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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부탁해 표절 아냐” 신경숙 작가·출판사 승소

    “엄마를 부탁해 표절 아냐” 신경숙 작가·출판사 승소

    수필가 오길순씨가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가 본인의 수필을 표절했다며 낸 출판 금지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최희준)는 11일 오씨가 신경숙씨와 ‘엄마를 부탁해’의 출판사 ‘창비’를 상대로 낸 출판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오씨는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가 2001년 본인이 발표한 5쪽 분량의 수필 ‘사모곡’ 내용을 표절했다며 출판 금지와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두 작품에 등장하는 실종 사건의 발생 상황이 다소 유사성을 띠는 것은 사실이나, 정신이 온전치 않은 어머니의 실종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와 같은 유형의 사건이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치매·뇌졸중 등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부모를 실수로 잃어버린다는 소재는 다수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나비인 듯 꽃밭인 듯 그림인 듯 현실인 듯

    나비인 듯 꽃밭인 듯 그림인 듯 현실인 듯

    가녀린 몸이지만 쉴 새 없이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지닌 한 마리의 작은 나비. 소녀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나비는 노란색의 머리 방울이 됐다가 이내 과일을 깎는 사람 손가락 위의 예쁜 초록색 반지가 된다. 풀밭 위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의 빨간색 신발끈이 된 나비는 바깥의 활기를 만끽한다. 고요한 공기 속을 떠돌다가 도시의 소음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비. 이 작은 춤꾼의 환상적인 비행의 끝은 어디일까.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잔잔한 감성으로 사랑받는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가 쓴 그림책 ‘나비’(미디어창비)는 광활한 세계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나비의 섬세한 날갯짓을 따라간다. 일본 화가 마쓰다 나나코가 그린 책 속 그림들은 노랑, 빨강, 파랑, 검정 등 원색이 두드러져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 새까만 밤, 푸른 바닷가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는 금방이라도 날개가 팔랑거릴 듯 생생하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를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인 수많은 나비를 보고 있으면 마치 꽃밭에 서 있는 듯 눈길이 오래 머문다. 에쿠니 가오리는 소설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동화, 번역 등 폭넓게 활약하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 왔다. 그림책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데이비드 위즈너, 루드비히 베멀먼즈 등 영미권 아동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 ‘나비’는 에쿠니 가오리가 지난해 ‘몬테로소의 분홍 벽’ 이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그림책이다. 작가는 마쓰다 나나코가 그린 ‘나비’ 그림에 반해 그림에 어울리는 글을 쓰고 싶다고 자청했다고 한다. 애정이 깊은 만큼 작가는 시적인 글로 그림의 맛을 한층 살려냈다. 국내 번역은 평소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에쿠니 가오리를 꼽은 임경선 작가가 맡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출판계에서는 여름이 ‘소설 읽기 좋은 계절’로 꼽힙니다. 햇빛은 뜨겁고 습도는 높고 불쾌지수 역시 만만치 않으니 바깥보다는 역시 실내에서 쉬는 게 편하죠. 이럴 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책이 아닐까요. 모름지기 후텁지근한 여름철엔 생각지 못한 상상의 세계를 유영하거나 범죄의 실마리를 푸는 재미가 있는 장르문학이 제격입니다. 국내에서 추리소설과 SF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8명에게 평소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기막힌 반전을 담은 소설집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등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은 김동식(가나다순) 작가, 지난해 SF소설 ‘에셔의 손’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김백상 작가, 2015년 창간된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 다양한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 미스터리 전문 웹사이트 ‘하우미스터리닷컴’(www.howmystery.com) 운영자 윤영천씨,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다수의 단편을 공개해 많은 호평을 받은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이산화 작가, 2009년 문을 연 국내 유일의 SF&판타지도서관의 전홍식 관장, 출판사 동아시아의 과학문학 브랜드 ‘허블’의 조유나 팀장 등 8명이 고른 책 8권은 소재와 주제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다음 페이지를 빨리 넘겨 보고 싶을 정도로 푹 빠질 수 있는 책을 만나 새로운 쾌감을 맛보시길 기원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영화보다 재미있게 시간 ‘순삭’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현대문학)나는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책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편견이 강했다. 보면 잠 오는 것, 똑똑한 사람들만 보는 것. 그런 나의 편견을 깨 준 책이 바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다. 책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줄이야. 내 인생에서 책을, 그것도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끝까지 보는 일이 생길 줄이야. 감상은 세 개로 끝낸다. 흡입력, 인간 본성, 반전. 김동식 작가6개의 추리 6명의 범인 당신의 선택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엘릭시르)독이 든 초콜릿을 먹고 누군가 죽는다. 모호한 사건에 고민하던 경감은 ‘범죄 연구회’에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의뢰하는데…. 변호사, 극작가, 추리소설가, 소설가, 범죄 애호가 그리고 범죄 연구회 회장은 사건을 조사한 후 저마다의 추리 쇼를 펼친다. 여섯 개의 추리가 가리킨 여섯 명의 범인. 놀랍게도 작가는 이 모두를 아우른 정답을 하나 더 준비해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윤영천 하우미스터리닷컴 운영자지구 말고 어떤 별로 가서 살까 듀나·김보영·배명훈·장강명의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한겨레출판사)휴가철엔 이 지긋지긋한 지구를 좀 떠나 보자.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는 한국 SF작가 네 사람이 각자 태양계의 천체 하나씩을 골라 배경으로 쓴 단편 모음이다. 전부 시스템에 맞서는 개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성에선 기업, 화성에선 정부,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선 편견,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선 ‘아버지’와 싸운다. 과연 SF의 매력은 미래를 무기로 한 현실과의 투쟁이다. 이산화 작가올 여름휴가 외계 우주선 타고 떠나요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아작)올여름 조금 색다른 피서를 떠나 보자.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외계 우주선 내부 탐사. ‘라마’라고 명명된 이 인공구조물은 길이 50㎞에 반지름 20㎞인 원기둥 모양이다. 이미 다녀온 여행자로서 살짝 귀띔하자면 지구 표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경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세계를 구축한 라마인(人)에 대해 상상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게 된다. 한여름 더위를 잊게 만들기 충분한, 짜릿한 랑데부다. 김백상 작가고서 펼치자 튀어 나오는 기이한 세상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현대문학)나는 헌책방 ‘덕후’다. 요즘 헌책방이라고 하면 체인화되어 어떤 책이든 검색되는 대형 헌책방들을 많이 떠올릴 텐데 그런 헌책방 말고 그야말로 예전 청계천에 늘어서 있던, 도무지 무슨 책이 있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런 헌책방을 찾아다니는 의미의 ‘덕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헌책방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책 소개를 보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담을 파는 가게’는 헌책방 서가에 잠들어 있던 고서를 펼쳐 본 후 갖가지 기이한 일과 맞닥뜨리게 되는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정상인 듯 정상 아닌 삶의 동력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북스피어)나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SF작가는 김초엽이다. 김초엽 작가가 그랬다. ‘어둠의 속도’ 참 좋다고. 인간에게 장애라 불리는 것들이 모두 치료 가능해진 근미래가 배경이다. 소설은 묻는다. ‘결핍’ 혹은 ‘비정상’이라고 정의되는 것들은 반드시 이겨 내거나 벗어나야 할 대상인가. 누군가의 ‘정상’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여기에 이 소설의 멋짐이 있다. 고통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이에겐 삶의 동력일 수 있으니까. 여름밤은 길어서 타자를 상상하기에 딱 좋은 시간, 그래서 이 소설을 추천한다. 조유나 허블 팀장사소함 품은 거대한 비극 서늘한 비애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저체온증’(엘릭시르)우울증에 걸렸던 여인의 자살, 몇십년 전에 실종된 젊은 대학생…. 경찰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상황에서, 형사 에를렌뒤르는 개인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저체온증’은 이처럼 범죄로 보이지도 않았던 ‘사소한’ 사건들에서 출발해, 뜻하지 않은 거대한 비극 앞에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지극히 아름답게 탐구한다. 제목 그대로 ‘저체온증’에 걸린 것처럼 내내 서늘한 비애에 잠겨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미래 추방 형벌일까 기회일까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시공사)“겨울이 되면 피트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한 청년과 고양이에 관한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30년 뒤 미래로 추방된 주인공이 새로운 운명을 펼쳐 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엮어 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좌절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도 함께 받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 수수께끼가 풀려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은 남아 있다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포근하게 전해진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사방에 깔린 ‘매의 눈’… 빅브러더 키우는 대륙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사방에 깔린 ‘매의 눈’… 빅브러더 키우는 대륙

