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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까지 1시간… 교통 수도권시대

    서울까지 1시간… 교통 수도권시대

    “춘천발 상봉행 경춘선 열차 시승운행을 시작하겠습니다.” 1일 오후 1시 30분. 경춘선 복선 철길을 처음 내닫는 시승열차가 미끄러지듯 춘천역을 출발했다. 덜컹거리던 옛 경춘선 열차의 진동과 소음이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춘천지역이 교통여건상 수도권으로 편입되는 순간이었다. 오는 21일 본격 개통되면 춘천에서 서울 상봉역까지 급행열차로 1시간 3분(일반열차는 1시간 19분)이 소요돼 출·퇴근이 가능하게 된다. 당초 계획했던 시간대보다 10분 정도 단축됐다. 첫차는 서울 상봉역과 강원 춘천역에서 각각 오전 5시 10분에, 막차는 상봉역에서 오후 11시 50분, 춘천역에서 오후 11시 20분 각각 출발해 예상보다 첫차는 빨라지고 막차는 늦어진다. 내년 말에는 서울~춘천 구간을 49분대에 오가는 좌석형 고속열차가 도입돼 명실상부한 수도권 도시로 자리잡게 된다. 운행 횟수도 평일 137회(일반 96회, 급행 41회), 주말 114회(일반 80회, 급행 34회)씩 운행되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12분, 기타 시간대 및 주말에는 20분 간격으로 배차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경춘선에는 무궁화호가 하루 38회씩 다닌 것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주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전수산 춘천상공회의소 회장은 “약 1시간만에 서울을 오간다니 관광이나 기업유치 등 모든 분야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춘천뿐 아니라 인근 화천·양구·경기 가평 등 주민들도 환영 일색이다. 운임도 상봉역∼춘천역 2600원으로 책정돼 기존 경춘선 무궁화호의 운임 5600원보다 절반가량 낮아졌다. 하지만 구불구불했던 종전의 경춘선 선로를 직선으로 바꾸면서 터널이 전체 노선의 37.5%인 30여㎞에 달해 자연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 줄어 아쉬움을 남겼다. 춘천에서 김유정역을 지나면서 곧바로 터널로 이어져 북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던 자연풍광이 사라졌다. 백양리역과 가평, 양평, 대성리를 지날 때 북한강 줄기가 보여 그나마 위로가 됐다. 동승했던 소설가 전상국씨는 “추억의 경춘선이 사라지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역사별로 문화테마를 접목하면 사라지는 춘천의 문화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서울을 잇는 종점이 청량리역이 아닌 것을 아쉬워했다. 동승했던 시민 박정숙(52·여)씨는 “내년 말부터 용산까지 이어지면 불편이 많이 해소되겠지만 춘천에서 서울 도심과 청량리 백화점 등을 이용하려면 1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등 당분간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시론] 60년전, 피란 뱃길을 생각한다/송수남 언론인

    [시론] 60년전, 피란 뱃길을 생각한다/송수남 언론인

    지금 한반도 서쪽의 아름다운 섬 연평도는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만신창이의 상처투성이로 변한 지 벌써 이레가 넘었다. 연평도 사람들이 포격 첫날 부랴부랴 어선을 타고, 인천 해경 부두에 내리는 피란민 행렬을 TV 화면으로 똑똑히 보았다. 부모 손에 이끌려 부두를 밟은 철부지들의 얼굴에는 영문을 미처 알아치리지 못한 공포의 그림자가 어리는 듯했다. 이렇듯 공포에 질린 피란 행렬 속의 어린 아이들을 보는 동안 끔찍스러웠던 옛날 일이 불현듯 기억되었다. 꼭 60년 전이었다. 겨우 여덟살이었던 1950년 12월이 저문 어느 날, 고향 옹진반도 끝자락까지 포탄이 떨어졌다. 포구는 몰려든 피란민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 틈새를 비집고, 작은 돛단배에 올랐던 어린 마음에도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생겼던 것일까. 어떻든 피란민들이 빼곡 들어찬 배가 떠나면서 멀미가 치밀어 돛대 기둥을 끌어안은 채 이내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얼마를 지나 내린 데가 서해 5도의 중간 섬에 해당하는 대청도였다. 배에서 내린 다음에야 혼자 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지만, 손바닥만 한 섬이었기에 다음 배를 탄 부모님을 극적으로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산가족을 겨우 면하고, 뒷날 인천으로 나와 유년시절을 줄곧 서해안 항구도시에서 보냈다.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도, 아주 작아 보였던 돛단배와 부모님과 잠시 헤어졌던 아찔한 순간을 생시처럼 꿈꾸었다. 그럴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 잠을 깨기가 일쑤였지만, 좀처럼 기억을 홀훌 털어내지 못했다. 얼결에 연평도를 떠나 인천 연안부두 이웃의 한 찜질방에 머무는 아이들도 지금, 인천으로 오는 뱃길에서 만났던 일렁이는 파도가 꿈속에 나타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보다는 귀청을 찢을 것처럼 요란했던 대포 소리와 포탄이 마구 뿜어낸 불꽃 기둥의 기억이 골무만큼 작은 아이들 가슴을 짓누를 것이다. 꿈을 먹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아랑곳없이 마구 쏘아댄 북한군의 무차별한 포격은 아동학대일 수도 있다. 더구나 민가가 옹기종기한 여염(閭閻)을 마구 덮쳤으니, 이를 북한의 발악적 만행으로 규정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제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치르는 전쟁에서도 민간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쟁의 불문율인 것이다. 세계적 작가인 파울루 코엘류는 연평도 포격 소식을 듣고 “나는 아무것도 자유롭지 않지만, 기도는 할 수 있다.”는 말로 안타까워한 모양이다. 이 호소에 동참한 크리스티나라는 여인은 “한국에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면서 “전쟁은 이렇듯 끝나지 않는 것일까요.”라고, 연평도 포격에 회의(懷疑)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몇몇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옛날 옹진반도에서 대청도로 향했던 피란 뱃길을 떠올릴 때마다 전쟁의 공포는 당대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고 살았다. 그러나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들 때까지 손자 같은 아이들에게 이를 대물림했다는 죄책감이 무겁다. 더구나 아이들이 뛰어놀던 연평도 고향 땅은 멀쩡하지도 않다. 흉악한 포탄에 맞아 그을린 연평도의 몰골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 아닌가. 그 많았던 섬 사람들이 다 떠나고, 고작 서른명 남짓한 섬 사람들이 남았다는 것이다. 해양경찰서 연평출장소에 근무하는 한 의무경찰이 “주인 떠난 집 강아지가 나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면, 차마 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매스컴을 탔다. 주인집 아이가 무던히도 귀여워했을 강아지가 가엾고, 더러 남은 섬 사람들은 외롭다. 이렇듯 적막강산으로 변한 연평도를 생각하면, 소설가 이외수씨가 최근 트위터에 올렸다는 “비록 늙었으나, 아직은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그리고 전쟁을 부추긴다는 비난에 맞서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결의부터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겁이 나시면 도망치세요.”라고 댓글을 단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 “세계경제 운명 손에 쥔 사람은 저우샤오촨”

