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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권력 쟁탈 3000년(조너선 홀스래그 지음, 오윤성 옮김, 북트리거 펴냄) 철기 시대부터 현대에 걸친 3000년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조명하고 전쟁이 벌어지는 원인을 탐색한다. 저자는 ‘상업과 무역은 정말 국제평화를 증진할까’, ‘민주주의와 참여가 전쟁을 예방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632쪽. 3만 7000원.홀로 선 자들의 역사(김동완 지음, 글항아리 펴냄) 우리 조상들이 전국 곳곳에 지은 누정(樓亭) 35곳을 역사와 함께 이야기한다. 안동 고산정부터 청송 찬경루까지 누정은 조선시대 시문학의 정수가 모인 곳이자, 철학·풍수·건축·지리를 담은 ‘인문학 사전’이다. 400쪽. 1만 9800원.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윤혜준 지음, 아날로그 펴냄) 기원전 5세기 아테네부터 2020년 밀라노 두오모 성당까지 유럽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들여다본다. 영문학자인 저자는 돌·물·피·돈·불·발·꿈 등 7개 코드를 따라 유럽 도시 역사 속 49개의 결정적 장면들을 독자들에게 풀어놓는다. 아름다운 사진과 과거 역사 흔적을 추적할 단서가 담긴 도판이 돋보인다. 348쪽. 1만 7000원.창의성의 기원(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가 인간 창의성의 기원과 미래, 그 잠재력을 억누르는 게 무엇인지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창의성을 계발하고 확장하려면 인문학과 과학이 섞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창의성에 대한 기존의 인문학적 연구는 작은 공기 방울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272쪽. 1만 9500원.배리어 열도의 기원(김가경 지음, 도서출판 강 펴냄) 소설가 김가경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유린 이야기’, ‘다소 기이한 입장의 C’, ‘배리어 열도의 기원’ 등을 담았다. 의약품 재료인 오줌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여성을 다룬 유린 이야기처럼 이번 소설집에는 ‘불청객’들이 등장한다. 소외된 타자들이 선사하는 팽팽한 긴장과 복잡한 심경들로 가득하다. 232쪽. 1만 4000원.보리 익을 무렵(김향기 지음, 하나로 선 사상과 문학사) 김향기 시조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옛 농촌, 보리 익을 무렵의 향토 정서를 보여 주기 화법으로 표출했다. 낮고 평온하면서도 소박한 인생론을 담았다. 감칠맛 나는 순우리말을 발굴해 잠재적 본질을 일깨운 점이 돋보인다. 124쪽. 1만원.
  • “내가 살던 집서 새살림”…홍인영, 심은진·전승빈 부부 저격

    “내가 살던 집서 새살림”…홍인영, 심은진·전승빈 부부 저격

    배우 심은진(40)과 전승빈(35)이 혼인신고를 하며 부부가 됐다고 알린 가운데, 전승빈의 전 부인인 배우 홍인영(36)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14일 새벽 홍인영은 자신의 지인들과의 인스타그램 댓글 대화를 통해 심은진과 전승빈에 대해 언급했다. 한 지인이 홍인영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이혼하고 만나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쓰자, 홍인영은 “결혼은 8개월 만에 마음을 먹었지만 살림은 3개월만에 차렸네. 그것도 내가 살았던 집에서. 4월에 이혼하자마자 바로 연애를 한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도 어이가 없네. 8개월이라는 연애 기간이 이혼한 달인 4월과 맞아떨어진다는 건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드네”라고 댓글을 달았다.앞서 지난 12일 심은진과 전승빈은 각각 인스타그램을 통해 법적 부부가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심은진은 “MBC ‘나쁜 사랑’이라는 드라마로 처음 알게 됐고 동료이자 선후배로 지내오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 후로 서로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만나다 오늘에까지 오게 됐다”고 결혼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홍인영은 인스타그램에 영화 ‘베테랑’에서 조태오(유아인 분)가 명대사 “어이가 없네”를 말하는 장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게재했다. 이에 한 지인은 “어이가 없네”라고 댓글을 달았고, 홍인영은 “서서히 알게 되겠지”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지인은 “그의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너의 아픔의 기간과 그들의 만남의 기간이 겹치는 건 소름”이라고 다시 댓글을 달았다. 지인의 댓글에 홍인영은 “너무 묘하게 겹치네 와”라면서 “2018년 결별이란다. 2020년 4월에 이혼 했는데. 이야기를 정도껏 해야”라고 언급했다. 지인은 “소설가야?”라고 댓글을 다시 달았고, 홍인영은 “할많하않(할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해당 논란과 관련, 전승빈의 소속사 스타휴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3일 “전승빈은 전 부인과 2020년 4월에 이혼을 했다. 2019년부터 별거를 하다 세부조율할 부분들도 정리하고 난 뒤 2020년 4월에 이혼 확정을 받게 됐다”면서 “성격 차이로 이혼을 하게 된 것이지 심은진과는 관계 없다”고 강조했다. 심은진도 같은 날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댓글을 달며 해당 논란에 반박했다. 한 누리꾼은 “논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해보인다”라고 댓글을 남겼고, 심은진은 “논란 자체가 겹치는 시기나 그런 것들이 아니어서 해명할 게 없다”라고 답글을 남겼다. 심은진은 또 다른 누리꾼이 “내막을 알고 나니 씁쓸하다”라는 글을 남기자 “생각하시는 그런 내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한 “확실하지 않은 비방 댓글은 법적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홍인영은 2001년 이승환 뮤직비디오 ‘잘못’으로 연예계에 데뷔해 2008년 한 CF에 ‘공대 아름이’로 등장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 ‘천추태후’ ‘근초고왕’ ‘대왕의 꿈’ 등에 출연했다. ‘천추태후’ 촬영에서 만난 전승빈과 7년여 열애 끝에 2016년 5월 결혼했으나 2020년 4월 이혼했다. 1998년 그룹 베이비복스 멤버로 데뷔한 심은진은 연기자로 전향해 드라마 ‘대조영’ ‘거상 김만덕’ ‘노란 복수초’ ‘빅이슈’ ‘나쁜사랑’ 등에 출연했다. 전승빈은 2006년 연극 ‘천생연분’으로 데뷔해 드라마 ‘못말리는 결혼’ ‘천추태후’ ‘징비록’, ‘일편단심 민들레’ ‘대왕의 꿈’ ‘빛과 그림자’ ‘나쁜 사랑’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계속 경계선 밖으로 밀려나는 아이들…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다르지 않다!

    계속 경계선 밖으로 밀려나는 아이들…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다르지 않다!

