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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안도현, 문인 창작 지원 나섰다

    시인 안도현, 문인 창작 지원 나섰다

    “전업 작가들은 집중할 수 있는 집필 공간이 필요합니다. 여유가 있는 작가들은 개인 오피스텔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집필 공간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합니다. 한국 문학사에 남을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안도현(54·우석대 문예창착과 교수) 시인이 작가 창작 지원 사업에 나섰다. 지난 13일 전북 지역 최초로 문인 창작 지원실을 열었다. ‘레지던스 변산바람꽃’(변산바람꽃)이다. 펜션을 문인 집필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변산바람꽃은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에 우뚝 서 있다. 부안 변산반도 끝 줄포만 갯벌에 접해 있다. 매일 밀물과 썰물이 들락날락하며 고즈넉한 운치를 더한다. 글쓰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소설가 박범신이 고문, 소설가 백가흠·이기호와 시인 김민정·이원·임경섭 등이 운영위원, 시인 정영효가 실무를 맡았다. 안 시인은 운영위원장이다. 안 시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펜션 대표 서융씨가 펜션을 부안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데 쓰고 싶다고 해 문인 창작실을 운영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기존 펜션 일부를 창작 환경에 맞게 새롭게 꾸몄다. 책상 등 집필 가구를 새로 갖췄고 도서관, 멀티미디어실 등을 신설했다. 5개월간 시인, 소설가, 습작생이 임시 입주하는 등 시험 운영도 거쳤다. 올해엔 문인 창작실 3실, 습작생 창작실 2실에 작가 20여명, 습작생 10여명을 받을 예정이다. 모집 공고는 매년 상·하반기에 변산바람꽃 홈페이지에 낸다. 작가당 2개월씩 머무를 수 있다. 다음달부터 소설가 전경린 등 작가들이 입주한다. 5월엔 외국 작가도 입주, 창작 활동을 한다. 향후 문학캠프도 열어 대학생들에게 부안의 문화 유적 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와 함께하는 창작교실도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문화예술지원위원회’의 ‘2015 문학창작공간지원’ 사업에 선정돼 위원회로부터 올해 운영비로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안 시인은 “펜션 대표 서씨는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면 내년엔 펜션과 별도로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 ‘연희문학창작촌’·‘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강원 원주 ‘토지문화관’, 경기 이천 ‘부악문원’, 충북 증평 ‘21세기문학관’, 충남 단양 ‘글을 낳는 집’, 전남 광주 ‘생오지문예창작촌’ 등 문인 창작 지원실이 운영되고 있다. 안 시인은 “작가들이 편히 쓰고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 한다”며 “지역 문인뿐 아니라 서울에 사는 작가들도 머리를 식히고 재충전하는 곳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정사장면 모방에 소방당국 ‘비상’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정사장면 모방에 소방당국 ‘비상’

    가학적 성행위 묘사로 논란이 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지난 13일 북미를 포함해 전 세계 57개 국가에서 개봉됐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지난 2012년 발간된 영국의 여류 소설가 E.L 제임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여대생과 청년 갑부의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수위 높은 성행위 묘사로 유명세를 타며 1억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소설만큼이나 영화에 쏠리는 관심도 뜨겁다. 활자와 달리 이미지가 주는 강렬함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포르노 수준의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봉 전 보이콧 운동을 벌어지기도 했는데, 최근 소방 당국들이 작품에서 시도하고 있는 성행위 모방 사고를 우려한다는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책이 출간된 이후 일부 독자들에 의해 낯 뜨거운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런던소방서는 지난해 4월 이후 지금까지 성 관련 사고 접수 전화가 393건 있었으며 이중 28건은 수갑에 끼었다는 신고 전화였다고 밝혔다. 또 쇠고리나 정조대와 관련된 사고도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런던소방서(LFB)는 “영화 개봉 이후 수갑이나 쇠고리에 끼여 꼼짝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레이어의 50가지 그림자’로 인해 수갑 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람객들이 상식적으로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상황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북미 개봉 오프닝 당일 3000만 불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또 영국에서는 460만 불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 역대 2월 개봉작 및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웠다. 소설에 이어 영화에까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실체는 오는 26일 국내 스크린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영상=UPI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되살린 ‘소설가’ 채플린

    되살린 ‘소설가’ 채플린

    채플린의 풋라이트 찰리 채플린, 데이비드 로빈슨 지음/이종인 옮김/시공사/524쪽/2만 8000원 잘나가는 코미디언이었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가 된 칼베로는 자살을 기도했던 젊은 발레리나 테리를 구해 정성껏 간호한다. 병 때문에 춤을 출 수 없었던 테리는 칼베로의 보살핌을 받아 희망을 되찾는다. 몇 년 뒤 발레리나로 성공한 테리는 떠돌이 악사가 된 칼베로를 만나 그를 위한 춤을 춘다. 환호와 갈채를 뒤로한 채 칼베로는 조용히 숨을 거둔다. 찰리 채플린의 후기 명작 ‘라임라이트’(1952)는 노년에 접어든 그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지운 맨 얼굴로 삶과 죽음, 예술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영화다. 라임라이트는 19세기 말 무대 위 배우를 비추던 강렬한 백색광 조명을 이르는 말이다. 20세기 초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지만 매카시즘의 광풍에 휩쓸려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는 자신을 향하던 라임라이트가 꺼진 뒤의 쓸쓸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였다. 채플린은 영화 ‘라임라이트’를 제작하기에 앞서 중편 소설 ‘풋라이트’를 집필했다. 영화 ‘라임라이트’에서 그를 마주한 뒤 평생을 채플린 연구에 매진해 온 데이비드 로빈슨이 유가족의 도움으로 채플린의 유일한 소설 ‘풋라이트’를 되살렸다. ‘채플린의 풋라이트’는 소설 ‘풋라이트’의 전편은 물론 그가 ‘풋라이트’를 집필하게 된 계기에서 시작해 영화 ‘라임라이트’로 완성되는 과정까지를 충실한 해설과 함께 담았다. 로빈슨에 따르면 ‘풋라이트’ 서사는 채플린이 젊은 시절 교감을 나눴던 무용수 니진스키에서 출발한다.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정신질환으로 날개가 꺾여 버린 그를 보면서 한 무용수의 매혹과 비극을 한데 엮어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름과 설정만 바꾼 채 집필과 수정을 거듭하던 원고들은 중편 소설 ‘풋라이트’로 완성됐다. 칼베로와 테리의 교감 속에 가난한 예인(藝人)들의 뜨거운 예술혼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았다. ‘풋라이트’는 또다시 수정과 가감을 거쳐 대본 ‘라임라이트’로, 다시 영화 ‘라임라이트’로 옮겨진다. 로빈슨은 치밀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통해 ‘라임라이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되살렸다. 유족과 동료들의 생생한 증언, 친필로 수정한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미공개 원고, 150여장의 희귀 사진을 통해 채플린을 비추던 화려한 라임라이트가 꺼진 뒤에도 예술혼을 불태우던 노년의 채플린을 마주하게 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황순원 ‘카인의 후예’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황순원 ‘카인의 후예’

