할 곳은 마음의 우주가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소설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작가는 현대 문명사회는 ‘몸의 우주’의 단계로 추락해 있다고 진단한다. 인간이 짐승의 상태,곧 축생도(畜生道)에서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산문집 ‘산해기’에서 작가는 이 축생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물신의 노예가 되어버린 자본주의의 말기적 징후를 신화적으로 재구성해 조롱한다.그리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산해기’에서는 니체가 아니라 박상륭이 창조해낸 자라투스트라가 포효한다.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신은 죽었다”고 했지만 박상륭의 자라투스트라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신은 탄생했다”고 말한다.이 때의 신은 마음의 우주로 가는 ‘개아(個我)’.그러나 개인으로서의 자아는 눈멀고 귀먹어 저열한축생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개인적 자아를 회복하고진리를 깨닫는 길로 작가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소설 ‘칠조어론’의 중심개념인 ‘중도론’이다. 너무앞서 있었던 탓에 오랫동안 고독했던 소설가 박상륭.소수의 ‘신도’들에 의해 전파돼 왔던 그의 문학은 이제 대중의 곁으로 한발 다가설 채비를 하고 있다.그의 문학세계를 영화·연극·무용 등 다양한 예술양식을 통해조명하는 ‘박상륭 문학제’는 박상륭이 더이상 ‘대중과 유리된 난해작가’가 아님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같다.
  • 베스트셀러 판도변화… 순수문학이 뜬다

    최근 문학 베스트셀러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출판계의 불황으로 대형 베스트셀러가 자취를 감추면서 작품성을 갖춘 순수문학서들이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교보문고·종로서적 등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박완서의 창작집 ‘너무도 쓸쓸한 당신’(창작과비평사),신경숙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문학과지성사),황지우 시집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문학과지성사) 등이 출간 이래 상위권을 지켜오고 있다.97년과 98년 같은 시기에 김정현의 ‘아버지’·김상옥의 ‘하얀 기억 속의 너’,김종윤의 ‘슬픈 어머니’·김진명의 ‘하늘이여 땅이여’ 등 대중소설이 각각 상위권을 차지했던 것과는 퍽 대조적이다.순수문학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너무도 쓸쓸한…’은 11만부,‘기차는 7시에…’는 8만부,‘어느날 나는…’은 6만부가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이 책들은 모두 나온지 석달도 되지 않았다.문학서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출판계의불황으로 대형베스트셀러가 사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실제로 97년 11월이후 독서계에서 밀리언셀러는 모습을 감췄다.98년 1월에 출간된 ‘하늘이여 땅이여’가 85만부 정도 나가긴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또한 IMF 관리체제 이후 독자들의 도서구매 형태가 바뀐 것도 순수 문학서 강세의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유행에 따른 거품독서가 수그러든 대신 제대로 된 작품에 대한 구매가 늘고 있다”는 문학과지성사 채호기 주간의 말처럼 독자들은 화제작가에 휘둘리기 보다는 이미 검증받은 작가들의 작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가벼움의 미학’으로 무장한 신세대 작가들의 키치적인 면모에 독자들이 식상한 측면도 없지 않다.박완서(68)의 소설집 ‘너무도 쓸쓸한 당신’의 인기요인은 그런 신세대 문학과 대척점에 서 있는 작가의 의미심장한 작품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소설집의 표제작 ‘너무도 쓸쓸한…’은 초로의 부인이 아들의 졸업식장에서 안사돈에게 은근한 모욕을 당한 뒤 평소 멋없고 비굴한 인간이라고 경멸하는 남편,그것도 오랫동안 떨어져 산 남편에게 점차 관용을 베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우리 시대 소설의 어머니격인 박완서는 이 소설에서 ‘원로’란 이름에 걸맞는 인생살이의 연륜,삶에 대한 성찰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편 각종 문학상 수상작품집들의 약진도 눈여겨 볼만하다.올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박상우의 ‘내 마음의 옥탑방’(문학과지성사),현대문학상을 받은 김영하의 ‘당신의 나무’(현대문학),21세기 문학상을 수상한 전경린의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이수) 등이 그것이다.특히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순문학출판물로는 드물게 해마다 베스트셀러 수위를 기록해왔다.98년수상작품집인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는 38만부나 팔렸다.‘내 마음의 옥탑방’ 역시 10만부가 팔려 침체된 문학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현재시상되고 있는 국내의 문학상은 218개(97년말 기준).문제는 이 많은 문학상의 이름 값을 빌려 판매를 늘리려는 상업출판의 스타시스템이다.
  • 통일문학작품집 ‘그날이 오늘이라면’ 잔잔한 파문

