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설집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금화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선수촌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핵시설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껍질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81
  • 거장들이 돌아온다, 새해 길 밝힐 새 글로

    거장들이 돌아온다, 새해 길 밝힐 새 글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사회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도서 판매량이 2년 연속 증가하는 등 책과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지난해 많은 사람이 책을 통해 답답한 현실을 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꿨다. 2022년에는 어떤 책들이 인생 길을 환히 밝혀 주는 ‘삶의 등불’이 될까.2일 국내 출판계에 따르면 우선 문학 부문에서는 황석영, 은희경, 김훈, 김언수 등 국내 유명 작가의 기대작이 잇달아 출간돼 코로나19로 우울한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 줄 것으로 보인다. 창비에서는 올 상반기 등단 60주년을 맞는 황석영의 우화 소설 ‘별찌에게’(가제)를 출간할 예정이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숲속 동식물, 무생물 등과 사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문학동네는 1월 중 은희경이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쓴 연작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내놓는다. 중단편 4편이 수록된 소설집은 자신을 잊으려고 떠나온 곳에서 오히려 자기 자신을 생생하게 마주하는 여정을 그려 낸다.장편 ‘칼의 노래’(2001)로 유명한 김훈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제목 미정)도 상반기 중 문학동네에서 나온다. 소설집으로는 ‘강산무진’(2006) 이후 16년 만이다. 2013년부터 9년간 써 온 단편들을 묶었다.‘설계자들’(2010)로 ‘한국의 헨닝 망켈’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김언수는 원양 어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이에 얽힌 조직의 이합집산을 그린 장편소설 ‘빅아이’를 역시 문학동네를 통해 올여름 선보인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 예정인 황모과 작가의 SF 장편소설 ‘우리가 만날 시간’도 여아 낙태를 주제로 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해외 작가들의 기대작도 속속 번역 출간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국내 출간작이 없었던 탄자니아 출신의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작품인 ‘낙원’, ‘바닷가에서’, ‘그 후의 삶’, ‘야반도주’ 네 편이 문학동네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특히 ‘낙원’은 1차 세계대전에 휘말린 아프리카의 전통이 어떻게 훼손되는지를 생생하게 그린 대표작이다. 민음사는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거장 오르한 파무크의 ‘페스트의 밤’과 역대 공쿠르상 수상작 가운데 가장 잘 팔린 프랑스 작가 에르베 르텔리에의 ‘비상착륙’을 올 상반기 중 선보인다.비문학에서는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사회 경제적 문제를 톺아보는 석학들의 신간과 미래 기술 관련 책들이 출간 예정이다. 세계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좀비와 논쟁하기’(부키)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불거진 경제적인 비상 상황에서는 재정을 통해 복지를 확대하는 정부의 개입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사회학자 김찬호는 ‘보는 것과 보이는 것-대면과 응시의 사회학’(문학과지성사)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의 공간이 확장되는 시대에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마음의 힘을 키우고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을 사회심리학적으로 탐구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오는 10월 민음사에서 코로나19와 지구온난화로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현재와 미래의 세대가 앞으로 지구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짚어 보는 신간을 출간한다. 아울러 베스트셀러 ‘아비투스’를 썼던 독일 컨설턴트 도리스 메르틴은 다음달 예정된 신간 ‘엑설런스’(다산북스)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에 대체될 수 없는 것은 인간이 타인과 공명하는 능력, 열린 마음”이라고 짚었고, 로봇 과학자 피터 스콧 모건은 ‘피터 2.0’(김영사)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가상현실(VR)·AI 등 첨단 기술을 신체에 접목해 ‘사이보그’가 탄생한 과정을 그린다. ‘대선의 해’를 맞아 ‘리더의 상상력’(사계절)은 정치적 상상력이 실종된 시대의 올바른 정치 리더십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대통령의 염장이’(김영사)는 최규하·노무현·김대중·김영삼·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을 지킨 전통장례 명장 유재철이 한 시대의 리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메시지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해 독서 시장의 핵심 키워드였던 유튜브의 영향은 올해도 이어져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채널 콘텐츠들을 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책꽂이]

    [책꽂이]

    비커밍 김정은(박정현 지음, 손용수 옮김, 다산북스 펴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인 저자가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성장 과정과 정세 판단 등을 담아 내놓은 책이 최근 국내 번역·출간됐다. 저자는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효과적으로 ‘핵 외교’ 교육을 받았다며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392쪽. 2만원.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제임스 햄블린 지음, 허윤정 옮김, 추수밭 펴냄)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가 우리 몸에 관한 101가지 진실을 이야기한다. ‘잠은 실제로 몇 시간 자야 하나’, ‘문신은 왜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나’, ‘보조개는 왜 생기나’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인간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 512쪽. 2만원.중독에 빠진 뇌과학자(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심심 펴냄) 한때 약물에 중독됐었던 뇌 과학자의 시각으로 술, 커피, 대마, 코카인 등 중독의 과학적 원리를 소개한다. 약물은 신체에서 이미 일어나는 신경 활동의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식으로만 작용하며, 뇌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약물 효과를 상쇄하는 방향으로 적응한다고 설명한다. 360쪽. 1만 9000원.조선이 본 고려(박종기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30년 이상 고려사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가 조선 시대보다 사료가 적은 고려사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왜곡됐던 고려 인물들의 삶을 복원했다. 태조 왕건, 정도전, 이색 같은 대표적 인물뿐 아니라 조선 건국 세력에 의해 이미지가 왜곡됐던 우왕·창왕 같은 고려 말기 국왕들도 재조명한다. 300쪽. 1만 8000원.스타트업 규제개혁 아젠다(곽노성 지음, 렛츠북 펴냄) 규제 정책 전문가의 시선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스타트업 규제를 개혁해야 할지 제언한다. ‘규제 샌드박스’를 스타트업 규제 개혁의 출발점으로 꼽은 저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화학물질, 바이오 헬스’ 분야를 개혁이 시급한 분야로 선정했다. 240쪽. 1만 3000원.삼락카페(홍구보 지음, 청옥 펴냄) 1999년 제5회 김유정소설문학상을 받으며 늦깎이 등단했던 향토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오십쯤 첫 번째, 환갑에 두 번째 소설집을 냈던 작가는 이제 칠순을 바라보며 평생 고향을 지키며 겪은 일들과 이에 대한 단상, 이웃 간 갈등과 애증, 부모 형제에 대한 기억 등을 12개 단편에 해학적으로, 때로는 애잔하고 뭉클하게 녹여 냈다. 276쪽. 1만 3500원.
  • 베스트셀러 작가들 잇단 귀환…이야기로 ‘우울한 사회’ 달랬다

