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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그는 바다로 갔다(문성수 지음, 산지니 펴냄) 바다와 인간을 끊임없이 얘기하는 문성수의 소설집이다. 중편 ‘춤추는 나신’과 단편 ‘출항지’ 등 8편의 중단편을 모았다. 문성수는 육지와 바다의 경계인 부산에서 조금은 더 육지에 가깝게 얘기를 풀어나간다. 존재론적 근원의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단편소설의 묘미를 절감케 한다. 1만원. ●책을 처방해드립니다(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김민숙 옮김, 문학동네 펴냄) 스페인의 대표적인 청소년문학상인 ‘엘 바르코 데 바포르 상’을 받은 작품이다. 홍수처럼 출판물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까, 나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이라면 즐겁게 볼 만하다. 판타지와 같은 일종의 미스터리 논리게임이다. 9000원.
  • “엄숙주의 굴레 벗어나 쓰고 싶은 이야기 썼죠”

    “엄숙주의 굴레 벗어나 쓰고 싶은 이야기 썼죠”

    “저는 떠오르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대로 쓴 것 뿐이에요.” ‘빨치산의 딸’의 작가 정지아가 판타지 소설을 썼다. 지난해 소설집 ‘봄빛’ 이후 작품으로 무겁고 진중한 소설을 고집했던 그가 뜬금없이 역사 판타지로 돌아온 것이다. 한무숙 문학상(2008), 오늘의 소설상(2009) 등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문학성을 인정받던 중에 갑작스러운 ‘일탈’이다. 하지만 다들 궁금해할 이유를 두고 그는 정작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을 뿐”이라며 덤덤히 반응했다. 그는 “그동안 마음에 떠오른 이야기는 다양했는데, 스스로의 엄숙주의 때문에 잘라낸 게 많았다.”고 했다. 이번 같은 소재가 떠오르는 게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에 나온 ‘고구려 국선랑 을지소’(랜덤하우스 펴냄)도 2년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봄빛’ 작업을 하면서, 쇠퇴기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의 자료를 모았다. 을지문덕의 손자 을지소를 비롯한 고구려의 엘리트 무사교육기관 국선학당에 모여든 여덟 소년소녀의 모험담이다. 출판사에서는 ‘고구려판 해리포터’라고 했지만, 용이나 마법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 이야기를 서구식 판타지 문법에 끼워 넣긴 싫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물론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쓴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작가는 “단편소설을 쓰면서는 문장 하나를 두고도 몇 날씩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스토리 흐름을 중시하는 작품이다 보니 그럴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쓰고 나니 문장이 허술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한 일에 대한 자신감만은 잃지 않았다. “변절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동안 써온 것들과 주제면에서 달라진 건 없다. 단지 전달하는 방식이 완전 바뀐 것 뿐”이라고 했다. “어떤 방식의 이야기든 이게 다 저를 키워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마무리한 지금 마음에서 떠오르는 대로 써나갈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게 판타지 소설일 수도 역사 소설일 수도 있지만, 무슨 얘기를 다룰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여류작가 9인이 본 아홉색깔 서울

    “나는 아직도 서울이 누군가의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소설가 윤성희) 그녀의 말처럼 서울은 누구에게도 쉽게 고향의 편안함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곳에는 국내 인구 중 4분의1이 살고 있다. 과연 서울은 우리에게 어떤 도시이며,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홉 명의 여성 소설가들이 모였다. 현장에서 왕성한 필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혜경, 하성란, 권여선, 김숨, 강영숙, 이신조, 윤성희, 편혜영, 김애란이 모여 서울을 테마로 한 소설집을 낸 것.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강 펴냄)는 아홉 작가가 그려내는 아홉 가지 서울의 모습을 담았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편혜영이 쓴 ‘크림색 소파의 방’의 주인공 가족처럼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퍼붓는 비에 고장난 와이퍼’로 서울로 향하고 있다. 길은 평탄하지도 않다. 비가 쏟아지는 날, 정체 모를 사내들이나 짐승들에게 길이 막힌 채 오도가도 못하며 어두운 국도에서 밤을 보내기도 한다. 갖은 고생을 하고 상경해도 그 앞에 펼쳐지는 건 희망뿐이 아니다. 중심을 향해 왔지만,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앞에는 결국 변두리 인생이 놓여 있다. 하성란은 이곳 사람들이 중심으로 가기 위해 ‘늘 반쯤 뛰고 있으며 어깨나 머리가 채이고 발이 밟히는 일도 허다하다.’(‘1968년의 만우절’)고 썼다. ‘거짓말의 도시’인 서울에서 변두리 인생들이 ‘눈뜨고 코 베이지 않기’ 위해서는 역시 자신들도 거짓말을 무기로 삼아야만 한다. 소설 속 아버지는 상경 직후 남산에 올라 발밑에 서울을 두고 큰소리를 치던 사람이다. 하지만 평생을 아내에게까지 나이를 속여가며 살아온 그는 틀림없는 서울의 변두리 인생일 뿐이었다. 서울 속 변두리 인생들은 북촌(이혜경, ‘북촌’)에도, 망원동 다세대 주택(김숨, ‘내 비밀스런 이웃들’)에도, 한강변 오피스텔(권여선, ‘빈 찻잔 놓기’)에도 살고 있다. 강변북로(강영숙, ‘죽음의 도로’)를 달리고, 한강의 밤섬(이신조,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을 거니는 이들은 서울이 불안하고 초조해도 떠날 수가 없다. ‘서울은 그들과 가장 닮은 도시이기 때문이다.’(편혜영) 작가들 스스로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이 ‘다른 도시에 비해 비문학적으로 보이는 게 안타깝다.’며 출판 제안을 해 책이 나왔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김영찬 계명대 교수는 “지금껏 서울을 이야기한 작가는 ‘서울, 1964년 겨울’의 김승옥 정도였다.”면서 “아홉 편의 글은 안간힘과 희망, 서울에 대한 안타까운 애증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인간 본성 밝히는 소설 쓰고 싶다”

    “인간 본성 밝히는 소설 쓰고 싶다”

