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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사·가수·의사·사회학자… ‘투잡 작가’ 전성시대

    판사, 변호사, 학자 등 전문가들 중에서도 주중에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는 ‘투잡 작가’들이 많다.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직조한 이들의 글은 지식과 재미를 두루 갖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법·정의 진솔한 시각 펼친 문유석 판사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한 그는 각각 2014년, 2015년 펴낸 책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법과 정의, 사람에 대한 진솔한 시각을 선보이며 ‘글 잘 쓰는 판사’로 유명해졌다. 문 판사는 2016년에는 서울중앙지법 44부로 발령받은 초임 여자 판사 박차오름이 세간의 편견을 뛰어넘어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장편 ‘미스 함무라비’로 소설 분야까지 진출했다. 그는 “(법정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사들이란 그저 법대 위에 무표정하게 앉아 ‘망치’를 두드리는 무표정한 존재로만 그려진다”면서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분쟁의 모습을 그리되, 그것을 재판하는 판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그려 보고 싶었다”고 책 에필로그에 적었다. 판사 출신 도진기 변호사도 2010년 단편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이후 1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4년에는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송호근 교수 “소설에서 자유롭게 유영”지난해 장편 역사소설 ‘강화도’를 펴내며 소설가로 데뷔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장편 ‘다시 빛 속으로 : 김사량을 찾아서’를 선보이며 창작 열정을 과시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어떤 주제를) 논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항상 이념적인 장벽에 부딪혀서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면서 “상상력의 공간인 소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학문으로 풀지 못한 것을 해결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 판타스틱 단편을 엮은 소설집 ‘지문사냥꾼’을 발표한 가수 이적은 지난해 11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심리를 다룬 그림책 ‘어느 날’을 펴내며 화제를 모았다. 이적이 오래전 만들어 둔 이야기에 김승연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응급의학과 의사인 남궁인씨는 응급실에서 본 죽음과 삶의 경계를 그린 에세이 ‘만약은 없다’와 ‘지독한 하루’를 펴내며 주목받았다. 에세이스트로 재능을 떨치고 있는 그는 지난이적송호근
  • 공장직원·화학도·공무원… 하루키처럼 ‘불현듯’ 작가 됐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설집으로 출판계를 뒤흔든 무명작가가 있다. 소설집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이상 요다)를 쓴 김동식(33)씨다. 지저세계, 외계인 침공, 말하는 목각 인형, 손가락이 열두 개인 신인류 등 만화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의 서늘한 이면을 짚어낸 짧은 글들을 모았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회색인간’은 약 두 달 반 만에 6쇄, 2만 2000부가 팔려나갔다. 유명 작가의 소설이 1만부를 찍기도 어려운 요즘 이례적인 흥행 성적이다.●‘누구나’ 소설가 될 수 있어김씨가 글쓰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그래서 놀랍다.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2006년 서울에 올라왔다. 외삼촌의 권유로 서울 성수동의 한 주물공장에서 금형에 뜨거운 쇳물을 부어 단추, 지퍼, 액세서리 등을 찍어내는 일을 2016년 말까지 10년간 했다. 김씨는 2016년 5월 특별한 목적 없이 자주 들르던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 공포게시판에 첫 번째 글 ‘이미지 메이킹’을 올렸다. 김씨의 말을 빌리자면 “엉망진창”인 소설이었지만 ‘다른 글도 보고 싶다’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평소 책을 거의 보지 않았던 김씨를 가르친 건 온라인 독자들의 댓글과 포털사이트였다. 김씨는 사람들이 오유 게시판에 올린 창작글을 통해 기승전결과 반전의 서사를 배우고, 인터넷에서 ‘글 쓰는 법’을 검색하며 작법을 익혔다. 김씨는 “공장에서 내가 만든 수만 개의 물건은 누가 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올린 글을 본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 때문에 창작의 중독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첫 작품을 올린 이후 김씨는 지금까지 360여편에 달하는 단편을 완성했다. “최소 3일에 1편씩은 쓴다”는 개인적인 원칙을 고수한 결과다.이 소설집을 기획한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는 “어느 시대든 소설이라는 것은 그 시대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김 작가의 등장은 소설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규정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나고, 작가들이 (등단과 관련한) 물리적인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글쓰기에 대한 도전 자체가 무한대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작품의 질과 순정성 등 기본적인 것만 뒷받침되면 누구나 스타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설명했다.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지난 2월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김초엽(25)씨는 최근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각각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습작을 한 지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번에 다른 수상작과 함께 책으로 엮어 나온 ‘관내분실’(허블)은 죽은 사람들의 기억을 보관하는 도서관에서 분실된 엄마의 기록을 찾아나서는 딸의 이야기다. 과학적 공간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깊은 곳을 들여다본 이 작품은 “문장과 구성, 아이디어, 장르적 이해, 과학적 정밀함 모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김씨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생각을 글로 옮겨 적는 것에 익숙했다. 글쓰기는 그의 생활방식이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고. 주로 에세이를 많이 쓰던 그는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같은 과학책을 접하면서 새로운 글쓰기에 눈뜨게 됐다. 김씨는 “과학적인 소재를 이용해 인간 삶의 바깥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좀더 다양한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과학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소설 쓰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김씨는 작법서를 보면서 시험공부 하듯이 소설을 배웠다. 그는 “경험상 스스로 배우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소설”이라면서 “단순히 어떤 기술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를 늘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업의 공무원이 소설이라는 모험에 도전장을 내민 경우도 있다. 현재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에서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이수(52·본명 김종규)씨. 평탄한 생활에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소설을 택한 그는 2009년 문화센터에 등록해 소설 작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과 주말을 글쓰기에 할애했고 노력 끝에 2013년 단편 ‘위대한 유산’으로 김유정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럼에도 무명의 작가가 글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소설 공모전에 꾸준히 작품을 투고했다. 세계문학상 본선에 오르면서 편집자의 눈에 띄었던 장편 ‘가토의 검’과 ‘갈때기 포트’(이상 나무옆의자)는 각각 2015년과 올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그는 “글을 쓰면 아무래도 나 자신의 과거를 끌어들이게 되기 때문에 예전에 겪었던 아픔이 떠오르지만 글은 끝끝내 내 삶에 위로를 건넸다”면서 “은퇴 후에는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소설 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회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와 추리를 접목한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 목표다.●“침체된 문단 활력소로”비등단 작가·겸업 작가의 탄생은 침체된 문단에도 활력소가 될 만하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주류 문학 체계를 벗어나 동호회 등을 통해 자생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불현듯’ 작가가 됐다. 서른 살을 앞둔 1978년 도쿄 신주쿠 진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던 그는 문득 “재능이나 능력이 있든 없든, 아무튼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그날부터 재즈 카페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한밤중에 부엌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79년 문예지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은 그의 첫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가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도 밝혔듯 이처럼 소설은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거의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매우 폭이 넓은 표현 형태”다. 거칠게 말하면 ‘아무나’ 작가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아무나 작가’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기성 문단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일을 하다가 혹은 공부를 하다가 하루키처럼 ‘불현듯’ 도전한 소설 쓰기가 어느덧 자신의 삶이 됐다는, 최근 주목받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 판사·가수·의사·사회학자… ‘투잡 작가’ 전성시대

