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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미술의 연결고리…고려인 화가의 삶

    남·북 미술의 연결고리…고려인 화가의 삶

    러 예술가·교수로 일생 보내…北에 사회주의 리얼리즘 전파 한국전쟁 남북 포로 교환 풍경, 월북화가 김용준 등 초상 소개 이름도 낯선 변월룡(1916~1990). 그는 러시아 연해주 쉬코토프스키의 유랑촌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에서 미술 교육을 받고 그곳에서 화가이자 교육자로 일생을 보낸 고려인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등 교육을 마치고 일리야 레핀 레닌그라드 회화·조각·건축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1947년 소련미술가연맹 회원으로 발탁됐고, 1951년부터 레핀아카데미의 데생과 교수를 지냈다. 강한 붓 터치와 감정까지 녹아 있는 사실적인 표현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1953~54년 당시 소련 문화성으로부터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북한에 전파하는 임무를 받고 북한에 파견되기도 했다. 그리던 고국에서 많은 북한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그들의 초상화를 남겼지만 귀국 후엔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으로부터 입국을 금지당했다.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 대립 등으로 역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고려인 화가 변월룡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러시아뿐 아니라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회고전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변월룡 작품의 토대가 된 러시아 아카데미즘과 사회주의 리얼리즘 등의 관점에서 작품을 살펴보는 ‘레닌그라드 파노라마’,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초상의 계보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초상화들을 한데 모은 ‘영혼을 담은 초상’, 1953~54년 북한 파견 중 그린 조국 산천의 풍경과 북한 주민들, 유명 인사들의 초상에 초점을 둔 ‘평양 기행’, 마음속에 항상 담아 뒀던 고국의 풍경화를 소개하는 ‘디아스포라의 풍경’으로 구성된다. 전시작 중 1953년 작 ‘판문점에서의 북한포로 송환’은 한국전쟁 중 남과 북에 억류됐던 포로들의 교환이 판문점 일대 완충지대에서 이뤄진 풍경을 담았다. 1954년 작 ‘무용가 최승희 초상’은 한복을 입고 붉은 부채를 든 최승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종이에 연필 또는 먹과 펜으로 그린 ‘과제를 검사하는 최승희’, ‘수업 중인 최승희’, ‘승무를 추는 최승희’도 전시된다. 근원수필로 유명한 월북 화가 김용준(1904~1967)을 비롯해 북한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린 작품, 이들과 교환한 서신 및 함께 찍은 사진 등도 볼 수 있어 근대미술사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타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금강산 소나무 그림도 관람객을 만난다. 전시 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변월룡의 차남 펜 세르게이(64), 장녀 펜 올가(58)는 “아버지는 학교 강의실과 화실을 오가며 작업에만 열중했던 분”이라면서 “소련의 붕괴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기 때문에 한국의 국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예술과 관련 있는 일을 한다는 이들은 “아버지가 그림 그리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며 자랐고 야외 스케치를 갈 때 자주 따라다니곤 해서 화가 외의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역사의 사각지대에 있던 변월룡의 디아스포라적 삶과 예술은 한국 근대미술의 다층적 측면을 드러낸다”며 “이번 전시는 냉전 종식 후 한반도에 여전히 존재하는 철의 장막 때문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변월룡이라는 작가를 소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후쿠시마 사고 5년… “日, 안전 신화 사로잡혀 해외 공동연구 소홀”

    후쿠시마 사고 5년… “日, 안전 신화 사로잡혀 해외 공동연구 소홀”

    “첨단 안전기술에 소홀히 했다…갑상선암 증가는 여전히 의문”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9의 강진으로 40m 높이의 쓰나미가 덮치면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침수됐다. 이로 인해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이 발생, 반경 20㎞ 내 15만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폭발 이후 최악의 사고로 기록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을 맞은 가운데 세계적인 양대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와 ‘네이처’가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관한 기사와 논문을 내놨다. 일본 도쿄대 정책연구소 스기야마 마사히로 교수팀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일자에 “후쿠시마 사고 이전인 2010년까지만 해도 일본 에너지 정책은 2030년까지 원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에너지의 53%를 원자력에서 얻자는 것이었지만, 사고 직후부터는 장기적으로 원전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자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내용의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스기야마 교수팀은 “일본 내 원전 연구자들도 안전 신화에 사로잡혀 외국이나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에 소홀했던 것이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이라며 “미국이 1995년부터 도입해 많은 원전 선진국들이 연구하던 ‘확률론적 위험평가’(PRA) 같은 첨단 안전기술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했던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과학저널 ‘사이언스’도 표지기사로 사고 후 5년 동안 제염(除染) 등 원전 안전 및 해체기술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다뤘다. 사이언스는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지금도 하루 150t의 냉각수가 발생하는데 연구자들은 오염된 물이 지하수에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하에 울타리를 치고 방사능 오염수에 포함돼 있는 삼중수소를 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이언스는 녹아내린 연료봉을 회수하는 것이 핵심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원자로 내에 남아 있는 연료봉의 상태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소립자 붕괴로 만들어지는 중성미자의 뮤온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과학자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고 사이언스는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인근 청소년들과 어린이들 사이에 갑상선암이 증가했다. “원전 사고와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과학계 등은 주장하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을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트럼프 당 안돼”… 분열의 공화 ‘제3당 창당론’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68)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가 대세 굳히기에 돌입하면서 트럼프에게 반감을 가진 당내 주류층에서 ‘제3당 창당론’이 힘을 얻고 있다. ‘후보 단일화’와 ‘중재 전당대회’라는 방어막마저 무너지면 트럼프와 함께할 수 없는 애국주의자들이 뭉쳐 신당을 창당한 뒤 제3의 후보를 밀자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상 공화당 해체 선언과 같다. 뭍밑에서 거론되던 신당 창당론은 랜디 버넷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가 2일(현지시간) USA투데이 기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은 아주 이상한 나라로 돌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가시화됐다. 분당에 반대해 온 버넷은 “제3당은 (공화당의) 표를 분산시킬 수밖에 없다”면서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헌법마저 무시될 게 분명하기에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당을, 침몰하는 공화당에서 탈출하기 위한 구명보트로 묘사했다. “정당도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면서 “정실 자본주의에 지친 미국인의 표를 얻을 수 있는 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3일 유타대 포럼을 시작으로 트럼프 낙마를 위한 깜짝 연설에 나섰다. 일각에선 2, 3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단일화만 이루면 트럼프 광풍도 끝이 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와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크루즈나 주류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둔 루비오의 지지층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항마를 자처해 온 크루즈가 사퇴할 경우 극우 성향의 지지층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시간도 촉박하다. 2주 뒤의 ‘미니 슈퍼화요일’(15일)부터 공화당은 일부 주에서 승자가 대의원을 독식하게 된다. 60% 넘는 대의원 배분이 끝나는 15일 직전이 단일화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법은 오는 7월 전당대회까지 크루즈와 루비오 등이 선전하며 트럼프가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이때 당 수뇌부가 후보를 재량껏 고르는 중재 전당대회 카드를 내밀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러스 슈리퍼는 “양자 대결이 되지 않는 한 트럼프가 모든 걸 가져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64년 ‘배리 골드워터 사태’를 트럼프 돌풍의 귀착점으로 내다봤다. 소련에 대한 핵공격 등 막말을 일삼던 공화당의 골드워터 후보는 민주당의 린든 존슨 후보에게 대패하며 백악관 탈환까지 16년의 세월이 걸리게 만들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주민 인권문제 적극 제기해 北 변화 이끌어야

