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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 김용걸·류철균 교수 위촉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 김용걸·류철균 교수 위촉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위원장 김동호)는 김용걸(왼쪽·41)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와 류철균(필명 이인화·오른쪽·48) 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신규 민간위원으로 위촉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교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원을 지낸 뒤 2009년부터 한예종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류 교수는 소설가, 게임문화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신규 위원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 도화살 여대생, 고백男들 때문에…리얼스토리 눈, 역마살·도화살 집중분석

    도화살 여대생, 고백男들 때문에…리얼스토리 눈, 역마살·도화살 집중분석

    MBC ‘리얼스토리 눈’이 7일 집중 조명한 도화살과 역마살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주 용어인 도화살은 독하고 모진 기운을 뜻하는 ‘살’의 일종으로 남자가 사주에 이 살이 있으면 호색하는 성질이 있고, 여자가 이 살이 있으면 음란한 기운 때문에 집안을 망친다는 뜻을 가졌다. 일부에서는 남성들에게 지나치게 인기를 끌어 불행을 겪는 여성을 부를 때 쓴다. 역마살은 한자어 역마(驛馬)와 살이 결합된 낱말로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이들을 부르는 사주학 용어다. 소설가 김동리의 ‘역마’는 역마살을 타고난 주인공 성기가 운명을 피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거스르지 못하고 어머니 곁을 떠나 떠돌이의 인생을 걷게 되는 내용을 다룬다. ’리얼스토리 눈’은 7일 방송에서 도화살과 역마살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일상을 쫓았다. 만난 지 하루만에 고백하는 남성들 때문에 고통받는 여대생과 주변에 남성이 끊이지 않아 괴로운 30대 여성, 역마살 때문에 종횡무진 다니는 이들을 추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명사들의 ‘연애학개론’ /문소영 논설위원

    유명인들은 대중의 큰 관심사다. 전통적으로 왕이나 귀족 등 권력자나 소설가와 시인, 화가, 오페라 가수, 연주자들이 유명인이었다. 19세기 말 영화가 등장하면서 배우들이 대거 유명인에 편입됐고, 현대에 와서는 수백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등장해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나 모델, 스포츠 스타들이 후줄근한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유모차를 끄는 등 시시콜콜한 삶을 담은 사진이 인기다. 특히 20·30대 미혼 청춘들이 각별히 눈여겨보는 소재는 유명인의 새로운 여자·남자친구의 등장이다. 청춘들도 ‘운명의 상대’를 타는 목마름으로 찾아나서는 탓이다. ‘세기의 커플’로 불리는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는 유명인을 뒤쫓는 파파라치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주요한 관심사다. 시작부터가 스캔들이었다. 졸리는 제니퍼 애니스턴과 결혼해 유부남이었던 브래드 피트와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찍다가 눈이 맞았다. 언론에서 ‘불륜설’을 퍼뜨리자 두 연인은 한동안 부인하다가, 브래드 피트가 이혼을 결정하면서 서로 동반자가 됐다. 만약 언론의 보도가 없었다면 둘의 불륜은 과거에 묻어둔 로맨스가 됐을 것이다. 1960년대 한국 최고의 스캔들이라면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 불린 영화배우 김지미와 최무룡 간통사건이었다. 한국은 남녀의 연애를 형사처벌하는 드문 나라일 것인데, 구치소에 수감된 최무룡은 전처와 이혼한 후 김지미와 결혼했다. 이런 북새통을 겪고 결혼한 로맨스는 현실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1970년대 김지미는 연하인 당대 인기가수 나훈아와 결혼해 또 다른 화제를 뿌렸다. 사랑은 늘 움직이는 것이고, 모든 사랑은 첫사랑인 걸까. 지난 7일 종일 김연아의 연애소식이 화제였다. 상대는 같은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인 김원중씨. ‘꽃미남 스케이터’라는 김씨는 2006년 안양 한라에 입단해 공격수로 활동하던 중 2012년 군에 입대해 상무팀에서 복무하고 있다. 김연아는 군인이자 선수로 활동하는 남자친구의 외출과 외박에 맞춰 태릉선수촌 인근 고깃집이나 한강 둔치 등에서 만났고, 남의 눈을 피해 후드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김연아의 열렬한 팬들은 ‘연아 이모 심정’이나 ‘연아 삼촌 심정’이라며 “이 연애 반대일세” 또는 “연아가 아깝다”는 식의 표현들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김연아를 진정 사랑한다면 ‘피겨 여제’라는 무게에 짓눌려 벚꽃 같은 청춘이 말라비틀어지지 않도록,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면 어떨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조정래 “창당후 ‘내일’ 떠날 것…安, 시련극복 희망”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인 소설가 조정래씨는 7일 “안 의원 측과 민주당의 통합신당 창당이 마무리되면 (내일의 이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이 만들어지면 싱크탱크는 필요가 없어질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씨는 안 의원에 대해 “지금은 정치 시련을 겪고 있는 단계”라면서 “잘 극복해 새 정치를 구현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 결정에 대해서는 “나쁠 것이 없다. 구태정치로 보이는 사람들을 새 정치에 끌어들여 바꾸면 더 좋은 것”이라면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헌 정치라고 비판하는 것은 정치모함”이라고 비판했다. 베스트 셀러 소설 ‘태백산맥’의 작가인 조씨는 2012년 9월 안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 자리에 참석한 데 이어 안 의원 대선 캠프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대단한 공무원님들/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대단한 공무원님들/김정현 소설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회적 우려는 심각한 정도를 넘어 주민등록번호 자체의 존폐나 대체 방안까지 거론되게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는 긴급하게 여러 대책을 마련해 관련 기관과 기업에 그 시행을 권장하거나 강제하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그러니 정부는 당연히 개인정보 유출 방지에 가장 모범적이고 적극적일 것이다.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하는 이들이 무심히 거치는 입국 절차를 돌아보자. 비행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검역기관 데스크에 노란 종이로 된 검역 관련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신상을 순서대로 적고 난 뒤 아래쪽을 보면, 간추려 말해 특별한 이상 증세는 없느냐고 묻는, 체크할 것도 없는 질문이 고작이다. 그다음 입국심사는 외국인의 경우는 입국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지만 내국인은 아무런 신고서 없이 여권 제시만으로 끝난다. 아주 간편하고 대부분의 선진국과 같다. 짐을 찾아서 입국장을 나오기 직전에 거쳐야 하는 세관, 그곳에서 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역시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신상 일체를 적고 나면 내용은 너무도 단순한 상식 수준의 것들이다. 먼저 검역 관련 신고서의 경우 도대체 뭘 하려는 목적인지를 모르겠다. 수년 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처럼 특별한 문제가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미 중국에서도 그런 신고서를 폐지한 지 한참 오래다. 근래에 다닌 세계 어디에서도 요구하지 않는 신고서다. 설령 누군가가 특별한 병균에 감염되어 입국했다고 치자. 그래서? 그 검역신고서로 뭘 하겠다는 것이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도를 유지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혹시 몰라서, 공무원 입장에서는 우리는 시키니까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라는 건 그들의 무료한 표정이 먼저 증명한다. 서너 명의 공무원이 종일토록 우두커니 데스크를 지키며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종이쪽지를 그저 받아 쌓아놓는 직무라니. 그래도 직무의 불요함이나 한가함과 상관없이 급여는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우리의 법이다. 최소한 연봉 수천 만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는 공무원이야 좋겠지만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복장 터지는 노릇이다. 세관신고서는 또 어떤가. 마약, 무기 등을 들여오는가에 “예”라고 답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지나가던 개가 하품할 일이다. 농수산물, 축산물 반입을 금지한다는 따위는 출국 비행기 안에서도 여러 차례 친절하게 듣는 이야기다. 면세 기준도 이미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귀가 닳도록 들은 바라 대부분의 출국자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권을 비롯한 중국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제출을 강제하지 않는 신고서다. 그런데 왜? 필경 신고서에는 기재하지 않았으니 적발되면 고의성을 확실하게 못 박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참 똑똑하고 치밀하다. 그런데 공무원이 국민에게, 손님에게 그렇게 함정을 파는 건 결코 잘하는 짓이 아니다. 수사 원칙에서도 함정수사는 불법임이 기본이다. 그도 아니라면 신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 한번 더 겁을 먹게 해 자진신고를 유도하겠다는 생각인가. ‘참, 자∼알 하는 짓이다’. 국민을 어떻게든 가슴 졸이게 만들겠다니. 종이와 인력 낭비, 기재하는 번거로움과 불쾌함보다도 가장 염려되는 것은 그 신고서를 어떻게 보관하고 또 폐기는 어떤 방법으로 해서 거기에 적힌 개인정보가 안전할까 하는 점이다. 뭐, 규정이야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규정이 없어서 문제가 발생하기보다는 안일하거나 딴마음에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의 경우였다. 여권번호나 주민등록번호 둘 중 하나면 우리 국민의 신상은 공무원 손바닥 안에 있는 게 잘 갖춰진 전산체제의 결과다. 아니, 불필요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과 기관은 여전히 국민 위에 있다는, 그래서 뭐든 시켜 따르게 함으로써 권한을 확인하고 주눅 들게 하려는 속내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과 장관이 아무리 강조하고 규정을 만들면 뭐하나. 집행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고 한바탕 지나가는 바람일 뿐인 것을. 길어도 5년이다, 그건가? 우리 공무원님들, 참 대단하십니다그려.
  • 엑소 디오 드라마, 송혜교-조인성 ‘그겨울’ 노희경 작가 작품