    “…꽃 같은 이 강산 너무 슬펐다/쇠울짱 첩첩으로 가로막혀/그 무엇 때문에/그렇게도 미움과 반역의 세월이었던가…그리하여 아직 우리에게는/하나의 감격이 남아 있다/함부로 써버릴 수 없는 그것/그 감격의 날이 남아 있다” 고은 시인이 지난 91년 ‘남북합의서’ 채택에 부쳐 쓴 ‘그날이 오늘이라면’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이 시를 읽으면 1930년대 심훈이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을 갈구하며 쓴 시 ‘그날이 오면’이 떠오른다.그 해방이 ‘도둑처럼’ 왔듯,민족의 통일 또한 하얀 눈이 내리듯 그렇게 올지 모를 일이다. 한반도는 더이상 냉전의 섬에 머무를 수 없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분단체제의 관성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족의 화해와 통합을 위한 통일지향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최근 서점가에 선보인 ‘그날이 오늘이라면’(도서출판 청동거울,김재홍·홍용희 엮음)은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통일문학 작품집이다. 분단문학이 전쟁의 비극성과 분단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을 중심 항목으로 삼는다면,통일문학은 반세기에 걸친 분단 역사가 낳은 이질성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춘다.이 작품집에 실린 시와 소설은 통일시대를 향한 문학적 도정을 정직하게 보여준다.수록작품은 남북의 작품 각각 11편·9편씩 모두 20편.소설집 ‘침묵의 성’을 낸 이원규의 ‘강물은 바람을 안고 운다’,북한 작가 림종상의 ‘쇠찌르레기’등 혈육의 정을다룬 8편의 단편과 박덕규의 ‘노루사냥’등 탈북자 소설 2편이 실렸다.또고은의 ‘그날이 오늘이라면’,북한 시인 전병구의 ‘떨어지는 감알’ 등 10편의 시는 분단극복과 통일의 염원을 절절히 노래한 작품이다. 이 가운데 림종상의 ‘쇠찌르레기’는 월남한 조류학자 원병오 박사가 북녘의 가족에게 새를 통해 교신을 보낸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액자소설의 형식을 띤 이 작품에서 쇠찌르레기는 이산의 아픔을 겪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해후의 다리를 놓아 주는 소품 구실을 한다.극적인 가족사가매개돼 문학적 긴장감을 느끼게 하지만 이 작품 역시 북한문학의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주제의식을설명적으로 제시하고,주인공을 지나치게 전범화(典範化)하며,결말처리가 정형화돼 있다. 한편 북한의 통일 시편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체험적인 서사성이 가미돼 있으며,구체적인 형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잡초 무성한 관산나루언덕/분계선이 가로 건너간 곳에/후두둑 후두둑/떨어지는 감알//…안타까워라 감나무야/분렬의 고통을 너도 당하니/언제면 주인을 다시 불러오랴/네 푸른 아지(兒枝)를 타고/즐거이 감을 딸 그날이 오랴”(‘떨어지는 감알’중)감나무에 얽힌 곡진한 추억을 통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군사분계선의 비극상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분단문학의 흐름은 90년대 들어서면서 통일문학으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분단 극복의 문학 나아가 통일문학은 이 시대 민족문학의 핵심 과제다.통일문학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질적인 남북한 문학의 원형질을찾아내는 길트기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작가들로서는 이산과 상봉 등의 문제 뿐 아니라 북한의 실상과 통일정책까지도 문학적으로 아우르려는 보다 창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러 문학의 아버지 푸슈킨전집 첫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구로 우리에게 친숙한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슈킨.올해는 그가 태어난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국민시인,민족의 혼….마치 ‘러시아의 모든 것’처럼 보이는 이 작가를 같은 러시아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은 “우리보다 200년을 앞서간 작가”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고골의 말이 아니더라도 푸슈킨은오늘날 가장 현대적인 작가보다도 더 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의작품을 읽으면 ‘고전이 가장 현대적이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에서 푸슈킨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펴낸 ‘푸슈킨 전집’은 푸슈킨 문학의 영원성,그 마르지 않는 생명력을 확인하게 한다.옮긴이는 고려대 노문과 석영중 교수(41).1,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6년에걸쳐 혼자 번역했다.전집은 시선집 ‘잠 안오는 밤에 쓴 시’,장편서사시집‘청동 기마상’,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희곡집 ‘보리스 고두노프’,소설집 ‘벨낀 이야기’,장편소설 ‘대위의 딸’ 등 6권으로 구성됐다.푸슈킨은 38세로 생을 마감했지만 러시아의 예술과 문학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고골,투르게네프,도스토예프스키 등 19세기 문인들뿐 아니라 19세기의 모든 러시아 문학가들을 비판했던 마야코프스키까지도 푸슈킨만은 러시아 문학의 정신적 지주로 인정했다. 그의 문학은 단지 러시아라는 테두리에만 머물지 않는다.러시아와 에티오피아의 피가 섞인 그의 태생적 특징에서 짐작되듯,그의 문학에는 러시아적인것과 외래적인 것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푸슈킨은 약 20년에 걸친 창작기간에 700여편에 이르는 서정시,‘루슬란과류드밀라’같은 의사(擬似)영웅시,바이런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이른바 ‘남부 포에마’,‘대위의 딸’같은 장편소설,민담 ‘황금수탉 이야기’,장편소설‘대위의 딸’,희곡 ‘작은 비극들’,역사물 ‘푸가쵸프 반란사’ 등 거의모든 장르를 섭렵했다.‘운문소설’이라는 새로운 영역도 개척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음악가 시인’이었다.누군가 차이코프스키에게 왜푸슈킨의 시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푸슈킨의 시는그 자체가 음악”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푸슈킨의 작품이 작곡에 버금가는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차이코프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스페이드의 여왕’,무소르크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등은 푸슈킨 문학이 음악적으로 승화된예다. ‘푸슈킨 전집’은 전문가를 위한 소장용 양장본과 일반 독자용 페이퍼백단행본으로 동시에 나왔다.구미에서도 페이퍼백을 발행할 때는 양장본을 낸뒤 적어도 1∼2년의 시차를 두는 것이 보통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열린책들은 앞으로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 같은 전문가용 소장본 시리즈를 계속 펴낼 계획이다./김종면
  • “신춘문예 폐지돼야 한다” 비판 글 눈길

