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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IT기업의 대약진… ‘텐센트’ 몸값 아시아 1위

    中 IT기업의 대약진… ‘텐센트’ 몸값 아시아 1위

    굴뚝산업 하향세 인력감축 위기 사기업 중심 소비주도형 경제로 중국의 대표 인터넷기업 텐센트(텅쉰·騰迅)가 중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세계 순위로는 10위에 올랐다. 텐센트의 아시아 1위 등극은 중국이 굴뚝 산업 중심의 ‘세계 공장’에서 정보기술(IT) 주도의 첨단 소비시장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의 주가는 4.2% 오른 210.20홍콩달러에 마감해 시가총액이 1조 9900억 홍콩달러(미화 2566억 달러·약 283조원)로 불어났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그간 중국과 아시아 기업 가운데 1위였던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의 1조 9700억 홍콩달러(미화 254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로써 아시아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는 텐센트, 차이나모바일, 알리바바(미화 약 2500억 달러), 삼성전자(미화 2290억 달러) 순이 됐다. 텐센트는 애플과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포함된 글로벌 1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 대열에도 합류했다. 2004년 증시에 상장될 당시 62억 홍콩달러이던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현재까지 약 300배 이상 뛰었다. 텐센트 주가 상승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은 측면이 강하다. 텐센트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한 356억 9000만 위안(약 5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사업이 고른 성장을 보였지만 특히 모바일 게임 매출은 114%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 사용자는 34% 증가하며 8억명을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사기업인 텐센트가 국유기업인 차이나모바일을 누르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것은 중국 경제의 중심축이 국유기업에서 사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확실한 증거라고 규정했다. 인터넷 콘텐츠 산업이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기간망 산업을 앞지른 것이다. 블룸버그는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굴뚝산업’은 인력감축을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허약해진 국유기업을 좀 더 강화할지, 아니면 민영화할지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기업은 대부분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ICBC), 페트로차이나 등 국유기업이었다. 알리바바가 2014년 뉴욕증시 상장 직후 잠시 1위 자리를 빼앗아오긴 했으나 오래가진 못했다. 텐센트의 ‘왕좌 탈환’이 의미 있는 사건이다. 블룸버그는 “국유기업은 수십 년간 국유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아 몸집을 불리며 사기업의 발전을 저해했지만, 이제는 사기업이 고용과 혁신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면서 “사기업은 중국의 경제구조를 소비주도형 경제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인간 존엄 박탈한 분열·갈등 끝내자”

    “인간 존엄 박탈한 분열·갈등 끝내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절을 맞아 전 세계에 “인간의 존엄을 박탈한 분열과 갈등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화가 자리잡은 곳에 증오와 전쟁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며 강한 정의감을 기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황은 25일 정오(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례 ‘우르비 엣 오르비’(로마와 온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성베드로 광장에 수만명의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교황은 단호한 표정으로 “시리아와 리비아의 분쟁을 끝내려는 유엔의 노력을 지지하고 이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힘을 합쳐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폭압을 몰아내야 한다”며 “이곳에서의 분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되물림시킨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슬람국가(IS)의 명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박해받는 모든 형제·자매가 순교자”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는 IS 등 과격 무장단체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은 메시지를 통해 세계의 당면 과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여러 분쟁 지역과 테러 희생자들, 난민들을 차례로 언급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라크, 예멘은 물론 사하라 사막 이남의 부룬디와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을 거론했고 우크라이나에도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다. 또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와 레바논 베이루트,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난민 문제에 대해선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희망찬 미래를 안기는 모든 나라와 개인에게 하느님이 보상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지금도 인간적 고귀함을 잃은 채 가난과 폭력, 마약, 인신매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자비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교황은 24일 열린 성탄 전야 미사에선 “이 사회는 종종 소비주의와 쾌락주의, 부유와 사치, 자기애, 외모지상주의에 취해 있다”며 “아기 예수와 같이 소박한 삶을 찾아 본질적 가치로 돌아오라”고 주문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북한 2題] “北 소비주도층 100만명·장마당 750여개”

    북한의 내수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소비 주도층이 약 100만 명에 달하고, 장마당도 최대 750여개로 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2일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 등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에서 ‘돈주’들이 성장해 도소매와 부동산, 금융, 임대, 고용 등을 주도하고 있다”며 “개인투자 활성화로 햄버거와 피자, 손세차장, 정육점, 자전거 판매점, 애완견,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대체 에너지로 태양광 판매 등의 새로운 장사 아이템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장마당은 시·군·구역에 평균 2개씩 전체 500여개, 비공식적인 골목장을 포함하면 최대 750여개에 달하며, 시장 내 ‘매대’(좌판)도 증가해 함북 청진 수남시장에만 1만 2000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평안남도의 한 도시에는 좌판의 끝에서 끝까지가 무려 2㎞에 달하는 시장이 있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그리스·차이나 쇼크] 화근! 시진핑 ‘증시 친화’… “과도한 개입으로 폭락”

    10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68.47포인트(4.54%) 오른 3877.80으로 마감됐다. 3주 연속 계속됐던 ‘검은 금요일’ 공포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틀 동안의 급반등으로 중국 증시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30% 이상 폭락한 증시는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중국 정부의 대응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특히 ‘미친 곰’(?熊·펑슝·하락장 널뛰기 장세) 증시의 최대 피해자는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中 증시 이틀간 급반등… 3주 연속 ‘검은 금요일’ 공포엔 종지부 중국에서는 그동안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될수록 주가도 오르는 ‘시다다(習大大·시진핑의 애칭) 황소장’이 연출돼 지난달 초까지 전년에 비해 무려 150%나 주가가 뛰었다. 증시 친화 정책은 시 주석이 구상한 경제 개혁의 핵심 수단이기도 했다. 우선 수출주도형에서 소비주도형 경제로 체질을 전환하려면 주식시장의 활성화가 필수적이었다. 특히 시 주석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와 빚더미에 앉은 기업을 회생시키고 활황 시장을 이용해 거대 국유기업을 통폐합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 확대와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명실상부한 금융제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그러나 최근의 증시 폭락과 과도한 정부 개입은 시 주석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청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시 주석이 신뢰를 잃었다”면서 “정부의 전방위적인 개입은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고 밝혔다.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칭화대 순리핑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사태는 전문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상명하복의 집중화된 권력에 큰 흠집을 냈다”고 주장했다. ●IMF “中 당국 인위적으로 증시 부양해선 안 돼” 더욱이 경제구조와 주식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자금을 쏟아붓는 단기 요법으로 살려 낸 주가는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크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상승기에도 중국 증시는 기업의 자금 조달원으로 기능하지 못했다”며 “기업은 다시 은행 대출에 기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인위적 증시 부양을 경고했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9일 세계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 당국이 증시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원하는 수준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해외 럭셔리 펀드’에 베팅해 볼까

