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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진 별들] 박경리·이청준 대작 남기고 흙과 천국으로

    [2008년 진 별들] 박경리·이청준 대작 남기고 흙과 천국으로

    ●국내 무자년 올 한 해는 국내외 인사들의 부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에선 한국문학계의 두 큰 별이 졌다.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82) 선생이 5월5일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선생은 1969년 현대문학에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해 94년 8월까지 원고지 4만장 분량을 탈고,한국 현대 문학사에 금자탑을 세웠다.굴곡진 한국 현대사 속에 새겨진 개인의 일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짚어냈다.폐암 진단 후에도 치료를 거부한 채 원주 토지기념관에서 기거했다.유해는 고향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미륵산 기슭에 묻혔다. 4·19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이청준(69)은 7월31일 역시 폐암으로 타계했다.소설 ‘서편제’와 ‘이어도’에서 토속신앙과 전통문화를 탁월하게 묘사했다.실화가 바탕인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한센인 병원에 부임한 원장과 원생들 사이 갈등과 화해를 통해 자유,구원의 상관관계를 그렸다.생전에 25권 전집이 발간된 흔치 않은 작가이기도 했다.박경리와 이청준,두 작가에게는 문화예술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국악계의 큰어른 성경린은 3월5일 9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지휘보유자로 1986년부터 국립국악원 사범으로 재직해 온 궁중음악계의 산 증인이었다.31년 이왕직 아악부원 양성소를 졸업한 뒤 61년 국립국악원장을 지냈다.이왕직 아악부원 양성소 후신인 국립 국악고등학교 교장직도 역임했다.후학을 위해 2000년엔 관재국악상 기금으로 1억 7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대중문화계는 스캔들성 궂긴 소식이 이어졌다.톱탤런트 최진실(40)이 10월2일 스스로 생을 마감해 연예계는 물론 온나라가 발칵 뒤집혔다.최씨가 탤런트 안재환 자살 및 사채업 괴담의 악플에 시달렸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성론이 일었다.그는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란 CF광고 멘트로 연예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뒤 20년 넘게 꾸준히 톱스타의 자리를 지켰다.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가난한 어린시절,매니저의 죽음,야구선수 조성민과의 이혼 등 불행의 연속이었다.사후에도 아이들 양육권과 유산상속을 놓고 조씨와 가족들간 분쟁이 이어졌다.그의 죽음으로 사이버 모욕죄 입법이 추진되기도 했다.앞서 탤런트 안재환(36)은 9월8일 서울 노원구 주택가 골목 승합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지난해 11월 개그우먼 정선희와 결혼한 새신랑이자 서글서글한 이미지로 사랑받던 터라 그의 죽음은 의문부호였다.수사 결과 40억원의 사채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이로 인해 고리사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타살설 및 정선희씨의 방송진행 중단 등 후유증이 이어졌다. 해양법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독도 전문가인 박춘호(78) 국제해양법 재판관은 11월12일 작고했다.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때 한·일 어업분쟁을 보고 해양법 연구에 발을 들였다.1996년 우리에겐 불모지나 다름없던 유엔 사법기구 고위직에 한국인으로 처음 진출했다.독일 함부르크에 설립된 국제해양법재판소 초대 재판관으로 당선됐고 2005년 9년 재선에 성공했다. 재계에서는 동성제약 창업주 이선규 회장이 8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3월17일).이 회장은 한국 제약산업 1세대로 ‘정로환’ 등 토종 브랜드를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주요 기업의 안주인들도 잇달아 타계했다.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구본무 회장의 모친인 하정임(85)씨가 1월9일 타계했다.여든이 넘도록 제사상을 직접 차리며 살림을 꾸렸다.두산가(家)는 9월16일 정신적 지주 명계춘(95)씨를 잃었다.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부인이자 18살에 30명이 넘는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들어가 장남 용곤(두산 명예회장),2남 용오(성지건설 회장),3남 용성(두산 회장) 등 6남1녀를 키워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97)옹은 9월 말일 세상을 떴다.생전 멸치어장으로 큰 돈을 벌어 아들의 정치인생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정계에선 그의 멸치선물을 받아보지 못했으면 정치인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을 정도다. 인촌 김성수 선생의 손자이자 동아일보 회장을 지낸 김병관(74)씨도 2월25일 타계했다.89년부터 동아일보 사장 겸 발행인을 맡으며 동아일보를 이끌었다.서울신문 사장 출신인 원로 언론인 장기봉(81)씨도 8월28일 유명을 달리했다.65년 신아일보를 창간했지만 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으로 종간을 맞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 밖에 소설가 홍성원(71·5월1일),조선왕조 마지막 무동 김천흥(98·8월18일)옹,정진숙(96·8월22일) 을유문화사 회장,춘향가 예능보유자인 오정숙(73·7월7일) 명창,중문학 개척자이자 독립투사였던 차주환 (88·12월2일)박사,탤런트 박광정(46·12월15일) 등이 우리 곁을 떠났다. ●해외 해외에선 ‘러시아의 양심’ 솔제니친(89)이 8월3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옛소련 반체제 작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용소 생활을 토대로 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암병동’ 등의 작품으로 70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그러나 73년 옛 소련의 인권탄압을 기록한 ‘수용소 군도´ 를 내놓으면서 반역죄로 강제추방당했다.그는 16년 만인 90년에야 러시아 시민권을 회복했다.조국에 돌아간 뒤에도 서방 물질주의를 비판하며 조국 부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지난해 6월 러시아는 그에게 예술가들의 최고 명예로 꼽히는 국가공로상을 수여했다. 32년간 철권통치를 펼치다 88년 반정부 시위로 물러난 수하르토(1월27일)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86세로 숨졌다.한때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했지만 국제투명성기구는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그를 지목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Deep throat·익명의 제보자)였던 윌리엄 마크 펠트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12월18일 95세로 사망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영원한 반항아였던 배우 폴 뉴먼(83)이 9월27일 암으로 숨졌다.‘상처뿐인 영광’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58년 마틴 리트 감독의 ‘길고 긴 여름날’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85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컬러 오브 머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아카데미상 후보에 10회나 올랐다.감독으로 나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동물원’을 연출하기도 했다.지난해 6월 그의 은퇴의 변은 “기억력과 자신감,창의력이 점점 퇴화되고 있어 연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벤허’와 ‘십계’로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 찰턴 헤스턴(4월5일)은 84세를 일기로 숨졌다. 53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88)경은 1월11일 세상을 떠났다.53년 5월29일 네팔인 세르파 텐징 노르게이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최초로 오른 후 20세기 가장 위대한 탐험가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문명의 충돌’ 저자인 새뮤얼 헌팅턴(81) 하버드대 교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타계했다.고인은 “이념은 가고 문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서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충돌을 예견한 석학이다.비교정치,민주주의 분야에서 제3의 물결 등 17권의 저서,90여편의 논문를 발표했다.그러나 그의 서구중심적 시각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프랑스의 세계적 디자이너 이브생 로랑(71·6월1일)도 하늘나라로 떠났다.그는 여성 패션에 최초로 바지정장을 도입해 여성에게 자유를 입힌 패션혁명가였다.가브리엘 샤넬,크리스티앙 디오르를 이은 상업화 세대 전 마지막 오트 쿠튀리에(고급맞춤복 디자이너)다.이브생 로랑은 “블랙에는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색상이 존재한다.”고 한 블랙예찬론자이기도 했다. 정리 이재연기자 osacl@seou.co.kr
  • “국립의료기관 경쟁력위해 법인화해야”

