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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공개 앞둔 소설 잇달아 출간…‘넷플릭스 팬덤’ 독자 넓힌다

    넷플릭스 공개 앞둔 소설 잇달아 출간…‘넷플릭스 팬덤’ 독자 넓힌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앞둔 영화들의 원작 소설이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견고해진 ‘넷플릭스 팬덤’을 활용해 작품의 홍보 효과를 높이고 잠재적 시청자들을 독자층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민음사와 문학동네는 미국 흑인 여성 작가 넬라 라슨(1891~1964)의 소설 ‘패싱’을 잇달아 펴냈다. 작가는 1920년대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백인처럼 밝은 피부색을 지닌 두 흑백 혼혈 여성 클레어와 아이린이 흑인 정체성을 숨기는 모습을 통해 인종주의를 복합적으로 꼬집었다.백인 사업가와 결혼해 상류층에 편입했지만 백인 행세가 부담스러웠던 클레어는 12년 만에 우연히 친구 아이린을 만나게 된다. 할렘 사회로 돌아오겠다는 클레어와 이를 만류하는 아이린 사이엔 운명적 연대와 불길한 긴장이 공존한다. 소설은 리베카 홀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돼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선보였고,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검은숲은 2018년 개봉돼 한 해 8000만 조회수를 달성한 수잔 비에르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버드 박스’의 동명 원작 소설 개정판과 그 후속작 ‘맬로리’를 함께 출간했다.조시 맬러먼 작가의 출세작이기도 한 SF 스릴러 소설 ‘버드 박스’는 미지의 생명체를 접한 사람들이 정신착란을 일으켜 살육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두 아이와 살아남으려 분투하는 여성 맬로리의 모습을 담았다. ‘맬로리’도 전편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전편에서 살아남은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부모님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이 10대가 된 두 아이와 함께 부모를 찾으러 가는 여정을 그렸다.셜리잭슨상을 받은 아르헨티나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서스펜스 소설 ‘피버 드림’(창비)도 넷플릭스에서 페루 출신 클라우디아 요사 감독의 영화로 공개를 앞둬 기대를 모으고 있다.슈웨블린은 영화 각색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소설은 시골 병원 침대에 누워 죽어 가는 여인 아만다와 마을 소년 다비드의 대화가 주를 이루며 무분별한 농약 살포가 불러온 환경 재앙을 그렸다. 아만다는 딸과 함께 휴가를 보내러 시골에 오자마자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목격한다. 결국 자신도 뭔가에 중독돼 죽음을 앞둔 아만다는 다비드와 마을 재앙의 원인을 찾아간다.이 밖에 ‘공포 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집 ‘피가 흐르는 곳에’(황금가지)도 나왔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고 수록작 4편이 모두 넷플릭스에 판권이 팔려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시신과 함께 관에 들어간 휴대전화에서 문자가 온다는 설정의 ‘해리건씨의 전화기’ 등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 준다.국내 이용자가 1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넷플릭스의 ‘미디어 셀러’ 효과는 지난해 9월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입증됐다. 당시 정세랑 작가의 원작 소설은 콘텐츠가 공개되기 전부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성민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영향력이 확대된 ‘넷플릭스 팬덤’이 출판 시장에서도 대중적 규모로 형성됐다”며 “전 세계 199개국에서 동시에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특성상 일반 극장 영화보다 원작의 홍보 효과도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해외 작가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상을 받지 않으면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출판사에 매력적”이라며 “영화가 흥행한 다음에 판권을 사면 비싸지기 때문에 미리 판권을 사서 앞다퉈 출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책꽂이]

    [책꽂이]

