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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연설의 귀재 히틀러, 전형적 루저였다

    대중연설의 귀재 히틀러, 전형적 루저였다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돌베개/256쪽/1만 3000원 책 제목의 의미를 먼저 짚자. 그래야 저자의 의도와 책의 얼개를 알 수 있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를 다룬 저술들은 넘쳐난다. 그러니 여기서 더 오지랖을 넓힐 생각은 없고, 알려진 내용들에 그저 ‘소박하게’ 주석 몇 개 덧붙이겠다는 거다. 여느 인물평전에 견줘 책 두께가 얇은 건 이 때문이다. 겸양을 떨긴 했으나 실제 내용이 ‘소박한 주석 몇 개’ 담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히틀러의 삶과 히틀러 현상의 배경, 영향 등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간결하게 요약했다. 책은 히틀러의 생애에서 시작된다. 저자가 보건대 히틀러의 56년 생애를 관통하는 단어는 ‘결핍’이다. 비상한 ‘정치적 삶’과 대칭되는 그의 ‘개인적 삶’은 믿기지 않을 만큼 앙상했다. 교육, 직업, 사랑, 우정 등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필수 요소들은 감쪽같이 빠져 있었다. 인생 초년의 히틀러는 전형적인 ‘루저’였다. 이게 변하기 시작한다. 단초는 이민이었다. 히틀러는 원래 오스트리아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는 국운이 기운 나라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선택한 나라가 바로 독일이었다. 이때가 1913년. 이듬해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그는 이 전쟁에서 펄펄 난다. 그의 가슴에 정치가로서의 열망도 꿈틀댔다. 결정적인 계기는 1919년에 있었다. ‘도이치 노동자당’의 대표였던 히틀러는 대중 연설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본다. 저자는 이를 “대중에게 집단 오르가즘 같은 것을 느끼게 해 조종 가능한 단일 집단으로 바꾸는 능력”이라고 표현했다. 또 있다. 죽어 가는 상대를 찾아 처리하는 본능이다. 저자는 이를 “정치가에게 매우 쓸모 있는 본능으로, 독수리의 시력보다는 콘도르의 후각에 비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능력을 이용해 마침내 권력을 ‘횡령’했다. 히틀러의 후반부 삶에 대해 저자가 내놓은 결과론도 색다르다. 히틀러 사후에 세계의 패권 구도는 달라졌다. 소련과 미국이 강자가 됐고, 유럽 제국주의는 힘을 잃었다. 유대인은 이스라엘을 세워 중동의 강자가 됐다. 책날개에 적힌 “좋든 싫든 오늘 이 세계는 히틀러의 작품”이란 문구는 바로 이 대목에서 비롯됐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우크라 분리투표 앞두고…크림에 나타난 푸틴

    우크라 분리투표 앞두고…크림에 나타난 푸틴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이틀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을 방문했다. 명목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참가한 것이지만 투표일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도발”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때마침 동남부 마리우폴에서는 또다시 유혈 충돌까지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개최된 2차 대전 승전 69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뒤 곧바로 세바스토폴로 이동해 현지 기념행사에 참여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한 러시아가 어떤 상황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란 의지를 과시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이 있는 세바스토폴은 2차 대전 초기인 1941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250일 동안 소련군과 독일 나치군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 곳이다. 양측에서 4만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한 접전 끝에 결국 크림은 나치의 수중에 들어갔고 1944년에야 소련군의 크림반도 탈환과 함께 해방됐다. 크림반도는 지난 3월 주민투표 결정에 따라 러시아에 합병된 곳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에서 흑해함대의 해상 퍼레이드와 러시아 공군의 공중 퍼레이드를 참관했으며, 러시아 각지에서 온 15만여명의 주민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에 대해 “도발을 위한 목적”이라며 “위기를 고의적으로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푸틴이 이 추모 행사를 ‘활용’하려 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 뉴스사이트 인사이더와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지 세력이 충돌, 최대 8명이 숨지고 부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경찰청 건물을 공격해 정부군 명령에 불복종하는 경찰관들을 체포했다고 분리주의 민병대 측이 밝혔다. 정부군은 경찰서 방어를 위해 몰려든 1500여명의 주민에게도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정부군이 현재 마리우폴을 장악하고 있으며 도심에 정부군 탱크와 장갑차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중앙정부가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보고 강경 진압 방침을 밝힌 만큼 투표일인 11일이 본격적인 내전 상태 돌입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과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하에 전국의 정치 세력과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 대화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국민 통합을 위해 지방 분권화, 자치, 언어 등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군과 충돌을 빚고 있는 무장세력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혀 실효성 있는 합의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70년대 옛소련 시절 ‘우주 귀환캡슐’, 14억원에 팔려

