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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축구 K리그 올해 매출 575억 감소할 듯

    프로축구 K리그 올해 매출 575억 감소할 듯

    코로나19로 개막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는 국내 프로축구 K리그의 올해 매출액 감소가 57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4일 서울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열린 주간 브리핑을 통해 올해 연맹과 K리그1 12개 팀, K리그2 10개 팀의 매출액 감소 예상치를 공개했다. 개막 지연으로 38라운드 전체 일정을 100% 소화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27라운드(22라운드+스플릿 5라운드) 체제를 기준으로 삼아 계산이 이뤄졌다. 연맹이 각 구단에 요청해 취합한 수치를 합산했다. 이에 따르면 연맹은 후원사 광고·라이선싱(연맹 로고 및 명칭 사용) 수입·중계권 수입에서 57억원의 매출 감소를 예상했다. K리그1 구단의 경우 광고와 입장권 수입이 줄면서 전체 464억원, 구단별 평균 38.7억원의 손해가 점쳐졌다. K리그2는 전체 54억원, 구단별 평균 5.4억원의 매출 하락이 추산됐다. K리그1 1개 팀, K리그2 1개 팀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이 팀들은 각 리그 평균치로 계산됐다. 리그 일정 축소로 인해 수당 지출이 줄어드는 부분도 있다. 지난해 38라운드 기준 수당 지급 총액은 157억원인데, 올해 27라운드로 치러지면 47억원 정도의 지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연맹 관계자는 “올해 매출 감소 예상치는 지난해 매출액 3719억원의 15.4%에 해당한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불황이 이어져 모기업 경영 수지가 악화하면 후원액도 더 줄어 구단 매출액이 더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와 17개 시도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전국스포츠클럽협의회는 이날 ‘체육인 호소문’을 내고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체육계 종사자를 위한 국회·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 체육계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영세시설과 업체에 대한 한시적 임대료 인하, 미집행된 체육 예산의 영세 체육인 지원, 철저한 방역을 전제 조건으로 한 스포츠클럽의 제한적 개장 허용 등을 지원 방안으로 들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국내 체육계 SOS “코로나19에 생계 위협…지원 요청”

    국내 체육계 SOS “코로나19에 생계 위협…지원 요청”

    대한체육회,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전국스포츠클럽협의회 합동 호소문체육계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국회·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대한체육회와 17개 시·도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전국스포츠클럽협의회는 14일 ‘체육인 호소문’을 내고 체육계 종사자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체육회와 단체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체육인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특히 민간 체육계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호소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집단 감염 방지를 위해 한시적 운영 중단이 권고된 시설은 전국 2만 4000여 곳이며, 100여개 공공스포츠클럽 등도 휴장했다. 이들은 “휴장이 지속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체육계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국회와 정부에서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체육시설을 비롯한 영세시설과 업체에 대한 한시적 임대료 인하, 미집행된 체육 관련 예산의 영세 체육인 지원 등을 제시했다. 체육회와 단체들은 또 “일상적인 면역력을 증진하려면 꾸준한 스포츠 활동이 필요하다”면서 “발열 체크, 방역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스포츠클럽에 대해 제한적인 개장을 허용해달라”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차별화된 메뉴 ‘베트남 음식점 르번미’

    차별화된 메뉴 ‘베트남 음식점 르번미’

    국내 외식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메뉴와 차별화된 점을 가지고 있는 외식업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 베트남 음식점 르번미 이촌점이 지역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르번미 김상춘 대표는 “차별화된 맛을 추구하면서 누구나 선호하는 새로운 음식 문화의 상징이 되고자 기존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메뉴 구성과 캐주얼한 매장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르번미의 음식과 요리가 다른 베트남 음식점과 차별화되는 점은 자극적이지 않은 맛의 균형이다”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1년여 간의 메뉴 테스트를 거쳐 만든 모든 메뉴는 미묘한 맛의 차이도 놓치지 않으려는 개발자의 열정을 담아 재료 선정부터 조리 방식에 이르기까지 맛의 밸런스(Balance)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르번미는 다른 쌀국수 음식점과는 차별화된 메뉴로 쌀국수 뿐만아니라 반미 샌드위치를 대표메뉴로 내놨다. 김 대표는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기에 충분히 매력 있는 메뉴라 생각했고, 오픈 전 메뉴 개발 때부터 반미 샌드위치를 쌀국수와 함께 메인 메뉴로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분레’(토마토 쌀국수)를 개발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김상춘 대표는 “외국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토마토가 들어 있는 해산물 쌀국수에는 향신료 특유의 향은 강하지 않으면서, 고기 육수에서 느끼지 못한 깔끔한 맛이 너무나 신선했다”며 “그때의 맛을 떠올리며, 이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감칠맛을 더해 ‘분레’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르번미는 맛의 독창성을 주체로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또 독창적인 맛의 유지를 위해 엄선된 재료들을 각 매장에 유통되기까지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르번미는 2015년 7월 동부이촌동 본점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2개의 직영점과 8개의 가맹점, 총 10개의 매장을 확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위기의 통합당…‘폭주냐 견제냐’ 슬로건 바꾸고 읍소 전략

    위기의 통합당…‘폭주냐 견제냐’ 슬로건 바꾸고 읍소 전략

    황교안·유승민 손잡고 “대한민국 살려달라”수도권 집중…김종인 “조국이냐 경제냐” 미래통합당은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4·15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참패 위기감이 높아지자 12일 “집권 여당의 폭주를 막아달라”며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전체 253개 절반에 가까운 121개 의석이 수도권에 걸렸는데, 이번 선거에서 지난 20대 총선에서 건진 의석 수보다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팽배한 상황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통합당의 수도권 의석은 122석 중 35석이었다. 이에 벼랑끝 위기감에 휩싸인 통합당은 총선 사흘 전인 이날부터 투표일 직전까지 ‘72시간 투혼 유세’에 돌입했다. 선봉에 나선 황교안 대표는 투쟁 결의를 다지듯 ‘경제 회복’을 적어넣은 핑크색 머리끈을 동여맸다. 통합당은 이날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대국민 호소’ 서울 지역 합동유세에서 “폭주를 막을 견제의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통합당은 호소문에서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고 폭주를 계속하는 것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야당에 이를 견제하기 위한 힘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로 규정했다. 이어 “아직 많이 모자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총선 직후 더 크고 더 근원적인 혁신에 매진하겠다”며 “기회를 주면 뼈를 빻고 몸을 갈아서라도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겠다”고 ‘분골쇄신’을 다짐했다. “통합당 아닌 대한민국 살려달라”그러면서 “통합당을 살려달라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려달라는 것”(나경원 후보), “대한민국을 살려달라. 통합당이 견제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낭떠러지로 떨어진다”(오세훈 후보) 등 ‘눈물 호소’도 이어졌다. 황 대표와 유승민 의원도 합동유세에서 손을 잡으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합쳐 통합당을 만든 뒤 첫 만남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26일 황 대표의 단식투쟁 농성장을 유 의원이 찾고 나서 만남이 없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정말 겪어보지 못한 ‘문재인 독재’가 시작된다”며 “이 독재를 막을 수 있도록 통합당에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통합당 중앙선대위는 ‘바꿔야 산다!’이던 총선 캐치프레이즈를 이날부터 ‘폭주냐! 견제냐!!’로 바꾸기도 했다. 통합당 선거운동을 총지휘하는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분법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여권의 상징적 인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수도권에 올인…‘반 조국 투표’ 독려그는 “조국을 살릴 거냐,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거냐”고 되묻는가 하면 “조국이 마스크를 쓴다고 윤석열(검찰총장)로 변하지는 않는다”고 비유하는 등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날은 조 전 장관 지지세력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빗대 “‘조국 바이러스’를 뽑아내야 한다. 이 조국 바이러스와 밀착된 사람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윤 총장을 조국 바이러스들이 자꾸 건드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투표용지에서 ‘더불어’와 ‘민주’라는 두 글자는 절대로 읽지 말라. 그거만 빼고 투표하면 된다”며 지지층의 적극적인 ‘반문(반문재인)·반조국 투표’를 독려했다. 통합당은 이날 김 위원장을 비롯해 황 대표와 유 의원, 박형준 공동 선대위원장까지 지도부가 서울·경기 유세에 총출동했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도 수도권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2차 세계대전 후 최대 위기, 고용대책 꼼꼼히 제시해야