    기계, 권력, 사회(박승일 지음, 사월의책 펴냄) 미디어 문화연구 전문가의 시각으로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이 어떻게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권력’이 됐는지를 해부한다. 빅데이터, 알고리즘, 사물인터넷 같은 새로운 권력의 통치 대상은 개별 인간이 아닌 환경과 정신이라고 결론 내린다. 440쪽. 2만 2000원.한국의 여신들(김화경 지음,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펴냄) 구비 문학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가 민족의 정체성을 지닌 한국의 여신들을 문화사회학적으로 고찰했다. 천지를 분리시킨 ‘설문대할망’, 부모를 살리려고 저승에서 약수를 구해 오는 ‘바리공주’ 등 신화 속 인물을 통해 모권제 중심에서 가부장제 사회로 변화하게 된 과정을 분석한다. 484쪽. 3만원.70년 만의 귀향(도노히라 요시히코 지음, 지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일본인 시민운동가인 저자가 일제강점기 홋카이도로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사망한 한국인 유골이 본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 저자는 전후 일본 사회가 이들을 간과해 왔다는 점을 비판하고, 과거사 문제를 직시할 것을 강조한다. 344쪽. 1만 8000원.클래식의 발견(존 마우체리 지음, 장호연 옮김, 에포크 펴냄) 세계적 지휘자 존 마우체리가 고전 음악을 제대로 듣고 감상하는 법을 알려준다. 고전 음악은 인간사의 보편적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으며 해석은 청취자의 몫이다. 저자는 베토벤의 ‘영웅’이나 ‘환희의 송가’ 등에 담긴 의미와 해석 방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316쪽. 1만 7000원.미국 외교의 대전략(스티븐 M 왈트 지음, 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펴냄)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가 스티븐 M 왈트 하버드대 교수가 탈냉전 이후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정책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저자는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는 동안 미국이 분쟁 지역에 개입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기회를 줬다고 주장한다. 432쪽. 1만 6000원.엄마에 대하여(한정현 외 5인 지음, 다산책방 펴냄) 한정현, 조우리, 김이설, 최정나, 한유주, 차현지 등 여성 작가 6명이 엄마를 주제로 펴낸 테마 소설집. 먹고사느라 바빠서 추억 하나 제대로 못 만든 엄마, 가족 일이라면 궂은일도 불사하지만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 등이 펼쳐진다. 엄마와 딸의 사랑과 오해의 간극을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232쪽. 1만 4000원.
  • [글로벌 In&Out] 국가폭력 다룬 임철우 작품의 현재적 의미/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글로벌 In&Out] 국가폭력 다룬 임철우 작품의 현재적 의미/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임철우 작가라고 대답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한국문학 작품의 작가가 임철우이다. 특히 박사 첫 학기 때 읽었던 작품 중에 빠르게 끝까지 읽은 인상깊은 작품은 2004년에 출간한 임철우의 장편소설 ‘백년여관’이었다. ‘백년여관’은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5ㆍ18 광주민주화항쟁’뿐만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서 1948년에 벌어진 ‘제주 4·3사건’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과 관련한 기억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국가폭력이라는 주제도 명백히 잘 묘사됐다. 개인적으로 역사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상당히 취향에 맞았다. 임철우의 ‘백년여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전개된 서사의 구조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설정과 특히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비추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 그것과 현재에 사는 인물과의 연관성이 눈에 띈다. 소설에서는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을 현재 인물들의 기억이나 상처의 치유와 연관시켰다. 그래서 작품을 읽으면서 항상 소설 속에서 묘사된 사건들을 머릿속에서 재현하고 인물들의 기억과 상처를 다시금 깊이 생각했다. 임철우 작가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 이후부터이다. ‘백년여관’에 이어 임철우의 초기 작품집, 즉 ‘아버지의 땅’(1984), ‘그리운 남쪽’(1985)을 읽었고 최근에 발간된 ‘이별하는 골짜기’(2010)도 읽기 시작했다.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꾸준히 읽다가 비슷한 주제나 배경을 발견하면 작가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의 땅’ 은 단편소설집인데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전쟁’과 ‘5·18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주제를 내포한다. 단편작품마다 일관되게 거의 유사한 키워드가 거론된다. 이를테면 고립된 공간에서 공포감에 시달리는 인물, 국가에 의한 폭력적인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그 기억에 시달리는 인물들, 그러한 기억을 망각하는 인물들, 또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키워드가 비슷해도 임철우가 ‘한국전쟁’과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작품에 개입시키고 형상화하는 태도는 결코 비슷하지 않다. ‘아버지의 땅’에 실린 ‘6·25전쟁’은 전쟁의 상황이 직접적으로 묘사됐다. 반면 ‘5·18 광주민주화항쟁’은 작품에서 알레고리적으로 표현했다. 즉 암시적으로 전개된다. 아마도 작품을 집필한 시기가 국가기관의 검열이나 검증이 일상이던 때였을 것이다. ‘아버지의 땅’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백년여관’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땅’ 발행 20년 이후에도 작가는 일관되게 국가폭력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과 망각을 다뤘다. 그러나 ‘백년여관’에서는 임철우가 한국전쟁과 광주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제주 4·3사건’과 베트남전쟁도 다루었고, ‘아버지의 땅’에서 흔히 보지 못한 ‘내 자신을 용서하고’, ‘기억과 결별하려는’ 태도를 폭로했다. 이는 이 작품이 ‘아버지의 땅’과 구별되는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땅’에서는 이런 태도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의 땅’을 발표하고 20년이 지난 2000년대에 작가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으로 인해서 자기가 내포한 죄의식을 드디어 떠나보내고 더는 자책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인가. 2010년에 발행한 ‘이별하는 골짜기’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에 나타난 주제도 폭력과 거리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설의 초점은 일제강점기 때 벌어진 위안부의 문제이다. 작가의 이런 문제의식도 ‘아버지의 땅’에 나타난 것과 함께 고민해 보면 의미심장하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도 거의 유사한 사건이 있고 이 사건들을 다룬 문학 작품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깊이 비교하면 흥미가 있으리라 믿는다.
  • 신동엽문학상에 이정훈·박상영·장은영

    신동엽문학상에 이정훈·박상영·장은영

    신동엽(1930~1969) 시인의 문학과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신동엽문학상 제39회 수상작으로 이정훈(54) 시인의 시집 ‘쏘가리, 호랑이’(창비)와 박상영(33) 작가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이 선정됐다. 평론 부문에선 장은영(46) 문학평론가의 ‘인간적인 죽음, 그런 미래를 상상하는 일: 김사이론’(오늘의 문예비평 2019년 가을호)이 뽑혔다. 심사위원회는 10일 이 시인의 ‘쏘가리, 호랑이’에 대해 “생명력 넘치는 자연과 노동의 현장에 시적 깊이를 더한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박 작가에 대해선 “낡은 관계와 관념을 무너뜨리는 혁신적 면모를 보여 줬다”고 했고, 장 평론가에 대해선 “노동의 위기를 섬세한 비평 언어로 다루며 ‘노동시’의 개념을 발본적으로 재고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창비는 올해 제21회 창비신인시인상으로는 남현지(44) 시인의 시 ‘호수공원’ 외 4편을, 제24회 창비신인소설상으로는 성혜령(32) 작가의 단편소설 ‘윤 소 정’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 제39회 신동엽문학상에 이정훈·박상영·장은영

    제39회 신동엽문학상에 이정훈·박상영·장은영

    신동엽(1930~1969) 시인의 문학과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신동엽문학상 제39회 수상작으로 이정훈(54) 시인의 시집 ‘쏘가리, 호랑이’(창비)와 박상영(33) 작가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이 선정됐다. 평론 부문에선 장은영(46) 문학평론가의 ‘인간적인 죽음, 그런 미래를 상상하는 일: 김사이론’(오늘의 문예비평 2019년 가을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신동엽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창비는 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친 끝에 제39회 수상작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정훈 시인의 ‘쏘가리, 호랑이’에 대해 “생명력 넘치는 자연과 노동의 현장에 시적 깊이를 더한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영 작가는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심사위원회는 그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해 “낡은 관계와 관념을 무너뜨리는 혁신적 면모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2019년 가을호에 실린 장은영의 평론 ‘인간적인 죽음, 그런 미래를 상상하는 일: 김사이론’은 “노동의 위기를 섬세한 비평 언어로 다루며 ‘노동시’의 개념을 발본적으로 재고했다”는 평가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역량 있는 문인을 지원하기 위해 신동엽 시인 유족과 창비가 공동 제정한 신동엽문학상은 등단 10년 이하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작가의 최근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상금은 시·소설 부문이 각 2000만원이며, 평론 부문은 7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열린다. 창비는 올해 제21회 창비신인시인상으로는 남현지(44) 시인의 시 ‘호수공원’ 외 4편을, 제24회 창비신인소설상으로는 성혜령(32) 작가 단편소설 ‘윤 소 정’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28회를 맞는 창비신인평론상은 김주원(40) 평론가의 평론 ‘휴머니즘의 외부와 열림의 존재론: 신해욱의 시에 대하여’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 뺏긴 일상 채운 공감… 여덟 가지 ‘힐링 백신’

    뺏긴 일상 채운 공감… 여덟 가지 ‘힐링 백신’

