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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문위원 칼럼] ‘선전 저널리즘’의 위기/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소위 불편부당한 정론을 표방하는 언론에 ‘선전하고 있다.’고 하면 중대한 모독에 해당할 것이다.언론은 오히려 정치적 선전을 경계하고 필요에 따라 선전의 실상을 폭로함으로써 진실 보도에 충실할 책임이 있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작금의 한국 언론은 선전 저널리즘의 유혹과 함정에 빠져들어 스스로 신뢰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선전은 정치적 목적과 목표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편향적으로 묘사하는 행위이다.따라서 선전은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국가보안법 폐지와 수도 이전,과거사 청산 등 중요한 정치 보도에 선전 저널리즘이 만연하고 있다.이러한 선전 보도에는 보수와 진보 언론이 따로 없다.아니,한국 정치의 균열만큼이나 갈등관계에 있는 한국 언론은 서로 공격 비방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선전 저널리즘의 함정에 더욱 깊숙이 빠져 들고 있다. 선전 저널리즘의 징후는 우선 인용보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인용은 원래 보도되는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되는 뉴스작성 기법이다.그러나 보도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주장이 사전에 우선적으로 자리잡을 때,인용은 한낱 정치적 목표를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한다.언론은 이때 남의 말을 따옴표 받아 보도하는,이름뿐인 객관보도의 그림자속에 정파적 이해관계를 은폐시키려 한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은 국보법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원로들의 시국 성명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물론 성명에 참여한 원로들이 주로 보수 쪽을 대변하는 일부의 원로라는 사실이 생략돼 있다.반면에 어떤 방송은 같은 성명을 단신으로 작게 다뤘다.이 같은 확대와 축소 보도를 놓고 에누리 없이 언론사의 공정한 뉴스가치 판단의 결과로 받아들일 독자는 얼마나 될까.요즘 수도 이전 논란,과거사 규명 이슈,그리고 국사교과서 친북성향 주장 등 민감한 정치이슈에 관한 언론의 인용 보도는 헛갈리고 종을 잡기 힘들 때가 많다.느닷없고 엉뚱한 언론의 인용보도는,그러나 해당 언론사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는 순간 의외로 쉽게 설명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선전 저널리즘은 안타깝게도 언론이 스스로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하는 정치판을 닮아 가고 있다.정적의 실수와 실언을 침소봉대하여 공격하는 정쟁 행위를 언론이 그대로 보도해 버리거나 때로는 앞서 나가기도 한다. 가십기사에 불과할 정치인의 실언이나 실수가 신문의 1면에 버젓이 대서특필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지난 17대 총선에서 보수 신문들은 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을 확대 보도했고 진보 신문들은 모 교수의 군사쿠데타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아무런 정치나 정책적 맥락이나 발언의 실효성이 없는 실언들을 대단한 일인 양 과장해서 보도하는 것은 정치적 선전비방이지 보도가 아니다. 언론이 이처럼 선전 저널리즘의 함정에 빠져 버린 것은,특히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이 지난 몇 차례 큰 선거에서 해서는 안 될 정치적 도박에서 실패한 뒤 그 여파에서 탈출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언론은 현실정치의 정파적 균열에 그대로 편입돼 때로는 ‘정치하는 언론’이 되어 갔다.여기에 보수든 진보든 나름대로 편향 뉴스를 만족스럽게 소비하는 독자시장이 존재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전 저널리즘이 기대고 있는 정파적 독자시장은 어디까지 한쪽 정파에 의존하는,기껏해야 반쪽짜리 시장에 불과하다.더욱이 좌든 우든 극단의 정파들은 위축 소멸되듯이 정파적 신문의 선전 저널리즘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요즘의 신문위기의 실체는 바로 정파적 신문의 신뢰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국감 뉴스라인]

    콘센트는 꽂혀 있으나 실제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소모되는 가전제품의 ‘대기 전력’이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관리공단이 11일 국회 산자위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현재 국내 대기전력이 총 전기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로,국내 가정전력 소비량의 11%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미국은 2001년 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이 1w를 초과할 경우 정부조달 품목에서 제외했다.”면서 “세계적으로 수입제품의 대기전력 규제가 강화되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을 해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1200만건을 보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부가 열린우리당 강성종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이동통신사별 해지고객의 정보 보유건수는 KTF 546만건,LG텔레콤 356만건,SK텔레콤 277만건 등 총 1180만건이었다. 정보통신부는 올부터 이동통신사가 해지고객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해지된 전화번호,청구서 배달주소,요금 정보 등을 제외한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해지고객 개인정보 보호지침’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동통신사들은 은행계좌번호,예금주 등 금융자료까지 보관해 왔다. 국내 의약시장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의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청구액이 1조 4168억원을 기록,전체 건보급여의 27.2%를 차지했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국내 315개 제약회사 가운데 8%에 불과한 25개 다국적 제약회사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값비싼 수입의약품이 국내시장을 지배하지 않도록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헌혈에 지원한 현역군인 100명 가운데 12명꼴로 헌혈부적격 판정을 받았다.열린우리당 유필우 의원에 따르면 올들어 전체 헌혈 지원 군인 56만 9000여명 가운데 6만 9643명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유 의원은 이 중 혈액에 철분이 부족한 ‘저비중’(일반적으로 빈혈) 판정을 받은 8321명과 고혈압 판정을 받은 1800명은 시급히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전역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부적격 판정 사유는 약물 복용이 12.5%로 가장 많았으며,저비중 11.9%,각종 질환 9.6%,말라리아 7.0%,저혈압 6.1%,간염 4.2%,고혈압 2.6% 등이었다.
  • [국감 하이라이트] 재경부