    중국의 ‘쉐량공정’(雪亮工程)을 들어보셨나요?중국 정부가 공공안전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하는 쉐량공정을 농촌 지역으로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매의 눈’(Sharp Eyes)으로 불리는 쉐량공정은 중국 당국이 2016년 하반기부터 보급 중인 농촌 지역의 도로와 다중이용시설 등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CCTV)를 주민들의 TV, 휴대전화 등과 연결해 공안(경찰)·주민들이 함께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대중감시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를 말한다. ‘인민들의 눈은 눈처럼 밝다’(群衆的眼睛是雪亮的)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 중에서 ‘쉐량’을 따왔다. 쓰촨(四川)성에 따르면 성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1만 4000여개 농촌 지역 마을이 쉐량공정에 연결됐고 4만 1000여대의 CCTV를 설치했다. 쓰촨성 안시(安溪)현에선 CCTV 25대와 항공 감시 카메라 9대를 설치하고 주민들의 TV와 연결하는 프로젝트 구축을 끝냈다. 주민 15만 2000여명은 휴대전화로 관련 앱(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주변 CCTV와 연결했다. 주민들은 집에서 TV를 통해 34대의 CCTV에서 송출된 실시간 화면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덕분에 쓰촨성 내 쉐량공정 도입 지역의 범죄발생 건수는 50%나 대폭 줄어든 반면 범죄검거율은 50% 높아졌다. 신화통신은 “2015년 9월부터 쓰촨성 등 일부 성에서 시범시행한 쉐량공정이 ‘중앙1호문건’(해마다 공산당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하는 핵심 정책)에 포함돼 전국으로 확대·보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지린(吉林)·산둥·후난(湖南)·구이저우(貴州)·하이난(海南)성 정부는 이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본격 추진 중이다.당중앙 정법위원회가 주도하는 쉐량공정은 감시 카메라에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시스템,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 드론(무인항공기) 등 항공감시망을 결합해 주민 통제·감시가 어려운 농촌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는 주민관리 시스템이다. 쉐량공정 스트리밍(실시간 온라인 송출) 박스를 가정에 설치한 주민들은 TV를 통해 마을의 CCTV에 포착된 실시간 화면을 볼 수 있다. 휴대전화 앱으로도 물론 가능하다. 전문 보안산업 매체인 21csp닷컴은 중국 전역의 3000여개 현이 쉐량공정을 구축할 예정인 만큼 영상시스템업계에는 100억 위안(약 1조 6828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AI 기술과 CCTV를 결합해 더욱 촘촘한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보안회사 이스비전과 손잡고 13억 명의 전 국민 얼굴을 3초 안에 구별하는 안면인식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해 판별 능력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톈진 난카이(天津南開)대 청밍밍(程明明)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손바닥 크기 하드드라이브의 저장 용량이 10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상황에서 13억 국민의 안면인식 데이터도 가방 한 개에 들어갈 수 있다”며 “만약 13억 국민의 얼굴과 개인 정보 데이터가 도난당해 인터넷에 공개된다면 끔찍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미 실생활에서 적용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점 KFC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결제하고 대학이나 공항 등에서도 이 기술을 이용해 출입을 통제한 다. 알리바바의 온라인결제 자회사인 마이진푸(蟻今服·Ant Financial) 회원은 자신의 얼굴을 촬영한 ‘셀카’로 전자페이시스템에 접속해 결제를 한다. 중국건설은행은 자동인출기(ATM)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고 베이징 톈탄(天壇) 공원에서는 화장실 휴지 도둑을 막으려고 이 기술을 도입해 적정량 휴지를 제공한다. 중국 도시 지역에서는 2000만대 이상의 초정밀 CCTV가 설치돼 거미줄처럼 연결된 모니터링 시스템 ‘톈왕’(天網)이 운용되고 있다. 톈왕은 24시간 작동하면서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CCTV 중에는 특수 기능을 가진 AI가 내장돼 있다. 이 CCTV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안면인증시스템 등과 통합돼 있기 때문에 촬영된 인물들 가운데 수배 중인 범죄자를 빠르게 식별해 낸다.지난 1일부터는 전자태그(RFID)를 활용한 차량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차량 앞 유리에 RFID칩을 부착하고 도로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식별된 정보가 공안에 실시간 전송되는 방식이다. 올 연말까지 시범 사업으로 시행하고 내년부터 신규 차량에 RFID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공안부는 교통 혼잡도를 분석해 환경 오염을 줄이고 차를 이용한 테러 공격을 방지할 목적으로도 이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보안 감시망을 확장하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량 혼잡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차량 수를 감지하는 장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내 안보 예산으로 1조 2400억 위안(약 209조 6000억원)을 지출했다. 정부 예산의 6.1%이며 국방예산보다 20%나 많은 수준이다. 2016년 안보예산은 전년보다 17.6%나 뛰었고, 지난해 예산도 2016년보다 12.4%나 증가하는 등 2년 연속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안보예산은 쉐량공정을 포함해 공안과 무장경찰, 법원과 검찰, 교도소 등에서 운영비로 지출된다. 안보예산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중국 당국이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감시·추적 장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안면인식 기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도 중국 정부가 내부 통제 등을 명목으로 집중 투자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안면인식 기술 시장은 2016년 9억 9000만 위안에 그쳤지만 2021년 51억 위안, 2025년에는 250억 위안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쉐량공정은 인권 침해는 물론 반체제 인사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이른바 ‘빅브러더’ 사회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빅브러더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가공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통치자에서 따온 용어로, 국가가 정보를 독점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체제를 뜻한다. 분리·독립운동이 거센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는 이슬람교도의 반정부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수만 대의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신장자치구 문제 권위자인 아드리안 젠즈 독일 문화신학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신장 당국은 지난해 보안 관련 예산으로 580억 위안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규모는 전년보다 100%가량 늘어났고, 보건 예산의 2배에 이른다. 특히 신장 등 중국 내 5개 성·자치구에서는 인민해방군과 정부기관 등 30개 이상 기관이 비둘기 형태의 드론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새들도 착각할 만큼 정교하게 제작된 비둘기 드론은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인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분리·독립운동이 끊이지 않는 지역에 대한 감시·통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항저우 제11중에서는 수업 집중도를 감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30초 간격으로 안면인식 카메라로 학생들을 촬영해 인권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khkim@seoul.co.kr
  • “남북영화교류… 민족 공동체 정서 공유”

    “남북영화교류… 민족 공동체 정서 공유”