    70년대 옛소련 시절 ‘우주 귀환캡슐’, 14억원에 팔려

    냉전시대인 1970년대 옛소련의 우주비행사 3명을 태웠던 우주 캡슐이 경매에 나와 14억원을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경매업체 렘퍼츠가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경매장에서 소련의 우주캡슐 ‘바즈브라셰니예 아파라뜨’(VA)가 전화로 입찰한 익명의 유럽인에게 100만 유로(약 14억 1600만원)에 팔렸다. ‘귀환 캡슐’ 혹은 ‘재돌입 캡슐’로 불리는 이 장비는 높이 2.2m, 무게 1.9톤의 우주 캡슐로, 1977년 유인 우주선 임무, 이듬해 무인 우주선 임무 이후 훈련용으로 쓰이다가 영국의 민간 우주여행업체인 엑스칼리버 알마즈에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이번 경매에 나오게 됐다. 대기권 재돌입 당시 열로 타버린 자국 등은 이번 경매 이전 새롭게 단장하며 복구했다. 또한 이번 경매에는 러시아 우주복 2점도 출품됐다. 1996년 우주정거장 ‘미르’ 임무 당시 우주인 알렌산드르 칼레리가 착용했던 1점은 VA캡슐 구매에 성공한 같은 유럽 입찰인에게 6만 3000유로(약 8900만원)에 낙찰됐으며, 2003년 우주선 소유스호가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 당시 쓰인 1점은 7만 유로(약 9900만원)에 팔렸다. 사진=AFPBBNEWS/NEWS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우크라 동부 “분리투표 강행” 다시 전운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장악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하고 오는 11일 예정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애초 푸틴의 발언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데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분리주의 세력과 협상 없이 진압 작전을 계속할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8일 인테르팍스,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세력이 스스로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데니스 푸실린 인민위원회 공동대표는 위원회가 예정대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이날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인민위원회도 주민투표를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분리주의 지도자 알렉세이 츠밀렌코가 밝혔다. 이들 친러 지역의 결정은 푸틴 대통령이 주민투표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바로 다음날 이뤄졌다. 푸틴은 7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디디에 부르칼테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대화하기 위해 동남부 지역 대표들에게 11일로 예정된 주민투표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대화 시작을 위한 조건은 모든 폭력이 중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은 7일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4만명에 달하는 군대를 철수시켰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한 25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에 대해선 개헌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해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푸틴의 요청과 주장이 진실성을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분리주의 세력이 이마저도 거부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돌파구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던 한때의 분석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정치 분석가들은 푸틴이 분리주의 세력의 투표 강행을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친러세력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 배치 상황이 변했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면서 군대를 철수했다는 푸틴의 말을 반박했다. 8일 러시아군은 푸틴의 감독하에 전군 군사대비 태세 점검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옛 소련권 군사동맹체 집단안보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미사일군과 우주방어군 등 전국의 모든 군부대가 동원된 이날 훈련에서는 적의 선제 핵공격을 격퇴하고 대규모 보복 핵공격을 가하는 가상훈련도 실시됐다. 한편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동남부 분리주의 민병대 지도자들과 협상할 생각이 없으며 진압작전을 계속할 방침을 재확인했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는 국민을 죽이고 고문하며 납치하는 범죄자들과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대테러작전의 틀 안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있다”며 진압작전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현대음악 작곡계의 거장 구바이둘리나의 삶과 음악

    현대음악 작곡계의 거장 구바이둘리나의 삶과 음악

    현대음악의 전설,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83)가 국내 클래식 팬들과 처음 만난다. 오는 7~29일 ‘2014 서울국제음악제’가 그의 음악과 삶을 나누는 자리가 된다. 구 소련 타타르스탄공화국 출신인 그는 1980년대 초 기돈 크레머가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오페르토리움’을 연주하면서 세계 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2년 독일로 이주하면서 위상은 수직 상승했다.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유럽의 음악축제와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음악단체에서 그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사이먼 래틀, 앤드루 데이비스, 구스타보 두다멜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도 그의 작품을 잇따라 초연했다. 이신우 서울대 작곡과 교수는 “구바이둘리나는 펜데레츠키와 함께 생존하는 현대음악 작곡계의 거장으로, 서방의 클래식 흐름을 의식하기보다 오랫동안 내적으로 축적해온 음악의 정신적 세계, 영적인 힘이 커 남다른 독창성을 지닌 작곡가”라고 소개했다. 러시아, 코카시아, 아시아의 민속악기를 섞는 이채로운 악기 편성과 종교적 신비주의 등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작품은 오는 23·26일 세 차례에 걸쳐 감상할 수 있다. 23일 오후 1시 서울대 음대 예술관 콘서트홀에서는 그의 대표작 ‘요한수난곡’을 살펴보는 강연과 작곡가와의 대담, 연주회가 마련된다. 26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와 동시대 음악가들’이라는 주제로 구바이둘리나의 ‘비올라와 바순, 피아노를 위한 콰지 호케투스’, 슈니트케의 ‘참회의 시편’, 이신우 교수의 ‘비가’ 등 현대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같은 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특별 콘서트’는 세계 초연인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두 개의 길’ 등 그의 음악만으로 채워진다. 음악제의 문을 여는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가 이끄는 바로크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7일)로 파격적인 비발디의 ‘사계’를 선보인다.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인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살바토레 아카르도 내한 공연(18일), 피아니스트 임동민이 협연하는 뉴재팬 필하모닉 내한 공연(29일) 등이 이어진다. www.simfkorea.org. (02)585-0137.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 재부상의 의미/이기철 국제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 재부상의 의미/이기철 국제부 전문기자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친러시아 세력들의 격렬한 분리 활동을 통해 러시아는 자신의 무게감과 중력을 세계에 뚜렷이 각인시켰다.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25년 전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이 주도해 왔던 세계질서가 지정학적으로 재편되는 징후로 읽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근대사에서나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핵무기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물려받은 데서 보듯 소련을 계승한 나라다. 소련이 한반도 분단의 책임이 크기에 우리로선 러시아의 대응 전략을 유심히 봐야 한다. ‘슈퍼 파워’ 소련은 1980년대 유가 하락에 따라 외채가 산더미처럼 쌓여 부도 직전으로 내몰렸다. 1989년 12월 몰타에서 냉전 종식 선언으로 체제 우위 경쟁은 끝났다. 1991년 7월 동유럽 국가의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는 해체했고, 그해 12월 소비에트연방은 붕괴했다. 이후, 유가가 오르면서 2006년 러시아는 외채를 모두 갚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반면 서방 군사조직인 나토는 오히려 동유럽 국가를 받아들이며 회원국을 늘렸다. 1999년 폴란드 등 3개국을 신입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발트 3국 등 7개국을, 2009년 크로아티아 및 알바니아를 받아들이며 동진했다. 이런 와중에 2003년 조지아에서 ‘장미 혁명’이, 2004년 문제의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 혁명’이 발생해 친러 정권이 무너졌다.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시위’와 마찬가지로 이들 혁명 뒤에는 서방의 조종이 있다고 러시아는 믿어왔다. 2011년 12월 ‘안방’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던 반정부 시위의 배후는 미국이라고 당시 총리 푸틴이 맹비난했다. 나토의 동진이나 동유럽에서의 민주화 운동이 자신들을 위태롭게 한다고 러시아는 받아들인다. 러시아의 급선무는 나토의 동진을 막는 것이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 계기가 되면서 푸틴은 ‘군사 근육’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를 잃지 않으면서 사태 봉합을 바라기는 나토나 러시아나 같은 입장이다. 나토는 냉전시대와 비교하면 병력이 크게 감축됐고, 국방비도 크게 줄어들었다. 종이호랑이는 아니겠지만 작전능력이 떨어져 하드웨어로 러시아의 버릇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면 러시아는 나토와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실리를 챙기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수습되면 푸틴은 눈을 동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계속되면 러시아는 한국에 투자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푸틴은 또 중국에 지나치게 경도된 북한에 대해 관계 재정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례로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부채 11조 3000억원 가운데 90%를 탕감했다. 만성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에 대해 러시아는 천연가스라는 매력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다. 북핵과 ‘통일 대박’ 해법에 러시아라는 큰 변수가 불거지게 됐다. chuli@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정글만리’ 새달 중국어판 출간하는 소설가 조정래

