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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글 쓰러 왔수다, 문 좀 열어주시라요

    내 글 쓰러 왔수다, 문 좀 열어주시라요

    올 3월 기준 남한 내 탈북자 수는 2만 7810명이다. 3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1995년 북한의 대기근을 전후해 대량 탈북이 시작된 지 20년 만이다. 탈북자들이 늘면서 북한 실상을 구체적으로 다룬 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국내 문단은 그동안 탈북자들의 작품을 문학으로 보기 어렵다며 도외시해 왔다. 최근 들어 문단, 학계 안팎에서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문인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의 작품이 발표되면서다. 한국 문학사 내에 ‘탈북문학’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작가 탈북 늘어… 작품에 개성 담기 시작 탈북자들의 초기 글들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고발 수기’가 주를 이뤘다. 강철환의 ‘수용소의 노래’ ‘아! 요덕’, 주성하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등 여러 탈북자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 실상을 폭로했다. 이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형식의 글이 조금씩 나왔지만 대부분 정치소설이었다. 최근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도명학, 김유경, 장진성, 백이무 등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한 탈북 문인들이 문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체험을 토대로 하면서도 작가의 개성이 부각되거나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이다.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생생히 전한 장진성의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는 영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북한엔 조선작가동맹 맹원과 후보맹원이 있다. 맹원은 전업 작가이고 후보맹원은 부업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다. 작가들은 1~4급의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탈북 문인들은 “북한 작가들은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당의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뒤 당을 더 잘 받드는 내용으로 창작하는 게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줄 없는 설움… 파고들 틈이 없다 표현의 자유를 찾아 남한에 왔지만 한국에서 문인으로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 문단의 높은 벽과 냉대에 부딪혀야 한다. 출신 대학, 지도받은 교수, 어느 작가의 제자 등으로 형성된 ‘문벌’을 파고들 틈이 없다. 한 문인은 “언어, 문화, 정서 차이는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한국 문인들이 인식을 바꿔 탈북 문인들을 손잡아 주고 이끌어 주지 않으면 작가로 활동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생계 문제도 걸림돌이다. 탈북 작가들 가운데 전업 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 강연이나 원고 기고 등으로 월 1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는 작가들만이 근근이 창작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탈북 문인 소외 현상, 詩 분야는 더 심각 소설가보다 시인이 더 힘들다. 북한 소설은 리얼리즘이 주류다. 체제 찬양, 우상화에 치우치는 결함은 있지만 글을 풀어 나가는 방식에선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시는 북한과 차이가 크다. 한 시인은 “한국에서 문학상을 받은 시들을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라며 “암호문 같거나 난해한 시에 상을 주며 그들만의 벽을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해 온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국내 문단에서 탈북 문인들의 작품을 소외시켜 온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 문학사적 시각에서 접근해 제대로 분류해서 봐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탈북 작품, 北 주민 생각 읽을 수 있는 창구”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장마당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유입에 따른 생활상 변화, 인권 상황 등은 사실성 측면에서 남한 작가들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다. 탈북 문인 도명학은 “북한의 현실은 탈북자들의 회상록이나 증언, 전문가들의 연구 자료 등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북한 사람들의 정서나 심리는 알 수 없다”며 “문학을 통해서만 북한 사람들의 생각과 심리, 무엇을 좋아하고 미워하는지 등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명 국제펜망명북한작가센터 부회장은 “탈북 작가들은 통일문학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문화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北에서 작가란 김일성 일가의 나팔수…쓸 내용 딱 정해져 있죠”

    “北에서 작가란 김일성 일가의 나팔수…쓸 내용 딱 정해져 있죠”

    “북한에선 자기가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해요. 당에서 정해 주는 글만 쓸 수 있고, 그것도 당 정책이나 김일성 일가 우상화로 종결돼야만 해요. 제 글을 쓰고 싶었어요.” 탈북 작가 김정애(47)씨의 바람이었다. 한국에 온 이후 꿈을 현실화했다. 북한 실상을 다루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문학지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한 ‘탈북 작가 1호’가 됐다. 2003년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탈북해 2년 뒤 한국에 왔다. 북한에선 ‘작가동맹소조’에서 5년간 글쓰기 교육을 받았다. 작가동맹소조는 김일성 일가 우상화에 동원될 작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김씨는 “남북 문학의 가장 큰 차이는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작가동맹소조에선 김일성 일가의 나팔수 노릇을 했습니다. 주민들은 굶어 죽는데도 ‘붉은 기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장군님 따라서 승리할 때까지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는 식의 글을 썼습니다. 쓸 게 딱 정해져 있는 거죠.” 작가동맹소조에서 활동하던 어느 날, 딸이 쌀밥을 한번만이라도 배불리 먹고 싶다고 했다. 돌이켜 보니 16년간 딸을 키우면서 단 한 번도 쌀밥을 배불리 먹인 적이 없었다. 당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게 아니라 엄마 역할을 먼저 해야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탈북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쓴 게 단편소설 ‘밥’이다. 이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한국소설가협회의 제41회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탈북 작가 가운데 최초로 한국 문단에 발을 들여놨다. 그는 “탈북하면서 북한 실상을 다루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밥을 넘어서는 정치적 이념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 온 뒤 자유북한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하며 틈틈이 책을 읽고 습작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북한의 사회주의와 인권 실상을 다룬 소설을 여러 편 썼다. 요즘은 북한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남한에 와 보니 남북 여성이 처한 현실이 극과 극이었어요. 북한 여성들은 사회나 가정에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도 그 위치가 없어요. 반면 남한 여성들은 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그 위치를 인정받고 정계에도 진출하고 있더군요. 여성 인권이 잘 보장돼 있습니다.” 내년에 단편소설 10편을 묶어 첫 소설집을 내려 한다.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생계 문제 등 현실적인 장벽이 많아요.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탈북 작가들이 나올 수 있도록 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은밀한 유혹 임수정 “유연석, 남주인공으로 최적의 배우”

