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설가
    2026-04-15
    검색기록 지우기
  • 주민 소통
    2026-04-15
    검색기록 지우기
  • 지역 정착
    2026-04-15
    검색기록 지우기
  • 주둔군
    2026-04-15
    검색기록 지우기
  • 엄정 대응
    2026-04-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964
  • 한말숙씨 등 7명 예술원 회원으로

    대한민국예술원(회장 김수용)은 2일 제56차 정기총회에서 신규 회원으로 소설가 서정인·한말숙, 시인 김후란, 피아니스트 신수정·이경숙, 한국무용가 김숙자, 발레무용가 김학자씨 등 7명을 추가했다. 이로써 예술원의 회원은 모두 88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제 54회 예술원상에 소설가 이문열, 화가 정점식, 작곡가 백병동씨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9월7일 예술원에서 실시된다.
  • [문화마당] 모든 견고한 것은 서울서 녹아버린다/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문화마당] 모든 견고한 것은 서울서 녹아버린다/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모든 견고한 것은 뉴욕에서 녹아버린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프랑수아 베유는 ‘뉴욕의 역사’를 얘기할 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로 시작한다. 몇 해 전 처음으로 뉴욕을 방문했을 때 이같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통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의 문화 충격은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대서양을 건너온 유럽 대륙의 이민자들을 맞아주었을 자유의 여신상,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최첨단을 보여주는 맨해튼의 초고층 건물들, 세계 공연예술의 메카인 브로드웨이, 인류가 이룩한 정신문화의 한 정점을 보여주는 메트로폴리탄·카네기홀·뉴욕현대미술관(MoMA·Museum of Modern Art) 같은 전시장과 공연장들,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American) 문화의 요람인 할렘, 2001년 9월11일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는 그라운드제로와 맨해튼 한가운데 거대한 원시림을 이루며 뉴요커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센트럴파크까지. 잠시 머물다 떠나온 여행자에게 뉴욕은 어쩔 수 없이 매혹적인 도시였다. 우리는 영화와 책을 통해, 뉴스를 통해, 풍문을 통해 이미 뉴욕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프랭크 중령이 ‘인류 문명의 정수’라고 외치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첨밀밀’에서 눈앞에서 여명을 놓친 장만옥이 발을 동동 구르던 타임스퀘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차이나타운과 ‘대부2’의 무대인 리틀 이탈리, 티파니로 상징되는 5번가까지. 뉴욕을 종으로 가르는 길인 애버뉴 하나하나, 횡으로 가르는 길인 스트리트 하나하나가 첫 방문자의 귀에도 익숙하다는 사실이 때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일행들에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뉴욕은 방문자들을 아주 살짝 친미 쪽으로 옮겨 놓는다고. 생각해 보면 뉴욕의 매력은 모자이크를 연상시키는 그 숨 막히는 다양성에서 온다. 거리마다, 건물마다 특유의 색채를 발산하고 그 색채들이 뒤엉켜 뉴욕이라는 거대한 화폭을 완성한다. 외모와 옷차림, 행동거지 하나까지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장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뉴욕에 머문 동안 가장 즐거웠던 일은 노천카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서울도 이런 모자이크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학업을 위해 처음 상경했던 20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은 흑백의 도시에 가까웠다. 관악산 아래 궁벽진 곳에 자리한 캠퍼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가끔 캠퍼스를 벗어나도 대학로와 신촌, 인사동 일대를 전전하는 일이 일탈의 전부였다. 최근 주말을 이용해 구석구석을 답사하면서 서울의 숨겨진 매력에 놀라는 일이 잦다. 신사동의 가로수길, 북촌의 계동길, 광화문 인근의 경희궁길, 대학로 낙산공원길, 삼청동길은 걷는 행위의 즐거움을 상기시킨다. 빨강·파랑·흰색으로 보도블록을 장식한 서초동 서래마을의 프랑스인 거리와 이촌동의 일본인 거리, 저녁 무렵이면 코를 찌르는 정향으로 만연한 가리봉동의 중국인 거리, 중앙아시아 각국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중앙아시아 거리까지. 서울이라는 화폭에 모자이크 무늬가 하나둘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소재로 한 책도 부쩍 늘었다.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 ,‘서울은 깊다’, ‘서울 문화 순례’ 같은 서울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책들이 차례로 출간되었고, ‘가로수 길이 뭔데’, ‘홍대 앞 새벽 세 시’처럼 서울 특정 구역의 문화 현상을 조명한 책들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 소설가 9명이 서울을 테마로 쓴 소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도 독자를 만나고 있다. 하여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한국 감독의 입을 통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 패러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모든 견고한 것은 서울에서 녹아버린다.”고. 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 34인의 대지휘자 삶과 예술을 말한다

    34인의 대지휘자 삶과 예술을 말한다

    “요즘 유명한 지휘자들이 그냥 나온 게 아니거든. 예전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음악을 개성있게 연주했던 대지휘자들이 있었으니까 그만한 지휘자들이 나오는 거야. 이걸 우리같이 나이든 사람이 알려주지 않으면 요즘 사람들은 예전 음악을 알 기회를 갖기 힘들어.” 30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동림(77) 전 청주대 영문과 교수는 ‘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이하 ‘불멸의 지휘자’)를 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설가, 한학자, 출판기획자, 음악비평가 등으로 활동하며 이 시대의 르네상스형 인간으로 불리는 안 교수는 ‘이 한 장의 명반’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한 장의’는 클래식 입문의 교과서로 1988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100만부 넘게 팔렸다. 이 책이 어떤 곡을 듣고 어떤 음반을 명반으로 꼽을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라면, ‘불멸의 지휘자’는 클래식 명작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창조해냈는가에 대한 안목을 제시한다. “엄격한 독일식 연주 스타일을 보여주는 푸르트뱅글러는 속도감 있게 몰아가는 연주에도 오케스트라가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제몫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 가는데, 그게 참 대단해. 부르노 발터는 90살 가까운 나이에 부르크너 9번 교향곡을 지휘할 때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무대에 나오더라고. 근데 이 사람이 지휘를 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렇게 힘이 넘칠 수가 없어.” 지휘자 이름만으로도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불멸의 지휘자’는 이런 것을 글로 정리한 역작이다. 2006년부터 3년간 월간지 ‘객석’에 기고한 글들을 한 데 모았다. 19세기 후반에 데뷔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부터 2001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주세페 시노폴리까지, 한 세기를 풍미한 대지휘자 34명의 삶과 예술세계를 녹였다. 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푸르트뱅글러, 능력만은 높이 인정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봤던 세르지오 첼리비다케 등과 그러지 못해 못내 아쉬운 카를로스 클라이버 등을 아우른다. 월간지 기고가 글 중심이었다면, 책에는 유니버설, EMI, 소니 등 음반사의 도움으로 지휘자들의 사진들도 수록했고, 반드시 들어야 할 역사적 명반과 DVD를 지휘자별로 꼽았다. 독특한 것은 외국어 표기법. 세라핀은 세라휜으로, 푸르트뱅글러는 후르트뱅글러, 모차르트는 모짜르트,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샌후란시스코 등으로 표기했다. “만약 한글이 세종대왕 창제 당시 자음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영어 발음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열정(passion)과 복식(fashion)은 똑같이 ‘패션’으로 쓰지만 엄연히 원래 발음은 다른 것처럼 가급적 책에서도 원래 발음에 가깝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새로운 도전 두렵지만 흥미진진”

