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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안녕! 2004/우득정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 만찬에서 “돌이켜보면 나도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말로 올 한해의 소회를 대신했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서도 보람과 후회, 기쁨과 절망이 교차한 한해였음을 고백한 것이리라. 언뜻 손꼽아봐도 대선자금 수사와 현역 국회의원 무더기 구속-대통령 탄핵-17대 총선 여당 압승-탄핵기각-신행정수도 위헌결정-4대 개혁입법 대립 등 노 대통령으로서도 굴절과 희비가 점철된 험로를 헤치고 온 것 같다. 그렇다면 서민들은 어떨까. 실업자와 이혼, 교육·통신비가 증가하고 불황의 지표라는 소주 소비가 늘었다는 통계청의 백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올해 대차대조표의 끝머리에 고단했던 한해로 기록할 것이다. 정치권 한 인사의 표현대로 ‘광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사사건건 대립하고 찢기고 발기었다. 상처투성이의 군상들이 양진영으로 나누어져 이전투구식 소모전만 한 꼴이다. 전투중 나뒹군 부상자들에게 긴급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천사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삶에 지친 낙오자들은 어느 날엔가 솥단지를 찌그러뜨리며 ‘SOS’를 타전하고, 개방의 해일이 목젖까지 차오른 농민들은 며느리, 손자 손을 이끌고 서울을 향해 분노의 발길을 내달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간판을 바꿔다는 동네 구멍가게, 길가 두개 차선을 점거한 택시들의 기다림 행렬…. 행락철마다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부자들마저 18억원짜리 아파트에 세금 60만원을 더 붙이려 한다며 난리다. 유영철이 희대의 살인극으로 전 국민을 전율케 하고 노(怒)한 하늘이 지축을 뒤흔들어 수많은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2004년. 없는 사람은 생존의 몸부림으로, 있는 사람은 마음고생만 했다는 2004년. 그렇다고 올해의 행복지수는 과연 ‘0’이었을까. 저울추가 행복보다는 불행쪽으로 다소 기울었다는 사람이 많을지는 몰라도 자포자기해야 할 정도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여전히 핏대를 세우며 전의를 가다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누구나 인생 전체로 보면 행복지수 총량은 엇비슷하다고 한다. 눈높이를 행복에 맞추면 행복이, 불행에 맞추면 불행이 높게 보일 뿐이다. 새해에는 행복에 눈높이를 맞추고 웃고 싶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쌀 의무수입량 年41만t 안팎

    쌀 시장 완전개방(관세화 전환)을 미루기 위한 미국·중국 등과의 협상이 올해 20만 5000t인 쌀 의무수입 물량을 2014년까지 41만t 안팎으로 늘리는 선에서 사실상 확정됐다. 기준연도(1988∼90년) 평균 국내 소비량의 8%(41만 400t)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가급적 28∼29일 쌀 협상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6일 정부 협상단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지난주 외교채널을 통해 추가협의를 벌여 관세화 유예 추가연장에 따른 의무수입물량(TRQ)을 현재의 20만 5000t(기준연도 대비 4%)에서 차츰 늘려 10년 후 41만t 수준으로 높이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은 당초 관세화 유예를 10년간 더 연장하는 대신 의무수입 물량을 8%까지 늘리기로 주요 협상 상대국들과 잠정 합의했으나 쌀 시장 추가개방에 반대하는 농민을 설득하기 위해 막판에 증량수준을 소폭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단 관계자는 “합의안에는 연간 의무수입 물량만 표기하게 되므로 기준연도 대비 7%인지,8%인지 등 비율은 의미가 없다.”면서도 “다만 굳이 비율로 표현하자면 7.9%와 8.0%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해 7.9%대 중반에서 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정부 협상단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가속화되는 등 시장개방은 피해갈 수 없는 대세”라며 “시장개방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黨同伐異/이기동 논설위원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말 그대로 같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다른 사람을 친다는 뜻이다. 후한의 역사를 기록한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이다. 동서고금의 역사치고 당동벌이 아닌 역사가 있었을까마는 후한때는 좀 별났던 모양이다. 전한은 외척이 망쳤고, 후한은 환관이 망쳤다고 한다. 황실의 비호를 받은 후한의 환관들이 외척과 선비들을 탄압, 그 결과 관료집단인 선비들이 황실에 등을 돌려 후한의 멸망이 초래됐다. 교수신문이 시사칼럼을 쓰는 교수들을 상대로 2004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나타내는 대표 사자성어가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당동벌이가 뽑혔다. 돌이켜보면 후한에 결코 뒤지지않는 당동벌이로 지새운 한해였다. 연초부터 시작해 공격의 주도권을 쥔 쪽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똘똘 뭉친 친노(親盧)단체들이었다. 일방적 선거몰이에 야당은 어설픈 탄핵카드로 반격했지만, 총선 참패로 거세당한 환관꼴이 됐다. 후한 황실의 외척이 되거나, 아니면 이들을 치기 위해 황실이 내세운 환관편이 된 듯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학자, 일반시민들이 가세해 죽기살기로 싸워댔다. 진보와 보수, 개혁과 친시장, 가진자와 못 가진 자, 친북반미…등등 녹슨 무기고에 쌓여있던 온갖 무기들이 다른 쪽을 치는, 벌이(伐異)에 동원됐다. 청와대까지 “세상을 바꾸자.”며 독전에 가담했고, 야당은 철 지난 색깔론으로 응수했다. 역사는 어떤 당동벌이에도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준 적이 없다.600만명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히틀러식 혈통 당동벌이의 말로가 그랬고, 그의 아류를 자처하며 코소보 인종청소를 감행했던 밀로셰비치의 말로 또한 그렇다. 홍위병들이 벌인 문화혁명의 당동벌이는 지금 중국인들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사가 됐다. 킬링필드로 17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산 크메르 루주의 말로는 또 어떠했나. 행정수도 이전, 국보법 폐지, 언론개혁 등을 놓고 벌이는 죽기살기식 싸움이 우리의 목숨을 떼로 앗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소모전에 지금 우리의 경제발목이 꽉 잡혀있다. 지난해와 그 전해에도 ‘우왕좌왕’‘이합집산’처럼 부정적인 뜻의 사자성어들이 뽑혔다. 언제쯤이면 구동존이(求同存異)나 화이부동(和而不同)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자성어가 대표로 뽑힐 수 있을까.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뚝섬 서울숲 주인은 동식물

    내년 5월 초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뚝섬 서울숲이 자연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생태공원’으로 조성된다. 여의도공원과는 차원이 다른 동식물 중심의 공원이 탄생하는 셈이다. 최용호 서울시 공원녹지기획단장은 22일 “서울숲은 그동안 사람들을 위해 시설물 위주로 조성됐던 공원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형태”라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생태와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꾸며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객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63%의 공사 진척률을 보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서울숲은 성동구 성수동 685번지 일대 35만평(여의도공원의 5배)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서울숲이 완공되면 서남권-보라매공원(13만평), 동남권-올림픽공원(44만평), 서북권-월드컵공원(81만평), 동북권-서울숲(35만평)등 서울의 각 거점별 공원녹지가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서울숲을 찾은 시민들이 각기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공원▲생태숲공원▲체험학습원▲습지생태원▲한강수변공원 등 5개 테마로 조성하고 있다. 특히 3만평 규모로 만들어지는 생태숲에는 고라니, 오소리, 너구리 등 각 종 야생동물을 방사할 계획이며 동시에 사람의 출입은 금지된다. 최 단장은 “뚝섬지역은 한강과 중랑천의 합류지점으로 생태계 연결차원에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 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며 “중랑천과 연결되는 지하 생태통로도 만들고, 돌무덤·통나무 등으로 야생동물의 은신처도 설치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생태숲 출입은 금지되지만 생태숲을 가로지르는 560m길이의 보행전망교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또 서울숲은 건물을 최소화하고, 태양열과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한다. 특히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은 공원에 처음 도입되는 것으로 순환수 파이프를 땅 속 약 100m까지 넣은 후 물을 순환시켜 열 에너지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서울숲 관계자는 “배출가스나 폐기물 발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타 연료의 소모비용 대비 약 30%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참여정부 ‘과거반성’후 정·재계 대사면 검토

