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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권력자의 말/주병철 논설위원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는 ‘말 속에는 피를 흘리지 않고서도 사람을 죽이는 용이 숨어 있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자의 몸을 살리기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거칠고 독살스러운 말은 그 근거가 약한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고,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조지프 키플링은 ‘말은 말할 것도 없이 인류가 사용한 가장 효력 있는 약이다.’라고 정의했다. 말의 힘이 얼마나 강하고 무섭냐는 얘기다. 말의 힘은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강도가 다르다. 아무래도 무소불위의 권력자들의 말이 가장 세다고 봐야 한다. 권력자들은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연설로 말의 위력을 과시한다. 2차 대전 당시 “나는 히틀러 말고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네. 그게 프로일세.”라며 스탈린과의 전략적 동맹의 불가피성을 밝힌 윈스턴 처칠, “예의에 어긋나고 군인답지 못한 짓 아닙니까. 군인의 양식을 믿습니다.”라는 길지 않은 연설로 군대와 의회의 충돌을 막은 조지 워싱턴의 연설이 말의 힘을 보여준다. 말의 힘은 더러 섬뜩하다. 1051년 프랑스 북부의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의 연설은 ‘말의 잔혹사’쯤으로 기록될 성싶다. 그는 사촌인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가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자 “고귀한 피의 대가를 톡톡히 되갚아 주겠다.”고 말했다. 16세기 잉글랜드 왕 헨리 8세가 1536년 링컨셔 민중봉기 때 “철저하게 파괴하고 불 지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조리 죽여 나머지 사람들에게 따끔한 본을 보여라.”고 한 것도 모골이 송연하다. 아돌프 히틀러도 살기 어린 연설이 많았다. 그런데 말의 힘은 오묘하기도 하다. 그리스제국의 황제 알렉산더 3세가 죽을 때 휘하 장수들이 통치권 이양에 대해 묻자 “가장 강한 자에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은 1914년 세르비아 출신 암살범에게 저격당한 뒤 쓰러지면서 “별일 아닐세, 별일 아니야.”라고 속삭였다. 그 직후 사망했고, 그것이 기폭제가 돼 1차대전이 벌어졌는데도 말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관상동맥 혈전으로 사망하기 직전 주위 사람들에게 “불을 꺼주게.”라고 했다지 않은가. “시위대와 싸우다 순교자로 죽을 것이다. 시위대가 약 먹었다.”며 ‘피의 보복’을 외치는 리비아 카다피의 잇단 막말 연설은 어떻게 결론날까. 아무튼 피가 피를 부르는 섬뜩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시론] 독거노인 보호의 허와 실/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론] 독거노인 보호의 허와 실/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느 소설가가 말했다. “살아가는 일은 인연을 짓는 일이며, 인연이 멀어지면 그것의 슬픈 그림자만 남는다.”라고. 세상살이가 각박해지면서, 끊어진 인연에 슬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홀로된 지아비와 지어미, 아이 그리고 노인, 즉 환과고독(鰥寡孤獨)이 그들이다. 특히 급격한 인구고령화의 영향으로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현재 독거노인은 106만명이며, 이 중 18만명은 사회적 보호가 요구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국가는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보미 서비스, 독거노인 사랑 잇기 사업을 통해 20만명에 이르는 독거노인을 보호하고 있다. 양적으로는 사회적 보호가 요구되는 독거노인을 돌보고도 남는다. 그러나 독거노인 보호정책의 양적 실(實)함이 질적 허(虛)함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독거노인 보호정책이 노인의 생활문제와 욕구를 해결해주는 종합서비스로서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는 독거노인의 안전 확인과 고독, 소외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은 외로움의 문제와 함께 빈곤, 질병, 무주택, 결식 등 다양한 생활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따라서 안전 확인과 함께 긴박한 생활문제를 해결해주는 종합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기본 사업비 한푼 배정하지 않고 민간자원을 동원해 독거노인의 생활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에 투입된 국가 예산보다 더 많은 액수의 민간자원을 동원해 연계했지만, 독거노인의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버겁기만 하다. 따라서 독거노인의 실제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종합서비스에 요구되는 기본 사업비만이라도 정부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재정담당부처는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예산이 사회적 일자리사업 예산이라는 이유를 들어 예산 증액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독거노인 보호’라는 ‘본질’은 망각되고, ‘일자리 수 늘리기’라는 ‘형식’은 두드러지는 주객전도 현상과 다름없다. 모든 사회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서비스 제공 인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의 노인 돌보미는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보수를 받고, 교통비와 전화비는 본인 급여에서 부담하면서, 주 20시간 일하며 20~30명의 독거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명의 돌보미가 20~30명의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하고, 생활교육과 지역사회 자원 연계라는 필수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며, 독거노인의 힘든 삶에 정(情)이 끌려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다 보면 연장근무는 필수가 된다. 아무리 마음씨 착한 봉사자라도 이런 상황에서 과연 봉사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서비스의 양이 아닌 질을 높이려면, 서비스 제공 인력에 대한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은 필수다. 그런데 이 역시 사회적 일자리 예산이라는 명목하에 최저임금 기준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서만 노인 돌보미의 급여를 인상해주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기대가 큰 만큼 합당한 처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말이 쉬워 독거노인이지, 사실은 내 부모이자 내 아이의 조부모이다. 그러므로 독거노인의 보호를 국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독거노인 사랑 잇기의 안부전화 서비스, 응급안전 돌보미 서비스의 긴급출동 서비스만으로 독거노인의 외로움과 고독사(孤獨死)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독거노인이 기다리는 전화는 콜 서비스가 아니라 아들딸의 안부전화다. 먹고 싶은 밥은 노인 돌보미의 도시락이 아니라 며느리가 지어주는 꽁보리밥이다. 아무리 국가의 복지제도가 발전해도 가족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이웃의 책임도 있다. 다시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살려내야 한다. 홀로 사는 노부모께 전화하고 찾아뵙는 것, 이웃집 할머니의 안부를 살피러 길을 나서는 것, 이것이 독거노인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갖는 시민으로서의 책임이다.
  • 폐교 위기서 명품학교로… 서울 교동초교의 부활