    베스트셀러 작가들 잇단 귀환…이야기로 ‘우울한 사회’ 달랬다

    올 한 해 문학계는 ‘이야기의 힘’을 지닌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잇따라 귀환하면서 코로나19로 우울한 독자들을 소설의 풍성함으로 달랬다. 가족, 여성, 현대사, 스릴러 등 다양한 서사를 펼쳐 낸 여성 작가들의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문단의 변화와 성찰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우선 ‘부커상’ 수상으로 유명한 한강 작가는 5년 만에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제주 4·3의 비극을 재조명한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저력을 입증했다.표절 파문으로 2015년부터 활동을 중단해 온 신경숙 작가도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통해 6년 만에 문단으로 복귀했다. 이 책은 미국 아스트라 출판사와 번역 출간 계약을 맺는 등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신 작가는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의도적으로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여전히 선을 그었다.‘7년의 밤’의 정유정 작가는 신작 ‘완전한 행복’으로 ‘스릴러 소설의 여왕’이란 명성을 입증했고,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는 소설집 ‘우리가 쓴 것’을 통해 페미니즘 서사를 이어 갔다.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SF작가 김초엽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최은영 작가도 첫 장편소설 ‘밝은 밤’으로 대산문학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작가들의 활약에 힘입어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올해(1~11월 기준) 한국 소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나 증가했다.여성 문인들의 주요 문학상 수상도 도드라졌다.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은 지난 2일 스웨덴 ‘시카다상’ 수상자로 선정돼 노벨문학상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윤고은 작가는 ‘밤의 여행자들’(2013)로 아시아권 최초로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대거상’을 받았다. 국내의 김승옥문학상 대상(문진영), 김유정문학상(권여선) 등에서도 여풍이 이어졌다.남성으로는 만화가인 마영신 작가가 ‘엄마들’(2015)로 만화계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 국제부문을 수상했다. 지난해 수상작 김금숙 작가의 ‘풀’에 이어 2년 연속 한국 만화계의 쾌거로 풀이된다. 유성호(한양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과거보다 페미니즘이나 여성 서사가 더 많은 관심을 모으게 되고 여성적 가치가 전면화되면서 여성 문인의 주류화 현상이 공고해지고 있다”면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경우 우리 문학이 다시 역사적 서사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감염병 사태의 지속에 따른 생태학, 기후변화 등에 대한 담론적 관심이 증폭되는 만큼 2~3년 내엔 이를 반영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단의 변화와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1월에는 김민정 작가의 단편소설 ‘뿌리’를 거의 그대로 베낀 원고가 5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448개에 달하는 전국 문학상의 난립상과 허술한 검증 체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8월에는 원로 예술가·문인을 지원하는 대한민국예술원의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신입 회원 선출 방식과 방만한 운영이 논란이 돼 이기호 작가를 비롯한 문인 744명이 예술원의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스모그 걷히면 희망이 있겠지

    스모그 걷히면 희망이 있겠지

    승신과 호연은 각자 부모 중 한 명이 자살했다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안고 불륜 관계를 이어 간다(‘어른의 맛’). 민수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아내 진영과 과거에 묵었던 호텔을 헤매며 삶을 예전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 기대한다(‘두고 온 것’). 나이가 많다고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받은 ‘미스 수’는 시청 인근을 배회하다 쓰레기 더미가 쌓인 공터에 도착한다(‘더러운 물탱크’).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실존적 불안에 시달린 현대인을 꾸준히 그려 온 강영숙 작가의 신작 소설집 ‘두고 온 것’ 속 인물들은 이처럼 개인적 불행을 겪고 정처 없이 방황한다. 주로 중장년층인 이들을 둘러싼 현실은 막막한 스모그와도 같지만, 작가는 이어지는 불행한 현실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들의 얘기를 조밀하게 담았다. 작중 인물들은 삶에서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표제작 ‘두고 온 것’의 민수는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피해의식에 시달리면서 결국 무너져 버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어른의 맛’의 주인공 승신은 호연과의 삶에 권태를 느끼던 중 어렸을 때 친구 수연과 수십년 만에 만나 호연과는 하지 못했던 누추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삶의 변화란 새로운 사실을 접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원래 지니고 있던 소중한 가치와 다시 연결됨으로써 시작된다는 것을 전하는 듯하다.이 책은 독자를 마냥 불행 속에 가둬 놓지 않고 절망 너머로 한 걸음 더 내디디는 순간으로 이끈다. ‘버려진 지대에서’의 다큐멘터리 작가 은수는 가정폭력으로 남편과 이혼한 노년의 엄마 소희와 함께 옛 공업도시 여행을 떠난다. 홀로 은수를 키워 낸 소희는 자신에게 무심한 딸이 섭섭했지만, 두 사람은 과거 모습 그대로 버려진 도시를 돌아보며 서로의 삶을 돌아본다. ‘곡부 이후’에서 진석은 중국 취푸(曲阜)에서 실종된 정 대리를 찾아 그의 종적을 되짚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막막한 여정 속에서 정 대리를 점차 이해하게 되고, 애써 외면하고 숨기려 했던 자신의 연약함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더러운 물탱크’에서 나이 때문에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된 ‘미스 수’도 쓰레기 더미를 마주하자 이를 회피하기보다는 쓰레기 더미 위에 올라앉아 일몰을 바라본다. ‘쓸모’란 자신이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저마다 ‘두고 온 것’을 찾아 헤매는 인물들은 끝내 자신이 두고 온 것을 되찾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을 좇다 보면 어느 순간 두고 온 것은 희미해지고 두고 온 이후의 걸음이 선명해진다. 그렇게 무엇도 외면하지 않은 채 끝까지 살아가겠다는 태도로 독자는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무엇이든 작은 것이라도 기록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한 관찰이 전부인, 스스로 쓰는 부고장 같은 소설들을 한 장의 엽서에 담았다”고 표현했다. 개인적 불행을 겪은 이들이 마주한 폐허를 딛고 서서 그 너머로 시선을 던지는 이 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재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의미 있게 읽힌다.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를 둘러싼 일상을 압축해 삶의 이면을 들춰 주는 단편 9편은 그래서 반갑기만 하다.
  • 놓친 사랑의 바다, 얽힌 사랑의 사찰… 나타샤 거기 있나요

