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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은·신승찬 배드민턴 女복식 결승행 좌절···아직 동메달 남았다

    정경은·신승찬 배드민턴 女복식 결승행 좌절···아직 동메달 남았다

    세계랭킹 5위의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대표팀이 세계랭킹 1위 일본의 벽에 막혀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정경은(26·KGC인삼공사)·신승찬(22·삼성전기) 선수로 구성된 한국 배드민턴 여자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오센트로 파빌리온 4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준결승전에서 일본에게 세트 스코어 0-2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두 선수는 전날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네덜란드와의 접전 끝에 2-1로 승리해 이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전날 체력 소모가 심했던 탓인지 이날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빠른 발놀림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일본의 마츠모토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에게 1세트를 16-21로 내줬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2세트에서도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15-21로 2세트도 패하면서 한국의 결승 진출은 좌절됐다. 여자 배드민턴 복식 종목은 아직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종목이라 결승 진출 실패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 동메달이 남았다. 배드민턴 여자 복식 대표팀은 오는 18일 3·4위 결정전을 치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북핵 내려놓고 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 열어야

    어제는 제71주년 광복절이었다. 일제에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은 지 어언 71년이 됐지만,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광복의 감격을 누렸던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게 엄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남북 간 분단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한 광복은 미완성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측에 “한반도 통일시대를 여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을 법하다. 우리는 북한 당국이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을 함께 열어젖히길 간곡히 권고한다. 그 길이 남북으로 흩어진 한민족이 광복의 기쁨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한 근인(根因)이 뭐겠나. 세계 열강이 이 땅에서 각축전을 펴는 동안 국력을 키울 생각은 않고 외세에 기대 생존을 도모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이 한반도 안팎에서 대치 중인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강대국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비관적 사고부터 떨쳐 내야 한다. 미국과 중·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데다 국수주의로 치닫고 있는 아베 내각이 이끄는 일본은 우리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에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주체적 사고와 국가적 역량의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누란(卵)의 위기에서 친일·친중·친러 등으로 우리끼리 편을 나눠 싸우던 구한말의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될 말이다. 더욱이 한민족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남북 분단의 장기화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광복 후 최빈국에서 출발해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1위인 중견국으로 우뚝 섰다. 남북 간 소모전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벌써 선진국 대열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보통 주민들은 아직도 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가 아닌가. 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2의 광복’이 통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의 중층적 대북 제안이 주목된다. 즉 북한 정권에는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촉구하고 최고위층이 아닌 간부와 주민들에게는 “차별 없이 대우받고 행복을 추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통일 국가의 미래상을 밝힌 대목이다. 북한 지도부에 대화를 통해 통일의 길로 나설 기회를 주되 김정은 정권이 끝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다. 이는 우리로선 바라진 않지만 결단해야 할 상황에선 피할 수 없는 고육책일 게다. 김정은 정권이 동족의 선의를 무시하면서 핵 개발을 고집함으로써 국내외적 고립을 자초해 자멸의 길을 걷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 “올가을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로 변신 기대하세요”

    “올가을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로 변신 기대하세요”

    오케피·삼총사·노트르담 드 파리 이어 대작 ‘아이다’서도 공주 역 꿰차 “2005년 초연 때 한눈에 반한 작품” 배우 윤공주(35)의 질주가 거침없다. 올 한 해만 보더라도 뮤지컬 ‘오케피’(2015년 12월 18일~2월 28일), ‘삼총사’(4월 1일~6월 26일), 현재 출연 중인 ‘노트르담 드 파리’(6월 17일~8월 21일)에 이어 차기작 ‘아이다’(11월 6일~2017년 3월 11일)까지 쉴 틈이 없다. 다음 작품을 위한 연습 기간이 길어야 두 달밖에 안 된다. 공연 일정이 겹칠 땐 연습 시간마저 따로 낼 여유조차 없다. 이처럼 빠듯한 일정 속에서 매 공연마다 맡은 배역을 제대로 소화해내는 게 가능할까. 지난 11일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장에서 만난 윤공주는 “캐릭터를 바로바로 전환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일정이 겹칠 땐 어쩔 수 없이 몸을 두 배로 움직여야 하지만 보통 작품 속 캐릭터를 무대에 재현하는 데 한 달 반 정도 연습하면 된다”면서 “연습하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작품 속 캐릭터가 나온다”고 했다. 윤공주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원작의 에스메랄다를 무대에 오롯이 되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2013년 공연에서 에스메랄다 역을 처음 맡았다. “3년 전보단 여유가 생겨 작품 전체를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에스메랄다를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나이가 들어 에스메랄다의 순수함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돼 순수한 영혼을 표현하는 데 힘을 쏟았어요. 관객분들께서 집시 여인의 자유로운 영혼을 공감하실 수 있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윤공주는 콰지모도 역에 캐스팅된 홍광호, 케이윌, 문종원과 교대로 호흡을 맞춘다. “똑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도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매력도 달라요. 그래서인지 석 달 가까이 공연을 해도 지겹지 않고 매일매일 무대가 새로워요. 광호는 정말 귀엽고, 케이윌은 순수하고, 종원 오빠는 디테일한 연기가 정말 뛰어나요.” 윤공주는 2001년 뮤지컬 ‘가스펠’ 앙상블로 데뷔했다. 2007년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 역이 배우로서 큰 전환점이 됐다. “어린 나이에 너무 어려운 역을 맡았던 것 같아요. 알돈자는 뮤지컬 작품 속 캐릭터 가운데 가장 힘든 역할 중 하나로 통해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감정이나 체력 소모가 엄청나죠. 그 역을 한 이후부턴 해마다 여러 작품을 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게 됐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2~3개월 장기 공연을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이다. 녹화·편집을 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 ‘라이브’로 살아 있게 노래하고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컨디션 관리는 삶 자체가 됐어요. 늘 두세 시간씩 걷거나 운동도 해요. 체력만큼은 자신 있어요. 지금도 20대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윤공주는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이 끝나면 잠시 쉰 뒤 곧바로 ‘아이다’ 연습에 돌입한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이들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2005년 ‘아이다’ 초연 때 공연을 처음 보고 한눈에 반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고, 음악도 무대도 탁월했다. “그동안 앙상블로, 암네리스 역으로 여러 번 오디션을 봤는데 번번이 떨어졌어요. 인연이 아닌가 싶어 포기하려다가 용기를 내 지난해 아이다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했어요. 아이다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역할이에요. 윤공주가 드디어 ‘공주’가 된 공연, 기대해 주세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8월 임시국회, 대결 아닌 협치로 성과물 내야

    8월 임시국회가 내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임시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소집됐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진 22일 추경안이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여당은 신속 처리를 주장하나 야당은 “거수기 역할을 하려고 일정을 합의한 게 아니다”라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서별관회의 청문회, 세월호 특별법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놓고 여야 간 의견이 달라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금 유가하락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통해 엄중한 대내외 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구조조정과 일자리 추경예산안을 마련한 것도, 추경이 제때에 처리돼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야당은 여차하면 추경안 처리와 청문회 등과 연계할 태세다. 야당은 조선·해운산업 부실화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 증인 채택 등에서의 여당 협조 여부에 따라 추경 처리는 유동적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야당이 추경안을 놓고 ‘민생 추경’의 취지에 부합한지 ‘송곳 심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은 야당의 기본적인 책무다. 하지만 도를 넘어 청문회와의 연계 등 추경안을 정치적으로 접근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청문회를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추경안에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대한 출자 등 구조조정 확충 예산이 포함돼 있는 만큼 예산 편성의 적정성 검토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야당은 마땅히 ‘부실 덩어리’ 대우조선해양에 4조 2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지원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경제 부처 등 정부 당국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여당도 무조건 정부 당국을 감쌀 것이 아니라 불투명한 의사 결정이 가져온 잘못된 정책 결정이 없었는지를 추궁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이 밖에 사드 특위,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도 암초다. 자칫 여야가 19대 국회처럼 소모적인 정쟁이나 벌이다 날이 새지는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 국회는 최악이었던 19대와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 국정을 위해 협조할 때는 협조하고 제동을 걸어야 할 때는 쓴소리도 해야 한다. 대결 아닌 협치로 성과물을 내는 생산적인 국회상을 정립해야 한다.
  • 보고서 공개 꺼리는 한국은행…불통 이미지 바뀔까