    104편의 시, 104편의 단편소설, 1편의 중편소설, 7편의 장편소설. 소설가라면 한번쯤 꿈꾸는 신문의 연재소설을 끝까지 고사했으며 문학지 외에는 글을 발표하지 않았던 작가 황순원이 16세에서 78세까지 쓴 작품의 양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황순원은 오로지 ‘작품’으로만 자신을 드러낸 ‘작가’였다. 그가 지금도 ‘작가 정신’의 표상이라고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에서 단편소설로, 다시 장편소설로 문학적 탈바꿈을 시도한 그가 1953년에 발표한 ‘카인의 후예’는 그의 단편소설들에서 볼 수 있는 빼어난 서정성에 잘 짜인 장편의 서사 구조를 결합시킨 두 번째 장편소설로 전후(戰後)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해방 후 북한 정권이 들어와 개혁 운동을 펼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평안남도 명문가에서 태어난 저자의 가족이 해방 후 월남을 결정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정치적 이념이 순박한 농촌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은 두 가지 축을 기점으로 전개된다. 먼저 상황을 전개시키는 것은 토지개혁으로 벌어진 마을 사람들의 변화 과정이다. 1946년 실제 북한에서 실시된 토지개혁은 당시 오랫동안 가족 공동체 같던 농촌 사회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관계가 오로지 땅을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로 양분된 것이다. 지주의 아들이자 지식인인 박훈, 그의 작은아버지인 용제 영감과 그의 아들 혁,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고 끝까지 애쓰는 윤 주사 등 ‘가진 자’들은 토지개혁으로 땅을 잃고 숙청의 대상이 된다. 그들에게 땅을 빌려 소작했던 칠성 아버지와 강 목수, 탄실 아버지 등은 땅의 공동 분배가 처음에는 지주의 것을 훔치는 것 같아 찜찜해했지만 점점 더 가지려는 욕심을 드러낸다. 과거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였던 그들은 나름의 끈끈한 인정이 오가곤 했다. 하지만 당손이 할아버지가 걱정한 것처럼 ‘다 된 세상’ ‘뒤숭숭한 세상’에서 공존의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서로를 경계하며 살게 된다. 또 다른 축은 역시 가장 인간적인, 그러나 이뤄지기 힘든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양심적이지만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지주 집안의 외아들이자 현재의 지주인 박훈과 그를 모성적인 사랑으로 끝까지 감싸는 마름의 딸 오작녀 간의 사랑은 그 무엇도 끼어들지 못할 것 같이 순수한, 말 그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지주와 마름의 딸이라는 신분의 벽이 놓여 있어 오작녀의 사랑이 순종적이고 희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 점이 그들에게 함께 고향을 탈출해 남쪽으로 내려와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 박훈의 해결책이 사랑과 엇갈린다. 오작녀의 아버지이자 농민위원장이 돼 지주들에게 칼끝을 겨누는 도섭 영감을 죽여야 불행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훈의 행동은 어느 쪽도 명확한 결실을 맺지 못한다. 열린 결말 덕분에 사랑의 완성은 읽는 이의 몫이 되었다. 물론 이 두 축 사이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변신시키는 인물과 끝까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소신을 잃지 않는 인물이 현실감을 더해 준다. 소작농에게 엄격한 마름이었지만 변화를 감지하고 북한 정권에 협력하는 도섭 영감, 박훈과 함께 야학을 이끌었지만 그를 감시하는 민청위원장으로 돌변한 변흥수 등이 권력의 흐름을 좇는 인물이라면, 지주들의 숙청에 찬성하지 않고 타락해 가는 세상을 걱정하는 당손이 할아버지나 사랑하는 박훈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그와 부부 사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오작녀, 그리고 그녀를 감싸는 동생 삼득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들이다. 소설은 홍수처럼 마을 사람들의 삶을 덮친 사건과 지고지순한 사랑이 씨실과 날실처럼 잘 엮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삶의 폭과 깊이를 보여 준다. 특히 토지개혁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하게 되는 농민들의 태도 변화는 작은 부분까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세련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지주라는 권력이 왜 공산당으로 바뀌었는지는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아니다. 오늘을 먹고사는 것이 삶의 목표인 농민들에게 이념이나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의 아낙들은 숙청이 예고된 지주 집에 몰래 들어가 그릇 하나 치마폭에 숨겨 가져온다. 농부들은 자신을 선동하는 공산당원과 지주 집에 몰려갔을 때 삽과 괭이, 대패처럼 꼭 하나 있었으면 좋은 물건들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않게 몰래 훔친다. 마을 사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던 박훈 할아버지의 송덕비를 도섭 영감이 깨뜨린 후 조각난 비석을 다듬잇돌이나 숫돌로 사용하려고 몰래 가져오기도 한다. 이들의 소박한 삶의 욕심을 뻔뻔스러운 변절이라고, 도덕적 양심을 저버린 사람들의 이기심이라고 흉볼 수 있을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인 것이라 생각될 뿐이다. 물론 이 작품에 대한 비판도 있다. 역사적 사실은 있는데 역사의식이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특히 해방 후 상황을 작품에 반추해 놓고도 해결점을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개인의 운명이나 개인적 비극에 국한한 점을 아쉬워한다. 박훈 같은 인물을 내세워 지주를 미화했다고 지적할 수 있고, 문제의 해결을 여성의 희생적 사랑에서 오는 구원에 둔다고 파악될 수도 있다. 박훈과 오작녀의 사랑을 동네에 전해 오는 ‘큰아기바윗골’ 전설과 연결한 점은 다소 작위적이고 신파적이긴 하다. 그러나 권력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모습은 발표될 당시를 감안하면 그 어떤 작품보다 창조적이다. ‘부분은 언제나 전체를 대표한다’는 말처럼 황순원은 평안남도의 시골 마을인 양짓골 이야기를 통해 당시 딜레마에 빠진 북한 전체의 시대 상황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역사적 비극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사실적으로 증언해 놓았다는 점은 이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제목이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넘어선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용 어디에도 카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데, 왜 ‘카인의 후예’일까. 카인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큰아들이다. 사람이 낳은 최초의 사람으로 동생 아벨을 죽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다. 농부였던 카인은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동생에 대한 질투와 욕심에 눈이 멀어 양치기였던 그를 죽이고 만다. 저자는 그 카인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싶다. 가진 자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카인이 되고, 못 가진 자들은 욕심과 이념으로 윤리를 저버리는 카인이 된다. 이런 카인은 지금 이 세상에도 많다. 어떠한 요직도 마다하고 평생 평교수로만 지내며 세상이 흔들어도 요지부동으로 집필에만 몰두한 황순원에게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카인의 후예였을지도 모른다. 신언수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1주만에 1억뷰 돌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예고편