    판사·가수·의사·사회학자… ‘투잡 작가’ 전성시대

    판사, 변호사, 학자 등 전문가들 중에서도 주중에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는 ‘투잡 작가’들이 많다.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직조한 이들의 글은 지식과 재미를 두루 갖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법·정의 진솔한 시각 펼친 문유석 판사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한 그는 각각 2014년, 2015년 펴낸 책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법과 정의, 사람에 대한 진솔한 시각을 선보이며 ‘글 잘 쓰는 판사’로 유명해졌다. 문 판사는 2016년에는 서울중앙지법 44부로 발령받은 초임 여자 판사 박차오름이 세간의 편견을 뛰어넘어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장편 ‘미스 함무라비’로 소설 분야까지 진출했다. 그는 “(법정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사들이란 그저 법대 위에 무표정하게 앉아 ‘망치’를 두드리는 무표정한 존재로만 그려진다”면서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분쟁의 모습을 그리되, 그것을 재판하는 판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그려 보고 싶었다”고 책 에필로그에 적었다.판사 출신 도진기 변호사도 2010년 단편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이후 1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4년에는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송호근 교수 “소설에서 자유롭게 유영” 지난해 장편 역사소설 ‘강화도’를 펴내며 소설가로 데뷔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장편 ‘다시 빛 속으로 : 김사량을 찾아서’를 선보이며 창작 열정을 과시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어떤 주제를) 논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항상 이념적인 장벽에 부딪혀서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면서 “상상력의 공간인 소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학문으로 풀지 못한 것을 해결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2005년 판타스틱 단편을 엮은 소설집 ‘지문사냥꾼’을 발표한 가수 이적은 지난해 11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심리를 다룬 그림책 ‘어느 날’을 펴내며 화제를 모았다. 이적이 오래전 만들어 둔 이야기에 김승연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응급의학과 의사인 남궁인씨는 응급실에서 본 죽음과 삶의 경계를 그린 에세이 ‘만약은 없다’와 ‘지독한 하루’를 펴내며 주목받았다. 에세이스트로 재능을 떨치고 있는 그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매일 책 한 권에 관해 쓴 독서 일기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를 내며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공장직원·화학도·공무원… 하루키처럼 ‘불현듯’ 작가 됐다

    공장직원·화학도·공무원… 하루키처럼 ‘불현듯’ 작가 됐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불현듯’ 작가가 됐다. 서른 살을 앞둔 1978년 도쿄 신주쿠 진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던 그는 문득 “재능이나 능력이 있든 없든, 아무튼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그날부터 재즈 카페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한밤중에 부엌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79년 문예지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은 그의 첫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가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도 밝혔듯 이처럼 소설은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거의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매우 폭이 넓은 표현 형태”다. 거칠게 말하면 ‘아무나’ 작가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아무나 작가’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기성 문단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일을 하다가 혹은 공부를 하다가 하루키처럼 ‘불현듯’ 도전한 소설 쓰기가 어느덧 자신의 삶이 됐다는, 최근 주목받는 작가들을 소개한다.지난해 12월 발표한 소설집으로 출판계를 뒤흔든 무명작가가 있다. 소설집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이상 요다)를 쓴 김동식(33)씨다. 지저세계, 외계인 침공, 말하는 목각 인형, 손가락이 열두 개인 신인류 등 만화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의 서늘한 이면을 짚어낸 짧은 글들을 모았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회색인간’은 약 두 달 반 만에 6쇄, 2만 2000부가 팔려나갔다. 유명 작가의 소설이 1만부를 찍기도 어려운 요즘 이례적인 흥행 성적이다.●‘누구나’ 소설가 될 수 있어 김씨가 글쓰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그래서 놀랍다.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2006년 서울에 올라왔다. 외삼촌의 권유로 서울 성수동의 한 주물공장에서 금형에 뜨거운 쇳물을 부어 단추, 지퍼, 액세서리 등을 찍어내는 일을 2016년 말까지 10년간 했다. 김씨는 2016년 5월 특별한 목적 없이 자주 들르던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 공포게시판에 첫 번째 글 ‘이미지 메이킹’을 올렸다. 김씨의 말을 빌리자면 “엉망진창”인 소설이었지만 ‘다른 글도 보고 싶다’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평소 책을 거의 보지 않았던 김씨를 가르친 건 온라인 독자들의 댓글과 포털사이트였다. 김씨는 사람들이 오유 게시판에 올린 창작글을 통해 기승전결과 반전의 서사를 배우고, 인터넷에서 ‘글 쓰는 법’을 검색하며 작법을 익혔다. 김씨는 “공장에서 내가 만든 수만 개의 물건은 누가 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올린 글을 본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 때문에 창작의 중독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첫 작품을 올린 이후 김씨는 지금까지 360여편에 달하는 단편을 완성했다. “최소 3일에 1편씩은 쓴다”는 개인적인 원칙을 고수한 결과다. 이 소설집을 기획한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는 “어느 시대든 소설이라는 것은 그 시대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김 작가의 등장은 소설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규정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나고, 작가들이 (등단과 관련한) 물리적인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글쓰기에 대한 도전 자체가 무한대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작품의 질과 순정성 등 기본적인 것만 뒷받침되면 누구나 스타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설명했다.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지난 2월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김초엽(25)씨는 최근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각각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습작을 한 지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번에 다른 수상작과 함께 책으로 엮어 나온 ‘관내분실’(허블)은 죽은 사람들의 기억을 보관하는 도서관에서 분실된 엄마의 기록을 찾아나서는 딸의 이야기다. 과학적 공간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깊은 곳을 들여다본 이 작품은 “문장과 구성, 아이디어, 장르적 이해, 과학적 정밀함 모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씨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생각을 글로 옮겨 적는 것에 익숙했다. 글쓰기는 그의 생활방식이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고. 주로 에세이를 많이 쓰던 그는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같은 과학책을 접하면서 새로운 글쓰기에 눈뜨게 됐다. 김씨는 “과학적인 소재를 이용해 인간 삶의 바깥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좀더 다양한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과학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소설 쓰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김씨는 작법서를 보면서 시험공부 하듯이 소설을 배웠다. 그는 “경험상 스스로 배우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소설”이라면서 “단순히 어떤 기술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를 늘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업의 공무원이 소설이라는 모험에 도전장을 내민 경우도 있다. 현재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에서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이수(52·본명 김종규)씨. 평탄한 생활에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소설을 택한 그는 2009년 문화센터에 등록해 소설 작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과 주말을 글쓰기에 할애했고 노력 끝에 2013년 단편 ‘위대한 유산’으로 김유정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한 첫발을 내디뎠다.그럼에도 무명의 작가가 글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소설 공모전에 꾸준히 작품을 투고했다. 세계문학상 본선에 오르면서 편집자의 눈에 띄었던 장편 ‘가토의 검’과 ‘깔때기 포트’(이상 나무옆의자)는 각각 2015년과 올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그는 “글을 쓰면 아무래도 나 자신의 과거를 끌어들이게 되기 때문에 예전에 겪었던 아픔이 떠오르지만 글은 끝끝내 내 삶에 위로를 건넸다”면서 “은퇴 후에는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소설 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회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와 추리를 접목한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 목표다. ●“침체된 문단 활력소로” 비등단 작가·겸업 작가의 탄생은 침체된 문단에도 활력소가 될 만하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주류 문학 체계를 벗어나 동호회 등을 통해 자생적으로 글을 써 온 아마추어들이 생산한 작품은 문학성과 규범성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기존 작품이 채우지 못한 부분을 채우며 한국 문학의 저변을 넓혀 왔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고현정, 이진욱의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예고편