    이준익·정우성 등 11인 위촉영화진흥위원회가 5일 영화인 11명으로 구성된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오석근 영진위원장과 배우 문성근(전 영진위 남북영화교류추진특별위원회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영진위는 “남북영화특위는 단절됐던 남북 영화 분야 교류를 재개해 남북 민족 공동체 정서를 공유하고, 남북 영화계의 유대를 조성해 협력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으로는 이준동 영진위 부위원장, 소설가 조선희, 이준익 감독, 배우 정우성,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이주익 보람엔터테인먼트 대표, ‘밀정’ 제작자 이진숙씨,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 등이 선임됐다. 남북영화특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과거 특위의 사업계획과 현재까지 추진된 내용을 공유한 뒤 남북 영화 교류의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문성근 위원장은 “그간 남북 관계가 쉽지 않았으나 남과 북을 이어 주는 교량 역할을 영화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쉬운 것부터 하나씩 추진할 것”이라며 “영화 교류가 3차 정상회담에서 의제화되면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배우 정우성도 “북한 영화에 대한 많은 정보와 내용을 공유할 수 있어 좋은 자리였고, 앞으로 특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영진위는 2003년부터 6년간 ‘남북영화교류추진특별위원회’를 운영해 다양한 교류 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실행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서밍 업(서머싯 몸 지음, 이종인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를 쓴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1874~1965)이 1938년에 발표한 일종의 문학적 자서전이다. 희곡으로 성공을 거둔 초기 시절부터 긴 생애 동안 만났던 흥미로운 사람들, 문학과 예술, 극장과 희곡 등에 관한 77편의 짧은 글들이 실렸다. 404쪽. 1만 6000원.다시 듣는 김광한의 팝스다이얼(김광한 지음, 북레시피 펴냄) 팝음악 전문 DJ로 인기를 누렸던 김광한의 유고 자서전. 그가 2015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부인 최경순씨가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사무실에서 남편이 남긴 자서전 노트를 우연히 발견했다. 김광한의 어린 시절부터 평생 꿈꾸던 DJ가 되기까지, 11년간 ‘김광한의 팝스다이얼’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담겼다. 352쪽. 1만 6000원.열두 발자국(정재승 지음, 어크로스 펴냄)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지난 10년간 했던 강연 중 호응을 얻었던 12편의 강연을 선별해 정리했다.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지 등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400쪽. 1만 6800원.처음 읽는 수영세계사(에릭 샬린 지음, 김지원 옮김, 이케이북 펴냄) 놀이와 스포츠 외에도 수렵, 농작, 노동, 전쟁, 종교, 과학, 예술 등 인간 활동의 모든 측면에 이르는 수영과 인류의 오래된 사회적·문화적 관계의 기원을 살핀다. 수영장이 사각형인 이유부터 1930년쯤 발명한 최초의 고무 오리발, 세계 최초의 폐쇄형 지상 수영장인 모헨조다로의 대욕장 등 70여장의 관련 사진이 이해를 더한다. 436쪽. 1만 8000원.거울 보는 남자(김경욱 지음, 현대문학 펴냄) 죽은 남편의 얼굴을 이식받은 남자에게 묘하게 끌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가 김경욱의 신작 소설. 남편의 석연찮은 교통사고와 그 이후의 일들을 추적하다 남편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고 그 비밀 속에 남편의 얼굴을 이식받은 남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한 작품을 퇴고해 중편 또는 경장편 분량의 소설로 출간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164쪽. 1만 1200원.황현산의 사소한 부탁(황현산 지음, 난다 펴냄)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고려대 불문학과 명예교수가 암 투병 중 펴낸 신작 산문집. 첫 산문집 ‘밤은 선생이다’에 이어 5년 만에 내는 이번 산문집에는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저자가 문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 글, 시집과 소설에 관한 평론들이 한데 모였다. 344쪽. 1만 4000원.
  • “잘 지은 행복주택서 희망 발견…2022년엔 신혼주거 모두 해결”

    “잘 지은 행복주택서 희망 발견…2022년엔 신혼주거 모두 해결”

    임대료 80% 이하·6년 거주 신혼부부 주거고충 귀기울여 “복지시설 생기며 지역 활력…특단의 대책 아끼지 않을 것”“청년이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연인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부부가 원하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해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주변 시세 80% 이하의 저렴한 임대료로 6년간 거주할 수 있으며 청년이 결혼하거나 신혼부부가 2자녀를 출산하면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발걸음한 오류동 행복주택은 서울에서 가장 큰 단지다. 문 대통령은 ‘사랑이 결코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박완서 소설가의 글을 인용하며 “신혼부부와 한부모 가족, 청년들이 안심하고 내일을 설계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지자체와 지역사회도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책 발표에 앞서 문 대통령은 행복주택 단지에 입주한 신혼부부의 집을 방문해 행복주택으로 오기까지 주거 문제로 겪은 고충을 들었다. 결혼 3년차에 접어든 우재완(33), 이진경(31) 부부는 2년간 이사를 거듭하다 이곳에 세 번째로 둥지를 틀었다. 남편 우씨는 “저희 수준에 맞는 전셋집을 구하다 보니 낙후된 아파트를 갔는데 하필 들어가자마자 바로 재건축에 들어가 6개월 거주 뒤 바로 나오게 됐고, 두 번째로 구한 25년 된 아파트에선 녹물이 나왔다”며 “첫 전세를 들어갔을 때 아내가 ‘이 집이 너무 무섭다’고 한 말이 제일 미안했다”고 그간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연을 들은 문 대통령은 “결혼을 하려고 할 때나 신혼부부일 때 주거가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라며 “(오늘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그대로 하면 2022년에는 지원이 필요한 모든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격려했다. 이어 “임대주택이 들어온다고 하면 동네가 또 약간 기피하는데, 임대주택 단지를 이렇게 잘 만들어 놓으면 오히려 동네 전체의 활력이 살아날 수 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해 달라”고 임대주택의 ‘고품질화’를 주문했다. 신혼부부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이 저출산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신혼부부 주거 문제를 나라에서 해결해 주면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일찍 하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이에 우씨가 “아이도 많이 낳을 것 같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혹시 작정했나”라고 맞받아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아무것도 없는 철도 부지에 불과했던 오류동 행복주택 부지에 신혼부부와 청년들의 보금자리가 생긴 이후 오류동에는 활력이 생겼다. 오늘 행복주택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부부에게 벽걸이 시계를 선물하고 행사 뒤 입주민들과 맥주를 곁들인 다과회를 가졌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길섶에서] 메멘토 모리/이두걸 논설위원

    요즘 유독 병원행이 잦다. 십수년간 투병을 이어 온 부친의 병세가 악화된 탓이다. 얼마 전부터는 아예 입원 생활 중이다. 병실의 풍경은 여전히 생경하다. 소독약과 노쇠의 냄새가 뒤섞인 공간에서는 삶과 죽음이 매 순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움켜쥐는 것보다 내려놓는 게 익숙한 이곳에서 생명의 시간은 각자의 속도로 자정을 향한다.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맞닥뜨리는 한여름의 햇살은, 그래서 더욱 비현실적이다. 소설가 이청준 선생의 작품을 원작으로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축제’는 호남 지역의 장례 모습을 담담히 비춘다. 수많은 인연과 사연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은 노모의 죽음을 매개로 모이고, 결국 해원(解怨)의 순간을 맞는다. 한 사람의 사그라듦이 남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처럼 우리 전통에서 죽음은 내세(來世)에서의 또 다른 삶과 맞닿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완전무결한 ‘없음’이자 새로운 ‘있음’의 시작이다. 그러기에 ‘죽음을 기억하라’(메멘토 모리)는 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투를 견뎌 내겠다는 다짐이자, 근거다.
  • “우린 모두 상처 주는 사람이라 인정해야”

    “우린 모두 상처 주는 사람이라 인정해야”

