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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가게 아줌마가 소설집 냈다/강순희씨 ‘행복한‘ 펴내

    “초등학교 시절부터 꿈꿔 온 소설가의 꿈을 이제야 이뤘어요.” 충북 충주시 연수동에서 ‘행복한 우동가게’ 식당을 하고 있는 강순희(姜順熙·46·여)씨가 최근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행복한 우동가게’란 단편소설집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남 강진의 부유한 가정에서 출생,광주에서 여고까지 마친 뒤 1982년 결혼과 함께 충주에 정착한 강씨는 남편이 큰 사업을 해 부러움없이 아들 딸을 낳고 살면서 틈틈이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 왔다. 1996년 평화신문 평화문학상과 이듬해 ‘문예사조’에 단편소설이 각각 당선돼 등단,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려 했으나 곧 외환위기로 남편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그에게도 시련이 닥치기 시작됐다.살던 집을 경매로 내주고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 되자 친구의 소개로 연수동의 23㎡ 짜리 허름한 우동집을 인수,우동과 김밥을 만들어 팔며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그러나 문학에 대한 열정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식당을 찾아 오는 각양각색의 손님들로부터 듣는 넋두리와 음식을 배달하는 사이 느끼는 단상,가게 앞의 공원에 앉아 있다가 떠오르는 상념 등을 메모해 두고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여기에 살을 붙여 ‘끓는 물에 비친 얼굴’ 등 41편을 만들었으며 이를 다듬고 또 다듬어 옴니버스 형식의 첫 단편소설집을 낸 것. 그가 등단했다는 사실과 우동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신경림·도종환·강승원씨 등 많은 문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찾아와 남긴 쪽지들이 가게 벽면에 빽빽이 붙어 있다. 강씨는 “혼을 담은 소설을 쓰고 싶다.”며 “연말쯤 또다른 단편소설집을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충주 연합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4)이청준