    “5년 전만 해도 거리의 청소년들에게서 희망을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성 짙은 소설로 주목받은 소설가 주원규(큰 사진) 작가가 신작 ‘아이 괴물 희생자’(작은 해리)에 관해 설명하다가 말을 줄였다. 그는 2009년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이후 강남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메이드 인 강남’을 비롯해 tvN 드라마 ‘아르곤’,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등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주로 들췄다. 그가 2011년부터 9년 동안 거리에서 만난 6명의 청소년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이번 책도 상당히 어둡다. 재희, 강이, 푸른, 혜주, 나영, 건혁(모두 가명)과 나눈 날것 그대로의 인터뷰와 함께 저자가 그들의 속사정을 서술한 일종의 르포르타주다. 이들은 처음엔 부모로부터 도망친 ‘아이’였지만, 경계선을 벗어나 ‘괴물’로 변했다. 친부에게 성폭행당해 집을 뛰쳐나왔던 아이는 몸을 팔아 연명하고, 부모에게 매일 맞고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다 교도소에 수감된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집에서 나온 아이는 사랑을 찾아 헤매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결국 우리 사회의 ‘희생자’인 셈이다.저자가 2010년부터 만나 온 청소년은 어림잡아 300명이 넘는다. 고교 중퇴 경험이 있는 저자는 그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봤다. 쉼터나 소년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2015년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내기도 했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만 해도 아이들이 사회로 돌아가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그는 “최근엔 경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 이들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고 환기시키고자 책을 썼다. 그는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이 잠시 머무는 ‘쉼터’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책에도 쉼터 관리자가 성폭행을 당한 아이를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내거나, 오히려 쉼터에서 만나 범죄에 더 깊이 연루되는 일도 벌어진다. 저자는 무엇보다 중학생, 고교생을 둔 부모들이 책을 한 번쯤 읽고 시선을 바꾸길 기대했다. “우리 애는 이런 애들과 다르다 생각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면서 “혐오의 시선이 아닌, 고민의 시선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딸의 펜 끝서, 우리 기억서… 2021 박완서를 다시 쓰다

    딸의 펜 끝서, 우리 기억서… 2021 박완서를 다시 쓰다

    ‘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린 박완서(1931~2011) 작가가 오는 22일로 타계한 지 10년을 맞는다. 출판업계는 전쟁, 이념, 사랑, 여성의 삶 등을 진실하게 전달한 박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리는 에세이와 소설 개정판 등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민음사 출판그룹의 시각문화 전문 브랜드 ‘세미콜론’은 15일 박 작가의 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와 얽힌 추억을 기려 펴낸 에세이집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을 발간한다. 호 작가는 이 책에서 박 작가의 산문집 제목이기도 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노란집’에 대한 추억을 되새긴다. 그리고 어머니의 추억이 어린 이 집에서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은 책상이 아니라 부엌이었다고 고백한다. 출판사 측은 “호 작가는 엄마의 부엌에서 삶을 이어 갈 밥을 해 먹는다. 이것은 숭고한 노동이자, 유연한 돌봄이자, 생존에 대한 원초적 의지였다”며 책에 이런 마음을 담아냈다고 소개했다.세계사는 지난달 박 작가가 생전에 집필한 에세이 35편을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출간했다. 1931년생인 작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이름을 써야 했던 학교 생활, 6·25전쟁 이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작가의 어머니, 여류 문인이 드문 시절 40대에 문인의 길에 들어선 사연 등이 담겼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아직도 소설을 위한 권위 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웅진지식하우스는 이달 중에 박 작가의 연작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개정판을 낸다. 두 책은 박 작가의 어린 시절과 그 이후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이번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에는 고 김윤식, 이남호 평론가의 작품 해설과 국내 젊은 소설가 정세랑, 강화길, 정이현, 김금희 작가의 추천사와 서평을 수록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해 작가의 중·단편 10편을 엮은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펴냈다. 이 책에는 박 작가의 1975년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부터 6·25전쟁을 견뎌 낸 여성의 이야기 ‘공항에서 만난 사람’, 생명의 고귀함을 다룬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2000년대 작품인 ‘빨갱이 바이러스’ 등 10편이 수록됐다. 이 밖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13일부터 15일까지 작가의 단편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작가정신), ‘기나긴 하루’(문학동네), ‘지렁이 울음소리’(민음사) 3종을 리커버 한정판으로 판매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국 문학 어머니’ 박완서 10주기 조명 에세이·소설 잇따라

    ‘한국 문학 어머니’ 박완서 10주기 조명 에세이·소설 잇따라

    ‘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린 박완서(1931~2011) 작가가 오는 22일로 타계한 지 10년을 맞는다. 출판업계는 전쟁, 이념, 사랑, 여성의 삶 등을 진실하게 전달한 박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리는 에세이와 소설 개정판 등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 민음사 출판그룹의 시각문화 전문 브랜드 ‘세미콜론’은 15일 박 작가의 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와 얽힌 추억을 기려 펴낸 에세이집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을 발간한다. 호 작가는 이 책에서 박 작가의 산문집 제목이기도 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노란집’에 대한 추억을 되새긴다. 그리고 어머니의 추억이 어린 이 집에서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은 책상이 아니라 부엌이었다고 고백한다. 출판사측은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은 엄마의 부엌에서 삶을 이어 갈 밥을 해 먹는다. 이것은 숭고한 노동이자, 유연한 돌봄이자, 생존에 대한 원초적 의지였다”며 이같은 마음을 담아 책을 펴냈다고 평가했다.세계사는 지난달 박 작가가 생전에 집필한 에세이 35편을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출간했다. 1931년생인 작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이름을 써야 했던 학교 생활, 6·25전쟁 이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작가의 어머니, 여류 문인이 드문 시절 40대에 문인의 길에 들어선 사연 등이 담겼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아직도 소설을 위한 권위 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웅진지식하우스는 이달 중에 박 작가의 연작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개정판을 낸다. 두 책은 박 작가의 어린 시절과 그 이후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이번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에는 고 김윤식, 이남호 평론가의 작품 해설과 국내 젊은 소설가 정세랑, 강화길, 정이현, 김금희 작가의 추천사와 서평을 수록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해 작가의 중·단편 10편을 엮은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펴냈다. 이 책에는 박 작가의 1975년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부터 6·25전쟁을 견뎌 낸 여성의 이야기 ‘공항에서 만난 사람’, 생명의 고귀함을 다룬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2000년대 작품인 ‘빨갱이 바이러스’ 등 10편이 수록됐다. 이 밖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13일부터 15일까지 작가의 단편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작가정신), ‘기나긴 하루’(문학동네), ‘지렁이 울음소리’(민음사) 3종을 리커버 한정판으로 판매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희망, 절망으로 바뀌기까지...‘아이, 괴물, 희생자’ 낸 주원규 소설가