    [국감 하이라이트] 재경부

    1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국정감사는 예상했던 대로 성장률 전망·경제정책의 이념편향·환율방어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초선의원들의 날선 공격과 노련한 경제부총리의 공방이 치열했다.관심을 모았던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증인 출석을 마다하지 않아 열기를 높였다. ●성장률 공방-고개숙인 이정우 국감장에서 나온 이헌재 부총리의 ‘내년 성장률 4%대 추락’ 언급은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어서 심각성을 더해준다.대표적인 ‘인위적 경기부양’ 반대론자인 이정우 위원장조차 “경기가 나빠 대책이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국회의원들은 “그래도 정부의 경제인식이 안이하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무소속 신국환 의원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졌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에 5%대 성장을 전제하고 예산이나 정책을 짜게 되면 틀림없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정부는 건설경기 연착륙을 강조하지만 이미 경착륙했다.”고 주장했다.이 부총리는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내년 5%대 성장을 이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5% 성장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임을 밝혔다.그동안 ‘의도적으로’라도 낙관론을 펴왔던 이 부총리가 성장률 하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소모적인 좌·우 이념이나 성장·분배 논쟁을 그만하라는 주문이 깔려 있다. 성장률 공방은 이정우 위원장에게도 튀었다.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은 ‘겨울이 다 지나가는데 난로를 왜 구입하느냐.’는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집중공격해 “그 말을 했을 때는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이 하반기 경기회복을 낙관하던 2월이었다.지금은 내수가 어렵고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쁜 것은 사실”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구름이 걷히면 (참여정부 경제정책의)진가가 드러날 것”이라던 이 위원장의 종전 발언과 비교하면 상당히 힘이 빠졌다.물론 그는 “그렇더라도 경제위기는 아니며,병이 깊을 때는 진통제를 놔가며 치료해야 하지만 마약은 안 된다.”고 반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념공방-좌편향 vs 중도도 안돼 국회는 ‘테마 국감’을 야심차게 선언하고서도 소모적인 이념공방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학계에서는 현 정부의 좌편향적,분배우선주의적 정책성향이 경제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같은 당 임태희 의원도 “민간연구소는 물론 심지어 KDI,금융연구원 등 공공연구기관에서도 좌편향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가세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쓸데없는 이념공세에 불과하다.”면서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적 실용주의”라고 반박했다.김종률 의원은 “경제정책에 대한 좌파 이념논쟁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고 소모적인 정쟁”이라며 “특히 경기침체의 원인을 마치 참여정부의 좌파적 경제정책 탓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대단히 악의적인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정덕구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동산 대책 등을 근거로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좌파적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는데,그렇다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부동산 공개념에 입각한 정책들은 공산주의의 극치라고 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참여정부가 분배정책을 쓴 적이 없다.”는 이 부총리의 미국 발언을 인용하며 “중도에도 못미친다.”고 다른 각도에서 거세게 비판했다.이정우 위원장은 “10·29 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는 분명히 분배정책을 썼다.”면서 “이 부총리는 아마도 재분배정책을 의미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율정책 공방-재경부·한은 자료 왜 다른가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집계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이자 비용이 무려 1조 8000억원가량 차이나 ‘환율정책 공방’에 기름을 끼얹었다.재경부가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8월말까지 외평채 이자지급액은 3조 1132억원이다.반면 한은이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등에서는 같은 기간 이자비용이 1조 3000억원으로 추산됐다.1조 8000억원이나 차이난다. 재경부측은 “외평기금 이자비용이 급증했지만 정책수행과 관련된 비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이자지급 방식의 변화와 기금 증가 때문”이라고 해명했다.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역외선물환(NDF) 등 파생상품 시장을 통해 환율에 개입하면서 말못할 비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과 통화안정증권의 과다발행을 통해 무리한 환율 떠받치기를 계속해오고 있다.”면서 ‘헛발질 외환정책’이라고 성토했다.이 의원은 이 부총리를 집요하게 몰아세워 “외환보유액이 1500억달러 정도면 충분하다.”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이 부총리가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공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외환보유액이 1700억달러를 넘어선 만큼 정부도 과도하다고 인정했다.”는 이 의원의 자의적 해석에 대해,이 부총리는 “과도가 아니라 넉넉한 것”이라고 받아넘겼다.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외평채 발행으로 늘어난 통화를 흡수하기 위한)통화안정용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부담까지 포함하면 환율안정 비용이 16조원 3799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1%나 된다.”고 비판했다. 안미현 전광삼기자 hyun@seoul.co.kr
  • [국감-정책은 없고 공방만 있다] 정쟁에 속타는 여야초선

    [국감-정책은 없고 공방만 있다] 정쟁에 속타는 여야초선

    국정감사가 여야간 정쟁(政爭)의 무대로 전락하면서 대다수 여야 의원들도 한숨짓고 있다.지난 몇 달간 밤 새워 국감을 준비했건만 여야 지도부의 정쟁에 가려 누구 하나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다.특히 첫 국정감사를 맞아 각오를 다져온 187명의 초선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모습이다. “이거 어떻게 준비한건데….아휴 속이 터져요,터져.”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10일 기자 전화를 받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지난 두 달간 공 들인 국감 질의가 정쟁에 묻혀 언론에 단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내용은 외교통상부와 한국조폐공사의 불량여권 제작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의원은 “1998년 이후 400만개의 불량여권이 제작,배포됐는데 외교부와 조폐공사가 지금껏 쉬쉬하면서 은폐해 베트남에서 불량여권 때문에 입국을 거부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당 지도부가 좋은 정책자료를 취합해 홍보하지는 않고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언론도 그래선 안된다.정책국감 하라면서 왜 정쟁만 보도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공들인 자료가 대부분 정쟁에 묻혔다.벽을 느낀다.”고 한숨지었다.한국수력원자력(주) 국감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의 지연으로 1가구당 매달 1만 7000원씩의 부담금이 발생하는 사례를 들어 국책사업 지연에 대한 본질적 해법으로 대상 지역주민을 상대로 의견을 묻는 ‘글로벌 메커니즘’ 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고 동강의 오염된 물을 녹차로 오해하고 마신 가십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교육위의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은 “지난 5일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친북 교과서 파동’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지난 석달 동안 심혈을 기울인 ‘학제 개혁안’이 몽땅 묻혀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보건복지위의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진보국감,정책국감을 표방하며 일찌감치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준비했던 내용이 두 거대정당의 싸움에 모두 휴지조각이 돼버렸다.”고 원망했다.그는 “언론 역시 정책은 철저히 외면한 채 공방만 보도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국감이 끝나면 언론은 분명 구태 운운하며 또다시 정치권을 비판할 것”이라고 언론에도 화살을 돌렸다. 진경호 박록삼기자 jade@seoul.co.kr ●초반 구태 사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는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정책 국감이 활성화되고 문답 방식을 도입해 국감이 밀도 있게 진행되는 등 이전에 견줘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하지만 한편에서는 기선제압용 고성과 고압적 질의는 물론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무성의한 자료 제출 등 여야 의원과 피감기관들 사이에 여전히 구태의연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파이 발언’ 논란과 설전으로 12시간 이상 공전된 7일 국방위는 ‘소모전’이라는 구태의 전형적 사례로 꼽는다.여야의 싸움 때문에 답변하러 온 군 장성 십여명은 하루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기다려야만 했다.회의 시한을 넘기기 5분 전인 밤 11시55분에 상임위를 속개해 15분 만에 얼렁뚱땅 진행하고 끝낸 것도 이전 국감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5일 문화관광위 국감을 치른 한국관광공사는 노사 모두 ‘분노’에 휩싸였다고 한다.상대는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1급 이상 임직원들을 일어서게 한 뒤 3분 동안 나이·월급·업무 등을 묻고 ‘능력’운운하며 ‘인격 모독’에 가까운 내용을 질의했다.노조 차원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6일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질의를 하던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마이크가 잘못돼 스피커에서 굉음이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에게 “너희들 이래도 돼,사장 너 죽을래.”라고 고함쳐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4일 문화관광부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국정홍보처가 문화관광부의 산하기관인 줄 알고 잘못 질의했다가 취소한 적도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의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8일 ‘감기환자 항생제 처방률이 99%라니’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하지만 3개 의원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5만여개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율인 것처럼 과대 해석한 것으로 나타나 구설에 올랐다. 피감 기관의 무책임한 자료 제출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지난해 열린 제주평화축전을 실패한 남북협력 행사로 판단,축전준비위원회와 문화방송의 계약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종수 김상연기자 vielee@seoul.co.kr
  • [사설] 정부, 기밀제출 거부 옳지 않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에 의해 불거진 국가기밀 누출 논란과 관련해 여당은 형사고발을 요구하고 있고,야당은 국감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여기에다 정부가 앞으로 국가안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밀 사항에 대해서는 주무장관이 국회에 소명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하겠다고 나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정부까지 끼어든 국가기밀 누출 논란은 한심하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는 이미 국가기밀과 보안유지에 대한 적절한 조항이 있다.국가안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기밀이라면 주무장관이 국회에 소명하고 증언이나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또 국가기밀 사항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부가 비공개 회의나,대면설명 등을 통해 국회에 제공해 온 것이 관례였다.물론 국회의원들은 직무와 관련해 취득한 비밀에 대해서는 업무참고 목적 이외에는 보안유지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이 정부가 국가기밀로 분류한 사안을 함부로 공개한 데 대해서는 책임져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를 빌미로 정부가 이미 법률에 규정된 ‘기밀자료 제출 거부권’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과잉 대응이다.지금 국가기밀은 관련법과 정부의 판단에 따라 1,2,3급으로 분류 관리되고 있다.정부가 국가기밀 지정이나 관리에 있어서 재량권을 남용하고,국회에 제출거부권을 남용할 소지도 분명히 있다.정부는 국가기밀이라도 국회의원들의 정당한 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은 제출해야 한다. 국가는 물론 어느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후진적인 논란과 정쟁은 그만두어야 한다.논란을 야기한 국회의원들은 국가가 우선인가,개인 영웅주의가 우선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정치권은 국가기밀 유출 재발 방지책을 모색하고,정부도 정치권의 소모적 논란에 끼어들지 말고 기존의 법과 관례를 지키는 것이 옳다.
  • 자녀양육권 찾으려 350억원 위자료 포기

