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모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습도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성별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790
  • [데스크시각] 막말문화에 弔鐘을 울려라/김종면 문화부장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엉터리 영어를 남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식 석상에서도 문법이 틀리고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조잡한 영어를 내뱉기 일쑤다. 얼마 전에도 상황에 맞지 않는 파격 영어를 구사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외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최근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예방해 환담하는 자리에서 교황에게 ‘성하(Your Holiness)’라는 호칭 대신 손윗사람이나 의회 의장 등에게 쓰는 말인 ‘님(Sir)’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말실수에는 물론 비난이 쏟아진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그것을 심각하게 문제삼으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지는 않는다. 정치적 의도가 담긴 계산된 발언이라기보다는 그저 밉지 않은 ‘텍사스 홈보이’의 교양없는 언동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말실수, 아니 ‘말폭탄’의 달인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의 말과 부시 대통령의 말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의 말은 부시 대통령의 그것과 달리 선량한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그나마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알량한 정마저 떨어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 말에 고슴도치 같은 가시가 들어 있고 동굴처럼 서늘한 독기가 서려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취임초 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을 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탈권위의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노 대통령의 말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이제 공개 석상에서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쪽팔린다.”“조진다.”고 말하는 지경에까지 갔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언어는 위선적이라 할지라도 품위나 품격이 필요하다.”는 시인의 충고까지 나왔겠는가. 노 대통령은 미국의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그랬듯이 가슴으로 말하는 타입이다. 그런 만큼 그의 말은 늘 격정적이다. 그러나 스스로에 취한 듯한, 마치 부흥 설교사와도 같은 노 대통령의 말에서는 이제 더이상 예의 투박한 진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도취, 곧 나르시시즘적인 자세가 반드시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심리학 개념 중에는 이른바 ‘나이에 어울리는 나르시시즘(age-appropriate narcissism)’이라는 것도 있다. 예컨대 어린아이가 모든 것을 자기 관점으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보는 듯한 그런 옹색한 언동을 어른이 보인다면 그것은 병적인 자기애(自己愛)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미숙한 나르시시스트로 떨어지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도 없다. 임기 말의 노 대통령이 끝내 자기도취적인 독선의 길을 걷겠다면, 나이에 맞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을 추구할 것을 권한다. 그 첫 실마리는 ‘대통령 언어’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도 품위가 있다. 그게 바로 언품(言品)이다. 천박한 언어로 인한 도덕적 레임덕은 정치권력이 시나브로 새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고 지속적인 것임을 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치 마이크’를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자리를 욕되게 하는 비속어만이라도 거둬들였으면 한다. 일찍이 접해보지 못한 국가 최고 지도자의 막말행진에 국민은 피곤하고 또 피곤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발달을 위해서도 창피스러운 막말문화의 바이러스를 뿌리뽑아야 한다. 기자는 노 대통령에게 그가 존경한다는 미국 링컨 대통령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나의 발언은 낱낱이 인쇄됩니다. 내가 어쩌다 실언이라도 하면 그것은 나 자신과 여러분 그리고 이 나라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때문에 나는 나의 실수가 최소한에 머무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김종면 문화부장
  • 초고속열차서도 끊김없이 TV 본다

    초고속열차서도 끊김없이 TV 본다

    새끼손톱 절반만 한 크기의 칩 하나로 세계 어디서든 TV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시속 300㎞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에서도 화면 끊김없이 스포츠 경기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블루 오션’으로 꼽히는 세계 모바일 TV 시장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일단 주도권은 우리나라가 잡았다. 더 작아지고 더 싸진, 그러면서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반응하는 카멜레온칩을 국내 업체가 개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동(모바일) 방송 표준을 지원하는 멀티모드 모바일TV 수신 칩을 선보였다. 이 칩만 있으면 현재 모바일 방송이 이뤄지고 있는 웬만한 나라에서는 모두 이동하면서 TV를 볼 수 있다. 지금은 한국(T-DMB), 일본(ISDB-T), 미국(M-FLO), 유럽(DVB-H,DVB-T,DAB-IP)에서 모바일 TV를 보려면 각각 그 나라에 맞는 칩을 따로 사야 했다. 삼성의 멀티모드 칩은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노트북PC 등 어느 모바일 기기든 장착 가능하다. 이 칩이 들어있는 완제품은 이르면 내년 9월께 나온다. 칩만 따로 구입해 기존 제품에 연결해 쓸 수도 있지만 제품 사양이 맞아야 하는 한계가 있다. 변신(수신)이 자유롭다고 해서 카멜레온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 칩은 세계 최초로 65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덕분에 기존 칩보다 크기와 전력 소모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가격도 3분의1 수준으로 싸졌다. 최대 시청 가능 시간(4시간)은 10∼15% 늘어났다. 이도준 반도체 시스템LSI 사업부 상무는 “무엇보다 수신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 열차에서도 화면이 끊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아날로그 방송 신호를 받는 칩(RF칩)과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칩(채널칩)이 따로따로 있지만 올해안에 이를 하나로 만든 패키지칩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상무는 “현재 나와 있는 칩 중에서는 세계 통틀어 (이동방송)수신 범위가 가장 넓다.”면서 “이제 막 상용화된 미국의 미디어 FLO 방식은 지원되지 않지만 다른 방식을 통해 미국서도 시청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계 모바일 TV 시장 규모는 올해 1200만대 수준. 연평균 67%씩 성장해 2011년에는 1억 3000만대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Seoul In]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 현대자동차 서대문지점과 합동으로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를 한다. 서비스 내용은 일상점검 10개 항목을 포함해 소모성 부품 무상교환, 차량 정비 관련 상담 전담코너 운영 등이다.28일은 신지식산업센터 부설주차장,7월5일은 충정로동 공영주차장에서 진행한다.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 주차사업팀 360-8540∼1.
  • 속도 빠르고 튼튼한 노트북PC 나온다