    미숙한 10~20대 기억의 흔적 꺼내 “상대방을 순식간에 판단하고 단죄 서로에 대해 알아갈 기회 잃어버려”2016년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로 1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소설가 최은영(34)이 2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담담한 문장으로 인간 내면의 다양한 풍경을 펼쳐내는 작가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강렬하게 데뷔했다. 젊은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평단과 독자들의 기대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부담스러운 시선 속에서도 작가는 지난 2년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꾸준히 써 왔다. 작가가 보낸 치열한 시간의 기록인 신작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문학동네)은 데뷔작에서 그가 보여 줬던 ‘순하고 맑은 서사의 힘’(서영채 문학평론가)이 한층 두드러진다.소설집에 실린 7편의 작품에는 ‘작가의 말’에도 나오듯 우리가 지나온 “미성년의 시간이 스며 있다”. 열여덟 살에 처음 만나 서로에게 매혹된 어떤 동성 연인은 욕심과 몰이해 때문에 끝내 이별하고(그 여름),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어떤 자매는 서로를 미워하다 어른이 되면서 상대방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지나가는 밤). 눈부신 20대를 함께 보낸 세 친구는 서로의 감정을 미묘하게 외면하고(모래로 지은 집), 어린 시절 오빠의 학대 속에 자라는 옆집 친구를 구하려 애쓰다가 태연하게 이를 방관하는 어른들의 폭력성에 상처 입기도 한다(601, 602). 작가는 어설프고 미숙했던 10대와 20대 시절 사랑과 우정이 남긴 기억의 흔적을 가만히 불러낸다. 누구보다 가까웠지만 누구보다 잔인하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혔던 상실의 시기를 응시하는 건 나도 모르게 그들을 배반했던 순간을 끝내 잊지 않기 위함이다. 누군가에게 늘 유해했지만 스스로 무해하다고 여기며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우린 모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치며 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선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 못된 부분이 많다는 걸 더 인식하지 못하죠.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어떤 관계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끼면 그만큼 상대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요.” 작가는 친구, 연인, 가족 등 인간과 인간 사이,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다양한 무늬를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받고, ‘여자애’라서 가족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등 거친 환경에 처한 여성들의 모습을 비추며 세상의 부당함을 꼬집는다. “결혼을 하고 며느리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차별을 경험하면서 타인의 상처에 더욱 민감하게 됐어요.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미묘한 관계 속에서 괴롭거든요. 우린 때로 상대방을 순식간에 쉽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서로에 대해 알아 갈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죠. 밋밋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모두 개성을 가진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항상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작가는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던 중 본격적으로 소설을 창작하는 기쁨을 누렸다. 첫 작품 발표 후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작가는 자신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첫 소설집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더 불안했던 것 같아요. ‘넌 과대평가 받고 있어’, ‘왜 이렇게 글을 못 쓰니’와 같이 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제 마음속에서 커졌어요. 너무 힘들어서 지난해 가을부터 상담도 받았는데 다행히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이젠 적어도 ‘잘했어. 사람이 어떻게 매번 잘해. 못할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게 됐거든요. 앞으로도 ‘지금은 내가 비록 망작을 냈지만 다음엔 잘할 수 있을거야’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소설에 가닿을 수 있도록 열심히 쓰려고요. 소설 쓰는 거, 정말 재밌거든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빅 브라더 사회’를 향해 뛰고 있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빅 브라더 사회’를 향해 뛰고 있는 중국

    중국의 ‘쉐량공정(雪亮工程)’를 들어보셨나요? 중국 정부가 공공안전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쉐량공정을 농촌지역으로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매의 눈’(Sharp Eyes)으로 불리는 쉐량공정은 중국 당국이 2016년 하반기부터 보급 중인 농촌 지역의 도로와 다중이용시설 등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CCTV)를 주민들의 TV, 휴대전화 등과 연결해 공안(경찰)·주민들이 함께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중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인민의 눈은 눈처럼 밝다’(群衆的眼睛是雪亮的)는 중국 공산당 슬로건에서 ‘쉐량’이라는 이름을 따왔다. 쓰촨(四川)성에 따르면 성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1만 4000여개 마을이 쉐량공정에 연결됐고 4만 1000여대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쓰촨성 안시(安溪)현에선 감시 카메라 25대와 항공 감시 카메라 9대를 설치하고 주민들의 TV와 연결해 쉐량공정 구축을 끝냈다. 주민 15만 2000여명은 휴대전화로 관련 앱(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주변 감시 카메라와 연결했다. 주민들은 집에서 TV를 통해 34대의 감시카메라에서 송출된 실시간 화면을 보고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덕분에 쓰촨성 내 쉐량공정 도입 지역의 범죄발생 건수는 50%나 대폭 감소한 반면 범죄검거율은 50% 높아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2015년 9월부터 쓰촨성 등 일부 성에서 시범시행한 쉐량공정이 ‘중앙 1호 문건’(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와 국문원이 해마다 발표하는 핵심 정책)’에 포함돼 전국적으로 확대·보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지린(吉林)·산둥·후난(湖南)·구이저우(貴州)·하이난(海南)성 정부는 이 사업을 핵심사업의 하나로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중앙 정법위원회가 주도하는 쉐량공정은 감시 카메라에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시스템, 빅데이터 등의 첨단 IT기술, 드론(무인항공기) 등 항공감시 네트워크를 결합해 주민 감시·통제가 어려운 농촌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는 주민통제·관리 시스템이다. 쉐량공정 스트리밍(실시간 온라인 송출) 박스를 가정에 설치한 주민들은 리모컨을 눌러 TV를 통해 마을의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화면을 볼 수 있다. 휴대전화 앱으로도 내려받아 화면을 살펴볼 수 있다. 전문 보안산업 매체인 21csp닷컴은 향후 중국 전역의 3000여개현이 쉐량공정에 연결할 것으로 예상돼 영상감시업계에는 100억 위안(약 1조 7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인공지능(AI) 기술과 감시 카메라를 결합해 촘촘한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보안회사 이스비전과 손잡고 13억 명의 전 국민 얼굴을 3초 안에 구별하는 안면인식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해 90% 이상의 정확도를 목표로 한다. 톈진 난카이(天津南開)대 청밍밍(程明明)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손바닥 크기 하드드라이브의 저장 용량이 10테라바이트에 이르는 상황에서 13억 국민의 안면인식 데이터도 가방 한 개에 들어갈 수 있다”며 “만약 13억 국민의 얼굴과 개인 정보 데이터가 도난당해 인터넷에 공개된다면 끔찍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미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점 KFC에서는 안면인식 기술로 계산하고 대학 교내나 공항 출국 통로 등에서 이 기술을 이용해 출입을 통제한다. 알리바바의 온라인결제 자회사인 마이진푸(螞蟻今服·Ant Financial) 회원은 자신의 얼굴을 촬영한 ‘셀카’로 전자페이시스템에 접속해 결제를 한다. 중국건설은행은 자동인출기(ATM)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고 베이징 톈탄(天壇) 공원에서는 화장실 휴지 도둑을 막으려고 이 기술을 도입해 적정량 휴지를 제공한다. 중국 도시 지역에서는 2000만대 이상의 초정밀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거미줄처럼 연결된 ‘톈왕(天網)’이라는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톈왕은 24시간 작동하면서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감시 카메라 중에는 특수 기능을 가진 AI가 내장돼 있다. 이 카메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얼굴인증시스템 등과 통합돼 있기 때문에 촬영된 인물들 가운데 수배 중인 범죄자를 빠르게 식별해내기도 한다. 지난 1일부터는 전자태그(RFID)를 활용한 차량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차량 앞 유리에 RFID칩을 부착하고 도로에 설치된 감지장치를 통해 식별된 정보가 공안에 실시간 전송되는 방식이다. 올 연말까지는 시범 사업으로 시행하고 내년부터 신규 차량에 RFID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공안부는 교통 혼잡도를 분석해 환경 오염을 줄이고 차를 이용한 테러 공격도 방지할 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보안 감시망을 확장하는 의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차량 혼잡도를 알기 위해서는 단순히 차량 수를 감지하는 장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내 안보 예산으로 1조 2400억 위안(약 209조 5600억원)을 지출했다. 정부 예산의 6.1% 수준이며 국방예산보다 20%나 많은 수준이다. 2016년 안보예산은 전년보다 17.6%나 뛰었고, 지난해 예산도 2016년보다 12.4%나 증가하는 등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안보예산은 쉐량공정을 포함해 공안과 무장경찰, 법원과 검찰, 교도소 등에서 운영비로 지출된다. 안보예산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당국이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감시·추적 장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인식 기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도 중국이 내부 통제 등을 명목으로 집중 투자를 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안면인식 기술 시장은 2016년 9억 9000만위안에 그쳤지만 2021년 51억 위안, 2025년에는 250억 위안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쉐량공정이 인권 침해는 물론 반체제 인사의 동태를 감시하는 이른바 ‘빅 브라더(Big Brother)’ 사회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빅 브라더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가공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통치자에서 따온 용어로, 국가가 정보를 독점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체제를 뜻한다. 분리·독립운동이 거센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는 이슬람교도를 반정부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수만 대의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신장자치구 문제 권위자인 아드리안 젠즈 독일 문화신학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신장 당국은 지난해 보안 관련 예산으로 580억 위안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규모는 전년보다 100%가량 늘어났고, 보건 예산의 2배에 이른다. 특히 신장자치구 등 중국 내 5개 성에서는 인민해방군과 정부기관 등 30개 이상 기관이 새들도 착각할 만큼 정교하게 제작된 비둘기 형태의 드론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항공감시용인 비둘기 드론은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인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분리·독립운동이 끊이지 않는 지역에 대한 감시·통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항저우 제11중에서는 수업 집중도를 감시하기 위해 30초 간격으로 안면인식 카메라로 학생들을 촬영해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소설가 6명이 안내하는 마음속 제주여행