    |런던 연합|어머니의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값을 매길 수 없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약 1750만파운드(350억원)에 해당한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영국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이혼녀인 모나 알 카티프는 영국 항소법원에서 진행된 위자료 및 양육권 소송에서 자식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 2650만파운드의 위자료 가운데 1750만파운드를 포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알 카티프는 5명의 자녀들과 관계가 복구된다는 사실에 비교하면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 카티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호인 압둘라 마스리와 2000년 4월 이혼했다.영국 법원은 2002년 마스리에게 위자료로 2650만파운드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그는 이를 거부하고 자녀들을 데리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달아났다.물론 단 한푼의 위자료도 지급하지 않았다.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가면 출국이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한 알 카티프는 전 남편 마스리가 영국에 남긴 재산을 처분해 위자료와 자녀들을 되찾기 위한 재판을 시작했다. 재판은 항소법원까지 올라갔고 지루한 소모전에 지친 알 카티프와 마스리는 항소법원의 중재로 재판을 중단하고 화해하기로 결정했다. 마스리는 13세와 16세인 두 딸이 방학 동안 어머니를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18,19,21세인 남자 아이들도 언제든지 어머니를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대신 알 카티프는 위자료 가운데 약 900만파운드만을 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했다.알 카티프의 변호인은 “어머니가 아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머니의 사랑에 비하면 금적적인 측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 [웰빙 A to Z] 은이야? 점토야? 조물락조물락

    [웰빙 A to Z] 은이야? 점토야? 조물락조물락

    ■ 순은점토 공예 웰빙 바람이 무섭긴 무섭다.올림픽 메달을 빼놓고는 많은 이들이 금 아닌 은에 열광하고 있다.각종 기능성 제품들은 물론 액세서리에서도 은의 인기가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하지만 막상 나가보면 은 액세서리 종류는 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예 직접 만들기에 나선다. 장혜선(29)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예전부터 은으로 된 걸 좋아했어요.학교 다닐 때 은 귀고리나 목걸이 참 많이 샀죠.그래도 직접 만드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그러다 순은점토공예를 알게 됐어요.” 은공예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공소 분위기를 떠올린다.하지만 순은점토공예는 말 그대로 점토 형태의 재료로 원하는 소품을 만드는 것.“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5년여나 됐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은공예’ 하면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오해하시고 시작하지 못하더군요.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쉽답니다.” 점토처럼 빚어 은을 만든다? 얼핏 이해하기 어렵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간단하다.“일단 순도 99.9% 은과 반죽을 돕는 물질이 섞여 있는 ‘은점토’로 모양을 만듭니다.이것을 가스레인지나 가스토치로 구워 내 불순물을 날려보내면 순은만 남게 되는 거죠.” 은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매력.점점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빠져들고 있다.혜선씨도 취미로 시작했다가 강사 자격증까지 따서 최근 본격적으로 은공예를 시작했다.시작한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핸디실버’라는 인터넷 은공예 소모임(handysilver.cyworld.com)도 운영하고 최근 한 작품 공모전에 입선도 했다.“대부분의 수공예가 그렇지만 순은점토공예는 ‘손맛’을 살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그래서 손이 야물지 못한 초보가 만든 작품도 그만의 매력을 갖게 되죠.” 순은공예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재료비.‘순은’이라고 하면 대부분 가격이 ‘엄청’ 비싸다고 생각해 지레 겁을 먹는다.“결코 ‘저렴한’ 취미생활은 아닙니다.하지만 다른 점토와 달리 작은 부스러기 하나도 낭비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사치스러운 취미도 아닙니다.무엇보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도 할 수 있으니 시작해 볼만 하죠.”아무리 나만의 작품을 걸칠 수 있다지만 은의 단점인 변색이 맘에 걸린다.하지만 혜선씨는 이마저도 은의 매력이라고 말한다.“변하지 않으면 은이 아니죠.늘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은공예,함께 해보실래요?”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여기서 시작해요 초보가 가장 쉽게 은공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순은점토를 만드는 회사.재료에서 공예 강습소까지 모든 것을 가이드해준다.또 인터넷 쇼핑몰을 갖추고 있어 누구나 쉽게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은점토 생산은 일본이 선두다.대표적인 제조사는 아트클레이(www.artclay.co.kr)와 실버클레이(www.silverclay.co.kr)다.제품은 국내산보다 비싸지만 기술이 앞선 만큼 다루기가 쉽다.두 회사 모두 국내 각 지역마다 교육장을 갖추고 있어 가까운 곳을 찾아가 배울 수 있다. 국내에도 몇몇 회사가 뒤늦게 은점토 개발에 나섰다.대표적인 곳이 메탈클레이(www.metalclay.co.kr).이곳 역시 연수과정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네이버 카페(cafe.naver.com/artsilver.cafe)를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따라 만들어 보세요 순은점토공예에서 초보가 가장 만들기 쉬운 것이 바로 펜던트다.특히 밀대로 얇게 편 다음 원하는 모양이나 글씨를 써넣는 간단한 디자인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재료준비 순은점토 5g,사포,밀대,철망,요리용 종이(혹은 PVC필름),핀셋,아트 나이프(혹은 송곳),붓,빨대,드라이어. (1)모양만들기 비닐에 싼 채로 조물락 반죽을 하고 요리용 종이 사이에 넣고 밀대로 밀어 얇게 편다.굵은 빨대를 이용해 목걸이를 넣을 구멍을 뚫는다. (2)건조 드라이어로 10분 가량 말려준다.제대로 말릴수록 좋다. (3)조각 원하는 무늬나 글씨를 연필로 그린 다음 아트나이프나 송곳을 이용해 조각한다. (4)소성 철망에 올리고 가스레인지로 굽는다.처음엔 타는 듯하지만 점차 흰색으로 변했다 주황색으로 바뀌는데 이때 불을 끈다. 이 과정을 제품에 따라 3∼4차례 혹은 6∼7차례 반복한다.식힌 다음 사포나 광쇠로 마무리 한다. (5)완성 원하는 목걸이 끈을 연결하면 끝.
  • 국감 초반 우리당 ‘침울’ 한나라 ‘화색’