    “새로운 도전 두렵지만 흥미진진”

    황석영, 박범신, 공지영 등 스타 작가들의 잇단 인터넷 연재 물결에 소설가 신경숙(46)도 몸을 실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오픈 10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그의 신작 장편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29일부터 다섯 달 동안 연재된다. 연재를 앞둔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새로운 영역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시작이 두렵기도 하고 또 흥미진진하기도 하다.”면서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연재 소감을 밝혔다. ‘어디선가’는 그의 첫 인터넷 연재소설이자 일곱 번째 장편소설. 스스로 “더 세월이 지나면 쓰기에 벅찰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랑이야기다. 그는 “앙드레 지드나 헤르만 헤세 작품같이 청춘을 통과하는 세대가 읽었던, 그런 젊은 감수성을 가지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소설”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엄마를 부탁해’ 이후 계속 구상해온 작품이지만, 사실 연재를 시작하는 입장이라 작가는 시종 조심스러워했다. “이야기들이 마음 안에 맴돌지만 어떻게 줄을 서게 될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는 상태”라면서 “품안에 알처럼 품고 있는 작품이라 아무렇게 말했다가는 깨질까 다칠까 두렵다.”고 심정을 전했다. 지면에서 인터넷으로 매체가 변했지만 전혀 다른 소설기법으로 작품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 한다. 이번 작품도 그의 진중하고 차분한 문체를 보여줄 것인데, 거기에 인터넷 매체의 강점을 살려 “직접적 소통이 이뤄지는 작업, 작가와 독자 사이에 이뤄지는 화음을 좋은 쪽으로 내는 작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소통하는 데에 의미를 갖는 언어가 필요할 때로 소설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현재 초고 상태로 한달 정도 분량이 구성돼 있다. 연재는 작가가 원고를 넘기면 서점측에서 분량을 나눠 작가블로그(blog.aladdin.co.kr/somewhere)에 매일 등록하는 방식. 총 1000장 정도 분량으로 예정돼 연재 이후 단행본으로 묶인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사진 알라딘 제공
  • “우울한 시대… 이런 소설 어때요”

    끔찍했던 용산참사, 전직 대통령의 충격적 죽음 등 우울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등단 이후 30여년 동안 40여편의 단편작품만 남길 정도로 과언(寡言)으로 소설을 쓰는 박인성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 후벼 파인 상처를 닦아주고 위로해줄 소설을 꼽았다. 그가 권하는 작품은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 서정인의 ‘강’,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다. 박인성은 “섬세한 문장으로 세상을 성찰하게 하는 한편 무감각한 일상에서 소통을 보여주는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 ‘유년의 뜰’도 좋고, 언어에 의한 상처의 치유라는 소설 본연의 기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서정인 작품도 다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면서 “한국인의 가슴 속에 품은 한의 정서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그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극복을 풀어낸 이청준의 소설을 읽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박인성은 등단작 ‘적, 소리, 빛’부터 시작해 ‘파장금엔 안개’, ‘호텔 티베트’, ‘사랑은 안개보다 깊다’ 등으로 ‘낯설게 보이기’의 효시라는 평을 받았고 삶의 비의(秘意)를 찾는 작품을 꾸준히 써왔다. 그는 실제로 우울증을 앓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거리낌 없이 전하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추풍령 감자탕이) 지금처럼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 아니라 욕망이나 욕정을 잠재우는 음식이었다고 하면 점주는 내 말을 믿어주기나 할까.’(‘추풍령’ 중에서) 소설가 이현수의 상상력은 참으로 능청스럽다. 1991년 이후 20년 가까운 문단생활에 고작 장편 둘에 소설집 하나를 남긴 더딘 걸음이지만, 이런 천연덕스러운 발자국을 남기려고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나 싶다. 그의 두 번째 소설집 ‘장미나무 식기장’(문학동네 펴냄)의 수록작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전하는 힘이 있다. 각 작품들을 은근하게 서로 연결하는 주제나 상황 설정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칫 무거워질 이야기들을 처지지 않도록 당겨주는 재치있는 문체가 그렇다. 과부로 가득한 종가댁 이야기 ‘추풍령’이나 무능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사업수완 좋은 어머니를 다룬 표제작 ‘장미나무 식기장’ 등 수록작들은 끊임없이 남성 부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어머니 상을 제시한다. 그 상황에서 어머니들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들은 ‘서방 잡아 먹은 년’이자 ‘벌떡증’(일종의 화병) 걸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비애를 능청스러운 긴 호흡의 문장으로 적절히 감춰버린다. 예를 들면 “머릿수건이나 머플러를 두른 여자를 본 적은 있어도 이슬람교도처럼 머리에 터번을 쓴 여자는 처음 봤고, 담요나 요가 깔린 바닥은 본 적 있어도 사람이 다니는 곳에 깔린 서양 카펫은 세상에 태어난 이래 처음 보고 또 그걸 직접 밟아 폭신한 촉감까지 즐기던 중이었으니 무슨 정신이 있었겠는가”와 같이 덤덤한 표정으로 던지는 수준급 유머와 같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이현수의 작품은 초인의 윤리와 세속의 절망 사이에서 서성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의 해설을 달았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학계간지에 발표한 작품을 모았다는 작가는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오랫동안 곁에 두어 눈독이 새파랗게 올랐다.”면서 “작품을 넣을까 뺄까, 목차는 어떻게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책이 나오는 데 뭐하나 쉬운 게 없었으니 책값 비싸다고 하지 마시라.”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1만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카뮈·지드… 사르트르와 교감 나눈 사람들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 빼어난 평론가이자 강연자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계약 결혼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1964년 ‘말’이라는 저작을 통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세기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까닭은 세상과 담을 쌓고 고고하게 지낸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자신을 던진 ‘행동하는 지성’이었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직접적인 사회참여, 즉 ‘앙가주망’을 강조했던 좌파 지식인이었다. 그는 종종 동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지식인들과 우정을 깨뜨릴 정도의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알베르 카뮈와의 논쟁이 대표적인 경우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실존주의의 길을 함께 걸으며 레지스탕스 공동전선에 서기도 했으나 1952년 공산주의와 소련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로 갈라서게 됐다. 카뮈는 혁명에 대한 신중한 유보를 이야기했으나 사르트르는 반대 입장이었던 것. 사르트르는 1952년 8월 잡지 ‘현대’ 82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던 바를 당신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일이었습니다. 당신은 내 글에 답하고 싶다면 우리 잡지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응수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를 다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으로 당신이 어떤 말을 하건, 어떤 일을 하건 간에 당신과 싸우는 일은 거절하겠습니다. 우리의 침묵으로 이 논쟁이 잊혀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는 1960년 1월 주간지 ‘옵세르바퇴르’ 505호에 카뮈에 대한 글을 다시 써야 했다. 이번에는 추도사였다. 카뮈가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불화를 겪었다. 불화란 아무것도 아니고-설사 절대로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해도-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이 비좁은 작은 세상에서 서로 시선을 잃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그는 현 세기 안에서 ‘역사’에 반대하며 모럴리스트라는 기나긴 대열의 현재적 후예를 대표했고,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인 어떤 것을 구성했다…그가 무엇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카뮈는 언제나 우리 문화영역의 중심세력으로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며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프랑스와 금세기의 역사를 표현해 냈을 것이다.” 자신과 교감을 나눴던 작가와 예술가에 대한 사르트르의 성찰을 담은 ‘시대의 초상-사르트르가 만난 전환기의 사람들’(윤정임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이 나왔다. 카뮈를 비롯해 누보로망의 대표적인 소설가 나탈리 사로트, 폴란드 출신의 음악가로 12음기법을 널리 전파했던 르네 라이보비치, 오스트리아 출신 사상가이자 언론인 앙드레 고르,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가 앙드레 지드, ‘지각의 현상학’로 유명한 철학자 메를로퐁티, 중세 베네치아 시대의 화가 틴토레토, 스위스 화가이자 조각가 자코메티 등이 다뤄진다. 이 책은 2차 대전 직후부터 1976년까지 계속 발표된 ‘상황’ 시리즈 가운데 1964년 나온 네 번째 권이다. 원래 제목은 ‘상황Ⅳ-초상’. 이 시리즈에는 시사적인 주제들에 대한 사르트르의 즉각적인 반응을 담은 100여 편에 달하는 글과 10여개의 대담이 실려 있다. 사르트르는 1975년 미셀 콩타와 가졌던 대담에서 후세대가 다시 읽어 줬으면 하는 자신의 저작으로 ‘상황’ 시리즈를 꼽기도 했다. 철학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철학적이 아닌 분야, 즉 비평과 정치를 다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 가운데 ‘상황Ⅱ-문학이란 무엇인가’와 ‘상황Ⅴ-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가 완역됐고, ‘상황Ⅰ’, ‘상황Ⅲ’, ‘상황Ⅹ’ 등의 일부가 발췌 번역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완역된 ‘시대의 초상’은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읽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책 뒤에 부치는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보는 게 그나마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다. 2만 8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화의 개성·열정·美 모두 녹였죠”