    희망, 절망으로 바뀌기까지...‘아이, 괴물, 희생자’ 낸 주원규 소설가

    “5년 전만 해도 거리의 청소년들에게서 희망을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성 짙은 소설로 주목받은 소설가 주원규가 신작 ‘아이, 괴물, 희생자’(해리)에 관해 설명하다 말을 줄였다. 그는 2009년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이후 강남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메이드 인 강남’을 비롯해 tvN 드라마 ‘아르곤’,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등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주로 들췄다. 그가 2011년부터 9년 동안 거리에서 만난 6명의 청소년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이번 책도 상당히 어둡다. 재희, 강이, 푸른, 혜주, 나영, 건혁(모두 가명)과 나눈 날것 그대로 인터뷰와 함께 저자가 그들의 속사정을 서술한 일종의 르포르타주다. 이들은 처음엔 부모로부터 도망친 ‘아이’였지만, 제도권의 경계선을 벗어나면서 ‘괴물’로 변했다. 친부에게 성폭행당해 집을 뛰쳐나왔던 아이는 길거리에서 자신의 몸을 팔아 연명하고, 부모에게 매일 맞고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다 교도소에 수감된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집에서 나온 아이는 사랑을 찾아 헤매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결국 우리 사회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저자가 청소년들을 만난 건 지난 2010년부터로, 어림잡아 300명이 넘는다. 고교 중퇴 경험이 있는 저자는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봤다. 쉼터나 소년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2015년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내기도 했다.“글쓰기 수업을 할 때만 해도 이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경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어요.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가슴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희망보다는 절망감이 더 커졌고요.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 이번 책을 썼습니다.” 그는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이 잠시 머무는 ‘쉼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책에는 쉼터 관리자가 성폭행을 당한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해 데려가라 한다거나, 쉼터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범죄에 더 깊이 연루되는 모습들이 나온다. “‘제도권 안의 청소년’과 ‘제도권 밖의 청소년’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간에는 제가 주로 만났던 ‘경계에 있는 청소년’이 있습니다. 제도권 밖의 청소년은 사실상 범죄자들인데, 이들이 쉼터에서 애들을 만나 데려가기도 합니다. 쉼터가 이를 철저히 분리시켜야 합니다. 아이들과 더 소통해야 하고요. ‘우리가 돌봐준다’는 식의 낭만적인 생각만으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저자는 무엇보다 중학생, 고교생을 둔 부모들이 책을 한 번쯤 읽고 시선을 바꾸길 기대했다. “우리 애는 이런 애들과 다르다 생각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면서 “혐오의 시선이 아닌, 고민의 시선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나라 빼앗긴 왕의 눈물 이슬되어 참새 발 적신 곳 ‘노작’의 꿋꿋함 이곳에

    나라 빼앗긴 왕의 눈물 이슬되어 참새 발 적신 곳 ‘노작’의 꿋꿋함 이곳에

    “할머니 산소 앞에 꽃 심으러 가던 한식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왕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더이다/ 그러고 귀밑머리를 단단히 땋아 주시며 “오늘부터는 아무쪼록 울지 말아라.”/ 아-, 그때부터 눈물의 왕은!/ 어머니 몰래 남모르게 속 깊이 소리 없이 혼자 우는 그것이 버릇이 되었소이다//(중략)//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홍사용,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 중에서) 세상 어느 곳이든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눈물의 왕이 사는 나라. 어머니께서 그토록 울지 마라 당부했지만 끝내 흐르는 눈물에 어머니와 나를 모두 가두어버린 시인이 사는 나라다. 그리하여 이곳은 여 리고 가여운 왕이자 시인이며 또 ‘나’인 사람이 기어코 흘리고 마는, 아침 이슬 같은 눈물에 다리가 젖어버린 참새의 터다. 빼앗긴 나라의 왕이자 시인인 ‘나’는 혼자 우는 버릇이 단단히 들린 채로 어머니의 당부마저 눈물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 시를 지은 홍사용 시인은 노작(露雀), 소아(笑啞), 백우(白牛)라고 지은 여러 호들 중에서 ‘노작’을 주로 사용했다. ‘노작’은 이슬 로(露)에 참새 작(雀)자를 쓴다. 선생이 살던 시대는 그를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이면서 독립투사로 만들 수밖에 없던 일제강점기. 나라와 자신의 처지가 원통하여 밤새 흘린 눈물이 새벽이슬이 돼 가녀린 참새의 다리마저 젖게 한다는 뜻을 호로 삼을 수밖에 없던 이의 자리란 또 얼마나 외롭고 애달팠을 것인가.노작은 1900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다. 부친의 사망 후 백부가 살고 있는 화성으로 이주해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며 자랐다. 서울 휘문의숙을 졸업한 1919년에 기미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휘문의숙 재학 시절에 교우들과 문집을 간행했고, 졸업 후에는 문예지 ‘백조’와 ‘흑조’ 등을 기획해 창간했다. 노작 외에도 박종화, 나도향, 현진건, 이상화, 김기진 등이 합류해 만든 ‘백조’는 3호까지 나왔다. 편집은 노작이 맡았지만 발행인은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1호는 배재학당의 교장이었던 아펜젤러, 2호는 보이스 여사, 3호는 러시아에서 망명한 훼루훼로로 외국인들을 내세웠다.●박종화·나도향·이상 등과 ‘백조’ 발간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총독부에 의해 검열당한 채 간행된 문예지 ‘백조’ 곳곳에는 출판물에서 내용을 밝히지 않으려고 지운 자리에 ‘O’ 혹은 ‘X’로 표시한 복자(伏字)가 곳곳에 표시돼 있다. 작가의 사상과 문장을 검열한 뒤에 출간을 허가했던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 아픈 역사적 사료인 셈이다. 노작은 ‘백조’의 창간과 함께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이때 ‘나는 왕이로소이다’, ‘묘장’, ‘그것은 모두 꿈이었지마는’ 등의 시를 발표했다. 선생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 ‘저승길’, ‘뺑덕이네’, ‘봉화가 켜질 때’ 등을 썼고 희곡으로 ‘할미꽃’, ‘출가’, ‘제석’ 등의 희곡이 있다. 수필과 여러 비평문도 발표하면서 다방면의 글쓰기 작업들을 하는 동시에 1923년에는 토월회(土月會)에 가담해 문예부장을 맡기도 했다.“현실에 토착해 있되 이상은 명월같이 높게 가져야 한다”며 발족한 연극문화운동단체 ‘토월회’는 도쿄에서 유학 중이던 김기진, 김복진 등이 매주 한 번씩 모여 시를 낭송하고 그림을 감상하며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십일월(十一月)에 결성됐다는 뜻으로 토월회라 부른다는 말도 있다. 당시 조선의 연극은 주로 신파극이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극단이 없이 여기저기서 파편화된 채 단발성 공연으로 진행되기 일쑤였다.●‘나는 왕이로소이다’ ‘묘장’ 등 시 발표 노작은 대중 속에 파고들어 깨우치는 데 연극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1927년엔 산유화회를 조직해 연극 부흥 운동을 일으켰다. 대중적인 연극을 통해 민족의 아픔과 정한을 표출하고자 한 선생의 의도가 시대의 필요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일제 검열로 대본 전체가 삭제, 압수되고 공연의 막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선생은 조선총독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끝내 연극운동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번역극과 다채로운 신극 운동을 전개해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토월회는 경영난으로 1931년에 해산하게 된다.노작은 일제에 항거하는 작품들을 활발히 썼지만 저돌적인 투사의 문장이 아닌 1920년대 초에 붐이 일었던 낭만주의운동에 힘입어 향토적 서정, 자전적 전기 등의 감상이 짙은 작품들을 주를 이뤘다. 대다수 낭만주의 시인들이 외국 풍조에 영향을 받은 시들을 쓸 때 선생은 민중의식이 깃든 민요에 관심을 갖고 민족적 서정성을 끝없이 탐구하고 형상화했다. 그런 이유로 민요시, 향토시로 분류되기도 하는 그의 시들은 주로 비애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어 ‘비애의식을 민족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맥락에서 시를 창작하고 민족적인 이념과 독립의 의지를 시와 희곡 및 소설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일제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꿋꿋하게 독립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던 선생은 해방을 맞이해 근국청년당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1947년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생전에는 책을 출판하지 않았다가 1976년에 와서야 유족들이 시와 산문을 모아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로부터 한참이 더 지난 2010년에는 유년기를 보내고 그의 묘지가 있기도 한 경기도 화성에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 개관되기에 이른다. ●오늘날 토월극장 이름 ‘토월회’서 비롯 나는 홍사용 시인을 고등학교 3학년 때 언어영역의 지문으로 나왔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로만 알고 있었다. 사는 곳의 지척인 화성 동탄 신도시에 문학관이 세워진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노작과 홍사용 그리고 시의 제목은 여전히 뇌리에서 각기 따로 놀았다. 그러다 몇 년 후에야 시와 시인, 문예지 ‘백조’와 지금의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이 ‘토월회’에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곳과 인연이 닿아 이 년 넘게 소설창작과 단편소설읽기 강좌를 진행하게 된 후에야 비로소 선생의 발자취에 대해 본격적으로 인지했다. 문학관의 지척에 살면서도 조금 더 빨리 선생의 자리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것은 내 게으름의 탓일 것이다.오랜만에 그곳을 찾아가 보았다. 신도시의 유일한 문학관답게 문화적인 정취를 원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시와 연극, 소설로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자 했던 선생의 뜻에 걸맞게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노작 출판학교, 노작문학제, 노작 문예지 ‘백조’의 발간, 작가의 방 대관사업, 노작홍사용단막극제, 노작문학상 등을 비롯해 문예강좌, 청소년 문예교실, 우리동네 작은 영화관, 문학이 함께하는 음악회, 시인과 함께 걷는 시숲 길, 문학현장답사, 산유화극장 정기공연 등과 시민극단 연극동아리까지 시와 희곡, 수필과 소설을 아우르는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진출해 온오프라인을 종횡무진하는 프로그램들의 목록을 보며 1920년대 초에 낭만주의 문학의 선두주자이며 문학사를 주름잡던 선생의 활동을 겹쳐 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터. 현존하는 여러 문학관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가히 손꼽힐 정도로 체계적인 외향과 내실을 다져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학관 곳곳에서 선생이 살다 간 발자취와 시대정신, 문학에 대한 열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시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는 주변의 시민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홍사용’이라는 이름을 신도시의 문화거점으로 우뚝 서게 한 노력의 발로다. 문학관이 시민들과의 소통을 최우선하고 글자와 문장을 넘어서서 그것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손택수 관장의 의지가 특히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에 호응하듯이 주체적으로 문학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야말로 이 자리를 자리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문장’이 아닐까. 이 모든 일들이 한 세기 전에 노작이 행했던 시대정신과 민족의식에 대한 문학적인 물음에 대한 후대의 답임을 보여 주고 있는 공간이었다. 당대의 호명으로 박제된 이름만이 아니라 오로지 선생의 작품과 민족정신을 일깨우던 자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생생하게 사람들 곁에서 살아 있는 문장으로 다가서는 그 이름. 그리고 그것을 일깨우는 여러 사람의 땀과 마음들. 나라를 빼앗긴 왕의 눈물이 이제는 동이 틀 무렵의 이슬이 돼 참새의 발을 씻어 주는 곳,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다.소설가 이은선
  • 서율의 <플로우 × 오페라>, 팝·클래식·스트리트 댄스의 컬래버레이션