    국감 초반 우리당 ‘침울’ 한나라 ‘화색’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이틀째를 맞은 5일 여야의 초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야당이 국감을 정쟁과 폭로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대안 제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여당이 정부 감싸기에 급급하다 보니 국정감사라는 본연의 취지와 목적을 상실한 것 같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정부 부처의 실책을 정확히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감 초반 기싸움에서는 일단 한나라당이 ‘공세’를 바탕으로 우위를 보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한나라당은 국감 첫날인 지난 4일 국방위의 ‘유사시 16일 만의 수도권 함락’,교육위의 ‘고교 국사교과서’ 논란 등을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키면서 열린우리당을 적잖이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우리당 “정책대안 제시 주력”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여당으로서 국감을 공격적으로 이끌어갈 수도 없고,야당의 파상 공세에 방패막이 역할만 할 수도 없는 처지다.대신 야당인 한나라당의 구태와 폭로,일부 국감장의 파행을 지적하는 데 주력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국정감사가 구태를 못 벗어 안타깝다.”면서 “몇몇 의원들의 구태·저질·폭로 등이 국민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있어 많은 의원들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감을 짜증스러운 소모적인 것으로 인식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그러나 “국감이 정부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자리기 때문에 여당 또한 정부를 비호하기보다는 대안 있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며 소속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감 초반 대다수 국감장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당 지도부는 상임위별로 여야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정치적 현안과 민생·경제 위주의 정책적 쟁점을 엄격히 나눠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았다. ●한나라당 “정치·정책쟁점 구분 대응”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감 첫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가 쉬쉬해 온 외교·안보상의 문제점을 비롯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무대책을 정확히 파악해 내자 정부·여당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모양”이라며 “이틀째 들어서는 교육위 등에서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여당이 오히려 국감을 파행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고 열린우리당을 몰아 세웠다. 전광삼 김준석기자 hisam@seoul.co.kr
  • [폴리시 메이커] 이원희 복지부 인구·가정정책과장

    [폴리시 메이커] 이원희 복지부 인구·가정정책과장

    “아기 키우는 일이 ‘애국’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난 적도 없습니다.” 보건복지부 이원희(48) 인구·가정정책과장은 출산기피 풍조를 타개해야 할 실무책임을 맡고 있다.저출산 문제는 이미 국가 성장잠재력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는 49만 3500명으로,해마다 출생아 수가 줄고 있다. “지난 1996년 신인구정책을 발표했지만,인구의 자질 등 질적 향상에 주안점을 뒀지,출산장려책으로까지는 진입을 못했습니다.이후 곧바로 외환위기가 터져 저출산 현상이 지속됐는데도,이게 경제난으로 인한 단기적인 현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논란이 컸습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인 합계출산율이 1999년 1.42명에서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 붐에 힘입어 1.47명으로 소폭 반등한 것도 이런 논쟁을 부추겼다.결국 이런 소모전 속에서 저출산대책을 마련하는 게 늦었고,정부는 지난해 초에야 뒤늦게 출산억제에서 출산장려 쪽으로 정책방향을 180도 틀었다.임신·출산·양육을 할 때 개인이 자기 주머니에서 지출하는 돈을 최대한 줄여주자는 게 대책의 골자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이상적인 자녀수는 2명이 넘는 것으로 나옵니다.하지만 실제로는 1.19명(지난해)에 불과합니다.결국 아이를 원하기는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많이 낳지를 못하는 셈이지요.” 그래서 올해 안에 산전 기형아검사 때 보험을 적용해주고,내년부터는 자연분만시 본인부담금을 없애는 등의 실질적이고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과거에 출산억제를 할 때 지원대책이 49가지나 됐다고 합니다.주민세 감면은 물론,주거지원 등도 포함됐죠.지금 정부가 출산안정(장려) 쪽으로 정책방향을 바꾼 만큼 적어도 그 때보다 2∼3배 많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장은 끝으로 “젊은 여성 후배들이 내가 20년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양육문제로 요즘도 고민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비록 각종 인구통계치가 여전히 어둡지만,우리 국민의 역동성과 정부의 정책이 시너지효과를 내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82년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복지부내 간호사 출신 공무원 중 맏언니격이다.서울대 간호학과와 보건대학원,한양대 간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한림대 의대 교수인 남편과 대학교 4학년인 아들,고등학교 2학년인 딸을 두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열린세상] 사회의 바둑급수 올리기/이공주 이화여대 약학대학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추석에 고향을 찾아 늙은 정자나무를 다시 보니 그 밑에서 바둑을 두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새로 배운 바둑이 재미있어 방학이면 날마다 옹기종기 모여 비슷비슷한 급수끼리 바둑을 두었다.친구와 두고 또 두고,책을 읽어도 보고,잘 두는 선배들에게 몇 점씩 접으며 같이 두자고 조르기도 했다.고수랑 두면 왜 거기에 두는지 이해하지 못해 설명을 듣기도 하고,열심히 책을 찾아도 보며 날로 바둑실력이 늘어가던 시절이었다.한가지 분명한 것은 급수가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항상 실력을 인정했고,한수라도 배우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내가 다 컸다며 내 경험을 고집하고 내 급수대로 인생을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에 접하게 된다.인생에서도 급수가 있고,낮은 급수들도 잘 배워 시간이 지나면 고수가 되면 좋을 텐데….그래서 사회의 성숙도는 구성원들의 인생 급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 것 같다.우리가 살며 경험하는 것을 살펴보자.개인 가족사에서 시작하여 내가 속한 직장도,국가도,사람이 새롭게 바뀌면 이런저런 오류들이 나온다.단편적인 생각으로 정책을 시행했다가 문제점이 드러나면 다시 수정하고,한참을 헤매다가 원점으로 되돌아오면서 그 많은 시간 동안 에너지만 소모하고 마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그런 까닭에 시간이 지나도 발전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반복하거나 느리게 변화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우리의 역사 수준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둑에도 원칙이 있듯이 인생과 사회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경험하고 나면 한수를 배워 금방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것도 많다.사람들은 가끔 자신들의 문제는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대다수의 경우 경험과 타인이 제시한 해결책이 보다 도움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도 어린시절,중·고·대학시절이 있었고,직장에서의 경험과 인간관계,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갖는 느낌,아이를 결혼시키고 손자를 보고,윗사람으로서 전체를 보아야 하고,죽음을 목격하는 등 바둑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겪어왔다.사회의 변화와 정책도 마찬가지다.시대에 따라 변하는 환경과 이에 대응해 역사의 발전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 역시 모든 참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일이다.또 이를 처음 경험하는 경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살다 보면,우리는 여기저기에서 인생의 고수들을 만나게 된다.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물론 시간이 지난다고 모두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어려서 같이 배웠던 친구들의 최종 바둑급수가 모두 다르듯이…. 어떻게 하면 사회 구성원들의 인생 급수를 올릴 수 있을까.인생의 고수들이 제구실을 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과학의 발전은 기록의 역사다.과학에서 가설이 객관적인 사실이 되려면 실험하고 그 결과를 자세히 매뉴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실험을 통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이러한 객관적 사실에 또 다른 새로운 결과가 더해지면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다른 사람이 이미 경험한 것을 반복만 한다면 과학의 발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과학은 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밝혀낸 사실을 매뉴얼로 만들어야 하는 등 나름의 체계와 도덕률을 가지고 있다.성숙된 사회로 가려면 개인과 조직의 경험을 자세히 기록하고,매뉴얼화해 다음 사람들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탄탄한 철학을 가지고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회를 그려 본다.그리고 구성원들이 나보다 급수가 높은 고수를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인다면,역사가 있는 사회,경험이 축적된 사회로의 발전 역시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꿈꿔보기도 본다. 이공주 이화여대 약학대학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 슈투트가르트·키로프 발레단 나란히 서울 나들이