    [김문이 만난사람] ‘정글만리’ 새달 중국어판 출간하는 소설가 조정래

    그는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 세월호 안에 있는 아이들 생각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그 아이들 중에는 베토벤도 있고 모차르트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꿈많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도무지 울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작가 조정래(71)씨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에게는 작가적 한이 남다르게 많다. 몸부림쳐지도록 장대한 글을 쓴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그리고 최근의 ‘정글만리’만 보더라도 그 한이 켜켜이 배어 있다. 험난하고 처절한 역사를 그려낸다. 작가적 사명감으로 자신과 외롭게 싸우면서 수없이 구슬을 꿰고 또 꿴다. 역사와 세상 앞뒤 면을 특유의 통찰력으로 깊게 파헤치고 넓게 살핀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200자 원고지에 정성으로 옮긴다. 하루 평균 30장, 글발이 좀 받을 때는 100장까지 달린다. 농부의 호미가 녹슬 겨를이 없듯이 열심히 글 밭고랑을 일구는 지난한 경작을 한다. 그러다 보니 위궤양과 오른팔 마비, 탈장 등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조정래 문학산맥’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조씨는 올해로 문학 인생 44년이다. 그리고 부인 김초혜 시인은 50년을 맞는다. 부인이 문학적 나이로서는 선배인 셈이다. 둘은 우리나라 원조 캠퍼스 커플이다. 동국대 2학년 때 만나 조씨가 군 복무 시절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혼하는 것”이라는 감동적인 말을 해 결혼에 골인했다. 지금도 그 사랑을 나누며 둘은 알콩달콩, 닭살 돋도록 잘살고 있다. 조씨는 부인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새록새록 피어나는 영혼의 꽃”이라고 표현한다. 뉴스거리가 하나 있다. 조씨의 최근작 ‘정글만리’가 130만부 이상 팔렸고 오는 6월 중국어판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 자체가 중국 무대로 했으니 중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재미있는 책은, 예를 들어 무협지만 하더라도 1억부 이상 팔린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또 있다. 그의 부인 김씨 또한 오래간만에 책을 출간하는데 중국어판까지 낸다. 김씨가 쓴 원고는 ‘시인 할머니가 손자한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내용이다.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국내판은 다음 달에 나오고 중국어판은 오는 9월쯤 발간될 예정이다. 동갑내기 작가 부부가 거의 동시에 중국어판을 낸다는 점에서 관심거리다. 조씨 부부의 문학 인생에서는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와 만난 자리에서 누구나 다 갖고 있는 휴대전화가 왜 없느냐고 했다. 안주머니에서 수첩 하나를 꺼낸다. 첫 장에는 부인, 그리고 두 번째 장에는 손자 사진이 있다. 그리고 다음 장부터 가족이며 친지 등 필요한 전화번호를 적어놨다. 길거리 가다가 꼭 전화할 일이 있으면 지나가던 예쁜 여학생한테 “나 조정래라는 사람인데 휴대전화 잠시만 사용할 수 있느냐”고 하면 얼른 빌려주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굳이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다며 웃는다. 수첩에는 좌우명처럼 여기는 선시들이 적혀 있다. 잠시 들여다본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취는/ 뒤에 오는 사람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가 한 말이다. ‘청산은 나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 나옹 선사가 한 말이다. 또 있다. ‘10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 청풍 한 칸에 맡겨두고/ 강산을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송순이 전남 담양에 면앙정을 10년간 짓고 나서 지은 시다. 그는 “얼마나 멋진 말들이냐”고 반문하면서 가끔식 들여다보며 혹시라도 기울어진 마음을 올바로 세운다고 했다. 화제를 ‘정글만리’로 옮겼다. ‘정글만리’가 현재 130만부를 돌파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팔릴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아마 150만부 정도 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다시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을 다 합하면 몇 부나 되느냐고 물었다. 1600만부 정도(팔린 것)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조씨는 자신이 펴낸 책들의 인지를 직접 찍는다. 그렇게 많은 분량을 어떻게 찍을까. 그러자 “아주머니들이 대신 찍어주는데 그들에게 일감을 주니 고용창출이 아니냐”며 웃는다. 작가는 많은 독자를 만나는 것이고 그 과정 또한 소중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곁들인다. ‘정글만리’는 언제부터 준비했느냐고 하자 “1990년 ‘아리랑’을 쓰기 위해 처음 만주를 갔을 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 후 중국 관련 서적만 80여권 읽었으며 고시공부 하듯이 중국을 분석했다. 중국을 16차례 다녀오면서 깨알같이 기록한 취재수첩만 해도 90권에 이른다. 중국어판 ‘정글만리’는 청도출판사에서 발간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짝퉁이 많다고 하는데 ‘해적판 정글만리’가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니냐. 그만큼 독자들이 늘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얘기를 한다. “소련은 몰락했지만 중국은 세계 자본주의가 구해줬지요. 만약 안 그랬으면 중국도 소련처럼 무너졌을 것입니다. 중국은 중국식 자본주의로 굳건히 버티며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요. 앞으로 우리나라는 중국을 정확히 봐야 합니다. 중국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중국 사람들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중국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점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 번째가 88서울올림픽이다. 처음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중국의 100분의1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나라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깔끔하게 대회를 마무리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게 생각했다. 두 번째는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한국은 이제 망했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데 금 모으기 등을 하면서 극복해내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세 번째는 한류와 스포츠. 가수 싸이의 말춤으로 세계를 휩쓰는 것을 보고 감탄해 했고 또한 탁구로 중국과 서로 자웅을 겨루고 양궁으로 올림픽을 연속 제패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을 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민족적 자질이 우수한 강소국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자대(自大)하는 한국인을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했다. 즉, 스스로 큰 것처럼 잘난 척하는 한국인들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인들 앞에서 자대하지 말고 중국을 이성애적으로 겸손하게 대해주면 우리나라에 관광객 1억명은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우호적이고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란다. 