    1주만에 1억뷰 돌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예고편

    가학적인 성행위 묘사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오는 2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지난 2012년 발간된 영국의 여류 소설가 E.L 제임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여대생과 청년 갑부의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높은 성행위 묘사로 유명세를 타며 1억 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소설만큼이나 영화에 쏠리는 관심 역시 뜨겁다. 오는 13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포르노 수준의 성행위를 묘사 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보이콧 운동을 시작해 각종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에 쏠리는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뉴욕에서 작품의 주연배우와 원작자 E.L 제임스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팬들과 함께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에 시사 전 날부터 세계 각국의 팬들은 뉴욕으로 집결해 밤새 시사회 장소 앞을 가득 메우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52일 만에 기록한 1억 조회수를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예고편’이 단 1주일 만에 돌파하며 전체 조회수 1위에 올랐다. 특히 북미 최대 온라인 예매 사이트 ‘판당고’에서 개봉일인 발렌타인데이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역사상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세우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각종 논란 속에서도 ‘스타워즈’, ‘어벤져스’ 시리즈와 함께 2015년 최고의 기대작 베스트 5에 이름을 올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추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영상=UPI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덧 없음에…더 애절한 고백

    덧 없음에…더 애절한 고백

    ‘겨울의 환’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김채원(69)이 신작 소설집 ‘쪽배의 노래’(문학동네)를 냈다. 2004년 여덟 번째 소설집 ‘지붕 밑의 바이올린’ 이후 11년 만이다. ‘자기 스스로를 원질(原質)로 한 고백체형 소설의 순금 부분을 이루었다’(문학평론가 김윤식)는 평가가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간의 운명적 쓸쓸함, 삶의 허망함을 투명한 고백체형 문체로 드러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특징 짓는 회화적인 언어감각과 여성 인물의 자의식도 여전히 서늘하고 강렬한 빛을 발한다. 소설집엔 표제작 ‘쪽배의 노래’를 비롯해 ‘서산 너머에는’, ‘등 뒤의 세상’, ‘조금 더 가까이’, ‘물의 희롱-무와의 입맞춤’, ‘소묘 두 점’ ‘누가 빨강 파랑 노랑을 두려워하는가’ ‘거울 속의 샘물’ 등 단편 8편이 실렸다. 2002년부터 최근까지 쓴 작품들이다. 문학평론가 문혜원은 “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수다스러움이 없고 물 흐르듯 조용한 목소리가 흐른다”며 “자전적인 에세이 혹은 일기, 가까운 이와의 손편지 같은 소설을 읽으며 자주 쉬었고 그때마다 편안하게 상념으로 빠져들었다”고 평했다. 표제작 ‘쪽배의 노래’는 집을 쪽배에 비유했다. 집은 거센 바람이 불던 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바람에 실려 쪽배처럼 흘러간다. 가만히 있으면 바람에 사정없이 부서져 가족이 다치기 때문이다. 작가는 “절대적인 사랑을 생각했다”며 “누군가를 위해 자기 목까지 내놓는 게 절대적인 사랑”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세찬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흘러갔던 쪽배가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처음 자리로 되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어린 시절 감성도 묻어 있다. 이번 소설집은 “영원한 나의 초상”이었던 소설가인 언니 김지원의 2주기를 맞아 나왔다. 김지원은 2013년 1월 30일 세상을 등졌다. “언니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집 출간이 우연히 2주기와 맞아떨어졌다. 이 책은 내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어딘가에 바친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 하고 새삼 깨닫는다.” 작가도 삶의 마무리를 생각한다. “자연의 나이로 마지막에 가까이 와 있다. 점점 말이 하기 싫어지고 어딘가에 전화 한 통 하기도 힘이 든다.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불안한 마음으로 사전을 찾아보지만 사전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찾을 수 있음을 자각한다. 그동안 작품을 많이 쓰진 못했지만 꾸준히 써 왔다. 떠나기 전까지 특별히 어떻게 지낸다기보다는 평소처럼 글을 쓰며 지내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여행 가방]

    테마파크·호텔 등 밸런타인 행사 에버랜드는 14일 오후 5시부터 커플을 위한 러브 토크 콘서트를 연다.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임경선씨가 ‘기꺼이 사랑할 것’을 주제로 강연한다. 에버랜드 방문객은 무료입장이다. 10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썸남썸녀 고백 이벤트’도 진행한다. 50명을 추첨해 캐리비안 베이 이용권 등을 선물한다. 13~15일 커플들은 에버랜드 2인 이용권을 약 43% 할인된 5만 2000원에 살 수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연인끼리 로맨틱한 실루엣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로맨틱 러브 부스를 오픈했다. 가로세로 각각 2.5m의 초대형 액자 안에서 자신들만의 포즈로 촬영할 수 있다. 14일까지 무료로 사진을 인화해 준다. 아울러 만 29세 이하 커플은 8, 9일 자유이용권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서울랜드는 7~15일 서울랜드 페이스북 ‘친구’를 신청하거나 카카오스토리 페이지 ‘소식 받기’를 신청하는 이들에게 동반 1인까지 자유이용권을 50% 할인한다. 한화 63스퀘어는 6~10일 홈페이지(www.63.co.kr)에 사연을 올린 커플 가운데 다섯 커플을 선정, 밸런타인데이 당일 야경이 아름다운 63스카이아트 무료 관람권과 맥주 2병을 제공한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도 14일과 15일,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가 태그된 커플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입장객 가운데 선착순 100명에게 선물을 준다. 엠블호텔 킨텍스는 세 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14일 죽림 중식당에서 디너세트를 주문하는 선착순 3팀 커플에게 꽃다발과 스페셜 기프트를 증정한다. 최소 5일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밸런타인데이 당일 라운지&바의 와인뷔페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바다콘서트 뮤지컬 ‘아보카드’ 공연 초대권(5팀)을 준다. 레스토랑 쿠치나M에서도 디너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게 글라스 와인 1잔씩을 제공한다. 원마운트, 청소년 오후권 ‘1만원’ 경기 고양의 복합문화공간 원마운트는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17일까지 워터파크 오후권을 1만원에 판다.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1만 6000원으로 워터파크를 온종일 즐길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어린이들은 아빠와 함께 워터파크에 가면 동반 할인된다. 아울러 2월 내내 양띠 고객과 금요일에 워터파크를 찾는 고객은 모두 워터파크 종일권을 1장당 1만 6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 [씨줄날줄] 佛 세브르박물관의 한국전 유감/문소영 논설위원

