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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ijing 2008] 금메달도 부럽잖은 ‘꼴찌의 꿈’

    소설가 박완서는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선두가 결승점을 통과한 지 한참이나 지난 뒤에 홀로 레이스를 펼치던, 푸른 유니폼을 입은 마라토너를 보고는 이렇게 써 내려갔다.“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태껏 그렇게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20∼30등의 등수를 초월해서 위대해 보였다. 지금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 있지만 그는 환호 없이도 달릴 수 있기에 더 위대해 보였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독 스포츠에서 ‘꼴찌의 미학’을 자주 논하는 건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신체와 정열이 주는 무한한 감동 때문이다. 좌절도, 끝도 없는 도전.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날지언정 그들이 하는 몸짓은 똑같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선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일 한국선수단은 처음으로 꼴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인공은 도로사이클에 나섰던 박성백(24·서울시청)이었다. 만리장성 코스를 7바퀴 도는 245.4㎞의 고독한 질주에 나선 뒤 90명 가운데 88등으로 들어왔다. 그는 “심장이 터져 나가고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목표했던 완주는 꼭 일궈내고 싶었다.”면서 “가장 끔찍했던 건 아무도 시선 한 번 주지 않는 외로움이었다.”고 털어놓았다.다이빙의 손성철(21·한국체대)과 카누 여자 1인승(K-1)에 나선 이순자(30·전북체육회)도 고독만이 유일한 팬이었던 이들이다. 다이빙에서 유일하게 ‘나홀로 출전’을 감행한 손성철은 18일 남자 3m스프링보드 예선에 나선 29명의 선수 가운데 29등으로 경기를 마쳤다.물밖으로 나선 그는 꼴찌의 무거운 표정을 물에 씻어낸 듯 “다음 번엔 나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보드를 굴렀으면 좋겠다.”고 되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500m 예선에서 1분58초14의 기록으로 예선 탈락한 이순자 역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녀는 “꼴찌지만 만족스럽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많은 걸 배우고 가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앞서 역도 남자 69㎏에 출전,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의 투혼은 등수를 넘어선 영웅의 모습이었다. 꼴찌가 더 아름다운 건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보다 일궈내야 할 꿈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한국 수영 사상 첫 메달을 금빛으로 색칠한 박태환은 4년 전 아테네에서 등수에조차 들지 못한 실격 선수였다. 그래서 꼴찌들은 얘기한다.“오늘은 초라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고.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이렇게 소리친다.“꼴찌여, 일어나라.”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jeunesse@seoul.co.kr
  • 내 인생을 뒤흔든 세 권의 책은?