    “세계경제 운명 손에 쥔 사람은 저우샤오촨”

    미국과 중국의 중앙은행 총수 가운데 누가 세계 경제에 더 영향력이 큰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서슴지 않고 중국의 중앙은행장 손을 들었다. 포린폴리시는 29일 인터넷판에 올린 ‘올해의 사상가’ 순위에서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을 벤 버냉키(5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을 제치고 4위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포린폴리시는 1위에 버냉키를 선정했었다. 포린폴리시는 저우 행장이 “세계 경제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그는 지난해 미국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통화를 제안한 데 이어 올해도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점을 인정하도록 미국을 끊임없이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게이츠·버핏 공동 1위 포린폴리시는 이날 최신호(12월호)에 ‘올해 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가 100명’을 발표하면서 “2010년은 냉전이후 미국 유일 체제가 끝난 결정적인 해로 역사가들이 기록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공동 1위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뽑았다. “이들은 힘든 시기에도 위대한 새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중국, 인도 등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부호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운동을 펼쳐 지금까지 40명을 동참시켰다. 포린폴리시는 “게이츠는 각국 정부와 유엔 같은 국제기구들이 지구촌 현안 앞에서 움츠리고 있을 때 기업가들의 혁신 정신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2위에는 세계 금융위기의 격랑 속에서 ‘소방관’ 역할을 해온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선정됐다. 이들은 선진국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IMF와 세계은행을 신흥경제국들의 요구와 부상에 더 초점을 맞추도록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3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랐다. 포린폴리시는 오바마 대통령이 더딘 경제회복과 아프간전 상황 악화 등으로 고전 중이지만 선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라고 밝혔다. 포린폴리시는 올해가 중국의 자신감에 찬 글로벌 행보와 함께 브라질, 터키 같은 신흥국가들의 독자외교 행보가 두드러진, ‘선진국 아닌 다른 지역’의 부상이 현실로 나타난 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브라질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화시킨 셀소 아모링(6위) 브라질 외무장관과 국제사회에서 터키의 위상을 높인 아흐메트 다부토글루(7위) 터키 외무장관을 상위에 올려놓았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8위)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미군 개혁을 주도한 로버트 게이츠(9위) 미 국방장관, 유럽의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선 앙겔라 메르켈(10위) 독일 총리 등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중국인 6명 뽑혀… 한국인은 없어 중국의 부상을 반영하듯 저우 행장을 비롯해 중국인은 6명이 100명 가운데 뽑혔다.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16위), ‘중국의 평화부상론’을 펼쳐온 정비젠(鄭必堅·44위) 전 중앙당교 교장, 중국경제의 대표적 이론가인 판강(樊綱·60위) 국민경제연구소 부소장 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비판적 언론인 후수리(胡舒立·82위) 전 차이징 편집인, ‘소통의 블로거’ 한한(韓寒·86위) 소설가 등이 포함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한국인은 100위 안에 한 사람도 들지 못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젊은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 천기누설’

    젊은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 천기누설’

    찬바람이 불어친다. 바야흐로 신춘문예 계절이다. 창작과비평, 실천문학, 문학동네 등 내로라하는 문예지들도 신인작가를 뽑고 있지만 신춘문예가 지닌 묵직한 무게감은 예비 문인들에게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심한 가슴앓이를 하는 예비 문인들을 위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3명의 젊은 스타작가로부터 ‘신춘문예 천기누설’을 들어봤다. ●심사위원과 역대 당선작 눈여겨보라 ‘나쁜 피’,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등을 펴낸 소설가 김이설(35)은 당선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출산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날아온 당선 소식은 산모의 힘겨움은 물론, 10년간 이어졌던 낙선의 막막함도 훨훨 날려 보냈다. 그는 “아직도 이맘때가 되면 가슴이 아련해진다.”면서 “요즘같이 감각적인 것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문학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 경이롭고 숙연해질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한국 문단의 팔방미인 김경주(34)는 신춘문예에 도전한 지 두 번 만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그 역시 “한국의 문청(문학청년)이라면 이 계절에 속앓이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역대 심사위원과 경향을 꼼꼼히 살펴본 뒤 희곡과 시에 함께 응모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예술의 영역을 점수로 객관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심사위원들의 개별적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역대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그들의 작품을 꼼꼼히 읽어 보는 것도 한 요령이 될 수 있다고 김경주는 조언한다. ●‘신춘문예 스타일’ 따로 있다? 중복 투고하지 않는 것은 필수다. 간혹 이러한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응모 분야를 정확히 기재하는 것과 분야별 원고 분량 및 투고 편수를 차지도 넘치지도 않게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원고지 80장 안팎의 단편소설 분야에 150장짜리 원고를 보낸다거나, 시 분야에 10편 남짓씩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것도 곤란하다. ‘신춘문예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말도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예컨대 ‘첫 문장은 단문으로 짧게, 시작과 결말의 구성 및 인물은 서로 대응하게, 너무 튀는 주제보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해야’ 등의 얘기다. 오랜 분석을 통해 나온 공식인 만큼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신봉할 금과옥조는 아니라고 김이설은 말한다. 그는 “응모작이 수백 수천편 되다 보니 아예 새로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원고에 (심사위원의) 눈길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춘문예 당선 자체를 목표 삼지 마라 장편소설 ‘재와 빨강’ 등으로 유명한 편혜영(38)은 “당선 뒤 3년 동안 작품 청탁이 오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신춘문예 당선 자체를 목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그는 “물론 지나고 보니 개성 있는 주제의 작품을 쓰면 될 뿐,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면서도 “그때를 돌이켜 보면 자칫 화려하게 등단한 뒤 남모를 속앓이와 방황의 시간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예비 당선자들에게 조언했다. 김이설도 “당선 이후 목표를 상실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습작 시절이나 당선 뒤나 ‘좋은 소설’을 쓰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흔들림 없이 작품 활동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신춘문예에) 도전 중인 후배들을 떠올리면 함부로 내뱉기 힘든 푸념일지 모르지만 평생을 함께할 문학임을 명심하고 작품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순두 해째를 맞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이들 세 사람 외에도 하성란(1996년 ‘풀’), 백가흠(2001년 ‘광어’), 우승미(2005년 ‘빛이 스며든 자리’), 황시운(2007년 ‘그들만의 식탁’) 등 이미 문단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젊은 작가들을 대거 배출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인 주인공’ 약속지킨 베르베르 신작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9)의 신작 장편 ‘카산드라의 거울’(전 2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이 출간됐다. ‘카산드라의 거울’은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한국인으로 설정됐다는 사실 때문에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은 베르베르는 “‘카산드라의 거울’의 남자 주인공은 한국인 김예빈으로 한국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며 썼다.”고 밝혔다. 엄밀히 살펴보면 김예빈은 대한민국 남성이 아니라 어린 시절 난민으로 프랑스에 흘러들어 간 탈북자 출신의 컴퓨터 천재다.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미래를 예언하는 17세 소녀 카산드라다. 그가 프랑스 파리 쓰레기처리장에 사는 네 명의 노숙자와 함께 미래의 재앙에 맞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과거는 전혀 모르는 소녀 카산드라는 미래를 보는 능력과 함께 아무도 그 예언을 믿지 않는 저주까지 함께 받은 고대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와 닮은꼴이다. 고아 기숙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교장의 귓바퀴를 물어뜯어 버린 뒤 탈출한 카산드라는 왕년의 외인 부대원, 전직 에로 영화배우, 아프리카 흑인 주술사 등 괴짜 노숙자들과 만난다. 베르베르의 책을 독점적으로 출판해 온 출판사 열린책들 측은 “프랑스, 한국, 러시아에서 베르베르의 인기가 높은데 어떤 책은 프랑스 현지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일도 있다.”며 “베르베르의 책은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지만 그 상상력이 과학과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한국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산드라’은 파리에 실제로 있는 초고층 빌딩 몽파르나스 타워, 몽수리 배수지, 고대에 건설된 지하 터널 등 실제 공간을 도입, 환상성에 기댄 예전 작품에 비해 긴박하고 강렬한 액션 영화와 같은 현실을 담아냈다. 특히 지하 터널 카타콤은 작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답사해 사실적 묘사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어판에는 만화가 홍작가의 강렬한 삽화가 실려 한 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의 현실감을 더해 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타임 선정 20세기 세상을 바꾼 25명의 여인들