    ‘한국 마니아 여행가의 소설’이란 제목으로 프랑스 세브르국립도자박물관(세브르박물관)이 고려청자와 조선청화백자, 한국 현대도자기, 가구, 탱화 등 190여점을 지난달 21일부터 전시했다. 7월 20일까지 장기 전시다. ‘한국 마니아 여행가’는 조선의 초대 프랑스 공사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를 말한다. 플랑시는 소설가 신경숙의 장편소설 ‘리진’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리진’은 어린 나이에 나인으로 궁에 들어갔다가 공주를 잃고 상심한 명성황후의 눈에 띄어 각별한 사랑을 받던 19세기 말 조선의 궁중 무희다. 플랑시는 궁중 연회에서 리진의 춤에 반해 고종에게 결혼을 요청해 허락을 받았고 리진을 데리고 프랑스로 함께 돌아갔다. 플랑시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가 문화재 관계자들의 원성을 산다. 세브르박물관에서는 리진과 플랑시의 매혹적인 사랑을 근간으로 2015년에 한·불 수교 130주년 한국도자기 특별전을 열고자 2011년부터 애썼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에서야 한·불 수교 130주년 행사 전문위원 구성을 했으니 손발이 안 맞았다. 플랑시는 조선에 머무는 동안 수집한 도자기와 도자기편, 또한 고종이 궁중 연회 중에 선물한 발톱이 5개인 용 무늬 청화백자항아리 등 280여점 중 250점을 세브르박물관에 기증했다. 특별전은 세브르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도자기를 최초 공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1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방문한 당시 세브르박물관 관장은 지하 수장고에 보관 중인 한국 도자기 220점을 2015년 공개하고, 한국 순회 특별전을 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2013년 늦가을 출장길에 세브르박물관 수장고에 찬장 속 그릇처럼 쌓여 있는 한국 도자기들을 보고 난 뒤 혹여 문화재급이 아니라 남의 나라에서 홀대받는 것 아닌가 해서 찜찜했다. 130년 만에 세브르 수장고의 조선 도자기 100점이 복원을 마치고 올 1월 마침내 최초 공개됐다. ‘한·불 수교 130주년 특별전’이 아닌 박물관 기획 전시다. 3~4년 공을 들였지만 한국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쪽 전시 파트너가 없었던 탓인지 문제가 나타났다. 전시장의 도예공방은 ‘동예공방’으로, 궁중 무희는 ‘공중 문희’로 표기했다. 한글 가로쓰기가 아니라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세로쓰기로 제목을 달아 오해도 발생한다. 한국어 표기 감수가 없었던 것 같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는 프랑스어판 전시 해설서에 품위 있는 고급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할 한국 문화 상품도 준비가 미흡하단다. 지난달 21일 개막식에 파리 주재 한국문화원과 대사관의 고위직들도 참석해 그 문제점을 확인했단다. 그런데 전시가 보름 가까이 진행됐는데도 낯 뜨거운 오류가 수정되지 않는 이유가 뭔가. 그 정도 오류는 하찮은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출간 55돌 최인훈 ‘광장’ 개정판

    출간 55돌 최인훈 ‘광장’ 개정판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문학과지성사) 개정판이 나왔다. 출간 55주년을 기념해서다. 이번 개정판엔 1960년 잡지 ‘새벽’ 11월호에 실렸던 고(故) 우경희 화백의 삽화 6점이 수록됐다. 삽화는 게재 당시 타고르호 선상에 선 주인공 이명준의 갈등과 고민, 우수 어린 심경을 담아내는 데 탁월했다는 평을 받았다. 남북 간 이념·체제 대립을 넘어 제3의 길을 모색한 ‘광장’은 개작(改作)으로 유명하다. 1960년 ‘새벽’에 실린 최초 작품은 원고지 600매 분량의 중편소설이었다. 최인훈은 이듬해 정향사에서 단행본으로 낼 때 200여매를 덧붙여 장편소설로 발표했다. 이 판본이 ‘광장’의 원형에 해당한다. 1967년 신구문화사의 ‘현대한국문학전집’에 작품을 실으면서 다시 교정했고, 1973년 민음사판 단행본에선 한자어를 한글로 바꾸고 갈매기 부분을 손질했다. 1976년 문학과지성사의 ‘최인훈 전집’에선 개작 수준의 대폭 수정과 교정이 이뤄졌다. 2010년엔 전체 작품 194쪽 가운데 14쪽 분량에 이르는 관련 내용 4곳을 삭제하고, 이를 대체할 부분을 새롭게 썼다. 최인훈의 기억에 따르면 모두 10차례 정도 수정했다고 한다. 출판사 측은 “‘광장’은 올해로 통쇄 189쇄를 돌파했다”며 “지금도 여전히 한해 1만 5000여부가 발행되며 다양한 세대와 교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장’은 지난해 말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의 번역으로 미국 달키 출판사(Dalkey Archive Press)에서 출판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1·끝) 문학 작품 속 서울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1·끝) 문학 작품 속 서울