    북한이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직후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6발을 쐈다.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번 ‘결의안 제2270호’는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안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동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김정은 정권이 여하한 제재도 감수하면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일 것이다.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가뜩이나 곤궁한 북한 주민들일 수밖에 없다. 그제 북한인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북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적극 공론화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때라고 본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 수출입 화물에 대한 육·해·공 입체 검색을 포함해 촘촘한 제재 방안을 망라하고 있다. 빈틈없는 이행을 전제로 국제사회가 북측에 ‘체제 유지냐, 핵 보유냐’를 선택하도록 압박한 형국이다. 그럼에도 북이 동해상 도발이라는 어깃장을 놓은 배경은 뭘까. 중·러가 결국 뒷문을 열어 줄 것으로 보는 등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습 왕조’나 다름없는 김정은 체제가 변화할 의지가 없다는 게 근본적 요인이란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북측에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라”고 요구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사실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데 경제 제재로만 충분하지 않음은 불문가지다. 역대 서독 정부가 동독 정권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랬듯이 ‘인권 카드’를 포함한 가용한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주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김정은 정권에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라고 백번 말해도 쇠귀에 경 읽기였지 않은가. 때마침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문제 등을 의제로 제31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참석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우리의 인권 상황을 지목하는 회의에 더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측의 이런 인권이사회 보이콧 선포야말로 인권문제가 북한 정권의 급소임을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국제사회에서 북의 인권문제를 우리가 앞장서 제기할 때 경제 제재안도 상승 효과를 얻을 듯싶다. 예컨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노예노동’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첫 발의 후 11년 만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그간 우리 내부에서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세력도 적지 않았다. 이들을 죄다 종북으로 몰아선 안 되겠지만, 북한 정권을 자극하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주민의 1년치 식량을 조달할 돈을 장거리 미사일 한 방으로 날리곤 하는 북한 정권의 행태를 보라.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판 극단적 전체주의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핵문제도, 인권문제도 영구미제로 남게 될지 모른다. 냉전기에 주민을 탄압하던 구소련이나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 정권이 국제 여론의 지탄과 함께 무너진 전례도 있다. 정부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에 대한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기 바란다.
  • 활동 시간의 절반도 못 자면 ‘잠빚’ 생겨요

    활동 시간의 절반도 못 자면 ‘잠빚’ 생겨요

    깨어 있는 2시간당 1시간씩 수면해야 적정… 적정시간 못 채우면 ‘잠의 양’ 점차 불어나 못 잘 땐 기억력·집중력 저하… 환각까지 “신은 현세에 있어서 여러 가지 근심의 보상으로 우리들에게 희망과 수면을 주었다.”(볼테르, 1694~1778)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환절기가 되면 신체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춘곤증에 빠지기 쉽다. 춘곤증은 환경에 대한 적응 과정이기 때문에 대개 1~2주 지나면 사라지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400만명 불면증… 80%는 1년 이상 지속 가뜩이나 온몸이 나른한데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더해지고, 밤을 대낮처럼 비추는 빛 공해까지 추가되면 현대인들의 불면증과 수면 부족은 한층 심해지기 마련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불면증 환자는 400만명에 이르며, 이 중 80% 이상은 그 증세가 1년 이상 지속돼 치료가 시급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일생의 3분의1 정도의 시간을 잠자면서 보낸다. 잠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며 삶의 활력소를 제공해 준다. 또 고갈된 신경전달물질을 다시 보충해 활발한 뇌 활동을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잔 다음날은 상쾌하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반면 그러지 못한 경우는 신경이 곤두서고 매사에 의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최근 뇌과학의 발달로 잠이 우리 몸과 뇌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비밀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잠을 자다가 여러 번 깨는 경우 ▲아침에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눈이 뜨이는 경우 ▲일상생활에서 원하지 않을 때 잠에 빠져드는 경우 등을 ‘불면증’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적정 수면시간보다 실제 수면시간이 부족할 경우를 ‘수면부족’, ‘수면장애’ 상태로 보고 있다. ●수면 부족 시 스트레스 호르몬 2배 높아져 그렇다면 사람은 얼마나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을까. 1964년 당시 17세의 고등학생이었던 랜디 가드너가 미국 샌디에이고 과학경시대회에 입상하기 위해 잠 안 자기에 도전해 세운 11일 24분(264시간 24분)이 지금까지 최장 기록이다. 도전을 지켜봤던 수면 전문가 윌리엄 디멘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의 기록에 따르면 가드너는 이틀째부터는 졸음과 피로감 때문에 물체가 흐리게 보이고, 사물의 입체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사흘째부터는 우울감과 좌절감이 극심해지는 한편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마지막 며칠 동안은 환각과 환청을 듣게 됐다고 한다. 도전이 끝난 뒤 가드너는 14시간 40분을 잤고, 이후 며칠 동안 10시간 30분 이상 잠을 잤다고 한다. 신경과학자들과 내분비 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양이 보통 사람들보다 2배 이상 높다. 코르티솔의 양이 증가하면 심혈관 압력이 높아져 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 잠을 충분히 못 잘 경우 포도당 내성이 증가해 당뇨와 비만이 발생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식을 섭취하면 체내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돼 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데 포도당 내성이 생길 경우 음식을 먹었을 때 인슐린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혈당이 높아지게 되고,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당뇨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의 질이 삶의 질에 영향 미쳐 이런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등 정신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도 있다. 두려움이나 공포는 위험한 상황이 갑자기 닥쳤을 때 적절히 반응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잠이 부족할 경우 뇌에서 두려움을 처리하는 회로가 오작동을 일으켜 위험한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1986년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나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 모두 작업자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판단 착오에 상당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일부 수면학자들 중에서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자주 화를 내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은 하루 3~4시간만 자는 등 잠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사람은 깨어 있는 2시간당 약 1시간 정도의 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율에서 벗어나 잠을 충분히 못 잘 경우, 신체는 다음날 반드시 부족한 잠을 채우려는 속성을 보인다. 학자들은 이를 ‘잠빚’이라고 부르는데 적정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빚처럼 쌓여서 잠의 양을 증가시킨다.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잠빚은 이자까지 붙어 2시간 이상을 자야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수면 과학자들은 “잠에 대한 비밀이 아직 완벽하게 풀린 상태는 아니지만, 수면의 질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확실한 만큼 적절한 시간 동안 질 좋은 잠을 자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카데미 시상식]‘대니쉬걸’ 알리시아 비칸데르, “여우조연상 받았어요”