    슈투트가르트·키로프 발레단 나란히 서울 나들이

    올해 10월 마지막 주는 발레 팬들을 위한 특별 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두 발레단이 차례로 서울 나들이에 나서는 것.한국이 낳은 발레스타 강수진의 활약으로 친숙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오는 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220년 전통을 자랑하는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은 29∼31일 같은 장소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각각 2년,9년만에 서울을 방문하는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오네긴’(슈투트가르트),‘백조의 호수’(키로프) 등 간판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발레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오네긴’ 1609년 설립된 왕실발레단이 전신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1961년 영국인 안무가 존 크랑코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면서 세계적인 발레단의 대열에 들어섰다.1965년 초연된 ‘오네긴’은 존 크랑코의 탁월한 안무력이 돋보이는 작품.‘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고전을 극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과 더불어 ‘드라마 발레’의 전형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문호 푸슈킨의 시극을 바탕으로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음악을 편곡해서 만든 ‘오네긴’은,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함과 열정을 동시에 지닌 아름다운 여인 타티아나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다.3막6장으로 구성된 발레로,196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즌에서 찬사를 받은 이후 전세계 순회공연을 통해 발레단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떠올랐다.독서광인 타티아나가 마루에 엎드려 책을 읽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묘사한 오프닝신과,1막 가운데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꿈속 2인무가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선 지난 86년 최연소로 발레단에 입단해 97년부터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강수진이 타티아나역으로 고국 팬들에게 인사한다.수많은 작품에서 주역을 두루 섭렵했지만 타티아나에 얽힌 사연과 애정은 각별하다.95년 시즌 오프닝의 첫 주역을 맡은 작품이 ‘오네긴’이었고,98년 뉴욕에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른 무대도 ‘오네긴’이었다.섬세한 표현력으로 초연 때 주역인 마르시아 하이데 이후 최고라는 평가를 듣는 그의 멋진 춤솜씨를 기대해볼 만하다.유진 옐리넥이 오네긴역으로 호흡을 맞춘다.5만∼20만원.(02)399-1114. ■키로프 발레단 ‘백조의 호수’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세계 고전발레의 쌍벽을 이루는 키로프 발레단이 9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공교롭게도 지난 4월 내한공연을 가졌던 볼쇼이 발레단과 마찬가지로 ‘백조의 호수’를 레퍼토리로 택했다.볼쇼이 공연을 본 이들이라면 이 기회에 두 단체의 장단점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듯싶다. 천재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1960년대 이후 상황이 역전되긴 했으나 키로프 발레단은 여전히 러시아 발레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통한다.1783년 탄생한 키로프발레단이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869년 ‘고전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가 마린스키 극장의 수석 발레 마스터를 맡으면서부터다.그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등을 발표하며 고전발레의 기법을 체계적으로 확립했다.20세기 들어 키로프 발레단은 안나 파블로바,바실라브 니진스키,루돌프 누레예프,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등 유명 무용수들을 배출하는 양성소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번에 선보일 ‘백조의 호수’는 마리우스 프티파·레브 이바노프의 안무를 1950년 콘스탄친 세르게예프가 재안무한 버전이다.키로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오데트·오딜이라고 극찬받는 알리나 소모바,이르마 니오라드제 등 간판 스타들이 총출동한다.4회 공연 모두 다른 주역 커플들이 무대에 서는 것도 색다르다.키로프 발레단 최초의 한국인 무용수인 유지연은 스페인 무희로 출연한다.5만∼20만원.(02)518-734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가솔린·전기로 ‘쌩쌩’…하이브리드카 시대

    가솔린·전기로 ‘쌩쌩’…하이브리드카 시대

    우리나라에도 마침내 미래형 ‘하이브리드카 시대’가 열렸다. 현대자동차는 1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미래형 자동차 개발 기념식’을 갖고 도로 주행용 하이브리드 자동차 ‘클릭’ 50대를 경찰청에 공급했다. 그동안 현대차가 전시용이나 컨셉트카 개념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작한 적은 있으나 실제 도로 주행용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량은 경찰청 업무용으로 지원돼 서울 및 수도권지역에서 시범 운행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는 ‘복합’이라는 의미로,자동차에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방식을 말한다. 즉 기존의 자동차가 가솔린 등 한가지 연료로 움직이는 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료외에 전기·수소 등의 모터를 같이 사용함으로써 연료소모 및 배출가스를 줄이는 친환경형이다. ●2년 뒤엔 100% 국산 하이브리드 선보여 현대차가 이날 정부에 공급한 하이브리드 ‘클릭’은 국내에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혼다가 하이브리드 차량의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도로 주행용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어 양산체제 가동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오는 2006년 말쯤 순수 국내 기술로 도로 주행용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양산 및 시판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따라서 2년 뒤부터는 일반인들도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해찬 총리가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의 산업으로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것도 미래형 자동차의 ‘상품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해 배출 적고 연비 50% 뛰어나 현대차는 지난해 5월부터 16개월간 106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번에 50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작했다.1대당 2억 1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이번 하이브리드 차는 내연기관,전기 모터,배터리를 결합시켜 움직이도록 했다.출발과 초기 가속 단계에서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출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연료 소모와 공해배출을 대폭 줄인 ‘친환경’차량이다. 연비도 18㎞/ℓ로 일반 가솔린 클릭(12.1㎞/ℓ)보다 50%나 높다.엔진은 하이브리드용으로 별도 개발한 a-Ⅱ 1.4L MPI를 달아 최고 출력 83ps(마력)의 파워를 낸다. 최고 시속 161㎞까지 달릴 수 있고 시속 60㎞→100㎞ 가속에 7.9초가량 걸려 가정용이나 일반 업무용으로 써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1990년대 초부터 친환경 자동차개발에 매진해 왔다.1999년에 스포티지 전기자동차를 개발했고,2000년에는 싼타페 전기자동차를 제작해 하와이 주정부와 2년간 시범 운행을 했다. 지난해부터 산타페 전기자동차를 제주도에서 시범 운행하며 주행능력 등에서 검증을 받았다. ●2010년까지 연 30만대 양산체제 구축 현대차는 내년에 하이브리드 기능을 갖춘 베르나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MC)을 대량 생산해 상용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또 2007년까지 일반 가솔린 차보다 연비가 100% 이상 좋은 고성능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는데 이어 2010년까지 연간 30만대 규모의 양산체제를 구축,국내에 하이브리드카의 대중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201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함께 미래형 친환경 차량으로 꼽히는 연료전지 자동차분야에서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형 차량 기술 개발을 위해 내년 5월 경기도 용인에 환경기술연구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이 연구소에는 전문 연구인력만 300여명이 대거 투입된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실현’을 목표로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해 왔다.”면서 “지구환경 보전과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17대국회 첫 국감 D-3] ‘고품격 국감’ 선언 안팎