    소설가 6명이 안내하는 마음속 제주여행

    삶에 대한 깨우침 담은 ‘소설제주’ “세계 도시 배경 年 3~4권 출간 미등단 작가 작품도 1편씩 소개”지난 여름 여행지에서 넋 놓고 바라봤던 경치나 피부에 스며든 시원한 바람은 두고두고 생각난다. 바쁜 일상을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는 건 그때의 풍경 덕분이다. 여행지에서의 기억과 낭만을 고스란히 옮겨온 소설집이 나왔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테마기행’, ‘다큐프라임’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병수 PD가 운영하는 출판사 아르띠잔이 선보이는 테마소설 시리즈 ‘누벨바그’다. 김 PD와 15년 넘게 작업한 프리랜서 방송작가 김경희씨가 함께 기획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김 작가는 “김 PD님과 저 둘 다 여행 못지않게 소설을 좋아하는데 독자들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세계 도시의 구석구석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 시리즈를 마련했다”면서 “소설을 읽는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지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맨 먼저 다루는 도시는 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우거진 신록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 제주도다. 소설집 ‘소설 제주’는 전석순, 김경희, 이은선, 윤이형, 구병모 등 젊은 작가 6명이 제주에 대한 단상과 제주에서 길어 올린 삶에 대한 깨우침을 담아냈다. 소설의 여정은 제주시 구좌읍에서 열리는 벨롱장에서 시작해 옥빛 바다가 수려한 협재와 수많은 오름이 있는 송당, 새순으로 가득한 사려니숲과 절물 휴양림, 강정마을과 용머리해안으로 이어진다.전석순 작가는 남편이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데리고 제주로 떠난 후 홀로 도시에 남았던 한 여자가 아이를 찾기 위해 벨롱장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벨롱). 윤이형 작가는 쌍둥이 남매로 태어나 여성이라는 틀에 갇혀 살았던 ‘나’가 제주도에서 인간들에게 불법 포획된 돌고래 ‘복순’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을 차분한 어조로 전한다(가두리). 몽골에서 들어온 말을 키우는 소녀와 해녀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제주어로 그린 구병모 작가의 ‘물마루’, 제주의 또 다른 슬픈 기억인 세월호의 아픔을 담은 이은선 작가의 ‘귤목’,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던 한 여성이 통증을 떨쳐내기 위해 찾은 제주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김경희 작가의 ‘크루즈’도 눈길을 모은다. 등단한 적은 없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소설을 써온 작가 SOOJA(필명)도 이번 소설집에 참여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를 찾는 한 병원 수술실의 간호사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느끼는 평온함이 어떤지 묘사한 ‘송당’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누벨바그’ 시리즈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등단한 적 없는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매 소설집에서 1편씩 소개하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작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한편 새 얼굴을 발굴하는 기쁨을 독자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르띠잔은 1년에 3~4권씩 세계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집을 계속 출간할 계획이다. 두 번째 소설집인 ‘소설 도쿄’는 재일동포 소설가 후카자와 우시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 ‘야키니쿠 드래곤’을 선보인 재일동포 연출가 정의신을 비롯해 김학찬, 김민정, 송지현 작가 등의 작품이 실린다. 뒤이어 ‘소설 부산’도 출간된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정미 “한국당 비대위원장, 제 이름 안 나왔으면”…최장집 “농담이죠?”

    이정미 “한국당 비대위원장, 제 이름 안 나왔으면”…최장집 “농담이죠?”