    이화여대 출신 중견 및 신예 소설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대인의 다양성’을 보여 주자는 취지에서 테마소설집 ‘이화, 번지점프를 하다’(글빛 펴냄)를 함께 펴냈다. 우애령, 이청해, 한정희, 김향숙, 정미경, 권지예, 김다은, 함정임, 배수아, 고은주, 오현종, 권리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여러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모교의 다양한 모습들을 문학으로 재탄생시켰다. 24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소설가 이청해는 “‘이화적’이라는 말을 ‘사치스럽다, 애교 있다, 내숭 떤다’ 같은 의미로 쓰며 선입견을 가지고 이화인을 보는 경향이 예전에는 심했다.”면서 “이곳도 분명 개인들마다의 다양성이 있고, 그런 다양성을 소설집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설가 권지예도 “이화에 다녔지만 이화라는 이름, 여대라는 이름을 거부하고 싶은 적이 많았다.”면서 “이번 소설집에 이화의 개성, 열정, 아름다움이 모두 녹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책은 2007년 6월 이대 김미현 교수의 제안으로 기획돼 1년6개월간의 집필·제작기간을 거쳐 올해 개교 123주년, 이화여대출판부 창립 6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김 교수는 “지금껏 소문·농담처럼 이야기됐던 이화를 우리가 직접 우리 이야기로 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제목의 ‘번지점프’는 정미경의 단편에서 따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관광명소 베스트5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관광명소 베스트5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항상 깨끗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더 비위생적인 곳도 많다. 세계적인 여행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는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관광명소 5곳을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1위는 아일랜드 코크 주에 있는 블라니성이 차지했다. 중세시대 지은 이 성의 맨 꼭대기에는 블라니스톤이라는 석조건축물이 있는데 이곳에서 키스를 하면 언변이 좋아진다는 미신이 전해져 내려와 한해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키스를 해 비위생적이다. 2위는 시애틀 시내에 있는 한 극장이 차지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극장을 둘러싼 벽에는 1990년대부터 관람객들이 붙여놓은 풍선껌들로 빼곡하다. 형형색색인 껌들이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하긴 하지만, 수십만명이 씹다버린 껌들이 한데 뭉쳐있는 만큼 그 위생상태는 짐작할만 하다고 이 사이트는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파리에 있는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무덤도 청결하지 않은 명소로 꼽혔다. 이곳에는 와일드를 기리는 수많은 팬들이 찾아와 추모의 의미로 입술자국을 남기는 뜻깊은 곳이지만 그만큼 비위생적이라는 것. 4위와 5위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세인트 마크스 광장과 미국 할리우드에 있는 그라우맨스차이니즈 극장에게 돌아갔다. 세인트 마크스는 아름다운 광장이지만 하루에도 비둘기가 수천마리나 몰려들어 배설물을 남기는 곳이며, 그라우맨스차이니즈 극장은 좁은 장소에 비해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더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 작품은 인간문제에 천착… 중국은 탄탄한 서사구조 자랑”

    “한국 작품은 인간문제에 천착… 중국은 탄탄한 서사구조 자랑”