    은밀한 유혹 임수정 “유연석, 남주인공으로 최적의 배우”

    은밀한 유혹 임수정 “유연석, 남주인공으로 최적의 배우” ‘은밀한 유혹 임수정’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임수정과 유연석이 남다른 호흡을 과시할 예정이다. 14일 서울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은밀한 유혹’ 제작보고회에는 윤재구 감독과 배우 임수정, 유연석이 참석했다. 이날 임수정은 “유연석의 차가우면서도 냉철한 느낌과 함께 부드러운 느낌이 성열(유연석 분)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배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많이 의지했다”라면서 “성열 역에 유연석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연석은 “성열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많이 부담이 됐다. 그런데 수정 누나가 멋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MC 박경림이 “임수정의 칭찬이 유연석을 춤추게 했냐”고 되묻자 유연석은 “맞다. 성격상 못한다고 하면 주눅 든다. 우쭈쭈인지도 모르고 현장에 임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은밀한 유혹’은 모든 것이 절박한 여자 지연(임수정 분)이 천문학적 재산을 가진 마카오 카지노 그룹 회장(이경영 분)의 비서 성열을 만나 인생을 바꿀 위험한 거래를 제안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대표 여류 소설가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은밀한 유혹 임수정 칭찬에 유연석 “우쭈쭈인지도 모르고 임했다”

    은밀한 유혹 임수정 칭찬에 유연석 “우쭈쭈인지도 모르고 임했다”

    은밀한 유혹 임수정 칭찬에 유연석 “우쭈쭈인지도 모르고 임했다” ‘은밀한 유혹 임수정’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임수정과 유연석이 남다른 호흡을 과시할 예정이다. 14일 서울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은밀한 유혹’ 제작보고회에는 윤재구 감독과 배우 임수정, 유연석이 참석했다. 이날 임수정은 “유연석의 차가우면서도 냉철한 느낌과 함께 부드러운 느낌이 성열(유연석 분)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배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많이 의지했다”라면서 “성열 역에 유연석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연석은 “성열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많이 부담이 됐다. 그런데 수정 누나가 멋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MC 박경림이 “임수정의 칭찬이 유연석을 춤추게 했냐”고 되묻자 유연석은 “맞다. 성격상 못한다고 하면 주눅 든다. 우쭈쭈인지도 모르고 현장에 임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은밀한 유혹’은 모든 것이 절박한 여자 지연(임수정 분)이 천문학적 재산을 가진 마카오 카지노 그룹 회장(이경영 분)의 비서 성열을 만나 인생을 바꿀 위험한 거래를 제안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대표 여류 소설가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은밀한 유혹 임수정 유연석 칭찬 “현장에서 많이 의지” 훈훈

    은밀한 유혹 임수정 유연석 칭찬 “현장에서 많이 의지” 훈훈

    은밀한 유혹 임수정 유연석 칭찬 “현장에서 많이 의지” 훈훈 ‘은밀한 유혹 임수정’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임수정과 유연석이 남다른 호흡을 과시할 예정이다. 14일 서울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은밀한 유혹’ 제작보고회에는 윤재구 감독과 배우 임수정, 유연석이 참석했다. 이날 임수정은 “유연석의 차가우면서도 냉철한 느낌과 함께 부드러운 느낌이 성열(유연석 분)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배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많이 의지했다”라면서 “성열 역에 유연석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연석은 “성열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많이 부담이 됐다. 그런데 수정 누나가 멋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MC 박경림이 “임수정의 칭찬이 유연석을 춤추게 했냐”고 되묻자 유연석은 “맞다. 성격상 못한다고 하면 주눅 든다. 우쭈쭈인지도 모르고 현장에 임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은밀한 유혹’은 모든 것이 절박한 여자 지연(임수정 분)이 천문학적 재산을 가진 마카오 카지노 그룹 회장(이경영 분)의 비서 성열을 만나 인생을 바꿀 위험한 거래를 제안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대표 여류 소설가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유정문학상에 소설가 김영하씨