    놓친 사랑의 바다, 얽힌 사랑의 사찰… 나타샤 거기 있나요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 눈은 푹푹 날리고 /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 나타샤와 나는 /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중략) 눈은 푹푹 나리고 /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겨울이 잇닿아 오면, 아니 눈이 내릴 때마다 생각나는 시가 있다. ‘눈이 폭폭 쌓이는 밤’에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고 싶다던 사람과 그의 나타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 물론 나는 이 시를 언어영역(요즘은 국어 영역!) 지문의 한 구절로 처음 접했다. 월북한 시인의, 해금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작품을 수능 문제로 풀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사랑은 하고 라니. 눈이 푹푹 나리거나 날리거나 사랑은 했다니. 어조사 ‘은’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중략)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든데 /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 샘이 있는 마을인데 /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깃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중략)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여가며 /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백석의 ‘통영’) 백석이 사랑하는 여인 ‘난’을 만나기 위해 자주 찾았다는 통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은 하늘보다 더 짙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천희’ 혹은 ‘난’을 기다렸다는 충렬사 앞은 절기는 겨울이지만 아직 가을을 품고 있는 노란 은행잎들이 빗줄기처럼 흩뿌려지는 중이었다. 이쯤에서 백석이 앉아 있던 걸까, 저 우물가에 정말로 난이 다녀갔을까 하며 통영 곳곳을 거닐었다. 사랑을 찾아왔지만, 거절당한 사람의 마음이 돼 통영 곳곳을 다녀 보았다. 그런 이가 맞는 비라니. 백석의 표현대로라면 ‘김 냄새 나는 비’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1912년 7월 1일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백석은 오산소학교를 졸업하고 오산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한다. 교사가 되고 싶어 했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 탓에 보통학교 졸업 후에는 바로 대학으로 진학을 하지 못했다. 1929년 조선일보 후원 장학생 선발시험에 붙어 일본의 아오야마학원 전문부 영어사범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듬해인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그 모(母)의 아들’이 당선된다. 언어를 배우는 능력이 비상했던 덕분에 1학년 때는 영어를, 2학년 때 프랑스어를, 3학년 때는 러시아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영어사범이 전공이었지만 독일어를 더 좋아해서 정식으로 독일어 수업을 들었다. 이런 까닭에 해방 이후 북에서 수많은 번역서를 남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조선일보에 입사해 교정부에서 일을 한다. 그와 동시에 ‘여성’의 편집을 도맡기도 했다. 이 즈음에 소설 대신 시를 쓰기 시작한다. 시 ‘정주성’(定州城)을 시작으로 수많은 시를 쏟아내기 시작했으며 신문사의 출판부로 자리를 옮겨 잡지 ‘조광’의 창간에 참여해 대성공을 이룬다. 잡지 편집자로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1936년 백석은 첫 시집 ‘사슴’을 자비로 출판한다. 당시 ‘사슴’의 가격이 2원이었는데, 다른 시집보다 두 배가량 더 비싼 가격이었다.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100부 한정판으로 찍어 대부분 증정용으로 시집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사슴’을 구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필사해 가지고 다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시인 윤동주도 연세대 도서관에 있던 ‘사슴’을 옮겨 적어 다닐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해방 후에 고향 정주로 돌아간 백석은 그곳에서 분단이 되기까지 계속 머무른다. 남으로 가자는 동료들의 제안도 마다하고 스승인 조만식의 곁에 남아 시를 쓰고 러시아어 번역과 함께 아동문학을 연구했다. 1950년대 초까지도 북한 문단에서 꽤 권위를 인정받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외부활동을 하지 않은 채 칩거하며 엄청난 양의 러시아 소설들을 번역했다고 한다. 1958년 백석은 “사상과 함께 문학적 요소도 중요시하자”는 주장을 했던 이른바 ‘붉은 편지 사건’으로 인해 김일성 정권의 문예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자아비판을 강요당한다. 이후 양강도 삼수군의 협동농장 축산반으로 쫓겨나 아예 북한 문단에서 사라지게 된다. 백석은 삼수군의 양치기와 농사꾼으로 살기 시작했지만 평양에서 유명한 시인이 왔다는 소문이 퍼져 그곳의 아이들에게 문학 교육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1996년 감기에 걸려 고생하다 갑자기 사망했다고 아내가 증언해 주어 백석의 사망이 밝혀진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통영까지 찾아갔지만 거절당한 뒤에 백석은 세 번의 결혼을 한다. 그리고 남쪽에는 그를 평생 그리워한 여인 자야(김영한)가 있었다. 김영한의 호인 ‘자야’는 이백의 시 ‘자야오가’에서 가져온 것이다. 함흥관 기생이었던 그는 백석의 애인으로 지내며 동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부모의 강요로 결혼을 한 것이다. 자야는 김숙이라는 필명으로 ‘삼천리’에 수필을 발표하기도 한다. 백석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로 떠나지만 그에 대한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한 달 만에 경성으로 돌아온다. 만주의 산징으로 같이 떠나자는 백석의 청을 거절한 것이 그와의 마지막이었다고 회상한 자야. 그 뒤로 대원각이라는 큰 요정을 운영하다가 말년에 법정 스님에게 요정 전체를 시주했다. 당시 돈으로 1000억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스님은 몇 번이고 고사했지만 결국 대원각을 길상사로 개조했고, 김영한에게 ‘길상화’라는 법명을 지어 주었다. “1000억원이란 돈도 그 사람의 시 한 줄만 못하다”는 김영한의 말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마음은 자신과 있지만 다른 여인과 결혼을 세 번이나 한 사람, 북으로 가서 연락조차 하지 않은 사람을 평생 기다리며 그의 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삶은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아직도 길상사에 오롯이 남아 있다. 최근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작가는 통영 사람이다. 그에게 백석과 통영에 대해 물었다. 해금된 이후로 읽게 된 백석의 시편들 중에서 통영 연작시들을 특히 인상 깊게 읽었다고 했다. 반 작가의 친정어머니가 기거하던 맞은편 아파트에 100세를 넘긴 ‘난’의 올케언니가 살았다는 말도 전해 주었다. 반 작가에게 통영, 그리고 백석의 자취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통영 기행’에 대해 물었더니 단번에 ‘세병관’을 먼저 둘러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영은 통제영의 줄임말이며 충청 전라 경상을 아우르는, 한강 이남 최고의 관청기관이 바로 세병관이라고. 300년 동안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삼도수군통제사가 190명이나 거쳐 갔다고 한다. 그들이 오가는 동안 삼도의 문화가 얼마나 많이 오갔겠는가 하는 것은 이미 너무도 유명한 사실. 문화대박람회가 이루어진 장소가 세병관이고 또 옛 건축 양식을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이니 통영 여행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세병관에서 충렬사, 백석의 시가 새겨진 명정 우물을 돌아 서호시장을 둘러보며 예전의 문화와 현재가 만나고 있는 것들을 즐겨 보라는 말을 전해왔다. 그것이 ‘통영’이라고도 했다.통영과 서울의 길상사는 백석과 그의 사랑들로 매우 유명해졌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이야기하기에는 거기에 서린 시간과 마음 그리고 발길이 너무 많고 깊다. 백석의 시를 따라 통영을 걷고 길상사에 서린 사랑의 마음을 읽는 일. 이루지 못한 사랑들이 아직도 꿈틀대는 그곳들을 새롭게 걸어 보는 일부터 이 겨울은 시작될 것이다. 나와 나타샤가 사랑은 하고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들어가는 그 밤에는 김 냄새 나는 비와 눈이 번갈아가며 내릴 테니까. 그때 어디선가 응앙응앙 우는 당나귀의 흰 울음소리가 들릴지 어찌 알겠는가. 그것들을 찾고 보러 통영과 서울의 길상사로 떠날 겨울이 왔다.소설가 이은선
  • 제67회 현대문학상 정소현, 이제니, 박혜진