    속도가 훨씬 빠르고 외부 충격에 강한 노트북 PC가 나오게 됐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데이터 저장 장치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51나노 낸드 플래시로 만든 1.8인치 64기가바이트(GB)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양산에 들어갔다. SSD는 기존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와 달리 모터와 기계 구동장치가 필요 없다. 따라서 똑같은 저장 용량이라 하더라도 HDD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고 외부 충격에 강하다. 전력 소모도 적고 무게 또한 더 가볍다. 다만,HDD보다 열 배가량 비싼 것이 흠이다. 삼성전자측은 “100만원대 이상의 초경량 고급 노트북 PC에 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삼성이 양산에 들어간 SSD는 올 3월 타이완에서 첫 선을 보였다. 머리카락 굵기의 2500분의 1에 불과한 51나노 공정의 낸드플래시 64개를 겹쳐놓은 것이다.1.8인치 SSD 가운데는 최대 용량이다. 여세를 몰아 내년에 40나노 공정을 적용한 낸드 플래시를 출시할 계획이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니들이 사투리를 알어?’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사투리 등은 각종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구수한 옛 정취를 풍겨낸다. 밋밋한 서울말보다는 거친 한마디 말이 더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 만큼 녹록지 않다. 현실에서는 사투리로 인해 부끄러워하고 좌절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사투리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서울 사투리’는 ‘표준어’지만 지방 사투리는 ‘비표준’이라고 불리는 현실속에서 사투리와 ‘사투’를 벌이며 살았고, 살아가는 ‘20&30’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놀림받기 일쑤… 피나는 서울말 연습 회사원 손모(27·여)씨는 대구에서 20여년을 살다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심한 ‘사투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투리 스트레스는 여자들한테 더 심합니다.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간혹 사투리가 귀엽다는 사람도 있지만, 서울말 우아하게 쓰는 사람들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풋풋한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대생들의 관심사인 ‘미용’ 말고도 손씨는 ‘말투’까지 관리해야 했다.“친구들이 저랑 얘기할 때 제 말투를 흉내 내더라고요. 처음엔 따라 웃었는데, 계속 그러니까 나중엔 솔직히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말투를 고치기 시작했죠.” 회사원 송모(26)씨도 대학시절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심한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촌스러워지는 자신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 때였어요. 미팅을 나갔는데 친구들에게 ‘화장실 가야쓰것다.’고 했더니 배꼽을 잡고 웃는 거예요.‘나도 서울말 쓸 줄 안다.’고 외치면서 ‘화장실 가야것다.’고 말했더니 애들이 뒤로 쓰러지며 웃더군요.” 송씨는 이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서울말 연습을 했다. 지금은 오랜 친구가 아니면 다들 자신을 서울 사람으로 착각한다고 한다.“사투리에 얽힌 추억을 말하라면 며칠 밤도 모자랄 겁니다. 지금은 옛 친구를 만날 땐 전라도 말로, 대학 친구를 만날 때 서울말을 씁니다.2개 국어인 셈이죠.” 5년전 대구에서 올라온 전모(34)씨는 처음 두 달 정도는 자기도 모르게 위축돼 말을 제대로 못했다고 밝혔다.“내 말을 사람들이 자꾸 못 알아듣는다는 게 큰 스트레스였어요. 심지어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죠.”서울말이 익숙해진 지금은 고향에 갈 때가 문제다. 언어습관에 관한 한 완벽한 ‘경계인’이 돼버린 것. “이제는 고향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요. 대구가 원체 보수적인 곳이고 외지 사람들이 별로 없거든요. 가끔 대구에 가는 게 싫어질 정도예요. 한번은 대구에 있는 식당에 갔더니 주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고향 친구들도 내 말투가 간지럽다며 놀립니다.” ●사투리 속에 감춰진 편견과 선입견 회사원 김모(28·여)씨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다. 그는 자신이 서울 사람들 앞에서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울에 살면서 사투리를 쓴다는 건 촌스럽다, 순진하다, 멍청하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준다.”고 말한다. 경상도가 고향인 전모(34)씨와 그의 아내는 네 살 된 아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지 않을까 싶어 아들 앞에서는 최대한 서울 말씨를 쓴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말투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씨는 “아들이 태어나서 두 살 때까지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투리 속에는 편견과 선입견이 감춰져 있다. 과거 전라도 사람들은 “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악역은 전부 전라도 사람으로 나오느냐.”는 불만을 털어놓으며 지역 차별의 한 징표로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전라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될 즈음에 방영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를 괴롭히는 악당이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장안의 화제가 됐을 정도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평소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만 전화를 받을 때는 언제나 또박또박 서울말을 쓴다. 그는 “특히 항의전화가 왔을 때 사투리를 쓰면 ‘시민운동하고 데모하는 놈들은 전부 전라도 것들이지.’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일 경우 지방 출신 시민운동가들은 말을 할때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고 귀띔한다. ●독특한 말투는 취업 방해꾼? 20년을 대구에서 살았던 회사원 주모(26·여)씨는 학창시절 꿈꿔 왔던 아나운서도 포기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말끝마다 배어나오는 경상도 억양이 화근이었다. 주씨에게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해야 하는 아나운서는 넘기 힘든 강이었다.“고등학교 방송반 활동을 했을 때에는 몰랐는데,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방송국 활동을 하다 보니 서울말이 어렵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까지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란 서울 모대학 졸업반 윤모(26)씨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면접 볼 때에는 깔끔한 서울 말씨를 써야지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잖아요. 아무리 고치려 해도 특유의 억양은 고치기 힘들더군요. 행여나 면접관들이 ‘저 사람은 말투하나 못 고쳐서 어디다 쓰나.’하고 생각할까 걱정입니다.” 서울에 처음 와서 친구들이 장난으로 촌스럽다 놀려대도 가볍게 웃어 넘겼지만,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얼마 전에는 존경하는 교수가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잘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조그만 약점이라도 눈에 띄면 감점요인이 된다.”면서 “사투리가 약점이 될 수 있으니 꼭 고쳐야 한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했다. ●사투리? 뭐가 어때서! 사투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이모(27)씨는 주변에서 뭐라 하든 상관 않고 꿋꿋이 정통 부산 사투리를 쓴다. 친구들이 그만 고치라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이씨는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고 말한다.“선생님은 왜 맨날 싸우는 말투에요?” “선생님 말 너무 빨라요.” 등 종종 학생들이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씨는 “원래 경상도 말이 이렇다. 이 기회에 경상도 말 한번 배워봐.”라고 당당하게 대답해준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만 당당하면 된다는 게 이씨 생각이다.“사투리도 똑같은 언어입니다. 단지 문화 차이 때문에 쓰는 언어가 다소 달랐을 뿐입니다. 부산이 수도였으면 부산 말이 표준어 아니겠습니까. 뭐 문제될 게 있나요.” 강국진 이경원기자 betulo@seoul.co.kr ■ 오해를 부르는 사투리 “‘빠구리’치러갔는데요….” 경상도가 고향인 장모(38)씨는 10여년 전 광주에서 대학 시간강사를 맡았다가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장씨는 “출석을 부르는데 ‘아무개 학생 안왔나?’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빠구리치러 갔다.’는 거예요. 내가 알기로는 ‘성교(性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알고 있는데 한두명도 아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싶기도 하고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고 놀리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전라도 목포가 고향인 친구로부터 “학생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너는 수업 빼먹고 빠구리쳐본 적 한 번도 없냐? 나도 대학 다닐 때 빠구리 꽤나 쳤는데.”라는 말을 듣고 전라도 사투리에서 ‘빠구리’는 ‘학교나 직장을 몰래 빠져나온다.’ 다시 말해 ‘땡땡이’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이제는 전라도에서도 그 말을 쓰지 않는다. 전라도가 고향인 회사원 강모(33)씨는 중학교 때 사투리 때문에 오해를 받아 봉변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서울로 전학온 그는 갑자기 선배로부터 ‘버릇이 없다.’며 학교 뒤편으로 끌려 갔다. 강씨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선배가 왜 그렇게 노발대발했는지 알았다. 강씨는 부모나 가까운 친척, 형이나 누나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 “누나, 밥 먹었능가.” “아버지, 진지 잡능가.” 등의 식으로 물어봤는데 그 선배는 그것을 자신에게 반말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서울에서 다니다가 경북지역 대학에 입학한 소모(25)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오해해 밤새 술을 마시게 된 적이 있다.“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과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는데 피곤하고 하숙집에서 해야 할 일도 있어서 같은 하숙집을 쓰는 선배에게 그만 가보겠다고 했지요.” 그 선배는 소씨에게 “그래. 들어가자.”라고 답했다. 소씨는 같이 하숙집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알아듣고 선배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선배는 일어날 기미가 없어 결국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만 했다. 소씨는 “그 선배가 말한 ‘들어가자.’는 나에게 ‘그래. 너 들어가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그 선배 입장에서는 ‘들어가라.’고 계속 말했는데도 들어가진 않고 ‘들어가겠다.’는 말만 계속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인터넷 사투리 사전도 있다 말의 철자, 발음, 의미를 전달하는 책 ‘사전’에 사투리만 모아놓은 사투리 사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픈 백과’라 불리는 인터넷 사투리 사전이다. 기존의 사전과의 차이라면 전문가에 의해 가나다 순으로 체계적으로 집필돼 있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업데이트’에 의해 이뤄지지고 있는데, 상세한 풀이를 담고 있다. 네티즌들은 생활 속 사투리를 직접 올리고, 공감 정도에 따라 평점을 매긴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에는 1만 3400여건의 사투리가 올라와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투리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영예(?)의 1위는 뭘까. 바로 평점 134점을 받은 ‘천지빽가리’다. 이 말은 무엇이 정말 많을 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천지’와 벽성의 준말인 ‘벽’, 곡식과 땔감을 쌓은 더미인 ‘가리’가 합쳐 ‘하늘과 땅 사이에 곡식 더미가 성처럼 쌓여 있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2위는 평점 105점을 얻은 ‘신찬하다.’.‘품질이나 상태가 좋지 않다.’를 의미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표준어인 ‘시원찮다.’와 발음이 유사하다.‘총각무’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 ‘꼬달무’가 평점 92점으로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오두방종’의 경상도 사투리인 ‘녹띠방정’,‘말해줘도 모른다.’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 ‘고랑몰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떡애기’ 등이 순위에 올랐다.‘쭉담’,‘깻대’,‘갈부랭이’,‘왁왁 이우다.’등도 인기 목록이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의견에 리플을 달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이 말 우리 할머니한테 들어봤다.’,‘정말 재미있다.’는 공감어린 리플에서 ‘그것 외에도 다른 뜻으로 쓰인다.’,‘꼭 그런 의미는 아니다.’는 보충 설명까지 반응은 다양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해가 쉽도록 예문을 달아 놓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사투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우리나라 각 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을 자주 이용하는 김모(26)씨는 “처음에는 재미로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를 보면서 문화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개인 노무현’ 선거법 憲訴] 정치권 반응 “정국 주도용”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까지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정치권 전체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대통령은 헌법소원 제기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못박은 뒤,“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제기는 대선개입을 위한 시간끌기, 정국주도를 위한 관심끌기, 레임덕 방지를 위한 세끌기 등 3끌기”라며 그 순수성을 의심했다. 범여권도 일제히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정치적 표현을 억제당한 게 아니라 정치적 표현을 남발해 온 점이 문제”라며 “현직 대통령이 헌법기관 결정에 불복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도 “노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고 소모적 논쟁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도 “헌법소원 제기로 대통령이 다시 정쟁과 논란에 휩싸일까봐 걱정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서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이를 최근의 검증논란을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심을 표출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강수가 곤혹스러운 듯 입장이 한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호중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적절치 않다. 헌소의 뜻을 거둬 달라.”고 했다가 오후 들어 막상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발전적인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대통령의 정치적 자유에 대해 우리도 동의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이 정치적 자유를 핑계로 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병완 참여정부평가포럼 대표는 이날 대구참평포럼 창립대회에서 “대통령의 헌법 소원은 대통령도 국민이고, 국민도 대통령임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인제 내린천 ‘세계 래프팅대회’ 27일~새달 2일 개최