    오로지 소설가로 남기 위해 일찍이 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서재 속으로 들어간 사람,사십 년 세월을 오로지 이야기 쓰기로만 일관해 온 사람,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견해를 떠나 지역과 성별을 떠나 누구나 그가 한국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직조해 내는 사람,그가 바로 이청준이다.문학에서 장인다운 장인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한국의 문학과 예술이 완성으로 가는 길을 찾아,그것이 사람들에게 해(害)나 독이(毒) 아니라 오로지 미(美)와 이(利)가 되는 길을 찾아 남도인 이청준을 찾아 가자.남쪽으로 가자. 서울 양재동 허름한 커피숍 2층으로 선생을 안내하여 자리를 잡자마자 선생은 담배를 꺼내 피워 문다.그리고 어딘가 못 올 데 와 있다는 심정을 표현하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메모지를 꺼내놓고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태세다.무엇이든 예정하지 않은 일은 피하려 하는,조심스럽다고나 할까 섬세하다고나 할까,자리를 가리지 않는 선생의 소탈함은 그런 까다로움을 감추기 위한 포즈라고나 할까.나는 선생의불편한 심정을 덜어드리고 싶어 단도직입하기로 한다. “서울을 떠나셨는데 무슨 이유라도……,있으신지요?” “삶이나 문학이나 밤 산길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결국 헤맨다는 건데,헤매다 보니 문학 사십 년이더군요.지금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자리를 확인해보고 싶고,그러려니 주변 공간을 정리하고 싶어졌어요.예를 들면 온 집안에 흐트러져 쌓인 책 같은 거 말이에요.그 책들 좀 정리해서 제대로 만나고 싶은 거……” “올해 펴내신 장편소설 ‘신화를 삼킨 섬’을 읽다보니 옛날 ‘이어도’가 생각났습니다.감명 깊게 읽던 대학 시절이 그리워지더군요.신화나 무속세계에 천착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우리 현재의 삶을 이끌어가는 원리가 있는데,하나는 꿈이고,다른 하나는 그 꿈을 실현하는 힘이겠지요.꿈은 내일에 대한 이념이랄까요? 이것을 공적으로 실현하는 힘은 권력으로 귀착되는 것 같아요.삶이 이렇게 진행된다면,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정신인데,그 정신이 태어나고 거(居)하는 곳은 우리의 역사지요. 우리는 지금까지 역사에 대한 논의를 수없이 해왔어요.그렇지만 실제 우리 삶이 얼마나 행복해졌느냐,값지게 살고 있느냐,이런 문제로 들어가 보면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뭔가 빠져 있고 겉돌고 있는 것 같아요.이런 생각 끝에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가지고 나오는 어떤 심성,즉 영적인 차원과 넋의 문제에 대한 천착이 결여되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그 부분을 빼 놓고 역사의 차원,과거 경험의 차원에서만 소설을 써서는 안 되겠다,더 깊은 근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신화의 세계죠.그 가운데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우리 무속이죠.그 무속 혹은 신화에 우리들이 이어온 넋의 요소가 가장 많이 내포되어 있지 않았느냐 하는 이야기입니다.” “선생님의 문학관이라고 보아도 될까요?” “글쓰기라는 것이 결국에는 하늘이에요.하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문제라는 거죠.달리 이야기하면 그것은 우주관이지요.현실이나 역사는 어떻게 보면 특수성입니다.보편으로서의 하늘,곧 신화를 확대해가면 우주적 통합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선생님 작품 가운데 ‘서편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듯한데요.아마 임권택 감독 덕분이시겠지요.그러나 그것이 ‘남도사람’이라는 연작소설집의 한 부분이고 또 ‘언어사회학 서설’이라는 다른 연작소설집과 연결됐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삶에서 신화적인 요소는 늘 중심 역할을 해왔고,문학도 그런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남도 사람’은 그런 세계를 찾아다닌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 것이고 ‘언어사회학 서설’은 세속적이고 도회적인 삶에 대한 반성을 시도한 것이었습니다.이렇게 도시와 시골을 왕복하는 속에서 삶의 균형,즉 삶의 현장성과 근원적인 것 사이에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신화적인 세계는 현실적인 삶의 겹을 이루어줄 요소라는 것이지 그것 자체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는 이쯤에서 내가 정작 여쭈어 보고 싶었던 이야기로 들어가기로 한다.선생은 남도의 예인,장인이고 한(恨)의 초극과 승화를 보여주는 예술가다. “우리 문화예술의 가장극명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한의 정서를 드는데요.그것이 무얼까요?” “이렇게 정리해봅니다.사람이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잃어버리고,자기가 누려야 할 몫을 누리지 못했을 때 겪게 되는 감정의 부조화라고.부조화로 인해 겪게 되는 삶의 정서라는 것이지요.흔히 한 맺힌다는 것은 심한 일을 당했다는 거거든요.가령 광주 항쟁 이후의 문제같은 것은 광주 사람들이 시민의 자리에서 쫓겨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몫을 못 누린 때문에 생겨난 한의 문제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이렇게 한을 정리해놓고 보면 원한도 될 수 있지요.이것을 풀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려면 그것을 씻어내야 하는데 그럴 요량으로 만든 것이 우리네 굿이죠.그것을 남에게서 풀려고 하면 앙갚음이 되고 복수가 되죠.일종의 폭력이 되는 것이죠.그것을 자기 안에서 자기가 풀 때 원한은 원한에 그치지 않고 창조적으로 승화되는 거지요.용서하고 받아들여서 자기 삶의 에너지로 전환시킨단 말이죠.그러려면 굉장히 내면적인 자기 결단이 필요하죠.그리고 그 부분이 문학같은 예술의 몫이지요.문학의 몫이라는 게 결국은 우리 정신이나 정서를 답답하게 굳히기보다는 그것을 풀어서 넓게 열려고 하는 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바로 그렇게 한을 씻는 문학을 해 오신 셈인데요.” “힘과 힘의 대결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일,힘에 의해서 자꾸 휘둘리는 삶을 원래의 삶의 자리로 돌려주는 것이 문학이겠지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어떤 신념이 느껴집니다.오늘같은 시대에 한국문학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나는 신념이라는 말을 경계합니다만…… 우선 지금은 대량 첨단정보 유통시대이지요.그러다 보니 그 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익사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정보를 제대로 검색하거나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가치관의 혼란을 잡아주어야겠지요.둘째로 이상과 현실의 대립 구조 속에서 배제의 현상,배제의 사고,배제의 담론이 범람하고 있습니다.예를 들면 현재는 과거를 배제해요.또 미래는 현재를 배제하고.젊은 사람들은 늙은이를 기성세대라고 해서 배제하고.정치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요.자기 독선을 넘어서 보다 넓은 가치를 추구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문화예술은 유통주의자들의 천국처럼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만……,과연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오늘같은 세상에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는지요?” “장인의 세계는 원창조의 세계여서 어느 시대나 그런 세계를 요구하게 마련이지요.장인이 같은 물건 만드는 법은 없어요.나는 그런 생각을 하죠.삶의 벼랑에서 이 작품을 쓴다.이것 쓰고 나면 더 못쓸 것이다,하는 각오로 쓰고…….그러니까 장인들 세계라는 것은 죽을 각오로 만들어진 세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자기 끝을 아니까 한 걸음을 더 나갈 수가 있는 거지요.자기 삶의 끝에 서있지 않으면 그 삶에 묻혀버리죠.그런 장인의 세계는 원정보 생산이고 진짜 창조의 핵이기 때문에 오늘 같은 세상이라고 해서 버려질 수가 없을 겁니다.유용성과는 좀 떨어져 있는 비물질적·정신적 가치의 세계를 이루면서 우리 삶의 근저를 형성해 주는 거지요.” “젊은 예술가들은 지금 어떤 과제를 짊어지고 있는 걸까요? ”우리 시대에 제일 문제가 된 것은 개인·개성·자유였어요.그 후 개발독재로 산업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평등의 문제가 대두되었지요.그것이 1990년대까지 계속되었어요.이후로는 양상이 달라졌어요.지금은 인류사의 두 개 사상 틀,즉 자유를 보수하여 연결짓고 평등의 요소를 확대하는 두 가지 요소 사이에 균형을 이루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문학에서는 특히 그렇지요.인문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사회에 가장 취약한 그러한 부분을 획득해 가야만 삶의 가치가 더 넓어지고 높아질 수 있습니다.“ 생은 연신 담배를 물고 한 가닥 연기를 내 쪽으로 연신,느리고 길게,흘려보내고 있었다. ”평소에 궁금했던 일이 하나 있습니다.소설 쓰시려고 교수직을 버리신 적이 있으신데요? “소설은 모든 지식정보에서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교수는 지식정보가 신전이에요.그러니까 그 두 개가 다 부딪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인터뷰를 마치자점심때가 되었는데 선생은 당뇨때문에 바깥에서 식사를 하기 어려운 몸이 되었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나는 그런 선생을 막을 수가 없다.선생은 허름한 커피숍 문을 더듬더듬 열고 나가서는 우산을 들고 빗속으로 멀어져 갔다.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겸허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이청준 ●겸허가 밴 장인의 삶 김유정(金裕貞)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둘 없는 친구인 소설가 안회남(安懷南)은 그를 기려 ‘겸허(謙虛)’라는 소설을 썼다.가난과 폐병에 시달리던 친구의 생애를 슬퍼한 그 소설에는 김유정의 머리 맡에 겸허라는 두 글자가 붙어 있더라는 사연이 적혀 있다. 용인까지 어떻게 찾아오냐며 서울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이라고 있는 데 그 앞에서 만나 어딘가로 가자고 하셔서 일손이 줄겠다는 마음에 덜컥 응했다.비는 내리는 데 내가 오히려 늦게 돼 선생이 약속 장소에서 두리번거리고 계셨다.서둘러 비 그을 곳을 찾는 데 오전인지라 다들 문을 닫고 허름한 커피숍 하나만 겨우 들어갈 만했다. 너무 누추해서 어떻게 하느냐고,다른 곳을 찾아 드리겠다고 했는데,선생은 괜찮다고,당신은 담배만 피울 수 있으면 된다고,주섬주섬 뭔가 종이쪽을 꺼내시는데,보니,팩스로 넣어드린 질문 용지다.오늘 하실 말씀을 빼곡하게 메모해 놓으신 그 종이쪽이 왜 그리 귀해 보였는지.담배를 피워 물고 앉으신 선생의 모습은 어딘가 이유도 없이 내게 미안스러워하는 것 같았는데.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것이 바로 선생의 겸허였다. ●남도 멋에 한국 미학 구축 1939년 전남 장흥 출생인 이청준은 남도 예술의 멋과 향취를 한껏 뿜어내는 예인·장인이다.열 살에 뒤늦게 국민학교에 들어가 4·19가 일어난 1960년에 서울대 문리대 독문과에 입학하여 4학년 재학중에 당대 지식계를 대변하던 ‘사상계’를 통해서 문단에 나왔으니,김현·김승옥 등이 중심이 된 ‘산문시대’ 동인들과 함께 4·19세대 작가라고 할 것이지만,독보적인 길을 걸었다. 어렸을 때 형제와 부친이 세상을 뜨는 등 외롭고 가난한 삶 속에서 소설을 쓴 그는 ‘병신과 머저리’(1966),‘매잡이’(1968) 등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동안 ‘언어사회학 서설’과 ‘남도사람’으로 대변할 수 있듯이 그의 작품은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합리성의 모순에 대한 반성,그것을 뛰어넘는 진정한 인간상의 탐구로 이어졌다.‘당신들의 천국’(1974-5),‘이어도’(1974),‘서편제’(1976),‘눈길’(1976),‘낮은 데로 임하소서’(1981),‘가위 밑 그림의 음화와 양화’(1984),‘씌어지지 않은 자서전’(1985) 등 숱한 화제작을 남겼다. ‘흰옷’,‘축제’,‘신화를 삼킨 섬’ 등 근년 작품들은 시민사회의 합리주의적 도구성에 대한 반성,한국 사회와 역사의 비극성에 대한 인식에 바탕해 용서와 화해,신화와 근원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최인훈이 한국 현대사를 서구적 지성으로 날카롭게 응시하면서 ‘표현주의적’ 모던함을 추구한 작가였다면 이청준은 그러한 문학사를 바탕으로 한국적인 미학을 구축한 문제적인 작가라고 할 것이다.
  • 책꽂이