작년 하반기였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 ‘세계의 베스트 서적’을 다뤘다. 이때 ‘정글만리’에 대한 서평이 눈길을 끌었다. ‘왜 중국은 좋게 보고 일본은 안 좋게 썼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난징대학살 등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좋게 보지 않으니 그렇게 다루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 지난 100년의 굴욕을 극복했으며 자동차나 고속철도 등 마음껏 길을 뚫고 발전해 나가고 있지요. 잠재력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중국은 말 그대로 파도 파도 끝없는 광맥이 나옵니다.” 왜 대하소설만 고집하는지 물었더니 “우리나라는 지난 5000년 동안 크고 작은 외침을 931차례나 받았다. 이것을 다루려면 당연히 대하소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요즘처럼 TV와 스마트폰에 매료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장면이 진지하고 빨리 전환돼야 하기 때문에 문명의 이기와 싸우며 문장 하나하나에 마침표를 치열하게 찍고 있다고 말했다. 석가탄신일을 얼마 앞두고 있어서 출생에 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는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스님이었다. 일본이 한국에 들어와 황국화 정책을 외치면서 승려에게 결혼할 것을 강요했다. 그래서 풍경소리와 목탁소리를 들으며 어머니 뱃속에서 자랐다. 고 3때였다. 아버지가 하늘과 벗 삼아 지내라는 뜻이 담긴 인천(隣天)이라는 법명을 직접 지어주며 출가하라고 엄명했다. 하지만 조씨는 문학을 하겠다며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만해 스님을 거론하며 “출가해서 마음만 있으면 뭐든 크게 이룰 수 있다”고 설득했다. 조씨는 다시 “그분은 100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하는 훌륭한 분”이라고 하면서 고집을 부렸다. 대신 동국대로 진학해 불교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 법일 스님, 공허 스님 등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의 책상에는 ‘문학의 길’과 ‘길없는 길’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고 바로 옆에는 염주가 놓여 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할까. 우선 술을 안 한다. ‘태백산맥’을 시작하면서 딱 끊었다. 매일 7000보 이상 걷는다. 비가 오면 집에서 이 방 저 방을 오고 가며 걷는다. 학생 때 배웠던 보건체조를 꾸준히 한다. 요새는 부인도 보건체조에 동참한다. 식사 시간은 반드시 40분을 지킨다. 이때 조용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신문 사설을 읽는다.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하얼빈에서 티베트까지 박물관 루트를 취재해 ‘열하일기’식으로 써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소설이란 무엇일까. 그러자 “인생에 대한 총체적 탐구이며 작가는 인문학적 소양이 아주 깊어야 한다”면서 후배작가들에게는 “테크닉 위주로 글을 쓰지 말고 고층빌딩을 쌓듯이 박애, 사랑, 종교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지독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조정래는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1953년 벌교로 이사했다. 1962년 서울 보성고를 거쳐 1966년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현대문학 ‘누명’으로 데뷔했다. 월간문학 편집장(1973년), 소설문예 발행인(1977년) 등을 지냈다. 1983년 ‘태백산맥’의 집필을 시작해 1986년 ‘태백산맥’ 전10권을 완간했다. 1994년 ‘아리랑’ 전12권, 2001년 ‘한강’ 전10권을 발간했다. 이 밖에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2003년), 조정래 문학전집 전9권, ‘시간의 그늘’ 등 문학지에 소설 50여편을 발표했다. 주요 수상으로는 현대문학상(1981년), 대한민국문학상(1983년), 제1회 동리상(2003년), 제7회 만해대상(2003년). 제11회 현대불교문학상 소설부문(2006년) 등이 있다. 2003년 전북 김제에 ‘아리랑문학관’, 2008년 전남 보성에 ‘태백산맥 문학관’을 개관했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새뮤얼 베케트는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새뮤얼 베케트(1906~1989)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트리니티 대학을 졸업했다. 청년 시절 프랑스에서 영어 교사로, 아일랜드로 돌아온 뒤는 프랑스어 교사로 활동했다. 1938년 베케트는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소설과 희곡을 썼다. 프랑스어로 쓴 3부작 소설 ‘몰로이’, ‘말론은 죽다’, ‘명명하기 힘든 것’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고도를 기다리며’로 프랑스 문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고도를 기다리며’ 이후 인간사의 무의미함이나 서구적인 합리주의 세계의 붕괴를 주로 극화했다. 후기작으로는 어두운 무대에서 입술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독백하는 ‘내가 아니다’ 등이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베케트는 시상식과 인터뷰를 거부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고통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소련 독재 체제에 항거하다 투옥된 작가이자 체코의 초대 대통령인 바츨라프 하벨에게 ‘파국’을 헌정하기도 했다. ‘파국’은 연출가가 최종 리허설을 하는 주인공에게 몸동작을 바꾸게 하거나 색칠을 함으로써 억압적 폭력을 동원하는 모습을 그린 희곡이다. 권력자의 폭력과 개인의 무력함을 대비시켰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마셜 제도, 미·러 등 핵보유국에 소송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다윗에겐 돌팔매가 없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마셜 제도가 핵무장 국가들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유례없는 소송을 낸 것에 대해 미국의 핵시대평화재단(NAPF) 대표 데이비드 크리거가 이같이 압축해 말했다고 AP가 25일 전했다. 마셜 제도는 9개 핵무장 국가에 대해 전 세계에 핵무기 군축을 약속하고도 이행하기는커녕 오히려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있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국무부,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피소된 나라에는 미국 외에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이 포함돼 있다.마셜 제도는 과거 12년간 미국이 했던 67차례의 핵실험 장소였다. 마셜 제도 토니 드부름 외무장관은 “우리 국민이 핵실험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재앙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소련이 주도했던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ABMT)에서 미국이 2002년 가입을 철회함으로써 군축활동에 그림자를 던지는 등 핵무장 국가 지도자들이 핵무기 군축 약속을 저버려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강조했다. 마셜 제도는 보상이 아니라 핵무장 국가들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마셜 제도의 소송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등 세계적 저명인사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모습 드러낸 우크라 동부 지도자, 푸틴 지령 받은 러의 꼭두각시?