    엑소 디오 드라마, 송혜교-조인성 ‘그겨울’ 노희경 작가 작품

    ‘엑소 디오 드라마’ 남자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디오가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제)에 캐스팅됐다. 엑소 디오가 캐스팅된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가 함께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엑소 디오는 한강우 역으로 캐스팅됐다. 한강우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 엄마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소망을 가진 고등학생 소설가 지망생이다. 디오는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카트’에 이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도 캐스팅됐다. 한편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7월 중 방영될 예정이다. 엑소 디오 드라마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엑소 디오 드라마, 배우 길 걷는 건가?”, “엑소 디오 드라마, 소속사에서 잘 밀어주네”, “엑소 디오 드라마..엑소 파이팅”, “엑소 디오 캐스팅..잘 해내길”, “엑소 디오 캐스팅..무조건 본방 사수”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 = SM (엑소 디오 드라마) 온라인뉴스부 seoulen@seoul.co.kr
  •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숨겨진 한국정치 이면사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숨겨진 한국정치 이면사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남재희 지음/리더스하우스/288쪽/1만 4500원 “정치에서 이론서를 읽는 것은 마른 풀을 씹는 것과 같다. 자전이나 전기를 읽는 것은 싱싱한 풀을 씹는 것이다. 이론서보다는 자전이나 전기들이 정치의 지혜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2006년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에 수록된 내용) 언론인 출신의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책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을 최근 펴냈다. 그러나 이번엔 ‘아주 사적’이지만은 않다. 전반부에는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역대 대통령 8인, 후반부에는 유진산에서 이회창까지 대권에 근접했거나 2인자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저자와 직접 교유했던 민기식·김상현·윤길중 등 정치인, 선우휘·천관우·이영근 등 언론인, 그리고 종교계 강원룡, 소설가 이병주, 여류 인사 전옥숙·김정례 등과의 일화들을 흥미롭게 끄집어냈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서 언론인으로 20년, 정치인으로 20년 가까이 살아온 저자가 그동안 숨겨놓았던 한국 정치 이면사의 보따리를 풀어놓은 ‘걸물 열전’이자 ‘정치 인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인간적인 풍모와 삶의 뒤안길, 역경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낭만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마음의 풍경, 고비를 이겨내는 용기 있는 행동 등을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들여다보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신문 기자 시절에는 선술집에서 그들과 삶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논했으며, 정치 현장에 몸을 던진 이후에는 그 자신 정치인으로서 치열하게 세상과 호흡했다. 이제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일화와 역사·정치적인 의미로 새롭게 주목해야 할 사실들이 책에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책이 다루는 시기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까지이다. 1~2세대 전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의 정치적 과제들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를 던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20세기 후반부 우리 정치·사회의 풍속도를 나름대로 그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한국 현대사를 옆에서 본 것이다”라고 담담히 말하면서 후배 세대에게 통 크고 저돌적인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특파원 칼럼] 멋없어서 좋아요, 가사이 선수/김민희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멋없어서 좋아요, 가사이 선수/김민희 도쿄특파원