    김유정문학상에 소설가 김영하씨

    제9회 김유정문학상에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 ‘아이를 찾습니다’가 선정됐다고 김유정기념사업회(이사장 전상국)가 10일 밝혔다. ‘아이를 찾습니다’는 마트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가 11년의 기다림 끝에 기적처럼 아이를 되찾은 뒤 행복 대신 더 큰 불행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업회는 “‘아이를 찾습니다’의 문학적 성과가 1930년대 가장 개성 있는 작가 김유정이 거둔 문학사적 가치를 전승하는 것은 물론 한국 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오는 17일 춘천시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원.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문소영 논설위원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공개된 노래극 ‘넋풀이’의 삽입곡이다. 이 노래극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전남도청을 점거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노동 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에 헌정됐다.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곡을 쓰고 소설가 황석영씨가 가사를 썼는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쓴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빌렸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반복)”라는 가사가 평이하다. 그 때문에 100년쯤 뒤 이 노래를 ‘386세대의 반정부 투쟁가였다’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1894~95년 동학 농민혁명을 주동한 전봉준과 동학 농민들이 공주 우금치에서 조선의 관군과 일본군의 합동작전으로 거의 전멸하자 그 패배를 슬퍼한 백성이 널리 불렸다는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평이함에서 닮았다. 고종에게 반부패 개혁과 외세 배격을 요청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한 동학 농민들을 애도할 만한 과격함이 없다. ‘새야 새야’보다 100여년 전인 1792년 프랑스 공병장교 루제 드 릴이 쓴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 가사의 호전성과 선동성이 비교될 정도다. 가사 1절에는 “시민들이여, 무기를 들고, 전투 대열을 구성하라/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라/불순분자들의 피로 길고랑을 물들여라”는 구절이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가 또 논란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후 정부 주관 첫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기념식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됐다. 관행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2009년 국가보훈처가 공식 행사에서 이 노래를 빼고 공식 기념곡을 공모하겠다거나, 2010년에는 기념식 식순에서 이 노래를 빼고 그 자리에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넣어 물의를 빚었다. 올해도 공식 기념곡 지정 등을 요구했지만 무산되자 5·18 유족회와 광주시민단체 등이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해 반쪽짜리 관변 행사처럼 쪼그라들 것 같다. 노래 한 곡에 목숨 걸 일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같은 논리로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하던 노래를 유가족들이 원하는데 목숨 걸고 못 부르게 할 이유도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를 열망했던 시민과 젊은이들의 노래다. 그러니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도시, 광주의 시민에게 이번 5·18에는 꼭 돌려주길 바란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평판 사회(김봉수 외 지음, RHK 펴냄) 지난 연말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던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기업경영의 변모상을 짚었다. 책 제목 ‘평판 사회’는 기업에 사회적 명분과 사회적 가치, 사회적 관계가 요구되는 사회라는 뜻. 경제신문 기자와 기업 컨설턴트, 변호사들이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책의 큰 테마는 ‘평판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평판을 잃고 위기에 내몰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땅콩 회항’이 다뤄진다. 최근 화제가 됐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박태환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LG-삼성전자 간 세탁기 갈등’ 또한 법리와 경영의 영역에서 평판이 실질적 힘의 논리로 작용함을 보여주는 평판 사회의 장면들로 등장한다. 국내외 유수기업의 위기관리 사례가 풍부하게 소개된다. ‘땅콩 회항’ 사건의 전말을 다룬 ‘땅콩 회항의 24개 국면들’도 참고자료로 붙였다. 352쪽. 1만 5000원. 철학이 있는 식탁(줄리언 바지니 지음, 이용재 옮김, 이마 펴냄) 요즘 TV방송을 통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게 음식·요리 프로그램이다. 지나칠 만큼 성행하는 이 같은 방송을 보자면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철학자인 저자 역시 그 대목에 착안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에 대한 성찰없이 유행 따라 먹는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통해 먹는 법과 관련된 도덕성과 윤리, 실천적 지혜를 짚는다. 그렇다고 도덕성과 금욕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 그 대신 지역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며, 식량 자급자족, 채식주의를 비판한다. 즐겁고 맛있게 먹되 더 나은 삶이 되도록 식탁에 철학을 담자는 것이다. 먹는 일에 철학적으로 접근하면서도 ‘감량-의지력’과 ‘체중유지-겸손’ 같은 주제를 통해 현실과 밀접한 논의도 전개한다. 각 장이 ‘새로운 식생활의 제안’-‘이를 위한 실천적, 윤리적 덕목’-‘실용적 레시피’로 구성되며 저자의 주장을 모은 음식조리법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376쪽. 1만 7000원. 전쟁에서 경영전략을 배우다(김경원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전쟁 사례에서 건져 올린 경영전략의 성공 공식 13가지를 추렸다. 국운을 쥔 중대한 전투에서 세계적 명장들이 보였던 전략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 경영자들의 전략을 함께 놓고 살펴 전략의 본질적 기원이라는 전쟁, 그리고 전쟁의 현대적 확장형태로 볼 수 있는 기업경영을 비교한 것이다. ‘적의 약점에 나의 강점 들이밀기’‘유능한 전략스태프 확보’‘전쟁 승리의 궁극적 요인은 사랑’‘과거의 성공전략 답습은 금물’‘현장 목소리와 판단 중시’‘최악 상황을 버틸 수 있는 내 한계 고려’…. 각각의 교훈을 전쟁·경영 사례로 풀어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를테면 6·25전쟁 중 참모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병덕 장군과 혼다의 꿈을 실현시켜준 다케오를 연결한다. 그런가 하면 과거 성공 전술을 그대로 썼다가 낭패를 본 이스라엘군의 탱크 전술에 기존 사업 모델에 안주하다 몰락한 세계 기업 코닥과 노키아를 붙이기도 한다. 312쪽. 1만 5000원. 고독육강(쟝쉰 지음, 김윤진 옮김, 이야기가 있는집 펴냄) 현대사회에서 ‘마음의 큰 병’으로 불리는 고독에 대해 ‘미학의 대가’로 통하는 대만 시인 겸 소설가가 집중 탐구했다.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되는 메시지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고 완성하라’는 것이다. “고독은 또 다른 도전”이라는 저자는 무엇보다 고독은 피해야 할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임을 바로 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고독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진정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만이 타인의 고독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독에 대한 사변 늘어놓기나 ‘고독은 나약한 마음의 징표’식의 설교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이 느끼는 고독 그 자체에 집중해 욕망의 결여와 소통 부재, 권력의 통제, 꿈의 상실, 관계의 거부, 집단의 폭력 등 6가지 테마로 설명한다. 문학과 철학, 미술, 영화, 중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도드라진다. 336쪽. 1만 5000원.
  • [길섶에서] 군대 꿈/손성진 수석논설위원

