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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억달러 규모 쿠웨이트 최대 정유플랜트 공사 SK·GS 등 국내 4개사 ‘싹쓸이’

    국내 4개 건설업체가 지금까지 중동에서 발주된 가장 큰 규모의 정유시설 건설공사를 싹쓸이 수주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국토해양부는 SK·GS·대림·현대건설 등이 쿠웨이트 국영 정유회사(KNPC)가 발주한 알주르 제4정유 플랜트 공사를 63억 6600만달러(6조 6500억원, 국내 업체 지분 기준)에 수주했다고 12일 밝혔다. 알주르 정유공장 프로젝트 규모는 공사비가 150억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건설 공사다. 쿠웨이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5개 공정으로 나누어 이중 4개 공정을 공개 발주하고 1개 공정은 수의계약으로 주었다. 특히 SK건설은 수소생산 공정(패키지2)공사를 20억 6200만달러에 따냈다. 이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따낸 단일 정유시설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GS건설은 같은 프로젝트의 40억달러짜리 증류 및 탈황 공정(패키지1)공사를 일본 JGC사와 50대50 지분으로 수주했다. 유류저장시설(패키지4)은 대림산업이 11억 8400만달러에 수주했고, 해상공사(패키지5) 역시 현대건설이 11억 2000만달러에 따냈다.30억달러짜리 동력 시설 공사(패키지3)는 발주처가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주었다. 입찰에 부쳐진 공사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여개국 건설플랜트 회사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 알주르4 정유공장은 하루에 61만 5000배럴을 생산하는 시설로 이달 중 착공해 2012년 상반기쯤 완공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1·4분기에 140억달러를 수주하고 이번에 63억달러를 추가로 따내 올해 수주 목표 45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대법 “학교서 학생 응급처치 안하면 배상”

    학교 체육 시간에 발생한 응급환자에게 학교가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았다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체육시간에 팔굽혀펴기를 하다 쓰러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A군과 부모가 학교 운영주체인 경상남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고교 1학년생이던 A군은 2003년 10월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 도중 팔굽혀펴기를 10여 차례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체육교사는 A군을 눕히고 수분 동안 팔다리를 주무르도록 했지만, 호흡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도 하지 않았다.A군은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급성 심장정지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금감위원장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하라”

    금감위원장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하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경제 발전·환경 보호 등 사회적 책임도 주문했다. 전 금융위원장은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 조찬강연에서 “현재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선진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IMD 국가경쟁력 보고서상 기업지배구조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필리핀(40위), 중국(45위)보다 낮은 52위를 기록한 예를 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될 경우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총요소생산성 증대, 투자율 증가 등 실질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이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고 금융지주회사제도가 개선되면 기업의 투자자율권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기업들이 이런 투자기회 확대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데 최상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 등 기업의 투자자율권 확대 등을 두고 시장에서 금융의 사금고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감독기구는 사후 감독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이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2500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이중 국내 기업은 23개에 불과했다.”면서 “기업인들은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지속가능경영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24시간 초긴장… 응급실 의사의 일상

    24시간 초긴장… 응급실 의사의 일상

    ‘24시간 3만보 걷고, 종일 서서 근무’ 생사의 갈림길을 지키고 선 응급실 의사들. 그들은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23일 오후 10시40분에 방송되는 EBS ‘극한직업-응급실 의사’편에서는 24시간 사투의 현장을 지키는 응급의료센터 의사들의 일상을 소개한다.‘극한직업’은 극한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치열한 직업정신을 돌아보고자 EBS가 봄 개편으로 새로 선보인 리얼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진은 응급실 의사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의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지하 3층, 지상 13층 규모의 위용을 뽐내는 건물 안에는 생사의 기로에서 사투하는 숱한 위기의 생명들이 있다. 응급실 의사들은 예고없이 들이닥치는 환자들을 상대하느라 24시간 초비상 대기 상태로 근무한다. 특히 인천·서해권역을 총괄하는 응급의료센터인 이곳에는 주중엔 200명, 주말에는 300여명의 환자들이 밀려들어 온다. 소아응급실은 응급센터 중에서도 가장 붐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조용할 새가 없다. 의사표현이 힘든 아이들 치료는 더욱 힘들다. 또 하나 응급실 의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검사에 비협조적인 환자들. 술취한 한 환자는 한참 실랑이를 벌인 뒤에야 검사를 할 수가 있었다. 예측불허의 응급실 상황 탓에 의사들에겐 식사시간의 여유조차 ‘사치’이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 여전히 대낮같이 환히 불을 밝힌 응급실로 생후 3개월된 아기가 이송됐다. 여러 의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지만, 아기는 생명의 줄을 놓아버리고 만다. 의사들은 고개를 떨군다. 하지만 비통함을 오래 붙들고 있을 수가 없다. 숨고를 새 없이 또 다른 위급 환자를 살려야 하는 것이 응급실 의사들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극도의 피로와 긴장. 그러나 응급실 의사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기본’이다.1분 뒤의 일을 알 수 없는 긴장된 삶을 사는 이들은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품진 않을까. 그들은 “절대 후회는 없다.”고 했다. 병원 응급실의 24시간은 그런 열정으로 환히 불이 밝혀지고 있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Metro] 북한산 등 6곳 구급약품함 설치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18일 시내 주요 등산로에 비상 구급약품함을 설치하고 구급대원에게 휴대용 전기충격기(심폐소생 응급처치 장비)를 지급하는 등 ‘산악사고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소독약, 압박붕대, 반창고 등 비상약품이 든 비상구급함은 등산객이 많이 찾는 도봉산과 북한산·관악산·수락산·불암산·청계산 등 6곳에 모두 30개가 설치된다. 또 등산 중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 도봉산 원통사에 설치된 산악구조대와 관악산·북한산 등 주요 산 인근의 119안전센터 4곳에 휴대용 전기충격기를 배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등산객이 많은 봄, 가을의 주말과 공휴일에는 주요 등산로 입구에 구조·구급대원을 배치한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中·타이완 교류 속도 붙었다