    폐교 위기서 명품학교로… 서울 교동초교의 부활

    지난 1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초등학교 3층 강당에서는 6학년 22명의 졸업식이 진행됐다. 여느 초등학교의 한 교실 규모도 채 되지 않는 적은 졸업생이지만, 6년간 한 교실에서 동고동락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자리여서인지 행사 내내 강당은 작별의 인사로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1894년(고종 31년)부터 우리나라의 초등교육을 이끌어온 서울 교동초등학교는 매년 졸업식 때마다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첫 번째는 올해 117년째 되는 학교 역사와 함께 ‘그날이 오면’의 소설가 심훈, ‘반달’의 동요작가 윤극영, ‘어린이날 노래’의 아동문학가 윤석중 등 쟁쟁한 졸업생으로, 또 다른 하나는 서울에서 가장 적은 전교생 100명 남짓의 학생수 때문이다. 올해도 22명이 학교를 떠나고 3월 7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면 전교생은 94명까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최근 폐교설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반대로 적은 학생수 덕분에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특성화 명품 교육도 가능해져 입소문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교동초등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교육방법혁신연구팀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을 기초로 이 학교 교사들이 도입한 ‘창의적교수법’(CTS)은 학생 한명 한명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넣어주는 수업 방식으로, 모든 학생이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 수업시간에는 ‘40대 10대 4’라는 학습 원칙을 적용한다. 초등학생의 평균 학습 집중력이 3~4분이라는 점에 착안, 40분 수업에서 10분 단위로 섹션을 정해 책 읽기, 발표하기, 게임하기, 짝꿍과 토의하기 같은 프로그램을 바꿔서 진행하고 4분마다 아이들에게 직접 활동하도록 시키면서 학습 개념을 알려준다. 그래서 빙고게임으로 시작된 수업은 노래 부르기로, 또 그림 그리기로 이어져 40분 수업에서 그날 배울 개념을 적어도 6차례 이상 반복해 듣게 된다. 이유남 교감은 “인간의 뇌가 단기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갈 때 기억력이 가장 높아진다는 점에 근거해 이미지와 음성 등 각종 학습 도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CTS의 특징”이라면서 “한명도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어려운 개념도 즐겁게 토론하며 즐기다 보니 아이들이 더 수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학습법이지만, 교사 1명당 학생이 30명에 이르는 국내에서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학생이 적은 시골 학교나 교동초교 같은 도심의 특수한 일부 학교에서만 가능하다. ●교육방법 혁신 ‘최우수’교로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학년당 한개 반만 있는 독특한 교실 구조 덕분에 모든 아이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것. 저출산 기조로 한 가정에 한명뿐인 시대에 또 하나의 형제, 자매를 갖게 돼 전인교육 효과도 저절로 따른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아이들은 6년간 한 교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지내다 보니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가서도 돈독한 우애를 갖게 되고, 교장·교감을 비롯해 학교의 모든 교직원들이 아이 개개인의 얼굴과 이름을 자연스레 외우게 돼 교사와 학생 간 결속력도 뛰어나다.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학교 특성상 주변에 사교육을 받을 만한 학원이 전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통의 학교라면 오히려 학부모들이 꺼릴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 같은 장점을 찾아 학교로 오는 학생도 많다. 실제 전교생 가운데 절반 정도가 종로구가 아닌 일산, 분당 등 타지역 출신이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엄마, 아빠가 직장을 마치는 오후까지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한개 반이 몽땅 모여 야구와 피구도 즐긴다. 또 영어전용교실과 방과후 초등 돌봄교실이 따로 설치돼 저녁까지 자유롭게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지낼 수도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1명뿐이지만, 상대적으로 학생 숫자가 적다 보니 일반 학교의 3~4배 되는 학습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별도로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부모가 서울 도심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또 도시 아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거나 시골처럼 사교육 학원 없는 학교를 찾기 위해서 등 이 학교를 찾는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이날 자녀의 입학 문의를 위해 자녀와 함께 경기도 용인에서 학교를 찾은 이수연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로 1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전통뿐만 아니라 한반에 15명 수준의 화목한 분위기가 좋아 일부러 입학시키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에서 온 또 다른 학부모는 “직장이 종로에 있는데 학교에서 오후 9시까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다고 해서 입학을 시키고 싶다.”면서 “무엇보다 학원이 없어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경쟁에서 아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6년간 한 교실서 수업… 전인교육 으뜸 이유남 교감은 “올해 정식 입학생은 7명뿐이지만 최근 우수한 교육프로그램과 사교육 없는 학교, 전인교육이 가능하다는 학교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하루에도 학부모 서너명씩 입학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면서 “일종의 공립형 대안학교 형식으로 진행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학년당 정원은 15명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제1회 연암문학상에 표성흠씨

    제1회 연암문학상에 표성흠씨

    조선시대 실학자·문필가로 옛 안의현(지금의 함양군) 현감을 지낸 연암 박지원 선생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연암문학상 첫 수상작에 소설가 표성흠(65)씨의 ‘뿔뱀’이 뽑혔다. 경남 함양군은 기성 및 신인작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제1회 연암문학상 장편소설 공모를 해 응모작 26편을 놓고 심사(위원장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한 결과 소설가 표씨의 뿔뱀을 선정했다. 상금은 4000만원. 첫 수상자에 선정된 표씨는 경남 거창 출신으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0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월간 ‘세대’에 중편소설이 당선되기도 했다. 창작집 ‘선창잡이’와 장편소설 ‘토우’ 등을 발표했다. 함양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정조의 의문사 추적, 민중 미스터리 추격

    정조의 의문사 추적, 민중 미스터리 추격

    18세기 조선을 살았던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의 ‘목민심서’(牧民心書)가 행정의 달인으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또 다른 저서 ‘흠흠신서’(欽欽新書)는 그가 영민한 검사이자 지혜로운 판사였음을 확인시켜준다. TV에서는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으로 극화되고, 영화에서는 최근 개봉한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됐다. 문학이 빠질 수 없다. 공교롭게도 똑같은 제목의 팩션 소설 두 권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한문학자 강영수, 인터넷에 이미 연재 한문학자가 쓴 소설 ‘조선명탐정 정약용’(강영수 지음, 문이당 펴냄)과 역사전문 소설가가 쓴 ‘조선명탐정 정약용’(왼쪽·이수광 지음, 산호와진주 펴냄, 전 2권)이다. 굳이 시간 순서를 따지자면 이수광의 정약용이 먼저 출간됐다. 다만 강영수의 정약용은 인터넷에 이미 1년간 연재한 작품이기에 선후를 가리기 쉽지 않다. 강영수 역시 동양고전문학연구회 자문위원, 여해역사문제연구소 기획위원 등을 맡고 있는 학자지만 여러 권의 역사 소설을 펴낸 소설가이기도 하다. 두 작품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정약용에 똑같이 접근하면서도, 다루는 사건 자체를 달리 한다. ●역사소설가 이수광, 시대상 ‘생생히’ 이수광은 조선 시대 여러 미스터리 사건들을 해결하는 정약용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조선 후기 사회상 및 백성들의 생활상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반면 강영수는 끊임 없는 독살설과 병사 등이 따라다니는 정조의 죽음을 뒤쫓는다. 정조의 개혁 동지 정약용을 앞세워 18세기 후반 조선 사대부와 정조의 권력 쟁투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얼마 전 검찰이 사건 결과를 발표하며 ‘흠흠신서’를 인용했듯, 정약용이 남긴 가르침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약용은 말했다. “법이란 천하에 공평한 것이다. 법관이 올바르게 판결을 내리면 임금이라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라고.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애들아, 네 안에 웅크린 괴물 잘있니?

    애들아, 네 안에 웅크린 괴물 잘있니?