    일본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작품선’, 카를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김수영 전집’…. 러시아 출신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꼽은 자신의 인생을 뒤흔든 세 권의 책이다. 인터넷서점 YES24는 18일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를 비롯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등 인문사회 분야의 인기 작가 10인에게 ‘내 인생을 뒤흔든 책’을 주제로 각각 세 권씩 책을 추천받아 소개했다. 박노자 교수는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는 내게 인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심어준 작가”라며 “인생이라는 회색 지대에서 선과 악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는 인간의 노동·자본의 ‘소외’에 대한 개념과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는 관점에서,‘김수영 전집’은 사회의 아픔 속에서 자유를 찾는다는 측면에서 내 인생을 뒤흔든 책”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교수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 수고’와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존 롤스의 ‘정의론’ 등 다소 ‘묵직한’ 책들을 추천했다. 조 교수는 ‘그람시의 옥중 수고’와 관련,“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였던 그람시가 2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옥사할 때까지 보여준 불굴의 정신력과 지적 모험을 접했을 때 심장이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2005년 200쇄 출간기록을 세운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최근 별세한 러시아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중국의 문호 루신(魯迅)의 ‘아Q정전’을 들었다. 조 교수는 “‘난쏘공’에 심취해보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였다.”면서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정갈하고 완벽주의적이고 순도 100%에 가까운 문체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국무협 중국 역수출 1호 작가 초우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국무협 중국 역수출 1호 작가 초우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무협’의 본고장임을 세계에 과시했다. 최종 성화주자로 나선 리닝(李寧), 한때 무림의 최고수였다. 비록 세월이 지났지만 간단치 않은 내공의 깊이로 가볍게 공중부양을 한다. 이어 축지법(縮地法)을 보여주듯 허공에서 ‘사부작사부작’ 걷는 듯 달렸다. 성화봉송의 대장정에 참여했던 강호의 고수들도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성화대에 불을 붙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흡사 한편의 ‘무협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엄청난 무협시장 부가가치도 막대 중국에서는 지금도 TV 채널의 40%가 ‘무협’을 다룬다.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캐릭터 산업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생산해내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듯 중국은 최근들어 ‘무협’이 자신의 전통문화임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 이런 ‘무협 원산지’에 토종 한국작가가 쓴 무협소설이 처음 수출된다. 한국에 중국 무협소설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61년,‘정협지’(소설가 김훈의 아버지 김광주 작)를 효시로 여긴다. 따라서 중국에 역수출되는 것은 47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국내 무협지팬들이 중국에 익숙해 있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한국작가가 쓴 무협소설이 중국으로 수출된다는 것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누구의 어떤 작품일까. 나이 40대, 덥수룩한 수염, 막 자다가 일어난 듯 항상 꾀죄죄한 모습이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매는 무사의 그것처럼 번득이며 언제나 최고의 이야기꾼을 향해 거침없이 ‘진검’을 휘두른다. 호위무사-권왕무적-표기무사 등으로 이어지면서 이른바 한국 스타일의 무사 시리즈로 인기몰이를 하는 작가 초우(본명 양우석)가 바로 주인공. 그의 작품 중 ‘권왕무적’은 오는 10월,‘호위무사’는 올해 말에 중국 난징(南京)의 강소문예출판사와 베이징의 해방군출판사에서 각각 중국어로 번역 출간된다. 전 18권의 ‘권왕무적’과 전 10권의 ‘호위무사’는 이미 국내에서 20만부와 18만부 이상씩 팔린 베스트셀러. ●중국판 ‘권왕무적´·‘호위무사´ 연내 출간 특히 ‘호위무사’는 역대 한국무협 ‘베스트10’에 뽑힌 작품으로 무협에 연인의 사랑을 녹여내 로맨스 무협의 새 전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글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용설아와 그녀를 지키기 위한 사공운의 처절한 싸움이 한편의 대하소설처럼 전개된다. 이런 흥미진진한 내용이 중국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중국 장강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한 중국인이 서울에 유학을 왔을 때 번역가 김택규(숭실대 대학원 강사)씨의 소개로 ‘호위무사’를 감명깊게 읽었다. 그 중국인은 해방군출판사에 출간제의를 했고 출판사 관계자들도 선뜻 받아들였다. 때마침 지난해 11월 중국의 월간지 ‘미인지(美人誌)’에 ‘호위무사’가 연재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탄력을 받은 출판사측이 단행본 발간을 서두르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에서 5만부 이상 발행하는 한류잡지 1호 ‘풍(風)’에 초우의 ‘표기무사’와 조돈형의 ‘궁귀검신(弓鬼劍神)’이 게재되면서 한국 무협작가들이 중국에서 인기가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 우리나라의 경우,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무협 창작의 시대를 열었다는 게 통설이다. 을재상인의 ‘팔만사천검법’(1979)을 시작으로 금강의 ‘금검경혼’(1981), 사마달의 ‘절대무존’(1981) 등이 대본소 무협소설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한국 창작무협 작가의 3세대격인 초우는 원래는 단순한 무협소설의 애독자였다. 대학에서 전자공학과를 나와 컴퓨터와 컨설팅 분야에서 사업을 하던 중 실패하자 머리를 식히려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 글이 인터넷에 인기를 얻어 동인지 등을 발간했다. 내친김에 판타지소설 ‘아리우스전기’를 쓴 것이 운 좋게 2002년 황금가지 주최 ‘황금드래곤문학상’을 받으면서 ‘무협’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인세 수입도 짭짤할 만큼 아주 잘나가는 작가로 소문나 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순수한 사랑 주제 일본판 호위무사도 준비 그는 요즘 어느 때보다도 바쁘다고 했다. 내년 초 크랭크인할 드라마 ‘호위무사’의 근간이 되는 한국판 ‘호위무사’와 신작 시리즈 ‘표기무사’를 집필 중이다. 아울러 일본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일본판 호위무사’를 준비 중이다. 스포츠서울에 ‘검왕본기(劍王本紀)’를 매일 연재하면서 차기작 ‘개마무사’에도 시간을 틈틈이 쪼개고 있다. ▶‘호위무사’ 중국어판 번역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요. “현재 중국인과 한국인 2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10월 중 완료하고 연말쯤이면 출간될 예정입니다.” ▶‘호위무사’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의 무협에서는 남녀간의 사랑을 부수적인 것으로 터부시합니다. 하지만 그 틀을 깨고 사랑을 주제로 다뤘지요. 남녀의 사랑은 인류 보편적인 소재이거든요. 기존 무협에서는 남자 주인공 한 명에 여자 주인공 여러 명이 나오는 게 보통입니다. 호위무사는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 한 명을 위해 목숨을 걸 정도의 사랑을 바칩니다. 이밖에 스피디한 내용전개 등이 차별화되면서 인기를 얻는 것 같아요.” ▶중국어판 ‘권왕무적’은 어느정도 진척됐습니까. “원래는 ‘호위무사’를 먼저 계약했는데 ‘권왕무적’이 일찍 중국어판으로 발간하게 됐습니다. 번역도 거의 끝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명나라 때 명문가의 후예인 아운이 가출해서 밑바닥 인생을 전전한 끝에 주먹 하나로 천하를 제패한다는 내용이지요.” ▶‘호위무사’는 일본에서도 번역된다고 하던데요. “극내 모 출판사에서 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판 호위무사는 사무라이 무협으로 바꿔 집필할 예정입니다. 일본인들은 중국 무협을 허무맹랑하게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무라이 무협소설을 보면 하늘을 나는 식의 무술이 나오지 않습니다. 또 일본인들이 ‘겨울연가’에 매료된 것처럼 호위무사의 순수한 사랑도 얼마든지 일본에서 통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호위무사’가 드라마로도 선보인다고 합니다. “이강운 감독의 24부작 드라마로 내년 초부터 촬영이 시작됩니다. 배경이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으로 바뀌게 되며 연말쯤 시나리오 작업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작가 많은 한국, 中 ‘무림´ 평정할 것 ▶중국에서 한국산 무협이 통하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에 우수한 작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1979년 창작무협이 나온 이후 꾸준히 역량을 키워왔지요. 탄탄한 스토리, 스피디한 전개와 필력을 갖춘 작가들이 많습니다. 중국은 한때 무협을 반동이라고 여겼습니다. 요즘들어서야 중국문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단시일 내에 뛰어난 작가가 나오기가 쉽지 않지요.“ ▶앞으로 무협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무협은 소설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연결돼 막대한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무협을 전통문화로 간주하고 무협 팬이 급속히 늘어나는 마당에 그 시장규모는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들어 서양에서도 동양의 무협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 쿵푸팬더, 트로이 등도 무협에서 빌려왔지요.” 그는 무협이 어느새 미국의 할리우드를 정복했다면서 작가군이 중국보다 훨씬 풍부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수나라 공격 때 큰 공을 세운 고구려 개마무사를 주인공으로 한 ‘개마무사’를 집필 중이며 퓨전 판타지 ‘기갑신마(氣甲神魔)’를 인터넷에 연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협소설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나이들의 로망과 꿈’이라며 웃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초우 그는 누구인가?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난 작가 초우(草雨·본명 양우석)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통한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이것저것 보고 읽기, 아무렇게나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뮤지컬이나 콘서트도 즐겨본다.30대 초반에 ‘사랑으로 핀 꽃은 이별로 핀 꽃보다 일찍 시든다’는 동인시집과 ‘지금 우리는 아직 사랑에 서툴지만’이라는 등의 수필집을 펴내면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선언했다. 특유의 성격대로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시, 수필 외에 영화 소설 ‘친구’‘태극기를 휘날리며’ 등을 썼다. 또 판타지 동화 ‘엘프의 눈물’‘무한의 기사’‘기억수집가’ 등도 있다. 일반 소설로는 ‘다세포소녀’ 등이 있다. 무협소설로는 ‘추혼수라’(00년)를 비롯 ‘질풍금룡대’(01년),‘아리우스전기’(02년·제1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인기상),‘호위무사’(03년),‘권왕무적’(04년),‘녹림투왕’(05년),‘표기무사’(08년) 등을 펴냈다.‘스포츠서울’에 ‘검왕본기’를 연재 중이기도 하다.
  • [건국 60·광복 63주년] 잇단 이의신청… 끝없는 친일논란