    ‘해외 럭셔리 펀드’에 베팅해 볼까

    수백억원대 자산가 김씨는 올 초 정기예금에 넣어 뒀던 10억원을 빼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몽클레르 등 명품 업체에 투자하는 ‘해외 럭셔리 펀드’에 과감하게 묻어 뒀다. 명품 열기가 중국에 이어 아시아 전역에서도 퍼질 것으로 보고 장기 투자에 나선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김씨가 가입한 럭셔리 펀드의 연초 이후 지난 8일까지 수익률이 13.43%다. 김씨는 “지난겨울 동남아시아에 여행 갔다가 루이비통 가방이 불티나게 팔리는 걸 봤다”면서 “앞으로 아시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1%대 정기예금 금리에 실망한 자산가들이 해외 소비재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해외 소비재 펀드에 들어온 돈은 2477억원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순유입액 1362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해외 소비재 펀드는 ‘해외 럭셔리 펀드’, ‘중국 소비성장주 펀드’, ‘아시아 소비재 펀드’ 등으로 분류된다. 해외 펀드에 투자할 경우 국내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세제 측면에서 불리하다.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해외 펀드의 세제 혜택이 추진되고 있고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 해외 펀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소비재 펀드는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내수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중국과 인도가 매년 6~7%, 후발 주자인 동남아 국가가 5~6%씩 성장한다면 소비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명품 소비의 증가도 필연적이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만 해도 전체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40%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성장세가 주춤해도 소비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 소비성장주 펀드의 주요 투자 기업은 지난해 789억 위안(약 14조원)의 매출을 올린 인터넷기업 텐센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전자업체 하이얼,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 등이다. 중국 소비성장주 펀드는 해외 소비재 펀드 중에서도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이형일 하나은행 PB사업본부장은 “경기 부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장기 투자 관점에서 중국 소비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너무 올랐다”는 시각도 있다. 이종혁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중국 소비주는 비싼 게 사실”이라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국) 가치주가 아니면 아시아 소비주에 관심을 가지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아시아 소비재 펀드는 소비재 기업이 약 80%를 차지하고, 정보기술(IT), 보건의료 기업이 포함된다. 미래에셋팬아시아컨슈머펀드의 투자 기업인 일본 의류업체 패스트 리테일링(유니클로 제조사), 인도 제과업체 브리타니아, 도미노 피자 등에서 보듯이 아시아인의 소비가 집중되는 기업이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해외 소비재 펀드는 한 번에 목돈을 맡길 수도 있고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최저 가입 금액은 판매사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펀드가 환헤지가 돼 있지만 가입 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흥영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국내 펀드는 배당소득세 15.4%를 내는 데 그치지만, 해외 펀드는 종합과세가 적용돼 배당과 시세차익에 따라 최고 41.8%의 세금을 토해 내야 한다”며 “전체 투자 자산의 25%를 넘지 않는 선에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용산화상경마장 “기업과 지역발전 위해 시동 건다”

    낮고 오래된 전자상가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용산 한강로에 건립된 용산화상경마장(용산문화공감센터)은 유독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며 우뚝 서있다. 18개의 층에 문화센터와 발매서비스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빌딩 내부 중 꼭대기에 있는 페가수스 라운지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곳이다. 오후 3시 미니어처 같이 보이는 다리들 아래로 흐르는 한강의 황금색 물결은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감동이 있다. 문화공감센터의 한 직원은 한강에서 벌어지는 불꽃쇼의 가장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숨은 명소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쪽으로 무심하게 흐르는 한강을 비롯하여 과거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낮은 주택밀집지역, 한 때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전자상가의 건물들을 비롯하여 개발을 앞두고 있어 어떤 모습의 건축물이 들어설지 모르는 역 주변의 대지까지 용산화상경마장은 주변의 전경을 한눈에 품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퇴색한 자취가 더 짙은 용산에서 지금 용산문화공감센터 빌딩이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외관으로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용산문화공감센터는 발매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전부 지정 좌석제로 운영 예정이고, 이용요금도 2만1,000원에서 3만1,000원 정도라 서민들보다는 중산층 이상의 소비주도층이 방문하여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변에 큰 6차선 도로가 이중으로 놓여있어 주택 지역과는 조금 단절되어 있는 반면 용산역에서 쪽에서 연결되는 도로 주변의 상권이 살아나면 과거처럼 이 지역의 경제가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중산층 이상이 찾을만한 고급 음식점이나 명품 쇼핑몰들이 하나 둘 들어서면 오히려 명동의 인파에 지쳐 고급 쇼핑몰을 찾는 중국 VIP 관광객들의 수요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산문화공감센터에 KTX의 교통 편의와 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이태원 등 인프라를 엮어 용산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경마와 발매가 전부인 듯했던 한국마사회는 새로운 사업모델인 문화공감센터를 만들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요식행위로 일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구조를 발매중심에서 다양한 지역문화서비스로 다변화하겠다는 조직의 비전이 담겨있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내부의 치열한 고민이 낳은 산물이기도 하다. 혹자는 수익성이 거의 없는 현 용산의 사업모델을 두고 회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과감한 지역 투자와 상생을 통해 구축한 사업이야말로 100년을 대비하는 기업들이 실행하고 있는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지자체인 용산구도 장기적 안목으로 지역 발전을 설계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욕망, 그 지울 수 없는 문신

