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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한류와 문화수출정책/최현주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상임이사

    한류가 아시아의 대표문화로 살아 남는 길은 무엇일까. 우리는 대부분 몇백만명의 관객이 극장에 왔다는 식의 한류의 상품성과 그 가치에 매달려있으며, 최근 들어 콘텐츠의 중요성을 다소 인식한 정도다. 그러나 아시아가 공동으로 수긍할 수 있는, 콘텐츠를 뛰어넘는 한류의 대표적 정신계를 파악하는 길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은 20세기 이데올로기의 실체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의 서양화 이후, 마르크스의 존재감은 우리에게서 지워졌다. 즉 좌파라는 이데올로기의 실체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분단 조국이라는 현실이 우리가 갖고 있는 특수 현상이기는 하지만 국제 관계라는 커다란 지도를 펴놓고 볼 때, 우리는 어쩌면 진정한 이데올로기가 아닌 과거의 습관적 정신계에 집착하며 좌파·우파를 거론하는지도 모른다. 즉 마르크스의 실체보다는 사라진 마르크스의 그림자에 시달리며, 집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라진 이데올로기의 부재감 속에서 문화가 대중의 정신계를 지배하며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실제적으로 우리보다 약 60년 전 문화 수출에 성공한 미국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실례가 잘 나타나 있다.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이 선언되자, 미국은 1950년대말과 60년대초, 문화 수출을 통해서 타국에 자신들의 정신계를 심는 전략을 쓰게 된다. 그들은 문화의 본질이 정신계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자유’라는 미국의 대표정신계를 정립시켰다. 그리고 이 정신계를 동부 유럽과 제3세계의 대중들에게 심기 위한 통로로 할리우드와 로큰롤 같은 대중문화를 창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미정부는 대중문화를 통해 ‘자유사상’을 전파함으로써 공산화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유럽에 맞바람을 일으켰고, 자유사상을 20세기의 새로운 문화정신으로 수출하였다. 또한 뉴욕에 예술가들을 위한 미술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유럽의 예술가들을 뉴욕으로 이주 정착하게 만들었다. 세계예술의 중심지가 파리로부터 뉴욕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순수예술을 움직이는 것도 결국에는 자본의 힘이라는 결론으로 치닫게 하였다. 즉 ‘자유’와 ‘자본주의’라는 미국의 정신계를 세계에 심었던 것이다. 그들이 이와 같은 문화 수출 전략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이유에는 그들만의 숨겨진 목적이 있었다. 즉 첫째, 유서 깊은 유럽문화와 비교할 때 그들이 갖고있는 문화적 자격지심을 극복한다. 둘째, 미국민의 정신적, 문화적 자존심을 세움으로써 정치적 위상을 부각시킨다. 셋째, 미국 문화의 세계화에 따른 시장을 확장한다. 넷째, 자유사상을 유럽의 대중에게 이식함으로써 유럽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20세기 문화수출 전략의 중심에는 1960년대 미국의 문화제국주의, 그리고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미국이 제3세계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도전하기 시작한 ‘후기식민지 문화 연구’가 있다. 이들은 자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화와 그 구성원들의 ‘정신계’를 파악하면서 그에 따른 문화적 전략을 모색해왔다. 이와 같이 문화 수출 전략이란 정신계의 장악을 노리는 헤게모니 전쟁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21세기,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계를 바탕으로 탄탄한 문화전략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문화는 내용과 형식이 함께하는 진정한 문화 수출 사례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강력한 문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현주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상임이사
  • [월드이슈] 우크라-러 흑해분쟁

    [월드이슈] 우크라-러 흑해분쟁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촉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이번엔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해군의 임대료 문제가 불거졌다. 서방언론들은 최근 두 나라의 갈등을 19세기 러시아와 서방연합군이 벌인 전쟁에 빗대 ‘제2의 크림전쟁’이라고 부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둘러싼 ‘러시아 대 서방’의 대결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세바스토폴에 대한 1997년 협약을 파기한다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크림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말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폭탄발언이 양국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의 발언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에 주둔중인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 임대료를 4배로 올려 받겠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방침이 보도된 직후 터져나왔다. 크림전쟁은 1854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동방제국’ 러시아와 영국·프랑스·터키의 ‘서방 연합군’이 벌인 전쟁이다. 러시아는 가스값 인상요구에 기지임대료 카드로 맞선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위협’에 가까운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가스분쟁’ 이어 ‘흑해분쟁’ 그러나 우크라이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얄타 해변의 등대를 실력으로 ‘접수’했다. 러시아는 “등대를 강탈당했다.”면서 맹비난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의 항해시설을 불법으로 쓰고 있다.”고 맞섰다. 다음달 중순 양국간 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이번 기회에 ‘세바스토폴 문제’를 담판 짓고 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인구 40만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는 현재 30척이 넘는 러시아 군함이 정박해 있다. 주둔중인 러시아 해군만 1만 4000명이 넘는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고 흑해함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분할 배속된 뒤에도 러시아 해군의 주둔엔 별 문제가 없었다. 두 나라는 1997년 러시아가 1년에 9800만달러(약 980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20년 동안 세바스토폴 항구를 사용키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2004년 ‘오렌지혁명’을 통해 집권한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이 친(親)서방 정책을 펼치며 러시아와 거리를 두자 갈등이 표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유시첸코 정부에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함대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함대가 나토 가입 최대 걸림돌” 러시아군을 축출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세력의 지원을 업고 유시첸코 정부는 지난해 임대료 인상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흑해의 군사시설을 미국에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흘리더니 7월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등대를 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말 가스분쟁에서 최고조에 달한 두 나라의 갈등은 결국 이바노프의 ‘크림전쟁’ 발언으로까지 치달았다. 세바스토폴에서 밀려나면 러시아에는 치명적이다. 흑해 연안에서 그만한 천혜의 군항은 찾기 힘든 데다 200년 넘게 사령부가 주둔해 왔다는 상징성도 크다. 만일 미군이 주둔한다면 그야말로 송곳을 든 상대에게 턱밑을 내주는 형국이 된다. ●러시아 ‘세바스토폴 지키기’총력전 러시아는 3월의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흑해함대 이슈가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최근 “크렘린의 고위급 인사가 이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현지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함대시설 유치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도 약속했다. 러시아가 내심 기대하는 것은 이 지역의 친러시아 정서다.2세기 넘게 함대 사령부가 주둔했기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러시아인으로 여긴다.2004년 대통령선거 당시 유시첸코가 이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은 7%에 불과했다. 지역 공산당의 한 간부는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주민투표로 국가귀속을 결정한다면 크림반도는 당장 러시아에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BBC는 러시아가 본토의 흑해연안에 세바스토폴의 대체지 물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과거의 군사적 영광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러시아가 제정러시아와 소비에트 시대의 자랑거리인 이 ‘영웅적 도시´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총선 앞둔 우크라 정국 2004년 12월 ‘오렌지 혁명’으로 우크라이나 정치사를 갈랐던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오는 3월 총선을 앞두고 교차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흑해 갈등’이 친(親)서방파를 제치고 친러시아파의 내각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천연가스-흑해분쟁’으로 이어진 두 사건의 핵심에는 정치적 앙숙 관계인 두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친서방파인 빅토르 유시첸코(사진 왼쪽) 대통령과 그와 맞붙었던 친러파 대선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오른쪽). 두 라이벌의 정치적 지형은 1년여만에 역전됐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유시첸코 대통령은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부패 스캔들, 경제 악화에 이어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상에서 실패한 책임마저 제기되자 지난 10일 의회는 내각해임안을 가결했다. 국민들도 협상결과에 분노하고 있다. 유시첸코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은 해임안의 주인공도 정치적 동지였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친서방 노선에 함께 섰던 그가 등을 돌리자 유시첸코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반면 2004년 선거에서 패배한 야누코비치는 러시아지역당을 이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누코비치가 총선 이후 구성될 새 내각의 총리를 임명하거나 그 자신이 총리에 오를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야누코비치의 러시아지역당은 31%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시첸코의 우리우크라이나당은 13%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총선은 3월26일. 전체 450개 의석을 놓고 45개 정당이 맞붙지만 여소야대 상황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부터 의원내각제 국가가 됐다. 친러시아파가 오렌지 혁명을 누르고 재집권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의 급격한 ‘서구화’노선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가스·흑해분쟁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역(逆)으로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력에 두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관철될지, 우크라이나가 탈(脫)러시아라는 정치적 독립을 이룰지는 여전히 불씨가 남은 가스분쟁과 흑해분쟁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분쟁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자극,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세바스토폴 어떤곳 “세바스토폴 요새의 모든 전선은 수개월 동안 비범하고 힘찬 생명들로 들끓었고, 수개월 동안 죽음이 교차됐다…. 그 세바스토폴 요새엔 더 이상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바스토폴이란 지명이 익숙한 건 러시아 문호 레오 톨스토이 덕분이다. 그는 크림전쟁이 한창이던 1854년 세바스토폴 공방전에 참전한 뒤 불후의 단편 ‘세바스토폴 연작’을 남겼다. 원래 타타르인들의 근거지였으나 18세기 후반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가 군항을 건설한 뒤 세바스토폴이란 지명을 붙였다.1804년 러시아 흑해함대의 수비대가 설치됐다.1854년 크림전쟁 당시 러시아군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맞서 유명한 349일간의 농성전을 벌였다. 영국에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파견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러시아혁명 직후 내전기에는 독일, 프랑스, 반혁명군에 점령됐다가 1920년 소련군에 탈환됐다.2차 세계대전 때는 250일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해군에겐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천혜의 부동항인 까닭에 소비에트 시절부터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1954년 우크라이나로 넘어왔지만 러시아인들이 4분의3을 차지하는 주민들은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귀속감이 강하다.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러시아에서는 이 지역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주민들 다수가 과거 러시아 수병 출신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적대감도 강하다. 지난해 독일과 미국 전함이 정박했을 당시 주민들은 “세바스토폴, 세바스토폴,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수병들이여”란 노래를 부르며 항의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우크라이나의 철수압력이 강화되면서 러시아에선 대체항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흑해 동쪽연안의 노보로시스크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美, 北核철거 ‘옛소련방식’ 검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 핵 문제 타결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 내에서 핵 무기와 시설을 실제로 철거하는 단계인 협력적 위협감소(CTR) 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CTR는 미 정부가 지난 1992년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벨로루시 등 옛 소련 국가들의 핵 및 생물·화학 무기 감축과 제거를 위해 16억달러의 돈과 기술 등을 제공했던 프로그램이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지난해말 각각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랜드 코퍼레이션에 과거 소련에서 실행됐던 CTR를 북한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주도록 의뢰했다.CSIS의 연구는 지난해말 끝나 보고서가 국무부에 전달됐다. CSIS가 국무부에 전달한 CTR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핵무기 원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을 북한 바깥으로 수송하고 ▲원자로를 비롯한 핵무기 제조설비를 해체하고 ▲핵 폐기물을 처리하는 등 환경을 정화하는 것이다. 또 ▲관계국이 북한과 공동으로 의학·농업 등 순수 연구 목적을 위한 민간 핵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평양에 국제과학센터를 건설, 북한 과학자와 기술자를 양성·지원한다는 것 등이다. 이 가운데 원자로 해체 등 기술적인 부분은 미국이 담당하고 북한의 핵 과학자들에 대한 관리 등은 한국측이 담당한다는 것이 이 보고서에 담긴 제안이다.CTR가 수행되는 과정에 5년 이상이 걸리고 비용은 2억∼5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 정부도 지난 3일자 국정브리핑에서 CSIS의 CTR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무부는 물론 국방부까지 평화적 해결을 염두에 둔 CTR 연구를 의뢰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아무리 좋은 안이라도 북한이 수용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오충석 CSIS 객원연구원(통일부 공무원)은 “앞으로 북한 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 정부가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dawn@seoul.co.kr
  • [스포츠 Tips]