    모습 드러낸 우크라 동부 지도자, 푸틴 지령 받은 러의 꼭두각시?

    분리 독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두 지도자가 급부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이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령을 받는 ‘꼭두각시’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주인공은 도네츠크 주청사를 장악한 민병대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인민주지사’ 데니스 푸실린(왼쪽)과 슬라뱐스크시의 ‘인민시장’ 뱌체슬라프 포노마료프(오른쪽)다. 로이터통신은 24일 “주민들이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 적은 없지만 민병대 사이에서 권위를 얻어 가며 대표자로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력과 성격은 사뭇 다르다. 푸실린은 32세에 불과한 신출내기 정치인이다. 지난 의회 선거에서 77표밖에 얻지 못했으나 동부의 무장봉기 이후 달변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인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푸실린은 정치를 하기 전에는 카지노 딜러로 일했고 피라미드 금융사기 업체의 기획자로 일하기도 했다. 포노마료프는 냉전 시절 소련 북해함대 특수요원 출신이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비누공장을 운영하다 민병대를 조직했다. 충성심이 강한 부하 2500여명을 거느리고 있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은 도네츠크 출신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키워 놓은 지역 실력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치평론가 알렉세이 그라노프스키는 “그들에겐 아무런 권한이 없다”면서 “국경 밖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말했다. 크림반도 합병 때도 러시아는 정치 신인 세르게이 악쇼노프를 총리로 내세워 합병을 주도하게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동부는 크림과 달리 우크라이나계 주민이 3분의1에 달해 합병보다는 푸실린과 포노마료프를 앞세워 대리 통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서방의 판단이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민병대 무력 진압을 재개했으며 슬라뱐스크에서 교전을 벌여 민병대원 5명을 사살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무력 사용을 맹비난하며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초능력자’ 유리 겔라, 조국 이스라엘 수호 나서다

    ‘초능력자’ 유리 겔라, 조국 이스라엘 수호 나서다

    ‘숟가락 구부리기’ 초능력(?)으로 유명한 유리 겔라(67)가 미사일 공격과 지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광고영상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TV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이 홍보 영상은 이스라엘 국방부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유사시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유리 겔라가 이 영상을 통해 ‘초능력’(?)으로 미사일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이란, 시리아 등 인접한 중동국가가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해올 시 각 시민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어느 곳으로 피난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내용이다. 유리 겔라가 이같은 영상에 출연한 이유는 있다. 자신이 이스라엘 출신이기 때문. 지난 1980년 대 우리나라에도 찾아와 큰 충격을 던진 바 있는 유리 겔라는 ‘숟가락 구부리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으며 43년 간 해외에서 거주 중이다. 유리 겔라는 “43년 만에 귀향을 앞두고 이같이 뜻깊은 영상에 출연했다” 면서 “유사시 시민들의 인명 구조 및 피해 최소화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유리 겔라는 세상에 던진 충격파 만큼이나 숱한 논란도 가져왔다. 특히 일명 ‘초능력 사냥꾼’ 제임스 랜디가 유리 겔라의 ‘숟가락’ 기술은 초능력이 아닌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이를 실제로 입증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영화 제작자 비끄람 자얀티는 유리 겔라의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과거 그가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일했으며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스파이로 활동 중 유리 겔라가 ‘초능력’으로 당시 소련 대사가 소지한 플로피 디스크의 내용을 지운 것이나 레이더를 무력화 시킨 내용들이 담겨있다. 이에대해 유리 겔라는 인디펜던트 지와의 인터뷰에서 “CIA 측으로 부터 텔레파시로 돼지의 심장을 멈추게 하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는데 이를 거절했다” 면서 “이유는 향후 사람의 심장도 멈추게 하라는 명령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AP/IVARY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美·러 ‘돌고래 병사’ 흑해서 맞짱