    중학교 2학년 3반 교실, 뽀송뽀송한 얼굴의 소년도 아니고, 피와 뼈가 튼실히 자리잡은 청년도 아닌 이들이 우글대는 공간이다. 자아는 아직 여물지 않았고, 사람 관계에 대한 공부는 부족하다. 초등학교 때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중압감에 답답해하며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는 짐승을 발견한다.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짐승은 ‘야동’을 보거나 친구를 괴롭히는 식으로 안팎에서 불쑥거린다. 말간 개구쟁이 여드름 낯빛으로 그 심각성조차 알지 못한 채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고, 이를 그저 일상 속 유희로 삼을 정도다. 그들 안에 들어 있는 짐승은 악어 또는 하이에나, 사자 등의 모양으로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괴물이 되기 일쑤다. 순해 보이는 기린, 임팔라, 가시두더지와 같은 초식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배제와 따돌림이라는 나름의 폭력을 통해 피해자 역시 또 다른 공간에서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가 은이정(42)의 ‘괴물, 한쪽 눈을 뜨다’(문학동네 펴냄)는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 즉,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충남 천안의 한 중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은이정은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겪었던 경험과 고민을 핍진하게 작품 안에 녹여냈다. ‘왕따’ 문제는 그동안 문학 작품 속에서 수없이 반복 변주됐던, 새로울 것 없는 주제다. 그러나 ‘괴물’은 다르게 접근한다. 어설픈 해법을 제시하지도, 선생 연(然)하며 아이들을 계몽하지도 않는다. 대신 각자 자신 안에 잠재해 있는 괴물의 실체를 눈 부릅뜨고 마주보게 만든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가해자의 눈으로, 방관자의 눈으로, 피해자의 눈으로, 교사의 눈으로 소설의 시점을 바꿔가며 그 실체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학습 장애를 겪으며 늘상 아프리카 사바나 동물들이 나오는 책만 들여다보고 있는 왕따 영섭이는 현실을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있는 판타지로 인식하며 주변 인물들을 사자, 하이에나, 하마, 코끼리, 악어, 임팔라 등으로 변신시킨다. 스스로 변신을 꾀함은 물론이다. 영섭이는 판타지에 머물며 현실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인식은 현실을 엄정한 눈으로 꿰뚫고 있다. 반장 태준이는 모범생이면서 피해자 영섭이에 대해 동정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자신의 이해관계를 먼저 살피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문득문득 집단 가해를 통해 희열을 느끼다가 곧바로 죄의식을 함께 가지는 보통의 청소년 심리를 보여준다. 태준이의 마음 속 충동과 함께 절대적 희생자인 것만 같은 영섭이가 자신 안에도 ‘폭력의 육식동물’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는 장면은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을 정확히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괴물이 똬리 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괴물은 다스려지는 것이라는 사실. 은이정은 2006년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을 받으며 아동문학가로 등단했다. ‘괴물’은 ‘나를 찾아줘’ 등 장편동화 4권을 펴낸 뒤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이다. 그는 요즘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의 소설을 쓰고 있다. “괴물은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인간들 속에 잠재하고 있는 본연의 모습입니다. 통상 공격 욕구, 방어 심리 등으로 드러나죠. 다만 어른들은 이성으로 숨기고 다스리곤 하지만 청소년들은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은이정은 “청소년들이 자신 안에 숨어 있는 감정의 실체를 솔직히 마주하고,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를 다스리는 법을 스스로 얻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윤기 유고 소설·산문집 함께 출간… “63년 삶… 이런걸 배웠소”

    이윤기 유고 소설·산문집 함께 출간… “63년 삶… 이런걸 배웠소”

    번역가이자 소설가, 신화 연구가였던 이윤기는 지난해 8월 63세로 타계했다. 그의 유고 소설집 ‘유리 그림자’(민음사 펴냄)가 유고 산문집 ‘위대한 침묵’과 함께 출간됐다. ‘유리 그림자’에는 4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모두 ‘올바른 인간’에 대한 작은 이야기들이다. 문학평론가 백지은씨는 “사람은 완전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배울 게 있다는 것이 이윤기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눈이 마주친 물고기는 먹지 않는다는, ‘먹을거리에 식격(食格)을 부여하는, 자연 발생적인 한 경지’에 이른 중학생 아들(‘네눈이’)부터, 금방 불날 것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차분하게 대처하는 아내(‘소리와 하리’), ‘가히 ‘항심’(恒心·항상 평정한 마음)의 경지’에 이른 개, 새들의 죽음을 막아 주는 유리창에 붙은 송홧가루에 이르기까지 그가 삶의 이치를 배우는 대상에는 한정이 없다. 백씨는 대부분의 이윤기 소설은 “자, 나는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인생, 세상, 사람) 공부를 좀 하게 되었다, 이것을 한번 들어 보아라.”란 근본적인 태도를 지닌다고 평했다. 유고 소설집에서도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 미국에서 공부한 이야기, 학창 시절, 친구와 후배들 이야기 등 이윤기의 삶이 곳곳에서 녹아난다. 특히 소설집의 표제작인 1인칭 소설 ‘유리 그림자’에서 화자인 ‘베트남 아저씨’는 자신이 깨달은 ‘사물은 그림자가 있어야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깨달음을 여자 친구 딸에게 결혼식장에서 직접 들려준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계몽과는 거리가 멀다. 남을 설득하고 가르치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자기를 설득한 인생의 진실이 남에게도 전이될 것임을 믿을 뿐이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베트남 아저씨’와 같은 화자는 자기가 이해한 바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 남을 이해하게 하려는 것까지 이야기하진 않는다. 집에서 키운 진돗개가 여자 친구의 개를 물어 죽이자 진돗개를 ‘처분’할 것을 요구하는 아들에게도 그의 소설 속 화자는 “나는 아들을 논리로서 설득하지 않았다. 아들의 논리를 그럴 듯한 논거로 논파하지도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고 할 뿐이다. 소설 속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산 없는 아이들이 우산을 보면 훔치고 싶을 것이므로 우산을 벽장에 넣고 자물쇠를 채우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읽게 한다. 겸허하게 인생의 진실을 들려주는 이윤기의 소설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女談餘談] 어느 기자의 남편상(像)/이재연 정책뉴스부 기자

