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설가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김희철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재닛 옐런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지역주의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건설사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055
  • “오, 마이 캡틴”…우울증에 지다

    “오, 마이 캡틴”…우울증에 지다

    “카르페 디엠.”, “오 캡틴, 마이 캡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참스승의 표상인 키팅 선생님으로 열연해 강한 인상을 남긴 연기파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11일 (현지시간) 사망했다. 63세. 뉴욕타임스, CNN 등은 윌리엄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티뷰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마린 카운티 경찰국은 “사망 원인은 질식이며 자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윌리엄스의 홍보 담당자인 마라 북스바움은 “윌리엄스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발표했다. 윌리엄스는 알코올 중독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올해 초 재활원에 들어가기도 했다. 부인 수전 슈나이더는 언론 발표문에서 “오늘 아침 저는 남편이자 가장 좋은 친구를 잃었고 세계는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이자 가장 아름다운 사람 중 하나를 잃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에서 “그는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했다”고 애도했다. 윌리엄스는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뉴욕 줄리아드스쿨을 졸업하고 1970년대 말부터 코미디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화 ‘굿 윌 헌팅’으로 1998년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굿모닝 베트남’, ‘후크’, ‘알라딘’, ‘토이즈’, ‘미세스 다웃파이어’, ‘주만지’, ‘플러버’ 등에서 코미디 연기를 펼쳤다. 영화 ‘인썸니아’에서는 극악무도한 소설가를, 드라마 ‘버틀러:대통령의 집사’에서는 최고 권력자인 아이젠하워 대통령 등을 연기하며 서스펜스 스릴러에서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코미디 배우로 알려졌지만, 윌리엄스는 대표작에서 대부분 진지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명량’ 돌풍에 서점가 ‘이순신’ 열풍… 세대별 많이 읽은 책은

    ‘명량’ 돌풍에 서점가 ‘이순신’ 열풍… 세대별 많이 읽은 책은

    요즘 서점가를 쥐락펴락하는 인물이 있다. 리더십 부재의 시대가 호출해낸 국민 영화 ‘명량’의 이순신이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이순신 관련 책은 명량 개봉 전후인 최근 2주(지난달 28일~지난 10일)간 5390권이 팔려 지난해 동기(576권) 대비 9배 이상 팔려나갔다. 150여종이 넘는 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대별로 어떤 책에 끌렸는지 들여다봤다. 이미 스테디셀러인 소설가 김훈의 장편 ‘칼의 노래’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선두를 꿰찼다. 외부세계와 불화하고 갈등한 이순신의 내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이 인기의 이유로 풀이된다. 2001년 생각의나무에서 처음 출간된 ‘칼의 노래’는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기간 중 마음을 다잡으며 읽은 책으로 알려지며 출간 6여년 만에 100만부 넘게 팔렸다. 당시가 ‘노무현 특수’였다면 이번엔 ‘명량 특수’인 셈이다. 개정판을 낸 문학동네에 따르면 하루에도 2000부씩 주문이 들어오는 등 영화 개봉 이후 지금까지 1만부 넘게 팔렸다. 출간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책이 여전히 이순신 책의 대명사로 읽히는 이유는 뭘까. 황종연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타고난 재능과 도덕성으로 만들어진 구국영웅이나 위인으로서가 아니라, 역사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정치사회적 외부 세계와 갈등하는 인간 이순신의 내면을 실감 나게 재현했기 때문에 현대인과 깊이 소통할 수 있었다”면서 “소설 속에서 이순신의 리더십이 개인을 수렁 속으로 집어넣는 혼란과 고통 속에서 실존적 고뇌를 통해 나온 것이라는 것도 현 시점에 공감을 샀다”고 짚었다. ‘난중일기’도 이순신 관련 서적 톱15 안에 4권이나 올라 있을 정도로 400여년의 시간을 관통해 공감대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이 최근 북한 국어학자 홍기문이 1955년 한글로 번역한 난중일기 등을 반영해 펴낸 증보 교감완역본(여해)이 가장 상위권에 올라 있다. 조직 내 리더십과 처세를 고민하는 30대 남녀 독자들은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일상이상)를 선택했다. 전국은행연합회 부장인 저자가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벗겨내 직장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공감을 샀다는 분석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 일상이상의 김종필 대표는 “실제 직장인인 저자가 이순신이 ‘기적의 승리’를 일궈내기까지 실수도 하고 상관의 부당한 청에 맞서기도 하며 한계를 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부각시켜 직장인들이 책을 많이 찾는 것 같다”며 “전쟁, 재난 등 위기 상황에서도 무능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조선 지배층과 오늘날의 지배층을 겹쳐 보이며 비판한 것도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이 찾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대 남성들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된 ‘진심진력: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더퀘스트)에 손길을 뻗었다. 이순신이 남긴 말과 글, 읽은 책 등을 통해 삶에 대하는 이순신의 자세와 추구하는 가치, 리더십의 요체 등을 짚어보는 책이다. 박윤조 더퀘스트 인문교양팀장은 “평전, 역사서 등이 대부분인 다른 이순신 책과 달리 이순신의 생과 철학에서 요약된 세 가지 한자(進, 眞, 盡)를 주제로 자기 인식과 타인과 관계 맺는 법, 조직을 이끄는 법 등을 풀이해 이제 막 삶을 개척해 나가는 20대들의 흥미를 끈 것 같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만해문학상에 한강…신동엽문학상에 김성규·최진영