    서율의 <플로우 × 오페라>, 팝·클래식·스트리트 댄스의 컬래버레이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많은 오프라인 공연들이 잠정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문화예술계 또한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예술인들은 창작열을 올리며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찾는다.우리 시(詩)를 모티프로 한 음악을 선보이는 서율 밴드는 최근 정규 3집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았다. <각자의 공간, 하나의 공연>이라는 제목처럼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 문화,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된 상황에 맞춘 온라인 공연들이 눈에 띈다. 단순히 기존의 레퍼토리를 영상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주제에서부터 내용, 연출에 이르기까지 팬데믹의 극복과 희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2020년도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의 아트 체인지업 아트플랫폼 선정 작품을 통해 나왔다.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플로우 × 오페라> 시리즈. 플로우(Flow)는 힙합에서 라임과 리듬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흐름을, 긍정심리학에서는 몰입을 의미한다. 장르적 특성과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의 오페라발레와 비슷한 구성으로 보이지만, 온택트 공연으로 만들어지면서 내용과 형식은 파격적일 정도로 새로워졌다. 먼저, 괴테의 시를 바탕으로 한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가곡 <마왕>은 웅장하고 현대적인 댄스오페라로 탈바꿈했다. 특히 팝핀과 힙합, 락킹, 브레이크 댄스로 연출한 안무는 노래 속 아버지와 아들의 극적 순간을 보다 현실감 있고 역동적으로 보여주며, 21세기 팬더믹의 엄습을 떠올리게 한다. <역신의 노래>에서는 향가 <처용가>에 등장하는 역신을 화자로 등장시킨다. 코로나를 상징하는 역신은 자신을 향해 벽사진경(사귀를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함)으로 노래하고 춤추면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국악 창법을 결합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처용이다>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역신이 처용의 아내를 역병에 걸리게 했지만 처용이 역병을 물리친 수단은 ‘춤과 노래’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맞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처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쉬우면서도 중독성 있는 후렴구의 반복은 모니터 앞의 관객들과 함께 교감하며 처용이 되자는 구호로 들린다. 반면 연주는 단순한 반복 없이 바이올린, 첼로, 바순, 플루트 등의 다채로운 연주들로 채워진다. 이처럼 서율의 <플로우 × 오페라>는 ‘팬데믹’을 주제로 각각의 공연을 하나의 장으로 연결했다. 비대면 무대 작품으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두 번째 시리즈는 <각자의 방, 하나의 춤과 음악>. 뮤지션과 댄서들이 길거리나 작업실, 방 등 각자만의 공간에서 연주와 춤을 선보이며 하나의 공연을 완성한다. 현재 김용택 시인의 동명 시노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와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해 새로 편곡한 ‘월광 소나타’가 업로드되어 있다.마지막 시리즈는 <오후의 시음회>이다. 메마른 감성을 시와 음악(詩音)으로 적셔준다는 타이틀이 보여주듯 서율이 오프라인에서 무대로 보여주던 공연의 온택트 버전이다. 세 명의 시인(오은‧이현승‧김언)이 문학과 삶을 이야기하는 한편, 그들의 시로 만든 노래를 미니 콘서트 형식으로 들려준다. 최근 <밤의 여행자>들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한 윤고은 소설가와의 편안하면서도 심도 있는 토크 또한 인상적이다.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3집 <흐린 날>에는 서율 밴드의 음악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동명시를 가사로 한 타이틀 <흐린 날>은 제목과 달리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겨 있다. 바순의 진중한 음색, 어쿠스틱 기타가 어우러진 목가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곡이다. 이밖에도 <오늘 치 기분>(오은), <양말>(이현승), <지금>(김언),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문태준) 같은 시노래와 더불어 <우리는 처용이다>와 <함께할 날에>의 리메이크 버전이 수록돼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구 8바퀴 누빈 ‘원조 먹방’ 10년의 힘은 음식 아닌 사람