    제67회 현대문학상 정소현, 이제니, 박혜진

    올해 제67회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정소현(46) 작가, 이제니(49) 시인, 박혜진(35) 평론가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 ‘그때 그 마음’, 시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외 6편, 평론 ‘뿌리가 되는 꿈-김숨의 예술가, 김숨이란 예술가’다. 현대문학사가 주관하는 현대문학상은 1년간 각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상금은 각 부문 1000만원이다. 2008년 등단한 정 작가는 소설집 ‘너를 닮은 사람’, ‘품위 있는 삶’ 등을 펴냈다. 심사위원들은 단짝 친구였던 두 여성이 오랜만에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그때 그 마음’에 대해 “당연해서 새로울 것 없고 그래도 잊어도 좋았던 마음들을 건져내고, 가난하고 나이 든 여성의 폐허라 불러도 좋을 얼굴들을 발견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정 작가와 마찬가지로 2008년 등단한 이 시인은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등을 펴냈다. 이 시인의 시 7편은 “시각 이미지에 기울어져 있는 현대시에 익숙한 독자에게 시의 기원이 주술과 음악임을 새삼 깨닫고 만끽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2015년 등단한 박 평론가의 평론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있음과 없음, 사라짐과 되살아남, 잃어버림과 얻음의 변증법 혹은 이중성의 그물로 김숨 소설의 의미를 건져 올린다”고 호평했다. 시상식은 내년 3월 말 열린다.
  • 서이제 ‘0%를 향하여’ 오늘의 작가상

    서이제 ‘0%를 향하여’ 오늘의 작가상

    제4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에 서이제 작가의 소설집 ‘0%를 향하여’를 선정했다고 25일 민음사가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독특한 유머 감각과 리듬감 있는 문장, 작품마다 형식과 어조를 달리하는 다양성 등이 돋보였고 ‘젊음’이란 소재의 새로운 면모를 내보였다”고 설명했다.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된 ‘0%를 향하여’는 예술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꿈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렸다.
  • “페미니즘적 사유는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중 하나”

    “페미니즘적 사유는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중 하나”

    “페미니즘적 사유는 작가로서 세상을 볼 때 쓰는 렌즈 중 하나이지요. 감정을 잘 담아내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등단 10년 만에 첫 소설집 ‘트랙을 도는 여자들’을 낸 차현지(34) 작가를 17일 만났다. 여성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현실을 응시한 책은 다산책방이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차 작가는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테마 소설집에 참여하고 틈틈이 문예지에 소설을 게재했지만, 오롯이 자신만의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고, 그만큼 이 책이 소중한 느낌”이라며 “오래 품고 있던 작품들이라 후련하기보다 한 시절을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책에는 사회적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들이 많이 등장한다. 표제작 ‘트랙을 도는 여자들’에서는 홀로 딸을 키우던 여자가 주택가에서 칼에 찔려 숨지고, ‘미주와 근화의 이란성 쌍둥이 썰’에 나오는 방송국 외주 작가는 주변의 무시와 폭언을 견디고자 매일 밤 폭식하며 유튜브를 시청한다. ‘핑거 세이프티’의 화자인 ‘나’는 술에 취해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보며 자랐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차 작가는 “여성으로 살아가다 보니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정형화된 틀 속에서 많은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그려 내게 됐다”며 “페미니즘적 사유 방식은 오늘을 사는 작가로서 제가 세상을 볼 때 쓰는 ‘렌즈’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설은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장르”라며 “감정을 잘 담아내는 작가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태로움으로 시작된 작가의 소설은 호소와 공감을 넘어 연대로 나아간다.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작가가 저녁에 동네 학교 운동장 내 같은 트랙을 도는 여성들을 보면서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됐다. 그는 “제 다른 소설들의 여성 화자들도 사실 똑같은 트랙을 도는 친구들인 것 같다”고 했다. 고통받는 엄마를 통해 가부장제를 고발한 ‘핑거 세이프티’에 대해 작가는 “모녀 사이는 단순히 ‘나이가 드니까 엄마를 이해할 수 있어’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엄마와 딸이 각자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지만, 계속 천착하게 되는 것들을 오래 만지다 보면 소설이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 “페미니즘적 사유는 세상 보는 ‘렌즈’…감정 잘 담아내는 작가 되고파”

    “페미니즘적 사유는 세상 보는 ‘렌즈’…감정 잘 담아내는 작가 되고파”