    [女談餘談] 어느 기자의 남편상(像)/이재연 정책뉴스부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는 사랑을 일컬어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고 했답니다. 알 수 없는 타이밍에 예기치 않은 이와 부딪쳐 빚어내는 일쯤으로 해석하면 될는지요. 일하는 것 말고는 스스로도 건사하지 못하는 제가 교통사고처럼 만날 님께 무슨 요구를 하겠습니까. 그러나 나이 찬 싱글에게 들이대는 불신의 눈초리는 사방에 수두룩하더이다. 내친 김에 평범한 기자의 남편상을 조금 읊어 보렵니다. 진보든 보수든 가치관의 지향점을 까다로이 따지진 않습니다. 먼저 상대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논리로써 대할 줄 아는 분이길 바랍니다. 현장에서 뜨거웠던 취재 후일담에 공감할 자세는 미리 갖춰 주십시오. 연쇄살인범 현장검증에서, 철거민 시위대 속에서, 검찰조사 받으러 가는 재벌총수 뒤꽁무니에서 촌각을 다퉜던, 안타까웠던, 분개했던 기자 아내의 마음을 가늠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슴 저렸지만 못 이룬 옛사랑 얘기도 말없이 턱 괴고 들어주는 아량을 품어 준다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자신을 갈고 닦는 이유가 본인의 영달보다 낮은 곳의 이들에게 손 내밀기 위해서라면 좋겠습니다. 참여의식이 기본이라면, 감수성은 필수랍니다. 소설가 이순원의 은비령이든, 이성복 시인의 남해금산이든 눈길 맞으면 함께 달려가 주는 낭만도 길러 주시기를. 이왕 시작한 것, 까짓, 다 풀어 놓지요. 취재원과 부대끼느라 거나하게 취해도 늦은 밤 현관문 열어주는 흔쾌함은 베풀어 주시겠지요? 후배들 밥 사느라 카드 영수증 좀 쌓여도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실 테고요. 명절에 일한다고 시댁 못 가도 눙쳐주는 눈치라면 다음번엔 시댁에서 즐거이 전 부칠 수 있겠습니다. 학력이나 재력, 외모가 중요치 않다는 거짓말 따윈 안 하렵니다. 다만, 이런 분이라면 ‘사랑 따윈 뇌의 호르몬 반응’쯤으로 치부해온 냉소적인 기자는 물론 누구라도 기꺼이 마음이 흔들리겠지요. 저출산시대 가족 위주 정책에서 소외되고, 미혼에 불리한 세금체계로 위태로운 처지인데 이런 분 아신다면 꼭 연락주시라. 이렇게 출중하다면 결혼해서 아옹다옹하느니 친구로 평생 지내는 게 더 나을 것 같긴 합니다만. oscal@seoul.co.kr
  • FC서울 “팬 있어야 축구도 있다”

    FC서울 “팬 있어야 축구도 있다”

    유럽 빅리그의 축구 열기는 정말 뜨겁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도시가 마비된다. 영국 소설가 존 보인턴 프리스틀리는 입구로 ‘빨려 들어가는’ 관중을 보며 “축구장은 훨씬 황홀한 다른 인생을 약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매치 때 보면 한국축구 열기도 이에 못지않다. 2002한·일월드컵을 회상하면, 국민 모두가 축구에 ‘미친 것’ 같았다. 하지만 K-리그는 썰렁하다. 성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도, FC서울-수원의 라이벌전이 벌어져도 ‘FC대한민국 팬’들은 무심하다. K-리그는 마니아들이 가는 열정적이고 딱딱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구장 데이트는 익숙한데 축구장은 왠지 어색하다. 그래서 프로축구 FC서울의 행보가 더욱 돋보인다. 지난해 서울은 역사를 썼다. 전신인 안양 LG 시절을 포함해 무려 10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랐다. 또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평균관중 3만명 시대를 열어젖혔다. 어린이날에는 6만 747명이 찾아 국내 프로스포츠 최다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FC서울은 잔뜩 고무됐다. 올 시즌에 더 많은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비시즌이지만 정신없이 바쁘다. 그리고 신선한 시도를 했다. 테마파크 롯데월드와 손을 잡고 통합시즌권을 출시한 것. 12만원짜리 시즌권 하나로 2011시즌 서울의 모든 홈경기는 물론 롯데월드를 365일 드나들 수 있다. 스포테인먼트의 선두주자답다. 사실 FC서울은 ‘북패륜’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린다. 연고를 안양에서 서울로 옮긴 게 이유다. 그러나 서울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확보한 인기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거저 얻은 건 아니다. 2006년 J-리그 컨설팅에 잔뼈가 굵은 하쿠호도사에 의뢰해 장기발전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2035비전’이다. 구단 창단 50주년을 맞는 2035년에는 진정한 넘버원 구단이 된다는 게 핵심이다. 서울은 ‘이기는 축구’만큼이나 ‘재미있는 축구’를 중시한다. ‘팬이 있어야 축구도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 서울은 국내 프로구단 중 최초로 통합고객관리(CRM)시스템을 도입했다. 팬들에게 수시로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보내 선수단 소식과 경기관련 기록을 제공한다. 이렇게 관리하는 팬만 15만명. 특히 어린이팬에 초점을 맞춘 만큼 이들이 성인이 될 미래는 더욱 창창하다. FC서울 이재호 마케팅팀장은 “축구 본연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부담없이 말랑말랑한 경기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다. 축구장을 찾는 모든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통합우승 주역들에 몰리나·김동진을 데려오며 살뜰하게 전력을 꾸린 서울을 올 시즌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팬’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소설가 김영하 “미안하다, 고은아”

    [문화계 블로그] 소설가 김영하 “미안하다, 고은아”

    소설가 김영하가 14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오래 못 올지도 몰라요. 다들 잘 지내세요.”라면서 트위터와 블로그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중단 발표의 직접적 계기는 “살아서도 별로 도움이 못 되는 선생이었는데 가고 나서도 욕을 보이는구나. 미안하다.”고 밝혔듯 고(故) 최고은 작가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시절, 고인을 가르쳤다. 이 이면에는 문학평론가 조영일(아이디 ‘소조’)과 최근 여러 차례 나눈 ‘문학의 낭만주의’ 논쟁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김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은이가 굶어 죽었다고 당연히 믿고 있다는 데 놀랐다. 아마도 최초로 보도된 선정적 기사 때문일 것(…) 물론 그녀가 풍족하게 살아갔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기 삶을 꾸려갔다고 들었다. 그녀의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라고 고은이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진실은 아직 누구도 모른다. 사람들은 편한 대로 믿고 떠들어댄다.(…) 진실을 외면한 채 고은이를 아사로 몰고 가면서 가까웠던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자 최고은에 대해서도 “재능있는 작가였다. 어리석고 무책임한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다 간 무능한 작가가 아니었다.”면서 “그녀를 예술의 순교자로 만드는 것도, 알바 하나도 안 한 무책임한 예술가로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 할 양 극단이라는 것만은 말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김영하는 11일 ‘나는 최고은의 선생이었다.’는 글을 통해 “부음을 들은 날 밤에 나는 그녀가 과제로 낸 글들을 찾아 다시 읽었다. 맥락이 달라져서일까. 모든 게 달라 보였다. 글 속에서 고은이는 어느 가난한, 가스요금도 못 내는 시나리오 작가가 맞고로 떼돈을 버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고 있기도 하고, 가슴이 물리적으로 너무 아파 방바닥을 기어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있기도 했다. 죽은 제자의 글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 읽었다.”고 아픈 기억을 더듬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소설가 김영하 “제자 최고은 ‘아사’ 아냐. 쪽지도 사실과 다르고”