    지구 8바퀴 누빈 ‘원조 먹방’ 10년의 힘은 음식 아닌 사람

    최불암 “여든 넘어서까지 복에 겨운 밥상전국 어머니들의 고마움 어찌 다 갚을까”우리 땅 곳곳의 식문화 소개해 사랑받아10주년 기념 아내 김민자·김혜수 등 출연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특별한 밥상, 우리 땅 곳곳의 소중한 음식 이야기를 매주 차려 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이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정감 있는 진행과 내레이션으로 10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배우 최불암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여든이 넘어서까지 복에 겨운 밥상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전국의 어머니들이 나를 위해 굽은 허리, 무릎 관절 아픈 것도 참고 기다리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먼저 전했다. “10년 동안 받은 사랑을 어떻게 다 갚나 싶다”는 그는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이어 올 수 있었다”며 출연자들에게 공을 돌렸다.방송은 2011년 1월 6일 거제의 겨울 대구를 시작으로 10년간 지구 8바퀴에 해당하는 35만㎞를 이동하며 전국의 음식을 소개해 왔다. 향토 음식은 물론 시대 변화가 느껴지는 먹거리까지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속속들이 녹아 있었다. 특히 잊혀져 가는 식문화를 기록하는 역할까지 도맡으며 음식 다큐멘터리로 사랑받아 왔다. 10년 동안 소개한 음식만 해도 8000가지가 넘지만 여전히 소개할 것이 많다고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담긴 이야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먹방’(먹는 방송)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정기윤 PD는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음식을 찾는 것이 관건이고, 그래서 현지답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 음식을 해먹는 지역 분들은 자신들의 음식이 특징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현지 분들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면서 특별한 음식과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낸다”고 설명했다.최불암 역시 프로그램의 핵심이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긴 시간을 돌이켜 보면 음식보다 사람이 더 강하게 마음에 남는다는 그는 “남원에서 추어탕을 촬영할 때,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날 기다리다가 신문지에 정성스레 싼 산초를 건넨 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특별히 건강을 지키는 비결도 없다”는 그가 오래 전국을 누비며 진행하는 힘도 하루를 보내고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술 한 잔에서 나온다고 한다. 방송은 10주년을 맞아 7일부터 28일까지 4주간 특집을 선보인다. 1편에서는 10년의 여정을 통해 밥상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기고, 공감하며 위로를 받아 온 시청자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다. 2~3편은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와 딸처럼 가깝게 지내는 배우 김혜수가 출연해 최불암을 위해 한 끼를 준비하며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짚어보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 출연자들을 초대한다. 4편에서는 소설가 김훈과 함께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고문헌 속 음식들을 복원하는 이들을 만나 새로운 10년의 의미를 담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여든 넘어까지 복에 겨운 밥상…10년 이어온 건 사람들 덕분”

    “여든 넘어까지 복에 겨운 밥상…10년 이어온 건 사람들 덕분”

    KBS 음식 다큐 ‘한국인의 밥상’ 10주년전국 누비며 향토 음식과 역사·문화 소개최불암 “전국 어머니들이 기다리는 것 같아건강 비결은 하루 보낸 뒤 나누는 술 한잔”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특별한 밥상, 우리 땅 곳곳의 소중한 음식 이야기를 매주 차려 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이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정감 있는 진행과 내레이션으로 10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배우 최불암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여든이 넘어서까지 복에 겨운 밥상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전국의 어머니들이 나를 위해 굽은 허리, 무릎 관절 아픈 것도 참고 기다리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먼저 전했다. “10년 동안 받은 사랑을 어떻게 다 갚나 싶다”는 그는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이어 올 수 있었다”며 출연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방송은 2011년 1월 6일 거제의 겨울 대구를 시작으로 10년간 지구 8바퀴에 해당하는 35만㎞를 이동하며 전국의 음식을 소개해 왔다. 향토 음식은 물론 시대 변화가 느껴지는 먹거리까지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속속들이 녹아 있었다. 특히 잊혀져 가는 식문화를 기록하는 역할까지 도맡으며 음식 다큐멘터리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았다. 10년 동안 소개한 음식만 해도 8000가지가 넘지만, 여전히 보여줄 것은 많다. 같은 음식이라도 담긴 이야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먹방’(먹는 방송)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정기윤 PD는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음식을 찾는 것이 관건이고, 그래서 현지답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 음식을 해먹는 지역 분들은 자신들의 음식이 특징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현지 분들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면서 특별한 음식과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최불암 역시 프로그램의 핵심이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긴 시간을 돌이켜 보면 음식보다 사람이 더 강하게 마음에 남는다는 그는 “남원에서 추어탕을 촬영할 때,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날 기다리다가 신문지에 정성스레 싼 산초를 건넨 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특별히 건강을 지키는 비결도 없다”는 그가 오래 전국을 누비며 진행하는 힘도 하루를 보낸 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술 한 잔에서 나온다고 한다. 방송은 10주년을 맞아 7일부터 28일까지 4주간 특집을 선보인다. 1편에서는 10년의 여정을 통해 밥상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기고, 공감하며 위로를 받아 온 시청자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다. 2~3편은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와 딸처럼 가깝게 지내는 배우 김혜수가 출연해 최불암을 위해 한 끼를 준비하며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짚어보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 출연자들을 초대한다. 4편에서는 소설가 김훈과 함께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고문헌 속 음식들을 복원하는 이들을 만나 새로운 10년의 의미를 담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달콤한 인생’ 다시 볼까

    ‘달콤한 인생’ 다시 볼까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이 월례 기획전 ‘영화관주의! 2021년 다시, 영화관’을 시작한다. 첫 기획으로 이탈리아 영화 황금기였던 1960~1980년대 대표작 4편을 이달 매주 1편씩 상영한다. 우선 5일에는 이탈리아 영화를 전 세계에 알린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1960)으로 문을 연다. 삼류 신문사에서 가십 기사를 쓰는 마르셀로는 클럽을 전전하며 술과 여자로 인생을 보내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절친한 친구 스타이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삶의 가치와 의미에 관해 회의를 품는 주인공을 잘 묘사해 제13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사실적인 현실에서 몽상적인 세계까지 다양한 영상 언어로 구사한 감독의 영화들은 돌체앤가바나를 비롯한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는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해바라기’(1970)를 상영한다. 12일 동안의 짧은 신혼 생활 후 안토니오는 입영 통지를 받고 시베리아 전선으로 떠난다. 안토니오의 전사 통지를 받은 아내 조반나가 러시아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탈리아 대표 배우 소피아 로렌이 조반나 역을 맡아 해바라기처럼 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인의 절절함을 훌륭하게 연기해 세계적인 배우로 떠올랐다. 19일에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귀족의 속물주의와 배신을 다룬 영화 ‘순수한 사람들’(1976)이 관객을 찾는다. 유부남 툴리오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놀아나고, 그의 부인은 젊은 소설가와 정을 통한다. 삶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소설 ‘무고한 존재’를 영화화했다. 26일에는 이탈리아 모더니즘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여성의 정체’(1982)를 상영한다. 이혼한 영화감독 니콜로가 여배우를 찾다가 고혹적인 여인 마비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제35회 칸국제영화제 35주년 특별기념상을 받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소설 심사평] 가족 잃은 인물의 애도 ‘산뜻하게’ 그려내는 방식 매력적