    고현정, 이진욱의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예고편

    고현정, 이진욱 주연의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날,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경유(이진욱) 앞에 불현듯 나타난 소설가 유정(고현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소설가를 꿈꿨으나 지금은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안 풀리는 남자 경유(이진욱)가 옛 연인이었던 유정(고현정)을 만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너 이거 때문에 나한테 전화했지?”라고 묻는 대사와 ‘호랑이보다 무서운 너를 다시 만났다’라는 카피는 경유와 유정 사이에 과거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케 한다. 한편, 배우 이진욱과 고현정은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과 SBS 드라마 ‘리턴’에도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 고현정이 SBS 제작진과의 불화설에 휩싸이며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오는 4월 12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라이프 톡톡] 25년간 숲 지킴이…10년째 詩로 위로

    [라이프 톡톡] 25년간 숲 지킴이…10년째 詩로 위로

    벌써 시집을 낸 줄 알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출간의 결연함이 읽혀진다. “글은 작가의 삶의 고백이자 결단을 밝히는 것이기에 스스로에 대한 ‘속박’이자, 실천 ‘의무’를 지우는 것입니다.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자신이 생겼기에 결행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숲에 공직 희로애락 빗댄 첫 시집 출간 ‘시 쓰는 공무원’으로 널리 알려진 최병암(52)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이 ‘어느 숲지기의 꿈’이란 부제를 단 첫 번째 시집 ‘나무처럼’을 출간했다. 법학을 전공하고 행정고시(3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산림 공무원으로 25년간 한결같이 산을 지켜온 희로애락을 나무와 숲을 통해 담아냈다. 시집 제목이자 주제시인 ‘나무처럼’은 산림 공무원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무관 시절, 고시 동기들이 앞다퉈 다른 부처로 떠나던 혼돈 당시 수원에 있는 산림유전자원부에서 만난 거목에 대한 느낌을 자신의 각오로 대신했다.‘오직 한곳에 깊이 뿌리박고… 하늘 높은 그 곳을 우러러 가치를 힘차게 뻗는 나무처럼… 은혜를 갚으라 하지 않고 오직 태양의 은총만을 기다리며… 그 나무처럼’ 자연을 다루는 부처답게 산림청에서는 시인과 소설가, 작가 등이 다수 배출됐다. 공직을 떠난 후에도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최 국장도 2010년 ‘산림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결이 다르다. 등단 이전부터 직원들에게 시로 위로와 마음을 전달한 ‘헌시’(獻詩) 공직자로 알려져 있다. 직급에 관계없이 그와 근무하다 퇴직하거나 전출하는 동료에게 헌시했다. 환송회 등 회식자리에서 선물을 전달하던 형식적 자리가 웬지 아쉽다는 생각에서 자작시를 써서 전달한 것이 10여년을 넘어섰다. “떠날 때 꼭 받고 싶다”는 요청에 지금은 액자로 만들어 전달한다. 첫 시집은 100여편의 헌시와 틈틈이 써 온 글 가운데 84편을 선정해 구성했다. 각 시에 나오는 다양한 나무와 숲은 자연에 대한 경외뿐 아니라 동료의 이미지, 산림보호국장으로 소나무재선충병과 산불 현장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오롯이 담고 있다. ‘소나무야…푸르디푸른 바늘잎 꽂고 백두대간 철통방어…민족의 자부심 우리의 영혼…저리 처참히 메말라 비닐 수의 덮어쓰고 무더기로 누워버렸느냐…미안하고 미안하다’(‘죽은 소나무들을 위한 조시’ 중에서) # 동료들에 준 헌시만 100여편… “일할 땐 뚝심” 시를 쓴다고 부드러운 남자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 국장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뚝심의 소유자다. 기개가 너무 세 가끔 위험한(?) 돌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영달’이 아닌 공직자로서, 조직의 안위를 위해서는 거침없는 행동대장을 자임하면서 동료들의 신망과 걱정을 한 몸에 받는다. 최 국장은 “시 한 편 한 편이 당시 생각과 느낌을 담은 소중한 기록이자 삶의 흔적”이라며 “두 번째 시집 출간 등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나무와 숲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저녁마다 설거지, 잠은 8시간”…‘세계 1위 부자’ 베조스 일상은?

    “저녁마다 설거지, 잠은 8시간”…‘세계 1위 부자’ 베조스 일상은?

    제프 베조스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그는 포브스가 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현재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서 처음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54)는 본인 이름으로 1127억 달러(약 135조 원)를 갖고 있고 미 항공우주회사 ‘블루오리진’과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도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과연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미국 경제전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6일 제프 베조스의 일상 속 모습을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일단 베조스는 충분히 자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알람시계 도움 없이 매일 아침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사랑하는 아내이자 소설가인 매켄지 베조스와 건강한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아내와 네 명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이른 아침 회의를 일정에 넣지 않는다. 사실, 그는 평소 회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존의 투자자들과도 1년에 6시간밖에 만나지 않는다. 그런 그가 회의를 소집하면 이른바 ‘피자 두 판의 법칙’으로 불리는 규칙을 적용한다. 이는 한 사람에 피자 두세 조각을 먹는다고 할 때 아무리 많아도 팀원이 8명 이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법칙으로, 이를 회의에도 적용해 인원이 그 이상으로 열지 않는다. 베조스는 한때 가끔씩 화를 잘 내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좀처럼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따라 그가 자신의 화를 가라앉히는 것을 돕기 위해 ‘경영자 코치’(executive coach)를 고용했다는 소문도 있다. 일반적으로 그는 아마존에서 검소한 분위기를 조성해 직원들에게 마사지나 무료 점심 같은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베조스는 특이한 요리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0년 인터넷 소매기업 우트(Woot)를 인수하기 전 창업자 맷 러틀리지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지중해 낙지에 감자, 베이컨, 그린 갈릭 요거트, 달걀찜을 곁들인 이국 음식을 아침 식사로 주문했다. 러틀리지가 “왜 우트를 인수했느냐?”라고 묻자 베조스는 “당신은 내가 지금 주문한 지중해 낙지와 같다. 메뉴를 살펴 봤을 때 미지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기업 우트다. 지금까지 먹어 보지 않은 것이므로 지중해 낙지가 들어간 음식을 주문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베조스는 푸드트럭 음식을 즐긴다. 그는 2014년 비즈니스인사이더 공동편집장 헨리 블로젯에게 아마존 본사 앞에 있는 인기 높은 한 푸드트럭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사실, 그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베조스가 저녁 식사 후 반드시 하는 것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설거지다. 그는 블로젯 공동편집자에게 “설거지는 내가 하는 가장 섹시한 일이라고 꽤 자부한다”고 말했다. 베조스에게 운동 습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얼마 전 열린 한 컨퍼런스 도중 찍힌 사진에서 그는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빈 디젤의 다부진 몸매와 닮았다는 이유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아마존은 ‘더 맨 인 더 하이 캐슬’(The Man in the High Castle)와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와 같은 여러 인기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그렇지만 베조스는 자신이 스타트렉 팬임을 자부한다. 실제로 2016년 공개된 ‘스타트렉 비욘드’ 편에서 카메오로 특별 출연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베조스에게는 ‘스타트렉’ 외에도 또 다른 우주 관련 취미가 있다. 그건 바로 잠수정을 타고 바다 속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오래된 로켓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이 모험에 종종 자녀들도 데려간다. 끝으로 그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매일 밤 8시간 동안 잠을 자는 게 그의 일상인 것이다. 사진=제프 베조스/트위터(위), A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장소 따라 느낌 따라 시인 6명 골라 봐요