    ●삼보란 삼보는 ‘무기없는 호신술’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SAMozashchita Bez Oruzhiya’의 줄임말이다. 구 소련의 각 지역에 내려오던 토룬타, 루차카나리아 등 고대레슬링 기술과 몽골씨름 바흐가 뼈대를 이루며 유도도 큰 영향을 주었다. 지난 1938년 전 소련 체육스포츠위원회에 의해 체계화된 뒤 러시아의 ‘국기’로 발전했으며, 현재 세계연맹은 전세계 47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다. 삼보마니아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명예총재를 맡고 있다. 스포츠삼보와 컴뱃삼보의 두 종류로 나뉜다. 스포츠삼보는 아마추어 레슬링의 경기방식으로 공식 인정받았으며, 컴뱃삼보는 KGB나 공수부대 정예요원들의 실전격투기로 발전했다. 펀치나 킥을 금지하는 스포츠삼보와 달리 컴뱃삼보는 척추 및 낭심 공격 등을 제외한 모든 공격을 허용하고 있다.
  • “차라리 유치장 보내줘”

    “차라리 유치장 보내줘”

    모스크바 노숙자들에게 경찰서 유치장은 ‘시베리아 유형소’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끔찍스러운 곳이다. 고문에 가까운 ‘얼차려’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단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유치장 행을 노려 범죄를 저지르는 노숙자들이 늘고 있다. 다음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불어닥칠 영하 40도 안팎의 강추위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에 극지방에서나 보던 특수 디젤유가 공급됐고, 교통 경찰들에겐 전통적인 가죽 부츠가 지급됐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동물원에선 27년 만에 수만마리의 동물을 대형 천막 안으로 옮기는 비상조치가 취해졌다. 이날 새벽 영하 30도 밑으로 떨어진 모스크바에선 3명이 얼어죽고 14명이 저체온증으로 입원했다. 중부 볼고그라드에선 10명이 동사했다. 모스크바는 19∼20일 영하 37도까지 떨어진다고 예보돼 1979년 이후 가장 추울 전망이다. 러시아에선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한파로 모스크바 시민 107명을 포함해 모두 189명이 숨졌다. 당국은 당분간 관공서나 철도역 등에서 노숙자를 내쫓지 말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모스크바주는 18일 오후 비상체제에 돌입, 전력을 많이 쓰는 공사와 상업활동은 중단시켰다. 전력 공급이 1만 530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발표 직후였다. 대부분의 학교들도 사실상 휴교에 들어갔다. 중동부까지 도달한 한파는 러시아의 낡은 에너지 공급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모스크바의 보트킨스카야 병원은 16일 전기 공급이 2시간 끊긴 데 이어 17일엔 사무 빌딩에 대한 전력 공급량이 90% 줄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발전기 고장으로 45개 구역에 전기·온수 공급이 끊겼다. 남서부 사마라에서는 온수관 파열로 1만가구에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유럽의 겨울을 책임진다는 ‘에너지 공장’ 러시아에서 한파 사고가 속출한 것은 낙후된 시스템 탓이다. 옛소련 시절 마련된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 체계는 시설이 낡은 데다 용량도 한계치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책꽂이]

    ●한국 식물명의 유래(이우철 지음, 일조각 펴냄) 개망초, 개아마, 개솔새, 개벚나무…. 여기서 접두어 ‘개’는 개불알꽃(꽃 모양이 여름에 축 처진 개의 불알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의 그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유사하다, 흡사하다는 뜻으로 동물 개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 예컨대 개망초란 이름은 그것이 망초와 비슷하다는 뜻에서 온 말이다. 식물학자인 지은이(강원대 명예교수)가 북한과 옌볜지역에서 통용되는 이름까지 조사해 식물 이름의 유래를 소개한다.3만 5000원.●검은 천사, 하얀 악마(김융희 지음, 시공사 펴냄) 무채색인 검정과 하양은 신의 색이 되기도 하고 악마의 색이 되기도 한다. 또 시대에 따라 우울한 색이 되기도 하고 순수한 색이 되기도 한다. 서양 미술에서 사용된 흰색과 검정색의 의미를 살폈다. 폴 세잔이 그리고 싶어했던 새하얀 식탁보, 파르테논 신전에서 영감을 얻은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하얀색 건물에서 백설공주의 ‘백설 같았던’ 피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왔던 오드리 헵번의 검은색 지방시 드레스까지 다룬다.1만 2000원.●교황 베네딕토 16세 평전(존 알렌 지음, 왕수민 옮김, 한언 펴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광장에서 열린 한 행사에 빨간 구두를 신고 나타났다. 이는 교황이 추기경 시절 ‘신의 충복’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던 이미지와는 달리 교황에 재임하면서 훨씬 부드럽고 소탈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전세계 10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고 있는 교황을 다방면에 걸쳐 분석했다. 저자는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의 바티칸 통신원.1만 9000원.●와일드 하모니(윌리엄 프루이트 지음, 이한음 옮김, 이다미디어 펴냄) 미국의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저자가 북극과 알래스카의 광대한 자연을 직접 탐사하고 쓴 책. 아한대 침엽수림인 타이가에서 나무가 자라지 않는 땅인 툰드라 지대에 걸쳐 살아가는 순록과 늑대, 말코손바닥사슴, 회색곰과 흑곰, 스라소니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이 사냥을 위해 뿌린 독약에 순록이 죽고, 그 순록을 먹은 늑대와 늑대를 먹은 갈까마귀가 차례로 죽는 죽음의 연쇄고리가 섬뜩하게 묘사된다.9800원.●북한정권 탄생의 진실(시모토마이 노부오 지음, 이혁재 옮김, 기파랑 펴냄) 구 소련 공산당 정치국 사료(대통령궁 문서관 소장) 등을 토대로 아시아 냉전의 역사를 살폈다. 저자(호세이대 교수)는 ‘김일성이 1930년대 이후 항일 혁명투쟁을 이끌어온 결과 형성된 주체의 나라’라는 1998년도 개정 북한 헌법 전문은 정치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에 진주한 구 소련 적군(赤軍, 제25군)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국가가 바로 북한이라는 것이다.9000원.●경복궁 근정전(신응수 지음, 현암사 펴냄)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이후 133년 만인 2003년 해체ㆍ보수 공사를 마친 경복궁 근정전에 대한 중수기(重修記).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인 저자는 도편수(목수의 우두머리) 최원식, 조원재, 이광규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관영 건축 기문(技門)의 계승자. 근정전은 하층 190평, 상층 146평으로 이뤄진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건축물로 임금이 집무를 보고 국가의식을 거행하던 조선왕조의 상징적인 궁궐 건물이다.5만원.●조영래 평전(안경환 지음, 강 펴냄) 1990년 마흔셋의 나이에 세상을 뜬 조영래 변호사에게 늘 따라다니는 형용어구가 있다. 인권변호사, 그리고 ‘전태일 평전’의 숨은 저자라는 것이다. 그를 우리 시대의 공동 기억으로 만든 이 두 가지 말 속에 그의 삶이 압축돼 있다. 인간 조영래의 다양한 면모(낙서벽, 술을 못하면서도 끝까지 술자리를 지킴, 헤비 스모커 등)도 들려준다.1만 5000원.●조선영화-소리의 도입에서 친일 영화까지(이화진 지음, 책세상 펴냄) 조선에 최초로 발성영화가 도입된 1935년부터 해방을 맞은 1945년까지의 영화사를 돌아보며 오늘날 한국 영화에 남아 있는 식민지의 흔적을 살펴본다.4900원.
  • [코드로 읽는책] ‘창조적 파괴의 시대’ 미국의 몰락