    [소설 심사평] 가족 잃은 인물의 애도 ‘산뜻하게’ 그려내는 방식 매력적

    마스크를 쓴 귀가 얼얼해질 정도로 장시간의 심사였다. 각 심사위원들이 1차로 추린 원고는 총 13편이었고, 그중 최종적으로 3편이 남아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트비트’는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순정 로맨스 서사였고 구성이나 흐름이 흥미롭다는 소수의 지지가 있었으나 다소 무리한 설정과 ‘시계’라는 상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단점이 컸다.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눈 작품은 ‘맹창’과 ‘제주, 애도’였다. ‘죽음’을 공유하고 있지만 소설의 분위기나 톤은 사뭇 달라서 심사위원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맹창’이 보여준 높은 서사의 밀도는 또 그만큼 수사적 과잉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끝내 설득되지 못한 지점이 있고, 이야기의 매력을 형식적 혼란스러움이 상쇄시켜 버린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매끈하게 다듬기보다 더 거칠게 몰아붙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제주, 애도’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교과서적인 작품이었다. 제주의 현재와 과거의 서울이 병치되는 구성도 그렇거니와 이야기의 인물들과 갈등이 선명했다. 탄탄한 문장을 토대로 서사의 리듬을 형성하는 능숙함도 엿보였다. 무엇보다 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인물의 애도를 ‘산뜻하게’ 그려내는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사소한 단점들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가가 믿을 만한 소설가가 되리라는 합의는 흔쾌히 이루어졌다. 문학 작품에 등수를 매길 수 없다는 말에 다소 어폐가 있다고 여기는 편이지만 본심작에 한해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각 작품이 가진 매력들 중 그날 심사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조금 더 도드라진 어떤 작품이 선택되는 것이고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운이다. 소설가의 운명을 시작하게 된 당선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투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 중국의 양심이 폭로한 우한 비극 60일

    중국의 양심이 폭로한 우한 비극 60일

    2019년 12월 말부터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선 의문의 폐렴 환자들이 대거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1월 20일 이전까지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으며,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고 했지만, 역병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팬데믹이 된 이 코로나19는 초창기에 진원지의 이름을 따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바로 그 우한에서 “코로나19는 상식과 객관성이 결여된 사회가 빚어낸 ‘인재’(人災)”라고 고발한 중국 작가가 있다. 소설가 팡팡은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된 지 사흘째인 1월 25일부터 우한의 참상과 중국 정부의 은폐, 관리들의 안일한 대응과 시민들의 절규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낱낱이 기록했다. 우한 봉쇄가 62일 만에 풀린 지난 3월 24일까지 60건의 글이 연재됐고, 이 기록을 엮어 15개국에서 출판한 단행본이 ‘우한일기’다. 당국은 인구 900만 도시를 통째로 봉쇄했고, 시민들은 집에 갇힌 채 공포에 떨었다. 의사 리원량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했다가 탄압을 받았다(치료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다 결국 그 자신도 감염돼 사망했다). 부모가 확진자로 격리되자 집에 혼자 남은 뇌성마비 아이는 굶어 죽고, 수백 수천의 시신들이 장례 절차 없이 비닐에 싸인 채 화물트럭에 실려나간다. 고발이 이어질수록 당국의 검열은 강화돼 그의 웨이보가 차단되고 일부 네티즌은 ‘매국노’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당국의 안일함과 무책임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저널리즘 진수를 보는 느낌이다. 대다수 중국 네티즌들은 팡팡의 일기를 댓글로 각자 이어 올리기도 했다. “한 나라의 문명 수준을 말할 때는 국가에 얼마나 높은 건물이 있고 무기가 얼마나 강하고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약자들에 대한 국가의 태도다.” 저자의 말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 사고를 개인 탓으로 돌려 물의를 빚은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명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인태 “추미애 ‘소설 쓰네’ 할 때부터 불길…결국 文 부담”

    유인태 “추미애 ‘소설 쓰네’ 할 때부터 불길…결국 文 부담”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72)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친 언행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갉아 먹는 등 결국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일침했다. 3선 국회의원,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민주당 최고위원, 인재영입위원장 등을 역임한 유 전 사무총장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윤 갈등으로 덕을 본 사람은 윤석열 검찰총장, 손해를 본 이는 추미애 장관으로 이는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지난 7월 27일 추 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소설 쓰시네’ 할 때부터 왠지 예감이 아주 불길했었다. 국회에 와서 그런 식의 얘기를 하면 결국 그건 국민들에게 아주 밉상으로 비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당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동부지검장으로 근무하다 갑작스럽게 차관 발령이 났는데,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지자 이를 듣고 있던 추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고 반응,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이에 한국소설가협회는 추 장관에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 전 총장은 “추 장관의 그 거친 언행과 거친 태도 이런 것들이 결국 대통령한테, 정권에 그만큼 부담을 줬다”며 “지금 지지율이 저렇게 된 것도 전부 그 탓 아니겠는가”라고 추 장관 언행이 신중치 못해 그 부담을 문 대통령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6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오늘 추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한결같은 마음, 10년 이어온 힘”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한결같은 마음, 10년 이어온 힘”

    ‘음식 다큐멘터리’로 장수해 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이 내년 1월 7일로 방송 10주년을 맞는다. 진행자인 배우 최불암은 28일 KBS 사보를 통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최근 10년 전 촬영한 것을 보니 생각보다 크게 변한 게 없다”며 소감을 밝혔다. 2011년 1월 6일 처음 전파를 탄 이 방송은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뿌리와 정서를 찾는 여정을 담백하게 담는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먹거리들과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KBS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제작진이 국내외로 이동한 거리는 무려 35만여㎞, 지구를 8바퀴를 돈 것에 해당한다. 그동안 1400여 곳을 돌며 각 지역의 8000여 가지 음식을 선보였다. 변함없이 진행자 자리를 지켜 온 최불암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고 ‘웰컴 투 코리아’라는 시민단체에도 참가했다”면서 “2008년 전통 음식을 다룬 드라마에서 숙수(요리사) 역할을 했는데 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사회, 여행, 음식에 관심을 두게 됐고 이것이 ‘한국인의 밥상’과 만난 계기”라고 회상했다. 10년간 정감있는 내레이션과 친근함으로 소통해 온 그는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말도 자주 듣곤 하는데 ‘한국인의 밥상’도 그런 것 같다”며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변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정겨운 고향의 풍경,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주는 분들의 마음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고 덧붙였다. 최불암은 기억에 남는 편으로 남원의 추어탕을 꼽았다. 한 어르신이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를 기다리다 신문지에 정성스럽게 산초를 싸 준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런 고마운 분들이 있어 프로그램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KBS는 10주년을 기념해 내년 1월 7일부터 4주간 특집을 마련했다. 1편에서는 고향, 가족, 어머니를 열쇳말로 시청자 사연과 추억을 나누고, 2~3편에는 최불암과 그의 아내 김민자씨, 그리고 아끼는 후배이자 ‘한국인의 밥상’ 애청자 배우 김혜수가 출연해 인생 밥상을 준비하는 과정이 담긴다. 4편에서는 새 10년을 열자는 의도로 최불암과 절친한 소설가 김훈이 출연해 한국 음식 재현과 현대화에 힘쓰는 이들을 만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세상 휩쓴 코로나…소외·고립의 비명