    中·타이완 교류 속도 붙었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의 총통 당선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중국과 타이완간의 양안 교류협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급진전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과 대형 국유기업 경영자들로 구성된 투자단이 다음주 타이완을 방문할 것이라고 18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의 투자단이 타이완을 공식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위안화 환전 확대 등 경제교류 봇물 타이완은 그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우려, 중국인들의 타이완 투자를 금지해 왔었다. 중국인의 투자는 위축된 타이완 경제를 빠르게 소생시킬 뿐 아니라 양안 합작을 더욱 빠르게 진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완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오는 7월쯤 일괄 타결이 예상되던 양안간 교류 확대 조치 가운데 일부는 일정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특히 위안화 환전은 마잉주 당선인의 총통 취임일인 5월20일 이전에 실시될 것으로 전해졌다.‘민진당 정부가 민심을 사기 위해 단행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타이완에서 위안화 환전은 진먼(金門)·마주(馬祖) 지역에서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타이완의 국내 은행에서도 제한된 금액을 환전할 수 있게 된다. 오는 7월4일을 목표로 추진중인 양안 직항노선이 개통되면 양안 기업인들은 시간·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보증금 20만위안(3000만원) 납부, 재직증명서 제출 등 대륙인의 타이완 관광 규제도 철폐되면, 현재 연간 8만명 수준인 중국 관광객은 1년내 100만명으로 늘어난다. 타이완은 이를 4년내에 4배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관광소득만 2조원에 4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양안 협상기구인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에 내정된 장빙쿤(江丙坤) 국민당 부주석은 오는 4월말이나 5월초 마잉주 차기 총통의 당선 사례를 명분으로 중국을 방문, 천윈린(陳雲林) 국무원 타이완판공실 주임 등을 만나 이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관광규제 철폐로 타이완 일자리 창출 이 자리에서는 직항·관광자유화 등 경제협력 방안뿐 아니라 향후 양안 평화협정 등을 논의하는 협상채널의 구축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 부주석은 이를 위해 지난 14일 관련 전문가 회의를 소집, 구체적 협상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소호(SOHO) 중국의 판스이(潘石屹) 회장을 비롯해 푸리(富力)부동산 리쓰롄(李思廉), 완퉁(萬通)부동산 펑룬(憑侖) 등 중국의 부동산 재벌들은 세계 최고층 건물인 ‘타이베이 101’의 한층 전체를 임대해 벌써부터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jj@seoul.co.kr
  • “저성장은 자본축적 둔화 탓 생산성 향상 제도개혁 필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과거 과도하게 높았던 자본축적의 둔화 때문이고,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자본축적을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둔화에 대한 실증적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1981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 경제에 대한 성장회계 분석을 한 결과 자본투입 증가율이 경제위기 이전인 1991∼1995년 연평균 11.6%에서 2001∼2005년 4.7%로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장회계는 경제성장을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으로 분해하는 기법이다. 노동투입 증가율도 1991∼1995년 연평균 4.2%에서 2001∼2005년 연평균 1.3%로 하락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반면 총요소생산성은 1991∼1995년 연평균 0.8%에서 2001∼2005년 연평균 2.0%로 높아졌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것은 경제위기 이후 개혁조치들이 부분적으로나마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인 만큼, 향후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개혁조치의 전반적 방향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자본 축적 속도를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투자확대정책을 펴는 것보다는 전반적 투자환경 개선 등 시장인프라 개선을 통해 자본축적이 효율성 향상을 바탕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4·9 총선 이후] 고배 든 손학규 “당대표 불출마”

    [4·9 총선 이후] 고배 든 손학규 “당대표 불출마”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당대회 불출마카드를 꺼내들었다. 손 대표는 10일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고 당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평당원으로 책임과 사명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당 선대위 해단식을 갖기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목표치인 개헌 저지선(100석)에 못미치는 81석을 얻는 데 그침에 따라 예상되는 지도부 책임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고 당내 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유일한 전국 정당” 희망 섞인 목소리 그는 “당 대표로서 더 많은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도록 좀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당의 지지도를 높이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지역구 선거에 패배해 당에 누를 끼치고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선대위 해단식은 제1야당으로서 최소한의 의석은 확보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아쉬움을 뒤로 하는 분위기였다. 손 대표는 “공식적인 목표로 개헌 저지선을 말씀드렸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그렇지 못했고 국민은 민주당에 격려와 채찍질을 같이 해주셨다.”면서 “참으로 고마운 것은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유일한 전국 정당으로 위치를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호남 지역 선거운동을 맡았던 박상천 대표는 “목표인 100명 당선은 이루지 못했지만 81명이라는 제1야당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의석을 얻은 것은 국민 여러분이 질책과 함께 버틸 바탕을 마련해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금실 “소생기회 주신 국민에 감사” 전국을 순회하며 선거 운동 기간 내내 강행군을 펼쳤던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은 “저희에게 다시 한번 소생할 기회를 주신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원기 상임고문은 “81석보다 더 적은 의석을 갖고도 독재정권에서도 국민 민심과 같이 역사를 개척해 왔다.”면서 당원들을 향해 “숫자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역사를 개척해달라.”고 당부했다. 공천에 탈락하고도 선거운동에 앞장섰던 김민석 선대부위원장은 “일어나서 앉기만이라도 했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턱걸이했다.”면서 “재도약을 위해서, 통합민주당 파이팅”을 외쳤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오늘의 눈] 황야에서 우주를 꿈꾸다/박건형 미래생활부 기자

