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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맏딸 이나미씨

    [부고]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맏딸 이나미씨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가 이효석(1907~1942)의 맏딸 이나미씨가 25일 오전 11시 10분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83세. 이씨는 부친이 평양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아버지의 집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효석 문학의 산증인이다. 그는 1982년 전 재산을 털어 이효석기념사업회와 이효석문학연구회를 창립했고 1983년과 2003년엔 국내외에 흩어져 있던 부친의 작품을 한데 모아 이효석 전집을 펴내는 등 아버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그의 문학을 집대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2006년 말 이효석기념사업회가 운영난으로 문을 닫고 허리 디스크로 쓰러진 후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살았고 2007년부터는 월세 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했다. 몸이 약해지면서 각종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지난달 26일부터 폐렴으로 강동성심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이씨의 딸 조은정씨는 “어머니가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고 형제들과 더 융화했다면 이효석 문학 관련 사업이 조금은 나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가위 TV-영화] 아직도 못봤다면…‘명량’부터 ‘해적’까지 多있다

    [한가위 TV-영화] 아직도 못봤다면…‘명량’부터 ‘해적’까지 多있다

    요즘 명절 TV 속 영화는 더이상 구닥다리가 아니다. 극장에서 놓쳤다는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추석이건, 설이건 금세 TV에서 상영된다. 올해 추석에도 지난해 극장가를 휩쓸었던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안방으로 찾아온다.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더라도 영화 자체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허삼관’, ‘워터 디바이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은 관객 숫자와는 별개로 높은 만듦새를 보여준 작품들이다. 26일 KBS는 1TV와 2TV에서 각각 ‘워터 디바이너’(밤 12시 50분)와 ‘피 끓는 청춘’(밤 11시50분)을 방송한다. ‘워터 디바이너’는 배우 러셀 크로의 감독 데뷔작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투 중 세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아들의 시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아버지의 깊은 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피 끓는 청춘’은 어린 바람둥이 김중길(이종석)과 일진 소녀 박영숙(박보영)이 찰진 충청도 사투리로 연기하는 코미디 영화다. EBS 1TV가 준비한 ‘스타워즈’ 시리즈도 눈여겨볼 만하다. 25일 ‘스타워즈-보이지 않는 위험’을 시작으로 26일 ‘스타워즈-클론의 습격’(밤 11시 5분), 27일 ‘스타워즈-시스의 복수’(밤 11시)까지 3부작 완결편을 선보인다. 27일 KBS 1TV는 ‘아메리칸 셰프’(밤 11시50분)를 방영한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먹방 영화를 선도한 작품으로 ‘아이언맨’을 연출한 존 패브로가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았고 스칼렛 요한슨,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톱스타가 출연한다. SBS는 김우빈이 잘생긴 금고털이범으로 나오는 ‘기술자들’(밤 10시 5분)을 준비했다. 28일은 KBS 1TV가 ‘패딩턴’(밤 11시 50분), KBS 2TV가 ‘허삼관’(밤 9시 40분)을 방송한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중국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한국적 상황으로 재해석해 만든 ‘허삼관’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하정우, 하지원의 쫀득쫀득한 연기가 돋보인다. EBS 1TV는 애니메이션 ‘라푼젤’(오후 5시 20분)을 방영한다. ‘해적’은 밤 8시 35분 SBS에서 방영한다. 29일 좀 특별한 느낌의 영화도 있다. MBC가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더빙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밤 11시 10분)을 방영한다. 멤버들 모두 외화 더빙은 처음이다. KBS 2TV는 흥행 대작의 상징 ‘명량’(밤 8시 30분)을 방영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새달 2~4일 ‘이병주 문학제’ 열려… 전상국 문학상·추선진 연구상 수상

    새달 2~4일 ‘이병주 문학제’ 열려… 전상국 문학상·추선진 연구상 수상

    소설가 이병주(1921~1992)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문학 세계를 재조명하는 ‘2015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가 다음달 2~4일 서울 경희대와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린다. ‘문학과 역사의 경계’가 올해 주제다. 첫날 경희대에서 국내외 문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문학 강연과 국제문학심포지엄이 마련된다. 심포지엄에는 김윤식·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임헌영 문학평론가, 고이케 마사오(일본), 에바 라티파(인도네시아), 오설리번(미국), 훌리오 마르티네스(스페인), 시몬 킴(프랑스) 등이 참가한다. 3일에는 이병주 문학관에서 23주기 추모식과 문학상 및 연구상 시상식, 전국학생백일장 시상식 등이 이어진다. 이병주 소장 도서 특별전을 비롯한 여러 전시회도 열린다. 올해 이병주 국제문학상 수상자로는 전상국(왼쪽·75) 소설가가 선정됐다. 전 소설가는 어린 시절 경험한 6·25전쟁을 소재로 전쟁의 폭력성과 고통받는 가족사, 분단 현실의 모순, 이산가족 문제 등을 조명해 분단소설의 문학사적 의미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신설된 제1회 이병주 문학연구상은 이병주 문학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한 소설비평 분야 연구자인 추선진(오른쪽) 박사가 선정됐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사람과 사람 잇는 그리운 마음의 울림

    사람과 사람 잇는 그리운 마음의 울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게재한 글 중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들만 가려 뽑은 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최근 3년간 트위터에 올린 글 1만여개 중 244개를 추린 시인 안도현(54·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의 ‘잡문’(이야기가있는집)과 지난 10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칼럼 중 50편을 엄선한 소설가 김탁환(47)의 산문집 ‘아비 그리울 때 보라’(난다)다. 문인에게 절필이란 어느 정도의 고통일까. ‘잡문’에는 절필 선언 이후 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바람 소리, 새소리를 벗하며 시를 버린 마음을 위로한 시인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좋아서 나는 시를 안 써도 시인’(13쪽)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시도 아니고 제대로 된 산문도 아닌, 그러나 시와 산문의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고 긴장한 흔적들이 모여 있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시를 쓰지 않고 지내는 떫은 시간에 시를 쓰는 마음으로 쓴 글들을 추려 모았다. 내 이마 위를 스쳐 간 잡념들과 하릴없는 중얼거림이, 어떻게든 말을 걸어 보고 싶은 욕망이 문장에 스며 있을 것”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온 시인의 절실함, 잡다한 글을 통해서라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인은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근 항소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2013년 7월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며 절필 선언을 했다. 언제쯤 다시 시를 쓸까. ‘시가 있는 마을에서 멀리 걸어 나왔다. 그 마을로 가려면 또 멀리 걸으며 아파야 한다. 그러므로 객지 생활에 잘 적응해야 한다.’(224쪽) ‘아비 그리울 때 보라’는 책을 부르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책 속에 언급된 다른 책에도 손길이 미치기 때문이다. 각 칼럼은 나관중 ‘삼국지’, 마크 코프먼 ‘퍼스트 콘택트’, 심노숭 ‘눈물이란 무엇인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 ‘정호기’ 등 56편의 책 내용을 토대로 세상과 사람들의 삶을 고찰하고 있으며 말미엔 관련 책의 표지와 간단한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김탁환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궁구한다. 그의 산문집은 서평도 책 소개문도 독서일기도 아니다. 책의 생명록이다. 그가 읽은 책들은 무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번 산문집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가격을 매겨 팔긴 하지만 정성을 쏟은 문장이 담긴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깨달음도 있고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는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의 따뜻함을 이 산문집으로 만들어 이어 가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시와 산문사이 방황... 책 56편의 생명록