    욕망, 그 지울 수 없는 문신

    얼핏 보기엔 럭셔리 잡지의 화보처럼 화려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어휴, 징그러워” 소리가 절로 나온다. 뱀 껍질, 송치, 타조 가죽, 추상적인 무늬를 한 다리와 다리가 엉켜 있고, 발 한 짝에 귀가 걸려 있다. 가슴과 배꼽을 드러낸 여성의 상반신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비가 문신되어 있다. 이 토막난 신체들의 기이한 조합은 무엇이며, 이 기괴한 아름다움은 또 무엇일까.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섬바디(Somebody)’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김준(49)은 “물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작품에 담았다. 문신은 지울 수 없고, 그것은 마치 화려한 물질에 대한 거스를 수 없는 욕망과도 같다”고 말한다. 몸, 문신, 극도의 소비주의를 상징하는 뱀가죽과 송치 이미지를 활용한 그의 작품은 욕망을 부채질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중성을 고발한다. 왜 ‘몸’인가. 작가는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무엇일지 따져 봤다. 모든 게 몸과 관련 없는 것이 없었다. 먹고사는 문제도 몸을 보전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답한다. 이런 몸은 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이냐고 묻자 “모두 가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몸을 다뤄 왔다. 단지 표현방법만 달라졌을 뿐이다. 회화를 전공한 그는 남들이 다 하는 ‘캔버스에 오일’ 작업을 하고 싶지 않아서 천으로 신체 부위를 닮은 형태를 만들어 안료를 칠하고 그 위에 문신하듯이 바늘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렸다. 그에게 ‘문신작가’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아름답지도 않고, 장식적이지도 않은 작품은 충격은 줬지만 팔리지는 않았다. 옥탑방과 지하 작업실에 작품들이 쌓이면서 더이상 보관하기도 버거워지자 그는 결국 돈을 주고 작품들을 폐기 처분했다. “처분한 작품은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 없죠. 노숙인이 팔 모양의 내 작품을 팔베개 삼아 자고 있는 것을 봤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 재고가 쌓이지 않으면서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게임회사에 잠시 일하면서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부터 배우며 디지털 작업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10여년간 그는 3차원 공간에서 ‘3D Max’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신과 몸’에 대한 작업을 계속했다. 그는 가상현실을 무대로 등장하는 몸들의 다양한 변형과 조합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붓 대신 픽셀로 만들어진 정교한 인체 모양에 피부를 입히고 그 위에 문양을 새겨 넣어 표현된 몸들은 가상의 이미지이지만 실제 살갗 같은 질감과 육신의 형태를 갖는다. 해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첨단 기술과 능숙해진 작가의 기교로 이미지는 더욱 현란해지고 정교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컴퓨터로 프린트한 평면작업과 함께 3D애니메이션도 선보인다. 그의 3D 작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도 그의 작품이 예상가를 훨씬 웃돌며 낙찰됐다. 작가는 그동안 미국, 중국,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지의 미술관급 전시에 초대돼 활동했다. 이번 국내 전시와 함께 홍콩의 산다람타고르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을 열고 있고, 베니스비엔날레의 병행전시 중 하나인 ‘프론티어 이메진드’에 출품해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02)549-7575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연금, 더 주는 게 맞다/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열린세상] 국민연금, 더 주는 게 맞다/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여야가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했으나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한 내용 때문에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국민연금 올려주는 것에 대한 여론의 질타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월권’이라 했고, 관계 부처 장관은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없어 문제라는 지적도 했다.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국민연금, 더 주는 게 맞다. 현재 국민연금은 휴지조각 수준이다.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가장 높다. 연금의 명목소득 대체율도 OECD 회원국 평균 57.9%보다 낮은 40%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명목대체율을 50%로 올려도 평균에 못 미친다. 이런 노인 무시 정책 때문인지 노인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등이다. 국민연금은 설계 당시 40년 가입 기준으로 명목대체율은 70%였다. 1998년 60%로 내렸고, 2007년에는 40%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가입 기간 40년간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이면 연금은 40% 소득대체율 기준으로 명목상 80만원이다. 현실은 평균 가입 기간이 20년 내외여서 실질대체율은 명목대체율의 절반이다. 따라서 생애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이면 실질대체율은 20%로 줄고 연금은 80만원이 아니라 40만원이다. 이 돈으로는 기초 생계도 어렵다. 소득대체율 인하로 재정건전성을 해결하려면 국민연금은 휴지조각이란 오명을 벗을 수 없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답은 여러 곳에 있다. 연금 피크제 도입이나, 국민연금 연금보험료 및 급여수준 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구간 조정 방식도 있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짝짓기, 즉 중층연금도 대안이다. 연금 피크제는 1994년 스웨덴에서 전 세계로 전파된 명목확정기여연금(NDC)의 숨겨진 제도다. 일정 연령에 도달하거나, 부부가 함께 동종의 연금을 받거나, 연금 대신 일을 택할 경우 급여를 줄이는 제도다. 스웨덴의 노인 비율은 20%에 이르지만 NDC 정착으로 재정건전성과 보장성을 동시에 해결했다. 국민연금 소득 구간은 1989년 출범 당시 월소득 최저 22만원과 최고 360만원 사이를 45등급으로 구분했다. 당시 월소득 360만원은 상위 10%였다. 소득구간은 매년 조정이 돼야 하는데 정부는 20년간 방치하다 2009년에야 물가연동을 시작해 2015년 최고소득은 408만원이 됐다. 월소득 408만원은 6분위 수준이다. 정상 조정됐다면 최고소득은 408만원이 아니라 현재 10분위 평균소득 990만원 정도여야 한다. 또한 45등급이 기준이기 때문에 매 소득구간마다 전체 가입자의 2.2%가 모여 있어야 하는데 최저 1등급 24만 5000원에서 12등급 59만 5000원까지 합쳐야 비로소 2.4%가 된다. 최고 등급인 408만원 이상 구간에는 14.1%가 몰려 있다. 그래서 대기업 과장부터 회장까지 국민연금 보험료도 같고, 연금 급여도 같다. 이 기형적 소득구간을 조정하면 재정건전성이 높아진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짝짓기, 즉 중층연금 도입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퇴직연금이 좋은 예다. 국민연금 부족분을 퇴직연금으로 보충하는 구조다. 그런데 대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91%이지만, 중소기업은 16%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가입률을 높여야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한다. 또한 자영업자와 농어민을 위한 준강제 가입 방식의 개인연금이 있으면 국민연금에 추가돼 보장성이 높아진다. 한국의 고령화는 심각하다. 전국은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2.7%여서 고령사회 문턱인데 전남은 20%로 초고령사회다. 시·군·구별로는 더 심각하다. 69개구는 문제가 없지만 75개시 중 전북 김제시 등 9개 지역과 86개군 중 76개가 초고령사회이다. 특히 13개 군의 노인 비율은 이미 30%를 넘겼다. 노인은 밥만 축내는 계층이 아니다.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주도층이다. 노인이 구매력을 가져야 소비 주도 역할을 한다. 노인이 연금으로 안정된 삶을 사는 모습을 목격해야 청장년층이 지갑을 연다. 연금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다. 노인이 지갑을 열어야 내수가 산다. 실버상품 소비가 늘고, 실버 공장이 돌아간다. 실버 분야의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승수효과까지 달아서 사회로 귀환한다.
  • 적립식 펀드로 상승세 증시 ‘막차’ 타볼까