    해마다 각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신춘문예는 이미 문인이 되기 위한 하나의통과의례가 된지 오래다.신춘문예 등단은 그 자체로 화려한 수식어가 따르는 문학적 사건일 수 있다.그러나 그것이 문학성을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당선작 사이의 편차도 크다.신춘문예제도 자체의 문제점 때문이다.소설가 하재봉,문학평론가 정호웅·김정란씨가 최근 ‘1999 신춘문예 당선소설집’(프레스21)에 신춘문예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발표해 관심을 끈다. 하씨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문학권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첫째 요건으로 신춘문예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신춘문예제도는 작가의 생명인 창조적 상상력의 고갈과 심사위원의 붙박이현상을 가져오며,문단권력의 확대재생산 등의 폐해를 초래한다는 것.하씨는 이를 막기 위해 신문·잡지 중심으로 되어 있는 현재의 문단등단제도와 발표양식을 출판위주로 바꿀 것을제안한다.이에 반해 정씨는 신춘문예제도 자체의 축제성,문학교육적 성격 등의 이유를 들어 신춘문예제도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하지만 신춘문예 당선작은 반듯한 모범 답안지 보다는 반역의 정신으로 충만한 작품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김정란씨는 신춘문예와 관련,우리 문단의 이너 서클화현상을 비판한다.그는 “이른바 문단이라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프랑스어로 문단은 아예 개념조차 구성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문학환경(milieu litteraire) 정도로 옮길 수 있을 뿐”이라고 밝힌다.아무리 탈 근대 담론이 무성해도 도제시스템 아래 있는 우리 문학권은 여전히 전근대적이라는 것이다.金鍾冕
  • ‘99문화를 여는 사람-소설가 은희경