    시와 산문사이 방황... 책 56편의 생명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게재한 글 중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들만 가려 뽑은 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최근 3년간 트위터에 올린 글 1만여개 중 244개를 추린 시인 안도현(54·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의 ‘잡문’(이야기가있는집)과 지난 10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칼럼 중 50편을 엄선한 소설가 김탁환(47)의 산문집 ‘아비 그리울 때 보라’(난다)다.  문인에게 절필이란 어느 정도의 고통일까. ‘잡문’에는 절필 선언 이후 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바람 소리, 새소리를 벗하며 시를 버린 마음을 위로한 시인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좋아서 나는 시를 안 써도 시인’(13쪽)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시도 아니고 제대로 된 산문도 아닌, 그러나 시와 산문의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고 긴장한 흔적들이 모여 있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시를 쓰지 않고 지내는 떫은 시간에 시를 쓰는 마음으로 쓴 글들을 추려 모았다. 내 이마 위를 스쳐 간 잡념들과 하릴없는 중얼거림이, 어떻게든 말을 걸어 보고 싶은 욕망이 문장에 스며 있을 것”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온 시인의 절실함, 잡다한 글을 통해서라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인은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근 항소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2013년 7월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며 절필 선언을 했다. 언제쯤 다시 시를 쓸까. ‘시가 있는 마을에서 멀리 걸어 나왔다. 그 마을로 가려면 또 멀리 걸으며 아파야 한다. 그러므로 객지 생활에 잘 적응해야 한다.’(224쪽)  ‘아비 그리울 때 보라’는 책을 부르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책 속에 언급된 다른 책에도 손길이 미치기 때문이다. 각 칼럼은 나관중 ‘삼국지’, 마크 코프먼 ‘퍼스트 콘택트’, 심노숭 ‘눈물이란 무엇인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 ‘정호기’ 등 56편의 책 내용을 토대로 세상과 사람들의 삶을 고찰하고 있으며 말미엔 관련 책의 표지와 간단한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김탁환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궁구한다. 그의 산문집은 서평도 책 소개문도 독서일기도 아니다. 책의 생명록이다. 그가 읽은 책들은 무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번 산문집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가격을 매겨 팔긴 하지만 정성을 쏟은 문장이 담긴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깨달음도 있고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는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의 따뜻함을 이 산문집으로 만들어 이어 가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부고]

    ●이정민(서예가)씨 모친상 정연진(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씨 장모상 1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2258-5940 ●김경남(전 조선내화 고문)씨 별세 흥수(국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흥식(도서출판 서해문집 대표)흥숙(시인)수자(일러스트레이터)혜경(소설가·필명 김이경)씨 부친상 정남수(세미테크 고문)이종대(GS칼텍스 근무)유종오(인성회계법인 부대표)씨 장인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2227-7500 ●이영범(사업)씨 별세 정호(사업)윤정(이화여대 박사과정)씨 부친상 우병민(LG화학 홍보팀 차장)씨 장인상 15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40분 (031)787-1507 ●이경난(전 성산초 교장)씨 별세 정진규(전 금융감독원 법무실장)진숙(전 에스모드 교수)씨 모친상 조정송(전 서울대 생명공학대 교수)씨 장모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010-2252 ●남행완(전 외환은행 본부장)성일(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씨 모친상 김영주(경희대 한국어교육학과 교수)씨 시모상 오기화(전 광주은행 전무)김판수(호진플러텍 대표이사)전건일(아림인터내셔널 사장)씨 장모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010-2262 ●강선구(서초세무서 재산2과1팀장)혁구(자영업)은구(한국경제신문 영상정보부 차장)씨 부친상 신두리(장안초 교사)김주연(성동광진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 주무관)씨 시부상 이은만(자영업)씨 장인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5시 30분 (02)3010-2263 ●최근진(MBC 제작기술국 국장급)씨 장인상 16일 광명성애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70-4906-5447 ●박종문(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형문(전남 장흥군청 재무과 근무)일문(아이엔에이치 기술이사)송해(삼성생명 FC)난해(흥덕고 교사)씨 모친상 장영미(장흥노인전문요양원 근무)김진선(전남대 겸임교수)씨 시모상 김경수(KT 팀장)강기추(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씨 장모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010-2230 ●조충민(홍철호 국회의원 비서관)씨 모친상 16일 부평 세림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30분 (032)508-1346 ●서원석(사이버한국외국어대 영어학부 교수)씨 별세 순식(춘천교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진숙(배화여고 교사)씨 동생상 이인철(동아일보 문화사업본부장)씨 처남상 16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70-7816-0235 ●김기정(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씨 장인상 16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031)787-1502
  • 허위와 위선에 가려진 40대 이야기 ‘사십사’

    허위와 위선에 가려진 40대 이야기 ‘사십사’