    경제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모(35) 씨는 최근 한국은행 인터넷홈페이지를 찾았다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컸던 ‘양적완화’에 관한 자료를 검색했지만, 기대만큼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김 씨는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고찰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읽고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양적완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시행한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말한다. 보고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을 소개하고 양적완화로 인한 금융시장 기능 저하, 부의 불평등 심화 등 잠재적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는 정책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만큼 양적완화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한국은행의 금융지원은 양적완화라기보다 구제금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한은은 지난 4·13 총선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양적완화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 관련된 보고서를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외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몸을 사리는 듯한 한은의 소극적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주요국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일반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달라”고 당부하고 중앙은행의 정책 원칙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주문했다.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금통위에서 지적이 나왔음에도 한은은 사실상 입을 닫고 있었던 셈이다. 한은은 양적완화 논란과 직접 관계된 중앙은행으로서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 사례 등 객관적 정보만 국민에게 충분하게 제공했더라도 양적완화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은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한은이 자료 공개에 인색하면서 참고할 만한 보고서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정기적인 경제 통계와 금융안정보고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이외에도 ‘BOK 경제연구’, ‘BOK 경제리뷰’, ‘BOK 이슈노트’ 등의 보고서를 수시로 발표하고 홈페이지에 올린다. 그런데 비정기적인 보고서가 올해 눈에 띄게 줄었다. BOK 경제연구는 올해 들어 11호까지 발간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1호의 절반에 불과하다. 올해 발간된 BOK 경제리뷰는 지난 5월 ‘국내 금융·실물 부문간 연계구조의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 한 개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개와 비교된다. BOK 이슈노트도 올해 5개가 발행되는 데 그쳐 작년 같은 기간 7개보다 2개 적다. 지난 7월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경제 주체들의 이해를 높이고 정책당국의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석자료를 대외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라”고 한은에 주문했다. 한은이 폐쇄적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따끔한 비판에 이주열 한은 총재의 고민도 커진 모양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분석자료나 경제 정보, 나아가 한국은행의 관심 사항, 역점 사안 등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변화’를 공언함에 따라 앞으로 한은이 수준 높은 현안 보고서를 많이 발표할지 주목된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박사급 인력을 많이 보유한 한은이 논란에 휘말릴까 봐 책임 있는 정책 보고서를 별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한은 지도부의 인식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40℃폭염, ‘뇌경색’ 요주의…“실내활동도 자제하고 쉬어야 ”

    경북 경주의 오늘 낮 최고기온이 39.3℃에 이르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12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럴 때일수록 수분과 전해질 보충에 신경을 쓰고,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활동도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심장질환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지만, 한여름철에는 열사병으로 인한 사건·사고는 대부분 ‘뇌경색’ 때문에 발생하므로 여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폭염이 기승을 떨칠수록 실외보다 실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우리 몸은 외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므로 실내에서도 최대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외부 온도가 40℃에 이르면 입맛이 떨어지므로 수분, 전해질을 비롯한 영양분 보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서 땀이 1㏄ 정도 배출되면 0.6㎈ 정도 소모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다. 박 교수는 “한여름에는 다소 체중이 증가하더라도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해 땀 배출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며 “입맛이 없어 육류 섭취가 꺼려진다면 식사할 때마다 일부러라도 다른 반찬이라도 한 젓가락 더 먹는 습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열대야를 잊기 위해 저녁때 음주를 하는 것은 폭염을 극복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박 교수는 “8월 초부터 중순까지는 직장인들의 휴가철이 몰려있어서 과도한 음주를 하는 사람도 많다”며 “가벼운 맥주 한잔이라도 마실 때는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체온을 높이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쉽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특히 이맘때쯤 가장 대비를 해야 하는 질환은 바로 ‘뇌경색’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교수는 “폭염으로 야외활동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당하는 사람의 대부분 원인은 뇌경색 때문”이라며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섭취해 땀 배출을 해야 갑작스러운 뇌경색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 한전 작년 3천600억원대 ‘성과급 잔치’…사장 몫 81% 늘어

    지난해 영업환경 호조로 이익이 급증한 한국전력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재벌닷컴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9개 시장형 공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전은 지난해 임직원 성과급으로 3천600억 원가량을 썼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한전이 쓴 전체 인건비는 4조5천466억원으로 전년보다 21%나 증가했다. 인건비 가운데 성과급 항목을 보면 사장 몫이 9천564만원으로 전년(5천181만원)과 비교해 81.4% 급증했다. 한전 사장이 지난해 챙긴 성과급은 한국남동발전(5천743만원), 한국서부발전(5천743만원), 한국지역난방공사(5천497만원)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 사장보다 월등히 많았다. 임원인 상임감사와 이사의 성과급은 각각 5천840만원과 6천530만원으로 46.7%, 71.5% 늘어났다. 한전 직원들에게는 지난해 1인당 평균 1천720만원씩, 총 3천550억원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추산됐다. 한전 사장의 성과급을 합친 작년 총 연봉은 전년 대비 27.6%나 많은 2억3천600만원이었다. 다른 상임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은 23% 늘어난 1억7천656만원, 상임감사 연봉은 16.7% 증가한 1억7천71만원으로 분석됐다. 한전 임원의 연봉 수준은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 임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한전 정규직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5.7% 높아진 7천876만원으로 파악됐다. 한전 임직원의 지난해 성과급 증가율 및 연봉 인상률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9개 시장형 공기업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한전이 지난해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10조원이 넘는 큰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한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8조9천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11조3천500억원, 당기순이익은 13조4천200억원으로 각각 2배와 4.8배 급증했다. 이익이 급증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제조 원가가 떨어지고 현대차그룹에 10조원대에 넘긴 삼성동 부지 매각대금이 들어온 덕분이다. 한전의 매출 원가는 지난해 45조4천600억원으로 2014년(49조7천600억원)보다 5조3천억원(8.7%) 감소했다. ◇ 한국전력 연간 영업비용 항목별 현황 (단위:억원) ┌─────────┬──────┬──────┬──────┐ │항목 │2015년 │2014년 │증감률(%) │ ├─────────┼──────┼──────┼──────┤ │사용된 원재료비 │146,269 │201,509 │-27.4 │ ├─────────┼──────┼──────┼──────┤ │인건비 │45,466 │37,540 │21.1 │ ├─────────┼──────┼──────┼──────┤ │기부금 │341 │379 │-9.9 │ ├─────────┼──────┼──────┼──────┤ │도서인쇄비 │71 │70 │1.1 │ ├─────────┼──────┼──────┼──────┤ │보험료 │945 │759 │24.5 │ ├─────────┼──────┼──────┼──────┤ │세금과공과 │4,531 │2,936 │54.3 │ ├─────────┼──────┼──────┼──────┤ │소모품비 │371 │323 │15.0 │ ├─────────┼──────┼──────┼──────┤ │수도광열비 │364 │367 │-0.7 │ ├─────────┼──────┼──────┼──────┤ │수선비 │18,461 │14,294 │29.2 │ ├─────────┼──────┼──────┼──────┤ │업무추진비 │77 │70 │9.1 │ ├─────────┼──────┼──────┼──────┤ │여비교통비 │673 │598 │12.5 │ ├─────────┼──────┼──────┼──────┤ │광고선전비 │386 │347 │11.4 │ ├─────────┼──────┼──────┼──────┤ │교육훈련비 │162 │151 │7.5 │ ├─────────┼──────┼──────┼──────┤ │구입전력비 │114,280 │126,017 │-9.3 │ ├─────────┼──────┼──────┼──────┤ │운반비 │61 │55 │9.8 │ ├─────────┼──────┼──────┼──────┤ │임차료 │1,870 │1,332 │40.3 │ ├─────────┼──────┼──────┼──────┤ │조사분석비 │37 │29 │25.5 │ ├─────────┼──────┼──────┼──────┤ │지급수수료 │9,159 │9,056 │1.1 │ ├─────────┼──────┼──────┼──────┤ │차량유지비 │189 │213 │-11.5 │ ├─────────┼──────┼──────┼──────┤ │통신비 │959 │917 │4.5 │ ├─────────┼──────┼──────┼──────┤ │피복비 │99 │126 │-21.6 │ ├─────────┼──────┼──────┼──────┤ │협회비 │74 │68 │8.7 │ ├─────────┼──────┼──────┼──────┤ │기타 │131,266 │119,716 │9.6 │ ├─────────┼──────┼──────┼──────┤ │총계 │476,110 │516,873 │-7.9 │ └─────────┴──────┴──────┴──────┘ ◇ 한국전력 연간 영업실적 현황 (단위:억원) ┌─────────┬──────┬─────┬───────┐ │항목 │2015년 │2014년 │증감률(%) │ ├─────────┼──────┼─────┼───────┤ │매출액 │589,577 │574,749 │2.6 │ ├─────────┼──────┼─────┼───────┤ │매출원가 │454,577 │497,630 │-8.7 │ ├─────────┼──────┼─────┼───────┤ │매출총이익 │135,000 │77,119 │75.1 │ ├─────────┼──────┼─────┼───────┤ │판매관리비 │21,533 │19,244 │11.9 │ ├─────────┼──────┼─────┼───────┤ │영업이익 │113,467 │57,876 │96.1 │ ├─────────┼──────┼─────┼───────┤ │당기순이익 │134,164 │27,990 │379.3 │ └─────────┴──────┴─────┴───────┘ 연합뉴스
  • 공모 발품 판 동작, 2년 만에 빚 90억 갚았다

