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만
    2026-07-28
    검색기록 지우기
  • 빅리
    2026-07-28
    검색기록 지우기
  • 반출
    2026-07-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42
  • [영화리뷰] 본 시리즈 결정판 ‘본 얼티메이텀’

    ‘본 얼티메이텀’은 냉혈액션이다. 등장인물 모두가 단 한번도 웃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아 스타일스(니키 파슨스)의 살짝 미소만 제외하곤 말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 스피디한 화면전개로 관객의 시선을 꽁꽁 묶어버린다. 전세계 7개국에서 펼쳐지는 무대배경, 독특한 핸드헬드 카메라 기법과 빠른 편집으로 액션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는 평가다. 이 영화는 ‘본 시리즈’의 최종 결정판이다.2002년 ‘본 아이덴티티’,2004년 ‘본 슈프리머시’에 이은 세번째 작품.1편에서는 기억을 잃은 도망자로,2편에서는 연인을 위해 복수를 감행한 주인공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 마침내 3편 ‘본 얼티메이텀’에서 모든 기억과 진실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이 시리즈는 ‘007’이나 ‘미션임파서블’‘다이하드’처럼 스토리 전개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1∼3편에 걸친 액션구도로 계속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원작인 로버트 러들럼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작 ‘본 슈프리머시’를 연출한 폴 그린그래서 감독을 비롯, 주인공 맷 데이먼이 1,2편에 이어 다시 한번 열연을 펼친다. 또 ‘본 슈프리머시’의 주요 스태프가 영화 제작에 대부분 동참했다. 이 영화는 돈을 적게 들이고 높은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1,2편이 5억달러 이상 벌어들였고 3편 또한 개봉하자마자 역대 전미 8월 개봉 최고기록을 세웠다. ‘본 시리즈’의 매력은 액션, 스토리, 캐릭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맷 데이먼의 흡인력 있는 연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USA투데이는 최근 ‘맷 데이먼이 없는 제이슨 본은 상상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제이슨 본은 암살요원이었으나 사고로 기억 상실증에 걸린 인물. 국적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오로지 암살자의 본능만 살아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조차 추격하기 어려운 인간병기다. 그는 어두운 과거를 버리고 싶어하지만 결국 몸담고 있던 조직의 제거대상이 되고 만다. 기존의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느긋하고 치밀한 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맷 데이먼은 사실 ‘굿 윌 헌팅’ 이후 지적인 스타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그가 ‘본 아이덴티티’에 캐스팅되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리면서 평가가 확 달라졌다. 혼란에 빠진 제이슨 본의 심리를 잘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액션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2편을 거치면서 3편에서는 더욱 진전된 면모로 21세기형 액션스타임을 보여 줬다. 액션영화가 그렇듯 작품성보다 재미가 우선이라면 가족끼리 함께 가도 좋을 듯.13일 개봉. 감독 폴 그린그래스, 맷 데이먼, 줄리아 스타일스, 데이비드 스트라탄 등 출연.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설] 美, 뼈 섞인 쇠고기로 한국민 우롱하나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또 갈비뼈가 잇따라 발견됐다. 갈비뼈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은 아니라도 한·미가 합의한 위생조건상 수입이 금지된 것이다. 이번 갈비뼈는 정부가 SRM인 소등뼈 발견으로 검역중단 조치를 취한 지난달 1일에 앞서 7월23일 선적해 8월5일에 도착한 쇠고기에서 나왔다. 따라서 검역중단 이후 재발방지를 약속한 미국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엉터리로 포장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지난해 말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 살코기의 수입이 재개된 이후 벌써 20여 차례나 뼈가 나왔다. 이는 미국이 양국간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미국은 지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격상시켜준 것을 기화로 절차를 무시한 채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 압력을 행사해 왔다. 미국 정부의 이런 오만한 자세가 결국 마구잡이 가공과 선적으로 이어진 게 아니겠는가. 미국산 쇠고기에 국민의 건강이 더 이상 우롱당할 수는 없다. 정부는 검역을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 특히 지난달 미국의 재발방지 약속 이후에 선적한 쇠고기에 대해서는 뼈가 검출되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미국의 해당 가공작업장에 대해 수출승인 취소만으론 부족하다.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또 어기면 수입중단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해야 한다. 뼈 있는 쇠고기의 수입 허용은 양국간 새 위생조건이 합의된 이후의 문제다.
  • [대입 수시2학기 지원전략] 대학별 전형 유형

    [대입 수시2학기 지원전략] 대학별 전형 유형

    학생부와 수능, 논술·면접을 합산해 학생을 선발하던 시대는 확실히 갔다. 전형유형이 매우 다양해졌다. 수시 2학기 전형에서는 학생부나 특기 등 파격적으로 어느 한 가지 요소만 보고 뽑는 학교가 많다. 자신이 가진 강점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입학뿐 아니라 입학 뒤의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대학별로 눈여겨볼 만한 전형을 들여다봤다. ●수능에 자신있는 지원자를 위한 우선선발제도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의 일반 전형에서 ‘우선선발 제도’가 큰 특징이다. 수능 등급을 철저하게 제한해 학생부가 불리해도 수능 성적이 최저학력 기준에 들 경우 합격 가능성이 높은 전형이다. 고려대 우선선발에서는 수리와 외국어 영역이 1등급 이내에 들어야 한다. 연세대 인문 계열은 언어와 외국어가 1등급 이내에, 사회계열은 수리와 외국어 영역이 1등급 이내에 들어야 한다. 자연계열은 ‘수리가’와 과학탐구 중 하나는 1등급, 나머지는 2등급 이내에 들어야 한다. ●학생부만 보는 전형 학생부 위주로 전형하는 유형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시행한다. 서울대는 지역균형 선발전형으로 전체 전형 26%를, 성균관대는 학업우수자 전형에서 정원의 18%를 뽑는다. 그 외에도 건국대 KU핵심인재양성 전형과 경희대 교과우수자2 전형, 숙명여대 전공적성 우수자 전형은 100% 학생부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연세대의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 이화여대 학업능력 우수자 전형 역시 학생부를 90% 반영한다. 지방의 대학들도 모집규모가 큰 일반전형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만으로 모집 정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하는데,2단계 학생부와 면접에서 심층면접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적성검사가 변수 되는 전형도 가톨릭대, 광운대, 인하대, 아주대 등은 적성검사를 시행한다. 적성검사는 객관식 시험으로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가톨릭대는 40%, 광운대는 70%까지 반영한다. 아주대는 1단계에서 적성검사 성적만으로 모집 정원의 2.5배수를 선발한다. 한국항공대는 1단계에서 학생부 50%, 적성검사 50%로 모집정원 2.5배수를 선발한 다음 2단계에서 다시 적성검사를 20%씩 반영한다. ●신설 전형을 눈여겨보라 올해 새로 신설되는 전형을 살펴보면 의외로 자신에게 유리한 학교를 쉽게 찾을 수도 있다. 고려대 ‘Global KU’전형은 지원 자격이 국내외 고교 졸업자로 정규 고등학교에서 2년 이상 재학한 적이 있어야 하며 특히 SAT1 성적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서강대의 ‘알바트로스 국제화 전형’은 서류 전형과 심층면접만으로 단계별 전형을 실시한다. 그 밖에 특이 경력자들은 특기자 전형을 활용한다. 상명대는 게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취득한 학생과 체육특기자를 선발하는 특기자전형을 한다. 경원대는 취업자·공무원 전형으로 48명을 따로 뽑으므로 사회 경력을 가진 지원자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동덕여대 문학특기자는 문장력 테스트를 따로 보므로 즉흥적 문장 구사력이 좋은 지원자들이 도전해볼 만하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도움말:청솔학원·대성학원
  • [新 라이벌전](17) 현대중공업 vs 삼성중공업