    스물일곱 살에 등단한 소설가 백가흠(41)이 어느덧 40대 중년이 됐다. 작가의 눈에 비친 40대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허위나 위선에 젖어 내 본래 모습에 대한 기억을 점점 잊어가는 세대인 것 같다. 40대가 되니 그런 점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런 성찰이 자기 세대의 이야기에 천착하게 했다. 허위와 위선에 가려진 40대 중년 남녀들의 민낯을 파헤쳤다. ‘힌트는 도련님’ 이후 4년 만에 낸 네 번째 소설집 ‘사십사’(四十四·문학과지성사)에서다. 소설집엔 2011년부터 써 온 단편 아홉 편이 실렸다. 표제작 ‘사십사’를 비롯해 ‘한 박자 쉬고’, ‘더 송’(The Song), ‘흰 개와 함께하는 아침’, ‘아내의 시는 차차차’, ‘흉몽’, ‘네 친구’, ‘사라진 이웃’, ‘메테오라에서 외치다’ 등이다. 그는 17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허위나 위선에 익숙해져버려 양심을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40대는 이전보다 좀 더 안정적이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내부에서는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사이에 어떤 균열이 일어나고 있어요. 과거의 상처, 잘못된 행동 등 그 균열이 시작된 지점들을 추적해 봤어요. 주로 10대나 20대 때 겪었던 것들, 자기도 잊으려 했고 잊고 있었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삶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것 같아요.” ‘더 송’은 실생활도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도 성공가도로 접어든 사람들의 이면을 파고들었다. “내부에서 삶이 조금씩 깨져가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아무 문제 없다고 자신하며 살던 사람들이 불현듯 삶이 망가졌다는 걸 깨닫게 되는 이야기예요.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깨달았을 땐 이미 회복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거죠.” 표제작 ‘사십사’와 ‘네 친구’는 40대 여자들의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은 40대에 괜찮은 직업도 가졌고 오래된 친구도 있지만 잘못된 연애의 기억, 불의의 사고로 인한 아픔 때문에 가진 것과 이룬 것에 어울리는 삶을 살지 못한다. “여자들 이야기는 잘 몰라서 그동안 많이 망설였어요. 사회적으로도 성공했고 함께할 벗도 있는데 완성된 삶을 추구하지 못하고 자꾸 깨져버릴 것 같은 여자들의 삶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한 박자 쉬고’에는 도서관에서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시를 짜깁기해 등단한 뒤 문화센터 ‘시 창작 교실’에서 ‘시 선생’ 대접을 받는 인물, ‘흉몽’에는 유능한 편집자가 됐지만 문청 시절 동지였던 친구 작가를 모함해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 나온다. 작가는 당초 연작소설집을 꾸리려 했다. ‘더 송’을 첫 작품으로 시작해 아홉 편을 연작으로 묶으려 했다. ‘한 박자 쉬고’, ‘사라진 이웃’, ‘아내의 시는 차차차’, ‘메테오라에서 외치다’ 등 다섯 편까지 연작으로 썼다. “나머지 네 편은 하나로 묶여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단편소설집으로 바꿨어요. ‘더 송’ 연작으로 시작한 만큼 ‘더 송’에 이번 소설집의 주제의식이 가장 잘 나타나 있어요. 책 제목도 ‘더 송’으로 하려 했는데 ‘사십사’가 40대 이야기를 다룬 이번 작품들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잘 대변하는 것 같아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첫 창작집 ‘귀뚜라미가 온다’에서부터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등 그동안 펴낸 세 권의 소설집에선 주로 젊고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개인의 파국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2015 불륜 리포트] 기자, 바람피우다