    국감 때마다 반복됐던 무책임한 한탕주의식 폭로,카메라만 의식하며 피감기관 윽박지르기,대안 없는 정치 공세,소모적 정쟁 등 악순환의 고리를 17대 국회는 과감히 끊을 수 있을까.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17명이 17대 국회 첫 국정 감사를 앞두고 30일 기자회견을 자청,기존 국감 활동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테마와 대안이 있는 고품격 국감’을 다짐했다.사전 질의제와 함께 공동 질의제,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포지티브한 측면의 증인·참고인 채택 등을 앞장서 실천한다는 게 요지다. 16개 상임위에 고루 포진한 민병두·이인영·선병렬 의원 등 이들 초선 의원은 이날 ‘3불(不)3신(新)’을 국감의 기본 방향으로 내걸었다.갈등과 폭로,정쟁 등 구태를 지양하고 희망,대안,미래를 제시하는 새로운 국감으로 임하겠다는 것이다. 국감은 유신 헌법에 의해 폐지된 지 18년만인 지난 88년 부활된 이후 권위주의 정권의 견제기능을 해왔다는,즉 순기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하지만 이들의 이날 선언은 국감이 정략의 수단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는 자기 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의원의 다짐이 자칫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가능성은 상존한다. 특히 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상임위별 사전 질의제와 공동 질의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무엇보다 187명에 이르는 초선 의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전에 피감기관과 질의와 답변을 주고 받은 뒤 국감 현장에서는 심층적인 추가 질의를 통해 정책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복안도 구체화되지 않았다.공동 질의제 역시 기존의 ‘역할 분담식’ 공세 수준을 넘어 정책과 대안 생산에 집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공동 질의제와 관련해서는 열린우리당의 통일외무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이들은 미주반,구주반,아주반으로 나눠 함께 공부하면서 질의 자료를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화영 의원은 “공동 질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북아시대를 위한 비전과 전략을 체계적이며 심층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전문가,학자들을 증인이나 참고인 등으로 활용키로 했다.갈등과 무책임한 폭로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정책과 대안 생산의 협력자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쌀 협상 논쟁보다 급한 일/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쌀 협상 논쟁보다 급한 일/오승호 논설위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어찌된 일인지 쌀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한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스위스 제네바에서 우루과이 라운드(UR) 쌀 협상이 한창이던 1993년 12월,국내에선 쌀 시장 개방 반대 시위가 격렬했다.당시 정부는 10년간 쌀 농업에 집중 투자하면 쌀 경쟁력이 높아져 10년 뒤에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낙관론을 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소득이 시원치 않아 쌀 농사를 포기하는 농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논 면적은 줄어들기만 한다.이렇게 상황이 더 나빠졌으니,세월은 10여년이 지났건만 쌀 시장을 열어줘선 안된다는 요구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곳이 우리나라와 필리핀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젠 개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들은 드물다.UR 협상 때에 비해 달라진 점을 든다면 반대 시위의 강도가 약해진 것 정도다. 지난 6월부터 쌀 협상이 잇따라 열리고 있으나 타협점을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9개 쌀 수출국들과의 협상을 9월까지 마무리짓는다는 정부의 방침이 차질을 빚게 됐다.가장 힘든 상대인 중국과는 지난 23일까지 5차례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미국과는 오는 30일 워싱턴에서 5차 협상을 갖는다.호주 등 나머지 7개 국과는 24일 제네바에서 협상을 가졌다.이런 상황이라면 협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그럴 만한 원인이 있다.협상은 상대방과 주고 받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쌀 협상 내용은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하다.우리나라 협상팀의 1차 목표는 관세화 유예 연장이다.지금처럼 5%의 낮은 관세율로 국내 소비량의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방식을 유지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나 중국은 “그러면 좋다.그 대신 의무 수입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중국의 입장은 예상 외로 강해 협상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중국은 당초 의무 수입량을 미국측 요구의 2배 정도 제시했으나 5차 협상에선 요구 수준을 약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중국 등의 요구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시장 개방을 택하겠다는 전략이다.‘실리’를 따져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쌀 협상을 타결짓기 힘든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정부든 농업인단체든,‘쌀 시장 개방이냐,관세화 유예냐’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몰입해 있다는 점이다.아무리 2차 방정식을 풀듯이 머리를 싸매더라도 어느 쪽이 유리한지 정답이 나올 수 없다.쌀 시장의 빗장을 푼다고 해도 일정량은 5%의 관세율을 적용해 무조건 수입해야 한다.의무 수입량 이외에는 국내외 가격차이만큼 높은 관세를 매겨 시장자율에 맡기게 된다.수입될 외국쌀의 전체 규모를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쌀 협상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내년부터 들어올 외국쌀은 올해의 의무 수입량인 20만 5300t보다 많아진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농촌경제연구원은 시장을 개방하든,관세화 유예를 하든 전체 수입량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 적이 있다.그런 점에서 개방 폭에 대한 논쟁은 소모전에 불과할 뿐이다. 논의의 초점은 국산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소득 보전 문제로 모아져야 한다.쌀 협상 이후 대비책,즉 쌀 생산의 안정적 유지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이를 위해 협상이 끝나기 이전 소득 보전 수준에 대해 정부와 소비자,농업인 등 3자간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정부는 협상이 끝난 뒤 ‘소득보전 직접지불제’ 시행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나 그 이전에 농업인의 충격을 덜어줘야 한다.그래야 농업인들도 쌀 협상팀을 믿게 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사설] 서울시 ‘관제데모’설 진상 뭔가

    이명박 서울시장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관제데모 비용을 각 구청에 지원했다고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이해찬 총리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국무조정실에 지시했다.서울시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이부영 의장과 서울시측은 서로 법적 대응 검토의사까지 밝혔다.현 단계에서 진위를 속단하기 어렵지만 여당,중앙정부,자치단체가 뒤엉켜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 자체가 볼썽사납다. 파문의 근본 원인은 행정수도 이전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데 있다.국민여론이 나뉜 상황에서 여야 대치를 넘어 지역대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서울시와 경기도가 중앙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찬성과 반대 모두 나름의 논리는 있다.하지만 국민 혈세를 써가면서 세대결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서울시는 지난 8일 구청별로 5000만원씩의 교부금을 내려보내면서 3000만원은 승용차 자율요일제 추진비로,2000만원은 추계 문화행사 등 시책추진비로 쓰도록 시달했다.이부영 의장은 이 돈 일부가 행정수도 반대 집회비로 책정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서울시가 세금을 행정수도 반대집회 동원비용으로 쓰려 했다면 즉각 철회해야 한다.반대로 적법하게 교부되었는데도 이 의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문제를 삼았다면 그 또한 책임질 일이다.국무조정실이 철저하게,그리고 객관적으로 진상을 파악해 공표해야 한다.앞으로 행정수도 논란이 더 첨예해지면서 이같은 시비가 많아질 것이다.이번 사태를 엄중히 다뤄 소모적 정치투쟁을 막고,원내에서 행정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좌파니 사이비니 이념논쟁 말라”