    인텔의 전 회장인 앤디 그로브는 미국을 거대한 빙산과 마주한 타이타닉 호의 운명에 비유했다. 미국이라는 타이타닉 호는 과연 좌초할 것인가, 아니면 밀려오는 파도를 물리치고 위풍당당 순항을 계속할 것인가. 미국의 통상전문가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워싱턴DC 경제전략연구소장)는 미국의 패권시대는 끝났으며 세계는 지금 새로운 역사의 주기를 맞고 있다고 단언한다.최근 내놓은 저서 ‘부와 권력의 대이동’(이문희 옮김, 지식의숲 펴냄)에서 그는 파산, 침몰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며 미국의 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6000억 달러로, 연간 GDP의 6% 수준에 이른다. 세계의 주요 채권국에서 최고 채무국으로 바뀌었다. 제조·서비스 부문의 생산 역량은 빠른 속도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의 저비용 지역으로 일자리를 옮겨가는 미국의 경영자들은 지금 ‘베네딕트 아놀드 CEO’라는 비난을 뒤집어 쓰고 있다. 베네딕트 아놀드는 미국 독립전쟁 때 미국을 배반하고 영국으로 도망친 미국의 장군, 다시 말해 배신자를 뜻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최대의 부국이자 강국인 미국에 적어도 한 세대 동안은 도전장을 내밀 세력이 없으리라는 게 미국 지도층의 대체적인 믿음이다. 문제는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다. 오늘날의 세계화를 ‘창조적 파괴의 열풍’이라고 진단하는 저자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책은 중국과 인도, 옛 소련 국가들에 퍼져 있는 30억 아시아 신(新)경제인구의 부상과 세계 경제의 미래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중국은 현재 명목상 GDP 1조 4억 달러로 세계 7위의 경제규모이지만, 구매력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국가 경제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바야흐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라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도처에 널린 ‘메이드 인 차이나’가 중국 경제의 힘을 상징한다면, 인도의 부상은 단연 ‘서비스 인 인디아’라는 표현에서 읽을 수 있다.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 됐듯이 인도는 이제 세계 소프트웨어와 정보기술 서비스의 거점이 됐다. 인도의 IT산업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마지막 블루오션. 인도의 비상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이 무엇인지 알았고 또 그것을 바로 쓸 수 있었던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1만 98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데스크시각] 중국과 일본 사이/ 이석우 국제부 차장

    외교관의 자살, 혼외정사, 외국 공안 당국의 협박과 회유…. 첩보영화에나 나옴직한 사건으로 새해 벽두부터 중국과 일본관계가 시끄럽다. 상하이 주재 일본 총영사관 직원이 중국 기관원에게 약점을 잡혀 기밀유출 요구와 협박에 못이겨 자살했다는 게 일본 외무성의 주장이다. 중국 여인과 관계를 맺어온 이 외교관은 두 나라의 소유권 다툼 대상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등에 관련된 기밀 유출을 요구받고 고민끝에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28일 일본 외무성이 공식 유감을 표시하며 사건을 공개한 뒤 두나라 외교부간의 반박과 비난성명이 새해로 이어지면서 양측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자살한 외교관은 상하이 총영사관과 일본 외무성 사이에 오가는 암호의 조합과 해석을 담당하는 ‘전신관’. 민감한 정보를 다루던 자리다. 냉전시절 옛 소련과 미국과의 첩보전을 그린, 흑백 영화라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사건 전개는 근년 들어 꽁꽁 얼어붙고 있는 중·일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냉전종식 후 내리막길을 걷던 중·일관계는 지난해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중국내 대규모 반일시위로 이어졌고 잠복해온 두나라의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과 일본관광객들의 중국내 ‘기생관광’ 등이 베이징·상하이 등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를 촉발시킨 것이다. 지난 4월 중국 시위자들에 의해 깨진 상하이 일본총영사관의 유리창들은 중·일 당국간의 책임소재와 관련한 이견으로 여태껏 깨진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도 양측의 감정싸움을 엿보게 한다. 한류에 앞서 1980년대 중국을 휩쓸던 ‘일류(日流)’, 즉 영화와 드라마, 음식과 복장 등 일본 문화에 대한 열광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자리는 “너희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채워졌고 일본은 오직 규탄 대상일 뿐이다. 과거 일본의 기술·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정부가 취했던 조심스럽고 우호적인 태도도 이제는 “할 말은 한다.”는 자세로 바뀌었다.“힘이 생기니 숨겨온 의도와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오만하고 거친 중국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일본인들의 분개한 목소리도 커졌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미국이 중·일을 견제·경쟁시키는 이이제이(以夷制夷)로 동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신중론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양측 모두 불붙고 있는 민족주의 속에 힘의 대결로 달려가는 듯한 모습이 대세를 이룬다.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체 건설 가능성이나 21세기 새 국제관계의 모습으로 기대됐던 동반상승의 노력은 고사하고 동북아는 영토 분쟁과 안보 불안, 과거사와 자존심 등이 뒤범벅된 채 불신의 벽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미·일이 미사일방어체제(MD)를 빌미로 중국을 겨냥한 군사동맹을 강화해 숨통을 죄고, 타이완을 중국서 영원히 떼내려 한다고 분개하고 있다.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뜯어고치며 재무장의 길로 나가려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걱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구매력평가(PPP)로는 이미 세계 2위에 올라선 중국이 경제적 역량을 패권확보를 위한 군비강화에 쏟아붓고 있다며 세어진 중국의 완력을 걱정한다. 방위청서는 중국을 가상 적으로 올려 놓았다. 양측의 불신은 동북아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군비증가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모습은 100여년 전의 동북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한반도를 싸움터로 삼고 으르렁대던 청·일의 패권 다툼, 시계의 초침을 돌려놓은 듯한 상황속에서 한국은 부상하는 중국과 재무장을 향해 ‘보통국가’로 변신하고 있는 일본의 틈바구니 속에 끼어 있다. 한 외교관의 애정 행각이 자살이란 파국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혹여 현재 중·일 관계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중·일이란 두 거인의 각축이 동북아의 더 많은 보통사람들의 비극으로 확대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그런 불안정한 동북아 구조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석우 국제부 차장 jun88@seoul.co.kr
  • 6월 ‘세계평화포럼’ 무산 위기

    오는 6월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광주에 모이는 ‘세계평화 포럼’이 국비 예산 삭감으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2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 행사를 위해 국비 7억원의 예산 반영을 요구했으나 최근 열린 국회 예결특위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예산 삭감은 열린우리당 소속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반대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보도자료에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비지원에 합의한 사항”이라며 “열린우리당 광주지역 의원들이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삭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세계평화포럼은 국제적으로 약속한 사항인 만큼 국비지원과 상관없이 개최해야 한다.”며 “국비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시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는 6월15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평화포럼’은 박광태 시장이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에 참석,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광주개최’를 성사시켰다. 이 행사에는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리고베타 멘추 툼 과테말라 인권 운동가, 파올로 코타 라무시노 ‘퍼그워시 콘퍼런스’(반핵단체)사무총장 등이 참석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러, 우크라이나 가스공급 중단

    러시아 국영 가스공사 가즈프롬이 1일부터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 새해 벽두부터 자원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가즈프롬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우크라이나로 가는 가스 공급량을 하루 1억 2000만㎥씩 줄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천연 가스 줄다리기’는 가즈프롬이 현재 1000㎥당 50달러인 가스값을 230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4월부터 시장 가격 수준으로 가스 가격을 올리는 데 동의한다면 3월 말까지는 가스값을 동결한다.”는 협상안을 31일 자정까지 받아들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가즈프롬 대변인은 인테르팍스 통신을 통해 “우크라이나로부터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빅로트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모든 우크라이나인은 경제적 독립을 위해 함께 나아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스 협상에서 1000㎥당 80달러 이상은 올릴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우크라이나 친서방정책으로 관계 악화 1년 전 오렌지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은 유시첸코 대통령은 친 서방정책을 펴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됐다.가즈프롬은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몰도바, 벨로루시 등 옛 소련 국가에 대해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가스를 제공하면서 자원을 무기로 활용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가스 수요의 3분의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수도인 키예프의 관리는 “산업 분야의 가스 공급은 줄어들겠지만, 겨울을 대비한 보유량이 충분해 국민들의 생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가스 공급 중단 조치와 관련,EU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오는 4일 에너지 장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EU는 가스 수요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는데 이중 80%가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기 때문이다.●폴란드 “가스관 압력 낮아져” 가즈프름은 이미 이들 유럽 국가에 대해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에서 가스를 빨아들일 수도 있어 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게 제한될 것이라고 알렸다. 폴란드 가스 회사 PCNiG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수송되는 가스관의 압력을 낮춘 지 3시간만에 러시아에서 폴란드로 오는 가스관의 압력이 낮아졌다며, 위기감을 표시했다.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은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경고 편지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보냈다.‘믿을 만한 에너지 파트너’임을 내세웠던 러시아는 오는 6월 열리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 의장국의 위상도 위협받고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06 지구촌 이슈] 중남미 좌파집권 ‘도미노’

    [2006 지구촌 이슈] 중남미 좌파집권 ‘도미노’