    국제노동기구(ILO)가 최근 “세계 노동자의 81%가 코로나19로 일자리 위협을 받아 올 2분기엔 전 세계적으로 1억 9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한 보고서를 냈다. ILO 진단은 미래의 일을 경고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최근 2~3주 사이 약 1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영국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10배나 늘었고 프랑스, 스페인 등은 매주 100만명 안팎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은 이미 고용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말에는 60대 고용 증가 등으로 고용이 30만명을 넘어서기는 했지만 40대 고용절벽이 나타나는 등으로 우려가 컸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신규고용이 나빠지고 있다. 항공·여행업·숙박업·제조업 등에서 해고와 폐업의 위험이 높다. 대한항공은 1만 9000명의 직원에 대해 6개월간의 휴직을 결정했고, 이스타항공은 300명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가 하루 2000건 안팎으로 늘었다. 영세사업장의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은 소리 소문 없이 실직하고 있다. 마침 기획재정부는 어제 고용노동부, 문화체육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정부서울청사에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고용유지대책’ △해고된 노동자들을 위한 ‘실업대책’ △공공과 민간에서의 긴급 일자리 창출 △실직자를 위한 ‘생활안정대책’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유럽처럼 정부가 기업에 2개월간 해고를 금지토록 하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지난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보다 높아 다행이지만, 2분기를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141조원 규모의 코로나 대응 패키지를 내놓고, 한국은행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지만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때문에 한은이 어제 기준금리를 0.75%에서 동결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은이 더 적극적으로 비상경제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 위생장갑 끼고 한표 행사… ‘마스크’ 안 쓰면 임시기표소서 투표

    위생장갑 끼고 한표 행사… ‘마스크’ 안 쓰면 임시기표소서 투표

    기호·이름·정당 표시 복장 착용은 제한 투표장 내 ‘인증샷’ SNS 상 게시 안 돼이번 4·15 총선 사전투표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우려가 큰 만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마스크 착용을 최우선으로 권장하고 있다. 단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투표를 할 수 없다’는 등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현행법상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감염병 예방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헌법이 보장하는 투표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9일 “마스크를 안 썼다고 해서 투표를 막을 수는 없다”며 “법적 근거를 둔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투표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마스크를 안 쓰고 오면 발열이 있는 유권자들을 위해 마련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하게 하거나 투표소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기표소에서 투표하게 한 후 주변을 소독하는 방법을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려면 일부 투표절차를 멈춰야 할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마스크 착용 권고 외에도 다양한 코로나19 감염 예방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 투표소 입구에서 체온이 37.5도 미만이면 입장해 위생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게 된다. 만약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나타나면 별도 설치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사소한 실수도 유의해야 한다. 사전투표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선거에 직접 출마한 후보자나 캠프 관계자들이 선거운동 복장을 그대로 입고 투표장을 찾는 것인데 이는 선거관리위원회 적발 대상이다. 투표장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표소 내에서 찍은 투표용지를 인증했다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5G가 코로나19 전파한다?…전 세계 휩쓰는 ‘인포데믹’

    5G가 코로나19 전파한다?…전 세계 휩쓰는 ‘인포데믹’

    전 세계를 휩쓰는 유행병 뒤에 거짓 정보가 뒤따르는 역사가 21세기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른바 ‘인포데믹’, 즉 거짓 정보가 유행병처럼 퍼지는 현상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의 정치인들은 코로나19 음모론에 편승해 사람들의 불안과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인포데믹이 기승을 부린다면서 코로나19의 대표적 음모론이 생물무기라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생물무기 음모론은 코로나19 위기가 미중 패권 경쟁과 맞물리면서 널리 퍼졌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병했다는 점을 들면서 중국의 생물무기라는 주장이 한때 제기됐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은 지난 2월 중순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인근의 생화학 실험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은 도리어 미국에게 음모론 폭탄을 던졌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월 12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주장 모두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19 생물무기 음모론에 뛰어든 정치 세력이 등장했다. 이탈리아에서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중국이 박쥐와 쥐로부터 ‘슈퍼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면서 중국의 생물무기 음모론에 살을 붙였다. 반면 반미 성향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생물무기라고 선동했다. 러시아 친정부 매체들은 미국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코로나19를 만들어냈다는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고 WP는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코로나19 음모론은 끊이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그림자 정부가 전 세계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코로나19를 퍼트렸다는 가짜뉴스, 빌 게이츠가 제약회사를 대신해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는 음모론, 코로나19 환자를 헬리콥터에 태워 전파하고 있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휩쓸었다. 남미에서는 코로나19가 에이즈를 퍼뜨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루머가 돌았고, 이란의 친정부 단체들은 코로나19를 서방의 음모로 묘사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전파를 타고 코로나19가 퍼진다는 황당한 소문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됐고, 5G 기지국에 불을 지르는 방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전염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전염을 더욱 확산시키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살균한답시고 분무기를 입 가까이에 대고 소금물을 뿌려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전염병에 관한 거짓 정보가 증오로 이어지는 어리석음을 인류는 여러 차례 저질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흑사병이다.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 갔을 당시 유대인이 병을 퍼뜨렸다는 믿음이 퍼지면서 유럽 곳곳에서 유대인들이 학살당했다. WP는 “음모론은 또 다른 음모론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며 “음모론은 환상에 불과하지만, 보건당국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해 전염병을 더욱 퍼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최대 20% 할인’ 서울사랑상품권, 코로나 뚫고 1300억원 완판

    ‘최대 20% 할인’ 서울사랑상품권, 코로나 뚫고 1300억원 완판

    17일 만에 조기 소진… 10% 할인은 계속 백화점·대형마트 제외 18만곳 가맹 이점 자치구서 ‘지역 살리기’ 위해 단체구매도 市 “긴급생활비, 상품권 선택 땐 10% 더”서울 종로구에 사는 A씨는 지난 3일 현금 8만 5000원으로 종로사랑상품권 1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이 상품권으로 동네 약국에서 비타민제를 사면서 5%의 캐시백 혜택까지 받았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구입하면서 약 20%에 가까운 할인 혜택을 누린 것이다. 서울시는 최대 20%가량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 800억원어치가 시판 1주일 만인 8일 완판됐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할인율이 적용된 상품권 500억원어치가 시판 열흘 만인 지난 1일 동난 데 이어 또다시 완판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모바일상품권 형태인 서울사랑상품권은 시가 소상공인들을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월 중순 120억원어치를 발행하면서 처음 나왔다. 양천구에선 양천사랑상품권, 중구에선 중구사랑상품권이란 이름으로 나오는데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총 1300억어치가 보름여 만에 소진된 것은 높인 할인율 때문이다. 처음 물량인 120억원이 모두 판매되는 데 2개월이 걸렸지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를 살리기 위해 지난달 23일 당초 10% 수준이던 할인율을 15%로 상향해 500억원어치를 내놓자 열흘 만에 소진됐다. 이 상품권으로 결제를 하면 5% 캐시백 혜택까지 줬기에 사실상 20%에 가까운 할인율이 적용돼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같은 할인율로 나온 800억원어치가 팔리는 데에는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 서울사랑상품권 이용액은 하루 평균 5억원이었으나 지난 7일에는 하루 결제액이 80억원을 넘어섰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당초 7월 말까지 약 20%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권(캐시백 5% 포함)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조기 완판됨에 따라 다시 원래 수준인 10%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권 460억원어치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상품권 구매자가 급증함에 따라 당초 오는 21일까지로 예정됐던 5% 캐시백 혜택도 지난 7일 자정으로 종료시켰다. 상품권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외한 편의점, 동네슈퍼, 학원, 약국, 빵집, 재래시장 등 서울시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들어온 지역 상권 어디서든 쓸 수 있어 할인율 메리트가 매력적이다. 서울 내 가맹점은 3월 기준 18만 3259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지역별 월 최고 100만원까지 구매해 쓸 수 있다. 사용법은 비플제로페이, 체크페이, 머니트리 등 제로페이 결제앱에서 원하는 자치구가 발행한 상품권을 구매하면 된다. 자치구들도 지역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는 만큼 판매에 적극적이다. 동대문구와 노원구는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전 직원이 동참해 최근 각각 2억원과 4억원어치의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했다. 시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도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받으면 10%를 추가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50만원을 지급받는 수급자가 충전카드 대신 서울상품권을 선택할 경우 휴대전화로 55만원 상당의 금액이 들어온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방역 전쟁’ 치르는 당신들도 영웅입니다