    [건국 60·광복 63주년] 잇단 이의신청… 끝없는 친일논란

    ■ 인명사전 4776명 중 118명 불복해 발간 연기 #1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나자 의병의 궐기를 호소하는 격문을 지어 각지에 발송하고,10년 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해 체포됐던 독립운동가 위암 장지연.1910년까지 언론인으로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장지연은 이듬해부터 돌연 친일행적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주필로 있던 경남일보에 일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한시를 게재했고,1914년부터 1918년까지 객원으로 있던 매일신보에 조선총독부의 시정(施政)을 미화하고 옹호하는 700여 편의 글을 발표한 행적 등이 밝혀져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념사업회측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2 1920년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물산장려운동에 앞장서는 한편 민립대학 설립운동의 일환으로 중앙학원을 설립해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했던 인촌 김성수. 그는 1930년대 후반부터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는 단체인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의 발기인, 또 임전대책협의회 간부이자 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 일제 기관지였던 매일신보 등 언론매체에 학도병의 참전 및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게재하고, 강연한 것으로 밝혀져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촌기념사업회측은 친일명단 수록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대한민국은 올해로 광복 63주년을 맞았지만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숙제인 친일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편찬위)가 오는 29일 발간예정이던 친일문제연구총서(전17권) 중 1차분인 3권짜리 친일인명사전의 발행이 연기됐다.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 4776명 가운데 118명에 대한 이의신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이 기각될 경우 각종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친일인명사전 발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편찬위에 따르면 이의가 제기된 주요 인물은 만주군 중위 박정희, 무용가 최승희, 교육자 김성수, 언론인 장지연, 소설가 김동인, 아동문학가 이원수 등이다. 일제시기 군인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의 유족과 기념사업회 등은 “당시 군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친일이라고 할 수 있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편찬위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대인 광복군이 선전포고했던 적군 소속 장교가 친일인사가 아니라는 것은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지식인으로 친일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당시에 그들이 썼던 글은 다 어쩔 수 없이 이름만 빌려준 것이며, 참전을 호소하는 강연은 일제가 써 준 것을 그대로 읽은 것일 뿐”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편찬위는 “수백편의 글에서 명의도용을 당하고 있었는데 이를 몰랐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입장이다. 편찬위 관계자는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없도록 각 전문분과위원회, 상임위원회의 이중 검토를 통해 8월 중 이의제기 수용여부를 결론낼 것”이라고 말했다. 편찬위는 “실제로 일제하 판검사를 지낸 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시국사건을 변론한 기록을 유족이 제출하고, 편찬위가 변론기록을 추가로 찾아내 친일인명사전 등재 대상에서 보류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건국 60주년 논쟁 가열 임정사업회 등 5개 단체 별도 행사 ‘갈라진 광복절’ 광복절인 15일 정부가 주최하는 건국 6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하기로 한 독립운동 관련 5개 단체가 별도의 광복절 기념 행사를 열기로 해 ‘건국 60주년’ 논쟁이 정점을 맞고 있다. 정치권도 건국 60주년 행사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논란은 광복절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독립유공자회·민족자주연맹·한민족운동단체연합·항일독립운동단체협의회 등 5개 단체는 15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대한민국 건국 89주년 학술회의-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이다’ 행사를 갖는다고 14일 밝혔다.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독립운동사에 대한 몰이해로 정부가 ‘건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반만년 역사에서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였고,1948년 세워진 정부는 임시정부를 계승해 수립됐다.”면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우리 역사에서 단절시키는 것은 엄연한 역사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도 독립선언일·독립인정일·정부수립일 중 독립선언일인 1776년 7월4일을 가장 중요시한다.”면서 “국내 대학들이 전문학교 시절부터 개교년(年)을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헌정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건국 60년 주장은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를 말살하는 것으로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독립운동을 부정하면 결국 대한민국이 일제의 사생아라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건국60년 기념사업추진기획단 우기종 단장은 “헌법적인 실체로서의 건국은 행정부에 입법부·사법부까지 갖춰진 1948년이 맞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이날 ‘건국절 변경’ 움직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15일 정부 기념행사에 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야 3당 대표는 서울 용산 효창공원 내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합동 참배하기로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소수 친일보수세력과 야합해 8·15행사를 ‘건국 60주년기념행사’로 치르려는 반역사적인 음모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헌법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 행위이자, 불굴의 투지로 일제에 맞서 싸운 항일독립투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경병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13명은 8·15를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미 공동발의했다. 현 의원은 “상하이 임시정부는 어디까지나 ‘임시’”라면서 “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길회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친일사전 발간은 상식을 바로잡는 일”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 “친일인명사전 발간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세열(51·경희대 겸임교수)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의 이의신청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2001년 시작한 사전 발간 작업이 7년 남짓 만에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발간을 앞두고 친일인사의 유족이나 기념사업회 쪽의 이의신청이 이어졌다. 하지만 조 총장은 “전체 4776명 가운데 이의신청은 118명밖에 되지 않고, 일제공훈록과 당시 사료 등 친일행적을 보여 주는 원문자료들을 충실히 확보했기 때문에 법정까지 가더라도 걱정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만주군 중위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인명사전 등재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적 논란에 대해 그는 “박정희는 극히 평범한 친일세력의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박근혜씨가 정계에 입문하기 훨씬 전인 1991년부터 이 문제를 다뤄 왔다.”고 잘라 말했다.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의 후손이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후손의 신원을 철저히 숨기기 때문에 연좌제는 있을 수 없다.”면서 “국가 예산으로 기념사업에 나서거나 후손이나 연고자가 땅 찾기에 나설 때, 친일행위가 뚜렷한데 한 적이 없다고 강변할 때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더라도 후손을 대상으로 진상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의 맛과 멋을 즐겨라”

    “서울의 맛과 멋을 즐겨라”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8월 말에 서울이 축제에 빠진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23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거리에서 공연을 보고 고궁과 박물관 등을 야간개방하는 ‘서울문화의 밤’ 행사를 펼친다. 지역별 자유이용권인 1만원짜리 ‘문화패스’를 만들어 일부 유료시설이나 공연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는 “밤에도 안전하고 즐길 것이 많은 도시라는 서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라면서 “앞으로 사시사철 소재를 개발해 즐길거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의 밤’은 서울광장과 대학로, 홍대, 인사동, 삼청북촌, 정동 등 5개 지역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관람시설은 새벽 2시까지 개장시간을 연장하고, 공연시설에서는 오후 11시에 특별공연을 올리는 등 서울의 색다른 밤을 선사한다. 특히 공연시설이 많은 대학로와 홍대, 박물관·미술관이 많은 삼청북촌에서 1만원 이용권으로 원하는 공연, 전시를 볼 수 있다. 대학로에서는 오후 11시부터 연극 ‘라이어’ ‘환상동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13개의 공연을 특별히 공연한다. 홍대에서는 라이브클럽과 서울프린지 페스티벌 독립예술 무대 14곳을 1만원에 즐길 수 있다. 삼청북촌 정독도서관에서는 시인 유안진과 소설가 박범신을 만나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40분 동안 서울광장에서는 ‘서울문화의 밤’ 개막행사를 올린다. 가수 이문세가 축하공연을 하고, 시민들이 함께 정동길을 걷는 ‘문화산책’ 시간도 준비했다. 패스는 인터파크에서 예매(대학로는 www.bizcul.or.kr)할 수 있다. 시는 밤늦게까지 가족이 즐기는 행사인 만큼 주변 주차시설을 확보하고, 지하철 연장운행을 협의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카페(cafe.naver.com/seoulopennight)에 올릴 계획이다. 또 22일부터 31일까지는 청계광장 등 서울의 주요 명소 5곳에서 한식의 정성과 맛을 체험하는 ‘서울푸드페스티벌’이 열린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은 청계광장, 경희궁, 서울역사박물관,N서울타워, 남산한옥마을 등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 대표음식을 기본으로 궁중문화, 한식조리강연, 문화공연을 진행하는 등 알차게 꾸몄다. 청계광장에서는 단맛, 쓴맛 등 다섯가지 맛을 내는 재료로 만드는 오미(五味)음식과 한식을 세계화한 유명 요리사들이 참여하는 한식조리 시연회를 마련했다. 경희궁에서는 조선시대 수라상과 궁중다례상, 궁중어주상 등을 통해 궁의 음식문화와 궁중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N서울타워에서는 칵테일 쇼, 철판 요리쇼 등 푸드 퍼포먼스와 300인분 비빔밥 만들기에 이은 무료 시식행사도 열린다. 한편 23일 청계광장에서는 음식 관련 기네스 세계기록에 도전하는 ‘서울기네스 푸드페스티벌’의 첫 행사로 매운 고추 많이 먹기, 핫도그 많이 먹기, 레몬 빨리 먹기 등 이색 기록에 도전하는 서울푸드파이터대회가 열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시인의 모습보단 인자한 할아버지였죠”