    소설가 김영하 “제자 최고은 ‘아사’ 아냐. 쪽지도 사실과 다르고”

    소설가 김영하씨가 고(故) 최고은 작가의 사인과 관련, 아사(餓死·굶어 죽음)가 아니라고 밝혔다. 김씨는 14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고은아, 미안하다. 살아서도 별로 도움이 못되는 선생이었는데 가고 나서도 욕을 보이는구나. 정말 미안하다.”고 전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고은이에 대해 한 가지만 말하고 싶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은이가 굶어죽었다고 당연히 믿고 있다는데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도 최초로 보도된 선정적 기사 때문일 것”이라면서 “신문에서 보도한 쪽지도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녀의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라고 고은이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은이는 우울증도 앓고 있었던 것같다.”면서 “친구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개인적 사물들이 정리돼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어쩌면 삶에 대한 희망을 서서히 놓아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운 설명을 했다. 김씨는 “진실은 아직 누구도 모른다. 사람들은 편한대로 믿고 떠들어댄다.”면서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고 그러면서 몸은 바싹 말라가는 병이다. 불면증도 뒤따르고 이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진실을 외면한채 고은이를 아사로 몰고 가면서 가까웠던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제자 최고은에 대해서는 “재능있는 작가였다.”면서 “어리석고 무책임하게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다 간 무능한 작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음의 병이든 몸의 병이든 우리 사회가 서로 살피고 돌보는 계기가 되면 그녀의 죽음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씨는 최근 평론가 소조와 ‘낭만주의적 예술관’에 관해 블로그와 트위터로 논쟁을 벌여오다 블로그와 트위터 중단을 선언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방치된 한국르포 제 역할 찾기를…”

    “방치된 한국르포 제 역할 찾기를…”

    “한국 문단에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한 장르인 르포가 다시 제 역할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설가 김곰치(41)가 자신의 두 번째 르포·산문집 ‘지하철을 탄 개미’(산지니 펴냄)를 내놓았다. 물론 본업은 소설가 맞다. 하지만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소설가로서의 가시적 성과물은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1999), ‘빛’(2008) 두 권이 전부다. 최근에는 본업보다 르포 글쓰기에 심취해있다. 2005년 첫 번째 르포·산문집 ‘발바닥, 내 발바닥’에서 새만금, 천성산 등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중심에 놓은 르포를 썼다. 두 번째 르포·산문집인 ‘지하철’에는 녹색평론과 국가인권위 기관지 ‘인권’ 등에 주로 썼던 르포 12편과 산문 13편을 담았다. 2005년 숨진 원폭 2세 환우 김형율씨 이야기 등을 담은 르포는 새롭게 읽힌다. 반핵 평화운동가였지만 일본과 한국 정부의 냉대는 물론, 원폭 1세, 2세로부터도 돈키호테 취급 받은 그의 불우한 삶과 고민 등을 폭넓은 취재에 바탕해 담담한 필치로 풀어냈다. 이 밖에 뉴타운 지구 내 단독주택 마을인 한양주택 르포는 주거 형태와 개인의 행복의 관계를 잔잔히 살피게 한다. 또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태안 르포 등 약자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옹호의 시선으로 쓴 글들도 담겼다. 그는 “취재과정부터 글을 쓰기까지 보람과 사회적인 효용가치도 크다.”며 “단편소설보다 르포를 훨씬 더 절실하게 받아들이는 독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월이 지나도 가치 있는 문학성을 담은 르포를 쓰기 위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곰치의 르포 예찬은 이어졌다. “겸손하지 않으면 르포 글쓰기는 불가능합니다. 무지랭이 노인들의 얘기도 정중히 듣고 글쓰기에 고스란히 반영해야하는 것이 르포죠. 소설가의 삶에 익숙한 이들은 쓰고 싶어도 못 쓸 거예요.” 하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소설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꿈틀댄다. 그는 “사실 나도 르포 작가라는 호칭보다 여전히 소설가라는 호칭이 더욱 듣기 좋다.”면서도 “과거 사실주의 문학 등에서 담았던 사회정치 영역의 소재와 주제는 르포문학에 넘겨주는 것이 더욱 커다란 울림을 가질 수 있으며, 기존의 문학 장르는 인간 내면의 탐구를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빛’ 이후 3부작으로서 ‘말’, ‘소리’를 완성시키는 것이 그의 평생의 과업이다. “인간을 마지막으로 설득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내년초쯤 800장 짜리 경장편 소설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네가지 이야기가 향한 하나의 진실

    네가지 이야기가 향한 하나의 진실

    “한국 작가의 작품이란 사실이 놀랍고도 자랑스럽다.”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에 외국의 장르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해 9월 나온 첫 단편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이처럼 열화와 같은 독자 반응을 얻은 소설가 최제훈(38)씨가 첫 장편소설집 ‘일곱 개의 고양이 눈’(자음과모음 펴냄)을 펴냈다. ‘퀴르발’은 신인 작가의 소설로는 드물게 초판이 한 달 만에 매진됐으며,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작에도 올랐다. 프랑켄슈타인, 셜록 홈스, 드라큘라, 마녀 등 우리 문학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소재로 새로운 시각의 소설을 선보였던 최씨는 첫 장편 ‘일곱 개’에서도 ‘픽스업’이란 다소 생경한 장르를 선택했다. ‘픽스업’은 공상과학소설(SF) 등 해외 장르 소설에서 유래한 형식으로 개개의 단편소설이 묶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소설 형식이다. ‘일곱 개’는 네 개의 고유한 개성을 가진 중편 소설이 모여 하나의 장편 소설로 승화된다. 책에 가장 먼저 실린 중편 ‘여섯번째 꿈’은 연쇄살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모인 인터넷 카페 ‘실버 해머’의 회원들이 주인공이다. 회원들은 ‘악마’라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 주인의 초청으로 산장에 초대된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 연쇄살인에 대해 이야기하던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고 첫 번째 살인의 희생자가 발견된다. 초대된 카페 회원들은 공포 속에서 한 명씩 죽어나가는데…. 연쇄살인의 주인공은 그 어떤 추리소설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희귀한 존재로 소설을 덮고 나서도 묘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제훈은 곧바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2007년 단편 소설 ‘퀴르발’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서른네 살에 등단했다. 문창과를 졸업한 최씨는 대학교 교직원으로 4년간 일했다. 보험회사 직원으로 일했던 프란츠 카프카처럼 소설 쓰기에 유리한 직업으로 택한 일이었다. 하지만 창작과 일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아 결국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글쓰기에만 몰두한 지 일 년 만에 신인문학상을 받게 된다. 기존의 한국 소설과는 다르다는 평에 대해 최씨는 “어릴 때부터 소설 읽기를 좋아해 이것저것 읽다 뒤늦게 쓰기 시작해 자유롭게 써서 그런 듯하다.”고 설명했다. 첫 단편소설집과 첫 장편 모두 ‘메타 픽션’(작가가 자신의 서술을 되돌아보고 의심하는 자의식적 서술. 이야기 속의 이야기)적 요소가 있지만 결코 ‘집착’이 아니라고 그는 강조한다. ‘퀴르발’에서는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이 모두 모여 한바탕 수다를 떨기도 하고, ‘일곱 개’에서는 각각의 중편 소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확장과 반복을 거듭한다. “다양한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더 다양한 소재를 어울리는 스타일로 쓸 작정입니다. 지금은 책을 읽고 준비하는 과정으로 올 하반기부터 문학과지성사의 웹진 ‘문지’에 소설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차분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최씨는 첫 장편 ‘일곱 개’에 또 다른 실험도 가미했다. 네 개의 중편소설 앞머리에 QR 코드를 삽입해 소설에 어울리는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음악은 최정우씨가 작곡·연주했으며 영상은 4명의 삽화가 등이 참여해 만들었다. 국내 소설로는 최초의 시도다. 강력하고 마력적인 이야기로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은 최씨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이야기꾼인지도 모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욕망의 불꽃’/주병철 논설위원