    │상하이 박록삼특파원│번역(飜譯)은 어렵다. ‘완벽한 번역’이란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명제다. 오죽했으면 “번역은 반역(反逆)”, “모든 번역은 오역(誤譯)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을까. 실제 원작 속의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오롯이 담긴 그 사회의 문화, 역사, 철학, 그리고 작가의 삶의 흔적, 정신세계 등을 다른 문화권의 언어로 바꿔서 고스란히 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런 탓인지 국내외 문단에서 번역가가 작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세태와 관행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가 있다. 그는 엄연히 자신의 작품으로 1993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뒤 ‘계수나무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 장편소설 2권을 펴낸 소설가다. 하지만 그는 번역에 목숨을 걸었고, 꼬박 17년 동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주요 작품들을 상대의 언어로 옮겼다. ●양국 오가며 주요작품 상대 언어로 풀어 그 결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중국의 대표적 작가인 모옌(莫言), 자핑와(賈平凹)를 비롯해 ‘80후 세대’로 쓰는 책마다 수백만부씩 팔리는 젊은 작가 한한(韓寒), 그리고 서구에서 더 평가받는 왕안이(王安憶), 리얼, 류전윈(劉震云) 등 내로라하는 당대의 작가들이 작품을 싸들고와서 번역을 부탁하는, 그러나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돈도, 명예도 모두 거부한 채 싸늘히 손 내젓는 번역가가 됐다. ●최근 ‘태백산맥’ 중국어판 번역 부탁받아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최수철, 박상우, 임철우 등이 그를 통해 중국 독자들에게 소개됐고, 중국에서만큼은 국내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보다 유명한 작가로 통한다. 최근에는 소설가 조정래가 ‘태백산맥’의 중국어판 번역을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에 단시간에 번역되기 어렵다. 또한 해방과 분단을 둘러싼 이념과 정치체제의 문제가 등장한 작품이기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쉬 허가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아무튼 중국과 한국 문단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소설가이며 한·중문학 번역가인 박명애(47)씨. 그는 대륙과 한반도의 문단에서 공히 알아주는 ‘대찬 여자’다.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중국의 여류 소설가인 탕모(唐墨·31)와 함께 한 자리에서 내내 중국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자리를 주도했다. 번역 작업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그는 “나는 출판사에서 의뢰받고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작품을 번역해 출판사에 작품 출간을 의뢰한다.”면서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작품이 애정을 받을 때의 뿌듯함이란 내 것, 남의 것을 뛰어넘은 예술적 희열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십수년 동안 남의 소설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에 주력하던 박씨는 올해 하반기 모처럼 자신만의 창작물을 내놓는다. 자전적 내용을 담은 작품 ‘광인의 사랑(狂人的愛情)’이다. 애초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내놓으려 했으나 일단 중국에서 먼저 출간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중국 문단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예지로 꼽히는 ‘쭤자(作家)’에서 특집 기사로 다룬다. ●자전적 작품 ‘광인의 사랑’ 출간 예정 그는 “중국이나 한국 모두 세계 문학의 비주류라는 피해의식이 강한 것 같다.”면서 “인간의 문제에 천착하는 한국 문학과 탄탄한 서사구조를 자랑하는 중국 문학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교류한다면 세계문학의 주류로 나아가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상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youngtan@seoul.co.kr
  •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새달 16일 개막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새달 16일 개막

    올해로 13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이하 부천영화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달 16일 경기도 부천 시민회관에서 11일간의 대장정을 향한 막을 올린다. 이번에 소개될 작품은 41개국 202편.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지난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흔히 ‘13’을 불길한 숫자라고 얘기하는데, 동양에서 말하는 12지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출발을 뜻하기도 한다.”면서 “13회를 맞아 새롭게 도약하는 해로 삼기 위해 내실을 기했다.”고 소개했다. 부천영화제는 사랑, 환상, 모험을 키워드로 한 대중적 장르영화제. 개막작은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만화를 영화화한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의 ‘뮤 MW’이며, 폐막작은 인도네시아 최초의 무술 액션영화인 가렛 후 에반스 감독의 ‘메란타우’다. 무엇보다 올해는 부천영화제를 통해 세계에서 첫선을 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영화가 무려 38편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23편에 견주어 볼 때도 크게 증가한 숫자.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첫 소개하는 신작들이 많이 증가한 것은 부천영화제의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공식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에 더해 새로운 수상 부문도 신설했다. 올해 두번째를 맞이한 ‘오프 더 판타스틱’ 섹션에서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여한다. 또 한국독립장편을 장려하기 위한 ‘후지필름이터나상’도 새로 만들었다. 특별전과 회고전도 풍성하다. ‘판타스틱 감독백서:그들만의 뱀파이어’ 섹션은 세계적 거장들의 뱀파이어 영화들을 모았으며, ‘13’ 섹션은 1980년대를 풍미한 슬래셔 영화들을 틀어준다. ‘주온 10주년’, ‘여고괴담 전작전’, ‘체코 SF 특별전’도 있다. 회고전으로는 ‘에로틱스케이프:1980도시성애영화’, ‘낭만도시:홍콩 제작사 D&B 특별전’이 마련됐다. 이와 더불어 2회째를 맞은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2009)도 제작투자 유치 및 영화인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테드 창 등 유명한 SF소설가 및 감독을 초청하는 ‘환상영화학교’가 눈에 띈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www.pifan.com) 참조.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성동구청으로 영화보러오세요”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이 매주 목요일마다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극장으로 변해 주민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성동구는 지난달 28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재미나고 감동적인 가족영화를 선정, 주민들에게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종합예술인 ‘영화’ 감상이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건전한 여가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호조 구청장의 의지에서 시작됐다.이에 따라 구는 매주 목요일 구청3층 대강당에서 소설가 신경숙, 신바람의 황수관 박사 등 명사들을 초청해 삶의 지혜를 얻는 ‘성동 에듀토피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같은 자리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주민들은 재미난 강의와 영화로 2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상영작은 긍정적인 메시지와 인기가 있었던 작품 위주로 선정했다. 지난달 28일 첫 작품으로 한국독립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워낭소리’를 상영했으며 지난 11일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감동실화인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을 상영했다.영화 상영 후 구청 홈페이지는 주민들의 다양한 칭찬이 쏟아졌다. 또 추억의 영화에서부터 현대 영화까지 영화상영 신청도 이어졌다. 안자영(45·행당동)씨는 “성동 에듀피아뿐 아니라 영화감상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면서 “좋은 강의, 감동적인 영화를 항상 접할 수 있는 ‘문화 성동’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18일에는 박중훈 주연의 ‘라디오 스타’와 25일에는 어린 아이들의 동심을 울리는 ‘마음이’가 준비됐다. 박기준 문화공보체육과 과장은 “주민들이 원하는 최신 영화뿐 아니라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가족영화가 이어지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도시와 산] (11) 천안 광덕산