    [2015 불륜 리포트] 기자, 바람피우다

    ■온라인 사이트·앱 ‘기혼자 만남’ 시도… 낯선 밀당을 하다 간통죄 폐지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기혼자의 만남을 이어 주는 사업이 사실상 합법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애슐리매디슨에 대한 접속 차단 조치를 거둬들이자 온·오프라인에서는 유사한 서비스가 우후죽순 늘었다. 현재 기혼자들의 만남을 전문적으로 주선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은 취재 중 확인한 곳만 10여곳에 달한다. 온라인을 통해 어떻게 기혼자 간 만남이 이뤄질까. 특별취재팀 남녀 기자 3명이 지난 한 달간 각각 기혼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온라인 사이트와 앱서비스 등에 가입해 ‘잘못된 만남’을 시도해 봤다. ●프로필 등록 10분 만에 날아온 쪽지… ‘기대감’ 안고 클릭 첫 쪽지를 받은 것은 기자의 프로필을 등록한 지 불과 10분 만이다. 연이어 또 다른 여성에게도 쪽지가 날아왔다. ‘키 175㎝에 체중 76㎏인 40대 직장 기혼남성이 설레는 만남을 기다린다’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프로필이 아직 먹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애슐리매디슨을 벤치마킹한 G사이트에서 기자에게 관심을 보인 이들은 모두 20~30대 초반이었다. 모자이크한 사진 뒤로 얼굴을 감췄지만 두 여성 모두 미인이라는 인상을 줬다. 주부라고 하기엔 어린 나이. 취재지만 기대감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그렇게 ‘밀당’(남녀 간 밀고 당기는 심리싸움)은 시작됐다. ●‘조건 만남’ 원하는 여성들 다짜고짜 러브콜 “전 월페이 받는 여자예요~.” 서너 번 쪽지가 오가고서 여성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전 장기 계약만 해요. 직접 보고 만남을 이어갈지 판단하세요.” 다짜고짜 러브콜을 보낸 이들은 모두 조건 만남을 원하는 여성들이었다. 기혼자 만남 사이트가 성매매 영업창구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 중 한 명을 건대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A(23)씨는 짙은 화장을 했지만, 매우 앳돼 보였다. 19살 때부터 룸살롱에서 일했고, 아르바이트처럼 하루 단위 조건 만남도 몇 번 가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룸살롱에 다니는 언니가 알려줘서 가입했는데 하루에도 십여 통씩 만나자는 쪽지가 날아와요. 외로운 아저씨들이 참 많은 것 같더군요.”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만나요”에 몰려든 40명… “외로운 아저씨들 참 많더군요” 기혼자 만남 사이트에는 A씨 같은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적지 않다. 공통점은 프로필 사진이 적극적이면서 대담하다는 점이다. 몸매가 드러나도록 특정 부위를 노출하는가 하면 얼굴 사진을 그대로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만나는 조건으로 A씨는 월 350만원을 원했다. 일수 찍듯 만날 때마다 돈을 줘도 상관없다며 흥정하는 것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죄책감은 없냐는 질문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저는 남자가 바람피우는 건 집에 있는 언니(부인)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1만명 카페… 등급 높은 회원끼리 비밀데이트도 같은 시간, 대형 포털사이트의 기혼자 만남 커뮤니티에서 유부남과의 만남을 시도한 다른 기자는 어렵지 않게 상대를 구할 수 있었다. 1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가진 카페는 2분여마다 새 글이 올라올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됐다. 등급에 따라 볼 수 있는 ‘일대일 채팅’ ‘번개’ ‘핫채팅(음담패설)’ ‘비밀데이트’ 등 코너를 통해 불륜의 기회를 제공했다. 등급이 높은 회원끼리는 그들만의 비밀 이벤트도 진행한다. “유부남과의 만남을 원한다”는 글을 올리자 삽시간에 신청자가 40명을 넘어섰다. 간택을 받기 위한 유부남들의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요청하지도 않은 자신의 얼굴이나 고급 차 사진, 상의를 탈의한 모습을 보내는 남성도 있었다. B(38)씨를 만난 것은 글을 올린 다음날이었다. 창업컨설팅을 한다는 B씨는 카페 내에서도 유명한 ‘선수’다. 결혼 후 유부녀부터 미혼, ‘돌싱’(이혼녀)까지 다 만나봤지만, 아내가 자신을 의심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자부심이 얼굴에 쓰여 있었다. 매일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정리하고 데이트 땐 현금을 쓰며, 의심을 피하려 카카오톡 프로필엔 아내 사진을 올리는 등 철두철미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게 비결이라고 했다. “처음이신 것 같은데…. 섹스 파트너(성관계 대상)와는 룰을 정해요. 출근 후 퇴근 전까지는 편하게 전화도 하고, 메시지도 보내지만 이후 시간과 주말에는 절대 연락을 하지 않죠. 뭐든 깔끔해야죠.” 복잡한 ‘밀당’ 과정 없이 지름길을 원하는 기혼자를 위한 유료 매칭 서비스도 등장했다. 성인사이트 등에 소개된 카카오톡 아이디를 등록하자 ‘H실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실시간으로 답변이 왔다. 8만원을 입금하면 여성 회원과 1회 만남을 보장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는 “한 달간 만남이 성사되지 않으면 전액 환불해 주겠다”고도 했다. 일주일 후 ‘37살/ 기혼/ 160㎝/ 47㎏’이라는 간략한 프로필만 보고 기자는 성동구의 한 카페로 향했다. C(37)씨는 육아휴직 중인 두 아이의 엄마였다. 옅지도 짙지도 않은 화장. 처음엔 다소 불안한지 눈동자를 한 곳에 두지 못하고 두리번거렸지만 말문이 트이자 오히려 기자보다 차분했다. 서로 지켜야 할 ‘선’ 같은 것이 있냐고 묻자 미소를 띠며 “그런 건 없다”고 했다. “남편 회사 가고 아이들 학교에 있는 주중 낮 시간이 제일 편하니까 그때 만나서 수다 떨고 싶어요. 가끔 잠자리 갖는 것도 상관없고, 1박 2일 정도로는 여행 가는 것도 오케이에요.” 수위 높은 농담도 거침없다. “좀 말라 보인다”고 하자 “아니에요. 이따가 안쪽 살을 보여 드릴 수 있어요. 당장 확인해 보실래요?” 그렇게 한 시간의 대화 후 그녀는 연락처를 건넸다. 이어 아이가 학원 갔다 돌아올 시간이라며 카페를 나섰다. ●회사원·주부… 첫 만남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는 사이 G사이트에서는 소득 없는 보름이 흘렀다. 재가입의 대가로 10% 할인된 4만 5000원을 내고 다시 ‘구애’ 활동을 벌여 봤지만, 편지함엔 인사성 멘트로 가득한 160여통의 쪽지만 쌓였다. 생면부지의 기혼 여성과 인터넷 쪽지만으로 만남을 갖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회사원, 가정주부, 미용사 등 다양한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았지만 다들 첫 만남은 조심스러운 눈치다. ‘한번 뵀으면 좋겠어요. 제 카톡 아이디는 *****입니다.’ 기다리던 쪽지가 도착한 것은 3주째 되는 날이었다. 부정기적으로 안부를 묻던 여성이었다.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서 공무원이라고 밝힌 D(37)씨를 만났다. 4살짜리 딸이 있다는 D씨는 온라인을 통해 이런 만남을 갖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반만 믿었다. 왜 기혼자를 만나려 하느냐는 질문에 D씨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제 가정을 깰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딸도 누구보다 사랑하고요. 2년 전 우연히 미혼인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관계가 지속되면서 제게 너무 집착을 하더군요. 그래서 어렵게 헤어졌어요. 데면데면해진 남편과는 달리 다정다감하게 연애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해요. 육체적 관계는 그 다음 문제고요. 글 쓰신 걸 보니 그런 분 같아 뵙자고 했어요.” 이 여성을 보며 불현듯 ‘인간은 영원히 살기에는 너무 복잡한 동물’이라고 한 일본의 소설가 야마다 무네키의 말이 생각났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G사이트 대표는 당당했다. 그는 “성인나이트만 가도 기혼자 만남이 많은데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누군가 시작할 일을 했을 뿐이다. 국내 서비스가 없다면 아마 애슐리매디슨 등을 통해 상당한 외화가 해외로 유출됐을 것”이라면서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건 사업 하는 사람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불륜 조장 사이트 금지법’이 발의된 상태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 [문화마당] 이 여름의 예감/천운영 소설가