    1947년 미국의 유명 극작가 테네시 월리엄스가 쓴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미국의 부유한 남부 가정의 갈등을 배경으로 탐욕과 색욕 그리고 좌절과 무기력에 젖어 있는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1948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1952년 영화화됐던 이 작품은 거짓의 욕망은 끝내 탈이 나고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욕망이 긍정으로 승화되거나 굴레가 되는 얘기도 있다. 얼마전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씨의 ‘욕망의 응달’과 염상섭의 ‘삼대’가 그런 소설들에 속한다. 욕망의 응달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냉대 속에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한 여자가 욕망의 거대한 성에 들어가 한 송이 꽃을 피운다는 해피엔딩 줄거리로 인간이 가져봄직한 욕망을 대변해준다. 삼대는 1920년대 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조씨 가문의 삼대에 걸친 특징적인 가족사와 집 안팎에서 벌어지는 욕망의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다루고 있다. 이른바 욕망의 속박이다. 마르틴 콜랭의 소설 ‘인간과 욕망’은 욕망의 속성을 극히 부정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재벌가 며느리의 욕망을 주제로 방영 중인 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이 요즘 인기다. 극중 둘째 며느리 남애리(성현아 분)와 셋째 며느리 윤나영(신은경 분)이 자신의 남편을 김태진 회장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음모를 벌이는데, 윤나영이 남애리와 그의 남편 김영준(조성하 분)이 시아버지에게서 버림받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첫사랑인 박덕성(이세창 분)과 남애리가 불륜관계에 있음을 악용한다. 윤나영은 박덕성에게 남애리의 약점을 캐 오라며 카메라와 녹음기를 주는 등 권력승계를 위해 치밀한 범행을 계획한다. 놀랍게도 그제 드라마 ‘욕망의 불꽃’의 줄거리를 그대로 빼닮은 실제 사건이 한 중견 재벌가에서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모그룹 회장의 맏며느리가 남편이 시아버지한테 신임을 받지 못해 회사 경영권이 남편 대신 둘째 아들인 시동생이나 시누이의 남편한테 가지 않을까 걱정한 끝에 심부름센터 직원을 동원해 시동생과 시누이 등의 불륜 정황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은밀히 조사하다 발각됐다고 한다. 부자지간이든, 형제지간이든 피도 눈물도 없는 게 돈이고 권력이라지만 재벌가 맏며느리가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옴직한 경영권 암투에 목숨을 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욕망에 가려진 도덕적 추락을 쓴웃음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심하다. 젊은 며느리들이 배울까 겁난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14년 침묵을 깨고 40일만에 써내려갔죠”

    “14년 침묵을 깨고 40일만에 써내려갔죠”

    벌써 십수년이 넘도록 하루에 두 번씩 신경안정제의 일종인 ‘바리움’을 먹어야 한다. 자율신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탓이다. 조금만 집중하거나 앉아 있으면 현기증이 나며 무기력해지고 온몸이 쑤신다. 의사는 “가능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과 똑같은 온도로 뜨겁디뜨겁게 끓고 있는 피는 아무리 더디더라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 예언자적 역할도 결코 놓지 않는다. ●“민족의 공멸을 피해야 하는 이유 알려야…” 지난 1일 소설가 남정현(78)을 만났다. 그가 200장 가까운 꽤 긴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1996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단편소설을 발표한 이후 무려 14년을 훌쩍 넘겨 내놓은 ‘편지 한 통’이다. 국가보안법이 화자(話者)가 돼서 미국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다. 1965년 그를 일약 유명인사로 만든 단편소설 ‘분지’와 마찬가지로 ‘편지 한 통’ 역시 남정현 특유의 풍자적 문체와 함께 냉철한 세계사적 인식이 어우러져 있다. 이 작품은 이달 하순 발행될 계간지 실천문학 2011 봄호에 실린다. “어휴, 소설 같지도 않은 것을 썼는데, 뭐하러 만나요.”라며 손을 내젓던 남정현이었지만, 막상 찾아가자 자그마한 체구로 환히 웃으며 따뜻하게 맞아주고, 열정적으로 얘기했다. 45년 넘게 살고 있다는 서울 쌍문동 집에 들어서니 거실에 걸린 신학철 화백의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국가보안법(당시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으며 ‘분지’ 필화사건으로 법정에 섰을 때 당시 수사검사를 쳐다보던 그의 얼굴을 담아냈다. 30대 초반의 남정현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정신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세상 어떤 것도 거칠 것 없다는 듯 도발적인 얼굴 속에 검사를 향해 마치 “당신 참 안됐수.”하는 심드렁함도 엿보인다. 40여년 세월의 주름살만 덧붙이면 딱 지금의 남정현이다. 십수년의 침묵을 깨고 작품을 다시 쓴 이유를 물었다. “외세에 빌붙어 목숨을 유지해 온 수구세력들에 인류사적 평화의 가치, 민족의 공멸을 피해야 하는 이유를 일깨우고 싶었습니다. 꼭 쓰고 싶었고, 40일 만에 썼죠.” 건강상태 등 버거운 조건을 감안하면 벼락같이 써 내려간 셈이다. 컴퓨터 자판을 한 자 한 자 더듬더듬 눌러 가다 힘겨우면 가끔 놀러오는 열네 살 손자에게 구술해서 써 내려갔다. 그동안 주변에서는 악화되는 건강을 봤을 때 더 이상 작품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편지 한 통’이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물론 남정현은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구상한다. 그는 “동학의 입장에서 우주의 중심축이 바뀌는 ‘인내천’(人乃天)을 구현하는 작품을 써 보고 싶다.”면서 “시장의 원리가 인간의 원리로 바뀌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지’ 사건 당시 공안 “손목 잘라 버리겠다” ‘분지’는 그를 유명한 소설가로 만들었지만, 수사당국으로부터 “다시 소설을 쓰면 손목을 똑 잘라 버리겠다.”는 공포를 함께 심어줬다. 등단 3년차에 동인문학상(1961년)을 받는 등 전도양양한 청년작가의 입에는 그렇게 재갈이 물려졌다. ‘분지’는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으로 ‘홍길동의 10대손’인 홍만수 일가족을 통해 근현대사에 대한 파천황적 인식을 보여 줬다. 독립투사 아버지, 미군에 강간당한 뒤 미쳐 죽고만 어머니, 미군의 첩이 된 누이, 그리고 그 미군의 아내를 강간한 홍만수 등 당대 한국사회와 역사를 파격적으로 그려냈다. 이후 ‘손목 절단’에 대한 실제적인 공포와 끊겨 버린 외부 원고청탁에 의해 본의 아닌 절필이 시작됐다. 그러다 1973년 오랜만에 ‘문학사상’에 ‘허허선생’을 쓰는 등 조심스레 창작활동에 들어가던 중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다시 남산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끌려갔고, 과작(寡作)의 길이 이어졌다. 야만의 시대가 찍어 낸 화인을 몸 곳곳에 남긴 그이지만 문학을 바라보는 눈은 더욱 그윽해졌다. “문학이라는 것은 어디 특별한 형식에 한정된 것이 아니죠. 굳이 시나 소설을 읽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문학 속에 묻혀 살고 있습니다. 성경, 불경, 논어, 도덕경 등 모든 것들이 이미 문학입니다. 문학은 우주처럼 큰 것이죠.” 후배들에 대한 당부의 얘기 또한 절절하다. “문명의 축이 바뀌는 바람소리가, 굉음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이들이 문인입니다. 우리 후배들도 기술뿐이 아닌 철학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얘기가 두 시간 가깝게 이어지니 그가 몹시 힘겨워 한다. 이렇듯 아픈 시대가 남긴 상처는 몸이 가장 나중까지 기억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길섶에서] 농담/황진선 특임논설위원