    꿈에서 멀어진 청년·여행 갈증…코로나 시대 일상 다양한 상실감8명의 작가 다채로운 서사로 풀어독자들 공감할 따뜻한 위로 전해1년 6개월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안전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불확실성과 상실의 무게감이 삶을 짓누른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우리 문단의 중심에 있는 작가 여덟 명이 각각의 서사로써 따뜻한 인사와 위로를 건네는 테마 소설집을 펴냈다. 조해진, 권여선, 강영숙, 하명희, 임솔아, 이승은, 오수연, 박서련 작가가 참여했다. 조해진 작가 ‘혜영의 안부 인사’에는 자신이 원했던 꿈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는 삶을 사는 문예창작학과 출신 청년들이 등장한다. 소설가를 꿈꾸는 혜영은 코로나19와 맞물린 실업대란 속에서 허울뿐인 방송 작가를 거쳐 콜센터 상담원으로 취업했으나 자괴감에 그만둔다. 휴대전화 매장에서 대학 동기 주원을 점원으로 만나고 문학과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옛 동기들의 근황을 들어 보니 답답하기만 하다. 혜영은 등단한 선배의 시집 낭독회 도중 주원에게 안부 편지를 전한다. “어떤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그 시간이 문장으로 남을 수만 있다면 사는 건 시시하지만은 않겠지”(68쪽)라는 말 속엔 옛 꿈을 되찾길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에 대한 갈증도 대변한다. ‘피서 본능’(이승은 작가)의 주인공 경호는 매출 급감으로 회사에서 퇴직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 여행을 강행한다. 폭우가 내리는 귀경길 산악 도로에서 자동차가 사고로 멈춰 섰지만, 반대편 차량 운전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은 삶이 힘들어도 아직 살 만한 세상이라는 점을 알려 주는 듯하다.단조로운 코로나 시대는 현실이 아닌 기억 속에서 더 새로운 경험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권여선 작가 ‘기억의 왈츠’ 속 ‘나’는 좀처럼 외식을 하지 않다가 어느 날 동생 부부를 따라나서다 가게 된 허름한 시골 식당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30여년 전 대학원 남자 동기 경서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경서가 건네줬던 일기장과 뜯어 보지 않은 경서의 편지까지. 경서에 대한 연애 감정이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자 한 그에게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뒤늦은 회한으로 남는다. 권 작가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내 안에 공존하게 되는 동시성이 종종 나를 혼란에 빠트린다”고 고백했다. 팬데믹 세상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은 각자 사연이 담긴 시간을 묵묵히 버텨 내며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린다. 임솔아 작가가 “친구들은 한 번도 못 봤지만 소설을 쓰는 동안은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 같았다”(99쪽)고 말한 것처럼 팬데믹이 준 상실감이 크더라도 우리가 통과해야 하는 어떤 과정을 같이 견뎌 내자는 작가들의 심정이 담겨 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일상을 술술 읽히는 문체로 풀어놓은 소설 8편은 누군가와 함께하기 쉽지 않은 코로나19 시대에 어울리는 ‘힐링송’ 같다. 단편 특유의 여운과 서사적 재미를 모두 갖춘 책장을 넘길수록 무더위 속 막막한 시간을 보내는 모두에게 청량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 나를 일으켜 세운 힘… 엄마, 엄마의 엄마가 만든 시간들

    나를 일으켜 세운 힘… 엄마, 엄마의 엄마가 만든 시간들

    문득 부모의 지난 시간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특히 인생의 변곡점을 하나씩 마주하게 됐을 때 딱 지금 내 나이의 엄마는 어땠을지, 어떻게 그 짐들을 다 이겨 냈는지 아려 온다. 어린 시절 이야기에 모든 무게를 내려놓은 듯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간 아버지의 얼굴은 늘 질문 욕구를 불태운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등 서정적인 문장으로도 핵심을 뚫는 문제의식을 보여 준 최은영 작가가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할머니를 떠올리며 첫 장편소설을 냈다. 소설의 주인공 지연은 이혼하고 도망가듯 떠난 곳에서 할머니를 20년 만에 마주했다. 엄마의 엄마에게서 그의 엄마부터 자신의 엄마까지 100년 남짓 관통하는 시간들을 듣는다. 그 시간 안의 여성들은 저마다 짐을 짊어지고 안간힘을 다해 버틴다. 백정의 딸이라 천대받은 증조모와 그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내주고 평생 깊은 우정을 나눈 ‘새비 아주머니’가 온몸으로 겪어 낸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전쟁은 절절한 우리의 역사 그 자체다. 소설은 철저히 여성주의적 언어를 사용한다. 증조모와 할머니 앞의 ‘외’ 자를 뺐고 시절마다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로서 아무렇지 않게 맞닥뜨려야만 했던 수많은 가시들을 담담히 옮긴다. 흥미로운 점은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고 반복됐다는 것이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진 증조모와 무엇을 보든 언니를 따라 ‘우와, 우와’ 감탄하던 지연은 얼굴까지 꼭 닮았다. 모녀들은 각자의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결국 또 다른 방식으로 아픔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나 연결된 시간들이 마냥 따갑거나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20년 만에 만난 할머니의 시간에 푹 빠지게 된 지연에게 작은 변화가 서서히 찾아오듯 아득한 시간 안에도 따뜻한 사랑과 애틋한 가슴이 오간다. 서로를 의지하며 뜨겁게 나눈 마음 때문에 책장 사이로 고스란히 온기가 전해진다. 지난 시간들은 그렇게 지금을 살아갈 힘을 준다.
  • 멘탈갑 뉴요커 할머니와 한국청년의 결혼과 반전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멘탈갑 뉴요커 할머니와 한국청년의 결혼과 반전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에 동시에 당선돼 문단에 주목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고요한이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지난 2020년 9월 출간한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에 이어 집필한 이번 소설은 가벼운 농담 속에 인생과 사랑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통찰을 담은 책이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의 도시, 뉴욕에서 스너글러로 일하는 데이비드 장이 뉴요커 할머니인 마거릿을 만나 생긴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기서 장의 직업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스너글러다. 꼬질꼬질한 보스턴백에 베개 하나를 넣고 뉴욕 거리를 배회하며 돌아다니는 스너글러. 돈을 받고 하룻밤 동안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가 안아주는 일을 한다. 눈이 오는 겨울, 장은 인간의 체온만을 나눠주는 대가로 돈을 번다. 하지만 장은 몸을 파는 게 아닌, 자신은 잠옷을 입고 정당하게 외로운 사람을 안아주는 산타클로스라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요커 할머니 마거릿을 만나 결혼 거래를 한다. 한국인 불법체류자인 장이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영주권을 따기 위해 백인 할머니와 결혼을 감행하는 시도는 이전의 삼류 영화나 소설 속에서 흔히 본 레퍼토리였다. 그러나 장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사랑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신대륙을 개척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었음에도 나중에 깨달음처럼 사랑이 되는 사랑 말이다. 장과 마거릿은 그렇게 낯설지만 부정할 수 없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랑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당신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냐고.’ ‘과연 이것은 사랑일까, 아닐까?’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지만, 누구라도 정답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고 작가는 “아직도 화자의 마음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문득문득 장이 떠오른다“며 ”거리를 걷다가도 불현듯 장의 모습이 떠오를 때면 하늘은 본다“고 말했다. 작가는 또한 요즘 한국에서의 불법체류자 기사를 볼 때마다 소설에서 자신이 그렸던 주인공의 삶이 떠오른다고 했다.
  • 문학 거장과 함께 보내는 휴가… 노벨상 거머쥔 통찰력 맛보기