    [新 라이벌전](17) 현대중공업 vs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세계 조선소 1·2위다. 현대중공업은 2위와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들어 삼성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비교되는 것 자체를 불쾌해한다. 삼성중공업은 “속으로도 그렇게 여유가 있는지 보자.”며 벼른다.2005년 대우조선해양을 잡고 세계 2위로 올라선 삼성은 상승세가 매섭다. ●현대 ‘초대형 컨船’, 삼성 ‘해양설비’ 각각 우위 객관적인 전력은 현대가 절대 우위다. 올 상반기에 현대는 5조 3000억원, 삼성은 3조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1조 6000억원 이상 차이 난다. 영업이익은 현대(5415억원)가 삼성(1926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수주잔량 기준으로 매기는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도 현대(1381만CGT,CGT는 표준 화물선 환산톤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0만CGT대를 기록하며 삼성(943만CGT)을 여유있게 앞섰다. 정년은 59세로 국내 조선소 가운데 가장 높다. 그만큼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에 전념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측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세계 4위)과 현대삼호중공업(세계 7위)까지 포함하면 조선분야에서의 현대 위치는 지존”이라며 “설사 단일 조선소만 놓고 보더라도 1,2위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고 잘라 말했다. 조선업계 최초로 올해 매출 10조원대를 돌파, 삼성의 추격 의지에 쐐기를 박는다는 목표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예상을 깨고 ‘반기(半期) 100억달러 수주’ 세계 최초 기록은 삼성이 거머쥐었다. 올 상반기에 101억달러를 기록했다. 현대는 89억달러에 그치며 역전을 처음 허용했다. 수주잔량에서도 삼성(350억달러)은 현대(266억달러)를 처음 앞질렀다. 척수로 따지면 현대가 더 많다. 이는 삼성이 값비싼 고부가가치선을 더 많이 수주했다는 얘기다. 배를 만드는 도크(dock) 수(5개)도 현대(9개)의 거의 절반이다. 그런데도 건조량 차이는 25%(103만GT)에 불과하다.“그만큼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삼성은 자랑한다. 실제, 로봇을 이용한 삼성의 생산 자동화율(65%)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삼성은 조선 인력의 평균 연령이 35세라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조선소 가운데 가장 젊다. 현대는 44세다. 삼성은 “2010년에는 세계 초일류 조선소로 도약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다… 땅… 신(新)공법 장군멍군 고부가가치선 중에서도 현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세계 물량의 40%를 거머쥐었다. 지난달 말에는 ‘꿈의 컨테이너선’이라 불리는 1만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개가 들어가는 크기)을 바다에 띄웠다. 삼성은 특수선에서 앞선다. 얼음을 깨며 원유를 실어나르는 극지용 쇄빙유조선과 선박 중에서 가장 비싸다는 드릴십(바다에 고정시킨 채 원유를 시추하는 설비)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선) 등 해양설비 쪽에 유난히 강하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가 열번째 도크를 오는 11월 짓는다는 점이다. 한 임원은 “신규 도크는 해양설비 위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상대적 열세였던 ‘삼성의 텃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세계 선두기업답게 두 회사는 공법에서도 한 수씩 주고받았다. 후발주자인 삼성은 육상 도크가 부족하자 2001년 ‘움직이는 도크’를 착안해냈다. 바다 위에 바지선을 띄워놓고 배를 만드는, 이른바 ‘플로팅(floating) 도크 공법’이다. 대우조선도 지난해 이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현대는 조선소(울산)가 있는 동해의 파도가 심해 플로팅 도크를 시도하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아예 배를 땅에서 만드는 역발상으로 맞불을 놨다. 배는 도크에서만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2004년 세계 최초로 육상공법을 선보인 것이다. 완성된 선박은 배 밑에 레일을 깔아 도크로 옮겼다. 이 공법 덕분에 현대는 평균 건조기간을 한달(85일→55일)이나 줄일 수 있었다. 요즘 두 회사는 크루즈선 등 미래 먹거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무분규·장수 CEO 공통점 선진 노사문화는 두 회사의 공통된 경쟁력이다. 현대는 13년째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은 그룹 문화에 따라 노조가 아예 없다. 골리앗 크레인 농성으로 유명했던 강성 현대 노조가 1995년부터 무분규로 돌아선 데는 정몽준 대주주 겸 국회의원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에는 정 의원이 경영에 참여했던 시절이었다. 그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단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사원(노조원)들의 복지에 파격적으로 돈을 쏟아부었다.“해봤어?” 하며 직원들을 다그치기만 했던 선대 회장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 임원의 얘기다.“지금도 정 의원은 노조를 만나면 예전과 똑같은 말을 한다.‘의견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물에 침은 뱉지 마라’라고.” 대주주나 그룹이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것도 두 회사의 공통점이다. 민계식(65) 부회장과 김징완(61) 사장은 2001년부터 나란히 현대와 삼성을 각각 이끌고 있다. 민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지런한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날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새벽 2시에 퇴근한다.20년째 변함없는 일과다.‘백발의 마라토너’로도 유명하다. 환갑을 훌쩍 넘긴 요즘에도 점심시간이면 직원들과 10㎞를 달리며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전문 지식이 워낙 해박해 웬만한 현장 기술자도 그 앞에서는 쩔쩔 맨다. 조선공학 석사(미국 UC버클리대), 해양공학 박사(MIT대)다. 김 사장은 그룹내 미운 오리새끼이던 삼성중공업을 효자로 키워낸 주역이다.‘미스터 품질’로 통한다. 입만 열면 “고객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품질을 만들라.”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삼성에 배를 주문한 고객(船主)이 다시 찾아온다는 지론이다. 고객이 품질 불만을 단 한 건이라도 제기하면 거액의 연체 수수료를 물더라도 완벽해지기 전까지 선박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2005년의 ‘품질 마지노 선언’도 그렇게 해서 나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이 달에 만난 사람] 그 남자 감독, 그 여자 편집

    [이 달에 만난 사람] 그 남자 감독, 그 여자 편집

    취재, 글 이미현 기자 ┃ 사진 한영희 한눈에 보아도 두 사람은 참 다르다. 조용조용한 말투에 순박해 보이는 박흥식 감독(46세)과 경상도 사투리에 말도 생김도 시원시원한 박곡지 편집기사(43세).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박곡지 씨를 ‘열 감기’, 박흥식 감독을 ‘해열제’라고 부른다. 내로라하는 감독과 제작자를 쥐락펴락하는 그녀도 남편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는 이야기.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이미 박곡지 씨는 성공한 편집기사였고, 박 감독은 아직 조감독으로 일하고 있었다.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박 감독이 프러포즈를 했는데 박곡지 씨가 그리던 장소가 아니었다. “그랬더니 장소만 옮겨 똑같은 프러포즈를 다시 하는 거 있죠.” 그녀는 그의 그런 순수함이 좋았단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 그로 인한 갈등이 없었을까? 박 감독이 <역전의 명수>로 감독 데뷔를 한 것이 결혼하고도 8년 뒤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신기하게 그런 것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어요. 사람들 사는 게 다르지 않겠지만, 우린 좋은 집, 좋은 차… 그런 고민들을 조금 덜하며 사는 것 같아요. 둘 다 이상이나 꿈에 대한 허용치가 크달까요.” 얼마 전 개봉을 마친 영화 <경의선>의 제작자는 바로 부인인 박곡지 씨다. “그간 모아둔 돈 많이 들어갔죠. 남들처럼 좋은 집 사는 데 보탤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영화 한 편 샀다고 기쁘게 생각하려고요.” 이런 두 사람도 크게 부부 싸움을 한 적이 있다. 바로 <역전의 명수>를 편집할 때다. 남편의 첫 장편영화인 만큼 애정과 욕심이 앞섰던 것. 그 시간들이 두 사람에게 좋은 약이 되었던지 <경의선> 때는 별 마찰 없이 편집을 마쳤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만큼은 두 사람 모두 양보가 없다. “상업영화, 예술영화 구분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구도로 하면 예술영화라고 외면당하게 돼.” “그건 편견이지. 상업적인 잣대로 만든 영화들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그 잣대를 가진 사람들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그걸 무시할 수는 없어.” “그 잣대를 바꾸어야 해. 코미디도 깊이를 지닐 수 있다고.” 어째서일까? 옥신각신 논쟁 중인 두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박흥식 감독의 영화에는 가족이 있다. IMF 사태로 가족이 깨지는 것이 가슴 아파 실직자의 하루를 다룬 단편 <하루>를 만들었고, <역전의 명수>는 쌍둥이 현수, 명수의 가족이 배경이다. 영화 <경의선>에선 가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인공인 만수와 한나는 한 가정의 아들, 딸로 등장한다. 실제로 박 감독은 6남매의 맏아들이고, 박곡지 씨는 9남매 중 다섯 째다. 박 감독에게 가족은 당연히 늘 함께인 ‘사람’이자 내가 머무는 ‘자리’이다. 아내 박곡지 씨는 가족을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이 아닌 한, 나와 같은 편이 되어주는 사람.” 몇 년 전 <역전의 명수>를 준비하면서 영화 제목 관련 표절 사건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남편이 박곡지 씨에게 당신이 삭발을 해야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두말없이 “그럴게”라고 했다. 당시 그녀는 임신 9개월, 만삭의 몸이었다. <경의선>이 개봉하자 박 감독은 관객이 한 명만 있어도 무대 인사를 가겠다고 했고, 박곡지 씨는 남편이 받을 상처가 염려되어 그를 말렸다. 하지만 박 감독은 무대 인사를 강행했고, 뒤에서 아내는 혼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런 아내의 마음을 그는 알 것이다. 박곡지 씨도 인터뷰를 빌어서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남편의 마음을 알 것이다. 가족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일에 있어서는 철저한 박곡지 씨이지만, 천하의 그녀도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정리’다. 하지만 박 감독은 정리의 달인. 냉장고 속까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일을 못 하는 사람이라는 아내의 고자질에 지지 않고 한마디 하는 남편. “어떻게 당신은 자기 옷장 정리도 안 해.” “해도 당신이 다시 할 거잖아.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지.” “그래도 당신은 좀 심해.” “당신도 심해.” “맞아, 우린 둘 다 심해.” 웃어버리고 마는 두 사람. 사랑 찍고 행복 편집하는 찰떡궁합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그 남자 감독, 그 여자 편집’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시작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로 해서 중반부터는 홈 드라마가 될 테고, 부부 싸움 씬에서는 약간의 액션 장면도 들어가겠지? 아직 그 영화는 촬영 중이다. 박흥식 감독은 1999년 실직자의 하루를 다룬 단편 <하루>로 토리노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영화 <역전의 명수> <경의선>을 감독했다. 올 연말 크랭크인을 목표로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사랑을 다룬 세 번째 영화 <연>을 준비 중이다. 그는 무엇이든 다 늦었다. 대학 입학도, 결혼도, 영화감독 데뷔도…. 늦게 시작한 만큼 오래오래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반대로 그의 아내 박곡지 씨에게는 최연소 편집기사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1987년 편집기사로 일하기 시작해 5년 뒤 정식 편집기사가 되었고, 이후 탁월한 편집 감각을 인정받아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접속>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미녀는 괴로워>에 이르기까지 100여 편의 영화를 편집했으며, 1997년 <은행나무 침대>로 페낭국제영화제 편집상을 수상했다. 둘 사이엔 일곱 살 딸 혜민이와 다섯 살 아들 보민이가 있다.
  • [길섶에서] 토요일 장/최종찬 국제부 차장

    내가 사는 소만마을엔 토요일마다 장이 선다. 인도를 따라 ㄷ자로 펼쳐지는 이 장은 아파트단지에 인간적인 때깔의 옷을 입힌다. 청양고추 한바구니에 1000원, 토마토 한바구니에 2000원. 바구니마다 먹음직스러운 과일이나 채소를 가득 담고 새 주인을 기다린다.1000원,2000원만 있어도 한 끼 식사나 간식에 요긴하게 쓸 것들이 널려있다. 물론 비싼 것도 있지만 소수에 그친다. 대부분 손자를 데리고 나온 할머니의 넉넉지 않은 지갑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해서 이 장엔 늘 싼 것을 찾아 이동하는 아낙네들로 붐빈다. 이곳엔 주인과 고객 사이에 밀고 당기는 살가운 흥정도 있다. 기분이 좋으면 물건 하나 더 얹어 주는 넉넉함도 있다. 사지 않아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가대로 사고파는 곳과는 다른 풍경이다. 아파트 단지는 토요일마다 활력에 넘친다. 그래서 나도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다음 번엔 장의 구경꾼으로 머물지 않고 지갑을 털어 당당하게 참여하리라. 최종찬 국제부 차장 siinjc@seoul.co.kr
  • 젊은 여성들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