    “헌병들이 들이닥쳐 막무가내로 그를 끌고 가, 그가 제대하기 전에 근무하던 부대에 배속시켰으며, 옛날의 복무는 어떤 이유로 무효가 되었으니 그 기간을 다시 복무해야 한다는 명령을 전달했다.” 실제로 꾼 꿈을 소재로 한 김도연 소설가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내용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 군대 꿈이다. 분명히 군대에 갔다 왔는데 또 입대해서 군대 생활을 하는 꿈, 제대할 때가 됐는데 특명이 내려오지 않는 꿈, 계급을 강등당하는 꿈, 방독면이나 총기를 잃어버리고 헤매는 꿈…. 어떤 사람은 유학을 갔는데 그곳이 논산훈련소인 꿈을 꾸었다고 한다.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를 보면서 30여년 전의 군대 시절을 떠올린다. 야간에 ‘밀어내기’를 하며 순찰을 돌던 GOP 철책선이 아른거린다. 나 또한 비슷한 군대 꿈을 꾸다 잠이 번쩍 깬 적이 있다. 고된 훈련과 얼차려, 당시에는 사회문제화되지도 않았던 폭력에 대한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혼령처럼 부활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이런 악몽을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라고도 해석한다. 그래도 지나간 것은 추억이고 꿈이 깨면 현실이다. 아름답게 보려고 하면 아름답게 보인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김민석 특파원 박타푸르 르포] 일상 복귀속 피켓 든 시위대 “정부는 어디 있는가”

    [김민석 특파원 박타푸르 르포] 일상 복귀속 피켓 든 시위대 “정부는 어디 있는가”

    4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동쪽 박타푸르 지역. 네팔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네와르족(族) 거주지이자 주요 유적지가 몰린 이곳 상점들은 벌써 절반 이상이 문을 열었다. 도시가 빠른 속도로 일상을 찾아가는 가운데 곳곳에서 산발적인 소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눈에 띄었다. 기자는 박타푸르 외곽 골목에서 한 무리의 시위대와 마주쳤다. 20대 남녀 30여명이 나무로 만든 피켓을 들고 이동하고 있었다. 피켓에는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적혀 있었다. 앞서 소설가이자 야권 지도자 카겐드라 상그랄라(69)가 지지자들과 함께 지난주 초 총리 공관 앞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해진 뒤 상그랄라가 부르짖던 구호인 ‘정부는 어디에?’는 시위대의 대표 구호가 됐다. 지난달 25일 대지진 당시 관광객 180여명이 매몰된 세계문화유산 다라하라 타워 인근에는 정치권을 비판하는 대자보도 붙었다. “각 정당의 리더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더니 정작 국민이 힘든 지금은 다 어디 가고 보이지 않느냐”고 적혀 있었다. 네팔 국가인권위원회의 드비에 자(51) 법무감독담당관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 비판 시위는 정부가 이재민의 의식주를 해결할 역량이 충분한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네팔의 인권 운동가이자 변호사인 그는 “각국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구호물자가 네팔에 들어왔을 것”이라면서 “국민은 부패한 현 정부가 물자를 전부 쏟아붓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네팔 국민은 2008년 공화제 도입 이후 현 총리인 수실 코이랄라까지 4명의 총리를 배출한 코이랄라 집안이 좌지우지하는 현 정부를 불신한다. “신이 결정한 운명은 따라야 한다는 네팔 특유의 숙명주의와 기성 정치권을 불신하는 상황이 어우러지면서 정부를 비판하되 행동하지는 않는 모순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지진피해 복구와 이재민 주거 등에 관심이 쏠리지만 장기적으로는 네팔인의 정신 건강이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특히 네팔 국민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이 우려되지만, 전문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봇물처럼 이어진 국제사회의 지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순수한 의도로 도와주고 있지만 일부 국가는 구호를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특히 인도와 중국이 우리의 재난을 이용해 네팔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도는 자국민 보호를 구실로 군대까지 파견했고 인도 언론은 이를 옹호하기 위해 지진 피해를 확대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 사진 shiho@seoul.co.kr
  • [아하! 우주]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올베르스의 역설, 소설가가 풀었다