    문학 거장과 함께 보내는 휴가… 노벨상 거머쥔 통찰력 맛보기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 가운데 국내 독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설과 에세이가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됐다. 스릴러와 같은 장르 문학이 대세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독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거장들의 통찰력을 맛볼 기회다.도서출판 해냄은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우화적 비유·풍자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대표 문인 주제 사라마구(1922~2010)의 유고작 ‘스카이라이트’를 펴냈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등으로 유명한 사라마구는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카이라이트’는 그가 1953년에 쓴 초기작이지만 작가가 별세한 이듬해인 2011년에야 세상에 나왔다.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초반 포르투갈 리스본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은 작은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구두장이, 영업사원, 부유한 사업가의 내연녀 등은 서로 갈등하지만 타인을 향한 연민은 버리지 않는다. 소설은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비난하며 동성애에 관대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렇게 비범한 정직성과 통찰력 있는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시간문제였을 뿐”이라고 극찬했다.민음사는 제3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인도계 영국 작가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 국가에서’를 출간했다. 2001년 노벨상 수상자인 나이폴의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이다. 단편 네 편과 중편 한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 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작가는 강대국에 정착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함은 물론 서구 강대국 출신이 옛 식민지 여행에서 겪는 씁쓸함도 이야기한다.‘데미안’으로 유명한 독일 대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가 나무와 삶에 대해 써 내려간 시와 에세이를 담은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은 창비에서 나왔다. 1946년 노벨상을 받은 헤세가 생전에 나무와 삶에 대해 쓴 시 21편과 에세이 18편을 독일의 헤세 전문가 폴커 미헬스가 2014년에 엮었다. “가장 위대한 도서관은 자연”이라 말하던 헤세는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을 ‘고독한 사람들’이라 칭하며 그것이 전하는 삶의 의미를 새긴다.이에 앞서 ‘양철북’의 작가이자 1999년 노벨상 수상자인 독일 귄터 그라스(1927~2015)의 1961년 소설 ‘고양이와 쥐’도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1970년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50여년 만에 박경희 번역가가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 이 책은 나치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어떻게 전쟁에 동원했는지 조명하며 나치에 동조한 독일 소시민들에게도 집단적 죄과가 있음을 꼬집는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문학 시장이 판타지, SF 등 장르 소설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코로나19로 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적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책들을 재조명하는 경향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며 “현재와 공간적·시간적 거리가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 사라마구·나이폴·헤세…휴가철 노벨문학상 거장들 통찰력 맛본다

    사라마구·나이폴·헤세…휴가철 노벨문학상 거장들 통찰력 맛본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 가운데 국내 독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설과 에세이가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됐다. 스릴러와 같은 장르 문학이 대세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독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거장들의 통찰력을 맛볼 기회다.도서출판 해냄은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우화적 비유·풍자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대표 문인 주제 사라마구(1922~2010)의 유고작 ‘스카이라이트’를 펴냈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등으로 유명한 사라마구는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카이라이트’는 그가 1953년에 쓴 초기작이지만 작가가 별세한 이듬해인 2011년에야 세상에 나왔다.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초반 포르투갈 리스본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은 작은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구두장이, 영업사원, 부유한 사업가의 내연녀 등은 서로 갈등하지만 타인을 향한 연민은 버리지 않는다. 소설은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비난하며 동성애에 관대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렇게 비범한 정직성과 통찰력 있는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시간문제였을 뿐”이라고 극찬했다.민음사는 제3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인도계 영국 작가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국가에서’를 출간했다. 2001년 노벨상 수상자인 나이폴의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이다. 단편 네 편과 중편 한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작가는 강대국에 정착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함은 물론 서구 강대국 출신이 옛 식민지 여행에서 겪는 씁쓸함도 이야기한다.‘데미안’으로 유명한 독일 대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가 나무와 삶에 대해 써 내려간 시와 에세이를 담은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은 창비에서 나왔다. 1946년 노벨상을 받은 헤세가 생전에 나무와 삶에 대해 쓴 시 21편과 에세이 18편을 독일의 헤세 전문가 폴커 미헬스가 2014년에 엮었다. “가장 위대한 도서관은 자연”이라 말하던 헤세는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을 ‘고독한 사람들’이라 칭하며 그것이 전하는 삶의 의미를 새긴다.이에 앞서 ‘양철북’의 작가이자 1999년 노벨상 수상자인 독일 귄터 그라스(1927~2015)의 1961년 소설 ‘고양이와 쥐’도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1970년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50여년 만에 박경희 번역가가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 이 책은 나치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어떻게 전쟁에 동원했는지 조명하며 나치에 동조한 독일 소시민들에게도 집단적 죄과가 있음을 꼬집는다.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문학 시장이 판타지, SF 등 장르 소설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코로나19로 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적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책들을 재조명하는 경향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며 “현재와 공간적·시간적 거리가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 밑바닥에 숨겨둔 욕망… 윤리를 파괴하다