    공모 발품 판 동작, 2년 만에 빚 90억 갚았다

    ‘구멍 난 90억원을 막아라.’ 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은 취임한 2014년부터 큰 고민에 빠졌다. 구의 ‘예산 가계부’를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고령화, 빈부격차 확대 등으로 복지 수요는 계속 느는 데 거둬들이는 세입은 제자리걸음만 해 예산안 짜기가 어려웠다. 복지사업 중에는 가정양육수당, 영유아보육료처럼 중앙정부나 서울시가 일정액을 지원해주면 자치구도 비율을 맞춰 구비를 의무적으로 내놔야 하는 ‘매칭사업’이 많다. 구는 지난해 반드시 써야 하는 예산 200억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대신 시로부터 받은 조정교부금 50억원과 구 통합관리기금에서 빌린 90억원 등으로 간신히 매웠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긴 했지만 구 기금에서 빌려온 90억원을 하루빨리 제자리에 가져다 놔야 했다. 이 구청장은 구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우선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구의 사무관리비 등 부서별 소모성 경비를 5~30%씩 삭감해 지출을 줄였고 덕분에 43억원을 절감했다. 또, 직원들이 받는 초과근무수당과 여비, 식대 등 각종 수당의 월별 지급한도액을 줄여 17억원 정도 절약했다. 구 관계자는 “직원들도 불편함이 있었겠지만 구 재정에 대한 위기감을 공유한 터라 큰 불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절약만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공모사업에 눈을 돌렸다. 재정이 어렵다고 해도 구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줄일 수는 없어서다. 이 구청장이 앞장섰다. 구의 한 공무원은 “서울시청 간부 중 이 구청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외부사업을 따기 위해 시청을 수시로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청장이 발로 뛰니 직원들도 시청은 물론 중앙정부 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시와 국회 등을 제집 드나들 듯하면서 사업 유치에 열을 올렸다. 덕분에 구는 지난해 공모사업 예산 258억원을 따냈다. 상도4동 도시재생 사업으로 100억원을 확보했고 교육혁신지구 15억 3000만원, 안전마을 조성에 5억 6000만원, 전통시장 활성화에 27억원을 얻어 도시환경 개선에서부터 주민 편의시설 확충까지 다양한 사업을 원활히 추진했다. 노력 덕에 지난해 기금에서 빌려온 90억원도 최근 모두 갚았다. 이 구청장은 “구멍 났던 재정을 메운 건 취임 2년 동안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라면서 “앞으로도 내부 살림을 간소화하고 외부 공모에 적극적으로 응해 재정 건전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합리적 인간은 숫자에 민감하다/네오펙트 최고알고리즘책임자(CAO)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합리적 인간은 숫자에 민감하다/네오펙트 최고알고리즘책임자(CAO)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은 합리적 판단을 필요로 하며 합리적 판단은 정보에 의존한다. 정보는 사실과 숫자로 이루어지므로 인생에 등장하는 수많은 숫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합리적 판단의 시작일 것이다. 선택은 대안을 비교하는 것이며, 비교는 기준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이 기준으로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가 돈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일상의 대부분을 투자하며 그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구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시간과 돈의 교환비율을 생각한다면 좀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틀에 한 번꼴로 면도를 하고, 한 번에 3분 소요된다고 할 때 면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제모수술을 고려한다면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수술비용은 100만원 정도이며 수술을 받더라도 1~2년 뒤에 다시 자란다고 하자. 1년 반이면 800분 절약할 수 있다. 병원을 몇 차례 방문하는 시간까지 포함시켜야 하므로 시간 절약을 위해 제모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 하기 어렵다. 실제로 나는 합리적 판단을 위해 아침 기상과 함께 습관적으로 모든 것을 숫자로 바꾸어 생각하곤 한다. 5만원쯤 하는 셔츠 하나를 평균 100번 정도 입는다고 하면 감가상각은 500원이다. 세 번 입을 때마다 세탁비 1000원을 써야 하므로 셔츠의 하루 비용은 800원이다. 바지도 셔츠와 비슷하며, 속옷과 양말을 더하면 하루 2000원쯤 될 것이다. 나는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고 있다. 1년쯤 사용했고, 앞으로 2~3년은 더 쓰려고 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하루 500원 정도 가치가 될 것이다. 구두도 그렇다. 몇 켤레를 번갈아 신고 있으니 켤레당 500번쯤 너끈히 신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꽤 좋은 구두도 하루 1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신을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숫자에 민감하다면 물건에 대한 판단을 섬세하게 만들 수 있다. 10년 정도 쓴 지갑을 지난해 바꿨다. 10년 동안 매일 쓴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급 지갑도 하루에 100~200원 정도의 가격이면 된다. 물론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구입비와 통신비를 포함하면 대략 2년 동안 26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2년이 지나면 중고로 팔 수 있으니까 하루 3000원꼴이다. 다른 물건에 비해 비싸지만 함께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 따지면 내가 하루 사용하는 모든 비용이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출근에는 자가용을 이용하지만 감가상각이 0인 낡은 차다. 연료비는 한 달에 20만원 안팎이 들지만 보험 및 수리비를 합하면 하루에 1만원이 좀 넘을 것이다. 새 차로 바꾸면 감가상각만으로 하루에 1만원쯤이 추가된다. 자동차가 비싼 물건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누군가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기 위한 물리적 움직임인 이동은 그 자체가 비싼 것이다. 실제로 2014년 미국 전체 에너지 소모량 중 28%가 이동을 위해 사용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렇지만 하루 식사 비용으로 1만~2만원 정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의(衣)보다는 식(食)이 비싸다. 식보다는 주(住)가 더 비싸다. 월세, 전세, 자가든 간에 한국인 가정은 집의 크기에 따라 하루 몇 만원씩을 집에 투입하고 있다. 사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일이란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있고 미래에 돈이 될 수 있는 일도 있다. 흔히 후자는 자신에게 하는 투자라고 말한다. 물론 인생에서 돈과 시간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즐겁게 살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쓴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자신이 가진 것으로 원하는 다른 무언가를 좋은 비율로 구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 [기고] ‘화해·치유 재단’의 출범을 맞아/이재교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기고] ‘화해·치유 재단’의 출범을 맞아/이재교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 일본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정부와 합의하면서 밝힌 공식 견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더 명백하게 사죄했다.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함.” “통석의 염”이라는 낯설고 모호한 말이 아니라 “사죄와 반성”이라고 명시했다. 일본은 이와 함께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10억엔을 출연해 재단법인을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12.28 한일 간 합의에 기반한 ‘화해·치유재단’ 설립에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재단출연금 10억엔은 ‘손해배상금’이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국내 정서를 떠나, 법학자 입장에서 이 부분은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성을 느낀다. 유감스럽지만, 법률가로서 아무리 검토해 봐도 일본의 법적 책임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종결되었다고 봐야 한다. 청구권협정은 해방 후 한국과 일본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다양한 청구권(채권)을 상계처리한 다음, 그래도 남은 한국의 청구권을 무상3억불, 유상2억불로 평가하여 일본이 한국정부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국정부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청구권이 협정의 대상이었다. 협상 당시 ‘위안부’피해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재산적 청구권 존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일 수는 없다. 국가권력이 여성을, 존엄한 인간을 비인간적인 전쟁도구로 사용한 반(反)인도적인 범죄라는 것이 그 본질이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가 성 노예로 지칭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정부가 청구권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 없고, 결국 반성의 뜻을 밝히며 국가 예산으로 재단출연금을 내놓는 이유다. ‘화해·치유 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측이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도, 재협상을 하라는 것도 법리상으로나 외교상으로나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상당수의 피해자 분들이나 그 가족들이 합의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더욱이 이제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이 90세에 달한다. 작년 말 합의 후 그새 여섯 분의 피해자가 작고해 이제 생존 피해자는 마흔 분에 불과하다. 일부 정치권이 “합의는 무효”라고 정치공세를 계속하는 것은 합의를 수용하려는 피해자들을 오히려 곤혹스럽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 또 피해자 분들에게 계속 ‘투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제 한일 합의대로라면 일본 정부는 ‘화해·치유 재단’에 조만간 10억엔의 기금을 출연하게 된다. 한화로 100억원 조금 넘는 액수인데, 우리 정부가 이 정도 돈이 없어서 일본으로부터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근원적인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로부터 말로만의 사죄가 아님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을 테다. 이제 재단설립을 계기로 소모적인 정쟁이 아니라, 피해자분들의 생전에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하여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 불안의 시대 ‘청춘의 초상’