    ‘신(新) 냉전시대 개막?’ 중남미의 좌경화 바람이 거세다. 지난 18일 볼리비아 대통령선거에서 에보 모랄레스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중남미의 좌파 정권은 7개국으로 늘었다. 더욱이 내년에는 중남미 10개국에서 대선이 실시되고 이 가운데 3,4개국에서는 좌파의 집권이 유력시된다. 이제 더 이상 중남미를 미국의 ‘뒷마당’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소련 붕괴 이후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멕시코·페루·니카라과도 집권 유력 내년 1월 칠레의 대선 결선 투표와 아이티 대선을 시작으로 중남미에서는 줄줄이 대선이 실시된다.2월에는 코스타리카,4월 페루,5월 콜롬비아에서 각각 대통령을 뽑는다. 이어 7월 멕시코,10월 에콰도르,11월 니카라과에서 대선이 실시된다. 남미 좌파 정권의 두 맹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각각 10월과 12월에 실시 예정인 대선에서 재선을 노린다. 이 가운데 멕시코·페루·니카라과 등에서는 새로 좌파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는 인구 1억 600만명의 대국이자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 좌파인 민주혁명당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페루에서는 좌파 여성 후보인 루데스 플로레스 전 의원의 당선이 유력시된다고 AFP가 전했다. 니카라과에서는 산디니스타 반군 지도자였던 다니엘 오르테가 전 대통령이 16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칠레에서는 1차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집권 중도좌파 연합의 미첼 바첼렛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베스형 VS 룰라형 남미의 좌파 정권은 강경파인 ‘차베스형’과 온건파인 ‘룰라형’으로 나뉜다. 뚜렷한 반미노선을 내세우는 차베스형 정권 국가로는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피델 카스트로가 46년째 집권하고 있는 쿠바, 모랄레스의 볼리비아가 꼽힌다. 룰라형은 좌파적 성향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실용주의적 노선을 택하고 있다. 숫자로는 룰라형이 많지만 세계 5위의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막강한 ‘오일 달러’ 때문에 차베스형과 룰라형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는 지난 16일 합작 정유시설 기공식을 가졌다.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브라질에서 정유하는 시스템이다. 또 차베스는 인근 국가들에 원유를 싼값에 제공하면서 우군(友軍)을 끌어모으고 있다. ●반미감정 심화도 한몫 좌파 도미노의 원인에 대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남미 주민들은 수년간에 걸쳐 경기 침체를 불러온 자유시장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중남미에 빈곤과 실업난, 빈부격차를 가져다 줬고 주민들은 선거를 통해 이를 심판했다는 설명이다. AP통신은 “중남미의 좌파 지도자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미국에 기대하기보다는 자기들끼리 경제동맹을 확대하고 에너지 협력, 대형사업 추진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보수주의 성향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은 중남미의 반미감정을 심화시키며 좌파에게 더욱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백두산 일출을 보다

    백두산 일출을 보다

    낯선 남녀가 서로 만나 100번째 되던 날, 대부분 조촐한 기념식을 하겠지요. 더욱 사랑하자는 뜻에서 말입니다.‘주말매거진 We’가 이번호로 독자와 만난 지 꼭 100번째가 됐습니다. 하여 어떤 좋은 선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눈덮인 백두산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혹 가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서 못가는 독자 여러분에게 간접 체험이나마 선사하려는 뜻에서이지요. 아울러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백두’의 기(氣)를 흠뻑 느껴 보자는 취지이기도 하지요. 정말이지 하얀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 백두산은 똑바로 서서 걷기조차 힘들 정도의 바람과 영하 30∼40도의 차가운 날씨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쉽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간단한 장비만 갖추면 등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백두산 북쪽 천문봉에서 만주벌판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신천지 새벽의 붉은 태양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습니다. 또한 드넓은 얼음평야처럼 꽁꽁 얼어 버린 천지의 장엄함 앞에서는 절로 머리가 숙여지더군요. 자 함께 가보실까요. 백두의 계곡으로 말입니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백두산은 정말 춥데.”,“겨울에 백두산은 못간데.”라는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속초에서 배를 타고 출발했다. # 백두로 향하다 백두산에 가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이번에는 속초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 훈춘에서 연길로 해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속초에서 러시아 자루비노항구까지는 585㎞이며 1만 4000t급 동춘호로 무려 열여섯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배에서 장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동춘항운 김세광 과장은 “말이 열여섯 시간이지 금방 지나갑니다. 오후 3시에 출항해 짐 풀고 저녁 먹고 한잠 자면 러시아에 도착해요. 어쩜 아침에 씻고 짐 챙기느라 바쁩니다.”라고 안심시킨다. 정말이지 막상 타고 보니 배의 위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멀미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을 배정받았다.4인실.2층 침대 2개와 TV, 화장실까지 설치돼 있었다. 추운 동해의 바람을 맞으며 멀어지는 속초를 바라보았다. 김 과장의 말대로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고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 전혀 다른 세상에 갑판에서 사진을 찍었다. 난생 처음 보는 러시아. 낡은 배, 녹슨 공장의 굴뚝, 눈덮인 야산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과 가장 다른 것은 ‘기온’이다. 부는 바람이 차가운 것이 아니라 콕콕 바늘로 찌르는 듯한 동통(冬痛)이 느껴진다.‘우와 추워!’ 정말 1분 이상 갑판에 서 있지 못할 지경이다. 이윽고 배가 접안했다. 자루비노항에서 동춘항운의 셔틀버스로 중국 훈춘의 장영자 세관으로 이동했더니 버스로 약 2시간 걸렸다. 하얀 눈이 덮인 불모의 땅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오고 가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마주 오는 차도 거의 없었다. 어느덧 버스 유리창에 서리는 차가운 얼음장으로 변해 버렸다. 밖의 기온은 영하 25도란다. 러시아 군인들이 지키는 크라스키노 세관에서 러시아 출국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중국 장영자 세관에 도착했다. 장영자는 ´긴고개 들로 이어진 끝´이란 뜻의 마을 이름이다. 연변 지역은 고구려, 발해시대의 먼 조상들이 말 달리며 지배했던 땅이고 일제시대에는 많은 항일 독립투사들이 조국 독립의 꿈을 키웠던 곳이어서 새삼 감회에 젖어본다. 연길 등을 거쳐 백두산의 관문인 이도백화(조그마한 시골 마을)까지 약 300㎞. 버스로 꼬박 5시간이다. # 민족의 영산을 마주하며 우리나라는 백두산에서 일어나 지리산에서 마치고 그 세는 물(水)을 근본으로 하고 나무(木)를 줄기로 한다고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은 말했다. 또한 백두산은 우리 국토의 시작이며 백두대간을 품고 있는 민족의 영산이 아닌가. 또 한민족의 발상지인 단군신화를 잉태한 가장 성스럽고 고결한 산이다. 오는 길이 멀고 힘들다 할지라도 우리 민족의 시작점에 설 수만 있다면 그 정도 수고는 감내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날씨가 구름 끼고 추운 탓인지 이도백화에서 그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가슴속에 느껴지는 맑고 성스러운 기운이 온몸에 짜릿한 전율로 다가온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호텔을 나섰다. 강원도청 환동해 출장소 직원들과 현지 가이드를 포함해 우리 일행은 모두 16명. 환동해 출장소 직원들은 동해바다의 어업과 해로를 관리하기 위해 강원도청에서 파견됐다. 이들과 함께 백두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 지프에 나누어 타고 어둠 속을 달렸다. # 민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자고로 백두산에서 일출을 본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영하 30도, 체감온도를 측정할 수 없는 그런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된다. 한겨울에도 백두산 천문봉까지 차가 다닌다. 물론 일반 승용차는 아니고 중국에서 특수하게 불도저를 개조해서 만든 특수 버스인 ‘설령차’를 타면 천문봉 입구까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새벽 5시, 장백산(張白山)이라고 써 있는 아치형 문을 통과한다. 이제 정말 백두산의 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 장백산이라니. 이 산에 숨쉬고 자라고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하나 우리 조상의 손길과 정성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건만 어찌하여 이곳을 장백산이라 부르며 내 나라를 거치지 못하고 남의 땅을 밟아야 이곳에 도착할 수 있는가. 반쪽짜리 나라의 아픔이 전해진다. # 찬란하다, 백두여 설령차에 올랐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얼어서 닫히지 않는 창문 틈 사이로 무서운 백두산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하다.‘휘잉∼잉 휘∼잉’하며 눈보라가 칠 때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새벽 달빛 사이로 백두산의 자태가 스친다. 목도리, 마스크, 귀마개, 장갑 등으로 온몸을 칭칭 둘렀건만 손끝과 발끝에는 여전히 한기가 느껴진다. 아침 6시가 넘어서자 동녘 하늘에 붉은 기운이 조금씩 올라온다. 마음이 조급해진다.‘이렇게 어렵게 올라가는데 혹시 해가 불쑥 나와버리면 어떡하나, 빨리 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앞선다. 굉음을 내며 설령차는 계속 백두산을 오른다.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차문이 열리면서 내렸다. 다행히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백두산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 기상대가 있는 주차장에서 천문봉까지는 걸어서 10여분.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천문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중학생을 둔 주부 홍복순(46)씨, 겨울산이 난생 처음이라는 정준호(47)씨도 고개를 숙인 채 천문봉을 향해 기어오른다. 만주벌판 저쪽 흐린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든다. 대륙의 저쪽에서 시작된 차고 거친 바람은 백두의 16개 봉우리를 타 넘어 천지에 부딪치고 솟구치며 눈과 함께 얼굴을 강타한다. 그래서 눈썹에는 하얀 고드름이 생기고, 덜덜 떨린다. 어느 누구 하나 바람과 추위를 피해 내려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발 아래 천지는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눈보라가 소용돌이치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뱉어내고 또 뱉어냈다. 모두 천문봉에 손을 잡고 섰다. 갑자기 누군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어느덧 차가운 백두의 머리끝에서 하얀 입김을 뿜어내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장엄하게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첫머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붉은 태양을 기다리며 우리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추위 속에서 그 애틋한 기다림 끝에 먼 구름 사이로 거짓말처럼 붉은 덩어리가 솟는다. 자신의 몸을 열어 고귀한 생명을 품듯 시뻘건 태양이 나타난다. 숨이 멎고 맥이 풀린다.‘와’하는 탄성조차 지를 수 없는 신성함에 고개가 먼저 숙여진다. 이날 백두의 아침은, 아니 한반도의 신새벽은 이렇게 찬란하게 시작했다. 광활한 붉은 바다를 향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내려왔다. 뜨거워진 가슴으로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박욱기(33)씨, 추위의 고통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날아갔다는 김남순(39)씨, 평생에 잊지 못할 아침을 맞았다는 김용국(45)씨. 함께했던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저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백두산 천문봉을 내려왔다. # 하얗게 변한 천상의 호수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천지를 보러 나섰다. 산장 주변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옷, 신발, 장갑 등을 빌려준다. 아이젠이 달린 털장화와 털점퍼는 각각 3000원,4000원에 빌려주며 마스크는 1000원, 장갑은 3000원에 판다. 그러니 장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백두산 온천지역에서 장백폭포를 거쳐 천지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린다. 매표소 입구부터 백두산의 이름이 실감난다. 산 정상 부위가 화산활동으로 인한 부식토로 하얗게 뒤덮여 ‘머리부분이 하얗다’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순백으로 변한 백두산은 입구부터 아름답다. 10여분을 오르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매달린 거대한 얼음 사이로 굉음을 내며 물줄기가 떨어진다. 이름하여 장백폭포.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거의 물이 얼지 않고 흐른다. 장백폭포 산장을 지나자 터널이 시작된다. 터널 속 ‘가파른 천 개의 계단’을 올라야 천지를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터널로 들어섰다. 좀 답답하다. 하지만 차디찬 눈보라를 맞지 않고 천지까지 갈 수 있다는 데야 어디 문제인가. 천지로 가는 터널은 관광객을 위해 한국인이 5년여 걸친 공사 끝에 2003년에 완성했다고 한다.35년간을 사용하고 중국측에 기부채납을 한단다.‘참 우리나라 사람은 불가능을 모르는 민족이야. 이렇게 가파른 곳에 터널을 만들 생각을 했으니.’ 가파른 천 개의 계단은 4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지 않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든다. 어느덧 터널의 끝쪽 문에서 휴식을 한다. 밖의 기온이 낮아 몸에 난 땀을 식히고 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문을 열고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친다.‘역시 쉽게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구먼.’ 하지만 난간 옆으로 물이 흐른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영하 30도에도 얼지 않고 이렇게 물이 흐르다니. 바로 이 물이 천지에서 흘러 ‘승사하’를 이루고 중국 송화강의 출발점이다. 승사하를 지나자 본격적인 백두의 품이다. 양쪽으로 깎아지르는 용문봉과 천문봉이 우뚝하고 곳곳에 작은 바위들이 시베리아의 벌판을 연상케 한다. 세찬 눈보라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 잊지 못할 광경에 연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정상에 이런 거대한 봉우리들과 천지라는 커다란 호수를 품고 있으니 경이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거센 눈보라를 맞으며 20여분 걷자 공룡 동상이 나온다.“와∼천지다.”하며 모두가 하얀 얼음판으로 뛰어든다. 맞다. 바로 여기가 백두산 천지, 하늘의 연못이라는 이곳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무려 둘레가 14.4㎞, 최대 너비가 3.6㎞, 최대 깊이가 384m인 연못. 어떻게 이런 산 정상에 커다란 호수가 있다고 누가 상상을 할 수 있겠는가. 모두 천지에 뛰어들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아예 드러누운 장희순(39)씨는 “만세 만세”를 외치며 “여기가 천지예요.”라며 북받쳐 오르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한다. 바람에 연신 눈을 비비며 “한번이라도 더 봐야지. 내가 평생에 언제 다시 여기를 밟아 볼 수 있겠어요.”라는 유현진(53)씨의 눈에는 이슬이 맺힌다. 친구들과 함께 중국 여행을 한다는 천안 나사렛대 문성진(21)씨는 “남쪽의 산들과 달리 웅장하고 위엄있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라며 “좀 춥지만 정말 오지 않았으면 너무 후회할 뻔했습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렇게 다들 백두산의 정기와 천지의 성스러움은 우리를 감동에 빠지게 했다. # 색다른 백두산의 별미 백두산의 또 하나 명물은 온천이다. 온천물의 온도가 섭씨 82도로 아주 뜨거워 계란을 담가 놓으면 자동적으로 삶아진다. 이렇게 삶은 계란은 정말 특이하다. 손으로 계란의 반을 잘라보면 흰자위는 반숙, 노른자위는 완숙이다. 먹기가 부드럽고 좋다. 온천수의 효능 때문이란다.3개에 1000원이다. 아주 맛있다. 주변에는 온천장이 몇 개 있다. 입장료는 1만원. 비싸다고 생각하지 말고 들어가면 정말 색다른 경험이 기다린다. 물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노천으로 나가보라. 고드름과 흰눈이 쌓인 탕에 몸을 담그고 백두산의 이름 모를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1분도 안 돼 머리카락이 얼어버린다. 그러면 탕에 얼굴을 담가 녹이면 된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하얀 눈가루가 탕을 휘감아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 정도면 겨울 백두산의 참맛을 만끽했다고 할 것이다. # 민족의 혼이 서려 있는 연변 예전에 만주로 불렸던 연변지역에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곳곳에 항일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으며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이 지역에는 우리 조선족을 위해 간판에 모두 한글과 중국어가 병행 표기돼 있어 외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한국 돈’이 거의 모든 식당과 상점에서 통용이 될 정도로 한국적인 곳이다. 다만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나라 70년대를 보는 듯하다. 훈춘 주변에 안중근 의사 유적지는 안중근 의사가 한달 동안을 머무르며 거사를 준비했던 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마당에 유적비도 있다. 연길 근처인 용정에는 우리 가곡 ‘선구자’의 일송정과 해란강을 만날 수 있다. 연길에서 용정으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 위에 자리잡은 조그만 정자가 바로 일송정. 전에는 늠름한 자태의 소나무가 서 있었다고 하나 일제에 의해 고사당하고 지금은 작은 소나무 한 그루와 정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한 민족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대성중학교가 있다. 현재 용정 제일중학교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현지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구관 앞에는 윤동주 시비가 세워져 있고 건물 2층에는 사진, 화보, 책자 등 윤동주 시인의 기념전시관이 꾸며져 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남양시와 중국 도문을 연결하는 도문대교, 북한의 나진 선봉과 훈춘을 연결하는 권하대교 등이 있어 멀리서나마 북한땅을 바라볼 수 있다. 지금은 훈춘시청으로 쓰이는 간도 일본총영사부는 ‘토지’드라마에서 길상이가 폭파하려고 했던 건물이다. 밀강 민속마을에 강운학(79) 박옥선(80)씨 노부부의 집은 60년 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함북 흑룡군과 연결된 사만자대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군 폭격으로 끊어진 채로 있었다. 이처럼 백두산을 가는 길에 둘러볼 만한 유적지와 역사적인 흔적이 많아 산 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백두산 관광의 선두는 동춘항운은 2000년 4월 28일 우리나라의 속초에서 러시아의 자루비노 항을 경유하여 중국의 훈춘시를 연결하는 최초의 해륙을 연계한 카페리 항로.즉 ‘백두산항로’라는 이름 아래 매년 여객 및 컨테이너 화물 등을 운송한다.또한 2003년 11월 6일부터 러시아 연해주의 수도이자 물류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톡항까지 연장 운항을 하고 있다. 동춘항운 부설 준여행 에서는 이 카페리를 이용해 중국 백두산과 러시아 등을 여행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겨울철에 중국 연변지역 관광과 백두산을 오를 수 있는 6박7일 상품이 39만9000원,백두산을 서쪽에서 북쪽을 종주하는 5박6일 상품이 68만원,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로프스크 등을 열차로 여행하는 6박7일 상품이 79만원 등이다.www.dongchunferry.co.kr ,(02)720-0271
  • 록키 시리즈 5편 다시 본다

