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民서비스 개선제도 겉돈다
행정기관들이 대민(對民)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잇따라 내놓은 각종 제도가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다.특히 중앙행정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 헌장’을 도입하고 있지만 정부안에서조차 미흡한 점이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억울한 일을 당한 시민의 민원을 해결해주겠다며 얼마전 ‘서울신문고’를 개설했다.그러나 시민들의 어려움을 앞장서 풀어주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민원을 다른 기관으로 떠넘기기 일쑤다.서울시 교육청이 운영하고있는 ‘옛 스승을 찾아드립니다’도 마찬가지다.이 창구를 통해 옛 스승을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전화로 부동산 관련 서류를 발급해준다는 서울지방법원의 ‘부동산 등기부등본 자동 예약 서비스’는 전화 연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같은 데도 각 행정기관은 ‘친절 서비스 헌장’을 채택하는 것이유행이 되고 있다.서비스 헌장이란 서비스의 기준과 절차를 정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보상을 하는 제도다. 1일까지 기획예산위원회와 행정자치부,경찰청,소방관서,관세청,철도청,특허청,노동부,정보통신부,국립의료원 등 10개 기관,12개 분야에서 헌장을 제정했다.이어 전 중앙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입법부,사법부,공기업,산하기관등에서 단계적으로 헌장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서비스 헌장은 정부 부처 안에서조차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최근 헌장을 제정하기 위해 다른 기관들이 기존에 내놓은 헌장을 집중 검토한 한 부처는 ‘미비한 점이 많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토 결과 경찰 서비스 헌장은 구속력있는 실천의지가 결여되어 있고 국민에 대한 친근감이 미흡했으며,소방 서비스 헌장은 잘못에 따른 구속력이 없었다.세관은 청렴 약속을 헌장에 반영하지 않았고,철도청은 ‘국민’이 아닌 ‘고객’에만 국한됐다.특허청은 일상적·기본적 의무를 새로운 것인양 열거했고,노동부도 일상적인 업무처리기준을 나열했다.우편은 구속력있는 행동강령이 미흡했고,국립의료원은 병원의 생명인 친절의 표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민원인들의 불만은 한결같다.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서비스헌장을 제정했음에도 민원처리의 어려움은 전과 같다는 것이다.한 민원인은 “새로운 제도를 채택한 뒤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대하는 겉모습이 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웃으면서 민원을 떠넘기는 모습에서 불쾌감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커졌다”고 털어놓았다.朴先和 徐東澈p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