    [아하! 우주]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올베르스의 역설, 소설가가 풀었다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이런 싱거운(?) 질문 하나가 몇 세기 동안 천문학자들의 골머리를 싸매게 했다니, 얼른 믿어지지가 않지만 사실이다. 이 질문의 의미는 보기보다 심오하다. 어두운 밤하늘이 ‘무한하고 정적인 우주’라는 기존의 우주관에 모순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주가 무한하고 별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면, 우리 눈앞에 펼쳐진 2차원의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 메워져 밤에도 환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 시선이 결국은 어떤 별엔가 가서 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별빛의 광도가 떨어지기 때문일 거라는 말도 정답이 될 수 없다. 광도는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지만, 그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구면의 면적 역시 거리 제곱에 비례하여 늘어나고, 따라서 별의 갯수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밤하늘은 여전히 어둡다. 이건 역설이다. 왜 그럴까? 17세기 천문학계에서 불세출의 거장이었던 케플러도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우주가 유한해서 그렇다"고 결론내리고 말았다. 이 역시 정답은 아니다. 이 천문학의 난제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이것을 하나의 화두로 만든 사람은 19세기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의사인 하인리히 올베르스다. 그래서 이 역설을 ‘올베르스의 역설’이라 한다. 소행성 발견자인 올베르스는 '어두운 밤하늘의 역설'이라고도 하는 이 역설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질문에 대한 올베르스 자신의 답은, 별빛을 차단하는 무엇, 예컨대 성간 가스나 먼지 같은 것들 때문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것도 '땡~'. 먼지와 가스층이 우주공간을 메우고 있다면 오랜 세월 빛에 노출되어 발광성운이 되어 빛나게 되므로 우주는 마찬가지로 밝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올베르스의 역설을 처음으로 해결한 사람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유명한 소설 '검정 고양이'를 쓴 미국의 작가이자 아마추어 천문가인 에드거 앨런 포(1809 ~ 1849)였다. 자신이 천체관측을 한 것에 대해 쓴 산문시 <유레카>(1848)에서 포는 "광활한 우주공간에 별이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 따로 있을 수는 없으므로, 우주공간의 대부분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천체로부터 방출된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아이디어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진실이 아닐 수 없다"고 자신했다. 예술가다운 직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포의 말마따나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는 빛의 속도가 유한하고, 대부분의 별이나 은하의 빛이 아직 지구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별빛이 우리에게 도달하기에는 우주가 태어난 지 충분히 오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포가 미처 몰랐던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우주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지금 도달하지 못한 빛들은 당분간 아니,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것이고, 밤하늘이 점차 밝아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답이다. 우리가 지구 행성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는 우주가 정적이지 않다는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거창한 증거 중 하나인 셈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길섶에서] 외계인/황수정 논설위원

    “이 ‘브금’은 언제 들어도 좋아. ‘인부심’이 생긴다니까. 근데 음반을 샀다가 ‘거파’하면 벌금 물어야 해요.” 딸아이 말은 완전 해독불가다. 이런 뜻이다. ‘이 배경음악(BGM)은 언제 들어도 좋다.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 팬의 자부심이 생기고, 음반을 샀다가 거래파기하면 벌금 물어야 한다.’ 한글 사용법을 알려준 훈민정음 해례본처럼 이쯤 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용어 해례본이 있어야 하겠다. 얼리 어답터에 어쭙잖게 저항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만 아쉬운 건 꼭 아닐 성싶다. 딸아이는 며칠 카톡을 쉬면 자기네들끼리도 뭔말인지 모르는 말이 생겨난단다. 지난해 ‘썸타다’란 말을 처음 만났을 때 한참을 애써 무시했다. 왠지 반듯하지 못한 조어란 직감에 ‘내 너를 끝까지 모르리라’ 작심했다. 그 고집을 비웃듯 얼마 뒤 이름 날리는 소설가는 원고를 넘겨 주며 하필 그 단어를 대문짝만 하게 제목으로 달아 왔다. 아이의 질문이 쏟아진다. 국어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 삼짇날이 뭐예요, 골무, 당세기, 한복 끝동이 뭐예요…. 좀전에 내가 안드로메다에서 왔듯 저 또한 지금 안드로메다에서 와 있다. 당신과 나의 거리가, 참 멀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교보생명] 경기고 동기 김석동·하영구와 절친

    [재계 인맥 대해부 (4)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교보생명] 경기고 동기 김석동·하영구와 절친

    산부인과 의사에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가 되기까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이력은 다른 CEO에 비해 독특하다. 신 회장은 40세가 되던 1993년 아버지 고 신용호 창립자의 뜻에 따라 의사 자리에서 떠나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교보생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경영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1996년 11월 교보생명 부회장, 2000년 5월 교보생명 회장으로 취임한 뒤 16년째 회사를 이끌어 오면서 신 회장은 의사에서 경영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신 회장은 공과 사를 철저히 하는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의사 시절 골프도 즐기고 술과 담배도 많이 했지만 교보생명에 들어오면서부터 모두 끊었다. 신 회장의 인맥을 보면 분야에 관계없이 다채롭다. 신 회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병원 진료 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경의지회’(境醫之會)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2010년 창립한 경의지회는 의대 출신으로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경험과 고충을 서로 나누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경의지회 멤버로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부인 김미경 서울대의대 교수, 신상진 전 의원, 김철준 한독 사장,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 이원식 한국화이자 부사장 등이 있다. 특히 멤버 가운데 경의지회 창립을 주도했고 서울대병원 병원장과 두산그룹 회장 등을 지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경기고 동문으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등이 가까운 사이로 꼽힌다. 신 회장과 이들은 경기고 68회 동기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또 신 회장은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은 경력으로 문학계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소설가 황석영, 박범신, 이승우, 오정희, 시인 황동규, 정현종, 정호승, 신달자, 문정희 등의 문인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와도 친분이 있다. 세계보험협회(IIS)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신 회장은 해외 금융보험업계와도 두루 친분을 쌓고 있다. 마이클 모리세이 IIS 회장을 비롯해 교보생명의 주주인 프랑스 악사(AXA)그룹의 앙리 드 카트리에 회장과 일본 메이지야스다생명의 세키구치 겐이치 전 회장, 네기시 아키오 사장 등 글로벌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삶 속에 얼룩진 일곱 가지 연민 여덟 가지 상실