    [오늘의 눈] 황야에서 우주를 꿈꾸다/박건형 미래생활부 기자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찾은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는 끝없이 펼쳐진 황야에 자리잡고 있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데도 좀처럼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한 풀들은 황토사막에 묻혀 존재조차 확인키 어렵다. 바이코누르는 ‘역사의 도시’다.1957년 10월4일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됐고,1961년 4월12일에는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호를 타고 우주를 다녀왔던 곳이다. 도시 곳곳마다 스푸트니크 1호의 모형을 비롯해 각종 우주선과 로켓이 전시돼 있다. 건물 벽엔 가가린과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슈코바의 대형 벽화가 걸려 있다. 언제 우주를 호령했느냐는 듯 지금은 매우 낡고 녹슬었지만, 한때 옛 소련인의 꿈과 영화를 안고 날아올랐던 위엄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50년 가까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지 않아 조금은 퀴퀴한 냄새를 풍기지만, 바이코누르는 여전히 진행 중인 ‘미래의 도시’였다. 해마다 두차례 이상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소유스호가 발사되고, 수많은 우주인들이 탄생한다. 우주왕복선의 잇단 실패로 지난 20여년간 미국의 우주산업이 침체기를 맞은 것과 대조적이다. 가가린은 바이코누르를 출발하기 전날 밤 서부영화 ‘사막의 흰 태양’을 관람했다고 한다. 광활한 서부를 호령하던 카우보이를 보면서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느꼈는지 모른다. 러시아인의 자랑인 바이코누르는 이제 한국인들에게도 두고두고 기억될 역사의 한 장소가 됐다.“대한민국과 함께 우주로 가겠다.”고 했던 이소연씨의 다짐과 함께 말이다. 대한민국의 우주개척시대는 이제 시작이다.40년 이상 늦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40년은 우주를 개척하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고, 우리가 알아가야 할 우주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에서 박건형 미래생활부 기자 kitsch@seoul.co.kr
  • ‘도자기 피부’ 위한 봄맞이 화이트닝 전략

    ‘봄볕은 며느리가 쬐게 하고, 가을볕은 딸을 쪼인다.’는 옛말이 있다. 이는 피부가 봄볕에 특히 약하다는 의미다. 겨울을 지내면서 약해진 피부는 봄철의 강한 자외선을 막는 데 역부족이다. 봄볕은 신록을 만들고 만물을 소생시키지만 피부에 민감한 여성들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화장품 업계가 봄만 되면 화이트닝 신제품을 쏟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은 ‘쌩얼’을 강조한 투명 메이크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미백 기능성 소재도 꾸준히 개발되는 추세다. ●미백 신제품 봇물 고가 라인에서는 미백 기본 구성과 함께 특정 부위의 멜라닌(피부·눈 등의 흑갈색 색소)을 집중 관리해주는 고가 국소(局所)용 제품이 별도로 나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에서는 백화사설초, 상백피, 석류 등 한방 재료로 만든 자정라인을 내놓았다. 자정수(100㎖6만원), 자정수액(80㎖ 6만 5000원), 자정에센스(5㎖×6 20만원)가 기본 구성이다. 특정 부위 멜라닌을 집중 관리하는 제품인 자정프로그램(20㎖+<0.5g×28>,30만원)도 나온다. 헤라에서는 미백 효과가 있는 ‘이카리시드Ⅱ’ 성분을 넣은 EX라인(각각 4만∼10만원)을 내놓았다. 화이트닝 마스크의 경우 6장이 10만원이다.20대를 위한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브랜드인 한율에서도 장양미백라인(3만 8000∼6만원)을 선보였다. 피부를 투명하고 매끈하게 해주는 근본 다스림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은 자연발효기술을 적용한 미백화장품 숨37 올-뉴 화이트 5종을 출시했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손상을 방어할 수 있는 발효 해바라기 추출물이 들어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제품별로 각각 6만∼11만원. 특정 부위의 멜라닌을 집중 관리하는 올-뉴 화이트 스팟 코렉터(20㎖)는 11만원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에센셜 엔시아 브랜드에서 개나리의 미백 성분을 넣은 리얼 딥 화이트닝 케어 라인(3만 2000∼7만원)을, 한방화장품인 비취가인 브랜드에서는 1년 미만의 어린 뽕나무 가지에서 추출한 미백 기능성 원료인 상지 추출물을 넣은 백윤 라인(4만∼6만 5000원)을 내놓았다. 애경 에이솔루션 브랜드에서도 화이트 컨트롤 라인(2만 2000∼2만 6000원)을 출시했다. ●커버 제품에도 화이트닝 기능 추가 기초 제품 이외에 화이트닝 기능을 추가한 비비크림이나 파운데이션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에서는 신제품 슈퍼비비크림(50g 3만 8000원)을 내놓았다. 미백과 자외선 차단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SKⅡ에서도 화이트 소스 트랜스폼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제품 안에 들어 있는 DNA캡슐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지용성 비타민C 유도체와 비타민E 등 스킨 케어 성분을 방출해 피부를 보호한다는 설명이다.10.5g이 8만 5000원이다. 크리니크에서도 미백기능을 강조한 더마 화이트 파운데이션을 내놓았다. 플루이드 크림 메이크업 SPF15 PA++(30㎖ 4만 5000원), 리퀴드 메이크업 SPF15 PA++(30㎖ 4만 2000, 파우더 메이크업 SPF15 PA++(11g 4만 2000원) 등이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손호찬 원장은 “겨우내 약한 햇볕에 익숙해진 피부는 봄철 강해진 자외선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면서 “외출 30분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보습과 미백 관리를 함께해주면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비키니로 여름을 맞이하는 그대

