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지구촌 이슈] (7)지구촌의 그늘 극빈국 문제
90년대 국제경제의 화두는 세계화였다.세계 모든 국가들이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유시장 경제제도를 채택하면 인류가 다 잘 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새 천년이 시작된 지금 그 믿음은 ‘반쪽짜리 진실’이 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00달러에도 달하지 못하는 최빈국은 통계가 처음 시작된 1971년 25개국에서 지난해 49개국으로 오히려 늘었다.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에티오피아 부룬디 시에라리온은 연간 1인당 평균소득이 130달러도 안된다.
최빈국 거주자 6억3,000만명은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고 있다.최빈국 부채도 90년 1,212억달러에서 98년 1,504억달러로 상황이 악화됐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1인당 GDP,성인 문맹률,평균 수명,칼로리 섭취량,경제구조 취약성 등을 토대로 3년마다 최빈국 명단을 작성한다.최빈국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대부분이 모여 있고 동남아시아,카리브해,태평양 등에일부 분포돼 있다.
최빈국은 ‘종합병동’이다.GDP 규모를 넘는 외채,가난과 이에 따른 환경 파괴,의료시스템 미비로인한 에이즈 창궐,종족간 분쟁과 내전 등에 시달리고 있다.지난 수십년간 수단 소말리아 콩고 등에서는 내전으로 1,700만명 이상이 죽었다.3,600만명으로 추산되는 에이즈 환자와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의 70%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최빈국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는 접근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국제기구와 최빈국들은 주장하고 있다.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50년이 지나도 최빈국 중 몇몇 국가만이 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선 자금운용 방식의 변화다.외채에 허덕이는 최빈국에대한 원조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빚만 늘렸다.원조가 주어지기 전에 최빈국이 요구하는 전액은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외채 탕감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이다.최빈국은 그동안 외채 탕감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또 민간자금의 유치도 외채 탕감과 원조 등 큰 틀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첫 실험무대는 3월 멕시코에서 열릴 개발재원 마련을 위한 국제회의다.유엔은 아프리카 대륙 최빈국 지원에만2015년까지 현재 지원되는 금액의 두배 이상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차관보다는 무상지원 형식으로,장기간에 걸쳐 예측가능한 일정에 맞춰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입장이다.그러나 재원 마련 방안에서는 해결책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환경보존을 위한 최빈국 지원도 시급하다.환경 파괴는 기근과 난민을 양산,지역의 안정성을 해친다.오는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환경보존에 관한 정상회의에서도이 문제가 심도깊게 논의될 전망이다.
최빈국의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환경보존은 중요하다.유엔무역개발기구는 관광의 발달은 고용 창출 등 다른 분야에파급효과가 크고 국내외를 잇는 서비스산업이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외국자본 유치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등 긍정적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아시아의 몰디브가 대표적인예다.
이와 함께 국제기구는 최빈국 당사자들에게 이른 시일 내에 강력한 통치기구를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국제사회의 원조도 국가를 다스릴 수 있는 강력한 정부기관이 있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내전과 종족간 분쟁의 해결이 최빈국 탈출의 첫걸음이다.
전경하기자 lark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