    ●물고기 한마리(양성우 지음,문학동네 펴냄)‘겨울 공화국’으로 필화사건을 겪고,국회의원 ‘외도’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저자의 새 시집.‘거울 앞에 돌아온 누님’의 심정을 담은 서정시 72편을 모았다.6500원. ●꽃을 주세요(김용택 지음,덕치초등학교 아이들 그림,백년글사랑 펴냄)‘섬진강 시인’인 저자의 산문 19편과,제자들이 그린 그림 45점이 만났다.때묻지 않은 시인의 마음과 동심이 빚는 화음이 아름답다.1만 2800원. ●고전,끝나지 않은 울림(정진홍 지음,강 펴냄)한국의 대표적 종교학자인 저자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와 ‘마담 보부아르’등 문학사의 걸작 8편에 대한 인상적 총평기.‘나를 움직인 대목들’과 그에 대한 단상도 소개.1만원. ●바위 물고기(유익서 지음,문학수첩 펴냄)소설 ‘민꽃소리’의 저자가 새로 낸 작품집.7편의 중단편은 현실에 절망한 주인공들을 등장시키고 있다.작가는 이들에게 상상력이란 무기를 주면서 탈주의 꿈을 얹어준다.8500원.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진은영 지음,문학과사상사 펴냄)2000년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봄·슬픔·자본주의·문학·시인의 독백·시 등 7개의 단어에 현대사회와 자아의 풍경을 절표하게 그린 표제시 등 46편을 모았다.6000원. ●헬로우 할로윈(조명숙 지음,문학과경계사 펴냄)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 수상자의 첫 작품집.단편 9편과 중편 1편에서 작가는 파편화된 일상을 물고 늘어지면서 이기심, 깨진 윤리의식 등을 이야기한다.8500원. ●동강 소나기(신청길 지음,이소북 펴냄)동강의 야성미에 매료돼 정착한 저자가 동강을 소재로 낸 장편.땅꾼 ‘채봉’등 강 주변의 산천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의 애환과 웃음을 담았다.7500원. ●나 이뻐?(도리스 되리 지음,박민수 옮김,문학동네 펴냄)현대 독일의 대표적 작가·감독인 저자의 소설집.단편 17편을 통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다양한 인물이 꿈꾸는 대안을 이야기한다.9800원.
  • 아! 낙원에 살 천사가 없는지 천사가 살 낙원이 없는지/ 16년만에 중단편집 낙원?천사? 낸 윤흥길

    “지금까지는 과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요즘의 현상이 과거의 어떤 일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분단과 민족’이란 두 화두를 업고 30여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중견작가 윤흥길(61)이 작품집 ‘낙원?천사?’(민음사 펴냄)를 냈다.창작집 출간으로는 ‘꿈꾸는 자의 나성’이후 16년 만이고 신작으로는 장편 ‘꿈꾸는 자의 나성’이후 6년만이다. 작가는 예의 겸손함이 밴 느릿한 어조로 “사실 공백은 별로 없었다.”며 “80년대부터 장편을 주로 쓰느라(그의 대표 장편 ‘에미’‘완장’등은 이 시기 씌어졌다.)중·단편집을 오랜만에 내서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고 설명했다.독자를 위해 작품 세계를 좀 풀어달라고 부탁하자 “표제작 ‘낙원?천사?’는 사랑이 없는 비정한 세계를 살펴본 것이고 ‘산불’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찾아본 것”이라고 말한다.“나머지 중편 ‘쌀’은 주식인 쌀이 알게 모르게 민족 정체성에 미쳐온 영향을 더듬어본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낙원…’과 ‘산불’엔 대학교가 공간적 배경이다.95년부터 한서대교수로 재직한 그는 “학생과 접촉이 늘다 보니 캠퍼스 풍경이 관심사로 자리잡았다.‘낙원…’는 어느 지방대 단신뉴스가 모티프였는데 동료교수의 비슷한 경험도 살려 보편적 이야기로 만들었다.대학 안에서 기숙하다가 얼어죽은 ‘천사’라는 별명의 부랑 청소년 오군을 소재로 한 작품.오군의 죽음을 추적하는 학보사 기자가 담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그의 죽음을 방치했을지 모를 야박한 세태를 상징한다. ‘산불’은 한서대에 있었던 실화에 소설이라는 무늬를 씌운 작품 이라고 설명한다.고아 출신의 주인공이 학생운동을 하던 중 고문에 못이겨 친구들 이름을 자백한 죄의식에 시달리다 시골의 신흥 대학촌에서 숨어들어가 살면서 겪는 방화 누명 등을 다룬 것이다.‘쌀’은 월남한 장인·장모가 북한 쌀로 장모의 병을 치료하는 해프닝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환기시킨다. 이번 작품집엔 작가가 30년전 ‘장마’에서 탁월하게 조화시킨 분단과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배어있으면서도 문학적 절차탁마가 더해졌다.작가는 “조상의 해학미와 민족의 특성에 쏠리는 관심은 어쩔 수 없다.”라며 “젊은이들이 구질구질한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안좋아 한다고 소설로 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그는 “반세기 동안 숱한 정책을 적용했지만 통일은 여전히 요원한 현실에서 문학을 매개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10월경 창작과비평사에서 연작소설집 ‘때와 곳’(가제)도 펴낼 계획이다.초등학교 졸업후 40년만에 모인 동창생들이 회고하는 6·25전후의 이야기로 9편의 연작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탠 11편의 소설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한국문학 번역지원 대상’ 12건 선정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30일 올해 ‘한국문학 번역지원 대상작품과 번역자’로 전경자·마야 웨스트(Maya West)씨가 영역할 박노해 시선집 ‘어제와 오늘’ 등 4개 언어권 12건을 선정 발표했다. 선정된 번역자들에게는 각각 15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지원증서 수여식은 새달 21일 하오 3시 서울 교보빌딩 10층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산문화재단측은 “원작의 작품성과 현지 독자의 수용 가능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선정했다.”고 밝혔다.다음은 지원대상작과 번역자. ▲영어권=박완서 장편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김준자,도나 M 디에츠),김영하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제이슨 로드스)▲불어권=서정인 ‘달궁 III’(김경희,이인숙,스테판 콜롱’,‘선우휘단편집’(임영희,프랑수아즈 나젤),최인훈 ‘회색인’(김진영,장 폴 데구트)▲독어권=조정래 중편소설집 ‘유형의 땅,불놀이’(이기향,마틴 헤릅스트),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디르크 퓐들링·이영희),이청준 ‘흰옷’(양귀분·볼프강 쉬벨)▲스페인어권=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심상완,오손 모레노),이윤기 ‘두물머리’(김설희,라미로 트로스트),김지하 시집 ‘화개’(윤영순,에두아르도 세레세도) 이종수기자 vielee@
  • 책꽂이

    ●못다 그린 그림 하나(박충훈 지음,이소북 펴냄) 90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의 소설집.운동권학생의 반평생을 보여주면서 참된 사회운동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지적하는 표제작 등 8편의 중단편을 실었다.8500원. ●반인간(김태연 지음,책세상 펴냄) 87년 등단한 작가의 네번째 장편.공학과 문학을 함께 전공한 이력을 살려 다이어트 산업에 눈이 먼 동양의학의 문제점을 비판.9000원. ●바람편지(유안진 지음,중앙M&B 펴냄) 시와 수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지은이의 신작 에세이.성장기,시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시에 대한 개인적 생각 등을 담았다.잊혀져가는 옛 풍속을 들려주고 한국 여성에 대한 새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8500원. ●그래서 너를 안는다(김인숙 지음,청년사 펴냄)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가가 10년 전 쓴 작품을 개작.순수했던 소년이 전과 3범의 백수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남성의 억압된 성 인식이 스스로를 어떻게 타락시키는가를 조명.8500원. ●너없는 세상에서 1,2(이은 지음,제이북 펴냄) 99년 신춘문예 당선자의 첫장편.20대의 꿈과 사랑을 신세대 시각으로 조명.가볍지만은 않은 진실함도 담겨 있다.각권 7500원. ●영천동 7번지(조명인 지음,풀잎문학 펴냄) 단편을 주로 써온 작가의 첫 장편.유부남을 사랑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주인공이 겪는 기구한 운명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7500원. ●마우스(김호경 지음,민음사 펴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의 장편.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오가며 일어나는 현실파괴 음모와 사랑의 이야기.영화적 상상력과 기법을 빌린 전개가 독특하다.8500원. ●로빙화(魯花)(중자오정 지음,김은신 옮김,양철북 펴냄) 타이완 1세대 작가의 대표 장편.초여름에 잠깐 피었다 지는 로빙화의 생장과 멸종에 빗대,주인공인 미술천재 소년의 짧은 삶을 이야기.7500원.
  • 젊은이 풍속도 재치있게 그려/김종광 소설집 ‘짬뽕과‘