    불안의 시대 ‘청춘의 초상’

    위작, 대작 등 이어지는 소모적 이슈들 탓에 요즘 한국 미술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고 싸늘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억울해할 사람들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신진작가들일 것이다. 이들에게 세상은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으면서 싸워 이겨내야 할 버거운 상대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OCI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임현정과 오세정의 작품에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뇌가 그대로 담겼다.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으로 미술관이 진행하는 ‘2016 OCI 영크리에이티브스(Young Creatives)’ 선정작가전으로 우정수, 임노식, 박석민, 이은영에 이어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전시다. 미술관 1층에서는 임현정이 10여점의 평면 회화와 소품, 드로잉을 선보인다. 약 8m에 이르는 대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전시 제목 ‘마음의 섬들’은 집단 무의식의 바다 위에 불쑥불쑥 솟은 자아의 섬들을 가리킨다. 세월호 사건 등 작가에게 강하게 다가왔던 사회적 이슈부터 세계 여러 지역을 거치며 접했던 인상적인 풍경, 바닷가나 산책로 같은 일상의 거리, 상상 속의 광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억과 감정들을 캔버스 위에 표현했다. 작품의 크기와 모양도 파격적이다. ‘마음의 섬들’은 1대8 비율의 파노라마뷰를 보여주는 작품 외에 최대 높이 2.3m의 좌우 비대칭형으로 수직파노라마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마음의 한 조각처럼 손바닥 절반 크기의 작은 캔버스나 나무조각에 그린 그림들이 선반 위에 설치돼 있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와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 예술대학에서 공부한 뒤 독일 함부르크, 일본 요코하마 등에서 레지던시 경력을 쌓은 작가는 집단 무의식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는 피터르 브뤼헐 같은 북유럽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에서 화면의 구성방식을 차용한다. 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훨씬 더 초현실적이다. 작가의 주관적인 경험과 감각적인 기억을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가 불쑥 꺼내 생각나는 대로, 붓이 가는 대로 그려 나가는 방식이다. 바위, 산, 강, 연못, 섬들이 등장하고 그 사이사이에 나타나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모두가 기형적이다.  반쯤 남은 달걀 껍질에 다리가 달리거나 삼각형 머리에 배가 불뚝한 형체가 걸어가는 뒷모습도 보인다. 팽이 같은 물체가 거꾸로 박혀 있기도 하고, 낚시질도 한다. 화려한 색상과 원초적인 도상들로 이뤄진 화면은 얼핏 보면 동화 속 세상 같지만 사실은 온통 불가사의함으로 가득 차 있다. 논리적인 방식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오리무중인 이 세상을 보는 듯하다. 한발 떨어져 바라보면 지상낙원처럼 보이지만 실제 세상은 비정상적이고비선형적이다.  2층에서는 화가 오세경이 ‘회색온도’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목이자 주제어인 회색온도는 주변 상황에 의해 발목을 잡힌 답답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알 수 없는 속사정, 자기기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리 없이 따르는 다중성과 가변성을 암시한다. 가로·세로 4m에 이르는 광활한 화면에 담은 작품 ‘접속’은 아버지와의 못다 한 교신을 상징하며 사회적 이슈의 희생양에 대한 연민, 부조리한 사회 생리에 휩쓸린 제물들에 대한 애도, 마냥 한마음으로 늘 솔직하지는 못한 우정에 대한 자조를 표현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와 마주해야 하는 다음 세대의 상징적인 도상으로 작품에는 여고생이 자주 등장한다. 전파망원경을 하늘을 향해 설치하고 우주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가 보내는 신호를 기다리는 SETI 프로젝트를 연상시키는 작품 ‘접속’에도 한 여고생이 들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화가 단단히 난 표정의 거대한 병아리 주변을 하이에나에 가까운 길고양이들이 서성이고 있고, 교복을 입은 여고생은 그 병아리를 쓰다듬고 있다. 제목은 ‘동병상련’이다. 덩치만 커져서 험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병아리에게서 같은 아픔을 느끼는 듯하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들짐승들이 내장이 드러난 채 쓰러져 있는 여고생을 공격하려 하는 섬찟한 작품도 있다. 불타는 우체통, 목이 잘린 기러기의 이미지는 무언가의 부재를 나타낸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이며, 20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예정돼 있다. 미술관은 35세 이하의 조형예술작가를 대상으로 12일까지 내년도 OCI영크리에이티브스 작가를 공모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사설] 與 전당대회, 계파 떠나 국정 희망 보여줘야

    새누리당의 당 대표 선거가 지긋지긋한 계파싸움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기는커녕 극도의 절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올해 말 미국 대선, 내년 말 우리나라 대선 등 나라 안팎이 불덩이 같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래서 그 운명적 순간을 제대로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 여당의 당 대표를 맡겠다며 나선 후보들이 마지막까지도 ‘계파론’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니 국민들이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만회할 시간은 사흘뿐이다. 어제 비박계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됐고, 이에 자극받은 친박계 후보의 단일화 조짐도 엿보인다. 합종연횡을 통해 계파별 결집 현상이 나타나는 등 친박·비박 간의 혈투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지만 막판까지 양대 계파끼리 으르렁대며 난타전을 벌이느라 당 쇄신 계획이나 국정 어젠다 같은 정작 중요한 리더십은 뒷전으로 내팽개쳐졌다. 후보들은 합동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약점만 물어뜯을 뿐 건설적인 토론을 이어가지 못했다.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목젖이 떨릴 정도로 격정적 연설을 토해냈지만 상대 계파 비판 외에 내용은 지극히 빈약했다. 사실 계파의 실력자들이 빠지고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대리전’에 나섰을 때부터 ‘우물 안 개구리’식 전당대회는 예견됐던 바이다. 친박계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등 장외 세몰이로 이전투구를 독려한 계파 좌장들의 책임도 크다. 총선 참패의 원인 제공자들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계파 싸움을 독려하고 있으니 도대체 새누리당이 공당(公黨)인지, 사당(私黨)인지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러고도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손을 내민다면 그야말로 몰염치한 일 아닌가. 이제라도 진지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혁신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그렇잖아도 대통령의 소통 부재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 국민은 4·13 총선을 통해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 역학구도를 만들어냈다. 집권 여당으로서는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라 할 만하다. 소모적인 계파 싸움에 매달려 있을 계제가 아니다. 이번에 뽑히는 새누리당의 대표는 앞으로 1년 반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정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특정 계파의 대변자가 돼서는 안 된다. 계파를 떠나 국민에게 희망의 국정 비전을 보여줘야만 한다.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날려보내지 않기 바란다.
  • [新전원일기] 대기업 이사, 年매출 1억대 멜론박사 되다