    나의 출근길엔 은밀한 즐거움이 있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 차장의 ‘정차(停車) 세리머니’를 훔쳐보는 일이다. 보는 사람이 하나 없어도 그는 승객들이 무사히 내렸음을 확인하는 의미로 멋있게 팔을 휘두르며 약 5초간 허공 이곳저곳을 찔러댄다. 특히 내가 애용하는 히비야(日比谷)선 차장들의 세리머니는 호쾌하고 절도가 있다. 처음 그 장면을 목도했을 땐 ‘저게 무슨 오버인가’하고 깔깔 웃었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빠져들어 7개월이 지난 지금은 세리머니를 보지 않으면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없을 정도다. 온몸으로 표현하는 직업의식이라고나 할까. 그게 일이니까 누가 보든 말든 최선을 다하는 거다. ‘잇쇼겐메이(一生懸命·목숨을 걸고)’라는 일본식 표현처럼 성실함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는 일본인답다. 그런 성실함은 사실 멋이 없다. 화려함이 생명인 예술·스포츠계에선 더더욱 그렇다. 만약 커트 코베인이 27세에 요절하지 않고 무병장수하면서 2년에 한 번씩 앨범을 냈다면, 제아무리 천재라도 지금 같은 신화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을 거다. 일본인 중에 세계적으로 반항아 기질로 유명해진 스타가 없는 것도 특유의 성실함 때문인 것 같다. 예술·스포츠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쓰고, 달리고, 맥주를 마시는 성실한 생활로 유명하지 않은가. 일본에서 소치 동계올림픽의 최대 스타로 떠오른 스키점프 은메달리스트 가사이 노리아키의 인터뷰를 TV로 보면서 그만 웃어버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무려 일곱 차례의 올림픽 도전을 거쳐 만 41세의 나이에 일본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인간 승리의 표상으로 주목받았다. 그쯤 되면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은퇴하겠다’는 스타 기질이 나올 법도 한데, 그의 발언은 나의 예상을 뒤엎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니 계속 도전하겠다. (다음 올림픽인) 45세에도, 49세에도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싶다”고 했다.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성실한 생활인의 답변 아닌가. 그 인터뷰를 보고 가사이가 좋아졌다. 그는 인생에 대한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다. 스포츠계는 ‘소년 급제’가 많은 곳이다. 20대 전후가 인생의 절정기다. 그런 곳에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단체 은메달 이후 그 오랜 세월 동안 메달 없이 그늘에 가려져 있으면서도 꾸준히 몸을 만들고 출전 자격을 따는 건 보통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 TV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보니 비시즌 동안 오키나와에서 훈련하는 그의 몸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뭐가 되든 끝까지 가보겠다는 마음가짐은 자신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포기하면 누가 나를 지켜봐준단 말인가. 짧고 굵은 인생보다 가사이처럼 가늘고 긴 인생이 더 값지고 귀중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국민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지만 나에게는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가사이의 가늘고 긴 인생이 가능한 한 가늘고 길게 유지되길 바라며 4년 뒤 그의 활약을 지켜볼 예정이다. haru@seoul.co.kr
  • 시인 기형도 추모 문학제… 새달 6일 광명서

    시인 기형도(1960~1989)의 25주기 추모 문학제가 다음 달 6일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시인의 절친한 벗이었던 소설가 성석제와 이영준 문학평론가가 고인을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인의 시 ‘위험한 가게-1969’로 엮은 낭독극, 장사익, 배해선의 노래, 김행숙의 시 낭송, 권령은의 춤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광명시가 2015년 광명 역세권에 조성할 예정인 기형도문화공원과 2017년에 문을 열 기형도문학관 설립 계획도 발표된다. 무료.
  • 남산희곡페스티벌 28일까지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는 25~28일 ‘남산희곡페스티벌, 세 번째’를 연다. 국내 희곡 창작과 담론의 중심지로 창작 희곡의 인적 자원을 넓히고 희곡 발전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만든 자리다. 올해 발표작 3편을 하루씩 낭독공연한다. 첫 문을 여는 ‘뺑뺑뺑’(김은성 작, 부새롬 연출)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우리 역사의 의미 있는 순간을 하나의 고리로 잇고 한국의 현실을 진단하는 서사물이다. 26일에 올리는 ‘사이렌’(희곡창작집단 ‘독’ 작, 민복기 연출)은 하우스 푸어, 빚쟁이, 몰락한 중산층 등이 모여 사는 주상복합 건물을 배경으로 여덟 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펼친다. 27일 공연하는 ‘장롱 속에 괴물이 산다’(원소영 작, 최진아 연출)는 남산예술센터의 상시 투고 프로그램인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선정된 대학생 작가의 작품이다. 오는 29일 포럼에서는 연극평론가 조만수(사회)와 소설가이자 희곡작가 정영문·천정완·최치언이 참석해 ‘희곡이라는 문학’을 논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청춘] 박태원 ‘천변풍경’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청춘] 박태원 ‘천변풍경’