    젊은 여성들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

    지난해 5월,미국 MSNBC 방송에서 흥미로운 인터넷 기사를 발표했다.‘적은 돈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 25가지’라는 이 기사는 총 8,000건 이상의 연구를 거쳐 검증된 결과라고 한다.그 중 열 번째 항목이 바로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21세 이상의 여성은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아라’라는 것이다.적은 돈으로 건강하게 사는 비법과 자궁경부암 검사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자. 자궁경부암,조기 진단이 해답 “자궁경부암은 예방이 가능한 암입니다.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노력해야 예방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아직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궁경부암의 심각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일 년에 4천 여명의 새로운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비 여성클리닉의 정환욱 원장은 ‘이제 자궁경부암은 더 이상 중년의 여성들만 신경 써야 할 암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2005년 발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3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27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도 많은 연구와 함께 조기 진단법이 밝혀져 있기 때문에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기만 하면 조기 진단 및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산부인과에 대한 기피,자궁경부암 조기 검진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궁경부암 발생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궁경부는 질의 제일 안쪽에 있는 자궁의 입구를 말한다.성관계를 할 때 남성 성기의 끝이 닿을 수 있는 부위이며,임신 말기까지 닫혀있다가 출산할 때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따라서 자궁경부에는 성관계 이후 여러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할 기회가 많고,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고위험군 HPV 바이러스 또한 피부 접촉을 통하여 감염될 수 있다. 고위험군 HPV에 감염된 상태가 지속되면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의해 자궁경부 피부 세포에 암화 과정이 시작된다.따라서 암을 억제하는 자연적인 치유 과정이 약해져 자궁경부암이 서서히 발생하여 종양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말로 ‘인유두종 바이러스’라고 하는 HPV는 지금까지 약 100여종이 발견되었다.흔히 자궁경부와 외음부 또는 항문 주위에 사마귀,콘딜로마라고 하는 유두 모양의 피부 질환이 발견되는데 그 원인이 바로 HPV 바이러스다. 정환욱 원장은 젊은 여성에게서 HPV가 검출되었다 해도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HPV가 있다고 해서 특별한 증상이 있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성 경험이 있는 여성 중 50~80%가 특별한 증상 없이 일생 중 한 번은 HPV에 감염될 수 있으며,대부분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일부 여성에게 고위험군 HPV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경우에만 자궁경부암이 발생하며,만일 발생하더라도 세포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면 암 전단계에서 발견하여 예방할 수 있다.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권고안을 알아두어야 합니다.성관계를 시작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최소 1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세포 검사,그리고 필요한 경우 HPV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 검사 중 이상이 발견되면 전문 클리닉을 방문해 질확대경하에 조직 검사를 받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년에 약 3000명 이상이 세포 검사와 조직 검사를 통해 암이 되기 전인 상피내암 단계에서 진단받고 있다.이런 경우 암 발생이 가능한 병소만 제거하는 원추절제술을 받아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고,원추절제술을 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유전되지 않지만,생활 상태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머니와 딸 모두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사춘기가 되면 정기 검진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며,예방 백신을 맞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비 여성클리닉의 정환욱 원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자궁경부암이 ‘예방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최초의 암’이 될 것이라고 한다.현재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사용하고 있으며,우리나라에서도 곧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도움말: 유비 여성클리닉 정환욱 원장
  • [주말탐방] e세상에도 행복 배달중

    [주말탐방] e세상에도 행복 배달중

    “자동차는 안 될텐데요.”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서울 노원우체국 박동일(35) 집배원은 자동차로 동행하겠다는 말에 워낙 골목골목으로 다녀 자동차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급하게 다른 집배원이 출퇴근용으로 쓰는 50㏄ 오토바이를 수배했다. 박 집배원과 하루 동안 우편배달 현장을 동행할 준비는 그렇게 끝났다.‘부모님전 상서’로 대표되는 편지보단 이모티콘으로 대표되는 이메일이 더 익숙해진 시대가 됐다. 이메일 시대에 집배원의 하루를 동행하면서 변화한 우체국의 모습을 살펴봤다. 1. 준비(오전 7시·노원우체국) 23일 박 집배원은 출근하자마자 우체국 3층 집배실에서 우편물 분류에 열중했다. 같은 주소의 우편물만 함께 넣는다고 끝이 아니다. 같은 주소라도 우편배달함의 위치에 따라 가장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순서로 정리한다. 노원우체국엔 ‘집배순로 자동구분기’가 있어 박 집배원의 출근시간에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집배순로 자동구분기는 한글 주소를 자동으로 인식해 우편물을 집배원이 배달하는 경로로 구분해준다. 종전의 자동분류기는 같은 우편번호의 우편물을 구분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일반 편지, 카드, 책자 등 우편물의 크기가 워낙 다양해 결국엔 사람의 손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박 집배원이 우편물 분류와 등기우편, 택배물건까지 모두 챙기고 출동준비를 마친 시간은 오전 9시. 이날 배달할 분량은 우편물이 1820통, 등기우편이 86건. 택배가 17건이다. 2. 배달1(오전 9시30분·상계주공 15단지 아파트) 첫 배달지인 상계주공 15단지 아파트에 도착했다. 편지들을 우편함에 넣은 뒤 택배와 등기우편 때문에 15층으로 올라갔다. 사람이 없어 전달 실패. 두번째인 10층에도 마찬가지다. 박 집배원은 “요즘은 맞벌이가 많아서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휴대전화번호와 등기우편이 왔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철수했다. 그는 “전에 종이로 된 등기대장을 들고 다닐땐 비가 오면 다 젖어 고생했다.”며 웃었다. 요즘은 집배원마다 개인용휴대단말기(PDA)에서 등기에 찍힌 바코드를 확인하고 전자서명을 받는다. 3. 배달2(오전 10시10분·상계1동 북부현대·상계대림아파트) “어, 박동일씨 안녕하세요.”,“네 어머니 안녕하세요.” 북부현대아파트에서 우편함에 편지를 넣던 박 집배원에게 아주머니 한 분이 이름도 정확하게 말하며 인사를 건넸다. 박 집배원은 “등기를 배달하는데 아들 이름이 내 이름하고 똑같아서 그뒤로 반갑게 어머니라고 하면서 인사하고 있다.”면서 “친절한 인사 한마디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박 집배원의 어머니는 괜찮다는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집에까지 올라갔다가 음료수를 들고 내려왔다. 그는 “집배업무도 서비스업”이라고 강조했다. 박 집배원은 앞서 한 회사에선 여직원이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해내 “이젠 일 좀 익숙해졌냐.”고 묻기도 했다. 언제나 ‘맑음’만 있는 건 아니다.“초인종을 왜 여러번 누르냐.”는 불평을 듣기도 했다. 계속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이 없어 “누구 없느냐.”고 하자,“아무도 없다.”고 상식 이하의 답변을 한뒤 “지금은 목욕 중”이라며 등기우편을 경비실에 맡기고 가라는 사람도 있었다. 4. 배달3(오후 1시20분·상계1동 1090-2번지) “편지왔어요? 뭐예요. 에이 또 돈 내라는 거구만.” 구청에서 날아온 등기우편을 받은 50대 아주머니의 반응이 별로다. 그래도 박 집배원에게 더운 날 고생한다며 음료수와 피로회복제를 건네주었다. 그는 “요즘은 편지를 배달해도 반가워하지 않는다.”면서 “맨 광고 아니면 신용카드다, 휴대전화다 해서 돈 내라는 요금고지서를 전달해 주니 반응이 좋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배달한 1820통의 우편물 중 손으로 주소가 쓰인 편지는 2통에 불과했다. 그는 “집배원들 사이에서는 군대나 교도소를 제외한 다른 곳에선 편지를 안 쓴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집배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노원우체국에서만 17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처음 집배원을 시작할 때만 해도 편지도 많았고 연말연시엔 크리스마스카드, 연하장을 처리하느라 집에 못들어 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5. 완료(오후 3시40분·상계1동 우림루미아트아파트) 오후 4시가 가까이 돼서야 모든 배달이 끝났다. 모든 우편물을 한번에 오토바이로 옮길 수 없어 상계1동 우체국에 차편으로 보냈던 것도 모두 배달했다. 이날 오토바이로 이동한 거리만 20㎞였다. 오토바이로 이동한 거리만 이럴 뿐 아파트를 오르내린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알지도 못한다. 그나마 이날은 택배신청이 없어서 시간이 적게 걸린 편이다. 우체국 택배도 신청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집배원이 물건을 받아 간다. 하지만 배달만 끝났을 뿐 업무가 끝난 건 아니다. 다시 노원우체국으로 돌아간 박 집배원은 반송할 우편물에 반송도장을 찍었다. 이튿날 배달할 등기우편물도 미리 분류하던 박 집배원은 “예전과 달리 집배원이 더 이상 정이 묻은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가 아니라는 생각엔 서글프다.”면서 “하지만 비록 몇 통 되진 않을지라도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여자 집배원도 있어요- 박근옥씨 “같은 엄마의 입장이라 그런지 군대간 아들이 보낸 편지나 옷가지를 배달할 땐 저도 마음이 찡해지죠.” 박근옥(48) 집배원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이렇게 말했다. 노원우체국엔 112명의 집배원이 있다. 이중 여성 집배원은 4명.5월 말 현재 전국의 1만 5330명의 집배원 중 여성 집배원은 4.7%인 752명이다. 박 집배원은 “집배원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면서 “특히 비나 눈이라도 오면 오토바이가 나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가 넘어지면 처음엔 울기도 했다는 그는 이젠 11년차의 베테랑 집배원이다. 박 집배원은 “10년 넘으면 오토바이가 넘어져도 그냥 바로 다시 세워요.”라며 웃었다. 박 집배원은 ‘여름’은 여성 집배원에겐 당황스러운 계절이라고 말했다. 더위로 집에서 속옷 등 편하게 입고 있다가 그대로 편지를 받으러 나오는 사람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집배원 하고 얼마되지 않을 때 속옷만 입고 편지를 받으러 나온 사람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서명을 받는 등기우편물 대장마저 던져버리고 도망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도망은 쳤지만 우편물은 배달해야 하는 법. 그는 결국 아파트 경비원과 함께 배달을 끝냈다. 남자 집배원도 여성 동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 집배원은 “여자라고 전혀 우대하는 것이 없다. 남자도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박 집배원은 “요즘엔 경매, 법원 편지 등 좋지 않은 소식만 전해서 그런지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듣기 힘들어졌다.”면서 “그래도 군대나 외국간 가족이 보낸 편지를 받을 때 기뻐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다다익선’ 우체국 서비스 알면 유용한 우체국 서비스들이 많다. 먼저 이사를 한 뒤에도 종전 주소로 오던 우편물도 받아볼 수 있다.‘주소이전 서비스’를 이용하면 3개월간 종전 주소지로 배달되는 우편물을 자동으로 새 주소지로 보내준다. 이사하기 전 주소지의 우체국이나 집배원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신청하면 된다. 우체국 홈페이지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집을 자주 비워 등기우편물을 받기 힘들다면 아예 대리수령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등기우편물 대리서비스는 우편물을 받을 수 없을 경우 이웃 등을 대리인으로 신청하면 우체국에서 대리수령인에게 배달한다. 이웃은 물론 인근 슈퍼, 약국 등을 대리수령인으로 정할 수도 있다. 또 등기우편물을 받지 못했을 땐 5일 이내에 원하는 날에 다시 배달해 준다. 등기우편물 창구교부제를 이용하면 못받은 등기우편물을 가까운 우체국이나 우편취급소에서 등기우편을 받아볼 수 있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각종 민원서류를 우편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민원우편서비스는 졸업증명서, 호적등·초본, 병적증명서, 경력증명서, 건축물 대장 등 600여종의 민원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준다. 우체국이나 인터넷우체국으로 신청하면 일주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 동창회 등 각종 모임 안내문 등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야 한다면 전자우편서비스가 유용하다. 일일이 내용을 복사하고 봉투에 넣을 필요 없이 편지내용과 보낼 주소만 우체국에 접수시키면 된다. 우체국에서 우편물 인쇄는 물론 동봉, 발송까지 해결해주는 ‘원스톱’서비스다. 편지봉투, 엽서 등 종류도 다양하고 원하는 로고나 광고문안도 넣을 수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국내유명화가 90명 작품 기준가 인증”