    참여정부 ‘과거반성’후 정·재계 대사면 검토

    참여정부는 내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맞아 사회적 대통합과 대타협으로 국정운영 기조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정·재계 대사면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가 경제에 ‘올인’한다는 것으로, 개혁보다는 민생안정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변화로 풀이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정책평가보고회에서 “지역분열구도를 극복하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점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노·사·정 협약 등 사회적 협의모델, 대화의 정치 모델과 협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한계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내년은 해방 60주년과 남북정상회담 5주년을 맞는 분기점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사회적 대통합을 이룰 필요가 있다.”면서 “자기 고백과 반성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하고, 이를 거쳐 대사면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미 부패방지위, 시민사회단체 등과 국민 대타협의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계자는 “국민 대타협은 단순한 과거 덮어두기 또는 개혁의 후퇴보다는 과거 반성 이후 앞으로 부정부패 척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대사면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지시받은 바 없다.”면서 경제사범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에 대해 “취임 후 1년간은 가파른 정치상황으로 정치공세가 정치권의 주를 이뤘지만,17대 총선 후부터 과반 여당이 들어서고 분권형 국정운영 틀도 정착돼 가면서 전체적으로 소모적 정치쟁점보다는 정책 쟁점과 사안들이 중심이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건강칼럼] 술·밤참 그리고 뱃살

    밤샘 모임이 늘어나는 연말이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에 곁들인 밤참이다. 살찐다며 참아오던 식욕도 이때만큼은 허리띠와 함께 풀어놓는다. 그러나 이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문제가 된다.‘야간식이증후군’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의 양 중 저녁 때 먹는 양이 절반을 넘는 경우 이를 ‘야간식이증후군’이라고 한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요주의군(群)이다. 이 증후군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 스트레스인 탓이다. 당분은 체내에 들어가 뇌를 안정시키는 세로토닌이라는 뇌신경 물질을 자극한다.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불안정해진 뇌를 안정시키기 위해 습관적으로 당분이 든 음식을 찾아 먹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음식이라도 밤에 먹으면 낮에 먹는 것보다 더 많이 살이 된다는 사실이다. 낮에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교감신경의 작용이 활발해 섭취된 음식의 열량 소모가 비교적 쉽다. 반면 밤이 되면 에너지를 축적하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서 먹는 족족 지방으로 쌓이게 된다. 더구나 밤에는 복부비만을 유발하는 효소인 리포프로테인 리파제가 활성화된다. 따라서 연말 핑계로 일주일만 기름진 음식으로 밤을 새우면 뱃살 한 꺼풀 더 붙는 것은 일도 아니다. 술자리를 피하기 어렵다면 칼로리가 적은 메뉴를 공략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점에서 고열량의 기름진 중식이나 양식보다 한식이 훨씬 유리하다. 갈비나 삼겹살을 먹더라도 야채를 듬뿍 얹어 쌈을 싸 먹는다. 야채와 함께 나오는 드레싱은 피하는 게 좋다. 술 역시 칼로리가 높아 물과 섞어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생선과 해산물 메뉴는 칼로리가 높지 않아 연말 메뉴로 적당하며 숙취 해소에 도움이 돼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평소 식이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생체리듬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미 늘어난 체중을 줄이겠다고 식사를 거르는 것은 금물이다. 세 끼를 제때 먹고도 생체리듬이 규칙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정부·지자체 예산집행 연쇄지연 경기부양 ‘병목’

    정부·지자체 예산집행 연쇄지연 경기부양 ‘병목’