    장소 따라 느낌 따라 시인 6명 골라 봐요

    “주저앉는다. 큰 키의, 짙은 눈썹을 가진 밤이, 깊고 어두운 글자들을 품은 밤이 무너져 내린다. 밤의 글자들이 내 얼굴 위로 쏟아진다. 바다를 건너가던 황혼의 글자는 섬이 되었고, 빗속에서 태어난 글자는 우산을 두 개나 잃어버렸다.”(박상순 ‘밤이, 밤이, 밤이’ 중) “밤이 되면 레몬이 빛나고 레몬이 자라는데/떠오르는데//우리에게 계속 레몬 향이 흘러나와서 권태로운 고백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양안다 ‘레몬 향을 쫓는 자들의 밀회’ 중)시단의 허리를 이루는 중견 시인부터 이제 막 첫 시집을 펴내는 신인까지 각기 뚜렷한 개성을 지닌 시인 6명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시집 세트가 나왔다.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실은 작품을 6권의 시집으로 묶어 출간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Vol. 1’ 이다. 박상순의 ‘밤이, 밤이, 밤이’, 이장욱의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이기성의 ‘사라진 재의 아이’, 김경후의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유계영의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안다의 ‘작은 미래의 책’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문학은 문학의 위상이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순문학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의도로 ‘핀 시리즈’를 기획했다. 매달 시인과 소설가를 한 명씩 선정해 7편의 신작시와 짧은 산문, 중편 소설을 지면에 선보이고 이를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다. 1955년 창간한 월간 현대문학이 시인선을 펴낸 것은 1980년대 초반 이후 30여년 만이다. 그런 만큼 시집의 외양과 구성에서 차별화된 특색을 갖췄다. ‘여섯 시인의 여섯 권 신작 소시집’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일반 시집에 비해 적은 20편 안팎의 작품을 수록했다. 판형도 가로 10.4㎝, 세로 18.2㎝ 크기로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다. 관행적으로 문학평론가의 해설이나 작가의 말을 싣는 시집 말미에는 각 시인이 새로 쓴 짧은 에세이를 담았다. ‘공간’이라는 공통된 테마 아래 시인 6명이 각각 카페, 동물원, 박물관, 매점, 공장, 극장에 대해 쓴 글들이다. 시집 세트의 표지는 최근 주목받는 패브릭 드로잉 작가인 정다운의 작품으로 장식됐다. 6인의 친필 사인과 메시지가 담긴 양장본 세트는 500질 한정으로 판매된다. 세트 4만 8000원. 낱권 8000원.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죽은 뒤 유전자 변이 분석, 사망시간 알아낸다

    죽은 뒤 유전자 변이 분석, 사망시간 알아낸다

    포르투갈·美 등 6개국 연구팀 조직별 유전자 발현 차이 확인 “과학수사 한 단계 업그레이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로 천문학 지식 없음. 철학·문학 지식 없음. 식물학 지식은 독성 물질에만 해박, 지질학 지식은 실용적이지만 한정적, 화학 지식 전문가급, 해부학 지식 정확, 걸어다니는 범죄학 사전, 필체 분석과 향수 감별 전문가급, 담뱃재에 대한 지식 상당.”131년 전인 1887년 11월 ‘주홍색 연구’라는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으로 대중 앞에 나타난 명탐정 셜록 홈스의 특징을 동료 존 왓슨 박사가 관찰해 정리한 내용이다. 주홍색 연구의 배경은 1881년 봄기운이 아직 느껴지지 않던 3월 초순의 어느 날이다. 홈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외상 하나 없는 드레버라는 남자의 시신과 벽에 피로 쓰여진 복수를 의미하는 독일어 ‘Rache’뿐이었다. 홈스는 돋보기, 줄자와 지식을 동원해 사망시간을 추정해 낸다.과학수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홈스의 뒤를 잇는 것은 영국 소설가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이 창조해 낸 존 이블린 손다이크 박사이다. 변호사이면서 병리학자, 추리소설 사상 최초 전문 법의학자로 범죄현장에 ‘휴대용 실험실’이라고 불리는 녹색 가방을 갖고 다니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다. 이 가방에는 현대 과학수사대와 감식반이 갖고 다니는 것과 같은 각종 현장 검증을 위한 실험장비가 들어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실제 법과학 활용 수준은 추리소설 주인공들보다 뒤떨어졌다. 1950년대를 지나면서 분자생물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과 기술 발전으로 법과학 수준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최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과학수사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 영국, 러시아, 미국 6개국 공동연구팀이 사망 후 나타나는 유전자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기존 법과학 방법보다 좀더 정확하게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DNA 변이가 유전자 발현과 특정 질병에 대한 취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GTEx 프로젝트’ 덕분에 가능했다. GTEx 프로젝트는 유전자 변이와 그로 인한 유전자 발현이 특정 신체 조직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인체 조직과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확보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혈액을 제외한 신체조직 대부분은 사후 기증받은 것들이어서 사망시간에 따라 달라진 유전자 발현 상태를 살펴봐야 했다. 그렇게 해야 유전자 변이로 인한 조직의 변화나 특정 질병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망 이후 특정 조직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을 알아보기 위해 GTEx 프로젝트에 기증된 540명의 36개 신체조직 7000여개 시료를 이용해 RNA 염기서열 해독결과를 분석했다. 유전자 발현은 DNA 유전 정보를 이용해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과정에서 DNA 유전정보가 RNA에 복사되는 전사과정을 거친다. 사후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RNA만 해독하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사람이 죽은 뒤에도 인체 조직에서 유전자는 계속 움직여 변화되고 조직에 따라 유전자 발현에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직마다 유전자 발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사망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학기술연구원 게놈조절센터 소속 로데릭 기고 박사는 “이번 연구로 사망 이후에도 일부 유전자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밝혀내 사망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정밀한 부검 계획안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등 과학수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기고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는 24시간 이내 짧은 사후 경과시간 동안의 유전자 변화를 관찰했을 뿐이기 때문에 실제 범죄 분석을 위해 사용되려면 24시간 이후 시체에서의 유전자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사망원인과 연령별 차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고현정 이진욱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스틸 ‘미묘한 재회’

    고현정 이진욱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스틸 ‘미묘한 재회’