    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 등 유명화랑 7곳이 모여 설립한 한국미술투자가 펀드에 이어 아트페어도 마련한다. 18∼22일 서울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열리는 ‘아트스타 100 축전’을 통해 국내 중견 및 원로작가 90명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 참여하는 작가 중 45명은 공모에 응모한 600여명 가운데 선발했으며, 나머지 45명은 초청 형식이다. 작가 선정 심사에는 한국미술협회도 참여했다. 이번 아트페어의 특징은 ‘가격인증제’를 도입해 미술품 수집가들에게 믿을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한다는 점. 먼저 작가로부터 가격표를 받은 뒤 가격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해 가격표를 붙이게 된다. 검토를 거친 가격은 한국미술투자가 조성한 100억원 규모의 스타아트펀드에서 작품을 구매할 때 기준 가격으로도 사용된다. 참여작가는 오승우, 구자승, 장두건, 정상화, 김춘옥 등이다. 연령대는 80년대생부터 1913년생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호당 8만원부터 700만원까지다. 한편 ‘아트스타 100 축전’에 작가로도 참여한 노재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최근 서예, 문인화 부문 심사를 마친 대한민국미술대전에 대해 “폐지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속되는 비리 때문에 정부 지원까지 중단됐지만 노 이사장은 “서예와 문인화는 지방 작가를 중심으로 오히려 작품 응모수가 늘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서예의 경우 계파간의 갈등이 심하고, 공예 디자인 조각 판화 쪽은 응모작품이 현저하게 적어 문제라고 밝혔다. 노 이사장은 “미술협회는 장소만 섭외하고, 주최와 심사는 해마다 바뀌는 외부조직위원회가 하는 방식으로 미술대전을 개선하는 방안을 공청회를 통해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자린고비 경영’ 아이디어 톡톡

    요즘 재계의 화두는 ‘마른 수건 다시 짜기’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불씨를 던지고 삼성이 기름을 부으면서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으레 구호성에 그치거나 상투적 절약 운동을 되풀이하던 종전과 달리, 임직원들이 체험을 통해 직접 짜낸 생활속의 ‘자린고비’ 아이디어가 다채롭다. 웃지 못할 사연도 속출한다. ●티끌 모아 태산…재벌도 예외없다 9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 임원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들은 얼마 전부터 반드시 특정 주유소에서만 기름을 넣는다. 서울 원효대교를 건너자마자 나타나는 모 주유소다.200여명의 운전기사들이 이곳에서만 기름을 넣는 대신 ℓ당 100원이라는 파격 할인조건을 끌어냈다. 운전기사들이 직접 이 주유소를 찾아가 담판한 결과다. 차량에 하이패스를 전부 붙여 고속도로 요금소 대기시간도 대폭 줄였다. 이렇게 해서 아낀 돈이 연간 4500만원. ‘감동한’ 남용 부회장은 이날 차량기사 대기실을 직접 찾아 격려금 500만원을 내놓았다.LG전자는 절약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낭비제거 골든벨 대회’까지 열었다.LG필립스LCD는 제품 포장박스의 컬러 로고를 흑백으로 바꿨다. SK네트웍스는 국제전화 요금을 연간 3억∼4억원 절약해 그룹의 칭찬을 받았다. 이 회사는 출발이 종합상사였던 탓에 해외지사가 많아 국제전화 요금이 유독 많이 나왔다. 이 전화를 최근 인터넷전화로 전부 바꾼 것. 이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구간별 전화 싸게 거는 노하우’까지 사내 정보망(인트라넷)에 상세히 올렸다. 예컨대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중국으로 가장 싸게 거는 방법을 발굴해낸 것이다. 그 결과 전체 통신요금의 30%(한달 2000만원)를 줄였다고 한다. 올초 비용절감 추진 사무국(TCI)까지 신설한 현대·기아차그룹은 큰 틀의 연구개발(R&D)·생산비용 절감 외에 생활속 아이디어도 4만여건이나 찾아냈다. 현재 시행 중인 1인 1컵 갖기 운동(종이컵 구매비용 절약), 식사 뒤 이 닦을 때 컵으로 물 받아쓰기 운동(수도요금 절약) 등은 여기서 나왔다. 회사에서 강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부분도 있다.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국내 출장 때 비행기를 탈 수 없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KTX(초고속열차)도 탈 수 없다. 해외출장 때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가장 값싼 항공사를 찾아내야 한다. ●삼성 임원들, 주유소만 보면 기름 넣는 까닭 삼성그룹 임원들은 이달 들어 차에 기름 넣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공개 입찰을 통해 계열사별로 GS칼텍스나 에쓰오일로 전용 주유소를 바꾼 뒤부터 생겨난 현상이다. 문제는 기존 거래처(SK)보다 이 주유소들의 숫자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제일기획 소속의 한 임원은 “바쁠 때는 주유소 찾는 것도 큰 부담이어서 전용 주유소만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기름을 넣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가스 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LPG차량 운전자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콩심은데 팥나왔나…이지환(李智煥)씨 정은숙(鄭銀淑)양 약혼