    삶 속에 얼룩진 일곱 가지 연민 여덟 가지 상실

    50대 중견 작가인 소설가 정길연(54)과 함정임(51)이 소설집을 나란히 출간했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서로 다르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장편소설 ‘변명’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길연은 8년 만에 소설집 ‘우연한 생’(은행나무)을 냈다. 연민 때문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하는 여성, 속악한 세상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여성 등 다양한 여성을 그린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연민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수상한 시간들’과 ‘자서, 끝나지 않은’은 이번 소설집의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수작들이다. ‘수상한 시간들’ 속 여주인공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옛 회사 동료의 임종을 지키고 장례식까지 떠맡는다. ‘자서, 끝나지 않은’ 속 여주인공 ‘나’는 조폭 출신의 두 번 이혼한 경력이 있는 열세 살 많은 남자와 결혼해 남의 배로 낳은 아이 둘과 자기 배로 낳은 아이 둘을 기른다. 노년엔 거동조차 못하는 남편을 병수발한다. 두 작품 속 여성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피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연민에 이끌려 외면하지 못한다.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정길연은 사랑보다 연민을 깊이 품은 여성을 그린다고나 할까. 물론 사랑이 모든 것의 처음이자 끝이지만 남녀 관계에서는 연민이야말로 숭고한 사랑인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1984년 중편소설 ‘가족 수첩’으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작가는 등단 31년을 돌아보며 “스물넷 청춘에 들어선 길에서 나의 실질을 의혹하고 원망하고 지긋지긋해했다. 야반도주하듯 골방을 몰래 뜨고도 싶었다. 4월의 구근(球根)처럼 다행히도 조금씩 생기가 돋는 듯하다. 이참에 기지개를 켜리라”고 했다. 등단 25년을 맞은 소설가 함정임(51)도 5년 만에 여덟 번째 소설집 ‘저녁 식사가 끝난 뒤’를 냈다. 2007~2013년 발표된 작품들을 묶은 것으로, 2012·201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각각 실렸던 ‘저녁식사가 끝난 뒤’, ‘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을 비롯해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됐다. 작품들을 꿰는 주제는 상실이다. 프랑스 여행 중 접한 P선생의 부고 소식에 황망함을 느끼는 부부(‘저녁식사가 끝난 뒤’), 의미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기 때문에 더욱 공포스러웠던 죽음의 기억을 떠올리는 여자(‘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 길을 건너던 중 받아든 전화 속에서 느닷없이 옛 연인의 부고를 듣게 되는 남자(‘오후의 기별’) 등 각 작품 속에 상실의 흔적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문학평론가 이소연은 “함정임의 소설은 세계와의 부단한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모든 것의 중심에 상실이 있다는 치명적인 진실을 알려주고 있는지 모른다”며 “그의 이야기가 펼쳐 내는 ‘노마드’적 상상력은 그 자리에서 부동하는 상실의 흔적에 대항하는 삶의 몸짓이며 불가항력의 침묵을 파고드는 수다한 소리의 습격일 것”이라고 평했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장으로 가는 길’로 등단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朴대통령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 무슨 말?

    朴대통령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 무슨 말?

    朴대통령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 무슨 말?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첫번째 방문국인 콜롬비아에서 스페인어로 콜롬비아의 6·25 전쟁 파병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서 콜롬비아의 대문호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발언을 인용,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Olvidar es dificil para el que tiene corazon)고 말했다. 콜롬비아가 6.25 전쟁 당시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5100여명의 젊은이들을 파병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콜롬비아는 우리의 진정한 우방”이라며 “콜롬비아의 용감한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고, 우리 국민은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이날 발언을 인용한 콜롬비아의 대문호 가브리엘 마르께스는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정치운동가다.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소설 ‘백년동안의 고독’을 통해 마술적 사실주의를 전 세계에 소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 기억하다, 잊혀지는 아픔을