    [아카데미 시상식] 알리시아 비칸데르, ‘대니쉬걸’로 여우조연상 수상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대니쉬걸’에 출연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29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의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날 후보에는 알리시아 비칸데르(대니쉬 걸) 케이트 윈슬렛(스티브 잡스) 루니 마라(캐롤) 제니퍼 제이슨 리(헤이트풀8) 레이첼 맥아담스(스포트라이트)가 올랐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훌륭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나를 믿어준 감독님과 최고의 연기를 해준 에디 레드메인에게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남우조연상은 ‘스파이 브릿지’에서 소련 스파이로 열연한 마크 라이런스가 수상했다. 이미 무대에서 정평 난 배우인 그는 크리스천 베일(빅쇼트), 톰 하디(레버넌트), 마크 러팔로(스포트라이트), 실베스터 스탤론(크리드) 등 남우주연상 못잖은 쟁쟁한 스타군단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 시상식으로 192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88회를 맞았다. 사진=AFPBBNew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서울광장] 기로에 선 한국, 길을 묻다/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로에 선 한국, 길을 묻다/강동형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여전히 냉전시대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로 시야를 넓히면 남과 북은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패권) 싸움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최근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동북아 정세에 변화가 감지되고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취재차 미국을 방문했다. 이때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중 하나는 미국 싱크탱크들의 일본에 대한 불만이었다. 중국에 대비해 일본의 재무장이 필요한데 시민사회의 반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놓고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비판했는데 그들은 오히려 “미국은 일본이 재무장하는 것은 돕지만 핵무장까지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를 설득하려 들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필리핀 수비크만에 미군이 다시 주둔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15년이 지난 2016년 2월 23일 현실은 어떤가. 일본은 군사대국이 됐고, 보통 군대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생각한 것보다는 시간이 걸렸지만 필리핀 상황은 더 극적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인 1월 14일 필리핀 정부는 미국에 24년 만에 미군이 주둔할 기지 8곳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과의 오래전 대화 내용을 떠올리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구상이 이제 끝내기 단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이 소련 붕괴 이후 ‘고독한 슈퍼파워’의 지위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미국 독자적으로 ‘세계 평화의 파수꾼’을 자임하기에는 군사력이나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은 이에 따라 유럽에서의 미·영 동맹처럼 동아시아에서 미·일 동맹을 통해 이 지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미국과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중국은 어떤가. G2 국가이긴 하지만 미국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떨어진다. 중국은 동남아에서 동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토 분쟁을 겪으며 지역 패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필리핀이 미국에 군사기지를 내준 것도 중국의 위협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 북핵 문제에서는 명분상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북한 편에 서서 미국과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는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 방안을 놓고 미국 측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의 회담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틈바구니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의 균형·실리 외교를 추구해 왔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해 안보를 튼튼히 하고,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통해 경제교류를 확대했다. ‘안미경중’은 미국과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중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섭섭해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고, 중국이 싫어하는 사드 배치도 추진하고 있다. 균형과 실리정책이 작동하려면 균형추가 기울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따른 사드 배치 공론화로 중국이 반발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상황도 슬기롭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역량이다. 한반도 위기를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습관도 길러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힘이 없거나 대외 정책이 명분과 실리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전쟁을 겪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우리 땅과 바다에서 일어났다. 냉전 시대에는 한국전쟁을 치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도 힘이 없거나 명분론에 매달렸을 때 발생한 참화들이다. 패권시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균형과 실리외교’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남과 북의 대치 상황에서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실패의 역사를 거울삼아 ‘경계인의 지혜’를 구했으면 한다. yunbin@seoul.co.kr
  • 28년 만에 단편 낸 황석영

    28년 만에 단편 낸 황석영

    소설가 황석영(73)이 28년 만에 단편소설을 발표한다. 24일 발간되는 계간 ‘창작과비평’ 50주년 기념호인 봄호(통권 171호)에 실릴 ‘만각 스님’이다. 황석영이 단편을 발표한 것은 1988년 ‘열애’ 이후 처음이다. 그는 등단작인 ‘입석부근’을 포함해 ‘객지’,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등의 단편을 썼다. ‘만각 스님’은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에 격추된 1983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소설가 ‘나’는 장편소설 연재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남 담양의 호국사에 내려간다. ‘나’는 호국사에서 만난 만각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전쟁과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흔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 소설가 ‘나’는 1980년대 역사소설 ‘장길산’을 연재했던 황석영을 연상시킨다. 또 황석영은 소설 곳곳에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과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아들 원경 스님의 이야기를 중첩시키며 논픽션 성격을 강화한다. 소설은 ‘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실제 주인공은 만각 스님이다. ‘뒤늦게 깨닫는다’(晩覺)는 뜻의 법명을 지닌 스님은 사십이 넘어서 중이 된 특이한 인물이다. ‘나’는 소설 말미에 만각 스님이 한국전쟁 당시 공비 토벌로 훈장을 받은 경찰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황석영은 이런 말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나는 스님의 법명이 자기에게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디 그이뿐이랴. 사람살이란 언제나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의 반복이 아니던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中 “사드 1시간 내 초토화 가능”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계획에 대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기관지인 해방군보가 “중국 공군이 1시간이면 사드를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2일 뉴스 포털인 신랑(新浪)망의 군사 전문 매체인 신랑군사는 “사드의 엑스밴드레이더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전역의 미사일을 탐색할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사드를 제1차 공격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군이 사드를 타격할 방법이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랑군사는 이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폭격기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사드 체계를 괴멸시키는 것”이라면서 “이 해결책을 지난 18일 해방군보가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날자 해방군보는 중국의 신형 전략폭격기 훙(轟)6K(H6K) 편대의 장거리 폭격 훈련을 상세히 보도하며 “한국에 배치될 사드와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를 1시간 내에 초토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훙6K는 중국이 옛소련 Tu16을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전략폭격기로 ‘전신’(戰神)으로 불린다. 해방군보에 따르면 20대로 이뤄지는 훙6K 편대는 6개 군사 비행장에서 동시에 출격해 35시간 내내 1만㎞를 비행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하룻밤 사이 모두 4번을 출격할 수도 있다. 1000㎞를 초저공 비행하는 능력도 있다. 이 편대는 3차원(3D) 지도와 정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전장을 분석하며 동시에 400개의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다. 해방군보는 “군사력이 중급 정도인 국가의 방공체계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전력”이라면서 “사드 배치 후보지인 대구와 산둥반도의 거리가 700㎞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기동력과 화력으로 개전 1시간 만에 사드를 파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방군보는 이어 “사드가 기동식 레이더인 데다 크기가 작고 대구와 같은 분지에 배치되면 탐측과 폭격이 힘들다는 분석도 있지만 중국의 신형 순항미사일인 창젠(長劍)20은 한 건물의 특정한 창문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다”면서 “적이 특별한 무기 시스템을 도입하면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파괴하는 게 군사 강국의 기본인데,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중국의 대비는 이 기본에 충실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거꾸로 간 이집트, 붕괴 직전 시리아… 신기루 같은 ‘아랍의 봄’