    만해문학상에 한강…신동엽문학상에 김성규·최진영

    제29회 만해문학상에 소설가 한강(왼쪽·44)의 ‘소년이 온다’가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무구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5·18의 깊은 상처를 핍진하게 그리면서 인간 존엄의 가치를 조명한 치열한 작가적 고투와 그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높이 평가해 만장일치로 수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제32회 신동엽문학상에는 시인 김성규(가운데·37)의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와 소설가 최진영(오른쪽·33)의 ‘팽이’가 공동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김성규에 대해 “세계의 비참을 알레고리적 사유로 날카롭게 환기했다”, 최진영에 대해 “청년 세대의 고뇌를 진솔한 언어로 그려 내며 폭넓은 공감대를 획득했다”고 각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상금은 만해문학상 2000만원, 신동엽문학상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11월 말에 열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산림박람회’ 강원 화천서 개막

    대한민국 산림박람회가 1일 강원 화천군 하남면 생활체육공원 일대에서 막을 올렸다. 오는 5일까지 이어지는 산림박람회는 침체된 산림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8년부터 해마다 개최되는 산림 관련 최대 행사다. 주제는 ‘풍요, 행복 그리고 숲’으로 박람회에는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녹색사업단, 한국임업진흥원 등 산림 관련 20여개 국공립 단체와 국내 임산업 관련 100여개 업체 등 모두 300개 단체가 참여했다. 박람회 기간 열리는 쪽배축제, 토마토 축제 등과 연계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산림청 지원으로 산불진화 대형 헬기 전시와 느릅마을, 산약초마을, 산양삼마을 등 화천 지역 내 산촌마을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또 나무놀이터, 나만의 꽃밭 만들기, 토피어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 숲속 힐링 콘서트, 가족과 함께하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화천의 자랑 이외수 소설가의 특별 강연, 내년 세계산불총회 홍보를 겸한 산불예방 4D 영상체험, 통나무를 이용한 각종 게임 등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화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교황 ‘행복한 삶’ 10가지 조언…TV 끄고 가족과 대화하세요 자기 방식 남에게 강요마세요

    교황 ‘행복한 삶’ 10가지 조언…TV 끄고 가족과 대화하세요 자기 방식 남에게 강요마세요

    텔레비전을 끄고 가족과 대화하세요, 남을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조언했다. 모두 다 한번쯤 들어 봄 직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용이다. 교황은 행복에 대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며 가족과 함께하라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3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아르헨티나 주간지 ‘비바’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며 가톨릭뉴스서비스(CNS)를 인용해 보도했다. 교황은 ‘먼저 행동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움직이라’는 로마의 격언을 빌려 사람들은 다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고, 타인을 개방적이고 관대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종교 문제에서도 다른 사람의 신념을 존중하고 개종을 강요하지 말라고 밝혔다. 교황은 “교회는 개종 활동이 아니라 매력을 발산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건강한 여가 활동을 하라고 권유했다. 특히 부모들은 자녀와 놀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노동자들은 일요일에 반드시 쉬어야만 한다”면서 “일요일은 가족을 위한 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사 시간에는 텔레비전을 끄고 가족과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한때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던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리카르도 구이랄데스의 ‘돈 세군도 솜브라’에 나온 말을 인용해 삶에서 조용하게 전진하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젊은이에게 기회가 없다면 자살이나 약물 등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 밖에도 평화롭게 일하라, 자연보호에 힘써라 등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행복 비법을 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주말 영화]

    ■코드 네임 더 몰(캐치온 일요일 밤 1시 5분) 마약 단속 경찰관인 롱고는 자신의 여동생이 마약 중독으로 죽게 되자 그 죄책감에 경찰직을 그만두고 마약 전문 수사가 주 업무인 보르도 세관에 전입한다. 롱고는 세관 내부에 스파이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정체를 밝히고자 마음먹는다. 한편 로르 요원은 보르도 마약 거래 최고 보스인 코미네티와 그의 사촌 파비오 테스타를 체포하기 위해 잠입한다. 그녀는 괴팍한 테스타의 애인 노릇을 하고 코미네티의 사업 회계를 담당하며 신임을 얻고 있다. 각자 마약 거래 비밀 수사를 진행하던 롱고와 로르 요원. 우연히 서로의 목표가 같다는 것을 알고 손을 잡는다. 그런데 비밀 수사가 진행될수록 세관원들이 하나둘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마지막 접선 장소를 덮치려던 중 로르 요원은 코미네티 부하에게 발각돼 죽을 위기에 처한다. ■반딧불이 정원(씨네프 토요일 오후 2시 40분) 마이클은 대학교수이자 소설가인 아버지의 엄격한 가정교육과 폭력으로 억압된 성장기를 보낸다. 그런 그를 감싸주었던 유일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성인이 된 마이클은 소설가가 되어 고향을 찾는다. 한편 마이클의 아버지가 운전을 하던 중 나무를 들이받고, 함께 탄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숨진다. 가족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어머니의 부재는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을 가져온다.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다시 마이클을 괴롭히는데…. 영화는 미국 중산층 가족의 분노와 화해, 소통의 문제를 담았다.
  • [기고] 빅브러더와 금연파파라치/이상묵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기고] 빅브러더와 금연파파라치/이상묵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소설가 조지 오웰은 ‘1984’를 통해 ‘빅브러더’의 존재를 얘기한다. ‘빅브러더’는 정보 독점과 감시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을 말한다. 실제 현대사회에는 곳곳에 감시 장치들이 존재한다. 골목이나 도로에 설치된 각종 폐쇄회로(CC)TV가 대표적이고, 휴대전화,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도 감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런데 시민들은 오히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이 감시 장치들을 반긴다. 왜냐하면 감시에 대한 불쾌감보다는 안전에 대한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바우만과 데이비드 라이언이 저술한 ‘친애하는 빅브러더’에서는 이 같은 사람들의 반응을 편리·안전·돌봄 등 국가와 기업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신의 신상정보와 행동 궤적을 자발적으로 노출시키며 감시에 대한 도덕적 의문을 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프라이버시에 대한 자유의 유예 혹은 포기라는 도덕적 무감각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빅브러더’보다 더 집요한 작은 감시자 ‘스몰브러더스’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김난도 교수 등이 함께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평범한 집단 속에 숨어서 타인을 엿보는 사람들, 즉 ‘스몰브러더스’의 역습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현대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서로를 감시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를 활용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문제점도 그만큼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찰은 전국의 약국을 대상으로 돈을 뜯어낸 파파라치 일당을 검거했다. 일명 ‘약파라치’로 불리는 이들은 약사가 아닌 일반 종업원에게 약을 팔게 한 후 약사법 위반의 약점을 잡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신고포상금보다 공갈로 돈을 뜯는 게 더 큰 이익이라는 계산에서 갈취범으로 돌변했던 것이다. 법정 보조금 상한선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신고하는 ‘폰파라치’와 택시 승차거부를 신고하는 ‘카파라치’도 있다. 이 제도들 역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범행에 악용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최근 ‘금연지도원’을 활용해 흡연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금연구역에서 흡연 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활동을 하고, 실내 흡연실 설치와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금연구역에서만큼은 담배연기를 피해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성숙한 사회의 기본적 가치인 자유와 신뢰에 맡기기보다는 ‘금연 파파라치’와 같은 감시와 적발 시스템에 의존하는 정책에 상당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디선가 누군가의 흡연을 감시하는 이들은 빅브러더가 고용한 ‘스몰브러더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물론 사회 질서유지와 범죄 예방 등을 위한 감시 시스템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자율에 기반한 신뢰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 나가려는 노력들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행여 정책당국이 우리 국민을 신뢰의 대상이 아닌 통제와 감시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 한국 중편소설 르네상스 다시 한번