    [도시와 산] (11) 천안 광덕산

    충남 천안 광덕산(廣德山)은 연꽃처럼 생겼다. 산 줄기들이 꽃잎처럼 포개져 있다. 산세의 곡선이 부드럽다. 거칠지 않고 여성적이다. 운무가 끼면 더 부드럽게 보인다. 광덕산은 천안시 광덕면과 아산시 송악면에 펼쳐져 있다. 700m에서 단 1m가 모자란다. 높지 않지만 연꽃 모양이라 속은 꽤 깊어 보인다. 광덕산은 ‘태화산’이라고 불리다 조선 초에 바뀌었다고 한다. 광덕산이란 이름은 세조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자비를 널리 중생들에게 베푼다는 ‘광덕보시(廣德布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 어귀의 광덕사가 불교 포교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기 때문이란다. 지금도 광덕산 주변에는 태화산이라고 쓰인 푯말과 비석 등이 적잖게 남아 있다. 천안 쪽 산행은 광덕사에서 시작한다. 광덕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절이다. 역사는 천 년이 넘는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수행하고 돌아오면서(643년) 가져온 진신사리를 승려 진산에게 건네 창건됐다고 한다. 문화유산해설사 황서규(74)씨는 “조선시대에는 세조가 ‘광덕사 사람은 부역을 면제한다.’는 교지를 내릴 정도로 대찰이었다.”면서 “죽은 사람을 천도하는 큰 지장 도량이었다.”고 설명한다. 대웅전 앞에는 천안이 호두과자로 유명하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 4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398호다. 안내판에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에 유청신 선생이 원나라를 다녀오면서 묘목과 열매를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에, 열매는 광덕면 매당리 자신의 집 앞에 심었다.’고 쓰여 있다. 이 호두나무가 그 묘목은 아니지만 시배지임을 강조한다. 광덕면 일대엔 25만여 그루의 호두나무가 있다고 한다. 기록이 확실하게 남아 있지 않다 보니 다른 해석도 있다. 천안 직산위례문화연구소 백승명 소장은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백 소장은 “유청신은 귀국하지 않았다. 천안 호두과자를 알리려고 만든 허구다.”라면서 “광덕사도 진산의 생존연대와 광덕사 사적기로 미뤄 832년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됐다. 선덕이니 진덕여왕이니 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에서 나온 역사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역사는 산속에 고요하고, 사람은 논쟁한다 역사와 유래에 이견은 있어도 광덕사의 고졸한 분위기는 그만이다. 대웅전 계단 밑 양쪽에 석사자가 있다. 세월에 얼굴이 닳아 부드럽다. 천진난만하게 하늘을 쳐다보며 웃는다. 그 모습이 친근하다. 100m쯤 가면 천불전이 있다. 10m가량 되는 다리로 건너야 한다. 홀로 떨어져 호젓하다. 주변 산길과 어우러진 풍경이 정겹다. 1998년 소실됐다 중건돼 예스러움은 떨어진다. 조선조 3000불 탱화도 지난해에 복원됐다.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탱화 3점이다. 각각 불상이 1000개씩 그려져 있다. ‘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란다. 황씨는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이 광덕사 개보수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귀띔했다. 광덕사 위쪽에 기생 시인 운초 김부용의 묘가 있다. 잡초가 무성하다. 풀이 바람을 못 이겨 쓰러진다. 부용은 애초 유학자의 딸이었으나 집안이 기울면서 기생이 됐다. 그 과정에서 함경관찰사 등을 지낸 김이양을 만나 소실이 됐다. 그녀는 시재가 출중했다. 황진이, 이매창과 함께 조선의 3대 명기로 꼽힌다. 김이양이 죽자 ‘임이 묻힌 광덕산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60년 가까운 나이 차를 뛰어넘는 사랑이 처연하다. 황씨는 “이 묘는 소설가 정비석(1911~1991년)이 ‘명기열전’을 쓸 때 찾아내 봉분을 만들고 비석도 세웠다.”면서 “매년 4월 마지막 일요일 묘지 앞에서 다례식이 열린다.”고 말한다. ●산행하기 딱 좋은 산 광덕산은 정상까지 갔다가 오는 데 3시간쯤 걸린다. 광덕사 앞 좁은 돌담길을 지나자 단풍나무 길이 펼쳐진다. 그 너머 숲 속에 호두나무가 더러 보인다. 연두색 둥근 잎이 싱그럽다. 얼마를 지나가자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사람을 맞는다. 산은 가팔랐다. 돌산은 아니다. 나무턱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이 길다. 금방 숨이 찬다. 팔각정과 헬기장을 지나 정상까지 오르막이다. 정상의 북쪽 앞에 설화산이 펼쳐진다. 낙타 등처럼 생겼다. 서쪽에 봉화산이 있다. 정상에서 막걸리를 팔던 김춘경(61)씨는 “날씨가 좋으면 서해대교도 보이고, 남쪽으로 계룡산도 보인다.”면서 “설화산부터 망경산을 거쳐 이곳까지 오는 등산객도 있다. 4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름에는 아산 쪽이 낫다. 등산로가 모두 그늘이고, 계곡에 물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산 쪽은 강당골과 외암민속마을이 있다. 장군바위가 있는 길로 돌아 내려온다. 허약한 청년이 이 물을 먹고 장군처럼 몸이 커졌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올라갈 때보다 경사가 덜하다. 중턱에 민가 2곳이 보인다. ‘안산’이란 곳이다. 주막처럼 국수 등을 판다고 쓰여 있다. 집 앞에 샘물이 있다. 잠시 쉰다. 물을 마시던 천안 쌍룡동에 사는 박현석(32·회사원)씨는 “광덕산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산타기에 딱 좋아 자주 온다.”면서 “가을에는 호두도 줍는다.”고 웃는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천안 시민만 즐긴다구요? 수도권 어디서나 지하철로 OK! 수도권 전철이 충남 아산 온양온천만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광덕산이 대표적이다. 이제 광덕산은 천안시민의 산이 아니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산이 됐다. 천안역 역무원 이용훈(33)씨는 “2005년 1월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된 뒤 승객이 30~40% 늘었다.”고 말했다. 천안 전철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2만 4000명에 이른다. 기차 승객 2만여명보다 많다. 이씨는 “출퇴근자가 많은 평일과 주말 이용객수가 비슷하다. 주말 승객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오는 관광객이다.”라면서 “등산복 차림의 사람도 많이 눈에 띄는데 거의 광덕산 가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광덕산은 천안역이나 천안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 600번과 601번이 있다. 둘 모두 역과 터미널을 거친다. 600번은 30분마다 있고, 601번은 하루 4번 오간다. 천안시내에서 광덕산까지 50분쯤 걸린다. 남부오거리, 풍세면, 보산원 등 남부지역을 거쳐 광덕사로 빠진다. 삼안여객 운전사 유효창(40)씨는 “주말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평일 오전에도 크게 붐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천안시민만 탔는데, 요즘에는 수도권 사람이 많다고 했다. 수도권 전철 개통 덕이다. 버스에서 내리던 30대 여성은 “경기 평택에 살고 있는데 가끔 전철을 타고 광덕산을 찾는다.”면서 “평택 근방에는 큰 산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광덕산 입구에 늘어선 식당들도 손님이 늘었다. 산채비빔밥과 동동주 등을 파는 음식점 주인 이정희(60)씨는 “등산객, 손님 모두 적잖게 늘었다.”면서 “나이 든 사람과 여자도 많다.”고 귀띔했다. 등산객이 늘었지만 광덕산으로 가는 교통편은 변하지 않았다. 천안시 담당직원 이명창씨는 “천안이 워낙 급팽창하다 보니 버스가 부족하다.”면서 “광덕산 교통은 여력이 생기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Let´s Go] 강원도 인제 내린천서 즐기는 리버 버깅