    소설가 박완서씨는 작고 전에 “멀지 않은 곳에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가 있는 게 저승의 큰 ‘빽’이다.…실없는 농담 말고 후대에 남길 행적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영국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연상하게 한다. 죽음을 앞두고 두려워하거나 슬픔에 잠겨 있는 것보다 농담을 하면 스스로 초연해질 수 있을 듯싶다. 주변 사람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한다.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떠올리는 행복한 순간은 즐겁게 놀았던 때다. 그러면서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하고 후회한다고 한다. 잠언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자신의 육체와 단단한 생명력을 즐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춤을 추지 못하고 입맞춤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요즘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는 더 농담을 하고 덜 고민하고 덜 초초해해야 한다. 농담과 익살은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내 아이들이 죽은 사람들을 본다” 충격 주장

    영국의 한 평범한 가정주부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보여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1일(현지시간) 더 선은 하트퍼드셔의 월섬 크로스에 사는 39세의 린 잭슨과 그녀의 딸 파이와 아들 애슐리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로 13살 된 파이는 지금까지 수백 명의 유령을 목격하게 되면서 자신이 영적인 능력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또 8살 된 남동생 애슐리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린은 자신의 아이들이 영화 ‘식스 센스’처럼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린은 “처음에는 딸아이가 관심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부끄러움이 많을 뿐 소설가는 아니다.”고 전했다. 파이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영적인 능력을 체험했다. 소녀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몸 주위에서 자주색이나 붉은빛의 아우라를 목격했고 10살 때부터는 거의 매일 유령을 목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린은 “누군가 내 아이들을 억지로 괴롭히는 느낌” 이라면서 “아이들이 단순히 병에 걸린 것이라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파이는 자신의 능력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최근 경험을 시작한 동생 애슐리는 유령을 목격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잊혀진 세계문학사 퍼즐을 맞추다

    잊혀진 세계문학사 퍼즐을 맞추다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불사르라는 유언을 남긴 까닭,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보석으로 세공한 금 상자에 넣어 보관한 작품, ‘죽은 영혼’의 2부 원고를 불살라 버리고는 스스로 굶어 죽은 고골, 반세기 뒤에 밝혀진 에밀 졸라의 수상한 죽음….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정규환 옮김, 민음사 펴냄)는 유실된 고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걸작, 대작이 될 뻔한 미완성 원고 등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또는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위대한 작품들에 얽힌 역사를 보여 준다. “내 마지막 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예언적인 요소가 많은 것으로 보일 겁니다. 여기에서 알료샤는 수도원을 떠나 무정부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 순수한 알료샤는 차르를 죽일 것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이 구상한 대로 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끝내지 못한 채 1881년 1월 28일 죽었다. 소설은 비록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2세는 도스토옙스키가 소설에 쓰려고 한 것처럼 1881년 2월 암살된다. 세계 문학사의 잊힌 부분을 정리한 저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사는 독서광 스튜어트 켈리(39). 어린 시절 고전 그리스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문학 세계에 빠져든 켈리는 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실종된 책들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켈리는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산 펭귄판 고전 그리스 극작품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스퀼로스의 작품을 모두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가 73편이나 더 썼다는 것을 알고 문학사의 방대한 잃어버린 책을 찾는 것을 ‘신의 계시’로 삼는다. 책이 사라져 버린 경우는 크게 저자가 의도적으로 책을 없앴거나 화재나 사고 등으로 유실된 경우 그리고 저자의 죽음으로 작품이 완성되지 못한 경우 등이다. 제임스 조이스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초고인 ‘스티번 히어로’를 불 속에 집어 던져 버렸으며, 공자는 원래 육경(六經)을 편찬했지만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 때 ‘악기’(樂記)가 영원히 사라져 오경만 전해지고 있다. 13년 동안 ‘신곡’에 매달려온 단테는 마지막 칸토(곡) 13개를 끝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으며, ‘드레퓌스 사건’(독일 간첩 누명을 쓰고 투옥됐던 유대인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임을 주장한 사건)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는 그 진실을 파헤친 ‘정의’를 쓰기 시작했으나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다. 졸라는 1902년 9월 29일 새벽 3시에 구역질,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다가 창문을 열고는 쓰러져 호흡 곤란 끝에 숨졌다. 그의 의문사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야 밝혀진다. 졸라의 침실 벽난로 상태를 재현하고 연도(燃道)까지 허물었지만, 가스가 치사량에 이르도록 형성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시관은 결국 불의의 사고사라고 졸라의 죽음을 기록했다. 1953년 ‘리베라시옹’ 신문의 노인 독자인 아퀭은 졸라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읽고 친구의 말을 기억해냈다. “나하고 내 인부들이 옆집에서 수리 공사를 하면서 그 굴뚝을 틀어막았지. 워낙 출입이 빈번해서 그 북새를 틈타 졸라의 굴뚝을 찾아냈고 막아버렸지. 다음 날 아주 일찍이 막은 걸 다시 터 놓았지. 우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극심했던 아퀭의 굴뚝 소제부 친구는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졸라를 그저 매국노로 여겨 이 같은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들도 카프카의 친구 막스 브로트가 아니었다면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카프카는 1924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브로트에게 자신이 죽으면 “모든 걸 태워 버리라.”고 유언했지만 브로트는 이를 들어주지 않고 카프카의 작품을 잘 보전했다. 저자가 구상만 하고 쓰지 못한 책들도 사라져 버린 책들이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은 헨리 8세부터 현대까지 영국에서 활약한 가장 저명한 인사들을 다룬 총서와 ‘죽은 이의 대화’라는 책을 쓸 생각이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는 “문학의 효용은 가르치며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저자 켈리 역시 독자의 호기심을 돋우고 즐거움을 안겨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2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억울하세요? 출세하세요…남규홍 PD의 못다한 출세 이야기