    고현정 이진욱 주연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의 스틸이 공개됐다.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한 때 소설가를 꿈꿨으나 지금은 대리 기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경유(이진욱)와 촉망받는 소설가이지만 도무지 새로운 글이 써지지 않는 유정(고현정)의 우연한 재회를 그린 영화다. 이진욱, 고현정 주연, 이광국 감독의 작품으로 5일 스틸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공개된 6장의 스틸에는 경유와 유정의 재회를 담은 겨울날 서울의 풍광과 눈빛 만으로도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두 배우의 미묘한 표정이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먼저 두 사람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들은 우연히 다시 만난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또한 우수에 찬 눈빛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경유와 상반된 모습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반가워하는 유정의 모습은 두 사람이 처한 상황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오는 4월 개봉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인정사정, 조선 군대 생활사·조선 최정예 군대의 탄생(원창애 외 10명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 조선 후기에 설치된 중앙군영인 훈련도감 소속 군인들의 갑옷, 군사훈련, 생활난 등 당시 생활상을 조명한다. 각 권 319·317쪽. 각 권 1만 6000원. 나의 카프카(막스 브로트 지음, 편영수 옮김, 솔 펴냄) 유대계 독일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한 친구인 저자가 카프카의 생애와 작품 세계, 두 사람이 나눈 23년간의 우정을 회고한다. 728쪽. 3만 5000원. 작가의 책상(질 크레멘츠 지음, 박현찬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스티븐 킹, 존 치버, 필립 로스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56인의 책상 풍경과 함께 작가들의 사소한 습관, 개성적인 작업 방식을 소개한다. 144쪽. 1만 6800원. 종례시간(김권섭 지음, 다산초당 펴냄)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고전 연구가인 저자가 30여년간 종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전한 이야기 가운데 학생들로부터 특히 호응을 얻었던 88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20쪽. 1만 4000원. 까마귀책(마츠바라 하지메 지음, 김봄 옮김, ㅁㅅㄴ 펴냄) 일본 전역과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까마귀만을 연구한 동물행동학자인 저자가 25년간 연구한 결과가 집약된 까마귀 해설서. 한국에서 흔히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는 까마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까마귀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전한다. 260쪽. 1만 4000원. 기타 등등의 문학(전성태 지음, 책읽는수요일 펴냄) 소설가 전성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집배원’으로 활동하면서 독자들에게 소개한 글 가운데 46편을 묶었다. 저자는 지하철 기관사, 북한 난민, 재한 일본인 등 역사가 괄호로 묶어 생략해버린 ‘기타 등등’의 서사들이 문학이란 도구로 되살아나 인간 존재를 숙고하게 한다고 말한다. 268쪽. 1만 2000원.
  • 고현정X이진욱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3월 개봉...메인포스터 공개