    밑바닥에 숨겨둔 욕망… 윤리를 파괴하다

    “견고해 보이는 삶도 잔실금 가 있어” 무언가를 잃고 방황하는 군상 조명영문학 박사인 ‘나’는 대학 강사를 그만두고 도둑질을 한다(‘훔쳐드립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집을 처분하려는 형은 도박에 빠져 있다(‘그 집’). 중학생 딸이 또래 아이들에게 살해당하자 매일 저수지에 나와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한다(‘코로 우는 남자’).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백가흠(아래 47) 작가가 6년 만에 낸 신작 소설집 ‘같았다’(위·문학동네)의 등장인물들은 이처럼 무언가를 잃은 채 방황한다. 욕망으로 어두운 밑바닥을 드러내면서 윤리의 틀을 수시로 뭉개는 군상도 가득하다. 20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보통 사람들의 인생이 얼핏 견고해 보여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잔실금이 가 있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인간의 삶이 죽음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죽음으로 귀결되는 양면적 특성이 있는데 이를 잘 이겨 내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이끌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책을 썼다”고 말했다.각각의 단편에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사는 세계의 전복을 경험한다. 윤리를 파괴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백가흠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예컨대 ‘타클라마칸’에선 8세기 중국 서역에서 10년째 석굴을 파는 신라 출신 승려 일문이 살인을 저지르고 ‘죽음의 사막’으로 돌진한다. 작가는 “오래전 세상에서도 욕망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은 지금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제작 ‘같았다’에선 삶의 목적을 잃고 표류하는 남녀를 조명한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안정제를 복용하며 삶을 이어 가는 한 여자와 포장마차에서 만난 남자는 결국 여자의 남편을 죽이지만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우리 사회에 많다고 봅니다. 누구의 편도 들어 줄 수 없는 난감한 삶이 펼쳐지는 아이러니가 뒤섞인 게 삶의 본모습 아닐까요.” 작가는 2005년 첫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를 출간한 이후 ‘날 선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예전에는 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분노의 힘으로 소설을 썼지만, 이제 조금씩 나이가 들다 보니 ‘광기’ 같은 소재는 자제하고 독자들이 편하게 읽었으면 한다”며 “그만큼 생각이 유연해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2018년부터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맡은 그는 “예전에는 소설 한 편 쓰려면 죽을 것 같았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전보다 강박을 덜 느끼는 것 같다”며 “다음 작품으로는 ‘사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다룬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 소설집 ‘같았다’ 쓴 백가흠 작가 “견고해보이는 인생도 실금 있어”

    소설집 ‘같았다’ 쓴 백가흠 작가 “견고해보이는 인생도 실금 있어”

    영문학 박사인 ‘나’는 대학 강사를 그만두고 도둑질을 한다(‘훔쳐드립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집을 처분하려는 형은 도박에 빠져 있다(‘그 집’). 중학생 딸이 또래 아이들에게 살해당하자 매일 저수지에 나와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한다(‘코로 우는 남자’).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백가흠(47) 작가가 6년 만에 낸 신작 소설집 ‘같았다’(문학동네)의 등장인물들은 이처럼 무언가를 잃은 채 방황한다. 욕망으로 어두운 밑바닥을 드러내면서 윤리의 틀을 수시로 뭉개는 군상도 가득하다. 20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보통 사람들의 인생이 얼핏 견고해 보여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잔실금이 가 있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인간의 삶이 죽음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죽음으로 귀결되는 양면적 특성이 있는데 이를 잘 이겨 내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이끌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책을 썼다”고 말했다. 각각의 단편에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사는 세계의 전복을 경험한다. 윤리를 파괴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백가흠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예컨대 ‘타클라마칸’에선 8세기 중국 서역에서 10년째 석굴을 파는 신라 출신 승려 일문이 살인을 저지르고 ‘죽음의 사막’으로 돌진한다. 작가는 “오래전 세상에서도 욕망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은 지금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표제작 ‘같았다’에선 삶의 목적을 잃고 표류하는 남녀를 조명한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안정제를 복용하며 삶을 이어 가는 한 여자와 포장마차에서 만난 남자는 결국 여자의 남편을 죽이지만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우리 사회에 많다고 봅니다. 누구의 편도 들어 줄 수 없는 난감한 삶이 펼쳐지는 아이러니가 뒤섞인 게 삶의 본모습 아닐까요.” 작가는 2005년 첫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를 출간한 이후 ‘날 선 소설가’ 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예전에는 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분노의 힘으로 소설을 썼지만, 이제 조금씩 나이가 들다 보니 ‘광기’ 같은 소재는 자제하고 독자들이 편하게 읽었으면 한다”며 “그만큼 생각이 유연해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2018년부터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맡은 그는 “예전에는 소설 한 편 쓰려면 죽을 것 같았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전보다 강박을 덜 느끼는 것 같다”며 “다음 작품으로는 ‘사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의식을 다룬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 마음 속 뚫린 구멍들에 따뜻한 위로 스며들다

    마음 속 뚫린 구멍들에 따뜻한 위로 스며들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주인공저마다 아픔 간직하며 일상 살아가희로애락 끝은 인간·삶에 대한 긍정한여름 선물 같은 열한 편의 이야기60대 할머니인 ‘나’는 어느 날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킥보드를 훔쳐 타면서 가족들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어느 밤’). 오래 근무하던 회사에서 잘리게 되자 오빠들과 돌림자를 쓰는 게 싫었던 나는 과거와 절연하려고 이름을 바꾸려 한다(‘여름방학’). 어머니가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간 뒤 세 자녀는 집을 팔고자 모인 자리에서 각자 인생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블랙홀’).‘단편소설의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중견 작가 윤성희의 여섯 번째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 속 인물들은 이처럼 저마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은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비틀려 있는 삶을 다각도로 보여 준다. 작가는 이 일그러진 틈새를 차분히 들여다보며 분열과 미움을 심는 대신 따뜻한 말투로 위로를 전한다. 소설에는 노년 여성의 삶을 여러 시선에서 조명한 서사가 적지 않다. ‘여름방학’의 나는 적금 만기를 몇 달 앞두고 퇴직한 상황이 불만스러울 법도 한데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한다. ‘남은 기억’의 나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옛 친구 영순을 만나 그와 함께 한 국수 가게에 욕을 해주러 간다. 이 가게는 영순의 남편과 내연 관계였던 여자가 차린 곳으로, 그렇게 영순과 친구 사이의 앙금이 메워진다. ‘어느 밤’에서 킥보드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돌다 넘어진 나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지난 삶의 궤적을 훑는다. 노년에 접어든 여성들은 고요히 멈춰 있기를 거부하고 활기와 생명력을 되찾고자 노력한다. 이를 읽는 독자들은 나는 어떤 식으로 나이 들어가게 될까, 정갈하게 늙는 것이 무엇일까 자문하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또한 상처받은 일상을 여러 겹의 감정으로 덧댄 채 앞으로 나아간다. ‘눈꺼풀’의 나는 10대 남자아이로 단짝 친구의 배신에 상심하다 버스에 치여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그러나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같이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족의 목소리는 ‘나’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표제작 ‘나만의 만우절’에서 가족은 아빠와 사이가 안 좋은 고모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3년 만에 고모를 만나러 가지만, 거짓말이라는 말을 듣고 각자가 품고 있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내보인다. 마음을 답답하게 옥죄던 비밀의 부피가 줄어들며 가족끼리 세웠던 칼날도 무뎌지는 것이다. ‘네모난 기억’의 주인공 정민이 “인생 새옹지마란다. 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했어요”(165쪽)라고 한 말은 지금 우리의 삶이 버거워 보일지라도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작가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사람들 마음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았고, 그들에게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고 싶었다”며 “불행에 처한 삶이 많더라도 우리는 어쨌든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펼쳐 놓은 끝에 인간과 삶에 대한 긍정으로 나아가는 단편 열한 편은 한여름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쏠쏠한 감동을 준다. 이는 결국 완숙하고 예리한 작가의 시선 덕분 아닐까.
  • [책꽂이]