    국회 예산안 처리가 올해도 여지없이 파행 속에 묻혔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법정 통과시한(12월2일)을 이미 보름이나 넘겼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고질(痼疾)이지만 특히 올해는 침체된 경기상황과 맞물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보통때 40대60 정도인 상반기, 하반기 예산집행 비율을 내년에는 55대45 정도로 가져가려 했는데 예산 확정이 늦어져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아동·노인·장애인 등 각종 복지시설의 증·개축(2005회계연도분) 작업에 들어가야 하지만 여태껏 공사비용, 건설업체 선정방식 등 실행계획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새해 예산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예산배정 등과 관련한 지침서도 아직 못 보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예산을 최대한 많이 집행하는 게 범 정부적인 방침이지만 이대로라면 돈을 쓰고 싶어도 못쓸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재정 조기집행’이라는 정부 거시정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기부양 수단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정부소비를 앞당겨 실시하는 것은 내년 상반기 핵심 경기부양책. 정부는 내년 예산(국회 제출안 기준 일반회계 131조 5000억원)의 55% 이상을 상반기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개인·기업의 소비와 투자가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일단 정부가 돈을 실물경제에 최대한 많이 쏟아부어 내수부양의 촉매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국회에서 예산안이 묶이면서 각 부처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부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공단 등을 통해 연말까지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의 세부계획과 예산내역을 확정해야 하지만 예산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당장 1월1일부터 집행이 쉽지 않게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의 사업은 고용확대 등 경기부양책과 직결돼 있는 데다 취업훈련 등 시간에 구애받는 것들이 많아 예산의 조기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도 지자체와 함께 벌이는 지역진흥사업과 연구·개발(R&D) 사업의 조기집행이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도 “정부가 물자구매 등 예산집행을 연초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30일에야 의결했던 올해 예산의 경우, 곳곳에서 집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산업자원부 ‘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 사업의 경우, 예산확정 지연으로 사업공고와 연수기관 선정이 늦어져 3월 말에야 겨우 연수생을 선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올 1·4분기 현장연수생은 전체 대상 6000명의 1.4%에 불과한 85명에 그쳤다. 과학기술부의 핵심연구개발 사업도 연구과제 공모 및 평가·선정 지연으로 1분기에 단 한건도 사업선정을 하지 못했고,2분기에야 겨우 연간목표 대비 10.3% 집행이 가능했다. 그나마 실제 지원협약 체결과 연구비 지급은 7월 이후에나 이뤄졌다. 농림부의 밭기반 정비 등 6개 사업도 지난해 12월에 끝났어야 할 부처협의가 올 1월 말에야 겨우 마무리되면서 2월에 집행이 시작됐다. 답답하기는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 지원금(지방교부세, 정부보조금 등) 규모가 확정돼야 이를 토대로 최종 예산을 짤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자체 예산에서 중앙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대와 21%대에 불과한 서울시나 경기도와 달리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들은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 250개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0∼50% 수준에 불과하다. 전북은 23%, 전남·경북은 35%대로 특히 낮다. 최근 광역지자체들은 지난 9월 정부가 올린 예산안 항목을 기준으로 새해 예산안을 짰다. 지자체 예산안 확정시한이 광역은 12월17일, 기초는 12월22일이어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북 도의회 의원은 “확정된 예산안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를 정밀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예산의 추가편성이 불가피해 사업별로 자금이 남거나 모자라는 현상이 생길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에서 정확히 얼마를 받게 될지 불명확하니까 나중에 추가경정예산을 전제로 본예산을 편성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연초에는 사업비용을 아끼다가 나중에 추경이 반영되면 연말에 대규모로 돈을 몰아서 쏟아붓다보니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해 복지부 소관인 사회복지관 시설 개보수 비용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50억원이 추가돼 지자체들이 추경으로 반영했으나 당초 계획에 없었던 탓에 신속한 집행이 불가능했다. 계명대 윤영진(행정학) 교수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는 내년에는 예산의 조기집행이 주요 정책수단이 돼야 하지만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있다.”면서 “국회가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정부의 대응력을 제한하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균 장세훈기자 windsea@seoul.co.kr ■ 되풀이되는 ‘악습’ 지난 1992년 14대 국회 개원 이후 올해까지 13년간 예산안이 정상적으로 통과된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 법정 예산안 처리시한을 맞춘 적은 그동안 5차례. 그러나 92,97,2002년에는 대통령 선거 때문에 국회 일정이 단축돼서 그런 것이었고,94년에는 파행 끝에 여당단독으로 처리됐다. 제대로 됐던 적은 95년 한 해밖에 없었던 셈이다. 최근 들어 정쟁으로 얼룩진 예산안 표류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2000년,2001년,2003년에는 처리시한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정기국회 회기 안에도 끝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한달 가까이 더 끌다가 해가 바뀌기 직전인 12월30일에야 겨우 통과시킴으로써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예산이 확정되지 못한 채 회계연도가 바뀔 경우, 정부가 직전 연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적인 예산) 편성사태 직전까지 치달았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창수 국장은 “14대 국회 이후 예산안 심의·조정에 걸린 시간은 평균 10여일이었고 94년에는 이틀 만에 모든 게 끝나기도 했다.”면서 “예산안 내용을 꼼꼼하게 파악하다 늦어지는 게 아니라 예산과 전혀 상관없는 소모적인 정쟁을 하다 막판에 부랴부랴 통과시키는 모습에서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과 예산회계법에 따르면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10월2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30일 전(12월2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상 광역단체는 회계연도 개시 15일 전(12월17일), 기초단체는 10일 전(22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게 돼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예산심사 지연 해법은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는 일이 ‘연례 행사’처럼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보다 여야간 정쟁의 볼모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예산 전문가들은 예산 심사의 부실화를 막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원희(한경대 교수) 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은 “예산 심사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정치적 타협의 도구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의원들이 예결특위와 다른 상임위 활동을 병행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역구 사업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영진 계명대 교수도 “정부가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예결특위의 상임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 요구기관 및 수혜집단 등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산 청문회제도를 도입하면 국회의 독단적인 예산 심사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새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준예산제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산 집행실적이 전무한 신규사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마련한 예산을 의회가 우선 통과시켜 가집행토록 한 뒤 추후 심사를 통해 최종 확정하는 영국의 ‘잠정예산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 양대 기능 가운데 한 축인 예산심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서원석 박사는 “예산 심의를 충실하게 하기 위해 상임위의 예비심사와 예결특위의 종합심사 시기를 법정화하는 통과시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의원들이 이를 따르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면서 “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의원들 스스로가 법 존중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주목되는 삼성 - 소니 특허 공유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소니가 특허를 공유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지난 1990년 이래 미국에 출원한 특허 2만 4000여건을 공유함으로써 전자제품의 생명인 표준화에서 우위를 점하게 됨은 물론, 기술 개발과 특허 분쟁에 따른 소모전에서 벗어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본 전자업계의 자존심으로 꼽혔던 소니가 삼성전자와 선뜻 손을 잡은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 맹렬한 기세로 뻗어나는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제품 개발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특허 공유 협약은 현재 특허분쟁이 진행 중인 LG전자와 마쓰시타, 하이닉스반도체와 도시바 등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지역간, 국가간 경제블록체제가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기업들간의 ‘합종연횡(合從連衡)’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존과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적에게도 안방을 내줄 수 있는 것이 기업들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부가 독려하는 투자와 잠재성장력 확충, 일자리 창출도 새로운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처럼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여봐야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국경의 벽을 넘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규제의 장막을 걷어주는 한편 연관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산업구조의 당면과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단절된 연결고리도 이을 수 있다. 글로벌시대에 3등은 생존할 수 없다.
  • [시론] 국보법,정치로 풀어라/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시론] 국보법,정치로 풀어라/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오래 전 일이지만 필자도 두 번이나 국가보안법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다행히(?) 두 차례 다 구속되지 않고 혼만 조금 나고 나왔지만 그 때의 열패감, 수치심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비슷한 일로 끌려가 본 사람은 대개 아는 일이겠지만 자신이 무엇 때문에 잡혀왔는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스스로 깜깜한 사자우리 속에 내던져졌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자각될 뿐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시절에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공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경험은 지우개로 지울 수만 있다면 종이가 찢어질 때까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되어 남아있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으로 인해 졸지에 간첩으로 지목된 열린우리당 이철우의원의 신상발언을 듣던 같은 당 의원들의 눈물은 바로 이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되살아왔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의 의지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법의 이름을 내건 비합리와 억지, 법 집행의 탈을 쓰고 자행되었던 임의(任意)와 월권, 정적(政敵) 탄압과 인권침해의 기억을 떨쳐버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은 법이 아니고 걷어버려야 할 혼돈과 어둠인 것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이 법을 없애는데 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 가장 최근에 한국갤럽이 실시한 전국규모 여론조사는 전면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국민들이 인권침해와 탄압을 옹호한다는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도 ‘일부개정’과 ‘폐지 후 대체입법’을 선호하는 응답자가 합해서 70%를 넘고 있다. 국가보안법 존치론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시대착오적인 사람들 외에는 3공 5공 시절의 공안정국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폐지로 인해 미래가 불안해질까 두려운 것이다. 과감하게 상징화하여 말하자면 ‘붉은 완장’ 또는 ‘죽창’의 기억이 전면 폐지 뒤에 올 미래를 공포로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설적이게도 국가보안법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식 속 저편의 원체험은 맞닿아 있다.‘깜깜한 사자우리의 기억’과 ‘죽창의 기억’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서로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두 열차를 움직이는 동력은 다르지 않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 공포를 없애주는 일만이 소모적 논쟁으로 치닫고 있는 국가보안법 정국을 풀 유일한 열쇠다. 인권침해 독소조항으로 가득찬 국가보안법을 폐지함으로써 ‘사자우리의 공포’를 씻어주고, 안보 불안을 덜 수 있는 대체 입법을 통해 ‘죽창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민심이 바라는 정치다. 공포의 기억에 시달리는 사람이 나와 내 동료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성원의 아픈 기억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민족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치받는 것이 운동이라면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것이 정치다. 이번 보안법 정국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의 신진의원들에게 ‘운동가’에서 ‘정치가’로 탈바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 신진의원들에게는 낡은 색깔시비를 계속한다면 그들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여야당의 지도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다. 국민은 누가 잘 싸우는지가 아니라 누가 타협하고 누가 양보하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 전교조 투쟁이미지 벗을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11대 위원장 선거가 끝남에 따라 전교조의 노선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경 투쟁 노선을 걸었던 10대 집행부와 달리 ‘반대보다는 대안’을 내세운 이수길(51)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현재 전교조는 침체돼 있다. 합법화 이후 조합원 수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가입 가능한 교직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0만명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줄고 있다. 또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투쟁 등 일련의 사건으로 전교조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이수길 당선자는 당면 과제를 외면한 투쟁 위주의 활동을 꼽았다. 이 당선자는 전교조 합법화가 우선 과제였던 때에 유보한 문제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투쟁보다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학교현장살리기’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학교 민주화, 조합원 전문성 향상, 분회활동 지원의 3분야로 나눠진 프로젝트를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현장 개선과 더불어 사안에 따라 투쟁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대 집행부의 주요 사안 중 하나인 교원평가제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교육보다는 승진에 전념하게 만드는 평가제도는 사라져야 한다.”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소모적인 대립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반대를 하더라도 반드시 책임있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겠다고 말해 과거와는 다른 전교조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당선자는 “여론정치 시대인 만큼 직접적인 투쟁보다는 여론의 지지는 받는 데 더 노력하겠다.”면서 “연가투쟁처럼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방법은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교원 과반수의 조합원 확보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탈퇴가 늘고 가입이 줄고 있지만 바뀌는 모습을 통해 제1의 교원단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黨政靑 불화… 경제 수렁속으로