    비키니로 여름을 맞이하는 그대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다시금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겨우내 닫혀있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날아오는 싱그러운 꽃향기에 몸을 자연스레 맡기는 때다. 봄이 오고,여름이 다가올수록 패션의 경향에도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일반적으로 3개월 주기로 변한다는 여성의 패션 경향이 계절과 비슷하다는 것은 계절 별로 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중요한 점은,단순히 옷을 입는 스타일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도 그만큼의,혹은 더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체형관리의 항목으로 다이어트 등이 주가 되고 있지만,오늘 소개할 제모라는 항목 역시 중요시할 체형관리의 분야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체모 고민:레이저 제모 로 한방에 날리다 20대 후반 직장인 한 모양.키도 크고 미인형인 그녀는 여름만 되면 고민이 하나 생긴다. 이유는 유독 많은 체모 때문. 그동안 혼자 시술할 수 있는 면도,족집게,제모크림 등의 제모방법을 계속 사용했으나 매일 해야 하고 오후만 되면 벌써 거뭇거뭇 털이 자라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또한 셀프 제모 후 생기는 피부 트러블도 골칫거리. 특히 여름에 수영장이나 해변에 나가면 오전에는 비키니 몸매를 뽐내다가도 오후만 되면 자라난 체모 때문에 자외선을 핑계로 옷을 입어야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한모양은 고민 끝에 주변의 권유로 직장과 가까운 분당의 소문난 제모 전문 클리닉인 라인미 의원을 찾았다. 분당 라인미 원장은 “보통 레이저 제모는 5∼6회 정도 시술하게 되며 여름에 자신 있는 피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이 제모 시술 시작의 적기 ”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제모를 하는 부위는 겨드랑이,종아리,팔과 다리,수염이 나는 곳 등이 있으며,비키니라인 제모 또한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동양인에 적합한 제모 파장:아포지 5500 제모 레이저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제모 전용 파장은 롱펄스 알렉산드라이트나 다이오드 파장을 사용 한다. 서양인과 같이 피부가 희고 털이 두꺼운 경우 다이오드 파장이 적당하지만 동양인처럼 모낭에 멜라닌 색소가 있고 털이 얇은 경우엔 롱펄스 알렉산드라이트 파장이 적합하며 이의 대표적인 제모 전문 기기는 아포지이다. 분당에 위치한 라인미 클리닉의 경우,제모 시술을 할 때 멜라닌 색소와 직접 반응하는 빛 에너지,즉 아포지 5500을 이용하여 레이저를 쏘아 모낭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여,일반적으로 쓰이는 시술 후에 색소가 침착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제모 레이저와는 달리 안전하고 확실하게 시술을 시행한다. 라인미에서는 이와 함께,여름을 대비하여 종아리 보톡스 주사 시술 또한 시행하고 있다.자신 있는 다리 라인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여름을 3개월 정도 앞둔 지금이 최적의 시술 시기이다. 봄은 서서히 노출이 나타나는 시기이다.자신감을 가지고,자신 있는 외모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철두철미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여자의 욕심은 무죄라는 사실 아래,보다 아름다워지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여러 수단을 통해 노력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도움말:분당 라인미 클리닉 황세일원장
  • [현장행정] 용산 ‘생태복원 실험’

    [현장행정] 용산 ‘생태복원 실험’