    11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일본 소설가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농담처럼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을 밝히는 대하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대하소설을 쓰기에는 아직 앳된 서른 두살의 젊은 작가. 그는 수시로 자신의 유머감각을 자랑했다. 하지만 발랄함과는 달리 그는 어떤 젊은 일본 작가들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일상적 서사보다는 죄, 악, 절망 등 삶의 본질적 문제를 잘 다루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과 일본의 문예지에서 공동연재되다 다시 단행본으로 공동출간된 소설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이룸 펴냄)도 사형을 소재를 다룬다. 일본도 한국 못지않게 사형 제도 찬반론이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작가는 스무살에 사형수가 된 주인공을 내세워 사형과 생명문제, 인간의 내면 등을 그렸다. 그는 “생명과 죽음의 문제를 지난 7년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사형은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이 작품을 쓴 의도를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오는 5월 국민배심원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그의 작품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나카무라는 한국에서 2005년 이쿠타가와 상 수상작 ‘흙속의 아이’가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페스티벌’에도 참여했다. 당시 여러 한국 작가를 만났다는 그는 ‘헝그리 정신’이란 말로 한국 작가를 정의하며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의지가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카무라의 한국 문학 사랑도 특별하다. 그는 취재진에게 요즘 읽고 있는 작품집이라며 일어로 번역된 한국 단편 소설집을 꺼내 보였다. 공지영, 신경숙, 김형경 등 여성작가들의 단편집이었다. 그는 “한국을 배경으로 일본에서 한국에 도망쳐 온 일본인이 겪는 에피소드를 소설로 쓰고 싶다.”고도 했다. 나카무라는 이날 오후엔 동국대에서 문학강연회을 갖고 12일 귀국한다. 현재 그는 빈부격차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 문제를 소재로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카무라 소설의 한·일 공동 연재를 주도한 이룸 출판사는 역시 한국작가 작품의 한·일 공동연재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판사 관계자는 현재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등을 일본문예지 문예춘추, 신조 등과 협의해 공동 연재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태백산맥’ 200쇄·700만부 돌파

    ‘태백산맥’ 200쇄·700만부 돌파

    소설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해냄 펴냄)이 200쇄를 돌파했다. 1997년 3월에 100쇄를 넘어선 이후 12년 만이다. 태백산맥은 1983년 9월 ‘현대문학’에 처음 연재를 시작, 1989년 전 10권이 완간됐다. 원고지 1만 6500장 분량으로 ‘20세기 한국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소설’, ‘문학평론가 47인이 뽑은 1980년대 최대 문제작’ 등의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국내 저작 가운데 200쇄를 돌파한 것은 조세희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에 이어 두번째이다. 조씨는 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0쇄, 700만권과 지금의 조정래는 독자들이 만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나는 다른 작가들보다 사회적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면서 “삶을 정리할 때가 되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씨와 태백산맥은 시련도 많았다. 빨치산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 때문에 조씨는 연재를 시작하면서부터 대검찰청을 드나들어야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책을 읽었기에 책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대검의 판결이 난 이후에도 보수단체의 고소고발은 끊이지 않았다. 법적 문제는 2005년에서야 해결됐지만 조씨는 지금의 한국 정치가 그때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비판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를 퇴행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소설가 김훈은 “신군부의 공안정치가 극에 달한 80년대 이 소설이 나왔을 때는 작가의 목숨조차 위태로웠다.”면서 “이 작품이 살아남아 200쇄를 낸 건 순전히 소설 자체와 그에 열광한 독자들의 힘”이라고 거들었다. 조씨는 현재 아이들을 위한 위인전을 집필하고 있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장편소설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소년판 태백산맥도 곧 출간할 계획이다. 글ㆍ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더욱 원숙해져 돌아온 ‘바다의 작가’ 한창훈씨

    더욱 원숙해져 돌아온 ‘바다의 작가’ 한창훈씨

    그의 소설을 읽으면 적당히 그을려 억세 보이는, 그러나 수줍은 뱃사내가 떠오른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묻는 말 별 대꾸도 않다가 묵직한 고기 그물 끌어 올릴 때면 눈빛이 번쩍거리는 그런 사내다. 그리고 나서 펄떡거리는 석양 노을 비껴가는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 보며 쓸쓸한 등짝으로 남는 그런…. ●8개의 단편소설 한데 묶어 ‘바다의 작가’ 한창훈(46)이 다시 한 번 바다를 소재로한 소설을 들고 나타났다. ‘나는 여기가 좋다’(문학동네 펴냄)라는 소설집의 제목 그대로, ‘드·디·어’ 자신의 존재 시원, 문학적 근원에 대해 내밀하게 고백한다. 한창훈을 읽다 보면 바다를 읽게 되고, 바다를 읽다 보면 거기의 사람이 읽히고, 사람을 읽다 보면 다시 한창훈을 읽을 수 있는, 생명의 순환처럼 자연스러움이 절로 배어 나온다. 8편의 단편 소설이 묶였다. 표제작 ‘나는 여기가 좋다’를 시작으로 ‘섬에서 자전거 타기’, ‘아버지와 아들’까지는 한 호흡으로 읽어야 할 연작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맨 마지막에 배치한 작품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외조카 용이를 통해 바다의 역동성과 건강함이 세대를 건너 작가 자신을 끌어 당기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꿈틀거리는 바다가 오랜 벗을 꿀꺽 삼켜갔어도(‘바람이 전하는 말’), 육지로 가자며 절박한 지청구 남긴 아내도 떠나고, 빚만 남은 배를 팔고 홀로 됐어도(‘나는 여기가 좋다’), 젊은 군인도, 중년의 여인도 죽을 곳으로 찾아오는 세상 끝의 땅일지라도(‘섬에서 자전거 타기’), 참돔 우럭 양식장에서 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절망케 해도(‘삼도노인회 제주여행기’), 그는 바다를 떠나서, 섬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음을 고백한다. 거문도에서 나고 자란 한창훈은 초등학생 시절 섬을 떠나온 이후 30여년 동안 뭍을 떠도는 동안 끊임없이 바다를 그리워해 왔다. 존재 근원에 대한 본능적 집착이었다.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홍합’,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와 같은 장편소설에서도,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등 소설집에서도 일관되게 바다와 그곳의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생생한 현장 언어로 문학적 형상화 그는 요즘 고향 거문도에 돌아와 3년째 지내고 있다.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여수에서 하루 딱 한 번 배가 오가는 적막고도지만 여수 대전 서울 부산 등지로 늘 떠돌던 그의 삶이, 그의 소설이 바다의 꿈틀거리는 역동성과 건강성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 같다. 덕분에 한결 편안해졌다. 2003년에 발표했던 ‘섬, 나는 세상끝을 산다’를 보면, 실제 한창훈은 존재론적 사유에 매달려 있는 듯 불안하고 고독했다. 하지만 한창훈은 이미 전작에서 확인됐듯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섬 생활이 길어지며 그의 문학적 본류가 제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예 소설을 넘어 무릎을 치며 추임새를 넣어야 할 듯 덩실덩실 가락에 담겨 한창훈 특유의 해학으로 넘실댄다. 이런 식이다. 판소리나 마당극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따라가 보자. ‘소장이 관내 다방과 주점 아가씨들을 하루에 한 명씩 불러 면담 겸 교육, 교육 겸 훈시, 훈시 겸 내사, 내사 겸 취조, 취조 겸 인물 감상을 한다는 소식’(‘올 라인 네코’), ‘기생한테루 갔다가 마작 친구한테루, 마작하다가 술친구한테루, 어디서 소리꾼 들어왔다 하믄 다시 기생집으루, 어디 술청에 젊은 갈보 왔다 하믄 거기루, 친구들이 연회판 만들어서 부른다구 거기루, 대금쟁이 데리고 산으루, 소리쟁이 데리구 강으루, 풍물 난전패 오믄 사거리루, 다시 마작방으루 이렇게 살았으니….’(‘가장 가벼운 생’) ●자신의 한계 허물어뜨리는 성장 보여줘 소설쓰기에서 ‘기법과 형식’이 난무하는 시대에 한창훈의 문학적 뿌리는 여전히 현장에 있다. 어설픈 기법의 실험 대신 절절한 현장의 정서와 언어로 문학적 형상화와 미적 창조성에 도전하고, 그 결과 도저한 핍진성으로 나타난다. 문학평론가 김명환은 “한창훈은 그동안 잘 다져진 문학적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현실이 던지는 예술적 도전에 민감하게 맞서기보다는 자신만의 세계를 즐기는데 치우쳐 왔다는 혐의도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한창훈이 자신의 한계를 허물어뜨리는 괄목할 움틀거림이 엿보인다.”고 높게 평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첫 청소년 소설작품집으로 1년만에 돌아온 공선옥씨

