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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주공사 사장 “미국 달착륙 확인해봐야” 뼈 있는 농담

    러 우주공사 사장 “미국 달착륙 확인해봐야” 뼈 있는 농담

    러시아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인사가 미국이 50년 전 실제 달에 착륙했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농담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미국의 달 착륙 음모설에 무게를 싣는 뼈 있는 농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Rogozin)에 동유럽 소국 몰도바의 이고리 도돈 대통령과 만나서 대화한 동영상을 올렸다. 로고진 사장은 “도돈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인들이 실제 달에 갔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우리는 그곳에 가서 그들(미국 우주인)이 갔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로고진 사장은 얼굴에 웃음기를 띤 채 어깨를 으쓱하는 등 농담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러시아 우주 기구 수장이 던진 말인 데다 이를 트위터에까지 올리는 바람에 농담으로만 받아들여 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러시아의 전신인 옛 소련은 냉전 시대에 미국과 달 탐사 경쟁을 벌이다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미국에 선수를 뺏겼다. 옛 소련은 이후 1970년대에 달을 향해 쏘아 올린 로켓이 4차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달 탐사 프로그램을 접었다. 냉전 시대 두 강대국의 달 탐사 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달착륙 당시 영상이나 사진의 그림자 방향 등 미심쩍은 부분을 지적하며 NASA 우주인이 달에 가지 않고 착륙한 것처럼 연출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로고진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질문을 받고 농담으로 받아넘겼지만, AP통신과 폭스뉴스 등 몇몇 언론들은 뼈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카터, 40년 전 남·북·미 대화 자카르타서 추진

    지미 카터 전 미국 정부가 1979년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목적으로 남·북·미 3자 고위급회담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극비리에 추진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해 온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고위급회담 개최 및 한반도 긴장 완화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을 강화시키려고 했던 의도였다. 이 같은 내용은 연합뉴스가 25일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제임스 퍼슨 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한 미 외교 기밀문서에 나타나 있다. 당시 미국은 남북한 의사를 타진하는 등 남·북·미 대화를 위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 추진했다. 1979년 6월 카터 대통령은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도네시아가 남·북·미 고위급회담 장소를 제공하기로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1979년 7월 작성된 또 다른 비밀 전문에서 미 정부는 남·북·미 고위급회담을 자카르타에서 개최하자는 제안을 인도네시아를 통해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이후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유엔 사령부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상호 관심사가 논의대상이 될 것임을 관련 문서는 지적했다. 당시 미국은 옛 소련과 대치 중이었고, 미 의회 등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반대하고 있었다. 한편 공개된 1979년 6월 30일 청와대 한·미 단독 정상회담 대화록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에게 “남북한 (군사력) 격차에 변화가 생기고, 북한이 정책을 바꿀 때까지 미군이 철수하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카터 대통령은 “북한이 국민총생산(GNP)의 20%가량을 군사비에 쓰고 있다”며 한국의 방위비 확충을 압박하자 박 대통령은 자주국방 의지를 밝히면서도 “우리가 GNP의 20%를 군사비에 쓰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대립했다. 또 카터 대통령이 인권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면서 “현 상황에서 긴급조치 9호를 폐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긴급조치)를 무기한 유지할 의도는 없다. 당신의 충고를 새겨듣고 그런 방향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올브라이트의 경고 “트럼프는 파시스트”

    올브라이트의 경고 “트럼프는 파시스트”

