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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파’시인 박철 연시집 ‘사랑을 쓰다’

    ‘우수파’시인 박철 연시집 ‘사랑을 쓰다’

    “그대를 골목 끝 어둠 속으로 보내고/내가 지금까지 살아온/삶의 의롭지 못한 만큼을 걷다가/기쁘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울다가/슬프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취하여/흔들거리며 가는 김포행 막차에는/손님이 없습니다/멀리 비행장 수은등만이 벌판 바람을 몰고 와/이렇게 얘기합니다/먼 훗날 아직도/그대 진정 사람이 그리웁거든/어둠 속 벌판을 달리는/김포행 막차의 운전수 양반/흔들리는 뒷모습을 생각하라고”(‘김포행 막차’ 전문) 곁에 아무도 없으면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지 않으면 미치도록 고독해지는 사람들이다. 곁에 누군가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쏟는 이들의 정성은 각별하다 못해 유별나기까지 하다.‘치댄다’는 표현이 적확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마저도 사랑이라고 부른다. 박철(47) 시인은 그런 ‘사랑 중독증’ 환자이다. “그동안 해온 일은 사랑이 전부였다.”고 스스럼 없이 말할 정도로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지내왔다. 시인은 동인이라야 달랑 자기 혼자뿐인 ‘우수(憂愁)파’를 자처한다. 모처럼 출간된 연시(戀詩)집 ‘사랑을 쓰다’(박철 지음, 열음사 펴냄)에는 이런 우수파 시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76편이 담겨 있다.1987년 등단 이후 20여년간 써온 사랑시들인 만큼 한 시절 두루 걸치는 사랑이 있다. “우리가 사랑을 퍼다가/산을 만들고/그 위에 집을 짓고 산다면/그대, 신림동이나 봉천동/꼭대기쯤에 살겠네//(‘산’ 가운데) 사랑을 퍼다가 산동네를 만들겠다니, 도대체 지금 이 땅에 사랑이 그렇게 지천에 널려있다고 믿는 시인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시인은 “흔들리는 그네의 몸짓 하나, 한밤의 클랙슨 소리, 국밥집의 불빛조차도 오늘로서 영원히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니 사랑하고 배기지 못하겠다.”고 토로한다. 연시집에는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온갖 사랑이 다 담겨 있다. 특히 시인의 사랑시에는 돌아오길 기다리는 말이 많다. 시인은 “사랑은 기다림이며 기다림은 희망이며 희망은 내가 살아가는 힘의 전부”라고 말한다. 슬픔에서 희망의 메아리를 듣는 역설을 담아 ‘슬프므로 슬프지 않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아내의 심부름으로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를 찾아가다가 한번은 맥주를 마시고, 한번은 재스민 화분을 사들고 온 일상을 노래한 대표작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를 통해 힘든 일상을 따뜻하게 위로해 줬던 시인은 이번에도 찌든 일상에 안개 같은 아련함을 선물하고 있다. 1990년대말 없어진 서울 탑골공원 뒤편 ‘탑골’에서 시인은 멋들어지게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곤 했다. 그러면 소설가 현기영 선생 등이 나와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이제 영 볼 수 없게 됐지만 아직도 문인들에게는 시인의 음악적 재능(?)이 종종 화젯거리로 등장하곤 한다. 97년 ‘현대문학’을 통해 소설가로도 등단한 시인은 지금까지 시집 6권과 각각 한권씩의 소설집과 콩트집을 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책꽂이]

    ●입술(이명랑 지음, 문학동네 펴냄) 서울 영등포시장의 삶의 활기를 구성진 입담으로 들려주던 작가가 등단 10년 만에 낸 첫 소설집.‘꽃을 던지고 싶다´ ‘삼오식당´ ‘나의 이복형제들´ 등 작가가 발표한 장편소설은 모두 영등포시장을 배경으로 했다.`하현´ ‘미니 초코파이´ ‘래 날래 까우리로 까이라?´ 등 9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시장´을 다룬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로 나뉜다. 시장의 소멸 속에서 작가가 새롭게 찾은 문학적 영토가 엿보인다.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우울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화해´와 ‘용서´이다. 작가는 “왜 쓰는지 더는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야말로 저 ‘삼인칭의 세계´로 나는 곧장 걸어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삼인칭의 세계´서 만날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각오로 들린다.9500원.●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김서령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창작집. 등단작인 ‘역전다방´과 표제작 등 9편의 단편을 묶었다. 불행이 누적되다 결국 비정한 삶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등 ‘소설의 진정성´을 생각하게 하는 수작들이다. 어린 나이에 천애고아가 되어야 했던 여고 삼수생(작은 토끼야…), 아이와 헤어져 살아야 하는 다방 여종업원(역전다방), 아이를 언니에게 떠맡기고 새 삶을 찾아 먼 나라로 떠나간 젊은 엄마(무화과 잼 한 숟갈) 등. 때로는 ‘신파적´인 작품속 인물들을 작가는 서로 마주치게 하고, 서로 기대어 살도록 만든다. 섬세한 사건들과 심리묘사로 인물 각각의 개체적 특이성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작가적인 힘이 넘친다.9800원.
  • “님은 갔지만 우리엔 거울 같은 존재”

    “님은 갔지만 우리엔 거울 같은 존재”