    최근 화제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놀랍게도 ‘구운몽’이 언급되었다. 남자 주인공 도민준의 “조선이 낳은 신개념 판타지 소설”이라는 한 마디에 관심이 폭발하는 바람에 고전 소설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조금씩 늘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물론 ‘구운몽’의 가치를 신개념 판타지 소설로만 정의할 수는 없다. 이 작품이 갖는 의미를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이런 의미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먼저 알고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다음에 찾아도 충분하다. 어떤 작품이든 감상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스스로 읽으면서 어떤 느낌으로든 문학 작품과 마주한다면 그 순간부터 문학이 주는 무한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삶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소설을 그저 국어 공부로 배웠거나 배우고 있는 많은 이들도 국어 교과서를 보면 ‘삶의 조건’이라든지 ‘인간의 갈등’이라는 범주에 소설이 들어간다는 것쯤은 알 것이다. 소설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데 꼭 있어야 할 학문이다.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이긴 하나 현재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독특한 인물이나 사건, 배경이 등장해도 결국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기저로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실제 존재하는 곳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면 그 느낌이 더 생생하게 와 닿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1930년대 청계천 주변에 사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다룬 박태원의 ‘천변풍경’(川邊風景)은 80여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어도 읽어 볼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현재와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천변(川邊)은 청계천 주변을 이르는 말인데 알다시피 청계천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모여 살지는 않아도 놀이 공간으로, 문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기에 이 책의 인물들을 알아가는 데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왜 청계천일까. 먼저 작품 속에서 청계천이란 공간은 닫혀 있으나 결코 답답하지 않다. 모두 50절로 이루어진 각각의 에피소드는 철저하게 청계천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간혹 관철동이라든지 종로라는 곳이 등장하지만 그저 스쳐가는 장소일 뿐이다. 특히 1절에 등장하는 빨래터는 은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작가가 청계천 부근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인지 몰라도 서울에서 이만한 소통의 공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이곳은 여전히 소통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빨래터는 이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소식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 카페로 이어지고 있으니 천변의 풍경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닫혀 있지만 결코 짓누르지 않고 남의 고통을 즐기기보다 함께 안타까워해 주는 공동체적 의식이 존재하는 곳, 예나 지금이나 청계천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의 미학이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청계천은 또 어느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창수에게 그곳은 혹독한 서울의 맛을 알게 해 준 동시에 서울내기 같은 약삭빠름을 배우게 되는 장소이고, 죽지 못해 살았던 처녀 과부 금순에게는 조금만 견디면 가족을 만나고 새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다. 호된 시집살이와 남편의 외도로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이쁜이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현대인에게도 이곳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걷고 싶은 공간이고,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잠깐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공간이다. 청계천은 변함없이 각각의 사연을 갖고 있는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그래서 더 정겹다. 원래 청계천은 조선 시대부터 생활하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한강과 달리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청계천은 도심에서 발생하는 온갖 쓰레기를 묵묵히 받아들여 서울이 도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작품에서도 청계천의 이런 우직하고 포용적 모습이 한껏 드러난다. 집도 절도 없는 깍쟁이 떼도, 행세깨나 하는 약국집 주인이나 포목점 주인도 모두 청계천에서 울고 웃는다. 어떤 사람이 와도 청계천은 넉넉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씨를 가진 공간이다. 지금도 그렇다. 수많은 걱정거리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청계천 변을 걷는다. 도심을 생명력 있게 흐르는 냇물을 보며 머리를 식히고 시름을 잊으려 한다. 그래서 청계천은 여전히 우리를 품어 주는 포용적 공간이다. 이런 공간이니 이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은 작가에게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이 책에 50명도 훨씬 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만 해도 20명에 가깝다. 처음엔 1절부터 등장하는 여러 아낙네의 이름만 기억하기도 벅차 책을 덮을까 고민하게 되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그 많은 숫자는 사라지고 흥부가 자식 알아보듯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이 작품의 묘미다. 이는 재봉이나 점룡이 어머니를 관찰자로 내세워 다른 인물들을 살펴보는 서술과 작가가 직접 개입해 설명하는 서술이 조화롭게 이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민주사나 약방 주인, 강석주 같은 부정적 남성들과 만돌어멈이나 하나꼬 같은 전근대적 여성들처럼 몇 개의 인물군으로 구분해 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게다가 그들 모두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 친근함이 숫자를 덮고도 남는다. 이런 사람들 역시 지금의 천변 풍경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가상이 아닌 현실의 공간을 배경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아무런 극적 장치 없이 그려낸 작품은 ‘천변풍경’ 이후에도 얼마든지 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이 그렇고,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 그러하고 위기철의 ‘아홉 살 인생’ 또한 그러하다. 이런 책들이 계보처럼 이어지는 이유는 결국 인간의 가장 솔직하고 진실한 모습은 저 먼 곳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 인생의 깨달음은 나와 주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것이 바탕이 되어 더 크고 멋진 인생의 풍경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이러한 작품들이 말해 주는 것은 아닐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 볼 이유는 충분할 듯싶다. 많은 이들이 ‘천변풍경’을 평가하면서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또는 영화적 시점의 도입이라든가 메타 소설적 기법 같은 말을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소설을 읽을 때 문학적 가치까지 섭렵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낯선 말들이 잔뜩 있어 읽기 곤란하다면 그것마저 넘기면서 읽어도 좋다. 그저 청계천이라는, 언제든 찾아가 볼 수 있는 공간을 배경으로 1930년대를 살아냈던 삶의 모습이 2014년에도 계속 이어져, 사람 사는 것은 어느 때나 마찬가지라는 점만 이해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어느 날 문득 청계천을 걷다가 여기쯤이 빨래터였을까, 저기 어디쯤에 이발소가 있지 않았을까 가늠해 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청계천은 지금도 흐른다. ■ 소설가 박태원은 소시민 소재로 세태 풀어내… 월북 후 실명·전신불수에도 대하소설 집필 1930년대 소시민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세태를 풀어낸 소설가 박태원(1910~1986)의 호는 ‘구보’다. 1933년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 이상 등과 함께 구인회 일원이었다. 그의 호에서 알 수 있듯이 단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박태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목적 없이 외출한 소설가 구보가 겪은 단편적인 사건과 그에 따른 구보의 생각을 서술한 작품이다. 전차를 탔다가 선봤던 여자를 봤지만 못 본 척하다가 후회하거나 찻집에서 중학교 시절 열등생이 예쁜 여성과 있는 것을 보며 여성의 허영심을 탓하는 등 요즘 말로 ‘찌질한’ 모습들과 함께 돈 때문에 매일같이 살인, 방화범의 기사를 쓰는 사회부 친구에게 느끼는 연민과 같은 구보씨의 생각이 뒤섞여서 나열된다. 기승전결의 소설 구성과 거리가 있지만, 한편으로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보면 당시의 일상사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게 박태원 작품의 힘이다. 박태원은 한국전쟁 중 북으로 넘어가 평양문학대학 교수를 지낸 월북작가다. 1965년 실명하고, 75년 고혈압으로 인해 전신불수가 됐지만 아내의 도움을 받아 대하소설 ‘갑오농민전쟁’을 완성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20대女, 살 빼려고 기생충 골라먹었다가 결국…