    첫 청소년 소설작품집으로 1년만에 돌아온 공선옥씨

    중견 작가 공선옥이 2007년 12월 내놓은 소설집 ‘명랑한 밤길’ 이후 1년 만에 돌아왔다. 첫 번째 청소년 소설작품집 ‘나는 죽지 않겠다’(창비 펴냄)를 내세웠다. 청소년 문학을 표방하지만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식의, 진부한 성장소설류는 아니다. 1991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소외된 것, 힘없는 것, 작은 것에 꾸준히 관심 기울여온 공선옥이 이번엔 처음부터 청소년을 겨냥했다. 2005년 10월부터 3년여에 걸쳐 청소년 문학사이트인 ‘문장 글teen’(teen.munjang.or.kr)과 ‘창비어린이’, ‘청소년문학’ 등 청소년 문예지에 발표한 글을 묶은 것이다. 당연하게도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순수하면서도 불안한 일상이 등장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역사와 대면한다. ●꿈·희망보다 자살, 빈곤, 미혼모 문제 다뤄 사업의 부도로 자살한 아버지,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어머니, 학급비를 몰래 썼다가 자살을 고민하는 딸(이상 ‘나는 죽지 않겠다’), 중국 랴오닝성에서 온 이주노동자인 당숙(‘일가’), 거짓으로 중산층인 체 하는 빈곤계층 청소년(‘라면은 멋있다’), IMF 때 사업 부도로 위장 이혼한 부모와 덜컥 임신한 10대 미혼모(이상 ‘울 엄마 딸’), 간첩으로 내려온 작은아버지(‘보리밭의 여우’) 등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것들이 소설의 소품이나 장치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에 펴낸 동화집 ‘울지마 샨타’에서 다문화 가정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듯 우리 사회 어두운 구석을 에둘러가는 법이 없다. 하지만 뭐 애당초 청소년 문학이 따로 있었겠는가. 우리네 현실의 삶과 사회, 역사의 상관관계 속에서 인물과 사건이 씨줄날줄로 얽힌 서사구조 속에서 풀어진다면 모두 소설의 영역에서 대접받는 것일 테니 말이다. 게다가 ‘청소년’ 역시 이주노동자, 여성, 빈민, 성적소수자, 비정규직 등처럼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비주류 집단 아닌가. 실제 공선옥은 이번 소설집에 포함된 ‘보리밭의 여우(원제 보리밭에 부는 바람)’로 이달초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서사 디테일 부족·모호한 캐릭터 아쉬워 표제작 ‘나는 죽지 않겠다’에서 주인공은 반장 대신 걷은 학급 아이들의 돈 100만원 중 생활에 허덕이는 엄마에게 50만원을 주고, 오빠는 나머지 돈을 훔쳐간다. 학교에서는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강가에 나와 ‘아빠처럼’ 자살을 생각하다가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는 (아빠처럼) 죽·지·않·겠·다.”고. 소설가 박완서는 추천의 글에서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청소년에게 더 이상 그런 속임수(권선징악의 해피엔드)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공선옥의 소설은 청소년에게 부질없는 환상을 주지도 않지만, 빈곤 등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칙칙하거나 어둡지도 않고 씩씩하고 명랑하다.”고 평했다. 다만 아쉽게도 서사의 디테일 부족은 ‘옥에 티’다. ‘나는 죽지 않겠다’에서 주인공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거나 가족을 책임지는 입장이 아님에도 엄마와 오빠를 위해 늘 헌신하는 캐릭터다. 청소년들이 얼마나 공감대를 가질지 의문이다. 또한 연작인 ‘힘센 봉숭아’, ‘라면은 멋있다’에서도 서사의 순차성이 떨어지거나 펄쩍 튀어오르는 대목 등이 엿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낯선 이탈리아서 되찾은 문학인생