    ‘제2의 이문구’라 불릴 정도로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젊은 작가 김종광(32)이 짧은 소설집 ‘짬뽕과 소주의 힘’(이가서)을 냈다. 이 소설집은 아주 짧은 콩트에서부터 형태를 제대로 갖춘 단편 3편 등 모두 27편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글이 담겨,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글쓰기를 실험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이전 소설에서 보여준 의뭉스러운 글쓰기와 구수한 사투리는 여전하다.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도회적 감성을 글로 옮기려는 시도다.특히 1부 ‘힘차고 빠르게 읽기’에 담은 9편의 콩트는 젊은이들의 풍속도를 재치있게 그렸다.학원강사들의 월급날 풍경을 다룬 ‘포커’,작가가 우연히 목도한 화장실에서의 사랑나누기 장면 등을 익살스럽게 풀어낸다.이어 작가는 2부 ‘조금 빠르게 읽기’,3부 ‘보통 빠르게 읽기’,4부 ‘깊이 음미할 정도로 천천히 읽기’ 등의 부제를 달아 다양한 무늬로 변주한다. 이 가운데 김종광이 자신의 장기를 맘껏 발휘한 작품은 표제작.대학입학부터 소설가가 되기까지 아버지와 빚는 갈등(다분히 작가의 내면 풍경이 느껴진다)을 다룬 ‘짬뽕과 소주의 힘’.돈 안되는 소설을 쓰는 학과를 지원하려는 아들이 마뜩찮지만 보기좋게 합격하고 그 어렵다는 소설을 기가 막히게 빚으면서 쭉쭉 뻗어가는 모습에 흡족해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훈훈하게 그린다. 한편 지난 14일 저녁 마련한 출판기념회에는 소설가 한창훈 윤성희 이명랑 등 동료 문인이 참가해 덕담을 건넸다. 축하세례에 김종광은 “술 안마시면 하루에 원고지 50장을 두들겨도 생활이 빠듯하다.”며 전업작가의 고충을 들려주었지만,행복해 보였다. 이종수기자
  • 아름다운 순간과 소통 형상화/소설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 펴낸 남상순

    “스무 살을 고비로 자기 안의 문제와 자기 밖의 문제를 바꾸고 뒤섞게 마련”(‘죽음의 무늬’)이라고 믿었던 여대생이 있었다.그는 학교 운동권의 총책을 선택했고 고난의 80년대를 정면 돌파했다.그러나 89년 동구권 몰락 등으로 이념의 좌표를 잃은 뒤 맛본 좌절은 너무 컸다.2년 동안 숱하게 산을 오르내리면서 곁가지 다 날린 온전한 자기와 만났고 글쓰기에서 새 삶을 찾았다. 93년 장편 ‘흰 뱀을 찾아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남상순(40).95년 장편 ‘나비는 어떻게 앉는가’(민음사) 이후 침묵을 지키던 그가 8년만에 소설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문이당)을 냈다.인터뷰는 ‘공백’을 화제로 시작했다.. “사는 게 머물러 있다 보니 글도 시덥지 않았습니다.저는 관계 속에 갈등을 빚으며 삶의 의지를 치열하게 느낄 때 글에 대한 욕구도 왕성해지거든요.다행히 누르고 삭인 감정이 쌓여서 최근 장편의 초고도 탈고했습니다.” ●문장마다 치열한 글쓰기 여성의 삶에 교묘하게 침투해 옭아매는 사회제도의 폭력적 징후를 담았다는 장편을 주위사람에게 보여줬더니 ‘통속적’이라는 지적에 충격(?)을 받고 새로 쓰는 마음으로 가다듬고 있다고 한다.그러고 보니 이번 작품집도 쉽게 써내려 가지 못하고 한 문장마다 탈진할 정도의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미리 치밀하게 준비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 큰 얼개만 잡아놓고 돌발 상황에 대비합니다.길을 가다 보면 낯선 이미지와 대면하기 십상인데 그 경험에 충실하려고 비워두는 거죠.그러고도 모자라 첫 탈고 뒤 이제까지는 연습이라는 듯 다시 쓰는 스타일입니다.” 이번 작품집은 그 동안 마음 속에 꾸욱 누른 불덩어리 같은 9편의 단편을 모은 것.표제작은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이라는 그의 소설론이 잘 배어 있는 작품.소통의 단절이 주는 절망감에 방황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탁월한 이미지로 빚었다. ●불덩어리 같은 단편 9편 수록 또 자전적 요소가 강한 ‘죽음의 무늬’와 ‘악연1·2’는 80년대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후일담의 모습이 드문드문 엿보인다.“시작하기는 쉬워도 그만두기는 힘들다.”는 작품 속 고백처럼 희푸른 20대를 다바쳐 80년대와 맞서온 그가 들뜬 몸살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이야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론을 입증하듯 그의 후일담은 감상주의에 젖기 보다는 그 경험의 직접성에서 한발짝 떨어져 인간의 본질 문제로 접근한다.학원가 정보사찰(프락치) 문제도 직접 메스를 대기보다는 프락치 요원에게 독립적 인격을 부여한 뒤 운동권인 주인공과 빚는 갈등 속에 그리는 것(‘악연 1’)이 그 예다.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렸다가 그것과 함께 소통하는 것,그것이 모든 사진 작가들의 꿈일 것입니다.”(70쪽)라는 작품 속 묘사는 그가 꿈꾸는 소설을 대변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반지의 제왕’식 모험극 집필중/ 신작 나무 발간 베르베르 이메일 전화 인터뷰

    “지지를 아끼지 않는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드립니다.한국에 몇 차례 가본 적이 있어 관심이 많은 편인데 한국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봅니다.왜냐하면 젊은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신기술에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벨로캉’(소설 ‘개미’의 도시 이름)에 고정독자 1700여명을 확보할 정도로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개미’의 작가 베르베르 베르나르가 이번엔 소설집 ‘나무’(열린책들)를 들고 왔다. 이 소설집은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비슷한 시기에 나온 공쿠르 수상작 ‘방황하는 그림자들’을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2001년 10월 일으킨 ‘뇌’의 선풍을 이은 것이다. ‘나무’는 이미 국내에서도 사전예약 주문판매만으로 인터넷 서점 종합 베스트 1위에 올라 베르베르의 인기를 입증했다. 표제작 등 18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외계인의 시각 등을 빌려 인간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담은 작품이다.‘개미’ 등에서처럼 작가는 ‘외부의 시선’으로 현실 혹은 인간 세상을 살핀다.여기에 한국판을 낸 ‘열린책들’의 요청으로 베르베르의 문학세계를 잘 아는 만화가 뫼비우스가 한국판에만 원전에는 없는 삽화 28점을 보태 환상적 분위기를 더해준다.파리에 유학 중인 번역가 이세욱씨는 “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함으로 일상에서 겪는 일의 다른 면을 고찰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베르베르는 1일 새벽(한국시간) 기자와 나눈 전화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와 앞으로의 작품 계획 등을 들려줬다(그는 자기의 글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신경이 쓰이는듯 처음엔 이메일보다는 전화 인터뷰를 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작품집에는 콩트와 단편의 성격이 혼재하는데? -프랑스에서는 ‘가능한 나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과학적·환상적·시적인 작은 텍스트들로 이뤄진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이런 형식을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내 작품들이 최대로 즐겁고 빨리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다.독자들이 마치 뷔페에서 제공되는 조그만 음식을 대하듯 이 작품들을 먹기를 바란다.또 작품집의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되는 대로 읽어도 무방하다.구체적으로 이런 형식을 사용한 것은 이야기의 새로운 양식을 시험해 보고 문학적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18편의 단편 사이에 흐르는 공통의 주제가 있는가? -개개의 이야기는 자유롭다.다른 이야기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전체 작품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각각의 작품은 ‘그리고 만약’이라는 가정 아래서 진행된다.예를 들어 운석(隕石)이 어느 도시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사람이 신이 되어서 다른 인간들을 도우려 애쓴다면 어떻게 될까? 등의 가정을 전제로 한다.이런 모든 가정에 대해서 내 영혼이 산책을 하게 만들고 사상을 발견하도록 노력했다. 지금 집필 중이거나 구상중인 작품이 있는가? -잠정적으로 ‘인간은 우리의 친구’라는 제목을 단 2인극 대본을 이달 중 프랑스에서 출간한다.외계인에 의해 납치된 뒤 동물 우리에 갇힌 남녀의 이야기이다.그들은 그들에게 닥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서로 사랑하기 위해 애쓴다.아주 간단하고 재미있는 작품인데 곧 프랑스 무대에오르기를 바란다.물론 한국 공연도 가능할 것이다(그는 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또 빅뱅 이후 인간의 모든 역사를 신의 관점에서 다룬 소설을 쓸 큰 계획을 갖고 있다.2500쪽쯤 될 이 작품에서 ‘반지의 제왕’처럼 숱한 모험을 다룰 예정이다.5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2년 후엔 나올 것으로 본다.제목은 일단 ‘신의 왕국’으로 정했다. 이번 작품과 ‘개미’ 사이에 관점의 차이가 있는가? -10여년 전 ‘개미’를 쓸 때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많은 것들을 시도했는데 그때보다 더 평온하고 침착해졌다.지금 쓰는 책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내 작품을 발전시키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사실도 안다.앞으로는 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의 심리를 심도있게 묘사하고 경이로운 공간 배경을 창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영상의 시대에 소설 혹은 문학의 미래에 대해 전망한다면? -문학과 영화는 연결됐다고 생각한다.개인적으로 머릿 속에서 이미지와 함께 쓴다.작품을 쓸 때 어떤 상황이나 디테일한부분을 상상한다.책과 연극,영화는 어떤 경우에도 연결되어 있다.모든 것은 이야기에 의존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幻 여행’ 14년만에 종착역으로/ 김채원 새 소설집 ‘가을의 幻’