    美·러 ‘돌고래 병사’ 흑해서 맞짱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돌고래 부대’가 올해 여름 흑해에서 한판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아틀랜틱 와이어에 따르면 샌디에이고에서 훈련 중인 미 해군 소속 돌고래 20마리와 바다사자 10마리가 올여름 흑해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돌고래는 적군의 수중음파탐지기(소나)를 교란시키는 훈련을 받고, 바다사자는 수중 기뢰를 감지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돌고래와 바다사자는 지능이 뛰어나고 조련이 쉬워 동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전투 동물로 훈련돼 왔다. 지느러미에 카메라를 장착해 적군의 무기를 탐지하거나 뇌파로 소나를 교란시킬 수 있다. 기뢰를 장착한 채 자살특공대처럼 적의 뱃전으로 돌진하도록 훈련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해양 포유동물 부대’를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과 옛 소련이었다. 소련의 돌고래 부대는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있었다. 1991년 소련 붕괴 때 크림반도와 함께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최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이 부대도 러시아로 넘어갔다. 크림반도를 감싸고 있는 흑해는 전통적으로 이 돌고래 부대의 훈련장이었다. 미국의 돌고래와 바다표범은 흑해까지 특수 욕조에 담겨 최대한 편안하게 옮겨질 예정이다. 그러나 흑해에서의 작전 수행능력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누리는 러시아 돌고래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와 바다사자가 비록 사람처럼 시차 적응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겠지만 흑해와 태평양의 바닷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흑해의 염도는 17%인 반면 태평양의 염도는 35%로 훨씬 짜다. 수온도 차이가 난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조지아 침공때 러시아 정보요원 우크라 동부 시위대 사진서 포착”

    “조지아 침공때 러시아 정보요원 우크라 동부 시위대 사진서 포착”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 동부도시 분리 움직임을 둘러싼 위기 해결을 위해 ‘제네바 합의’로 뜻을 모았지만 오히려 그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 정부 지지세력과 친러 무장시위대 간 무력충돌로 5명이 사망한 데 이어 20일(현지시간)엔 ‘러시아 정보요원의 시위 개입 증거가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에 러시아 정보 요원은 하나도 없다”며 배후 조종 의혹을 일축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더욱이 시위대가 러시아에 군대 파견을 요청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조지아 전쟁 등 러시아의 이전 무력분쟁과 크림반도 장악 당시 목격된 인물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촬영된 사진에 포착됐다”면서 “러시아 요원들이 우크라 동부 분리주의 민병대 틈에 섞여 소요사태를 조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14일 슬라뱐스크에서 찍힌 사진에 덩치가 크고 턱수염이 있는 남성이 계급장 없는 위장전투복을 입고 등장한다. 그는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때 러시아 특수부대 계급장을 왼팔에 달고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제네바 4자 합의’의 이행 감시를 맡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 이런 내용이 담긴 사진 등 서류를 제출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이 증거물에 대해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총격전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공방을 펼쳤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소련 제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면서 “그의 마지막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 정부가 총격전의 배후라며 “키예프의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제네바에서 이루어진 합의를 훼손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열린세상]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비애/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비애/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럽 동남부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2013년 야누코비치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을 포기하고 친러 협력을 강화한 데 대해, 몇몇 서우크라이나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인 것에서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80명 이상의 주민이 사망하자 의회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탄핵해 임시정부를 구성했고, 친러 성향의 크리미아 반도는 러시아 편입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에 합병됐다. 곧이어 동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등 몇몇 도시에서 또다시 러시아와의 합병을 요구하는 무장투쟁이 발생하고 이에 임시정부가 무력진압을 시도하면서 커다란 물리적 충돌로 내전, 그리고 최악의 경우 국가적 분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미국, EU, 러시아, 우크라이나 임시정부가 긴장완화를 위한 몇 가지 조치에 합의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미국, EU,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처음부터 개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양측의 대응은 성격을 달리했다. 서방은 유엔 안보리와 다양한 채널에서 모스크바의 크리미아 군사점령과 합병이 국제법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며, 임시정부에 대해 15억 달러 수준의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외교·경제적 수단을 동원했다. 미국은 발트 연안 국가에 약간의 해·공군력을 파견했지만, 나토를 통한 군사 개입에는 EU와의 의견 차이 등 여러 이유로 우선순위를 낮게 두었다. 반면 러시아는 훨씬 공세적이다. 모스크바는 워싱턴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연방제 채택을 요구하고 나섰고, 언제든지 군사개입이 가능하도록 1만명의 병력을 국경에 배치했다. 아무 힘도 없고 국내적으로 분열된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주변 강대국의 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 강대국 간의 세력 균형이 키예프의 독립을 유지시킬 것이다. 나토의 군사 개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키예프가 러시아의 추가적 군사 침략을 막고 영토 통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아테네가 정의를 내세우는 중립국 멜로스를 정복하면서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해야만 하는 것을 한다”라고 한 말이 오늘날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비애를 대변해 준다. 우크라이나가 약소국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14만명의 병력과 낡은 무기체계, 또 국내총생산 1700억 달러의 작은 경제력으로는 국제사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고, 또 강대한 동맹국도 없기 때문이다. 구소련에서 물려받은 핵무기도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미국, 영국, 러시아가 약속한 영토 및 안전보장, 또 경제지원의 대가로 전량 폐기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는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세계 각지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나토와 동맹을 체결하지 못했다. 국내적 단합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마저 정반대이다. 권력을 장악한 정치인들은 사회 번영보다는 현상유지로부터의 혜택, 개인적 치부, 권력 유지에 더 관심이 많고, 국민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대통령, 정부, 의회, 사법부, 또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10% 미만이다. 국민들도 분열되어 있다. 서부의 친서방 우크라이나계와 동부의 친러 러시아계가 대표적 인종, 지역적 구분이고, 나머지 타타르, 헝가리, 불가리아계의 소수 민족들도 인종·종교·문화·지역별로 역사적 갈등을 겪는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많은 시사점을 갖고 있다. 우선, 국내의 분열은 누구의 책임을 막론하고 국가적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둘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건에서 나타나듯 강대국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군사동맹은 반드시 필요하고, 자주국방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미·러 협상에서 나타나듯 국제법과 국제윤리에 관한 강조, 또 대표적 국제기구인 유엔 안보리에서의 논의는 결정적 순간에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넷째, 주요 안보 이슈에 관한 한 군사적 수단이 경제적 수단에 비해 더 큰 효용 가치를 발휘한다. 전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정치에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쟁해야 하고, 군사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며, 약소국은 강대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석학들의 가르침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 “커넥톰 완성되면 뇌·정신활동 수수께끼 풀려요”