    록키 시리즈 5편 다시 본다

    1990년대까지 할리우드 근육질 액션 배우의 대명사는 이탈리아 혈통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오스트리아 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였다. 이들의 연기 행로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스탤론은 직접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 ‘록키’(1976)의 주연을 맡아 무명 배우의 설움을 털고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스탤론은 ‘람보’(원제 퍼스트 블러드·1982)에 출연하며 미국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스탤론 본인보다는 ‘록키’나 ‘람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록키’시리즈만 무려 5편,‘람보’시리즈에는 3편에 등장하며 잔상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반면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1984)로 스타가 됐다. 물론 이 시리즈에 3편이나 출연했으나, 보다 다양한 액션 영화와 코미디 영화에 등장하며 캐릭터가 아닌 자신만의 이미지를 쌓았다. 지금은 정계에 뛰어 들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내고 있는 슈워제네거와 달리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스탤론은 25년 만에 ‘록키’의 여섯 번째 시리즈 ‘록키 발보아’를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18년 만에 ‘람보’의 네 번째 시리즈도 기획되고 있다. 케이블·위성 영화채널 MGM이 연말연시를 맞아 ‘록키’ 시리즈를 섭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31일에는 1,2편이 연속 방영되고(케이블은 오후 12시10분부터, 스카이라이프는 오후 6시부터), 새해 1일에는 3∼5편(케이블은 오후 12시10분부터, 스카이라이프 오후 6시10분부터)이 줄지어 방영된다. ‘록키1’에서는 뒷골목 건달이자 가난한 권투선수 록키 발보아가 우연한 기회에 세계 헤비급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에게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모두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던 경기에서 비록 판정패는 했으나 록키는 15회까지 버티는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준다. 엉망인 얼굴로 애인 애드리안(탈리아 샤이어)의 이름을 외치는 마지막 순간은 언제봐도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을 받았다. ‘록키Ⅱ’(1979)에서는 크리드와 리턴 매치 끝에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게 된다. ‘록키Ⅲ’(1982)는 자만에 빠진 록키가 방어전에서 패배한 뒤 다시 심기일전, 복수전을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옛 소련 복싱 챔피언과 대결을 벌이는 ‘록키Ⅳ’(1985)는 미국 패권주의 색채가 짙다는 지적을 받았다.‘록키Ⅴ’(1990)는 은퇴한 록키가 후계자를 키우는 후일담을 그린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음악 ‘고나 플라이 나우’와 그룹 ‘서바이버’가 부른 ‘아이 오브 더 타이거’(3편),‘버닝 하트’(4편) 등은 여전히 영화 팬들이 사랑하는 영화음악 레퍼토리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남북 민간전화 60년만에 개통