    콩심은데 팥나왔나…이지환(李智煥)씨 정은숙(鄭銀淑)양 약혼

    가수 이미자양과 그녀의 내연의 남편이던 이지환씨가 동거 3년만에 파경을 초래했던 지난 3월. 『그들의 별거소동 이유에 내가 왜 관련돼요』라고 이지환씨와의 어떤 관계설을 극구부인하던 가수 정인숙양은 역시 정양과의 결백을 주장하던 이지환씨와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이제와서는 결합하기로 선언-. 7일 세종「호텔」에서 약혼식을 갖고 결혼식은 내년 3월에 올릴 작정, 정식부부 되기를 맹세했으면서 아직도 여전히 『그때는 정말 결백했소』라고 주장하는 말많고 탈(?)도 많았던 이들 「커플」의 얘기를 들추어 보면-. 이미자양 별거 선언할때 정양과의 관계설 내세워 과거가 많은 상처투성이, 거기에 36세란 「올드·보이」에 무려 14년이나 아래인 22세의 귀여운 미혼여가수 정은숙양을 세번째 아내로 맞게된 이지환씨에게는 그야말로 호박이 덩굴째로 굴러떨어진 셈. 이에 비하면 인기가 날로 상승하는 가수 정은숙양은 꽤 밑지고 들어가는 셈인데-. 먼저 결합하게 된 소감부터 묻자 정양은 생글생글 미소만. 이지환씨는 엉뚱(?)하게 정양과 맞춰본 「띠」의 해석부터 늘어놓는다. 이씨는 돼지띠고 정양은 소띠. 『소가 돼지를 받으면 꼼짝 못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뭐, 여자를 위해 산다는 얘기겠죠』 이씨옆에 바싹 붙어 앉은 정양은 「띠」의 해석이 무척 달콤했던지 이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상「깔깔」… 고개를 이씨의 가슴에 살짝 디민다. 그러자 이씨는 약간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이녀석이 이렇게 어리광이 많아서 탈이에요』라며 싱글벙글. 둘의 결합선언은 사실상 작년 3월 이미자양이 이지환씨와의 별거이유로 내세운 「정은숙양과의 관계설」을 긍정하고 든 결과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들은 펄쩍 뛴다.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얘기지만 정말 깨끗했다는 주장. 그런데 끝내 결혼까지 발전케된 것은 어떤면이 작용해서일까. 얘기는 작년3월 이미자·이지환 별거소동 당시로 소급된다. 이미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미자양이 내연의 남편 이지환씨와 3년간의 정든 동거생활을 청산, 「피리어드」를 찍게된 주요 동기는 이씨가 본처를 가까이 할뿐만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돕고있다는 얘기를 들은데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됐던 것은 정은숙양과의 관계설. 이씨는 그런일 없었다고 “그후의 동정이 발전한것” 그러나 당시 이지환씨가 이런 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이미자양을 어떻게해서든지 되돌아서게 하기위해 본처, 그리고 정양과의 관계설을 해명하며 끈덕진 설득공세를 폈었다. 『이거봐, 우리가 어떻게해서 만난사인데 사실 아닌 낭설때문에 헤어질 수 있어. 3년동안 살아온 나를 믿지 않고 소문을 믿는단 말인가』 갖은 설득을 펴 보았지만 한번 토라지면 냉담하기 이를데없는 이미자양이 되돌아설리 만무였다. 그래도 이씨는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양이 그의 자가용으로 이미 세상에 파다하게 공개됐던 KBS-TV의 「쇼」PD 김창수(金昌洙)씨와 함께 「워커힐」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후부터 미련을 안갖기로 했었다고. 이씨는 이때까지만해도 정양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했다. 끈덕진 설득에도 아랑곳없이 이양이 끝내 돌아와 주지 않았기때문에 사실상 이때부터 정양과 가까와지기 시작했다. 별거 소용돌이속에 책임(?)같은 것을 서로 느끼게 되었고 또 동정같은 것이 싹터 다시 사랑으로 변하여 결국은 결혼까지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 이양이 돌아와 주었던들 정양과의 결혼은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고. 어떻게보면 이들의 결합은 이미자양 때문에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후 이미자양은 「마스크」의 선이 굵은 쾌남아 김창수씨와 연애(?)를 계속하면서도 현재까지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있는 가운데 내연의 전 남편 이지환씨는 문제의 여가수 정은숙양과 드디어 약혼하기에 이른 것. 이·정「커플」은 금년초부터 이미 동거의 달콤한 꿈을 꾸고있다는 소문이 연예가에 파다하게 퍼졌으나 이씨는 이를 부인. 이양과 헤어진후 돈암동 성신여고앞에서 홀로 하숙생활을 해왔다는 그는 외로운 처지가 된 사이끼리 서로 위로 겸해서 가끔 만난 것뿐이라고 했다. 집안의 반대 부릅쓴 정양 “후회없이 살고만 싶어요” 정양의 집에선 이씨와의 결합을 무척 반대해 왔었다. 『정양의 집에서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정양만해도 아무런 과거가 없는 말끔한 여성이지만 나는 결혼 3일만에 본처와 이혼한 전력에다 또 떠들썩했던 가수의 남편이란 점등 한마디로 상처투성이의 남성 아닙니까. 그런데 호락 호락 찬성할 턱이야 없겠죠』 하지만 끝내 정양의 집에서 결혼을 승낙한 것은 『이제 별도리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양은 남동생 셋에 위로 언니 하나뿐인 귀엽고 티없이 자란 딸. 아버지는 계시지만 어머니가 안계셔 언니가 어머니 대리역을 해주고있는데 정양이 가수생활을 해나가는데 물심양면으로 돕는 지극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하나뿐인 여동생이 너무 기대에 어긋난데 대해 마음은 아프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고 자기팔자소관이 아니냐』고 정양언니는 결혼승낙은 했지만 몹시 서운한 표정. 정은숙양은 묘하게도 이미자양의 최대의 「히트·송」이었던 『동백아가씨』와 제목이 흡사한 『동백아줌마』로 가요계에 선을 보인후 『석류의 계절』등 계속된 「히트·송」으로 그런대로 줏가를 올렸었으나 이지환씨와 복잡미묘한 관계에 빠지고부터 지금까지 계속 「슬럼프」상태. 이지환씨의 「다이어먼드·쇼」단을 따라 극장의 무대공연이 고작이었다. 얼마전 지구「레코드」사 전속에서 「오아시스·레코드」사로 옮겨 신곡을 준비중인데 이번에 「히트·송」이 나오지 않는다면 가수생활을 집어치우게 할 생각이라는 것이 이씨의 말. 그러나 정양은 설령 「히트·송」이 나오지 않아도 가수생활은 계속할 것이라고 이씨와 상반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자양의 내연의 남편구실을 하는 동안 『이미자의 남편 이지환이란 열등의식때문에 때때로 심적인 고민도 많았다』는 이지환씨와는 달리 정양은 가수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떳떳하게 『이지환의 아내 정은숙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일신해 보겠다』고 제법 큰소리. 『원망도 후회도 할 것 없고 과거일랑 싹 잊어버리고 그저 원만히 살고싶다』는 것이 이씨의 시련의 댓가라고나 할까? <걸(杰)>[선데이서울 70년 11월 8일호 제3권 45호 통권 제 110호]
  • 노대통령·이건희 위원도 프레젠터로

    |과테말라시티 임병선특파원| 강원 평창의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여부가 사흘 뒤 결정되는 가운데 평창이 그동안 갈고닦아온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의 윤곽이 드러났다. 평창유치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4시간에 걸쳐 최종 PT가 열릴 웨스틴카미노레알 호텔의 그란살론 레알홀에서 일반 리허설을 진행했다. 최종 PT는 4일 낮 12시15분(한국시간 5일 새벽 3시15분)부터 1시간 동안 펼쳐진다.●이영희 할머니 얘기로 표심잡기 단상 앞줄 맨 왼쪽부터 쇼트트랙 스타 전이경,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김진선 강원지사, 노무현 대통령, 한승수 유치위원장, 이건희·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장애인 스키선수 한상민이 앉는다. 뒷줄엔 왼쪽부터 평창의 겨울스포츠 후진국 청소년 양성을 위한 ‘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한 브리아, 자문교수 전용관(연세대 사회학과)씨, 프리랜서 방송인 안정현씨, 권혁승 평창군수 순으로 앉게 된다. 권양숙 여사를 비롯,48명의 지원단이 PT를 지켜본다. 프레젠터로는 이미 알려진 전이경·안정현씨 외에 노 대통령이 분단극복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7번째 프레젠터로 나서고 삼성그룹의 정보기술(IT)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보장하는 이건희 위원의 연설로 대미가 장식된다. 정상의 PT 주도는 98명 안팎의 위원들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데다 표심이 적잖게 흔들리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몸짓으로 해석된다. 평창유치위는 PT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명분과 비전, 올림픽정신을 강조하며 ‘뭔가 다른 평창(Something different)’을 호소할 예정이다.4년 전 프라하총회 때 1차투표 1위를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영희 할머니(총회 얼마 뒤 작고)의 그 뒷얘기로 분단 극복의 메시지와 ‘왜 평창인가’를 결합한다. 당시 PT에서 한국전쟁 때 잃어버린 아들을 이산가족 상봉으로 반세기 만에 만났지만, 사흘 뒤 북으로 보냈던 이 할머니의 비극은 위원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다시한번 이들의 심금을 울려 표심으로 연결한다는 것.●“특정 장소만 위원 접촉 허용” 이날 리허설은 3차례나 PT를 실시한 뒤 30여분간 입·퇴장 때의 보폭과 걸음걸이까지 점검할 정도로 세밀했다. 1일 입성한 노 대통령과 이건희 위원, 미리 도착한 박용성 위원이 역할 분담해 이날까지 도착한 60여명의 IOC위원을 맨투맨 설득한다.IOC는 총회장 근처의 레알인터콘티넨털 호텔 객실 10개 이상을 임대, 이곳에서만 위원들을 접촉하도록 허용했다. 알프레트 구센바우어 오스트리아 총리도 “평창과 소치만큼 돈은 없지만 잘츠부르크는 훌륭한 대회를 치를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스포츠 도박업체 윌리엄힐이 투표 직전까지 진행하는 온라인 베팅에서는 2일 오전 11시(한국시간)까지 평창이 1.5대1로 소치(4대1)를 많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bsnim@seoul.co.kr
  • 너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너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글 정희재 모든 것은 완벽한 시간에 완벽한 방식으로 온다. 그 만남이 내 생애 몇 번째 면접이었을까? 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 가지는 자리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직장 생활을 하다 또래들보다 2년 늦게 대학에 들어가, 1년의 휴학을 거쳐 졸업했으니 그해 봄 나는 나이가 어정쩡한 중고 사회 초년생이었다. 때때로 가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쳤으나, 해질녘이면 막 진흙 반죽에 손을 담근 도예가처럼 난감하고 외로웠다. 내 손에 와 닿는 진흙의 감촉이 너무나 부드러워서 오히려 내가 빚어야 할 삶을 망쳐버릴 것 같아 불안했다. 그해 봄 어느 날, <샘이 깊은 물>이란 잡지에 인터뷰 기사를 써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졸업하고 처음 들어온 일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할 유명인사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단체의 수장이었다. 사진을 찍기로 한 최광호 선생님과 그날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약속 장소로 향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설 때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에 찐득한 땀이 배어나던 기억이 난다. 단체의 수장이었던 분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이른바 ‘얼음깨기’라고 부르는 대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나는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내고 수첩을 무릎 위에 펼쳐 놓은 채 질문할 기회를 엿보았다. 그 분은 자신이 수학한 학교와 그 동안 사회에서 이룬 성취, 그리고 그 단체가 이룬 성과들을 들려주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단체를 성공적으로 이끌 만한 화려한 경력을 지닌 분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인터뷰 내용의 일부인지,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말들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해 수첩을 바투 끌어당기며 막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그 분의 질문이 나를 향했다. “그런데 ○○씨는 어떤 글들을 썼죠?”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의 천진함을 담아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럼 이게 ○○씨의 첫 인터뷰인가요?”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실내에 정적이 흘렀다. 그 분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책장에서 지금까지 자신의 기사가 실렸던 잡지를 몇 권 꺼내 해당 페이지를 펼쳐 보였다. 모두 이 나라를 대표할 만한 매체들이었다. 잡지를 뒤적이는 그 분의 손길이 친절함을 담고 있지 않다는 건 아무리 눈치 없는 나라고 해도 알 수 있었다. 그 분은 잡지를 탁, 소리나게 덮더니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인터뷰는 할 수 없어요.” 나보다 더 당황한 사람은 최광호 선생님이었다. “경험은 없지만 잘하는 친구입니다. 한 번 기회를 줘보시죠.”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이기에 나는 마음이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분의 마음은 끝내 돌아서지 않았고, 이렇게 해서 나의 첫 사회 진입은 문턱을 넘기도 전에 좌절됐다. “선생님,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나이보다 앳된 얼굴에 경험도 미미한 나야 그렇다 쳐도 최광호 선생님은 그런 홀대를 받을 분이 아니었다.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돌아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진 사진가로 자리잡은 분이었으니까. 선생님은 자신도 몹시 언짢을 텐데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더니 광화문의 한 찻집으로 데려가서 커피를 사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질문을 던졌다. “문학을 공부했다고 했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선생님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몸을 약간 기울여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고통이나 구원 같은 당시 몰두하던 문제들에 대해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따뜻하고 진지하게 한 젊은이의 말을 듣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꼭 쓸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믿어요.” 그날 나는 두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다. “그동안 어떤 글을 써왔죠?”와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라는 질문을. 비슷한 단어들의 조합인데도 그처럼 다른 에너지를 지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쪽이 과거와 성취 중심이라면 다른 한쪽은 미래와 기대가 담겨 있었다. 사무실에서 퇴짜를 맞고 나와 바로 헤어지지 않고 커피숍으로 함께 가서 진심을 담아 물어주었던 일은, 과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작업으로 유명한 최광호 선생님다운 배려였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환하다. 그날 나는 최 선생님을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이 될 만한 ‘결정적 순간’이 존재한다는 오해를 풀었다. 인생이란 어느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이며, 가장 나다운 나와 만나는 먼 여정임을 이해한 것이다. 면접만 해도 그렇다. 면접장에 앉기까지 서류를 접수시킨 뒤 연락을 기다리고, 면접 날짜를 기다리고, 긴장한 대기자들과 함께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설사 탈락하더라도 ‘완벽한 순간에 완벽한 방식’으로 다가올 기회를 기다릴 것. 새로운 것이 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 최 선생님과의 만남이 준 선물 덕분에 그날의 일은 내 마음에 오래 그늘을 드리우지 않았다. 면접장. 그 장소만큼 우리가 간절히 뭔가를 얻기 위해 집중하는 곳이 있을까. 그곳처럼 내가 살아온 인생을 요약하기 쉬운 순간이 또 있을까. 선택과 배제의 권력을 가진 면접관 앞에서 나는 어느 하늘 밑에서나 있을 수 있으며, 내일은 내일 몫의 햇살이 비출 것이라고 믿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허점투성이 같은 내 자신을 사랑하기란 더더욱. 나의 스승은 말씀하셨다. 나에게서 받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크고 깊은 사랑이라고. 누군가에게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아야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어야 ‘잘 쓰이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그 확신은 내 자신을 믿고, 재능이 꽃필 시간을 기꺼이 기다려주는 일부터 시작된다고. 이제는 면접장에 들어설 기회가 점점 드물어지겠지만, 꽃 피는 나무와 마주서거나, 몸을 부풀렸다 사라지는 구름장을 보거나, 누군가를 만나서 한 끼의 식사를 나누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로 발을 좁혀 설 때 나는 좀 더 확장된 면접장에 들어선 것임을 안다. 일상의 면접관들이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의 환한 얼굴이 아닐까. 자신에게 불친절한 순간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면접관이 되어 묻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 정희재 _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티베트인들과의 감동적인 만남을 경험한 후에 <티베트의 아이들>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 등을 펴냈습니다. 월간샘터 2007년 6월호
  • 남편을 사고팔고 9년이 흘렀더니