    “커넥톰 완성되면 뇌·정신활동 수수께끼 풀려요”

    “‘커넥톰’은 뇌 신경망의 설계도이자 인간 정신의 지도입니다. 게놈 프로젝트 이후 인류 최대의 과제인 커넥톰이 완성되면 뇌와 의식에 감춰진 수수께끼도 풀리게 됩니다.” 재미 물리학자인 승현준(4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자신의 저서 ‘커넥톰, 뇌의 지도’(김영사) 국내 출간에 즈음해 한국을 찾았다. 15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승 교수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뇌 연구 경쟁은 20세기 미국·소련 간 우주 개발 경쟁 못지않게 치열하다”고 운을 뗐다. 하버드대에서 24세에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벨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승 교수는 2010년 TED 강연에 ‘커넥톰’이란 생소한 개념을 소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세계 최고 의학연구기관인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발표한 ‘뇌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선진국 정부들은 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은 인간 뇌 속 100억개 이상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인 커넥톰을 밝히는 프로젝트에 장기적으로 수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의 해법이 커넥톰이란 지도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죠. 뇌 속 뉴런들은 그 연결 형태에 따라 우리의 지각이나 생각에 영향을 끼치고, 연결 체계가 경험에 따라 변형돼 우리가 학습하고 기억하도록 도와줍니다.” 커넥톰 이론이 장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대중 강연을 많이 한 탓에 지난 2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인간 망막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데까지는 연구가 진척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미국에 피라미드가?…옛 핵방어 시설 화제

    미국에 피라미드가?…옛 핵방어 시설 화제

    과거 미국이 옛 소련의 핵미사일을 탐지하고 선제타격하기 위해 구축했던 피라미드형 방어 시설을 촬영한 여러 장의 사진이 해외 매체들을 통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과학매체 기즈모도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미국의회도서관이 보유 중인 피라미드 형태의 미사일방어체제 시설물을 상세히 보여주는 흑백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작가 벤자민 할펜이 정부 요청으로 촬영했던 이 사진들은 미국 노스다코타주(州) 네코마의 한 지역에 남겨져 있는 ‘스텐리 R. 미켈슨 세이프가드 컴플렉스’(SRMSC)라는 명칭의 미사일 탐지 및 타격 시설이다. 북미방공사령부 스텐리 미켈슨 장군의 이름을 따서 1975년 완공됐던 이 시설은 최첨단 레이더 장비를 비롯한 탄도요격미사일 격납고와 발사대를 갖추고 있다. 당시 여기에는 스파튼 미사일 30발과 이보다 단거리인 스프린트 미사일 16발이 보관돼 있었다. 이곳은 1960년대인 냉전 시절, 미국이 옛 소련으로부터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인 ‘세이프가드’ 프로그램 계획으로 미국 여러 주(州)내에 구축된 시설 중 하나로 당시 이 지역의 건설 비용만 6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시설은 운용을 시작한지 불과 1년도 못된 1976년 2월 10일 공식 폐쇄됐는데 정책의 변화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지역 관광지로 전락한 네코마 피라미드는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미국의회도서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민주주의 말살한 푸틴 제국의 실체

    민주주의 말살한 푸틴 제국의 실체

    러시안 다이어리/안나 폴릿콥스카야 지음/조준래 옮김/이후/480쪽/2만 3000원 2003년 12월 7일. 두마(러시아 하원) 의원 선거일이자 대통령 재선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시작한 날이었다. 투표를 마친 푸틴은 수많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리고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개가 지난밤 새끼를 낳았다고 했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린가. 바로 그날 아침 북카프카스에서 열차 테러로 숨진 희생자 13명의 영결식이 열렸다. 대통령으로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족에 대한 위로의 말을 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한데 그가 쏟아낸 말이라고는 개가 새끼를 낳아 기쁘다는 말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실언을 했으니 푸틴에 의해, 그리고 푸틴을 위해 세워진 ‘통합 러시아’당 소속 후보들은 줄줄이 낙선했어야 옳았다. 한데 결과는 ‘통합 러시아’의 대승이었다.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과 ‘통합 러시아’에 표를 몰아준 이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푸틴을 설명할 때 가장 적합한 단어는 ‘무소불위’이지 싶다. 어떤 일이든 못하는 게 없고, 손을 댄 일은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최근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미국의 경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압적인 합병을 밀어붙였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편파판정 등 억지스러운 방법으로 러시아 민족 전체를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려세웠다. 옛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그는 사생활에서도 거침이 없다. 부인과 이혼한 뒤 무려 31세 연하의 체조선수 출신 하원의원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러시아 국민은 푸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크림반도 병합 뒤 푸틴 지지율이 80% 이상 치솟았다는 언론 기사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새 책 ‘러시안 다이어리’는 이 모든 게 푸틴의 독재정권이 조작한 거짓이라고 말한다. 책은 푸틴 재선의 발판이 됐던 2003년 의회 선거에서부터 푸틴이 민주주의 세력을 철저히 무력화한 2005년 8월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두브롭카 극장 인질극,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 등의 사건을 통해 독재에 저항할 의지를 잃고, 외려 독재정권의 공모자로 몰린 러시아 국민의 이야기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써내려 간다. 책의 전체적인 정서는 ‘살해당한 양심’이 쓴 ‘러시아 민주주의의 죽음’이다. 저자는 기자이자 인권운동가다. 우리식 표현으로 ‘푸틴 저격수’쯤 된다. 그는 2006년 괴한의 총격을 받아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졌다. 범인이 누군지, 배후는 또 누군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곳은 크렘린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테러는 경제 논리에 따라 존재한다