    “저뉘는 어드메련가. 믈옥(수정)으로 순정하였으므로 아릿다운 글지(작가)였거늘, 아지못게라(알 수 없어라). 비롯됨도 없고 마침도 없음이여. 그대의 나그넷길 소솜(잠깐)하였다 누가 말하는가.…해는 져서 달이 뜨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뵤-뵤-(새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도는 모양)산 새 한 마리 갑션무지개(쌍무지개) 사이로 날아가누나. 창밖의 흙바람 소리 들으며 천근번뇌를 보태고여.” 서른넷의 나이로 요절한 소설가 고 김소진(1963∼1997)씨의 묘비에는 ‘월헝청(옆눈 팔지 않고 후다닥 닿듯이 걸어가는 모양) 어디로 가시는가’라는 제목의 비문이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로 적혀 있다. 적지 않은 문단지기들이 우리 문학에서의 ‘김소진 부재’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김씨 10주기를 맞아 동료 및 선후배 문인 30명이 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글을 엮었다. 추모문집 ‘소진의 기억’(문학동네 펴냄)은 그렇게 태어났다. “통유리창에 내리는 비는/아무것도 내리지 않고/전망을 가로막는 아파트 몇 동도/그 끄트머리 산등성이도/저 아래/가로수도 우산도 자동차도/골목길도 내리지 않고/무거운 것이 스스로 내려앉으며/흐려지는 것이다.//천둥 번개 다 지나고 헐벗은/한 여인이/남는 것처럼.//김소진,/죽은 지 십 년.//이 놀라운 기적./” 시인 김정환씨는 이렇게 ‘김소진 죽은 지 십년’을 아쉬워했고, 김기택, 신현림, 이진명, 장대송, 장철문, 안찬수씨 등이 시를 보탰다. 소설가 이혜경씨는 산문에서 생전 한번도 본적 없는 김소진을 꿈속에서 두번이나 만난 기억을 소개하면서 그에게 ‘쐬주’ 한 잔을 바치고 싶다고 토로했다. 소설가 천운영씨도 자신의 습작 ‘쥐덫’과 김소진의 등단작 ‘쥐잡기’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그와의 ‘인연’에도 불구하고 단지 자신은 김소진이 아닌 그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만 만났다며 아쉬워했다. 소설가 전성태, 권여선, 조헌용, 윤성희, 김중혁씨 등은 소설을 헌정했다. 절친한 동료였던 안찬수, 정홍수, 진정석씨 셋이 엮은 추모문집에서 편자들은 ‘김소진 소설’이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어떤 편향과 맹목을 되비쳐 주는 하나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7년 현재 시점에서 김소진을 다시 읽어보는 일은 의례적인 추모행위를 넘어 한국소설의 좌표를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당대적 실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소진은 1991년 ‘쥐잡기’로 등단한 이후 6년 동안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글을 썼다. 네 권의 소설집과 장편 2권, 한 편의 미완성 장편, 콩트집 2권, 동화 1권, 산문집 1권 등을 남겼다. 작품들은 대부분 중심에서 배제된 주변적인 것들에 대한 본래의 애착과 공감을 담았다. 그가 타계한 4월22일 하루 전인 21일 낮 경기도 용인공원묘원 그의 유택에서는 문우들이 모여 또다시 그를 추모했다. 김정환 시인의 추도시 발표에 이어 등단작 ‘쥐잡기’와 유작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를 후배 작가들이 낭독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책꽂이]

    ●비가 오지 않는 도시(톄닝 지음, 김태성·이선영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 중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소설가이자 여성 최초로 중국작가협회 주석(회장)이 된 톄닝(鐵凝)이 쓴 대중소설. 작품 주제는 불륜. 욕망과 갈등, 애증이 뒤섞인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사실적으로 풀어냈다.‘혁명문학’의 대명사로 꼽히는 루쉰 이래 줄곧 거대담론을 추구해온 중국문학이 1990년대 들어 점차 일반 대중독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작품을 추구해 나가는 과도기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원제는 ‘무우지성(無雨之城)’.●문학사의 새 영역(김윤식 지음, 강 펴냄) 원로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일제말기 한국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해방공간 한국작가의 민족문학 글쓰기론’‘일제말기 학병세대의 체험적 글쓰기론’ 등 세 권의 저서를 통해 ‘조선어학회사건’(1945) 발생 시점부터 해방시기까지의 근대문학을 ‘이중어 글쓰기’로 규정하며 그 양상을 살핀 바 있다. 이 책은 이전의 연구서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한 글들을 묶은 것.1920,30년대 프롤레타리아문학의 전개양상과 김사량 이효석 한설야 황순원 이주홍 등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명한다.1만 6000원.●포르투나의 미소(레베카 가블레 지음, 박종대 옮김, 이레 펴냄) 100년 넘게 계속된 영국과 프랑스의 왕권 전쟁인 백년전쟁을 배경으로 영국 백작의 아들 로빈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장편. 로빈의 시각을 통해 영국 정치사의 대사건들을 역사책 못지않게 정밀하면서도 풍부하게 복원해 냈다. 포르투나는 행운의 여신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케와 동일시된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티탄 신족인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오케아니데스의 하나로 간주되지만, 제우스의 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4권. 각권 1만 500원.●애니멀 크래커스(한나 틴티 지음, 권영미 옮김, 문학동네 펴냄) 인간 내면에 숨겨진 섬뜩한 폭력성을 들춘 단편 모음집. 정신적 외상에 하루하루 병들어 가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온전한 인간관계를 누리지 못하고 공허한 삶을 살아간다. 작가는 2004년 미국 최대 서점인 반스앤노블이 발굴한 우수신인작가. 이 작품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헤밍웨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는 “이 소설집은 인간의 불화에 관한 이야기”라며 “내용이 어둡고 기묘하지만 가장 냉혹한 곳에서도 희망과 사랑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표제작을 비롯,‘그해의 히트맨’‘토크 터키’‘갈루스, 갈루스’‘미스 월드론의 붉은 콜로부스 원숭이’ 등의 작품이 실렸다.9500원.
  • 20년만에 불러본 ‘가리봉동 아리랑’