    [Let´s Go] 강원도 인제 내린천서 즐기는 리버 버깅

    선선함이라고는 고작 이른 아침, 잠시뿐이다. 오전 시간 몇 발짝만 돌아다녀도 땀이 등짝을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바야흐로 시원한 물의 기운이 필요한 때다. 바다? 좋다. 비키니의 동해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서해의 시원한 바닷물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그러나 아직 약간 이를뿐더러 안타깝게도 뭔가 2% 부족하다. 잔잔한 강과 숲? 고기 구워먹고 나무 그늘에서 낮잠 늘어지게 자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이열치열(以熱治熱) 마라톤? 엑설런트! 아주 건강한 피서법이다. 하지만 역시나 뭔가 진부하거나, 강렬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위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필요한 것은 바로 짜릿짜릿한 서늘함이다.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의 소용돌이치는 급류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래프팅 정도에 만족했던 이들, 어서 ‘리버 버깅’의 세계로 들어오시길. 모험과 레포츠를 즐기는 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진부함에서 벗어나고픈 이라면 이번 주말 인제의 리버 버깅을 향해 자동차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한다. ●래프팅·카약 매력 다 갖춰 리버 버깅(River bugging)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생소한 레포츠다. 멀리서 보면 강물 위를 뒤집힌 채 버둥거리며 떠내려가는 벌레의 날갯짓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우스꽝스러울 것 같다는 예단(豫斷)은, 예단으로만 허용된다. 장비를 차려입고 보면 제법 근사하다. 혼자서 급류를 헤쳐간다는 점에서 카약과 비슷하지만 리버 버깅은 물 접촉면이 넓어 잘 뒤집히지 않고, 노(패들)를 사용하지 않는다. 덕분에 카약과 달리 30분 정도의 강습이면 초보자들도 곧바로 급류에 몸을 띄울 수 있다. 이처럼 래프팅의 대중성과 카약의 짜릿함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미덕으로 리버 버깅은 새로운 여름 레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버 버깅에 필요한 것은 안전용 헬멧과 두께 5㎜의 스윔수트, 물갈퀴 달린 장갑, 리버 버깅용 짧은 오리발(핀), 그리고 앞이 파인 U자형 1인용 고무 보트, 리버 버그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리버 버깅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내린천 미산계곡이 유일하다. 초·중급 코스는 2㎞이고, 중·고급 코스는 3.5㎞이다. 중급코스 진행 여부는 지도 강사가 숙련도를 판단해 결정한다. 비용은 5만원이다. 하얀 포말이 넘실대는 급류 위에 직접 몸을 던졌다. 장비를 모두 갖춘 뒤 물로 뛰어들고서 강사가 맨 먼저 알려주는 것은 버그가 뒤집어졌을 때 탈출하는 법이다.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채 버그가 뒤집힐 경우 당황해서 탈출이 늦어지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린천물이야 꺽지, 버들치 등이 노니는 1급수다. 물 속에서 그냥 꿀꺽꿀꺽 마셔도 그만이다. 문제는 급류에서 뒤집힌 채 떠내려가다가 물밑 바위에 머리가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이다. 앉아 있을 때는 밸크로(찍찍이) 테이프로 허리를 고정시켰다가 뒤집히면 물 속에서 밸크로의 손잡이를 잡고 떼어낸 뒤 신속하게 버그에 올라타는 것이 관건이다. 코나 귀에 물이 들어갈까 약간의 두려움도 들었지만 잔잔한 곳에서 두어 차례 뒤집혀 보니 훨씬 안정된다. 장갑을 낀 손은 방향 전환 기능이다. 신속한 이동이 필요할 때는 방향을 뒤로 해서 손과 발을 동시에 저으면 모터보트 부럽지 않다. 급류에서 속도를 늦출 때도 오리발 키킹은 필수다. 일단 이론이 그렇다는 얘기다. 어쨌든 기본은 익혔으니 출발이다. ●미산계곡 마지막 급류가 클라이맥스 내린천 미산계곡의 급류는 모두 13곳이다. 물속에서 돋아난 갈대처럼 넘실대는 허연 포말을 앞에 두면 두려움이 몽글몽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미산계곡의 미덕은 급류와 잔잔한 물이 적절하게 반복된다는 점이다. 설령 급류에 말리더라도 곧바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특히 열 번째부터 마지막인 열 세 번째 급류까지는 리버 버깅의 클라이맥스다. 잘 버텨오던 초·중급자들이라도 이 지점에서 뒤집힌 뒤 하염없이 떠내려가기 일쑤다. 게다가 이 구간은 급류 이후 잔잔한 곳에서조차 바위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신속한 방향전환 능력이 필수다. 퀄퀄거리는 물 소리 자체가 위협적인 데다 자칫 소용돌이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내린천 1급수를 마음껏 들이켤 수도 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바위의 위치와 물 흐름의 속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강사가 늘 가까운 곳에 있으니 사실 겁낼 이유는 하나도 없다. 초보자라도 용기있게 도전해볼 것이다. ‘고문관의 상징’인 왼손과 왼발이 함께 나가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강 위에서 구현할 수 있다. 왼쪽, 오른쪽 방향도 헷갈리고 발을 저어야 할 때, 젓지 말아야 할 때가 제멋대로다. 이론을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현실은 냉혹하다. ●온라인 게임 그대로 오프라인에서 리버버깅 코스 3.5㎞를 마치고 나면 몸도 마음도 후련해진다. 물론 밤새 온몸이 얻어맞은 듯 뻐끈해지며 몸살로 끙끙 앓을 것은 각오해야 한다. 이밖에도 인제는 모험 레포츠의 천국이다. 온라인 상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전세계 네티즌을 흥분시키는 온라인게임 ‘서든 어택’을 오프라인에서 완벽하게 구현한 밀리터리테마파크가 있다. 서든 어택 마니아라면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오는 9월 총상금 5000만원의 ‘서든 어택 얼라이브 대회’가 열린다. 또한 국내 최고 높이인 63m에서 몸을 날릴 수 있는 번지점프가 있다. 이밖에 번지점프와 반대로 마치 고무줄 새총에 몸을 내맡긴 듯 순식간에 밑에서 위로 쏘아올려지는 슬링샷, 물과 땅을 오갈 수 있는 ATV 아르고 등 다양한 레포츠 거리가 즐비하다. ●여행수첩 ▲가는 길: 서울에서 6번 국도로 양평을 지난 뒤 44번국도를 타고 홍천 방향으로 간다. 인제읍 지나 31번 국도에서 현리 방향으로 들어선 뒤 쭉 가면 된다. 세 시간 정도 걸린다. ▲먹거리: 소설가 이순원의 작품 무대가 됐던 ‘은비령’(필례식당·033-463-4665)이 있다. 한계령 정상에서 속초 방향으로 400~500m 내려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이순원이 명명한 ‘은비령’이다. 시속 10㎞로 아주 천천히 운전해도 뭐라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만큼 호젓하다. 이순원의 소설이 존재하지 않는 지명을 만들었고 기존의 식당 이름까지 바꿔놨다. 산채정식, 송어회 등이 있지만 산채비빔밥 하나만 시켜도 강원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남전약수터 옆에 있는 ‘남전약수휴게식당’(033-463-0625)에서는 약수로 만든 한방백숙이 별미다. ▲잘 곳: 지난해 만들어진 하추자연휴양림(033-461-0056)이 있다. 1시간30분 정도의 솔밭과 야생꽃 사이를 거닐다 보면 절로 정화되는 몸이 느껴진다. 7, 8월 두 달은 성수기로 5만~8만원(비수기는 3만~5만원)이다. 글 사진 인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12일만에 밀리언셀러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서점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60)의 신작소설 ‘1Q84’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선보인 이래 12일만인 9일 현재 106만부나 팔려 밀리언셀러에 오르는 진기록을 낳았다. 전국 곳곳의 서점에서는 매진 사례가 속출, 주문 예약까지 받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 소설 속에 나오는 음악 CD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2권으로 된 ‘1Q84’는 무라카미가 ‘애프터 다크’ 이후 5년만에 낸 장편소설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제목을 본떴다. 1984년의 일본을 무대로 삼은 소설은 헬스클럽 강사이면서 청부살인을 하는 여성과 입시학원강사이자 소설가 지망생인 남성을 중심으로 한 연애와 폭력, 신흥 종교집단 등 다채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여자 주인공은 의문을 뜻하는 ‘Q’에서 보듯 또다른 ‘기묘한’ 세계를 ‘1Q84’로 지칭한다. 특히 신흥 종교집단은 1995년 3월 일본을 충격에 몰아넣은 옴진리교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hkpark@seoul.co.kr
  • “역사에 묻힌 인간 김정호 소설로 살려내”