    “오밀조밀한 세계,숨겨 있는 세계,비밀,축제…(37쪽)” 김채원(57)이 새로 낸 소설집 ‘가을의 환(幻)’(열림원)의 분위기는 기존의 자신의 소설 속에 잘 녹아 있다.‘환 연작 소설집’이란 부제가 말하듯 작품집 ‘가을의 환(幻)’은 그동안 발표했던 ‘겨울의 환’‘봄의 환’‘여름의 환’에 이은 것으로 지난 89년 시작한 ‘환’여행이 종점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네편의 ‘환’은 줄거리가 맞물리지는 않는다.각각의 ‘환’이 따로 움직이면서 더 큰 ‘환’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신작 ‘가을의 환’에 나오는 다음 대목은 이런 분위기를 시사한다.“문이 있고,그곳에 또 정원이 나오고,또다시 문이 있고 정원이 나올 것 같았다.그냥 하나의 정원일 수 있는 것을 문을 만들어 그곳을 지나 또 하나의 정원이 나오도록 만든 것이 무척 경이로웠다.”(37쪽). 작품집 가운데 유일한 신작인 ‘가을의 환’은 40대 초반에 소설가로 등단한 ‘나’(유진희)가 20살 연하의 남자 아이와 10여년 동안 전화로 대화를 나눈 과정을 소재로 한 것이다.야릇한 내용 같지만 작가가 이 스토리를 엮어가는 방식은 진중하다. 일상의 패배감에 젖어 있는 ‘나’에게 운명처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그 아이가 보여준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지만 ‘나’로 하여금 비루한 일상에서의 탈출 혹은 축제 같은 느낌을 준다.그것은 ‘내 밖의 세계’로 나가보았다는 기쁨을 담고 있다.전화선 저 너머의 ‘너’는 잇단 호기심과 열정으로 10여년 동안 ‘나’를 묶는다.그러다 “가면을 쓰고 한번만 얼굴을 보자.”는 제의로 해저물녘 해변에서 만난다.백야에 흰 시트가 펼쳐진 모래사장에서 짐승의 탈을 쓴 ‘너’와 사투를 벌인 뒤 두 사람 모두 황금폭포수를 쏟으며 쓰러지는 광경은 눈부시고 강렬하다.‘너’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거듭나고 ‘나’는 너로 인해 잃었던 꿈을 꿀 수 있게 됐음을 암시하면서 ‘가을의 환’은 사라진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일탈을 꿈꾸는 초로의 여성이 거듭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고,채울 수 없는 존재의 상실감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그 주제를 희미하게 내버려둔게 작가 김채원의 ‘환’의 매력일 것이다. 이종수기자
  • “세계의 자랑 ‘직지’ 꼭 찾아야죠”/ ‘직지포럼’ 강태재 회장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독일·1400∼1468)의 금속활자요.” “아닙니다.우리나라의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입니다.” 중·고교 역사시간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번쯤 나누었을법한 대화다.그런데 왜 충북 청주에서 이 직지심체요절에 목을 매는 걸까.현재 이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 청주 ‘흥덕사’란 절에서 인쇄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곳에서 인쇄된 직지심체요절은 상·하 2권이 있었으나 하권만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상권은 오리무중이다.상권을 찾고 직지를 세계에 널리 알려보겠다고 지난달 29일 창립한 모임이 ‘직지포럼’이고 강태재(姜泰載·58)씨가 회장을 맡았다. 강 회장은 “직지를 찾고 세계화하려는 것은 한국의 자랑거리이자 청주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 78년 앞서 강 회장은 “세계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 자랑은 한글과 직지뿐”이라고 주장한다.직지는 고려말인 1377년(우왕 3년) 7월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최소 78년이 앞서는 금속활자인 셈. 강 회장은 “단 한번의 인쇄에 그친 목판활자에 비해 금속활자는 정보의 대량 전달시대를 열어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평가된다.”며 “그 선두에 있는 직지는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슬기로운 문화민족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구텐베르크는 면죄부를 인쇄하고 성경을 팔려는 상업적 차원에서 금속활자를 만들어 생활 속에 뿌리내려 매체 혁명으로 이어졌으나 직지는 절간의 한 행사로 끝났다.”고 아쉬워했다. 그동안 직지는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됐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었을 뿐 흥덕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를 못했다.그러던 게 85년 한국토지공사가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양병산 기슭에서 택지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서원부(西原府) 흥덕사’라고 새겨진 금구(禁口·사찰에서 예불시간 등을 알릴 때 치던 징 모양의 종)가 한 귀퉁이가 찢겨나간 채 발견됐다.서원부는 청주를 일컫는 지명이다.이곳이 절터였음을 알 수 있는 주춧돌도 나왔다.강 회장은 “당시 흥덕사에서 현존하는 직지와 함께 인쇄된 직지는 대략 50질에서 100질 정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올라 흥덕사 위치가 발견되자 당시 문화공보부는 흥덕사지에 대한 개발중지 및 보존지시를 내리고 86년 흥덕사지 1만 711평을 사적 제315호로 지정했다.청주에서는 청주시민회(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처음으로 직지 찾기에 나섰다.96년 11월 ‘직지찾기운동본부’를 구성하고 문화재청,조계종·태고종 등을 방문하면서 활동을 벌였다. 충북도는 도지사 명의로 전국에 직지찾기에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을 보내고 직지찾기 엽서도 만들어 배포했다.직지를 찾는 사람에게 1억원의 포상금을 주겠다는 독지가도 나오는 등 당시 직지찾기의 열기는 무척 뜨거웠다. 92년에는 직지의 제작과정 등을 전시하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문을 열었다.강 회장은 “이 박물관 이름은 ‘직지박물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흥덕사 절터가 발견된 이후 직지에 관심을 가졌지만 단체에 참여,활동하기는 3∼4년 전부터입니다.” 그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직지찾기운동본부 상임위원으로 직지 찾기에 동참했다.비록 직지를 찾는데는 실패했지만 지역 각계의 활동 덕에 2001년 9월에는 직지를 유네스코(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올렸다.직지의 원이름은 ‘백운화상 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 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백운화상’이란 스님이 중국에서 참선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국의 ‘불조직지심체요절’에 자신의 해석을 붙여 제자들에게 부처님의 말씀과 선사들의 법어를 가르치기 위해 엮은 책이다.1888년 프랑스 초대 대리공사가 수집해 가져간 하권도 당초 첫 장이 떨어져 나갔으나 조선시대 소장자가 ‘직지(直指)’라고 표지를 써 붙였다고 전해진다. ●9월4일 ‘직지의 날’ 축제 계획 “직지찾기운동본부가 해체된 뒤 2001년 ‘직지와 문화’라는 직지찾기 단체를 만들려다 실패,못내 아쉬웠던 것이 이번에 직지포럼을 만든 계기입니다.” 직지포럼의 멤버는 모두 26명.‘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과 교수및 문화운동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강 회장은 청주상공회의소 지역경제연구소장으로 있다.95년 ‘시와 실험’이란 잡지를 통해 등단,올 가을 첫 단편소설집도 낼 계획이다. 그는 오는 9월4일 열리는 첫번째 ‘직지축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청주시는 조례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9월4일을 ‘직지의 날’로 정하고 축제를 열기로 했다. 강 회장은 “청주하면 ‘직지’를 떠올릴 정도로 이미지화하겠다.”며 “자치단체와 연계,직지사랑을 시민문화운동으로 확대하고 직지 관련 국제학술대회와 홍보,외국어 번역 등을 통해 직지를 세계화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청주 이천열기자 sky@
  • [길섶에서] 까마귀