    고현정X이진욱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3월 개봉...메인포스터 공개

    배우 고현정, 이진욱 주연의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올 3월 개봉을 확정하고 메인포스터를 공개했다.27일 배우 고현정과 이진욱의 첫 번째 스크린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광국 감독 신작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두 배우의 우연한 만남의 순간을 담은 메인포스터를 공개했다. 메인포스터에는 극 중 오래된 연인 이진욱(경유 역)과 고현정(유정 역)이 우연히 다시 만나는 순간이 담겨있다. 또 포스터에 쓰인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라는 문구는 다시 만난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 날, 영문도 모르고 갑작스럽게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경유(이진욱 분)와 그의 앞에 불현 듯 나타난 소설가 유정(고현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영화에서 이진욱은 한 때 소설가를 꿈꿨으나 대리 운전기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안 풀리는 남자’ 경유를, 고현정은 주목받는 소설가이지만 새로운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은 ‘안 써지는 여자’ 유정을 연기한다. 한편 이광국 감독 신작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개봉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등 해외 유수영화제의 호평을 받으며 개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3월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국고로 만든 지도에 ‘한사군은 北’ ‘독도 삭제’… 中ㆍ日 논리 추종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국고로 만든 지도에 ‘한사군은 北’ ‘독도 삭제’… 中ㆍ日 논리 추종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란 것이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08~2015년 60여명의 역사학자들에게 47억여원의 국고를 주어서 한국·중국·일본의 역사지도를 만들게 한 사업이다. 그런데 이 지도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중국 동북공정 소조’와 일본의 극우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제작했다면 명실이 상부한 지도였기 때문이다. 한사군을 북한으로 그려 중국에 넘겨주었고 조조가 세운 위(魏)나라가 경기도까지 지배했다고 그려 놓았다.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을 추종해 서기 4세기에도 ‘신라·백제·가야’는 없었다고 그리지 않았고, 심지어 독도까지 모두 삭제했다. 시진핑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하고 일본이 평창올림픽에서 ‘한반도기’의 독도 삭제를 요구해 관철시킨 것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모두 우리 내부에서 논리를 제공한 것인데, 그 핵심에 동북아역사재단의 여러 행태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대한민국 정부 발행으로 간행하려던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었다. 2015년 국회의 동북아역사왜곡특위에서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적하고 나섰다. 5개월 수정 기간을 주었지만 독도는 끝내 누락시켰다. 이 지도가 공개되기 전 매년 두 차례씩 15차례의 평가에서는 84.8~95점의 고득점을 받았지만 국회 지적 후 카르텔을 배제하고 심사하니 14점이란 진짜 점수가 나왔다. 사업은 중단되고 10억원의 환수 조치가 내려졌다. 그런데 새 정권이 임명한 동북아역사재단 김도형 이사장이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 ‘유사역사학자’들에게 휘둘려 중단됐다면서 사업 재개를 선언해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동료들이 대거 연루된 10억원의 연구비 환수 조치를 무효로 만들려는 술수로 추측된다. ●만리장성 동쪽 끝이 평양 부근? 명나라 때 만리장성 서쪽 끝은 지금의 간쑤성(甘肅省) 자위관(嘉峪關)이었고, 동쪽 끝은 허베이성 산하이관(山海關)이었다. 자위관을 비롯한 중국 각지의 장성박물관들은 만리장성 동쪽 끝을 한반도 북부로 그려 놓고 있다. 명나라 때 겨우 허베이성 산하이관까지 온 역사는 모른 체한다. 인터넷상에도 만리장성이 한반도 북부까지라는 외국어 사이트가 넘쳐나지만 이런 역사 침략에 맞서라고 매년 수백억원의 국고를 쏟아붓는 동북아역사재단은 대한민국 정부 공식 입장의 ‘동북아역사지도’를 다시 제작해 중국과 일본이 맞다고 재확인해 주겠다는 것이다. 만리장성의 동쪽 끝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중국 사료는 서진(西晉·265~316)의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이 태강(太康·280~289년) 연간에 만든 ‘태강지리지’(太康地理志)다. 서진 무제는 서기 280년 오(吳)나라를 꺾고 중원을 통일한 기념으로 연호를 태강으로 개정하고 ‘태강지리지’를 편찬했다. ‘사기’ ‘후한서’ ‘삼국지’ 등 중국의 여러 정사에 주석 형태로 내용이 전해진다. 그중 ‘사기’의 ‘하(夏) 본기’ 주석에 “‘태강지리지’에서 ‘낙랑군 수성현에는 갈석산이 있고 만리장성의 기점이다’(樂浪遂城縣有碣石山 長城所起)라고 했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여기 나오는 ‘①수성현 ②갈석산 ③만리장성의 기점(동쪽 끝)’이라는 세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이 곧 낙랑군 지역이다.●황해도 수안에 갈석산과 만리장성이? ‘동북아역사지도’는 낙랑군 수성현을 황해도 수안(遂安)으로 그려 놨다. 이것이 사실이려면 황해도 수안에 ‘갈석산’과 ‘만리장성의 유적’이 있어야 한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위에서 황해도 수안으로 비정한 사료적 근거를 요구하자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병도의 ‘한국고대사연구’(148쪽)를 1차 사료라고 제공했다. 이런 내용이다. “(낙랑군)수성현…자세하지 아니하나 지금 황해도 북단에 있는 수안에 비정하고 싶다. 수안에는 승람 산천조에 요동산(遼東山)이란 산명이 보이고, 관방조(關防條)에 후대 소축(所築)의 성이지만 방원진(防垣鎭)의 동서행성의 석성(石城)이 있고 … 그릇된 기사에도 어떠한 꼬투리가 있는 까닭이다(이병도, ‘낙랑군고’, ‘한국고대사연구’ 148쪽).” 이병도는 ‘승람’, 즉 조선에서 편찬한 ‘동국여지승람’의 황해도 수안군 조에 ‘요동산’이 나오는데 이것이 ‘갈석산’이고, 방원진 석성이 나오는데 이것이 만리장성이라는 것이다. ‘자세하지 아니하나’, 수안에 ‘비정하고 싶다’면서 황해도까지 중국에 넘긴 것을 ‘동북아역사지도’ 제작진이 그대로 추종했고, 중국은 ‘이게 웬 떡이냐’면서 날름 삼켰다.●이나바 이와기치의 논리 추종 그런데 이병도 수안설은 조선총독부의 이나바 이와기치(稻葉岩吉)가 쓴 ‘진 장성 동쪽 끝 및 왕험성에 관한 논고’(秦長城東端及王險城考·1910년)를 표절한 것이다. 이나바 이와기치가 “진 장성의 동쪽 끝이 지금의 조선 황해도 수안의 강역에서 시작하는 것은 … ‘한서’ ‘지리지’(漢志)에 의해서 의심할 바 없다”고 먼저 주장했다. 이나바 이와기치는 ‘한서’ ‘지리지’를 근거로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황해도 수안이라는 사실이 ‘의심할 바 없다’고 말했지만, ‘한서’ ‘지리지’에는 황해도 수안은커녕 한반도에 대한 서술 자체가 단 한 자도 없다. 모두 거짓말이고 사기다. 이런 사기술이 지금까지 통하는 희한한 집단이 한·중·일 역사학계다. 중국과 일본 역사학자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다고 치더라도 한국 역사학자들, 특히 국고로 운영되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누구를 위해서 이런 지도를 국고로 다시 만들겠다고 역주행하나? ●진짜 낙랑군 수성현과 갈석산 그러나 역사 왜곡은 쉽지 않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담기양(潭其?)의 ‘중국역사지도집’(전8권)이 이를 말해 준다. ‘동북아역사지도’는 상당 부분을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을 표절했다. 특히 한사군은 ‘중국역사지도집’ 제2권 ‘진·서한·동한(秦·西漢·東漢) 시기’의 27~28쪽을 표절했다. 그런데 표절도 제대로 못했다. ‘중국역사지도집’ 2권 28쪽은 평양 부근 바닷가에 낙랑군 수성현과 만리장성을 그려 놨지만 정작 27쪽은 갈석산을 허베이성 창리(昌黎)현에 그려 놓았다. 황해도에 그리지 못한 것은 갈석산이 진시황부터 아홉 명의 황제가 오른 ‘구등(九等) 황제산’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인들이 ‘신악갈석’(神岳碣石)이라고 높이는 갈석산을 황해도에 그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수는 없다는 자존심이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과 이 나라 역사학자들은 이런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다. ●만리장성 동쪽 끝은 어디인가? 중국의 ‘수서’(隋書)는 갈석산이 있는 허베이성 창리현을 옛 수성현이라고 말했다. 청나라 역사지리학자인 고조우(顧祖禹)는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에서 창리현 조금 북쪽의 허베이성 루룽(盧龍)현을 설명하며 “영평부(永平府·루룽현) 북쪽 70리에 (만리)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강지리지’에서 말한 ①수성현 ②갈석산 ③만리장성이란 세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은 지금의 허베이성 창리현 및 루룽현 지역이다. ‘동북아역사지도’는 또 낙랑군 둔유(屯有)현은 황해도 황주(黃州)에 그려 놓고 근거 사료로 역시 이병도설을 국회에 제공했다. ‘고려사’ ‘지리지’의 ‘황주목(黃州牧)조’에 “황주를 다른 책에서는 우동어홀(于冬於忽)이라고 했다”는 구절이 있다. 이병도는 ‘우동어홀’에서 ‘우’ 자와 ‘홀’ 자는 마음대로 빼버리고 ‘동어’(冬於)만 남기는 ‘둔유’(屯有)와 발음이 비슷하다면서 낙랑군 둔유현이 황주라고 우겼다. 이런 코미디 같은 비극으로 점철된 ‘동북아역사지도’를 다시 국고로 간행해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총독부 사관을 추종하는 식민사학 적폐는 오히려 제 세상 만난 듯 더 기세등등해졌다. 구한말 같다는 탄식이 늘어 간다. ■‘유사역사학’ 용어 출처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도형은 언론 간담회에서 ‘유사역사학’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유사’란 용어의 출처는 어디일까? 자칭 역사소설가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저작권은 조선총독부에 있다. 조선총독부는 1925년 ‘조선의 유사종교’(朝鮮の類似宗敎)라는 책을 발간해 ‘개신교·천주교·불교’는 종교로 분류해 총독부 학무국 종교과에서 관리하고, ‘대종교·천도교·동학교·단군교·보천교·증산도·미륵불교·불법연구회’ 같은 항일 민족종교는 ‘유사종교’로 낙인찍어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던 총독부 경무국에서 따로 관장했다. 항일 민족종교를 ‘유사종교’라고 낙인찍고 탄압한 수법을 그대로 본받아서 조선총독부 역사관을 비판하는 학자들에게 악용하는 매카시 수법이다. 아직도 총독부가 지배하는 갈라파고스가 이 나라에는 너무 많다. 전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 “기형도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기형도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잃어버린 사랑을 향한 공허한 마음을 토로하듯 써 내려간 시인 기형도(사진ㆍ1960~1989)의 시 ‘빈집’이다. 시인과 대학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소설가 김태연은 시 첫머리에 놓인 ‘사랑’이라는 낱말을 ‘기형도’로 대신해 이 시를 음미했다. 20대 청춘을 함께 보냈던 글벗이 세상을 떠난 이후 작가의 가슴을 묵직하게 만든 아릿한 통증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던 탓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옛 친구를 왜 한시도 잊지 못하는지, 왜 그토록 그에게 연연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최근 책으로 펴냈다. 새달 7일 시인의 29주기를 앞두고 출간한 자전적 소설 ‘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휴먼앤북스)다.김 작가는 1979년 연세대 1학년 때 교내 서클 ‘연세문학회’에서 기형도 시인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서로의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밤새워 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지닌 기형도 시인과 매사에 패기가 넘쳐 좌충우돌했던 김 작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지만 문학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에 잘 통하는 문우였다. 김 작가가 기형도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기형도문학관에서 시인의 유품 수집 총책임자를 맡으면서부터다. 2016년 4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시인과 인연이 조금이라도 닿는 사람이라면 누가 됐든 수소문해서 만났다. 그 과정에서 시인의 매력을 재발견하기도 했지만 작가가 알고 있는 시인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게 알려진 경우도 있었다. “기형도의 유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놀란 것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그에 대한 잘못된 사실이 많이 떠돈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그의 시 속에 동성애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죠. 기형도 시인은 호기심에 당시 동성애자들이 많이 모였던 파고다극장 주변에 저와 함께 가곤 했는데 그의 다정다감한 성격과 겹쳐져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사게 됐죠. 또 기형도 시인이 생전에 문학보다 철학에 더욱 심취해 있었는데 (후대 사람들이) 그 사실을 간과한 채 시인의 작품을 분석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라도 기형도의 분신이 되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몰랐던 사실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작가는 기형도와 주고받은 편지나 스스로 기록한 글들을 토대로 두 사람의 추억을 풀어냈다. 몇몇 소설적인 장치를 제외하면 책 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대부분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소설은 연세대에 입학한 20살의 허승구(김태연 작가의 본명이 김승구)가 20살의 기형도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남유럽 소년을 연상하게 할 만큼 이국적인 외모를 지니고 은근한 멋을 낸 기형도와의 첫 만남부터 슈만의 가곡 ‘2인의 척탄병’을 부르는 기형도의 모습, 두 사람의 ‘자발적인 유배지’였던 파고다극장에 대한 추억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 “기형도 시인의 문학관도 세워졌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시인의 기일에 맞춰 열리는 행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습니다. 어떨 땐 기형도 시인의 누님과 저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죠. 이렇게 잊힐 만한 시인이 아닌데 말이죠. 대중들에게 이름이 덜 알려진 저로서는 기형도의 이름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단 이 소설을 통해 기형도의 문학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글ㆍ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연구 과정, 대중에게 공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연구 과정, 대중에게 공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2주에 걸쳐 관람객 앞에서 연구 대상이 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1665년을 전후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1994년 마우리츠하위스 박물관에서 마지막으로 연구됐다. 박물관 측은 성명에서 "추가적 복원이 아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술적 분석 방법은 지난 25년간 크게 발전해왔다"고 밝혔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섞인 터번과 진주 귀걸이를 하고 신비한 눈빛을 보여주는 어린 소녀의 그림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을 매혹시켰다. 박물관은 "베르메르가 어떤 소재를 사용해 어떻게 이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고 전했다. 야광 엑스레이와 디지털 현미경 관찰법 등 최신 기술을 사용한 2주간의 프로젝트는 '스포트라이트 속의 소녀'라는 이름 하에 26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사용된 캔버스와 입자, 오일 등을 조사하기 위해 매우 정밀한 과정을 거친다. 모든 과정은 유리 건축물 안에서 진행되어 관람객들이 참관할 수 있다. 애비 판디페르 마우리스하위스 연구실장은 "2주 동안,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연구 센터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2003년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의 원작은 소설가 트레이스 체발리에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과는 달리, 그림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장관섭 프리랜서 기자 jiu670@naver.com
  • [데스크 시각] 탁류가 아닌 청류의 군산을 기대한다/이두걸 금융부 차장