    90년대 한국문학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히는 작가 은희경씨(40).두번째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문학동네)가 7주째 소설부문 베스트셀러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전북 고창출신인 은씨는 95년 등단 이후 3년여 동안 장편소설 ‘새의 선물’과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등 문제작을 잇따라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의 소설은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로 읽힌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주제 역시 사랑이다. “혹자는 저를 연애소설 작가라고 합니다.하지만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상투성’,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에요.” 은희경은 흔하디 흔한 사랑의 주제를 기존의 방식과는 사뭇 다른 도전적인방식으로 다룬다.그에게 있어 사랑은 고상하고 감상적이며 가슴 아린 그런것이 아니다.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순정은 더욱 아니다.‘타인에게 말 걸기’에서 이미 “사랑은 천상의 약속일 뿐”이라고 선언했듯,은희경식 사랑은 어디까지나 사랑의 낭만성을 뒤엎어 버리는 ‘순정의 아이러니’로서의 사랑이다.‘마지막 춤은…’에서 주인공 진희는 세 명의 남자에 동시에 끌리는 자유분방한 사랑을 선보인다. “제가 소설에서 그리는 사랑은배신과 반칙이 횡행하는 무규범의 사랑입니다.이를 통해 이 사회에 통용되는획일화된 가치와 허위의식을 비판해보자는 것이지요.우리 사회의 숱한 억압과 금기에 의해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사랑,그 억압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움을 얻는 사랑이 제가 추구하는 사랑의 본모습입니다” 은씨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그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인다.올 안에 펴낼 단편소설집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과 경(輕)장편소설‘꿈속의 나오미’는 모두 그 연장선상에 놓인다. 그는 한때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지냈다.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에는 비문(非文)이 거의 없다.올해는 문장교본이 될만한 단편소설들을 집중적으로 써볼계획이다. [작가 은희경씨는] ●전주여고,숙명여대·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95년 중편‘이중주’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제10회 동서문학상,제22회 이상문학상등 수상
  • 한국현대문학 집대성 CD-롬 출시

    한국 현대문학 100년을 집대성한 CD-롬 시제품이 나왔다.서울대 인문대 부설 인문정보연구소가 문화관광부의 연구비 지원과 전산 전문업체인 W3K의 기술지원을 받아 완성했다. CD-롬에는 1895년부터 1994년까지 활동했던 4,000여명의 문인에 대한 자료와 12만여건의 관련자료,5,000여점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또 우리 문학사에비중이 있는 시 1,000여편,소설 200여편의 원전이 실려 있으며 한국 현대문학 100년에 대한 해설과 함께 중요 사건이 연표 형식으로 정리돼 있다. 문화부는 이 달말 최종 완성품을 만들어 전국의 공공 도서관과 각급 학교,문화기관 등 2,000여곳에 배포할 방침이다.또 올해중 영문판도 만들어 해외유관기관에 배포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문인 관련 통계를 보면 문인들의 출생지는 경북이 261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258명),경남(249명) 등의 순이었다.해방전 최다 작품 발표문인은시집은 김소월(77권),윤동주(43권),한용운(40권),소설은 박영준(186편),염상섭(156편),이무영(132편)의 순이었다.해방이후는 시집은 조병화(88권),고은(38권),김남조(34권),소설은 오유권(213편),정한숙(154편),최상규(135편),소설집은 정을병(67권),이병주(66권),박계형(62권)의 분포였다.
  • 제24회 한국소설 문학상 兪金浩·郭義珍씨 선정

    한국소설가협회(회장 洪性裕)는 한국소설문학상 제24회 수상자로 兪金浩 목포대 교수와 郭義珍씨를 선정했다.兪교수는 소설집 ‘여자에 관한 몇가지 이설,혹은 편견’으로 郭義珍씨는 구한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남종문인화의 대가 소치(小癡) 許維의 일대기를 그린 ‘꿈이로다 화연일세’로 상을 받게 됐다.시상식은 오는 21일 문예진흥원 강당에서 열린다.
  •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6권 잇따라 출간