    국립의료원 등 정부기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의료기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법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공공관리학회 주최로 8일 중앙대에서 열린 ‘국립의료기관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현재 국립의료기관은 국립의료원·경찰병원·국립재활원·소록도병원 등 11곳이 있으며,공무원 신분인 근무인력은 모두 2816명이다. 이중 법인화의 주요 대상은 지난 1957년 설립된 뒤 줄곧 정부기관 형태로 유지돼 온 국립의료원,특수병원인 경찰병원 등이 꼽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홍림 단국대 교수에 따르면 국립의료원의 예산은 2001년 623억원에서 2006년 675억원,지난해 716억원 등으로 7년 동안 15% 가까이 증가했다. 경찰병원도 2006년 473억원에서 지난해 632억원으로 3분의1 정도 늘었다. 하지만 병원 수입은 같은 기간 오히려 감소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병원은 전문성을 지닌 의료진 확보가 서비스의 관건인데,현 국립의료기관들은 경직된 인사 운용 등으로 실적이 민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면서 “기관 운영의 자율성 결여로 제때 의료설비를 갖추지 못하고,이는 환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의 저하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초 설립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국립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관리’가 아닌 ‘간접 관리’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는 “영국·일본 등은 이미 10년 전부터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정부 공공기관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립의료기관들이 민간과 자율 경쟁할 수 있도록 법인화해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장기적으로는 서비스의 가격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희 공공관리학회장도 “법인화는 기관 운영의 탄력성을 제고해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뒷받침했다. 하지만 국립의료기관을 법인화할 경우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립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국립의료기관들은 저소득층과 행려자 등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하기 힘든 구조”라면서 “법인화는 국민보호라는 순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문단 거목이자 신사 떠나셨다”

    “문단 거목이자 신사 떠나셨다”