    타임 선정 20세기 세상을 바꾼 25명의 여인들

    ‘철의 여인 대처, 패션 아이콘 샤넬, 섹스심벌 마돈나까지….’ 미 시사주간 타임이 19일 20세기 세계를 움직인 25명의 ‘파워우먼’을 추려 발표했다. 이들 여걸은 여성 특유의 감성을 앞세우면서도 때로는 남성을 압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세상을 바꿨다. ●코라손 아키노·힐러리 클린턴 포함 우선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정치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한 여성 지도자가 눈에 띈다. 유럽 최초로 여성 국가수반이 됐던 마거릿 대처(85) 영국 전 총리와 독일 첫 여성 정상인 앙겔라 메르켈(56) 총리, 이스라엘에서 처음 여성 총리가 된 골다 메이어(1898~1978년)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타임은 “대처가 11년간 최장수 총리로 재임하며 사회적 저항에도 공기업 민영화나 저세율 정책 등을 줄기차게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이끌었던 코라손 아키노(1933~2009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63) 미 국무장관도 포함됐다. 주요 2개국(G2)인 중국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부인이었던 장칭(江靑·1914~1991년)과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년)도 나란히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혔다. 2명 모두 ‘그림자 내조’에 그쳤던 영부인의 역할을 벗어나 사회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황혼기의 모습은 엇갈렸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아내였던 엘리너는 남편의 정치활동을 도우면서도 직접 라디오에 출연하고 칼럼을 쓰면서 여성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1945년 남편이 사망한 뒤에도 유엔 주재 미국대표를 맡는 등 영향력을 발휘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 장칭도 문화대혁명(1966~1976년)을 진두지휘하며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남편이 1976년 사망한 뒤 반혁명분자로 몰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91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통적으로 ‘여풍’이 강했던 패션 및 문화·예술 영역에서는 화장품 회사 설립자인 에스티 로더(1908~2004년), 패션제국 ‘샤넬’을 만든 가브리엘 샤넬(1883~1971년) 등이 ‘세기의 여성’ 자리를 차지했다. 또 단돈 35달러를 들고 고향 미시간주에서 뉴욕으로 건너가 ‘미국 최고 팝스타’의 꿈을 이룬 마돈나(53)도 마찬가지다. ●마리 퀴리·버지니아 울프도 뽑혀 이 밖에 방사성 원소 폴로늄, 라듐 등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거머쥔 마리 퀴리(1867~1934년), 저서 ‘침묵의 봄’ 등을 통해 환경 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레이철 카슨(1907~1964년), 테레사 수녀(1910~1997년),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년) 등도 역시 ‘파워 우먼’으로 선정됐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주말 영화]