    테러는 경제 논리에 따라 존재한다

    자본의 핏빛 그림자, 테러/로레타 나폴레오니 지음/이종인 옮김/시대의 창/516쪽/2만 5000원 지구촌에는 거의 매일 다양한 형태의 테러가 발생한다. 그리고 테러의 원인은 대개 정치·종교적 사안으로 밝혀지기 일쑤다. 대규모 집단과 국제적 연계로까지 진화한 테러를 향해 미국과 서방 중심의 많은 나라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한다. 과연 테러와 테러 조직은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는 것일까. ‘자본의 핏빛 그림자, 테러’는 일반인들이 막연하게 추정하는 테러의 진실을 솔직하게 파헤친 책이다. 정치·종교적 원인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 테러를 해부해 신선하다. 저자는 국제 돈세탁과 테러 자금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이다. 유럽과 미국의 은행, 국제기관에서 테러 조직 관련 자문을 맡고 있는 전문가답게 수천 건의 문건과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파헤친 테러의 ‘불편한 진실’이 흥미롭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이듬해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1년 뒤 이라크를 침략했다. 자신들이 지원했던 세력에 테러를 당한 미국은 그 테러를 빌미로 ‘원유 확보’를 위해 엄청난 폭탄을 퍼부었다. 저자는 바로 이 대목에서 테러의 과정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른바 ‘테러의 신경제학’을 풀어낸다. 미국·서방과 이슬람권·남미 등 제3세계의 대립이라는 축으로 흔히 인상 짓는 테러의 실상은 과연 무엇일까. 시작은 미·소 냉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소련이 국경 바깥에서 제3세계 세력들에 테러라는 형태로 사주해 벌인 대리전이 시작이다. 그 과정에서 테러 조직에 기술과 자금이 건네졌고 때로는 정치·사회·종교적 대립이 교묘하게 이용됐다. 냉전이 끝난 뒤 생존을 위해 무기를 들기 시작한 테러 조직들은 이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부상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테러 경제의 규모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1조 5000억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테러리스트들과 서방은 서로를 죽이기도 하고 거래를 하기도 한다. 이른바 현대적 의미의 테러, 즉 ‘모던 지하드’는 더러운 돈과 정당하지 못한 권력이 배태한 불행의 산물인 셈이다. 2004년 출간에 이어 재출간된 책이다. 서방인의 시각에서 테러에 접근한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자료 조사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까발린 ‘테러의 그림자’가 비교적 객관성 있게 드러나는 점이 돋보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텍사스 UFO 정체는 美극초음속기 SR-72?

    텍사스 UFO 정체는 美극초음속기 SR-72?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州) 릭 허스번드 애머릴오 국제공항 인근 하늘에서 촬영된 미확인 비행물체(UFO)에 대한 새로운 추측이 제기됐다. 은퇴한 미 해군 항공전문가 제임스 빈야드가 최근 현지언론 휴스턴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정체불명의 이 비행체가 미군이 비밀리에 개발 중인 극초음속 비행기 SR-72로 보인다”고 밝혔다. 빈야드의 언급으로 다시 화제로 떠오른 SR-72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세계 최고속 첩보기 ‘SR-71 블랙버드’의 후속모델이다. 과거 소련 상공을 휘젓던 SR-71은 냉전이 끝나고 국방비가 줄어들면서 지난 1999년 퇴역했으나 인류가 개발한 역대 가장 빠른 비행기(3,529km/h)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SR-72는 무인기로 무려 10만피트(30.48km) 상공을 마하6 속도로 날아 그야말로 고고도 초고속 괴물기다. SR-72의 개발계획은 지난해 연말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공개해 공식화 됐다. 록히드마틴 측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SR-72은 전작에 비해 속도와 작전 범위가 두배” 라면서 “단순한 정찰 뿐 아니라 목표물에 대한 타격까지 가능하게 개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빈야드의 주장처럼 이번에 허스번드가 촬영한 사진과 SR-72의 예상 디자인이 유사해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빈야드는 “미 국방부가 최근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찾기위해 SR-72를 급파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내놨다. 그러나 이에대해 사진을 촬영한 허스번드는 “SR-72는 여전히 개발 중으로 2030년이나 돼야 실전에 배치된다” 면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다른 비행기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러와 군사협력 중단”… 나토 對러 관계 전면 재검토

    “러와 군사협력 중단”… 나토 對러 관계 전면 재검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러시아와의 모든 군사·민간 협력을 중단하고 동유럽 일대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등 대러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냉전시대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나토는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28개국 외무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 뒤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침략 위협에도 억지력과 집단적 방위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며, 적절한 군사력 증강과 가시적인 보장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나토는 동유럽 주둔 병력을 늘리는 동시에 발트해 연안 국가에 군사기지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네르센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우리는 집단적 방위 능력을 증강할 수 있는 모든 선택을 고려하고 있다. 적절한 병력 배치, 군사 훈련, 방위 계획 확충 등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나토군 강화를 위해 독일은 발트 3국에 전투기 6대와 해군 함정 등을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도 흑해에 군함을 파견하고 유럽 주둔 병력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와 러시아는 옛 소련 붕괴 후 1997년 동유럽 지역 회원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상호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나토는 러시아가 먼저 약속을 깬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병력을 철수했다는 러시아 발표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라스무센 총장은 “우리는 병력 철수를 목격하지 않았다”며 “러시아는 병력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와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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