    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오전부터 문단 안팎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이어령, 김승옥, 정현종, 황동규, 박맹호, 김주영, 김원일 등 문화계 인사들이 온종일 줄을 이었다. 소설가 김승옥씨는 “고등학생 때 각기 다른 학교 학생으로 잠시 만났다 헤어졌던 그를 서울대 동문으로 다시 만나면서 문학적 교감을 나눌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면서 애통해했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고인은 김승옥과 더불어 때묻지 않은 모국어로 작품활동을 한 제3세대 문학의 대표주자”라며 “제3세대가 문단 전면에 나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역사 속에 묻혀가는 것에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가장 존경하는 문인이셨다. 인간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신사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대표 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실제 모델이었던 조창원 전 소록도병원장도 조문했다. 그는 “묻혀질 수 있는 소록도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줘서 너무 고마웠다.”면서 “지난 3월 만났을 때 ‘5개월밖에 못 산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후 연락이 없어서 건강히 잘 지내는 줄만 알았다.”며 슬픔을 참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정·관·재계 인사들도 빈소에 화환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한편 2일 영결식에서는 김병익 장례위원장이 영결식사, 민득영 한양대 명예교수와 문학평론가 오생근 서울대 교수가 추모사, 김광규 시인이 조시를 각각 낭독할 예정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5)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하유설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5)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하유설 신부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 천주교 중앙협의회 바로 옆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50대부터 70∼80대의 은퇴한 노사제까지,10명의 미국인 신부와 선교사가 함께 살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이색지대이다. 이곳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하유설(63·본명 펠트마이어 러셀) 신부는 그 중에서도 독특한 사목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방인. 한국을 택해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 사제들은 사목지로 한국을 정한 뒤 한국에 정착하곤 한다. 하지만 하 신부는 한국에 봉사단원으로 왔다가 사제가 될 결심을 한 뒤 한국에서 노동자, 소외된 사람들과 부대끼며 낮은 성소(聖召)를 고집해 살아가는 특별한 인물이다. ●1969년 경북대 영어강사로 활동… 한국과의 첫 인연 천주교 사제와 신자들이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성소)을 되새긴다는 날인 성소주일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오후 중곡동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사제와 신자의 은밀한 영성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인 아담한 방에서 기자를 맞은 하유설 신부는 천주교의 의미있는 성소주일 때에 맞춰 자신을 찾아주었다며 성소의 의미를 먼저 들려주었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다는 수도자와 사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제 역할과 할 일이 있습니다. 교회 안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 그 부르심과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큰 뜻을 갖고 있지요.”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모태신앙을 받고 자라난 하신부는 신앙에 충실하면서도 사제의 길을 걸을 생각은 갖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하느님의 부름에 선뜻 응해 종신서원을 한채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성소를 고집하며 한국에 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경북대 사범대 영어 강사 생활이 한국과의 첫 인연. 대학원을 졸업하고 군 입대를 해야 했지만 “영성과 신앙에 맞지않는 폭력 전쟁에 몸을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종의 대체복무인 평화봉사단(Peace Corps) 활동을 자원해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경북대에서 영어 강사로 3년을 살고 서울의 옛 대한교육회관 자리인 평화봉사단 사무실로 올라와 미국에서 온 봉사단원들에게 한국문화며 영어교수법을 가르치면서 한국에 빠져들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이 그냥 좋고 한국의 문화가 마치 내 고향의 그것인양 자연스럽게 여겨져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느냐.”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한국 말과 한국의 생활이 나에게 잘 맞는다. ´는 생각이 더해갈 무렵 한 성령쇄신기도회에서 만난 선교사와의 대화 끝에 불현듯 선교사로 한국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중곡동 메리놀 외방전교회를 찾아가 입회했고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신학대학원엘 들어갔다. 2년간 공부를 마치고 1978년 선교사 실습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성남의 한 가정 집에서 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야간학교(야학)를 운영하면서 그의 독특한 성소가 시작되었다.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혹사당하는 10∼20대의 어린 노동자들이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해주었어요.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위안이었던 시절이었지요.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운 삶과 아픔이 나와 주님의 관계에 치우친 전통의 신앙관에서 벗어나게 해준 셈이지요.” ●“소록도 한센병 환자와의 만남 잊을 수 없어” ‘노동자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서 예수를 발견한다. ´는 그의 신앙 길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그 무렵 소록도에서 만난 한센병 환자들과 수녀. 한센병 환자들을 돕는 천주교 구라회를 따라 소록도엘 갔는데 한 수녀가 한센병 환자들이 모인 가운데 종신서원을 하는 것이었다. “미사 도중에 주례신부가 옆 사람 손을 잡고 기도하자는 말을 하자 양 옆의 중증 한센병 환자들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손을 내미는 것이었어요. 두려운 마음에 고민하다가 엉겹결에 손을 잡고 기도를 마쳤는데….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2년간의 선교사 실습을 마친 뒤 미국에 다시 들어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아 주저없이 한국을 지원, 성남 은행동에서 본격적인 노동사목에 매달렸다. 조그만 전셋집에 살면서 노동자며 가난한 이웃들의 집을 찾아가 위로하고 영어공부도 시키는 생활을 9년간이나 했다. 그러던 중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본부로부터 신학생 지도신부 소임을 받아 시카고 가톨릭신학대학원에서 4년간 살다가 들어와 한국에 정착한 게 1995년. ‘한국에 살겠다. ´는 굳은 서원을 했으니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제 신분으로 여성의 아픔 보듬는데 앞장 서울 미아리에서 파리외방전교회 신부와 함께 노동 사목을 이어가면서 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1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1인시위에도 참여했다. ‘모성보호 관련법의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였다. “사제로서 여성의 아픔을 알고 돕는게 당연하지요. 가부장제의 권위적 분위기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자는 생각에 1인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남성도 가부장제의 피해자. “남자는 울어선 안 되고 상처와 약점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는 풍토이니 남성들이 얼마나 불쌍합니까. 피해자로서의 남성 입장을 이해할 때 가정에서의 양성평등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양성평등에 눈뜨게 된 것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가정사도 한 몫했다. 시카고 신학대학원의 신학생 지도신부 시절 성탄절 밤, 오랜만에 집을 찾아 만난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무뚝뚝하고 권위주의적이었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 남모르게 기도를 해왔고 걱정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곤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한 달 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지금의 중곡동 집으로 옮겨온 것은 지난 2001년. 7년째 이곳에서 찾아오는 신자들의 영적 상담이며 피정 지도, 강의 등 매일매일 바쁜 일정에 쫓겨 산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한센병 병력자들에 대한 이동진료를 하는 천주교 구라회 회장도 맡고 있다. 요즘 하 신부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모든 사람과 자연이 동반자로 더불어 살자. ´는 파트너십. 수도원이나 사회복지관, 신자들 모임 등 가리지 않고 찾아가 강의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 서울 혜화동에 평신도 3명과 함께 파트너십연구소도 차려 모임을 이끌고 있다. “내 인생의 학교이자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여생을 바쳐야 할 길은 역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살피는 것.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사제가 아닌, 낮은 데서 섬기는 파트너요 동반자이다. 자기자신에 빠져사는 도취에서 벗어나 사랑과 연민의 의식을 끊임없이 넓혀가는 성직자로 남고 싶단다. “신앙과 선교는 주고 받는 것입니다. 나와 남이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예수님을 더 깊이 알아내고 발견하는 것이지요. 내가 선교사로 한국에 살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차이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참다운 신앙을 배우기 위함이지요.”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이통사 이메일서비스 3色 승부

    이통사 이메일서비스 3色 승부

    이동통신 업계가 고속 데이터 전송을 특징으로 하는 3세대(3G) 서비스에서 이메일 송·수신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무선 이메일은 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유비쿼터스’ 서비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9일 “영상통화나 무선 인터넷 콘텐츠 이용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리겠지만 생활이나 업무에 필수적인 이메일을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언제 어디서나 이메일 보내고 받고 LG텔레콤은 지난 3일 3G 이동통신 ‘오즈(OZ)’를 출시하면서 무선 이메일 서비스 ‘오즈 메일’을 내놓았다. 웹메일은 물론 기업체 등의 일반계정(POP3)까지 등록시켜 자유자재로 이메일을 보내고 받을 수 있다. 받은 메일을 300개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첨부파일도 바로 확인된다.30분,1시간,3시간 등으로 수신간격을 미리 정해 자동으로 받는 기능도 있다. KTF도 8일 휴대전화 대기화면을 이메일을 통합 관리하는 ‘팝업메일’서비스를 시작했다. 웹메일·POP3 메일 확인, 첨부파일 보기 등이 가능하다. 따로 시간을 설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새 이메일을 받으면 대기화면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 주소록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른 회사의 이메일 서비스가 특정 단말기에서만 가능한 데 비해 KTF 팝업메일은 거의 모든 3G 휴대전화에서 구현된다.KTF 관계자는 “100여개 휴대전화 기종에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이용가능 폭이 넓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이동통신업체 중 가장 먼저 이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휴대전화 기본 메뉴에 이메일 항목을 두어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문자메시지(SMS)처럼 편리하게 이메일을 받아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첨부파일 확인도 가능하다. 이메일을 받으면 즉시 알려주는 기능도 갖췄다. ●수신은 무료, 송신은 유료 업체들은 모두 이메일 이용료를 월정액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정보 이용료나 데이터 통화료 없이 통상 메일계정 하나당 월 1000원씩을 받는다. 이메일을 받는 것은 무제한 무료이지만 보내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 SK텔레콤은 월정액 3000원(계정 3개)과 5000원(5개)짜리 두 가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각각 150건과 300건까지 이메일을 무료로 발신할 수 있다. 한달 무료 발신량을 초과하면 이후에는 한 건당 100원씩을 내야 한다. 수신은 무제한이다. KTF는 발신과 수신이 무제한이지만 첨부파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면 건당 200원이 부과된다. 한번 열어본 첨부파일은 1주일간 무료로 재확인할 수 있다.LG텔레콤은 수신은 무제한, 발신은 건당 50원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부고] 한센병 치료 헌신 차윤근 박사