    ●친니친니(OBS 일요일 오후 11시 20분) 피아노 조율사 첸가후(금성무·왼쪽)는 일하러 갔던 어느 집에서 눈물 흘리며 매달리는 여자를 뿌리치고 집을 나서는 한 남자와 같은 버스를 타게 된다. 초라한 옷차림만큼이나 초라한 종이 상자 하나가 삶의 전부라 말하는 남자 유목연(곽부성)은 자칭 소설가이다. 출판된 소설은 없지만 그 모든 것이 머릿속에 있다고 허풍을 떠는 목연은 단지 버스에 동행했다는 이유로 가후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가후는 이층집에 이사 온 피아니스트 목만이(진혜림)와 사랑에 빠진다. 이사 온 다음 날부터 쉴 새 없이 피아노를 두드려대는 소리가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목연은 그 소리 때문에 결국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가후는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해 애쓴다. 다음 날, 만이와의 데이트를 생각하며 멋진 옷을 사 입고 돌아오던 가후는 싸이렌 소리와 수많은 사람들로 어수선한 아파트 앞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목연과 만이를 발견한다. 목연이 집에 불이 나 당황해하는 만이를 달래고 있는 것이다. 한발 늦은 가후의 소리 없는 한숨을 뒤로 한 채 목연과 만이의 사랑은 시작된다. ●빌리 엘리어트(EBS 일요일 오후 2시 40분) 11살 소년 빌리는 영국 북부 지방에 살고 있다. 광부인 형과 아버지는 파업 상태이고,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빌리는 할아버지의 오래된 권투장갑을 끼고 체육관을 찾는다. 체육관에서는 권투 교실과 발레 교실이 함께 열리고 있다. 그러나 곧 빌리는 자신의 발이 손보다 훨씬 능란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발레 선생님인 윌킨슨 부인의 독려에 힘입어 권투를 그만두고 발레 교실로 옮기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빌리의 아버지는 곧 그를 말리지만 빌리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런던의 로얄발레학교 입학 시험을 보라고 격려해 주는 윌킨슨 부인과 함께 열심히 오디션을 준비한다. 그리고 빌리의 춤을 본 아버지도 발레만이 빌리가 탄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브레이커블(OBS 토요일 오후 11시 20분) 필라델피아에서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다. 승무원과 승객을 포함하여 131명이 현장에서 즉사한 대형 사고였지만 놀랍게도 한명의 생존자가 발견된다. 바로 대학교 풋볼 스타디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이다. 데이빗은 대학 시절 영웅처럼 떠오르던 스타 선수였으나 자동차 사고로 선수 생명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이다. 놀라운 것은 그때의 사고에서도 그가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혼자만 살아났다는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데이빗은 자신의 승용차에 꽂혀있는 쪽지를 발견하고는 쪽지를 보낸 엘리야 프라이스(사무엘 잭슨)라는 사람을 찾아간다. 엘리야 프라이스는 어떤 이유에서 데이빗 던이 자신을 만나러 오도록 쪽지를 남긴 것일까.
  • 소설가의 상상에 비친 낯선이들의 삶

    지난 10년간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한 명이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였던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가 2007년 발표한 소설 ‘삶과 죽음의 시’(열린책들 펴냄)가 국내 출간됐다. 주인공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저자’로 지칭되는 40대의 유명 소설가다. 그가 자신의 신작을 소개하는 문학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의 여덟 시간 동안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저자는 카페에서 지친 얼굴에 엉덩이가 비대칭인 웨이트리스, 갱단의 왕초와 심복처럼 보이는 50대 두 남자를 보고 그들의 인생을 상상한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을 관찰하며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의 줄타기를 즐긴다. 문학의 밤 행사에서도 문학평론가의 분석이나 청중의 질문 대신 양 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육중한 체구의 여자, 여드름투성이의 풋내기 시인인 듯한 소년, 10여년 전 교외 노동자 주거지 낡은 학교의 이상주의적 교사였을 것 같은 땅딸막한 인물 등을 관찰하며 소설 속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 시작은 웨이트리스와 후보 골키퍼 간 첫사랑이나 과일 절임을 만드는 문화 애호가 여자와 풋내기 소년의 밀회 등과 같은 유쾌하고 은밀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소설 속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저자의 상상은 삶과 죽음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본다. 낭독회에서 늘 듣던 흔한 질문들에 이미 여러 번 써먹은 대답들을 늘어놓던 저자는 문학에 대해서도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그는 부끄러움과 혼란에 휩싸인다. 그는 그들 모두를 저 멀리 무대 끄트머리에서, 그들이 단지 자신의 책에 써먹으려고 존재하는 대상인 양 관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사의 낡고 검은 보자기 속에 영원히 머리를 파묻은 채 만지거나 만져질 수 없는 아웃사이더라는 깊은 슬픔이 부끄러움과 함께 밀려온다.” 소설가나 기자는 어떤 상황과 현장에서도 주인공이 아니라 관찰자 또는 아웃사이더란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어떤 저자나 기자도 처음에는 독자였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세계적 거장의 사색은 ‘이야기의 힘’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혜수”표정 연기는 한석규 오빠가 최고”

    김혜수”표정 연기는 한석규 오빠가 최고”

    “한석규의 표정연기에 ‘역시 오빠 최고!’라고 생각했다.” 배우 김혜수가 영화 ‘이층의 악당’(감독 손재곤)에서 호흡을 맞춘 한석규에 대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15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이층의 악당’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혜수는 이날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며 “영화를 찍는 내내 빨리 스크린에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김혜수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와 한석규가 숨바꼭질을 하듯이 찍은 지하실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면은 영상으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척 재미있게 그려졌다”고 말했다. 이에 한석규는 “그 장면의 나와 김혜수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혜수는 “극중 한석규의 표정 연기가 아주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내가 분한 연주와 딸 아이, 건달을 대할 때,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다양해서 ‘역시 오빠 최고!’라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이날 김혜수는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손재곤 감독에 대한 칭찬도 전했다. 그는 “영화를 보며 감독님께 너무 잘 찍었다는 얘기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함께 자리한 손재곤 감독은 쑥스러운 듯 김혜수의 어깨를 밀어내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11월 25일 개봉 예정인 ‘이층의 악당’은 소설가를 사칭한 창인(한석규 분)이 신경쇠약의 독설가 연주(김혜수 분)의 2층집에 들어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서스펜스 코미디다. 김혜수는 한석규와 함께 코믹 호흡을 맞추며 180도 달라진 캐릭터를 선보인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사진 현성준 기자
  • 조정래·장사익의 김제 여행

    소설가 조정래와 소리꾼 장사익이 15일 오후 6시 30분 방송되는 SBS TV ‘감성여행 내 안의 쉼표’와 함께 전북 김제로 가을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은 과거 조정래가 우연히 장사익의 노래를 듣고 단번에 매료되면서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우정을 쌓아왔다. 이번 여행에 조정래는 2만장에 이르는 ‘아리랑’의 육필 원고를 비롯, 스님인 아버지로 인해 절에서 태어나 스님이 될 뻔한 사연과 문학청년 시절 링컨 초상화로 아내 김초혜 시인의 마음을 빼앗은 러브스토리 등을 공개한다. 여행 내내 곳곳에서 구성진 소리를 뽑아낸 장사익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소리를 시작하게 된 사연과 남모르게 갈고닦은 붓글씨를 선보인다.
  • 경희문학상에 김용만·이봉일씨

    소설가 김용만(70)씨와 문학평론가 이봉일(47)씨가 경희대와 경희문인회(회장 김용성)가 선정하는 제23회 경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집 ‘엄마의 가상공간’과 평론집 ‘문학과 정신분석’이다. 상금은 각각 1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19일 오후 6시 경희대 중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다.
  • 개마고원 포수와 조선 마지막 백호의 7년간의 승부