    한국 중편소설 르네상스 다시 한번

    염상섭의 ‘만세전’(1922),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 윤흥길의 ‘장마’(1973), 이청준의 ‘이어도’(1974)…. 모두 우리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중편소설들이다. 사회와 역사를 고민하는 장편과 찰나의 미학을 추구하는 단편의 특징을 절충한 중편소설(원고지 300장 안팎)은 문학사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다. 특히 국내에서는 근대문학 초기뿐 아니라 한국전쟁이 끝나고 산업화가 싹튼 1970년대 주요 작가들이 쏟아 낸 중편이 문단을 살찌웠다. 김동식(인하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중편소설은 1930년대 신문 연재가 유일한 게재 방법이었던 장편의 대중성과 통속성을 배제하면서 단일한 사건과 인물, 이미지에 집중하는 단편소설의 예술성을 아우른 형식”이라며 “작가들이 사회 변화 속에서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을 모색할 때 분출됐다”고 짚었다. 이처럼 ‘중편소설의 르네상스’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젊은 독자들의 짧은 호흡에 발맞추는 시리즈가 이달 새로 선보인다. 출판사 은행나무가 30~40대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 내년 8월까지 매월 한 편씩 원고지 300~400장 분량의 중편소설을 펴내는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다. 젊은 독자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듯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소설 시리즈라는 점을 부각한 기획이다. 배명훈, 김혜나, 김이설, 이기호, 안보윤, 정세랑, 윤이형, 서유미, 강태식, 최민경, 황현진, 이영훈, 최진영 등 13명의 문인들로 진용이 짜였다. 첫 작품은 SF소설에서 특유의 장기를 부려 온 소설가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 인간성을 갖게 된 전투 로봇 가마틀이 진정한 자아와 운명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노을을 좋아하고 행성이 되는 꿈을 꾸는 가마틀. 그는 미친 과학자 미야지마 상이 인류를 공격하기 위해 설계한 540대의 로봇 가운데 하나다. 가마틀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자 불안해진 인류가 로봇을 추적하며 벌이는 갈등과 반전의 서사가 작가의 순정하고 섬세한 문학적 묘사를 타고 흐른다. 출판사 측은 “등단과 비등단, 순문학과 장르문학 등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작가를 발굴할 예정”이라며 “작품이 나올 때마다 웹툰, 포토 에세이, 북사운드 트랙, 북트레일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웹카페를 통해 20~30대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새 영화] ‘어떤 만남’

    [새 영화] ‘어떤 만남’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물론 사랑도 그중 하나다. 선택이 때론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꿀 수도 있는 것이기에 나이가 들수록 더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흔히들 사랑을 운명이나 우연에 맡겨 두기도 한다. 삶이 안정될수록 지금까지 지켜온 인생의 궤적을 흔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어떤 만남’의 주인공 엘자(소피 마르소)와 피에르(프랑수아 클루제)도 이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유명 소설가인 엘자는 완벽한 커리어에 연하의 연인까지 두었지만 문득문득 밀려드는 공허함을 달랠 길이 없다. 변호사인 피에르도 안정된 직장에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일상의 피로감에 지쳐 있다. 어느 날 엘자의 책 ‘퀀텀 러브’ 출판 기념회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하지만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직감한 이들은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긴 채 전화번호조차 교환하지 않고 헤어진다. 운명과 우연은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고 그들은 거부할 수 없는 감정과 지켜야 하는 일상 사이에서 갈등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본다면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 온 불륜 코드를 떠올릴 법하지만 영화의 방점은 두 남녀의 내면 변화와 심리묘사에 찍혀 있다. 20대 때와 그 설렘은 똑같지만 이제는 지켜내야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중년 남녀의 사랑은 더욱 복잡하고 어렵다. 엘자는 헤어진 애인을 동원해 피에르를 만날 구실을 만들고 친구의 휴대전화에서 몰래 그의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을 한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워킹맘이지만 사랑에 빠진 20대와 별다를 것이 없다. 피에르도 엘자와의 로맨스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지만 영원할 수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의 신조와 감정 사이를 괴롭게 오간다. 물론 이들의 사랑에 대한 영화의 결말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아니라 만남과 인연, 영원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질문인 듯하다. 연출, 제작, 각본, 연기까지 1인 4역을 소화한 리자 아주엘로스 감독은 “‘어떤 만남’은 아가페에 대한 영화다. 진정한 만남에 흐르는 영원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잔잔한 전개에 큰 반전은 없지만 첫사랑의 아이콘 소피 마르소와 ‘언터처블:1%의 우정’에서 전신 마비 환자 역을 실감 나게 소화했던 프랑수아 클루제의 흡인력 있는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3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드라큘라 김준수, 창백 얼굴에 빨간 머리 ‘눈 뗄 수 없는 강렬함’ 여심 올킬