    국책 및 민간연구소가 잇따라 내년 경제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존의 재정·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는 것보다는 시장의 신뢰와 소비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국정운영방식 수정과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이제는 산업화 이후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면서 “과거의 성장동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꿔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의 성장엔진은 저임금, 정부주도, 노동집약형 산업 등이었지만 중국·인도 등의 부상에 따라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청와대, 정부, 여당의 불협화음으로 우리 경제는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살아날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 교수는 “특히 기업 등 시장에서는 청와대의 국정운영방식과 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청와대 경제관련팀들이 재정·통화정책을 확대·반복했는데도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내의 인적 교체를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일원화된 경제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모든 정책은 정책부서가 창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만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윤창현 교수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가 국가보안법 개정 등 4대 입법개혁 추진을 놓고 소모전을 치를 만큼 경제가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대 이찬근 교수는 “우리경제의 중장기적인 성장의 틀을 짜는 것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청와대, 노동계, 재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합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현 상황에서는 감세든 재정지출이든 수요 부족분을 정부가 메워주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금리효과도 크지는 않지만 더 인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센터 소장은 “정부가 경제의 상황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면서 “새로운 분야의 창업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③ 줄기세포와 생명윤리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③ 줄기세포와 생명윤리

    서울신문의 실전논술 세번째 지상강의는 ‘배아 줄기세포와 생명윤리’를 논제로 예고했다. 생명체 복제 그리고 요즘의 배아 줄기세포 배양의 문제를 생명 윤리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전형적인 ‘찬반 논의형’ 논제다. 이 글에서는 복제 내지 배아 줄기세포의 활용에 대해 생명윤리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지한다거나 또는 생명윤리 입장에 대한 비판을 객관적으로 논증하게 된다. 찬반 논의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자기 논지를 뒷받침하는 대안이나 제언을 곁들여 준다면 설득력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서는 생명과학의 연구를 수용하되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편의 논술문을 작성하려 한다. 생명과학의 이해 1997년 영국에서 체세포의 유전정보를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한 이래 생명과학은 줄곧 윤리적 이슈가 되어 왔다. 현대 의술로써 치유가 불가능한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생명과학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초자연의 영역인 생명의 존엄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충돌해왔다. 특히 복제 양 ‘돌리’가 조로증상을 보이다 12년을 사는 보통 양과 달리 6년 만에 단명함으로써 생명윤리 논쟁을 증폭시켰다. 돌리뿐이 아니었다. 이후 쥐, 소, 염소, 돼지, 고양이 등이 차례로 복제되었지만 하나같이 비정상적이었고 단명이었다. 기형적인 생명체로 이어지는 복제술을 인간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돌리를 복제하느라 무려 277번의 실험을 해야 했다. 생명의 씨앗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진 셈이다. 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 소의 경우도 성공률이 5%미만이다. 생명의 건강을 위해 다른 생명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생명공학은 윤리논쟁의 딜레마를 피해 배아 줄기세포로 눈길을 돌렸다. 생명체로 성장하지 못할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난치병 치유에 필요한 기관으로 배양하려 했다. 세계 곳곳에서 시도했고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배아 줄기세포도 생명 윤리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연구용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배아의 파괴가 불가피하고, 배아도 엄연한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윤리적 흠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자 과학자들은 생명의 시작인 수정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줄기세포를 얻으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난자에 정자가 아닌 체세포의 핵을 이식해 세포분열을 유도하여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낸다면 생명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던 지난 2월 서울대의 황우석 교수팀이 최초로 생명 과학자들의 숙제를 풀었다. 체세포와 난자를 활용해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노벨상 후보에 거론되는 등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복제와 생명윤리의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수정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체세포를 통한 배아도 역시 자궁에 착상시키면 생명체로 성장한다는 점에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비판을 온전히 피하지 못했다. 또 체세포 배아를 얻는 과정에서도 적지않은 난자들이 실험용으로 소모된다는 사실 또한 생명윤리와 충돌을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구촌에서는 알게 모르게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제시문 독해 제시문 글(가)는 2002년 9월 논란 끝에 입법 예고된 정부의 ‘생명윤리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서울신문의 해설 기사다. 생명윤리 논쟁의 핵심을 알기 쉽게 정리했기에 제시문으로 택했다. 실전논술의 지문이면서 한편으론 시험에 출제될 만한 시사 쟁점을 요약해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이른바 생명윤리법은 정자 대신에 체세포 핵을 이용해 특정인과 유전자가 똑같은 복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체세포 복제는 생식을 목적으로 하면서 생명과학의 명분이 되고 있는 불치병 치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난자가 생명체로서 세포분열을 시작한 배아에 관해서는 임신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체세포 줄기세포 연구는 허용해 생명과학에 일정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글(나)는 생명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의 박세필 소장이 서울신문에 기고했던 칼럼이다. 생명 과학자가 보는 생명과학의 한계를 잘 지적했다는 생각에서 역시 제시문으로 골랐다. 이 제시문은 생명 과학의 문제를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윤리 차원 이외에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의 위험성을 새로운 지식으로 제공한다. 필자는 생명과학은 인류의 불치병의 치료에 한해서만 연구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똑같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데 불과한 체세포 복제는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동물의 사례를 보면 복제수준이 일천해 복제 동물들이 기형적이라서 반생명적인 재앙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면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생명과학은 질병 치료를 위해 불가피한 연구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줄기세포를 활용한 생명과학이 복제 과학과 혼동된 나머지 생명윤리 논쟁에 휘말려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배아에 대한 생명 논쟁은 외면하고 있다. 배아도 생명체로 실험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공박에 대답을 못한다. 글(다)는 생명과학의 개가로 칭송된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를 보도한 서울신문 기사다. 수정을 거치지 않고 체세포 핵을 이식해 세포분열을 유도해 배아를 만드는 업적을 보도하고 있다. 체세포 배아는 생명과학에 수정이라는 과정을 건너뜀으로써 생명윤리의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배아를 얻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난자에 대한 윤리적 설명이 필요해 생명윤리의 벽을 완전히 뛰어 넘었다고는 볼 수 없다. 논술문 얼개짜기 논술문은 설득하려는 글로 외형적인 틀도 물론 갖춰야 하지만 내재적인 논리의 틀을 갖춰야 한다. 외형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과 같은 체계적 틀이 있어야 하지만 논술문 전체적인 흐름은 물론 논점을 다루는 문단 그리고 논지를 내세우는 결론에서도 각각의 논리적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자칫 외형적인 틀에 함몰된 나머지 문단과 문단, 그리고 논술문 전체적인 논리관계를 소홀히해선 안 된다. ●서론 서론은 생명체 복제와 생명윤리라는 논제를 도입하고 복제와 생명윤리가 충돌하는 의미를 종합 평가한다. 그리고 생명윤리의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함으로써 본론에서 본격적인 논의 발판을 마련한다. ‘과학의 발달은 끝내 생명의 창조 영역까지 미쳤다. 생명과학의 이름으로 동물을 복제하고 급기야 인간을 연구 대상에 편입시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과학적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윤리문제를 낳았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가치와 바로 인류의 존엄과 가치를 강화하려는 과학의 주장의 충돌한 것이다.’ ●본론 서론에서 넘겨받은 논제 즉 생명윤리와 생명과학의 서로 다른 입장이나 주장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자기의 논지를 끌어내야 한다. 외형적인 틀은 서론→본론→결론 순서이지만 내재적인 논리의 틀은 논지→논증→논거→논점→문제제기 순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생명과학을 제한적으로 수용하자고 논지를 세웠기 때문에 논지에 맞는 논증방법을 생각하면서 논점을 잡아야 한다. #논점 1 생명과학을 활용해야 하는 정당성을 논한다. 제시문에 살펴 본 대로 인간은 불치병을 치유하여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과학의 활용이 불가피하다. 단순히 생식의 일부분으로 활용되는 체세포 복제와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더구나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 줄기세포를 활용한다면 생명윤리의 직접적인 예봉은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논점 2 생명과학의 위험과 생명체를 실험대상으로 삼게 되는 반윤리성을 피력한다. 동물의 체세포 복제에서 보듯 생명과학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생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배아 줄기세포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배아는 언제나 생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명백한 생명체인 까닭에 생명윤리의 논쟁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대목을 짚는다. ●결론 본론에서 상정한 논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먼저 피력했다. 생명 윤리적 논거를 내세워 생명과학을 반대하는 입장을 먼저 강조하고 나중에 찬성하는 주장을 펴더라도 물론 문제는 없다. 다만 ‘논점 1’에서 생명과학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논점 2’에서 반론을 제기했다가 결론에서 반론의 반론으로 종합하는 방식이 설득력이 높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논점 2’에서 생명과학에 대한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한 뒤에 제한적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허용하면 생명윤리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킨다. 여기에 생명과학의 유용성을 보태 당초 논지를 마무리지으면 좋을 것이다. ●실전논술 지상강의 4회 실전논술 지상강의 마지막은 ‘한류(韓流)와 우리의 문화적 자세’라는 논제를 정해 보았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점검하면서 우리 문화 발전의 기폭제로 승화시키는 방안을 함께 생각해보려 한다. 제시문으로 활용한 글은 서울신문 홈페이지 ‘2005 실전논술 지상강의’에 올려 놓았다. 이번에도 논술문의 분량은 1200자 정도로 전형적인 문제해결형의 논술문을 습작해 보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독자 수험생들의 알뜰한 활용을 기대한다. 서울신문 독자 수험생들이 올 대입시 논술시험에서 고득점하여 지원한 대학에 좋은 결과있기를 기원한다. chung@seoul.co.kr
  • [열린세상] 개혁의 추진과 사회적 합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개혁의 시대이다. 모든 나라의 집권자들이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영국은 ‘새로운 영국:의회와 행정부의 책임성, 분권화, 사법개혁’, 일본은 ‘내각기능의 강화와 행정의 슬림화’, 미국은 ‘시민, 결과, 그리고 시장 지향적인 정부’, 독일은 ‘어젠다 2010’을 개혁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변화를 선창한 이래, 개혁은 식을 줄 모르는 세계적 물결이 되었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개혁은 세계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요소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유독 각국의 공공부문은 수출이나 수입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정요소로 잔존하게 되었다. 이 공공부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버렸고, 이 공공부문을 효율화하려는 노력이 개혁의 물결로 나타났다. 집권자 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개혁은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효과적 전략이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대단히 정치적인 일인데,‘개혁’이라는 구호를 통해 국가운영의 제반 정책을 탈정치화시키고 자신의 운신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치단체장이나 작은 조직의 리더조차도 개혁의 플래카드를 내걸기 일쑤이다. 개혁의 내용을 살펴보면, 선진국과 후진국 간에 재미있는 차이가 발견된다. 선진국은 예외없이 효율성 제고를 개혁의 내용으로 하는데 반해, 후진국은 부패척결과 참여의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전자가 경제개혁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면, 후자는 정치개혁의 성격을 띤다. 한국의 경우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은 두 상이한 개혁 사이에 이질적 가치가 충돌하게 되어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근사한 개혁의 플래카드를 내걸어 왔다.YS정부는 세계화,DJ정부는 구조조정과 생산적 복지를 구호로 내걸었다. 구호 자체는 모두 첨단의 이론을 반영한 근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개혁의 결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시의 정권들이 개혁의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었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혁의 피로를 느끼는 일부 사람들은 아예 개혁의 유용성마저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의 개혁주체들은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지만,IMF경제위기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지도자들에게 권리를 백지위임하며 희생한 국민들의 기대에는 어림없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개혁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추진주체의 도덕성, 개혁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개혁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한 치밀한 계산과 과실의 배분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허점이 생기면 개혁은 성공하지 못한다. 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개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하는 것은 이러한 요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있다. 취임사에서 노 대통령은 4대 국정운영의 원리를 제시하며, 개혁의 프로그램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개혁의 추진과 성과는 미미하고, 집행력에 벌써 상당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개혁주체들이 참여정부의 상대적인 도덕성을 과신하며, 사회적 합의와 집행전략의 계산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갈등을 유발하는 개혁의 전선이 너무 넓고 사회적 균열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개혁의 전선을 통합적 관점에서 체계화하여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단지,‘과반’을 확보하는 전략으로써는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국가발전을 위한 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마음만 합치면 기적을 이루어내는 민족’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무현이라는 인물 자체가 실제로 국민에게 신바람을 일으킬 만한 상징적 가치와 정치적 가능성을 보유하는 존재였다.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왜 그러한 가능성이 사장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로데오거리는 ‘한복 전쟁’중