    “피와 땀이 흥건한, 인생의 깊은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세편쯤 쓰고 싶고 이 작품이 그 첫 번째다. 그러한 작품을 꾸준히 쓰려고 교수직도 그만두었다.” 소설가 김탁환(42)씨가 새 장편 ‘밀림무정 1·2’(다산책방 펴냄)를 펴냈다. 무협물 같은 느낌의 제목에 날카로운 눈빛의 포수와 백호가 표지그림으로 등장한 소설은 개마고원이 배경이다.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옥의 묵시록’이나 ‘대부’처럼 강력한 이야기, 규모가 큰 장편소설을 쓰고 싶었다.”라고 밝힌 김씨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직을 던지고 1940년대를 배경으로 포수와 조선 마지막 호랑이의 승부를 그렸다. 출판사 측에서는 한국형 ‘노인과 바다’ 또는 ‘모비 딕’이라고 소설의 성격을 규정했다. 백호에게 아비와 동생을 잃은 산은 아비의 유품인 총 ‘밀림무정’을 들고 단 하나의 적 백호를 찾아 설원을 누빈다. 암컷과 새끼를 산에게 잃은 백호에게도 산은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다. 작가는 이들의 승부에서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을 본다. “소설을 쓰고 나서 넘어설 수 없는 적을 상정하고,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게 지금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했다. ‘밀림무정’은 가장이라는 같은 역할을 가진 한 인간과 짐승이 충돌할 때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설을 쓰고자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인 러시아 라조 지역 일대까지 답사했다. 호랑이가 지나간 지역을 따라가고 맹수들의 생태에 대해 철저히 감수를 받은 덕에 소설 속의 숲과 동물에 대한 묘사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소파에 드러누워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다가 또는 만원 지하철 속에서 한강 다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볼 때 가슴이 끓는다면 ‘밀림무정’은 바로 당신을 위한 소설이다. 생을 송두리째 걸 만한 거대한 목표를 갈망하고, 내 안의 강함을 확인시켜주는, 적을 열망하는 야성을 간직한 이에게 포수와 호랑이의 7년간의 승부는 혈관 속의 피를 끓게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람의 몸과 꽃·나무·자연이 서로 엉기며… ‘나’의 숲은 희망을 꿈꾼다

    사람의 몸과 꽃·나무·자연이 서로 엉기며… ‘나’의 숲은 희망을 꿈꾼다

    소설가 박완서가 ‘인정머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이 냉정한 단문이 날이 선 얼음조각처럼 내 살갗을 저미는 것 같았다.’라고 평했던 김훈(52)의 문장이 신작 ‘내 젊은 날의 숲’(문학동네 펴냄)에서는 훨씬 누그러진 느낌이다. 주인공인 화자가 1인칭 여성이어서일까.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미혼인 ‘나’(조연주)의 아버지는 교도소에 있다. 하위직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그 작은 직권으로 성병에 걸린 접객업소 여종업원을 협박하거나 검진증을 팔아먹는다. 단속정보를 미리 빼돌려 영업정지 처분을 막아주거나 풀어주면서 벌어온 돈으로 미술대학 디자인과에 합격해 서울에 올라온 연주에게 방 두칸짜리 아파트를 구해준다. 4년간에 걸친 등록금, 미술 재료비, 용돈 그리고 첫 직장에 취직했을 때 출퇴근용으로 쓰라고 소형 자동차도 마련해준다. 6급 지방 공무원인 아버지가 뇌물죄로 구속 수감되면서 더 이상 이 세상과 부딪치거나 비비적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연주는 편안해한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회사를 사직한 연주는 계약직 공무원 공채 선발과정을 거쳐 최북단 민간인 통제선 안 국립 수목원의 세밀화가로 채용된다. 민통선 검문소에서 연주는 김민수 중위를 처음 만난다. 연주가 수목원에서 패랭이꽃, 목련, 작약꽃, 서어나무, 겨울눈 등의 세밀화를 수채화로 그리는 동안 아버지는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일곱달 만에 뇌일혈 발작으로 세상을 뜬다. 김 중위의 부탁으로 정전 50주년 기념 전사자 유해발굴단이 찾아낸 뼈 그림도 그린다. 수목원의 예산 부족으로 재계약이 되지 않은 연주는 서울로 돌아온다. 연주의 핸드백에는 제대하고 건설회사에 취직한 김 중위의 명함 한장만이 들어 있다. 김훈은 작가의 말에서 “돌이켜보니, 나는 단 한번도 ‘사랑’이나 ‘희망’ 같은 단어들을 써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내 젊은 날의 숲’에서도 김 중위는 연주에게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는 고백조차 없이 자신의 개인사를 술술 말한 뒤 뼛조각 이야기를 하고 명함을 건넨다. 주인공이 수목원에서 일하는 화가인 만큼 소설에는 사람의 몸과 꽃,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 서로 엉기어 드는 풍경이 잘 그려져 있다. 하지만 미술학원 원장의 자살이나 공무원의 비리 구조, 연주 아버지의 병세, 유해발굴단의 작업을 묘사할 때는 잠시 소설 주인공이 화가에서 사회부 기자로 바뀐 듯한 착각이 든다. 6·25전쟁에 참전한 병사의 편지와 삐라의 내용은 자세하게 인용한 출처를 밝혀놓았다. 최근 작가들이 소설에 다른 책이나 기사의 내용을 인용했다가 표절로 곤욕을 치른 사례가 있어 무심하게 보아 넘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단편 ‘언니의 폐경’을 제외하면 여성 주인공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일이 흔치 않은 김훈의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은 “여생의 시간들이, 사랑과 희망이 말하여지는 날들이기를 나는 갈구한다.”라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三色 우리가락