    자유한국당이 당 쇄신을 위한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수많은 인물들을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 하나로 거론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정미 전 재판관은 3일 국민일보의 취재에 문자 메시지로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면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제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정미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당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직접 읽었던 바 있다. 이 때문에 국정농단 사건과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몰락해 온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역발상의 차원에서 당을 재건할 인물로 이정미 전 재판관이 거론됐다. 그러나 대표적인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이 “당의 문을 닫을 것이 아니라면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는 등 친박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됐다. 결국 당사자가 거부의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정미 카드’는 쓸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이정미 전 재판관 외에도 여러 인사가 잇따라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다. 농담이겠지. 자유한국당과 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제의가 와도 수락할 생각이 없다”고 여러 매체에 밝혔다. 최장집 교수는 정당 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정치학계 거두로, 정치적 성향은 중도진보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두번이나 나섰던 이회창 전 총재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데 대해 측근을 통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 인사들에 대해 본인의 의사 타진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름만 흘러나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도 도올 김용옥 교수,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소설가 이문열, 전원책 변호사,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박관용·김형오·정의화 등 자유한국당 출신 전 국회의장, 심지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떨어진 김태호 전 최고위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줄여가는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은 “아직은 없다”면서 “참신한 분을 찾고 있지만 당 현실을 감안했을 때 통합을 추진할 인사가 먼저”라고 말했다. 안상수 위원장은 “주말까지 인터넷 등을 통해 국민공모로 받은 의견까지 고려해 5~6명 선으로 압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파장 크지만 증거가 불충분한 보도의 원칙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파장 크지만 증거가 불충분한 보도의 원칙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이야기가 허구거나 만들어진 현실이라는 생각을 유보한다. 그래야 더 재미있게 이야기를 즐길 수도 있고, 감동도 진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현실이 ‘만들어졌다’는 믿음을 유보하는 일이 사실을 보도하는 저널리즘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소설가는 허구를 통해 삶을 재현한다. 기자는 관련된 사실의 조합을 통해 현실을 삶과 사회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그래서 독자와 시청자인 우리는 뉴스가 불완전할 수는 있지만,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믿게 된다.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은 최선을 다해 사건이나 문제의 진실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 이게 우리가 언론에 기대하는 신뢰다.이런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소위 디지털 파괴가 저널리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언론 스스로 신뢰를 훼손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예로,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스캔들이다. 선거 때 쓰고 싶었지만,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쓰지 못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지난번 선거를 선거답지 못하게 만들었던 스캔들이었다. 댓글 조작은 특별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이재명 경기지사 스캔들은 진행형이다. 늘 그렇듯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다. 댓글 조작의 핵심은 후보자의 관여 정도이고, 혼외 관계 스캔들은 한쪽 당사자의 폭로가 신빙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의 여부다. 두 스캔들 모두 음모의 냄새가 풀풀 나고,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건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의 범법행위, 도덕적 품위를 따지는 건 언론의 책무라고 정당화하기에도 너무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대다수 언론은 선정성 게임을 선택했다. 마치 드루킹 댓글 조작이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의 여론 조작 행위와 유사할 수 있다는 거친 유추에 근거해 후보자의 도덕성을 추궁했다. 사회적 파장이 크고 민감한 사건이라고 성급히 대서특필할 수는 없다. 선정적이지 않고, 한쪽 당사자의 이해관계나 주장이 과다 대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언론은 두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어야 했을까.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첫째, 보도에 형사재판에서 흔히 사용하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라는 무죄 추론의 반성적 절차를 취재보도 과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기자들 스스로 진실 추론의 절차로서는 사용해 볼 수 있다. 더구나 마감 시간을 따지고 경쟁이 치열한 취재 과정에서 ‘한 치의 의심도 없이’라는 추론의 절차는 사치스럽다고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시된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과 정황 증거들에 견주어 볼 때, 보도의 규모나 양이 지나치게 컸다고 본다(할 수밖에 없다). 선거 공론장이 이 스캔들로 뒤덮일 만큼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치·사회적 의미가 대단히 클 수 있지만, 증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면 보도는 작게 하는 것이다. 합리적 의심을 넘어설 만한 증거가 충분히 나올 때까지. 둘째는 사실의 수집과 기사의 중요성 판단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를 피하기 위한 언론 내부의 노력을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투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보도의 투명성은 취재와 보도 과정을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서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언론사들이 투명성을 위해 시행하는 장치로 취재원을 분명히 밝히는 노력, 기자 이메일 공개, 독자나 시청자와의 질문과 응답 코너, 보도국과 편집국의 회의 공개 등이 있다. 디지털 저널리즘에서 보도의 투명성을 높이는 대표적 장치로 기사 안에서 하이퍼링크로 기자가 사용한 인터뷰의 내용, 데이터와 자료를 소개하고, 때로는 원자료 자체를 연결하는 것이 있다. 네이버가 각 언론사가 제공한 하이퍼링크를 삭제하고 있는 것도 이 점에서 투명하지 못한 언론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의 수집과 기사의 중요성 판단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를 피할 수는 없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기자들은 얼마만큼 노력했는가, 최선을 다했는가가 관건이다.
  • 세계는 지금 한국 문학에 빠졌다

    세계는 지금 한국 문학에 빠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3월 김언수 작가의 2010년 장편 ‘설계자들’이 미국 더블데이 출판사에 억대 계약료를 받고 팔렸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영국과 체코, 터키 출판사가 판권 입찰에 참가했으며 주요 영화사가 영화 판권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국제 문학시장에서 놀라운 문학 포스(force)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미국 문예 주간지 ‘뉴요커’는 지난해 7월 편혜영의 ‘식물애호’를 게재했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전신이 마비된 대학교수 오기가 겪은 내면의 고통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편 작가는 2014년 ‘식물애호’를 쓴 뒤 분량을 늘려 2016년 장편 ‘홀’을 냈다. ‘홀’의 영어판 출간을 앞두고 뉴요커가 편 작가의 단편을 게재한 것이다. 앞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도 미국 진출에 앞서 단편처럼 일부가 뉴요커에 실려 문단의 시선을 끌었다. 세계 속에 한국 문학 바람이 거세다. 영미권을 비롯해 독일, 일본, 스페인 등 많은 나라가 한국 작가를 주목하고 있다. 소설가 한강이 2016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받은 이후 외국 문학상 후보 명단에서 한국 작가의 이름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지난달 독일 리베라투르상 8개 후보작에 김애란, 한강 작가가 이름을 올렸고 편 작가의 ‘홀’이 지난달 ‘2017 셜리 잭슨상’ 후보작 5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이번 달 25일에는 황석영 작가의 ‘해질 무렵’이 프랑스 ‘2018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규모 있는 출판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민음사는 최근 일본의 한 출판사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의 판권을 계약했다. 남유선 민음사 이사는 “자국 소설 비중이 유독 높은 일본에 한국 작가의 소설이 팔린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지금 당장 수지 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외국 진출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문숙 문학동네 저작권팀 과장은 “김언수 작가 등 한국의 스릴러 장르에 관한 외국 출판사들의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면서 “장기적으로 영미권 시장을 노려 번역 출판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이 번역 출판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 지원 사업이 규모가 가장 크고 지원 범위도 가장 넓다. 전체 번역 출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대산문화재단 등 민간재단이 지원하거나 출판사가 에이전트 또는 외국 출판사와 직접 접촉하는 방식도 있다. 전체 번역 출판물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사업은 ‘한국문학 번역 지원’과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으로 나뉜다. 두 사업을 합한 예산은 연 20억원 수준이다. 한국문학 번역 지원은 분기별로 내국인·외국인 번역출판 전문가 공모를 받아 심사를 거쳐 개인에게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편당 500만원 안팎을 지원한다. 편 작가의 ‘홀’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 28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한국문학 번역 지원으로 지금까지 37개 언어·1508건이 진행됐다. 2012년 출판 55건에 판매 부수가 3만 2000권 정도였지만 2016년 기준 출판 152건, 판매 부수 16만 2267권으로 급증했다.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은 외국 출판사가 지원 대상이다. 사업 무게 중심이 한국문학 번역 지원에서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으로 옮겨지는데도 한국문학 번역 지원 사업의 출판과 판매 부수 모두 늘어나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고영일 한국문학번역원 전문위원은 “3년 전부터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지원 비율을 늘려 현재 두 사업 비중이 50대50 정도다. 그럼에도 한국문학 번역 지원 건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그만큼 한국 문학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문학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높다. 우선 민간재단과 개별 출판사 자체 번역 작업은 여전히 미미하다. 황 작가의 ‘해질 무렵’의 경우 2016년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번역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매년 20건 정도만 지원한다. 개별 출판사의 번역 출판은 번역가 구하기도 어렵고 에이전트나 외국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일도 요원하다. 한 소규모 출판사 대표는 이와 관련, “외국출판사 입장에서는 수많은 한국 문학 가운데 이름 있는 작가, 이름 있는 작품을 우선 고르는 경향이 있다. 국내 문학계는 대형 작가의 출판사 쏠림 현상이 다소 심한데 번역 출판 역시 이런 현상이 최근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규모가 있는 출판사의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외국의 큰 출판사보다 규모가 영세한 출판사가 주 대상이어서 한국의 좋은 작품이 큰 성공을 노리긴 다소 어렵다”고 했다. 결국 작가나 출판사의 다양화와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고 전문위원은 이런 딜레마 상황에 관해 “외국에 소개하는 한국 작가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하고 메이저 외국 출판사와의 관계를 넓히는 식의 균형 있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마음에도 비 내리나요, 이 한권으로 씻어봐요