    분단 60년 만에 남북한간 민간 직통전화가 다시 연결됐다. KT는 28일 북한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KT 개성지사에서 역사적인 ‘KT 남북통신 개통식’ 및 ‘지사 개소식’을 가졌다. 이에 따라 이 날부터 일반인도 일반전화나 휴대전화로 언제든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전화할 수 있게 됐다. 이 날 개통한 광케이블은 300회선이며 수요가 많으면 더 설치할 계획이다. 행사에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봉조 통일부 차관, 남중수 KT 사장 등 남측 관계자 360여명과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김인철 조선체신회사부사장 등 북측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했다. 남북한 민간전화 개통은 1945년 8월 구 소련이 서울∼해주 통신망을 끊은 이후 60년 만이다. 그동안 남북한 당국간 직통전화는 지난 71년 연결돼 남북한의 행사협의 등에 이용됐다. 개통식에서는 진 장관이 한반도 동쪽끝인 독도, 이 차관이 남쪽 끝인 마라도, 남 사장이 서쪽 끝인 백령도와 각각 시연통화를 했으며 김인철 부사장은 KT 본사의 김현실 상무와 직통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전화 통화는 개성공단에서 남쪽으로 전화할 때는 ‘089-국내번호’를 사용하고 남쪽에서 개성공단으로 전화할 경우 ‘001-8585-YYYY’로 하면 된다. 공단내 전화 설치비는 회선당 100달러, 이용 요금은 기본료 월 10달러, 공단내 통화는 3분당 3센트, 공단과 남쪽간의 통화 요금은 분당 40센트다. 그동안 개성공업지구와 남측간에 전화통화를 하려면 일본과 평양 전화교환소를 경유한 국제전화 방식을 이용해 통화 불편과 함께 요금 부담도 컸다. 전화 개통은 또 남북IT 협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진 장관은 축사에서 “앞으로 우편, 인터넷서비스 제공 및 개성공단 통신 공급 등 IT분야 전반에 대한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 사장도 기념사에서 “내년 하반기에 3000평 부지에 통신센터 건립을 시작,100만평에 대한 통신시설을 공급하고 2단계 250만평,3단계 550만평 조성에 맞춰 첨단 IT시설 구축 및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KT는 지난 7월 남북간에 최초로 광케이블을 연결시켜 8·15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 총 3회의 화상상봉을 지원했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국제플러스] 푸틴 보좌관 ‘경제 통제정책’ 항의 사임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온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44)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27일 사임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일라리오노프는 “(푸틴이 집권한) 6년 전까지는 러시아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비판했다. 시장주의자인 일라리오노프는 옛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크렘린 내에서 유일하게 푸틴에게 이의를 제기해온 인물이었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그는 “크렘린의 통제 강화 움직임이 러시아를 재앙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가 지난 1월 선진 8개국(G8) 담당 대통령 특사 자리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 [시론] 줄기세포 사건과 챌린저 폭발/신택현 서울산업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시론] 줄기세포 사건과 챌린저 폭발/신택현 서울산업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온나라가 이념논쟁에 휩싸였던 한해가 저무는가 싶더니 충격적인 ‘줄기세포’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국민 영웅 황우석 교수의 학문적 성과와 역량은 물론 인격의 무오류성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열렬한 성원을 보냈던 대다수 국민과 치유의 그날을 위해 절절한 염원으로 기다려온 장애우들의 가슴에는 영원히 씻지 못할 상처가 남게 되었다. 이같은 엄청난 일이 왜 생긴 것일까? 항간에서는 황 교수 개인의 지나친 과욕과 사익을 도모하려는 주요 당사자간의 이해다툼을 원인으로 든다. 분명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개인 수준의 인간적 오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이번 사태는 개인이나 집단의 상호의존관계와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른 담합집단(coalition) 형성이라는 맥락에서도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사태는 지난 1986년 미국 챌린저호 폭발사고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 미국정부는 최강국의 위상을 견지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소련과의 우주경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상황은 바이오산업 육성과 선점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정권의 치적과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려 했던 현 정부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미국 정부의 후원과 국민의 기대 속에 우주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저조한 성과에 조급증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NASA는 가시적 성과를 통해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지원을 획득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황우석 사단의 경우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기 위해 단기간에 뭔가를 보여주어야 할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미국이나 우리 모두 정부와 연구조직이라는 두 주체가 서로의 이해를 위해 담합집단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여기에 또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주체가 담합집단에 참여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우주선 발사 보조장치의 독점공급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도모하려던 티오콜사가 있었다. 우리는 미즈메디와 섀튼 교수 등 미래 이익을 기대한 여러 개인과 집단이 논문 공동저자라는 형태로 담합집단에 참여했다. 밝은 미래가 보장된 듯 보이던 두 담합집단이었지만 급기야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우주선 발사 전날, 보조장치의 기술적 결함에 따른 우주선 폭발가능성을 우려한 티오콜사 내부의 전문기술자 집단이 우주선 발사 연기를 강력히 요청했다. 하지만 NASA와 티오콜사의 절박한 이해관계에 묻혀 이같은 요구가 묵살되면서 결국 챌린저는 이륙 직후 폭발과 함께 공중분해되는 운명을 맞는다. 우리의 경우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내부연구진의 이의제기가 묻혀지는 듯했지만 언론제보로 사회문제화하면서 담합집단 이탈 당사자들에 의한 폭로와 떠넘기기로 어지러운 공방과 반전을 거듭하다 논문조작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 점이 미국과 다르고, 더 큰 재앙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천만다행이다. 향후로도 줄기세포 사태같은 재앙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온 국민의 염원이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태가 반면교사의 역할은 하겠지만 원래 인간과 조직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황 교수의 비윤리적 행보에 제동을 건 젊은 과학자 집단 등 우리 사회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건전한 자정능력이다. 대형 참사를 경험한 미국이지만 지금도 우주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알려지지 않은 역량 있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 건전한 연구자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와 과학의 미래는 밝기 때문이다. 신택현 서울산업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천리그룹-이만득·유상덕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천리그룹-이만득·유상덕 회장家