    ‘꽃’의 시인 김춘수(2004년 작고)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특별한 책이 나왔다. 시인의 손녀 유미(25)와 유빈(18)씨가 할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을 담아낸 ‘할아버지라는 이름의 바다’(예담 펴냄)가 그것이다. 두 손녀는 서울 명일동에 함께 살면서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며 지냈던 순간순간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시인이 생전 애지중지하던 손녀들이 기억하는 김춘수는 위대한 시인의 모습이라기보다 한없이 인자한 여느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소설가를 꿈꾸는 유미씨는 “할아버지 직업이 시인인 만큼 시를 많이 쓰면 돈을 많이 벌 것으로 생각해 시를 많이 쓰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시는 억지로 쓰여지는 게 아니다.’며 허허 웃기만 하셨다.”고 소개했다. 유빈씨도 할아버지와 쌓은 추억이 많다.“할아버지와 장난감 가게에 자주 들러 인형을 선물받았어요. 하루는 머리가 없는 아기인형을 골랐더니 할아버지가 ‘원, 애도 특이하지. 대머리 인형이 뭐가 좋다고.’하시는 거예요. 제가 그랬죠.‘할아버지는…할아버지도 대머리면서…”라고요. 웃음이 터져나왔죠.” 두 손녀는 “할아버지와 나눈 소중한 기억들을 영원히 간직하면서 좋은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물리학 미제 풀어낼 예술가 키운다”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물리학 미제 풀어낼 예술가 키운다”

    2006년 초,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최재천 교수가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교수가 자리를 옮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최 교수의 경우는 모교이자 국내 최고 대학을 박차고 나왔다는 점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화여대가 최 교수에게 약속한 것은 ‘통섭원’ 개원과 학문의 영역을 넘나드는 에코과학부의 창설 등 두 가지였다. 최 교수는 “학문 영역별 벽이 높은 서울대보다 좀 더 자유로운 교류를 기대했다.”면서 “각 학문 전공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통섭원 포럼 등을 통해 조금씩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고려대,KAIST,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 대학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 ‘통섭’ 또는 ‘자유전공’을 학교가 나아갈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 처음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 학생들이 의학, 수의학, 사범계열, 간호학을 제외한 대학내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학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심어주겠다는 취지다. 서울대측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와 같은 걸작을 펴낸 ‘리처드 도킨스’(영국의 과학저술가로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창조론·진화론 논쟁을 불러일으킨 생물학자)와 같은 통섭형 인간을 키워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계 수준의 대학을 지향하는 KAIST는 MIT의 링컨연구소를 본뜬 신개념 연구소 ‘KI(KAIST Institute)’를 2006년 말 설립해 계속 확장하고 있다.KI는 구상 단계부터 통섭과 융합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했다. 여러 학문이 모여 상호 보완시스템을 구축했고 신임 교수 채용에도 기존의 학과별 기준 대신 복합적인 새 분야의 인재를 뽑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KI에 채용됐거나 채용될 신임 교수는 무려 700명에 달한다. 2009년 완공되는 새로운 KI 건물에는 엔터테인먼트공학연구소, 미래도시연구소, 바이오융합연구소 등 8개 연구소가 입주할 예정이다. 연구소마다 10여개의 다른 학과 교수들이 함께 참여한다. 소설가와 문헌정보학과 전문가들도 영입됐다.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는 “생명화공학과 이상엽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융합연구에서 그동안 학과 내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들의 실마리를 실제로 찾아냈다.”면서 “이론 차원이 아닌 실증 차원의 교류까지 포함하고 있어 분명한 결과물까지 도출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U-AT 통섭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음악, 연극, 영상, 미술, 무용, 전통예술 등 6개 장르간 소통과 융합을 꾀하고 있다. 이 학교 미래교육준비단 전수환 교수는 “융합형 예술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데도 한국에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현재 기초연구와 통섭 교육과정의 개발을 위한 연구실 9개와 기술개발 연구실 1개를 운영 중이고 향후 인문학·과학기술 분야의 융합과정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같은 사회적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학문간 장벽을 극복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계 석학들을 모아 ‘문진(問津) 포럼’을 출범시켰다.‘문진’이란 ‘나루터를 묻는다.’는 말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길과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를 함께 찾아 나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포럼에는 서강대 엄정식 명예교수(철학)를 위원장으로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 명지대 미디어학부 이대일 교수,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 이승종 과학재단 본부장, 장지상 학술진흥재단 단장 등 8명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엄 교수는 “소통을 위한 기초단계부터 과학기술과 인문학간의 문제, 복합적인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론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학제간 융합연구의 모델을 제시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위기탈출 넘버원(KBS2 오후 8시 55분) 연약한 피부를 갖고 있는 어린이들은 어른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온도에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놀이터의 경우 한낮의 높은 온도로 화상의 위험이 매우 크다. 여름철 한낮의 온도로 놀이터 놀이기구의 표면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실제 측정해보고 실험을 통해 위험성을 알아본다.   ●스페이스 공감(EBS 밤 12시10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한 따뜻함과 순수함의 대명사 ‘마법의 성’.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이 곡의 주인공 ‘김광진’을 만나본다.6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도 소개한다. 최근 발표한 `라스트 디케이드´는 그의 주옥 같은 명곡들을 새롭게 담아냈다. `더 클래식´의 멤버였던 박용준도 함께한다.   ●흔들리지마(MBC 오전 7시50분) 수현은 강필에게 소희정과 민정이 백화점에서 만났다며 민정이 선을 보기로 했다는 말을 한다. 강필은 수현이 소개시켰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홍지에게 전화를 걸어 민정이 어디서 만나려고 하는지 묻는다. 한편 수현이 들여온 간장게장 때문에 회사내에서 문제가 생기고 수현은 관련자를 만나보겠다고 한다.   ●뉴스Q 2부(YTN 오후 4시30분) 환갑을 한참 넘긴 66살의 나이에 아직도 가끔은 새벽 늦게까지 대학가 근처에서 술을 마실 정도로 정력적으로 사는 소설가가 있다. 최근 청소년기의 방황을 소재로 한 자전적 성장 소설 ‘개밥바라기별’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작가 황석영 선생과 함께한다.   ●며느리와 며느님(SBS 오전 8시30분) 장옥순은 눈부신 미모의 주리를 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마평문은 주리를 어색하게 쳐다보며, 평소와 다른 강민의 친절한 태도에 의아해하며 놀란다. 함께 화장실에 간 장옥순과 주리는 비데를 잘못 만져 옷이 흠뻑 젖는다. 그런 모습에 주리는 표정이 굳어버린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적당한 땀은 건강에도 피부에도 좋지만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땀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한의학에서는 땀이 인체 양기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만큼 건강의 척도가 된다고 주장한다. 내 체질에 맞는 건강한 땀을 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