    “역사에 묻힌 인간 김정호 소설로 살려내”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와 몇 가지 설화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보다 정확한 지도를 그리기 위해 백두산을 아홉 번 올랐다.’거나 ‘만든 지도가 너무 정밀해 첩자로 몰려 죽었다.’는 이야기 등. 그런데 인간 김정호의 삶을 그것으로만 기억해도 될까. 인간 김정호의 오롯한 삶이 소설가 박범신(63)의 손에 되살아났다. 새 장편소설 ‘고산자’(문학동네 펴냄)를 내고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본적도 생몰연대도 모른 채 역사가 유기한 그를 소설로 살려내고 싶었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박범신이 처음 김정호에게 끌린 건 그를 둘러싼 설화 때문이었다. “그는 바람처럼 떠돌아다닌 사람이고 지식인이 할 일을 대신해 그들에게 억압받은 사람입니다. 그 두 가지 때문에 그를 늘 마음에 두고 있었지요.” 그러다 문학동네의 제안을 받아 집필을 시작, 계간지 ‘문학동네’에 4회에 걸쳐 연재했다. 이번에 그걸 수정해 모은 것. 그러나 펜을 들고 나니 마음먹은 대로 글이 되지 않았다. 김정호의 ‘대동지지’나 그를 다룬 논문은 물론 당대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리얼하게 재현하기 위해 ‘경국대전’ 같은 역사서도 봤지만 설화 이상의 자료는 태부족이었다. 그 빈틈은 상상력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김정호의 아버지 얘기. 소설에서 아버지 김해준은 관아에서 준 엉터리 지도를 가지고 반란군을 제압하러 갔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그 일로 김정호는 실측 지도 제작에 뛰어듭니다. 국가 권력이 소유했던 지도를 백성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것, 그게 그의 꿈이었지요.” 38년 문단 활동을 했지만 역사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는 시대가 너무 역동적이라 그걸 반영하는 데 급급했다.”고 변명(?)을 한다. 하지만 한번 써 보니 의외로 괜찮았다고. “역사물은 오히려 상상력을 더 자극하고 그 폭을 넓힌다.”면서 언젠가는 자신의 고향에 있는 미륵사지를 소재로 다시 역사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소설 ‘고산자’에 대해서는 스스로 “요즘 세상이 너무 가볍고 개판이란 의미에서 무거운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역사소설이란 점 외에도 분명 전작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작들이 자기성찰·구도적 모습을 그렸기에 이번을 계기로 그런 걸 털어내고 싶다.”면서 ‘자유롭고 껄렁한 마음’으로 창작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다음에 쓰고 싶은 건 ‘아름답고 슬픈 연애 소설’. 평생 딱 한번 만난 사람을 그리워하다 인생이 변하는 사람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그의 경험담이라는 후문. 그리고 작가로서 달라진 포부도 전한다. “언제까지 ‘청년 작가’일 수는 없죠. 이제는 깊고 향기롭게 늙어 가는 작가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5분짜리 감동 프로그램 눈길