    [책꽂이]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케이트 카우프먼 지음, 신윤진 옮김, 호밀밭 펴냄) 미국 여성학 전문가인 저자가 아이 없이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히 기록했다. 20대부터 90대까지 저마다 사연이 있는 다양한 여성들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자녀가 없이 살아가는 삶도 가정을 꾸리는 것만큼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416쪽. 1만 8500원.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슬라보이 지제크 지음, 강우성 옮김, 북하우스 펴냄) ‘우리 시대 논쟁적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난 인종과 계급 차별 등 팬데믹 시대의 복잡한 풍경을 대담하게 그려 낸다. 바이러스만 통제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믿음은 전망이 될 수 없으며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68쪽. 1만 6000원.신성한 소(다이애나 로저스·롭 울프 지음, 황선영 옮김, 더난출판사 펴냄) 영양사와 생화학자인 두 저자가 채식 열풍에 가려진 육식의 효용과 가치를 다각도로 고찰했다.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위해 육식은 반드시 필요하며 육식이 암·당뇨·심장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는 과장·왜곡됐고 고기에는 단백질 이외에도 중요한 영양소가 많다고 말한다. 432쪽. 1만 7000원.미래의 종교(로베르토 웅거 지음, 이재승 옮김, 앨피 펴냄)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가 기독교와 서양철학을 바탕으로 종교의 본질과 사회경제 질서에 대해 분석했다. 저자는 종교의 기원은 인간의 실존적 불안과 한계에 있으며, 종교는 그 실체상 계몽을 통해 해방될 수 있는 관념 덩어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710쪽. 3만 1000원.퀴어돌로지(연혜원 외 10인 지음, 오월의봄 펴냄) 성소수자와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저자들의 시각으로 동성애자들이 케이팝 아이돌을 사랑하는 이유와 팬덤 문화에서 볼 수 있는 퀴어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다뤘다. 남성 아이돌을 사랑하는 레즈비언과 여성 스타의 춤을 추는 게이, 대중문화에서 벌어지는 퀴어 혐오적 양상까지 두루 담았다. 392쪽. 1만 8000원.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서장원 지음, 다산책방 펴냄) 단편소설 ‘해가 지기 전에’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서장원 작가의 첫 소설집. ‘해변의 밤’, ‘주례’ 등 단편 9편을 통해 갑작스러운 삶의 균열에 흔들리는 인물들이 깨진 일상과 상처를 딛고 담담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252쪽. 1만 5000원.
  • ‘대거상’ 윤고은 “매번 책 낼 때마다 새 세계 발견… 이번엔 ‘웜홀’로 빠져나가는 느낌”

    ‘대거상’ 윤고은 “매번 책 낼 때마다 새 세계 발견… 이번엔 ‘웜홀’로 빠져나가는 느낌”

    한국과 영국의 시차 때문에 새벽에 중계되는 축구경기를 보는 기분으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는데, 수상 소식을 듣자 ‘웜홀’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굳이 범죄나 스릴러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쓴 작품이 나온 지 8년 만에 해외에서 평가받게 됐다는 사실도 재미있네요.” 윤고은(41) 작가의 2013년 소설 ‘밤의 여행자들’이 한국 문학 사상 최초로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주관 ‘대거상’ 번역추리소설부문을 수상했다. 대거상은 미국 에드거상과 함께 영어권 양대 추리문학상으로 꼽히며 동양인 수상자는 윤 작가가 처음이다. 2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특정 장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제가 바라보는 세상을 자유롭게 썼는데 예상치 못한 추리문학상을 받아 작가보다 독자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매번 책을 낼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지만, 이번엔 저를 둘러싼 어떤 우주의 웜홀이 뚫린 것 같았다”고 소감을 말했다.‘밤의 여행자들’은 재난으로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직원 ‘고요나’가 사막의 싱크홀 ‘무이’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고요나는 무이를 살리기 위한 인공 재난 프로젝트에 우연히 관여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일상이 재난이 된 상황과 생존하려고 재난을 일상화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을 섬뜩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묘사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이 소설은 재치 있고, 터무니없기도 하며,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럽다. 이 에코 스릴러는 기후변화가 글로벌자본주의와 어떻게 뗄 수 없는 관계인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작가는 “소설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읽고 나면 씁쓸하지만, ‘자본주의’라는 헤어날 수 없는 중력 같은 순간들을 조금 다른 목소리로 신선하게 전달하고자 했다”며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재난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은 시대적 흐름도 수상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나름의 해석을 덧붙였다.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한 작가는 ‘무중력 증후군’,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등 참신한 작품을 냈고,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을 받았다. 2019년부터는 EBS 라디오 책 교양 프로그램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방송국까지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에 달하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빈틈의 온기’를 냈다. ‘밤의 여행자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틈틈이 흥미로운 신문 기사를 모아두는 작가의 성향에서 나왔다. 2005년 미국 남부를 초토화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풍경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장면 등은 오랫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그는 “온 삶이 제 작품의 모티브인데, 몇 가닥의 모티브가 모여 소설을 쓰게 된다”라며 “재난과 여행이라는 것은 사실 떨어뜨려놓고 싶은 주제인데 이 둘을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작가에게 문학은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내는 경로, 자유자재로 생각을 풀어내는 공간이다. 미국 여성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와 도나 타트, 일본의 다와다 요코 등을 좋아한다는 그는 “소설을 쓸 때 굳이 어떤 장르라고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 편”이라며 “제게 새로운 자극을 선사한 이번 경험을 살려 앞으로도 제가 바라보는 세상을 자유롭게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그의 지론은 더 많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좀 더 빨리 해외에서 번역돼야 한다는 것이다. ‘밤의 여행자들’은 국내에서 2013년에 출간됐지만, 영국과 미국에서는 7년이 지난 지난해 출간됐다. 2010년 나온 작가의 첫 소설집 ‘1인용 식탁’은 12년 만인 내년에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문학 번역이 대중가요보다는 전파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어 시차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지만, 해외 독자들도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빠르게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윤고은, 재난시대 통찰해 亞최초 ‘대거상’… 김영하·편혜영 잇는 ‘K-스릴러’ 쾌거