    ◎중편소설로 문학출판 활로 연다/이윤기 ‘진홍글씨’ 김채원 ‘미친상의 노래’ 등/장·단편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 덜고/90년대 거품제거… 문학본질에 더 접근 침체된 국내 문학출판의 활로를 중편소설로 연다. 도서출판 작가정신이 ‘소설향 시리즈’란 이름으로 6권의 중편소설집을 내놓았다.‘소설향’이란 소설의 향기 또는 소설의 고향이란 의미로 붙여진 말.이윤기의 ‘진홍글씨’,김채원의 ‘미친 사랑의 노래’,이순원의 ‘해파리에 관한 명상’,윤대녕의 ‘장미창’,배수아의 ‘철수’,조경란의 ‘움직임’ 등이 그 이름에 값하는 책들이다. ‘노블레트’로도 불리는 중편소설은 장편소설보다 짧고 단편소설보다는 긴 소설을 가리키지만 그 한계는 뚜렷하지 않다.중편소설의 분량은 보통 200자 원고지 250∼300장 정도.멜빌의 ‘빌리 버드’,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콘라드의 ‘어둠의 속’ 같은 친숙한 외국작품들이 모두 중편이다.하지만 우리문학의 경우 중편소설은 상대적 무관심 속에 소외돼온 측면이 없지않다. 이번에 나온 ‘소설향 시리즈’는 중편소설이라는 출구를 통해 90년대 우리 문학의 거품을 걷고 문학의 본질에 한발 다가서게 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소설향 시리즈’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98 동인문학상 수상작가인 이윤기씨의 ‘진홍글씨’.남성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여성억압적인 현실을 문명사적 시각에서 비판한 작품이다.여성문제에 관한한 자각적이고 선진적인 의식을 지녔던 남편이 ‘가부장제의 종’으로 전락하면서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른다.남편의 배신을 계기로 주인공인 어머니는 여성이라는 성의 비극에 눈뜬다.그는 마침내 고대 여인국의 여전사인 ‘아마존’의 충실한 후예가 될 것을 선언한다.활을 쏠 때 시위에 걸린다고 오른쪽 유방을 잘라냈다는 잔인한 무인족속.그 길을 걷는 주인공에 대해 작가는 적극적인 해석을 내린다.“아마존의 오른쪽 젖 자르기는 병원의 무영등(無影燈) 아래서 벌어지는 현대의 매스텍터미(유방절제수술)가 아니다.그것은 모성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남성의 노예노릇을 거절하겠다는 피눈물나는 선택의 산물이다” 한편 작가정신측은 매달 한 두 권씩 신작 중편소설을 꾸준히 펴낼 계획이다.한수산 윤영수 은희경씨 등의 작품이 곧 나온다.
  • 조선 화가들의 이상과 좌절/하창수 장편 ‘그들의 나라’

    90년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가운데 한 명인 하창수씨(38)가 장편소설 ‘그들의 나라’(전4권,책세상)를 내놓았다. 조선조 말엽,새로운 그림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권력의 음모에 희생되는 열명의 화가들의 이상과 좌절을 그렸다. 주인공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들.이들은 화가의 개성과 삶의 흔적이 배제된채 고루하기만한 기존 문인화의 전통에 반기를 든다. 대신 화가의 시선이 살아 움직이는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을 그림으로써 시대의 벽을 넘고자 한다. 그러나 역사의 아웃사이더인 그들의 행동은 당시 기득권층에게는 용납되기 힘든 이단인 셈. 그들은 결국 ‘서학그림패’란 누명과 함께 살해되고 만다. 하씨는 87년 중편 ‘청산유감’으로 등단한 이래 소설집 ‘지금부터 시작인 이야기’와 ‘수선화를 꺾다’,장편 ‘젊은 날은 없다’‘알’ 등의 작품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갈등,인간의 본질적 고독 등의 주제의식을 드러내왔다.
  • 전방위 예술가 이제하씨 단편집 ‘기차,기선,바다,하늘’ 출간

    ◎무심속에 감춰진 광기의 역사 고발 우리 문학사에 ‘예술가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제하(61). 그의 소설이 추구하는 ‘환상적 리얼리즘’과 ‘광기의 미학’은 한국문학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시·소설·그림·영화평론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방위활동을 벌여온 그는 흔히 ‘예술적 감수성의 세례자’로 불린다. 최근 문학동네에서 펴낸 ‘기차,기선,바다,하늘’은 그의 문학적 위업과 도저한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단편소설집으로 관심을 모은다. 이제하 소설의 인물들은 늘 무력하고 광기에 휩싸여 있다. 4·19혁명을 겪은 주인공이 술과 장미의 나날을 보내는 치한으로 살아가고(‘자매일기’),누드모델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는 심약한 색맹의 미술학도가 등장하고(‘물의 기원’),근친상간의 끔찍한 현실 앞에서 무작정 잠 속에 빠져드는(‘기차,기선,바다,하늘’) 식이다. 이 소설집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작품은 ‘비원’. 주인공인 화가 동운이 예술의 본령과 의미를 집요하게 탐색한다는 의미에서 ‘예술가소설’로 불릴 만하다. 이 작품에는 사회적 억압과 폭력에 대한 예술가의 대응방식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나오는 비원의 정경은 더없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주인공은 왕조권력의 상징이었던 그곳에서 자행된 폭력과 살생을 떠올린다. 그리고 “비원이 무섭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결국 폭압적 권력 앞에서 무력하게 죽음을 맞는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심한 고요’속에 감춰진 광기의 역사를 고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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