    인제 내린천 ‘세계 래프팅대회’ 27일~새달 2일 개최

    “시원스러운 물살과 함께 한여름 더위를 싸∼악 날립시다.” 각국의 래프팅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세계래프팅대회가 강원 인제군 내린천에서 27일부터 새달 2일까지 펼쳐진다. 네번째 행사이며,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열린다.2년마다 개최된다. ●미국 등 34개국 46개팀 참가 미국·독일·러시아 등 세계 34개국에서 46팀의 국가대표 선수가 참가해 경기를 치른다. 종목은 기록 경기인 스프린트(단거리)와 슬라롬, 순위 경기인 다운리버 등 3개이다. 남성팀과 여성팀이 나눠져 진행된다. 육상에서 단거리에 해당되는 스프린트 경기는 인제읍 원대교에서 내린천을 따라 하류로 500m 거리에서 펼쳐진다. 단거리 속도 경주이다보니 가장 빠른 급류를 선점하기 위한 선수들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경기의 백미로 꼽힌다. 슬라롬 경기는 인제읍 피아시마을 일대 내린천에서 열린다.640m의 물길 속에 8∼12개의 깃발을 세워 놓고 지그재그로 통과하거나 회전하는 경기다.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가(순기문) 물살을 가르며 올라가며(역기문) 치러진다.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마라톤에 해당하는 다운리버 종목은 13㎞에 이르는 장거리 경기다. 내린천 미산계곡에서 펼쳐진다.6명이 한팀이 돼 한꺼번에 4∼6개팀이 출발해 순위를 다툰다. 역시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기대되는 종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대회 유치 경쟁을 벌였던 일본과 맞대결하게 돼 뜨거운 한·일 응원전도 예상된다. ●한국대표팀 10위권 진입 목표 27일부터 29일까지는 선수들이 내린천 계곡에 적응하는 기간으로 정해졌고, 실제 경기는 30일부터 2일까지 치러진다. 유력한 우승 후보는 2003년과 2005년 부문별 우승국인 러시아, 체코를 비롯해 미국, 독일 등이 꼽힌다. 체코는 지난 대회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미국, 독일도 2005년 대회때 3위를 하면서 래프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지난 대회때 10위권 진입에 성공한 일본을 제치고 10위권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물놀이 등 문화축제도 ‘풍성´ 대회 기간에 이곳을 찾으면 인제 수변공원 등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축제 행사도 함께 준비했다. 대회 기간에 백담사 주변의 만해마을과 미리내마을, 수변공원 등의 특설무대에서는 사물놀이, 전통음식, 복장체험 행사가 열려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은 이 대회의 모든 일정과 내린천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중계한다. 박삼례 인제군수는 “이번 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래프팅 경기”라면서 “설악을 끼고 있는 인제의 아름다운 자연을 세계에 알리고 인제를 레포츠의 고장으로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볼거리 먹을거리 - 산채나물·황태구이에 약수 한 모금 인제는 맑은 물, 아름다운 설악을 끼고 있는 국내 최고의 청정지역이다. 내설악산의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내린천에는 여름이면 래프팅·번지점프장이, 겨울에는 빙벽을 즐기려는 모험 관광객의 발길로 북적인다. 백담사와 12선녀탕 등을 거쳐 내설악산으로 오르는 등산객들도 연중 찾는 곳이다. 백담사를 통해 봉정암과 소청봉·중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오르는 등산 코스는 사계절 국내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불심이 깊은 신도가 백담사와 봉정암을 많이 찾는다. 설악산 초입의 백담사 만해마을에서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삶의 자취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심성수련교실, 주말사찰체험 등 찌든 도시생활을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주변에는 방태산자연휴양림과 용대자연휴양림, 미산계곡, 진동계곡, 하추리계곡, 산촌마을박물관, 필례지역 황토민박 등이 있어 자연속에서 토속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계곡과 휴양림이 있는 곳에는 방동약수와 필례약수, 개인약수 등 이름있는 약수터가 손님을 반긴다. 산촌마을이어서 산채나물이나 황태 등 순도높은 토속음식점이 마을마다 있어 미식가의 입맛을 돋운다. 특히 용대리 황태마을에는 겨우내 얼리면서 말린 황태 해장국과 구이를 맛볼 수 있다. 밑반찬인 나물류도 인제지역에서 나는 산나물을 사용해 인기를 끈다.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KSA 프로토너먼트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KSA 프로토너먼트

    지난 3월의 토너먼트 1전을 시작으로 국제대회, 프로암 대회, 정규전 등 10여차례의 토너먼트가 요즘 안동호에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무동력선들이 참가하는 챌린저 리그를 포함해 약 200여대의 모터보트가 참가하는 KSA 프로토너먼트는 시즌 중반을 돌아서면서 더욱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회마다 우승권은 5마리 토털 9㎏대를 넘기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종합성적은 정규전만을 종합해 집계하는데, 최근 4전까지 마친 결과를 종합하면 강시원 프로가 박혁순 프로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강 프로는 “올해는 배스의 이동경로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피네스 피싱 위주의 섬세하고 예민한 채비 위주로 포인트 낚시보다는 패턴 낚시를 구사했다.”고 밝혔다. 노출되는 포인트 낚시보다는 가벼운 채비로 꼼꼼하게 공략하는 방법이 적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금까지 줄곧 1위를 달리던 박혁순 프로의 공략방법은 프레셔를 덜 받는 지역을 광범위하게 탐색하면서 배스를 공략했다. 수많은 선수들의 손을 탈 것 같은 그럴싸한 포인트를 제외하고, 평범한 지역을 탐색해 큰 사이즈의 배스를 쉽게 낚아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앞으로 프로 토너먼트 정규 3전을 남긴 현재, 선두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아 관전자들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지금 안동호 배스들은 산란이 거의 끝나 있는 상태. 표층수온도 한낮엔 24∼25℃까지 올라가는 여름패턴 상황을 보이고 있다. 심한 물부족으로 인해 물속에 잠긴 수몰나무가 대부분 드러나 있어 좋은 공략 포인트 역할을 한다. 지류권 얕은 곳에서는 배스가 거의 빠져 있다.. 일찍 산란을 끝내고 휴식기를 거쳐 영양보충을 하려는 배스들이 이른 아침 본류권 4∼6m 수심의 직벽이나 곶부리 등에서 먹이를 쫓아 다니는 장면들이 많이 목격된다. 이런 배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롱 캐스팅이 가능한 톱워터 계열의 루어 사용이 필수적이다. 산란을 끝낸 배스는 루어에 대한 반응이 무척 둔하다. 먹을 기미가 없는 배스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역시 리액션 바이트가 효과적이다. 길게 늘어진 능선과 그 주변에 있는 고사목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배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배스의 눈앞에 되도록 가깝게 루어를 통과시켜야 한다. 텍사스 리그나 다운 샷 리그 등의 웜 낚시가 효과적이지만, 장애물에 부딪혀 불규칙한 액션이 있어야만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산란하는 데 많은 체력을 소모한 배스는 먹이활동보다는 휴식을 통해 체력을 회복한다. 따라서 낚시하기가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시기다. 적절한 루어를 사용한다고 무조건 입질이 들어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바닥 지형에 따라 루어의 움직임을 고려하며 액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한국스포츠피싱협회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내 공약, 네 공약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내 공약, 네 공약

    참 말들은 잘한다.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변조 의혹 파문이 그렇고,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의 위장전입 시인에 따른 논란이 그렇다. 관계자들은 너나 없이 한마디씩 하며 자기 주장을 펼친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검증 공방에서 범여권이 하는 얘기나, 박근혜 경선후보 캠프가 하는 문제 제기, 또 이명박 캠프에서 내놓은 해명 및 반박 이 모두가 솔깃하게 들린다. 하지만 국민들은 어지럽다. 그리고 짜증난다. 공방전이요, 소모전인 탓이다. 앞으로 그것 말고도 얼마나 많은 검증 거리가 있고, 무수한 난타전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대선이 끝나는 12월20일까지 대한민국은 ‘시계(視界) 제로’라는 비판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고 당연하다. 그러나 자질과 능력도 함께 검증하는 종합적 검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로지 과거에 뭘 했는지, 그것이 도덕성에 큰 흠결을 남겼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과거사 캐기에만 집중돼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 보니 ‘카더라’는 근거없는 흑색선전과 구체적 해명없이 회피로 일관하는 구태가 난무한다. 이런 상태라면 ‘누가 깨끗하냐.’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안 들키냐.’의 문제로 변질되고 말 것이다. 이건 검증이 지향하는 목표점이 아니다. 검증과 흑색선전은 가려져야 한다. 범여권에선 십수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거나 던질 예정이다. 후보 난립이다. 지금은 모두 ‘도토리 키재기’ 상황이어서 조용하지만, 적어도 단일후보로 좁혀지는 과정에서 ‘빅3’니 ‘빅2’니 하며 유력 후보군 간에 지금과 같은 검증 공방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또 다른 검증 폭탄이 예고돼 있다. 국민들은 ‘짜증 곱빼기’에 놓여질 것이다. 이제라도 자질과 능력 검증에 들어가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이 정책 대결이요, 공약 검증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도덕성 검증처럼 무조건 상대방을 비방부터 하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허물은 외면하고 상대방의 허점만 파고 들어서야 되겠는가. 상대 후보의 공약에 대해 우선 긍정적 측면을 얘기하고, 그런 후에 현실적인 실천방안은 무엇인지, 국가 발전과 미래 가치 견인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인지 등을 조목조목 따지는 게 순서라고 본다. 토론 과정에서 상대방의 좋은 방안은 언제든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수정하면 될 것이다. 상대방을 누더기로 만들어야 내가 승리한다는 방정식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든 박 후보의 열차페리든,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반도 평화경영이든 여야의 각 후보군이 자기 공약을 마케팅한다는 차원에서 치열한 홍보전을 벌였으면 한다. 내 공약, 네 공약을 놓고 국가적인 대토론회를 열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접고 통합의 미래를 여는 길이 되지 않을까. 조선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주고받았다는 대화가 문득 떠오른다. 어느 날 이성계가 “스님은 인상이 돼지처럼 보입니다.”라고 도발적 질문을 던지자, 무학대사는 웃으면서 “상감께서는 인상이 부처님처럼 보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이성계에게 무학대사의 답변은 이어진다. “부처님 같은 사람 눈에는 상대방이 부처님처럼 보이고 돼지 같은 사람의 눈에는 상대방이 돼지같이 보이는 법입니다.” 오늘날 검증 공방에 한창인 경선 후보들과 측근들이 새겨들을 얘기다. jthan@seoul.co.kr
  • [서울광장] 2002년 반미, 2007년 반일?/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2002년 반미, 2007년 반일?/황성기 논설위원