    소설가 김영하는 1995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다섯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집을 내놓았다. 2004년 한 해에만 황순원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을 휩쓸기도 했다. 또한 라디오 진행자로, 국립예술학교 교수로 인생의 절정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5월 훌쩍 한국땅을 떠났다. 캐나다로 가기 전 이탈리아에서 잠깐 동안의 ‘정착민’이 됐다. 김영하가 자신의 문학인생 전반부를 되짚어 보는 에세이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로 돌아왔다. 부제가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다. 즉 여행 에세이다. 하지만 단순한 여행기라기보다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 한 달 남짓 보내면서 겪었던 일을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경험으로 풀어낸다. 그 속에서 자신을 담담하게 돌아본다. 김영하는 “부족한 게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삶은 실로 숨막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새 원하는 것을 다 가진 중년의 사내가 돼 있었고,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어디로 갔는지, 무사한지 찾아야 했다.”고 홀연히 떠난 배경을 설명했다. 관광지보다는 생활의 터전으로서 그가 겪은 이탈리아 남부의 리파리섬,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아그리젠토는 아름답기만하다. 신화와 역사, 현실이 버무려진 지중해를 끼고 있는 마을들은 고즈넉하다. 김영하는 그곳에서 잃어버린 것을 기억해 낸다. 김영하는 직접 지중해 풍광을 찍은 사진을 책 곳곳에 담아냈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김영하의 사진 속 지중해는 배낭을 꾸리고픈 충동이 들게 한다. 마지막 팁. 그의 공식 등단 작품은 1995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이다. 하지만 1992년 ‘무협 학생운동’이 있다. 무협소설에 빗댄 정치풍자 소설이다. 김영하는 당시 대학원생 신분으로 하이텔 통신에 연재했고, 책이 나오자 운동권 학생들이 돌려가며 낄낄대면서 읽었다. 출판사도 비교적 유명했고 버젓이 ‘김영하’라는 실명을 썼으니 작품 이력에서 빠지면 섭섭할 법하다. 아무튼 김영하가 썼으면서도, 호부호형을 허락받지 못한 ‘김영하의 사생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간결한 문체… 탄탄한 구성… 맛있는 단편소설

    간결한 문체… 탄탄한 구성… 맛있는 단편소설

    새해 벽두 중견 작가의 단편소설집이 잇따라 나왔다. 단편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함께, 단편의 한계를 뛰어넘는 탄탄한 서사구조는 출판 상업주의에 기운 장편소설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던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하다. ●서하진, 가족관계 속 숱한 존재양식 표현 등단 16년차 서하진(사진 왼쪽)의 ‘착한 가족’(문학과 지성사 펴냄), 등단 25년을 맞은 이순원(오른쪽)의 ‘첫 눈’(뿔 펴냄)이다. 압축미 넘치는 단일 서사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천착은 단편 소설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거의 모든 정통 단편소설이 그러하듯 두 소설집에 기발한 작법(作法)은 없다. 하지만 소설 문학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문장과 언어의 아름다움과 하나의 주제를 물고 늘어지는 구성의 탄탄함은 소설읽기의 맛을 새롭게 알게 해준다. 서하진은 소설 전편에 걸쳐 가족 관계 속에 있는 존재의 중층성과 소설가로서 자의식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과묵한 시인이자 교수인 아버지(‘아빠의 사생활’), 적당한 부동산 투자와 적당히 팔리는 소설에 능한 작가이자 세 자녀를 둔 주부(‘인터뷰’), 친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한 뒤 이혼에 이르게 한 여인(‘슈거 혹은 솔트’), 감정 표현에 인색하지만 악성 종양을 확인한 뒤 장인·아내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의사 남편(‘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교내 폭력 사건에 연루된 아들을 대하는 어머니이자 남편의 직장 상사를 협박하는 아내이며 치매 걸린 어머니를 연민하는 딸(‘착한 가족’) 등 가족 관계 속에 있는 숱한 존재의 양식이 등장한다. 이순원 역시 마찬가지다. 6년만에 내놓은 단편소설집에서 잔잔한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확인시켜준다. 표제작 ‘첫 눈’은 7편의 소설 중 전략적으로 맨 마지막에 배치됐다. 작가는 맨처음 ‘명 어머니’의 사망에 얽힌 이야기(‘멀리 있는 사람’)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명 어머니’는 토속 신앙에서 아이의 액운을 막고 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대리모다. 고향을 떠나 독일에서 광부 생활을 하는 집안 아저씨와 선산을 지켜내는 아버지를 들어 잊고 있던 향수를 되살려준다.(‘라인 강가에서’). 이미 사회적으로 한창 문제를 일으켰던 베트남 처녀 결혼 중매 얘기(‘미안해요, 호 아저씨’)로 조금 맥빠지게 만드는가 싶더니, ‘거미의 집’으로 늙어서 자식들과 며느리의 짐이 되는 어머니의 이야기로 감정선을 다시 끌어올린다. ●이순원, 진한 여운 남기는 잔잔한 이야기 이처럼 온갖 이야기를 다 풀어내며 독자를 끌어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더니 맨 끄트머리 ‘첫눈’에서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만남과 헤어짐을 보여주며 그리움과 아픔을 애써 범박하게 읊조린다. 작품 속에서 ‘첫눈’의 의미는 ‘찍으면 발자국 자리도 안 나게, 내렸는지 안 내렸는지도 모르게 왔다 가는 것’이다. 엄연히 존재했지만 진한 여운을 남겼을 뿐인 만남과 이별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별개의 작품으로도 구성의 묘를 이룰 수 있는 단편소설집만의 매력이다. 문학평론가 백지연은 “요즘에는 독자와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또 서사를 선호하는 측면에서 단편보다 장편이 대세인 듯하다.”면서 “신인작가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데 단편을 통해 좀더 농축시킨 뒤 장편이 자연스레 나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예지 중심의 작품 발표 환경 속에서는 여전히 단편소설이 우위에 있다. 하지만 정작 출판사는 장편 소설을 원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두 작가의 소설집이 반가운 이유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박인성 소설집 ‘사랑은 안개보다 깊다’