    파시즘/매들린 올브라이트 지음/타일러 라쉬·김정호 옮김/인간희극/336쪽/1만 8000원“단도직입적으로 한 가지 이유를 말하자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다.” 책장을 채 몇 쪽 넘기지 않았을 때 굵은 글씨로 강조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21세기가 한참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파시즘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스스로를 국가 전체, 혹은 집단 전체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자들.” 책이 정의하는 파시스트다. “타인의 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기꺼이 폭력을 동원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세상이 평온할 때는 생각을 통해 답을 찾지만 두렵고, 화가 나고, 혼란스러울 때는 단지 어디로 행진하면 되는지 듣고 싶어 한다. 바로 그때 파시즘이 움트기 시작한다.” 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유에 대한 열망’과 ‘지시를 받고 싶다는 갈망’이 공존한다고 분석한다. 파시즘이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든 퍼져나갈 수 있는 까닭이다. 과거 히틀러와 무솔리니에서부터 현재의 ‘진성 파시스트’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파시스트 지도자들의 사례를 들며 파시즘의 위험성을 역설한다. 그러면서도 ‘펜끝’은 시종일관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한다. 트럼프 당선 이전까지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설파하던 미국이 후퇴하고 있고,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발자취를 따라 전 세계를 파시즘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를 ‘악’으로 설정한 뒤 이야기를 덧붙여 가는 책의 결말은 다소 뻔할 수도 있다. 다만 나치와 옛 소련의 침공을 몸소 겪은 어린 시절 경험과 오랜 세월 탁월한 외교가로 활약한 저자의 통찰력이 설득력을 더한다. 저자는 1997년 미국의 첫 여성 국무부 장관으로 취임해 2001년까지 일했다. 빌 클린턴 정부 2기 때다. 임기 중이던 2000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북·미 관계 개선에도 힘썼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붕괴의 다섯 단계(드미트리 오를로프 지음, 홍기빈 옮김, 궁리 펴냄) 소련의 붕괴에 이은 냉전 체제, 또 다른 강대국인 미국의 붕괴 가능성을 최초로 논의했던 저술가 드미트리 오를로프의 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와 스페인 등지에서 일어나는 혼란을 지켜본 저자는 금융·상업·정치·사회·문화 순으로 사회가 붕괴된다고 주장한다. 496쪽. 2만 5000원.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1권: 모차르트, 영원을 위한 호소(민은기 지음, 사회평론 펴냄) 친절한 클래식음악 설명서를 표방한다. 민은기 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불세출의 천재’ 모차르트에 대해 강의하고 독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100장의 일러스트와 사진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364쪽. 1만 8000원.조총과 장부(리보중 지음, 이화승 옮김, 글항아리 펴냄) 유럽중심주의, 자민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탈국가적 관점, 인류적 관점을 지향하는 서술방식으로 16~17세기 동아시아를 들여다본 저작. ‘조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과 ‘장부’로 상징되는 상인 무역의 발전이 어떻게 융합해 동아시아 근대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파헤친다. 448쪽. 2만 3000원.조종이 울린다(볼프강 슈트렉 지음, 유강은 옮김, 여문책 펴냄) 막스플랑크사회연구소 명예소장이자 현대 경제사회학 거장으로 평가받는 저자의 현대 자본주의 진단. 그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사망단계에 이르렀으며 이 체제를 대체할 그 어떤 대안도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공위기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460쪽. 3만원.배틀그라운드(백영경 외 11명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대한민국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이면에 숨어 있는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요 맥락들을 법과 정책, 종교, 문화, 보건의료, 인권 등의 관점에서 톺아보는 책. 국가와 사회가 관리하고 간섭해 온 우리의 몸이 즉 ‘배틀그라운드’라는 선언이다. 활동가, 연구자, 변호사, 의사들로 구성된 성과재생산포럼이 2016년 결성 이래 꾸준히 쌓아 올린 성과다. 296쪽. 1만 5000원.웹소설의 충격(이이다 이치시 지음, 선정우 옮김, 요다 펴냄) 점점 쇠퇴하는 소설 시장 속에서 유일하게 승승장구하는 웹소설. 웹소설의 등장이 소설·콘텐츠 업계에 미친 변화와 인터넷 소설 투고 플랫폼을 통해 연이어 히트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308쪽. 1만 6000원.