    세상 휩쓴 코로나…소외·고립의 비명

    올해 처음으로 전 부문 예·본심을 통합한 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가 완료됐다. 응모 인원은 1533명 3820편이다. 분야별로는 시 687명, 소설 476명, 동화 179명, 희곡 64명, 시조 118명, 평론 9명이 지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방문 접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동화와 소설을 제외한 분야에서 지원자가 소폭 감소했다. 올해 응모작 키워드는 역시 ‘코로나’였다. 전 분야를 통틀어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등장했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오은 시인은 “전면적으로 제목에 나타나거나 자가 격리의 경험, 숙주의 등장, 전염의 양상 등이 직접적으로 언급됐다”고 말했다. 아직 문학적으로는 설익었다는 평도 뒤따랐다. 강영숙 소설가는 “뜻밖의 재난이나 고립, 실종 등의 상황을 다루며 코로나가 배경으로 놓인 경우가 많았으나 현실이 더욱 드라마틱해서 소설적으로는 임팩트가 없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시조 심사를 맡은 이근배 시조시인은 “다른 알레고리로 표현하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고 말했다. 시는 인간을 뛰어넘어 관계의 확장을 도모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다. 신해욱 시인은 “인간 관계를 다루면 위계나 권력 문제, 혹은 연애 얘기가 될 수밖에 없는데 ‘개’나 ‘신’ 같은 키워드는 다른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박연준 시인은 “인간의 동물성, 동물의 인간성을 같이 들여다보는 시편들이 두드러졌다”고 평했다. 소설에서는 여성과 퀴어 서사가 더욱 진화했다. 김이설 작가는 “골프장 캐디, 음식 모형물 만드는 사람 등 여성 화자들의 직업이 다양하게 부각됐다”면서도 “‘82년생 김지영’에서 이미 소비된 여성 서사라는 생각에,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태훈 문학평론가는 “퀴어 얘기 중에서도 기성 문단에서는 게이 서사에 비해 덜 부각되는 레즈비언 서사가 다수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희곡에서는 생활 밀착형 소재가 눈에 띄었다. 송한샘 공연 프로듀서는 “관념적, 사변적인 이야기보다도 실제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층간소음, 반려동물, 택배, 홈쇼핑 같은 소재가 자연스럽게 글로 녹아든 작품이 많았다”며 “주변 풍경에 대한 따뜻한 시선, 타자 들여다보기가 최근 들어 계속 강세”라고 분석했다. 이기쁨 연출은 “무대화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들에 큰 점수를 줬다”며 “단막극 분량으로 장막극 호흡의 글을 쓰려다 보니 결말이 어설픈 작품들이 있는 것은 아쉬움”이라고 평가했다. 평론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주요 화두였다. 김미현 문학평론가는 “올해 응모작들은 팬데믹을 두고 묵시록적 문학으로만 말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한 소통의 문제로 귀결시킨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신구 문인들이 골고루 언급된 것도 특이점이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박남철 같은 작고한 문인들, 이장욱·편혜영·한강 등의 중견, 한인준이라는 신인이 균형 있게 다뤄졌다”고 덧붙였다. 시조는 고전적 소재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상상력을 선보였다. 이송희 시조시인은 “온라인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이나 사회적 이슈인 ‘그루밍’ 같은 소재, 초현실주의 같은 미술 사조의 언급 등 다양한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반겼다. 동화는 어느 해보다 작품 수준이 고르게 높았다는 평가다. 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는 “팬데믹 시대에 노트북으로 원격 수업하는 어린이들이나 스마트폰 자동완성 기능으로 일기 쓰는 모습 등 변화된 현실에 대응하는 작품들이 돋보였다”며 “시가 높고 외로운 것이라면 동화는 낮고 작고 쓸쓸한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분지’ 필화사건 겪은 소설가 남정현 별세

    ‘분지’ 필화사건 겪은 소설가 남정현 별세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전신) 고문을 지낸 소설가 남정현씨가 21일 별세했다. 87세. 고인은 1933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대전사범고를 졸업하고 1958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1965년 발표한 대표작 ‘분지’는 우리나라가 외세에 의해 사실상 식민지화됐다는 시각을 풍자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고인은 이 작품 때문에 필화를 겪었다. 같은 해 5월 이 소설이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조국통일’에 실리자 공안 당국은 반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를 체포했다. 1년 뒤인 1966년 정식 기소돼 실형을 받았으나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974년에도 민청학련 사건 및 문인 간첩단 사건 등에 연루돼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다섯 달 가까이 구속됐다가 기소유예로 석방됐다. 고인은 이후에도 작가회의 주요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라크 파병 반대 등 반미 성향 활동을 지속했다. 1961년 제6회 동인문학상을 받았고, 창작집으로는 ‘너는 뭐냐’(1965), ‘굴뚝 밑의 유산’(1961), ‘준이와의 3개월’(1977) 등이 있다. 한국소설가협회는 고인의 장례를 문인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남돈희(한국지도자육성장학재단 장학부장)씨, 딸 진희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이고 발인은 23일 오전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늘의 서울 톡]

    노원, 체험 겨울방학 ‘노원N스쿨’ 노원구는 겨울방학을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노원N스쿨’을 운영한다. 올해 노원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제안사업을 구체화한 것이다. 내년 1월 4일부터 16일까지 운영하며 ▲생태환경스쿨 ▲사이언스스쿨 ▲진로직업스쿨 등 3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일 과정으로 화·목·토(생태환경스쿨, 사이언스스쿨)와 월·수·금(진로직업스쿨)에 있다. 접수는 21일 오후 6시까지다. 대상은 접수일 현재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이며, 초등학교 60명, 중학생 60명을 선발한다. 구로 ‘우리동네 키움센터’ 4곳 오픈 구로구가 오류2동, 천왕숲, 온수동, 항동에 우리동네 키움센터 10~13호 4곳을 차례로 문 열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협력해 진행하는 초등 방과후 돌봄 사업 우리동네 키움센터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숙제 봐주기, 학원 챙겨 보내기 등 기본적인 돌봄 활동과 독서, 미술, 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기 중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방학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돌봄도 실시한다. 서초 ‘신나는 트로트’ 언택트 공연 서초구는 코로나19로 지친 장애인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21일 낮 12시에 ‘신나는 서초, 신나는 트로트 콘서트’ 언택트 공연을 선보인다. 한우리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장애전문 인터넷방송국 참새TV를 통해 유튜브로 방송한다. 개그맨 표인봉의 사회로 진행할 공연은 트로트계의 ‘아들돌’로 불리는 삼총사, ‘맛보고 가세요’를 부른 혜진이, ‘인생 뭐 있나’의 주인공 이병철이 무대에 올라 활기 차고 신나는 공연을 펼친다. 특별무대에서는 발달장애 직업 연주자로 구성된 서초 한우리오케스트라 발달장애 윈드팀이 출연해 멋진 앙상블 공연을 펼친다. 성동, 수제화 업체 작업환경 개선 성동구는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성수동 수제화 제조업체의 작업환경 개선 지원 사업을 지난 15일 완료했다. 수제화는 제작 과정 특성상 가죽 재단, 그라인더 및 본드 작업 등이 많아 미세먼지, 냄새 등 환기와 관련된 실내 환경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작업현장이다. 구는 시비 2억원을 확보해 지난 6월 성수동 내 사업자등록을 한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공인 수체화 업체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현장 실태조사를 마친 후 총 51개 업체를 선정했다. 업체별로 최대 450만원까지 지원받아 개선공사를 했다. 성북, 성북길빛도서관 1주년 행사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이 성북길빛도서관 1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비대면 온라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8~19일 진행되며 18일 오후 7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저자 이도우 소설가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이 소설가와의 함께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성북문화재단 채널에서 방송한다. 19일 오전 10시 30분에는 그림책 ‘이상한 동물원’의 이예숙 작가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팝업북 만들기’를 강의한다. 오후 2시에는 그림책 ‘간질간질’의 서현 작가와의 온라인 만남이 있다. 사전 예약해야 하며 문의 전화는 (02) 6906-9278이다. 양천, 불법광고물 수거 참여자 모집 양천구는 불법광고물 근절을 위해 ‘불법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 주민참여자를 모집한다. 참여자로 선정된 주민은 직접 불법현수막, 벽보 및 유해명함을 수거하고 동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실적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보상비용은 일반형 현수막 2000원, 족자형 현수막 1000원이다. 첨지류인 벽보와 유해명함은 100매당 2000~5000원을 받는다. 참여 희망자는 31일까지 동주민센터에서 신청 가능하며 동별로 3명씩 총 54명을 선발한다.
  • [문화마당] 연말 단상/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연말 단상/김이설 소설가