    [문화마당] 이 여름의 예감/천운영 소설가

    바람이 불면 아무 생각이 없어져요. 그냥 바람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좋아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금 당장은 알 수 없고 다음 세대에나 알 수 있는 일인데. 난 그저 한 줌 씨를 뿌리고 있을 뿐인데. 그냥 좋아요. 그런데 이게 제대로 된 씨앗이기는 한 걸까, 궁금해져요. 그래서 죽기가 싫어요. 싹이 트는 것만이라도 보고 죽으면 좋겠는데. 이 말을 하던 사람의 말투가 얼마나 어눌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죽기 싫다고 해 놓고 얼마나 수줍게 웃었는지. 수줍음에 비해 눈동자는 또 얼마나 선명히 반짝였는지.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내 심장박동수를 얼마나 높여 놓았는지. 그때 나는 진심으로 그가 아주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과도 같았다. 바람이 불어왔다. 몸을 뚫고 지나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매운 남극의 바람이었다. 그 바람 속에서 어렴풋한 예감이 들었다. 한동안 이 여름에 붙잡혀 지내겠구나. 예감대로였다. 그곳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한 궁리를 했다. 꼬박 일 년의 시간을 들였다. 꽤 많은 우여곡절과 굳이 말할 필요 없는 굴욕의 순간들을 겪었다. 그 후로 또 일 년 동안은 내게 익숙한 언어가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느라 애를 먹었다. 소설 안 쓰고 뻘짓하고 있다는 질타를 열 번쯤 들었고, 백 번쯤 자책했다. 올여름에는 어차피 팔리지도 않는 소설, 설 자리 없는 순문학에서 발을 빼고 업종 전환을 하라는 충고도 들었다. ‘더 오래 소설을 쓰려고 이러는 거야’라고 속으로만 항변했다. 이 무슨 빌어먹을 예감인가 싶었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그 예감의 실체를 겨우, 겨우 조금 알게 되었다. 남극의 과학자들에게서 받은 첫인상은 어리석음이었다. 연구 과정은 미련할 정도로 반복적이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에 비해 연구 성과는 얼마나 미미하고 하찮아 보이는지. 왜 그러고 있냐 물으니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러곤 다시 연구 과정을 이어 나갔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무엇이 그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몰두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인지, 그저 남극의 후광을 입어 아름답게 보였는지, 그들이 연구하는 남극의 생명체들에게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나도 알고 싶었다. 두 번째에는 과학자들 곁에 조금 더 바싹 붙어 다녔다. 함께 걸으며 함께 찾고 함께 기다렸다. 화석 연구자와 함께 하루 종일 돌을 깨고 뒤집어서 나무 화석을 찾았다. 남극이 한때 숲이었다는 증거. 생태학자와 함께 식물의 숫자를 셌다. 1년에 0.1㎜씩 100년 동안 1㎝ 자란 식물의 시간이 보였다. 펭귄 연구자가 펭귄의 먹이 습성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인간의 스케줄이 아니라 펭귄 스케줄에 맞춰야 했다. 그들은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며 다른 생명체를 파괴하는 오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다른 존재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였다. 그들은 지구의 아주 작은 존재로서 알고 싶은 것을 향해 묵묵히 탐구의 과정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 시간은 우주의 시간이었다. 그 여름이 아름다웠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그 여름에 붙잡혀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알고 싶은 것을 향해 묵묵히,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소설을 쓸 것이다. 한동안이 아니라 영원히. 이것이 바로 이 여름에 내가 알게 된 예감의 실체다.
  • 손으로 여는 기적… 공예 미래 엿본다

    손으로 여는 기적… 공예 미래 엿본다

    지구촌 공예축제인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16일 화려한 막을 올린다. 다음달 25일까지 40일간 옛 청주연초제조창 등에서 진행된다. 주제는 ‘핸드즈(HANDS)+확장과 공존’이다. 쓰임새에서 출발한 공예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며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존하는지 살펴보고 인간성을 치유하는 매개체로서 공예의 역할을 살펴본다는 의도다. 9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에는 45개국 작가 2000여명의 작품 750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기획전, 특별전,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등으로 꾸며진다. 기획전 ‘잇고 또 더하라’는 공예의 진화 현상을 설명하고 현대공예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테마는 도구, 유산, 공존, 확장 등 4가지로 나눴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영국,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활동하는 46개 팀과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별전은 소설가이자 철학가인 알랭 드 보통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한다. 공예와 인문학의 만남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알랭 드 보통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된 15개 팀과 8개월간 현장 워크숍과 이메일 등을 통해 창작을 진행했다. 알랭 드 보통은 전시작품 평을 담은 도록도 집필했다. 이 도록은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이란 제목으로 출간돼 비엔날레전시장과 서점에서 판매된다.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은 신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 보는 자리다. 대상 상금은 5000만원이다. 1, 2차 심사를 거친 100여점이 전시된다. 비엔날레 메인 행사장인 연초제조창 건물 외벽은 9개국 31개 도시에서 2만 7912명이 보내준 30만 8193장의 폐CD로 장식돼 거대한 조형물로 변신했다. CD 뒷면에는 각자의 소망이 적혀 있다. 가로 180m, 세로 30m로 63빌딩이 가로로 누운 크기와 맞먹는다. 모든 작업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됐다. 이 CD프로젝트는 세계 기네스북 CD 활용 최대 설치물 기록에 도전한다. 전병삼 예술감독은 “CD는 청주(Cheongju)의 꿈(Dream), 공예(Craft)의 꿈 약자가 C, D라 선택했다”며 “청주시민과 세계인의 꿈을 담은 CD로 장식된 꿈공장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 특별전, 거북(Turtle)’도 마련했다. 거북은 모니터만 166대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으로 작품가가 46억원에 달한다. 거북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국제공예학술회의, 주말공예장터, 가족 모두가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키즈비엔날레도 마련된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문화 플러스]