    그의 소설에는 늘 지독한 안개가 끼어 있다.등장하는 인물은 우울증이거나 조울증에 시달리며,늘 죽음 또는 그와 비슷한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거의 모든 작품에 형태와 상황을 바꿔가며 쉼없이 ‘우울의 변주’가 이어진다.읽는 이들이 썩 유쾌할 리 없다. 그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작품의 느낌만큼이나,스스로 가하는 학대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특히나 요즘처럼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 주종을 이루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미려한 문체 돋보이는 단편 수작들 하지만 그의 글은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미려하다.형식의 새로움으로 독자를 현혹하거나 극적인 반전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며 속으로 낄낄대는 것은 그의 몫이 아니다.그는 문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그가 내딛는 절대적인 문체 미학의 추구는 ‘정통 단편소설 문장의 전형’을 보여주며 책을 쉬 덮지 못하게 만든다. 소설가 박인성(52)이다.30여년 동안 고작 40여편의 단편소설만 발표한 과작(寡作)의 그가 ‘뜻밖에’ 2년 남짓 만에 소설집 ‘사랑은 안개보다 깊다’를 내놓았다. 지난 10일 만난 박인성은 “2년 전 낸 소설집의 반응이 제법 좋아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2006년 펴낸 ‘호텔 티베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했다.지금까지 5000부 남짓 팔렸다고 하니 ‘박인성 소설’로서는 꽤 성공한 셈이다. 박인성은 1977년 21세 약관의 나이에 단편소설 ‘적,소리,빛’으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단했다. 특히 1986년 발표한 ‘파장금엔 안개’는 문학평론가 김윤식으로부터 “김승옥의 ‘무진기행’,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의 뒤를 잇는 단편소설의 백미”라는 상찬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연인’이라는 마케팅 컨설턴트 회사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20년 동안 광고기획사 등에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생활을 했다.그리고 2000년에 아예 자신의 회사를 차린 것이다.수천,수만 세상의 언어 중에서 핀셋으로 골라내듯 신중하게 단어 하나,언어 하나를 작품 속에 집어넣어온 또 다른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박인성 특유의 ‘낯설게 하기’ 기법은 여전했다.늘상 접할 법한 상황과 행동,풍경,인물임에도 낯설고 어색한 것들로 만들어 버리는 박인성의 힘은 작품 읽기에 일정한 거리감을 갖도록 한다. 반면 이는 필연적으로 작품의 핍진성(逼眞性)이라는 측면에서 일정한 비판을 낳을 수밖에 없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정작 우울증 걸린 남자가 아닌,그의 첫 여인이 이국에서 권총 방아쇠를 당기며 자살한다(‘사랑은 안개보다 깊다’)거나 창녀촌의 여인에게 자신의 손목을 잡게 한 뒤 면도칼로 세 차례 긋는 식(‘잔인한 계절’)은 상황의 개연성 측면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스토리텔링에 중점 둔 작품들 엮어 그러나 작가 본인은 ‘호텔 티베트’ 때와는 달리 조금 더 서사(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작품들로 엮었음을 강조한다.특히 단편 ‘울(鬱)의 아들’은 ‘별의 아들’에 이은 한국 현대정치사 최고 권력자의 2세 얘기다.그는 “3부작으로 구상했고,다음은 ‘룸의 아들(가제)’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그의 소설에서 사실상 실존인물을 떠올리며 쓴 흔치 않은 작품이다.또한 자신의 경험을 밑바탕에 둔 중편 ‘어느 카피라이터의 고백’역시 구체적인 전문직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인생과 사랑의 고통을 강조하다 보니 내 소설에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려 했는데 두어 장을 넘기지 못하겠더라.가볍고 뻔한 장편소설이 남발되는 문단에서 나 같은 작가,나 같은 작품이 있어야 다양성도 보장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인간을 녹슬게하는 산업화의 허상

    인간을 녹슬게하는 산업화의 허상

    온몸에 눅진하게 녹슨 쇳가루가 엉겨붙어 있는 듯하다.녹가루가 황사처럼 자욱이 감싸고 도는 마을에서 아이들은 무쇠공을 주고받으며 논다.멀쩡한 어금니를 가진 사내들은 북쪽 조선소로 ‘세계 최고 철선’을 만들러 갔고,아내들은 무쇠 식칼을 몇 자루씩 가진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무료한 노인네들은 숫제 일삼아 무쇠 가위를 쩔그럭거린다.또 생 어금니를 몽땅 빼고 무쇠 틀니를 해 박는다.그리고 건강에 좋다며 녹가루를 하루에 두어 숟가락씩 푹푹 퍼먹는다.그러다가 죽으면 무쇠로 짠 관 안에 들어간다.온통 ‘철(鐵)’로 둘러싸인 세상이다. 마을 사람들은 철선이 만들어지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더 이상 농사를 짓지도,가축을 기르지도 않았다.하지만 32년이 지나도 마을 사람들은 물론,조선소 노동자 어느 누구도 끝끝내 철선을 보지 못한다.1970년대 즈음 울산이 떠올려진다.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철저한 가상의 시대,가상의 공간이다.거기서 펼쳐지는 지독스럽게 기괴한 우화(寓話)다. ●섬뜩한 언어와 상황 설정 김숨은 신작 장편소설 ‘철’(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 노동의 가치,노동의 소외 문제,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부속물로 전락한 인간의 문제를 얘기한다.그러나 의식의 각성을 통한 변혁의 승리적 전망을 얘기하는 노동계급적 리얼리즘이나,기본계급으로서 민중들의 건강한 삶이 그려지는 민중적 리얼리즘 등 1980년대 문학의 전형성은 서른 네 살의 젊은 작가 김숨의 몫이 아니다. ‘젊은 이야기꾼’ 김숨의 선택은 환상적 리얼리즘.산업화와 노동자의 희생이 엉켜서 때로는 우화처럼,때로는 섬뜩한 현실을 눈살 찌푸리게끔 그로테스크하게 써내려간다. 김숨은 전작 ‘백치들’에서 보여줬던 서늘한 시선의 관찰자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오히려 에둘러가는 듯하면서도 더욱 섬뜩한 언어와 상황을 설정했다.다이내믹한 서사도,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인공도 딱히 없다. 하지만 특유의 흡입력 높은 문체는 노동과 철선을 맹신하고,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에 만족하고,부속품으로 효용이 다해 버려지면서도 저항하지 않는 이들의 삶을 고발하듯 그려내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선박 노동자가 모티브 상투적인 전형성을 배제하려는 노력은 파업 대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김만도는 조선소에서의 노동을 종교처럼 믿고 따르다가 결국 해고된 동료 배복만에게 “조선소와 투쟁하세요.”라고 툭 내던진다.하지만 그런 말을 스스럼없이 던진 자신을 이내 스스로 역겨워하고,나중에 석 달치 임금이 나오지 않으며 일어난 ‘폭동(또는 파업)’에서 젊은 동료를 주모자로 고발하며 질기게 살아남는다. 김숨은 “4년 전 우연히 들른 남쪽 도시에서 본,거대한 선박에 노동자들이 개미처럼 붙어 있는 장면이 모티브가 됐다.”면서 “애초에는 파업 관련 부분을 자세히 쓰려 했는데 너무 상투적인 것 같아 의도적으로 노동자의 자의식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투견’‘침대’등 소설집과 장편소설 ‘백치들’을 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오래된 일기(이승우 지음,창비 펴냄) 작가가 지난해부터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 9편을 묶어낸 소설집이다.가벼운 글쓰기가 유행인 시대임에도 종교와 우주,인간과 죄의식이라는 묵직한 사유를 다뤘다.그러나 좀더 편안한 문체와 탄탄한 서사를 갖고 큰 담론을 풀어냈다.9800원. ●느림의 발견1,2(스텐 나돌니 지음,장혜경 옮김,들녘 펴냄) 두 차례의 북극 탐험을 모두 실패한 영국의 탐험가 ‘존 프랭클린’을 다룬 소설이다.탐험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순발력 넘치는 대응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느리더라도 좀더 정확한 통찰력을 필요로 하곤 한다.프랭클린은 자신만의 속도로 삶과 모험을 꾸려간 위대한 도전자로 평가받고 있다.각권 1만원. ●Mr.에릭을 조심하세요(레이 키무라 지음,노진선 옮김,예담 펴냄) 주인공은 ‘개’다.이름은 미스터 에릭.보통 개가 아니다.늘 꼬리를 흔드는 애완견인 듯하지만 ‘포메라니안’종이라는 자부심으로 자신이 주인을 잘 길들이고 있다고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개다.주인과 벌이는 팽팽한 긴장관계가 우습거나 괘씸하다.때론 엉뚱하고 발칙하지만,결국은 주인을 지키는 충실한 애완견이다.9800원. ●작전(정철진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코스피지수 3000의 장밋빛 기대는 이미 허망하게 깨졌고,1000선의 버팀도 난망하다.전직 증권 기자로서 각종 베스트셀러 재테크 서적을 쓴 저자가 도전한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숱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작전세력’에 당할 수밖에 없는 개미 투자자들의 필연적 운명을 확인할 수 있다.현실에 대한 비유와 풍자가 아슬아슬하다.12000원.
  • 한국일보문학상에 김태용씨