    “페미니즘적 사유는 작가로서 세상을 볼 때 쓰는 렌즈 중 하나이지요. 감정을 잘 담아내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등단 10년 만에 첫 소설집 ‘트랙을 도는 여자들’을 낸 차현지(34) 작가를 17일 만났다. 여성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현실을 응시한 책은 다산책방이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차 작가는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테마 소설집에 참여하고 틈틈이 문예지에 소설을 게재했지만, 오롯이 자신만의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고, 그만큼 이 책이 소중한 느낌”이라며 “오래 품고 있던 작품들이라 후련하기보다 한 시절을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책에는 사회적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들이 많이 등장한다. 표제작 ‘트랙을 도는 여자들’에서는 홀로 딸을 키우던 여자가 주택가에서 칼에 찔려 숨지고, ‘미주와 근화의 이란성 쌍둥이 썰’에 나오는 방송국 외주 작가는 주변의 무시와 폭언을 견디고자 매일 밤 폭식하며 유튜브를 시청한다. ‘핑거 세이프티’의 화자인 ‘나’는 술에 취해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보며 자랐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차 작가는 “여성으로 살아가다 보니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정형화된 틀 속에서 많은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그려 내게 됐다”며 “페미니즘적 사유 방식은 오늘을 사는 작가로서 제가 세상을 볼 때 쓰는 ‘렌즈’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설은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장르”라며 “감정을 잘 담아내는 작가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태로움으로 시작된 작가의 소설은 호소와 공감을 넘어 연대로 나아간다.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작가가 저녁에 동네 학교 운동장 내 같은 트랙을 도는 여성들을 보면서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됐다. 그는 “제 다른 소설들의 여성 화자들도 사실 똑같은 트랙을 도는 친구들인 것 같다”고 했다. 고통받는 엄마를 통해 가부장제를 고발한 ‘핑거 세이프티’에 대해 작가는 “모녀 사이는 단순히 ‘나이가 드니까 엄마를 이해할 수 있어’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엄마와 딸이 각자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지만, 계속 천착하게 되는 것들을 오래 만지다 보면 소설이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 올해 문지문학상에 김멜라 작가, 백은선 시인

    올해 문지문학상에 김멜라 작가, 백은선 시인

    올해 문지문학상 수상자로 김멜라(38) 작가와 백은선(34)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단편 소설 ‘나뭇잎이 마르고’와 시 ‘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이다.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하는 문지문학상은 등단 10년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2010년 제정된 이후 소설 작품을 대상으로 운영되다가, 올해부터 시 부문으로 확대됐다. 올해 소설 부문 제11회 문지문학상을 받게 된 김멜라 작가는 2014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소설집 ‘적어도 두 번’을 펴냈다. 수상작인 단편 ‘나뭇잎이 마르고’는 장애를 가진 성소수자 여성을 그린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경계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퀴어·장애·여성이라는 요소의 울퉁불퉁한 접면에서 발생하는 여러 첨예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작가는 “문지문학상의 손짓이 저에게 다가와 잘 서 있었다고 말한다. 그 웃음에 조금은 마음을 놓고 주변을 둘러본다”면서 “저의 앞과 뒤에서, 또 옆에서 함께 소설을 쓰며 서 계시는 작가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시 부문 제1회 수상자가 된 백은선 시인은 201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가능세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도움받는 기분’ 등이 있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 ‘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에 대해 “감정의 고열과 압력으로 말문이 막히는 지경에서 말의 길을 찾는 것이 그의 세계인 것 같다”고 호평했다. 백 시인은 시 형태의 소감을 통해 “이제껏 내 시를 응원해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피리를 불어주고 싶다. 항아리를 기울여 물을 부어주고 싶다”며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감사의 방식, 가장 분명한 사랑의 표정”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12월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 서늘하도록 날카로운 통찰력… 북유럽 문학에 눈뜨다

    서늘하도록 날카로운 통찰력… 북유럽 문학에 눈뜨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출신 유명 작가들의 국내 미발표작들이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되고 있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 본성에 대한 예리한 묘사와 스릴러적 긴장감이 돋보이는 스칸디나비아 문학에 대한 마니아층이 꾸준히 형성되면서다. ●리케 신드롬 불러일으킨 ‘바람난 의사와…’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인 ‘브라게상’을 수상한 니나 리케(56) 작가의 장편소설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2019)이 최근 팩토리나인에서 나왔다. 동네 여의사이자 한 가정의 아내인 엘렌의 불륜을 중심으로 중산층의 허울을 까발리는 이 작품은 날카로운 풍자와 웃음이 어우러져 북유럽에 ‘니나 리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고상한 이혼녀를 표방하면서 뒤로는 친구 남편과 잠자리를 하는 등 온갖 군상을 묘사한 이 책에 대해 노르웨이 일간지 ‘아프텐포스텐’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꿰뚫는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노르딕 누아르의 진수 ‘더 체스트넛맨’ 문학동네는 덴마크 작가 쇠렌 스바이스트루프(53)의 범죄 스릴러 ‘더 체스트넛맨’(2018)을 펴냈다. 동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원작인 이 책은 ‘노르딕 누아르’의 진수를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의 데뷔작으로, 희생자 주변에 밤으로 만든 인형을 두고 가는 연쇄살인범 ‘체스트넛맨’을 쫓는 두 형사의 숨 가쁜 추격을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작가는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을 때 아이들이 밤 인형을 만들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는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영국 ‘더 타임스’는 “막힘 없는 속도감 덕에 페이지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고 극찬했다.●영화 ‘렛미인’ 원작자 소설집 ‘경계선’ 앞서 문학동네는 스웨덴에서 2008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2010년 만들어진 영화 ‘렛미인’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53)의 소설집 ‘경계선’(2012)도 선보였다. 표제작 ‘경계선’은 북유럽 신화 속 존재 ‘트롤’을 현대로 소환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후각을 지닌 항구 세관 직원 ‘티나’가 주인공이다. 티나는 어느 날 벌레 부화기 상자를 들고 나타난 ‘보레’라는 남자에게서 수상한 냄새를 맡고 그동안 숨겨 왔던 또 다른 본능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작품은 2018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과 스웨덴판 아카데미 굴드바게상 작품상을 받았다.●노르웨이 국민작가 네스뵈 장편 ‘킹덤’ 이 밖에 ‘노르웨이 국민 작가’ 요 네스뵈(61)의 장편소설 ‘킹덤’(2020·비채)도 출간됐다. 북유럽 최고 추리소설에 수여되는 유리열쇠상을 받은 이 작품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을 지키고 싶어 하는 형과 주어진 삶에 만족할 줄 모르고 한탕을 노리는 동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랑과 범죄 이야기를 그린다. 홍재웅 한국외국어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는 “헨리크 입센이나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같은 거장을 낳은 북유럽 문학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작가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했다”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원작의 진가에 눈을 뜨게 됐다”고 평가했다.
  • [신간] 테마 소설집 ‘모자이크, 부산’