    도쿄에서 일본 정부와 언론에 있는 ‘코리안 스쿨’(한국 전문가) 몇 사람을 만났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의 관심사는 대통령 선거와 남북 정상회담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똑 부러지게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한다. 북·미관계가 2·13합의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 평양의 판단은 ‘노’일 것이라는 얘기다. 대선에 이르러서는 한결같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선을 뛸 말이 어느 진영에서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2002년 학습효과’가 전문가답지 않게 신중한 태도를 갖게 한 듯 보인다.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힘을 발휘하던 당시 대선 막판까지 상부에 잘못된 당선 유력자 보고를 올렸을 이들이다.5년 전의 실수는 그들에겐 뼈아픈 트라우마일 것이다.“경마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쉽사리 대선 전망을 점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외무성의 지인은 재미난 얘기를 꺼낸다.“반미로 재미를 본 현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 반일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 않는가. 외교부에 ‘재팬 스쿨’(대일 외교 전문가)을 모아서 요직에 앉혀 놓은 것도 반일 사태에 대비한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이다. 반일 카드론은 이렇다. 반미 분위기가 대세론을 뒤집어 엎은 선거가 2002년 대선이었다. 같은 논리로 반일이 이슈가 되어 반일 감정이 달아오르면 친노든, 비노든 중도든 진보든 반 한나라, 비 한나라 후보가 반일을 선점하게 돼 있다. 반일 어젠다는 한나라 후보에 비해 상대적인 열세를 감추고 냉정히 따져야 할 대선의 본질적인 쟁점을 흐리는 환경을 조성한다. 상대 후보를 친일로 몰아세우기는 어렵더라도 반 한나라 후보는 반일 감정에 업혀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을 재연할 수 있다. 반일의 재료는 독도일 공산이 크다. 양국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았던 독도 인근 해역의 해양조사 같은 ‘사고’를 일본이 쳐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독도와 해양조사 문제는 일본도 물러설 수 없는 일이어서 충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주지 않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반 한나라를 위해서는 어떤 ‘외교적 협력’도 지금의 정권이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한국 대선 시나리오 중 하나다. 다만 싸움을 한국에서 걸어서야 효과가 적을 테니 일본에서 걸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따라서 반일 카드는 불발로 끝날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럴듯하다. 놀라운 일은 한반도를 20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는 한국 전문가 눈에 현 정권이 선거에 개입하려 들고 개입의 한 수단으로 외교를 이용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대선 주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현 정권이다. 선거중립을 요구한 선관위마저 무시하며 전선을 확대하는 중이다. 언론과도 격렬히 대치하고 있다. 전선이 여기저기 구축되면서 색깔도 존재감도, 전선을 펼치려는 목적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내정이 이어진다면 외치도 전선을 펴는 지형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반일 비용이 반미보다 싸다고는 하지만 특정국가에 대한 안티가 국가적 소모란 것은 지난 몇년간 충분히 겪었다. 국정을 놓고 다퉈야 할 대통령 선거판을 북풍이나 태평양바람이 흔들어서는 곤란하다.“외교를 정쟁의 도구로 써서는 안 될 일”이라며 말을 맺는 지인의 다소 뜬금없는 얘기가 정말 시나리오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삼성전자, 70인치 LCD TV 상용화

    삼성전자, 70인치 LCD TV 상용화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진화가 끝없다.70인치 대형 제품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나왔다.LCD TV는 ‘크기와 화질이 반비례한다.’는 통념을 깨고 화질이 크게 좋아졌다. 전기 소모도 줄임으로써 ‘라이벌’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의 추격에 쐐기를 박았다. 쏘나타 세 대 가격인 것이 흠이다. 삼성전자는 14일 세계 최대 크기인 70인치 풀 고화질(HD) LCD TV 상용 제품을 내놓았다. 종전까지는 일본 샤프의 65인치가 LCD TV 상용 제품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컸다. 물론 시제품으로는 108인치까지도 나와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에 소니를 제치고 세계 LCD TV 1위업체로 다시 올라섰다. ●크기·화질 두마리 토끼로 PDP 추격 따돌려 크기 면에서는 여전히 PDP TV가 앞서 간다. 일본 파나소닉이 103인치까지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이 80인치,LG전자가 71인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번에 LCD TV도 70인치 시대를 개막함으로써 PDP와의 크기 격차를 줄이게 됐다. 삼성은 “크기도 크기이지만 화질에 주목해 달라.”고 주문한다. 이번 70인치 LCD TV(제품이름 파브 LED70)의 가장 큰 특징은 발광다이오드(LED) 최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 TV의 화면 뒤쪽에는 긴 막대 모양의 형광등 대신 수백개의 광원이 점으로 형성된 LED가 약 1만개 들어가 있다. 이경식 삼성전자 상무보는 “화면의 어두운 부분쪽은 아예 LED 백라이트를 꺼버림으로써 밝은 쪽은 더 밝게, 어두운 쪽은 더 어둡게 해 준다.”면서 “명암 대비율 50만대 1이라는 선명한 화질은 이같은 신기술(로컬 디밍)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형광등을 사용한 제품보다 빛의 분산이 더 고르고 전기 소모도 50% 적다는 설명이다. 이 상무보는 “빠른 영상 모드(LED 스캐닝)로 LCD TV의 단점이었던 스포츠 동영상의 잔상과 떨림 현상도 개선했다.”고 전했다. 가격은 5900만원. 워낙 비싸 사전 주문 방식으로 100대만 한정 판매한다. 주문자의 이름도 TV에 새겨 준다. 현재 국내 평판 TV시장은 LCD(90만대)가 PDP(50만대)를 거의 두 배 차이로 앞서가고 있다. ●삼성·소니,LCD TV 주도권 경쟁 치열 삼성전자는 세계 TV시장에서 독보적 1위 업체다. 하지만 LCD TV에서는 소니에 눌려 왔다. 지난해 3분기(7∼9월)에 ‘반짝 1위’를 차지했지만 4분기(10∼12월)에 1위 자리를 내 줬다. 그러다 올 1분기에 다시 1위를 꿰찼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격차가 0.3%포인트에 불과해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다행히 LCD TV에 없어서는 안될 LCD 패널쪽에서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40인치 이상 LCD 패널 출하량(163만 7000장)이 올 1분기에 세계 출하량의 절반(50.2%)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측은 “세계 TV시장 주도권은 LCD TV에 달렸다.”면서 “특히 대형 TV의 매출 신장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70인치 상용화에 성공한 삼성이 유리한 위치에 한발 먼저 다가섰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잃어버린 10년’ 논쟁의 허와 실

    [김형준 정치비평] ‘잃어버린 10년’ 논쟁의 허와 실

    노무현 대통령은 6·10항쟁 20주년 기념사를 통해 ‘민주세력 무능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지나간 기득권 세력들이 수구 언론과 결탁해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개발독재의 후광을 빌려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민주세력이 무능한 게 아니라 집권세력이 무능한 게 문제’라는 논리로 ‘집권세력 무능론’을 제기했다. 한국정치학회가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정치의식조사에서는 ‘집권세력 무능론’이 대세라는 민심이 확인되었다.87년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4명의 전·현직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에서 10점 만점 기준으로 김대중 대통령(DJ)이 평균 5.36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김영삼 대통령(4.10점), 노무현 대통령(3.97점), 노태우 대통령(3.82점) 순이었다. 국민설득, 외교능력, 위기관리 등 9개 평가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단 한 분야에서도 1등을 차지하지 못한 반면, 김대중 대통령은 전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특히 ‘경제발전’ 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3.66점)은 외환위기로 온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던 김영삼 대통령(3.87점)보다 낮은 평가를 받으며 꼴찌였다. 이는 노무현 정부 4년간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 해도 빠짐없이 세계 평균 GDP 성장률을 밑돌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추론된다. 민주세력을 대변한다는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통치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여하튼 민심에 투영된 결과로만 보면,DJ 지도력에 대한 높은 평가로 ‘진보 세력이 집권했던 10년은 경기침체와 사회갈등 심화로 잃어버린 10년’이었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틀렸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민심의 부정적인 평가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되찾은 10년’이었다.”는 DJ의 주장도 역시 틀렸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노 대통령은 ‘민주세력 무능론’을 반박하면서 대선에 개입할 정당성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자신의 지역 기반이 없고, 대선과 총선이 맞물려 있는 구조 속에서 퇴임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할 세력을 확대·강화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것이 친위세력으로 ‘참여정치평가포럼’을 만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노대통령의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행보는 DJ의 훈수정치에 대항해 친노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깔려 있다. 의도야 어쨌든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해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은 본인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오로지 선거를 통해서만 창출된다. 그런데,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면 창출된 권력은 정통성(legitimacy)을 잃게 된다. 따라서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리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해도 결국 민주주의 파괴세력으로 낙인찍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더구나 ‘반칙 없는 사회 건설’은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이다. 그런데 임기 말 대통령이 느닷없이 “선거법의 중립 조항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라고 떠들어대는 것은 ‘선거에서 반칙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 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세력 무능론’을 반박하고 소모적인 ‘선거법 위헌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국정 철학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반칙 없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만 ‘집권세력 무능론’을 잠재우고 퇴임 후에 국가 원로로서 당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20&30]남들이 뭐라 하든…난 아날로그야