    윤고은, 재난시대 통찰해 亞최초 ‘대거상’… 김영하·편혜영 잇는 ‘K-스릴러’ 쾌거

    윤고은(41) 작가의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영문 명칭은 ‘The Disaster Tourist’)이 아시아권 최초로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주관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수상하면서 최근 급부상한 ‘K-스릴러’ 문학 위상에 관심이 쏠린다. ‘밤의 여행자들’은 재난을 소재로 글로벌 자본주의와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있는 작품으로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편혜영 ‘홀’ 등 기존 해외 문학상 수상작들의 계보를 잇게 됐다. 1955년 제정된 대거상은 CWA가 매년 픽션과 논픽션 대상 총 11개 부문의 상을 수여하고, 미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에드거상과 더불어 영어권 양대 추리문학상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번역추리소설 부문은 매년 영어로 번역된 해외 추리 문학 가운데 뛰어난 작품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2019년까지 ‘인터내셔널 대거상’으로 불렸다. 역대 수상자들은 프랑스의 아네로르 케흐(2020), 스웨덴의 헨닝 만켈(2018) 등 유럽권 작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프레드릭 배크만, 록산느 부샤르 등 6명의 작품이 최종후보로 선정됐지만, ‘밤의 여행자들’이 유일한 아시아 문학으로 이름을 올렸다. 윤 작가는 해당 부문이 개설된 이후 우리나라 최초 수상자이기도 하다. CWA는 ‘밤의 여행자들’에 대해 심사평을 통해 “한국에서 온 매우 흥미로운 에코 스릴러로 신랄한 유머로 비대해진 자본주의의 위험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2013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이 소설은 재난 지역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수석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고요나’가 사막에 있는 싱크홀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가 퇴출 후보지로 지목된 싱크홀 ‘무이’를 살리기 위한 인공 재난 프로젝트에 우연히 관여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책은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에서 번역 출간됐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중국어(대만)판 출간도 예정돼 있다. 영국에서는 ‘프로파일 북스’ 출판그룹의 임프린트인 ‘서펀츠 테일’ 출판사에서 프리랜서 번역가인 리지 뷸러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뷸러는 윤 작가의 2010년 소설집 ‘1인용 식탁’도 번역해 미국 컬럼비아대 출판부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미국 타임지는 이 책을 ‘2020년 8월 필독 도서 12종’에 추천했다. 특히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해 7월 9일 서평 기사를 통해 “‘밤의 여행자들’은 재치 있고, 터무니없기도 하며,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럽다. 이 에코 스릴러는 기후변화가 글로벌자본주의와 어떻게 뗄 수 없는 관계인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한 윤 작가는 ‘무중력 증후군’,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등의 작품을 냈고,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을 받았다. 온라인 시상식에 참석한 윤 작가는 2일 “수상자로 호명돼 놀랐고 다른 차원으로 가는 ‘웜홀’을 발견한 느낌”이라며 “이 환상적인 ‘웜홀’로 기꺼이 들어가 앞으로 더 자유롭게 글을 쓰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윤 작가의 수상은 최근 몇 년간 스릴러 작품을 쓴 작가들이 해외 무대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드높이는 양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편혜영 작가는 ‘홀’로 2018년 미국 셜리 잭슨상을 받았고, 김영하 작가는 범죄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독일추리문학상(2020),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2020), 일본번역대상(2018) 등 해외 문학상을 3개나 받았다. 손원평 작가는 성장 소설과 스릴러 장르를 결합한 ‘아몬드’로 지난해 일본 서점대상(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다.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윤 작가의 수상은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가 세계화되면서 그동안 고립돼 있던 한국어와 한국 문학의 체질이 바뀌게 돼 세계 사회에서 언어적·문법적 소통을 이룬 결실”이라며 “한국 문학이 다른 한류 상품과 마찬가지로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잠재력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 교수는 “스릴러 장르가 단순히 현실과 괴리된 상황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성찰이 들어가면서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세계인이 존재론적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에서 재난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자연과 인간 삶과 실존에 대한 위기를 본격적으로 다뤄 성찰해야 할 주제로 호응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한국의 장르 문학이 세계 유수 문학상 수상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세계 문학시장에서의 수요 확대와 체계화된 번역 지원이 맺은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 김언 시인·윤해서 작가 김현문학패 수상

    김언 시인·윤해서 작가 김현문학패 수상

    문학실험실이 제정한 제7회 김현문학패 수상자로 김언(48) 시인과 윤해서(40) 작가가 선정됐다. 김현문학패는 프랑스 문화 연구자이기도 한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을 기려 문학실험실이 매년 한국 문학에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실험정신을 보여 준 시인과 소설가에게 주는 상이다. 김현이 타계한 나이인 만 48세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1998년 ‘시와 사상’을 통해 등단한 김 시인은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등을 냈고,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등을 받았다. 윤 작가는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 장편소설 ‘0인칭의 자리’ 등의 작품이 있다. 심사위원회는 김 시인에 대해 “언어와 세계 양쪽을 모두 운동시키는 시인으로, 고착된 언어와 세계를 새로운 관계로 연동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독자로 하여금 삶을 살아 보고 싶게 만드는 시인”이라 극찬했다. 윤 작가의 활동에 대해서는 “시제도 없고 인칭도 없이 타인의 말을 듣는 자의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 제7회 김현문학패 수상자 김언 시인·윤해서 작가

    제7회 김현문학패 수상자 김언 시인·윤해서 작가

    문학실험실이 제정한 제7회 김현문학패 수상자로 김언(48) 시인과 윤해서(40) 작가가 선정됐다. 김현문학패는 프랑스 문화 연구자이기도 한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을 기려 문학실험실이 매년 한국 문학에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실험정신을 보여 준 시인과 소설가에게 주는 상이다. 김현이 타계한 나이인 만 48세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1998년 ‘시와 사상’을 통해 등단한 김 시인은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등을 냈고,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등을 받았다. 윤 작가는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 장편소설 ‘0인칭의 자리’ 등의 작품이 있다. 심사위원회는 김 시인에 대해 “언어와 세계 양쪽을 모두 운동시키는 시인으로, 고착된 언어와 세계를 새로운 관계로 연동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독자로 하여금 삶을 살아 보고 싶게 만드는 시인”이라 극찬했다. 윤 작가의 활동에 대해서는 “시제도 없고 인칭도 없이 타인의 말을 듣는 자의 소설”이라며 “오감에 남아 오래오래 몸에서 떠나지 않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 내 우주만큼 넓은 타인의 우주 얘기…어리고 젊고 늙은 ‘김지영’들의 얘기