    [신간] 테마 소설집 ‘모자이크, 부산’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산지니)이 1일 출간됐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등 6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이 테마소설집은 현지인이 아니라면 알기 힘든 부산의 공간을 소환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책에 대해 “섬세한 눈으로 미시적인 분석을 할 때, 우리가 사는 도시의 도처는 매우 새롭고 두껍게 서술될 수 있다”며 “어느 마을에 살든지 그 삶의 구체를 이해하려는 섬세한 정신의 작가가 있다면 멋진 소설 작품을 인양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산의 정경을 담았다. 또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한다. 김민혜의 ‘다락방의 상자’는 우연히 발견된 상자를 통해 하야리아 부대가 주둔했던 부산의 모습을 그려낸다. 박영애의 ‘콘도르 우리 곁에서’는 부산진성이 있었던 증산공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오영이의 ‘아무도 모른다’는 폭력 중독을 이야기하며, 양모의 폭력에 희생된 5살 여자아이의 죽음을 다룬다. 232쪽.
  • [베스트셀러]김초엽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 출간 즉시 7위

    [베스트셀러]김초엽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 출간 즉시 7위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교보문고가 29일 발표한 10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상위 1~4위는 지난주와 순위가 같았고, 김 작가의 소설이 7위에 첫 진입했다. 이번 소설은 전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출간 후 2년 만에 나온 소설집이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인지 공간’과 문학 교수들이 뽑은 ‘2021 올해의 문제소설’에 포함된 ‘오래된 협약’ 등 7편이 수록됐다. 사회 모순에 맞서는 인물들을 그렸다. 여성 구매 비율이 76.1%로, 남성(23.9%)보다 52.2%포인트 높았다. 구매 고객 37.3%가 20대 여성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30대 여성(20.6%), 40대 여성(11%) 순이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2’가 3주째 1위를 차지했다. 주언규의 에세이 ‘인생은 실전이다’, 에릭 와이너의 철학 에세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이미예의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2’가 뒤를 이었다. 이치조 미사키의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지난주보다 한 계단 오른 5위를 차지했다. 매트 헤이그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김호연 소설 ‘불편한 편의점’ 등이 10위 안에 드는 등 소설 강세가 뚜렷했다.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이 동명 영화 개봉 인기에 힘입어 21위로 진입했다. 다음은 교보문고 10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 창) 2. 인생은 실전이다(상상스퀘어) 3.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 4. 달러구트 꿈 백화점 2(팩토리나인) 5.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모모) 6.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7. 방금 떠나온 세계(한겨레출판사) 8.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 9.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10. 럭키(북로망스)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짧게, 세밀하게, 명상하듯… 어떤 글쓰기 하고 싶으세요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짧게, 세밀하게, 명상하듯… 어떤 글쓰기 하고 싶으세요

    기자 출신 한 출판사 대표가 “기자들은 자신을 주어로 삼아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남의 이야기는 잘 쓰지만, 정작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는 서투르다는 뜻입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지만, 기사가 아닌 다른 종류의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다양한 글쓰기 비법을 알려 주는 책들이 최근 출간돼 관심이 갑니다. 주물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김동식 작가는 2016년부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분량이 아주 짧은 초단편 소설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10만부가 팔린 첫 소설집 ‘회색인간’(요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쓴 소설이 무려 900편에 이릅니다. 짧은 서사 속에 반전을 넣어 깜짝 놀라게 하기로 유명합니다. ‘초단편 소설 쓰기’(요다)에 그 비법을 담았습니다. 착상하기, 살붙이기, 결말내기의 독특한 작법을 소개합니다.‘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그래도봄)는 심리에세이 ‘천만번 괜찮아´(한겨레출판사)로 유명한 박미라 작가가 알려 주는 글쓰기 비법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치유의 글쓰기를 내세웁니다. 박 작가는 상담과 강의를 하며 불안과 우울로 지쳐 있는 이들을 만났고, 글쓰기가 삶을 바꾸는 도구임을 알게 됐답니다. 나를 표현하기, 거리두기, 직면하기, 명료화하기, 나누기, 사랑하기, 떠나보내기, 수용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합니다.앞선 책이 이론서라면 함께 출간한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그래도봄)은 좀더 세밀한 내용을 다룹니다.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과 현장의 여러 사례를 담았습니다. 소설로 등단한 탁정언 작가는 에세이를 비롯해 각종 기획서 쓰는 법까지 출간했습니다. 글을 업으로 삼으면서 회의를 느꼈고, 치열한 업계에서 버티고 살아남고자 고질병과 나쁜 습관을 몸에 새겼다 합니다. 그러다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올바른 글쓰기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이 책이 ‘명상하는 글쓰기’(메이트북스)입니다. “강박적 글쓰기가 습관이 되면 글쓰기가 지옥이 된다”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업으로 글을 쓰는 저로선 꼭 새겨들을 말 같습니다.
  • [책꽂이]

    [책꽂이]

    지도의 역사(맬컴 스완스턴·알렉산더 스완스턴 지음, 유나영 옮김, 소소의책 펴냄) 지도제작 전문가인 스완스턴 부자가 인류 문명 발전사에 획을 그은 지도 제작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쳤다. 기원전 6세기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부터 20세기 런던 메트로폴리스까지 지도 65점이 들려주는 세계사를 담았다. 288쪽. 2만 1000원.내일의 세계(안희경 지음, 메디치 펴냄) 재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인류 문명의 미래에 대해 지성 7명의 의견을 물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케이트 레이워스, 다니엘 코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대니얼 마코비츠, 조한혜정, 사티시 쿠마르 등 석학들은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10년 안에 생존 전략을 마련할 것과 공동체적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240쪽. 1만 6000원.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정연욱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00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325명의 인터뷰 모음집. 문화인류학 전문가의 시각에서 물질적 부와 건강한 신체, 지적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2030세대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한다. 294쪽. 1만 7500원.망우리공원 인물열전(정종배 지음, 지노출판 펴냄) ‘한국 근현대사의 보고’ 망우리 공원묘지에 잠든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교양사전. 오세창, 문일평, 유관순, 한용운, 김상용, 박인환, 계용묵, 조봉암 등 한국 근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독립운동가, 문인, 정치인 130여명이 포함됐다. 이들의 생애와 작품, 일화를 중심으로 시대정신을 밝혔다. 708쪽. 3만 3000원.ASEAN 주재원이 바라본 진짜 ASEAN(박성민 외 11인 지음, 박영스토리 펴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주재원 출신 저자들이 ASEAN 10개국의 과거와 현재, 사업 정보, 생활 팁을 한 권에 담았다. 수도 이전을 준비하는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에 여념 없는 베트남, 민주화 바람이 거센 태국 등 현황을 생생히 기록했다. 620쪽. 3만 8000원.방금 떠나온 세계(김초엽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한국 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미래’로 떠오른 김초엽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인지 공간’, ‘오래된 협약’ 등 SF 단편소설 7편으로 낯선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그렸다. 장애와 복제인간, 정신질환 등을 소재로 한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사회 모순에 맞선다. 324쪽. 1만 5000원.
  • [사고] K문학의 힘, 당신이 보여 주세요!