    ‘방역 전쟁’ 치르는 당신들도 영웅입니다

    본지에 보내온 검역관·공무원 수기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는 이들은 의료인뿐만이 아니다. 하루 평균 7000여명의 입국자가 쏟아지는 인천공항 검역소, 경증환자가 머무는 생활치료센터 등 방역 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공무원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방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진정한 영웅’인 이들은 8일 서울신문에 보내온 수기에서 “포기만 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첫 관문인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일하는 최지혜·김승연 검역관은 지난 1월 감염자가 속출한 중국 우한에서 8시간 동안 보호복을 입고 국내 이송을 앞둔 우한 교민 300여명을 검역하던 때가 차라리 그립다고 했다. 2월 인천공항 검역소로 복귀한 뒤로 두 달간 제때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최 검역관은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새벽에 나온 앞 팀 근무자들이 항공기 유증상자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일하는 광경을 본다”며 “사무실에 사람은 붐비고 양성자가 나왔다는 알림이 오고 컴퓨터와 복사기는 한정돼 그야말로 북새통”이라고 말했다. 유증상자가 발생하면 해당 항공기의 선별진료가 모두 끝날 때까지 최소 2시간이 걸린다. 승객들이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하려면 입국장으로 빨리 내보내야 하는데, 이것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 위탁수화물이다. 김 검역관은 “항공사 직원들이 무급휴가로 출근하지 않아 야간에는 검역관이 직접 가져다주는 일도 있다”고 밝혔다.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병상을 배정해야 하는데, 지난달 초만 해도 수도권의 국가지정격리병상 배정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어서 해당 확진환자의 거주지인 전북 군산, 경북 김천 등으로 직접 출동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전영현 검역관은 “지난 2월에는 중국에서 오면 강제격리된다는 소문이 돌아 중국발 입국자들의 문의로 전화기에 불이 났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익명의 국민들이 보내 주신 감사와 응원에 뿌듯함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보건복지부 곽동순 사무관은 지난 1월 우한 교민이 머문 진천 임시생활시설에서 일하다가 격리된 교민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곽 사무관은 “환자 동선을 협의해 병원에 방문객이 오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레벨D 보호복을 착용하고 의료지원반 파견 간호사와 동행해 아버지를 면회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교민이 시설로 돌아올 때까지 곽 사무관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부친은 이틀 후 눈을 감았다. 격리해제까지 사흘 남은 시점이었다. 곽 사무관은 “이 교민이 그래도 생활시설 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장례를 4일장으로 연장해 퇴소 후 직접 발인했다”면서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권영우 복지부 주무관은 지난달 18일 유증상 입국자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임시로 대기하는 시설인 인천 영종도 경정훈련원에 파견돼 1~2시간 쪽잠을 자면서 일했다. 권 주무관은 “증상이 심한 분은 밤새 전화로 모니터링해야 했다”고 말했다. 권 주무관은 두 주간의 근무를 마치고 복귀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 중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1회] “실행했으면 웃음거리 됐을 것” 헌재 무력화 ‘비상적 대처방안’ 적극 부인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1회] “실행했으면 웃음거리 됐을 것” 헌재 무력화 ‘비상적 대처방안’ 적극 부인

    “그걸 추진했으면 웃음거리가 됐을 겁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약화시키기 위한 이른바 ‘비상적 대처 방안’은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모은 보고서였다고 당시 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거듭 주장했다. 실제로 실행된 내용도 없다는 강조가 이어졌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60회 재판에서는 네 번째로 증인으로 나온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고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박 전 대법관에 이어 2016년 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이 전 상임위원을 통해 헌재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진행 상황이나 추진 중인 정책 관련 내용 등 내부 정보를 보고받고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대필 기사를 내보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규진 전 양형실장 네 번째 증인신문… “헌재 비상적 대처방안 문건, 실현가능성 없어” 두 차례 재판에 걸쳐 이뤄졌던 박 전 대법관 측 반대신문을 이날 오전 마치고 고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이 시작됐다. 변호인은 2015년 10월 1일자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지원실에서 작성한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방안(대외비)’ 문건을 언급했다.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업무방해 사건에 대해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확인한 뒤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헌재 역량을 약화시키고 노골적 비하전략을 세워 헌재의 위상을 하락시키면 헌재의 결정에 대한 권위가 하락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안들이 담겼다. 특히 헌재를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를 하거나 헌재소장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활용하는 방안, 대법관보다 ‘급이 낮은’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을 헌법재판관으로 앉히거나 헌법재판관 출신을 다시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핫뉴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8회] “헌재가 불쾌했던 대법원장, 비상대처 방안 지시” “증인은 이 법정에서 문건에 ‘대외비’를 표시하는 기준에 대해 ‘정해진 기준은 없고 꺼림칙하거나 제3자가 안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는 것에 붙였다’고 했는데, 대외비가 표시된 문건을 작성자 기준에서 보더라도 실현가능성을 전제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가감없이 기재한 차원의 보고서라 과격하거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는 문건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는 문성호 전 사법정책심의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불러와서 덧씌우기를 한 것이라 거의 대외비가 표시돼 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구체적, 현실적 방안을 검토해서 작성을 지시한 것은 아니죠?”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 “그걸 지시한 것이라기보다는 하도 방안이 없으니 행정처 사법정책실에서 얘기한 내용과 저하고 얘기한 내용을 그냥 주욱 정리해 본 것입니다.” (이 전 상임위원)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어 문건 속 구체적인 방안들을 언급하며 문건 속 내용들은 단순히 비현실적인 아이디어까지 모두 모아놓았을 뿐이고, 실제로 추진된 적도 없다는 점을 이 전 상임위원을 통해 역설했다. “보고서 내용 중 ‘만 40세 간신히 넘긴 법관 (헌법재판관으로) 지명’ 이런 내용도 터무니없어 보이는데 어떤가요?”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 “그래서 제가 ‘어느 심의관이 이런 생각을 했냐’고 웃으며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헌재소장의 좋지 않은 소문을 이용한다는 것도 실제로 논의된 적이 없죠?”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 “없습니다. 소문 내용을 알고 있는데 저와 문 심의관 둘 사이 오간 것을 그냥 적어둔 것입니다.” (이 전 상임위원) 이 전 상임위원은 2015년 10월자 보고서에서 실현가능성이 있는 방안들을 추려서 다시 정리를 해보기로 한 뒤 그해 11월 9일자 보고서가 다시 작성됐는데, 이 문건에서도 실행된 방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5년 10월 말과 11월 초는 업무방해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이 가시화되는 얘기들이 많이 나와 당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차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위기감이 굉장히 컸다”면서 “비상적 대처방안을 한 번 검토해보라고 한 것으로 이해했고 한정위헌 결정과 관련해 어떤 방안이 있을지 답답하니까 (정리를)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저 보고서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방안에 대해서는 “실제 추진하면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문건에서 실제로 이뤄진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에게 보고되는 보고서에 실현가능성이 없는 방안들이 올라와서 놀랐다”, “한정위헌 결정과 관련해 법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취지로 작성된 보고서라면 헌재를 방해한 게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행정처 보고서라는 것이 헌법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고 저희들끼리 아이디어 차원에서 공유하는 보고서도 상당수 있다”는 강조도 더해졌다.헌재에 파견된 법관인 최희준 부장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확인한 데 대해 고 전 대법관 측도 ‘사법신뢰’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3일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도 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엇갈리면 겪게 될 국민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헌재의 내부 상황을 확인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날 “(국민들의) 갈등 해소 및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법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헌재와 교류, 협력하려고 했던 것을 증인은 알고 있는가“ 물었고 이 전 상임위원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지난 재판에서 파견 법관이 헌재의 동향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라고도 말했다. “대법원장과 전임 처장이 (과거부터 해온) 전통적으로 허용된 수집 범위를 벗어나서 무리하게, 또는 많이 헌재 내부의 정보를 수집하라고 했거나 그 밖에 다른 지시를 할 동기나 달라진 사정이 있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변호인 질문에 이 전 상임위원은 “위법한 지시를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헌재 내부 정보 수집은 관행…위법 부당한 ‘윗선’ 지시도 없었다” 헌법재판관들의 평의 내용 및 결과가 법원행정처로 보고된 것을 두고도 고 전 대법관 측은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평의 결과를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고, 처장도 정보 수집을 하지 말라거나 (정보 수집에) 불법적 방법을 동원하라는 지시도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끌어냈다. 그러면서 “피고인(고 전 대법관)이나 심지어 증인이 없어도 그런 정보 수집 활동이 행정처가 파견 법관을 통해 관행상 해오던 정보들의 수준 범위를 초과했다고 인식하지 않아 정보수집을 중단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부적절하거나 위법한 부분을 알고도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느냐”고 확인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렇게 설명하며 계속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네. 그래서 제가 검찰 조사 때도 검사님께 ‘파견 공무원이 그 기관에서 진행하는 내용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검사님이 ‘헌법재판연구관 보고서는 좀 부적절하지 않느냐’고 해서 ‘그건 좀 부적절하다. 그것에 대해선 제가 징계를 받았다’고 했고, 검찰에서도 파견기관이 그렇게 하는 것은 맞지만 이렇게 이메일로 다 남긴다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메일로 한 것은 잘못된 게 맞다고 답변한 적이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방역현장 ‘전쟁’ 치르는 당신들이 영웅입니다