    “와, 개구리다.” 인솔 교사가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진정시켜 보지만 한번 봇물이 터진 아이들의 호기심엔 끝이 없다.“저 개구리는 왜 색깔이 노란색이에요?”“왜 개구리가 물속이 아니라 땅에 있어요?” 개구리를 그림책과 동요를 통해서만 접해온 서울 아이들에겐 황토빛의 토종 산개구리가 낯설기만 하다. 관리소 직원이 어렵게 잡아온 개구리 한마리를 내보이자 사내 아이 서넛이 직접 만져보겠다며 호기롭게 나선다. 하지만 소란에 놀란 개구리가 돌연 몸을 솟구쳐 뛰어오르고, 아이들은 이내 “엄마”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줄행랑을 놓기 바쁘다. 2일 용산구 효창공원은 현장학습을 나온 유치원생과 봄 기운을 느끼려 집을 나선 주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산책에 열중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의 시선은 온통 개구리·두꺼비가 살고 있는 습지 주변에 머물렀다. ●도심복판 개구리 소리의 감동 용산구에 따르면 습지와 주변 덤불에는 실잠자리·나비·소금쟁이 등 곤충류와 개구리·두꺼비·도롱뇽 등 양서류, 어치·멧비둘기·박새같은 조류가 피라미드식 먹이사슬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개구리가 활동을 시작한 지난달부터는 주말이면 이를 구경하려는 초등학생들로 106m 길이의 관찰데크가 가득 찬다. 매일 산책하러 공원에 나온다는 양명자(62·효창동)씨는 “2주 전부터 개구리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 녹음기를 틀어놓은 줄 알았다.”면서 “서울 복판에서 개구리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했다. 효창공원은 5년 전만 해도 건기엔 먼지가 날리고 우기에는 진창으로 변하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주민들은 이곳의 변화를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공원에 습지가 만들어진 것은 2003년 4월. 토질이 습해 여름이면 지표면이 마를 날 없던 북측 비탈에 웅덩이를 파고 논흙과 자갈을 깐 뒤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흘려보냈다.4년새 23개의 계단식 습지가 물길을 따라 조성됐다. 2006년부터는 습지 주변에 창포와 갈대, 억새, 기린초와 연꽃, 수련, 부들 등 수생식물을 심고 서울대공원에서 양식하던 개구리 800마리와 두꺼비 200마리를 들여와 방사했다.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직접 강원도 화천에서 무당개구리 100여마리를 잡아와 이곳에 풀어놓기도 했다. 먹이사슬이 형성되도록 양서류의 먹이가 되는 곤충과 지렁이의 서식환경을 만드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습지 주변에 곤충들이 몸을 숨길 갈대와 억새, 산죽 군락을 조성했고, 먹이가 되는 벼도 곳곳에 심었다. ●습지 중심 생태 순환시스템 형성 시간이 흐르자 습지를 중심으로 생태적 순환시스템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김문철 공원녹지과장은 “처음엔 무작정 웅덩이만 파고 동·식물만 집어넣으면 될 줄 알았다.”면서 “방사한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적잖은 시행착오 끝에 불안정하나마 소생태계가 정착돼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방사한 다람쥐가 2세대 번식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자신감이 생겼다. 양서류나 설치동물 뿐 아니라 꿩이나 토끼처럼 덩치 큰 동물도 정착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올해 안으로 동물들이 은신할 관목림을 군데군데 조성하고 두더지와 꿩, 토끼를 방사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도심 복판에 작은 생태낙원을 건설하기 위한 용산의 실험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길섶에서] 화나는 봄/이동구 사회부 차장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입니다. 봄은 또 누구에게나 희망을 노래하게 만듭니다. 도종환 시인은 “손에 손을 잡고 봄을 이루어 가는…, 사람들이 희망”이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봄은 자꾸 화가 납니다. 희망의 봄소식보다는 엽기사건으로 가득합니다. 한때 유명했던 야구선수가 채 피지도 못한 여자아이 셋과 엄마를 무참히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온 국민의 가슴을 졸였던 안양의 실종 어린이 두명도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이웃 아저씨의 소행이라고 합니다. 소생해야 할 이 계절에 희생만 가득합니다. 아지랑이, 꽃 향내보다 피 비린내가 날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른들에게 납치·살해되고, 이유도 모른 채 사라지고, 엄마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되고…. 그런데 이들은 이웃이 무엇인지, 죄가 무엇인지, 왜 죽어야 하는지도 아직 모르는 나이입니다. 어린이를 천사라고 합니다. 미래·희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왜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들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정말 화가 치밉니다. 이동구 사회부 차장
  • [내 책을 말한다] 스트라빈스키 /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내 책을 말한다] 스트라빈스키 /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반대인 사람에게는 20세기 음악가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인물이 스트라빈스키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아는 경우에도 어렵고 기괴한 음악을 쓴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긴 마찬가지이다. 대표작인 발레 ‘봄의 제전’이 초연 당시 일으킨 스캔들이 워낙 유명해서 왠지 듣기 거북하다는 느낌이 그의 인상을 지배한다. 나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스트라빈스키는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과 ‘눈의 요정’,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왕’,‘페르세포네’,‘오르페우스’ 그리고 우화 ‘르나르’, 또 러시아 민화 ‘병사 이야기’와 ‘페트루슈카’ 등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거나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곡을 쓴 사람이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이런 작품을 발레나 오페라로 만들기 위해 안무가, 화가, 시인 등 타 장르의 예술가와 끊임없이 교류했다. 니진스키, 발란신, 장 콕토,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W H 오든,T S 엘리엇, 피카소, 마티스 등이 스트라빈스키와 머리를 맞대고 무대를 장악할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스트라빈스키는 대중이 음악에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곧 재미와 감동, 자극과 위로였다. 그는 이를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신고전주의’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과거의 것을 패러디하고 반전시키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듣는 순간 모두 스트라빈스키의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독창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혹자는 “절충주의요 기회주의자”라고 그를 비판했다. 궁극적인 소생 방법이 아닌 인공호흡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인공호흡 덕분에 클래식 음악은 대중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트라빈스키의 심폐소생술이 클래식 음악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청중의 기호를 지탱해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산소 호흡기를 떼자마자 사망하게 될지는 전적으로 환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바흐나 베토벤 또는 스스로 존경했던 차이콥스키와 같이 위대한 예술의 창조자는 아니었다. 단지 그는 빼어난 기술자였다. 그는 소재를 선택해 갈고 닦는 데 일인자였지만, 그 안에 영혼을 불어넣지는 못했다. 당대에 그런 작업을 했던 더욱 진지한 음악가들은 오늘날 무관심 속에 묻혀 있다. 결국 스트라빈스키를 조명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클래식, 곧 고전이 무엇이며 어때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음악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예술 전반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이다. 대중 속에 살아남기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진지한 참여 정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아직 스트라빈스키는 유효하다.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 “계속 연구할 수 있어 행복해요”

    “계속 연구할 수 있어 행복해요”

    “좌절하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죽지 않고 살았고, 또 뇌를 다치지 않아 이렇게 계속 연구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교통사고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서울대 교수가 장애를 딛고 강의와 연구 활동을 펼쳐 감동을 주고 있다. 이상묵(46)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006년 연구조사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방문했다가 자동차 전복 사고를 당했다. 사막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제자인 이혜정(당시 24세)씨는 숨졌고 이 교수도 호흡이 정지되는 상황까지 맞았지만 동행했던 외국 학생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헬기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한 덕분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이 교수는 현지에서 3개월에 걸친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지만 척추를 심하게 다쳐 목 아래가 모두 마비됐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기보다는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터득했다. 그는 전동 휠체어와 PC, 인터넷, 음성인식 프로그램과 입으로 작동하는 마우스 등에 의지해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USB 포트만 있으면 사용이 가능한 마우스에는 압력을 인식하는 장치가 달려 있어 입으로 커서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입으로 연결된 마우스를 불면 ‘오른쪽 클릭’이고, 빨면 ‘왼쪽 클릭’이다. 인터넷은 세상과 이 교수의 거리를 좁혀 주는 창이며 쇼핑과 은행업무 등 일상 생활을 해결하는 공간이기도 한다. 지난해 1학기에 강단에 복귀한 이 교수가 이번 학기에 맡은 수업은 학부 강의 ‘바다의 탐구’. 올해는 안식년이지만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동료 교수를 대신해 강의를 자청했다. 몸이 불편해 남보다 수업 준비에 몇 배나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특수 마우스와 음성인식 장치를 사용한 ‘특별한’ 수업에 학생들도 열의를 보인다. 그는 사고 당시 숨진 제자를 기리기 위해 사재 5000만원을 냈고, 학교 관계자 등의 도움을 받아 ‘이혜정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독도해양 새 미생물 유전자 지도 첫 완성