    “퇴근길은 몹시 춥다. 회사는 1공단에 있고, 그래서 다른 이들은 거의 1공단 근처에 방을 얻어 살고 있었으나 우리들의 외딴 방은 3공단에 있다. 그곳에 전철역이 있기에. 그 전철을 타고 큰오빠는 동사무소에 가야 하고 셋째오빠는 학교에 가야 하기에. 그날 따라 외딴 방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춥다. 내일부터 노조원들은 잔업 거부인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외사촌과 나는 떨고 있다.”(신경숙의 ‘외딴 방’ 가운데)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카페. 소설가 신경숙(사진 왼쪽)씨와 방현석(오른쪽)씨가 독자 30명과 함께 자신들의 작품배경이 됐던 가리봉동 일대를 둘러보고 자리를 잡았다. 이어 기타리스트 신해원씨의 연주를 배경으로 신씨는 ‘외딴 방’, 방씨는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 가운데 ‘새벽출정’의 일부를 직접 낭송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뜨거운 토론. 독자들은 작품의 배경을 가리봉동으로 정한 이유와 작품 속에서 풀어내고자 했던 내면의 세계가 무엇인지 작가들에게 묻고, 작가들은 젊은 날 자신들에게 다가왔던 가리봉동의 의미를 진실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작품이 태어난 지 20여년이나 지난 뒤여서 이미 ‘구로공단’은 디지털단지로 ‘환골탈태’된 상태다. 하지만 작가와 독자들은 가리봉시장, 가리봉 5거리, 가산디지털단지역 등을 함께 걸으며 문학의 현장을 몸으로 느꼈다.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서울 속 문학투어’의 첫번째 행사인 ‘문학, 다시 가리봉동을 가다’는 이렇게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문학적 배경이 되는 서울의 특정 지역공간을 작가와 독자가 함께 찾아 그곳의 문학적 의미를 되새기고, 작가와 독자가 문학의 현장에서 직접 소통함으로써 문학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사이다. 인천에서 노동자 생활을 한 방씨의 등단작 ‘내딛는 첫 발은’은 구로공단을 배경으로 80년대 후반 노동자의 현실을 비장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신씨의 장편 ‘외딴 방’에는 낮에는 여공으로 밤에는 산업체고등학교 학생으로 살아야 했던 작가 자신의 체험 등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외딴 방’에서는 80년대 중반의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가리봉동과 구로공단은 두 작가에게 젊은 시절의 열정과 고통을 함께 앓게 한 공간인 셈이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작가 은희경씨 5년만에 새소설집 ‘아름다움이… ‘ 출간

    작가 은희경씨 5년만에 새소설집 ‘아름다움이… ‘ 출간

    손에 착 달라 붙는 소설책을 만날 때가 있다. 마침 그런 때가 요즘처럼 봄볕 가득한 날이라면 독자들은 생각한다.“아! 행복한 봄날이어라….” 소설가 은희경(48)씨가 5년 만에 새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창비 펴냄)를 냈다. 중간에 나온 장편 ‘비밀과 거짓말’(2005년)에서부터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1990년대의 은희경 작품이 ‘냉소’를 표방한 것과는 달리,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6편의 중·단편들은 대부분 물음표를 달고 있다.‘고독’이 짙게 깔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표제작은 지난해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에까지 올랐던 작품이다.35번째 생일날,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보티첼리에 의해 탄생한 ‘비너스’로 대표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현실에서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부정이 음식에 대한 거부와 연결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연작시 ‘두이노의 비가’에서 언급한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에서 소재를 차용했을 법하다. 이 작품은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던 어린 시절부터 뚱보였던 주인공이 죽음이 임박해 연락해 온 아버지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하는 대목부터 시작한다. 떠났던 아버지를 돌아오게 하는 방편으로 다이어트를 선택한 것이다. 마침내 10㎏ 이상을 빼는 데 성공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비너스의 탄생’을 유품으로 남기고 이미 작고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영안실을 찾는 주인공이 선택한 옷은 맞지 않게 돼버린 한벌밖에 없는 검은색 정장이었고, 그는 망설임 끝에 주억거리며 밥을 우겨넣는다.‘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자신을 멸시한다며. ‘고독의 발견’에 등장하는 만년고시생 K도 고독한 것은 마찬가지다. K는 생일날 찻집에서 몽환적인 노래를 들으며 잠에 빠졌고, 그 뒤에 마치 꿈처럼 묘한 일들이 이어진다. 한 사내가 나타나 W시의 여관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W시에서 마치 젤소미나와 같은 난쟁이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자신을 여러개로 쪼갤 수 있다고 말하며 K를 스스럼없이 대한다. 다시 꿈에서 깬 K는 삶을 관통하는 거대한 고독을 발견하고 소리없이 오열한다. 가장 최근 작품인 ‘의심을 찬양함’에서는 현실의 우연과 필연의 통계학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평론가 신형철은 “질문과 고민이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인 채로 아름답고 낯설고 끝내 허망하기까지 하다.”고 이번 소설들을 풀이했다. 작가는 “내 머릿속에 가득차 있는 상식적인 생각들을 밀치고 진짜 생각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나 자신의 근육을 사용해야 했다.”고 토로했다.228쪽,98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책꽂이]