    드라큘라 김준수, 창백 얼굴에 빨간 머리 ‘눈 뗄 수 없는 강렬함’ 여심 올킬

    ‘드라큘라 김준수’ 그룹 JYJ의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인 김준수가 ‘드라큘라’를 위해 빨간 머리로 변신했다. 김준수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드라큘라’(감독 데이비드 스완) 프레스콜에 참석했다. 이날 김준수는 피를 형상화한 빨간 머리로 파격 변신해 환상적인 드라큘라의 모습을 선보였다. 상대역인 조정은과의 격정적인 키스신과 베드신은 드라큘라의 400년의 절실한 사랑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김준수는 빨간색 머리로 변신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환상적인 드라큘라를 변신하기 위해 빨간 머리를 했다”며 “극중 ‘프레쉬 블러드’라는 넘버가 있다. 백발이었던 드라큘라가 피를 마시고 젊어지는 과정을 표현하는 부분인데 단순하게 이 장면에서 흑발보다 붉은 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드라큘라와 미나의 슬프고도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이야기.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스웨덴,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공연한 대형 뮤지컬이다. 배우 류정한, 김준수, 조정은, 정선아 등이 출연하는 ‘드라큘라’는 오는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 = 김준수 트위터(드라큘라 김준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열린세상] 수사권, 공유해야 한다/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수사권, 공유해야 한다/김정현 소설가

    뇌물인지 후원인지, 거래인지 알 수 없는 돈거래 끝에 한 재력가가 피살되고 정치인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되는 막장드라마가 펼쳐졌다. 사건이야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겠지만, 곁가지로 또 다른 막장드라마가 시작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바로 그 재력가의 장부를 두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재력가의 장부에 돈을 건넨 현직 검사와 경찰 등 공무원의 이름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경찰은 장부를 압수하지 않고 유족에게 돌려주며 사본을 확보해 두었고, 뒤늦게 제출받은 검찰은 검사 이름이 수정액으로 지워져 있어 오해를 받았다. 지운 것은 유족으로 밝혀졌는데, 검찰은 경찰이 사본이 있음을 밝히지 않은 사실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살인사건 수사가 끝나면 경찰을 제대로 한 번 손보겠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설마 그처럼 졸렬할까 믿고 싶지 않지만 기왕 말이 나왔으니 돌아보자. 지금 대한민국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권’과 공소를 제기하는 ‘기소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비틀어 말하자면 경찰이 아무리 범죄혐의를 밝히려 해도 검사가 수사지휘권으로 제한하면 중단하거나 검찰에 넘겨야 하고, 밝혀졌더라도 재판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막강한 힘인지, 12·12사건을 전후한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의 내란 혐의를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사의 판단으로 불기소 결정한 일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검사에게 그토록 엄청난 권한을 부여한 근거는 무엇일까. 아마 능력과 도덕성일 것이다. 또한 그 신성한 권한에는 누구도 도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는지 ‘법무부 소속 공무원은 검사만이 수사한다’는 검찰청법 조항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삭제되었으니 권위의식은 내려놓은 셈이다. 그렇지만 변호사법의 자격 요건에 의해 그들만의 권한은 여전하다. 참고로 조건을 보면 첫째,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과정을 마친 자 둘째, 판사나 검사의 자격이 있는 자 셋째,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다. 솔직히 교수나 그만큼 법을 공부하고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고인의 동의하에 변호에 나설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일부 성의없는 변호사보다는 나을 것도 같고. 뭐, 법이 그러니 자격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해도 도덕성에 관해서는 점점 의문이 커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연이어 드러나는 비위만이 아니다. 이미 진작부터 국민들은 검사의 도덕성에 신뢰를 갖지 않았으니 확인일 뿐이다. 그럼 능력은 과연 독점의 필요가 있는 것일까. 국민 대부분이 법에 무지한 예전이라면 모를까, 요즘에는 대학에서 어지간히 법을 공부한 사람이면 검사의 직무 정도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운(運)도 배제할 수는 그 사법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그들의 리그에 끼어들지 못한 것일 뿐. 특히 4년 동안 경찰이 되기 위해 관련법과 실무를 공부한 경찰대학 출신에 이르러서야. 그렇다고 무작정 경찰을 편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장부에 드러난 사실을 보고하고, 즉시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경찰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사본을 확보해 둔 것은 수사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수사권과 관련한 검·경 간의 갈등도 한 원인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 이제 한 번 털어놓아 보자. 검찰이나 경찰 어차피 사람의 문제이고 별반 다르지도 않다. 오직 한 번 가진 엄청난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것과 나누거나 공유하자는 것일 뿐이다. 애당초 국민은 안중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국민은 진작부터 역겨워하며 답을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법조계를 비판하고 수사권 문제를 거론하며, 특히 검찰의 잘못된 행태를 공공연히 그려내는 대중문화물이 늘 하는 것이 그 증명이다. 이제 권력의 독점시대는 끝내야 한다.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국민의 눈치를 보는 공복이 된다. 그렇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법을 만드는 정치인이 법조인 출신으로 가득하니 말이다. 대통령은 그 문제를 어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 [길섶에서] 어떤 예언/문소영 논설위원