    내 우주만큼 넓은 타인의 우주 얘기…어리고 젊고 늙은 ‘김지영’들의 얘기

    타인의 집/손원평 지음/창비/272쪽/1만 4000원우리가 쓴 것/조남주 지음/민음사/368쪽/1만 4000원 국내외에서 모두 주목받은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의 손원평과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가 각각 첫 소설집을 들고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두 작가는 부동산 대란, 저출산 고령화와 외국인 혐오, 청년 세대의 박탈감에서부터 가부장제와 여성의 삶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민낯을 여과 없이 펼쳐 보이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손 작가의 ‘타인의 집’에 실린 단편 8편의 등장인물들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삶을 한순간 일그러지는 얼굴을 통해 그대로 내비친다. 표제작 ‘타인의 집’의 ‘나’는 아파트 전셋집 셰어하우스에 불법 월세 입주자로 들어가 이를 숨기고자 집주인에게 어설픈 연극을 시도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집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비참한 청년층 주거 현실을 체감한다. SF소설 ‘아리아드네 정원’의 민아는 노인 수용시설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이민자 청년들에게 의존하지만, 이들이 “모든 건 그들(노인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 생긴 일”(131쪽)이라며 세금을 좀먹는 고령자 시설의 폐지를 주장하자 배신감을 느낀다. ‘상자 속의 남자’의 주인공은 위험에 처한 아이를 구하려다 식물인간이 된 형을 보고 어떤 호의도 세상에 베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작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확장되는 풍경들을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독자를 마냥 절망 속에 가둬 두지는 않는다. 형의 희생이 쓸모없었다고 생각한 ‘나’(상자 속의 남자)는 결국 형이 살려낸 소녀와 함께 다른 사람을 살렸고, 세상을 유지하는 힘은 다름 아닌 서로의 존재와 인류애라는 믿음을 보여 줬다.손 작가는 “획일성의 기조가 한층 더 두텁게 사람들을 잠식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리 사회의 맹목적 집단주의, 편 가르기의 폭력성을 비판했다. 이어 “나와 남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며 “나의 우주가 그렇듯, 타인의 우주 안에도 다양한 작동원리가 있다”고 강조했다.조 작가의 ‘우리가 쓴 것’에는 ‘여자아이는 자라서’, ‘매화나무 아래서’ 등 청소년에서 노년에 걸친 다양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단편 8편이 실렸다.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돌봄 노동, 여성의 노년 등 그동안 천착해 온 페미니즘 화두를 끌어안고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는 수많은 ‘김지영’을 다시 소환한다. 예컨대 오래 사귄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청혼을 거부하는 여성이 쓴 편지(‘현남 오빠에게’)를 통해 남녀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남편이 죽은 이후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오로라의 밤’)에서는 수직적 고부 관계가 인정과 양보를 전제로 한 수평적 관계로 바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자전적 성격을 띤 ‘오기’에서 ‘82년생 김지영’ 이후 겪은 악플과 고통스러운 나날을 표현했다. 그는 첫 소설집을 낸 소회를 “다시 읽고 쓰며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며 “약간 멋쩍고 매우 귀한 경험이었다”고 풀어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우리 일상을 술술 읽히는 쉬운 문체로 압축해 보여 준 두 작가의 축적된 경험과 사유, 고민이 한여름 더위를 식혀 줄 듯하다.
  • 러시아 걸작 원전에 충실한 번역… 19세기 대문호 감성에 더 가깝게

    러시아 걸작 원전에 충실한 번역… 19세기 대문호 감성에 더 가깝게

    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체호프 작품해외문학 중 인기 많고 독자층 두꺼워원문 그대로 즐기고 싶다는 수요 반영특정한 시기 작품들 편중 출판은 문제 세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는 러시아 대문호들의 고전문학 작품이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됐다. 러시아 고전문학 독자층이 두텁고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요구하는 고급화된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창비는 ‘죄와 벌’로 유명한 천재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 ‘까라마조프 형제들’을 3권으로 나눠 출간했다. 1880년 출간된 이 책은 러시아 소도시의 지주 까라마조프가 살해된 뒤 세 아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 인간 존재와 세계에 대한 탐구의 결정체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추리적 기법을 활용해 벌인 탐색과 심판의 과정을 생생히 그려 냈다. 번역을 한 홍대화 경남대 교수는 주석을 꼼꼼히 달았고, 러시아 정교 사제들에게 자문해 작품에 반영된 종교 관련 용어를 보충하며 이해를 높였다.스피리투스는 러시아 단편 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단편소설집 ‘자고 싶다’를 출간했다. 기 드 모파상,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단편 작가로 꼽히는 체호프는 사소한 일상에 유머와 풍자를 더해 비극적 유머로 승화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이상원 서울대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아기를 돌보는 13세 소년의 시각에서 폭력과 저항을 담은 표제작 ‘자고 싶다’(1888) 외에 ‘관리의 죽음’(1883), ‘삶에서 하찮은 일’(1886) 등 9편의 단편을 담았다.‘부활’, ‘전쟁과 평화’ 등 대작을 남긴 거장 레프 톨스토이(1828~1910)가 인생과 정치에 대한 통찰을 담은 사상 선집 ‘비폭력에 대하여’는 바다출판사에서 나왔다. 세상의 변혁을 꿈꿨던 작가는 1904년과 1905년에 걸쳐 남긴 세 편의 에세이로 인권의 존엄성과 비폭력, 반전 평화를 호소한다. 러일전쟁을 목격한 그는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국가 조직에 생명과 자유를 무조건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박미정 경북대 강사가 번역을 맡았다. 중역이 아닌 러시아어 원전에 기반을 둔 번역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국내 러시아 문학 출판의 경향이 여전히 19세기 대문호 위주로 편중돼 있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김현택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는 “러시아어가 유럽 언어 가운데 한국어로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원전에 충실한 번역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이들 대문호에 대한 고정 독자층의 수요를 반영한다”며 “다만 ‘브랜드’ 있는 대문호만 좇는 편협성은 극복할 과제”라고 말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해외 문학 가운데 러시아 고전이 가장 인기가 많지만, 국내 출판계가 19세기 대문호들의 작품에 편중돼 중복 출판하는 경향은 역량 낭비”라며 미하일 숄로호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류드밀라 페트루스카야 등 현대 러시아 문학의 주축을 이루는 작가를 발굴해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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