    ●문학작품 속의 서울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문학은 픽션이지만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망원경이거나 현미경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현실을 우화처럼 보여 주는 만화경(萬華鏡)이 되기도 한다. 역사가 서울에 관한 공식적이고 근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문학작품에는 역사에 나오지 않는 서울사람들의 내밀한 희로애락이 실려 있다. 공룡 같은 도시, ‘서울공화국’을 상징하는 거대한 빌딩과 아파트 숲에 가려진 서울사람들의 진면목은 역사보다 오히려 문학 속에 살아 숨 쉰다. 우리 문학작품 속의 서울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파리의 에펠탑이나 몽마르트르 언덕, 센강처럼 낭만적이고 생동감 있는 모습일까. 한번쯤 가 봐야 하는 버킷리스트에 올라가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시와 소설 속 서울은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로 넘친다. 내 집 마련의 꿈과 전세살이의 고달픔, 실직과 타향살이의 애환,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투성이다. 노동운동과 민주화 과정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천민자본주의의 욕망이 꿈틀댄다. 한때 프랑스 도시사회학자들이 유행시킨 ‘Seoulization’이라는 용어가 서울을 상징하는 단어로 회자된 적이 있다. 미국 뉴욕의 고층건물 집적화를 꼬집을 때 쓰였던 ‘Manhattanization’처럼 부정적 의미로 쓰였다. ‘Seoulization’이란 초거대도시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유형의 현상 중 하나로 흔히 ‘서울형’이라고 설명됐다. 환경오염과 파괴, 무질서, 범죄가 판치는 쓰레기통 같은 도시라는 뜻으로 쓰였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책을 펴내 서울을 아파트의 나라로 특징지었다. 한국과 프랑스는 아시아대륙과 유럽대륙을 대표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제 국가였다. 파리는 프랑스 그 자체였고, 서울이 곧 한국이었다. 그런 공통점 때문에 보존으로 한발 앞서간 파리사람들이 개발에 목을 매는 서울사람들을 비하한 것인지도 모른다. ●20세기 이전 서울을 그린 시가와 산문 작품들 어떤 문학작품이 단순히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만으로 서울을 다룬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다. 우리나라 문학과 예술작품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생산되고 서울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당대 서울의 의미 있는 특성을 부각한 작품만을 대상으로 가려 살펴볼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의 문학은 시가 문학과 산문 문학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시가 문학은 조선의 개국과 한양천도를 알린 정도전의 ‘신도가’와 ‘신도팔경시’가 대표적이다. 신도가는 “아으 다롱디리 앞은 한강수여 뒤는 삼각산이여”라는 대목으로 유명하다. 권근의 ‘신경지리’, 정이오의 ‘남산팔영’, 변계량의 ‘화산별곡’, 윤회의 ‘경회루시’ 등 한결같이 한양을 찬탄하는 내용이었다. 서거정 등의 ‘한도십영’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이석형의 ‘호야가’에서 한양도성 축성에 동원된 백성의 참상을 묘사했으며 임진, 병자 양란 이후 비판적 작품들이 나왔다. 박제가가 ‘성시전도’에서 근대지향적인 실사구시를 선보였으며 한산거사의 ‘한양가’와 작자 미상의 ‘장안걸식가’에서는 서울거리의 풍물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이동하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문학·국어학과 서울연구’ 논문에서 “조선 전기의 산문 문학은 성현의 ‘용재총화’, 허균의 ‘장생전’ 등 잡록을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후기로 접어들면서 전(傳), 야담, 소설 등 다양한 산문 장르가 경쟁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서울에 관한 자료가 여럿 발견됐다”고 말했다. 정내교의 ‘김성기전’과 ‘임준원전’, 박지원의 ‘마장전’과 ‘광문자전’, 유득공의 ‘유우춘전’, 이옥의 ‘시간기’(市奸記), 조수삼의 ‘육서조생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옥은 시간기에서 “서울에 세 군데 큰 장이 서는데 동편은 배오개, 서편은 소의문, 중앙은 운종가다. 모두 좌우양편으로 전이 늘어서 은하수처럼 벌여 있다.…”라고 19세기 초 서울의 시장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20세기 시와 소설… 근대문학 작품들 일제 강점기와 전쟁·분단의 비극과 참상 그리고 서울로의 미친 듯한 집중과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무자비한 개발이 낳은 인간성 상실과 사회 병리현상의 실체를 문학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진에 찍히지 않는 실체적 진실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이동하 교수는 임화의 ‘네거리의 순이’, 김광균의 ‘장곡천정에 오는 눈’, 오장환의 ‘수부’(首府), 서정주의 ‘광화문’, 정회성의 ‘어두운 지하도 입구에 서서’, 박노해의 ‘가리봉시장’, 유하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연작 등 7편의 시가 1920~1990년대까지 서울을 특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소설은 시대순으로 염상섭의 ‘사랑과 죄’, 이상의 ‘날개’, 박태원의 ‘천변풍경’과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 박태순의 ‘밤길의 사람들’, 윤대녕의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 등을 꼽았다. 서울은 물질적으로는 유토피아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디스토피아이다. 빛과 그림자의 도시인 셈이다. 문학작품 속에서 서울을 읽는 코드는 다양하지만 몇 가지 특징을 추출해 낼 수 있다. 근대화와 개발에 의해 소외된 군상, 아파트와 달동네로 대변되는 주거를 둘러싼 소시민 군상, 전쟁과 민주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저항의 군상 등이 그것이다. 개발시대 인간군상을 다룬 시 중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는 1960년대 개발에 의해 삶의 보금자리를 잃고 쫓겨나는 인간의 애절함을 비둘기에 비유했다. 신동엽도 시 ‘종로오가’에서 이농과 도시빈민, 매매춘 같은 개발연대 희생자들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 준다. 조선작의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의 여주인공 영자는 70년대 우리의 딸들이 겪은 인생유전의 자화상이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서울 변두리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무허가 주택 마을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보여 줬다. 박완서의 소설 ‘이별의 김포공항’은 당대를 휩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렸다. 신경림, 정희성, 장정일은 1970~80년대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의 무기력한 삶을 시로 읊었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2000년대 서울은 구원이 필요한 도시다. 서울은 소돔과 고모라로 그려진다. 주거를 둘러싼 인간군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김광식의 소설 ‘213호 주택’은 1950년대 서울의 대규모 공영주택단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상도동을 중심으로 정릉, 안암동, 청량리, 약수동 등 벽돌처럼 찍어낸 교외 단지주택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풍경이다. 1970년대 접어들면서 소설가 최인호는 ‘타인의 방’에서 아파트 생활에서 발생하는 현대인의 미묘한 정서를 다뤘고 조세희는 ‘민들레는 없다’에서 “잠실은 모래로 만들어진 동네이다. 모래땅에 모래 아파트들이 가득 들어 서 있다”며 요즘 잠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양귀자는 연작소설집 ‘원미동사람들’에 수록된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에서 1980년대 서울을 떠난 서울사람이 아닌 서울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었다. 이문열의 ‘서늘한 여름’, 박영한의 ‘지상의 방 한 칸’, 신상웅의 ‘도시의 자전’, 최수철의 ‘소리에 대한 몽상’, 이창동의 ‘녹천에는 똥이 많다’, 박상우의 ‘내 마음의 옥탑방’ 등도 집을 매개체로 서울과 서울 언저리를 떠도는 서울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황지우의 시 ‘徐伐 셔, 셔발, 서울 SEOUL’이 제5공화국의 서울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허위성을 나타냈다면 1980년대 강남을 그린 박완서의 ‘꽃을 찾아서’에서는 의외의 장면과 마주친다. “가락동, 오금동, 방이동…다 싫어요. 혜화동, 안국동, 경운동하는 동네이름 좀 좋아요, 품위도 있고…” 그 시절 강남은 강북 콤플렉스를 가진 그렇고 그런 동네였다. 반면에 김원일의 ‘깨끗한 몸’, 이남희의 ‘플라스틱 섹스’, 이순원의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등 일련의 소설들은 1990~2000년대 강남을 무대로 펼쳐지는 퇴폐와 향략상을 담았다. 강남은 서울의 시원지였으나 이천년 가까이 잊혀졌다가 다시 새로운 서울의 원천으로 떠오른 땅이다. 인생역전이요 세상은 돌고 도는 것임을 소설은 가르쳐 준다. 저항의 군상을 대표하는 작품은 김지하의 ‘오적’(五賊)이다.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독재정권의 부도덕성과 오적의 소굴이라고 불렸던 동빙고동, 성북동, 수유동, 장충동, 약수동에 사는 재벌, 국회의원,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 계층을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1960~70년대 청계천 평화시장은 왜곡된 노동구조와 비인간성이 판치는 자본주의의 하수구였다. ‘전태일평전’을 쓴 조영래의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윤정모의 ‘신발’, 강석경의 ‘숲속의 방’, 이균영의 ‘어두운 기억의 저편’,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은 어쩌면 당대를 산 문인들의 참회록이다. 이균영은 “서울은 원주민이 없는 낯선 도시”라고 선언했다. 우리 문학사에서는 ‘소설가 구보씨’가 세 번 등장한다. 1930년대 박태원이 ‘소설가 구보씨의 1일’에서 식민도시 경성의 거리를 거닐던 지식인의 상실과 자조를 보여 주었다면 1970년대에는 최인훈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통해 서울을 관찰했고 1990년대에는 주인석이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라는 거의 동명의 작품을 통해 서울의 하루를 정밀스케치했다. 2003년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김종은의 ‘서울특별시’와 이혜경 등 여성 작가 9명의 서울에 관한 단편을 모은 ‘서울, 어느날 소설이 되다’도 소설가의 눈에 포착된 서울의 일상이자 기록으로 남았다. 소설과 시는 어쩌면 역사보다 위대하다. 선임 기자 joo@seoul.co.kr 서울의 생성과 소멸의 궤적을 추적한 ‘노주석의 서울택리지’는 이번 회로 끝을 맺습니다. 2012년 6월 연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41회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서울택리지’ 1권이 지난해 10월 책으로 출간됐고, 2권이 올 봄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 [주말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EBS 일요일 밤 11시) 열세 살 소년 김영출의 이야기다. 엄마가 막내동생 철호를 낳자마자 병으로 죽고,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것이 재발하여 정신착란증을 일으켜 영출네 집안은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때문에 영출은 막내동생 철호를 업고 학교에 나가고 동생들도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만 하게 된다. 동네 사람들은 딱한 처지에 놓인 영출 삼형제를 고아원으로 보낼 것을 합의하고 동장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고아원으로 보내기 위해 영출 형제와 기차를 타고 떠난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린 동생과 떨어져 살 수 없다고 느낀 영출은 다시 동네로 돌아오는데…. 소설가 염재만의 원작을 영화화한 이원세 감독의 3편의 시리즈물로 당시 장안을 눈물바다로 만들며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다. ■스콜피온 킹(OBS 토요일 밤 10시 10분) 5000년 전 악한 통치자 멤논은 소수민족을 말살하고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려 한다. 멤논은 그의 강력한 군대와 마법사의 예지를 이용해 모든 사막과 평원을 차례차례 정복해 나간다. 한편 생존을 위해 각 유목민 부족은 하나로 뭉치게 되고, 멤논에게 대항하고자 한다. 그러나 부족 대표들은 멤논 군대의 마법사가 신통력으로 미래를 볼 수 있으며, 그 환상에 따라 공격을 하여 결코 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마테유스에게 악의 힘을 지탱하는 마법사를 제거하라는 임무를 내리며 악명 높은 도시 고모라로 보낸다.
  • 박완서의 동심 세계를 엿보다