    이헌재(얼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둘러싼 이념논쟁에 엄중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좌파니 사이비니 식의 소모적인 거대담론을 확대 재생산하지 말라.”는 주문이다.“1차 경고를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노기(怒氣)까지 드러냈다.특히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던 지난 17일의 금융연구원 주최 학술토론회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질타했다. 이 부총리는 18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경제장관간담회를 주재하면서 “금융기관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마당에 금융연구기관들이 이념논쟁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금융쪽에서 이런 이야기가 자꾸 나와 장관들께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날 있었던 금융연구원의 학술토론회(‘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좌파니 사이비니 하면서 담론을 자꾸 키우면 답은 그런 쪽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기관들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지는 않고 (쓸데없이)거대담론을 끌고 나온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10일 금융연구원 조찬강연회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며 “금융기관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연구원들이 좀 더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읽고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일각에서는 의도야 어찌됐든 “참여정부 경제정책은 중도우파”라고 여러차례 공언했던 이 부총리 자신도 ‘이념논쟁 자극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연구원의 관계자는 “당시 토론회는 참석자들의 견해일 뿐,연구원의 연구방향과는 무관하다.”고 애써 해명하면서도 “정부 입장에서 거북스러운 내용이 있다고 해도 학술토론회의 다양한 견해는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하는데 이를 문제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미생물서 화학물질 ‘숙신酸’ 추출 성공

    국내 연구진이 석유에서만 추출할 수 있었던 다기능 산업용 화학물질을 한우의 위(胃)에 사는 미생물로부터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40·LG화학 석좌교수)교수 연구팀은 맨하이미아균(菌)의 게놈 염기서열을 완전 해독,여기에서 화학물질인 숙신산(酸·Succinic Acid)을 대량으로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19일 발표했다.이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의 생명공학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19일자)에 게재됐으며 국제 공인 유전자은행(GenBank)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는 이 교수팀 외에 바이오벤처기업 아이디알 인용호 박사,제노텍 김재종 사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 허철구 박사 등이 공동 참여했다. 맨하이미아균은 한우의 반추위에서 분리해 낸 토종세균으로 숙신산을 분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이 교수팀의 성과는 맨하이미아균의 게놈서열과 대사(代謝)과정을 정확히 분석해 냄으로써 순도높은 숙신산을 다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호박산(琥珀酸)으로도 불리는 숙신산은 식품·의약품 첨가제,범용 화학물질 등으로 널리 활용돼 왔으며 최근에는 생분해성 고분자원료,차세대 청정용매 등으로 각광받으면서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숙신산을 포함한 전세계 유기산 시장 규모는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며 해마다 10%씩 성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숙신산은 다양한 활용도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저렴한 생산기술 개발경쟁이 이뤄져 왔다.”면서 “개발공정을 좀더 보완하면 맨하이미아균을 이용한 숙신산의 공장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소모적인 석유의존 기술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생명공학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18일부터 모나코서 세계육상 왕중왕전

    ‘수성이냐,탈환이냐.’ 지난달 아테네올림픽에서 정상 자리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였던 세계 육상스타들이 다시 모인다. 세계육상연맹이 주최하는 35개 국제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월드 애슬레틱스 파이널’이 18·19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열리는 것.‘2차 빅뱅’의 장소는 아프리카 모나코. 세부종목별로 랭킹 7위까지만 출전 가능한 그야말로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다.출전선수 면면을 보면 아테네올림픽 결선을 연상시킨다.따라서 올림픽금메달리스트들은 ‘수성’을 위해,다른 선수들은 ‘탈환’을 위해 한판 승부를 준비 중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역시 ‘인간탄환’들이 나서는 남자 100m 레이스.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저스틴 게이틀린(22)을 비롯해 모리스 그린(30·이상 미국) 아사파 포웰(22·자메이카) 숀 크로퍼드(26·미국) 팀 콜린스(28·세인츠키츠네비스) 등이 나선다.출전 자격을 얻은 7명 모두 올림픽 결선에 진출했던 스타들이다. 물론 이 대회를 가장 손꼽아 기다린 선수는 그린.올림픽 2연패를 자신했지만 신예 게이틀린에게 발목을 잡혔다.깨끗한 설욕으로 정상을 탈환,노장의 힘을 보여줄 참이다. 전문가들은 박빙의 승부를 펼친 올림픽에서 시즌 최고기록(9초85·게이틀린)이 나온 만큼 이번 대회에서 은근히 세계기록을 기대한다.세계기록(9초78) 보유자인 미국의 팀 몽고메리(29)는 올림픽 선발전 탈락 등으로 32위에 처져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여자장대높이뛰기는 5m벽 돌파 여부가 최대 관심거리.독주체제를 굳힌 러시아의 ‘장대 미녀’ 옐레나 이신바예바(22)가 여세를 몰아 신기록 경신에 도전한다.지난달 올림픽에서 4.91m의 세계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최근에 열린 국제대회에서 또다시 4.92m를 넘었다. 물론 동료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와 스태이시 드래길라(33·미국) 등 경쟁자들의 선전 여부가 변수다.마지막까지 선의의 경쟁을 해 준다면 의외로 손쉽게 5m를 넘을 수도 있다.물론 페오파노바의 세계기록 가능성도 점쳐진다.비록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그동안 이신바예바와 세계기록을 번갈아 바꿔온 실력자인 만큼 정상탈환과 기록경신을 한꺼번에 노린다.올림픽 결선 진출에 실패한 드래길라는 정상 등극으로 ‘여자 붑카’의 명성을 되찾을 태세다. 여자멀리뛰기에선 매리언 존스(29·미국)가 재기를 타진한다.시드니올림픽 3관왕의 존스는 이후 출산 등으로 슬럼프를 겪었다.천신만고 끝에 아테네올림픽 멀리뛰기에 출전했지만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자신의 주종목이던 단거리에 한계를 느낀 존스는 체력소모가 적은 멀리뛰기에 열정을 쏟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국보법 개폐’ 여·야 지상 토론] 與野 국보법 두고 인권침해-안보공백 공방