    해외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한국의 40대 한 소설가는 손에 잡히는 미래가 없던 20대에 서울 신촌 어느 유명한 역술가로부터 “소설가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한다. 경영학 석사과정이었던 그는 뒷등으로 흘려듣고서 통신동호회 친구들에게 술자리 안줏거리로 풀었다고 했다. 영어 학습서로 유명한 한 작가는 생활비도 벌지 못해 고생하고 있을 때 사주팔자를 봤더니 “책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했다. 믿을 수도 없었지만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책을 쓰게 됐고, 대박이 나 유명세도 누리고 중견 중소기업만큼 벌게 됐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대개 단골 점집이나 역술가가 있다. 결정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자문이기도 한데 ‘예언이 맞더라’는 결과론적 경험이 누적되는 탓도 있다. 관상쟁이를 옆에 놓고 신입사원을 뽑았다는 기업도 있지 않았던가. 10대, 20대의 판유리처럼 뿌연 인생이 나이를 먹으면서 투명해져 제 갈 길을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을 줄 알았더니만, 인생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하면서 평생 가는 모양이다. 예언이 필요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글로벌 시대] 시진핑과 인문학/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시진핑과 인문학/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여운이 아직도 묵직하다. 역대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는 것 외에, 주요 2개국(G2) 정상 시진핑이라는 인물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언론은 그의 정치적 성장기를 집중 보도했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한·중 FTA 연내 타결, 원·위안화 직거래 등에 합의했다. 여러 합의 내용 중에서 언론이나 일반인들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인문학자인 필자의 시선이 간 부분이 있었다. 바로 한·중 양국이 인문 유대 강화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보도였다. 양국 간 인문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인문교류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한·중 청소년 특별 교류를 실시하며,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한·중 인문교류 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는, 구체적 계획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문사철(文史哲) 열풍과 인문 소양 중시 분위기에 비추어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바야흐로 신(新)르네상스의 시대라 할 수 있는 시점에 한·중 정상이 인문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 하겠다. 한·중 양국은 인문교류의 훌륭한 토대를 이미 갖추고 있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인문교류가 한자와 한문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한자와 한문으로 언어생활을 했고, 중국의 경전, 사상서, 인문 소양서 등을 받아들여 수학하면서 문화, 사상, 인문이 자연스레 하나의 문화권으로 형성된 것이다. 인문학의 시각에서 시진핑은 중국의 역대 지도자 중 인문 소양을 제대로 갖춘 정치 지도자로 평가할 수 있다. 마오쩌둥이 정치사상을 강조한 정치관료였다면 덩샤오핑은 실용경제를 중시한 경제관료, 후진타오는 과학기술을 중시한 기술관료, 시진핑은 역사지능과 인문소양이 높은 인문관료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시안(西安) 량자허(梁家河) 토굴에서 7년 동안 잡곡밥, 벼룩과의 사투, 고된 작업량으로 상징되는 ‘하방’(下放) 생활을 거친다. 중국 영화 ‘발자크와 소녀재봉사’에는 하방된 대학생이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Balzac)의 작품을 읽으면서 고난을 극복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시진핑도 이 시기 여러 인문 교양서들을 읽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 ‘독서가 리더십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또한 그는 고사성어와 격언 등을 자주 인용해 격조와 함축미가 풍겨 나는 수사학(修辭學)을 구사한다. 이번 방한 중 기고문과 연설에서 논어(語), 당시(唐詩), 고금현문(古今賢文)을 인용했는데 이는 중국의 다른 지도자와 극명하게 차별되는 인문 소양 중심의 사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타분야와의 융복합이 주목받는 시점에서, 한·중 인문유대는 양국 간 무형의 자산을 활용해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한자문화권인 일본, 베트남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문교류의 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과 중국의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주링허우’(九零後)들은 인문 소양이 부족한 세대들이다. 한·중 인문유대사업으로 ‘신(新)채근담’, ‘신(新)명심보감’ 같은 인문 교양서를 공동 개발해 양국의 청소년들이 함께 공부하고, 인문소양과 역사지능을 갖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 [사설] 선출직도 철저한 검증 필요하다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가 7·30 재·보선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권은희(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재산을 축소신고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남편의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 지분이 시가로 30억원대에 이르는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5억원대라는 내용이다. 여당은 물론 야권 일각에서도 권 후보 남편의 회사가 이름만 있는 ‘유령회사’라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권 후보는 선관위에 자신과 배우자의 총 재산을 5억 8000만원으로 신고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충북 청주의 한 빌딩 내 상가 3곳을 남편 명의로 신고했지만 남편이 대표(지분 40%)인 부동산 매매업체 ‘스마트에듀’가 이 빌딩 상가 7곳을 갖고 있고, 실거래가는 30여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나오는 월세는 1400만원이며, 이 회사는 사무실과 직원도 없다고 밝혔다. 권 후보는 이 회사 주식 8000주를 액면가로 계산해 4000만원을 신고했다. 또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40층짜리 주상복합의 상가 두 곳 지분을 남편 명의로 신고했지만, 남편이 대표로 있는 또 다른 부동산 매매업체 ‘케이이비엔 파트너스’의 명의로 이 빌딩 3~4층에 오피스텔 2개(시가 2억원)를 더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그의 남편이 유일한 등기이사이고, 권 후보의 여동생이 감사로 등재돼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권 후보 측은 “공직선거 재산신고 규정에 따라 남편이 보유한 2개 법인의 비상장주식을 액면가로 신고했고 재산을 축소 신고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 후보가 한때 변호사로 일했고, 상당한 재산을 남편의 부동산 회사 이름으로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재산형성 과정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권 후보가 주장한 국정원 댓글사건 축소압력 폭로 건은 1, 2심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나 새정연 지도부가 그를 공천하면서 ‘보은 공천’ 논란에 휘말려 있는 상태가 아닌가. 까닭에 권 후보는 세간의 이런저런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보도와 관련한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직접 나서 적극 소명해야 할 것이다. 최근 총리와 장관 후보들이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재산 문제 등 각종 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했다. 정성근 전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실거주 관련 거짓말로 결정타를 맞고 자진 사퇴했다. 임명직 인사검증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인사청문회를 이끌 선출직인 의원 후보들에 대한 검증도 철저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소설가 공지영씨가 “국회의원을 뽑는 자리지 성녀를 뽑는 것은 아니다”라는, 권 후보 옹호 글을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사례에서 그런 보편적 국민정서가 읽힌다고 본다.
  • 술술 들어갈 땐 좋은데… 뇌는 슬슬 병든다