    박완서의 동심 세계를 엿보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4주기를 맞아 추모 산문·소설집에 이어 어린이 책들도 새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됐다. 박완서가 글을 쓴 그림동화 ‘7년 동안의 잠’과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못난이’다. 어린이작가정신에서 펴냈다. ‘7년 동안의 잠’은 여름 한철을 보내기 위해 7년여 동안 땅속에서 잠들어 있는 매미 애벌레를 발견한 개미들의 이야기다. 수년째 흉년이 이어져 먹을 게 부족한 개미 마을. 어느 날 한 개미가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크고 싱싱한 먹이를 발견한다. 순식간에 모든 개미들이 먹이에 달려든다. 그때 지혜로운 늙은 개미가 이 먹이는 매미가 되기 위해 7년이 넘도록 땅속에서 지낸 매미 애벌레라며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곧 허물을 벗고 날아오를 애벌레를 먹이로 해선 안 된다고 제지한다. 애벌레를 먹어야 할지 매미가 되도록 놔둬야 할지 고민하는 개미들을 통해 삶에서 진정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애벌레서 어른 매미가 되기까지 매미가 감수해야 하는 인내와 끈기를 통해 생명의 고귀함도 표현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못난이’는 떼만 쓰면 원하는 걸 모두 얻는 떼쟁이 ‘빛나’가 동갑내기 사촌 ‘고운’이의 못난이 인형을 탐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빛나는 떼쟁이가 됐다. 갖고 싶은 인형은 울고불고 길바닥에 뒹굴어서라도 꼭 손에 넣고야 만다. 하지만 잠깐 관심만 보일 뿐이다. 떼를 써서 샀다가 잠깐 갖고 놀다 방치한 인형들이 커다란 장식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느 날 빛나는 고운이네 집에 놀러 갔다 고운이 품에서 밝게 웃는 못난이 인형을 보고 빼앗으려고 또 떼를 쓴다. 오래도록 사랑의 손길을 주어 정감과 온기가 깃든 고운이의 못난이 인형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을 주고 사랑을 쏟았을 때 얻어지는 결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준다. 물건 하나를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동물도, 자연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된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깨우쳐 준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길섶에서] 이외수의 암 투병/문소영 논설위원

    ‘존버’ 정신의 저작권이 소설가 이외수에게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그는 관련한 책을 몇 권 썼다. 그는 지난해인가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으로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됩니다”라고 했다. 존버 정신을 그는 “매우 열심히 버티는 정신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위암 수술을 받은 그는 강원도 춘천에서 투병 중이다. 공개 투병을 선언한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독자의 열렬한 응원에 힘을 얻으며 최근 3차 항암 치료를 마쳤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이와 상반된 발언은 만화 ‘슬램덩크’에서 농구 코치가 초보 농구 선수이지만 열정만은 태산같이 높은 ‘빨간 원숭이’ 백호에게 해 준 “포기하면 편해”이다. 순간순간 버티고자 하는 정신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들이 충돌하면서 시간을 쌓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 달을 지나 1년을 채우면서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가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지만, 한국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10대는 ‘하루하루가 헝거게임이라 영화가 새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20대 여성이 장애인 언니를 돌보다가 자살한 뉴스가 참혹하다. “그래서 ‘존버’ 정신이다”라고 외치고 싶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日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 왜곡보도 마녀사냥 일침

    日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 왜곡보도 마녀사냥 일침

    온라인 마녀사냥에 일침을 가하는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이 오는 2월 국내 개봉된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비누 회사 ‘백설공주’에 근무하는 미모의 여직원이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범인을 추측하는 증언들이 온라인에 쏟아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야기는 어느 날 숲 속에서 여직원이 칼에 잔인하게 찔린 뒤 불에 타 살해 당하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이어 이 사건이 흥미로운 화제 거리가 될 거라 생각한 한 TV프로그램의 조연출이자 열혈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인 ‘유지’(아야노 고)가 이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출발한다. 하지만 범인으로 주목된 인물에 대해 증언과 자극적인 편집 등으로 제작된 방송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처럼 각자의 기억과 추측만으로 이루어진 증언들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면서 시청률을 노린 자극적인 방송이 얼마나 진실을 쉽게 왜곡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증언들과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단정해버린 많은 것들이 한 사람을 살인자로 내몰게 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얄팍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서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책임한 언론 보도와 그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대중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는 현대판 마녀사냥의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가 마니토 가나에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오는 2월 국내 개봉 될 예정이다. 사진·영상=씨네룩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팍팍한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의 답을 찾다