    글로 기억하다, 잊혀지는 아픔을

    “전 국민이 분노하고 가슴 아파한 일인데 아무 것도 안 해선 안 된다. 기억은 믿을 수 없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자기 편한 식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할 필요가 있다. 문장을 이용해 한 시대의 정서와 사상까지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성실하게 기록하려 했다.” 슬픔을 저마다 속으로만 삭였던 문인들이 작심하고 펜을 들었다. 순수문학을 추구하던 문인들까지 사회의식으로 똘똘 뭉친 펜을 굴렸다. 16일 참사 1주년을 맞는 ‘세월호 사건’을 기록하고 증언하기 위해서다. 문인들은 “문학이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승화시켜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구심점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소설가 15명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공동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예옥)를 냈다. 심상대, 이평재, 노경실, 전성태, 한차현, 이명랑, 권영임, 김신, 손현주, 방민호, 한숙현, 신주희, 박사랑, 김산아, 김은 등 문단의 중진부터 신인까지 다양한 성향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추억을 나눈 친구를 떠나보낸 아이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 살아남은 아이들 등 세월호 침몰로 고통받고 상처받은 이들을 감싸 안았다. 진상 규명을 외면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책 속 첫 번째 작품인 심상대의 ‘슬비야, 비가 온다’는 은규와 재중이 세월호 침몰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친구 슬비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러웠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글을 쓰기 위해 아이들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문학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작가로서의 죄책감 때문에도 힘들었다. 쓰고 난 지금도 너무 힘들다. 음모론을 믿지 않는데 사고 양상을 추적하다 보니까 음모론도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이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어 힘들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픔을 그린 단편소설 ‘가족 버스’를 쓴 전성태는 “자의식에 집중하던 데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손을 뻗어 위무하고 고통에 공감하며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진상규명인데 정부에서 돈을 내세우고 진영 논리로 편을 가르며 정치적인 방식으로 풀어 가려 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정부에서 정치적인 싸움으로 몰아가 국민들이 치유가 안 되도록 하고 있다. 아직도 바닷속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고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로한 다음에 보상이든 대책이든 나와야 한다. 우리가 고통과 슬픔에 대해 공감하는 감수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 돼야 세월호 사건이 의미를 지니고 아픔도 극복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세월호 추모시집 ‘내 고통은 바닷속 한방울의 공기도 되지 못했네’(다산책방)를 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요구한 근본적인 성찰을 담았다. 살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이웃은 우리에게 무엇인지, 국가나 권력은 국민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체제는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등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모든 근거들을 진지하게 되돌아봤다. 방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고통, 그리고 진실에 대한 의문을 지난 1년간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썼다”고 했다. ‘오로지 진실만을 노래하게 하소서/큰 슬픔과 아픔의 사금파리 한 조각만이라도 오롯이 실어놓게 하소서//두려움과 주저함으로 나아가지 못함이 없도록 하시되/원한과 복수에 머물게 하지 마소서//(중략) 바다에 스러져간 아이들을 노래하는 이 나날들만은/저로 하여 거짓에서 벗어나게 하소서’(발원) ‘내 고통은 바닷속 한방울의 공기도 되지 못했다/삼백예순날/나는 너희들의 죽음만 사랑한 게 아닐까/너희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으로/숨겨놓은 내 죄를 씻어온 게 아닐까/어떻게 해야/이 슬픔이 진짜 사랑이 될까/어떻게 해야/너희들처럼 환해질 수 있을까’(참회) 방 교수는 “진상 파악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원한과 복수를 넘어서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충격받고 상처받은 사람들, 슬프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의 정서적 공동체도 만들 수 있다.” 한편 한국작가회의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아직, 깊고 어두운 물 속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4억원이니 8억원이니 액수를 떠벌리며 국민 안전과 생명을 방기한 국가의 죄를 은폐하고 있다”며 “신속히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고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작가회의는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아직 밝혀진 게 없는데, 어떻게 배상과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냐”며 “사건 발생부터 수습과 대응까지 한결같이 작동하는 천박한 자본 논리가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 문화제도 개최했다. 희생자를 향한 추모의 글과 작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적은 르포 글 등을 발표했다. 글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산만하다고 야단치지 마세요...창의력 높대요 -美 연구

    산만하다고 야단치지 마세요...창의력 높대요 -美 연구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나 사상가 중 일부는 심각할 정도로 주의가 산만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코르크로 밀폐한 밀실을 만들어 그 안에서 작품을 썼는데 이는 그가 소음을 무시할 수 없는 성격인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또 독일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나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 역시 주의가 산만하기 쉬운 성향을 지녔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처럼 뛰어난 예술성이나 지식을 가진 것이 주의가 산만하기 쉬운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미국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주의가 산만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창의력이 높을 수 있음을 밝혀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 97명을 대상으로 창의력 측정 문제와 실생활 관련 예술·과학 문제를 내 테스트했다. 이들이 문제를 푸는 사이 짧고 나직한 경고음을 울려 그들 뇌에서 나타나는 전기 반응을 기록했다. 그 결과, 창의성 점수가 높은 사람의 뇌는 경고음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창의성 점수가 낮은 사람은 경고음에 별다른 뇌파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 풀이에 집중해 경고음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우리 뇌가 처리하는 정보의 양을 스스로 조절하는 ‘감각 게이팅’(sensory gating) 때문. 일반인의 뇌는 감각 게이팅을 통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유입을 차단하지만, 창의력이 높은 사람은 이런 감각 게이팅이 느슨해 주변 정보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연구를 이끈 다리야 자벨리나 박사는 이런 감각 게이팅이 느슨한 사람들은 주변 정보를 대부분 중요하다고 판단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관계가 먼 정보를 하나로 엮을 수 있으며 그런 개념이나 아이디어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또 천재와 광인 사이의 흥미로운 공통점도 소개했다. 느슨한 감각 기관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대표적 증상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런 느슨한 감각이 정신분열증 환자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상상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심리학지’(neuropsychologia) 3월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한국문학번역원/서동철 논설위원