    술술 들어갈 땐 좋은데… 뇌는 슬슬 병든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입사해 중견기업의 영업사원이 된 신주신(가명·34)씨. 원래 술을 즐기지 않았지만, 물품을 판매하려고 구매자를 접대하는 게 일이다 보니 술자리가 업무자리나 매한가지가 됐다. 신입사원 때는 술을 마신 다음날 근무가 너무 힘겨워 눈치를 보며 적당히 마셨다. 상관도 처음에는 크게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판매 실적이 저조하자 “이렇게 일해서 회사 다니겠어?”라며 대놓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살아남고자 신씨가 선택한 것은 사약 들이켜듯 술을 마시며 억지로 주량을 늘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의 경력만큼 술 실력도 늘어 접대 술자리를 주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때로는 접대 자리가 없을 때도 스스로 술자리를 마련해 술을 마신다. 부장은 신입사원들 앞에서 신씨를 ‘판매왕 주신(酒神)’이라고 치켜세운다. 그 말을 들을 때면 어깨가 으쓱하다가도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한국이 세계 15위(세계보건기구 통계) ‘음주강국’이 된 것은 과도한 음주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인맥을 만들어야 하고 그 인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술자리다. 인사발령 등 고급 정보는 1차도 아닌 2차·3차 술자리에서 오간다. 가정과 회사에서 생긴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 곳도 마땅치 않다. 신씨처럼 영업직은 술 실력이 곧 업무실적과 직결된다. 한마디로 술 없이는 사회생활이 힘든 ‘술 권하는 사회’다. 하지만 “오늘도 마실 수밖에 없다.”라고 한탄하며 마신 술이 하루하루 몸을 갉아먹고 끝내는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뒤늦은 후회가 사회적·신체적 심장박동까지 되살리지는 못한다. 알코올 의존증 직전 단계인 알코올 남용자는 2~3일 술을 마시고 몸을 회복시키고서 다시 술을 마신다. 평일에는 많이 마시지 못하니 주말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술을 몰아서 마신다. 간이 많이 손상돼 피로감을 빨리 느끼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지만, 이 단계가 되어서도 음주자들은 ‘나는 그저 즐기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음주를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진단법에 따르면 이 정도 수준은 영락없는 알코올 남용이다. 진단 항목에서 ▲술을 반복적으로 마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몸이 안 좋은 데도 반복해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고는 자꾸 법적 문제를 일으킨다 ▲대인관계가 악화되는 데도 계속 술을 마신다 등이 지난 1년간 한 개 이상이 해당하면 알코올 남용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주당’, ‘애주가’로 불리는 사람은 대부분이 알코올 남용자인 셈이다. 여기에 술을 안 마시면 불안하고 초조한 금단증상마저 생기면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해야 한다. 한 번 술을 마시면 적당히 마시지 못하고 과음이나 폭음을 반복하거나, 술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이 때문에 죄책감이 들고, 아침에 해장술을 찾아도 마찬가지다. 음주 후 기억의 일부분이 사라지는 ‘블랙아웃’(Black Out) 현상도 위험 신호다. 소위 ‘필름이 끊긴다’고 말하는 이 현상은 알코올이 기억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인 해마에 영향을 미쳐 뇌의 정보 입력 과정을 방해할 때 생긴다.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애초부터 저장된 정보가 없으니 출력할 정보도 없는 것이다. 필름이 끊겼다던 사람이 무사히 집을 찾아오는 것은 예전에 뇌에 저장됐던 정보를 출력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의 조근호 원장은 “블랙아웃이 6개월에 2회 이상 나타나면 이미 술 때문에 인지기능의 저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 상태에서 술을 줄이지 않고 계속 마시면 10여년 후 알코올성 치매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상된 뇌 세포는 원상회복되지만, 필름이 끊기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쪽에서 먼저 시작되기 때문에 화를 잘 내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등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다. 10년 이상 술을 마셔온 중장년층이 어느 날 갑자기 폭음을 하면 심장박동 리듬에 이상이 생겨 급사하는 ‘휴일 심장 증후군’에 빠질 수도 있다. 휴일 심장 증후군은 평소 과음을 일삼던 사람이 휴일 전날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술을 마셔 심장 기관 계통에 이상이 오는 증상을 말한다. 건강한 사람은 약간의 과음이 심장에 바로 무리를 주진 않지만, 협심증이나 고혈압 등이 있는 사람에게 과음은 치명적이다. 간도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의해 손상을 받게 된다. 간은 이상신호가 가장 늦게 오는 ‘침묵의 장기’다. 지방간이 되어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술을 마시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간이 굳어버리는 간경화가 올 수 있다. 소주 반 병 이상을 매일 일주일 정도 마시면 지방간, 일주일에 과음·폭음을 4번 이상 10년간 지속하면 알코올성 간염, 이를 15년 이상 지속하면 간경화의 위험이 크다. 보통 하루 소주 1병을 마시면 위험수위로 볼 수 있다. 그나마 안전한 한계 음주량은 여성이 하루 2잔, 남성이 하루 3잔이다. 알코올 의존증은 유전도 된다. 양친이 전부 알코올 중독자면 자녀가 알코올에 중독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10배 정도 높고, 부모 중 한 명만 알코올 중독자더라도 5배가 높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정상 집안으로 입양된 아이가 정상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알코올 중독자 집안으로 입양된 아이보다 알코올에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만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똑같이 술을 마셔도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태생적으로 적어 건강에 더 심각한 해를 입는다. 소설가 현진건은 그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의 마지막을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는 말로 맺는다. 하지만 세상 탓을 하며 매일 술잔을 기울이는 당신도 자기 자신한테 “몹쓸 당신”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동영상]소피마르소 주연작 ‘어떤 만남’ 예고편