    三色 우리가락

    각박한 현대사회.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국악은 지루하고 고루한 과거의 파편일 수 있다. 하지만 김덕수(58), 황병기(74), 그리고 고(故) 박병천. 이들 명인의 한마당은 그저 과거를 재현한 박물관의 울타리가 아니다. 국악이란 언어로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를 기약하는, 악착같은 소통의 아우성이다. 젊음 : 김덕수 사물놀이라는 농촌 예술을 도심 한가운데에 올려놨던 김덕수. 청년 국악인들을 끌어모아 문을 여는 ‘2010 서울젊은국악축제-청마오름’(www.nowonart.kr)은 국악에 젊음을 담아내려는 국악인들의 안간힘이다. 오는 21일 서울 노원 문화의 거리에서 김덕수의 ‘신명’(神明) 한마당으로 축제의 첫 문을 연다. 축제에서 ‘예술감독’ 감투를 쓰고 있는 김덕수의 길놀이 한판이다. 김덕수의 사물놀이에서 관객과 연희자의 무대 구분은 무의미하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나는 사물들을 모두 함께 두들겨 패며 열어 젖히는 연희의 판이요, 남녀노소를 넘어 서로가 하나되는 공존의 장이다. 축제는 27일까지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과 구로아트밸리, 인사동과 청계광장 등으로 이어진다. ‘시나위’, ‘홀’, ‘연희집단 The 광대’ 등 혈기 넘치는 국악 신세대들이 가세한다. 발레리노 이원국, 성악그룹 ‘쓰리 베이스’, 기타리스트 최이철 등이 국악의 빈자리를 메운다. 현대와 소통하는 젊은 국악인들이 켜는 기지개다. 실내 공연은 전석 3000원이며 야외 공연은 무료다. (02)951-3355. 통섭 : 황병기 가야금 명인 황병기. 자리잡기가 녹록지 않은 창작 국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대중의 곁에 올려놨던 그다. 그의 손길에는 전통은 물론 아방가르드까지 교차한다. 그는 가야금의 명인 이전에 통섭(通涉)의 대가다. 새달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2010 황병기의 소리여행 : 가락 그리고 이야기’는 황병기 인생 통섭의 절정이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가즈히토 야마시타가 연주하는 한국 최초 창작 가야금 독주곡 ‘숲’, 록그룹 ‘어어부 프로젝트’가 내놓는 황병기의 역작 ‘미궁’까지, 그의 일흔줄 인생이 얽히고설켜 또 다른 창조물을 일궈낸다. 소설가 이외수의 감성적인 무대 예술, 여기에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가세하면서 통섭의 진면목을 과시한다. 퓨전음악이 난무하는 혼돈의 국악판. 창작음악의 선두에서 상쇠나 다름없던 명인의 작품 한마당은 젊은 예술인에게 진지한 고민을 던지는 듯하다. 과연 우리 국악이 나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옛것 그대로를 마냥 지키는 게 맞을까, 아니면 기계적으로라도 섞는 게 옳을까. 해답까지는 몰라도 통섭의 교훈은 얻어갈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만~10만원. (02)548-4480. 세대교체 : 박병천 씻김굿. 망자를 위한 의식이다. 망자의 몸을 씻길 때 그 앞뒤에 벌어지는 굿 대목이다. 한 대목 한 대목에서 처연한 노래가 불리고 슬픔은 그렇게 산자의 영혼을 닦는다. 죽음도 흥의 빌미가 되는 땅 진도. 그 보배로운 섬의 예술을 뭍에 올렸던 무당 박병천(1932~2007) 선생의 진도 씻김굿이 그의 후예들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 씻김굿 한마당은 14일 밤을 넘긴다. 서울 대치동 한국문화의집에서 오후 2시부터 열리는 1부 ‘유작전’은 고인이 씻김굿에 나오는 대목을 무용으로 창작한 작품을 제자들이 재연한다. 고인의 막내딸 윤정(30)씨가 살풀이를 더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대를 이어가며 갱생하는, 세대 교체의 한 장면이다. 24대를 이어온 씻김굿 유전자가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던 고인의 처절한 유산이다. 2부 ‘씻김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된 진도씻김굿이다. 진도 원로 예술인들이 상경해 이튿날 새벽 1시까지 판을 달군다. 고령이라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이들과 고인의 제자들이 함께 펼치는 헌사다. 1·2부 각각 1만원. (02)3011-1720~1.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충무로 여배우 파워시대 ‘女·優·天·下’

    충무로 여배우 파워시대 ‘女·優·天·下’