    사진작가인 레온은 뉴욕의 밤거리를 찍다가 우연히 연쇄살인범을 만나게 된다. 매일 새벽 2시6분, 항상 같은 역에서 지하철을 탄 연쇄살인범은 같은 열차에 탄 승객을 무참하게 죽여 버린다. 하지만 경찰은 믿어주지 않고, 레온은 살인마의 뒤를 추적하느라 일과 연인마저 내팽개친다.‘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의 시작은 꽤 잔인한 살인 장면이 있는 스릴러 같다. 하지만 절반쯤 지나면 본색을 발견하게 된다.‘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은 논리적인 스릴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언제나 존재해 왔던 어둠과 공포의 바닥까지 추락하는 경험을 안겨주는 끔찍한 공포영화다.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을 보고 싶다면, 원작자인 클라이브 바커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클라이브 바커는 최근 국내에도 출간된 ‘피의 책’으로 유명한 공포소설가인 동시에 핀헤드라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창조한 ‘헬레이저’(1987)를 만든 감독으로도 알려져 있다. 클라이브 바커의 공포 세계는 광대하다. 이유가 없는 살육을 저지르는 살인마나 복수심에 사로잡힌 원혼만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악 혹은 어둠의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다. 요괴나 악마의 세계처럼, 인간과 다른 존재로서 태곳적부터 존재했던 ‘어둠의 종족’을 창조한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세계는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원초적인 공포를 끌어낸다. 스티븐 킹이 ‘호러의 미래를 보았다.’고 절찬한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은, 그런 점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다. 바커의 말처럼 ‘우리 영혼에 깃든 어둠과 마주’하기 위해서.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은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을 충실하게 형상화한 걸작이다. 레온은 살인마의 흔적을 쫓아가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뭔가 뒤틀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폭력적으로 변하고, 날마다 악몽을 꾸고, 살인마를 쫓는 일에만 빠져들게 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스스로 악몽의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몽환적인 상황들이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을 통해 탁월하게 묘사된다. 국내에도 개봉된 ‘버수스’에서 알 수 있듯이, 기타무라 류헤이는 현란한 장면 연출에 대단히 능한 대신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은 허술하다. 하지만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에서 기타무라 류헤이의 약점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치밀한 프리 프로덕션을 통해 견실한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기타무라 류헤이는 각각의 장면들을 멋지게 연출하는 것에 주력했다. 때로 유머까지 담아가면서, 클라이브 바커가 창조한 어둠의 세계를 영상으로 확실하게 재현한 것이다.‘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은 최근 아시아 공포영화와 고전 공포영화의 리메이크에 주력하면서 활력을 잃어가던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는 영화다. 영화평론가
  • 세상앞에 드리운 커튼 찢어버리는 것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79)의 소설에 대한 소회를 엿볼 수 있는 에세이집 ‘커튼’(박성창 옮김, 민음사 펴냄)이 나왔다. 소설은 무엇인가, 소설의 기능과 소설속 희극적 요소, 미학과 삶 등 다양한 사유의 세계를 펼친 이 에세이집은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 텍스트로 삼았다. 쿤데라는 소설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그는 “세상 앞에 드리운 커튼을 찢어 버리는 것이 바로 소설”이라고 정의한다. 세상은 가면을 쓴 상태인 만큼 이를 찢어내 삶의 진실한 모습을 보게 만드는 역할을 소설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이 역사적 설명이나 사회의 묘사, 이데올로기 옹호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소설은 무엇보다 인간의 실존을 파헤치는 데 복무해야 한다는 게 쿤데라의 생각. 그는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 ‘인간의 양’을 끌어들여 이를 설명한다. 일본인 버스 승객들이 술 취한 외국 병사에게 희롱당한 사건을 다룬 이 작품에서 끝까지 외국 병사가 미국 출신이라는 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인간의 양’은 단순한 정치적 텍스트로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사회운동, 전쟁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소설가는 역사의 하인이 아닌 만큼 인간 실존의 주위를 돌며 빛을 비추는 탐조등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소설가’에 대한 단상도 담겨 있다. 쿤데라에 따르면 소설가는 자신의 영광이 영원하다는 야심을 품은 사람들이다. 소설가란 요컨대 사후에도 살아 있도록 영원한 가치를 지닌 소설을 쓰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이러한 야망 없이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파렴치한 일”이라고 단정한다. 판에 박힌 진부한 소설을 쓰는 작가는 경멸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그의 주장이 사뭇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1만 3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러시아 양심 잠들다

    ‘러시아의 양심’으로 불리던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근교의 자택에서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솔제니친의 아들인 스테판은 “아버지가 오후 11시35분쯤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1962년 자신의 수감생활을 바탕으로 스탈린 시대 강제수용소의 실태를 그린 단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당국의 탄압 속에 ‘제1원’,‘암병동’ 등 문제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197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73년 장편 ‘수용소 군도’를 출간한 뒤 반역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추방되어 독일, 스위스, 미국 등에서 오랜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이청준 선생 노모곁에 묻혀

    지난달 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69)씨의 노제(路祭)가 2일 오후 고향인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마을회관 앞에서 열렸다. 이날 노제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전국 최초로 문학관광특구로 지정된 ‘문림(文林)’ 장흥을 대표하는 한승원, 송기숙, 장찬홍, 이승우, 김영남 등 문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마을 주민들은 분향소 주변에 나와 고인을 기다렸고, 장례 행렬이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부인 남경자씨와 외동딸 은지씨를 위로하기도 했다. 노제가 시작되고 선생의 고향 친구이자 동료인 소설가 한승원(69) 추모위원장이 하얀 종이에 먹물로 쓴 조사(弔詞)를 읽어 나가자 분향소 앞에 모인 유가족과 문상객 사이에서는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한 위원장은 조사에서 “이지적이고 정직한 선생은 세상을 문명비평적인 시각으로 통찰하고 조용히 작품을 쓰면서 후학들에게 좋은 소설을 쓰는 전범을 보였고 천재이면서도 오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글을 쓰는 근면한 작가였다.”고 회고했다.“우리는 선생을 매장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고 선학동에서 영원을 사는 선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당신은 저 태고의 신선들처럼 자기 시간의 한계를 극복한 문학으로써 영원을 살게 된 신화 그 자체입니다.”라고 이어갔다. 선생의 문인 후배인 이명흠 장흥군수와 김영남 시인이 각각 추모사와 조시(弔詩)를 읽어 내려갔고 선생의 유가족을 대표해 조카 이양래씨가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제주민요제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지선씨의 판소리 ‘쑥대머리’와 장흥가무악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덕숙씨의 가무가 펼쳐져 선생의 마지막 가는 길을 기렸다. 노제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분향소와 선생의 생가를 방문했으며 선생의 시신은 마을 인근 선생의 노모가 묻힌 곳에 함께 묻혔다.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문학의 고향으로 함께 떠나요”