    어릴 적 고향 마을을 3명의 문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스쳐갔다.분지의 그래도 널찍한 곳은 교육대학과 초가집이 차지하고,논밭 이랑 너머엔 개천이 흐르고,병풍처럼 산들이 주위를 에워쌌다.황톳길을 버스가 내달리면 먼지속을 헤집고,소나기 내리는 운동장에서 연필심 같은 실탄 장약을 줍고,달리는 미군 지프차를 따라 초콜릿을 외치던 시절이었다. 한 산골소년은 고등학교에 유학와 큰 집에 머물며 정비석의 소설작법을 끼고 문학청년의 꿈을 키웠다.다른 한명은 남루한 행색으로 굽 닳은 구두를 한겨울에도 끌며 교대를 참 오래도 다녔다.유명 시인의 아들인 대학 강사는 개구리 울음소리에 잠 못 이루며 부친의 시심을 흠모했다.감수성 풍부한 그들은 내로라하는 소설가이자 평론가로 우뚝 서 있다. 그 산골소년,한수산이 징용간 재일 한인들의 비극적 삶을 15년간 추적해 장편으로 엮은 ‘까마귀’란 소설집을 냈다.감성작가를 의식작가로 만든 건 지난한 세월이었을까.겨울이면 까마귀 울음 잦던 그 동네도 모두 아파트 숲으로 바뀌었다. 박선화 논설위원
  • 명망가 위주 소설출판 벽 허문다 / 인문학 전문 출판사 ‘소명’ 소설집 3권 펴내

    150여종의 인문학 관련 서적만을 외곬으로 펴내온 소명출판사가 처음으로 소설 3권을 펴냈다.출판사가 문학 관련 책을 내는 게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하지만 소명출판사의 기획이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 출판의 벽을 낮추거나 허물려는 의지가 담겼기 때문. 박성모(사진·41) 대표는 “소설 출판에는 명망가 위주의 출판과 상업주의라는 두 가지 벽이 존재하는데,이런 풍토에서는 신인이나 등단 뒤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면이 주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보려고 나름의 성격에 맞는 소설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밝혔다.물론 상업적인 성공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고민의 산물로 나온 게 80년대 노동운동 현장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정혜주의 ‘내 안의 불빛’을 비롯,99년 문학동네에 중편으로 등단한 도태우의 ‘디오니소스의 죽음’,늦깎이 작가 김정주의 ‘을를에 관한 소묘’등 세권이다.첫 작품집인 만큼 작가들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들의 작품세계는 문학적 기초가 탄탄하다. ●‘내 안의 불빛’ 노동운동에 헌신하던 작가가 ‘한백’이란 가명으로 88년 발표한 ‘동지와 함께’를 포함해 지식인과 노동자의 관계를 탐색하는 세편의 중편 모음집.‘강·섬·배’는 새로운 세기를 운운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시대에 오히려 굼벵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80년대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작가는 당시를 ‘쓰라린 자부심’의 시대라고 결론짓는다.‘영만이’는 노동자의 변신과정을 통해 지식인의 부채의식을 벗어난,있는 그대로의 노동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옮기고 있다. ●‘디오니소스의 죽음’ 신화와 현실을 오가는 상상력의 틀 속에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생을 불태우는 로커 ‘권’의 삶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표제작 등 네편의 중단편을 모았다.작가는 ‘발루아의 환영’‘테에베 통신’‘판팔루스 판포스’ 등에서 현실에서 문학,나아가 예술과 종교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작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면서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소수‘광인’들의 힘으로살고 있다. ●‘을를에 관한 소묘’ 탑골 공원에 모여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 삶의 공허함을 이야기한 표제작 외 세편을 실었다.현실과 유리된 채 인식론에 안주한 여성과 재봉질에 매달려 욕망에만 안주하는 다른 여성을 통해 생의 풍속도를 압축한 ‘알 수 없는 문’을 비롯,‘잃어버린 방’‘수면 아래 저편’등에서 녹록지 않은 솜씨를 자랑한다. 모두 어느 한 경향으로는 아우를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과 작가들이다.하지만 이들이 기존의 문학물 출판 관행으로는 좀처럼 빛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그리고 그들의 결실이 낳은 ‘못자리’에는 누구 못지 않은 열정과 탄탄하게 키워온 글솜씨가 깔려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에스쁘아문학상 안병돈·양창국씨

    지구문학사가 제정한 제1회 ‘에스쁘아문학상’수상자로 시인 안병돈,소설가 양창국씨가 선정됐다.수상작은 시집 ‘먼 여로의 조각’과,소설집 ‘나는 누구인가-복제인간’.시상식은 13일 오후 4시 서울 남대문로 대우주택문화관에서 열린다.
  • ‘자아찾기’ 끝없는 내면의 대화 / 첫 산문집·세번째 소설집 나란히 낸 전경린