    [동영상]소피마르소 주연작 ‘어떤 만남’ 예고편

    1980~90년대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와 함께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배우 소피마르소가 로맨스 장르의 신작 ‘어떤 만남’을 통해 스크린에 복귀한다. ‘어떤 만남’은 모든 면에서 남부러울 게 없지만 진정한 사랑이 없는 삶에 공허함을 느끼는 유명 소설가 ‘엘자(소피마르소 분)’와 안정적인 일상에 만족하며 살아왔지만 다시 오지 않을 운명 같은 사랑 엘자를 만나면서 고뇌하게 되는 변호사 ‘피에르(프랑수아 클루제 분)’의 사랑이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최근 개봉을 앞두고 1분 30여초 분량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예고편에는 주인공 ‘엘자’와 ‘피에르’가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되면서 현실과 운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평범했던 일상에 갑작스레 찾아온 서로의 존재로 혼란스러워 하는 ‘엘자’와 ‘피에르’의 얼굴 위로 “사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운명을 만들죠”라는 엘자의 대사는 두 사람의 운명적인 로맨스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감각적인 영상미가 펼쳐지는 영화 ‘어떤 만남’은 오는 31일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사진·영상=(주)티캐스트콘텐츠허브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장석훈 옮김, 판미동 펴냄)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으로 철학자, 종교사학자, 잡지 편집장, 소설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인류의 스승 3인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세 인물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역사가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비화를 재조명하며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진리, 정의, 사랑, 자비 등의 메시지가 현재의 우리 삶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겪는 위기는 단순히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철학적이며 영적인 위기라고 규정한다. 세 성현의 윤리적 가르침 중 어느 것을 따르든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독자들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392쪽. 1만 8000원. 플로팅 시티(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 전작 ‘괴짜 사회학’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번에는 뉴욕의 지하경제를 탐사했다. 저자는 과거 계층과 지역의 경계 안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경계를 뛰어넘어 전에 없던 관계를 만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착지를 찾아 부유(플로팅)하는 사회현상을 뉴욕에서 목격한다. 그는 새롭게 맞닥뜨린 변화의 비밀을 풀 열쇠를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지하경제에서 찾는다. 복잡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맨해튼의 골목길과 빌딩 숲을 부유하며 이민자와 매춘부, 사교계 명사와 거리의 마약상들에게서 이야기를 채집한다. 다양한 이민자들의 초상에서부터 도시를 연결하는 각종 브로커들과 부의 대물림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하려는 상류층 자제들의 욕망,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벤카테시 자신의 사회학자로서 성찰까지 오롯이 담아냈다. 368쪽. 1만 6000원.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유승희 지음, 이학사 펴냄) 정조대에서 철종대까지 18~19세기 조선 사회의 범죄 사례를 바탕으로 당시의 사회적 특징과 갈등 양상을 들여다봤다. 전근대 도시민의 생활상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저자는 특히 조선의 수도 한성부에서 일어난 사죄(死罪), 즉 사형에 처해지는 범죄를 중심으로 당시의 가감 없는 생활상을 그려 낸다. 조선 후기는 사회변동과 함께 다양한 계층 간 갈등이 분출되면서 사회적·도덕적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가 성행하고 사회 기강과 상호 간 신뢰가 훼손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책은 변화의 시기에 나타난 사회적 갈등의 모습에 주목한다. 1752년(영조 28년)부터 1910년까지 국정을 기록한 일기인 ‘일성록’을 통해 집계한 1853건의 범죄 사례를 토대로 범죄 유형, 범죄 발생 지역, 범죄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 다양한 통로로 갈등 관계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조선 후기의 범죄 지형을 세밀하게 그려 낸다. 285쪽. 1만 7000원. 착한 인류(프란스 드 발 지음, 오준호 옮김, 미지북스 펴냄)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이며 대중 저술가로 폭넓은 명성을 얻고 있는 저자가 인간 도덕성의 생물학적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 않고, 자연은 약육강식의 투쟁 상태라고 믿고 있다. 또 도덕이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고안된 문명의 산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저자는 도덕이 종교나 문명이 출현하기 전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확립됐다고 주장하며 침팬지 등의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포유류의 공감 능력과 타자를 배려하는 능력, 개인보다 집단을 앞세우고 협력을 추구하는 능력 등으로부터 도덕의 기원을 발견한다. 도덕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는 증거다. 저자는 도덕성의 뿌리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에 따르면 결국 종교도 도덕의 기원이 아니라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강화한 후원자였던 셈이다. 388쪽. 1만 8000원.
  • [시론] 적임자에 관하여/조경란 소설가