    팍팍한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의 답을 찾다

    절대적 빈곤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부의 편중과 양극화로 인한 삶의 절박함은 더욱 커져 간다. 물질적 가치가 사람의 가치를 좌우하는 식으로 세상은 피폐해지고 있다. 인문학이 학자와 연구자의 손을 떠나 일반인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배경이다. 생활이 팍팍해질수록 삶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을 찾는 열망은 더욱 커진다. EBS는 27일 낮 12시 10분 ‘서울인문포럼 2015’ 현장을 담았다. 지난달 14일 열린 제1회 서울인문포럼의 현장 중계다. 김현욱 전 아나운서의 사회와 서울인문포럼 배양숙 집행위원장의 해설이 어우러진 생생한 중계로 인문학의 의미와 함께 사회와 나의 관계성, 인생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 등 근본적 질문이 던져지는 생동감 있는 강연 현장이 공개된다. 특히 소설가 김홍신, 시인 문정희의 뜻깊은 강의는 강연장을 찾은 이들에게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선사한다. 소설가 김홍신은 ‘인생에도 사용 설명서가 있다’는 주제로 강연을 펼쳐 인간에게 주어진 한 번뿐인 인생의 존재 가치와 찬란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한 시인 문정희는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라는 주제와 함께 인문학의 꽃은 문학, 문학 중 최고 보석의 언어는 시임을 언급하며 한국 문학이 가지고 있는 자긍심, 그리고 인문학 정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강연한다. EBS ‘서울인문포럼 2015’는 두 명의 강연자가 전하는 인문학 강의를 통해 희망차고 행복한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대법 “민주화 보상금 외 국가배상 불필요”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이미 보상금을 받았다면 국가를 상대로 일체의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관련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가운데 대법원이 먼저 법 적용 기준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최고 사법기관들이 또다시 기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과거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문인 간첩단 사건’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을 깨고 8대5의 의견으로 원고 패소 취지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1974년 1월 유신헌법 반대, 개헌 지지 성명 발표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불법 연행된 김우종(85) 전 경희대 국문과 교수와 소설가 이호철(83)씨 등은 고문 끝에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했고 같은 해 10월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다. 2003~2008년 민주화운동보상법상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지정돼 보상금의 일종인 생활지원금을 받은 이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 2012년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신청인이 동의해 보상금을 받으면 민주화운동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다’는 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 2항을 근거로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1,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6억 9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가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한 이상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생기며 이에 따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상훈·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소영 대법관은 “억울한 복역 등으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는 재심 판결로 새로 밝혀진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사 규정을 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을 비롯한 과거사 피해보상 법률의 관련 규정 해석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쟁점인 ‘18조 2항’에 대해 법원이 위헌성 여부를 가려 달라고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상태에서 대법원이 미리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판도 나온다. 또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 배·보상 특별법’에도 18조 2항과 같은 취지의 규정이 담겨 비슷한 법적 공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법률 지원을 하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는 “앞으로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려도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소송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며 “결국 대법원이 헌재 결정에 앞서 국가 부담을 줄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전 세계 흩어진 한국 근대 소설 뚝심으로 모으다

    전 세계 흩어진 한국 근대 소설 뚝심으로 모으다

    ‘국내외 우리나라 소설을 한자리에 다 모아 보고 싶다.’ 1996년 일본 덴리(天理)대에 1년간 교환 교수로 머무를 때다. 학교는 작았지만 조선학과가 있어 도서관에 한국 근현대 소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 소설들을 섭렵하며 한국 근현대 소설을 집대성해야겠다는 꿈이 영글기 시작했다. 덴리대처럼 나라 안팎의 도서관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설들이 산재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년이 흘렀다. 송하춘(71) 고려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최근 ‘한국근대소설사전’(고려대학교 출판부)을 펴내며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근현대 소설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일단락 지었다.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은 앞서 2013년 편찬됐다. 송 교수는 “근현대 소설 사전 작업은 동시에 진행했다”며 “분량이 많아 시기적으로 둘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최초 현대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이 발표됐던 1917년을 분기점으로 삼아 그 이전은 신소설, 그 이후는 현대소설로 나눴다는 의미다. 근현대소설사전 편찬은 2000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정년인 2010년을 완간의 해로 정했다. 발상의 전환이 꿈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송 교수는 “어느 학교 도서관에 이광수의 ‘무정’이 있는지 없는지 보러 간 게 아니라 대학 도서관엔 도대체 어떤 소설들이 쌓여 있는지 모두 확인해 보자는 시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전국 대학 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을 찾아 잡지와 신문부터 샅샅이 훑었다. 잡지와 신문에 실린 작품을 꼼꼼히 확인하고 전부 읽었다. “개화기나 일제강점기는 출판 환경이 열악해 연재를 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게 비일비재했다. 어디에 처음 연재했고 연재가 중단된 이후 다시 어디에 연재했는지까지 조사했다. 직접 발로 뛰며 전국 도서관 서고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틀어박혀 있는 책들까지 전부 다 봤다.” 해외 추적도 병행했다. 덴리대학, 규슈대학,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와세다대학 등 일본 대학 도서관들을 집중 조사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경도서관도 여러 번 찾았고, 중국 베이징대학 인문사회도서관, 홍콩 시립대학 도서관도 방문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선 한국문학 전공 교수들의 도움도 받았다. “우리의 근대문학은 시기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시작됐고, 작품도 모두 그 시기에 쏟아져 나왔다. 일본은 필수적으로 조사해야 했고 중국, 홍콩, 미국,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동양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어 자세히 살펴봐야 했다.” 10년 넘게 작업하는 동안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생겼다. 도서 목록의 디지털화 작업이 이뤄졌다. “각 대학이 디지털화 작업을 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서고에 틀어박혀 있던 책들이 살아 나왔다. 초기에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해당 학교로 몇 번씩 찾아 가서 작품을 빌려 읽었다.” ‘한국근대소설사전’에는 1270개 작품이 수록돼 있다. 1890년 고전소설 이후부터 1917년까지 근대 개화기 소설이 총망라돼 있다. 번역·번안 소설도 모두 들어 있다. 번역·번안 소설은 우리나라 근대소설 형성 과정에서 신소설과 같은 뿌리 안에서 태어나 밀접한 상호관계를 맺으며 자란 시대적 산물이기 때문에 제외할 수 없었다. 신소설은 1950년대까지 출판된 것을 모두 다뤘다. 작품 목록만 기록돼 있는 기존 사전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작품 줄거리는 물론 출판 변동 사항, 참고 사항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전작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은 6·25 이전까지 소설을 담았다. “6·25 이후 현대소설은 후학이 집대성해 주길 바란다. 그간 소설가로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하며 사전 하나 정도는 누군가 반드시 해놔야겠다고 생각해 작업했다. 내 할 일은 다 했다. 남은 시간은 소설을 쓰려 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굵고 낮은 목소리 처음엔 콤플렉스 이젠 인생의 행운”

    “굵고 낮은 목소리 처음엔 콤플렉스 이젠 인생의 행운”