    [글로벌 인사이트] 거꾸로 간 이집트, 붕괴 직전 시리아… 신기루 같은 ‘아랍의 봄’

    ‘봄은 없었다.’ 2011년 1월 14일 튀니지의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하야 성명은 중동·아프리카에 거대한 시민혁명을 촉발시켰다. 재스민혁명으로도 불리는 ‘아랍의 봄’이다. 과일 행상을 하던 20대 청년이 경찰 단속에 항의하며 몸에 불을 붙인 게 도화선이 됐다. 이후 주변국들로 불똥이 튀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 등이 잇따라 사임하거나 성난 군중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20~40여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독재자들은 불과 1년 사이에 축출됐다. 5년이 지난 지금 ‘아랍의 봄’은 신기루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독재자를 몰아낸 민주화 바람 뒤에는 부족·종파 간 갈등이 불거졌고, “빵과 자유를 달라”던 외침 이후에는 더욱 가혹한 경기 침체가 닥쳤다. 주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고, 모든 게 아랍의 봄 탓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21일(현지시간) 시리아 중부도시 홈스에서는 연쇄 차량 폭탄테러로 최소 57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국영 TV 등이 전했다.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시아파 사원에서도 폭발로 최소 83명이 숨졌다. 북부 외곽 알레포에서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이슬람국가(IS) 대원 50명 이상이 숨지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가 잇따랐다. 사망자 대다수는 민간인이었다. 시리아에서 5년째 계속되는 선연한 피냄새가 아랍의 봄 현주소를 대변한 셈이다. 민주화라는 ‘이상’이 힘의 공백이란 ‘현실’에 밀리면서 혼란은 극대화됐다. 쿠데타와 내전,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발호는 혼란을 부추겼다. 이집트에선 또다시 군부가 등장했고, 리비아는 국토가 동서로 갈라져 좀처럼 분열의 끝을 알 수 없다.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은 튀니지나 모로코에서도 정치·경제적 불안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봄은 왔으나 한겨울 냉기가 넘치는 아랍의 봄을 놓고 “이런 혼란을 겪으려고 우리가 혁명을 했나”란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이집트 다시 독재 정권… 시리아 24만명 희생 민주화 성공 사례로 꼽혔던 이집트는 거꾸로 갔다. 지난 12일, 30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임 5주년을 맞았으나 혼란의 종점은 보이지 않는다. 2011년 11월 이슬람 극단주의를 표방한 무슬림형제단이 선거를 통해 합법적 정부를 수립했으나 2013년 압둘팟타흐 시시가 주도한 군부 쿠데타로 독재 정부로 회귀했다. 시시는 스스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이 됐다. 올해에도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봉쇄하고 대대적인 반정부 인사 탄압을 이어 갔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이집트에선 지금까지 최소 4만명이 반정부 시위로 체포됐다. 독재에 맞섰던 리비아, 예멘, 시리아에선 내전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리비아와 예멘은 독재자를 축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권 이양 과정에서 내전에 휘말렸다. 리비아는 42년간 독재를 펼친 카다피가 시민군에 사살된 뒤 불과 한 달 만인 2011년 11월 과도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일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다. 종파·부족 간 분열 탓이다. 수도 트리폴리에 거점을 둔 세력과 토브루크에 거점을 둔 세력이 서로 정통 정부라며 경쟁하는 사이 북부 해안 지역을 IS와 알샤바브 등 극단주의 단체들이 점령했다. 예멘은 2012년 2월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선출돼 평화적 정권 이양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제난이 발목을 잡았다. 2014년 9월 연료비 인상에 반대하는 시아파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공격했고, 이듬해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연합군이 참전하는 종파 간 내전을 불러왔다. 시리아는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퇴진을 거부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5년째 반군과 내전을 이어오면서 벌써 24만명 가까운 국민이 희생됐다.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 영국 등 서방국과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이란이 전선을 형성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시리아 북부 락까를 근거로 한 IS가 세력을 넓히고, 자치정부를 구성한 쿠르드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혼란은 커졌다. 여기에 수니파 국가인 터키와 사우디가 개입을 선언하면서 ‘완전한’ 휴전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내전을 피해 시리아를 탈출한 500만명 가까운 난민 상당수가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유럽까지 시리아 내전의 후폭풍에 휘말린 상태다. 바레인에선 시민 봉기가 끊이지 않는다. 국민 다수를 차지한 시아파는 수니파 왕정 타도를 부르짖고 있다. 발원지인 튀니지는 2014년 민주 정부를 수립했으나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정으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 가고 있다. 실업률은 15%에 육박했다. 2011년 7월 입헌군주정을 출범시킨 모로코도 경제난 탓에 정국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종파 간 갈등·쿠르드족 문제 불씨로 남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칼럼에서 “이 지역에선 힘의 공백뿐 아니라 ‘가치의 공백’도 큰 문제”라며 “과거 서구 열강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발흥한 ‘아랍민족주의’가 아랍 국민 대다수를 한데 모을 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랍국은 서구 제국주의가 인위적으로 국경을 긋고 식민통치한 뒤 불과 반세기 전에야 독립한 나라가 대부분이다. 국민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데다 냉전시대를 거치며각기 미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아 독재자들이 철권통치를 공고히 했다. 서방국이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선 유럽 민주화에 200년, 아시아가 50년 가까운 기간이 소요된 만큼 벌써부터 아랍의 봄의 성패를 논하는 건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아랍권에선 포스트 아랍의 봄을 둘러싸고 급변하는 정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아파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 중인 이란과 쿠르드족 문제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득세는 아랍의 봄으로 상처 입은 주변 시아파 무슬림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전망이다. 쿠르드족도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중동 국가는 쿠르드족 자치권을 놓고 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시리아 내전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서방 국가의 도움을 얻어 이 지역에서 자치정부를 수립한 쿠르드족이다. 이들은 향후 아랍권 안보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컨대 터키에만 1500만명의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 근거한 쿠르드 무장조직인 인민수비대(YPG)와 연계되면서 터키는 남과 북이 쿠르드 세력으로 둘러싸인 상황이 됐다. 쿠르드족을 탄압해 온 터키 정부로선 쿠르드족 단체들과 사실상 전쟁을 수행 중이다. 미국의 역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랍권 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온 미국은 알카에다와 IS라는 괴물을 키운 장본인이다. 하지만 최근 시리아 휴전협정을 주도하면서 복잡한 이 지역 정세에서 서서히 발을 빼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이 등을 돌리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는 러시아와 이란을 등에 업고 가혹한 탄압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반군 상당수는 같은 수니파 계열인 IS로 합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현재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는 내부적으로 이제 중동에 다시 군사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휴전 성립이야말로 미국이 도출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경형 칼럼] 중국에 다시 물어야 한다