    방역현장 ‘전쟁’ 치르는 당신들이 영웅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는 이들은 의료인뿐만이 아니다. 하루 평균 7000여명의 입국자가 쏟아지는 인천공항 검역소, 경증환자가 머무는 생활치료센터 등 방역 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공무원이 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방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8일 서울신문에 보내온 수기에서 “포기만 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첫 관문인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일하는 최지혜·김승연 검역관은 지난 1월 감염자가 속출한 중국 우한에서 8시간 동안 보호복을 입고 국내 이송을 앞둔 우한 교민 300여명을 검역하던 때가 차라리 그립다고 했다. 2월 인천공항 검역소로 복귀한 뒤로 두 달간 제때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최 검역관은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새벽에 나온 앞 팀 근무자들이 항공기 유증상자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일하는 광경을 본다”며 “사무실에 사람은 붐비고 양성자가 나왔다는 알림이 오고 컴퓨터와 복사기는 한정돼 그야말로 북새통”이라고 말했다. 유증상자가 발생하면 해당 항공기의 선별진료가 모두 끝날 때까지 최소 2시간이 걸린다. 승객들이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하려면 입국장으로 빨리 내보내야 하는데, 이것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 위탁수화물이다. 김 검역관은 “위탁수화물을 찾아 가져다줄 항공사 직원들이 무급휴가로 출근하지 않아 야간에는 검역관이 직접 가져다주는 일도 있다”고 밝혔다.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병상을 배정해야 하는데, 지난달 초만 해도 수도권의 국가지정격리병상 배정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어서 해당 확진환자의 거주지인 전북 군산, 경북 김천 등으로 직접 출동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전영현 검역관은 “지난 2월에는 중국에서 오면 강제격리된다는 소문이 돌아 중국발 입국자들의 문의로 전화기에 불이 났고, 지금도 수많은 유학생 부모와 다국적 가족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익명의 국민들이 보내 주신 감사와 응원에 뿌듯함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곽동순 사무관은 지난 1월 우한 교민이 머문 진천 임시생활시설에서 일하다가 격리된 교민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활시설을 이탈해서는 안 되지만 자식의 도리마저 지키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곽 사무관은 “환자 동선을 협의해 병원에 방문객이 오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레벨D 보호복을 착용하고 의료지원반 파견 간호사와 동행해 아버지를 면회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교민이 시설로 돌아올 때까지 곽 사무관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부친은 이틀 후 눈을 감았다. 격리해제까지 사흘 남은 시점이었다. 곽 사무관은 “이 교민이 그래도 생활시설 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장례를 4일장으로 연장해 퇴소 후 직접 발인했다”면서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권영우 복지부 주무관은 지난달 18일 유증상 입국자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임시로 대기하는 시설인 인천 영종도 경정훈련원에 파견돼 1~2시간 쪽잠을 자면서 일했다. 권 주무관은 “증상이 심한 분은 밤새 전화로 모니터링해야 했고, 한 입소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호흡곤란과 복통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음성이 나왔는데도 퇴소하면 갈 곳이 없다며 더 머물다 가겠다는 입소자를 달래 퇴소시키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권 주무관은 두 주간의 근무를 마치고 복귀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 중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여기는 호주] 팔 곳이 없네…화장지 5400개 사재기 한 남자의 최후

    [여기는 호주] 팔 곳이 없네…화장지 5400개 사재기 한 남자의 최후

    코로나19 공포로 화장지 대란이 일어날 당시 마트에서 무려 5400개의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재기 한 남성이 온라인 판로가 막히자 동네 슈퍼마켓에 판매를 하려던 정황이 포착되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호주 채널9 뉴스는 남호주 애들레이드의 한 동네 슈퍼마켓에 5400개의 두루마리 화장지를 팔고 싶다고 한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슈퍼마켓 주인은 “지역에 사는 한 남성이 자신이 5400개의 화장지를 가지고 있으며 온라인에서 판매하려고 했는데 판로가 막혀 동네 슈퍼마켓에 넘기고 싶다고 접근해 왔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지난 3월 초 화장지 사재기 광풍이 불던 무렵 온라인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팔려고 5400개의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재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남성이 20개가 들어있는 대형 화장지 팩을 구매했다면 무려 270개의 화장지 팩에 해당하는 수이며 약 2700호주달러(약 200만원)어치의 화장지를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사재기 광풍 당시 10호주달러(약 7500원)하던 20개 들이 화장지 한 묶음 가격이 온라인에서 200불까지 올랐으니 이 남성은 5만4000호주달러(약 4000만원)를 벌어 들일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 그러나 이 남성의 꿈은 지난달 19일부터 호주 이베이와 아마존, 호주 최대 중고매매 사이트인 검트리에서 화장지 고가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오프라인으로 판매를 시도 한 것으로 보인다. 호주 이베이는 “재난이나 위기 상황을 이용해 고가의 마진을 노리는 판매 행위는 비호주적인 행위이며 우리는 이런 판매 행위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남성의 사연을 담은 뉴스에는 이 남성을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그 많은 화장지를 쌓아 놓고 고민하다 변비에 걸릴 듯”이라고 적었고, 한 시민은 “말도 안되는 가격에 온라인에서 팔려고 사재기 한 사람들의 물건은 절대 구매하지 말자”며 분개했다. 호주는 화장지 자체 생산 공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화장지 수출이 막힐 것이라는 소문과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화장지 사재기 광풍이 몰아쳤다. 3월 초에는 마트내에서 묶음 화장지 한 팩을 사려고 칼부림에 몸싸움까지 일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트에서 개인당 구매 제한등이 시행되고 코로나19가 일상화 되면서 사재기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한편 8일 오전 현재 호주는 5997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해 50명이 사망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미국 다녀왔다고 성실히 신고하니 “우리집, 동물원이 됐어요”

    미국 다녀왔다고 성실히 신고하니 “우리집, 동물원이 됐어요”

    “우리집이 동물원처럼 돼버렸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멈춰 사진을 찍어댄다. 이웃들은 우리 가족이 잠깐 발코니에 나가면 들어가라고 한다.” 인도 델리에 사는 바랏 딩그라는 가족 중에 해외 입국자가 있으면 신고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오빠(또는 남동생) 부부가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귀국했다고 신고했다. 여섯 식구 가운데 누구도 증상이 없었다. 그랬더니 집 담에 ‘자가격리됐으니 방문하지 마시오’라고 적힌 공고문이 붙여졌다. 개인정보를 적을 수 있도록 해 온동네가 알게 만들었다. 정부 지침을 성실히 따른 자기네만 “스트레스와 심적 압박”을 받는 것 같아 불편하기만 하다. 바랏은 “격리된 가정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해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정부 관리들도 친절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의 태도는 마음 상하게 했다. 우리집 사진을 찍어 왓츠앱에 올렸고, 개인정보를 유출시켰다. 자가 격리는 예방적 조처일 뿐이며 우리가 감염됐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감염됐다고 말하면 오스트라시즘(추방) 당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영국 BBC는 이런 비슷한 사례가 인도 전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델리 외곽 노이다의 한 커플은 자신들의 집이 “많은 이에게 공포의 집”이 됐다고 어이없어했다. “해외에서 돌아오자마자 자가 격리됐는데 이렇게 이웃들에게 경원 대상이 될지 미처 몰랐다. 격려와 응원의 문자메시지도 많이 받았지만 모두들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심지어 발코니에 나가도 그들 눈에 의심이 비친다.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취급을 받아 너무 슬프다.”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 파루카바드 지구에 살고 있는 쿨짓 싱은 나중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발리우드 가수 카니카 카푸르를 파티 도중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됐는데 “언론에서 끊임없이 얘기돼 가족에게 엄청난 압박이 되고 있다. 온갖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누구는 내가 각혈을 하고 며칠 뒤 죽는다고 얘기하더라. 사람들은 겁에 질려 소셜미디어에 도는 어떤 소문이든 믿더라”며 혀를 찼다. 격리는 이제 해제됐지만 여진은 오래 갈 것 같다고 했다. 채소나 우유 배달을 시키면 주소를 듣고는 안된다고 했다. 검사할 때부터 피검자들의 신원을 과다하게 노출시키기도 한다. 동부 비하르주의 한 커플은 집에 검역 요원들이 찾아와 캐나다에서 돌아온 아들 보고 아파트 밖으로 나오라고 해 길거리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아들이 얌전히 자가 격리 중이었는데 수많은 의사들이 방호복 입고 찾아와 이웃들을 겁에 질리게 했다. 이제 이웃들은 안전한 거리에서도 우리에게 인사도 하지 않는다. 아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차별은 여전하다.”남부 하이데라바드와 방갈로르에서는 방역 당국 관계자가 격리된 이들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는 일도 있었다. 방갈로르의 고위 관리는 “(자가 격리된) 사람들이 휴일이랍시고 즐겁게 나돌아다닌다. 해서 자료들을 공개한다”고 버젓이 말했다. 물론 이런 행위는 규정 위반이며 다른 불상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방갈로르에서 150㎞ 떨어진 미소레에서는 27명이 격리된 호텔을 당장 비우라며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격리된 객실 창문에서 침을 뱉으면 이웃들이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이데바라드에선 19명의 자가 격리자 전화번호가 유출돼 야심한 시간 전화가 걸려오거나 가족들에게 바이러스 죽이는 법을 일러주겠다고 말하는 이까지 있다. 지난달 24일 이 도시의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날 빠져나와 고향 마을로 돌아간 라메시 퉁가는 “마을 관리에게 신고했더니 해외 여행 이력이 없는데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은 우리 가족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모두 내가 감염됐다고 믿고 내가 온마을을 감염시킬 것이라고 믿어버렸다. 조심하는 건 좋지만 인간적이길 멈추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등 떠밀린 구리·남양주도 현금 지급