    20대女, 살 빼려고 기생충 골라먹었다가 결국…

    날씬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기록에 따르면 2000년 전 고대 로마·그리스인들도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고 한다. ‘다이어트’(Diet)의 어원이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지금처럼 날씬해지기 위한 다이어트가 시작된 것은 19세기부터다. 산업혁명이 만든 풍요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고, 다이어트를 하나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도 속성 다이어트나 체중감량 비법(秘法), 연예인 다이어트 같은 ‘독특한 살빼기 방법’들이 유행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930년대 미국에서는 일명 ‘기생충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소고기에 기생하는 ‘촌충’(인체의 장내에 기생하는 곤충)을 먹어 살을 빼는 방법이다. 원리는 알약에 담겨 장까지 도달한 기생충이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실제 체중 감소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일단 원하는 체중에 도달하면 기생충 약을 복용해 촌충을 몸 밖으로 배설하면 된다. 문제는 촌충이 장기 속에서 최대 9m까지 자라는 탓에 두통이나 시력 감퇴 같은 부작용부터 척수염, 간질, 치매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기생충 다이어트 붐이 일면서 연예인을 등장시킨 광고까지 신문에 나올 정도로 기생충 약은 불티나게 팔렸다.  약물 다이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독성물질까지 ‘신비의 묘약’으로 둔갑해 팔리는 일도 벌어졌다. 사약(死藥) 재료로 주로 쓰이는 비소가 대표적이다. 비소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암페타민의 효과를 가져 몸무게를 줄여 준다. 물론 다이어트 약에는 소량의 비소 성분만 들어 있지만 때때로 살을 많이 빼려고 약을 과다 복용해 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흔했다.  역사상 최초로 유명인의 이름을 타고 대중적인 인기를 끈 다이어트 약물은 식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1788~1824)은 지금의 가수나 배우처럼 꽃미남 외모로 유명했다. 바이런은 평소에도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려고 식초를 통째로 마시거나 식초에 절인 감자를 먹었다. 구토 증세와 설사 탓에 웬만큼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바이런을 너무나 사모했던 영국의 젊은이들은 창백하고 마른 그의 외모를 따라 하기 위해 앞다퉈 식초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도 따라 했다고 하니 식초 열풍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오랫동안 씹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도 있었다. 미국의 운동선수 호레이스 플래처(1849~1919)는 영양분을 모두 흡수할 만큼 충분히 음식을 씹고 나서 남은 찌꺼기를 뱉어 내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라 ‘플래처리즘’이라는 단어도 만들어 냈다. 음식에 따라 씹는 횟수는 다르지만 양파(샬럿)의 경우 최소 700번은 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살 빼기에도 유리한 이 다이어트법은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등 유명인들도 따라 했다고 전한다. 남은 섬유질을 모두 뱉어 내기 때문에 화장실은 2주일에 한 번만 가도 된다. 심지어 변은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플래처는 이 방법을 알리기 위해 직접 변을 들고 다니며 주위에 홍보하기도 했다. 산업혁명에 따른 대량생산 체제로 새롭게 주목받은 다이어트법 중에는 고무 속옷을 입는 것도 있었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을 배경으로 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비비언 리가 잘록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착용하는 코르셋도 이 고무 속옷의 일종이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단단한 고무 속옷을 착용함으로써 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육중한 무게 탓에 가만히 있어도 땀을 쉽게 흘려 살을 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유행했지만, 과하게 몸을 조이다 뼈가 으스러지거나 장시간 착용해 피부가 괴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지난달 27일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사회면 주요 기사로 실었다. 약물 다이어트 유행을 틈타 중국에서 인육(人肉)이 든 약을 운반해 온 중국 유학생 2명이 한국 경찰 당국에 적발됐다는 보도였다. 엽기적이기로는 이전의 사례에 뒤지지 않는다. 효과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약이 팔리는 탓에 이 같은 촌극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생존에 대한 갈망, 구원에 대한 열망… 정유정 소설 ‘28’ 속의 벼랑 끝 인간들

    생존에 대한 갈망, 구원에 대한 열망… 정유정 소설 ‘28’ 속의 벼랑 끝 인간들

    ‘불볕’이라는 뜻을 가진 수도권 인근 도시 화양시가 지옥처럼 뜨겁게 불타오른다. 병에 걸린 개에 물리면 28일 만에 죽어 버리는 인수공통전염병 ‘빨간눈’ 바이러스가 도시를 삼켜 버렸다. 어떤 전염병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은 100%에 가깝다. 발병 원인도 모르고, 감염 경로도 알 길이 없다. 촌각을 다투는 터라 백신을 개발할 여유는 꿈도 못 꾼다. 대한민국 정부의 대책은 군을 동원해 화양을 봉쇄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전염을 막기 위한 방법은 ‘살처분’밖에 없다. 정유정의 소설 ‘28’은 정부로부터 버림받고 잊혀진 도시 화양을 배경으로 생존에 대한 갈망과 구원의 열망을 이야기한다. 어떤 이들은 이 소설에서 역사의 단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나는 ‘구제역’이 발발했을 때 수십만 마리 가축들을 산 채로 매장한 일이다. 또 하나는 철저하게 포위당하고 고립된 도시 1980년 5월의 광주다. 과연 정유정은 무엇을 그리려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28’을 내놨을까. 2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방송되는 KBS 1TV ‘TV, 책을 보다’에 소설가 정유정이 출연해 치밀한 자료 수집과 취재, 작품의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정유정은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등 출간하는 작품마다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내놓은 ‘28’은 출간한 지 한달 만에 판매부수 10만부를 돌파하면서 침체된 출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8’은 압도적인 서사와 현실적인 캐릭터가 어우러지면서 단숨에 소설의 마지막으로 끌고 가는 흡인력을 가진 소설로 평가받기도 했다. 작가 정유정은 인간 존엄이 벼랑 끝에 내몰린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 본성과 자유의지, 생명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 풀어내고자 했을까, 그 대답을 들어본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배우 김영민이 나와 정유정의 작품에 대해 연극 같은 강연도 한다. 김영민은 정유정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내 심장을 쏴라’(2010)에서 정신분열증 환자 수명을 열연했다. 그는 정유정의 작품은 모두 읽을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28’의 감수를 맡은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소설 속 중요한 소재인 개와 전염병에 관한 과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생생한 서사 속에 숨겨진 작가의 문제의식을 짚어 준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영원한 문청’ 故 최인호 문학·삶 다시 읽는다

    ‘영원한 문청’ 故 최인호 문학·삶 다시 읽는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남산도서관은 다음 달 16일까지 소설가 최인호의 문학과 삶을 조명하는 기획전 ‘최인호, 그를 다시 읽다’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용산구 소월로 남산도서관 2층 로비에서 열리는 기획전에서는 도서관 소장 자료를 전시하고, 시민 500명에게 관련 목록을 제공한다. 남산도서관은 또 최인호 소설 속 명문장과 명구절을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최인호 작품 중 감명 깊게 읽은 책 감상평을 공모하는 이용자 체험 행사도 연다. 김명선 남산도서관 정보자료과장은 “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1970년대 문화 아이콘 최인호의 문학을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기획전이 주민들의 도서관 방문을 유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소설가와 시인이 직접 손으로 쓴 친필 원고를 소개하는 ‘이것이 오리지널이다’(4월), ‘민족의 등불 안중근’(6월), ‘철학자, 지혜의 문을 열다’(8월), ‘인상주의, 책으로 만나다’(10월), ‘남산독서회’(11월) 등의 기획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밤손님 환영”… 시공 초월한 아트선재 ‘6 - 8’전