    “문학의 고향으로 함께 떠나요”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새벽이 지나도록/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정호승 ‘그리운 부석사’ 중에서) 경북 영주 부석사에 앉아 정호승 시인의 ‘그리운 부석사’를 읊조릴 때 홀연 부석사 쇠종 소리라도 들려온다면…. 작가와 함께 경상북도 각지를 돌아다니는 문학기행 행사가 마련된다. 문학사랑(이사장 김주영)은 독자들이 경북 출신 문인들과 함께 작품의 배경이 된 경북 지역을 여행하는 ‘경북 문학기행’을 11월까지 모두 7차례 실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참여 작가는 소설가 김주영, 성석제, 시인 정호승, 김명인, 안도현, 문태준 등 모두 6명. 독자들은 작품 무대와 생가 등을 둘러보며 문학강연, 시노래 감상 등 각종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첫 테이프는 9일 정호승 시인이 끊는다. 시인은 독자와 함께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무전여행을 갔다가 탈진한 추억이 있는 청도 운문사를 찾아간다. 정 시인은 9월27일에도 ‘그리운 부석사’의 배경이 된 부석사에서 한 차례 더 독자들과 만난다.30일에는 소설가 김주영씨와 함께 대표작 ‘객주’의 배경이 된 문경새재를 찾고,9월6일에는 김명인 시인의 고향 울진으로 떠난다.10월11일에는 안도현 시인,10월25일에는 소설가 성석제,11월1일에는 문태준 시인과 함께 안동ㆍ예천, 상주, 김천 등을 각각 둘러본다. 김주영 이사장은 “해외에 가면 작가의 생가뿐 아니라 잠시 머물며 집필한 장소나 휴가지까지 유적으로 보존돼 있다.”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문학과 연계된 기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단순히 앉아서 즐기는 문학에서 탈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女談餘談] ‘내적 망명’/구혜영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내적 망명’/구혜영 정치부 기자

    요즘 사람들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얘기가 중단돼서 애꿎은 술잔만 비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중복 무렵, 일산의 한 술집에서였다. 자주 들르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지난 20세기를 변혁의 한복판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음 빈 들에 주룩주룩 비라도 내리는 듯, 다들 씁쓸한 얼굴을 하고서. 여성운동을 하다가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선배가 “몇달 후면 현직에서 물러나는데 정치를 하자니 머물 곳이 없고, 다시 시민운동을 하자니 너무 늙어버렸다.”고 말문을 연다. 아무도 선뜻 답을 주지 않는다. 소설가로, 시민운동가로 치열하게 살아온 한 선배는 “신념도 운동도 연기처럼 흩어졌다. 인생 막차를 탄 기분”이라고 되받는다. 한적한 곳에 내려가서 이제 글만 쓰며 살겠다고 한다. 궤멸된 빨치산 대오를 생각하며 지리산 끝자락에 앉아 ‘난 어떻게 살아야 하나.’고 묻던 소설 ‘지리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또 한번의 낯선 정적이 흘렀다. 계절메뉴라며 주인장이 들고온 서대회 무침 덕에 술자리가 다시 달아올랐다. A4용지 한장에 프린트된 시 하나가 술 자리를 오갔다.“스물여덟 시절, 한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에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그가 대학이 어디냐고 묻길래 고졸에 소년원 출신이라고 답했다/그가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십여년 뒤 또다른 사람들이 어느 조직에 가입돼있느냐고 물었다/나는 저 들에 가입돼있고,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서 있다…”는 시였다. 우리 모두 ‘내적 망명’을 겪고 있다며 한숨이 터져나온다. 이념과 노선이 사라진 시대, 민주화의 성과가 위태로운 시대를 살아내려면, 안으로 침잠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보태졌다. 출근길에 그 시를 돌렸던 선배가 “얘, 민중미술계를 대표했던 모 인사가 곧 외국으로 간단다.”며 전화를 해왔다. 아무래도 ‘내적 망명’의 대열은 한참동안 끊기지 않을 것 같다. 구혜영 정치부 기자 koohy@seoul.co.kr
  • [씨줄날줄] 이청준 단상/우득정 논설위원

    1970년대 중반, 서울 봉천동 하숙집에서는 밤마다 소주와 줄담배를 곁들인 토론이 벌어졌다. 철학도를 꿈꾸던 K형, 법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소설가로 방향 선회한 L형, 이따금 신랄한 촌평을 날리던 Y형…. 항상 안줏감은 최인훈의 ‘광장’,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당시 회자되던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등이었다. K형은 유신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관념의 세계로 도피하는 최인훈과 이청준에 대해 항상 거품을 물며 험담을 퍼부었다. 대학신문에 기고해 소주값을 마련하던 L형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언어의 유희’가 공격의 주무기였다. 그럴 때면 L형은 하이데거나 칸트, 카뮈, 사르트르를 들먹이며 예봉을 피하곤 했다. 내게 이청준은 그렇게 다가왔다. 지겹도록 관념적이어서 한숨에 읽어내리기에는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화두를 던져놓고 돌에 글을 새기듯 힘겹게 되새김질하며 심연을 향해 다가간다. 그래서 이청준의 소설은 한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수면제가 되기도 하고,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하는 각성제가 되기도 한다. 어느 단편에선가 이청준은 대기업에 취업한 동기생과 비교하면서 아침 9시에 집필실(옆방)로 출근해 저녁 6시 퇴근하기까지 매일 몇십장의 원고를 써야 한다며 고통을 하소연한 것이 기억난다. 이청준의 소설은 그래서 고통스럽다. 스스로 영혼을 학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천재성이 아니라 장인정신이다.‘향토적’이면서 ‘구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8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K형은 “문학을 모시고 살았던 세대의 마지막 선비작가”라고 단언한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쓰면서도 절대 글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청준은 최인훈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서울대 출신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지적인 오만성이 짙게 배어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시대적 고민을 교묘하게 회피했다는 뉘앙스도 담겨 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 작가들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래도 그 시절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과의 조우는 내겐 행운이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31일 타계한 이청준의 삶과 문학