    편혜영 작가의 장편소설 ‘홀’은 국내 최초로 미국 셜리 잭슨상을 받았고, 하성란 작가의 소설집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는 퍼블리셔스 위클리 ‘2020 최고의 책 톱 10’에 올랐습니다. 국내 유일의 부커상 수상자 한강 작가를 필두로 최근 수년간 세계를 휩쓴 K문학의 본류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맥이 흐르고 있습니다. 시인 이근배·나태주·박세미, 소설가 이경자·임철우·강영숙·김이설, 문학평론가 하응백·유성호 등 선배들의 문학 세계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제는 시대를 읽어내는 당신의 차례입니다. ■마감 2021년 12월 1일 수요일 (당일 도착 우편물까지 유효)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시조(3편 이상) 25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동화(30장 안팎) 250만원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 기준
  • 함께 발맞춰 걷다 보면 오늘을 또 견딜 수 있어

    함께 발맞춰 걷다 보면 오늘을 또 견딜 수 있어

    교통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성수’는 삶의 동력을 잃고 아내와도 이혼하게 된다(‘사라지는 것들’). 해외로 떠난 가족과 생이별하게 된 관현악단 연주자는 아끼던 기타를 중고 시장에 내놓는다(‘미스터 심플’). 예기치 못한 대지진으로 일터를 잃은 종묘 해설사에게 당국의 문화재 복원 의지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스노우’).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을 받은 정용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선릉 산책’ 속 인물들은 인생에서 저마다 실패와 상실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한편으로 이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에는 어떤 대답도 찾지 못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남아 있는 이들’에게 억지로 해답을 찾아 주기보다 이들과 묵묵히 발을 맞추며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소설에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서로를 괴롭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라지는 것들’은 어린 딸을 잃은 성수가 딸의 교통사고를 직접 목격한 어머니와 강화도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부주의로 손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는 “그만 살기로 했다”고 선언한다. 납득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애도가 끝이 없어서다. ‘미스터 심플’의 주인공 프리랜서 번역가 ‘나’와 빨래방에서 만난 관현악단 연주자는 모두 불행한 가정사 탓에 자신에게조차 진짜 마음을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들은 중고물품 직거래 플랫폼에서 몇 차례 거래하면서 마음을 터놓고 자기 안의 슬픔과 대면하게 된다. 한편으로 소설 속 인물들은 주로 산책하면서 해답 없는 문제에 몰두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알기 어려운 진심에 가닿고자 애쓴다. 표제작 ‘선릉 산책’에서 발달 장애 청년 한두운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맡은 ‘나’는 두운과 선정릉 공원을 같이 걷는다. 처음에는 침을 함부로 뱉고 혼자서 식사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두운의 모습에 불쾌하고 당혹스러웠지만, 그의 놀라운 권투 실력을 알게 되면서 편견과 오해를 허물어 간다. ‘두 번째 삶’의 주인공 준범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남한강 산책로를 걸으며 10년 전 자신의 학교폭력으로 사망한 지운과 자신과 지운을 이간질한 동급생 한준일을 생각한다. 작가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보다 나쁜 짓을 저지르게 한 사람을 어떻게 단죄할 것인가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이들이 저마다 감정에 맞서는 이야기의 끝에서 손쉬운 해답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사라지는 것들’의 성수가 “흔들흔들 걷는 엄마가 찍어 놓은 발자국에 발을 포개어 걸었다”(40쪽)는 것처럼 조용한 산책의 시간이 쌓이다 보면 기분이 나아지고 우리 삶의 버거움도 한층 덜어 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작가는 “어떤 사람이든 조금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비극이 있다”며 “우리가 슬픔이라고 생각한 감정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보석같이 단단하고 긍정적인 에너지 같은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을 산책하듯 가볍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표제작을 ‘선릉 산책’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물들이 내딛는 여정에 따라 흘러가는 단편 7편이 주는 감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읽으면서 불행을 되새기게 되지만 슬픔을 슬픔 아닌 쪽으로 보내는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필력 덕 아닐까.
  • [책꽂이]

    [책꽂이]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박노자 지음, 나무연필 펴냄)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독립과 사회주의 실현에 몸을 던진 이들. 주체 철학자 신남철, 비운의 빨치산 박치우, 조선과 러시아의 경계에 선 남만춘과 김남겸, 붉은 페미니즘의 선구자 허정숙 등 사회주의자 열 명의 활약과 미래를 향한 고민을 따라가면서 또 다른 위기의 시대에 놓인 오늘을 돌아본다. 312쪽. 1만 9000원.여자로 나이든다는 것(앤 G 토머스 지음, 박은영 옮김, 열대림 펴냄) 교육학 박사이자 심리치료사로 일해 온 저자가 눈으로 아이를 키운 여자, 마녀와 구두를 바꿔 신은 여자, 해를 훔친 지혜로운 할머니 거미 등 동화와 전설을 통해 여성의 삶과 지혜를 전한다. 352쪽. 1만 9000원.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박권 지음, 동아시아 펴냄) 양자역학은 세계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근본으로 꼽는 이론이다. 물리학자이자 고등과학원 교수인 저자가 왜 모든 것이 양자로 수렴되는지 촘촘히 전하는 책은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긴 논증이기도 하다. 344쪽. 1만 7500원.‘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비장애형제 자조모임 ‘나는’ 지음, 한울림스페셜 펴냄)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를 겪는 형제를 둔 비장애 형제들이 모인 ‘나는’이 낸 소설 형식의 자전적 에세이. 장애 가정 안에서 비장애 형제의 고민, 장애인의 형제자매가 가진 혼란과 아픔 등 그들의 깊은 속마음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288쪽. 1만 8000원.대가 없는 일(김혜지 지음, 민음사 펴냄) 세상과 ‘나’ 사이에서 휘청이는 이들을 주목한 소설집.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을 이야기한 ‘꽃’을 비롯해 출산 계획만으로 상사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난임 시술을 해야 하는 여성을 그린 ‘아가야, 어서 오렴’ 등 단편 7편을 모았다. 276쪽. 1만 3000원.풋감으로 쓴 시(오현아 글, 엄정원 그림, 백화만발 펴냄) 백화만발의 ‘시니어 그림책’ 시리즈 일곱 번째 책. 할머니는 왜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풋감을, 중국집 사장에겐 양파 껍질을, 시장에선 자초 뿌리를, 포목점 주인에겐 천을 부탁했을까. 천에 물을 들이며 자신의 슬픔을 희망으로 물들이는 할머니 이야기를 따뜻하고 밝은 그림으로 그렸다. 72쪽. 1만 2000원.
  • 신선함 잃은 유럽 문학 대신 세계 울린 탈식민주의 문법