    국립소록도병원장과 어린이재단 회장 등을 지낸 차윤근 박사가 2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90세. 차 박사는 연세대 의대와 미국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을 거쳐 평양연합기독병원에서 진료 활동을 시작했으며 보건복지부 보건·의정국장, 소록도병원장, 국립의료원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특히 소록도병원장 재직 당시 소록도의 생활환경 개선과 한센병 치료에 헌신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인은 1975년부터 20년간 어린이재단 회장으로 재직했으며, 재단 복지사업을 어린이뿐 아니라 장애인과 노인에게까지 확대했다. 또한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요양시설 한사랑마을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과 복십자대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부인 위선주 여사와 7남매. 빈소는 국립의료원 영안실 30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오전 8시.(02)2260-7147.
  • “우주·관광 접목 떠나지 않는 고흥으로”

    “우주·관광 접목 떠나지 않는 고흥으로”

    “우주산업과 관광산업을 접목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교육환경을 바꿔 주민이 떠나지 않는 고흥을 만들겠습니다.” 박병종(54) 고흥군수는 관광산업 활성화, 투자 유치, 농수축산물 판매망 구축, 인재 육성 등으로 잘 사는 고흥 만들기에 역점을 뒀다. 그래서 올해 고흥발전 3대 전략은 우주항공 중심도시, 건강휴양도시, 친환경도시 건설이다. 연말쯤 세계 13번째로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로켓이 발사된다. 이제 고흥에는 우주센터, 우주 체험장·교육장, 휴양단지를 잇는 새로운 관광벨트가 만들어진다. 박 군수는 “우주항공시대를 맞아 최첨단산업과 관광산업을 결합한 자립형 미래도시가 고흥군의 청사진”이라고 못박았다. 이미 고흥만 간척지구에서는 항공센터가 가동됐다. 이곳에서 무인정찰기와 헬리콥터 등을 시험하고 있다. 지금 우주센터는 로켓 발사대를 빼고 공사가 끝나 공정률 97%선이다. 다음달에는 우주센터 정문에 자리 한 우주교육홍보관(우주체험관)이 문을 연다.2009년 도양읍에 우주과학천문관,2010년 동일면에 국립 고흥청소년 우주체험센터가 잇따라 개관한다. 그는 “2010년까지 고흥 도양읍에 중형 조선단지가 조성되면 일자리 1만여개, 생산 유발 1조여원, 인구 유입 2만 4000여명이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또 “소록도와 다리로 이어지는 거금도에는 태양광과 풍력이 결합된 신 재생에너지단지와 주제공원으로 꾸며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군과 STX에너지가 투자협약에 서명했다. 또 동일면에 해양테마펜션단지, 영남면 금사지구와 영남면 남열지구에 리조트단지가 들어선다. 이는 남해안 관광벨트사업과 함께 추진돼 속도를 더한다. 군은 지난해 두바이 인덱스홀딩스사와 투자유치 협력에 서명했다. 박 군수는 “고흥군의 미래는 인재육성 여부에 달려 있다. 교육발전기금 100억원을 모으는 게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밖에도 고흥 대표상품인 유자와 석류의 유통·가공시설 확장, 고흥 농수축산물 유통회사의 매출신장 등을 강조했다. 그는 “공직자들의 미래 지향적인 사고 전환과 군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있어야만 행복한 고흥이 창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독립기념관 가이드하는 日여성 쓰노다

    독립기념관 가이드하는 日여성 쓰노다

    한국의 관광명소로 알려진 남산이나 남대문시장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독립기념관이나 유관순 열사의 생가에도 꼭 가봐야 한다고 말하는 한 일본인 여성이 있다. 비영리단체 한일사회문화포럼(대표 조규철)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쓰노다 치하루(角田千晴·30)씨. 지난달 1월부터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길잡이를 맡아 한국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역삼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 작은 방을 빌려 한·일 양국의 민간교류를 지원하고 있는 쓰노다 씨를 11일 만나 그녀의 한국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쓰노다 씨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의과대학 학생시절. 독도영유권 문제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시마네현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있던 그녀는 해외봉사활동 차 한국을 찾았다. 당시 한국의 충남대학교 동아리 ‘조나회’(助癩會)와 일본 FIWC(한센병 환자를 도와주는 봉사단체)의 인연으로 소록도와 부산의 한센병 환자마을을 찾게 된 그녀는 이때만 해도 한국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전무했다. 그러나 소록도에 있는 동안 주변 사람들로부터 한국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생각을 알게되면서 대학 졸업 후 꼭 한번 한국을 다시 찾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에서도 한센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있는데 한국도 비슷하더라고요. 봉사활동 하는동안 과거 식민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어요. 역사문제 때문에 일본인인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을 분들이 멀리서 와주었다면서 정말 반갑게 맞이해 주셨어요.” 외국인 아니 일본인이라는 거부감에 선뜻 다가와 주지 않을 것 같았던 한국 사람들이 잘 챙겨주고 친절하게 맞아줘 소록도에 있는 동안 큰 불편함 없이 지냈단다. “2006년에 다시 한국으로 와 서강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 때 만난 한국인과 결혼했으니 정말 한국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으로 온 이후 한국어·일본어 통·번역 일을 하다 지난 2월 지인의 소개로 한일사회문화포럼에 몸담기 시작했다. 여러 민간교류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사이의 벽을 허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일본인 관광객들과 자원봉사자로 나온 백석문화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독립기념관과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인 충열사를 찾았어요. 때마침 일본의 식민지 통치에 대해 자세히 다룬 제2전시관과 제3전시관이 공사 중이어서 못들렸던 게 가장 아쉬웠어요.” 쓰노다 씨와 학생들이 일본 관광객들과 독립기념관을 돌며 한·일 양국의 아픈 역사를 소개하는 동안 15명의 일본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여기저기서 ‘일본에서는 몰랐던 일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알아야 할 일은 알아야 한다.’ 는 소리가 들려왔단다. 얼마전 시마네현의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으로 다시 한번 팽팽한 긴장 국면에 접어든 한·일 양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쓰노다씨는 자신의 시각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사실 시마네현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인지 물어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단지 독도문제 만으로 시마네현이 (한국에) 나쁘게 알려져 있는 게 안타까워요.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고민될 때도 많지만 한·일 양국이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은 꼭 민간교류를 통해서라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도문제와 관련해 자칫 심각한 언쟁으로 번져지는 것을 늘 염려해 온 듯 했다. 그녀는 발그스레해진 얼굴로 기자로부터 독도에 관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염려되는 듯 말을 무척 아꼈다. 화제를 바꿔 지난 2년간의 한국생활이 어땠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쓰노다 씨는 처음부터 한국에 친숙함을 느껴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능숙하게 한국어로 전화 통화하는 것은 어렵다며 밝게 웃었다. 인터뷰를 했던 그 날도 독립기념관 홍보와 관련해 한국어로 전화 걸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나은 ‘한국역사 알리미’가 되기 위해서라도 한국어와 한국문화 공부에 소홀하지 않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여주었다. 글·사진=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Let’s Go] 남도서 들려주는 봄의 왈츠