    로데오거리는 ‘한복 전쟁’중

    결혼을 앞두고 얼마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찾은 구수현(25·여)씨는 ‘로데오 거리’ 구석구석에 늘어선 한복가게를 발견하고선 깜짝 놀랐다.“사양길로 여겼던 한복가게가 왜 이렇게 많을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청담 네거리와 청담공원을 잇는 로데오 거리에만 12곳, 주변의 상가 내 점포까지 더하면 20곳을 넘는다.2년 전 6곳에 불과하던 로데오 거리의 한복가게가 늘어나면서 ‘한복 뉴타운’이란 말이 손색없을 정도가 됐다. ●40대 디자이너들 압구정서 옮겨와 이곳에 한복가게가 들어선 것은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복의 명품화를 내세운 40대 한복 디자이너들이 압구정동에서 매장을 옮겨오면서부터다.5년 전 자리잡은 윤모(46·여)씨의 가게에서는 서민들로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90만∼110만원대의 한복이 가장 많이 팔린다. 윤씨는 “손님의 대부분이 예전부터 드나들던 강남 사람들이라 그런지 불황이라고 해도 수요가 꾸준하다.”면서 “집안 어른의 예단까지 마련하는 단골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일단 명품 한복의 정착을 성공시키자 2∼3년 전부터는 종로, 광장시장 등 전통적인 한복거리를 떠나 진출해 온 사례가 생겨났다. 종로에서 10년간 가게를 하던 김모(52·여)씨는 새 고객을 찾아 2년 전 청담동으로 옮겼다. 한복을 평상복으로 입던 노인들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 강남에서 사라진 수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김씨가 주력으로 파는 한복은 70만원대이다. ●한복짓기·영업분리 전략 적중 최근 이곳 한복거리의 새로운 트렌드라면 한복 짓기와 영업이 분리되고 있는 점이다. 광진구 구의동에서 5년간 한복점을 운영하다 1년전 이곳에 지점을 차린 L한복점은 다른 가게보다 훨씬 많은 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주변의 혼수 가게와 연계해 영업사원이 따로 있는 이 가게의 운영방식은 예전의 한복점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 가게는 청담동의 다른 가게보다 훨씬 저렴한 50만원 안팎의 한복이 가장 많이 팔리며 한달 평균 80여명의 손님이 찾을 만큼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직원 이모(46·여)씨는 “구의동쪽 매장은 주로 오랜 단골이 많고, 이곳에는 저렴한 가격에 끌린 젊은층이 많다.”고 말했다. ●양장점 타지역 이사 살길 찾아 청담동 일대가 한복거리로 자리잡은 것은 젊은 한복디자이너들의 성공과 함께 이 일대에 결혼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웨딩 스튜디오, 웨딩 미용실이 몰려있는 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수요를 불러오는 상권의 ‘집중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게들의 권리금이 경기침체로 3분의2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씨는 “한복가게가 늘어나면서 이곳의 양장점이 오히려 백화점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살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복가게가 몰리는 것이 이들 기존 가게에는 결코 달갑지 않다. 근처의 한복점 직원 안모(33·여)씨는 “내년에 종로 등지에서 예닐곱개의 한복점이 청담동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이들이 옮겨오면 치열한 고객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한복점은 “인터넷·잡지를 통한 광고를 늘리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지만, 가격경쟁으로만 흐르는 소모전이 될까봐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가공세와 대대적인 한복가게 진출설들로 청담동을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한복점도 생겨나고 있어 이곳 로데오 거리의 ‘한복의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휴대전화 고장수리도 차별화