    ●정신분석 시론(이승훈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정신분석을 매개로 한 자아해방의 글쓰기에 관한 성찰을 담은 시론집. 저자(한양대 국문학 교수)는 자아해방이란 자아를 의식의 감옥, 언어의 감옥, 현실의 감옥에서 풀어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시를 자아찾기-자아소멸-자아불이(不二)라는 세 명제로 요약해 설명한다.2만 5000원.●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 등 옮김, 민음사 펴냄) 영국 여류소설가 조지 엘리엇(본명 메리 앤 에번스)의 장편소설. 전통사회에서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해 가는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한 마을을 무대로 진취적 여성 매기와 가부장적인 인물 톰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그렸다. 빅토리아시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비판한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악마는 우리를 유혹하지 않는다. 우리가 악마를 유혹하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신념이 녹아 있다. 전2권 각 1만원.●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창해 펴냄) 소설 ‘맹스피드 엄마’로 일본 아쿠다가와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집.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무대는 도쿄 옆의 도시 사이타마. 작가는 이곳을 “도쿄와 닮았지만 어딘가 개성이 부족한 도시”라고 말한다. 제목은 자메이카 가수 밥 말리의 노래 ‘No Woman No Cry’에서 따왔다.9000원.●오이디푸스의 숲(강유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0년대 새로운 한국 소설의 지형을 살핀 평론집. 어머니를 아내로 취하고 그 사이에서 형제이자 아들인 아이를 낳은 패륜아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가 저지른 패륜을 “호명 불가능한 양가적 존재를 양산해낸 것”으로 규정하는 저자는 2000년대 문학을 눈먼 오이디푸스와 같다고 말한다.‘용서라는 이상과 자기 구원의 서사-공지영’ ‘지극한 반복, 중독의 미학-성석제’ ‘냉소라는 서사적 생존전략-은희경’ 등의 글이 실렸다.1만 6000원.●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알랭 마방쿠 지음, 이세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아프리카 콩고 출신 환상문학 작가의 장편소설. 콩고의 ‘외상은 어림없지’라는 술집과 그 술집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기이한 인생을 그렸다.1998년 첫소설 ‘파랑-하양-빨강’으로 ‘검은아프리카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철학적인 아프리카 우화를 통해 사회현실을 비판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시킨다는 평.9000원.
  • [부고] 소설가 김지우씨 별세

    소설가 김지우 씨가 2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뇌부종으로 별세했다.44세.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2000년 단편 ‘눈길’로 제3회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했으며 2002∼2005년 문예창작사이트 ‘아트앤스터디’에서 소설창작을 강의했다.2005년에는 결핍된 조건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들춘 첫 소설집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창비)를 출간했다.빈소는 강남성모병원 영안실 7호실, 발인 26일 오전 6시30분.(02)590-2609.
  • 우리의 五感은 건강한가

    “깨어 있는 동안에도 나는 자주 일종의 백일몽에 빠져들곤 했다.…내가 이를테면 나 자신이 몽타주 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온전히 우리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오감(五感)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소설가 최수철(49)씨의 새 소설집 ‘몽타주’(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작가가 2년 전 발표한 장편 ‘페스트’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철저하게 주제의식을 먼저 갖고,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 쓰고 있다. 요즈음의 ‘스토리텔링’식 소설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세태적인 이야기로만 읽으면 중구난방이고, 수미일관도 안돼 있지요. 하지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주제라면 소설로 쓸 필요없는 것 아닌가요. 결말은 결국 독자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표제작 ‘몽타주’를 비롯 ‘메신저’ ‘확신’ ‘창자 없이 살아가기’ ‘진부한 일상’ ‘채널 부수기’ ‘격렬한 삶’ ‘첫사랑에 관하여’ ‘거인’ 등 9편의 중·단편들은 모두 감각과 관련된 주제를 담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환각하거나 망상하고, 오감에 민감하다. 하지만 작가는 “감각은 굴절된 것”이라고 단언한다.‘몽타주’에서 몽타주 화가 ‘윤세화’가 증언들을 통해 그려낸 범인의 얼굴은 바로 자신이었다. 세상이 ‘윤세화’ 자신을 몽타주해준 것이다. 물 속에 들어 있는 올곧은 대나무가 구부러져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백지 한 장보다도 못한 간격밖에 없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에게는 정신병 환자나 정상적인 사람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건강한 감각이란 자기 감각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봅니다.”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어렵고, 과장돼 있다는 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야기에 집중하는 소설은 예술이 아니다.”라면서 “문학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문학을 복권시키기 위해서는 애당초 문학이 가졌던 예술로서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가는 또 “독자들은 소설을 100% 이해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소설이 쓰여진 시간의 1000분의1의 속도로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다분히 일본 대중소설류를 편식하는 독자들에 대한 외침이다.“문학청년 시절 누구나 러시아 고전 등을 두번 세번 읽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독자들은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독자들이 뭐라 하든 저는 제 작품을 계속 쓸 겁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종성 소설집 ‘연리지가 … ’