    5분짜리 감동 프로그램 눈길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 시간은 중요한 게 아니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가슴 뭉클함을 주는 한 방송 프로그램이 지난주 조용히 2000회를 넘어섰고, 또 다른 프로그램은 출발을 알려 눈길을 끌었다. KBS 1TV를 통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50분 방송되는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지난 4일 ‘희망 나눔 릴레이’ 편으로 2000회를 돌파했다. 2001년 4월30일 처음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은 단 5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곁들인 편안하고 따뜻한 파스텔톤의 애니메이션에는 잔잔한 감동이 흐른다. 작가들이 실화에 뿌리를 둔 소재를 발굴하기도 하지만, 주로 시청자들로부터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제공받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이다. 매년 각종 단체로부터 좋은 프로그램으로 뽑히는 ‘TV동화’은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감동을 전달해 온 것은 아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좋은 에피소드를 골라 담은 책이 벌써 여러 권째 발간돼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2002년과 2004년에는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비디오물과 DVD물은 물론, 오디오북과 사운드트랙까지 나와 인기를 끌었다. 제작진은 “언제나 시청자들에게 정서적인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BS TV는 지난주부터 5분짜리 문학 영상 프로그램인 ‘문학사랑ⓔ’를 월~금 밤 12시55분에 방송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동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국내 시인과 작가가 추천해 엄선한 명시와 명문장을 간단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문학의 향기를 전달한다. 현재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유명 작가 뿐만 아니라 해외 작가의 작품들도 대상이다. 저자 외에도 배우나 아나운서, 성우 등이 낭송에 참여해 문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읽고 생각하는 경험을 준다. 첫회에는 시인 이성선의 ‘사랑하는 별 하나’를 영상화했고, 연극배우 윤미애가 낭송했다. 소설가 하성란의 ‘웨하스로 만든 집’, 시인 문인수의 ‘쉬’, 레바논 작가 지하드 다르비슈의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시인 이시영의 ‘성장’이 뒤를 이었다. 제작진은 “문학과 멀어진 시청자들이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며,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부고] ‘민통선 사람들’ 작가 임동헌씨

    ‘민통선 사람들’로 잘 알려진 소설가 임동헌이 8일 오전 폐암으로 별세했다. 51세.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강원도 철원에서 성장한 고인은 1985년 ‘월간문학’에 소설 ‘묘약을 지으며’가 당선돼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내외경제신문과 세계일보 기자, ‘출판저널’ 주간, 한양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민통선 지역 철원군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 연작소설 ‘민통선~’을 비롯해 ‘행복한 이방인’, ‘섬강에 그대가 있다’, ‘숨 쉬는 사랑’, ‘앨범’ 등 소설작품 외에 각종 문학기행서, 산문집, 동화책 등을 남겼다. 유족은 아들 현구(대학생)씨. 빈소는 한양대병원, 발인 10일 오전 5시30분. (02)2290-9442.
  • [지방시대] 광주에 종합문학관 하나쯤은/김준태 시인

    [지방시대] 광주에 종합문학관 하나쯤은/김준태 시인

    광주광역시에는 문학관 하나 없다. 바야흐로 100년을 족히 넘어서고 있는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수많은 작가(시인·소설가 등)를 배출한 광주는 그들의 발자취를 담아내는 문학관 하나 없다. 그들의 작품, 그들의 숨결과 향기를 후세에 전하려는 노력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2년마다 세계적 미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옛 전남도청 자리에 아시아 문화전당이 들어서는데, 기초예술 중의 기초예술인 문학분야는 우선 시 행정당국의 관심 밖인 것 같다. 아니,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문학에 대한 행정적 지원이 전무한 것은 아닌가 싶다. 예산책정도 거의 제로상태로 보면 틀림없을 것 같다. 사실 말이지, 시인(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시인’은 장르를 초월한 모든 문학인을 총칭한다)이 시를 써주어야 작곡가가 작곡을 하고,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는 것 아닌가. 종합예술 중의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는 오페라나 판소리창극도 시인이 직접 생산한 대본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문학은 모든 예술작품의 기초예술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 선진국일수록 기초예술에 하드웨어 차원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행정력을 더욱 투입한다. 여타의 예술장르도 그렇지만 특히 문학작품은 관변적인 것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잘 일으킨다. 관의 지나친 개입은 문학의 혼에 얼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20년대 말 대공황 때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문학예술인촌을 만들어 주면서 지나친 입김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에 예술가들로 하여금 오히려 ‘졸작’을 낳게 했음은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말한다면 한때는 문학의 고향(문향)으로도 널리 알려진 광주.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역사의 모진 풍랑 속에서도 무등산과 극락강, 영산강을 배경으로 빛나는 작품들을 탄생시켜 그야말로 척박한 모국어문학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는데…. 그러나 지금 광주에 문학관 하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가까운 전남, 전북, 경남 지역만 하더라도 아무개 작가, 아무개 작가의 문학관이 들어서서 행정적 도움을 받고 있는 터이다. 그렇다고 광주에 어떤 특정 작가의 문학관을 짓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들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아주 섬세한 정신문화유산마저 즉물(돈)화시켜 버리는 요즘의 세태 속에서, 어떤 특정 작가를 내세워 브랜드화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현대문학100년을 넘어서면서 광주도 이제는 ‘종합문학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묻고 싶다. 명칭이야 ‘광주문학관’ ‘광주현대문학관’ 등의 이름을 참고로 하여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남대·조선대·광주대·호남대 등에서 퇴임하는 인문대 교수(작가인 경우가 많다)를 만나면 이런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내가 평생 아끼고 사랑한 책들을 받아줄 도서관이 없습니다. 거저 준다고 해도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어요. 그럴 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 그래서 그런가! 퇴임을 하거나 이사할 경우 광주지역의 작가들도 자신들이 평생을 애지중지했던 책들을 폐지상인에게 넘겨버린다. 더욱이 작가들인 경우 그들이 소장한 책들은 ‘작은 문화재’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슬픈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에서 출생하였거나 활동한 작가들을 기리고 귀중한 책들을 보존하기 위하여서라도 종합문학관 하나쯤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속된 말로 광주와 대한민국 나아가 ‘통일코리아’를 영육(靈肉)간에 감동시킬, 먹여 살릴 위대한 작가가 ‘광주종합문학관’에서 탄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꿈과 희망은 충분히 가능하다. 김준태 시인
  • 원로·교수들 시국선언 잇따라

    6·10 항쟁 22주년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 원로들과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김병상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함세웅 신부, 소설가 조정래씨 등 사회 원로 80여명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하루속히 민주주의 퇴행을 바로잡고 국정을 혁신해 국민이 진정으로 주인이 되는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강대와 부산 동아대도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서강대 교수 43명은 이날 ‘오늘의 슬픔을 희망으로 바꿔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국민이 보여준 슬픔과 분노에도 정부는 자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동국대 교수들도 8일이나 9일 시국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