    [20&30]남들이 뭐라 하든…난 아날로그야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얼리어댑터’가 되는 일이 쉽지마는 않다. 관심과 노력이 없다면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에게도 첨단 IT제품을 대하기가 두려울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다. 주위 친구들이나 직장 상사에게 ‘기계치’니 ‘넷맹’이니 하는 비아냥도 듣기 편치 않다.MP3보다는 여전히 CD플레이어(또는 워크맨)가 익숙하고, 전자 사전보다는 종이 사전을 찾는 일이 익숙한 아날로그적 삶을 즐기는 20&30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아날로그가 어때서. 이대로 살 거야…” 2500만명이 사용하는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는 새내기 직장인 박모(30)씨는 또래 기준으로 보면 시대를 거슬러 사는 셈이다.4년전 친구의 강권(?)으로 MSN메신저 계정을 만들었지만 이후 로그인조차 않았다. 박씨는 “컴퓨터를 로그인할 때마다 마음대로 메신저 창이 뜨는 것도 짜증나고 상대가 말을 걸 때마다 효과음이 나는 것도 정신이 산란해 싫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업무상 메신저를 사용해야만 하는 요즘 상황이 박씨에게 그다지 달가울 리 없다. MP3 파일이나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보는 일도 박씨에게는 먼 나라의 일이다. 휴대전화도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능만 사용한다. 휴대 전화에 원하지 않는 MP3 기능이 있지만 손도 대지 않았다. 인터넷의 용도도 뉴스 검색과 이메일 사용이 전부다. 박씨는 “첨단 제품이 정신없이 쏟아지는데 그때마다 기능을 익히는 것도 귀찮고 소모적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처럼 사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데, 아득바득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쫓아 가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구속하는 것 아니냐.”면서 아날로그적인 생활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4)씨도 첨단 정보기술(IT) 제품과는 친하지 않다. 집에는 MP3 플레이어와 최신형 전자사전, 듀얼코어 노트북 등이 있지만 정작 이씨의 손때는 거의 타지 않았다. 턴테이블이 망가지고 LP레코드가 출시되지 않아 포기했지만, 여전히 음악은 CD로 듣는다. 주위에선 왜 불편하게 부피가 큰 디스크맨(일본 소니사의 CD플레이어)을 들고 다니냐며 나무라기도 하지만, 이씨는 여전히 디스크맨과 CD홀더를 승용차에 지니고 다닌다. 한때 MP3를 사용한 적도 있지만 몇 곡만 콕 집어서 듣는 것과 앨범 전체를 듣는 것은 맛이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너무 뒤처지지 않을 만큼, 내게 꼭 필요한 만큼만 새로운 기계들과 친해지려고 합니다. 끊임없이 압축하고 새 트렌드를 쫓아 가려는 모습이 한심해 보일 때가 있어요. 남들이 뭐라든, 어떻게 보든 지금처럼 사는 게 편해요.” 잡지사에서 일하는 김모(31)씨는 이메일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넷맹’의 전형이다. 해외에서 오는 원고는 보통 메일로 전송받는데 김씨에겐 비슷한 과정도 매일같이 헤맨다. 첨부 파일을 열고, 그 원고를 다른 사람의 이메일로 포워딩하는 단순한 일도 김씨에겐 어려운 미션이다. 그때마다 동료들에게 되묻고, 직장 동료들은 짜증을 내기 일쑤다. 그러나 김씨는 당당하다.“컴퓨터 못해도 잘 살아 왔어요. 문제될 것 있나요?” ●“윈도, 어떻게 깔죠” 회사원 성모(26)씨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컴맹’이다. 보통 컴퓨터를 살 때 CPU, 메모리 등 ‘사양’을 보고 사는 반면, 성씨가 고르는 기준은 오로지 ‘디자인’이다. 성씨는 “컴퓨터를 잘 모르다 보니 다른 사람처럼 비교하면서 가늠하는 게 불가능해요. 그냥 보고 이쁘면 사고 안 이쁘면 안 사는거죠.”라고 설명한다. 간신히 컴퓨터를 사더라도 고장이라도 나면 속수무책이다. 한 번은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구입처에 연락했다. 직원이 “아무래도 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은데, 중요한 자료가 저장돼 있지 않으면 윈도 다시 깔아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성씨는 “윈도는 어떻게 까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결국 컴퓨터를 잘 다루는 친구를 불러 간신히 윈도를 다시 깔 수 있었다. 회사원 이모(29·여)씨도 비슷한 증상이 있다. 직장 상사가 컴퓨터와 관련해 이씨를 불러 묻거나 본인이 작업하다 에러메시지가 뜨면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 컴퓨터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이씨는 남자 친구가 구워준 영화 CD를 볼 줄 몰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컴퓨터에 CD를 넣었지만 제대로 작동이 안됐던 것. 남자 친구는 컴퓨터로 영화도 볼 줄 모르는 여자친구가 한심했던지 “어떻게 그러고 살았냐.”며 비아냥거렸고, 결국엔 한바탕 큰 싸움으로 번졌다. “그때 하도 싸우며 배운 탓에 이제 영화는 볼 줄 알아요. 그래도 아직 컴퓨터로 모르는 것 하려면 진땀이 흐른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맥주병’ 신세 회사원 강모(25·여)씨는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맥주병’ 신세다. 지난해 강씨는 거금을 들여 MP3플레이어를 구입했다. 메탈릭한 보디에 깜찍한 디자인까지 친구들이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문제는 강씨가 MP3 파일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지 못한다는 것. 결국 강씨는 언니가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준 곡만 반복 재생해 들었다. 그런데 강씨가 외국에 나갔을 때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일본에 6개월간 교환학생 자격으로 가게 된 강씨는 언니가 적어준 ‘다운로드 받는 법’을 손에 쥐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막상 일본에 도착해 다운로드를 받으려고 했지만 기계가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강씨는 일본에서 체류했던 6개월 동안 한국에서 담아간 10곡을 완벽하게 외울 수 있었다. 아날로그 방식의 카세트테이프라면 늘어졌을 정도다. 강씨는 “전혀 이유를 모르겠어요. 언니가 적어준 대로 했는데 다운이 안되는 거예요. 아무튼 그 때 들었던 10곡은 싫증이 난 이후로는 전혀 듣지 않습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회사원 주모(25·여)씨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친구가 선물로 준 MP3플레이어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몰랐던 것. 주씨는 MP3 파일을 다운로드할 줄은 알지만 MP3플레이어에 곡을 담을 줄은 모른다. 컴퓨터에 연결해 무작정 클릭을 하다 보니 엉겁결에(?) 몇 곡이 들어가긴 했다. “처음에 프로그램을 깔고 그 ‘Yes’ 창만 계속 누르다 보니 어쩌다 몇 곡 들어가긴 하더라고요. 됐다 싶었는데, 그 이후 6개월 동안 계속 그 곡만 듣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운으로 들어간 셈이죠.” 주씨는 아직도 새 노래를 넣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는 이모(30·여)씨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한다는 미니홈피를 이용할 줄 모른다. 얼마전 아버지가 “일촌 신청했으니 수락해라.”고 말했지만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수년전 학교 수업 커뮤니티 때문에 무심코 가입했는데, 가입자에게 미니홈피가 딸려져 나온 것을 몰랐던 것. 아버지는 용케 출생 연도별 회원 검색 기능으로 딸의 미니홈피를 찾아내 일촌 신청을 했다. 이씨는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이 멋쩍은 웃음이 나온다고 털어 놓았다.“환갑이 다 되신 아버지도 미니홈피를 만들어 운영하고 계신데, 저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니 정말 창피했어요.” 문화평론가 김남훈씨는 “최근 음악이나 영화에서도 일부러 돈을 들여 아날로그적 느낌이 나도록 작업할 정도로 ‘디지털 느낌’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면서 “얼마전 회중시계 디자인의 MP3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었듯 외려 투박한 아날로그 개념에 끌리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일영 이경원기자 argus@seoul.co.kr ■추억의 아날로그 제품들 20∼30대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필수품처럼 가방에 넣고 다니던 워크맨과 영어사전도 이미 골동품이 돼버렸다. 워크맨(Walkman)은 1979년 일본의 소니가 개발한 헤드폰 청취 전용의 소형 스테레오 카세트 플레이어의 제품명이다. 비문법적 제품명에 대해 영어권 국가들의 비아냥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수억 개가 팔려나가면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정식 용어’로 등재됐고, 제품군을 통칭하는 일반 명사로 자리잡았다. 80년 중반까지만 해도 워크맨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이와나 산요, 파나소닉 등 다른 일본 전자 회사에서도 워크맨 유의 제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원조’인 소니의 워크맨이 풍기는 품격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이 틈에 등장한 것이 국산 스테레오 카세트 마이마이(삼성전자)와 아하(LG전자)다. 다소 투박하고 촌스러운 듯했지만 소니의 워크맨에 비해 가격 부담이 덜해 중·고교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건전지를 아끼기 위해 테이프를 처음으로 되감을 때 볼펜 등을 끼워 수동으로 돌리거나 건전지를 깨물어서 최대한 오래 사용하려 했던 기억들은 국산 스테레오카세트를 사용해본 이들에겐 즐거운 추억이다. MP3에 안방을 내준 채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한 것은 워크맨뿐이 아니다.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누구나 한두 개쯤은 가지고 다녔던 영한사전과 국어사전 등도 이젠 서재 한편으로 밀려났다. 영한·한영·영영사전 기능은 물론 제 2외국어 사전까지 한데 합쳐놓은 데다 MP3와 녹음기 기능까지 중무장한 전자사전에 급격하게 밀려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에 무릎을 꿇은 뒤 일부 마니아들의 성원 속에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필름카메라나 특수 직종 종사자들 사이에서 가느다란 숨을 이어가고 있는 삐삐 등도 비슷한 운명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아날로그 마니아 3인방 ‘LP찬가’ “LP는 CD나 MP3만큼 간편하지는 않지만 훨씬 인간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지직∼’ 긁는 소리가 나더라도 LP를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혼의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LP 마니아 정영민(33)씨의 LP찬사는 끝이 없다.LP를 즐겨 듣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수집을 시작한 정씨는 20여년에 걸쳐 갈고 닦은 내공의 소유자답게 3만여장의 LP를 소장하고 있다. 장르는 한국 가요에서 팝송, 클래식을 넘나든다. “컴퓨터로 만들어낸 소리는 차갑고 비인간적이잖아요. 그러나 LP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CD나 MP3가 전기 밥솥이라면,LP는 가마솥쯤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씨는 자신이 소장한 수만장의 LP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5년 전 인터넷에 ‘LP114’란 가게도 냈다. 이곳을 통해 LP 마니아들이 처분한 중고품이나 수입 판을 사들여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LP샵 ‘레코드 마니아’를 운영하고 있는 이창훈(36)씨는 “주요 고객층은 20대 초반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이라면서 “처음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찾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숍을 운영하고 보니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정씨처럼 취미로 LP를 즐겨 듣다 LP숍까지 낸 경우다. 국내 LP시장은 척박하다.2001년 이후 국내 생산이 중단돼 마니아들은 LP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이씨는 “중고시장이 전부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LP가 수입시장에 의존해 있지만, 사람들이 디지털로 메말라버린 음반에 염증을 느낀다면,LP는 다시 생산될 겁니다. 그 날을 기다려 봐야죠.” 임수현(26)씨의 LP 사랑도 만만치 않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2000여장의 LP를 소장하고 있는 임씨는 디지털 음반에서 들을 수 없는 생명력을 LP에서는 느낀다고 말한다. “CD는 잡음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듣기 좋아요. 하지만 심금을 울리지는 못합니다.”라고 임씨는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LP는 그 가수의 감정까지 전달해줍니다.LP에서는 가수가 눈물을 흘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생명력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죠. 디지털 음반이 생명의 소리를 내기까지는 아마 수백년이 필요할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보디슬리밍·식욕억제제 등 신개념 다이어트상품 봇물