    영화계 근심 가운데 하나가 ‘여배우 기근’이다. 올해 초 ‘의형제’부터 10일 개봉하는 ‘초능력자’까지, 대세는 ‘남녀 투톱’보다 ‘남·남 투톱’이 돼버렸다. 2008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이후 스릴러 강세 현상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여배우들이 설 자리를 잃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좋겠다. 올해 말부터 새해까지, 스크린에 새바람을 몰고올 여배우들의 영화가 다수 준비돼 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여성 원톱 릴레이 향연 ‘남·남 투톱’의 대세 속에서 ‘여배우 원톱’ 영화들이 슬슬 기지개를 켠다. 우선 김하늘이 눈에 띈다. 지난해 ‘7급 공무원’에서 화려한 액션과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김하늘은 안상훈 감독의 ‘블라인드’에 캐스팅됐다. ‘블라인드’는 뛰어난 감각과 능력을 가진 여자 경찰대생이 어느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우연히 사이코 패스의 타깃이 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물이다. 끔찍한 범죄현장의 유일한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되는 휴먼 스릴러로, ‘국민 남동생’ 유승호와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에서 주최한 시나리오 피칭 행사인 ‘2009 히트 바이 피치’에서 대상을 수상, 탄탄한 스토리 또한 검증이 됐다는 평가다. 최근 TV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꽃도령’으로 주목을 끈 박민영도 가세했다. 변승욱 감독의 ‘고양이’에 원톱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고양이’는 애완견 숍에서 일하는 한 20대 여자가 고양이와 생활하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양이의 죽음 때문에 공포에 시달린다는 내용을 담은 호러물이다. 당초 ‘펫숍’이라는 가제로 알려졌으나 최근 영화 제목을 확정지었다. 새해 여름 개봉될 예정이다. 김하늘과 박민영 모두 남자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릴러 영화에 원톱으로 출연한다는 점이 무척 이례적이다. 한류스타 송혜교도 ‘노바디 썸바디’(가제)로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다. 송혜교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옴니버스 멜로 영화 ‘카멜리아’에 출연하는 등 간간이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상업영화로 돌아온 것은 2006년 ‘황진이’ 이후 4년 만이다. ‘노바디 썸바디’는 한 방송국 PD가 약혼자를 뺑소니 사고로 잃고 난 뒤 주변과 갈등을 겪고 이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도 이목을 끈다. 김혜수·강수연… 여제의 귀환 한국 영화를 이끌었던 ‘기둥’들도 스크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강수연과 김혜수, 여기에 임수정과 하지원도 개봉작 준비에 여념이 없다. 2006년 ‘한반도’에서 명성황후 역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한 강수연은 이번 영화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 역할을 맡았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버린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다시 복원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달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이다. 김혜수 역시 ‘여제의 귀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손재곤 감독의 ‘이층의 악당’에서 한석규와 함께한다. 2008년 ‘모던보이’ 이후 2년 만이다. 소설가를 사칭한 사기꾼이 신경쇠약에 걸린 독설가의 2층집에 들어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서스펜스 코미디다. 25일 개봉 예정이다. 지난해 ‘전우치’로 610만명의 관객을 동원, 티켓 파워를 입증한 임수정도 장유정 감독의 ‘김종욱 찾기’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첫 도전이다. 여기에 ‘로맨틱 가이’ 공유와 함께 커플 신고식을 치러 관심도 높다. 뮤지컬이었던 이 작품의 대본을 쓴 장유정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새달 개봉 예정. 흥행 불패신화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하지원의 복귀는 초미의 관심사다. ‘해운대’와 ‘내사랑 내곁에’에 이어 3D(3차원 영상) 블록버스터 영화인 ‘7광구’까지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영화는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기획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에서 벌어지는 심해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투를 그려냈다.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이 영화는 거품 논란이 일었던 3D 열풍을 이어갈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한자리에 모인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한자리에 모인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12년 만에 시집을 낸 시인, 중국에서 한국어 교사로 일하며 번 돈으로 태국에서 첫 장편소설을 완성한 소설가, 치과의사를 부업으로 삼아 희곡을 쓰는 극작가…. 제18회 대산문학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다양한 이력이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는 대산문학상은 올해 시 부문에 최승자(58) 시인의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 소설 부문에 박형서(38)씨의 장편소설 ‘새벽의 나나’, 희곡 부문에 최진아(42)씨의 ‘1동 28번지, 차숙이네’를 각각 선정했다. 평론 부문에는 김치수(70)씨의 평론집 ‘상처와 치유’, 번역 부문에는 이인성 원작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을 공역한 ‘Interdit de folie’의 최애영(49)씨와 장 벨맹-노엘(79)이 뽑혔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수상자들을 만났다. 경북 포항에서 올라온 최승자 시인은 “요즘 시들이 너무 다변화돼 언어만 날뛰는데, 말로 흘러가는 게 아니고 시적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한번 생각에 사로잡히면 끝없이 물고 늘어져 밥도 잊어버리고 혼잣말을 하곤 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며 “지난해부터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경림·신달자 시인 등 시 부문 심사위원단은 최 시인의 시에 대해 다변의 범람 속에 간결성과 간절함이 단연 돋보인다고 평했다. 신경림은 “시인이니까 시를 쓰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최승자 시인은 시를 써서 시인이 되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할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일찌기 나는’ 중에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십 세’ 중에서)와 같은 시어로 젊은이를 열광시켰던 최 시인은 이제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참 우습다’ 중에서)라고 노래한다. 태국을 무대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짚은 소설 ‘새벽’의 박형서씨는 “두껍고 끈적끈적한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소설을 위해 태국에서 1년 반가량 머물렀는데 항상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공을 들여서 작품을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연극연출가 겸 극작가로 변신한 최진아씨는 “희곡을 잘 쓴다는 게 너무 어렵지만 연극에 기대어 산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고 말했다. 평론 부문의 김치수씨는 “문학으로 상을 받는 것은 여분의 몫이라 생각한다. 외길로 평생을 걸어오니까 우연히 나에게도 상이 찾아왔다.”고, 번역 부문의 최애영씨는 “원작의 힘이 컸고, 공역을 하면서 정교한 교감이 필요했다.”고 각각 소감을 전했다. 상금은 소설 5000만원, 시·희곡·평론·번역이 각각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은 번역 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외국에서도 출판될 예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90년대 오렌지족의 내밀한 풍경

    1993년 개봉한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욕망과 문화적인 욕구가 공존하던 1990년대 서울 강남의 모습을 신랄하게 풀어내 관심을 모았다. 소설가 노희준의 장편 소설 ‘오렌지 리퍼블릭’(자음과모음 펴냄)은 자본주의 소비 문화를 대표하는 압구정동 ‘오렌지족’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약 20년 전 등장한 오렌지족은 강남 부유층 2세, 즉 명품 옷에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쾌락을 즐기는 부류로 인식됐다. 압구정동은 그들의 본거지로 꼽혔다. 소설 무대인 강남 출신의 작가는 구체적인 묘사와 재구성으로 ‘오렌지 공화국’을 눈앞에 생생히 재현한다. 그 시절 강남 아이들은 ‘세 종자’로 분류된다. 먼저 배밭 시절부터 살던 원주민과 집값이 싸던 개발 초기에 이주한 재래종 ‘감귤’. 이들은 운이 좋되, 진정한 부자라고는 할 수 없다. 신흥 귀족은 1980년대 유입된 ‘외래종’으로, 이들 중에서도 최상위계층이 ‘오렌지’로 불린다. 뒤늦게 강남에 발을 붙인 이들은 ‘탱자’로 강남에 살지만 ‘온몸으로 강북인 아이들’로 묘사된다. 주인공 노준우는 평범한 회계사의 아들로 핵심그룹에 들지 못하는 ‘왕따’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우여곡절 끝에 오렌지족 무리와 어울리며 우월감을 맛보지만, 마음 한편은 늘 허하고 우울함이 가시지 않는다. 준우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는 감귤일 뿐, 그들처럼 상등품 오렌지가 될 수 없었다.”고 스스로 되뇌인다. 소설은 노준우가 ‘오렌지 공화국’에 입성하기까지의 고군분투, 오렌지족 행세를 하며 세상을 깔보고 욕망을 분출하던 시절, 헛된 망상을 버리고 제자리로 돌아오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부(富)라는 국경으로 자신들만의 국가를 건설했던 1990년대 압구정동 오렌지족의 내밀한 풍경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등장 인물들의 위험한 욕망과 권력에 대한 끝없는 탐욕은 여전히 ‘오렌지 공화국’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012년 대구문학관 건립

    대구 출신 문인들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대구문학관이 건립된다. 28일 대구문인협회에 따르면 시인 이상화·이장희, 소설가 현진건 등 대구 출신 문인들의 자료를 전시하는 문학관을 건립키로 했다. 문학관은 옛 상업은행 자리에 연면적 1603㎡ 규모로 들어선다. 이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4층 및 옥상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3층과 4층을 전용공간으로 사용한다. 문학관은 특정 작가 중심이 아니라 ‘종합문학관’ 성격을 띠며, 대구에서 활동했던 작고한 작가는 물론 현재 활동 중인 작가들의 모든 자료를 수집해 전시할 예정이다. 또 1층과 2층은 ‘전후 문화재현관’으로 꾸며진다. 이중섭, 유치환, 양명문, 최정희, 양주동 등 6·25 당시 대구에 머물렀던 예술가들의 자취와 그 시절 모습을 재현한다. 이곳에는 문화예술관, 북카페, 전후문화체험실, 영상기기 전시관, 음악감상실, 전후 도심상점가 등이 들어선다. 국비 20억원, 시비 60억원 등 총 사업비 80억원이 투입된다. 내년 3월에 기본 및 설계용역을 의뢰한 뒤 5월 착공, 2012년 10월 개관할 계획이다. 대구문인협회는 대구문학관 건립을 위해 2009년 11월 건립 포럼을 시작으로 올해 3월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지금까지 6차례 추진위원회의를 거쳐 문학관 건립안을 확정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3층 대저택에 188마리 고양이와…