    1986년 중편 ‘검은 땅 비탈 위’로 등단한 소설가 김종성(55)은 환경·생태 문제를 화두로 작품 활동을 해온 중견 작가다. 소설가 박태순이 “태백산 탄광촌에서 ‘평지돌출’해 문학광원으로 일어선 입지전적인 작가”라고 평했듯, 그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현실을 채굴하는 ‘문학지질학’적 탐사작업을 벌여왔다. 작가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다. 경기도 용인의 전원아파트에 입주했는데,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각종 환경 문제를 보고 직접 마을의 환경운동에 참여하게 된 것. 그렇게 사회생태론에 천착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써낸 환경·생태 소설만도 10편이 넘는다. 김종성의 환경생태 소설집 ‘연리지가 있는 풍경’(문이당 펴냄)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6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연리지가 있는 풍경’은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작품. 작가는 자기 이익에만 골몰하는 현대인의 이기적인 행태를 두 나무 가지가 하나로 이어져 자라는 연리지(連理枝)의 ‘협력의 미덕’에 빗대어 고발한다. 이윤 창출을 위해선 어떤 일이든 서슴없이 자행하는 기업의 만행을 폭로한 ‘일요일은 지킵니다’, 오염된 폐광촌을 놓고 벌이는 종교단체와 기업의 비리와 위선을 꼬집은 ‘열목어’ 등 6편의 작품에는 작가의 사회의식이 오롯이 녹아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책꽂이]

    ●모파상의 행복(기 드 모파상 지음, 최내경 옮김, 대교베텔스만 펴냄) 1850년 프랑스 노르망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모파상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친구인 플로베르로부터 문학수업을 받았다.19세기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에서 에밀 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파상. 그의 단편은 극적인 구성을 통해 강렬한 인상과 여운을 남긴다. 톨스토이가 극찬한 ‘단편소설의 대가´ 모파상의 단편선집.‘비곗덩어리’‘어떤 정열’‘몽생 미셸의 전설’ 등의 작품이 실렸다.8800원. ●원본 김소월 시집(김용직 지음, 깊은샘 펴냄) 맞춤법통일안이 나오기 전 옛 철자로 매문사에서 간행된 ‘진달래꽃’ 초간본 수록작 130여편을 원본 그대로 실었다. 저자(서울대 명예교수)는 “감미로운 애정시만 써온 것으로 알려진 소월의 시 중에는 민족의식이 내포된 것도 있다.”고 말한다. 한 예로 소월의 시 ‘왕십리’ 가운데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라는 부분 중 마지막 행은 시인의 “식민지 상황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1만 2000원. ●아침은 언제 오는가(이학규 지음, 정우봉 옮김, 태학사 펴냄) 낙하생(洛下生) 이학규는 정약용과 같은 남인계 실학파 문인으로, 두 집안은 대대로 혼인관계를 맺어 두터운 관계를 이뤘다.1801년 신유사옥이 일어나자 이학규는 외삼촌 이가환,9촌 숙부 이승훈, 인척 정약용 형제 등과 함께 감옥에 갇히게 됐다. 이학규는 경남 김해에서 32세부터 56세까지 24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다. 이 산문집에는 그 때의 답답하고 울울한 심사와 삶에 대한 애상, 한아한 정취 등이 담겼다.‘태봉석(泰封石)으로 만든 붓걸이’‘금계(錦鷄)의 둥지’‘남포 유람기’ 등의 글이 실렸다.9000원. ●바람에 휘날리는 비밀 시트(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시공사 펴냄) 무쿠 하토주 아동문학상, 노마 아동문예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한 저자가 성인을 대상으로 펴낸 소설집. 불상의 관능적 아름다움에 매료된 불상 복원가, 버려진 개를 보호하는 자원봉사자 주부 등 개성넘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하찮게 보이는 가치가 어떤 이들에겐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2006년 나오키상 수상작.1만 1000원.
  • 이인화 단편집 ‘하늘 꽃’ 몽골어 출판

    소설가 이인화의 단편집 ‘하늘 꽃’이 몽골에서 번역, 출판됐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의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으로 현지에서 출판된 소설집에는 표제작 외에 ‘시인의 별’ ‘려인’ 등 모두 3편이 실렸다. 서울대에서 한국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몽골인문대학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에르덴 수렝 다와삼보가 번역했다. ‘하늘 꽃’은 몽골 남자와 고려 여자의 사랑 이야기로 600여년전의 고문서인 ‘조선사찰자료 추보편’에서 발견된 사랑 고백을 단초로 삼았다.13세기 고려와 몽골을 배경으로 당시의 국제관계 및 사회상이 잘 묘사돼 있는 작품이다. 에르덴 수렝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만 치우쳐 있는 몽골인들의 한국에 대한 동경과 애정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모티브로 이 작품이 충분한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측도 “앞으로 몽골에서 한국문학의 번역 출판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동안 영상물과 상업성 짙은 문화예술 중심의 한류 열풍이 문학 분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책꽂이]