    적립식 펀드로 상승세 증시 ‘막차’ 타볼까

    코스피지수가 14일 박스권 상단으로 여겨지던 2100을 돌파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지 못한다’는 주식시장 ‘격언’을 입증하듯 이날 시중은행과 증권사 영업점에는 “지금이라도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거냐”는 개미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김정호 신한은행 WM그룹 투자자문부장은 “하루 종일 두 가지만 강조했다”면서 “지금 주식 시장에 들어가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와 들어가게 된다면 어떤 상품에 눈길을 줘야 하는지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이 ‘주식 막차’를 노리는 개미들을 위해 가장 많이 권하는 상품은 적립식펀드다. 이영아 기업은행 PB사업부 과장은 “현재 주가 상승은 유럽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인한 유동성 장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업 실적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실적 장세와 달리 유동성 장세는 거품이 쉽게 빠질 수도 있어 적립식이나 분할 매수가 적절하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물론 “지수가 단기간 급등해 적립식펀드라도 지금 매입을 고려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황세영 한국씨티 강남CPC센터장)는 ‘신중론’도 있지만 “6월에서 9월 사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한번 출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이 등락을 거듭하는 횡보장에서는 적립식펀드가 유리하다”(김형리 농협은행 개인고객부 WM지원팀 차장)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적립식펀드에 처음 가입하는 초보자라면 채권혼합형 상품을 우선 선택할 만하다. 주식 투자 비중이 전체의 20~40% 수준으로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위험을 분산한 것이 특징이다. 원금 손실을 꺼리는 투자자들에게 제격이다. 이종혁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주식 비중이 20%인 적립식펀드에 투자해도 정기예금의 1.5~2배 수익률(연 3~4%)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많이 추천하는 적립식펀드는 국내 주식형의 경우 ‘한국투자롱텀밸류’, 해외는 ‘미래에셋소비성장펀드’다. 김 부장은 “한국투자롱텀밸류는 삼성전자(주식 비중 2%)를 비롯해 대형주 100곳에 분산 투자해 위험은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소비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펀드 가입 때 주의할 점도 있다. 펀드 설정액이 꾸준히 늘고 펀드 관리 매니저(운용역)가 자주 바뀌지 않는지 따져 봐야 한다. 펀드 운용 수익은 펀드 매니저의 자산운용 실력이 절대적이어서다. 이 과장은 “모 증권사 펀드 매니저는 실연을 당한 뒤 3개월 동안 펀드수익률 꼴찌를 기록한 적이 있다”며 “중소형사에서 좋은 수익률을 내는 펀드 매니저를 대형사에서 영입해 간 뒤 해당 펀드 실적이 곤두박질친 사례도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펀드 매니저 업계에서는 허남권 신영증권 부사장과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수익률 ‘고수’로 통한다. 펀드 설정액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 팀장은 “설정액이 1조~2조원에 이르는 펀드도 있지만 설정액이 크면 펀드 매니저가 세세하게 투자 종목을 관리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중소형주 위주의 펀드라면 설정액 500억~1000원 규모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과거 수익률만 맹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황 센터장은 “현재 각 펀드 수익률은 한두 달 전 지표로 시차가 있다”며 “펀드 수탁고가 늘어나면 늘어난 만큼 수익률이 올라가는 착시 현상도 존재해 수익률 분석은 전문가에게 요청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적립식펀드도 일반 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세(15.4%)가 면제된다. 하지만 3개월 안에 환매하면 수익률의 70%를 수수료로 부담해야 한다. 판매수수료(1~2%)와 해마다 운용사에 지급하는 운용수수료(1.2~1.5%)가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열린세상] 뿌리 깊은 나무/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뿌리 깊은 나무/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장그래’가 아직 있을까. 장그래는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의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열정, 정규 학벌이나 스펙에서 나올 수 없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드라마 속의 젊은이다. 미생, 비정규직 ‘장그래’의 열정은 회사 안에서 ‘우리 팀’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내고 급기야 과장급 정규직의 잠자는 열정까지 깨워 일으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감동과 낙관으로 끝을 맺었다. 우연히 길에서 제자 둘을 만났다. 한 제자는 애써 만든 영화가 상영관을 찾지 못해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고, 다른 제자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영상 제작을 했는데 자신의 열정이 마케팅의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바람에 일이 신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또한 장그래처럼 청춘의 기백을 잃지 않고 있었다. 열정, 자존심, 신바람. 내가 만난 제자들 그리고 장그래가 하고 있는 말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2015년 코리아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지고 있을 뿐 담아 줄 새 그릇이 없다. 창조와 혁신경제를 말하나 창조와 혁신의 열정을 담아 줄 그릇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헌 그릇에 자기 자신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혁신보다는 적응, 창조보다는 모방, 도전보다는 영합에 길드는 인간형이 재생산된다. 이제 조직에 대한 소속감은 없다. 중요한 일은 시키지도 않지만 맡을 생각도 없다. ‘나’만 있고 ‘우리’는 없다. 그들의 경제주의 논리대로라면 받는 돈보다 적게 일하는 것이 그 논리에 따르는 것이 된다. 소비주의 시대를 지배하는 소비 원칙은 지불한 비용보다 높은 효용을 맛보는 것이다. 그것을 소비자 잉여라고 한다. 이 원칙이 고용 차원에서도 적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면서도 헌신적이고 열정적이면서 정규직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젊은이들만 머리에 그리고 있다. 열정 자체를 감금해 버리고 있는 데 대해서는 생각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시급노동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사회에서는 열정이 나올 수 없다. 열정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계산과 타산은 열정의 무덤이다. 자격증 취득만 생각하는 교육은 내용과 의미 그리고 질문을 생략한다. 교육이 자격증 취득의 수단이 되면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는 깊이가 없게 된다. 자격증은 수단이고 자격증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과의 경쟁 그리고 외부와의 경쟁으로부터 보호막을 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모두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콘텐츠를 만드는 기반과 토대를 만드는 데 대해서는 단 한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자격증 발부와 자격증 관리 기관만 무성하다. 창조는 없고 관리만 있는 상태는 관료제 과잉으로 역사에서 도태되는 것을 보아 왔다. 창조경제를 얘기하려면 창조가 가능한 정신문화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손익 계산을 멈추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볼 줄 아는 눈을 키울 때 창조가 이루어진다. 가수보다는 작곡가를, 배우보다는 시나리오 또는 원작가라는 뿌리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통해 절감되는 급여보다는 한 인간이 조직 속에 기여하는 무형의 헌신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정할 때 창조경제의 정신문화 인프라가 만들어진다. 성공한 사람의 화려함보다는 실패의 과정과 경험을 높이 평가해 주는 사회가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사회다. 자격증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능력, 도전과 불굴의 정신을 가진 진정으로 우수한 자를 우수한 자로 인식할 수 있게 될 때 창조도 있게 될 것이다. 현실 세계 저 너머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인문학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는 것도 이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이 실용 학문으로 도배되면 실용이 실용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역설이 현실화된다. 기계와 인간의 차이는 인간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열정들이 결합하면 새로운 현실이 창조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과 조직 그리고 자신을 안고 있는 사회에 대한 깊은 신뢰에 바탕을 둔다. 장그래는 우리가 만나고 싶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청춘이다. 그런 청춘들이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을 때 대한민국 전체가 뿌리 깊은 나무가 될 것이다.
  • 장밋빛 증시 전망 사라졌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증권사들은 내년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기 바쁘다. 하지만 올해는 다소 달라 보인다. 눈높이가 낮아졌다. 투자 전략도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을 조언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는 평균 1847∼2200이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내놓았던 올해 예상 등락 범위 평균치(1921∼2345)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145포인트, 74포인트 낮다. 가장 낙관적으로 본 곳은 신한금융투자로 최고 2260선까지 내다봤다. 하단은 1870이다. 교보증권은 1750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상단은 2150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870∼2180, 하나대투증권은 1880∼2200, 신영증권은 1790∼2160을 각각 예상했다. 전체적인 특징은 낙관론이 줄었다는 점이다. 교보증권은 내년에도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 모멘텀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수출주의 부진이 예상보다 속도가 빠르다”고 전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자산배분팀장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려는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가 내년 주식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세계 경기회복에 힘입어 경기민감주가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줄어든 것도 2015년 전망 특징 중 하나다. 지난해 말만 해도 증권사들은 철강, 기계, 정유, 건설 등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낮은 경기민감 업종의 대형주가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를 낼 것으로 봤다. 증권사들은 내년 투자 유망 업종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거나 그룹 지배구조 및 정부 정책에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를 꼽았다. 우리투자증권은 고령화 진행 시 투자 매력이 커지는 배당주 및 소비주(홈쇼핑·편의점), 변동성에도 실적 개선 가시성이 큰 소프트웨어·생활용품주 등을 권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정치는 없이 정치인만… 무너지는 국가