    [Let’s Go] 남도서 들려주는 봄의 왈츠

    바람결에 촉촉한 습기가 묻어나는 초봄입니다. 남도 끝자락 나로도의 섬 사이를 휘휘 돌아온 봄바람이 섬진강에 상륙해 내륙으로 내달릴 기세입니다. 바다로 향하던 강과 바다에서 내륙으로 거슬러 온 봄바람이 만난 자리마다 꽃망울이 맺히고, 곰실거리는 봄내음에 처녀 가슴은 섬진강 은어처럼 요동칩니다. ‘나는 오늘 좀 달려야겠다.’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광고문구지요. 봄소식을 들은 두 발이 그랬습니다. 오는 봄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어 두 발로 달려가 안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봄과 만나는 가장 빠른 길은 역시 남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 땅의 해토머리(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할 때) 풍경을 찾아 내처 달려보리라 작정했습니다. 화신(花信)에 접한 섬진강을 지나 곧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열 전남 고흥반도의 나로도까지. 이 땅 끝에서 맞는 봄 풍경은 어떤 것인지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섬진강은 언제봐도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모습이지요. 봄의 전령 자리를 두고 공명을 다툴 산수유, 매화 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지만 그 강엔 봄빛이 완연했습니다. 산란을 위해 잠시 섬진강을 떠난 참게 자리는 경칩을 맞아 뛰쳐나온 두꺼비들 차지였습니다. 재첩이며 벚굴 등도 봄의 약동을 시작했지요. 사람 손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하동에서 곡성에 이르는 동안 아직은 찬 섬진강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강이 준 선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붉은 남천 잎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흥반도 끝자락 나로도로 향했습니다. 고흥땅엔 봉수대가 유난히 많지요.20여개쯤 됩니다. 적의 침입을 알렸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 내륙으로 봄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듯 했습니다. 특히 유주산 봉수대에서 보는 다도해의 봄 풍경은 정말 멋들어지지요. 재작년 완공된 ‘새내기 호수’ 고흥만은 또 어떻습니까. 끝간데 없는 듯한 제방 도로며, 경비행장이 들어설 간척지 등 정말 대단한 규모였습니다. 그 드넓은 수면 위에 떠있는 물새들의 깃털 사이사이로 봄의 훈풍이 가득차 있었지요. 주 초반 철없이 많은 눈을 뿌려대는 등 겨울의 시샘이 여전합니다. 시간을 다시 겨울로 되돌린 듯도 합니다만 봄은 분명 봄입니다. 남도의 이른 봄 풍경을 담아 왔습니다. 이번 주말엔 해토머리 풍경을 찾아 남도로 ‘달려’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글 사진 구례·고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축제로 여는 섬진강의 봄 해마다 이른 3월이면 구례 산수유마을, 광양 매화마을 등 섬진강변 마을에서 전해오는 꽃소식은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없이 설레게 한다. 아직 꽃망울이 맺혀 있는 정도지만,3월 중순쯤이면 만개할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내다보고 있다. 매화꽃 동산 100여만그루의 매화가 하얀 꽃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노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노란빛 선연한 산수유마을 골목마다 한껏 물오른 봄의 정취가 흥건할 터. 가슴 빡빡해진 도시인이라면 필경 꽃멀미에 어지러워질 게다. 유명세에서 밀릴지언정 하동땅 매화도 아름답기로 치자면 광양에 못잖다. 특히 광양 청매실농원과 섬진강을 두고 마주한 흥룡리 흥룡마을과 먹점마을 등이 소문난 매화마을. 지리산에 기댄 마을 골짜기와 밭두렁,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온통 매화나무다. 열흘 붉은 꽃은 없는 법. 섬진강에 흩뿌려지는 꽃비를 맞으려면 서두를 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 소식이 전해져 온다.8∼16일 광양시 다압면 일대에서 매화축제가 열리고, 구례의 산수유꽃축제도 13∼16일 산동면 상위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섬진강의 아름다움은 결코 꽃에만 있지 않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섬진강물을 따라가 보시라. 모래톱 사이사이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며 그 속에서 재첩잡이 벌이는 어민들의 모습에서 싱싱한 초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어디 그뿐일까. 강바람 일 때마다 춤사위를 펼치는 강변 대밭과 지리산 자락을 타고 오른 차밭, 그리고 하동 악양들의 보리밭 등이 뿜어내는 초록빛깔 또한 이방인의 가슴을 생동감으로 충만케 한다. ■ 고흥반도의 새내기 인공호수 고흥호 섬진강을 뒤로 하고 인물 자랑하지 말라는 순천과 주먹 자랑 말라는 벌교를 차례로 지나니 고흥반도. 나로1대교를 건너 마주한 나로도의 들녘은 간지러움으로 몸살을 앓는 듯하다. 그럴 법도 하다. 땅 속 어린 새싹들이 위로 솟아 오르려 오죽 긁어 대겠는가. 고흥반도 초입의 고흥호는 재작년 선보인 ‘새내기’ 인공호수다.15년간의 간척공사 끝에 3100㏊의 간척지와 280㏊의 인공습지,745㏊의 담수호를 얻었다. 파도처럼 넘실대는 갈대와 물새, 너른 남해 등이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룬다. 약 3㎞에 달하는 고흥만방조제는 득량만과 고흥호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맞춤하다.