    제41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김태용(34)씨가 선정됐다. 주관사인 한국일보사는 16일 “김씨의 첫 소설집인 ‘풀밭 위의 돼지’(문학과지성사 펴냄) 가 수상작으로 뽑혔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에 대해 “다양한 실험기법으로 한국 소설에 새 돌파구와 가능성을 마련한 범상치 않은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부상은 2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새달 11일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진실 통찰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진실 통찰

    ‘한라산’의 작가 현길언(68)씨가 오랜만에 장편 소설 ‘열정시대’(랜덤하우스코리아)를 펴냈다.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발표했던 단편들을 모아 하나의 장편소설로 재구성한 이번 작품은 군부 독재의 폭압정치를 종식시킨 주역들이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해 기득권세력으로 편입돼 가는 과정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우리가 민주화를 부르짖던 그 시절의 상황 논리로 오늘을 진단하고 재단한다면 우리는 정말 모순덩어리뿐이다. 그 예를 YS와 DJ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았어. 그들만큼 비민주적 인물들이 없고, 비민주적인 정치를 한 사람들이 없겠지. 그래도 우리가 그들을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아마 역사도 그 점을 고려할 거야.” 현대사에서 은폐된 비극적인 사건을 파헤친 전작에서처럼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진실을 포착해낸다. ●10년간 발표한 단편 장편으로 재구성 소설의 주인공은 이른바 ‘8·3구락부’ 소속원 11명. 이 클럽은 군사 독재정권의 폭압정치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84년 겨울, 민주화를 쟁취해내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83학번 대학생들이 만든 조직이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찬 이들이 각자 나름대로 사회 중추세력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1993년부터 2006년까지의 이야기가 화자를 바꿔가며 10편의 작품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군부독재 시대에 대학에 들어간 83학번들은 공부보다 데모로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사람들이죠. 그러나 졸업할 당시 경제상황이 좋아져 취업이 잘 됐지요. 그런 사람들이 사회 각 부분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대부분 현실에 타협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순수함을 지켜가는 모습을 보고 이를 소설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순수한 열정을 지켜가는 이들에 대한 ‘헌사(獻辭)’인 셈이다. ●순수 열정 지켜가는 이들에 대한 헌사 작가가 첫 단편 ‘레스토랑:8·3 구락부’를 발표한 1993년 당시 구상했던 소설의 제목은 ‘퇴화론’이었다. 주인공들의 열정이 식어가는 과정을 ‘퇴화’라고 본 그의 시각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장편소설로 묶일 때에는 좀 더 중립적인 톤으로 바뀌었다.“처음에는 민주주의의 주역이었던 이들의 열정이 퇴화하는 과정을 부정적으로 봤는데 나이가 들고 역사를 통찰하게 되면서 제 관점도 바뀌었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 변화들이 역사 발전에 또다른 토대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런 맥락에서 작가는 여전히 사회와 역사,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기초·기반이 취약한 편입니다. 그런 만큼 조그마한 외풍이 있어도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게 마련이죠. 이런 때 일수록 모두 한 마음이 돼 사회의 토대를 탄탄히 다져 나가는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도 세계 역사의 흐름에 동참할 기회를 얻을 수 있죠.” 한양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 학술 계간지 ‘본질과 현상’을 창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작가는 10여년간 발표한 단·중편을 묶은 소설집을 내년 초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평범한 삶의 따스함 보여주고 싶었죠”

    “평범한 삶의 따스함 보여주고 싶었죠”