    ●해월(허수정 지음, 도솔오두막 펴냄) 해월 최시형은 일자무식 까막눈으로 동학에 입도한 지 2년 만에 법통을 전수받고 40년을 하루도 쉴 틈 없이 도망다니며 ‘최 보따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쫓기는 삶을 사는 가운데서도 항상 새끼를 꼬고 나무를 심었고, 제자가 감옥에 들어가면 자신도 이불을 덮지 않고 냉방에서 잠을 자는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해월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 향아설위(向我設位, 자기를 향해 제사상을 차려라), 천지부모(天地父母, 하늘과 땅이 나의 부모다),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 등 해월의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 2권 각권 9500원.●댈러웨이 부인(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세기 영미문학사에서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의식의 흐름’ 기법의 대가로 꼽히는 작가의 대표 소설.1923년 6월 어느 날 우아하고 활기 넘치는 한 귀부인이 파티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첫사랑의 방문을 받고 수십년 전 옛 시절을 회상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인공의 의식을 치밀하게 조명하며 고독,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7800원.●겐지모노가타리의 세계(히나타 가즈마사 지음, 남이숙 옮김, 소화 펴냄) 11세기 초엽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여인이 쓴 ‘겐지모노가타리’는 단테의 신곡보다 300년, 셰익스피어의 희곡들보다 600년, 춘향전보다 700년이나 앞서 씌어진 일본 최고의 고전. 기리쓰보 천황으로부터 히카루 겐지, 가오루에 이르는 여러 대에 걸친 이야기인 만큼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800여수의 와카도 실려 있다. 소우주와도 같은 ‘겐지모노가타리’의 이해를 돕는 안내서.7500원.●로미오와 줄리엣(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 등 옮김, 달궁 펴냄)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다. 영국 시인 아서 브루크의 시 ‘로메우스와 줄리엣의 슬픈 이야기’(1562)에서 비롯됐다거나, 고대 로마 작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실린 ‘피라모스와 티스베’ 이야기에서 비롯됐다는 설 등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른 어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널리 알려지고 오래 사랑받아 왔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신세대 감각에 맞게 새롭게 우리말로 옮겼다.1만원.●동자승 말씀이 기가 막혀(문형렬 지음, 도솔 펴냄) 소설집 ‘슬픔의 마술사’, 장편 ‘바다로 가는 자전거’ 등의 작품을 펴낸 작가의 신작 산문집. 불교적 소재를 차용한 30편의 우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성찰한다. 공부는 가르쳐주지 않고 솥 거는 연습만 시키는 스승의 이야기를 통해 ‘인연’의 의미를, 쌈짓돈을 훔쳐가는 자식을 몰래 지켜보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헤어짐의 의미를 살핀다.9500원.
  • 3년만에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 낸 윤대녕

    3년만에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 낸 윤대녕

    그의 이야기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일상적인 ‘관계’들이 등장하지만 상투적이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사의 진실에 귀착시키는 힘이 있다. 소설가 윤대녕(45)이 3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창비 펴냄)에 수록된 8편의 중·단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으니 올해로 그의 문학 연조도 17년째에 접어들었다. 중견소설가라는 호칭이 전혀 낯설지 않을 만한 세월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새롭다. “문학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 때가 있었습니다. 벼랑 같은 것이랄까요. 체념 반, 희망 반으로 제주도에 내려갔는데 거기서 바다도 보고 하면서 문학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윤대녕은 2003년 4월 돌연 제주행을 단행했다. 그의 말마따나 ‘체념 반, 희망 반’으로 결정했다. 머릿속에서만 빙빙 돌 뿐 구체화시키지 못하는 많은 글들 때문에 당시 그는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2년후인 재작년 4월 상경했다. 보따리에는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고래등’과 ‘탱자’ 두 편밖에 들어있지 않았지만 가까스로 글을 되찾았다는 게 위안이 됐다. 그는 소설집 말미에 “나는 문학이 왜 내게 문학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새삼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당시의 심경을 적었다. “대중에 맞춰 쓰는 글은 소설일 뿐 문학이 아니다. 대중적으로 소외되더라도 문학을 하겠다.”는 소신은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나온 듯하다. 그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한 표제작 ‘제비를 기르다’를 포함한 몇 편은 지난해 여름 원주 토지문화관에 틀어박혀 건져올렸다. 표제작은 철마다 제비를 따라 집을 나가는 어머니, 그 때문에 고독에 병든 아버지, 그런 정서 탓에 어려서부터 고독을 짊어진 나, 그리고 아버지의 여자와 내 여자인 두 명의 ‘문희’에 얽힌 30여년간의 이야기이다. ‘편백나무숲 쪽으로’는 다섯살 때 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 35년 만에 간경변과 간암을 얻어 돌아와 곧바로 어딘가로 다시 떠난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처럼 이번 작품들에서도 아버지, 어머니, 고모, 아내 등 각종 ‘관계’가 주요 모티브이다.‘관계’들의 헤어짐과 죽음, 눈물들은 쓸쓸하고 힘들지만 여전히 따뜻하다. ‘관계’들을 풀어나가는 윤대녕만의 독특한 힘이 있어서일까. 소설가 신경숙은 “내가 너무 일상적이 되어가는 거 아닌가, 관계들이 이렇게 시시할 수가 있나 좌절감이 들 때, 일부러 그의 소설들을 찾아 읽는다.”고 말한다. ‘문학의 위기’ 담론에 대해 새 소설집을 낸 윤대녕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우리 소설은 적어도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닙니까.‘문학의 위기’를 확대 해석하기 전에 비평가를 포함해 작가들이 긍정적인 꿈을 이야기해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나 작가의 ‘소통’이 더 많아져야겠지요.”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위기의 한국소설