    휴대전화 고장수리도 차별화

    ‘벨이 울리거나 문자메시지 발송때 전원이 꺼진다.’ ‘폴더를 닫아도 통화가 끊기지 않는다’.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호소하는 대표적인 ‘악성’ 버그(Bug) 유형이다. 최근 MP3, 카메라 등의 기능이 속속 탑재되면서 나타나고 있다. 고장은 당연히 해당 AS센터 등을 방문, 수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단순한 고장과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집에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모든 제품은 최장 구입 1년(제품 보증기간)까지 고장이 나면 공짜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제조업체,‘셀프 서비스’ 제조업체들은 최근 들어 ‘공급자 AS 원칙’을 강조, 적극적인 서비스에 나서는 추세다. 대부분 180∼190개의 AS센터를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업체 최초로 사이버 공간상의 서비스센터를 운영, 고객이 직접 인터넷에서 상담 가능하다. 또 ‘휴대전화 예약서비스’도 한다. 무상수리는 정상 사용상태에서 발생한 고장과 기능상 하자 등에 한한다. 과실인 경우는 당연히 유료다. 예컨대 다른 회사나 지정협력사가 아닌 곳에서 수리한 뒤 고장이 나면 수리비를 받는다. 타사 소모품을 사용했어도 마찬가지다. LG전자의 ‘인터넷 셀프 업그레이드’는 이용자가 소프트웨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서비스다.PC에 휴대전화를 연결해 사진 촬영, 동영상 등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와 배터리, 충전기, 이어폰 수리 등은 무료로 해준다. 팬택&큐리텔은 제품 출시 3개월 이내 구입한 고객이 사용에 불만을 제기하면 제품을 바꿔준다. 제품보증기간에 두번째 유상수리를 하면 할인해 주는 ‘유상수리 고객 할인제도’도 있다. 신입생에게는 모든 서비스를 50% 할인하고, 전국 AS센터에서는 자외선 살균소독 서비스도 한다. ●서비스업체는 ‘방문 서비스’ SK텔레콤의 ‘레인보우’는 2000개 대리점과 삼성전자,LG전자,SK텔레텍, 모토로라, 팬택&큐리텔 등 제조사의 AS센터 734개를 130개 권역으로 묶어 퀵서비스로 연결한다. 대리점과 AS센터를 하루 2회 이상 순회하며 24시간 이내에 수리를 마친다. AS 비용은 레인보우 포인트로도 결제 가능하다. 관계자는 “고장 단말기의 즉시 수리를 원할 때는 제조사의 AS센터에,24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으면 대리점에 가면 된다.”고 말했다. 수리비는 ‘레인보우 포인트’로 결제(1포인트에 10원)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예컨대 3만원 정도 나오면 적립 포인트 3000점을 차감해 준다. KTF에는 ‘굿타임 방문 서비스’가 있다. 읍·면·이 지역을 제외한 전국 81개 주요 도시에서 운영한다. 수리 기간에 대여폰을 무상 임대한다. 우수고객(VIP, 다이아몬드급)은 수리비 일부를 지원한다. 고객이 요청할 때는 방문 수수료가 추가된다. 또 현대해상과 제휴해 분실, 파손, 도난, 화재, 침수 등의 보험 서비스도 운영한다. 휴대전화를 산 뒤 30일 이내에 KTF 고객센터나 대리점에 신청해야 한다. LG텔레콤은 ‘엔젤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방문 비용은 분실·임대와 AS 대행에 따라 다르다.VIP골드, 실버고객은 무료다. 단말기를 잃어버렸을 때는 7일간,AS 수리를 맡길 때는 수리가 끝날 때까지 임대폰을 공짜로 쓸 수 있다. 수리비가 나오면 2만원 초과분에 한해 고객 등급별(VIP, 우수, 일반)로 한도를 정해 수리 비용을 지원한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외식할땐 1인분 적게 시키세요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외식문화가 무척 발달해 있는 것에 깜짝 놀란다. 하루 세 끼를 모두 밖에서 해결하는 식생활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식생활문화는 아직도 대부분 집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그러나 통계청이 매분기마다 조사, 발표하고 있는 도시근로자의 가계수지 동향자료를 얼마 전에 접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외식문화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엥겔지수’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2001년 26.4%이던 수치가 매년 꾸준히 상승해 오다가 2004년의 경우 3·4분기까지의 통계가 26.7%를 기록하고 있다. 엥겔지수의 상승은 불황의 요인도 있겠지만 외식비 지출규모가 커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실제 식료품비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3.4%에서 2004년(3·4분기까지) 46.5%로 점점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34.2%에 비하면 엄청난 상승이다. 잦은 외식은 식습관과 관련해서도 좋지 않다. 보통의 외식은 고지방 식사가 되기 십상이다. 실제 한 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장 즐겨먹는 외식 메뉴는 돼지고기(34.0%)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갈비, 삼겹살, 삼계탕 등의 경우 지방질의 비중이 보통 4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주의를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이 높은 칼로리의 식사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집에서 먹는 식단의 경우 한 끼 식사의 칼로리가 500∼700㎉ 정도인 반면, 밖에서 하는 외식의 경우는 이의 1.5∼3배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한다. 한정식의 경우 보통 2000㎉이며 삼겹살에 공기밥과 소주를 곁들이면 1700㎉ 정도가 된다. 모임을 겸해서 하는 외식의 경우 술까지 곁들이게 되는데, 그럴 경우는 무려 3000∼4000㎉까지 섭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속 10㎞로 30분을 뛰면 약 800㎉ 정도가 소모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외식 한번 잘못 하면 헛수고가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숯불갈비를 먹게 될 때 고기가 탄 부분이 있으면 발암물질이 많다 해서 보통은 잘라내고 절대 먹지 않는다. 그러나 암을 유발하는데 탄 음식 이상으로 위험한 것이 고칼로리 식사를 하는 것이다. 탄 음식은 멀리 하면서 고칼로리 식사를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외식은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외식이 잦으면 아이들 식습관을 바로 잡기도 무척 어렵다. 고지방, 고칼로리 식사의 문제점 외에도 짜고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고지방, 고칼로리 메뉴를 피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보통 외식을 할 때 영양식을 찾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칼로리나 지방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좋았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영양과잉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정식이나 뷔페는 피할 것을 권한다. 우리 사회의 식당문화 개선도 필요하다. 풍성하게 듬뿍 주는 것도 모자라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더 주는 문화가 비만을 부르고 있다. 반찬의 종류가 너무 많지 않고 음식의 양도 먹을 만큼만 내놓는 음식점을 찾자. 종류도 한식 위주의 식사가 바람직하다. 집에서 먹는 가정식 백반과 같은 경우가 특별하지 않아 오히려 좋은 메뉴다. 주문도 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 오히려 약간 모자라는 정도가 좋다. 여럿이 갔을 때 1인분 덜 시키는 것, 반찬을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 것도 좋은 식습관이다. 제공하는 반찬만으로도 사실 영양이 넘치는 식사다. 물론 식사 전에 반찬을 먼저 내놓았다 해서 반찬만 먼저 먹는 식습관도 금물이다. 벌써 연말이다. 송년회니, 성탄절이니, 가족모임이니 해서 각종 이벤트가 많은 달이다. 혹시 이 순간에도 그런 이벤트를 모조리 외식으로만 떼우려고 작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차제에 진지하게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보자. 외식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외식을 하더라도 너무 넘치는 식사는 아닌지를.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먹는 일에 대한 절제’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 [MD의 훈수-실내운동기구] 기능·안전성 확인 ‘필수’

    [MD의 훈수-실내운동기구] 기능·안전성 확인 ‘필수’