    등 떠밀린 구리·남양주도 현금 지급

    구리, 예산 180억 깎아 1인 9만원씩 남양주도 주중 지원 계획 발표 예정경기도 구리시와 남양주시가 빗발치는 민원에 밀려 결국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경기도 산하 31개 시군 주민 모두 현금 지원을 받게 됐다. 안승남 구리시장은 다음달 중 모든 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인당 9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안 시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코로나19 때문에 집행하기 어려운 행사 경비, 국외 출장비, 연수비, 보조금 등을 삭감해 180억원을 마련했다”면서 “관련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의결되면 지역화폐인 ‘구리사랑카드’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시의 지급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구리시 4인 가구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40만원(1인당 10만원), 구리시 재난기본소득 36만원 등을 합쳐 총 176만원을 받게 된다. 남양주시도 이번 주 중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힌다. 시 관계자는 “1인당 지급액이나 선별 지급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늦어도 이번 주중 지급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난 2일 호소문을 내고 “긴급재난지원금은 절실하지만 지자체별로 앞다퉈 내놓는 대책은 대상과 금액,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면서 “일관된 정책적 목표는 희미해지고 어디는 40만원, 어딘가는 5만원 등 각자도생의 셈법만 남았다”며 무분별한 경쟁적 지원 계획을 비판한 바 있다. 두 지자체가 고심 끝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지급 계획을 세우지 않을 경우 정부와 경기도 지급액마저 지역 내 시민들이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장덕천 부천시장 사례에서 드러났듯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치면 각종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무차별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같은 세금을 내고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수혜자가 되고, 수혜자가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주민 불만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위성정당 앞세운 거대 양당… 의석 독과점 노려 연합정치 정신 유린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위성정당 앞세운 거대 양당… 의석 독과점 노려 연합정치 정신 유린

    “지금 예조판서 이이첨의 하는 짓은 괴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광해군 8년(1616년) 12월 한 유생의 상소가 조정을 뒤흔들었다. “전하의 팔다리 노릇을 하고 귀와 눈 역할을 하며 목구멍과 혀 노릇을 하는 관원들이나, …인재를 선발하는 일을 맡은 이들 가운데 이이첨의 복심이 아닌 자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무릇 지금 삼사에서 나온 간단한 상소문도 실은 이이첨에게서 나온 것이며 문무관을 뽑는 이조, 병조가 추천한 사람들 또한 이이첨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필자는 태학(성균관)생 윤선도였다. 일개 학생이었지만 그 내용이 얼마나 아팠으면 이이첨은 한동안 사람 눈을 피해 칩거했다고 한다. 윤선도가 함경도로 유배돼 논란이 잦아들자, 이이첨은 ‘잔당 척결’을 위해 다시 칼을 빼 들었다. 인목대비를 폐출하라! 광해군에게는 두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다. 하나는 서자 출신의 왕이라는 것, 둘째는 서자 중에서도 둘째라는 것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그는 세자 책봉에서부터 왕위 승계에 이르기까지 매번 온갖 시달림을 당했다. 선조 말년엔 폐세자 논의가 공공연했고 세 살짜리 적장자 영창대군에게 왕위가 승계될 뻔하기도 했다. 즉위 후엔 명(明)이 승계의 정당성을 따졌다. 광해군은 임진왜란 7년 전쟁 동안 구명도생이나 하던 선조 대신 사직과 국가를 지켰다. 전후에도 국가재건을 위한 제도 정비와 혁신에 앞장섰다. 개혁 군주로서의 자질은 뚜렷했다. 그러나 왕권의 문제에 관한 한 병적인 집착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광해군의 이런 불안을 이용해 이이첨은 국정을 전단하고 권력을 독점했다. 말년엔 광해군조차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오죽하면 인조반정 때 도망가며 “이이첨의 짓인가”라고 물었을까. 이이첨의 집념은 유별났다. 22세(1582년) 때 사마시에 합격하고 현감 재직 중이던 1594년 별시 문과에 을과로 급제했으며 1608년 성균관 사성으로 재직하면서 중시 갑과 장원으로 급제했다. 교원으로 있으면서 제자들과 함께 시험을 치러 장원한 것이었다. 재주와 집념은 특별했지만 그를 거두어 줄 사림은 없었다. 그는 무오사화의 발단이었던 이극돈의 직손이었다. 그를 받아 준 유일한 사람이 남명 조식의 제자 정인홍이었다. 강개한 의병장이었던 정인홍은 죽음을 무릅쓰고 세조 어진을 지킨 그를 애틋하게 챙겼다. 이이첨은 정인홍의 줄을 잡고 동인에 발을 디밀었다. 1592년 광해군 건저의 사건과 관련한 정철의 처리 문제로 동인이 남북으로 갈라질 때 북인의 편에 섰으며, 임진왜란 중 왜와 강화를 추진했다는 이유로 유성룡 등 남인을 조정에서 밀어낼 땐 북인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 북인이 1599년 홍여순의 대제학 임명 문제로 대북과 소북으로 분열할 땐 정인홍을 따라 소장파(소북)를 공박했다. 잇따른 권력투쟁에서 이이첨의 존재는 단연 돋보였다. 1608년 선조의 후계를 놓고 대북과 소북이 정면충돌할 땐 대북을 이끄는 존재가 됐다. 영의정 유영경 등 소북 지도부는 선조의 마음을 읽고 영창대군을 밀었다. 소북 안에서도 내분이 생겨 광해군 승계를 주장한 기자헌, 남이홍 등의 청소북과 유영경 등의 탁소북으로 분열했다. 이이첨은 정인홍과 함께 광해군 승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상소를 올렸다. 유배형에 처해졌으나 선조가 급서해, 광해군의 총아가 됐다. 광해군은 즉위 후 선조의 유교까지 숨겨 가며 승계를 방해한 일곱 대신과 탁소북을 조정에서 몰아냈다. 대신 이원익(남인) 등을 영입해 대북, 남인 그리고 이항복(서인), 기자헌(청소북) 등을 중용해 연합정치를 추구했다. 이이첨은 예조판서 겸 대제학으로 이데올로기를 관장했다. 광해군 즉위년에 숙청된 이들의 사주로 명나라가 승계 과정을 조사할 사신을 파견했다. 걸림돌은 광해군의 친형이자 서장자인 임해군이었다. 이이첨은 임해군이 모반을 도모한다는 고변을 일으켰다.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 3사를 동원해 임해군의 처단을 주장했다. 임해군은 강화도에 유배됐고, 그곳에서 의문사했다. 임해군은 성정이 포악하고 흉폭한 짓을 많이 저질러 그를 안타까워하는 이는 없었다. 고변의 효과에 눈뜬 이이첨은 이후 고변을 정적 제거에 적극 활용했다. 다음 표적은, 한때 선조가 염두에 두었던 순화군의 양자 진릉군. 1612년 ‘김직재의 옥’을 일으켜 진릉군을 추대하려 했다는 고변을 유도해 탁소북의 잔존세력을 제거했다. 이때부터 원성이 일기 시작했다. 1613년엔 계축옥사가 일어났다. 마침 ‘일곱 서자’의 강도 사건(칠서의 옥)이 일어났다. 이이첨은 이 가운데 박응서로 하여금 ‘서얼들이 자금을 모아 영창대군을 추대하려 했다’는 상소를 올리도록 했다. 수괴로 지목된 김제남(인목대비의 아버지)과 세 아들이 처형됐다. 영창대군은 강화도로 유배됐다. 이에 반대하던 이덕형·이항복·신흠·이정구·김상용 등 서인과 남인들이 숙청됐다. 영창대군은 이듬해 유배지에서 이이첨의 심복(강화부사 강항)에 의해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계축옥사로 대북 세상이 됐다. 1615년엔 소명국의 고변을 이용한 ‘신경희의 옥’이 일어났다. 능창군이 표적이었다. 당시 시중에는 ‘정원군(능창군의 아버지)의 집에 왕기가 성하다’느니 ‘능창군(인조의 동생)의 기상이 비범하다’ 따위의 항설이 나돌았다. 능창군은 강화도로 유배했고, 정원군의 집은 허물었다. 집터엔 경덕궁을 지어 ‘서기’를 가로챘다. 윤선도의 병진소는 이즈음 나온 것이었다. 무고하면 상을 받고, 당하면 처벌당하니 온갖 고변이 횡행했다. 장령 배대유는 개탄했다. “김덕룡이라는 자는 간음하다 붙들리자 고변했고, 김언춘은 도둑질하다 붙들리자 모역을 고변했다.” 대미는 인목대비 폐모론이었다. 이이첨은 계축옥사 때에도 태학(성균관)생 이위경 등을 사주해 폐모소를 올리도록 했었다. 이이첨은 1617년 다시 폐모론을 전면적으로 전개했다. 11월 전현직 관리 1000여명과 종실 170여명이 인목대비의 폐출을 주장했다. 광해군이 거듭 거부했지만 이듬해 1월 우의정 한효순이 주도해 폐모정청이 열렸다. 광해군은 하소연했다. “나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이다지도 한결같이 혹독한 형벌을 내린단 말인가.” 이제 광해군도 이이첨을 이길 수 없었다. 5월 광해군은 인목대비를 폐출 대신 서궁(경덕궁)에 유폐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대북 안에서 폐모에 반대하던 기자헌, 정창연, 유몽인 등 골북, 중북은 숙청됐다. 남은 건 이이첨을 추종하는 ‘육북’뿐이었다. 8월엔 폐모론에 앞장섰던 허균마저 ‘남대문 벽서’를 핑계로 처형당했다. 독점은 완성됐다. 그러나 1623년 서인이 주도하고 남인과 전향한 북인이 동조한 인조반정을 막을 순 없었다. 광해군은 쫓겨나고, 대북은 멸종했다. 이이첨은 줄이 필요할 땐 광해군의 호위무사였지만, 권력의 중심에 서면서 스스로 권력의 화신이 됐다. 개혁 정책에는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다. 전후복구의 토대였던 대동법 실시에 반대했고, 명과 후금 사이의 등거리 실리외교에도 반대했다. 명이 요구한 지원군 파병을 주저하는 광해군을 비난하기도 했다. 민심을 결정적으로 돌아서게 한 궁궐 건설에는 앞장섰다. 전란 중 불탄 종묘나 창덕궁 중건 이외에 경덕궁, 인왕궁, 자수궁을 신축했다. 명분은 ‘창덕궁은 불길하다’, ‘경덕궁에 서기가 있다’ 따위가 고작이었다. 광해군이 유배당할 때 백성은 이렇게 조롱했다. “돈 애비야 돈 애비야 거두어들인 금은은 어디에 두고 이 길을 가느냐.” 민주화 이후 21대 총선처럼 지저분한 선거는 없다. 의석 독과점을 위한 거대 양당의 이른바 위성정당 때문이다. 사표를 막아 연합정치의 토대를 마련하려던 개정 선거법의 정신은 여지없이 유린됐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을 주도했으니 할 말이 없다. 1당을 내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실제 목표는 단독 과반이다. 하승수 전 정치개혁연합 사무총장은 그 배후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꼽았다. “그는 연합정치를 할 생각이 없었다.” ‘대북’은 한때 조선사에서 가장 개혁적이었다. 광해군 초기 ‘연합정치’로 재건과 혁신의 동력을 확보했지만, 이이첨의 무모한 권력독점과 함께 몰락했다. 그런 부류는 언제나 있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김성호의 종교로 읽는 세상] 이참에 예배 방식을 확 바꿔 보면