    [新전원일기] 대기업 이사, 年매출 1억대 멜론박사 되다

    “센비키야의 멜론이 먹고 싶소.” 천재 시인 이상(李箱·1910~1937)이 병상에 누워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말이라고 한다. 1930년대에 멜론이라니…. 선구적 모더니스트인 이상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센비키야는 1834년 설립된 일본의 고급 과일 전문점으로, 일반 과일 가게보다 3~10배까지 가격이 비싼 대신 최고의 맛과 모양을 자랑하는 과일만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충남 청양군 청남면 중산리에 위치한 ‘예란 농원’에서 멜론 농사를 짓고 있는 전영태(60)·구미경(54)씨 부부를 만나러 가는 길, 시인 이상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농원 앞 둑길까지 마중 나온 전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당대 최고의 천재 시인을 매료시켰던 이국(異國)의 향이 달콤하게 풍겨 오는 동시에 뜨거운 열기가 사우나에 들어섰을 때처럼 훅 하고 얼굴을 덮으면서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바깥의 온도는 32도에 육박했고, 온실 내부의 온도는 그보다 10도 더 높았다. 멜론 농원을 제대로 둘러보기도 전에 등줄기와 겨드랑이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열대 과일을 조우하고 있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여름에는 온실 내부의 온도가 50도 이상까지 올라갑니다. 체력 소모가 크죠. 그래도 햇빛을 받아 멜론 알이 굵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작지만 단단한 몸집, 새까맣게 탄 피부가 인상적인 전 대표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튼실하게 여문 멜론 앞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예란 농원에서 주로 생산하는 품종은 ‘머스크멜론’으로, 과일에서 사향(麝香)이 난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껍질 표면이 그물로 둘러진 모양이라 해서 시중에서 ‘네트멜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1년 이곳 청남면으로 귀농한 전 대표는 ‘고급스러운 이국의 과일’이라는 멜론의 이미지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멜론은 일상적으로 먹는 과일이라기보다는 특별한 날에 먹거나 선물하기 좋은 과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중적이지 않은 고급 과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대신에 농사를 잘 지으면 그만큼 비싸게 팔 수 있는 고소득 작물이기도 합니다. 품종이 같은 머스크멜론이라 하더라도 크기, 모양, 맛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동네 과일 가게에서 1개에 5000원에 팔기도 하고, 백화점에서는 1개 1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죠.” # 깐깐… 고객 냉장고서 떨어질 당도까지 관리 상품성이 높은 멜론은 대체 어떤 멜론일까. 전 대표는 우선 식감을 자극할 정도로 예뻐야 하고 동그란 모양도 중요하다고 답한다. 멜론은 선물용으로 많이 찾는 과일이라 모양에 특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단다. 머스크멜론은 초록색 껍질 표면에 나타난 네트의 모양도 중요하다. 밝은 회색의 네트가 올록볼록 선명하고 두껍게 올라온 멜론을 상품(上品)으로 쳐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과일의 맛이다. 전국에서 가장 단 멜론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하는 전 대표에게 근거가 있는 자랑이냐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달콤함이란 손으로 만져지거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미감이 아니던가. “보통 14브릭스(Brix·당의 농도를 측정하는 단위) 정도의 멜론이면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 저는 과일 안쪽 기준으로 16브릭스가 되어야 출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껍질과 가까운 바깥쪽 과육도 12브릭스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기준도 세워 놓았고요.” 깐깐한 품질 관리를 위해 출하가 가까워지면 매일매일 당도를 측정한다. 열매마다 철저하게 당도 표시를 하면서 관리하기 때문에 남다른 맛의 멜론을 출하할 수 있단다. 너무 달아서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은 없느냐는 질문에 “우리 멜론을 한 번 맛본 손님들은 다른 집 멜론은 싱거워서 못 먹겠다고 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멜론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시원하게 먹는 경우가 많잖아요. 온도가 내려가면 그만큼 단맛이 줄어들거든요. 냉장고 안에서 단맛이 감소되는 것까지 감안해서 당도를 관리하는 겁니다. 그리고 멜론은 아무리 달아도 기분 나쁜 단맛이 아니라 기분 좋은 달콤함을 선사해 주잖아요.” 멜론에 대해 ‘후숙 과일 채소이기 때문에 덜 익은 것을 수확해 익혀 먹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전 대표에 따르면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수확한 과일을 구입 후 2~3일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출하되는 시점에 16브릭스에 달하는 예란 농원의 멜론이니, 후숙시킨 다음에는 당도가 더 올라간 상태로 고객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열대과일은 냉장고에 오래 두면 신맛이 나기 때문에 먹기 직전에 1~2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가장 맛있게 멜론을 먹는 방법이라고 귀띔까지 해준다. 아직 출하 시기가 아니라 당도가 떨어질 거라며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전 대표가 따 온 멜론 하나를 아내 구씨가 예쁘게 깎아 내놓았다. 맛이 별로 없을 거라는 그의 말과 달리, 특유의 향이 코끝을 휘감으면서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과육의 부드러움이 일품이었다. “충분히 맛있다”는 나의 칭찬에 머리를 갸웃거리며 전 대표는 당도계를 꺼내 과일의 당도를 측정해 보여주었다. 측정 결과는 14브릭스. 시중에서는 괜찮은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겠지만, 본인 기준에는 못 미친다며 맛있는 멜론을 맛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전 대표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단맛과 함께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드는 멜론의 육질도 범상치 않았는데, 출하 직전까지 멜론에 물을 주는 것이 그만의 과육 관리 비법이란다. “다른 멜론 농가에서는 출하 보름 전부터 멜론밭에 물 공급을 끊어요. 가물어야 당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멜론은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진 과일이잖아요. 저는 수분 공급이 충분해야만 과육이 부드럽고 영양분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을 끊지 않는 대신 과일이 터지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하죠. 물 때문에 과일이 싱거워지지 않도록 당도 조절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하고요.” 당도가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농부의 손에서 풍부한 물을 머금고 자란 예란 농원의 멜론은 도매시장 대신 전국의 미식가들에게 직거래로 판매된다. 실제로 전 대표의 멜론은 일반 농가의 멜론보다 박스당 1만~2만원 더 비싸게 팔린다. 200평짜리 비닐하우스 7동 규모로 따로 직원을 두지 않고 부부 위주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1억원 이상의 연매출, 5000만원 수준의 연소득을 자랑하게 된 것은 까다로운 농법을 고수하면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 덕이다. # 행복… 윗선 결재 안 받고 스스로 책임지는 삶 충북 영동에서 나고 자란 전 대표는 광운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LG그룹에 입사해 이곳에서만 30여년을 일했다. 서울로 올라가 성공하고 싶었던 시골 소년의 꿈은 현실에서 이뤄졌다. LG오티스에서 이사까지 지냈고, 2010년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직했다. 회사에서는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올라가 본 셈이었다. 문제는 대기업 임원 자리를 내려놓았을 때 그의 나이가 55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백세 시대에, 겨우 인생의 절반에 도달한 시점인데 회사에서는 할 일이 없었다. 협력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몇 년 더 일한다고 한들 그 이후의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귀농을 결심한 계기도 여기에 있었다. 고향 땅과 가까운 곳에서 멜론 농사를 지으면서 인생 이모작을 꿈꿔보기로 했다. “퇴직 5년 전부터 귀농을 결심하고 꾸준히 정보들을 수집했어요. 주말이면 전국 곳곳에 땅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저한테 맞는 작물이 무엇일지 알아보는 과정도 거쳤습니다.” ‘타고난 이과 체질’이라 농사에서도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는 것을 즐긴다는 전 대표는 윗선의 결재가 필요했던 회사 생활과는 달리, 직접 농원을 운영하면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삶이 벌이는 적더라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느라 큰 수익이 나지 않았어요. 머스크멜론뿐 아니라 양구멜론, 백자멜론 등 다양한 멜론을 수확하느라 효율성도 떨어졌고요. 하지만 손해가 나더라도 제가 책임지면 될 문제이니 마음이 편해요.” 손해가 생기면 부인에게 혼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아내 구씨가 옆에서 싱긋이 웃으며 말한다. “귀농을 결심했을 때에도, 농사짓는 방식에 대해서도 저는 한 번도 불만을 표시해본 적이 없어요. 워낙에 남편이 성실하고 반듯하기 때문이죠. 같이 농사를 짓지만 남편이 저보다 몇 배는 더 고생하는 걸요.” 대기업 임원 사모님에서 농사꾼이 되어 햇볕에 그을리는 일상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사 사모님에서 대표이사 사모님으로 승진한 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전씨 가족은 청양군에서도 성공적인 귀농귀촌 사례로 꼽힌다. 큰딸 예슬씨(29)는 지방공무원직에 합격해 올 봄부터 청양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딸이 수년간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다가 지원 지역을 바꾸면서 한 번에 합격한 것만 보아도 청양과 전 대표 가족 간의 기운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단다. 두 딸의 아버지인 전 대표는 예전부터 동네에서 소문난 ‘딸 바보’였다고. 예란 농원이라는 농원 이름은 둘째 딸 예란씨(28)의 이름에서 따왔다. ‘예쁘고 맛있게 자란 멜론’이라는 뜻은 딸 이름을 따서 작명부터 하고 나중에 붙인 거라고 한다. 모든 일에 딸들이 우선이라는 딸 바보 아버지는 이제 딸을 돌보는 마음으로, 자식과 손주에게 가장 맛있는 과일을 먹이겠다는 마음으로 멜론을 키운다. # 신뢰… 겉으론 알 수 없는 멜론, 농부가 답 서양 속담에 ‘사람과 멜론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Man and melons are hard to know)는 말이 있다. 우리 속담으로 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와 같은 말인데, 그만큼 겉으로 봐서는 멜론의 맛이나 품질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꺼운 껍질에 싸여 눈으로는 좀처럼 그 속을 가늠하기 어려운 멜론, 어쩌면 그래서 그 멜론을 키우는 사람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멜론을 알기는 처음 본 사람을 아는 것처럼 어렵지만, 신뢰할 만한 멜론 농부 하나를 알고 지내는 것은 씁쓸한 인생의 달콤함을 배가시키는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잠깐 하던 인턴·알바가 직업처럼 돼… 종합 실태조사 필요”