    한여름 무더위가 성큼 다가오면서 ‘몸짱’을 위한 슬리밍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비만치료제인 ‘리덕틸’의 모방 신약들이 국내 제약사를 통해 우후죽순으로 쏟아질 예정이다. 바르는 로션 타입의 슬리밍 제품도 봇물처럼 출시되고 있다.   ●바르면 정말 날씬해질까? 슬리밍 제품이란 지방세포를 자극하거나 분해해 체내에 뭉쳐 있는 지방 덩어리를 풀어주고 동시에 감소시켜 주는 제품을 말한다. 몸매를 매끄럽게 가듬어줄 수 있어 여름철이면 인기다. 아모레 퍼시픽은 최근 헤라의 ‘에스라이트 디자이너 DX 라인(200㎖·4만원)’을 리뉴얼해 출시했다. 원하는 부위에 붙여주는 패치 타입은 16장에 5만원. 최근 출시된 니베아의 ‘보디 쉐입업 젤(200㎖·1만 8000원)’은 피부 속 자연 성분인 L-카르니틴으로 셀룰라이트를 집중 공략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약국전용 브랜드인 비쉬의 ‘리포 메트릭(200㎖·3만 5000원)’은 셀룰라이트 완화 기능을 할 수 있는 아드레날라이즈S라는 성분을 강조한다. 뉴트로지나는 최근 ‘보디 슬리머(148㎖·2만 4000원)’와 ‘퍼밍 보디 모이스처라이저(200㎖·1만 6000원)’를 동시에 내놓았다. 전자는 셀룰라이트 분해, 후자는 피부 탄력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김현주 원장은 “단순히 바르는 것만으로는 지방층까지 침투해 셀룰라이트를 분해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목욕이나 운동으로 피부의 노폐물이나 각질이 제거되거나 체온이 오른 뒤 바르면 흡수를 도와 다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식욕억제시켜 다이어트 돕는다? 식욕억제로 체중을 조절하는 치료제인 애보트사의 리덕틸을 본뜬 국산 개량신약들이 곧 무더기로 출시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시장은 식욕을 억제시키는 리덕틸과 지방을 흡수시키지 않고 체외로 배출시키는 제니칼이 국내에서 각각 연 250억원과 11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리덕틸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슬리머’를 다음달 출시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종근당, 유한양행,CJ 등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리덕틸 개량신약들을 내놓고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CLA 시장도 커지고 있다.4월에 출시된 이후 지난달 TV홈쇼핑을 통해 판매중인 CJ의 ‘디팻 다이어트 씨·엘·에이(4주분·7만 5000원)’는 지난 5월 방송에서만 20억원어치를 팔았다.CLA란 공액리놀레산이라는 불포화지방산으로 지방 분해와 저장에 관여하는 효소의 활동을 저해시키는 기능이 있어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도 체중조절 식품으로 인증받았다.●지루한 운동은 가라 재미까지 추구하는 펀(FUN) 운동기구들이 인기다. 인터넷 라이브 홈쇼핑 바이라이브(www.buylive.co.kr)에서는 트위스트 운동기구인 ‘조수진의 댄싱딥다(4만 9800원)’가 인기다. 기구를 이용해 몸을 흔들면 5분 사용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CJ몰(www.cjmall.co.kr)의 ‘트램폴린 덤블링(3만 8000원)’은 총지름 102㎝, 내부매트 지름 76㎝로 덤블링 위에서 뛰어 체중감량을 돕는 기구. 아이들의 놀이용으로도 좋다. 체중 50㎏의 성인이 5분 운동하면 20㎉ 가량이 소모된다고 한다. GS이숍(www.gseshop.co.kr)에서는 러닝머신, 사이클, 뒤로 걷기 등 기능이 가능한 ‘미니일립티컬(8만 7300원)’이 인기다.LCD계기판으로 속도, 거리, 시간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길이 66㎝, 중량 13.5㎏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전신운동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리덕틸도 의사의 처방과 관리하에 영양균형을 맞추면서 식사 조절과 운동을 병행할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약”이라면서 “예쁜 몸매와 살 빼기를 위한 왕도(王道)는 식사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이고 다른 제품들은 모두 보조 기능으로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김회장 18일 첫 재판… 법원 신속 심리

    아들이 술집에서 맞고 들어오자 화를 참지 못하고 법보다 주먹을 앞세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첫 재판이 18일 오전 10시로 정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5일 검찰이 기소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형사 8단독 김철환 판사에게 배당했다.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파장을 감안,‘적시(適時)처리사건’으로 지정하고 신속하게 심리하기로 했다. 적시처리 사건 지정은 국가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거나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사건,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국민 관심도가 높은 사건을 제때에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다. 한편 검찰은 이날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사소한 시비로 시작한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은 대형사건으로 번진 직접적인 원인으로 ‘김 회장의 돌발 행동’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검 서범정 형사8부장은 “사건을 처음 맡았을 때는 김 회장이 사건 초기부터 보복폭행을 지휘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품었다.”면서 “하지만 수사 결과 김 회장이 첫 폭행 이후 10시간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고 사건에 가담하게 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뒤늦게 보고를 받은 김 회장이 화가 나 가해자들을 모아뒀다는 청담동 G주점에 직접 들렀고, 윤씨가 없는 것을 알고 난 뒤 화를 참지 못해 청계산으로 옮겨 쇠파이프를 들었는가 하면 윤씨를 찾아 내기 위해 북창동 S클럽으로 이동하는 원정 폭행까지 감행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화’가 사건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워버린 셈이다. 1심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6개월이며 김 회장은 수사기관에 26일 동안 구속됐었으므로 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5개월 남짓이다.한편 김 회장은 혐의가 모두 사실로 받아들여질 경우 ‘흉기 등 상해’죄로 징역 3년 이상 15년 이하의 벌을 받는다. 그러나 7년6개월을 가중(형량의 2분의 1)할 수 있어 최대 형량은 22년 6개월까지 늘어난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靑 ‘법에는 법’ 한 “명백한 협박”

    靑 ‘법에는 법’ 한 “명백한 협박”

    “헌법과 법률이 정한 쟁송절차를 밟겠다.”(청와대 천호선 대변인) “그놈의 헌법이라고 하더니 이젠 선관위 협박정치냐.”(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언 파문이 청와대와 정치권을 벼랑끝 대치로 몰아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 측근 안희정씨 등 3명을 선관위에 고발하고, 청와대측이 선관위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2라운드 공방은 급속도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그놈의 헌법이라더니”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단순한 가이드라인 제시 수준이 아니라 독립기구인 중앙선관위에 대한 명백한 협박”이라면서 “‘그놈에 헌법’ 운운하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갑자기 헌법적 쟁송절차를 이야기하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재직 중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소 시효가 정지되는 것에 불과한 만큼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의 잘못이라면 선관위는 검찰 고발을 주저하지 말아야 하고 임기 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측도 가세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 장광근 대변인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결정마저도 언제든지 불복할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자이길 포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측 구상찬 공보특보는 “노 대통령이 막중한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에도 힘에 부치고 바쁠텐데 정권연장을 위한 대선 개입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비판했다. 중도개혁 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앞으로 정치적 중립 시비가 일 수 있는 언행을 피하고 남은 임기동안 국정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도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으로 여론 분열을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며 ‘양비론’을 펼쳤다. ●靑 “선관위 결정에 영향? 그래 맞다.”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정무관계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선관위 고발에 정면 대응하는 것은 물론 선관위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서는 등 초강수를 띄웠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이에는 이, 법에는 법’으로 정면 대응하겠다는 인식이다. 천 대변인은 특히 “선관위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이며, 선관위의 판단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선관위원들이 소신 있게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하는 대로 대통령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 독재정권에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다시 한국적 민주주의를 새롭게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고 밝혔다. 문 비서실장도 “선관위가 나름의 판단 기준이 있겠지만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락 한상우기자 jrlee@seoul.co.kr
  • [막오른 美대선 경쟁] (상) 민주당 후보 뉴햄프셔 토론회