    남편을 사고팔고 9년이 흘렀더니

    포목 장사로 살림을 꾸려오던 아내가 빚에지쳐 참다못해 남편을 팔았다. 무능이 죄가 되어 팔려가야 했던 남편의 몸값은 일금 1백만원정-. 그로부터 날과 달이 흐르기 9년, 옛 아내는『남편을 돌려 달라』하고, 사간 아내는『못 주겠다』하는데, 남편의 말은『어찌 하오리까』-. 화투하다가 곗돈 독촉에 서방이나 사가란 농담이 61년- 고양이도 졸음을 이기지 못한다는 화사한 봄철인 4월의 어느 날. 영남 포목의 집산지인 대구시 대신동 115 서문시장 포목상가가 유난히 며칠동안 손님이 뜸했다. 이럴때면 으례 그러했던 것처럼 포목부 여주인들은 가까운 이웃 점포끼리 모여 화투놀이로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화투놀이가 한참 돌아가다가 그중의 김숙아(金淑亞·가명·당시 34)여인은 왈칵『서방이나 누가 사가면 몰라도…』내뱉듯한 농담끝에 들었던 화투장을 홱 던져버렸다. 그녀는 화투를 치던 친구이며 계주(契主)인 허이옥(許伊玉·가명·당시 35) 곗돈 독촉에 순간 기분이 언짢았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가 뭣이냐는듯 빤히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던 허여인은 『그래 내가 살꼬마』하고 응수했다. 친구의「히스테리」를 농담으로 얼버무리려고 짐짓 말한 것이다. 그러나『내사 정말이지 백만원만 누가 준다면 남편같은거 주겠다』-이런 김여인의 잇따른 푸념이 여러사람의 운명을 기구하게 만들어 놓을줄이야…. 이때 과부 허여인의『그렇다면-』하는 집념이 결국 그녀들 사이에 돌이킬수 없는 깊은 강을 파놓고 만 것이다. 이로부터 한달 후 박동하(朴東夏·가명·당시 40)란 남자는 진짜로 김여인 아닌 허여인의 남편이 되고마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여인네의 농담때문에 어처구니없게도 사고 팔린 박씨는 물론 전 아내가 이혼 수속을 깨끗이 해주었고, 몸 하나만을 가지고 다시 장가온 셈인 박씨와 허여인은 비록 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의젓한 박씨의 호적상의 아내로 뒤바뀌었다. 『아내와 결혼한지 10년동안 돈이라곤 한푼도 벌어보지 못한 주제에 사업을 한답시고 2백만원을 털어먹고 나니 빚에 쫓기는 아내에게 그렇게라도 해주는 것이 내가 위해주는 마지막 길 같았다』고 박씨는 그때를 돌이켜 말했다. 남편팔아 빚갚고 서울로 상경(上京)길 우연히 다시만나 스스로 빚때문에 과부가된 김여인은 빚을 갚고 남은 살림을 정리해 어린 남매를 데리고 한많은 대구를「아듀」- 서울로 터전을 옮겼다. 그 후에도 기구한 박씨의 일과는 전아내와의 생활에서 처럼 집에서 온종일 어린애 보는 일이 고작이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자기 어린애 아닌 허여인의 전남편 딸 아이라는 것뿐. 이렇게 해서 헤어진 그들은 소식을 서로 끊은채 9년이 흘렀다. 그러나 사람의 운명은 잠재한 감정을 터뜨리게 하는 어떤 계기를 만들어 주고 마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허여인의 집안어른 상사(喪事)로 박·허 부부가 함께 서울에 올라왔다가 박씨 홀로 시내에 나온 나들이 길에서 옛 아내 김여인과 마주쳤다. 그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었다. 지난 겨울인 1월. 숨막힐듯 따분한 초상을 치르고난 박씨는 바깥 바람을 쐬러 나온 길이었다. 남산을 오르내리고나서 서대문을 지나 교남동까지 터벅터벅 걸어온 박씨는 온 얼굴이 얼얼하는 추위를 느꼈다. 문득 고개를 든 그의 눈에 허름한 대중식사 집이 눈에 띄었다. 머뭇거릴 것없이 들어가 뜨끈한 국물을 청하고난 박씨는 식당 주인 여자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무리 9년의 세월이 흘렀다 치더라도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안다는 아내와 남편의 사이가 아니었던가…. 얼굴을 첫눈에 못 알아볼리가 없다. 어느덧 50대 초로에 들어선 옛남편, 40이 넘어 이마에 잔주름이 더한 옛아내. 그렇다고 어찌 돌아설 수 있으며 어떻게 돌려세울 수 있겠는가. 2백만원 배상하겠다에 그만큼 위자료주겠다고 코흘리개던 남매가 중학생이 되어있었다. 이날밤 아들딸의 큰절을 받고난 박씨는 야위고 거칠어진 옛아내의 손을 감싸쥔채 목이 메었다. 길거리에서의 국수 장수며「리어카」끌기에서 참새구이장수등 애절했던 서울살이 지나간 이야기를 밤새워 들었다. 이제와서 팔았다고 노여워하고 팔려갔다고 섭섭해 한들 한번 터진 봇물이 쉽게 멎을 수 있겠는가. 이들 옛부부는 그로부터 한달이 멀다하고 김여인이 대구로 내려와 밀회를 가졌다. 그러나 어엿한 아내인 허여인이 수상쩍은 남편의 행동을 끝내 모를리가 없었다. 드디어 지난 8월-. 문제의 세사람이 대구에서 자리를 같이했다. 그리고 조용히 해결의 방안을 찾았다. 그러나 협상은 2차 3차 그때마다 깨지고 말았다. 김여인은 남편을 물리기 위해 피맺혀 번돈 원금의 2배(2백만원)를 배상하겠다고 제의했으나 허여인은 오히려 2백만원의 위자료를 줄테니 남편과 손을 끊으라 했다. 박씨와의 사이에서 그간 형제까지 둔 허여인은 그래도 이혼하기 싫어 간통 고소만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만큼 현 남편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김여인 역시 변호사와 의논, 원인무효로 인한 남편반환 및 이혼무효확인 청구소송 같은거라도 해서 남편을 돌려 받을 수 없겠느냐고 눈물짓고 있다. 박씨는 오래전에 포목 장사를 그만 두고서도 살림을 꾸려나가는 아내(허여인)에게 계속 의존해 살고있다.(대구시내당동) 여복(女福)?에 치여 되레 고생이 되고있는 이 남자는『나는 어쩌면 좋겠느냐』고 울부짖는다. [선데이서울 70년 10월 18일호 제3권 42호 통권 제 107호]
  • 작은 정부론/정정길 등 지음