    [‘국보법 개폐’ 여·야 지상 토론] 與野 국보법 두고 인권침해-안보공백 공방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여야의 당론이 구체화되면서 양측의 공방 역시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열린우 리당은 폐지를 전제로 형법 보완 방안과 대체입법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당론 수렴에 나섰고,한나라당은 국보법의 인권침해 요소를 일부 손질하는 개정안을 다듬고 있다.얼개를 드러낸 양측의 개폐 방안은 반국가단체 정의와 찬양고무 행위에 대한 대응 등 적지 않은 조항에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 접점찾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형법 보완론’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이상민(46·초선·대전 유성) 의원과 부분 개정을 강조하는 한나라당 장윤석(54·초선·경북 영주) 의원의 지상대담을 통해 양측 주장을 비교해 본다. 정리 이종수 박록삼 기자 vielee@seoul.co.kr ●폐지 안되면/이상민 열린우리당의원 국가보안법은 8·15광복 직후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시절,급한 마음에 장차 형법이 제정되면 당연히 사멸시킬 것을 전제로 일제시대 치안유지법을 베껴 태어났다. 그런데 그 치안유지법이란 게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는 데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았던 악랄한 법 아니던가. 그런데 한나라당은 안보상 국가보안법 대부분의 규정은 존치돼야 하며 단지 제2조 반국가단체,제7조 찬양고무,제10조 불고지에 관한 조항에 대하여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다소 수정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그러나 이는 독약에 설탕을 입히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법리적으로 따져보자. 국보법 각 처벌조항을 살펴보면 범죄 행위 실행 전 단계인 예비음모를 광범위하게 처벌하는 것은 물론 외부에 행위로 나타나기 이전인 마음 속에 머물러 있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까지 무시무시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이는 외부적 거동이 있을 때에만 처벌할 수 있다는 행위형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형벌법은 그 구성 요건이 보다 명확하고 구체성을 가져야 함에도 국보법의 각 처벌조항은 매우 애매하고 추상적 용어로 규정돼 있어 인권침해 소지가 너무나 크다. 어디 그것뿐인가.헌법상 언론 출판 학문 예술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고 있어 질식사할 정도다. 사형이 규정된 죄명만도 40여개나 될 정도로 그 형벌 정도는 너무 지나쳐 모기에게 대포 쏘는 격이다.그런 이유 때문에 이미 몇 해에 걸쳐 유엔 인권위원회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고 있으며 결국 국보법의 존재는 우리나라의 대외적 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둘째,1991년 9월18일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이후 북한은 한반도 북측지역을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과는 별개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세계 만방에 선언하고 약속했다. 그런 전제하에 남북은 공식 회담만 470회 진행해 오고 있고,경제적·문화적 교류도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특히 남북 사이의 경제적 교역 규모는 상당한 정도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국보법은 북한이 반국가단체임을 전제로 한 온갖 처벌 조항을 두고 있으니 오늘날 시대 상황과는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 남북 관계는 불안한 측면이 있기도 하나 궁극적으로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고 있다.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평화와 공존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한편 상대방을 적으로 단정한다면 이는 그 자체가 모순이고 떳떳지 못하다. 셋째,국보법 처벌 조항은 대부분 형법 등 다른 법률의 처벌 조항과 겹치고 있다.즉 형법상 내란죄,외환죄,범죄단체구성죄,간첩죄,그 예비음모 선동선전,소요죄,다중불해산죄,폭행죄 등은 물론 남북교류협력법,출입국관리법,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국보법이 규율하는 거의 대부분을 규율할 수가 있다. 다만 외관상 안보침해사범에 대해서는 국보법만이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졌으나 이는 형법이 일반법이고 국보법이 특별법인 관계로 국보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 데 따른 것일 뿐이다.국보법이 사라지면 형법이 진정 앞에 나서서 안보 수호를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혹시 그래도 불안함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형법에 보완규정을 두면 될 일이다. 우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국보법이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는 오랫동안의 강요된 학습에 의해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마약은 끊어야 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 금단 증상 때문에 쉽사리 마약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국보법이 없으면 당장 간첩들이 득실대고 빨갱이 세상이 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감히 국보법이란 장막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근거 없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자신 있게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도 이번에 과감히 국가보안법을 걷어치워야 한다. ●폐지되면/ 장윤석 한나라당의원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더라도 형법을 보완하거나 대체 입법을 하면 안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현행 국가보안법이 처벌하는 범죄 유형을 전부 형법이나 특별법에서 규정한다면,이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이들이 말하는 기분 나쁜 상징물인 국가보안법을 해체·폐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를 통해 국가보안법 체제를 지키려는 한나라당을 국회 과반수의 힘으로 제압하고 사회의 구주류 세력을 도태시켜 정치적 이니시어티브를 확보하면서 형법 개정이니 대체 입법이니 하면서 국가보안법의 핵심 규제대상인 찬양·고무와 잠입·탈출 및 회합·통신 행위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보법은 ▲북한 공작원이나 남한의 친북세력이 남북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잠입·탈출행위 ▲비밀스럽게 만나고 연락하는 회합·통신행위 ▲주체사상 등 북한의 주의·주장이나 선전·선동에 동조하는 찬양·고무행위 등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보법이 형법의 내란죄와 외환죄 외에 이런 조항들을 두고 별도로 규제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런 행위들은 공작원·친북세력이 정체를 드러내는 일차적 징표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은근히 북한의 주의·주장이나 선전·선동에 동조하고 찬양하는 자를 검거해 추적 수사한 결과,거대한 반국가 조직을 일망타진한 사례들이 허다하다.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방안은 이들 친북세력에게 친북활동의 합법적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이들이 우리사회에 활보하게 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은 불을 보듯 확실하다. 열린우리당은 북한을 준적국으로 규정해 형법에서 보완하겠다고 하나,형법의 보완으로 안보 공백을 막는다는 주장은 허구가 아니면 기망이다. 형법은 국가 안보 규정으로 내란죄와 외환죄를 두고 있는데 내란죄는 우리 영토 안에서 폭동으로 국가 전복을 획책하는 세력,즉 내란단체를 규율하는 조항이고,외환죄는 우리 영토 밖에서 무력으로 우리나라를 침공하는 외국,즉 적국을 규율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북한을 외국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외국을 전제로 한 외환죄 규정은 북한에 준용할 수 없다. 만약 이미 우리 영토의 일부를 불법 점유하고 있는 북한이 6.25전쟁처럼 전면전을 감행한다면 내란죄의 내란단체는 될지언정 적국 또는 준적국으로 보아 외환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 요컨대 형법상 외환죄를 범할 수 있는 적국은 우리나라에 전단을 연,즉 전쟁을 개시한 외국에 국한된다. 따라서 북한을 적국에 준하는 단체로 규정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주장은 전적으로 형법의 내란죄와 외환죄 조항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대체 법률로 제시하는 가칭 자유민주주의 수호법이나 파괴활동금지법 역시 국보법에서 규정한 일차적 친북활동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으므로 형법 보완 방안과 마찬가지의 폐해가 예상된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제 시대상황이 변화했다.’‘더 이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볼 것이 아니라 이제 화해하고 교류·협력해야 할 동반자로 대해야 한다.’면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국가보안법은 반통일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보법의 반국가단체성을 부인하던 열린우리당이 형법이나 대체법률에서는 북한을 ‘준적국’이나 ‘적대적 준국가단체’로 규정하겠다며 오히려 반국가단체보다 한층 적대성이 강한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준적국,준국가단체라며 ‘준’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열린우리당의 주장은 사실상 실정법으로 북한을 우리 영토 내에 존재하는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정통 합법 정부로 결단한 우리 헌법의 영토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열린우리당의 형법 보완 내지 특별법 제정 방안은 국보법 폐지를 우려하는 국민 여론을 무마하고 폐지를 관철하려는 책략이며,법리상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방안이다.
  • 박근혜대표 “모든 것 걸고 국보법 지킬것”

    박근혜대표 “모든 것 걸고 국보법 지킬것”

    열린우리당이 9일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확정하고,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대여 강경투쟁을 선언하면서 여야 대치정국이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다.특히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안을 조기 처리하지 않고 당분간 각계 의견을 수렴키로 함에 따라 여야간 소모적인 논쟁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국보법 폐지 논란은 국가 정체성과 안위에 직결된 문제”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보법 폐지’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박 대표는“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인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은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대표직도 사퇴할 것이냐의 질문에 “당연히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에 대해 “국가 보위와 체제 수호의 최후 책임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한민국 체제의 무장해제를 강요하고,대한민국을 엄청난 이념 갈등과 국론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개정론을 포기하고 ‘폐지·동시 보완’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부영 의장은 10일 광주를 방문해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보안법 ‘폐지·동시 보완’당론과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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