‘Z’자 모양으로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어 보는 것만으로 가슴의 체증이 뚫리는 듯한 느낌이다. 두원면 풍류리에서 시작해 도덕면 용동리로 이어지는 고흥만방조제에 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인공호와 농경지가 두 눈 가득 들어온다. 방조제 서쪽 끝은 고흥만수변공원. 대체로 드라이브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공원을 나와 배수갑문을 거쳐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호수와 나란히 달리는 호반도로가 나온다. 여기서 동쪽으로 간척지를 가로지르면 비룡교 지나 경비행장, 항공센터 등을 만난다. 이어 비아도와 비아마을, 인공습지 등을 차례로 지나면 고흥만 방조제 동쪽 끝에 이른다. 비아도 앞에서 간척지 중앙관리소로 이어지는 담수호 동편 도로변에는 3곳에 자연관찰용 데크를 만들어 놨다. 드라이브 도중 잠시 들러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다. 고흥반도 동쪽 포두면 옥강리에서 오도를 거쳐 영남면 금사리까지 이어지는 해창만 간척지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갈대밭과 담수호 사이를 누비며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창만 1,2방조제를 합친 길이는 약 3.5㎞ 정도. 방조제를 따라 늘어선 갈대밭은 저녁 무렵이면 황금빛으로 물든다. ■ 남해의 봉래산 삼나무숲 고흥반도 끝자락의 나로도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 등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륙교로 이어져 이제는 섬 아닌 섬이 됐다. 배를 타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섬이라는 것이 큰 매력. 하지만 그 때문에 섬 특유의 고적함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나로도는 지금 세계 13번째로 들어설 나로우주센터 덕에 유명관광지로 도약할 꿈을 꾸고 있다.4월쯤 고산씨가 우주로 향하게 되면 그 꿈은 더욱 가까워질 듯하다. 우주센터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봉래산 삼나무숲과 만난다. 일제 강점기 때 시험림으로 조성된 숲이다.30m 높이의 80년된 삼나무와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잘 조성된 숲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보다 깊은 숨을 쉴 수 있다. 꽁꽁 언 대지를 뚫고 노랗게 피어난 복수초를 만나는 것도 봉래산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 올해도 삼나무숲에서 헬기장에 이르는 구간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다.4월이면 별똥별이 쏟아지듯 노란 복수초가 숲을 환하게 밝힐 게다. 봉래산 앞자락 우주센터에서는 올해 말 대한민국 우주로켓 1호를 하늘로 쏘아 올리게 된다. 세계 9번째의 독자적 위성 발사국이 되는 순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삼나무숲에 올라 다도해를 가르며 힘차게 솟아 오르는 우리 위성을 지켜볼 날도 머지 않았다. 글 사진 구례·고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섬진강 자락 구례·하동·곡성 등으로 가려면 우선 경부·중부고속도로로 대전까지 간 뒤 비룡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 구간)로 바꿔탄다.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남원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로 들어서면 구례다. 구례에서 나로도까지는 17번국도로 순천까지 간 다음,2번국도로 바꿔타고 벌교까지 간다. 벌교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나로도다. ▶ 가볼 만한 곳 구례군 다무락골, 운조루, 사성암, 압록유원지 등과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등은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 우리테마투어(wrtour.com)는 8∼23일 매주 수·토·일 광양 청매실농원, 구례 산수유마을 등을 다녀오는 여행상품을 준비했다.2만9000원.02)733-0882. 나로도에서는 한센병환자들의 애환이 서린 소록도를 찾아야 한다. 녹동항에서 1㎞ 거리에 있다.15분 간격으로 배가 왕복한다.1000원. 도양해운 844-2086. 올 하반기엔 나로도와 소록도를 잇는 연륙교가 개통될 예정이다. 염포 자갈밭 해변, 나로도 해수욕장 곰솔밭과 상록수림, 금탑사 비자나무숲, 유주산 봉수대 등도 잊지 말고 찾아야 할 곳. 뭍에 못지않게 해안 풍경도 아름답다. 나로도 일주 유람선이 나로도항에서 출발한다.2시간 남짓 소요된다.1만 5000원. 우주스타 833-7279. 금어호 833-6905.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830-5224,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780-2450. ▶ 맛집 : 섬진강변 전원가든은 참게탕으로 유명한 집.3만∼5만원을 받는다.782-4733. 고흥군 도화면 중앙식당은 주꾸미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다. 주꾸미해물찜, 데침 1인분 1만원.832-7757. 읍내 ‘소문난식당´은 가자미·병어 등 생선구이 잘하기로 ‘소문났다’.1인분 1만원.833-7787. ▶ 잠잘 곳 : 화엄사 아래 한화리조트 지리산은 호텔객실 1박+조식+사우나 입욕권 등이 포함된 봄꽃패키지를 8만 7000원(2인 기준)에 판매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도 살 수 있다. 배송비포함 18ℓ 6만원,4.3ℓ 4팩 6만 5000원,782-2171. 나로도의 경우 나로2대교 앞 하얀노을모텔이 깔끔하고 전망좋다.4만∼5만원.833-8311∼3.
  • 25년째 한센인 돌보는 ‘소록도 천사’

    25년째 한센인 돌보는 ‘소록도 천사’