  • 트럼프·김정은, 고도의 밀당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관계의 새 지평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난도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선보이고 있다. 얼핏 보면 서로 상대방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한 줄다리기 전략으로 해석되지만, 그 이면엔 각자 국내 강경파의 견제를 다독이기 위한 고도의 정치력이 발현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미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는 강경파들이 비핵화 회의론 내지 불신론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거나 실무협상의 동력이 꺼지려 할 때마다 두 정상이 직접 나서서 긍정론의 큰 줄기를 부각시키는 것은 톱다운(정상이 먼저 합의하고 실무진이 실행) 방식의 장점을 두 정상이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곁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우리가 택한 방향에 대해 아주 만족한다”며 비핵화 협상 회의론을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해야 했던 가장 힘든 결정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북한과 거의 전쟁을 할 뻔했기에 북한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며 “나는 우리가 북한과 관련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진정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북한 황해북도 삭간몰 탄도미사일 기지에 대해 ‘기만’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보도를 믿지 않는다”며 “나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답했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진 등을 통해서는 강경론을 설파하는 강온 양면술을 구사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의 완전한 목록 제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되진 않을 것이지만 정상회담에서 핵 시설·무기 사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도 최근 강온 양면술을 구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아 신형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 발사를 지도한 후 무기 시험을 현장에서 지도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어서 미국 조야 일각에서 북한 불신론이 급속히 번졌다. 하지만 바로 이틀 뒤 김 위원장은 경제시설을 찾아가 서방세계 지도자들이 쓰는 어법을 구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을 방문, 공장 현대화를 독려하며 “세상은 빠르게 변하며 발전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북한 매체를 강경론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19일 “최근 미 군부 것들이 조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우리를 비핵화로 몰아가려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지난 8일 북·미는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으나 막판에 연기되면서 북·미 협상 회의론이 점증했다. 하지만 수십년에 걸친 적대관계에 비교하면, 북·미 정상이 처음 만난 지 불과 5개월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성패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정상이 핵 군축을 위해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기까지는 2년의 세월이 걸렸다. 1985년 말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핵 군축 합의에 실패했고, 1987년 세 번째 만남에서 핵탄두 장착용 중·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는 내용의 중거리핵무기폐기협장(INF)을 체결한 바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가 실무선에서 물밑 협상을 통해 타협점에 근접하고,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국 정상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 같다”며 “특히 미국 내에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해 회의론이 퍼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미 관계가 진전되고 있다는 언급을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러 쿠릴섬 작전 바꾼 아베 “4개 아닌 2개 우선 반환을”