    “밤손님 환영”… 시공 초월한 아트선재 ‘6 - 8’전

    지난 14일 밤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아트선재센터. 야트막한 건물의 옥상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웃 도서관과 학교, 불을 밝힌 율곡로의 상점을 따라 이따금씩 차량들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북악산과 청와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밤, 미술관 큐레이터가 양쪽 귀를 헤드폰으로 살며시 덮어 준다. 번잡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아기 울음소리, 자동차 소음 등이 뒤섞여 있었다. 큼지막한 손전등을 원하는 쪽으로 비추면 그곳의 소리가 헤드폰을 채웠다. 작품 ‘서울 비추기’(권병준·김근채)였다. 이어 이끌려 들어간 온실을 닮은 옥탑방에선 뿌연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밀폐된 공간에선 바로 앞사람도 보이지 않을 정도니, 숨은 막히고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이 설치미술 작품 이름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이원우)일 거다. 미술관 관계자는 “외부 세계와의 관계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유머러스하고 진지한 상황극을 재연한다”고 설명했다. 아트선재센터가 개관 16주년을 맞아 마련한 ‘6-8’전은 문화융성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문화에 굶주린 현대인을 위한 틈새전이다. 오후 6시면 어김없이 미술관의 문을 열었다가 2시간 뒤인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관람객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하며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미술관을 찾는다. 이범구 아트선재 대표는 “애초 1층을 전면 보수하면서 불가피하게 휴관하게 되자 미술관 옆 뜰과 옥상, 복도 등을 활용해 이런 틈새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개관 첫날에도 수백명이 몰렸다. 출입구 옆 주차 부스와 전광판의 ‘파티타임잡’과 ‘떠 있는 말’이란 설치 작품이 손님을 가장 먼저 맞는다. 음식점 손님을 맞기 위한 주차 부스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반짝이는 작품으로 돌변했다. 한때 이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을지 모를 청춘들을 위한 작은 위로다. 3개로 나뉜 전광판에는 수수께끼 같은 글자가 나열됐다. 소설가 보르헤스의 작품에서 뽑은 문구들이다. 부부 작가 로와정(노윤희·정현석)의 솜씨다. 정원의 한옥에선 레이저쇼를 연상시키는 ‘더 많은 빛을-공(空)의 관조도’(리경)가 펼쳐지고, 사무실 복도에선 ‘자잘 노래’(배민경), 승강기 앞에선 ‘개인전용극장’(전유진) 등이 자리를 차지한다. 숨은그림찾기 같은 ‘소원을 말해 봐’ ‘우왕좌왕’(염중호) 등 돌을 쌓아 만든 작품들은 옥상으로 이르는 길 곳곳에 숨어 있다. 이윽고 3층 승강기에서 내려 좁은 계단과 쪽문을 거치면 풀벌레 소리를 닮은 기계음이 귀를 간지럽힌다. 어두컴컴한 기계실 한켠에 자리한 ‘미확인 벌레’(윤수희)다. 미술관 측은 옥상으로 향하는 길을 트기 위해 직접 나무 계단을 만들고 벽 일부를 헐어 낼 만큼 전시에 공을 들였다. 전시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안성맞춤인 자리다. 다음 달 29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무료입장.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낯익은 그들… 낯선 글들… 소개합니다

    낯익은 그들… 낯선 글들… 소개합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배수아 작가는 2007년 독일의 한 문학 평론가에게서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꿈’이란 책을 읽어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카프카가 꿈에 대해 쓴 일기, 편지, 메모, 단편 등을 엮은 것으로 그가 직접 꾼 꿈의 묘사, 그가 꿈꾸길 원했던 현상들이 쓰인 내밀한 기록들이다. 카프카를 거세게 압박했던 꿈이 어떻게 문학으로 가공됐는지도 짐작해볼 수 있다. 이탈리아 출판사가 기획해 펴낸 것을 독일의 출판사가 거꾸로 편집권을 사서 재출간한 책이다. 이 책을 본 배 작가는 금세 마음을 빼앗겼다. “카프카의 사적인 기록이 대부분이라 작가의 다른 면을 엿볼 수 있어요. 또 꿈을 정신분석의 대상이 아닌 문학의 대상으로 삼아 그가 꿈을 어떻게 문학으로 끌어 왔는지 관찰할 수 있는 매혹적인 책이었죠. 하지만 누가 관심을 갖겠나 싶어 오랫동안 혼자만 알고 있었어요.” 배 작가가 7년간 혼자만 품고 있던 카프카의 ‘꿈’이 최근 출간됐다. 작가, 시인, 편집자, 번역가들이 아끼던 낯선 작품, 낯선 작가들을 한데 모은 문학총서 ‘제안들’(워크룸 프레스)의 1권이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바타유(1897~1962)의 ‘불가능’, 영국의 문필가 토머스 드 퀸시(1785~1859)의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이 두 번째, 세 번째 ‘제안’으로 소개됐다. 열린책들 유럽문학팀장 출신인 김뉘연 편집자가 기획한 ‘제안들’은 기존 국내 출판시장의 ‘세계문학 리스트’에 대한 편집자와 번역가들의 문제의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세계문학이란 말 자체가 오염된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세계문학 출간 목록을 보면 대부분의 출판사가 인기 작가, 잘 팔리는 작품 등만 골라 경쟁적으로 내다보니 중복 출간이 많았다. 훌륭한 판본이 나오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좋은 책들이 묻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과연 그게 독자들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김뉘연 편집자) “2000년대 초부터 번역을 시작했는데 출판사끼리 겹치는 콘텐츠도 많고 세계문학 출판계의 발전이 더디다는 판단이 들어 불만이 컸다. 그래서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의뢰하는 작품만 하다 요즘에는 직접 기획해 의뢰한다. 추천작 10개 가운데 7개는 출간이 받아들여지고 있다.”(성귀수 시인) 이런 문제의식 아래 불문학 전공자인 편집자와 번역가들이 함께 뭉쳤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 또는 잘 알려진 작가의 낯선 작품, 마땅히 소개돼야 함에도 국내 번역본이 없는 작품을 소개하자.’ ‘제안들’의 작품 리스트가 만들어진 기조다. 현재까지 확정된 목록은 10권. 책에 매료된 번역가들이 손수 번역 작업을 거쳤다. 배 작가가 카프카의 ‘꿈’을, 성 시인은 바타유의 ‘불가능’을 추천해 우리말로 옮겼다. 김예령·엄지영 번역가가 각각 추천한 나탈리 레제,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들이다. 소설, 산문, 시, 비평, 전기, 일기, 편지 등 장르의 경계는 텄다. 천편일률적인 번역 후기는 지양한다. 배 작가가 카프카의 ‘꿈’ 번역 후기로 단편소설을 들여보낸 게 한 예다. 총서는 30권으로 마무리된다. 김 편집자는 “새로운 결을 품은 문학총서로, 엄선됐다는 느낌을 주고 싶기 때문”라며 “마지막 책이 출간되고 나면 책과 책, 작가와 작가가 하나로 연결되는 지형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1. 꿈(프란츠 카프카, 배수아) 2. 불가능(조르주 바타유, 성귀수) 3.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토머스 드 퀸시, 유나영) 4.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나탈리 레제, 김예령) 5. 무의 연속(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 엄지영) 6. 산문집(페르난두 페소아, 김한민) 7. 이아생트(앙리 보스코, 최애리) 8. 이보나, 부르군드의 공주/ 결혼식/오페레타(비톨트 곰브로비치, 정보라) 9. 생전 유고/어리석음에 대하여(로베르트 무질, 신지영) 10. 사형수/곡예사(장 주네, 미정) 작품(작가, 번역가)
  • [깔깔깔]