    독도해양 새 미생물 유전자 지도 첫 완성

    독도에서 발견된 새로운 해양 미생물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완전히 밝혀졌다. 순수 토종 해양 미생물의 유전체 지도가 완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미생물은 색소생산 등 산업적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미생물유전체정보기지 권순경 연구원이 지난 2004년 독도 앞바다에서 발견한 해양 미생물 ‘동해아나 독도넨시스’(동해독도·Donghaeana dokdonensis)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했다고 3일 밝혔다. 권 연구원은“이번 연구결과가 각종 생명공학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은성’ 캐릭터 보면 ‘지성’이 보인대요

    ‘은성’ 캐릭터 보면 ‘지성’이 보인대요

    “꼴통, 니가 있어서 행복했다.” 21회 ‘뉴하트’, 광희대 병원에 사표를 낸 최강국 흉부외과 과장(조재현)이 병원을 떠나면서 이은성(지성)에게 남긴 말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지난해 12월부터 MBC 수목드라마 ‘뉴하트’(극본 황은경, 연출 박홍균)를 봐온 시청자들의 마음속에는 아마도 이런 구절이 오버랩되지 않았을까. “지성, 니가 있어서 지난 겨울 행복했다.” ●제대후 복귀작이라 애착 더 가 종영을 일주일 앞둔 지난 21일, 전화로 만난 배우 지성(31)의 목소리에서는 아쉬움과 섭섭함이 함께 묻어났다.“작년 6월 군에서 제대한 뒤 처음 찍는 복귀작이라 선택에 신중을 기했어요. 은성이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그 속에서 저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극중 은성을 빼닮았다는 이야기는 촬영현장에서나 네티즌들 사이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저를 빗대어 가능한 한 범위 내에서 은성이란 인물을 만들어 내려고 했어요. 비슷하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 것 같아요.” 은성이처럼 늘 ‘니들 홀더(수술용 바늘을 잡는 도구)’를 주머니 속에 넣어다니며 틈틈이 꿰매는 기술을 손에 익혔다. 잠자는 시간도 부족한 레지던트가 헤어 스타일링 할 시간이 있겠냐는 생각에 손질이 쉬운 푸들형 파마머리도 그 자신이 제안했다. 준비 기간에서 촬영까지 5개월 반에 이르는 기간에 말 그대로 지성은 은성이었다. “넌 바닥을 아는 놈이잖아.” 최강국 교수는 훌쩍 떠남을 원망하는 은성이에게 이렇게 말하며 힘을 북돋운다. 최 교수의 말대로, 은성은 고아원·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현실에서 번번이 선입견에 부딪히고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꿋꿋이 극복해 낸다. 혹시 지성도 바닥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누구나 살면서 난관을 만나기 마련이잖아요. 저도 물론 서러운 일들을 많이 만났겠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에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아요.” ●군 생활이 성공적 컴백에 큰 도움 군 복무 생활은 성공적 컴백에 도움이 되었을까.“연예인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던지고 나이 어린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새롭게 배우게 됐어요. 그런 것들이 연기 생활에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뉴하트’ 찍으면서도 정신적·체력적으로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지만, 이 시간마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모두가 2년간의 군 생활이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 덕분이죠.” 주연이라서 일주일에 5∼6일은 꼬박 밤샘 촬영을 해야 했고, 까다로운 의학 용어 외우기도 예삿일은 아니었다.2∼3분짜리 수술장면을 찍기 위해 보통 9시간, 길게는 22시간까지 촬영을 하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성은 정작 어려운 건 딴 데 있었다고 말한다. ●삼성의료원 레지던트들에 감사 “물론 그런 점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고민했던 건 진짜 의사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삼성의료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분들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드라마가 끝나면 우선 그분들을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요.”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무엇일까.“정신대 할머니가 숨을 거두는 장면과 에이즈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나눈 혜석(김민정)과의 키스 신이었어요. 심폐 소생술로 끝까지 할머니를 살려내려 했지만 결국 돌아가시는 장면에서, 정말 내 환자가 죽은 것처럼 가슴이 아팠어요. 또 혜석이 에이즈 감염 가능성 때문에 힘들어할 때 목숨을 걸고 위로해 주는 부분도 정말 감동적이었고요.” 네티즌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왔다걸스’의 ‘텔미’ 댄스 장면(17회)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 그거요? 가장 애먹은 신 중 하나예요. 저같은 경우는 쉬지 않고 촬영분이 있는 바람에 춤을 연습할 시간이 아예 없었거든요. 새벽 4시쯤 그 장면을 찍기 시작했는데, 해가 뜨기 전에 촬영을 끝내야 해서 얼른 분장만 하고 들어갔죠.” “차기작이요? 대본이 들어오고 있는 걸로 알아요. 시간이 없어서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좋은 작품 즐거운 작품으로 또 찾아뵐 게요.”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제공 비타민 이엔티)
  • [오늘의 눈] 안락사문제 바로 볼 때다/오상도 미래생활부 기자