    16일 베를린 캄머 심포니 첫 내한공연 독일 정통 사운드를 들려주는 ‘베를린 캄머 심포니’가 오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에밀 추드노프스키가 협연한다. 베를린 캄머 심포니는 지휘자 위르겐 브룬스가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베를린 국립관현악단 등의 단원들을 모아 1991년 창립했다. 4만~15만원. (02)580-1300. 영인문학관, 18일부터 번역문학전 영인문학관은 18일부터 11월 7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과 함께 ‘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번역문학전’을 연다. 전시 기간 토요일마다 은희경 소설가,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김주연 문학평론가 등이 진행하는 문학 강연회가 열린다. (02)379-3182.
  • [혼돈의 새정치연합] 野 비주류 ‘조기 전대’ 공론화에 친노 “잿밥에만 관심” 비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비주류 측에선 ‘조기 전당대회론’을 공론화하며 문 대표의 사퇴를 압박한 반면, 주류에선 “잿밥에만 관심 있는 극소수의 의견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0일 “당원들의 뜻을 묻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며 조기 전대론을 공식화했다. 김한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소설가 이상의 글귀를 올려 문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도 긴급 회동을 갖고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병호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조기 전대를 치르고 선출된 대표가 전권을 쥐고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 많았다”며 “문 대표도 원한다면 전대에 나와서 재신임을 물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의 이 같은 주장에는 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와 결부 지어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재신임 승부수를 던졌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재신임의 1차 관문인 중앙위조차 문 대표에게 유리하게 구성됐다는 것이다. 문 대표가 재신임에 성공할 경우 비주류의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표가 다수를 임명한 중앙위에서 재신임을 묻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주선 의원도 “혁신안 통과에 편승해 대표직을 연장하겠다는 잘못된 판단이자 친노에게 뭉치라는 동원명령”이라고 했다. 다만, 비주류에서 조기 전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결단을 내려 재신임을 묻기로 했는데 조기 전대를 하자고 하면 당이 혼돈 속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지금은 국감을 열심히 하는 게 국민이 바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친노 진영에서는 조기 전대 요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문 대표의 최측근 노영민 의원은 “당 대표를 선출해 주신 분들께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이 어떻게 꼼수가 되는가”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비주류 움직임을 ‘당 흔들기’로 규정하며 “당이 어찌 되든 일단 대표를 흠집 내고 보자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16일 중앙위를 열어 문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최종 혁신안 의결을 시도한다. 같은 날 비주류 의원들은 혁신위 활동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어 당내 계파 갈등의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野 ‘공천혁신안’ 갈등 격화… ‘친노 vs 비노’ 넘어서 친노 내에서도 분화 양상

    野 ‘공천혁신안’ 갈등 격화… ‘친노 vs 비노’ 넘어서 친노 내에서도 분화 양상

    공천혁신안을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공천혁신안을 놓가 대표직 재신임을 묻기로 하면서 승부수를 띄우자 주류와 비주류, 친노와 비(非)노 간 갈등이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특히 친노 진영 내에서도 분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인호 혁신위원은 10일 친노 진영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향해 “친노와 비노의 싸움을 종식시킬 계기를 만들어 달라”면서 “총리님부터 시작해 달라. 백의종군 선언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포함해 사실상 정계은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친노 핵심은 최 혁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찬 총리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낭독하며 “총리님은 누가 뭐라고 평가하더라도 친노의 제일 큰 어른으로, 이 어려운 당내 현실에서 총리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서 “우리 당의 고질병인 계파싸움의 악순환을 끊는 마중물이 돼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혁신은 위기에 처해있고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좌초될지도 모른다”면서 “이러한 위기의 본질은 계파싸움, 구체적으로 친노와 비노의 싸움으로, 총리님의 결단만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 커져만 왔던 고질적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혁신위원은 이어 “총리님의 ‘한 석’ 보다 ‘우리 당의 열석’을 위한 결단을 내려주는 게 제일 큰 어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친노 비노간 싸움의 진흙탕에서 얻는 총리님의 한 석도 소중하지만 총리님의 결단을 통한 승리의 의미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억울하겠지만 국민은 총리님을 친노의 수장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묵은 계파싸움을 끝낼 수 있는 첫 출발은 총리님의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최 혁신위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결단의 구체적 내용이 정계은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총리가 진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이 전 총리가 구체적 고민을 하겠지만 불출마 요구가 될 수도 있고, 당에 모든 것을 맡겨서 부름에 응하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한길 전 대표는 10일 소설가 이상의 글귀를 인용한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귀는 이상이 1936년 구인회 동인지인 ‘시와 소설’ 발간에 붙여 남긴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고 적은 글의 한 부분이다. 김 전 대표는 짧은 한 문장만을 남겼지만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전날 있던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를 겨냥,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의 측근도 매체에 “문 대표의 회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다 나온 멘트”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해 “우리 당이 맞닥뜨린 현실이 매우 엄중하다”면서 “더 큰 변화, 더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왕자·공주 나오는 동화, 현대 고통 겪는 우리를 더는 위로할 수 없기에”

    “왕자·공주 나오는 동화, 현대 고통 겪는 우리를 더는 위로할 수 없기에”

    “평소 민담, 설화, 신화 등 서사 스토리텔링을 변용하거나 재발견하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옛날 동화들이 현대의 고통을 겪어나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했죠. 동화적인 상상력이 동화적인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소설가 구병모(39)가 아름다운 꿈과 희망과는 거리가 먼 ‘나쁜 동화’를 들고 나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동화를 비틀어서 다시 쓴 소설집 ‘빨간구두당’(창비)이다. 2012년 ‘피그말리온 아이들’ 이후 3년 만에 낸 청소년 소설집이다. 출판사 측은 “구병모는 과감하고 도발적인 구성, 치밀한 문체, ‘장르소설’적 문법 구사로 청소년과 20~30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번 소설집은 동화의 원형을 간직하면서도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서사를 구축하며 ‘구병모식 판타지’를 제대로 보여 준다”고 소개했다. 소설집엔 그림 형제 민담, 안데르센 동화 등을 다채롭게 변주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점과 억압적인 면을 묘사하는 데 동화적 스토리텔링을 변용했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모티브로 한 표제작 ‘빨간구두당’, 아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를 뒤튼 ‘화갑소녀전’, 러시아 민담 ‘커다란 순무’를 변형한 ‘카이사르의 순무’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동화나 설화를 변용할 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처지와 입장에서도 공감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민담의 주인공을 바꾸거나 여러 가지 민담 등을 한 작품에 녹여 작품화하기도 했다.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는 그림 형제의 ‘개구리 왕 또는 강철의 하인리히’를 신하 하인리히의 관점에서, ‘거위지기가 본 것’은 그림 형제의 ‘거위지기 아가씨’를 거위지기 공주를 바라보는 남자 아이의 시선에서 재구성했다. ‘기슭과 노수부’는 그림 형제의 ‘세 개의 황금 머리카락을 가진 악마’ ‘괴물 새 그라이프’ 이야기와 그리스 신화, 서사시 등을 한 주제 안에 겹겹이 엮었다. 작가는 “민담이나 설화는 주인공들의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규칙적인 이야기 패턴을 활용한다”며 “그 이야기 패턴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구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규칙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사람을 경직되게 할 수도 있다”며 “동화나 민담의 서사 규칙 비틀기를 통해 현 시대의 규칙이 갖는 의미를 찾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소재 통일을 위해 그림 형제 동화를 토대로 글을 썼다. ‘화갑소녀전’을 시작으로 집필을 이어가다 문제에 봉착했다. 그림 형제 동화에서만 소재를 취하다 보니 왕자와 공주가 계속 등장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왕자와 공주가 너무 자주 나오는 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심정적인 거리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 형제 동화처럼 널리 알려진 서사이면서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이 가능한 스토리텔링을 생각하다 안데르센 동화를 택하게 됐어요.” 2008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과 황순원 신진문학상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나쁜동화’...구병모 ‘빨간구두당’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나쁜동화’...구병모 ‘빨간구두당’