    [김성호의 종교로 읽는 세상] 이참에 예배 방식을 확 바꿔 보면

    국내 대형교회에서 매주 펼쳐지는 주일 예배 광경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른 새벽부터 많게는 여섯 번까지 진행되는 예배마다 신도들은 예배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 정성만 보자면 해외 기독교계가 한국 종교에 ‘부러움 반, 비아냥 반’의 찬사로 붙이는 ‘종교 천국’이 괜한 게 아니다. 예배 참석 신도 수는 개별교회의 교세와 교계에 미치는 영향력의 잣대다. 신도 수를 앞세운 교회의 성공 신화는 거개의 교회들에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교회의 현장 집합예배를 보는 시선을 바꿨다. 한 공간에 신도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예배는 싸늘해진 시선을 넘어 지탄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한 것 같다. 신천지교회 이후 매일처럼 전해지는 교회 예배의 집단 감염으로 공포와 실망이 높아진 상황이다. 많은 이들은 교회 예배를 통한 집단 감염을 미리 막고 억제하자는 정부와 서울, 경기 등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런 반면 최근 보수 성향 대형교회와 연합단체들은 돌연 정부와 지자체의 예배당 예배 금지 조치를 ‘종교 탄압’으로 규정해 반발하고 나섰다.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에 있던 무렵 목소리를 낮춰 정부에 호응하던 입장과는 딴판이다. 부활절에 앞서 온라인예배로 진행해 온 예배를 현장예배로 되돌릴 움직임도 속속 감지된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현장예배를 편들고 추종하는 예찬론은 사실상 힘을 잃는 추세다. 대신 소규모 예배나 공동체 모임을 통해 예수님 본연의 뜻에 충실하게 따르자는 작은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국에서 소문 없이 퍼져 가는 ‘예배당 없는 교회’는 더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십자가나 담임 목사조차 일부러 갖추지 않은 채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법을 택하는 교회도 수두룩하다. 일반인의 시선은 잘 미치지 못하지만 매년 가을 감리교신학대 등에서 열리는 ‘작은교회 박람회’엔 예수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옹골차게 실천하자는 수백개 작은 교회들이 정보를 나누고 동참을 권유한다. 실험적인 목회와 신행으로 신앙의 전환을 모색하는 행렬들이다. 그런 작은 교회들이 뿌리를 내리고 확산하는 까닭은 분명해 보인다. 물질 우선주의에 치우친 교세 성장에 대한 반발, 세상 추이에 발맞추지 못하는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실망감이다. 개신교계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나안 신도’는 전체 개신교 신자 1000만명 중 25%에 달한다. 한국 교회들은 1970~80년대 산업화에 편승해 교세를 일궜다. 물량 우선주의에 기운 대형 교회는 1990년대 들어 신도 포화상태에 빠졌고 신자 증가도 기울기 시작했다. 2007년 분당샘물교회 신도들의 아프간 피랍사태도, 포화 상태의 국내 교회를 바깥에서 해결해 보자는 무리한 전도의 시도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는 교세 확장 말고도 사찰이나 지하철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개신교 신자들의 전도 방식은 이제 법적 제재 대상으로까지 여겨지는 상황이다.예배당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획산하면서 예배 형식을 바꾸자는 주장이 부쩍 늘고 있다. 교회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집합예배에 대한 행정명령 등 강력한 조치를 ‘종교 탄압’으로 몰아세우던 무렵,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거꾸로 현장예배를 비판하고 나섰다. “예배당에 나오지 않는 것을 ‘정죄’하는 분위기가 되면 교회 공동체 내부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교회도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입장도 예사롭지 않다. “집단예배를 강행해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종교의 공공성을 망각한 수치다. 이웃을 향해 눈을 돌려보라.” 예수님은 ‘두세 사람이 모이는 곳에 내가 너희와 함께 하겠다’면서 성전을 허물라고 외치지 않았던가. “이참에 예배 형식을 확 바꿔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라는 코로나19 광풍 속에 시나브로 쏟아지는 목소리에 이제 개신교계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굳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kimus@seoul.co.kr
  • 코로나 여파 국제선 여객 95% 급감 국내 항공사 ‘곡소리’

    코로나 여파 국제선 여객 95% 급감 국내 항공사 ‘곡소리’

    항공사 상반기 매출 피해 최소 6조 추산 무담보 저리 대출 확대 등 정책 자금 요청정부선 대기업 지원 ‘특혜’로 비칠까 우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국제선 여객이 거의 10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는 정부에 신속한 자금 지원을 호소하지만 지원 방식을 놓고 양측의 온도 차가 뚜렷해 항공사들의 곡소리만 더욱 커지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7만 8599명으로 집계됐다. 173만 6366명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5.5% 급감했다. 지난달 국내·국제선을 합한 여객 수는 7만 8599명으로 1997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00만명 아래로 추락했다. 국내 항공사 여객기 374대 가운데 324대(87%)가 주기장에 그대로 세워져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항공협회는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피해 규모를 산출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 피해를 최소 6조 4451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 3일에는 무담보 저리 대출 확대, 채권의 정부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호소문’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보냈다. 외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자국 항공사에 대한 화끈한 지원책을 속속 내놓은 것도 국내 항공사들이 정부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기대하게 된 배경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선뜻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소상공인·중소기업보다 시장 접근성이 좋은 대기업에 대해선 자금 지원보다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3000억원 이내 규모의 금융 지원을 놓고선 이스타항공이 지원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은 “모회사인 제주항공에 무담보 조건으로 400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에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책임지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스타항공은 “항공사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 일각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당장 쓰러질 만큼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지 않았다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한숨 돌린 측면이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이 1조 6000억원을 지원할 때 한도 대출을 넉넉하게 잡아 줘 급하면 거기서 끌어다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수능 본다’며 잠적한 갓갓… 수사 혼선 주려 여러 대화명 쓴 듯