    ●모파상의 이유 있는 변명 프랑스의 소설가 모파상은 파리의 경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에펠탑을 세우는 것을 극구반대했다. 그런 모파상이 에펠탑이 만들어진 이후 매일 에펠탑에서 식사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사람들은 모파상에게 에펠탑이 싫다면서 왜 여기서 식사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모파상이 대답했다. “파리 시내에서 에펠탑이 안 보이는 유일한 곳이 여기라오.” ●난센스 퀴즈 ▶사업상 목욕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거지. ▶‘당신은 지상 최고의 미남, 미녀이다’를 4글자로 말하면? 고걸 믿니? ▶세상에서 제일 더럽고 추잡스럽기 짝이 없는 개는? 꼴불견. ▶암탉은 어느 집에서 시집왔을까? 꼬꼬댁.
  • [열린세상] 족보와 소설책/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화평론가

    [열린세상] 족보와 소설책/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화평론가

    대학 동기인 소설가가 전화를 했다. 딸이 결혼한다는 것이었다. ‘곧 할머니가 되겠네’라고 농담을 던졌더니 그 친구 말이 ‘그러게 말이야, 늙었지 뭐’였다. 어린 시절에는 설날에 떡국을 두 그릇 먹으면 두 살 먹는다는 말을 듣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두 그릇을 먹곤 했다. 그런데 이제 설날에 떡국 먹기가 머뭇거려진다. 지인의 부모 장례식에 다니던 나이에서, 지금은 친구의 자식 결혼식에 갈 나이가 되었건만 해 놓은 일 없이 나이만 먹는 것이 한심스럽다. 선친의 제사가 있어서 고향 선산에 갔다. 절을 올리고 잠깐 앉아 선친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선친과 관련해서 많은 기억이 있으련만 어떻게 된 것인지 일만 하던 선친의 모습만 떠올랐다. 땀내 나는 작업복, 시커멓게 그은 얼굴, 밤늦도록 장부 정리를 하면서 주판알을 튕기던 거친 손마디, 그것이 전부였다. 얼마 전 딸이, 대학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를 놀리려고 딸이 농담으로 한 말인 줄은 알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래도 내 딸만큼은 아빠 곁에 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일을 하면서 딸도 엄마가 돼 한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딸에게 아빠로서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물어보나마나 뻔한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딸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 나는 문인들과 토론한답시고 매일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근 보름을 그렇게 보내고 어느 날 맨 정신으로 일찍 들어갔다. ‘아빠 왔다’하면서 딸의 방문을 열자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짓궂게 웃으면서 ‘누구신데요?’ 하는 것 아닌가. 그때 착실한 아빠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했건만, 그날 이후 이날 이때까지 새벽에 들어가는 짓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나에 대한 딸의 기억을 어찌 물어볼 수 있겠는가. 그래도 요즘 달라진 게 있다면, ‘카카오톡’에 가족 채팅방을 열어 자주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문자와 이모티콘을 섞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왠지 이전보다 딸과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 비용도 들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터졌다. 스마트폰을 분실해 버린 것이다. 애타게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결국 새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주고받던 내용들을 볼 수가 없어 몹시도 허전했다. 이번 설에 우연히 족보를 들춰 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몇 십권 되는 족보를 펼쳐 두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글자를 짚어가면서 ‘남평문씨’ 족보를 설명하던 선친의 모습, 졸음에 겨운 눈을 비비면서 마지못해 듣고 있는 까까머리 중학생의 모습, 겨울 칼바람을 녹이는 뜨끈한 방구들, 며느리가 울면서 쫓겨나는 연속극 ‘여로’의 한 장면이 마치 어제처럼 선명히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움, 선친에 대한 죄스러움과 그리움 등이 겹치면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족보를 정성껏 닦으면서 생각했다. 딸이 결혼하기 전까지, 아니 결혼한 후에도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내가 아는 것이 소설뿐이니 좋은 소설책을 사서, 책을 선물하는 날짜, 책을 읽고 느낀 점, 책을 살 때의 내 근황을 적은 엽서를 동봉해 선물하는 것이다. 내가 족보를 싫어했듯이 딸도 소설 내용이 자신의 세대 감각과 맞지 않는다며 소설책을 싫어할지 모른다. 그래도 훗날 소설책을 들춰보다가 아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때 카카오톡으로 나누었던 모든 대화들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도 스마트폰을 새것으로 바꿀 때마다 소중한 기억이 다 사라져버린 듯한 묘한 기분을 맛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도 내가 간직하고 있는 족보에서는 선친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딸도 내가 선물한 책을 오래오래 간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딸이 내게 ‘누구신데요’라고 묻던 때처럼 나에 대한 기억이 안 좋은 것이라면 어쩔 것인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남겨주는 아빠는 아빠가 아니지 않은가. 해서, 늦었지만 올해부터는 따뜻한 기억을 남겨주는 아빠가 되도록 개과천선해야겠다는 결심도 한다.
  • 젊은 예술가의 새로운 시도 무대 위 액션영화를 꿈꾸다