    “엽편(200자 원고지 7장 안팎)보다는 길고, 단편보다는 짧은 소설(15~20장)들을 한데 모은 것인데요. 길이가 너무 짧다 보니 소설의 큰 밑그림을 가지고 쓴 것이 아니어서 그냥 뒷전으로 밀쳐놨던 작품들인데…. 이번에 소설집으로 묶어내긴 냈는데, 조금 민망하네요.” ‘과작(寡作)의 작가’ 오정희(61)씨가 오랜만에 소설집 ‘돼지꿈’(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을 내놓았다. 두 번째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황금부엉이)를 펴낸지 2년여, 장편소설 ‘새’를 내놓은지 12년만이다. 문단생활 40년 동안 그는 모두 다섯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중산층·소시민의 일상 가감없이 그려내 ‘떠 있는 방’ ‘아내의 가을’ ‘소음공해’ 등 짧은 소설 25편이 실린 이번 작품집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산층과 소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우리 자신을 성찰하거나 주변을 둘러봤을 때 문득 떠오르거나 길을 가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낸 것이죠.” 일상 속에서 갑작스레 포착되는 생각을 끄집어내 이야기로 덧입힌 ‘상황소설’이라는 것이다. 표제작 ‘돼지꿈’은 교통사고로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아가는 중년 여성이 열차 속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여성이 버리고 간 아이를 거둘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뤘다. 어젯밤 돼지꿈을 떠올리며 ‘복덩어리’로 받아들이는 정경이 사뭇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수록작 ‘아내의 가을’은 고교생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닦달하는가 하면 들국화를 보고 애상에 젖어들기도 하는 평범한 가정주부의 이야기.‘떠 있는 방’은 셈평이 펴인 중년 부부가 각각 골프와 문화센터에 등록하면서 점점 속물화돼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렸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품들 속에는 나와 다른 사람, 가족과 이웃간의 관계 속에 일어나는 미묘한 상황이 생생히 드러난다.“평범하고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는 30대~40대 여성의 일상 속에서도 기쁨과 사랑, 슬픔, 분노가 함께 녹아들어 있죠.” 이들의 삶이 기쁨과 열망, 사랑보다는 환멸과 배반감에 침윤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삶은 귀중하다는 것이 작품의 메시지인 셈이다. 그런 만큼 작가의 주요 작품 목록엔 오르지 못할 소품(小品)들이지만 한층 친근하게 다가온다.“드르륵드르륵, 무거운 수레를 끄는 듯한 둔탁한 그 소리는 중년 여자의 부질없는 감상을 비웃듯 천장 위에서 쉼 없이 들려왔다. 십 분, 이십 분. 초침까지 헤아리며 천장을 노려보다가 나는 신경질적으로 전축을 껐다.” (‘소음공해’ 중에서) 얼핏 무의미해 보이는 하루하루의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인 까닭에 더 많은 공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 ●“수록작 25편 모두 분신같아” “내가 감당하고 있는 삶의 속살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같아 어느 작품도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이지만 삶의 진정성이 녹아들어 있거든요.” 수록작 25편 한 편 한 편이 자신의 분신 같아 애착이 간다는 작가는, 가슴속의 따뜻한 마음을 꼭꼭 숨긴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온기를 마음껏 발산한다. 그동안 동화와 청소년 전기, 산문 등을 주로 쓰다 보니 정작 소설 창작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작가는 우리나라 신화를 다룬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질러(임정연 지음, 민음사 펴냄) ‘스끼다시 내 인생’의 작가가 사춘기의 방황과 혼란을 밝고 경쾌하게 그려낸 장편소설. 자퇴·성폭행·친부 살인 청부 등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낸다.1만 1000원. ●오로라의 집(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지음, 조남선 옮김, 뿔 펴냄)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단편소설집.1982년에 발표했던 ‘오로라의 집’과 ‘세상 밖으로 또는 오를라몽드’를 묶었다. 현대 물질문명을 성찰하면서 자연과 순수함으로 충만했던 산업화 이전 사회와 문화를 향한 향수를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 7000원. ●상실의 상속(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이레 펴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한 인도 출신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히말라야 산중의 작은 도시 칼림퐁과 번화한 뉴욕의 할렘가를 배경으로 ‘세계 속의 인도사회’가 안은 상실감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1만 5000원.●오주팔이 간다(백시종 지음, 문이당 펴냄) 1966년 등단한 작가가 ‘물’에 이어 내놓은 장편 환경 생태소설. 앵강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자연의 섭리가 무엇인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이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9800원.●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김현승 지음, 삶과 꿈 펴냄) ‘가을의 기도’로 절대고독을 노래했던 시인(1913~1975)의 유일한 산문집.‘겨울의 예지’ ‘커피를 끓이면서’ ‘가장 단단하고 낮은 음성으로’ 등 40여편이 실렸다. 청교도 정신으로 세상을 보는 맑고 정결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8500원. ●머니(전2권, 마틴 에이미스 지음, 김현우 옮김, 민음사 펴냄) 첫 장편 ‘레이첼 페이퍼스’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영국 작가의 장편 소설.‘2006년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됐다. 런던의 잘 나가는 CF 감독이자 속물적인 쾌락주의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돈에 중독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1권 1만1000원, 2권 1만 2000원.
  • 로맹 가리의 숨겨진 작품을 만나다

    로맹 가리의 숨겨진 작품을 만나다

    ‘하늘의 뿌리’ ‘자기 앞의 생’의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오른쪽 사진·1914~1980)의 단편집 ‘마지막 숨결’(윤미연 옮김, 문학동네 펴냄)이 번역·출간됐다. 작가 생전에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거나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작품을 묶은 이 소설집에는 ‘폭풍우’ ‘인문지리’ ‘사랑스러운 여인’ 등 1935년부터 1968년 사이에 쓴 7편의 단편이 실렸다. 이번 작품집은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작가의 ‘연대기’로 읽힌다. 문단에 발을 내디딘 청년시절부터 ‘하늘의 뿌리’로 세계 3대문학상 중 하나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의 절정에 도달한 시기, 영화배우 진 시버그와의 결혼과 이혼 등으로 문학과 세상에 환멸을 느끼던 중년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정신적 여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표제작 ‘마지막 숨결’은 영어로 쓰여진 미완성 작품으로 50대의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퍽버거’라는 햄버거를 먹고 있던 주인공에게 맞은편의 젊은 여자가 호감을 보이고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오늘은 사실 주인공이 죽기로 예정된 날이다.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정부를 통해 알게 된 살인청부업자에게 미리 오늘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한 주인공은 햄버거를 먹은 뒤 모텔에서 죽음을 준비한다.1980년 권총 자살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작가 자신의 삶을 연상케 한다. 또 다른 미완성작인 ‘그리스 사람’이나 1935년작 ‘폭풍우’ 같은 작품은 냉소적이고 쓸쓸한 가운데, 작가의 인간과 삶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다. 아직 대중에게 인정받기 전에 씌어진 초기작과 다듬어지지 않은 작품들이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인간과 삶을 관조하는 작가의 문학적 저력을 한껏 보여준다.1만 1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비루한 삶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비루한 삶

    중견 작가 성석제(48)씨가 단편 소설집 ‘지금 행복해´(창비 펴냄)를 내놓았다. 작품집 ‘참말로 좋은 날’을 펴낸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열한 번째 소설집이다. 작가의 능청스런 입담과 풍자의 세계에 빨려들다보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경계가 모호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다.“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쓰고 싶은 대상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내고 싶었을 뿐이죠.” 그런 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의 비루한 삶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다가온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단편 9편을 묶은 이 소설집은 표제작을 비롯해 ‘여행’‘설악 풍정’‘피서지에서 생긴 일’‘낚다 섞다 낚이다 엮이다’등 절반 이상의 작품이 여행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여행’‘설악 풍정’‘피서지에서 생긴 일’등 세 작품은 모두 스무살 청년들이 여행 과정에서 겪는 해프닝을 그렸다는 점에서 여행 3부작이라고 할 만하다. ‘여행’은 만재, 봉수, 영덕의 무전여행,‘설악 풍정’은 ‘나’와 기정의 설악산 등반,‘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양우, 인수, 종술의 우악산 피서는 여행이 그러하듯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된다. 스무살의 패기에서, 짝사랑하는 여학생과의 로맨스에 대한 기대에서 시작됐던 이들의 여행은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다른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치졸하고도 비루한 본성을 드러낸다.‘낚다 섞다 낚이다 엮이다’는 낚시터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버무렸고 ‘기적처럼’은 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돌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제작 ‘지금 행복해’는 아들의 입을 빌려 ‘친구 같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아버지에게 이혼서류를 갖다 주고 어지간하면 도장을 찍으라고 말하는 아들이 인류역사에 몇명이나 될까. 나는 유별난 아들이 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로서 권유한 것이다.” 도박에 중독돼 재산을 탕진하고 마약에 중독돼 교도소까지 갔다온 아버지는 이혼 후 알코올 중독자로까지 전락한다. 이런 ‘못 말리는’ 아버지를,‘방황하지만 본성은 착한’ 친구 대하듯 하는 아들의 모습을 즐겁고 유쾌하게 그려낸 것이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과 책을 펼치면 단숨에 끝까지 읽게 하는 흡인력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들어 산문집 ‘농담하는 카메라’를 선보인 작가는 “처세에 능한 한 조선시대 인물 이야기와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을 다룬 이야기 등 두어가지 장편을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소설가는 사회적 금기 깨고 진실 밝혀야”