    [이경형 칼럼] 중국에 다시 물어야 한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당신은 쿠바 카스트로에게 매년 50억 달러를 보내고 있다”고 세게 몰아붙였다. 냉전시대 미국의 목에 비수 같은 존재였던 쿠바를 지원해 온 소련을 다그친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황급히 “석유를 시장가격보다 싸게 주고, 설탕은 반대로 비싸게 사온다”고 시인하면서 “향후엔 모든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다짐했다. 1990년 6월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경제개혁에 따른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백악관과 캠프 데이비드 별장을 오가며 부시와 2박3일간 회담을 마치던 날이었다. 두 사람은 이보다 6개월 앞서 지중해의 몰타에서 만나 핵무기 감축 등 ‘냉전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냉전 종식의 비화 - 마이클 베슈로스 지음) 오바마 미 대통령이 부시가 26년 전 고르바초프에게 말한 것처럼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당신이 김정은에게 매년 기름과 식량 등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니까 핵 개발을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하자. 시 주석은 무슨 말을 했을까. 아마도 즉답을 피하고 대신에 “당신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역정을 냈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의 이번 4차 핵실험 직후 미국의 책임론을 들먹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3년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근간으로 한 대북 정책의 틀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기점으로 ‘압박·제재’ 모드로 크게 전환했다. 16일 국회 연설에서는 “기존 방식으론 북 핵개발 의지를 못 꺾는다”고 단언하고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정권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하겠다는 의지까지 번득이고 있으나 그 방법론에 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채찍’ 모드에 따른 일련의 수순은 미·일의 독자 제재,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까지 제재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의 구체적 시행,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반인도적 범죄자’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음달 7일부터 4월 말까지 계속될 한·미 연합 ‘키리졸브’ 군사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실질적인 대북 압박이 될 수 있다.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작전계획도 적용되는 이번 고강도 훈련은 수십만 북한군의 고달픈 대응 훈련을 강요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진짜 아파할 ‘채찍’을 만든다면 중국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의 천안문 망루 외교 자산은 아직도 살아 있다고 본다. 우리가 중국과 등질 이유가 없다. 중국이 석유와 식량을 국제 가격으로 북한에 공급한다면 북한이 지금처럼 핵 개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에 다시 물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마당에 이미 사문화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우리가 왜 지켜야 하는가”, “북핵 위협엔 핵으로 맞서야 하는데,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으로 다시 불러들여야 하지 않겠나”, “주한 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북핵이 폐기된다면 나중에 철수할 것 아닌가” 등등 많은 질문이 있다. 물론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을 버리고 한국 편을 들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계속 방관하는 것은 북핵 협상으로 휴전체제가 평화협정체제로 전환될 경우 미군의 한국 주둔 명분이 없어질 것이라는 노림수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국과 중국은 양국의 미래 이익 교환을 두고 머리를 맞댈 여지가 많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미·소 정상이 탈냉전을 선언한 후 과거 동맹국이나 위성국에 배치했던 전술핵을 철수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한국의 핵무장론을 펴고는 있으나 대중국 협상 지렛대로 써먹기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중국이 북핵 때문에 동북아가 신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중국도 ‘북한 부담론’을 고민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국의 심금을 때려야 한다.
  • [서울광장] 쿠바 위기에서 배우자/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쿠바 위기에서 배우자/박홍환 논설위원

    1962년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며칠간 수십억 년 지구사에 운명적 찰나로 기록될 사건이 벌어졌다. 전 세계를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은 쿠바 미사일 위기다. 취임 2년차인 45세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지상군을 남진 배치하고, 함정들을 카리브해로 집결시켰으며, 데프콘2를 발동해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출동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쿠바에 대한 강력하고도 대대적인 봉쇄가 실시됐다. 처음부터 대응책이 확고했던 건 아니다. 정보 입수부터 며칠간 ‘매파’와 ‘비둘기파’ 간 치열한 설전이 이어졌다. 소련이 미국 코밑인 쿠바에 대미 공격용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정보가 케네디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은 그해 10월 16일이다. 케네디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 집행위원회, 이른바 엑스콤을 소집했다. 엿새간의 비밀회의에서 미사일 기지 공습, 쿠바 침공, 해상 봉쇄 등 다양한 대응책이 나왔다. 회의 초기에는 항상 그렇듯 강경파 군 인사들의 목소리가 우세했다. 이들은 즉각적인 공습과 침공을 제안했다. 의회 내 강경 세력도 케네디를 압박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전쟁 발발 때의 치명적 결과를 우려한 온건파들과 뜻을 같이했다. 최종 결심을 굳힌 케네디는 10월 22일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쿠바로 향하는 미사일 관련 물자의 해상 검역을 골자로 한 대응책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케네디의 연설은 솔직, 단호했다. 그는 우선 미국 연안에서 17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나라에 핵미사일을 배치한 소련의 ‘파렴치한 도전’과 전쟁 위험을 국민들에게 솔직하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 같은 도전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소련 지도자였던 흐루쇼프를 상대로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 중단을 호소하는 등 여지를 남겨 뒀다. 즉각 “해상 봉쇄는 전쟁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흐루쇼프는 나흘 만에 미사일 배치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윽고 미국이 터키에 배치한 중거리 핵미사일 동반 철수를 전제로 소련은 쿠바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했고, 핵전쟁 위기는 막을 내렸다. 이 같은 쿠바 미사일 위기 해소 과정은 너무도 극적이어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영화 소재로 차용되곤 한다. 북핵·미사일 위기를 껴안고 사는 우리로서는 쿠바 위기를 반추할 때마다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냉전이 해소된 지 30년이나 흘렀는데도 여전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현실이 괴로울 수밖에 없지만 언제까지 자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북의 핵무기는 곧 실천 배치된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진 이번 북핵·미사일 위기 국면의 우리 대응은 우려할 만하다. 미국이 쿠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교안보팀의 정확한 분석과 조언, 리더의 솔직한 고백,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지지 등에 기인한다. 우리의 위기 대응은 어떤가. 외교안보팀은 우왕좌왕했고, 정치권은 분별없는 주장을 쏟아냈으며, 국민은 양분됐다. 4차 핵실험 직후 외교안보팀은 중국의 대북 ‘지원사격’을 장담했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공들였던 대중 외교는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흐루쇼프의 유연성을 확신했던 미국과의 차이점이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 증거 논란까지 자초했다. 정치권은 더욱 가관이다. 여당에서는 핵무장론을 넘어 김정은 제거론까지 나왔다. 야당은 시대착오적인 북풍 기획설 전파에 열중했다. 힘을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놓고 국민 여론은 갈라졌다. 결국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4차 핵실험 이후 41일이 지났지만 만시지탄이라고 할 것은 없다.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직접 북핵·미사일 위기의 실상과 그동안의 대응을 설명하고 초당적인 협력과 국민 단합을 호소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북핵·미사일 위기는 길고 먼 시공간적 간극만큼이나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를 대하는 자세까지 달라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말 한마음, 한뜻으로 북핵·미사일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 로켓과 미사일은 동전의 양면