    [막오른 美대선 경쟁] (상) 민주당 후보 뉴햄프셔 토론회

    |맨체스터(미 뉴햄프셔 주) 이도운특파원|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뉴햄프셔 주 세인트 안셀름 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클린턴 의원은 이라크전과 의료보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조리’있고, 똑부러진 답변으로 8명의 후보 가운데 청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토론 직후 CNN 방송이 빌 슈나이더, 제임스 카빌,J C 와츠 등 저명한 정치 전략가 3명에게 “오늘의 승자가 누구냐.”고 문의한 결과 2명이 “힐러리”라고 답변했다. 한 명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공동 1위라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상원 외교위원장인 조지프 바이든 의원은 현안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진 후보로 평가됐다. 반면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예상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후보로 평가됐다. 클린턴 의원은 CNN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의원의 지지율은 38%로 오바마 의원(24%)을 훨씬 앞섰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12%를 기록했다. CNN과 뉴햄프셔의 현지방송 WMUR, 현지신문인 ‘뉴햄프셔 유니온 리더’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이라크전과 건강보험, 세금 문제 등을 놓고 격한 토론을 벌였다. 특히 클린턴·오바마 두 선두권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이들 두 후보가 조지 부시 대통령에 맞서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군시키는 데 너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지난달 철군 일정이 없이 이라크전 재원을 대주는 법안에 대해 다른 상원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확실하게 반대했는데,‘다른 의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두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퍼부었다. 클린턴 의원은 이같은 공세에 조목조목 반박한 뒤 ‘9·11 테러’ 이후 현 정부의 대 테러전을 “정치적 선전에 불과한 것”이라고 규정지었다. 클린턴 의원은 “뉴욕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서 소규모 테러주의자들이 우리나라에 끼칠 끔찍한 해악에 대해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한 사람이 바로 나”라며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비해 더 안전해졌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의원은 에드워즈 전 의원이 지난 2002년 이라크 파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이 문제에 대해 올바른 지도력을 보여주는 데 4년 반이나 늦었다.”고 공격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나의 판단이 틀렸었다.”고 시인한 뒤 클린턴 의원에게 당시 투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클린턴 의원은 “매우 진지하게 투표했다.”고 말했을 뿐 당시 투표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클린턴 의원은 이날 키가 큰 남자 후보들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연단에 발받침을 놓고 올라서 토론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라크전과 건강보험, 이민개혁, 고유가 및 대체에너지 개발 등 주요 정책과 관련된 질문 말고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어떻게 활용하겠는가 ▲군대 내의 동성애자들에 대한 정책은 무엇인가 ▲영어가 미국의 공식언어가 돼야 하는가 등의 색다른 질문도 제기됐다. dawn@seoul.co.kr ■ “북핵 해법은 외교뿐” |맨체스터 이도운특파원|“북한 핵 문제의 해법은 외교”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들은 집권하면 북한 핵 문제를 북한 및 주변국과의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입을 모았다.3일 뉴햄프셔 주 세인트 안셀름 대학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는 2시간 동안 ‘코리아’라는 단어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가 미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론회가 끝난 뒤 각 후보와 후보 캠프의 전략가들을 직접 만나 한반도 정책을 묻고 답변을 들었다. ●조지프 바이든 후보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6년간 ‘정권 교체(Regime Change)´ 정책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한마디로 미친 아이디어였다. 그 때문에 우리가 정말 원하지 않는 것, 말하자면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갖게 되는 상황이 왔다. 북한은 핵무기 제조와 핵 물질 생산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럴 경우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주변국들과 협력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본다. ●빌 리처드슨 후보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현재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동결된 자금 2500만 달러 문제가 걸려 있지만 곧 해결되고 북한 핵 시설도 동결될 것으로 본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의 유해 6구를 반환한 것도 매우 좋은 신호다. ●데니스 쿠치니치 후보 (쿠치니치 후보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정확한 발음으로 ‘안녕하십니까.’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한 정권은 주민을 먹여살리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미국이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북한에 전해야 하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북한이 세계의 모든 나라로부터 존중받기를 원하는 것을 안다.” ●마이크 그라벨 후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과 협상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이 취하고 있는 정책이 올바른 것이다. 국경을 넘어 북한에 손을 내밀고, 경제적으로 도와야 한다. 한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미국이 막아서는 안 된다. 미국의 경우 클린턴 정부 시절의 정책이 옳았다. ●엘리자베스 에드워즈(존 에드워즈 후보 부인) 현재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실망이 크다. 다만 최근 들어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일대일 협상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시점이 너무 늦었다. 지난 몇년 사이에 불필요하게 북한으로 하여금 플루토늄을 더 많이 보유하도록 만든 것이다. 해결책은 외교적 방법이다. ●데이비드 악셀로드(버락 오바마 후보 수석 미디어 전략가) 부시 대통령이 지금까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다.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켜야만 한다.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에서 좀더 성과가 나와야 한다.6자회담을 통한 ‘인게이지먼트(포용) 정책’의 수행이 너무 늦게 시작됐다. 일단 부시 대통령의 임기말까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일정한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 ●존 라스 하원의원(크리스 도드 후보 캠프) 미국의 기본적인 대외전략은 외교, 억지, 봉쇄라고 본다. 북한 핵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북한과 일대일 협상을 해야 한다. 군사적 해결방식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방적인, 예방적 선제공격식의 군사적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 토드 후보는 케네디 전 대통령이 말한 전략을 원용하고 있다.“두려움 때문에 협상을 해서는 안 되지만 협상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마크 펜(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 전략가) (8명의 후보 캠프 가운데 가장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일단 북한 핵 문제는 오늘 토론의 이슈가 되지 않았다. 물론 북핵과 관련한 정책도 만들고 있지만 아직은 밝히지 않겠다. dawn@seoul.co.kr
  • “탄핵해야” vs “공식후보 없어 위법 아니다”

    “탄핵해야” vs “공식후보 없어 위법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으로 또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자초하며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스스로 부담을 안긴 노 대통령의 ‘일탈’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역할과 참여정부의 시대적 성격을 되새기게 한다. 참여정부는 ‘시대정신’이다. 어느 진보진영 학자의 표현대로 참여정부는 특정 정파나 정치인의 전유물도 아니고, 고유명사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3김 정치와 기득권 체제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시민의 ‘촛불’ 행렬이 지난 2002년 12월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이었다.‘87년 6월’의 주인공이 소수 정치엘리트가 아니라 이름없는 넥타이부대와 시장 상인, 학생, 노동자였다는 점과 다를 바 없다. 노 대통령의 강연에서는 87년과 2002년의 주역들이 갈망하던 ‘원칙’과 ‘상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적(黨籍)을 버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정치 중립의 ‘원칙’이 없었고,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로서 금도와 절제의 ‘상식’을 찾기 어려웠다. ●청와대 vs 한나라당 대치 전선 일탈의 후유증은 소모적인 독설과 엄포, 고발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4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분서갱유로 언론을 탄압한 진시황 시절이 생각나고, 불태워 놓고 시를 읊은 네로 시절이 생각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독재자의 딸’이란 노 대통령의 표현을 빗대 “그렇다면 왜 내가 당 대표로 있을 때 대연정을 하자고 그랬느냐.”고 맞받았다.“노 대통령은 잘못된 경제철학과 국가관을 가진 남성”이라고도 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의 퇴임 후까지 선거법 위반 책임을 묻겠다.”며 공직자의 선거중립 의무와 선거운동 행위 금지, 후보 낙선운동 금지 조항을 거론했다. 청와대도 주저하지 않았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마치 나라의 어른이나 된 것처럼 훈계하듯 말하고 정책 토론의 본질을 피하려고 해선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이 전 시장이 “노 대통령은 말을 가려서 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천 대변인은 선거법 위반 공세에는 “왜곡된 참여정부 평가를 방어하기 위한 반론이며 의견”이라면서 “선거법 위반 시비는 본질을 가리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회피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정치적 노림수와 오기 청와대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지향점이 뚜렷한 정치 연설이라는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가 이날 “반한나라당 전선이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아니면 누가 나서겠냐. 할 말은 제대로 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 것도 이같은 인식를 뒷받침한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연말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친노 세력을 결집하고, 정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계산된 발언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권을 보수진영에 넘겨줄 수 없다는 ‘오기’가 작동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등 강력 성토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탄핵’과 ‘퇴임후 형사소추’까지 거론하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 성토했다.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은 소수였다. 김배원 부산대 법대 교수는 “정당의 공식 선거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개 발언한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 후보를 이처럼 편파적으로 인식한다면 선거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인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지난 2004년 탄핵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면서 “헌법수호 의무가 있고, 서약까지 한 대통령이 ‘그놈의 헌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자기 배신”이라고 말했다.‘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은 성명에서 “국회내 탄핵소추 논의나 퇴임 후 형사소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변의 송호창 변호사는 “선관위에서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면서 “언급된 당사자들이 아직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법상 특정 후보를 비방한 것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법적 차원에서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박찬구 이재훈 한상우기자 ckpark@seoul.co.kr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단백질의 보고 돼지고기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단백질의 보고 돼지고기