    [데스크 시각] 탁류가 아닌 청류의 군산을 기대한다/이두걸 금융부 차장

    빗줄기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밤. 사내가 미닫이문 유리창 너머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이윽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사물함에 넣은 채 홀로 독사진을 찍는다. 잠시 망설이다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은 잠시 뒤 자신의 영정에 걸린다. 허준호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는 1990년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소멸과 죽음, 두려움과 분노 속에서도 찰라의 기쁨과 설렘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근거이자 희망임을 관조의 카메라로 담아낸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은 죽음의 순간에 되레 생명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는 역설의 표현이다. 이 영화의 지리적 배경은 전북 군산이다. 지난 설 연휴 때 군산을 다시 찾았다. 서해로 향하는 금강의 유유한 물줄기를 지나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낯선 플래카드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군산에서 발 빼려는 한국GM 불매운동에 나서자”는 내용이었다. 군산 경제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이미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연이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수만명의 근로자가 대량 실직을 눈앞에 두고 있다. GM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GM으로부터 ‘고리대금업’을 통해 5000억원에 가까운 이자를 받아 냈고, 완성차 가격의 94%에 부품을 넘겨 폭리를 취했다. 하지만 GM은 한국GM의 지분을 80% 넘게 보유한 ‘절대 주주’다. 외부에서 먹튀 행태와 무책임 경영을 막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3조원의 증자가 필요하고,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이 이에 동참하라’는 ‘미끼’를 무는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산은이 5000억원을 출자하는 대신 이 돈을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는 게 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까닭이다. GM이 매각한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한 ‘호주식 해법’은 당장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 기존 산업의 특장을 살려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쇠퇴에 따라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거제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국가 재정의 부담은 뒤따른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최대 25조원가량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따르는 게 어떨까. 올해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D2) 비율 추정치는 37.3%로 IMF의 적정 채무 수준인 85%보다 한참 낮다. 일부에서는 국가 재정의 투입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구축효과’를 거론하겠지만 기업 투자를 기대하기에는 우리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세제 정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방선거 이후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보유세 세수를 전국 단위의 산업 재개발 정책의 종잣돈으로 삼는 것이다. 한때 우리 경제를 이끌던 기존 굴뚝 산업의 ‘사양화’는 불가피하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재계, 학계, 노조 등이 머리를 맞대고 10년 20년 앞을 내다본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산업 진흥정책’류의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수출 및 내수 정책, 세제 개편을 포함한 국가 재정과 기술 개발 및 적용, 지역균형개발 등까지 한꺼번에 감안돼야 한다. 군산은 소설가 채만식의 ‘탁류’(濁流)의 배경이기도 하다. 탁류는 ‘흘러가는 흐린 물’ 외에 무뢰배나 불한당을 뜻한다. 군산이 탁류가 아닌 청류(淸流)의 땅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douzirl@seoul.co.kr
  • 강남 도곡도서관 글쓰기 특강

    강남 도곡도서관 글쓰기 특강

    서울 강남구는 다음달 강남 최대 공공도서관인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개관 5주년을 맞아 글쓰기 강연 등의 행사를 한다고 21일 밝혔다. 김주대 시인, 김탁환 소설가, 강원국 작가가 글쓰기 강사로 나선다. 3월 한 달간 그림책 ‘어느날’의 원화를 전시한다. 생일 컵케이크 만들기 등 협동미술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삶의 작은 순간 속에도 낙원은 있다