    “잠깐 하던 인턴·알바가 직업처럼 돼… 종합 실태조사 필요”

    청년 노동권 보호 장치 만들어야 독일처럼 인권교육 일상화 필요 “아르바이트와 인턴이 하나의 직업처럼 됐다. 종합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시장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시장실’을 통해 알게 된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인턴 노동 실태는 심각했다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나 인턴이 잠깐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버는 일시적 노동 형태였는데 이제는 아니더라. 충분한 연구조사로 청년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서울시 차원에서 도울 것이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시장실은 박 시장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철학을 토대로 서울 곳곳을 직접 찾아 주요 현안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박 시장은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노동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 세계인권선언 제23조 1항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적극적인 교육으로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권익 침해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독일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모의 노사교섭’이 일상화된 수업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연구 사례를 보면 노동인권교육을 경험한 집단은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받거나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왔다. 박 시장은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하는 청년들이 취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으로 넘어가면 좋은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 자체가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청년수당으로 지원해 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월 50만원으로 지원 대상자 3000명에게 최대 6개월간 지원된다. 특히 박 시장은 위험한 노동에 내몰린 청년들을 우려했다. 그는 “최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이나 2011년 대형마트 냉동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숨진 서울시립대 학생처럼 충분한 훈련과 교육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안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서울시가 만드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는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을 위해 청년수당뿐 아니라 일자리박람회와 푸드트럭 확대, 전통시장 내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디디추싱+우버차이나 인수합병… 40조원 공룡기업 탄생

    디디추싱+우버차이나 인수합병… 40조원 공룡기업 탄생

     중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경쟁자인 우버차이나를 인수한다. 두 기업이 합치면 중국의 차량공유시장을 지배하는 40조원짜리 공룡기업이 탄생한다. 이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벌였던 치열한 출혈경쟁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은 1일 디디가 우버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이 타결됐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이번 인수협상은 중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차량공유서비스를 합법화한 직후 나왔다.  우버차이나와 디디추싱의 합병회사 가치는 350억 달러(약 3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수는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며, 우버차이나가 합병회사의 지분 20%를 받아 최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라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최고경영자는 “우버와 디디추싱이 중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둘 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라면서 “중국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디디와 우버는 성장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을 차지하려고 무한 경쟁을 벌여왔다. 매달 수천만달러의 돈을 뿌리면서 운전사와 탑승객을 끌어모으는 식이다. 경쟁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디디는 지난 6월 한달동안 애플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는 등 73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우버차이나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왔다.  하지만, 양측 주주들은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한편, 중국 당국은 지난 28일 세계 최초로 차량예약 서비스를 합법화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의 합법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차량예약 서비스 운전자는 최소 3년의 운전 경력이 있어야 하며 범죄 전과가 없어야 한다. 차량예약 서비스에 쓰는 차량은 주행거리가 60만㎞ 이하, 좌석은 7개 이하로 제한했다. 서비스 이용자의 정보도 국내에 서버를 둔 차량예약 플랫폼 업체에 최소 2년간 저장하도록 했다. 오는 1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세계적인 차량예약 서비스인 우버는 최근 독일과 프랑스에서 불법 판결을 받았다. 우버는 프랑스 파리에서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자를 쓰는 불법 서비스가 문제돼 80만 유로(10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도 지난달 우버에 대한 영업정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15초면 생수 한 병…‘휴대용 정수기’ 화제

    15초면 생수 한 병…‘휴대용 정수기’ 화제

    등산과 같은 야외활동을 즐기다 보면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간단히 해결해줄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가 미국에서 출시돼 눈길을 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미국 기업 ‘그레일’(Grayl)이 제작한 정수용 물통 ‘울트라라이트’(Ultralight)를 소개했다. 다양한 휴대용 정수기 제품이 그동안 출시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울트라라이트는 다른 제품에 비해 휴대와 사용이 간편하다는 것이 개발사의 설명이다. 먼저 울트라라이트는 ‘매우 가볍다’는 뜻의 제품명에 걸맞게 300g 정도의 가벼운 무게를 가지고 있다. 사용방법 또한 단순하다. 이 제품은 서로 겹칠 수 있는 두 개의 튜브로 구성돼있는데 먼저 바깥쪽 튜브에 물을 담은 뒤, 안쪽 튜브를 바깥쪽 튜브와 겹쳐지도록 내리누르면 된다. 이렇게 하면 물이 안쪽 튜브 바닥에 설치된 필터를 통과하면서 정화된다. 필터는 활성탄소, 제올라이트, 그리고 그레일에서 자체 개발한 특수 흡수장치 등의 요소로 구성돼있다. 개발사에 따르면 이 필터는 무기물, 중금속,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99.99%이상 걸러낼 수 있다. 그러나 사용에 제약이 전혀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레일은 사용자들에게 가능한 한 가장 깨끗한 물을 구해 정화할 것을 권장한다. 일반적인 사용자가 자기 몸무게를 이용해 튜브를 누르면, 1회 분량인 0.45ℓ의 물을 정화하는데 15초의 비교적 짧은 시간이 소모된다. 따라서 물을 마시기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도 울트라라이트의 장점이다. 필터는 150ℓ를 정수하고 나면 교체해야 한다. 이는 약 300회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현재 제품 가격은 59.60달러(약 6만6000원)이며 필터는 개당 24.50달러(약 2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그레일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열린세상] 입을 닫고 귀를 열자/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열린세상] 입을 닫고 귀를 열자/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접촉 사고 때 첫 번째 행동 수칙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일 게다. 큰 목소리가 늘 옳은 게 아닌데도 말이다. 이 말은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이기고 지는 게 더 중요하단 걸 가르친다. 그렇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 큰소리부터 치면서 이기고 봐야 한다. TV 프로그램도 그런 거 같다. 요즘 방송국마다 앞다투어 내보내는 게 마치 경기하듯 경연을 벌이는 거다. 아마추어뿐 아니라 기성 가수들도 누가 더 잘 불렀는지 승패를 가려야만 시청률이 나온단다. 단순히 노래 자체를 즐기는 것으론 부족한 게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그렇듯이 날 때부터 인생의 승패를 단정하는 사회, 삶 자체가 토너먼트 경기처럼 끝도 없는 경쟁과 승리에 내몰리는 곳이라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 게다. 과거 대한민국은 언론이 통제되고,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시절이 있었다. 힘 있는 자들의 일방적인 소리만 들렸던 그 시절 옳다고 생각되는 소리를 내기 위해선 거리로 나서야 했다. 당시는 핍박받는 소리였다. 크고 작은 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에 관한 소리였다. 그 목소리들이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는 어떠한가.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다양해지고, 불특정 다수인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 갖가지 정보를 쏟아내면서 솔직히 어느 목소리가 진실이고, 어느 목소리가 거짓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온통 큰 목소리에 둘러싸여 세상이 점점 더 혼란스럽고, 삶은 더 큰 피곤함에 내몰려 있는 게 리얼한 현실 아닌가. 저마다 굉음을 내며 소리의 자유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의 목소리는 타인의 목소리란 한계가 있다. 각자의 목소리가 소음이 아닌 화음이 되게 하려면 타인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경기하듯 치열하게 살아 내야 하는 사회에서 남을 이기는 게 우선이고, 이기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라면 우린 두 귀를 막고 내 주장만 큰 소리로 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좌우(左右), 동서(東西), 빈부(貧富), 신구(新舊) 모두 각자의 편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더 큰 소리를 지른다.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심지어 언론들까지. 과연 언제까지 이 소모적인 편 가르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피로감이 목에 차오른다. 격한 다툼에 귀도 먹먹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도 없다. 아니,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나만 잘살면 되는 극도의 이기적 사고가 배금주의와 결합해 인간의 감정은 스스로 통제도 안 되는 것 같다. 불신과 반목은 양심이란 단어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미움과 분노는 조그만 잘못도 용납하지 않는다. 제발 대한민국은 경쟁과 승리라는 쾌속마의 고삐를 늦춰야 한다. 이를 위해 귀부터 열어야 한다. 나의 목소리보다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 내 소리를 조금 줄여도 좋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승리 대신 옳음을 말하는 소리는 큰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을지 모른다. 아마 들려도 매우 작은 소리일 게다. 양심의 소리 말이다. 화려한 겉포장을 걷어 내고 그 속의 진실을 발견코자 잠시라도 좋으니 입을 닫고 귀를 여는 여유를 갖자. 진실이 어디 있는지,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양심의 바탕 위에 내 목소리를 상대방의 소리에 맞춰 나갈 때 꽹과리 같은 큰 소리가 아니라도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여도 아름다운 화음이 들릴 수 있다. 그 소리는 따뜻한 소리, 건강한 소리일 게다. 이젠 크고 강한 소리가 대한민국을 끌고 나가는 걸 멈추자. 작고 아름다운 소리가 들릴 수 있게 작은 노력을 시작하자. 지금까진 적이라 여겼던 옆 사람에게 작은 소리로 말해 보자. ‘수고했다’고. 현란한 움직임 대신 작은 몸짓으로 이 나라의 변화를 꿈꾸어 보자. 격한 외침보다는 부드러운 속삭임이 진정성 있지 않은가. 사랑이 그렇듯 말이다. 거리에 나서지 않더라도, 거창한 구호를 외치지 않더라도 ‘이건 아닌데’ 하는 나지막한 소리가 이 나라를 움직이면 좋겠다. 이기는 게 행복이 아니라 함께하는 게 행복이란 말을 내 아이들이 믿고 살았으면 좋겠다.
  • [고든 정의 TECH+] 후끈 달아오른 CPU대전… ‘인텔 vs AMD’