    날씨가 추워지면서 야외에서 운동하는 시간이 줄고 있다. 평소 운동을 즐기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그만두면 몸에 무리가 오고 피곤함을 느끼기 쉽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실내에서라도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꾸준히 몸을 단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기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퍼는 강약·경사 조절기능 등 갖춰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실내운동 기구는 등산이나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는 스테퍼. 좁은 공간에서도 운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약 조절이 가능하고 운동시간과 횟수, 칼로리 소모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디지털 계기판이 장착된 것이 좋다. 반석유통의 ‘파워 강약조절 스텝퍼’는 3단계 경사 조절이 가능하고 디지털모니터가 장착돼 있어 사용에 편리하다. 가격은 6만 2000원.BS유통의 ‘LTB 트위스트 스텝퍼’는 소음이 없고 스피드 조절 레버로 원하는 대로 빠르기 조정이 가능하다.6만 1000원. 아이런 바디사의 ‘밸런싱 스텝퍼’는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탈부착식 튜브가 있어, 하체 집중 운동 뿐만 아니라 전신 운동기구로도 손색이 없다. 가격은 6만 9900원이다. ●싯업벤치, 공간 적게 차지하는 접이식 편리 싯업벤치는 복근 단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효과적이다. 대부분 접이식이라 좁은 공간에 설치가 가능하고 보관이 편리하다. 등받이 곡선이 부드럽고 발걸이 간격과 등받이 경사가 조절되는 것이 좋다. 삼창의 ‘멀티 싯업벤치’는 윗몸일으키기 등 다양한 응용운동이 가능하다.4만 5800원.㈜은성헬스빌의 ‘커빙 다이어트 벤치’는 등판이 유선형이어서 허리와 등 부분에 스트레칭 효과를 볼 수 있다. 가격은 4만 2000원이다. 반석유통의 ‘접이식 커빙 싯업벤치’는 기존 제품의 불편 사항인 발걸이 간격 조절과 등받이 경사도 조절 기능을 보완했다.3만 2900원. ●‘사이클’은 소음 작고 안장 편안해야 사이클은 유산소 운동 중에서도 관절에 가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까닭에 하체가 약한 사람이나 임산부, 노인 등이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스포텍코리아의 ‘스포칸 마그네틱 헬스싸이클(S-6300)’은 LCD 계기판이 맥박·시간·거리·총 누적거리·속도·칼로리 소비량을 체크해 준다. 핸들에는 맥박 감지센서가 부착돼 있다. 가격은 12만 2000원이다. 스포칸사의 ‘마그네틱 헬스 싸이클(S-9100)’은 소음이 없고, 대형 LCD창과 넓고 편안한 안장 등을 갖췄다.21만 9000원.SMP사의 ‘NISSHO 마그네틱 싸이클’은 부드럽고 안정된 주행감을 주며, 미세한 강도까지 강약 조절이 가능하다. 가격은 22만원이다. ●러닝머신, 발판의 충격 흡수성 중요 러닝머신은 가격이 비싼 만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운동량 조절에 효과적이다. 무릎과 발목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발판이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는지 살펴야 한다. 또 운동 중 넘어지거나 발을 헛디뎠을 때 긴급 멈춤 기능이 있는지 점검하는 게 좋다. 이탈리아 카맥스사의 ‘러닝머신 Vegas V’는 최대 4마력 경사 조절, 속도·프로그램 등 단축, 음이온 발생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77만원이다. 같은 회사의 ‘럭키버그’는 이동시 간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손잡이가 있다.39만 9천원. 시몬사의 ‘오토폴딩 전동 러닝머신 V-1’은 모터를 발판 밑으로 설계, 러닝 공간을 극대화했고 자동접이가 가능하다.53만원.
  • [열린세상] 북한체제 변화, 어떻게 관찰할까/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체제의 변화를 예측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명백한 증거를 들어 검증하기도 어렵고,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도 북한만의 ‘특수성’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북한체제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경제적으로는 변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변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식의 결론을 내놓는다. 전문적이지 못한 결론이다. 그런데 북한체제의 변화 여부는 우리의 꾸준한 관심사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적 논쟁에서나 한·미의 대북정책 조율 과정에서,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과정에서 기본적인 논의사안이다. 우리의 국가목표인 평화통일과 연관시키면 북한체제의 변화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의 통일을 상정한다면, 현 북한체제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체제가 스스로 변하기를 바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동유럽도 베트남도 중국도 변했으니, 북한도 변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사실 북한도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의 개혁·개방조치를 도입·시행하고 있으니 그만큼은 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2000년대 북한의 변화를 ‘의미 있는 변화’(최근 북한의 변화동향, 통일부,2003)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면 전반적인 북한체제의 변화는 어떻게 관찰할 수 있을까? 탈북자 250여명을 대상으로 1990년 이후의 북한체제 변화추세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한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통일예측모형연구, 통일연구원,2003). 북한체제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준거가 될 8가지의 요인들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정치적 요인들이다. 첫째, 북한체제의 응집력이다. 북한주민들이 현 체제에 강한 응집력을 가질수록 전반적인 체제변화는 어렵다. 체제에 대한 자부심, 노동당에 대한 신뢰도, 주체사상에 대한 신봉도 등이 구성변수다. 둘째, 다른 체제(남한 또는 중국 등)에 대한 동경의 수준이다. 외부세계에 대한 지각 수준, 비공식 거래의 증가 등이 구성변수로서, 중국이나 남한의 발전상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김정일 위원장의 체제장악력과 통제력이다. 주민통제의 수준, 상부지시의 하부 전달 정도, 군부 통제력 등이 주요 변수로서, 그중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의 효율성 여부가 체제변화를 가늠하는 데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요인들로는 첫째, 북한경제의 정상화 여부로서 일한 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는가와 기업소의 생산 활동에 대한 중앙정부의 장악력이 주요 변수이다. 북한 사회주의경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수록 현 체제의 지속가능성이 높을 것이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둘째, 북한 경제의 자율화 정도이다. 농민들의 생산과 처분의 자유, 개인소유 재산의 증가, 개인경제활동에 대한 국가통제의 약화 등이 변수로서, 경제의 자율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로 이행하게 된다. 나머지 세 요인은 사회적 요인들이다. 첫째, 사회갈등의 정도로서, 기관간의 갈등, 집단간의 이해갈등, 간부와 주민 간의 적대감 등이 주요 변수다. 아직 높은 물리적 억압 때문에 갈등이 쉽게 집단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사회적 갈등은 체제변화의 주요 동력이 된다. 둘째, 북한 지도자와 주민의 변화의지의 정도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개혁·개방의지가 높으면 중국에서와 같이 위로부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북한주민들의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자유에 대한 기대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셋째, 주민 이동의 자유이다. 북한에서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인구 이동이 늘어났으나, 이동의 자유가 확대될수록 현 체제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8가지 요인들 이외에도 대외적 요인이 북한체제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또한 상기 요인들의 적실성(適實性)을 직접 검증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변화를 관찰하거나 토론할 때, 어떤 준거 위에서 한다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의미있는 정책을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 정책협력과정에서도 우리의 논리를 설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 준거 개발이 필요하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그대 성공을 꿈꾸는가 中 태평성세를 읽어라