    [오늘의 눈] 안락사문제 바로 볼 때다/오상도 미래생활부 기자

    간단한 질문 하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말기암 환자에게 본인의 요구에 따라 영양공급장치를 제거했다면? 현행법상 촉탁살인죄나 자살방조죄가 성립한다. ‘안락사’(euthanasia)는 다의적 개념이다. 약물 등을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달리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하지 않거나 인위적인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죽도록 하는 것을 ‘소극적 안락사’라 부른다. 비슷한 개념으로 ‘존엄사’가 있다. 회복가능성 없는 말기환자나 식물인간상태의 환자에게 연명 조치에 불과한 의료행위(인공호흡장치 등)를 중지해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면서 자연적으로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두 개념이 동일시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존엄사’와 관련한 법률을 연내에 제정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끈다. 지난해부터 TF팀을 구성해 추진하다가 최근 공청회에선 “말기암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심폐소생술 금지, 기관내 삽입금지 등을 포함한 사전 의사결정과 관련해 법률적 근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에는 ‘사전의사결정제도’가, 타이완에는 ‘존엄사법’이 존재한다. 환자 스스로 항암·항생제 사용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방법을 택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가망없는 말기환자에게 소생술 금지에 대한 사전동의서(DNR)를 받은 의사가 형사처벌되고, 보호자의 요구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에게 살인죄가 선고된다. 이제 환자의 의사에 반해 인위적 생명유지장치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태도가 마땅찮다. 이런 논의의 기폭제가 될 ‘사전의사결정제도’를 포함한 법률제정을 추진하면서도 “아직 그 부분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쉬쉬하고 있다. 연내 법제화를 추진한다면서 다양한 공청회를 통한 적극적 의견수렴에도 소극적이다. 하루 670여명의 환자와 2600여명의 가족이 직면하는 죽음의 엄연한 현실을 우리는 이제 직시해야 할 때다. 오상도 미래생활부 기자
  • [단독]‘소극적 안락사’ 연내 허용 추진

    정부가 연내 말기암 환자에 대한 ‘소극적 안락사’(존엄사)를 일부 포함한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법안에는 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중환자실 이용과 무의미한 심폐소생술·호흡튜브 삽입 등을 환자가 거부한 채 인간적 죽음을 맞을 권리가 법적으로 기술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 암정책팀은 최근 환자의 존엄사에 대한 사전 의사결정 근거를 담은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관한 법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암정책팀 관계자는 “2006년 암사망자 중 76%(6만 6000명)가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반면, 호스피스 기관에서 사망한 암환자는 7%(4879명)에 불과했다.”면서 “사전에 동의한 말기암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 금지, 호흡튜브 삽입 금지를 포함한 법률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대 여명이 20여일에 불과한 환자마저 가족과 유리된 중환자실에서 기구에 의존한 채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원할 경우, 자원봉사자·종교인 등이 도움을 주는 가운데 호스피스 병동이나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도록 하는 게 원래 의도”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법제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복지부측은 이같은 법률의 의도는 호스피스 활동의 법제화인 만큼 호스피스 활동과 ‘소극적 안락사´란 용어 자체의 연결을 꺼리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일단 ‘소극적 안락사’를 사실상 법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큰 논란이 예상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사)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심각하다.”면서 “타이완, 일본 등 아시아와 미국, 유럽 국가 대부분이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법이 너무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적인 가톨릭계도 호스피스 활동에 의한 존엄사에 대해선 중립적이다. 하지만 한 기독교계 의료인은 “적극적 안락사든, 소극적 안락사든 인위적으로 생명을 마감시키는 데는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 우물가의 사랑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 우물가의 사랑