    [고든 정의 TECH+] 후끈 달아오른 CPU대전… ‘인텔 vs AMD’

    CPU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품입니다. 물론 하나의 컴퓨터가 되기 위해서는 CPU이외에도 메모리, 저장 장치 (하드디스크나 SSD), 그래픽 카드, 기타 입출력 장치를 포함한 메인보드 등이 있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CPU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윈도우 PC (물론 리눅스도 설치 가능합니다)에는 x86 프로세서가 들어갑니다. 주로 스마트폰과 기타 여러 임베디드 기기에 들어가는 ARM 기반 CPU와는 달리 x86 프로세서는 사실상 한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텔이죠. 사실 x86은 인텔이 만든 아키텍처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과거에는 x86 호환칩을 만드는 업체가 여럿 있었습니다. 여기에 ARM이나 MIPS처럼 x86 이외의 아키텍처를 지닌 CPU를 만드는 회사도 존재했죠. 그런데 인텔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호환칩 업체나 x86 이외의 CPU를 만드는 회사들은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최근 소프트뱅크에서 거액을 들여 인수한 ARM도 사실 오래전 인텔에 밀려서 사라진 영국의 아콘 컴퓨터에서 분리된 회사였습니다. 당시에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는 패배했지만, 나중에 모바일 기기와 다른 장치에서 화려하게 부활했죠.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서 PC용 CPU 시장에서 인텔의 지위는 매우 견고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도전한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인텔의 호환칩 생산업체에서 라이벌로 등장한 AMD입니다. AMD에서 만든 x86 CPU가 인텔을 크게 위협했던 것은 1999년에 등장한 K7 애슬론 프로세서 덕분입니다. 애슬론은 x86 최초로 1GHz의 벽을 넘었을 뿐 아니라 사실 같은 클럭에서도 인텔 CPU보다 더 빨랐습니다. 이후 인텔과 AMD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한때 AMD는 64비트 프로세서를 먼저 시장에 진입시키면서 승승장구했으나 2006년 인텔이 아키텍처를 대대적으로 쇄신한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이후 계속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제 서버용 x86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95% 수준이고 일반 PC 부분에서도 80%를 웃돌고 있습니다. 사실상 다시 x86 CPU 부분을 독점한 것이죠. 여기에 PC 시장이 축소되면서 AMD는 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매년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인수설,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올해가 AMD 반격의 해가 될 것인가? 그런 AMD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올해말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를 지닌 CPU인 젠(Zen)을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AMD에 의하면 클럭 당 성능(IPC)이 대략 40%나 개선된 CPU라고 합니다. 사실 AMD가 지금처럼 어려워진 것은 2011년 불도저 아키텍처를 내놓으면서 실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불도저는 2개의 코어를 하나의 모듈에 담는 설계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인텔의 하나의 코어에서 두 개의 스레드를 처리하는 하이퍼-스레딩 기술을 의식한 것입니다. 그런데 서로 여러 부분을 공유하는 코어 2개가 사실 기존의 CPU 코어 한 개보다 성능이 더 높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사실 불도저의 코어 한 개당 성능은 경쟁자인 인텔 CPU는 물론 과거 AMD CPU보다도 더 높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에 높은 발열과 전력소모까지 겹치면서 결국 시장에서 참패를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불도저의 출시 직후 어려움을 겪던 AMD는 과거 애슬론 프로세서와 애슬론 64 프로세서 설계에 참여했던 천재 엔지니어 짐 켈러(Jim Keller)를 다시 영입했습니다. 2012년부터 그는 새로운 아키텍처의 프로세서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젠입니다. 짐 켈러는 본래 DEC에서 알파 프로세서 설계에 참여했다가 1998년 회사가 파산한 후 알파 팀과 더불어 AMD로 회사를 옮겨 애슬론 프로세서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사실 인텔의 호환칩 업체에 불과했던 AMD가 갑자기 인텔을 뛰어넘는 CPU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알파 프로세서의 기술과 그 기술을 지닌 엔지니어를 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짐 켈러는 젠의 개발을 완료한 후 회사를 다시 떠났지만, 그 전설적인 능력이 다시 발휘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젠은 불도저처럼 한 개의 모듈에 두 개의 코어를 두는 구조(Clustered Multithread, CMT)를 버리는 대신 인텔 CPU처럼 한 개의 코어가 두 개의 코어처럼 작동하는 SMT (Simultaneous Multithreading) 방식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덕분에 코어 수는 줄어도 코어 한 개당 성능은 많이 증가합니다. 더구나 글로벌 파운드리와 삼성의 14nm 공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프로세서 자체 집적도가 커져 코어 수도 감소하지 않고 8코어나 그 이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AMD는 올해 말 젠을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만약 AMD가 젠에서 대폭 성능을 끌어올렸다면 현재는 잠잠한 CPU 시장에 파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항상 물건이 실제 나오기 전까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성능 향상을 이뤄낸다면 오래전 사라진 '경쟁'이 CPU 시장에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실 소비자는 지난 몇 년간 경쟁이라는 것을 CPU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당연히 이런 사정은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한 것이죠. 다시 CPU 시장에 경쟁이 살아나면 침체한 PC 시장에도 큰 활력이 되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입니다. 과연 이런 일이 올해 말 일어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바닷물 잠수함vs원자력 잠수함…미·러 경쟁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바닷물 잠수함vs원자력 잠수함…미·러 경쟁