    95년 등단한 이후 잇따라 문학상을 받는 등 가파르게 소설을 쓰면서 눈부시게 주목받아온 작가 전경린(40).그가 세번째 작품집 ‘물의 정거장’(문학동네)과 첫 산문집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이가서)를 나란히 펴냈다.작가는 어느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다.“많이 지친 거 알아요.난 당신이 여행을 하면서 쉬기를 바래요.”(10쪽)라고.지친 몸과 마음은 “얼마 못 가,무릎이 푹 꺾일 것만 같다.”고 동의했다.이어 그는 훌쩍 네팔로 여행을 다녀왔다.‘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네팔 여행끝의 산문집은 기행문이 아니라 잘 짜인 소설로 읽힌다.내면과의 대화가 프롤로그라면,작가가 네팔에서 보고 느낀 것을 옮기는 장면은 이야기에 해당한다.에필로그는 여행 이후 글을 쓰기까지의 고충을 토로하는 대목이다. 여행 도중 전경린은 끊임없이 자기와의 대화를 나눈다.카트만두 호텔에 짐을 풀면서 “왜 나는 이곳까지 홀로 실려왔을까…어떻게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여행에 동의했을까…”라고 시작한 질문은 끝이없다.새벽풍경,오토바이로 휙 둘러보는 카트만두 전경,쿠마리 여신을 모신 사원,카스트 만다불 신전… 등으로 이어진다.작가는 ‘몹쓸 샤워기’에서 “속도의 탐욕에서 벗어날 것”(72쪽)이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그래서 이 기행문은 작가를 주인공으로 쓴 ‘자아를 찾아가는 소설’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한달 뒤 돌아와 바로 글을 쓰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초조하고 괴로웠다.”며 “충전보다는 글쓰라고 자신을 내몬 여행이었다.”고 고백한다.작가의 결론은 이렇다.“내 넋은 글쓰기 전과 후에 늘 목을 매고 죽었다가 되살아나기를 반복할 것이기에 점점 더 쓰면서 증명하고 싶다.”(269쪽). 소설집 ‘물의 정거장’은 네팔 여행전에 쓴 10편의 단편을 모은 것이다.이전의 작품처럼 결혼·가족이라는 제도적 틀에 갇혀 신음하는 이 땅의 여성들이 새로운 삶의 형태를 그리는 모습을 다루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여행 이후다.“삶을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들고 나올지 기다려진다. 이종수기자
  • 책꽂이

    ●소리없는 아우성1·2(조성기 지음,문학수첩 펴냄) ‘우리시대의 소설가’를 비롯하여 소설 ‘우리시대…’시리즈를 내면서 현대의 자화상을 비춰온 작가의 장편.92년 낸 5권짜리 ‘욕망의 오감도’중 3,4권을 개작한 장편.각권 8000원. ●유년의 자리(박경철 지음,민음사 펴냄) 94년 등단한 작가의 소설집.5년 동안 발표한 10편을 묶었다.표제작이 보여주듯 주위 현상이나 풍경에 대한 치밀한 묘사로 일상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가족 이야기가 작품집의 주된 테마.8000원. ●58년 개띠(서정홍 지음,보리 펴냄) 울산 노동자 시인의 작품집.95년 출간한 것을 수정 보완해 펴냄.“나보다 가난한 친구에게 술 한잔 얻어마시고 돌아서면 도둑놈 같다.”는 시구에 시집 내용이 압축된다.5000원. ●나에게 남겨진 생(生)이 3일밖에 없다면(구효서외 17명 지음,생각하는백성 펴냄)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로 운명을 달리할지 모르는 시대.시인 정희성 장석주,소설가 현길언 등이 ‘72시간밖에 못산다면’을 가상하고 들려주는 말.8500원. ●아름다운 사람은 향기가 있다(최창일 지음,베드로서원 펴냄) ‘혼자 있는 시간’ 등을 낸 시인의 글 모음집.“시도 산문도 명상도 아닌 언어를 모아 생의 아픔을 다독이고 구체적 현실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8000원. ●나 지금 여기에(송준만 지음,청동거울 펴냄)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교 교수인 저자의 문명비판 시집.인간을 중심에 둔 시인은 기술만능주의의 세태를 꼬집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답게 사는 길을 노래한다.7000원. ●좌절(임레 케르테스 지음,한경민 옮김,다른우리 펴냄)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운명’ 후속작품.주인공이 아우슈비츠 이후 어떻게 생활하며 운명을 이겨가는지를 3인칭 작가 시점으로 담았다.자신의 수용소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1만 5000원. ●옥탑방 고양이1·2(김유리 지음,시와사회 펴냄) 야옹이와 주인님이라는 두 주인공의 혼전 동거를 소재로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하여 인기를 끈 작품.동명의 MBC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다.각권 8500원.
  • “분단이 빚어낸 민중의 고통 슬픈 그림자 아직 어른어른”/ 14년만에 소설집 ‘들국화 송이송이’ 출간 송기숙

    “그동안 (민주화)운동하느라 소설쓰는 데 게을렀습니다.해서 6년전 글만 쓰려고 광주에서 화순으로 내려왔지만 여기저기 불려다니다 보니 장편 ‘오월의 미소’와 이번 소설집 쓴 게 전부네요.그것도 재작년부터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됐기에 가능했죠.” 14년만에 작품집 ‘들국화 송이송이’(문학과경계사)를 낸 소설가 송기숙(68)은,작가로서는 불행한 사람일지 모른다.그의 말대로 “작가에겐 금쪽 같은 시간”을 글쓰는 데 바친 게 아니라 민주화에 고스란히 바쳤으니 말이다.게다가 소설쓰는 데 비교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가형이어서,아쉬움이 더 클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폭력성 적나라하게 그가 모처럼 낸 소설집은 표제작 등 9편이 들어있다.그 가운데 5편은 분단을 소재로 한 것이다.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기층 민중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분단체제 아래서 펼치고 있다. “민중과 분단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분단 상태로 50여년이 지나면서 ‘분단체제’가 됐습니다.지배계층이 기득권을 유지하려 분단을 악용한 탓입니다.광복이후 우리 민중이 탄압받은 원인 중 하나는 분단인 셈이죠.” 남북한 정상이 만나고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어도 작가에겐 여전히 분단으로 인한 민중의 슬픈 그림자가 어른거렸다.“민중이 자기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을 평생 화두로 삼은 그다.당연히 분단으로 인한 현재의 생채기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고향을 찾아가는 노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은,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이 어떻게 민초의 가정을 파괴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기막힌 반전을 감춰둔 ‘길 아래서’와,한국전쟁때 빨치산으로 입산한 시누이의 영혼을 달래려 묏자리를 마련한 할머니 이야기를 그린 ‘성묘’등도 분단으로 인한 민중의 고통을 묘사한다 .한편 작가는 이윤 창출에 혈안이 된 자본주의의 모습(‘꿈의 궁전’)을 묘사하거나,농어촌의 생활을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돗돔이 오는 계절’‘고향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민중의 멍든 속내를 달래준다. 65년 문학평론으로,66년 소설가로 잇따라 등단한 그는 스스로에게 진 ‘글 빚’이 무겁다고 한다.“돌아보니 운동한답시고 교수와 소설가라는 두 가지 일에 모두 태만했던 것 같습니다.후회는 하지 않지만 작가로서 마감에 쫓겨 허겁지겁 글을 내놓았던 지난 날을 돌아보니 민망하네요.” 말은 그렇지만,그가 빚어낸 작품은 녹록지 않다.80년대 대학생 농촌활동의 교과서로 읽혔던 ‘자랏골의 비가’‘암태도’를 비롯, 대하소설 ‘녹두장군(1989∼1994)등 걸작을 남겼다.또 독재정권과 맞서 80년 살육의 현장에서 무참히 고문당하고,강단에서 7년동안 쫓겨나기도 했다. 작가의 이런 진정성은 이번 작품집에 잘 스며있다.작가 특유의 구수한 입담을 바탕으로,분단이 어떻게 현실의 질곡을 낳았는지를 들려준다. ●우리 설화 정리작업 몰두할 계획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쩡쩡 울린다.“작고한 이문구와 저는 시골정서를 살릴 수 있는 대표적 작가입니다.그 점을 살려 우리 설화를 본격적으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입말’로 남아 있는 설화나 풍속을 본격적으로 정리해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작가 운명은 시시포스와 같아”두번째 소설집 ‘폭소’ 낸 이상문학상 작가 권 지 예