    연말이 되니 ‘올해의 무엇’에 대한 설문조사를 많이 하게 된다.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는 ‘올해의 책’ 투표를 한다. 나 역시 인터넷 서점 두 곳에서 올해 가장 좋았던 소설책을 골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체로 비슷한 책들이 순위권에 올랐는데, A서점의 ‘올해의 책’에 뽑힌 ‘김지은입니다’가 단연 눈에 띄었다. 중복투표를 감안해도 50만명 넘는 독자의 표를 받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거대 권력과 수많은 말들’에 맞서 싸운 ‘미투’ 운동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각 서점의 순위권에 오른 책들을 훑다 보면 올 한 해 나의 독서도 반추하게 된다. 읽은 책은 반갑고, 미처 읽지 못한 책은 부지런히 장바구니에 넣어 본다. 서점마다 공통된 책들이 꼭 있는 걸 보면 역시 좋은 책은 누구나 알아보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던 근래였다. 그런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개인의 ‘올해의 무엇’ 리스트가 올라오는 시즌이기도 하다. 주로 올해의 잘한 일, 올해의 후회, 올해의 칭찬, 올해의 사건, 올해의 문장, 올해의 음식, 올해의 노래, 올해의 영화, 올해의 책 등 자신이 정한 대상으로 올 한 해 자신을 휘어잡았던 것들을 기록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올해의 최고들을 고르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해 한 해가 뭉텅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촘촘한 일상을 꾸리려고 애썼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가 대견해지기도 한다. 내 경우라면, 올해의 잘한 일은 두 권의 책을 낸 것, 올해의 사건은 큰아이의 입시, 올해의 후회는 체중감량 실패, 올해의 음식은 마라탕, 올해의 노래는 NCT의 ‘Make a wish’. 그리고 올해의 책은 주저없이 김소영이 쓴 ‘어린이라는 세계’를 꼽겠다. 이 책에는 ‘10년 남짓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는 지은이가 어린이들과 만나며 발견한, 작고 약한 존재들이 분주하게 배우고 익히며 자라나는 세계가 담겨 있다. 이 세계의 어린이는 우리 곁의 어린이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가 통과해 온 어린이이기도 하며, 동료 시민이자 다음 세대를 이루는 어린이이기도 하다’는 메시지를 조용하고 굳건하게 전한다. 막내가 중학생이 되는 새해의 우리집에는 이제 어린이가 없다. 어린이날을 안 챙겨도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이제 다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후회가 밀려온다. 이 책이 조금만 더 일찍 세상에 나왔다면 지은이처럼 세심하고 바르게 아이들을 대했을 텐데.(그래도 이제라도 지은이에게 배운 겉옷 시중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책에는 이런 일화가 있다. 뭘 그릴까 생각하지 않고 그릴 때는 잘 그려지던 그림이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더 안 된다고 고민하는 어린이에게 지은이는 이런 대답을 한다. ‘아무 고민 없이 할 때보다 고민을 할 때가 더 힘들기 때문에 못 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런데 생각해 봐. 어느 쪽이 더 잘 그리겠어? 그러니까 이럴 땐 괴로운 게 더 좋은 거지.’ 그 대답에 위안을 받는 기분이 든다. 잘 안 풀렸던 일들, 힘겨웠던 일들, 너무 복잡해서 외면하고 싶었던 일들이 사실은 더 잘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고민이었다니. 그 괴로움의 연속이 결국 인생이 아닐까. 더 잘해 내기 위해,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면 오늘 조금 고단해도 버틸 만한 힘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 해가 저문다. 올해 모두들 참 힘들었다. 그 힘겨움은 분명 오늘로부터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었다. 어린이에게 건네던 지은이의 고즈넉한 목소리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혜안을 건네는 연말이 돼야겠다.
  • “지방 토호 돼버린 기업 내 부조리, 현실을 그렸죠”

    “지방 토호 돼버린 기업 내 부조리, 현실을 그렸죠”

    “우리 다 직장인인데, 기업 자체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은 본 적이 없어요. 좀더 현실에 발을 붙인 서사들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정진영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젠가’(은행나무)에서 가상 도시 ‘고진’의 중견 기업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업 내일전선의 주요 보직은 모두 고진고, 고진대를 나온 ‘성골’들이 차지한다. 서울 소재 명문대 타이틀은 승진에 걸림돌이 된다.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 얘기만 하지 나머지 절반에 대해선 거의 말이 없어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지방 인재를 끌어들인다는 게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기점으로 한 지방 토호를 만들어 버렸어요.” ‘젠가’는 속도감 있는 문체로 직장 내 부조리를 그렸다. 구매자재팀 서희철 과장의 오발주 건으로 시작된 소설은 사비로 배상금을 메우라는 김호철 부장, ‘육두품’인 그와 승진 경쟁을 벌이는 로열 패밀리, 직장 내 성추행 문제까지 걷잡을 수 없이 덩치를 키운다. 그 질곡 속에서 뚜렷하게 선인, 악인을 구분하기 힘든 것이 소설의 매력이다. 최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작가는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아웃레이지’라는 갱 영화를 언급하더니 “모두가 악인인 소설을 써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전원 찌질, 진상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나중에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니까 애잔해지더라고 덧댔다. 내일전선을 둘러싼 원전 납품 비리는 시험 성적서 위조로 물의를 일으킨 2013년 원전 비리 사건의 판결문 등을 토대로 취재했다. 지난 11년간 지역지와 경제지, 석간지 등에서 편집·취재기자로 몸담았던 작가답다. 이런 언론사 경험은 소설 ‘침묵주의보’(문학수첩)에 녹여 냈다. 이 소설은 황정민·윤아가 주연한 JTBC 드라마 ‘허쉬’의 원작이 됐다. ‘도화촌기행’으로 2011년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올 3월 기자직을 그만두고 전업 소설가가 됐다. “한 번 가속이 붙으면 하루 15시간 이상 소설만 쓴다”는 맹렬한 집필욕 덕에 새달에는 연애 소설 ‘다시, 발렌타인데이’(북레시피)가 출간된다. ‘침묵주의보’, ‘젠가’로 이어지는 조직 이야기도 3부작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침묵주의보’가 언론, ‘젠가’가 기업 얘기였다면 내년에 쓸 소설은 국회가 배경이에요. 초선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주인공으로 정치인들이 살아온 얘기가 아닌 조직으로서의 국회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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