    정치는 없이 정치인만… 무너지는 국가

    위기의 국가/지그문트 바우만·카를로 보르도니 지음/안규남 옮김/동녘/298쪽/1만 6000원 2016 미국 몰락/톰 하트만 지음/민윤경 옮김/21세기북스/368쪽/1만 6000원 #1.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그는 일찍이 “국가나 사회 같은 ‘위로부터’ 구원의 손길이 내려올 것이란 희망을 버려야 한다”고 선언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200년쯤 지난 오늘날 ‘공산당 선언’을 다시 쓴다면 어땠을까. 아마 이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하나의 유령이 지상을 배회하고 있다. ‘분노’라는 망령이….” ‘권력과 결별한 정치’, ‘국가 없는 국가주의’가 빚어낸 오늘날의 공허한 풍경인 셈이다. #2. 2010년 2월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조 스택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이어 텍사스 오스틴의 공항으로 차를 몰아 자가용 비행기에 몸을 싣고 조지타운 공항을 이륙한 뒤 몇 분 만에 미사일처럼 미국 국세청(IRS) 사무실로 돌진했다. 미국인 최초의 자살 폭파범으로 기록된 스택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불황 탓에 점점 수입이 줄어든 뒤 세금 체납으로 매일같이 정부의 조세 관리자에게 시달린 것만 제외하면 그랬다. 이듬해 6월에는 17년간 코카콜라의 배달기사로 일해 온 제임스 리처드 베론이 은행에서 단돈 1달러를 훔친 뒤 교도소행을 택했다. 지독한 관절염을 앓았으나 회사에서 해고된 뒤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탓이다. 베론은 교도소에서 비로소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랍도록 닮았다면 허언일까. “정치인은 존재하지만 정치의 역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두 석학의 일갈에 온몸이 전율에 사로잡힌다. 가장 주목받는 탈근대 사상가인 폴란드의 지그문트 바우만과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카를로 보르도니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을 수 없는 곤혹한 현실을 이렇게 단언한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를 목도했던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말이다. 무능한 대처로 국가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위기의 국가를 일컫는다. 저자들은 ‘국가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란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며 대담을 통해 오늘날의 위기를 진단한다. 국가 위기의 근본 원인은 권력과 정치의 분리에서 기인한다. ‘권력’은 일이 되게 하는 능력이고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능력인데, 현대사회가 이 둘을 이혼 상태로 갈라놓았다고 말한다. 재결합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가의 부재가 이데올로기마저 ‘민영화’시켰고, 포스트모더니즘이 무감각적 소비주의를 불러와 침몰 직전 비정상적 환희를 뜻하는 ‘타이타닉증후군’을 앓게 만들었다. 무능한 정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인, 정치제도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설명하기 위해 바우만은 전매특허인 ‘액체 근대’, ‘액체 사회’ 이론을 끄집어낸다. 오늘날의 사회적 불안을 끊임없이 변하는 성질을 가진 액체 개념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책은 “위기의 국가는 공공복지를 제공하고 보장하는 기구가 아니라 시민에 빌붙어 오로지 스스로의 생존만 신경 쓰는 기생충”이라며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정부 형태가 언제나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손쉽게 ‘후진성’에서 찾으려 했던 우리에게는 시사점이 크다. 모델로 삼고 달려온 서구의 ‘근대성’조차 우리가 해결하려던 비슷한 문제를 품고 있기에 이런 위기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경제·사회적 시스템과 결부된 장기적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만든다. 위기의 국가를 정조준한 책도 있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인 톰 하트만은 ‘2016년 미국 몰락’에서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해 온 미국이 ‘제4의 대폭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출이 늘고 세입이 바닥난 오늘날의 미국 정부가 고용보험, 의료혜택 같은 최소한의 사회복지조차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자조와 닮았다. 책은 미국의 역사를 되짚으며 향후 10년에 걸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80년 주기로 발생해 온 위기는 보스턴 차 사건으로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했던 1660년대부터 1770년대까지의 경제 악화(제1의 대폭락), 남북전쟁에 앞서 1857년에 일어난 경제불황(제2의 대폭락),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한 ‘검은 화요일’로 시작된 대공황(제3의 대폭락)으로 요약된다. 제4의 대폭락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난다. 미국 중산층은 1984년 이후 가장 가난하며 가구당 무려 130%에 이르는 빚을 떠안고 산다. 해법은 간단하다. 더 늦기 전에 과거의 폭락을 되짚어 보며 끔찍한 유혈사태를 불러왔던 재앙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교황 행복 10계명 공개, 이효리 “가장 와닿았던 항목은..”

    교황 행복 10계명 공개, 이효리 “가장 와닿았던 항목은..”

    가수 이효리는 최근 진행된 SBS ‘매직아이’ 녹화에서 ‘이 뉴스 봤어요?’코너를 진행하며 교황 행복 10계명을 소개했다. 이효리는 교황 행복 10계명을 차분히 읽어나간 후 “특히 9번째 항목인 ‘남을 개종시키려 하지 말자’는 말에 와 닿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효리는 “채식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채식을 하고 있는 것이 언론에 의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됐고 이 때문에 채식을 강요당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효리가 읽어 준 행복 10계명 중 한 항목에 대해 김구라 또한 폭풍 공감하며 자신의 사연을 화끈하게 털어놨다는 후문이다. 19일 화요일 밤 방송되는 ‘매직아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교황 행복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인생을 살고 타인의 인생도 존중하라. 2. 항상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살아가라. 3. 항상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라. 4. 소비주의에 빠지지 마라. 5. 주말은 가족과 보내라. 6. 부정적 태도를 버리자. 7. 젊은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자. 8. 평화를 위해 행동하자. 9. 타인을 개종시키려 하지 말자. 10. 환경을 보호하자.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열린세상] 인도에서 올 이웃들/이옥순 인도연구원장·연세대 연구교수