    러 쿠릴섬 작전 바꾼 아베 “4개 아닌 2개 우선 반환을”

    일본과 러시아 간 오랜 갈등의 중심에 있는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분쟁에서 일본 정부가 러시아에 2개 섬의 우선 반환을 요구하는 전략으로 수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시코탄, 하보마이, 에토로후, 구나시리 등 4개 섬 가운데 시코탄, 하보마이만이라도 우선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얼굴) 총리가 앞으로 남은 자신의 3년 임기 안에 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선택한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1956년 일·소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향후 대러 협상에서 시코탄 등 2개 섬의 우선 반환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일·소 공동선언에서 양국은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소련이 시코탄 등 2개 섬을 일본에 인도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이후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행되지 않았다. 일본은 1905년 러·일 전쟁 승리 후 4개 섬에 대한 영유권을 확보했지만, 2차대전에서 승리한 소련은 연합국들을 설득해 4개 섬을 자국 영토로 귀속시켰다. 반환 요구 대상을 2개로 줄인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 상당한 양보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임기(2021년 9월) 내에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서두르려고 하지만 우선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나서 영토 문제 협상을 해야 한다는 푸틴 대통령과 의견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협상의 빠른 진전을 원하는 아베 총리는 내년 1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다시 회담을 갖고 4개 섬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이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양날의 칼, 중국의 ‘돈폭탄’ 외교/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양날의 칼, 중국의 ‘돈폭탄’ 외교/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와중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0조 달러(약 4경 5500조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얼마 전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장 개방을 통해 15년간 상품과 서비스 수입이 30조 달러, 10억 달러를 각각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해마다 2조 6700만 달러어치를 수입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수입액은 1조 8420억 달러 정도다.시 주석은 9월에도 아프리카 발전을 위해 600억 달러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 중 150억 달러는 무상이고 200억 달러는 무이자와 저리의 우대차관이다. 중국 기업들이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아프리카개발기금 100억 달러와 수입융자기금 50억 달러도 제공한다. 아프리카 재해 구호를 위해 10억 위안(약 1630억원)을 쾌척하고 식량도 무상 원조한다. 그는 7월 중동에도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아랍연맹을 위해 2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16억 달러를 무상 원조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에 약속한 지원액이 900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 중국의 ‘돈폭탄’ 투하는 ‘세계 리딩 국가’라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무역전쟁의 대미항전 우군을 확보한다는 복안이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게 문제다. 중국은 국공내전과 한국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화된 1950~60년 아시아·아프리카에 40억 위안을 쏟아부었다. 28억 위안은 무상이고 12억 위안은 무이자나 우대차관이었다. 1958년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40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어 나가는 판국에도 소련에 지지 않으려고 지원에 앞장섰다. 더군다나 1960년에는 대외원조 전담 부서인 대외경제연락국을 신설하기도 했다(프랑크 디쾨터, ‘마오의 대기근’). ‘혈맹’ 북한에 대한 지원도 아낌없다. 1951~65년 대북 지원액은 6억 1350만 달러다. 4억 5000만 달러가 무상이고 1억 5750만 달러는 유상이다. 일제 36년 피눈물의 대가로 받은 대일청구권자금 5억 달러(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보다 많다. 1958~60년에는 방직 염색과 시멘트, 베어링, 진공관 공장 등 29개 프로젝트 건설도 지원했다(진징이·진창이,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편익비용 분석’).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2강’인 G2로 불렸다. 2011년 경제 규모가 세계 2위 일본을 넘어서자 중국 내에서는 언제쯤 미국을 앞설지 점치며 한껏 들떴다. 하지만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중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미국과의 전면전은 무모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는 앞날을 기대할 수는 있다. 중국이 지난 40년간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중국 내부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더미 등 초미의 현안이 산적해 있고, 대국이 갖춰야 할 ‘국량’도 한참 못 미친다. 적어도 지금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내건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를 견지해 나아가야 할 때다. khkim@seoul.co.kr
  • [황성기의 시시콜콜]강제징용 배상 소송, 일본 기업은 중국인 피해자와 화해 응했다