    ‘출세했네’라는 표현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듣는다. 물론 좋은 뜻을 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시와 조롱, 야유 등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한 문장으로 ‘배설하고 싶을 때’ 종종 이용된다. 출세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되는 것’이다. 어딜 봐도 부정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선 줄곧 ‘음지의 언어’로 애용된다. 왜 이런 괴리가 생겼을까. 답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란 표현에서 찾는 게 빠르다.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했던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정확한 문장은 없기 때문이다. ‘출세만세’(남규홍 지음, 도모북스 펴냄)는 ‘출세’를 기어코 양지 바른 곳으로 끌어내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을 구성하고 있는 극소수의 ‘출세한 사람들’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한국인 전체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적인 얼개는 지난해 방송된 ‘SBS스페셜’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출세만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그램은 4부에 걸쳐 출세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과 인식을 다뤘다. 상황극 형식을 도입, ‘완장촌’이라는 가상의 공동체에서 7명의 남자가 권력의 상징인 완장을 놓고 다투는 과정을 방송해 화제를 모았다. 방송과 마찬가지로 4부로 구성된 책에서는 PD인 저자가 프로그램을 통해 전하지 못한 출세 이야기를 담았다. 1부 ‘출세의 이유’에서는 완장촌을 경험한 출연자들의 개인별 소회와 사회학자 이재열 서울대 교수의 의견을 추가했고, 2부 ‘출세의 의미’는 출세의 명당으로 불리는 경남 통영 야소골 사람들의 삶을 1년간 관찰한 내용을 정리했다. 3부 ‘출세의 법칙’에서는 한국인의 공통적 출세 공식을 정리한 도표와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해석을 덧붙였다. 4부 ‘출세의 완성’에서는 한때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출세한 리더들이 털어놓는 출세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김우경(전 서울지검 특수부장)·심재륜(전 대검 중수부장)·이종찬(초대 국정원장)·이인제(국회의원)·김홍신과 이철용(전 국회의원, 소설가)·박철언(전 체육청소년부 장관)·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정형근(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유진룡(전 문화관광부 차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출세를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이 만인을 위해 봉사하러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아울러 출세한 자는 물론 그렇지 못한 자의 책임과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가감없이 풀어놓는다. 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문화마당] 시골 이야기/공선옥 소설가

    [문화마당] 시골 이야기/공선옥 소설가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여름이 그다지도 뜨겁더니 겨울이 또 이다지도 차갑다. 한여름에 2만, 3만원 나오던 가스비가 이번 겨울 난방비까지 포함하여 무려 27만원이 나왔다. 가스요금 청구서를 들고 추위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에 덜덜 떨면서 생각하는 것은 저 어린 시절의 나무 때던 아궁이다. 겨울이면 눈 안 오는 날은 언제나 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다. 새끼줄도 아까워 칡넝쿨로 나무를 묶어서 여자는 머리에 이고 남자는 지게에 져서 부엌 나무청이나 헛간에 나무를 부렸다. 그래서 겨울산은 인근 마을 사람들로 늘 사람 소리, 사람 냄새, 사람 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어찌나 갈퀴로 긁어댔는지 겨울산 바닥들은 마치 맨살처럼 반들반들했다. 물론 누군가는 반들반들한 것을 두고 ‘바닥에서 피가 나도록 긁어댔다.’고 표현했지만. 겨울산을 ‘피가 나도록’ 긁어야 했던 것은 한겨울에 얼어죽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가스비 때문에 가슴이 ‘애려’ 피눈물이 날 판이다. 그 시절은 적어도 난방비용 나갈 걱정으로 가슴 쓰릴 일은 없었으니, 지금보다 속은 편했던 시절이었음에 틀림없다. 그 속 편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마침 시골 친구집에 갔더니, 웬걸, 여기는 아예 동토의 왕국이다. 왜 불을 때지 않느냐 했더니 불 땔 아궁이 없어진 지가 언제냐고, 기름값 무서워 겨울 내내 온 식구가 그나마 싼 전기장판에 의지해 산다며 돈 나가는 것보다 차라리 추위 견디는 게 낫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시골의 난방 사정 말이 나온 김에 우리나라 시골의 전반적인 삶의 기반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도시가스’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 우리나라 거의 모든 시골에는 도시 주택에서 비교적 싸게 쓸 수 있는 난방용 가스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가스가 공급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보다 훨씬 비싼 난방 비용을 지불하며 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민의 대부분이 노인층인 시골은 그래서 겨울이면 난방비 아까워서라도 노인들이 마을회관에서 ‘합숙 아닌 합숙’을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시골의 문제 중에 또 하나는 물 문제다. 옛날에는 사철 맑은 물이 샘솟는 마을 공동샘이 있거나 각 가정이 우물을 파거나 해서 식수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 잘 나오던 마을 공동샘도 물이 말랐거나 쓸 수 없거나 하고 우물 또한 오염됐거나 메워진 지 오래다. 마을샘과 우물을 더 쓸 수 없게 된 시점이 언제부터였을까. 내 기억으로는 마을에 상수도를 놓은 뒤부터였던 것 같다.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계곡물을 탱크로 모아서 관을 이용해 각 가정에 보내는 시설을 만든 이후부터 사람들은 공동샘에 갈 일도, 우물을 팔 일도 없어졌다. 상수도물을 쓰면서 편리한 점은 있지만 이제 가뭄이 들면 대책이 없게 되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고 방치된 공동샘은 더러워졌고 우물을 파도 그 물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짐승의 핏물이 나올까 걱정스러운 판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인 에너지와 물 문제가 작금의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되어 있다. 도시의 난방 문제, 외국 아프리카의 더러운 식수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봤어도 나는 한겨울 시골의 난방 문제, 시골의 물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을 최근에 본 적이 없다. 시골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신에 그들은 어디에 어떻게 도로를 건설하고 어디에 어떻게 무슨 공장을 끌어오고 어디를 어떻게 개발하고…, 그런 말만 한다. 그나저나 4대강을 파고 강 주변을 개발하려는 이유가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려고 그런 것이라는데, 또 누구는 강을 깊이 파면 그나마 주변의 지하수도 강 쪽으로 흘러가서 지하수 고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정치하는 사람들이 과연 시골에 관심이나 있는지 나는 그것이나 먼저 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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