    [열린세상] 인도에서 올 이웃들/이옥순 인도연구원장·연세대 연구교수

    7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다. 1987년 국제연합이 세계 인구가 50억명이 넘은 걸 기념해 지정했다. 그동안 세계 인구는 60억명을 넘겼고, 올해 70억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에 거주하고, 20% 이상이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 산다. 남아시아의 대국인 인도는 세계 인구의 17%를 차지해 인구 대국으로도 상위를 기록한다. 자, 주변을 둘러보시라. 여러분 주변의 6명 중 1명이 인도인이다. 인도는 1871년부터 10년마다 인구조사를 실시해 왔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11년의 센서스는 인도의 인구가 12억명을 넘겼다고 알려줬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덧 13억명에 육박한다. 1951년 인구가 3억 7000만명이었으니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뒤 60년간에 3배 이상 증가했다. 가히 폭발적이라고 말해도 좋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인도가 조만간 1위인 중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인구 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이미 나왔다. 인도의 인구에 대한 통계는 언제나 장삼이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2014년 5월에 치러진 총선의 유권자는 8억 1000만명으로 그 가운데 5억 5000만명이 투표했다. 인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갠지스평원의 우타르프라데시에는 세계 5위의 인구 대국 브라질과 비슷하고 아프리카대륙의 전체 인구보다 많은 2억명이 거주한다. 1억 이상의 주민을 가진 주가 3개, 6000만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주는 10개나 된다. 1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도시도 50개가 넘는다. 인구 5000만명인 우리나라에 견줘 보면 인구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인구는 다다익선이 아니다. 많은 인구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에 큰 부담이 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으니 전진에도 역기능적이다. 그래서 인구가 많은 인도에는 글을 읽지 못하거나 다음 끼를 걱정하는 빈곤층의 절대적 인구가 아직 많다. 2011년의 한 통계는 가구의 56%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나 77%가 화장실이 없다고 알려준다. 지난 20년간 발전 가도를 달렸으나 여전히 인도인의 기대수명이 낮고 유아 사망률은 높다. 그렇다고 인도의 많은 인구가 다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인구를 20세기의 잣대로만 파악할 수는 없다. 출산율의 저하와 노령인구의 증가라는 세계적 추세가 지구촌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출산율을 높이는 혁명적 조치가 필요한 우리나라 등 일부 선진국의 속사정은 인도 인구를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인도에서는 지금도 1분마다 51명이 태어난다. 중요한 것은 인도가 이상적인 인구구조를 가졌다는 점이다. 2011년 인도 인구의 50%가 25세 이하로 젊은 사람이 아주 많다. 35세 이하의 인구도 65%나 된다. 총인구의 평균나이는 28세로 팔팔한 청년이다. 중국의 평균나이가 38세, 일본이 44세인 걸 고려하면, 인도 인구의 상대적 젊음이 도드라진다. 당연히 일하는 인도인의 나이도 젊다. 우리나라는 1990년 평균나이가 30살이 안 됐으나 2013년엔 39세로 중국과 비슷하고 일본을 닮아간다. 인도의 젊은 인구는 노동력의 원천이자 성장의 동력이다. 더욱이 18~25세 인구가 우리나라의 4배이고, 19~20세 인구도 1억명이 넘는다. 인도가 21세기에 경쟁력을 갖는 건 서구 선진국이나 중국보다 젊은 인구의 비율이 높은 데서 나온다. 일할 인구가 부족하고 부양할 인구가 증가하며 외국노동자의 비율이 늘어가는 우리나라에서 인도에서 온 ‘이웃’을 둘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른다. 인구가 많은 건 소비시장의 주체가 크다는 뜻도 있다. 인도의 대표적 문화산업인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매일 1500만명이 영화를 관람하고 연간 40억장의 티켓이 판매된다. 관객 1억명 돌파를 크게 축하한 우리와 비교해 그 덩치를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젊은이들은 경제성장의 여파로 소비주의의 세례를 받으며 자라서 새롭고 진기한 것에 끌리고 뭐든 소비할 태세다. 앞으로 그들을 무시하고 세계의 미래를 말할 순 없으리라. 인구만으로도 21세기의 인도는 주목의 대상이다.
  • “자본주의는 소비욕 먹고 크는 기생체제”