    지난달 정부가 올해부터 2011년까지 공무원 정원을 5만 1223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는 것은 ‘작은정부’라는 시대적 요청에 역행한다는 지적이었다. 과연 그럴까. 공직 규모를 늘린다고 해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꾀하는 행정개혁에 역행하는 것일까. ‘작은 정부론’(정정길 등 지음, 부키 펴냄)은 ‘작은 정부’의 진정한 의미, 행정 개혁의 올바른 방향 등을 역사적·학술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정정길 울산대 총장 등 저자 5명은 모두 행정학 전문가들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개혁이 공직의 축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앙정부 권력의 분권화, 정책 결정에 시민사회 참여 정도, 규제개혁 등을 포괄하면서 사회적 조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경제적 접근, 관리론적 접근, 권력적 접근, 지방분권적 접근 등 네 가지 다른 시각으로 작은 정부를 정리했다. 1부 ‘작은 정부의 이론적 배경’에서는 네 가지 시각의 이론적 배경과 함께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의 행정개혁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2부 ‘역대 정부의 행정개혁 방향 및 평가’에서는 작은 정부의 개념이 도입된 전두환 정부를 시작으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까지의 각종 개혁 노력을 평가하고, 작은 정부 지향의지가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현 노무현 정부의 각종 개혁 실태도 분석했다. 역대 정부에 대한 평가 역시 네 가지 시각에서 접근법을 달리했다. 저자들은 3부 ‘작은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향후의 정책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세계화, 공공부문 재정악화, 민주화, 정보화, 지방화라는 환경변화 속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의 축소 ▲핵심 규제의 완화 ▲재정지출의 우선순위 개선 ▲조직축소 및 인력감축 ▲성과관리 제도·인사분권화 확립 ▲대통령 중심의 행정권 약화·국회에 의한 통제의 확보 ▲주민과 행정의 파트너십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규모축소 만이 작은 정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규모와 권력의 크기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서 진정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작은 정부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권의 이해에 따라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흐지부지됐던 역대 행정 개혁 정책들의 내실을 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충고했다.2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현장 행정] 도봉구, 2~3일에 한번씩 도로 물청소

    [현장 행정] 도봉구, 2~3일에 한번씩 도로 물청소

    도봉구가 대대적인 도로 물청소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말 지하차도 신축공사를 하다 대형 지하수를 발견하면서 ‘크린 도봉’이라는 구정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2∼3일에 한번 꼴로 새벽을 포함해 하루 3차례씩 차량 13대, 작업인력 38명이 동원된 대규모 물청소가 펼쳐진다. 도로 물청소만큼은 시내 어떤 자치구도 흉내내기 어렵다. “부르릉”.10일 오후 2시 도봉로 방학사거리 끝 차로에서 청소차들이 일제히 시동을 걸었다. 우이1교 방향 2.2㎞ 도로에 물청소를 하기 위해서다.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어서 교통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물청소차 13대 동원 먼저 순찰차가 노란색 경광등을 켜고 출발했다. 이어 쓰레기와 적치물을 치우는 작업차량이 뒤따랐다. 꽁무니를 물고 진공청소차가 차량 뒤에 달린 브러시를 돌렸다. 직경 1m짜리 브러시 2개가 고속회전을 하며 작은 흙덩이, 구정물 등을 빨아들였다. 시속 10㎞로 천천히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50m쯤 떨어진 곳에서 육중한 물청소차 2대가 줄지어 따라갔다. 무게 16t 차량이 앞서 가고,7t짜리 중형차가 뒤를 이었다. 물은 차량 전면에 달린 10여개 노즐에서 분사됐다.‘오리발’이라고 불리는 양끝 노즐에서는 반원 형태로 물이 뿜어졌고 앞쪽은 직선으로 분사됐다. 타이어 마모로 생긴 고무 찌꺼기, 먼지 섞인 물이 도로 끝 빗물받이로 흘러들었다. 앞서 새벽 3시에는 다른 작업조가 버스중앙차로를 포함한 전 차로에 대해 2시간 동안 물청소를 했다. 또 오전에는 의정부 방향 3.7㎞를 물로 씻어냈다. ●지하수 발견 덕분에 ‘싱싱’ 도봉구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2004년부터 창동5동 아이파크 아파트 근처에서 지하차도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굴착 작업 중에 하루평균 100t 이상의 지하수를 뿜어낼 수 있는 수맥 2곳을 발견했다. 수질검사 결과, 식용도 가능했다. 수돗물로 분수 등을 가동하던 도봉구로서는 뜻밖에 횡재를 한 셈이다.‘분수광장’‘발바닥분수’ 등의 물을 모두 지하수로 바꾸었다. 마른 하천인 방학천에도 곧 지하수를 흘려보내 생태하천으로 변신시킬 예정이다. 지하수가 발견된 곳은 지질이 사토(모래흙)라 빗물이 고스란히 땅 속으로 스며들어 모래층을 통해 정화된 물을 만들었다. 하루 물청소의 작업범위는 도봉로, 방학로, 마들길 등 간선도로만 총 147.5㎞에 이른다. 소형 물청소차(3.5t) 2대는 늘 지저분한 버스정류장 근처와 인도, 골목길 등을 맡는다. 청소차가 2∼3차례 왕복하며 사용하는 지하수는 하루평균 142t. 물청소는 공휴일에도 어김없이 진행되고 비가 오는 날이나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에만 쉴 뿐이다. ●매월 넷째주 수요일은 크린도봉 데이 서울시는 매월 한번이라도 주민이 참여해 골목을 쓸고, 작업인력을 동원해 도로 물청소를 하는 ‘서울 크린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매주 넷째주 수요일에는 최선길 구청장이 나서 청소를 한다. 주민 2058명으로 구성된 ‘깔끔이 봉사단’과 46개교 500여명 학생들도 ‘봉사단으로 참여했다. 청소행정과 임현빈(48) 주임은 “물청소 덕분에 항상 비가 온 뒤처럼 도로가 깨끗하고 공기가 맑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집안일만 시키세요” 누드 가정부 영국서 화제

    “집안일만 시키세요” 누드 가정부 영국서 화제

    한 인터넷 업체의 ‘누드 가정부’ 파견 사업이 영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두 명이 한팀으로 가사를 돕는 그녀들의 작업복은 가정부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키니. 그러나 화끈한 노출만큼이나 집안일도 확실하게 한다. 밀린 집안일들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경험에서 비롯된 가사요령까지 의뢰인에게 조언해 주는 그녀들은 분명 ‘전문 가정부’다. 이 가정부들에게 청소만 의뢰하는 금액은 하루 200파운드(약 37만원). 작업 후 선택사항으로 200파운드를 추가 지급하면 두 가정부의 ‘레즈비언 쇼’를 볼 수 있다. 쇼가 시작되면 두 가정부는 서로의 비키니를 벗겨낸 후 야릇한 자세로 입을 맞추고 쓰다듬는 등 자극적인 동작들을 의뢰인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의뢰인에게는 단지 ‘관람’만 허락 될 뿐. 그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면 그녀들은 “우리가 ‘그런 여자’로 보이느냐?”며 단호하게 거부한다. 이 파격적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전한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는 “그녀들은 어떤 서비스에도 프로다웠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스 오브 더 월드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북 부안 변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북 부안 변산

    산, 들, 바다가 어우러진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는 예로부터 어염시초(魚鹽柴草)가 풍부해서 시인묵객과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땅이다. 조선조 암행어사 박문수도 변산의 풍요로운 자연자원을 빗대어 생거부안(生居扶安)이란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변산은 말 그대로 변방에 있는 산들의 집합체다. 살기 좋은 땅을 병풍처럼 에두른 실한 울타리가 변산이다. 변산반도는 의상봉(509m)·쌍선봉(459m)·옥녀봉(432m)·관음봉(424m) 그리고 낙조대와 망포대의 절경과 직소폭포·분옥담·선녀탕 등이 으뜸 절경으로 꼽힌다. 변산반도는 산줄기로 둘러싸인 반도의 중앙부를 내변산(산의 변산), 그 바깥의 해식단애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터 잡은 채석강·적벽강·모항·변산해수욕장 등 한 폭의 병풍으로 비유될 만한 곳을 외변산(바다의 변산)이라 부른다. 변산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머리로 삼는 내소사는 옛날 선계사·실상사·청림사와 함께 변산의 4대 명찰로 꼽혀 왔으나 세 절은 없어지고 서기 633년(백제 무왕 34년)에 혜구두타 라는 고승이 지은 내소사만 천년을 삭이며 이어오고 있다. 내소사 전나무 숲을 헤치고 곰소만 앞 바다의 푸른 어둠을 향해 퍼져가는 내소사의 저녁 종소리는 ‘소사모종(蘇寺暮鐘)’이라고 해서 변산8경의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산은 낮아도 첩첩이 이어진 산줄기들의 품이 깊고 넉넉한 변산은 석가모니가 설법을 했던 능가산, 또는 신선이 사는 봉래산으로도 불렸다. 내소사 일주문 편액에는 ‘능가산 내소사’라고 적혀있다. 관음봉이 병풍을 두른 듯 둘러싸고 있는 대웅보전(보물 제 291호)은 쇠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나무로만 깎아 만들었다. 연꽃과 국화꽃모양으로 깎은 꽃창살도 아름답다. 보종각에 있는 고려 동종(보물 277호)은 소실된 청림사에 있던 종이 조선 철종 때 내소사로 옮겨진 것이다. 내소사∼관음봉∼재백이고개∼직소폭포∼월명암∼남여치로 이어지는 산길은 변산의 안팎과 산등성이와 계곡의 아름다움 그리고 고즈넉한 산사의 여유로움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총 산행 시간은 6시간 정도 걸린다. 내소사에서 관음봉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비탈이다. 내소사에서 청련암으로 가는 임도로 오르다가 청련암을 앞두고 왼쪽으로 산길을 따라 오르면 세봉 동쪽의 안부에 가닿는다. 산등성이에 오르면 첩첩이 이어진 산줄기와 툭 트인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이 즐거움이다. 또한 직소폭포 아래 조성한 인공호수는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조망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 산상호수를 끼고 이어지는 호젓한 산책로를 지나 자연보호헌장비에서부터 월명암까지 다시 오르막이므로 산이 낮다고 얕잡아 보지 말고 끝까지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한다. 월명암에서 바라보는 아침 바다의 물안개와 암자 뒤편의 낙조대(448m)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저녁 해의 풍광 또한 변산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산행을 마치고 난 뒤 새만금간척지와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속하는 채석강, 변산해수욕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먹거리가 풍부한 것이 변산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부안을 대표하는 맛으로는 백합죽이 유명하지만 새만금간척사업으로 갯벌이 메워져 더 이상 명맥을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주꾸미와 갑오징어도 지금이 제철이다. 곰소젓갈단지 주변 식당에서는 다양한 젓갈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젓갈백반 등도 있다. 격포항과 곰소항 주변에 횟집들이 모여 있다. 최근에는 횟집마다 ‘이순신상차림’이란 이름의 거나한 밥상을 내놓고 있다. 천일염과 젓갈을 사기 위해 일부러 곰소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다. 글 이영준· 사진 김도훈(월간 MOUNTAIN 기자) # 여행정보 숙박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곳은 내소사 입구의 입암마을 뿐이다. 입암마을은 팜스테이 농촌체험마을로 운영되는 서정적인 풍경의 민박집들이 많이 있다. 숙박 1일 3만원선. 입암마을 이장 김신 (063)581-1077, 정든민박 582-7574, 친절민박 582-7602, 초가민박 583-2485. 편하고 깔끔한 잠자리를 원한다면 격포항이나 해수욕장 주변에 모텔들이 몰려 있다. 모텔적벽강 582-8998, 채석강 리조트 583-1234 모항비치텔 584-8867∼8.
  • [Local] 광주교도소 삼각동 일대로 이전