    젊은 예술가의 새로운 시도 무대 위 액션영화를 꿈꾸다

    “오늘 밤에도 잠 자긴 글렀네.” 정적(政敵)들이 널브러진 바닥을 보면서 왕이란 자가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푸념을 내뱉는다. 물체일 뿐인 ‘의자’가 의미 있는 ‘자리’가 되는 순간, 인간 내부에서 변화가 꿈틀거린다. 불편하고 불안한 왕의 의자에 앉은 나약하고 무기력한 인간은 칼을 내세운 폭압의 광기를 드러내기 십상이다.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 오르는 ‘왕의 의자’는 그런 변질의 흐름을 서사와 액션으로 풀어낸다. ‘액션 영화의 무대화’를 추구하는 지호진 연출이 또 한 차례 실험을 했다. 전작 ‘남자가 로망’에서는 학교 폭력을 소재로 했고, 이번 ‘왕의 의자’는 권력 암투를 그렸다. 지난 5일 전막 리허설에서 만난 지호진 연출은 “영화의 장르라고 여겨지는 액션을 어떻게 무대로 옮겨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학교를 떠올리고, 궁을 생각했다. 이야기가 다소 전형적으로 비칠 수 있고, 여전히 무대화의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가능성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출가와 제작사는 응당 완성형의 작품을 관객에게 내놓아야 하지만 ‘두산 아트랩’에서는 예외다. 젊은 예술가들은 새로운 시도를 관객에게 선보이고, 관객들은 설익은 작품을 만나 의견을 덧대고 작품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연극 ‘목란언니’ 및 ‘소설가 구보씨의 1일’과 뮤지컬 ‘모비딕’과 ‘심야식당’ 등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덩치를 키워 공연하면서 찬사를 받았다. ‘왕의 의자’ 역시 워크숍 수준이라 곳곳에 빈틈이 보이지만, 서사나 연기에서는 수준이 상당히 높다. 특히 미쳐 가는 왕 역할을 한 강기둥은 다음 작품이 기대될 정도로 인상적이다. 적절히 뒤섞은 액션과 유머는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 긴장을 풀어준다. ‘왕의 의자’ 이후에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과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각각 판소리 공연 ‘사천가’와 ‘억척가’로 올렸던 이자람은 이번엔 작가 주요섭의 단편을 꺼내들었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로 알려진 주요섭의 소설 중 ‘추물’과 ‘살인’이 그가 선택한 작품. 1920~1940년대 한국의 격변하는 사회와 삶을 맛깔나고 날카롭게 그린 소설을 인물에 초점을 맞춘 판소리로 끌어간다.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가 연출로 참여한 ‘추물/살인’은 오는 20~22일 공연된다. 극단 바바서커스의 연극 ‘외투, 나의 환하고 기쁜 손님’(27일~3월 1일)은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 세계를 풀었다. 러시아 문학사에서 고골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가장 독특한 해석과 창조를 시도한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바바서커스는 그의 대표 단편소설인 ‘외투’를 통해 수수께끼와 아이러니로 가득한 환상적 세계를 독특한 가면과 오브제,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파헤친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예술가와 대화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가 이어진다. 무료(1인 1장 선착순 마감). (02)708-5001.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그리스 신화 꿰는 당신, 섭한 아가씨는 아시나요?

    그리스 신화 꿰는 당신, 섭한 아가씨는 아시나요?

    “그리스·로마 신화는 가라.” 그리스·로마, 북유럽 신화는 훤히 꿰면서도 정작 아시아의 신화에는 낯선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김남일·방현석 작가가 아시아의 광대한 상상력과 지혜를 품은 신화, 설화, 서사시 100편을 펼쳐보인다. 아시아 각국의 문명을 통찰하는 이야기 백과사전 ‘백 개의 아시아 1·2’(아시아)다. 두 작가는 지난 20년간 아시아 각국의 작가, 학자들과 교류하며 37개국의 서사를 골라냈다. 모태는 1994년 베트남을 다녀온 이후 결성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이다. 2006년 이 모임이 ‘아시아문화네트워크’로 확대, 발전되고 2010년 광주에 건립 중인 아시아문화전당 정보원과 손을 잡으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2000여개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수집했다. 이번 책은 이 가운데 ‘각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는 이야기’ 100편을 추린 것이다. 작업을 주도한 두 작가는 저자의 말에서 “이 책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길들여진 (우리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를, 우리가 얼마나 울창한 정신의 숲에서 살아 왔는가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설가답게 두 저자는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으로 100편의 서사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엮으며 독자들이 성찰할 수 있도록 화두를 먼저 던지고 의미를 짚어낸다. 우리 설화 바리공주를 소개하면서는 미 합중국의 대통령이 인디언들에게서 땅을 사들인 얘기를 꺼내고, 네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소수민족 구릉족의 나무꾼 민담으로는 생명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어떤 불행이 찾아올지 가늠해 보도록 이끄는 식이다. ‘(바리공주) 설화는 가부장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흠집을 내고 때로는 이를 통렬하게 전복시킨다. 예컨대 이제 구원의 힘은 ‘나라에 은혜와 신세 진 것 없이’ 버림받은 곳에서 나온다는 것, 다시 말해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다수가 아니라 소수에,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 오히려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29쪽) 이야기들은 영웅과 괴물, 트릭스터(꾀돌이), 신궁, 거인, 천하장사 등 도드라지는 인물이나 사랑과 상실, 복수, 변신, 창세·건국 등 서사 구조에 따라 주제별로 묶였다. 우리나라의 ‘콩쥐팥쥐’와 비슷한 얼개를 지닌 중국의 ‘섭한 아가씨’, 일본의 ‘강복미복(겨순이와 쌀순이)’, 베트남의 ‘떰과 깡’ 등을 통해 아시아의 민담들을 비교, 대조해볼 수도 있다. 인도의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몽골·티베트의 ‘게사르’, 이란의 ‘샤 나메’, 중앙아시아의 ‘마나스’ 등 독자를 압도하는 상상력을 지닌 대서사시도 펼쳐진다. 김남일 작가는 “민족이나 국경선으로 구획되지 않는 경계에 선 사람들, 소수자들의 이야기도 주류의 서사와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려고 했다”며 “결국 ‘백개의 아시아’는 서구 사상에 사로잡히고, 중심이 되기 위해 중심을 좇고 살아온 우리에게 주변이 중심을 구원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고 타자를 이해하는 데 발판이 되는 이야기들”이라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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