    김홍도의 그림 ‘우물가’다. 길 가던 사내는 더운 날씨에 목이 무척 말랐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양태가 작지 않은 갓을 등 뒤에 매단 것으로 보아, 아주 상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웬일인가.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가슴을 풀어헤치고 물 긷는 젊은 아낙에게 물을 달라니 말이다. 게다가 가슴에는 검은 털이 무성하다. 가슴 털은 성적 기호다. 남성의 떡 벌어진 가슴, 그리고 무성한 털이 성적 기호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성적 분위기 맴도는 우물가 두레박을 건네고 줄을 잡고 있는 젊은 아낙을 보라. 상사람이 분명하다. 하지만 참으로 곱지 않은가. 내 생각에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색시로 보인다. 아낙은 수줍어 얼굴을 돌려 사내의 털북숭이 가슴을 보지 않고 두레박만 건넨다. 젊은 아낙 아래쪽의 머리를 위로 틀어 묶은 중년의 아낙 역시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물 속 두레박만 보고 있을 뿐이다. 단원은 우물가에서 남자와 여자가 은밀하게 성적 기호를 주고받는 장면을 작은 화폭에 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그림은 신윤복의 ‘우물가의 고민’이다. 그림 위쪽에 둥근 달이 떠 있다. 밤이다. 달이 걸린 나무를 보시라. 붉은 꽃이 피어 있다. 식물에 대해 무지한 나는 저 꽃이 앵두꽃인지, 복사꽃인지 모른다. 아시는 분은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그림 아래쪽에는 젊은 여자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여자는 우물가에 앉아 두레박 줄을 잡고 있고, 서 있는 여자는 오른손을 턱에 괴고 고민에 빠진 눈치다. 무언가 심각한 사건이 있다. 고민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림은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찾아볼 수 있는 데까지는 찾아보자. 두 여자는 양반집 여자가 아니다. 옷차림을 보라. 둘 다 행주치마를 두르고 있다. 똬리를 머리에 얹고 있는 여자는 흰 민짜 저고리를 입었다. 왼쪽 여인은 녹색 저고리이기는 하지만, 저고리 고름만 자주색일 뿐 다른 장식이 전혀 없다. 또 신은 모두 신이다. 초라한 복색으로 보아 두 여인이 양반집 여자가 아님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두 상사람 여인네는 왜 고민에 잠겨 있는 것인가. 우물이 있는 장소를 보자. 그림 오른쪽 상단에 기와를 얹은 작은 문이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은 아니다. 큰 양반 가문은 건물이 크고 복잡하며 중간에 무수히 작은 문들이 있다. 이 문 역시 그런 문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담장이다. 담장이 허물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묵은 양반가로 생각되는데, 그 담장에 사내가 하나 서 있다. 사내가 쓰고 있는 양반만이 쓰는 사방관으로 보아, 이 사내는 이 집의 주인 양반일 것이다. 그런데 이 사내는 훔쳐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얼굴을 가리지도 않고, 꼿꼿이 서서 두 여자를 정시하고 있다. 다만 이 사내의 표정은 음침하다. 주인 양반이 왜 밤중에 집안 여자들이 우물가에 모여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단 말인가. 두 여자는 왜 물을 긷다 말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가, 또 서 있는 여자는 왜 턱까지 괴고 심각한 표정으로 있는가. 그림은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이 남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나는 혜원이 그림 속에 담은 생각이 무엇인가 늘 궁금하였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알 수 없으면 상상이다. 담 넘어 서 있는 양반이 서서 고민에 빠져 있는 젊은 여인을 건드렸고, 첩으로 들이려 하자, 그 사실을 여인은 동무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임신을 시켰든지. 이 그림은 바로 그 고민상담의 장면이라는 것이다. 양반은 이런 이유로 서 있는 여성에게 무슨 제안을 하였고, 그 여성에게 하회를 기다리는 중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이런 해석이라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꼭 그렇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고민에 빠진 여성과 돌담 밖의 남자 사이에 어떤 성적인 관계가 있었다고 추리하는 것은 그리 근거 없지는 않을 것이다. ●유래 오래된 ‘우물과 성의 결합´ 이제까지 본 단원과 혜원 두 그림 모두 우물이 중요한 제재고, 그 우물가에는 성적인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한데 우물은 원래 성적인 것이다. 물이 솟아오르는, 깊고 어두운 곳, 어딘가 ‘여성’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게다가 우물은 여성들의 공간이다. 우물과 성적인 결합의 연관은 역사적으로 그 유래가 퍽 오래된 것이다. 고려가요 ‘쌍화점’은 우물과 성의 결합을 노래한다. 드레우물에 물을 길러 갔더니 우물의 용이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이 우물 밖에 나며들면 하면 조그마한 두레박아, 네 말이라 하리라.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그 잔 곳같이 울창한 곳이 없다. 드레우물의 ‘드레’가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없다. 한데 용두레우물이란 말이 있다. 만주의 지명 용정(龍井)을 풀면 곧 용드레우물이 된다고 한다. 용드레는 용두레일 것이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긴 나무 속을 파서 만드는 물 푸는 도구가 용드레다. 아마도 드레는 용두레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드레는 또 ‘두레박’의 ‘두레’와 같을 것이다. 어쨌거나 물을 푸는 도구임은 분명하다. 여자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로 갔더니, 우물에 사는 용이 여자의 손목을 쥔다. 이후의 구체적인 과정은 생략하자. 여자는 용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남에게 알려질까 걱정이다. 본 사람, 아니 본 물건은 두레박 밖에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인즉 밖으로 소문이 나면 너 두레박이 한 것이라 말하겠다. 뭐, 이런 뜻이다. 그 뒤의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그 잔 곳같이 울창한 곳이 없다.’는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우물의 용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모른다. 하지만 우물과 용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은 사실이다.‘삼국사기’를 보면,‘자비마립간’ 4년(461) 여름 4월에 ‘용이 금성 우물 속에서 나타났다.’ 하였고,‘소지마립간’ 22(500)년 여름 4월에 ‘폭풍이 불어 나무를 뽑았으며 용이 금성의 우물에 나타났고, 서울에 누른 빛깔의 안개가 사방에 꽉 끼었다.’ 하였다. 이것은 어떤 자연현상을 두고 용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자연현상을 추리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는 매일반이다.‘삼국사기’의 기록이야 1000년 하고도 5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옛 것이지만, 지금과 가까운 조선시대에도 이런 황당한 일이 있었다. 태종 18년(1418) 수군 첨절제사 윤하는 경기도 교동현 수영(水營)의 우물에 황룡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수영 앞에 우물이 있는데, 수군이 물을 길러 갔더니, 허리가 기둥만 한 누런 색 용이 우물에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무엇을 보기는 본 모양인데, 그것이 과연 어떤 자연현상인지는 알 길이 없다. ●우물가에서 ‘용´을 만난 신덕왕후 우물 용을 이야기 하다가 말이 옆으로 샜다. 어쨌거나 우물은 용과 관련이 있고,‘쌍화점’의 여인은 우물의 용과 성관계를 맺는다. 한데 우물의 용은 아니지만, 용과 다름없는 인간과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다. 이성계의 젊은 시절, 사냥을 나갔다가 목이 말랐다. 돌아보니 우물이 있다. 해서 물 길러 온 젊은 아가씨에게 물을 청했더니, 달고 시원한 물을 한 바가지 떠 준다. 급한 마음에 입에 쏟아 부으려 하는데, 웬걸 물에 버드나무 잎이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잎사귀를 불면서 마실 수밖에. 목을 축인 다음 물었다. 왜 버드나무 잎을 띄웠느냐고? 답인즉 한창 목이 마를 때 물을 급하게 마시면 체한다고, 그러니 잎사귀를 불면서 천천히 마시라는 뜻이었단다. 얼마나 슬기로운가. 그제사 얼굴을 보니, 인물도 곱다. 당연지사 둘은 짝을 지었다. 이 여인이 바로 신덕왕후 강씨(康氏)다. 이성계는 뒷날 강씨의 소생인 방번과 방석을 사랑하여 왕위에 올리고자 했지만,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그건 뒷날 이야기고, 이성계는 용상에 올랐으니, 강씨의 입장에서는 우물가에서 용을 만난 셈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입에 가끔 올리는 대중가요에 ‘앵두나무 처녀’란 노래가 있다.“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로 시작되는 노래 말이다. 우물가에서 처녀들은 서울에 관한 말만 듣고 모두 물동이와 호미자루를 던지고 서울로 달아난다.2절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동네의 총각도 역시 신부감이 달아난 서울로 달아나 버린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우물가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신호가 오가는 곳이다. 우물도 사라진 지금 그럴 일은 없어졌지만 말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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