    “고단했던 삶을 놓는 순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너무나 평안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길에 가족도, 친척도 없는 그들을 지켜볼 때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한센인들의 보금자리인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의 천사 김명순(45) 간호조무사가 보통사람의 눈에는 태산보다 높게 보였다. 그는 2007년 ‘숨은 공무원’으로 뽑혀 최근 근정포장을 받았다. 병원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신청했으나 현장조사에서 감동받아 한 단계 올라갔다. 김씨는 남편과 초·중학생인 1남 2녀와 함께 소록도 관사에서 산다.1983년 시작해 25년째 한결같이 한센인들을 돌보는 삶을 잇고 있다. 그가 눈뜨면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암환자, 간경화 등 중증인 한센인 환자 50명을 찾아가 주사를 놔주고 욕창부위 고름을 닦아내고 소독한다. 식사보조, 대소변 받아내기, 목욕과 이발, 머리빗기, 손발톱 깎기, 세수, 바느질, 산책하기, 노래 부르기, 관절 운동까지…. 허리펼 시간이 없다. 김씨는 지금 1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족 관계를 맺고 며느리가 됐다. 아이들은 재롱을 부리고 말벗이 되는 손주가 됐다. 식사 때면 아이들은 “꼭지(박곡지) 할머니 나 안 보고 싶대.”라고 물어본다. 그는 아이들 손 잡고 할머니 생일날 노래를 불러준다. 설에는 세배하고 세뱃돈도 받는다. 김씨는 “임종 때 할머니들은 우리에게 ‘간호야, 애기 엄마야.’라고 부르면서 ‘너무 미안하다. 고마웠다.’며 눈물을 흘리신다.”라고 말했다. 그가 치르는 장례식만 1년에 50여차례다. “요즘 소록도에 오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저도 깜짝깜짝 놀랍니다.‘한센병은 옮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아무렇지도 않게 할머니 얼굴에 대고 비비고 안고 합니다. 이들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요.” 김씨는 “젊어서 대도시 다른 병원으로 갈까 하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살면 살수록 소록도가 좋다.”며 웃었다. 그의 선친도 소록도와 뭍을 잇던 나룻배 선장이었다. 소록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Local] 소록도에 수돗물 내년 공급

    한센병 환자들의 보금자리인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 섬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수돗물이 들어간다. 고흥군은 18일 “100년만에 도양읍에서 소록도까지 상수도관(20㎞)을 설치해 이르면 내년 9월쯤 맑은 물이 공급된다.”고 밝혔다. 공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 상수도관은 바다 속이 아니라 최근 마무리된 소록대교를 따라 놓인다. 소록도에는 주민과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1300여명이 한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그동안 이 섬에서는 지하수를 이용해 위생상 어려움을 겪었다. 박병종 군수는 “소록도 주민들이 안심하고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도록 상수도관 설치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고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소록도병원 7개월만에 주인 맞는다

    소록도병원 7개월만에 주인 맞는다

    “소록도를 선택한 것은 의사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지원자가 나서지 않아 7개월째 공석이던 국립소록도병원장에 박형철(46) 광주광역시 동구보건소장이 16일 취임했다. 박 원장은 이날 “근무여건은 좋지 않겠지만 10여년 동안 보건소에 근무하며 깨달은 공공의료서비스를 소록도에서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한센병에 대한 편견과 낮은 보수 때문에 소록도병원장을 찾지 못하다 공모에 나선 박씨를 병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원장은 전남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예방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1995년부터 12년 동안 광주 동구보건소장을 지냈다. 그는 자치행정 혁신 전국대회 보건복지부문 최우수상, 지역사회중심 재활사업 최우수기관 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보건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공공의료서비스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박 원장은 “한센인에게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록도를 건강한 복지공동체로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전남 고흥반도 남쪽의 소록도에는 70세 이상 고령의 한센인 642명이 장기 치료를 받고 있다. 고흥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소록대교 개통 10일… 한센인 차별 현주소

    늙은 아들이 50년 만에 부모님 무덤 앞에 처음 섰다. 올해 78세인 전병곤씨. 그는 한센병에 걸려 나이 열 여섯에 소록도에 들어갔다. 마지막 소원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 추석을 앞둔 지난달 24일 비로소 소원을 이뤘다. 그의 눈물 속엔 62년 동안의 서러움이 담겨 있었다. KBS 2TV ‘추적 60분’은 ‘소록도 육지길 열리다, 귀향’을 3일 오후 11시5분에 방송한다. 한센병을 앓았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 주민들이 그토록 소망했던 연륙교가 임시개통된 현장을 찾아가본다. 지난달 22일 소록도와 육지를 잇는 소록대교가 열렸다. 차량에 나누어 탄 소록도 주민들이 환호 속에 다리를 건넜다. 소록도에 한센인들을 강제 격리하기 시작한 1916년 이후 91년 만에 뱃길이 아닌 다리를 통해 뭍으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한센병 후유증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의 눈에 눈물이 어리고 손가락이 없는 뭉툭한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한센병은 유전병이 아니고, 완치가 가능한 피부병일 뿐이지만, 아직도 한센병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인지 한센인에 대한 차별의 역사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아들의 주민등록에 소록도 주소가 남아 있으면 한센인 2세란 것이 알려질까봐 두 차례나 사망신고를 했다는 이행심씨 부부, 중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서울 인근의 한센인 정착촌 등.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가하고 있는 소리 없는 차별의 실체를 들여다본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종교·신념따른 대체복무 허용] 국민 절반 찬성여론 반영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겠다는 18일 국방부의 발표는 그동안 ‘시기상조론’을 고수해온 국방부 입장에 비춰 다소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월 사회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병역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던 당시국방부는 징병제 원칙 훼손 가능성과 국민 다수의 반대여론 등을 이유로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 허용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사회복무제 도입 발표후 찬성 여론 높아져 이날 국방부가 밝힌 입장 선회의 배경은 사회적 찬성여론이 확산되고, 현장조사를 통해 병역기피 수단으로의 악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지난 2005년 국방연구원 조사에서 23.3%에 그쳤던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찬성여론은 지난해 민·관 합동 대체복무연구위원회 조사에서는 39.3%, 사회복무제 도입 발표 뒤 한 방송사 조사에서는 50.2%까지 증가했다. 권두환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최근 소록도 한센 복지시설 등에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형사처벌을 감수할 만큼 강한 신념 없이는 근무가 쉽지 않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사면위원회 등 국제기구의 반복되는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 후보 시절 전향적 접근 강조 청와대 등 핵심부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02년 12월 “병역의무에 예외가 있을 수 없지만 양심의 자유도 헌법정신에 입각해 존중해야 한다.”며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전향적 접근을 강조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가 국가인권정책의 3대 쟁점으로 제시한 ▲사형제 ▲국가보안법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 가운데 앞의 두 가지보다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신장을 국정과제의 중심축으로 삼아온 참여정부 내부에선 세 가지 사안 가운데 하나라도 임기 안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압박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전히 ‘징벌적’ 차원 접근” 비판도 학계와 사회단체 일각에선 국방부의 이번 방침이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소수자 인권 보호’가 아닌 ‘징벌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대체복무제를 연구해온 이재승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보다 2배나 길게 책정한 것은 이들을 여전히 ‘처벌’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실제 독일과 타이완은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도 현역과 같거나 비슷한 복무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소록도,열린 세상 만나다…한센인들 반색