    필자가 결혼 후 첫 명절을 맞게 됐을 때, 이가 약한 시할머님께서도 잘 드실 수 있는 갈비찜을 준비해보고 싶었다. 할머님은 연세가 아흔 가까이 되셨는데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나쁜 것이라 생각해서 전혀 안 드시는 분이셨다. 하지만 조리해놓은 고기를 잘 분간하지는 못하셨기 때문에 필자는 소고기보다 연한 돼지갈비를 갖은 양념에 재어 갈비찜을 해드렸다. 할머님은 갈비찜을 맛있게 드시면서 소갈비가 어쩌면 이렇게 연하고 맛있느냐고 내내 좋아하셨다. 그 후로 할머님이 함께 하는 가족행사에 나오는 ‘갈비찜’은 늘 ‘돼지갈비찜’이 되었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단백질의 공급원을 육류보다는 생선이나 콩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육식이 나쁘다는 생각에서이다. 육식이 과연 다 나쁘기만 한 것일까. 사실 육식은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육류는 사람의 중요한 단백질원이 될 뿐만 아니라 지방분, 각종 무기물로서 칼슘, 나트륨, 철, 크롬, 인 등을 공급하며 다량의 비타민 B 그룹을 포함하고 있다. 성장에 도움을 주고 건강을 유지하며 사람의 근육, 혈액, 피부, 장, 호르몬 등 인체를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인 단백질은 음식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육류에 들어있는 단백질 아미노산은 인체를 구성하는 근육 단백질의 아미노산과 구성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로 분류된다. ●마늘·부추·양파와 함께 조리하면 비타민B1 흡수 5∼6배 증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생활의 결점은 비타민B1의 부족인데 돼지고기는 육류 중 비타민B1이 가장 많다. 비타민B1은 피로회복과 신경과민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성분이다. 알리신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마늘, 부추, 양파와 함께 조리하면 비타민B1의 흡수가 5∼6배 증가한다. 비타민B1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삶는 것보다는 볶음 요리가 손실이 적다. 다만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살모넬라균에 오염되기 쉬우므로 식중독에 걸리지 않도록 잘 익혀야 한다. 또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으면 촌충에 감염될 뿐만 아니라 그 유충이 뇌에 들어가면 무서운 증상을 일으키므로 충분히 익혀서 먹는 주의가 필요하다. 소고기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던 돼지고기는 우리 국민의 지나친 ‘삼겹살’에 대한 편애 때문에 삼겹살 가격이 유독 높아지고,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삼겹살이 맛이 좋은 이유는 지방의 함량이 높기 때문인데 당연히 동물성지방의 섭취량이 늘어나고, 섭취 칼로리가 증가되므로 이보다는 지방 함량이 적은 목살, 안심, 등심 등을 저렴하게 먹는 편이 낫다. 하지만, 종류를 막론하고 육류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체질이 산성화되고, 독성물질인 요산이 많이 생긴다. 이를 중화하기 위해 체내 칼슘 소모량이 많아지면 골다공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또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심장병의 위험도 올라갈 수 있고, 유방암과 대장암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므로 육류의 과도한 섭취를 피하고, 충분한 양의 야채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 중구 북창동에 위치한 ‘꺼멍도새기’는 유명한 일식당이었던 ‘남강’ 자리에 새롭게 문을 연 흑돼지 전문점이다. 맛이 좋기로 유명한 제주산 흑돼지만을 사용하는데, 제주산 토종 흑돼지는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뛰어나다. ●각종 야채 넣어 익혀 폰즈 소스에 찍어먹는 맛도 별미 일본의 가고시마 지역의 유명식당에서 비법을 전수받았다는 흑돼지 샤브샤브는 이 집의 특별한 메뉴. 맑은 육수에 살짝 얼려 얇게 저민 목살과 각종 야채를 넣어 익혀 폰즈 소스에 찍어먹는 맛이 각별하다. 점심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샤브샤브와 우동, 알밥을 세트로 즐길 수 있다. 돼지고기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목등심과 오겹살은 참숯불에 초벌구이를 해서 나오면 묵직한 돌판에 올려 구워 먹는다. 특수부위인 항정살과 가브리살은 도톰하게 썰어져 나온다. 연한 분홍빛의 살덩이에 점점이 박혀 있는 지방의 마블링이 감탄을 자아낼 만큼 모양도 아름답지만, 고소한 뒷맛도 일품이다. 저렴한 가격의 와인도 준비되어 있다.02)778-1141. 흑돈샤브샤브 1만 2000원, 흑돈오겹살·목등심 각 1만 3000원, 항정살 1만 5000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30분. 여성전문병원 유비여성클리닉 원장
  • [안녕하셔요] 지금은 영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스타 전계현(全桂賢)양

    [안녕하셔요] 지금은 영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스타 전계현(全桂賢)양

    인기의 내리막길에서 반전(反轉),「스타」의 자리를 되찾은 대표적인 배우가 바로 전계현(全桂賢·31)양이다. 그녀의 배우생활에 빛을 불어넣은게 67연도 정소영(鄭素影)감독의『미워도 다시 한번』. 그후 정소영·전계현「콤비」는『미워도-』2, 3편을 비롯해서『저 눈밭에 사슴이』『잊혀진 여인』『아빠와 함께 춤을』등 이른바 기적적인 흥행기록(20만~37만 관객동원)을 세우면서 방화계의 부러운「콤비」를 이루었다. 그런 전계현이 요즘 정소영 감독 아닌 김기영(金綺泳) 감독과 손잡고 열심히 촬영장을 뛰고 있다. 김감독도 오랜만의「롤·백」으로 야심어린 창작태도-. 촬영중인 작품은 김기영 감독이 직접 각본까지 쓴『화녀(火女)』. 남궁원(南宮遠)과「탤런트」윤여정(尹汝貞)이 함께 출연한다. -정소영 감독과 손을 끊은건 아닌지? 이 물음에 전계현은 얼굴빛을 붉게 물들이면서『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소영 감독의 영화에는 빠짐없이 출연하던 그녀가 최근 정감독의『필녀(必女)』에서 빠지고 그대신 김기영 감독과 손잡은데서 나온「정·전 콤비 와해설」에 관한 부정이다. 『정감독의「미워도 다시 한번」4편에 곧 출연하게 됩니다. 한편쯤 빠진다고 이상할거 없잖아요? 제게 마땅한 역이 아니면 맡을 수 없는거 아니겠어요? 』 고독한 실생활서 겪은 성숙한 내면을 연기로 -전양에게 마땅한 역이란? 『글쎄요』-전양은 잠시 침묵했다. 처첩 삼각관계의「멜로·드라마」에서 전계현이 맡은 역은 주로 선량하기만한 본처였다. 슬픔을 속으로 달래며 결코 질투나 심술을 표현하지 않는 음지의 여인.『미워도-』3편,『저 눈밭에 사슴이』가 그랬고『잊혀진 여인』에서는 버림받은 여자의 슬픈 행각을 그려냈다. 화사하게 반짝이는 연기보다 요즘 그녀의 실생활처럼 어둡고 고독한 여인상이 그녀에게 제대로 어울리는 것일까? 『화녀』에서는 남편과 가정을 식모에게 빼앗기는 여자, 남편의 명예를 위해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는 아내로 나온다. 엄청난 악에 선으로 도전하는, 그러다가 정신착란증에 빠지는 역할인데 김기영 감독은『정신착란의 복잡미묘한 상태를 전양처럼「리얼」하게 연기하기도 어렵다』고 미리부터 치켜세웠다. 어쨌든 미모로 한몫보는 청춘「스타」들에게 항거해서 전계현은 그녀나름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굳힌게 사실. 다시말해서 최은희(崔銀姬) 주증녀(朱曾女)이후 남정임(南貞妊) 문희(文姬) 윤정희(尹貞姬)의 청춘「스타」사이에 아직도 군림하는 김지미(金芝美) 또래의 중간층 배우인데 삶의 쓴맛 단맛 아는 성숙한 내면의 여인층이다. 데이트설(說)엔 억울한듯 “안땐 굴뚝 연기났다” - 옷 벗는 연기는? 『한마디로 그런 영화는 안하겠어요. 꼭 옷을 벗어야 분위기를 그릴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배우가 옷을 벗는다는 건 최후의 보루를 드러내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의 호기심에 영합하는 행위니까요. 그 호기심이란게 끝이 없어요. 가슴을 드러내보이면 그 다음엔 그 이하로 발전해야 만족해요. 배우의 매력이 노출에 있다면 얼마 안가서 그 매력은 전부 소모되고 말 것 같아요』 -육체조건에 혹 자신이 없어서 하는 얘기는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죠』-그러나 이 대답은 마치 신인배우처럼 약간 토라진 답변. -요즘「데이트」중이란 소문이 있던데? 『그런 질문 좀 안해줬으면 좋겠어요.「데이트」는 뭐 혼자하는 건가요? 』 -물론 상대가 있으니까 소문도 났겠죠. 속시원히 털어놓을 생각은? 『먼저 그 소문의 내용부터 털어놓으세요』 -그럼 언제까지나 독신녀로 살아갈 예정인가요? 이물음에 전계현은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한동안 이 독신녀 주변에 맴돈「데이트」설이 꽤 신경을 자극했던듯『불안땐 굴뚝에 연기났다』면서 전계현은 상당히 억울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시집안갈 생각 없지만 사는 보람은 영화에도 『물론 좋은 상대가 나타나면 시집갈 생각은 있어요. 그러나 사는 이유가 결혼이 전부는 아녜요. 여자로서의 욕망을 접어두고라도 사는 보람이 있으면 사는 거예요』 -좋은 사람이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날만큼 내가 미칠수 있는 사람. 그러나 요즘 저는 남자에게 미칠수있는 상태가 못돼요. 남자보다는 영화가 훨씬 마음을 사로잡아요』 -혹시 남성기피증라도? 『또다시 실패하고 싶지는 않은 심경입니다』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독신녀로 돌아온지 5년. 『그보다는 좋은 작품을 맡아 한「커트」, 한「커트」열심히 찍어나갈 때 훨씬 보람을 느껴요』- 마음을 열중시키는 것은 영화밖에 없다는 얘기. [선데이서울 70년 10월 4일호 제3권 40호 통권 제 105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