    ‘퇴원’(이청준),‘용꿈’(원종국),‘눈부처’(박소연),‘킬러리스트’(노희준),‘캐비닛’(김언수),‘호모엑세쿠탄스’(이문열),‘그곳에는 눈물이 모인다’(이상섭),‘유혹’(마광수),‘참말로 좋은 날’(성석제) 최근 한 달여 동안 출간된 ‘한국소설’ 목록이다. 그나마 절반 가까이는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반면에 번역소설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루 2∼3권씩 꾸준히 서점가 소설 코너를 장식한다. 토지, 태백산맥, 혼불 등과 같은 예전의 양감 있는 대하소설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도 없다. 대신 그 자리를 감각적인 일본소설 등 번역소설이 빼앗았다. 소설가 박민규는 얼마전 한국문학 또는 한국소설의 위기에 대해 “×까라 마이싱이다.”라고 일축했다지만 “한국소설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은 문학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도대체 한국소설의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일단 세상과 독자들의 취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모두 다 공감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지구촌의 감각적인 문화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무거운 주제와 서사에 천착했던 예전의 창작 방식으로는 독자들의 눈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애란, 박민규, 김종광, 박현욱 등의 실험성 강한 작품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학 교육의 규격화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최근에 등단하는 작가의 상당수가 단편 중심으로 교육을 받는 문예창작과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편으로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전체성을 그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대상이 단편에 국한돼 있고, 수백종의 문예지들이 장편보다는 단편 생산을 독려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가인 김언수는 “일년 동안 오로지 작품(캐비닛)을 쓰는 데만 매달렸다.”면서 “친구가 매달 지원해준 50만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문열, 황석영, 조정래 등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장편 창작의 시간적·물적 토대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한국소설의 부활 가능성은 없는가? 일단은 젊은 작가들의 당찬 행보와 기성 작가들의 부단한 자기갱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문단에선 입을 모은다. 창작지원 시스템을 장편으로까지 확대, 작가들이 생계 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장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이들이 문단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제3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천사는 여기 머문다’(전경린)를 선정하면서 “통속적 소재도 작가의 능력에 따라 어떻게 소설적 미학을 구현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소설의 부활은 결국 작가들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소설가 윤대녕은 최근 “나는 언제까지라도 ‘문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설의 위기는 작가들의 이런 의지와 독자들의 격려를 통해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31회 이상문학상에 전경린씨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31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소설가 전경린(45)씨가 9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가정폭력과 이혼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여성이 점차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천사는 여기 머문다´이다.권영민 문학사상 편집주간은 “통속적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압축과 이완의 서사 기법을 통해 작가 나름대로 기획하고 있는 소설적 미학에 도달했다.”면서 “특히 인간 내면의 선과 악에 대한 예리한 검증을 심사위원들이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중편소설 `사막의 달´)로 등단한 전씨는 `염소를 모는 여자´ `환과 멸´ `물의 정거장´ 등의 소설집과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열정의 습관´ `황진이´ 등을 발표했다.한국일보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21세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상금은 3500만원.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책꽂이]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 덴마크 출신 여성작가인 저자(본명 카렌 블릭센)의 소설집. 필명인 이자크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이삭(‘웃음’이라는 뜻)에서 따온 것이다. 회고록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널리 알려진 저자는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농장을 운영하다 영국인 탐험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연인을 비행기 사고로 잃고 농장도 1931년 대공황의 여파로 잃은 뒤 본격적인 글쓰기에 나선다. 이 책에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에서 덴마크의 엘시노어까지, 차가운 북해에서 머나먼 인도양까지 사랑을 찾아 방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그 시대의 기사도’ ‘노르데르나이의 홍수’등 7편의 단편이 실렸다.1만 6000원.●열대 우림의 깊은 꿈(말콤 보세 지음, 박현주 옮김, 검둥소 지음) 생태계의 보고인 보르네오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원주민 아이들과 영국 소년이 펼치는 우정을 그린 성장소설. 하늘을 나는 파라다이스뱀, 힘찬 기적소리 같은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는 코뿔새, 붙잡힐 때면 아기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검은 도롱뇽, 표범 중에서도 드문 종류인 구름무늬표범 등 온갖 야생동물과 희귀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생태소설이기도 하다.9500원.
  • 강원 동해 풍속도 해학적으로 묘사

    지방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서울에서 주목받기는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향토문인들은 ‘쥐볕’만큼이나 쬐기 어려운 기회 속에서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지방문단을 지켜나가고 있다. 강원도 동해의 소설가 홍구보(본명 홍준식·53)씨도 그런 향토작가 가운데 한명이다. 지난 1999년 ‘제5회 김유정 소설문학상’ 수상작가인 홍씨는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강원도 토박이다. 그런 그가 강원도 정서가 물씬 풍기는 소설집 ‘조통장 난봉기’(청옥 펴냄)를 최근 출간했다. ‘가자미’ ‘두타산이 준 생일선물’ 등 11편의 중·단편을 모아 펴낸 소설집은 그대로 강원도 동해 주변이 주무대다. 작품마다 두타산, 무릉계곡, 추암·망상해수욕장, 전천 하구, 이기령, 북평중앙시장, 동해항, 송정마을 등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뭐여, 거게. 청승맞게 앉아있는 게?” “앙이요. 그저…. 담배 한대 주소. 웃말 밭에 댕겨오는 거유?”(‘선녀와 나무꾼’ 부분) 강원도 사투리와 속담,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현장언어 등도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영상이 궁금해질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양화 17편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역시 동해에서 활동하는 우의화 화백 그림이다. 작가 홍씨는 “고향살이에서 고향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고향에서 겪었던 사건과 추억들을 재미있게 엮어보려 했다.”고 말했다.326쪽,1만원.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 in] ‘음악작가’ 이적 진화하는 상상력