    ‘한센인´들의 집단 보금자리로 천형(天刑)의 섬으로 불리던 소록도가 91년 만에 육지와 연결됐다. 소록도는 일제 강점기 때인 1916년 5월17일 문을 열었다. 24일 전남도와 고흥군에 따르면 고흥군 도양(녹동)읍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가 다음달 22일 한가위 연휴 때 임시 개통된다. 소록대교는 1652억원을 들여 2001년 착공해 길이 1160m의 현수교로 세워졌다. 일단 차량이 아닌 사람만 통행이 가능하다. 내년 6월에는 소록도에서 거금도(고흥군 금산면)까지 다리로 연결된다. ●오후 6시·약한 태풍에도 배 끊겨 고립 “다리 연결이 우리 원생들에게는 혁명입니다. 소록도는 저녁 6시만 되면 배가 끊기고 태풍만 조금 불어도 고립됐거든요.” 1966년 5월 16세때 소록도에 와 올해로 42년째라는 이남철(58)씨가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소록대교가 원생들에게 심정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다리를 이용해 추석 때 가족들이 소록도에 오기도 쉽고 원생들이 밖으로 나가기도 아주 쉬워졌다.”고 말했다. 도양읍 상가 주민들도 “다리 연결로 소록도 주민들과 더 가깝게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를 이어 46년째 소록도와 도양읍을 잇는 도양 7호(97t급) 선장 전승민(45·도양읍)씨는 “가업이던 배를 더 이상 운항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아쉽지만 원생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일 아니냐.”며 웃었다. ●“한 맺힌 삶에 큰 위안” 소록도병원에서 20년째인 김광문(49)씨는 “소록도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원생들의 한맺힌 삶이 다리 연결로 많은 위안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면적 454만㎡인 소록도에는 평균 나이 73세인 644명(남자 353명)이 7개 마을에 나눠 살고 있다. 1947년에는 원생이 6254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이후 급속도로 줄고 있다. 소록도병원은 1982년 국립으로 격상됐고 의사 10명, 간호사 28명, 간호조무사 66명이 원생들을 돌보고 있다. 소록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Local] 소록도 연륙교 새달 임시 개통

    ‘작은 사슴의 섬’인 전남 고흥 소록도(小鹿島)가 연륙교 공사 6년여만에 육지와 연결돼 다음달 임시 개통한다. 전남도와 고흥군은 22일 “도양읍 녹동항에서 소록도를 잇는 길이 1160m의 소록대교가 지난 2001년 3월 착공 후 6년 6개월만인 오는 9월22일 연결된다.”고 밝혔다. 정식 개통은 내년 6월말 될 예정이다.
  • [Local] 국립소록도병원장 9월초 임명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 자리한 국립소록도병원이 6개월째 원장을 찾고 있다. 전임 김중원(53) 병원장이 2월 명예퇴직한 뒤 후임 희망자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특별채용시험 공고를 내고 이달 말까지 원서를 접수한 뒤 8월7일 면접,9월 초 병원장을 임명한다. 의사를 우대하지만 보건·의료·복지 분야에서 근무한 고위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다. 병원장은 공무원 신분에 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1949년 문을 연 소록도병원에는 한센병 재활치료자 650명과 이들을 돌보는 일반의사 2명, 공중보건의 7명, 간호사 28명, 간호조무사 66명 등 의료진 111명이 생활한다. 문의는 (061)840-0506.
  • 식약청 차장에 문병우씨

    정부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차장에 문병우 식약청 의약품본부장을 임명했다. 신임 문 차장은 1978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그 해 보건사회부 약무사보로 공직에 첫 발을 들여 놓은 뒤 국립소록도병원 약제과장, 대전·경인 식약청장, 식약청 의약품본부장 등을 거쳤다.
  • 日대사 소록도 위문

    日대사 소록도 위문

    오시마 쇼타로(大島 正太郞·63) 주한 일본대사가 25일 한센병 환자들의 보금자리인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를 찾아 위문했다. 그는 병원 원생 자치회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원생들의 영혼을 모신 만령당을 찾아 헌화 참배했다. 그는 “귀국하더라도 원생들이 요구한 보상 문제를 매듭짓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소록도 병원 원생 120여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센인들의 강제구금 등 인권침해에 따른 보상을 촉구해 지금껏 60여명이 보상금을 받아냈다. 그는 원생 자치회에 텔레비전 1대를 기증했다.2005년 7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다음달 말로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다.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소록도에는 640명의 원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소록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朴, 소록도서 ‘한센가족 보듬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7일 소록도에서 열린 ‘소록도병원 개원 91주년 전국 한센가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이날 소록도 방문은 ‘장애인 낙태’ 발언 논란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소록도로 가는 배 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회가 깊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곳 복지관에 2000만원을 기증하셨는데 이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유업이 돼버렸다.”면서 “복지관 완공식을 1974년 12월18일 했는데 어머니는 안타깝게 여기에 참석하지 못하셨다.”며 소감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고 육영수 여사 공적비와 육 여사가 세운 양지회관을 둘러본 뒤 축사를 통해 “한센병은 병 자체보다는 잘못된 편견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한센인은 국민기초생활보호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장애인 등록도 안 된다. 한센인 2세의 교육문제와 정착촌 주민 보건의료문제 등 한센인 여러분이 필요로 하고 아파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소록도 방문에 이어 순천으로 이동, 지역 여론주도층 모임인 ‘섬진강 포럼’에서 특강을 갖고 ‘화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영호남을 아우르며 바다로 흘러가는 섬진강처럼 진정한 국민화합이 필요하다.”며 “이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모두 가슴을 열고 손을 잡아 선진화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다. 우리는 호남도 아니고, 영남도 아니고,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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