    광주교도소 이전 작업이 향토사단과의 협의가 완료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18일 광주교도소에 따르면 건설교통부가 2∼3개월 안에 향토사단 인근 북구 삼각동 일대를 교도소 신축 예정지역으로 지정·고시할 예정이다. 광주교도소는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보상작업에 들어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2010년쯤 착공할 방침이다. 교도소는 당초 북구 삼각동 상월산 마을 일대에 10만평의 부지를 마련해 구치소와 교도소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향토사단의 부지와 겹치면서 9만평 규모의 교도소만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로 짓는 교도소는 국비 1191억원이 투입되며, 기결수와 미결수를 포함해 현재 수준인 1500여명 수용 규모로 알려졌다.
  • 고창 청보리밭 페스티벌

    고창 청보리밭 페스티벌

    마냥 푸르기만 한 보리밭에 가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 동무들과 아지랑이를 좇아 한없이 달리고 뒹굴던 청보리밭을요. 밭이랑 사이에서 쉬던 종달새가 발자국 소리에 놀라 푸드덕거리며 파란 하늘로 날아오르고, 풀벌레들은 따다닥∼날갯짓을 하며 보리잎 사이로 몸을 숨기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지요. 배 고프면 보리를 구워 먹기도 하고, 주변에 널린 자운영이며 클로버 꽃 등을 꺾어 꽃반지·꽃시계를 만들어 차기도 했고요. 이제 어른이 된 마당에 새삼 무슨 보리밭 타령이냐고요? 아직도 광활하게 펼쳐진 보리밭이 남아 있냐고요? 아이들 손잡고 전북 고창군의 학원관광농원으로 가보세요.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끝 간데 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을 볼 수 있지요. 꽃보다 청산이라던가요. 꽃 구경, 사람 구경에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이제 초록의 품에 안겨보는 건 어떨까요. # 푸름의 고장, 고창 고창의 옛 지명인 모양현(牟陽縣)의 모는 보리, 양은 태양을 뜻한다. 문자 그대로 보리가 잘 자라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청보리는 보리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누렇게 여물어가는 ‘보리누름’ 전까지의 파란색 보리를 말한다. 미풍에 살랑살랑 물결치는 모습이 싱그러워 특별히 청보리라 부른다. 학원농장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봄철 보리밭의 푸른 모습이 사진작가들의 각광을 받으면서부터. 지금은 연간 30만명가량이 다녀갈 만큼 고창 지역의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됐다. 여전히 관람료는 받지 않고 있다. 농장주 진영호(56)씨는 국무총리를 지낸 진의종(작고)씨의 장남이다. 대기업의 이사까지 지내다 낙향해 보리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규모는 12만평 정도. 아름다운 농장 풍경을 인정받아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되면서, 인근 주민들도 보리를 심어 지금은 30만평 정도로 확장됐다. 보리밭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 보면 새삼 그 규모에 감탄사가 나온다. 그저 손바닥 만 한 밭뙈기쯤으로만 생각했던 이들에겐 초록빛 바다로 여겨질 정도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을 따라 보릿대가 일렁일 때면 영락없이 바다 한가운데 빠진 듯하다. 빛고을 광주에서 온 김미희(27)씨 등 세 처녀는 그래서 감동했나 보다. “늘상 회색 건물만 보다가 ‘쫘악∼’ 펼쳐진 청보리밭을 보니 마음도 ‘확∼’펴지는 것 같아요.” 지루한 일상에서 해방된 세 처녀는 보리대롱을 꺾어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니 잘될 턱이 없다. 연신 콧방귀 소리만 나온다. “까르르∼” 세 처녀들의 웃음소리는 그대로 초록이 되고 희망의 울림이 된다. 세 처녀의 시선을 따라 보리를 들여다보았다. 다소 차가운 봄바람 속에 가볍게 몸을 떨며 꿋꿋하게 서있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 온 강인함과 끈질김은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 아닐까. 오는 14일∼5월13일까지 학원농장(www.borinara.co.kr) 일대에서 제4회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행사장내에 시골 장터가 개설되고 창작 무용극 공연과 보리밥, 보리개떡 먹기와 봄나물 캐기, 보리 그슬려 먹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학원농장 (063)564-9897, 청보리밭 축제위원회 562-9895,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560-2457∼8. 글 사진 고창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뛰어난 건축미, 고창읍성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한다. 백제 때 모양부리라 불렸던 것에서 유래된 듯하다. 언제쯤 세워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조선 단종 원년(1453)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나주진관의 입암산성과 연계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했다. 여자들이 머리에 돌을 이고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한다는 속설이 전해져 온다. 머리에 돌을 이는 이유는 해빙기에 이탈된 성곽을 밟아줌으로써 성곽을 다지는 효과가 있고, 성을 돈 다음 한 곳에 돌을 모아 전쟁 등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조상의 슬기가 엿보인다. 고창군에서는 매년 중양절(음력 9월9일)에 전래 답성놀이를 재현하는 행사를 연다. 성 안에는 동헌, 객사, 작청, 등양루와 같은 조선시대 건축물(1976년 복원)과 맹종죽(孟宗竹), 아름드리 노송군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성곽을 따라 30∼40분 정도 가볍게 산책을 즐기며 자녀들과 역사공부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자연석을 빼곡히 쌓아 1684m를 돌아나간 성곽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기도 수원의 화성에 견줄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요즘 성곽을 따라 벚꽃이 한창이다. 화사한 벚꽃과 고색창연한 성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오후 7시 이후에는 야간조명 불빛으로 인해 더욱 화려하게 변신한다. 여고생 두어명이 자그마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벽을 걸어가며 까르르∼ 웃는 모습이 꼭 벚꽃을 닮았다. 언덕을 따라 여인네의 허리춤을 연상케 하는 성벽 위에 선 남자들의 얼굴색은 늦은 오후의 햇살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성벽 아래로는 정겨운 고창 읍내의 초봄 풍경이 펼쳐진다. 아마 수백년 전 조선의 여인들도 이렇게 돌을 이고 성벽을 거닐었을 게다. 고창읍성 관리사무소 (063)560-2313. ●선운산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린다.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를 중심으로 천혜의 자연경관과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다. 선운사를 둘러싼 동백숲은 이미 붉은 꽃을 피웠고 공원입구 산벚나무 군락은 수채화를 연상케 할 만큼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063)563-3450. ●지석묘군 청동기 시대의 유적 지석묘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 2000여기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화시산 끝자락 성틀봉 주변의 죽림리와 상갑리 일대에 밀집된 고인돌 447기와 23곳의 상석채취장이 세인들의 이목을 끈다. ●미당 생가마을 고창은 미당 서정주를 낳고 길러낸 곳이다. 부안면 미안리 미당 생가마을에서는 그의 시집 ‘질마재 신화’의 추억을 오롯이 되새겨 볼 수 있다. 선운리 폐교를 개축한 미당문학관도 들러볼 만한 명소다. ▶먹거리 고창의 대표적 먹거리는 풍천장어와 복분자주. 흔히 ‘풍천’을 지명으로 알지만, 바닷 바람이 부는 강 하구를 뜻 하는 일반명사다. 서해 곰소만과 인접한 인천강의 옛이름이 풍천이라는 설도 있다. 선운사 입구 주변에 장어집들이 많다. 신덕식당(063-562-1533), 연기식당(562-1537)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고창읍내 조양관(508-8381)은 60년 전통의 한정식집이다. 풍천장어와 찰떡궁합이 복분자주. 남자는 출입을 금지시키고 여자들만 모여 술을 빚었다고 한다. 선운산 특산주 흥진(063-561-0209), 고창 명산품 복분자주(561-2031), 고창 고인돌복분자주(562-2008,6007). ●여행수첩 ▶가는 길 자동차 서해안고속도로→고창 나들목→15번 지방도→무장면→796번 지방도→공음면 학원농장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정읍 나들목→22번 국도→고창읍→학원농장 청보리밭 축제를 앞두고 도로 곳곳에 이정표가 잘 마련되어 있다. 버 스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에서 고창까지 고속버스를 탄 다음, 군내 버스로 무장까지 간다. 무장에서 학원농장까지는 택시로 6000원 정도. 기 차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정읍까지 간 다음, 고창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