    “목소리 콤플렉스가 컸죠. 제가 중학교 때 변성기를 심하게 앓아서요.” 중저음의 목소리가 척 가라앉아 찻집 천장과 바닥 사이에서 웅웅거렸다. 이런저런 세상사 두루 겪은 30대가 잔뜩 무게 잡은 듯한 목소리다. 인사를 건네며 웃으니 크고 둥그런 눈이 이내 얕은 접시가 엎어진 것처럼 부드럽게 휘어진다. 요즘 대한민국 누나들을 한껏 달뜨게 한다는 예의 그 미소다. 배우 여진구(18)다. 이 멋진 청년은, 아니 이 멋진 청소년은 1997년 8월생, 이제 만 17세 5개월을 넘겼다. 친구들과 축구, 농구하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거나 PC방에 몰려가 함께 게임을 하는 게 마냥 즐거운 나이다. 이제 곧 3학년에 올라가니 과연 1년 뒤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슬며시 입시 걱정도 드는 고등학생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찻집에서 여진구를 만났다. 여진구는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정신병원 환자 수명을 연기했다. 영화 속에서 ‘미쳐서 갇힌’ 수명이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자기 안에 갇힌 채 숨고 싶어 하고, ‘갇혀서 미친’ 승민이(이민기)는 끊임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려 한다. 소설가 정유정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목소리 때문에 늘 자신감도 없었고 소극적이었고, 목소리 자체가 콤플렉스였는데 나중에 주변에서 목소리 좋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북받치기도 했죠. 이젠 이 목소리가 저한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운 오리새끼가 훗날 백조가 돼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듯 이제 선배 배우들이 부러워하는 ‘미운 오리새끼의 목소리’를 가진 여진구이니 ‘내 심장을 쏴라’에서 연기와 함께 목소리로 영화를 끌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3년 다큐영화 ‘의궤, 8일간의 축제’에서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여진구는 “시나리오보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서였는지 촬영 초반에 수명이를 연기하면서 많이 경직되기도 하고, 헷갈렸던 것도 같다”면서 “문득 수명이처럼 소설 안에 너무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치자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다”고 말했다. 벌써 10년의 관록을 가진 배우다.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로 데뷔한 뒤 영화와 TV를 오가며 쉼없이 찍고 또 찍었다. 2013년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영화계에서 그를 ‘아역배우’가 아닌 배우의 한 사람으로 공식 인정한다는 상징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여진구의 연기관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는 “지금껏 연기하면서 아역과 성인 연기를 따로 나누지는 않았다”면서 “그 역할에 몰입하며 분석하고 체화하는 것은 아역이나 성인역이나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단호하다. 하지만 세상의 눈은 그 둘을 분명히 나누는 것 또한 현실임을 그 또한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학교 수업도 빠져야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급한 마음에 오가는 상소리를 고스란히 들어야 하는 등 영화판의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고 공유하기에는 간극이 크다. 어느 촬영장이건 촬영 기간 동안 아역 배우들에게 부족하게나마 나름의 배려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아역배우들이 성인배우가 되고픈 이유는 (배려의 대상이 아닌)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열망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선배님들이나 스태프 형, 누나들이 한 명의 배우로 봐주니까 오히려 좋았어요.” 그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최대한 몰입해서 연기하는 최고의 작품을 하고 싶은 것이 배우로서 목표”라면서 “연기경력이 쌓여가면서 욕심도 그만큼 늘어날 텐데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질문마다 조심스럽게 생각한 뒤 진지하면서도 조리 있게 대답한다. 이미 의젓한 한 사람의 배우다. 그러더니 이내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꼭 연극영화과가 아닌, 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일단 지금은 대학에 가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대학생이 되어 대학 캠퍼스를 걸어 보고 싶어요. 그런데 국어, 영어 등 언어영역은 그나마 자신있는데, 수리영역은 어휴….”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박완서 그를 추모하다

    박완서 그를 추모하다

    22일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4주기를 맞아 추모 산문집과 소설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초기 산문집도 새 옷을 입고 다시 나왔다. 박완서의 맏딸 수필가 호원숙은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달)를 펴냈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산문집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하루하루를 소개한 1장 ‘그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치울에 머물며 어머니를 회고한 2장 ‘그후’, 작가가 개인적으로 틈틈이 일상의 면면들을 포착해 삶의 의미를 찾는 3장 ‘고요한 자유’로 이뤄져 있다. 작가는 “어머니가 계실 땐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글을 썼다. 어머니라는 큰 산을 벗어나 ‘나는 나다’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게 됐다. 작가로서,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으며 훌륭하게 지낸 어머니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완서의 초기 산문집 7권(문학동네)도 새로이 나왔다. 1977년 첫 산문집부터 1990년까지 출간된 것으로, 초판 당시 원본을 토대로 중복되는 글을 추리고 재편집했다. 1권 ‘쑥스러운 고백’, 2권 ‘나의 만년필’, 3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4권 ‘살아 있는 날의 소망’, 5권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6권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애수’, 7권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등이다. 출판사 측은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과 소소한 일상에서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각각의 책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후배 문인들은 추모 소설집 ‘저물녘의 황홀’(문학세계사)을 냈다. 박완서의 단편 ‘저물녘의 황홀’과 여성 소설가 14명의 신작 소설이 실렸다. 동리문학상 등을 받은 노순자의 ‘웃음’, 영화 ‘여자 정혜’의 원작자 우애령의 ‘장승포에서’, 드라마 ‘춤추는 가얏고’의 원작자 박재희의 ‘춘향’ 등이 수록됐다. 박완서의 ‘저물녘의 황홀’은 그의 딸 호원숙이 추천했다. 자녀들이 모두 이민을 떠나고 홀로 살아가는 60대 노인의 고독을 그린 작품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길섶에서] 겨울 독서/문소영 논설위원

    독서의 계절을 가을이라고 한다. 가을에는 단풍(丹楓)이 더 붉게 더 노랗게 익어 가는데 놀고 싶은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어떻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다. 또 독서의 계절로 가을을 지목한 전통을 중세에서 찾기에도 애매하다. 국가 경제가 농업에 달려 있어 1년 먹을 식량을 갈무리하는 수확에 바쁠 시기에 어떻게 책을 읽느냐 말이다. 귀족이나 양반이라면 몰라도. 따라서 평범한 이들의 독서의 계절은 가을보다 겨울이 아닐까 싶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의 고사성어를 봐도 가을 이야기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꽁무니에서 신비로운 불을 밝히는 반딧불이는 6월에 나타나는 곤충이고, 눈은 겨울의 산물이 아닌가. 물론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이 가을이고, 등불 아래서 책을 읽는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밖은 춥고 집 안은 따뜻해 꼼짝하기 싫은 겨울이야말로 나 홀로 숨어 책 읽기에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말 소설가 박완서의 수필 ‘호미’ 개정판을 읽었다. 봄날 뚝뚝 떨어지는 목련꽃이 보기 싫어 베어낸 둥치에서 아무리 훑어 내도 새잎을 내더라는 글을 읽으니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도 그립고, 아직 오지 않은 봄도 미치도록 그립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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