    ‘수능 본다’며 잠적한 갓갓… 수사 혼선 주려 여러 대화명 쓴 듯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송강호가 카메라를 향해 묻는다. 대한민국 대표 미제 사건으로 꼽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에게 던진 말이었다. 지난해 자칫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화성 사건의 진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을 잊지 않고 추적하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33년 만에 이춘재의 가면을 벗길 수 있었다. 흔히 ‘완전범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흉악범이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니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본모습을 숨긴 채 사는 범인이 당신 곁에 있다. 그놈이 가장 바라는 건 영원히 잊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 그놈을 잡기 위해.●“n번방은 단지 재미있는 노예게임이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아동과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의 주범 ‘갓갓’(이하 대화명)은 자신의 범죄를 이렇게 표현했다. 5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n번방 대화록에 따르면 갓갓은 여성의 약점을 잡아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일련의 과정을 스트레스 해소나 일탈 행위쯤으로 정의하며 정당화했다. 지난해 2월 텔레그램에 1번부터 8번까지 번호가 붙은 채팅방 8개가 생겼다. 채팅방에는 남성 공중화장실에서 나체로 널브러져 있는 여성의 영상, 여성이 개처럼 짖거나 칼과 바늘로 자신을 학대하는 모습 등 잔혹한 성착취 영상이 올라왔다. 1~8번 방의 이용자들은 영상 속 여성을 ‘노예’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을 드러낸 이 사건은 숫자가 붙어 있던 방의 이름을 따 ‘n번방 사건’이라 불린다. n번방은 ‘와치맨’이 만든 ‘고담방’, ‘박사’ 조주빈(25·구속)이 운영한 ‘박사방’ 등 수많은 파생방을 만들며 곰팡이처럼 퍼져 나갔다. 이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많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파생방의 운영자들과 공범은 경찰에 잇따라 검거되고 있지만, 아직 이 사건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n번방 개설자, ‘갓갓’의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추악한 범죄 수법 만든 ‘갓갓’은 누구인가 갓갓은 피해자 신상 정보를 알아낸 다음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고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주요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일탈계’, ‘살색계’를 운영하는 여성들이었다. 일탈계와 살색계는 자신의 얼굴과 정보를 가린 채 신체 노출 사진 등을 올리는 계정이다. 갓갓은 피해자들에게 해킹 링크를 보내거나 경찰을 사칭해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신상 정보를 알아냈다. 갓갓은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손에 쥔 후 “지인과 가족에게 알리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성착취 영상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피해자의 이름과 학교 등 개인 정보와 함께 n번방에 공유됐다. 문화상품권 표면의 스크래치를 긁으면 나오는 핀(PIN)번호만 있으면 온라인에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갓갓은 1만원어치 상품권의 핀번호를 보낸 사람에게 n번방 입장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수익도 올렸다. 갓갓은 ‘뀨릅’이란 대화명으로 n번방을 홍보하기도 했다. 갓갓의 정체를 추정할 단서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가 텔레그램에 남긴 대화를 참고해 어렴풋이 추측만 할 뿐이다. 갓갓은 지난해 9월쯤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며 돌연 잠적했다. 한때 n번방에 참여했던 제보자 A씨는 “n번방이 지난해 8월까지 입장 가능했다가 9월쯤부터 전부 폐쇄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갓갓이 범행 당시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재수생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러 수능을 언급해 정체를 숨기고 수사에 혼란을 주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사 조씨도 수사망을 피하려 중년 남성인 척하거나 ‘김윤기’라는 거짓 이름을 사용한 바 있다. n번방 공범자들 사이에선 갓갓의 거주지가 경기 안성이라는 추측이 돈다. n번방에 성착취물 등 9000여건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구속된 와치맨 전모(38)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갓갓의 트위터 계정을 추적한 결과를 올리면서 “트위터에 남아 있는 정보를 조합해 보면 갓갓은 경기 안성에 산다”고 주장했다. 갓갓의 뒤는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이 쫓고 있다. 사이버 범죄의 범행장소가 온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의 주거지는 전담 수사기관 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경북청은 갓갓이 사용한 컴퓨터의 IP 주소를 특정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갓갓이 입장료로 받은 문화상품권은 결제 내역 등 추적이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경찰은 “수사기법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사 조씨를 따르는 ‘부따’, ‘사마귀’, ‘이기야’ 등 공범이 있었던 것처럼 갓갓에게도 ‘코태’와 ‘반지’라는 대화명을 쓰는 공범이 둘 있었다. 코태는 갓갓과 함께 피해자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하거나 피해자를 직접 만나 성폭행하는 등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일부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코태와 갓갓이 동일인물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두 사람이 범행을 같이하면서도 현장에 동시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다. 갓갓이 수사망을 피하려고 여러 대화명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난 절대 안 잡혀”… 완전범죄 자신한 그놈 와치맨 전씨가 블로그에 남긴 갓갓과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에 따르면 갓갓은 경찰을 조롱하고 완전범죄를 자신했다. 전씨가 지난해 7월쯤 n번방의 운영 방식과 갓갓 등 n번방 운영자들의 잔혹한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 방식을 그대로 묘사해 올리자 갓갓이 먼저 전씨에게 접근했다. 갓갓과 대화를 나눈 전씨는 그 내용을 블로그에 인터뷰 형식으로 남겼다. 대화를 살펴보면 갓갓은 “트위터, 페이스북, 라인, 카카오톡, 텔레그램 모두 한국 경찰에서 수사 불가능하다”며 자신은 체포될 리 없다고 확신했다. 갓갓은 자신이 이미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문이 돌자 “경찰도 (n번방 사건) 해결 못 하는 것 인지하고 모방범죄 안 일어나게 잡혔다고 소문만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갓갓은 경찰의 수사를 비웃었다. 갓갓은 n번방 이용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 조사를 받고도 풀려난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이 (그 사람의) 휴대전화 검사도 안 하고 ‘몰랐다’고 하니까 2번 정도 출석해 조사받았는데 (검찰에) 기소도 안 됐다”며 수사당국을 조롱했다. 갓갓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n번방 이용자가 “합의하에 사진과 영상을 받았다”고 말하니 신고가 반려됐다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n번방 사건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하자 잠적했던 갓갓은 다시 나타났다. 복수의 목격자에 따르면 갓갓은 지난 1월 돌연 조씨가 운영하는 박사방에 등장해 16살이라 적힌 성착취 사진을 올리고 “언론 보도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갓갓은 박사 조씨를 두고 ‘제자’라 부르며 “네 수법은 다 알려져 의미가 없다”고 도발했다. 이 자리에서 갓갓은 자신의 목적은 “노예게임과 재미”라 말하고 조씨는 “여자는 돈벌이”라 맞받아치면서 서로 자신의 범죄가 더 우월하다고 설전을 벌였다. ●그놈 후예 ‘켈리’ ‘와치맨’ 솜방망이 처벌 논란 갓갓의 n번방이 인기를 끌자 텔레그램에는 수많은 파생방이 생겼다. 파생방은 성착취 영상뿐 아니라 지인, 연예인과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불법촬영 영상 등이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함께 공유되는 성범죄의 온상이 됐다. 5일 기준 경찰이 붙잡은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한 피의자는 모두 140명이다. 이 중 23명이 구속됐다. 140명 중 29명은 대화방 운영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최소 103명이다. 성착취 영상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해 가상화폐 등으로 수익을 올린 박사 조씨는 지난달 17일 경찰에 검거돼 같은 달 25일 검찰로 송치됐다. 갓갓의 n번방을 물려받은 것으로 드러난 ‘켈리’ 신모(32)씨는 춘천지법에서, n번방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고담방을 운영한 와치맨 전씨는 수원지법에서 각각 2심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켈리의 항소를 포기하고 와치맨에게 3년6개월형을 구형한 검찰은 n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비난을 의식한 듯 두 사건 모두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더 엄한 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성착취 영상 공유방을 운영한 미성년자 ‘로리대장태범’ 배모(18)군, ‘태평양’ 이모(16)군도 재판에 넘겨졌다. 갓갓과 일부 운영자를 검거한다고 n번방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갓갓과 갓갓이 만든 영상을 죄의식 없이 즐겼던 일부 이용자들은 누군가의 절망을 ‘재미있는 게임’이라 부르며 사이버 세상을 전전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신문 이메일 police@seoul.co.kr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수능보고 온다며 사라진 n번방 창시자 ‘갓갓’을 잡아라