    마음에도 비 내리나요, 이 한권으로 씻어봐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들이 잇따라 신작을 내놨다. 짧은 소설부터 추리를 가미한 역사소설까지 작가들이 빚어낸 삶에 대한 웅숭깊은 통찰과 재기발랄해진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지루한 장마철,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꿉꿉한 기분을 날려 보는 건 어떨까.‘미실’, ‘논개’ 등 역사소설을 써 온 소설가 김별아의 신작 ‘구월의 살인’(해냄)이 우선 눈길을 끈다. 작가는 “정보를 처음부터 던져 놓지 않고 최대한 뒤로 끌고 가서 독자들과 ‘밀당’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추리 기법을 시도했다. 이야기는 조선 효종 즉위년(1649)에 도성 한복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인 ‘구월’이라는 여성의 복수와 이를 둘러싼 진실을 좇는다. 조선왕조실록에 ‘삼성국문(三省鞠問)을 받던 범인이 옥중에서 물고 당했다’고 짤막하게 언급돼 있는 사건에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조선의 뒷골목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인간 존재와 삶의 이면에 담긴 다양한 층위를 엿보고 싶다면 소설집을 들여다보자. 길이는 짧아도 글이 전하는 울림은 작지 않다.조경란 작가는 소설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문학과지성사)에 실린 8편의 단편을 통해 몰랐던 사람끼리 서로를 알아 가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표제작은 서른일곱 살 남자 ‘인수’가 아버지와 가사도우미 ‘경아’와 함께 지내며 관계의 벽을 허물고 진짜 가족이 돼 가는 이야기다. 얼떨결에 광장의 집회 인파에 섞이게 된 청년 ‘훈’의 이야기를 담은 ‘11월 30일’, 한 남자가 아내를 떠나면서 이해를 구하는 이야기를 편지글로 담은 ‘오랜 이별을 생각함’ 등이 실렸다.김인숙 작가는 소설집 ‘단 하루의 영원한 밤’(문학동네)에서 고요하고 잠잠한 일상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뜻밖의 순간들을 포착해 냈다. 노년 여성과 중년 남성의 숨겨진 내면을 정교하게 그려낸 ‘델마와 루이스’와 ‘빈집’이 대표적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페미니즘 로드무비의 통쾌함과 뜻밖의 스릴러적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최근 김인숙 소설의 특별한 변화”라고 했듯이 작가의 새로운 색채가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리들리 스콧이 감독한 동명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델마와 루이스’는 가출한 80대 두 자매가 바다로 향하는 여정을 그렸다. 삶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모험과 일탈을 감행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빈집’은 27년간 함께 살았지만 늘 남편을 못마땅해하는 여자가 남편을 경멸하면서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담았다. 결말에서 드러나는 남편의 충격적인 비밀에 의해 일상이 유지되는 삶의 역설을 심층적으로 그려냈다.짧은 이야기 속에서 명징한 깨우침을 얻고 싶은 독자라면 이승우 작가의 ‘만든 눈물 참은 눈물’(마음산책)이 좋겠다. 작가는 27편의 짧은 소설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집을 지으려다 가장 화려한 무덤을 갖게 되는 이, 슬픔에 중독돼 더이상 슬픔을 떠날 수 없는 이 등 이해 불가한 인간의 모순적인 모습을 짚었다. 책 중간중간에 실린 서재민 화가의 다채로운 그림도 소설의 한 장면인 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황석영 ‘해질 무렵’ 佛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황석영 ‘해질 무렵’ 佛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소설가 황석영이 장편소설 ‘해질 무렵’으로 프랑스에서 ‘2018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파리의 국립동양미술관인 기메 미술관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아시아 문학을 프랑스에 알리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제정됐다. 수상작은 1년간 프랑스어로 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작품 가운데 선정한다.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외국 작품에 수여하는 상은 ‘페미나상’이 유일했다. 총 세 번의 심사를 거쳐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올해는 황석영 작가를 비롯해 인도의 미나 칸다사미, 일본의 나시키 가호, 중국의 아이(阿乙), 파키스탄의 오마르 샤히드 하미드, 대만의 우밍이 최종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영국계 인도 작가 레이나 다스굽타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황석영은 2004년 ‘손님’으로 페미나상 외국어소설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게 됐다. ‘해질 무렵’은 2016년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을 받아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번역가 장 노엘 주테가 번역, 지난해 프랑스 필립 피키에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한국에선 2015년 출간된 이 작품은 성공한 60대 건축가와 젊은 연극연출가의 목소리를 교차 서술하며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기메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황석영의 작품이 주는 강력한 환기력, 묘사의 섬세함, 독서로 인해 얻게 되는 부인할 수 없는 풍요로움에 매료됐다”며 “구축과 파괴, 존재와 사물을 섬세하게 그려 아시아의 변화무쌍한 모습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영혼을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고 평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국 보수의 본류’…화려한 JP의 인맥

    ‘한국 보수의 본류’…화려한 JP의 인맥

    ‘3김 정치’의 한축을 차지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에게는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달리 가신그룹이 없다. YS에게는 상도동계, DJ에게는 동교동계 등 정치적 둥지를 중심으로 한 측근그룹이 있었지만, JP에게는 딱히 청구동계로 부를 만한 그룹은 존재하지 않았다. 두 김씨가 오랜 세월 대권을 향해 부단히 돌진해 마침내 정권을 창출한 반면 JP는 ‘영원한 2인자’로 머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보수의 본류라고 불리는 JP의 화려한 인맥은 우리 사회 곳곳에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다. 우선 그가 정치일선에서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정당인 자민련을 꼽을 수 있다. 한때 그의 오른팔로 불렸던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과 김광수·한영수·강창희·김현욱·이긍규·이태섭·구천서·함석재·이동복·이건개·이양희 전 의원 등이 JP의 근위병들이었다. 자민련 출신 중 자유선진당 변웅전 전 대표가 2012년까지 현직을 유지하고 모두 정계를 떠났다. 그의 인맥은 1951년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 박영옥씨와 결혼하면서 기반을 닦는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에 동참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인맥이 펼쳐진다. 박 전 대통령 시절 남덕우 전 국무총리, 신직수·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 윤천주 전 문교부 장관 등과 민족중흥회를 구성해 JP가 정치를 재개한 1987년 3공화국의 맥을 잇는다는 취지로 그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민족중흥회는 그해 신민주공화당 창당의 주축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윤주영 전 문공부 장관이 이끄는 신민주공화당 사무처 요원들의 모임인 ‘은행나무 동지회’도 있다. 이들은 JP의 말년에도 청구동을 출입하며 끈끈한 동지애를 과시했다. 또 1995년 측근들이 만든 ‘97회’(회장 박창규)도 JP의 든든한 인맥 중 하나다. ‘97회’는 JP가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 있을 때 1997년 대선에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결성된 대선 조직이었다. JP의 모교인 공주고동창회, 육사 동기들의 모임인 ‘육사 8기회’ 등 정치권 외곽조직도 그를 둘러싸고 있다. 지연과 혈연을 중심으로 뭉친 충청향우회와 가락종친회도 JP의 인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가락종친회는 JP가 첫번째 국무총리를 지낸 1971년부터 그가 공을 들여온 혈맥이다. JP는 문화·예술에도 관심이 많아 영화감독 김수용, 고(故) 조병화 시인, 소설가 홍성유, 화가 김흥수, 가수 이미자씨와 친분이 두텁고 가수 패티 김의 주례를 서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한창인 2016년 말에는 박 전 대통령과의 사촌형부-조카 인연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해 11월 시사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있을 것이다.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 파면되자 “대통령이 힘이 빠지면 나라가 결딴난다”는 성원으로 가족애를 보이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사람들 살리려고 저잣거리를 떠돈 조선의 착한 거지