    “소설가는 사회적 금기 깨고 진실 밝혀야”

    황석영(65)과 모옌(莫言·52), 시마다 마사히코(47). 한국과 중국, 일본 문단을 쥐락펴락하는 이야기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문학포럼’에 참석한 세 작가는 1일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좌담회를 갖고 ▲문학을 하는 이유 ▲소설가의 역할 ▲역사 교과서 문제 등 한·중·일의 갈등 해소를 위한 문학의 역할 등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황석영은 1962년 사상계로 등단, 소설집 ‘객지’ 등과 대하소설 ‘장길산’, 장편 ‘무기의 그늘’ 등을 펴낸 한국의 대표 작가. 중국의 대표 작가로 참가한 모옌은 1981년 격월간지 롄츠를 통해 등단,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인 장편 ‘훙가오량 가족’‘술의 나라’ 등을 발표했다. 일본의 대표 작가 시마다 마사히코는 1983년 등단해 ‘나는 모조인간’ ‘퇴폐자매’ 등 문제작을 내놓았다. 이날 좌담에서 세 작가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유명 작품을 쓴 소설가답게 뛰어난 입담을 과시했다. ●문학의 목표는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 ▶소설을 쓰는 이유와 문학을 하게 된 동기는. -시마다 마사히코 나도 모르게 어느새 소설을 쓰고 있더라. 사물의 본질을 살필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고뇌를 다루고 사회악을 고발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본다.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도 문학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모옌 나에게 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세끼 밥 먹을 수 있고. 만두도 먹게 해준다(웃음). 문학을 하면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소설로 쓸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즐겁다. -황석영 두 분께서 잘 말했지만, 나도 전업작가로서 글을 써서 먹고 산다. 소설가는 사람의 삶이나 사회적 관계를 다루는 직업인 만큼 종교인, 목사, 학교 선생님과 비슷한 셈이다. 글을 써서 먹고 살면서 사회를 개조하는 데 일정 부분 이바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다. ▶소설가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모 소설가의 역할은 가장 솔직하게 말을 쓰는 사람이다. 그렇게 안 쓰는 작가는 변태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에게는 금기가 많은데, 이에 잘 대응해야 한다. 소설가가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것은 사물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다. 금기는 있지만 소설가에게는 금기가 없다. -황 물론이다. 소설가에게는 금기가 없다. 사회적 금기나 억압을 깨야 한다. 내가 국가보안법을 무시하고 북한을 방문한 것도 금기를 깨뜨리는 행위다. 금기를 깨는 것이 좋다. -시마다 실제적인 리얼리티가 없으면 소설을 못 쓴다. 소설을 쓰는 동기는 자기 체험이다. 소설가는 타임머신을 타는 사람이다. 연료도 없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즐기는 사람이다. 옛날 사람이나 현대사람이나 마음의 변함은 없다. 옛 신화를 지금 사람이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설가는 정치가보다 더 현명해야 ▶한국과 중국, 일본은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역사 교과서 문제 등 갈등도 있는데, 이를 위해 문학의 역할은 뭔가. -황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역사 교과서 문제는 역사적 측면에서 다루기보다 소통을 시작하면서 문학적 접근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가야 한다. 정치·외교적 측면보다 다른 우회를 통해 보다 빨리 공분모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교과서를 보고 그 이상의 것을 찾는다(일동 웃음).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은 교과서를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후자의 경우는 우익의 선동에 좌우되기 쉽다. 정치가는 한 가지만 생각하는데, 문학은 여러가지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독자가 많은 개인 작가는 교육적인 위치에 선다고 할 수 있다. -모 교과서 문제, 영토분쟁은 정치가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 물론 시비를 가리는 기준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단기에 해결하려면 불가능하다. 소설가들은 그래서 정치가보다 더 현명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관찰하고 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관점은 정치가보다 한 차원 높아야 한다. 그래서 소설가가 글을 쓸 때는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문학을 통해 한·중·일 3국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미래지향적인 공동 가치를 탐색하는 자리인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 문학포럼’은 5일까지 문학포럼을 비롯해 한강유람선 선상 낭독회,3국 작가 공개 대담, 작가별 강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조경란 소설 ‘혀’ 표절 시비

    중견 작가 조경란(39)씨의 장편소설 ‘혀’(문학동네 펴냄)가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다. 최근 제목이 같은 소설집(글의꿈 펴냄)을 내놓은 주이란(32)씨는 18일 “(자신이) 동아일보 2007년 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 ‘혀’의 예심 심사위원이었던 조경란씨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해 출간했다.”며 조씨를 상대로 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분쟁 조정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주씨는 저작권 분쟁조정신청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출간된 조씨의 ‘혀’는 제목뿐 아니라 혀를 ‘사랑하고, 거짓말하고, 맛보는’ 존재로 묘사한 점, 혀를 잘라 요리하는 충격적인 결말 등이 본인의 응모작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학동네측은 주씨의 표절 의혹을 일축했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1998년 12월에 이미 조경란 작가로부터 ‘혀’의 시놉시스를 듣고 장편 출간계약을 맺었다.”며 “‘혀’라는 제목도 출판사에서 제시한 것으로 당시 작가는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밝혔다.염 국장은 “이달 초 주씨로부터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증명을 받은 뒤 반박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에 머물며 한국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조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문학동네측에 일임했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에 앞서 출국 전 조씨는 의혹 제기에 대해 “‘혀’를 10년 전부터 구상해 왔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주씨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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