    사업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동업’ 얘기를 꺼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사업 과정에서 동업자와 합의로 꾸려가기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업가들은 형제나 친척과도 동업을 꺼리는 편이다. 하지만 동업은 제대로 하면 혼자 때보다 훨씬 많은 경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중견 그룹인 삼천리는 동업 관계로 사세를 확장시킨 대표적 기업이다. 창업 선대(先代)부터 반세기 이상 ‘동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혈육보다 진한 동업정신 삼천리의 그룹 역사는 1955년 10월1일 고 유성연ㆍ이장균 명예회장이 공동으로 ‘삼천리연탄기업사’를 설립하면서 시작했다. 지금은 도시가스 및 해외자원 개발에 전념하면서 국내 도시가스 1위 업체로 부상한 것은 물론 세계 7위 규모의 유연탄광을 경영하는 세계 굴지의 자원개발회사를 보유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있다. 형제보다 가까웠던 두 선대 회장의 관계를 유상덕(46) ㈜삼탄 회장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이장균 회장님 댁과 우리 집안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웃에서 살았고 서로 큰 집, 작은 집이라 부르며 지내 와 서로 남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 우리 집안은 유(劉)가인데 왜 작은아버님의 성은 이(李)가인지 궁금했던 적도 있었다.” ●세 번에 걸친 운명적인 만남 두 창업주는 창업을 하기 전까지 모두 세번의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다. 첫번째는 해방 직후 함흥에서 소련군을 상대로 식료품 장사를 하다가 8인계 멤버로 만났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후 피란 시절에는 각자 경남 거제와 경북 포항에서 생활하다가 조우했다. 세 번째는 1955년 삼천리 창업을 통한 만남이었다. 창업 당시엔 두 가정이 단칸방에서 이불 칸막이만 쳐놓고 동고동락하며 사업을 일궜다. 연탄가루를 가져와 기계틀에 넣고 찍어 말린 뒤 배달도 직접했다. 네 사람이 연탄 수레를 ‘끌고 밀면서’ 삼천리의 그룹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유성연 명예회장은 1917년 함남 삼평면 부흥리에서 아버지 유봉주씨와 어머니 김씨의 2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부친의 사업 실패로 곤궁한 삶을 살아야 했다. 유 명예회장은 어린 시절 서당에서 ‘명심보감´을 공부하고 11세가 되던 해에 4년제 삼평보통학교에 입학했다. 남보다 늦은 학업이었지만 유 명예회장은 보통학교 4년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함흥 시내에 있던 함흥제일보통학교 5학년에 편입했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평양사범학교에 관비(官費)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당시 평양사범 입학시험에는 함경도에서 200여명이 응시해 9명만 합격했을 만큼 어려운 관문이었다.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한 유 명예회장은 함흥 부근에 있는 삼호보통학교에서 첫 교편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1년간의 교사생활을 거친 뒤 함흥시내의 영정보통학교로 전근했다. 영정보통학교에서의 교직생활이 3년 지났을 무렵인 1943년 유 명예회장은 일본 유학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태평양전쟁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생활이 힘들어져 유학의 꿈을 포기하고 함남 피복조합 사무원으로 취직했다. 이후에도 징용 위협이 다가오자 징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교사직을 다시 선택했다. 1944년 함흥 외곽에 있는 주북공립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해방 이후 유 명예회장은 경제활동에 투신해 나라 경제를 위해 큰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함흥 선덕비행장에 주둔한 소련 공군을 상대로 미군 군수물자, 초콜릿, 통조림, 담배, 술 등 식료품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유 명예회장은 한국전쟁 발발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우여곡절끝에 남한으로 가는 LST함정에 겨우 올라 타 피란민 대열에 합류했다. 거제도 난민수용소에 잠시 수용됐지만 수용소를 빠져 나와 미군을 상대로 토산 기념품을 팔기 시작했다. 이만득(49) 삼천리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장균 명예회장은 1922년 6월27일 함남 함주군 상기천면에서 아버지 이황주씨와 어머니 윤윤옥씨 슬하의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조부 때부터 가세가 기울기 시작해 전답을 모두 차압당했다. 이후 몇해동안 움집에서 살아야 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했다. 이 명예회장은 7∼8세 무렵부터 ‘소년 지게꾼’이 돼 공사장에서 자갈을 짊어져 날라야 했다. 힘든 와중에도 그는 낮에는 지게꾼으로, 밤이 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학에 나가 공부를 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거둬 주북공립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할 수 있었다. 이후 4년간의 학창생활은 이 명예회장이 경험한 유일한 정규 학업이었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이 명예회장은 유담보통학교에서 촉탁 직원으로 잠시 일하다 21세에 흥남질소비료공장의 사원을 거쳐 토목건설 현장의 서기로 옮겼다. 이후 함남토목회사의 하청업자로 변신해 사업가로서 첫 길을 걷게 된다. 어느 정도의 사업 성공도 이룬다. 소련군이 함흥에 진군하자 시내에서 ‘민흥상회’라는 가게를 열어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 그러다가 소련군이 좋아하는 통조림 제품을 구하려 수소문하던 중에 유 명예회장과의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됐다. 곧바로 의형제 이상의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8인계를 조직해 더욱 가까워졌다. 유 명예회장보다 보름 앞서 흥남에서 국군이 철수하는 배를 타고 포항으로 내려온 이 명예회장은 이곳에서 원산 출신인 김성숙(73) 여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 회장 부부는 포항 죽도시장 중심부에 ‘흥성상점’을 열어 시멘트, 밀가루, 설탕, 비료, 무연탄을 취급해 큰 돈을 벌었다. 특히 이 명예회장은 서민들의 연료인 신탄(숯)을 제조해 팔면서 장차 무연탄이 가정연료로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고 판단해 1953년부터 연탄사업에 손을 댔다. ●연탄사업으로 시작된 동업 이 명예회장은 1955년 서울에 있는 단성사로부터 원탄을 대량 매입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직접 강원도에 가서 560t의 원탄을 구매, 서울로 수송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운반 과정에서 원탄 가격이 하락하면서 단성사가 매입을 거부하자 탄을 저탄장에 쌓아 놓아야만 했다. 이 명예회장은 이때 서울로 올라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유 명예회장을 만나 같이 연탄사업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이 날은 삼천리그룹의 창립일인 1955년 10월1일로 유 명예회장이 박옥순(78)여사와 결혼한 날이기도 하다. 이후 아예 서울로 본거지를 옮긴 두 사람은 중구 신당동에 터를 잡아 호적에 본적지로 등록했다. 유 회장이 신당동 248-1, 이 회장은 건너편의 신당동 304-211에 안착했다. 이때 5세 위인 유 명예회장은 연탄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는 사장을 맡고, 이 명예회장은 원탄 구매와 자금을 담당하는 부사장 형태로 역할 분담을 했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 구분일 뿐 두 사람은 이후 어떤 일을 하든지 상의하고 양보하면서 삼천리의 역사를 일구기 시작했다. ●2세에게 동업 각서 물려줘 이들은 각각 회장실 금고에 동업각서를 보관해 오다 두 집안의 2세도 간직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떠났다. 두 창업회장은 5개 조항의 동업서약서를 쓴 뒤 가족보다 끈끈한 관계를 50년째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동업서약서에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다른 사람이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투자 비율이 다르더라도 수익은 절반씩 나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등 5개 조항이 담겨 있다. 재계 주위에서는 두 집안의 경영 스타일이 다른 점도 동업에 큰 도움이 됐다. 유 선대 회장 부자는 과묵하고 꼼꼼하고 심사숙고하는 성향인데 비해 이 선대 회장 부자는 직설적이고 외향적이며 공격적이어서 서로 보완이 됐다는 것이다.25년 전 코크스(용광로 연료) 사업에 진출할 때 이 명예회장과 유 명예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한 시간 넘게 싸우는 등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이 명예회장이 유 명예회장을 17번 찾아 설득한 끝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룹의 명운을 가름할 중요한 고비마다 두 창업자는 격렬한 논쟁을 벌였지만 일단 합의를 이루면 상대방의 뜻에 따랐다. ●선대와 버금가는 2세들의 동업경영 두 집안은 이렇듯 탄탄한 동업경영을 기반으로 두 창업주의 아들인 이만득, 유상덕 공동회장에 이르기까지 2대에 걸쳐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2세 회장은 선대 회장들과 같이 서울 방배동 한 동네에 살면서 3세 자녀들이 2세 회장에게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1993년 이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이만득 회장은 유 명예회장의 외아들 유상덕 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 회장이 그룹회장으로 취임하며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한번도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 유 회장은 삼천리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이만득 회장과 동일하게 갖고 있지만 삼천리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7개 계열사 지분까지 50대50의 똑같은 비율로 2대에 걸쳐 공동경영을 하며 연간 2조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천리(도시가스회사)와 삼천리ES(천연가스 냉난방기 판매), 삼천리ENG(도시가스 배관설비)를 맡고 있다. 유 회장은 해외에너지 자원 개발을 하는 ㈜삼탄(유연탄)과 삼천리제약을 책임지고 있다. ●월남민 출신 창업주들, 소박한 혼맥 가꿔 창업주들은 대부분의 친인척을 북한에 두고 내려와 화려한 집안을 꾸리지는 못했다. 이 명예회장은 2남2녀를 두었지만 자식들의 결혼에 대해서는 집안이나 배경보다는 며느리와 사위들의 개인 능력을 최우선으로 봤다. 며느리는 단출한 집안을 꾸릴 수 있는 ‘성품’을 위주로 봤고, 사위들은 ‘능력’을 중심으로 간택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요란한 혼맥을 이루지 않았다. 이 명예회장의 큰아들인 이천득씨는 삼천리 부사장으로 있던 1987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평범한 집안의 유계정(55)씨와 사이에 은백(32)·은아(30)·은미(29)씨 등 2남1녀를 두었다. 이만득 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가발 수출을 하는 삼천리의 계열사인 미성상사에 입사, 경영에 참여했다. 형이 작고하자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 회장은 1977년 전혜연(50)씨를 배필로 맞아 은희(27)·은남(26)·은선(23) 등 3녀를 낳았다. 전씨의 부친은 예비역 대령 출신으로 같은 이북 출신 실향민이다. 이 회장과 부인 전씨의 결혼 스토리는 부친 이 명예회장의 성격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이 회장은 친구의 소개로 부인을 만나다가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이 명예회장은 아들이 군 복무중에도 열애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두 사람을 불렀다. 이때는 5월5일 부인 전씨의 생일이어서 휴가나온 이 회장이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을 집으로 급히 호출한 것이다. 영문을 모르고 집으로 달려간 두 사람은 이 명예회장이 전씨를 꼼꼼히 뜯어 보더니 “됐다. 결혼해라. 결혼식은 10일 후인 5월15일 오후 5시로 잡자.”고 말해 너무 놀랐다. 두 사람은 귀를 의심했지만 “며느리가 착실하고 몸 건강하기만 하면 됐지, 뭘 바라겠느냐. 혼수는 일절 없이 식을 올리자.”며 두 사람을 독려했다. 혈혈단신 월남한 이 명예회장은 아들을 빨리 결혼시키고 싶은 생각에 혼례를 서둘렀다고 이 회장은 회고한다. 이 회장의 큰 딸 은희씨는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현재 플로리스트(화훼장식가)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딸 은남씨는 미국 UC어바인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셋째딸 은선씨는 UC버클리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장녀 이란(51)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이후 서울대 자연과학대 통계학과 교수인 조신섭(53)씨와 결혼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 응용 분석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86년부터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2녀인 이단(47)씨는 진주화(52)씨와 혼인했다. 진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페퍼딘대에서 MBA를 취득했고,2002년 ㈜삼천리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그리니치 투자자문㈜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유 명예회장은 박옥순 여사와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다. 유 명예회장도 사위들을 고르는 기준으로 이 명예회장과 같이 집안 배경보다는 능력을 중요시했다. 외아들인 유상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9년 삼척탄좌개발㈜ 상무이사로 재직하다 1993년에 ㈜삼탄회장에 올랐다. 고등학생인 용훈(18)·용욱(17) 등 두 아들을 두었다. 장녀인 명옥(55)씨는 이태성(59)씨와 결혼했다. 이씨는 미국의 스티븐스대 기계과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삼천리USA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명옥씨는 이 사장과 사이에 준영(30)·찬영(28) 등 두 아들이 있다. 차녀인 혜숙(49)씨는 이민엽(53)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혜숙씨는 미성상사를 맡고 있는 남편 이씨와의 슬하에 규빈(25)·규환(21) 등 두 아들을 두고 있다. jrlee@seoul.co.kr■ 이만득 회장의 ‘골프경영론’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매일 오후 헬스클럽에서 1시간동안 땀을 흘리고 주말이면 골프를 치며 경영 전략을 가다듬는다. 핸디캡 5 수준으로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골프에서 기업 경영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며 ‘골프경영론’을 설파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골프를 치면서 기업 경영에 필요한 많은 영감을 받는다.”면서 “골프와 경영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또 골프의 고수는 14개의 클럽을 고루 잘 쓸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기업가들도 다양한 경영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골프를 통해 배웠다고 한다. 그는 “경영자는 인사, 자금, 기획, 홍보 등 다양한 요소를 잘 활용해야 기본적 조건에 맞는 조화로운 경영을 할 수 있고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골프의 코스 전략과 경영의 코디네이션이 ‘닮은 꼴’이라는 점도 지적한다.“골프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코스와, 그렇지 못한 코스의 전략이 다르듯이 경영에서도 각각의 사업 분야마다 특징을 고려해 사업부문을 코디네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골프 경영론의 핵심이다. 골프 고수들은 아무리 쉬운 코스라도 티샷을 하기전에 머릿속에 자신만의 전략을 수립하고, 특히 어려운 코스는 더 복잡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이번 코스에서는 파(PAR·기준 타수)가 힘들겠다고 판단되면 보기(기준 타수보다 1타 더 치는 것)를 위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면서 “그리고 다음 코스에서는 버디를 잡아야겠다는 전체적인 전략을 짜게 된다.”고 말했다. 경영도 사업분야마다 이익이 많이 날 때와 적게 날 때가 있지만 모든 부분을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작은 곳에 집착하지 않고 사업 전체를 크게 바라보고 전략 수립과 투자를 감행해야 성공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끝으로 “골프공은 같은 자리에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매번 새로운 위치에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면서 “기업도 마찬가지로 매년 같은 환경에서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한다.”고 말했다. 경영 환영은 수시로 변하는 만큼 새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jrlee@seoul.co.kr ■ 전권 받은 전문경영인 ‘삼천리호’ 지휘 고 유성연·이장균 명예회장이 회사 이름을 ‘삼천리´라고 정한 것은 우리나라 제품으로 삼천리반도 전체를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포부에서 비롯됐다. 함경남도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식료품 장사를 해야 했던 창업주들의 ‘한(恨)´이 서려 있는 셈이다. 50년 만에 연탄 회사에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천리호´에는 베테랑 CEO들이 승선해 있다. 이만득·유상덕 회장은 일선 CEO들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스타일이다. 이영복(61) ㈜삼천리 사장은 엔지니어링 출신의 CEO로 국내 최대 도시가스기업을 이끌고 있다. 도시가스 업계의 산증인으로 안전을 중요시하는 업계 특성상 꼼꼼하게 일을 살피는 경영스타일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비효율적 경영 개선을 위해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윤리경영 선포식을 이끄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부산고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천리 도시가스사업본부 영업이사를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김경이(59) 삼천리ENG 사장은 재무관리 전문가로 관리형 CEO다. 재무 전문가답게 업무 프로세스를 중히 여기며 원리와 원칙에 따른 업무를 진행한다. 대구상고를 졸업한 이후 줄곧 ㈜삼천리에서 경리부문에서 재직하며 경리담당 이사대우, 부사장을 거쳐 2003년에 사장에 취임했다. 강태환(57) ㈜삼탄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이끄는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서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인력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삼천리 기술투자 상무이사를 거쳐 2001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찬의(51) KIDECO 사장은 인도네시아 파시르 광산을 세계 7대 유연탄광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2002년부터 사장을 맡아 업무별 소사장제를 도입하는 등 철저한 공정 관리와 치밀한 원가관리를 진두지휘해 왔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고,㈜삼천리 기획실 이사를 역임하는 등 ‘기획통´으로 정평이 나있다. 김용수(53) 삼천리열처리 사장은 무결함 경영을 지론으로 삼고 법적 기준에 따른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다.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천리 기계 상무이사, 기술연구소 상무이사를 거쳐 1997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김태성(60) 삼천리제약 사장은 삼성그룹에 입사해 홍콩 샹그릴라호텔 한국 대표를 역임하는 등 ‘외부영입´ 케이스로 삼천리호에 승선했다. 의사 결정과정에서 다양한 정보채널을 활용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1994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민엽(53) 미성상사 사장은 직원들에게 업무를 믿고 맡기는 ‘보스형´ CEO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삼척탄좌 상무이사를 거쳐 1993년부터 대표이사에 재직 중이다. jrlee@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데스크시각] 다인종·다문화 시대를 내다봐야/박정현 정치부 차장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가 지난달 11일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무렵에 이민자들이 일으킨 프랑스의 소요사태는 마무리돼가고 있었다. 드러커 교수가 남긴 지식 격언 가운데 하나가 ‘미래는 현재에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예측했던 옛 소련의 붕괴나 정보화시대의 도래같은 일도 정확한 현실 분석과 진단을 토대로 가능했다는 얘기다. 드러커 교수가 남긴 격언은 프랑스와 한국에서도 적용될 법하다.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이나 길거리에 앉아있던 노숙자들이 한때 낭만으로 비쳐졌던 시절이 있었다. 기자는 양복을 입고 출퇴근하던 회사원이 어느날 갑자기 노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던 프랑스인들의 얘기를 ‘선진국병’쯤으로 흘려들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낭만이 냉혹한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환위기에 이어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한파는 회사원들을 서울의 지하도로, 공원으로, 산으로 내몰았다. 프랑스의 현실이 우리의 미래라는 점을 알아차리지도, 예측하지도 못했을 뿐이다. 프랑스의 소요사태도 어쩌면 노숙자처럼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프랑스 소요사태의 주역은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의 2세인 젊은이들이고, 그 이민자들은 프랑스 경제가 활황이던 1960∼70년에 프랑스로 넘어와 프랑스인들이 기피하던 허드렛일을 도맡아왔다.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로 대체된 지 오래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 국적 외국인은 25만여명, 필리핀·베트남·태국 출신은 10만여명에 가깝다고 한다. 세계화 추세에 맞물려 우리나라도 국적을 초월한 인구이동이 이뤄지면서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겪는 차별문제나 인권문제는 시민사회단체나 제기할 뿐이고, 큰 사회적 관심을 모으지는 못하고 있다. 신혼부부 네 쌍 가운데 한 쌍은 국제결혼인 게 우리네 현실이다.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은 지난해 2만 5000건이다.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계약결혼 이후 프랑스는 저출산의 대명사로 불려왔지만 10여년 뒤에는 우리나라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로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1.1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를 밑돌고 있어 국가적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에 영국의 연금개혁 추진을 들면서 “2030년이면 연금이 고갈된다는 계산을 하지만 우리는 아직 국가계획으로 세울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나타낸 것도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연금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병을 뒤쫓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데도 정작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이 필요없게 된 요즘에 프랑스인들의 생각은 ‘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많이 낳는 그들이 사회보장금을 많이 타가면서 사회보장제도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프랑스인들의 생각은 프랑스인과 이민자 사이의 인종과 종교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프랑스 소요사태에 인권국가인 프랑스에서 톨레랑스(관용정신)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거나 파시즘의 부활이라는 등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머나먼 남의 나라 일처럼 내놓는 진단들은 한가해 보인다. 외국인 문제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와 2세들이 프랑스를 불태웠듯이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울시내 자동차를 불태울 수 있다는 생각은 한낱 기우일까?프랑스의 소요사태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다가올 다인종·다문화 시대의 문제점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프랑스 소요사태 같은 일이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을 때에야 대책을 세우면 우리 사회가 지출하고 감당해야 할 비용은 너무 크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야말로 프랑스가 주는 교훈이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jhpark@seoul.co.kr
  • 이호철 작품 인도서 출간