    “평소 민담, 설화, 신화 등 서사 스토리텔링을 변용하거나 재발견하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옛날 동화들이 현대의 고통을 겪어나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했죠. 동화적인 상상력이 동화적인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소설가 구병모(39)가 아름다운 꿈과 희망과는 거리가 먼 ‘나쁜 동화’를 들고 나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동화를 비틀어서 다시 쓴 소설집 ‘빨간구두당’(창비)이다. 2012년 ‘피그말리온 아이들’ 이후 3년 만에 낸 청소년 소설집이다. 출판사 측은 “구병모는 과감하고 도발적인 구성, 치밀한 문체, ‘장르소설’적 문법 구사로 청소년과 20~30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번 소설집은 동화의 원형을 간직하면서도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서사를 구축하며 ‘구병모식 판타지’를 제대로 보여 준다”고 소개했다. 소설집엔 그림 형제 민담, 안데르센 동화 등을 다채롭게 변주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점과 억압적인 면을 묘사하는 데 동화적 스토리텔링을 변용했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모티브로 한 표제작 ‘빨간구두당’,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를 뒤튼 ‘화갑소녀전’, 러시아 민담 ‘커다란 순무’를 변형한 ‘카이사르의 순무’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동화나 설화를 변용할 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처지와 입장에서도 공감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민담의 주인공을 바꾸거나 여러 가지 민담 등을 한 작품에 녹여 작품화하기도 했다.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는 그림 형제의 ‘개구리 왕 또는 강철의 하인리히’를 신하 하인리히의 관점에서, ‘거위지기가 본 것’은 그림 형제의 ‘거위지기 아가씨’를 거위지기 공주를 바라보는 남자 아이의 시선에서 재구성했다. ‘기슭과 노수부’는 그림 형제의 ‘세 개의 황금 머리카락을 가진 악마’ ‘괴물 새 그라이프’ 이야기와 그리스 신화, 서사시 등을 한 주제 안에 겹겹이 엮었다. 작가는 “민담이나 설화는 주인공들의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규칙적인 이야기 패턴을 활용한다”며 “그 이야기 패턴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구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규칙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사람을 경직되게 할 수도 있다”며 “동화나 민담의 서사 규칙 비틀기를 통해 현 시대의 규칙이 갖는 의미를 찾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소재 통일을 위해 그림 형제 동화를 토대로 글을 썼다. ‘화갑소녀전’을 시작으로 집필을 이어가다 문제에 봉착했다. 그림 형제 동화에서만 소재를 취하다 보니 왕자와 공주가 계속 등장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왕자와 공주가 너무 자주 나오는 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심정적인 거리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 형제 동화처럼 널리 알려진 서사이면서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이 가능한 스토리텔링을 생각하다 안데르센 동화를 택하게 됐어요.” 2008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과 황순원 신진문학상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갈매기 ‘조나단’이 본 해양 오염 심각성

    [사이언스 톡톡] 갈매기 ‘조나단’이 본 해양 오염 심각성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많은 사람이 이 말을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이 말을 누가 했는지 알고 있어?바로 나야 나. 조나단 리빙스턴. 흔히 ‘갈매기 조나단’이라고들 부르지. 미국 소설가 리처드 바크(79)가 1970년 어느 날 밤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날 만나 이야기를 듣고 ‘갈매기의 꿈’이란 제목의 소설을 써서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날리게 됐어. 소설에 나온 것처럼 난 다른 갈매기들처럼 먹이를 찾기 위해 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더 높이 날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먹는 것도 마다하면서 연습을 했어. 그 덕분에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높이 날 수 있게 됐지. 꿈을 실현하긴 했지만 이것 때문에 요즘 가슴 아픈 광경을 너무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호주·영국 공동연구팀 135종 바닷새 대상 컴퓨터 시뮬레이션 20세기 들어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가 심각해졌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잖아.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에게 치명적이야.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어구나 육지에서 흘러나온 갖가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로 모여들잖아. 태평양에선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거대한 섬을 이뤄 둥둥 떠다니고 있기도 하지. 호주 연방과학원과 뉴사우스웨일즈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의 공동연구팀이 135종의 바닷새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바닷새의 90% 이상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얻었지. 이 얘기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됐지. 하늘에서 보면 작은 플라스틱은 먹잇감처럼 보여. 그래서 덥석 삼킨 플라스틱은 위와 내장 속에 쌓이고 몸 밖으로 배출되지도 않으니 고통을 겪다가 죽음을 맞게 된다고. 고통에 못 이겨 죽은 동료 뱃속을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칫솔, 병뚜껑, 플라스틱 라이터까지 있더라고. ●플라스틱은 썩는 데 수백년 걸려… 생태계에 치명적 1960년대 초반만 해도 플라스틱을 삼키는 바닷새들은 전체 개체의 5% 미만이었대. 그런데 2010년에는 80%까지 치솟았지. 2050년이 되면 거의 모든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삼킬 걸로 예측되고 있어. 연구자들은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지역도 예측했어.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미대륙 남쪽 끝이 주의할 지역인데 특히 위험한 곳이 호주 남동부와 뉴질랜드 사이 태즈먼해 남부지역이라는군. 사람들에게 부탁할 게 하나 있어. 요즘은 썩는 것들도 나왔다곤 하지만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품은 썩는 데 수백년이 걸리거든. 생태계에 대한 악영향은 말할 것도 없지. 우리뿐만 아니라 당신들 인류를 위해서라도 제발 플라스틱을 함부로 버리지 말아줬으면 해. 사람들의 삶만큼 다른 생물체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정말 살기 좋은 지구가 되지 않을까.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인공지능 소설가’가 쓴 소설이 더 재미있을까?

    ‘인공지능 소설가’가 쓴 소설이 더 재미있을까?