    31일 타계한 이청준의 삶과 문학

    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씨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지성파 작가로 꼽힌다. 장편 ‘당신들의 천국’, 단편 ‘벌레이야기’ 등의 작품에서 보듯 그는 40여년 문단생활 동안 인간 존재의 의미를 특유의 성찰적 시선으로 천착해왔다. 문학평론가 우찬제(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현대소설사를 가장 빛낸 대표적인 ‘지성 작가’로 이청준 선생을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39년 전남 장흥군 대덕면(현 회진면) 진목리에서 태어난 작가의 어린 시절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여섯살 때 세살짜리 아우를 홍역으로, 반년 뒤에는 형을 결핵으로 떠나보냈다. 그 이듬해에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 같은 불행은 훗날 더없는 문학적 자양이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두운 다락방에서 형이 남긴 소설책과 메모, 독후감 등을 읽으며 죽은 형과 ‘영혼의 대화’를 나눴다. 이때 죽음이 결코 죽은 자와의 관계를 끊어놓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작가는 형을 대신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끝간데를 모르는 지성의 저력 광주서중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대처(大處)’로 나오게 된 작가는 도회(都會)에 대한 동경과 절망의 마음을 동시에 갖게 됐다. 이는 그가 문학청년이 되는 동기가 됐다.“도회지의 현실에 끼어들지 못하니 문학으로라도 끼어들고 싶어 문학에 정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청준의 문학 세계는 여느 작가들이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다양하다. 토속적 민간신앙에서부터 산업화사회의 인간 소외, 언어에 대한 탐색, 예술과 정신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쏟아낸 지성의 저력은 끝간 데를 모른다. 문학평론가 김치수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어떤 주제든지 쉽게 넘어가지 않는 고인은 작가로서의 직업의식이나 지성으로서의 작가 의식에서나 괄목할 만한 저력을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청준 문학의 뿌리이자 키워드는 고향과 어머니다.‘눈길’ ‘새가 운들’ ‘연’ ‘빗새 이야기’ ‘축제’ 등 많은 작품들은 바로 ‘망향가’이자 ‘사모곡’에 다름 아니다. 일찍 아버지를 떠나보내 어머니로부터의 곡진한 모정을 한층 절실히 느끼게 된 작가는 산문 ‘이 나이의 빚꾸러미’에서 “내 삶과 문학에 대한 은혜를 따지면야 그 삶을 주고 길러준 고향과 그 고향의 얼굴이라 할 어머니를 앞설 자리가 없다.”고 고백했다. 심정섭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는 이청준에 대해 쓴 글에서 “그가 판소리와 남도창을 좋아하는 것은 애초부터 고향의 땅과 밭두렁 논두렁에 맺은 약속으로 인해 이뤄진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 독문과에 입학하면서 곧바로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를 경험한 만큼 그의 초기작품에는 자유와 절망의 긴장감이 넘친다.4·19혁명에서 자유의 단초를 봤다면,5·16쿠데타에서 절망의 현실을 경험한 셈. 그런 맥락에서 ‘퇴원’ ‘병신과 머저리’ ‘매잡이’ 같은 작품은 정치의식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대신 그의 작품은 환자들의 고통에 주목하고 상처를 위무하는 쪽으로 기운다. ●‘서편제´ 등 영화화… 대중과 더 가까이 작가는 1970년대 들어서면서 전통적 장인의 세계를 파고들기 시작, 판소리의 세계를 서사화한다. 현실의 한을 소리로 풀어낸 ‘남도사람’ 연작과 ‘선학동 나그네’ ‘서편제’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아울러 절망적인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담론으로서의 소설’을 선보이기도 한다. 말과 현실이 어긋나고 안과 밖이 어우러지지 못하는 현실을 형상화한 ‘언어사회학서설’ 연작과 ‘당신들의 천국’ 등이 그런 경향을 대표한다. 이청준의 ‘난해한’ 문학은 영화 등 예술과 손을 잡으며 독서 대중과의 괴리감을 메워준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천년학’(원작 ‘선학동 나그네’) ‘축제’와 이창동 감독의 ‘밀양’(원작 ‘벌레이야기’) 등으로 문학에 ‘손방’인 사람들까지도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낸다. 평소 가깝게 지낸 임권택 감독은 “너무나 소중한 분을 잃었다. 속상해서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다. 가슴 아프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 여러 작품에서 공동 작업을 하며 고인과 예술적 교감을 나눠온 화가 김선두 중앙대 교수는 “선생님은 참 예술가의 전형으로 사시다 가신 분”이라며 “선생님은 장르 간 대화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상대와 싸워 그를 넘어서라.”고까지 주문했다고 회고했다. 그림이 글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홀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인간의 죽음과 슬픔, 정서 등 내면세계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길어올렸다.”면서 “고인은 김승옥씨와 함께 한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문단 거목이자 신사 떠나셨다”

    “문단 거목이자 신사 떠나셨다”

    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오전부터 문단 안팎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이어령, 김승옥, 정현종, 황동규, 박맹호, 김주영, 김원일 등 문화계 인사들이 온종일 줄을 이었다. 소설가 김승옥씨는 “고등학생 때 각기 다른 학교 학생으로 잠시 만났다 헤어졌던 그를 서울대 동문으로 다시 만나면서 문학적 교감을 나눌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면서 애통해했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고인은 김승옥과 더불어 때묻지 않은 모국어로 작품활동을 한 제3세대 문학의 대표주자”라며 “제3세대가 문단 전면에 나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역사 속에 묻혀가는 것에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가장 존경하는 문인이셨다. 인간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신사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대표 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실제 모델이었던 조창원 전 소록도병원장도 조문했다. 그는 “묻혀질 수 있는 소록도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줘서 너무 고마웠다.”면서 “지난 3월 만났을 때 ‘5개월밖에 못 산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후 연락이 없어서 건강히 잘 지내는 줄만 알았다.”며 슬픔을 참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정·관·재계 인사들도 빈소에 화환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한편 2일 영결식에서는 김병익 장례위원장이 영결식사, 민득영 한양대 명예교수와 문학평론가 오생근 서울대 교수가 추모사, 김광규 시인이 조시를 각각 낭독할 예정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최승희의 열정적인 삶 그려

    “담배를 쥔 여자의 손끝에서 시베리아를 통과하며 늙어 버린 바람 냄새가 났다.”(17쪽) 또 한 명의 ‘시인 겸 소설가’가 등장했다. 시인 김선우(38)씨가 무용가 최승희(1911∼1969)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실천문학사)를 펴냈다. 시인의 첫 번째 소설이다. “소설을 쓴 것도, 첫 소설로 최승희를 다룬 것도 모두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최승희를 그리는 데는 소설이 가장 잘 맞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작품은 최승희가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무용가 이시이로부터 무용을 배울 때부터 1952년 베이징을 떠나 평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를 시간 배경으로 한다. 중국-평양-일본 등 최승희가 움직인 굵직한 동선과 스승 이시이, 남편 안막과 같은 주요 인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상력으로 창조했다. 최승희를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흠모하는 기타로와 최승희를 동경하는 기생 예월, 예월의 아들 민 등은 모두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다. 작가는 “등장인물과 사건의 8할은 허구”라고 밝혔다. 작가는 “최승희는 21세기의 감각으로 20세기를 살아내야 했던 불우한 여성예술가였다.”면서 “오늘의 세계에 제대로 피와 살을 붙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최승희와의 인연은 3년 전으로 돌아간다. 작가의 동화 ‘바리데기’를 읽은 한 영화사 대표로부터 ‘근대를 살아온 여성을 다룬 시나리오 한 편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이전부터 매력을 느끼고 있던 최승희를 쓰기로 결심했다는 것. 시나리오를 쓰면서 일본, 중국, 평양 등으로 취재를 다녔고, 자료가 축적되자 소설로 완성해 보고픈 욕구가 생겼다고 한다. 작가는 원주 토지문학관과 해인사에서 1400여장의 초고를 완성한 뒤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소설은 독자가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퇴고하면서 여러 계층의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했어요. 난해한 시적 표현들을 중심으로 400여장을 거둬냈지요.” 소설과의 인연은 그보다 더 오래됐다. 첫 시집을 낸 뒤 한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던 2002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조세희 선생이 전화를 걸어와 “소설을 써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하면서 소설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8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그리도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더니…