    ● 강희제 (1654∼1722) 청나라의 제4대 황제(재위 1661∼1722)로 본명은 현엽(玄燁). 순치제(順治帝)의 셋째 아들로, 아들 35명, 딸 20명을 두었다. 순치제의 유명(遺命)으로 8세 때 즉위하고,14세 때 친정을 시작하였는데, 중국 역대 황제 중에서 재위기간이 61년으로 가장 길다. 청나라의 지배는 그의 재위기간에 완성되었으며, 다음의 옹정제(雍正帝)·건륭제(乾隆帝)로 계승되어 전성기를 이루었다. 만년에 후계자 문제로 고통을 겪고, 황태자를 폐위시키기도 하였으나,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1722년 12월20일 병사하였다. ● 옹정제 (1678∼1735) 청나라 제5대 황제(재위 1722∼1735)로 본명은 애신각라 윤진(愛新覺羅胤진). 강희제의 넷째 아들이다. 강희제 말기 붕당 싸움이 심할 때 즉위해 동생인 윤사·윤당 등을 물리쳐 서민으로 삼고, 권신 연갱요와 융과다 등을 숙청하여 독재권력을 확립하였다. ● 건륭제 (1711∼1799) 중국 청나라 제6대 황제(재위 1735∼95)로 본명은 홍력(弘曆)이다. 옹정제의 넷째 아들로, 조부 강희제(康熙帝)의 재위기간(61년)을 넘는 것을 꺼려 재위 60년에 퇴위하고 태상황제가 되었는데, 이 태상황제의 3년을 합하면 중국 역대황제 중 재위기간이 가장 길다. 초기엔 민중 계도와 붕당정치 타파 등 내치에 힘쓰다가 만년엔 위구르·네팔·타이완·베트남 등 10여회에 걸친 원정과 평정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흔히 중국의 ‘3대 성세(盛世)’로 서한의 ‘문경의 치’, 당나라의 ‘정관의 치’, 그리고 청나라의 ‘강건성세’가 꼽힌다. 그중 강희·옹정·건륭제 3대에 걸쳐 130년간 이어진 청대의 강건성세(康乾盛世)는 가장 길게 이어진 태평성세다. 중국에서 경제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강건성세’ 열풍이 불고 있다.5000년 역사의 중국에서 최고의 태평성세를 이뤘던 시대, 그 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에 대한 폭발적 관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학계와 정치·경제·문화계 전반에 걸쳐 이들을 배우기 위한 열기도 뜨겁다. 공교롭게도 이 열풍 이후 최근 5년간 중국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란 평가를 얻을 만큼 우뚝 컸다. 강희·옹정·건륭제의 강건성세와 현대 중국의 초강대국화.IMF 이후 소모적 논쟁과 갈등만을 되풀이하며 7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우리에게 200년을 건너 뛴 이 ‘역사적 연관’은 결코 예사로울 수 없다. ‘수신제가’(강희제),‘치국’(옹정제),‘평천하’(건륭제)(둥예쥔 편저, 허유영 황보경 송하진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는 바로 강건성세의 주인공 강희(康熙)·옹정(雍正)·건륭(乾隆)황제의 치세와 경세 이야기를 담은 처세서다. 이 책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출간 이후 줄곧 성공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특히 청ㆍ장년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희제는 강유병거(剛柔幷擧), 즉 강함과 유연함을 함께 사용해 치세에 성공한 황제였다. 황제에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키자 강희제는 무력으로 반란을 평정함과 동시에 관대함을 베풀어 반란군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면 그 죄를 묻지 않았다. 이같은 중도정책으로 정국은 안정을 되찾았고, 반란도 모두 평정됐다. 그는 또 중국 역사상 최초의 학자형 황제이자, 문무를 겸비한 몇 안 되는 걸출한 황제였다.8살의 어린 나이에 황상에 올라 61년간 천하를 호령했으며, 앞날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울 줄 알았다. 한 손에는 사서오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수학과 외국어 서책을 들었으며, 주자학을 신봉하며 왕도정치를 내세웠고, 백성들을 감화시키고 천하에 위엄을 떨쳤다. 신하들의 공적은 치켜세우고 관대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중용은 그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도리였다. 부패는 중벌로 다스리면서도 지나치게 작은 부패까지 처벌하지 않게 함으로써 융통성을 발휘했다. 그의 치하에서 청나라는 내우외환의 커다란 혼란에서 벗어나 태평성세로 나아갔으며, 백성들은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옹정제는 ‘늑대의 근성’으로 천하를 제패한 황제로 알려져 있다. 그는 황제 등극 전 수십명의 왕자들이 골육상쟁을 벌일 때 한 발 비켜서 있다가 그들이 상처투성이로 기진하자 가볍게 제압하고 황제에 올랐다. 그는 강희제와 건륭제의 중간에서 양 대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후대 정치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옹정제는 정치적 재능이 탁월했다. 천 년을 이어온 지연, 학연, 혈연에 따라 이루어지는 붕당정치를 깨뜨리고, 과감한 인재 등용을 통해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토지세 개혁, 부정축재와 부패한 지방세력에 대한 철저한 사정과 응징 등 강희제 말기 불거졌던 적폐와 유산을 청산하는 개혁을 단행하고, 정적들을 제거함으로써 건륭제가 부담해야 할 짐을 덜어 주었다. 건륭제가 청대 최고의 전성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부친인 옹정제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륭제는 오늘날의 중국 영토를 개척하고 확정지은 황제다. 어려서부터 유가사상의 영향을 받아 음양설의 참뜻을 받아들이고 ‘흑과 백의 정치’를 절묘하게 활용했다. 다스림에 있어서 관대함은 백으로, 엄격함은 흑으로, 백성을 길들이는 데는 은혜를 백으로, 위엄을 흑으로 삼았다. 또 군사를 부리는데는 긴장을 백으로, 느슨함을 흑으로 삼았으며, 신하를 부림에 있어서는 충성을 백으로, 간사함을 흑으로 삼았다. 건륭제는 흑과 백, 백과 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를 제약하는 것으로 보고, 그 운영의 묘를 완벽히 체득하고 운영했다. 편저자 둥예쥔(東野君)은 중국의 대표적인 소장 역사학 연구 그룹. 대표자 류샤를 비롯한 청장년 학자, 작가로 이루어진 이들은 당대 중국 지식 문화계의 실질적 주역들이다. 주로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전기·평전 등 역사 교양서를 기획, 출간하고 있다. 각권 656~832쪽,2만 3500∼2만 4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MD의 훈수-가습기] ‘복합전자식’ 어떨까요?

    [MD의 훈수-가습기] ‘복합전자식’ 어떨까요?

    겨울철에는 바깥공기가 차고 실내공기는 건조하다 보니 호흡기 질환이나 피부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가습기를 사용하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할 수 있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 요즘 나오는 가습기는 정수필터에 은나노와 참숯을 넣어 탈취 및 살균 정수 효과를 높인 웰빙 제품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도 사각 일색에서 탈피해 반투명 재질과 다양한 곡선 모양으로 바뀌었다. 디지털 오디오 모양의 제품도 등장했다. 가습 방식은 복합식이면서 작동 방식은 전자식인 ‘복합전자식’ 가습기가 인기다. 복합식은 물을 충분히 가열한 다음 진동자의 진동으로 가습을 하기 때문에 살균효과도 좋고 가습량이 풍부하다. 기계식은 분무 시간과 가습량만 조절할 수 있지만, 전자식은 다양한 기능을 조정할 수 있다. 시판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들을 알아본다. ●습도 자동조절… LG전자 H­770CMP 복합전자식 제품으로 전면을 고급 LCD 표시창으로 구성해 디지털 오디오 같은 디자인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6.7ℓ로 대형에 속하지만 디자인이 간단해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실내습도에 따라 자동으로 습도를 조절해주는 기능이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 가습시간을 예약할 수 있어 원하는 시간 동안만 작동하도록 할 수 있다. 가격은 13만원 대로 비싼 것이 단점. ●음이온 방출… 삼성전자 HU­5040S 복합전자식 제품으로, 둥근 사각모양의 귀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5ℓ의 용량은 거실보다는 방에서 사용하기에 알맞다. 가습시 집중력을 높여주는 음이온이 발생해 아이들 공부방에서 사용하면 좋다. 실내공기가 건조하거나 가습기를 청소할 필요가 있을 때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이 있어 사용과 관리가 편하다는 것이 장점. 가격은 11만원대. ●유아모드 기능… 웅진코웨이 MHS­E5515W 5.5ℓ 복합전자식 제품으로 ‘유아 최적모드 기능’이 눈에 띈다. 유아 최적모드기능은 자동으로 작동과 멈춤을 반복하며 실내 습도를 유아에 맞는 45%로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항균·정수·청정의 3단계 필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격은 11만원대. ●저소음 장점… 쿠쿠 LH­551FN 5.2ℓ 복합전자식 제품. 저소음 설계로 조용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항균소재 물통과 이온수지 정수필터를 채용해 건강기능을 강조했다. 분무구가 두군데이며 자유롭게 방향 조절이 가능하다. 물통 상단이 평평해서 물을 채울 때 편리하다.9만원대. ●3만원대 저렴… 한일 HSV­310 가열식 가습기의 베스트셀러. 무드램프가 내장돼 있어 분위기 있는 실내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가습량은 초음파식이나 복합식의 3분의 2 수준이지만 가습량이 많이 필요없고 은은한 가습을 원한다면 무난하다. 물탱크용량이 3.6ℓ지만 분무량이 많지 않아 불편하지는 않다. 단 초음파식이나 복합식에 비해 전기 소모량이 2배 정도 많다는 게 단점이지만, 가격이 3만원대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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