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피해보상 뒤 SK C&C에 수백억대 구상권 청구할 듯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대란은 카카오의 대응 지연으로 인해 국민 전체 삶에 큰 피해를 끼쳤지만, 카카오 또한 예기치 못한 사고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두 회사의 책임 공방이 불가피한 가운데 카카오가 피해 보상을 완료한 후에 SK C&C 측에 막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으며, 화재 원인을 밝히고 이용자와 협력사에 대한 피해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17일 밝혔다. 먼저 멜론, 카카오웹툰 등 유료 서비스는 사용기간 3일은 연장하기로 했으며, 카카오모빌리티는 부당한 요금이 청구된 킥보드 이용자 등에 대해 보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 때 KT는 직접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게 1인당 40만~120만원을 지급하고, 일반 통신 고객에겐 요금을 감면해 주며 수백억원을 보상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 매출 피해가 150억~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서비스 장애로 카카오톡을 포함한 검색, 카페, 뉴스, 쇼핑, 블로그, 게임, 스토어, 교통 등 주요 서비스가 장시간 장애를 겪었다. 장기간 서비스 마비는 카카오가 서비스 이중화와 분산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 있지만, 화재 발생 자체엔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SK C&C에 책임이 있다.이번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은 벌써 집단 소송을 포함,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에는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등 카페들이 개설됐다. 카페를 개설해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는 신재연 LKB파트너스 변호사는 “화재 원인을 떠나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카카오 측 과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무료 서비스 이용자도 손해를 입증하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카카오가 이용자 피해를 자체 보상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4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삼성카드는 삼성SDS에 수백억원의 구상권을 청구했으며, 이에 따라 삼성SDS는 약 200억원을 보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 C&C 측은 이번 화재에 매뉴얼대로 대응했으며 화재로 인한 모든 피해가 자사 책임은 아니라는 입장이라 구상권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SK C&C 측의 화재 발생 책임과 카카오 측의 서비스 지연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비율과 금액으로 나누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