    로켓과 미사일은 동전의 양면

    1957년 소련 ICBM·궤도위성 발사 급해진 美, ICBM 기술 개량해 달 착륙액체 추진체 로켓, 고체보다 구조 복잡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해 12월 말 우주 로켓 ‘팰컨9’을 발사한 뒤 1단 추진 로켓을 다시 지상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세운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도 지난해 11월 로켓 ‘뉴 셰퍼드’를 100㎞ 상공까지 쏘아 올렸다가 발사지점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1월호에서 로켓 재활용 연구를 ‘2016년 주목받을 과학 이슈들’의 첫머리에 올렸다. 지난 7일에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위성 ‘광명성 4호’를 궤도에 올리기 위한 우주 로켓이었는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인류 최초의 로켓은 1232년 발사된 중국의 ‘비화창’(飛火槍)이지만, 현대적 로켓의 시작점은 미국 클라크대의 물리학 교수 로버트 고다드(1882~1945년)가 액체 연료 로켓을 발사한 1926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켓 기술은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2차 세계대전 중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무기로서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던 독일 정부는 젊은 공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1912~1977년)에게 로켓을 미사일로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브라운은 고도 110㎞까지 올라갔다가 목표를 타격하는 탄도 미사일 ‘V-2’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싣고 상대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로켓 기술 연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 결과 1957년 8월 소련이 먼저 ‘R-7’이라는 ICBM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고, 2개월 뒤인 10월에는 R-7을 이용해 인류 최초의 궤도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소련의 독주를 따라잡기 위해 즉각 긴급 계획을 수립하고 ICBM 개발과 로켓으로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동시에 가동했다. 아폴로 프로젝트의 핵심인 ‘새턴’ 로켓은 ICBM이었던 ‘아틀라스’, ‘레드스톤’, ‘타이탄’ 등의 로켓 기술을 개량한 것이다. 실제로 1세대 ICBM인 소련의 R-7과 미국의 아틀라스 미사일은 액체 추진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사 준비에 최소 10시간~하루 이상이 걸려 무기로 운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미·소 양국은 발사 명령 수십 초 내에 발사가 가능한 고체 추진제나 미사일에 주입한 채 저장이 가능한 상온 액체 추진제를 활용한 2세대 ICBM 개발에 나섰다. 대신 1세대 미사일은 개량을 통해 우주 개발에 활용했다. 많은 항공우주공학 전문가들이 “로켓과 미사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로켓은 다른 행성으로의 비행, 지구의 상층 대기에 대한 과학조사, 무기체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을 지구 궤도나 달, 수성, 금성, 화성 등으로 보내기 위한 목적을 가진 로켓은 ‘발사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되기 위해서는 초속 7.9㎞의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아야 하며, 달이나 다른 행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초속 11.1㎞ 이상의 속도로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로켓은 뉴턴의 제3운동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해 연료와 산화제의 화합 및 연소작용으로 발생한 가스를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위성이나 탐사선이 빠른 속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때 로켓을 밀어올리는 힘을 ‘추력’이라고 부른다. 2019년과 2020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의 1단 엔진은 75t 엔진 4개를 묶어 300t의 추력을 갖고, 2단 엔진은 75t, 3단 엔진은 7t의 추력을 갖는다. 로켓은 사용 목적뿐만 아니라 추진제 종류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액체 추진제 로켓’, ‘고체 추진제 로켓’, 액체와 고체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로켓’으로 나눈다. 액체 추진제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각각 별개의 공간에 저장해 두었다가 터보 펌프와 가스 압력을 이용해 고압의 연소실에서 연소시킴으로써 고온의 가스를 만든다. 이 고온의 가스를 연소실 아래에 붙어 있는 노즐을 통해 엔진 밖으로 분출함으로써 추력을 얻는다. 고체 추진제 로켓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고도의 제작기술을 필요로 한다. 로켓 안쪽이 연료와 산화제로 구성된 고체 형태의 추진제로 꽉 채워져 있는 고체 추진제 로켓은 로켓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제작·유지 비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로켓 개발을 막 시작한 나라들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주로 ICBM이나 우주 로켓의 추력 보강용 로켓에 쓰인다. 우주 로켓은 최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2~4단까지 다단계로 구성된다. 3단 로켓의 경우 1단과 2단 로켓은 대기권을 벗어나고 원하는 궤도에 올리는 힘을 얻기 위한 것이며, 3단 로켓은 위성이 안정적으로 궤도를 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3단 로켓 바로 윗부분에 로켓 전체의 비행을 유도하는 제어장치가 있고 그 바로 위에 인공위성이 실리게 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러시아서 가스폭발로 아파트 붕괴…“최소 7명 사망”

     러시아 중부 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16일 가스 폭발로 아파트 1개 동 일부가 무너지면서 최소 7명이 숨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20분(현지시간)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280㎞ 떨어진 도시 야로슬라블의 스트로이텔레이 거리에 있는 5층 아파트 건물의 일부가 가스 폭발로 붕괴했다.  사고 후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비상사태부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 남성 1명, 여성 4명, 어린이 2명 등 모두 7명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밝혔다. 부상자 3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건물 잔해에는 여전히 30여명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당국은 사고 아파트의 한 가구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이나 가스 장비 오작동으로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아파트는 입구가 4개 있는 5층 건물로, 이 가운데 1개 입구를 공유하는 10개 가구가 폭발로 붕괴했다.  나머지 3개 입구 쪽도 폭발 사고의 여파로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는 추가 붕괴에 대비해 아파트 전체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에선 소련 시절에 지어진 노후한 아파트들이 많아 자주 가스 폭발로 인한 붕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중국, 美 ‘류샤오보 광장’ 명칭 변경에 뿔났다