    지난해 문단의 특별한 관심을 모았던 작가 권지예(43).등단 6년째,무명에 가까운 신인이 첫 소설집을 내기도 전에 한편의 소설 ‘뱀장어 스튜’로 전통을 자랑하는 ‘이상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연이은 축하 행사 등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엄청난 부담이 다가왔다.‘이상 문학상’수상자에 쏟아지는 기대에 눌려 질식할 것만 같았던 것.하지만 소설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교수(동해대)도 그만두었던 열정으로 다시 자신을 추스려 두번째 소설집 ‘폭소’(문학동네)를 내놓았다. “‘뱀장어 스튜’와 첫번째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트’(창작과비평사)는 상을 받기 전에 써둔 것이라 부담이 없었어요.그런데 두번째 작품집은 달라요.특히 표제작 ‘폭소’는 수상 뒤의 첫 작품이라 심리적 부담이 엄청났어요.글을 쓰면서 ‘돈이나 벌면서 잘 살면 되는데 내 팔자가 왜 이리 험한가.’ 한탄까지 했어요.” 그가 토로해온 내면 풍경은 작품 ‘폭소’에서도 잠깐 비친다.도입부와 말미에 그의 자화상인듯 한 작가가 ‘바위보다 강한 시시포스’로 자신의 운명을 암시한다. ●다양한 인간관계로 시선 넓혀 “첫 소설집에 내려진 ‘페미니즘 소설’‘불륜 문학’이란 평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물론 30대 여성의 사랑 얘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그런 범주에 갇히는 게 싫었어요.그래서 세계 속의 인간관계 등으로 시야를 넓혔습니다.” 표제작 등 7편의 중단편에는 변화를 위한 몸짓이 배어있다.대부분의 작품이 여주인공의 사랑 타령(?)이나 내면 풍경에 집착하지 않는다.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낸다.심신을 바쳐 자폐아 아들을 고치려다 좌절한 뒤 남편과 관계 도중에 폭소를 터뜨리는 여성(‘폭소’)을 통해 광기에 가까운 슬픔을 그리거나,외할머니·엄마와 이모·주인공 등 여성 3대의 대화를 통해 옛 시골 풍경을 회화적으로 묘사한다(‘누군가 베어먹은 사과 한 알’).또 교통사고를 당해 5인실에 입원한 주인공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상(‘행복한 재앙’)은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렇듯 작가는 시선을 확장해 첫 소설집과 다른 세계를 구축했다.그러면서도 그만의 빼어난 장점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전편에 흐르는 촘촘한 구성과 탁월한 심리 묘사,작품 ‘스토커’에서와 같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 반전 등의 솜씨는 읽는 이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사람을 묘사하는 관찰력은 더 섬세해졌다. ●“펜 놓는 순간 살아있음 느껴” 그렇게 ‘힘들고 괴롭고 외로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넌지시 물었더니 곧바로 “평생”이라며 “펜(그는 물론 컴퓨터로 쓴다)을 놓는 순간 전 살아 있음을 느끼거든요.”라고 답했다.‘폭소’에 등장하는 작가가“ 굴러 떨어진 바위를 향해 다시 내려가는 순간이야말로 시시포스가 자신의 운명을 이기는 순간”이라고 말한 것도 권씨의 ‘평생 작가’의 다짐처럼 들렸다. 권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7년동안 교직에 몸담다가 1991년 남편과 프랑스로 유학가 파리7대학 동양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7년 문예지 ‘라쁠륨’으로 등단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첫 소설집 ‘깃발’ 낸 홍희담 / “아물지 않은 광주의 상처 여성성으로 치유해야죠”

    문학의 기능 가운데 하나가 현실을 비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깨어 있게 환기시키는 것이라면 홍희담(58)이 낸 첫 소설집 ‘깃발’(창작과비평사)은 그에 썩 잘 어울리는 수작이다. 작가는 88년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중편 ‘깃발’로 등단하면서 “광주 민중항쟁을 처음으로 노동자의 관점에서 다루었다.”는 평을 받았다.이를 입증하듯 그는 줄기차게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에 천착했고,그 결실을 모아 작품집을 냈다. ●노동자의 눈으로 본 ‘오월 광주’ ‘깃발’에 실린 5편의 중단편 모두를 꿰뚫는 작가의 화두는 역시 ‘광주’다.45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친 그이지만 “광주가 없었으면 소설을 못썼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광주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78년 정착한 이후 22년 동안 광주의 모든 것을 몸으로 겪은 그가 광주를 과거형으로 박제시키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그는 “한때의 민주 항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게 아니라 폭력에 대항한 보편적 가치로 보면 아직 유효하다.”고 말한다. 홍희담 이전 작가들은 대개지식인이나 대학생 중심으로 광주 항쟁을 이야기했다.하지만 그는 표제작에서 도청을 사수했던 주요 인물이 대개 무산계급임을 강조하고 있다.작중 인물인 순분이 들려주는 주인공인,여자 노동자 형순의 다음과 같은 말은 작가의 시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어떤 사람들이 항쟁에 가담했고 투쟁했고 죽었는가를 꼭 기억해야 돼.그러면 너희들은 알게 될 거야.어떤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가를…그것은 곧 너희들의 힘이 될거야.”(63쪽). 홍희담은 이 항쟁의 주역이었던 노동자들의 모습을 이후 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자 ‘광한’과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농민운동에 나서는 어머니(‘이제금 저 달이’)라는 역사적 주체로 확장시킨다.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형상화 작가의 시선은 항쟁 이후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더 넓어진다.그 과정에서 작가는 주로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을 밀도있게 형상화한다.‘그대에게 보내는 편지’는 도청 사수파로 남았다가 체포,고문 도중 왼쪽 뇌수가 함몰돼 기억이 80년에 정지한 형철과 그 주변인물의 상처를그리고 있다.이밖에 ‘문밖에서’는 임산부 영신이 민주화운동 당시 살해된 또래의 임산부에 대해 죄의식에 가까운 연민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다수 작품의 등장인물이 여성이란 점도 인상적이다.작가는 “손주를 키우면서 모성애의 힘을 실감하게 됐다.”며 “폭력과 투쟁,힘을 특징으로 하는 남성 우위의 사고로는 ‘광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당연히 작가는 상생과 사랑의 힘을 작중 인물에 투영했다.단편 ‘문밖에서’의 인물 수환이 태아로 바뀌어 살해된 임산부의 모태에 안착,그 원혼을 달래는 상징성은 압권이다. 해설을 맡은 임규찬 성공회대교수는 “항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며,아이를 키워 역사를 지속시키는 일상적인 어미의 삶에 그 의미를 새로이 부여한다.”며,작품집에 골고루 스며있는 여성성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문학단신

    ●이청준 전집 완간 기념 심포지엄 이청준 문학 심포지엄 준비위원회(위원장 김형영)는 20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이청준 전집 완간을 기념하여 ‘이청준 소설의 넓이와 깊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연다.열림원 출판사와 대산문화재단 후원으로 개최되는 심포지엄에서는 권택영 경희대교수,정과리 연세대교수 등이 주제발표하고 문학평론가 김인호 정혜경 등이 토론에 나선다. ●17일 29회 여름詩祭 열어 현대시학회는 17일 오후5시 경기도 남양주시 능내리에서 제29회 여름 시제(詩祭)를 개최한다.시낭송에 이어 ‘지금 우리 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현대시학이 주관하는 제7회 신인작품공모 시상식도 갖는다. ●‘정지용 전집’ 개정판 출간 ‘정지용 전집’(민음사)의 개정판이 15년 만에 나왔다.시집,산문집 두권으로 구성됐으며,북한에서 발간된 책에 실린 정지용의 시 ‘그리워’와 ‘굴뚝새’ 등을 추가했다.김학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정리. ●‘금오신화’ 불가리아어판 발간 우리나라 전기체(傳奇體) 소설의 효시로 평가받는 김시습(金時習·1435-1493)의 한문소설집 ‘금오신화(金鰲新話)’가 불가리아어로 번역되어 출판됐다.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의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을 받아 불가리아 소피아대 동양어문화센터 한국학과의 최권진 교수와 중국학과의 소피아 카터로바 교수가 공동 번역해 불가리아의 세마 르시 출판사에서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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