    [시론] 적임자에 관하여/조경란 소설가

    지난 한 학기 동안 두 군데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맡아 왔다. 종강을 하던 날 비로소 나는 혼자 큰 숨을 내쉬며 내가 과연 학생들을 가르칠 만한 적임자였던가, 아니었던가? 다시 물었다. 자랑도 자기비하도 아니지만 나는 내가 어떤 일을 맡게 될 때면 거의 언제나 내가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부터 스스로 하곤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데가 있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아무리 욕심나는 일이라고 해도 거절하는 게 맞는 처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임자’라고 사전에 찾아보면 ‘어느 임무에 마땅한 사람’으로 나와 있다. 다시 ‘임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맡은 일’이라고 쓰여 있다. 다 아는 단어들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막상 주위를 둘러보면 현재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마땅한 적임자를 뽑지 못해서 일어나는 해프닝도 다반사가 아닌가 말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일 년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총리 후보자만 그새 세 명이나 낙마했고 그러한 고위 관료의 숫자를 헤아리면 세 배쯤 된다. 게다가 국장급 이상 자리 가운데 지금 무려 50개쯤이나 공석이라는 기사를 접하기도 했다. 각 부처 인사 담당자들에게 이유가 없을 리 없겠지만 현 정부의 인사 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기 때문인 게 커 보인다. 각 자리에 맞춤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것인지 적임자가 아닌 사람들을 그 자리에 지명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돼서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 한 시민의 눈으로는 정확히 알 도리가 없다. 적임자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역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한문학자 정민 선생이 쓴 책을 읽는데 ‘덕위상제’(德威相濟)란 말이 나온다. 풀이하자면 “덕과 위엄으로 서로 건진다”라고 한다. 덕은 위엄으로, 위엄은 덕으로 건진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윗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어떤 한 직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나 윗사람이 이 덕목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조직을 이끌어 나가거나 아랫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하리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어떤 일을 맡은 사람이 꼭 기억해둬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일찍이 명나라 사상가 여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결정할 때는 과감하고 결단력 있게, 밀고 나가야 할 때는 굳고 참을성 있게, 일처리할 때는 깊고 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가까워진다. 2014년 봄을 대한민국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듯 그 배의 책임자였던 선장과 선원들은 탑승자들,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을 버리고 탈출했으며 관계자들은 참사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듣고서야 허둥거리며 천금 같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세월호 국정조사 중계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던 건 여야의 대립이나 떠넘기기 같은 태도 때문이 아니라 아직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서려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었다. 처음부터 적임자가 없었으니 적임자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이제 와서 있을 리 없을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마련 중이지만 아니나 다를까 난항을 겪는 게 수순 같아 보일 지경이다. 현재 어이없고 부당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들을 때마다 적임자, 윗사람, 책임, 덕과 지혜, 덕과 용기라는 단어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씁쓸한 7월이다. 좋은 적임자가 되는 방법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알아야 하며 아무리 작은 일에도 책임을 다 해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한 번 일어난 일에 대해선 잊고 묻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 깨닫고 그와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혜를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덕과 위엄은 따로따로 오지 않는다. 그런 적임자들이 적소에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혁신’될 수 있을 것이다.
  • [문화 단신] 김승희 등단 40주년 문학선 출간

    김승희 시인의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는 문학선 ‘흰 나무 아래의 즉흥’(나남)이 출간됐다. 시인이 직접 고른 시편 200여편과 소설 3편, 직접 쓴 자전적인 시론을 묶었다. 1973년 ‘그림 속의 물’로 등단한 이후 9권의 시집을 내고 1994년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다시 데뷔해 소설집 두 권을 펴낸, 그의 40년 분투를 굽어볼 수 있다. 태양과 불, 물, 신화 이미지로 요약되던 초기와 일상과 여성, 문명과 자본주의로 외연을 확대한 후기 등 시 세계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 시진핑 감성 외교 南美 접수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미 접수’에 나섰다. 미국의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과 남미 각국의 특별한 ‘관시’(關係·관계)를 한껏 부각시킨 뒤 ‘중국 역할론’을 설파했다. 시 주석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 앞서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자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 등 4개국 언론과 합동 인터뷰를 가졌다. 인민일보가 공개한 인터뷰 전문을 보면 시진핑의 ‘남미 공략법’이 잘 드러난다. 먼저 그는 브라질의 세계적 소설가 파울루 코엘루와 공자를 인용해 양국 관계를 설명했다. 시 주석은 “코엘루가 말한 것처럼 재능과 용기를 갖고 꿈을 실현해 가는 사람들이 세계를 품을 수 있다”며 “양국이 힘을 합치면 세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브라질이 수교 40년을 맞이한 것을 두고서는 “공자는 나이 마흔이면 불혹(不惑)이라고 했다”며 흔들림 없는 신뢰 관계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쿠바에도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쿠바의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호세 마르티가 남긴 명언 ‘연대는 세계의 언어다’를 인용하면서 “중국과 쿠바는 험난한 도전을 겪으면서도 손을 잡고 사회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아르헨티나 서사시 ‘마틴 피에르’에 나오는 “형제의 도리는 마음을 합치는 것이다”라는 문구를 언급했다. 베네수엘라 차례가 되자 시 주석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을 활용했다. “중국인민들은 위대한 벗이었던 차베스 전 대통령을 영원히 추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 주석은 중국 외교의 지향점에 대해 밝혔다. 그는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독자적인 방안을 더욱 많이 제출해 세계 각국의 상호 공영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인의 피에는 ‘전쟁 유전자’가 없다”면서 “평화 원칙을 견지하며 남미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적극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목소리를 더 크게 낼 테니 믿고 따라오라는 것이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