    “자본주의는 소비욕 먹고 크는 기생체제”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지그문트 바우만 지음/조형준 옮김/새물결/320쪽/1만 7500원 정상화, 민영화, 신용사회, 복지국가, 빅브라더…. 지겨울 정도로 많이 쓰는 말이다. 일부는 민감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상화’는 나쁜, 항상 잠재적으로 위험천만한 방식들로 돌아가려는 전조”라거나, “미국 레이건과 영국 대처가 민영화와 규제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전 세계에 파국적인 결과가 밀어닥친”이라거나, “국가가 가난에 관심을 갖는 목적은, 그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규율하기 위해”라는 쓴소리가 툭툭 튀어나온다. 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79)이 멕시코 출신 사회학자 시트랄리 로비로사 마드라조와 나눈 대담집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Living On Borrowed Time)에서다. 최근 번역돼 나온 이 책에 언급된 단어로만 보자면 지금 이 순간을 진단한 것인가 싶다. 근데 이 책은 2009년에 나왔다. 그렇다면 바우만은 예견자인 것인가. “그 정도로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놀라운 통찰력으로 과거와 현대의 결을 명확하게 파악했다”가 맞다. 바우만은 2008년에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월스트리트 붕괴와 세계금융위기를 중심에 두고, 역사적 관점인 씨줄과 사회학적 분석인 날줄을 엮어 자본주의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바우만은 자본주의를 “본질적으로 기생적인 체제”라고 규정했다. 자본주의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방법이라는 신념이 만연하지만 정작 자본주의는 “문제를 만들어낼 때 최고의 상태”를 유지한다. 숙주가 소멸하면 새로운 숙주를 발견하는 “놀랍도록 기발한 재주를 가진” 기생체다.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종말의 신호가 아니라 숙주가 희미해졌다는 의미일 뿐이다. 바우만에 따르면 위기를 거친 21세기의 숙주는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주의적 욕망’이다. 시민들은 ‘고객’이 되고 여행객과 병원 환자들은 ‘손님’이 된, 소비자사회다.바우만은 2006년 미국에서만 성형수술이 1100만 건이나 이뤄진 것을 소비자사회의 전형으로 꼽으며 성형 업계 종사자 버금가도록 꼼꼼한 설명을 풀어낸다. 요약하면 이렇다.“얼굴 하나만 해도 병원은 주름 제거, 광대뼈 이식, 코 수술, 처진 눈꺼풀 올리기를 요구한다. 얼굴이 괜찮다 싶으면 가슴을 살핀다. 치료 후를 먼저 보여주면서 결함을 인식하게 하고 치유가 필요한 것처럼 강박증을 불러일으키면서 소비를 부추긴다.” 자본주의의 또 다른 숙주는 ‘신용’이다. 뚜렷한 직업이 없는 젊은이들도 신용카드를 몇 장씩 소지하면서, ‘주체적으로 노동하는 건강한 삶’ 대신 ‘빌려온 잉여적 삶’을 살도록 한다고 분석한다. ‘신용 착취’ 사회에서는 노동과 노동자 관리를 목적으로 했던 국가와 정치의 역할도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의 소위 ‘진보 정치’는 이에 대한 향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아무런 진전도 보일 수 없다”고 진단한다. 바우만은 복지국가, 종교, 성과 사랑 등 주제를 전방위적으로 옮기고, 각종 이론과 모델을 끌어 접목하면서 풍성하게 지력을 펼친다. 바우만 이론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하다. 내용은 매우 흥미롭지만, 이따금 다소 어려운 해석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두번 세번 되짚으면 의미가 와닿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다윗과 골리앗(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수세기에 걸쳐 수없이 벌어진 전쟁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전투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아닐까. ‘1만 시간의 법칙’ ‘티핑 포인트’ 등 새로운 경제학 용어를 만들며 피터 드러커를 잇는 경영사상가로 평가받는 저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빗대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을 엮어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약자가 강자를 어떻게 이기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밀리언셀러 작가는 통찰력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상은 거대한 골리앗이 아니라 상처받은 다윗에 의해 발전한다는 것이 글래드웰의 메시지다. 350쪽. 1만 7000원. 왜 책을 만드는가?(맥스위니스 엮음, 곽재은·박중서 옮김, 미메시스 펴냄)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문학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문학계간지 ‘맥스위니스’의 책 만드는 과정을 작업자들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책. 출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작가 발굴은 물론 정형화되지 않은 문학의 스타일을 모색해 미국 문학계에 어떻게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맥스위니스’ 1호부터 31호까지, 그리고 그 외의 정기간행물이나 단행본을 작업한 사람들을 모아 책 만들던 당시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작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어떤 성취감을 맛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노하우와 출판철학도 엿볼 수 있다. 408쪽. 2만 6800원. 편의점 사회학(전상인 지음, 민음사 펴냄) 세븐일레븐의 올림픽선수촌점 개점으로 24시간 편의점이 상륙한 지 25년. 하루 평균 880만명이 방문하고 하루 거래금액이 356억원에 이른다. 대한민국은 이제 편의점의 발상지인 미국은 물론 최대 발흥지인 일본과 타이완을 제치고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 등극했다. 공간의 문화사회학을 통해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한국인의 의식을 조명하는 데 힘써 온 저자는 우리의 일상 한복판에 파고들어, 피할 수 없는 첨단의 화두가 된 편의점의 실체를 사회학자의 눈으로 파헤친다. 편의점의 개념과 역사에서부터 소비주의 사회의 첨병이자 합리주의 화신인 편의점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사회양극화와 공존하는 편의점은 어느 측면에서 현대 한국사회의 축도이자 도시생활의 단면이라고 분석한다. 216쪽. 1만 6000원. 세기(알랭 바디우 지음, 박정태 옮김, 이학사 펴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극작가, 소설가, 정치활동가인 알랭 바디우가 ‘20세기’라는 주제어를 놓고 진행한 13개의 강연 모음집이다. 시, 철학적 단편, 연극 등을 통해 20세기 사유의 흔적을 탁월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20세기에 대한 지배적인 담론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 스탈린의 폭정 등 역사적인 만행에 대해서 선고를 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듯하지만 그보다는 실재에 대한 열정이 20세기를 관통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만델스탐, 브레히트, 페소아, 레닌, 마오쩌둥, 말레비치, 프로이트 등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들, 정치가들, 사상가들이 바로 실재에 대한 열정의 증인들이다. 그들이 생산한 자료를 하나씩 검토하면서 세기가 스스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탐구한다. 324쪽. 1만 8000원.
  • 다시 그린다 다시 말한다 다시 중국을