    수능보고 온다며 사라진 n번방 창시자 ‘갓갓’을 잡아라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송강호가 카메라를 향해 묻는다. 대한민국 대표 미제 사건으로 꼽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에게 던진 말이었다. 지난해 자칫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화성 사건의 진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을 잊지 않고 추적하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33년 만에 이춘재의 가면을 벗길 수 있었다. 흔히 ‘완전범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흉악범이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니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본모습을 숨긴 채 사는 범인이 당신 곁에 있다. 그놈이 가장 바라는 건 영원히 잊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 그놈을 잡기 위해.“n번방은 단지 재미있는 노예게임이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아동과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의 주범 ‘갓갓’(이하 대화명)은 자신의 범죄를 이렇게 표현했다. 5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n번방 대화록에 따르면 갓갓은 여성의 약점을 잡아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일련의 과정을 스트레스 해소나 일탈 행위쯤으로 정의하며 정당화했다. 지난해 2월 텔레그램에 1번부터 8번까지 번호가 붙은 채팅방 8개가 생겼다. 채팅방에는 남성 공중화장실에서 나체로 널브러져 있는 여성의 영상, 여성이 개처럼 짖거나 칼과 바늘로 자신을 학대하는 모습 등 잔혹한 성착취 영상이 올라왔다. 1~8번 방의 이용자들은 영상 속 여성을 ‘노예’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각 방에는 300명에서 700명 사이의 이용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을 드러낸 이 사건은 숫자가 붙어 있던 방의 이름을 따 ‘n번방 사건’이라 불린다. n번방은 ‘와치맨’이 만든 ‘고담방’, ‘박사’ 조주빈(25·구속)이 운영한 ‘박사방’ 등 수많은 파생방을 만들며 곰팡이처럼 퍼져 나갔다. 이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많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파생방의 운영자들과 공범은 경찰에 잇따라 검거되고 있지만, 아직 이 사건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n번방 개설자, ‘갓갓’의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수능 보고 온다”며 사라져…‘갓갓’은 누구인가 갓갓은 피해자 신상 정보를 알아낸 다음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고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주요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일탈계’, ‘살색계’를 운영하는 여성들이었다. 일탈계와 살색계는 자신의 얼굴과 정보를 가린 채 신체 노출 사진 등을 올리는 계정이다. 갓갓은 피해자들에게 해킹 링크를 보내거나 경찰을 사칭해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신상 정보를 알아냈다. 갓갓은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손에 쥔 후 “일탈계를 운영했단 사실을 지인과 가족에게 알리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성착취 영상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피해자의 이름과 학교 등 개인 정보와 함께 n번방에 공유됐다. 문화상품권 표면의 스크래치를 긁으면 나오는 핀(PIN)번호만 있으면 온라인에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갓갓은 1만원어치 상품권의 핀번호를 보낸 사람에게 n번방 입장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수익도 올렸다. 갓갓은 ‘뀨릅’이란 대화명으로 n번방을 홍보하기도 했다.갓갓의 정체를 추정할 단서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가 텔레그램에 남긴 대화를 참고해 어렴풋이 추측만 할 뿐이다. 갓갓은 지난해 9월쯤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며 돌연 잠적했다. 한때 n번방에 참여했던 제보자 A씨는 “n번방이 지난해 8월까지 입장 가능했다가 9월쯤부터 전부 폐쇄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갓갓이 범행 당시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재수생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러 수능을 언급해 정체를 숨기고 수사에 혼란을 주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사 조씨도 수사망을 피하려 중년 남성인 척하거나 ‘김윤기’라는 거짓 이름을 사용한 바 있다. n번방 공범자들 사이에선 갓갓의 거주지가 경기 안성이라는 추측이 돈다. n번방에 성착취물 등 9000여건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구속된 와치맨 전모(38)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갓갓의 트위터 계정을 추적한 결과를 올리면서 “트위터에 남아 있는 정보를 조합해 보면 갓갓은 경기 안성에 산다”고 주장했다. 갓갓의 뒤는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이 쫓고 있다. 사이버 범죄의 범행장소가 온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의 주거지는 전담 수사기관 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경북청은 갓갓이 사용한 컴퓨터의 IP 주소를 특정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갓갓이 입장료로 받은 문화상품권은 결제 내역 등 추적이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경찰은 “수사기법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사 조씨를 따르는 ‘부따’, ‘사마귀’, ‘이기야’ 등 공범이 있었던 것처럼 갓갓에게도 ‘코태’와 ‘반지’라는 대화명을 쓰는 공범이 둘 있었다. 코태는 갓갓과 함께 피해자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하거나 피해자를 직접 만나 성폭행하는 등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반지는 n번방 범죄의 흔적이 경찰에 걸리지 않도록 사이버 관리자 구실을 했다. 코태는 평소에 “갓갓은 내 친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코태와 갓갓이 동일인물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두 사람이 범행을 같이하면서도 현장에 동시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다. 갓갓이 수사망을 피하려고 여러 대화명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나는 절대 안 잡혀”…완전범죄 자신한 그놈 와치맨 전씨가 블로그에 남긴 갓갓과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에 따르면 갓갓은 경찰을 조롱하고 완전범죄를 자신했다. 전씨가 지난해 7월쯤 n번방의 운영 방식과 갓갓 등 n번방 운영자들의 잔혹한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 방식을 그대로 묘사해 올리자 갓갓이 먼저 전씨에게 접근했다. 갓갓과 대화를 나눈 전씨는 그 내용을 블로그에 인터뷰 형식으로 남겼다. 대화를 살펴보면 갓갓은 “트위터, 페이스북, 라인, 카카오톡, 텔레그램 모두 한국 경찰에서 수사 불가능하다”며 자신은 체포될 리 없다고 확신했다. 갓갓은 자신이 이미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문이 돌자 “경찰도 (n번방 사건) 해결 못 하는 것 인지하고 모방범죄 안 일어나게 잡혔다고 소문만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갓갓은 경찰의 수사를 비웃었다. 갓갓은 n번방 이용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 조사를 받고도 풀려난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이 (그 사람의) 휴대전화 검사도 안 하고 ‘몰랐다’고 하니까 2번 정도 출석해 조사받았는데 (검찰에) 기소도 안 됐다”며 수사당국을 조롱했다. 갓갓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n번방 이용자가 “합의하에 사진과 영상을 받았다”고 말하니 신고가 반려됐다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n번방 사건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하자 잠적했던 갓갓은 다시 나타났다. 복수의 목격자에 따르면 갓갓은 지난 1월 돌연 조씨가 운영하는 박사방에 등장해 16살이라 적힌 성착취 사진을 올리고 “언론 보도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갓갓은 박사 조씨를 두고 ‘제자’라 부르며 “네 수법은 다 알려져 의미가 없다”고 도발했다. 이 자리에서 갓갓은 자신의 목적은 “노예게임과 재미”라 말하고 조씨는 “여자는 돈벌이”라 맞받아치면서 서로 자신의 범죄가 더 우월하다고 설전을 벌였다.n번방의 후예는 어떻게 됐나 갓갓의 n번방이 인기를 끌자 텔레그램에는 수많은 파생방이 생겼다. 파생방은 성착취 영상뿐 아니라 지인, 연예인과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불법촬영 영상 등이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함께 공유되는 성범죄의 온상이 됐다. 5일 기준 경찰이 붙잡은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한 피의자는 모두 140명이다. 이 중 23명이 구속됐다. 140명 중 29명은 대화방 운영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최소 103명이다. 성착취 영상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해 가상화폐 등으로 수익을 올린 박사 조씨는 지난달 17일 경찰에 검거돼 같은 달 25일 검찰로 송치됐다. 갓갓의 n번방을 물려받은 것으로 드러난 ‘켈리’ 신모(32)씨는 춘천지법에서, n번방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고담방을 운영한 와치맨 전씨는 수원지법에서 각각 2심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켈리의 항소를 포기하고 와치맨에게 3년6개월형을 구형한 검찰은 n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비난을 의식한 듯 두 사건 모두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더 엄한 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성착취 영상 공유방을 운영한 미성년자 ‘로리대장태범’ 배모(18)군, ‘태평양’ 이모(16)군도 재판에 넘겨졌다. 갓갓과 일부 운영자를 검거한다고 n번방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박사방 이용자 닉네임을 1만 5000개(중복 제외)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 A씨는 텔레그램 내 불법 성착취 영상 이용자가 약 3만명 정도라고 추정했다. 여성단체들은 중복 계정을 포함해서 26만명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갓갓과 갓갓이 만든 영상을 죄의식 없이 즐겼던 일부 이용자들은 누군가의 절망을 ‘재미있는 게임’이라 부르며 사이버 세상을 전전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신문 이메일 police@seoul.co.kr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자구책만으로는 어렵다”…항공업계의 필사적 호소

    “자구책만으로는 어렵다”…항공업계의 필사적 호소

    코로나19로 대형 위기를 맞는 항공업계가 “정부의 대규모 지원 없이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협회는 이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호소문’을 보냈다. 협회는 “국내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으며 84만명의 항공산업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이 고용 불안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임직원들이 자발적 고통 분담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코로나19는 산업기반을 붕괴시킬 정도로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항공사에 대한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와 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 확대는 물론 항공기 재산세 면제 등 각종 세금감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3월 넷째 주를 기준 전세계 181개국의 한국발 입국 금지·제한 조치에 따라 국제선 여객은 96% 급감했고,국내선 여객은 60%까지 하락했다.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가 멈춰 있는 상황이다. 협회는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월 9천억원의 고정비는 적자로 쌓이고,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5조 3000여억원 규모로 항공사와 임직원 모두가 당장 내일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세계 최대 항공 컨설팅 전문기관인 CAPA는 각국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전 세계 항공사 대부분이 5월말 파산할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항공산업은 국가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국제여객의 97%,수출입액의 30%를 담당하는 등 우리나라의 인적·물적 교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면서 “항공사뿐 아니라 지상조업,관광업 등 직간접 고용인원만 84만명으로 우리나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인 만큼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협회는 항공 안전과 업계 이익 증진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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