    자동차와 항공기, 선박 등 종류를 막론하고 21세기 인류가 만들어내고 있는 탈 것의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지상에서는 각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를 개발하는데 열중하고 있고, 하늘에서는 더 적은 연료로 더 멀리 날며 더 적은 공해를 발생시키는 엔진과 항공기 개발이 한창이다. 바다에서도 전기모터로 배를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추진체계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동력방식 개발붐이 일어난 데에는 사람들의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도 있지만,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대체 에너지 확보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유지비, 즉 ‘기름 값’ 측면에서 새로운 동력원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군함이라고 해서 빗겨갈 수 없다. 최근 건조되고 있는 군함들은 고효율 가스터빈이나 디젤엔진과 더불어 전기모터를 장착,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추진방식과 유사한 형태의 추진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가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기술인 것처럼 주요 강대국들은 기존의 추진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난 전혀 새로운 선박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강대국들마다 그 ‘차세대’의 개념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파격적인 원자력 함대! 사실은… 최근 러시아 국방부는 향후 20년간 건조되는 4000~8만톤급 크기의 모든 수상함에 원자력 추진체계를 탑재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현재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수상전투함인 어드미럴 우샤코프(Admiral Ushakov)급에 원자력 추진체계를 탑재하고 있지만, 향후 비교적 소형인 4000톤급 호위함에도 원자력 추진체계를 얹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러시아 해군이 계획하고 있는 신형 함정들의 스케일을 보면 원자로를 탑재할만한 대형 함정이 꽤 있다. 차세대 항공모함으로 개발되고 있는 8만~10만톤급 프로젝트 23000E 폭풍(Storm)급 항공모함부터, 차세대 구축함으로 개발되고 1만 8000톤급 프로젝트 23560 리데르(Leader)급, 9000톤급 프로젝트 21956 등이 그것이다. 항공모함은 1~2척, 23560급과 21956급은 각각 12척과 12~15척이 건조될 예정이기 때문에 계획대로만 된다면 러시아는 25~29여 척에 달하는 대형 수상함들로 구성된 ‘원자력 함대’를 갖게 된다. 물론 이러한 대형 함정들이나 잠수함 등의 군함에는 원자력 추진 방식이 꽤 효율적일 수 있다. 거대한 덩치와 다수의 고출력 레이더를 탑재한 항공모함이나 대형 순양함 등 에너지 소모가 많은 대형함정들은 연료비 부담이 큰 재래식 추진기관보다는 원자로를 쓰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일 수 있다. 또한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장기간 물속에 숨어 작전하는 잠수함은 수중에서 공기 없이도 엔진을 돌릴 수 있는 동력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자로를 쓰는 편이 작전 능력이나 생존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이 때문에 50여 년 전에도 모든 함대의 전투함이 동력원으로 원자로를 쓰는 ‘원자력 함대’가 등장했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USS Enterprise)를 중심으로 원자력 순양함 롱비치(USS Long Beach)와 베인브릿지(USS Bainbridge)로 구성된 NTFO(Nuclear Task Force One)이 그것이다. 이 함대는 1964년 7월부터 동년 10월까지 보급을 받지 않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성공함으로써 원자력 함대의 장기 작전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건조 비용이나 군함의 덩치가 큰 대형 함정이나 잠수함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호위함이나 초계함과 같은 작은 함정에 원자로를 탑재한다면 해상에서 장기간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은 크게 향상되겠지만, 경제성 측면에서 본다면 소형함에 원자로를 얹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척당 건조 비용이 적게는 1조 원에서 많게는 수 조원에 달하는 대형 구축함이나 순양함, 항공모함에 3000억~8000억 원 수준의 선박용 원자로를 탑재하는 것은 건조 비용을 어느 정도 상승시키는 정도의 부담만 되겠지만, 척당 건조 비용이 수천억 원 이하인 호위함에 원자로를 얹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가령, 만재배수량이 5500톤급 수준인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의 건조 비용은 척당 45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국내 개발한 SMART-P 원자로를 탑재할 경우, 원자로의 가격만 4300억 원 수준이기 때문에 척당 건조 비용은 이지스 구축함 건조 비용과 맞먹는 9000억 원 수준까지 상승한다. 2척의 군함을 구입할 돈으로 단 1척밖에 구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해군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 해군의 차세대 주력 수상전투함으로 20여 척이 건조될 예정인 4500톤급 어드미럴 고르시코프(Admiral Gorshikov)급의 획득 비용은 1척에 250억~300억 루블, 우리 돈으로 약 5000억 원 수준이다. 러시아가 선박용 원자로로 개발한 KLT-40 계열의 3500~4000억 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드미럴 고르시코프에 원자로를 얹게 되면 배의 건조 가격은 40% 이상 뛰어 8000~9000억 원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비용 측면에서 대단히 불합리한데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40여 척 이상의 신형 수상함에 원자력 추진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말 못할 속내가 있다. 원자로 아니면 새로 건조되는 군함에 얹을 동력기관을 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군함은 디젤엔진과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하는데, 평시에는 연비가 좋은 디젤엔진을 구동하다가 높은 속도가 필요하거나 급하게 가속이 필요할 때 가스터빈 엔진을 돌려 추가적인 동력을 얻는 방식으로 동력을 운용한다. 러시아는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 기술과 제품은 충분했지만, 문제는 가스터빈 엔진이었다. 러시아 해군 함정에 탑재되는 가스터빈 엔진이 러시아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제였기 때문이다. 과거 구소련은 독립국가연합 각 지역에 무기 생산 공장을 분산해 건설했는데, 선박용 가스터빈 엔진 공장은 우크라이나에 있었다. 가스터빈 엔진을 개발 및 생산하는 조랴-마쉬로프엑트(Zorya-Mashproekt)라는 업체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제 하에 있었고, 크림반도 분쟁 이후 우크라이나는 즉각 러시아에 대한 가스터빈 엔진 공급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러시아의 신형 호위함 건조 사업은 중단됐다. 엔진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가스터빈 공급 중단 사태에 맞서 가스터빈 엔진의 국산화와 국내 생산을 시도했지만,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대출력 가스터빈 엔진의 자체 개발 및 생산에 도전하기보다는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원자력 추진기관 채택 함정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등장할 러시아 해군의 주요 수상함은 호위함부터 항공모함에 이르기까지 모두 원자력 추진기관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문자 그대로 ‘원자력 함대’의 탄생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함이라고 하더라도 원자력 추진 기관의 유지 비용은 그렇게 저렴한 편이 아니어서 과연 러시아가 이 원자력 함대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닷물을 연료로 움직이는 함대 사실 원자력을 군함의 동력원으로 활용했던 최초의 국가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냉전 시기 원자력 함대 구상에 따라 세계 최초의 원자력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는 물론 다양한 유형의 원자력 추진 순양함을 개발해 1980년대까지 운용했다. 미 해군은 지금도 초대형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원자력을 쓰고 있지만, 4만톤이 넘는 강습상륙함이나 1만톤에 육박하는 구축함들은 지금도 여전히 가스터빈과 디젤엔진을 쓰고 있다. 일반적인 수상함에서는 원자력 추진 방식이 경제성 측면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은 차세대 동력원으로 원자력을 택한 러시아와 달리 전혀 새로운 방식의 차세대 동력원 개발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였고, 최근 선보인 이 차세대 동력원은 참신하다 못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차세대 동력원의 연료가 ‘바닷물’이기 때문이다. 바닷물을 연료로 무한정에 가까운 항속거리를 갖는 배의 개념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이 쓴 소설 ‘해저 2만리(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 속 네모(Nemo) 함장의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호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소설 속 노틸러스호는 바닷물에 있는 염화나트륨을 연료로 전기를 일으켜 무려 43.2노트(80km/h)의 빠른 속력을 낼 수 있으며, 심해 1만m의 수압까지 견딜 수 있는 등 현대의 최첨단 기술로도 실현이 어려운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는 잠수함으로 등장한다. 미 해군의 차세대 에너지원은 바로 이 노틸러스호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 해군 연구소(Naval Research Laboratory)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 연구의 주요 소재는 ‘바닷물’이다. 배는 바다 위를 떠다니기 때문에 연구가 성공한다면 미래의 선박은 주변으로부터 무제한에 가까운 연료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닷물로 움직이는 추진기관의 원리는 이렇다. 우선 바닷물 속에서 높은 순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여기서 불포화 탄화수소인 올레핀(Olefin)을 합성해 낸다. 이 올레핀을 다시 탄화수소 분자가 포함된 액체, 즉 액화 탄화수소(Liquid Hydrocarbon)으로 만들어 이를 연료로 쓰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연료는 실제로 내연기관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미 해군 연구소는 이 연료를 이용, 모형 항공기를 비행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액화탄화수소 연료 시대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연료는 가스터빈 등 기존의 동력 장치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엔진 등을 개발할 필요가 없고, 기존 군함들도 대대적인 개조 공사 없이 해수 변환 장치와 연료탱크만 설치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즉, 이 연료가 실용화되면 앞으로 군함은 식량과 탄약, 식수만 제공된다면 연료 보급 없이 사실상 무제한 바다 위에 떠 있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미 해군 연구소가 만들어낸 액화 탄화수소는 실험실에서 소량이 제조된 것이다. 현재까지 제작된 변환장치가 아직까지는 초보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반응 효율을 높여 군함의 연료로 쓰일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양의 액화탄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장치 개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미 해군 연구소 측은 이러한 장치 개발과 상용화까지 10~1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해군 연구소의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0년경에는 해수연료변환장치를 장착하고 바다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 군함이 바다를 누비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다. 쥘 베른이 공상과학소설을 통해 선보였던 기술이 160여 년 만에 현실화되는 셈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우주를 보다] 태어나는 별들의 ‘폭죽놀이’…은하 NGC 3125 포착

    [우주를 보다] 태어나는 별들의 ‘폭죽놀이’…은하 NGC 3125 포착

    우주의 별들이 폭죽놀이를 하듯 태어나는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대표적인 '스타버스트 은하'(Starburst galaxy·폭발적 별생성 은하)인 NGC 3125의 모습을 공개했다. NGC 3125는 지난 1835년 영국의 천문학자 존 허셜이 발견한 은하로 공기펌프자리(constellation of Antlia) 방향으로 50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운 마젤란 은하와 비슷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밝고 활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무려 1만 5000광년에 퍼져있는 NGC 3125는 격렬한 별 탄생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현장이다. 전체적으로 장미빛을 띈 은하 중심에 새로 태어난 파란 별들이 꽃가루처럼 뿌려져 있으며 그 중심에는 NGC 3125-A1이라는 이름의 울프-레이에(Wolf-Rayet) 성단이 모여있다.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울프의 이름을 딴 이 별은 우리 태양 질량의 20배 이상 되는 극대거성으로 자체 ‘연료’를 빠르게 소모하는 탓에 결국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찬란한 최후를 맞는다. 사진=SA/Hubble & NASA, Acknowledgement: Judy Schmidt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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