    사람들 살리려고 저잣거리를 떠돈 조선의 착한 거지

    이토록 고고한 연예/김탁환 지음/북스피어/628쪽/1만 6800원귀밑까지 찢어진 커다란 입. 짓뭉개져 입보다 더 낮은 콧등. 꿀벌이 제집인 줄 알고 들락날락거릴 만큼 큰 콧구멍. 털 하나 없는 눈썹 아래로 쏟아질 듯 흔들리는 왕방울만 한 눈. 연지를 칠한 듯 도드라지는 광대뼈. 몸에 살점이라곤 하나 없는 홀쭉이. 못난 몰골로도 모자라 걸어다닐 때마다 가축의 썩은 시체와 시궁창 냄새를 훅 끼치는 이 사내는 조선시대 이름난 추남 거지 ‘달문’이다. 소문이 어찌나 파다한지 달문을 직접 본 사람은 드물었지만 장안에서 그는 절대로 닮아서는 안 되는 흉측한 인간으로 통했다. 아무리 겉볼안이라지만 사귀어 보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차리기는 힘든 법. 거지 패를 이끌었던 달문은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재담이면 재담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광대로 유명했다. 그뿐인가. 뛰어난 재주를 이용해 돈을 벌어도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들에게 베푸는 인품마저 갖췄다. 이쯤 되면 이야기의 극적인 구성을 위해 만든 허구의 인물로 보이겠지만 달문은 조선 후기 실존했던 사람이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쓴 소설 ‘광문자전’에서 종로 저잣거리의 거지로 등장하는 ‘광문’이 바로 달문(1707~?)이다. 역사 소설가로 잘 알려진 김탁환 작가가 달문을 신작 소설에 불러낸 건 역시 그가 지닌 독보적인 매력 덕분일 터다. 특히 의아할 정도로 의롭고 착한 마음을 지닌 채 모든 사람을 믿고 도왔던 ‘한없이 좋은’ 한 인간의 본성에 주목했다. 작가는 매설가(소설가)를 꿈꾸는 인삼가게 주인 ‘모독’의 눈을 빌려 18세기 ‘만능 재주꾼’ 달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밀하게 그려 냈다. 달문은 꼭두각시, 놀이, 마술, 줄타기 등 조선 최대의 종합예술축제였던 산대놀이에 특히 능했다. 내로라하는 팔도의 재인들이 달문을 만나고 싶어서 줄을 설 정도였다. 이 정도면 콧대가 높을 법도 한데 달문은 자신을 낮추기에 바빴다. 온갖 판에서 춤추고 노래해서 번 돈은 늙고 병들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광대들에게 나눠줬다.길 위를 떠돌던 달문은 굶어 죽는 백성들을 위해 ‘달문 유랑단’을 꾸려 흉년이 심한 고을만 골라 놀이판을 벌였다. 당연히 벌어들인 돈은 제 주머니에 넣지 않고 곡식을 사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줬다. 손에 쥔 게 없어도 그 돈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준 사람이 부자라는 달문. 평생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온갖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는 그의 기이한 행적을 보고 있자면 인(仁)과 자비를 강조한 공자나 부처도 이와 같았을까 싶다. 전국을 떠돌며 백성을 돕는 이유를 묻는 나라님에게 건넨 달문의 대답은 간단하지만 묵직하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 백성의 가난을 위해 인생을 바친 거지라니. 이토록 고고한 연예(演藝)라니. 작가는 작품의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거리의 사람들은 어리석고 심약하고, 더럽고 게으르며 무책임하다고, 몰상식하다고 욕심 덩어리라고, 꿍꿍이가 있다고, 병을 옮긴다고, 언제든지 범죄자로 돌변할지 모르니 위험하다고 공격받아 왔다”면서 “거리에서 평생을 흐른 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통해 그 단단한 편견을 부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작가가 달문을 통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을 곱씹게 된다. 이 험난한 곳에서 좋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좋은 사람으로 잘사는 것은 무엇인가.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안민석 “주진우에게‘진실 얘기하라’했다”

    안민석 “주진우에게‘진실 얘기하라’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진우 기자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주 기자는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과 배우 김부선 스캔들 사건에 개입해 이 당선인 입장에서 스캔들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을 주 기자가 ‘겨우 막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재점화했다. 이후 공씨는 “주 기자가 (관련 문제에) 직접 말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공 작가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입장에 대해 김부선 씨가 소식을 전하며 힘들어하네요. 주진우 본인이 이야기해야겠네요. 전혀 사실이 아니면 저도 공식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죠. 왜 자꾸 주변에서 이야기하게 하는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 기자는 침묵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전날(20일) 방송된 KBS 1TV ‘사사건건’에서 ‘주 기자가 (관련 의혹에 대해) 공개하는 건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주 기자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주 기자는 ‘진실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앵커가 ‘공 작가가 (주 기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묻자 안 의원은 “(주 기자가) 긴 말을 안 하고 있다”며 “공씨나 주 기자 모두 사회적인 책무감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서 두 사람의 어떤 오해가 있으면 오해를 풀고, 국민이 원하고 궁금한 그런 이야기를 조만간 적절한 시점에 내놓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공씨와 주 기자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은 ‘청와대나 민주당 입장에선 이 당선인의 논란은 사실 ’강 건너 불구경‘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청와대가 특정 정치인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공학적 상상력이다”라며 “민주당에선 이 당선인에 대한 공격은 있었으나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이 당선인의 몫이라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두 번째 작당’… 피츠제럴드에 빠져볼래?

    ‘두 번째 작당’… 피츠제럴드에 빠져볼래?

    지난해엔 제목도 저자도 안 알려 주고 무작정 책을 사라고 하더니 올해는 한 작가의 작품만 사란다. 당혹스럽기보다 기대부터 되는 건 평소 재미있는 일 벌이기 좋아하는 출판사들이 기획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표지를 종이로 감싸 정체를 숨긴 책을 판매하는 ‘개봉열독 X시리즈’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출판사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의 세 대표가 올해 두 번째 ‘작당’을 벌였다. 이름하여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 소설 ‘위대한 개츠비’로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작품을 한꺼번에 내놨다.세 출판사 대표가 ‘합동 프로젝트 2탄’의 아이디어를 모은 건 지난 봄 점심을 먹으면서였다. 셋 모두 피츠제럴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자마자 기획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작가의 편지, 소설, 에세이를 동시에 출간해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해 보자는 콘셉트를 잡았다. 국내에 피츠제럴드의 작품 중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 있다는 점과 독자들 역시 작가의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작품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세 출판사가 내놓은 작품은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전설적인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와 피츠제럴드가 21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디어 개츠비’(마음산책), ‘재즈의 시대’라 불린 1920년대에 대한 단상과 작가로서의 고민을 담은 에세이 8편을 모은 ‘재즈 시대의 메아리’(북스피어), 아내 젤다와의 결혼 생활을 묘사한 소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은행나무)이다. 세 권을 모두 구매한 독자들을 위해 피츠제럴드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사진 자료와 함께 정리한 207쪽 분량의 부록도 준비했다.평소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모토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답게 각 회사의 평소 색깔은 고수하는 대신 책의 판형과 디자인은 통일했다. 특히 동식물 소재의 귀여운 패턴으로 유명한 ‘데일리 라이크’와 협업해 책 표지도 예쁘게 만들었다. 세 권의 책을 차례대로 세워 놓으면 작가의 이름 철자와 고양이와 개, 양 그림이 하나로 합쳐진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6주에 책 1권당 2000부 팔기에도 힘든데 ‘X시리즈’의 경우 책 3권이 6주간 2만 1000부 정도 판매됐다”면서 “각 사가 공동으로 마케팅하니까 시너지 효과가 좋았던 데다 책에 흥미 있는 요소를 결합한 덕분에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는 20~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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