    최근 자동으로 기사를 생성하는 ‘로봇 기자’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데 이어 이번에는 ‘인공지능 소설가’가 등장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IT 전문매체 엔가젯 등 외신들은 5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팀이 ‘인터렉티브 소설’을 자체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셰에라자드-IF’(Scheherazade-IF)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렉티브 소설이란 독자가 직접 이야기의 중요 분기점마다 이야기의 전개 방향을 선택하게 되는 형식의 디지털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이야기 속 주인공이 갈림길을 맞닥뜨렸을 경우 독자가 어느 쪽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주인공이 만나는 사건의 내용이 달라지는 식이다. 많은 컴퓨터 게임이 이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속 왕비의 이름을 딴 이 소프트웨어는 실제 인간 작가들이 쓴 다양한 이야기의 전개 양상을 분석하고 학습해 스스로 “앞뒤가 맞으며 몰입도 또한 높은” 인터렉티브 소설을 만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셰에라자드-IF의 학습 능력을 실험하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에 속하는 ‘은행 강도’와 ‘영화관 데이트’를 다룬 수백 편의 이야기들을 읽도록 했다. 이를 통해 셰에라자드-IF는 이들 이야기에 동일하게 등장하는 주요 표현들과 그 순서를 학습했다. 그 결과 기존의 일반적인 이야기 생성 프로그램에 비교했을 때 월등히 복잡하며 풍부한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이 인공지능이 자신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마크 리들은 “우리는 영화 관람에 관련해 영화표 구매나 좌석 찾기 등의 상황만을 상상했다”며 “그러나 셰에라자드-IF는 우리 같은 ‘쑥맥’ 연구자들은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인 ‘손잡기’나 ‘키스하기’ 등의 상황을 도입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셰에라자드-IF가 ‘집필’한 이야기의 몰입도와 일관성의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120여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인간 작가, 셰에라자드-IF, 그리고 기존 이야기 생성 소프트웨어가 같은 주제로 만든 인터렉티브 소설들을 직접 플레이하도록 한 뒤 그들에게 각 이야기에 드러난 전개상의 오류를 잡아내고 그 재미 또한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몰입도와 완성도 양 측면에서 셰에라자드-IF의 이야기는 기존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높으며 인간 작가에 거의 근접한 점수를 기록했다. 은행 강도 이야기의 경우 전개상 오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완성도 면에서 인간 작가와 동일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재 셰에라자드-IF는 비교적 단순한 문장구조와 이야기만을 구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셰에라자드-IF에게 향후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학습시키고 오류를 개선해 더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마크 리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읽히는 한국 소설,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읽히는 한국 소설, 어떻게 써야 하는가

    소설가들을 위한 좋은 소설쓰기의 모든 것이 담긴 소설론이 나왔다. 소설가 김원우(68)의 ‘작가를 위하여’(글항아리)다. 일본 문화에 대한 고찰을 담은 ‘일본 탐독’ 이후 1년 반 만에 나온, 원고지 3000장 분량의 전작이다. 작가는 모든 분야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소설만은 그 질이 촌스럽고 제자리 뜀뛰기나 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가, 좋은 소설을 못 쓰게 만드는 무슨 ‘내림’이 있거나 어떤 풍토성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집필을 하게 됐다. 우리 소설이 대개 다 너무 ‘재미없다’(=잘못 쓰고 있다)는 일반적인 독후감이 이제 거의 통설로 굳어졌다는 반성에서 시작해 좋은 소설, 그럴듯한 소설, 읽히는 소설, 진지한 소설을 왜 써야만 하고 어떻게 쓰면 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소설의 미달 상태를 개선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이야기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인물은 어떻게 살려내는지, 제목은 어떻게 꾸며내는지 등 소설쓰기의 방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작가는 현대소설은 사자(使者)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현대의 거죽은 지적도나 이정표처럼 일목요연해 보이나 그 내용은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는 ‘현대성’으로 채워져 있다. 소설가는 그 현대성을 나름대로 해석하기 위해 길을 나선 나그네다. 곧 어떤 특수한 사명을 좇는 사자이자 그 목적상 볼 것만을 면밀히 읽고 나서 나름대로 외워야 하는 행인인 것이다.” 출판사는 “현대세계에서 ‘사자’의 길을 걷는 소설가들을 올바른 소설쓰기로 이끄는 지침서이자 우리 소설에 대한 일침이며 동시에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며 “생산적인 독서 능력 배양, 감동적인 소설, 진정성 넘치는 소설 탄생에 길잡이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삼미 슈퍼스타즈 표절 의혹, 작가 박민규 “명백한 도용”

    삼미 슈퍼스타즈 표절 의혹, 작가 박민규 “명백한 도용”

    소설가 박민규(47)가 자신의 데뷔작인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불거진 표절 의혹을 인정했다. 6일 문학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발간된 월간지 ‘월간중앙’ 9월호에는 박민규 씨가 문학평론가 정문순 최강민 씨에게 보내는 해명의 글이 실렸다. 앞서 문학평론가 정문순 최강민 씨는 ‘월간중앙’ 8월호를 통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10개가 넘는 문장이 인터넷 글인 ‘거꾸로 읽는 야구사’와 유사하며 ‘낮잠’은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플롯이 유사하다”고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민규는 ‘월간중앙’ 9월호 기고문을 통해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가운데 야구선수에 대한 묘사 등 일부 표현은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인정했다. 또 당시 자신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박민규는 단편 ‘낮잠’이 표절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에 대해서도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보편적인 로맨스의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유사성을 인정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낮잠’ 소설가 박민규 표절 인정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낮잠’ 소설가 박민규 표절 인정

    소설가 박민규(47)씨가 자신의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단편 ‘낮잠’이 각각 인터넷 게시판 글과 일본 만화를 표절했다는 지적을 인정했다. 박씨는 최근 발간된 ‘월간중앙’ 9월호에 표절 의혹을 제기한 문학평론가 정문순, 최강민씨에게 보내는 해명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씨는 ‘삼미 슈퍼스타즈’ 가운데 야구 선수에 대한 묘사 등 일부 표현은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단편 ‘낮잠’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된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을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다”며 유사성을 인정했다. 박씨는 “당시 저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이었다”고 반성하면서 “소설은 인간이 쓰는 것이고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양심과 기억을 장담할 수 없다. 미래의 작가들을 위해, 또 문학의 발전을 위해 교육과 조정기구가 정말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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