    원로 작가 이호철(73)의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과 단편집 ‘판문점’이 인도에서 영어 번역판으로 출간된다. 이씨는 “내년 1월7∼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인류의 마을과 도시’를 주제로 열리는 문화행사 ‘카사아시아(KathaAsia)페스티벌’에 기조 연설자로 참가해달라는 초청과 함께 인도와 남아시아의 영어권 독자를 위해 작품을 출간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면서 “이를 위해 지난해말 미국에서 출간된 ‘남녘사람…’과 ‘판문점’의 출판사와 저작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사아시아페스티벌’은 1947년 3월 네루가 창립한 아시아 콘퍼런스에 기원을 둔 대규모 문화행사. 내년 행사에는 주최국인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레바논, 이라크, 이란, 중국, 영국 등 22개국에서 100여명의 작가들이 참가해 토론을 벌인다. 이씨는 11일 열리는 포럼에서 ‘인간의 마을과 도시, 간디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20분간 연설한다. 이씨는 “2002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문학인대회’에 함께 참가했던 인도 작가가 나를 기억했다가 ‘남녘사람…’의 독일어판 출판사인 펜드라곤사를 통해 초청장을 보내왔다.”고 말했다.1950년대 후반 네루 집권 시기에 중동과 아시아권 16개국 작가들을 초청해 토론을 벌인 적이 있는데 당시 북한의 한설야, 구 소련의 시모노프 등이 참가했지만 이승만 정권하에서 한국 작가는 참가하지 못했다는 게 이씨의 전언. 그는 “구 소련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50년 전에는 참가조차 못했던 한국의 작가가 이번에 기조연설자로 참가하는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술원 회원인 이씨의 작품은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멕시코 폴란드 등지에서 번역 출간된 바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北인권 ‘고발자’ 총집결

    8일 낮 12시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깡마른 체구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등단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북한내 인권 참상 현황을 역설한다. 이어 수전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재단 회장이 나와 북한 인권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이어 김수철·김태산씨 등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니시오카 쓰토무 납북일본인구출협의회 부회장이 일본내 납북자 구출운동 현황을 전하면서 분위기는 격앙된다…. 8∼9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에는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동안 북한 인권 실상을 비판해온 인사들이 총집결한다.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최초의 대규모 국제회의라 할 만하다. 미 정부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 대사와 제이 레프코위츠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피터 애커맨 프리덤하우스 총재, 데이비드 호크 전 엠네스티인터내셔널 미국지부장,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수석연구원 등 미국측 인사가 다수 참석, 중량감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엘리자베스 바사 영국국제기독연대 인권옹호 변호사와 나데자 미하일로바 전 불가리아 외무장관,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 북한인권위원장, 윌리 포투어 국경없는인권 대표(벨기에 사무소) 등이 참석한다. 일본에서는 데리야키 마스모토 일본납북자가족협의회 대표, 고타로 이무라 ‘일본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회’ 사무국장, 사카나카 히데노리 탈북귀국자지원기구 대표 등이 참여한다. 특히 소련에서 반체제 활동 후 망명한 나탄 샤란스키 이스라엘 전 내각장관도 참석키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권에서 정의용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하며, 북한민주화운동본부·자유주의연대 등 보수민간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틀간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공식 행사에서는 북한 인권 현황 보고에 이어 북한인권 개선전략 등을 놓고 참석자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지게 되며,9일엔 ‘북한인권선언’이 채택될 예정이다. 공식행사와는 별도로 10일 북한인권대학생국제회의(이화여대)와 북한인권콘서트(청계광장) 등 각종 행사가 열리는 등 주최측은 11일까지를 북한인권주간으로 선포한 상태다. 하지만 이에 맞서 통일연대를 비롯한 진보민간단체들도 대회기간중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토론회와 대북정치공세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남남(南南)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인권국제대회와 관련,“민간단체 행사인 만큼 공식입장 발표는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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