    삶의 작은 순간 속에도 낙원은 있다

    한 부부의 삶을 통해 결혼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장편소설 ‘운명과 분노’로 세계에 이름을 떨친 미국 소설가 로런 그로프. 1978년생의 젊은 작가는 강렬한 서사와 시적이고 우아한 문체로 “동시대 최고의 미국 작가 중 한 명”이라는 평을 듣는다. 2015년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운명과 분노’를 최고의 책으로 꼽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단순하지 않은 성격의 중심 인물과 세월을 거스르는 이야기 구조로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작가의 특기는 또 다른 대표작 ‘아르카디아’(문학동네)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2012년에 발표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품은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히피 문화가 성행하던 시절, 절대적인 자유를 신봉하는 대안 공동체 ‘아르카디아’를 중심으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비트’라는 남자의 50여년의 삶을 좇는다. “그로프의 아름다운 문장은 최고 미덕 중 하나이지만 결코 유일한 미덕은 아니다”라는 뉴욕타임스의 평처럼 작가는 꿈꾸는 삶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도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물의 인생을 정교한 필치로 펼쳐낸다.‘아르카디아’는 고대 그리스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한 지역으로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숲의 신, 나무의 요정, 자연의 정령 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목가적 이상향을 뜻한다. 작가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이상적인 이 공간을 미국 뉴욕주에 건설된 가상의 공동체로 옮겨 왔다. 아르카디아가 결성된 후 이곳에서 처음 태어난 아이인 비트는 바깥세상에 나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널따란 풀밭과 아늑한 숲에서 함께 사는 공동체 친구들과 부모님의 품이라면 그저 안전하고 행복하다. “다들 이런저런 방식으로 뭔가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색다른 거였어. 순수한 것. 대지 위에서의 삶이 아니라 대지와 더불어 사는 삶. 상업주의라는 악마에게서 벗어나 우리 손으로 일구어 나가는 삶. 우리의 사랑이 세상을 밝히는 횃불이 되게 하는 것이었지.”(29쪽)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끈끈함과 친밀함이 빛나는 곳에서 지상의 모든 기쁨을 누려온 비트는 사춘기가 되면서 아르카디아의 어두운 면을 엿보게 된다.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이상향은 가출 청소년들과 마약 중독자, 범죄자들의 피난처로 변모한다. 크고 작은 사건을 거치며 결국 아르카디아는 와해되고 비트 역시 평생을 함께한 사람들과 이별한다. 이후 아내가 집을 떠나는 등 삶에서 잇따른 상실을 경험한 비트는 루게릭병을 앓는 어머니 해나와 딸 그레테를 데리고 아르카디아로 돌아간다. 시련에 빠진 비트는 역설적이게도 폐허가 된 아르카디아에서 삶을 잇게 해 줄 작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옛날 옛적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었던 “뒤편에 있는 그림자 같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한 “삶의 조용한 공간들”이다. 그는 원대한 이상이 아닌 지붕에 비치는 새벽빛과 가지 사이를 스치는 바람에서도 낙원을 찾을 수 있다는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는다. “그레테가 살며시 다가와 하는 입맞춤, 갤러리 안의 따뜻한 불빛, (중략) 밤이면 거리에서 들려오는 여자들의 목소리, 웃음소리. 그는 늘 여자들의 목소리를 사랑했다. 그는 그런 것들을 기다릴 것이다. 주의를 기울일 것. 그는 생각한다. 장대한 몸짓이 아닌 지나는 숨결에.”(440쪽)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4·3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 70년 만에 이제사 말햄수다 “어멍ㆍ아방 눈물 꼭 닦아줍서”

    [4·3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 70년 만에 이제사 말햄수다 “어멍ㆍ아방 눈물 꼭 닦아줍서”

    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4·3사건’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제주도는 올해를 ‘제주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화해와 상생, 평화, 인권의 4·3 역사를 국민과 세계인에게 알리는 다양한 기념 사업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도민들은 올해가 4·3 완전 해결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제주 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진상조사보고서는 인명 피해가 2만 5000~3만명으로 추정했다. 7년간 제주도민 11%가량이 희생되는 참극이었다. 4·3의 광풍이 그친 1956년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 자락 옛 일본군 탄약고 터. 야심한 밤 군경의 눈을 피해 유족들은 방치된 13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1950년 여름 140여명이 국군에 의해 억울하게 총살당한 지 6년 만이었다. 유족들은 수습한 시신을 한데 모아 ‘132분의 조상이 한날, 한시, 한곳에서 죽어 뼈가 엉기어 하나가 됐으니 그 후손들도 모두 한 자손’이라는 의미로 ‘백조일손’(百祖一孫)이란 묘비를 세우고 통곡했다. 4·3은 이처럼 강요된 금기 속에 반세기가량 국가 권력에 의해 은폐되고 왜곡됐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자 국회에서 양민학살 진상 규명 조사단이 꾸려지고 학살 피해 접수가 잠시나마 이뤄졌다. 그러나 이듬해 5·16 쿠데타로 강요된 침묵 속에 다시 빠졌다. 1978년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기영이 1949년 1월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 집단 학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하면서 4·3은 마침내 다시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1989년을 기점으로는 민주화운동단체들이 연합해 4월 3일 ‘4·3 추모 및 범도민 진상규명촉구대회’가 4·3(1948년 기준)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적인 추모 행사가 열렸다. 범도민 촉구대회에서는 4·3 관련 정부 보관자료 공개, 연좌제 폐지, 미군정의 4·3 학살 책임 인정, 국회의 4·3 진상조사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1989년 5월 문을 연 제주4·3연구소는 피해자·유족 채록집 ‘이제사 말햄수다’(이제야 말합니다)를 출간했다. 문민정부 수립 후인 1993년에는 제주도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 피해 신고를 받는 등 4·3 문제를 공론화했다. 1999년 4·3 특별법이 국회에서 제정된 데 이어 2003년 10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됐다. 2003년 10월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는 처음 사과했다. 2014년 3월에는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추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고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4·3 국가추념일 참석을 약속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중단된 4·3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도 10년 만에 재개된다. 피해자 국가 배상·보상을 위한 4·3 특별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오영훈(제주시 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보상금 지급 등을 담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은 직계나 배우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명시하고, 지급 액수와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직계나 배우자가 없으면 민법이 정한 상속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4·3 당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형무소로 끌려간 수형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했다. 유족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4·3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오 의원은 “아직도 4·3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정신질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희생자와 유족이 많다”며 “현행 특별법으로는 명예회복과 피해 구제가 미흡해 4·3 완전 해결과 국민 화합 차원에서 법률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마포, 부모 교육 릴레이 특강

    서울 마포구는 오는 10월까지 부모를 위한 특강을 14차례 한다고 19일 밝혔다. 20, 22일에는 정지승 교육컨설팅 대표가 ‘당신은 행복한 부모입니까’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자녀에게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부모의 자세를 다룬다. 다음달 20, 27일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의 ‘민주 시민을 키우는 부모의 리더십’ 강연이 펼쳐진다. 7월 24, 31일은 전 파주 교하도서관장인 장지숙 박사의 ‘책 읽는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듭니다’, 9월 27일은 소설가 박혜상씨의 ‘글 쓰는 부모, 글 읽는 자녀’, 10월 30일은 고남숙 패밀리코칭 상담소의 ‘자녀의 성공전략, 부모 코칭이 답이다’라는 주제의 강연이 준비돼 있다. 시간과 장소는 오전 11시 마포중앙도서관 5층 문학창작실이다. 회차당 4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무료다. 신청은 마포중앙도서관 청소년교육센터팀에 전화하면 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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