    다시 그린다 다시 말한다 다시 중국을

    연간 1조원이 넘는 미술시장을 품은 중국. 타이캉루, 와이탄, ‘M50’과 같은 예술 특구에선 젊은 작가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활동하고 있다. 전통 가치와 시대정신을 아우른 작품들은 체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JJ 중정갤러리’는 ‘스테이지 팩토리’와 손잡고 다음 달 7일까지 중국 청년 작가들의 ‘일이삼사오’전을 이어 간다. 전시에는 천훙즈, 천줘, 황민, 장화쥔, 뤼옌, 천예, 송위안위안, 샤오저뤄 등 8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중국 최고 미술 명문인 중앙미술학원 출신이다. 작품들은 국내 갤러리들이 미술시장 활황에 힘입어 중국 작가들에 목매던 2007~2008년 그림들과는 사뭇 다르다. 더 이상 냉소주의, 정치주의, 소비주의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다원적 사유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숫자 1이 숫자 3을 대신할 수 없고, 1부터 시작한 숫자가 무한대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과 같다. 갤러리 측은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30, 40대 청년 작가 가운데 고유한 시각과 언어를 꾸준히 연마한 작가들의 작품만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대미술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회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회화를 기술이 아닌 언어로 소화한 덕분이다. “회화가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중국어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논리와 별반 다를 것 없다”며 모국어와 미술을 동일시했다. 아크릴판에 아크릴 염료로 그림을 그리는 천훙즈는 ‘요양원’ 시리즈를 통해 심리적 치유나 도덕적 개선이 필요한 위태로운 인물들을 표현한다. 반면 천줘는 회화에 어떤 정치적 소견이나 사회적 관점도 담지 않았다. 밝고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어두움을 음미한다. 황민은 2005년부터 선보인 중국 산수화 시리즈를 통해 전통문화와 단절된 중국인들을 표현한다. 난간에 기대어 멀찌감치 떨어진 산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서다. 장화쥔은 ‘떠다니는’시리즈에서 사색에 잠긴 알몸의 남성을 등장시켜, 젊음의 외로움과 사색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중국인 큐레이터 샤옌궈는 “중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회화는 유쾌하게 가꿔 나갈 수 있는 언어다. 관객들과의 농익은 소통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낙엽 떨어지는 오솔길이 아니라도 좋다. 이 무렵 맑은 하늘과 마주하는 어느 곳에서나 일상인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삶이란 무엇이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은 또 뭔가.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에서처럼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개인 또는 가족의 행복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행복은 무엇이며, 우리 시대의 목소리가 된 국민행복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국정감사장은 행복한지 모르겠다. 또 기업들은 추수하는 들녘처럼 행복한가.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서, 근로자들은 일터에서, 군경은 그들의 임무에서 행복한가. 한때 갈등이 고조됐던 지역들은 지금 행복한가. 보통사람들이라면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힘들어도 그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행복을 꿈꾸며 살아 온 일상에서 누적된 경험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간혹 천신만고 끝에 바라던 꿈이 이뤄졌을 때 행복을 얘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첫아이를 가슴에 품은 한 부부가 큰 행복에 겨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류의 행복은 갈증을 추겨 주는 한 모금의 물과 같아서,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목마름이 찾아온다. 인생의 행복은 흔히 부귀영화, 건강, 성취욕에 연계된 것들이지만 어느 하나 장구한 것 없으니 그것을 잡으려는 치열한 생존경쟁이란 실로 바람을 잡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추구는 포기할 수 없는 인권의 핵심이요, 기본권 중 기본권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나 사회공동체라면 그 구성원들의 행복한 꿈 실현에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옳다. 문제는 무엇이 참된 행복이며, 그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오늘날 국민행복과 관련된 정책들은 주로 의식주와 건강 등 삶의 외부적 조건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것은 기껏 삶의 부피와 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행복은 삶의 질과 직결된 것들이다. 물론 물질문명과 소비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은 이 삶의 질조차 양적 크기로만 저울질하는 데 길들여 있다. 그러나 참된 삶의 질은 삶의 뿌리와 내면, 인간 심성의 속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눈먼 소비주의는 알지 못한다. 근원적으로 인격의 정신적 즐거움은 선을 사모하는 마음, 진리를 기뻐하는 정신,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열정, 거룩함을 닮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삶의 공동체가 죄악으로 무너지고, 불의 때문에 파괴되며, 추함으로 갈등하고 더러움으로 타락할 때 실로 우리는 행복의 문 저밖에 버려진 셈이다. 물론 사회구조는 상당한 자생력과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과 윤리, 법제도와 보이지 않는 질서들까지도 우리네 삶을 고비마다 추슬러 주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공동체의 틀은 어느 정도의 불법이나 일탈을 견딜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행복을 갉아 먹는 불의나 갈등이 범람하면 비록 우리네 국가적·사회적 삶 자체가 해체되는 건 아닐지라도 그 삶의 질은 형편없이 피폐해 버린다는 점이다. 만약 선과 진리, 미와 성결에 대한 각자의 의지와 상호 간의 신뢰가 약화하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은 깊어지고, 공동체적 삶은 온전함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행복은 표면적으로 공표되는 통계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삶의 질과 그에 대한 현실적인 체감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라’처럼 우리네 삶의 긍정적 미래전망에 대한 기대와 신뢰, 그리고 사랑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인 신뢰와 사랑이 없다면 국민행복은 정치적인 신기루에 불과하다. 광야 같은 세상을 지나는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시공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오아시스이지, 결코 바람을 잡는 것 같은 추상적 유토피아가 아니다.
  • 나홀로 가구 소비여력 3~4인 가구보다 두배

    나홀로 가구 소비여력 3~4인 가구보다 두배

    1인 가구의 소비 여력이 3~4인 가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등의 부담 없이 여행 등에 혼자 쓰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20대 후반∼40대 초반의 500가구(1인 가구, 3~4인 가구 각 250명)를 대상으로 소비성향을 조사한 결과, 1인 가구의 월소득 중 ‘가처분소득’의 비중이 32.9%로 3~4인 가구의 17.2%보다 높았다고 17일 밝혔다. 가처분소득을 월평균 금액으로 따지면 1인 가구는 80만 5000원, 3~4인 가구는 73만 5000원이었다. 월 주거비용은 3~4인 가구(55만 5000원)가 1인 가구(40만 6000원)보다 15만원가량 더 들었지만, 수입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인 가구(27.8%)가 3~4인 가구(18.5%)보다 높았다. 1인 가구는 주거비 부담이 높지만, 양육이나 가족부양 등에서 자유로운 까닭에 ▲자기지향(Self) ▲온라인지향(Online) ▲저가지향(Low Price) ▲편리성지향(One-stop) 등의 특징을 보인다고 상의는 분석했다. 영어 머리글자로 보면 ‘솔로’(S.O.L.O)다. 1인 가구는 향후 지출을 늘릴 항목으로 여행(41.6%·복수응답), 자기계발(36.0%), 레저·여가(32.8%), 건강(32%) 등 순으로 꼽았다. 또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제외한 패션·의류(63.6%), 가전(53.2%), 신발·구두(52.8%), 화장품(52.0%) 등 대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1인 가구가 뚜렷한 특징을 지닌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이통사 “50 ~ 60대 잡아라” 서비스 경쟁

    이통사 “50 ~ 60대 잡아라” 서비스 경쟁

    50대 이상 고객을 바라보는 이동통신사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좇는 20~30대에 가려진 ‘2등 고객’이었던 노인들이 ‘액티브 시니어’ 바람과 함께 최근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음성통화를 주로 쓰는 노인 고객들이 최근 저렴한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자 서비스의 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도 작용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최근 노인 전용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달 22일 노인 전용 단말기 ‘갤럭시 골든’을 출시했다. 국내 첫 폴더형 스마트폰으로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홈 화면을 단순화한 ‘이지모드’, 체중 관리·만보계 등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S헬스’ 기능을 갖춰 중장년층 이용자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특히 KT는 제조사에 요청해 대부분 국내 출시 단말기에 글자크기 확대 등 ‘실버 전용 기능’이 포함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KT는 TV광고도 중장년층과 젊은 층을 함께 겨냥했다. 한진희, 이혜숙 등 MBC주말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 출연하고 있는 중견 배우들을 ‘2배 혜택’ CF 모델로 기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SKT는 이날 보건복지부와 ‘스마트 실버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T실버 서비스’를 출시한다. 노인들이 휴대전화 초기화면에서 복지부가 개발한 의료·복지·안전 애플리케이션(앱)을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지난 11일에는 50~60대 고객을 위한 ‘브라보 행복 프로그램’도 내놨다. 스마트폰을 1년 이상 사용한 VIP 및 골드 고객에게 5만원 상당의 가죽 케이스를 무료로 바꿔주고, 영화관람도 지원한다. LG유플러스는 치매 환자 및 고위험자를 위한 앱 ‘브레인닥터’를 태블릿PC를 통해 독점공급하고 있다. 또 이통 3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손잡고 ‘어르신 전용 모드’ 도입, 지정회선 통화요금 할인 등도 추진한다. 이통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노년층 가입자들의 소비 성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관성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요금제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움직임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KT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실버요금제 가입자는 37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특히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는 1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KT 관계자는 “100세 시대를 맞아 최근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고 있다”며 “경제력·정보력을 가진 어르신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이통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분석했다. 알뜰폰의 약진도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이통사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사이 알뜰폰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노인·주부·청소년층을 흡수하며 지난달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SKT 관계자는 “어르신 전용 서비스는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노년층 등 다양한 계층의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것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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