    중국, 美 ‘류샤오보 광장’ 명칭 변경에 뿔났다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이자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가 다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1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 12일 워싱턴에 있는 주미 중국대사관 앞 광장과 도로 일대의 명칭을 ‘국제 광장’에서 ‘류샤오보 광장’으로 바꾸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민주당은 크루즈 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노르웨이와 스웨덴 대사 인준안 반대를 철회하자 광장 명칭 변경 법안에 찬성했다. 미국 의회는 1984년 소련의 대사관 앞 광장도 소련의 핵물리학자이자 반체제 인사였던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따 ‘사하로프 광장’으로 바꾼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주미 중국대사관은 “광장 명칭 변경은 중국에 대한 도발로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을 통해 “미국이 중국대사관 앞 광장의 이름을 중국의 범죄자 이름으로 바꾸면 중국이 화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미국이 군사·경제적으로 중국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치졸한 방식으로 중국을 역겹게 한다”고 비난했다. 이 법안은 하원을 거친 뒤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해야 발효된다. AP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사 임명 반대를 철회한 크루즈 의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법안에 사인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백악관 참모들도 미·중 마찰을 우려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류샤오보는 컬럼비아대에서 방문학자로 지내던 1989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이 발발하자 곧바로 중국으로 돌아와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운동에 동참했다. 이후 중국 민주화 운동의 핵심 인물이 됐다. 복역과 가택 연금을 거듭하다가 2009년 12월 25일 국가 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랴오닝성 진저우의 한 감옥에 수감돼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해체까지 40년… 日원전 여전히 활화산

    폭발 당시 잔해 대부분 치웠지만 6시간 서 있으면 방사선량 한계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는 원자로 해체를 위한 폐로 1단계 조치인 사용후핵연료 인출 작업이 한창이었다. 원자로 4기(1∼4호기) 가운데 1호기에서는 인출 작업에 앞서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고자 설치했던 거대한 뚜껑이 철거되고 있었다. 2011년 3월 사고 당시 수소폭발로 파괴된 원자로 모습이 그대로인 3호기에서는 사고 잔해 철거 작업으로 분주했다.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와 함께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억되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다음달 11일이면 발생 5년이 된다. 현장에는 5년 전 쓰나미 흔적과 사고 잔해가 여전했다. 지난 10일 현장을 찾은 외신 공동취재단 기자들에게 오노 아키라 제1원전 소장은 “원전은 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8000여명의 근로자가 방사능에 오염된 원전 단지 내 토양을 시멘트 등으로 포장하고, 수소폭발 때 발생한 건물 잔해들을 상당 부분 치웠다. “도쿄가 궤멸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간 나오토 당시 총리의 회고처럼 일본과 주변국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이 사건은 잊혀 가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가고시마현 센다이 원전 등이 재가동되면서 일본은 원전 가동국가로 복귀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해체 작업은 30~40년이 걸릴 정도의 장기 과제였다. 오노 소장도 “폐로 과정이 10부 능선이라면 1부 능선에 올라섰다”고 인정했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원자로 내부 압력용기를 뚫고 격납용기 바닥으로 떨어진 용융 핵연료를 꺼내는 작업은 폐로의 핵심이자 최대 난제란 설명이다. 녹아버린 용융 핵연료를 꺼내는 일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원자로에서 녹아내려 무질서하게 방치된 핵연료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등 후쿠시마 원전은 여전히 불안한 ‘활화산’으로 남아 있었다.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가 정확히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사고 원자로 내부의 높은 방사선량 탓에 로봇을 투입해야 하는데 진척이 없었다. 로봇을 원자로 내부로 밀어 넣는 작업을 맡을 근로자에 대한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오노 소장은 설명했다. 지난해 4월부터 로봇으로 1호 원전 내부 상황을 부분적으로 파악했을 뿐이다. 도쿄 전력 측은 “30∼40년으로 잡은 폐로 기간의 단축 또는 연장 여부는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에 달렸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방치된 핵연료 탓에 1∼4호기 원자로로부터 100m 남짓 떨어진 곳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80마이크로시버트(μ㏜). 6시간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연간 개인 피폭 한계치(1밀리시버트·mSv)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취재진은 그 탓에 원자로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도 ‘빨리 보고 버스에 타라’는 도쿄전력 측의 재촉을 받았다. 방사능 오염수도 하루 300t씩 생성되고 있었다.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오염수 저장 한계 용량을 넘어서게 된다. 345억엔(약 3647억원)을 들여 동토차수벽을 지난 9일 완공했지만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취재에 동행한 오카무라 유이치 도쿄전력 대변인은 원전사고를 수습하면서 “더 큰 리스크를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위험, 위기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 태도와 중층적 대비, 기술향상을 계속하지 않으면 우리는 원자력을 다룰 자격이 없다”는 그의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후쿠시마 제1원전 공동취재단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사설] 김정은 체제 北 용인 한계 넘어섰다