    원뿔 모양의 지붕이 얹어진 옥상 위 세 개의 탑, 프로방스 풍의 돌출 창과 요철 모양으로 마무리된 옥상 난간. 그리고 온통 모래로 뒤덮인 학교 운동장만 한 넓은 마당. 김희진(34)의 첫 장편소설 ‘고양이 호텔’(민음사 펴냄)의 여주인공 고요다가 살고 있는 집은 동화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거대한 성을 연상시킨다. 그녀는 열한 개의 방이 있는 3층짜리 대저택에서 188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작가의 말’에 그녀가 써 놓은 “이 소설은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 될 것이며, 다시는 소설 따윈 쓰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 때문에 작가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이처럼 소설은 자신을 베일속에 감춘 여 작가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그녀를 인터뷰하려고 고군부투하는 남성 기자 강인한이 만나면서 시작된다. 강인한은 고요다가 12인용 식탁 위에 특별 주문 제작한 3단 고구마 케이크를 놓고 서른 번째 생일을 자축하려는 순간 초인종을 누르며 끈질기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고요다의 집에 들어가게 된 강인한은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고요다는 조금씩 마음을 움직여 결국 어렵사리 인터뷰에 성공한다. 이야기는 작가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강인한과 이를 거부하는 고요다로 화자를 번갈아 가며 감각적인 심리 묘사와 함께 전개된다. 소설은 고요다가 사는 도시 인근에서 벌어진 25명의 연쇄 실종사건, 나날이 고양이의 수가 늘어나는 미스터리, 고요다 소설의 탄생 비밀 등이 추리와 판타지 요소가 뒤섞여 묘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2007년 소설 ‘혀’로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희진은 인터뷰를 둘러싼 두 인물 간의 팽팽한 밀고 당기기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 가는 연쇄 살인 사건을 교차로 보여주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소설에서 인터뷰는 성공했지만, 소통은 실패했다.”면서 “작가 김희진에게, 우리 시대는 이제 상처 받은 타인들의 상호 소통에 의한 치유를 바랄 수 없는 시대인 듯하며 그 냉정함이 김희진을 기대할 만한 소설가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고 평가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불완전한 세상 저버릴 수 없지” 현실 중심으로 역사·인간 고찰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2003년 작 ‘천국은 다른 곳에’는 폴 고갱(1848~1903)과 고갱의 외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탕(1803~1844)이 주인공이다. 소설의 한 장은 ‘체 게바라의 누님’으로 불린 여성혁명가 플로라의 이야기, 다음 한 장은 타히티섬으로 떠난 화가 고갱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소설의 두 축은 메두사의 두 얼굴처럼 따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로 융합된다. 요사의 소설은 두 축을 따라 큰 궤적을 그려 왔다. 하나는 초현실적인 것과 봉건적인 것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남미의 현실에서 비롯된 정치 소설이다. 흔히 남미 문학을 상징하는 용어인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기괴한 개념은 식민주의의 잔재와 서구의 최신식 무기가, 미신과 가톨릭이 공존하는 남미의 현실을 가장 잘 형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요사는 환상과 현실을 뒤섞지 않고, 현실을 중심에 놓고 역사와 인간을 고찰하는 정공법을 추구했다. 요사의 문학이 초기부터 추구한 또 다른 축은 인간의 관능성에 대한 탐구다. 정치적 리얼리즘과 공존하는 요사의 에로티시즘은 재기 발랄하면서도 인간적이다. 요사의 에로티시즘은 타히티에서 어린 원주민 처녀를 비롯해 동성애도 마다하지 않으며 성에 탐닉했던 고갱의 심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빛을 발한다. 청년 시절 쿠바 혁명을 열렬히 지지했던 요사는 1971년 ‘파디야 사건’을 계기로 정치 이념을 선회한다. 파디야 사건이란 쿠바 혁명 정부가 시인 에베르토 파디야를 검열해서 자아 비판하게끔 강요하고 동성애자들을 박해한 일이다. 이런 정치적 성향으로 페루 대선에까지 출마했던 요사가 낙선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정치적 소설이 ‘천국은’이다. “가족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여자를 사서는, 애 낳는 기계로 만들고, 짐 나르는 짐승으로 여기고, 게다가 후끈 달아오를 때마다 강제로 올라타는 짓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못할 짓입니다.” 1842년 ‘공산당 선언’보다 한발 앞선 ‘노동조합’을 발표하고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위와 같은 위험천만한 자신의 생각을 알리다가 1844년 남편의 총격 후유증으로 사망한 플로라. 여성은 이혼할 권리조차 없었던 시대에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서는 다른 피착취 대중들과 결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세상을 바꾸려 했던 혁명가였다. 어린 시절을 요사의 모국인 페루에서 보낸 폴 고갱은 “진정으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우리가 겉에 걸친 문명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져 버리고 우리 안에 있는 야성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확언했다. 19세기 예술계의 가장 유명한 스캔들 가운데 하나인 고갱과 반 고흐의 반목을 요사는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그려낸다. 1887년 고갱은 ‘미친 네덜란드 놈’(고흐)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당신 그림은 아주 끝내주던데요. 붓이 아니라 자지로 그린 그림 같았단 말이오. 예술작품이면서도 죄덩어리로 보이는 그림들입디다. 나도 내 자지로 그림을 그리고 싶소, 친구.”라며 꼴사납게 끝장난 고갱과의 우정을 시작한다. 19세기 희대의 인물 두 명을 교직시켜 만든 요사의 소설이 말하고 싶었던 바는 다음의 문장이 담고 있다. “플로라 할머니는 정의를 찾아내려고 무진 애를 썼을 테지. 그렇게 유난을 떨어댔으니 겨우 마흔한 살 나이로 인생 종친 거잖아!…선택받은 한 줌의 사람들을 위한 지상 천국을 세우기 위해 이 불완전한 세상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야.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이 세상의 불완전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거야.” 천국은 다른 곳에 있으며 정의나 유토피아는 모두 ‘미친 지랄’ 같은 것이라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소설가는 말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세상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요사는 주장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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