    신선함 잃은 유럽 문학 대신 세계 울린 탈식민주의 문법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가 선정되면서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제3세계 탈식민주의 문학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서구 문학에 밀려 변방으로 취급받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통찰력 있는 작품이 많아 예의주시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2018년 대안 노벨상으로 불린 ‘뉴아카데미’ 상을 받은 마리즈 콩데(84) 작가의 에세이 ‘울고 웃는 마음’(1999)이 최근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섬 출신인 콩데는 흑인이자 여성, 식민지인으로 유년기에 겪었던 인종·계급·성별 간 격차의 문제를 조명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다. 다음달엔 콩데가 2017년에 낸 장편소설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문학동네)도 독자를 만난다. 과들루프의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성향이 달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주인공 남매를 통해 작가는 인종차별, 식민지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의 본질을 되묻는다. 앞서 콩데는 소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2019년 번역·은행나무)에서 17세기 말 마녀로 몰렸던 미국의 흑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삶을 통해 인간적 연대와 공감의 희망을 보여 줬다.은행나무는 최근 나이지리아의 젊은 천재 작가로 주목받는 치고지에 오비오마(35)의 장편소설 ‘어부들’(2015)을 펴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데뷔소설상 등 5개 문학상을 받은 이 책은 출입이 금지된 저주받은 강에서 낚시하던 벤저민과 형제들이 마을 광인의 예언을 듣고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9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의 빈곤과 혼란한 사회상을 담아 사소한 믿음에서 비롯된 균열이 어떻게 거대한 비극으로 점화되는지를 보여 줬다. 2019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오비오마의 또 다른 소설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은행나무)는 사랑에 빠진 젊은이가 연인과 미래를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내용을 다뤘다. 소수자들의 고난 서사를 신적인 존재의 연민 어린 목소리로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구르나에 앞서 아프리카 출신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된 케냐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83)의 작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냐 근현대사를 다룬 대표작 ‘한 톨의 밀알’(은행나무)은 독립을 앞둔 식민지인들의 복합적 심리를 묘사해 서구인의 제국주의적 사고와 케냐 기득권층의 민중 억압을 꼬집는다. ‘십자가 위의 악마’(창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케냐 사회의 모순을 여성 주인공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이 밖에 민음사는 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2001년 노벨상 수상자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 국가에서’를 펴냈다.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인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석호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제3세계 문학은 식민지 잔재를 소재로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 그치지 않고 인종, 성차별, 환경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21세기에도 유효한 시대정신을 담았다”며 “세계를 주도하던 유럽 문학이 최근 신선함을 보여 주지 못하는 반면 3세계 문학은 지구촌 전체의 관점에서 영향력 있는 문학으로 발돋움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도 “영문학에서도 남아공, 케냐처럼 과거 식민지 출신 작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처럼 식민통치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 국가에선 인종, 종교, 난민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다룬 탈식민주의 문학이 유효한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 구르나 노벨상 계기로 주목받는 3세계 문학…탈식민주의 감동 밀려온다

    구르나 노벨상 계기로 주목받는 3세계 문학…탈식민주의 감동 밀려온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가 선정되면서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제3세계 탈식민주의 문학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서구 문학에 밀려 변방으로 취급받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통찰력 있는 작품이 많아 예의주시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2018년 대안 노벨상으로 불린 ‘뉴아카데미’ 상을 받은 마리즈 콩데(84) 작가의 에세이 ‘울고 웃는 마음’(1999)이 최근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섬 출신인 콩데는 흑인이자 여성, 식민지인으로 유년기에 겪었던 인종·계급·성별 간 격차의 문제를 조명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다.다음달엔 콩데가 2017년에 낸 장편소설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문학동네)도 독자를 만난다. 과들루프의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성향이 달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주인공 남매를 통해 작가는 인종차별, 식민지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의 본질을 되묻는다. 앞서 콩데는 소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2019년 번역·은행나무)에서 17세기 말 마녀로 몰렸던 미국의 흑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삶을 통해 인간적 연대와 공감의 희망을 보여 줬다.은행나무는 최근 나이지리아의 젊은 천재 작가로 주목받는 치고지에 오비오마(35)의 장편소설 ‘어부들’(2015)을 펴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데뷔소설상 등 5개 문학상을 받은 이 책은 출입이 금지된 저주받은 강에서 낚시하던 벤저민과 형제들이 마을 광인의 예언을 듣고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9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의 빈곤과 혼란한 사회상을 담아 사소한 믿음에서 비롯된 균열이 어떻게 거대한 비극으로 점화되는지를 보여 줬다.2019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오비오마의 또 다른 소설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은행나무)는 사랑에 빠진 젊은이가 연인과 미래를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내용을 다뤘다. 소수자들의 고난 서사를 신적인 존재의 연민 어린 목소리로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구르나에 앞서 아프리카 출신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된 케냐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83)의 작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냐 근현대사를 다룬 대표작 ‘한 톨의 밀알’(은행나무)은 독립을 앞둔 식민지인들의 복합적 심리를 묘사해 서구인의 제국주의적 사고와 케냐 기득권층의 민중 억압을 꼬집는다. ‘십자가 위의 악마’(창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케냐 사회의 모순을 여성 주인공의 시각에서 풀어냈다.이 밖에 민음사는 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2001년 노벨상 수상자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 국가에서’를 펴냈다.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인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석호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제3세계 문학은 식민지 잔재를 소재로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 그치지 않고 인종, 성차별, 환경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21세기에도 유효한 시대정신을 담았다”며 “세계를 주도하던 유럽 문학이 최근 신선함을 보여 주지 못하는 반면 3세계 문학은 지구촌 전체의 관점에서 영향력 있는 문학으로 발돋움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도 “영문학에서도 남아공, 케냐처럼 과거 식민지 출신 작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처럼 식민통치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 국가에선 인종, 종교, 난민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다룬 탈식민주의 문학이 유효한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