    북한이 결국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 도발을 강행함으로써 북한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도발은 우리로 하여금 심각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도록 한다. 과연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더이상 용인할 수 있는가. 민족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핵무기 개발에 광분하는 김정은 체제를 상대로는 어떠한 당근과 채찍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연히 입증됐다. 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한 ‘광명성호’ 미사일이 2012년 12월 성공한 ‘은하 3호’와 사실상 동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탑재체인 ‘광명성4호’도 정상 작동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단 위성궤도에는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북한이 구멍 뚫린 제재를 틈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전력화에 필요한 기술적 발전을 차근차근 이뤄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광명성호 미사일은 미국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1만 2000㎞의 사정거리를 갖췄고, 탑재 중량도 200㎏ 정도여서 곧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ICBM 위협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후 핵개발·경제발전 병진 노선을 고집하면서 핵무기 소형화와 투발(投發) 능력 확대에 몰두해 왔다. 지난주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김정은 정권은 예정된 수순대로 마이동풍하며 미리 그어 놓은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은 이번 ‘4차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로 더욱 명확해졌다. 무엇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성공에 도취된 김정은 정권이 더욱더 가속페달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에 대한 협의를 공식적으로 개시했지만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100%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드든 뭐든 북한의 실질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방어막을 구축해 우리의 생존권을 스스로 지켜 낼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도 폭주기관차와 마찬가지인 김정은 체제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됐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경제 병진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힘을 합친다면 불가능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에 고취된 북한은 축포를 쏘는 등 자축 분위기에 젖어 있지만 축배는 곧 독배로 바뀌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핵무기를 갖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댄다고 해서 체제가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옛 소련의 몰락으로 입증된 바 있다. 게다가 이제부터 북한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실효적인 제재가 본격화될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궤멸을 재촉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北 광명성호, 비행궤적·탑재중량·사거리도 똑같아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北 광명성호, 비행궤적·탑재중량·사거리도 똑같아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北 광명성호, 비행궤적·탑재중량·사거리도 똑같아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북한이 지난 7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호’는 지난 2012년 발사된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대형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은하 3호와 비행궤적과 탑재중량, 사거리 등 제원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9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 분석 결과’를 통해 “광명성호와 은하 3호는 동일한 형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의 직경과 길이 비율이 2.4대 30으로 2012년 장거리 미사일과 형상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은하 3호는 길이 30m, 최대 직경 2.4m의 3단계 로켓으로, 발사 초기 중량은 91t, 발사 초기 추진력은 120t으로 알려졌다.1단 로켓이 고도 100㎞(추력 120t) 정도에서 분리된 뒤 2단(추력 20∼30t)과 3단(추력 10t 미만) 로켓이 차례로 분사돼 탑재체를 위성궤도에 진입시키는 구조다.비행궤적과 분리된 추진체 및 페어링의 낙하지점도 비슷했다.북한이 밝힌 1, 2단 추진체 및 페어링의 예상 낙하지점은 지난 2012년 은하 3호 발사 당시와 차이가 없고, 실제로 궤적이 확인된 1단 추진체와 페어링은 예상대로의 위치에 낙하했다.이와 관련,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낙하지점의 위치가 동일한 것은 모든 제원이 유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면서 “북한이 밝힌 예상 낙하지점이 과거와 비슷한 것을 보고 사전에 형상이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1단계 추진체의 연소시간 역시 120초로 은하 3호와 동일했을 것으로 분석됐다.2012년과 달라진 점은 탑재체의 무게이지만, 새로운 로켓이 사용됐다고 볼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앞서 국정원은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탑재체의 중량이 2012년의 두 배인 200㎏ 내외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ADD측은 이에 대해 “2012년 은하 3호 로켓 발사 당시 북한이 밝힌 위성 중량은 100㎏이었지만, 실제 운반능력은 200∼250㎏으로 예상됐었다”면서 “2012년에는 앞부분 구조 등을 일부러 무겁게 해 무게를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보다 성능이 향상된 로켓을 사용하되 연료를 충분히 연소시키지 않는 등 수법으로 실제 제원을 감췄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ADD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외형이 다르다면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외형이 동일한 만큼 (2012년과) 똑같은 로켓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로켓의 연료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적연질산(HNO₃94%+N₂O₄6%)이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옛 소련이 개발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에 주로 쓰이는 적연질산은 장기 상온보관이 가능하나 독성이 강해 일반적인 우주발사체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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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北 광명성호, 비행궤적·탑재중량도 똑같아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北 광명성호, 비행궤적·탑재중량도 똑같아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북한이 지난 7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호’는 지난 2012년 발사된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대형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은하 3호와 비행궤적과 탑재중량, 사거리 등 제원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9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 분석 결과’를 통해 “광명성호와 은하 3호는 동일한 형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의 직경과 길이 비율이 2.4대 30으로 2012년 장거리 미사일과 형상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은하 3호는 길이 30m, 최대 직경 2.4m의 3단계 로켓으로, 발사 초기 중량은 91t, 발사 초기 추진력은 120t으로 알려졌다.1단 로켓이 고도 100㎞(추력 120t) 정도에서 분리된 뒤 2단(추력 20∼30t)과 3단(추력 10t 미만) 로켓이 차례로 분사돼 탑재체를 위성궤도에 진입시키는 구조다.비행궤적과 분리된 추진체 및 페어링의 낙하지점도 비슷했다.북한이 밝힌 1, 2단 추진체 및 페어링의 예상 낙하지점은 지난 2012년 은하 3호 발사 당시와 차이가 없고, 실제로 궤적이 확인된 1단 추진체와 페어링은 예상대로의 위치에 낙하했다.이와 관련,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낙하지점의 위치가 동일한 것은 모든 제원이 유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면서 “북한이 밝힌 예상 낙하지점이 과거와 비슷한 것을 보고 사전에 형상이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1단계 추진체의 연소시간 역시 120초로 은하 3호와 동일했을 것으로 분석됐다.2012년과 달라진 점은 탑재체의 무게이지만, 새로운 로켓이 사용됐다고 볼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앞서 국정원은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탑재체의 중량이 2012년의 두 배인 200㎏ 내외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ADD측은 이에 대해 “2012년 은하 3호 로켓 발사 당시 북한이 밝힌 위성 중량은 100㎏이었지만, 실제 운반능력은 200∼250㎏으로 예상됐었다”면서 “2012년에는 앞부분 구조 등을 일부러 무겁게 해 무게를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보다 성능이 향상된 로켓을 사용하되 연료를 충분히 연소시키지 않는 등 수법으로 실제 제원을 감췄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ADD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외형이 다르다면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외형이 동일한 만큼 (2012년과) 똑같은 로켓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로켓의 연료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적연질산(HNO₃94%+N₂O₄6%)이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옛 소련이 개발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에 주로 쓰이는 적연질산은 장기 상온보관이 가능하나 독성이 강해 일반적인 우주발사체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北 광명성호, 2012년 기술과 같은 이유는?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北 광명성호, 2012년 기술과 같은 이유는?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北 광명성호, 2012년 기술과 같은 이유는?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 북한이 지난 7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호’는 지난 2012년 발사된 ‘은하 3호’와 사실상 같은 발사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대형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은하 3호와 비행궤적과 탑재중량, 사거리 등 제원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9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 분석 결과’를 통해 “광명성호와 은하 3호는 동일한 형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의 직경과 길이 비율이 2.4대 30으로 2012년 장거리 미사일과 형상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은하 3호는 길이 30m, 최대 직경 2.4m의 3단계 로켓으로, 발사 초기 중량은 91t, 발사 초기 추진력은 120t으로 알려졌다.1단 로켓이 고도 100㎞(추력 120t) 정도에서 분리된 뒤 2단(추력 20∼30t)과 3단(추력 10t 미만) 로켓이 차례로 분사돼 탑재체를 위성궤도에 진입시키는 구조다.비행궤적과 분리된 추진체 및 페어링의 낙하지점도 비슷했다.북한이 밝힌 1, 2단 추진체 및 페어링의 예상 낙하지점은 지난 2012년 은하 3호 발사 당시와 차이가 없고, 실제로 궤적이 확인된 1단 추진체와 페어링은 예상대로의 위치에 낙하했다.이와 관련,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낙하지점의 위치가 동일한 것은 모든 제원이 유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면서 “북한이 밝힌 예상 낙하지점이 과거와 비슷한 것을 보고 사전에 형상이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1단계 추진체의 연소시간 역시 120초로 은하 3호와 동일했을 것으로 분석됐다.2012년과 달라진 점은 탑재체의 무게이지만, 새로운 로켓이 사용됐다고 볼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앞서 국정원은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탑재체의 중량이 2012년의 두 배인 200㎏ 내외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ADD측은 이에 대해 “2012년 은하 3호 로켓 발사 당시 북한이 밝힌 위성 중량은 100㎏이었지만, 실제 운반능력은 200∼250㎏으로 예상됐었다”면서 “2012년에는 앞부분 구조 등을 일부러 무겁게 해 무게를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보다 성능이 향상된 로켓을 사용하되 연료를 충분히 연소시키지 않는 등 수법으로 실제 제원을 감췄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ADD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외형이 다르다면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외형이 동일한 만큼 (2012년과) 똑같은 로켓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로켓의 연료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적연질산(HNO₃94%+N₂O₄6%)이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옛 소련이 개발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에 주로 쓰이는 적연질산은 장기 상온보관이 가능하나 독성이 강해 일반적인 우주발사체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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