    그리도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더니…

    이형, 끝내 먼저 떠나고 말았구려.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소설’이라는 짐 가벼이 내려놓고 떠났구려. 투병 중에 낸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는 소설 제목의 그곳이 바로 이곳이었단 말입니까. 제발 이승의 모든 고통과 기억 다 잊어버리고 훌훌 떠나소서. 나는 이형에게서 소설가의 위대한 정신을 보아왔습니다. 속세의 온갖 유혹 다 뿌리치고 오로지 소설 하나만을 붙들고 사는 이형이 늘 부럽고 큰 바위 얼굴처럼 자랑스러웠답니다. 우리는 토끼 띠 동갑에 광주의 같은 하늘 아래서, 무등산을 보며 문학 청년기를 함께 보냈지요. 나는 광고에서, 이형은 일고에서 문학의 꿈을 키웠지요. 어린 나이에 홀로 낯설기만 한 광주에 와,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문학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던가요. 그 후, 우리는 광주에서, 서울에서 수없이 만났지만 한번도 내게 거드름을 피우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지요. 언제 만나도 황토같이 끈끈한 전라도 정이 넘쳤지요. 우리가 처음 만나 촌놈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중학교에 다니면서 털메기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하자, 이형은 광주 서중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기차를 봤다고 했지요. 94년이었던가, 노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최하림 시인과 장흥 회진까지 문상을 갔었지요. 뒤뜰에 열린 노란 유자를 하나 따주었지요. 바다와 접한 조그마한 마을의 낡고 초라한 시골집을 보면서, 나는 이형이 유년시절 얼마나 고달프게 자랐을까 상상이 되었습니다. 그 때 이형이 내 문학의 뿌리는 바로 고향과 어머니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형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전라도적인 작가요 전라도를 사랑하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한의 소리인 판소리와 남도창, 문기(文氣)가 물씬 묻어나는 남도 문인화 등 전라도 문화와 정서를 유별나게 좋아했지요. 형의 여러 작품 속에 점액질의 한과 구성진 남도 가락이 배어 있는 것도 다 그 때문이 아닌지요. 언젠가 형이 내게 “소설은 한의 씻김굿과 같은 것”이라고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작가는 역사보다는 인간 존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도 했던 것 같습니다. 형은 누구 앞에서나 겸허하면서도 당당했습니다.1993년 영화 ‘서편제’를 통해 전라도의 멋과 신명,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전국에 널리 알리게 되었을 때, 광주의 기관장들이 이형을 일류 요릿집에 초청해 환영연을 베푼 적이 있었지요. 도지사·시장·법원장·검찰청장·교육감·정보부 지부장·신문사 사장들이 다 모였었지요. 그 때 나도 말석에 끼었었지요. 그 자리에서 어떤 기관장이 이형 앞에 무릎을 꿇고 존경을 표시하며 술을 따르자, 이형이 같이 무릎을 꿇고 술잔을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이형의 그 의연하면서도 겸허하고 당당한 모습이 오래토록 잊혀지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형은 더 큰 소설가로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부디 편안히 가소서. 문순태 소설가
  • 황석영의 ‘청춘 기록’

    황석영의 ‘청춘 기록’

    원조 ‘구라’, 소설가 황석영(65)씨가 또 하나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번에는 자전적 성격이 짙은 성장소설이다. 지난 2월 말부터 5개월간 인터넷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화제가 됐던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이 한 권의 장편소설로 묶여 나왔다.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와 상처받은 내 가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작가는 출간에 맞춰 기자들과 만나 “회한이나 감추고 싶었던 것, 옛날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게 힘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아픔이 있었던 그때가 내 소설의 사춘기였던 것 같고, 그래서 나에겐 참으로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작품은 주인공 ‘준’의 사춘기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 뒀던 작가 자신의 청춘의 기록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상처받은 가족들에게 바칩니다” 고등학교 자퇴, 두 번의 가출, 무전여행, 일용직 노동자와 오징어잡이배 선원, 제빵집 종업원, 입산수행, 베트남전 참전, 방북, 망명, 투옥, 출소…. 작가는 이런 파란만장한 개인사 가운데 베트남전 참전길까지의 청춘기를 이번 소설에 담았다. 영길, 인호, 상진, 정수 등 소설속 친구들도 모두 이름만 다를 뿐 지금도 옛일을 회상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실제 죽마고우들이다. 작가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하지만 전제가 있다.“자기가 작정해 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 작가는 또 “성인이 되는 길은 독립운동처럼 험난하다.”면서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라고 덧붙였다. 개밥바라기별은 금성의 우리 이름. 통상 금성은 새벽에 동쪽에서 많이 보여 ‘샛별’로 불리지만 공전주기상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나타날 때는 ‘개밥바라기별’로 불린다. 식구들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에 서쪽 하늘에 나타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결국 작가는 방랑자나 자기 행로가 정해지지 않은 성장기 무렵을 빗대 제목으로 차용한 것은 아닐까. “1989년 11월9일 오후,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한 모퉁이에서 장벽이 부서지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아름다운 개인’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인위적으로 만든 장애는 언젠간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감옥에서 다섯 해를 보내면서 일상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과 일상은 그후 제 문학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 왔습니다.” 작가는 이번 작품이 자신의 문학적 연대기에서 새로운 ‘표지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 참전 이후 형성된 자신의 문학세계의 뒤안에 이런 개인적 방황과 잃어버린 내면세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인터넷 연재 기간에도 적지 않은 화제를 낳았다.5개월 동안 180만명의 네티즌이 접속했고, 매일 100∼200개의 댓글이 붙었다.‘초딩’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네티즌들은 이런 토론광장을 ‘별광장’으로 부르며 촛불집회는 물론 소소한 개인사까지 대화를 그치지 않았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블로그 방문객 중에서도 “현실 광장으로 나가자.”고 강력히 선동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이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별광장’은 중립성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네티즌 180만명 접속… 연재기간 내내 화제 작가는 “투표로 뽑은 대통령에게 퇴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그러나 젊은이들의 이런 행동을 세계화된 문화적 시스템으로 보고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좌우, 진보·보수를 가르는 것도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10년간은 ‘청년작가’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작가는 지금 ‘강남형성사’라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 작품을 더욱더 ‘인터넷적’으로, 또 ‘이미지적’으로 써나갈 작정이다.1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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