    지금쯤 음악작가 이적은 뉴욕의 브로드웨이 뒷골목을 거닐며 또 다른 음악적 행보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이달초,“꼭 보고 올 것이 있다.”는 말을 남긴 채 미국으로 훌쩍 떠난 그다. 가수인 그를 굳이 음악작가라 일컫는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그는 1995년 래퍼 김진표와 ‘패닉’으로 데뷔했다. 이후 뮤지션 김동률과 함께 결성한 ‘카니발’과 정원영·한상원·정재일 등이 모인 6인조 밴드 ‘긱스’의 활동을 통해 실험정신과 새로운 음악 화법을 제시함으로써 자기영역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뮤지션으로 손꼽히며 대중의 인기를 누려왔다. 음악작가로 손색없는 면모다. 그동안 이적은 촘촘하게 음악적 지평을 넓혀오면서 2005년에는 그의 음악적 상상력을 증폭시켜 판타지 소설 ‘지문 사냥꾼’을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일련의 작업의 성공이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애초에 문제작 ‘지문사냥꾼’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단편소설 형식으로 발표되었는데, 이 글은 자신의 다음 행보를 예고하듯 차곡차곡 쌓아올린 거대한 설계도면과 같은 것이었다. 단편 소설집 ‘지문사냥꾼’은 그후 오디오 드라마로 대중에게 선을 보이더니 지난주에는 만화로도 출간했다. 이적은 “자라면서 만화가의 꿈은 접었지만, 지금까지도 상상력의 많은 부분은 만화에 빚지고 있다. 만화에 담긴 시각적 상상력, 현실적·초현실적 내러티브, 촌철살인의 풍자와 기발한 유머,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은 문학, 영화 또는 그 어떤 예술과 견주어도 뒤짐이 없다. 나에게 체호프와 심슨 가족은 동격이다.”고 말한다. 이번 몽상만화 ‘지문사냥꾼’ 출간에 대한 감회를 표현했다. 이적은 아울러 ‘지문사냥꾼’이 머지 않아 애니메이션으로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뮤지션답게 ‘지문사냥꾼’의 최종 종착지는 뮤지컬이었던 셈이다.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그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그의 진화하는 상상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음악작가 이적을 볼 때마다 그 상상력의 더듬이가 어디까지 뻗쳐나가 있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그가 걸어온 지난 10여년의 여정을 뒤돌아보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대중문화평론가·www.writerkang.com
  • [책꽂이]

    ●21세기형 변화 경영자 CEO 모세(베른하르트 피셔 아펠트 지음, 엄양선 옮김, 뜨인돌 펴냄) 익숙한 것과의 결별,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한 전진, 고집스러운 실천, 경쟁자와 불확실성에 맞서는 용기…. 노예근성에 젖어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40년간 광야를 유랑해야 했던 모세는 이런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거친 시장의 파도를 헤쳐나가야 하는 CEO들의 상황도 모세의 형편과 다르지 않다.CEO 모세가 제안하는 변화경영 전략의 핵심은 예측하고 소통하며 실천하는 것이다.1만 2000원.●연암 박지원 소설집(박지원 지음, 이가원 등 옮김, 서해문집 펴냄) 연암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기이하다. 똥 푸는 일을 하지만 고귀한 인격을 지닌 엄항수(‘예덕선생전’), 세상을 버리고 신선이 된 김홍기(‘김신선전’), 불우한 삶이지만 유쾌하게 누릴 줄 아는 민옹(‘민옹전’), 기발한 재주로 돈을 모으지만 모두 버리고 가난한 선비로 돌아온 허생(‘허생전’)…. 황당무계한 이야기 같지만 켜켜이 쌓인 비유를 걷어내고 꼼꼼히 들여다보면 주류사회에서 벗어난 이들의 모습 속에는 시대와 불화한 연암 자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짧지만 긴 여운의 소설모음집.8500원.●정의의 여신, 광장으로 나오다(강정혜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 19세기 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로마법의 정신’이라는 저서에서 “로마는 세계를 세번 통일했다. 첫째는 무력으로 국가를 통일했고, 둘째는 정신의 힘으로 교회를 통일했고, 셋째는 중세에 로마법으로 각국의 법을 통일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중세 로마법의 영향으로 오늘날 각국의 법에는 로마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책은 현대 법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대륙법과 영미법의 형성과 차이점 등을 살핀다. 법은 삶을 이해하는 관계의 그물망이다.9000원.●사랑해, 파리(황성혜 지음, 예담 펴냄) 누군가는 “신이 제일 기분 좋을 때 만든 도시가 파리”라고 했다. 그만큼 사랑과 낭만이 있는 도시라는 얘기다. 그러나 파리를 다녀온 사람들은 불평을 늘어놓는다. 파리는 지저분하고 시내는 복잡하며 날씨는 우중충하다. 게다가 파리 사람들은 까다롭고 불친절하다고. 심지어 파리는 “프랑스가 아니라 파리 그 자체의 딴 세상”이라고 말하는 프랑스 사람들도 있다. 파리는 과연 ‘도시 중의 도시’인가, 제멋에 빠진 ‘오만의 도시’인가. 이 책은 그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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