    소설가이자 번역작가인 안정효는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사례로 들곤 한다. 미국 작가 마거릿 미첼에게 1937년 퓰리처상을 안겨 준 이 소설을 마무리하는 독백은 빅터 플레밍이 연출한 1939년 작 동명 영화에서도 마지막 대사로 쓰였다. 배우 비비안 리가 연기한 스칼릿 오하라의 유명한 대사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로 번역되면서 명대사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번역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이 구절이 어려운 일을 참지 못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스칼릿 오하라의 입버릇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주인공의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꼭 오늘 해야 하는 것은 아니야”라는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멋을 부린 번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는 일본 속담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의심도 있다. 문화한류(文化韓流)의 시대 번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역시 소설가이자 번역작가인 박찬순은 태국에 수출된 한국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애인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대사가 “brother”로 나가기도 했으니 현지인들은 “한국에 이상한 풍속이 있는 모양”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허탈해한다. 이것 말고도 영화 대사의 김치찌개, 떡볶이, 장어구이는 아예 번역을 하지 않는가 하면 정(情)이나 한(恨) 같은 표현도 그저 ‘jeong’나 ‘han’으로 표기하니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번역의 취약성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한국 문학의 해외 소개와 교류’를 목적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 2001년 출범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19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설립된 한국문학번역금고가 발전적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번역원은 그동안 3000종에 이르는 성과를 해외에 내놓았다.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물량도 물량이지만 질을 높여 실질적인 독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반성은 내부에서부터 나온다.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영향력 있는 출판사와 제휴하고, 번역 아카데미는 대학원 과정으로 승격시켜 체계적으로 인력을 길러내겠다는 생각이다. 영화·뮤지컬 등 한류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번역원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통폐합시키는 기획재정부의 방침이 알려졌다. 오늘 열리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번역원 통폐합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속담이 아마도 우리 문화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문화융성의 시대라고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중세 왕자의 영웅담 볼까, 풋풋한 순정 남녀 볼까

    중세 왕자의 영웅담 볼까, 풋풋한 순정 남녀 볼까

    지난 10일 첫 전파를 탄 일본 애니메이션 ‘아르슬란 전기’와 ‘내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애니박스(대표 곽영빈)가 국내 TV 최초로 방영하는 것으로, 매주 금요일 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방영된다. ‘아르슬란 전기’는 소설가 다나카 요시키의 소설에 만화가 아라카와 히로무가 그림을 그린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다나카는 ‘은하영웅전설’, ‘창룡전’ 등 수많은 대작을 써 온 일본의 대표 소설가이고, 아라카와는 ‘강철의 연금술사’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가다. 배경은 중세 페르시아. 강국이었던 파르스 왕국은 루시타니아와의 전쟁에서 대패하고 식민지가 된다. 전쟁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주인공 아르슬란 왕자는 동료들과 함께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 1편씩 방영. ‘내 이야기!!’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명의 순정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책은 오리콘 코믹 랭킹에서 ‘원피스’,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주로 미소녀와 미소년이 주인공인 일반 순정만화와는 차원이 다른 신개념 순정만화다. 고릴라 같은 외모의 남자 주인공 다케오와 완벽한 외모와 성격을 지닌 여자 친구 리코, 다케오의 친구로 흠 잡을 데 없이 잘생긴 마코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믹함이 가미된 작품으로, 기존 순정만화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매주 금요일 밤 9시 30분, 1편씩 방영. 이벤트도 진행한다. 본 방송 중 나오는 퀴즈를 맞히면 추첨을 통해 ‘아르슬란 전기’, ‘내 이야기!!’ 코믹스 세트를 증정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주의가 산만하면 창의력 높다 -美 연구

    주의가 산만하면 창의력 높다 -美 연구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나 사상가 중 일부는 심각할 정도로 주의가 산만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코르크로 밀폐한 밀실을 만들어 그 안에서 작품을 썼는데 이는 그가 소음을 무시할 수 없는 성격인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또 독일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나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 역시 주의가 산만하기 쉬운 성향을 지녔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처럼 뛰어난 예술성이나 지식을 가진 것이 주의가 산만하기 쉬운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미국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주의가 산만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창의력이 높을 수 있음을 밝혀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 97명을 대상으로 창의력 측정 문제와 실생활 관련 예술·과학 문제를 내 테스트했다. 이들이 문제를 푸는 사이 짧고 나직한 경고음을 울려 그들 뇌에서 나타나는 전기 반응을 기록했다. 그 결과, 창의성 점수가 높은 사람의 뇌는 경고음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창의성 점수가 낮은 사람은 경고음에 별다른 뇌파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 풀이에 집중해 경고음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우리 뇌가 처리하는 정보의 양을 스스로 조절하는 ‘감각 게이팅’(sensory gating) 때문. 일반인의 뇌는 감각 게이팅을 통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유입을 차단하지만, 창의력이 높은 사람은 이런 감각 게이팅이 느슨해 주변 정보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연구를 이끈 다리야 자벨리나 박사는 이런 감각 게이팅이 느슨한 사람들은 주변 정보를 대부분 중요하다고 판단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관계가 먼 정보를 하나로 엮을 수 있으며 그런 개념이나 아이디어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또 천재와 광인 사이의 흥미로운 공통점도 소개했다. 느슨한 감각 기관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대표적 증상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런 느슨한 감각이 정신분열증 환자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상상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심리학지’(neuropsychologia) 3월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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