    [황성기의 시시콜콜]강제징용 배상 소송, 일본 기업은 중국인 피해자와 화해 응했다

    중·일 전쟁 와중에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 전쟁까지 벌인 일본이 극심한 노동력 부족을 겪자 강제징용이란 수를 써 해외 노동자를 끌어들인다. 조선 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미야마 등 동남아시아까지 징용의 마수를 뻗친 것이다. 전쟁에 승리한 연합국과 패전국 일본이 1951년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4조 a항은 “일본은 전쟁 중 생긴 손해 및 고통에 대해 연합국에 배상해야 한다”면서도 같은 조 b항에서는 “별도로 정한 게 없으면 연합국 전체는 배상청구권을 포기한다”고 정했다. 일본을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의 방파제로 활용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던 미국은 일본 부흥을 앞당기기 위해 청구권 포기라는 카드를 쓴 것이다.하지만 청구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나라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였다. 일본 정부는 조약 체결에 참여했던 필리핀과는 56년, 베트남과는 59년, 조약 체결국이 아니었던 미얀마와는 55년, 인도네시아와는 58년 배상협정을 맺고 전후처리를 했다. 일본은 한국 등과는 경제협력과 청구권 포기를 맞바꾸는 형태로 전후처리를 했다. 14년을 끈 한·일 기본조약의 부속 협정 중 하나인 한·일 청구권협정도 그 배경에 조속한 전후처리를 바랐던 미국이 있었던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과 일본이 1972년 국교를 정상화할 때 낸 공동성명 5항은 ‘중국은 양국 국민의 우호를 위해 일본에 대한 전쟁배상의 청구를 포기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때마다 일본 법원은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와 중·일 공동성명 5항은 물론 시효 소멸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 청구를 줄줄이 기각한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상고인(피고 기업)은 중국인 노동자들을 강제노동에 종사시켜 이익을 취한 사정을 감안해 피해자에 대한 구제 노력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주문에 첨부했다. 즉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와 피고인 일본 기업에 화해를 제안한 것이다.대표적인 게 하나오카(花岡) 소송이다. 아키타 현 하나오카 광산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중국인들이 1995년 도쿄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지만, 1997년 청구가 기각된다. 하지만 2000년 도쿄고등법원에서 화해가 이뤄져 피고인 가시마 건설은 5억엔을 ‘하나오카 평화우호기금’에 출연한다. 이 돈을 피해자의 위령과 추도, 유족에 대한 생활지원 등의 경비로 충당하고 있다. 피고 가시마 건설이 처음부터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끝까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죄도 할 수 없다고 버텼으며 처음에는 1억엔 이하로 소송을 무마하려 했다. 1944년 히로시마 야스노 발전소 건설에 투입됐던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98년 제기한 2억 7500만엔의 배상청구소송은 2007년 일본의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기각되지만 2년 뒤 화해가 성립된다. 피고인 니시마쓰 건설은 360명에 대한 강제연행을 인정, 사죄하고 보상금 지불을 위해 2억 5000만엔을 기금에 출연했다. 최근의 일로는 미쓰비시 머티리얼(구 미쓰비시 광업)의 화해가 주목된다. 이 기업은 전시에 중국인 강제징용자 3765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앞의 사례와 같은 절차를 거쳐 화해에 이르렀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2016년 6월 1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이들 피해자들과 화해 조인식을 가졌는데 “인권이 침해된 역사적 사실을 솔직하고 성실히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한다”는 사죄문도 발표했다. 피해자들에게는 1인당 10만 위안(한화 1630만원)씩도 지불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지난 10월 30일 대법원 판결에서 1억원 배상의 책임을 지게 된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신일철주금의 임원은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있은 직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국 판결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10월31일 보도에서 “‘일본제철 전 진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 따르면 2016년 6월 26일 개최한 신일철주금 주주총회에서 이 회사의 사쿠마 상무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법률은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며 배상금을 지불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문제는 마이니치 신문의 11월 1일자 보도이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조만간 이번 재판과 비슷한 소송이 제기돼 있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배상과 화해에 응하지 않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정부가 기업 활동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마이니치 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 대법원 판결은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는 셈이어서 한·일의 긴장관계를 보다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빼닮은 트럼프 버전의 ‘폭정 3인조’ 등장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빼닮은 트럼프 버전의 ‘폭정 3인조’ 등장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기인 2002년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칭했던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버전의 새로운 ‘표현’(레토릭)이 나왔다. 일명 ‘폭정 3인조’(Troika of Tyranny)로 대상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쿠바다. 미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은 1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이애미 데이드칼리지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쿠바 3국을 ‘폭정 3인조’로 규정하고, 이들 3국에 대한 미국과의 금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트럼프 정부의 ‘슈퍼 매파’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이 연설한 마이애미는 쿠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는 여기에서 “폭정 3인조는 이 땅에서 영원히 견디지는 못할 것이다. 모든 억압 정권이나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불법적인 금 거래를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재정을 충당하는 것으로 의심해 이 같은 제재를 추가했다. 지난 5월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엉터리라고 비판하며 금융제재를 개시한 데 이어 지난달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과 부통령 등 핵심 지도부의 미국 내 자산을 몰수하는 제재에 이은 3연타다. 부시 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역임했던 볼턴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후 본인이 쿠바 등을 추가로 포함시킨 전력이 있다. 볼턴 보좌관이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를 ‘폭정 3인조’로 지칭한 건 이들 국가들이 더욱 강력한 미국 제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수사법으로 풀이된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구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칭한 바 있다. 억압적인 지도자로 떠오른 마두로 대통령 뿐 아니라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지난해 4선에 성공했지만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숨져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쿠바의 경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외교 관계가 복원되고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이 다시 개설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쿠바군 등이 소유·통제하는 기업 20여곳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유엔에서는 같은날 미국의 대(對)쿠바 경제 봉쇄를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27년 연속 채택됐다. 찬성이 189표로 압도적이었다. 반대는 2표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던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러시아 정보기관의 굴욕...자살폭탄 테러 공격 당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의 굴욕...자살폭탄 테러 공격 당했다

    러시아의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가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당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북부의 아르한겔스크 FSB 건물 입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용의자가 숨지고 FSB 직원 3명이 다쳤다. 러시아 국가대테러위원회는 “잠정 조사 결과 건물 안으로 들어온 남성이 가방에서 폭발물을 꺼냈으며 얼마 뒤 그의 손에서 폭발물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이고리 오를로프 아르한겔스크주 주지사는 “FSB 건물 안에서 불특정 폭발물을 이용한 범죄가 일어났다. 사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연방수사위원회에 따르면 용의자는 17세이며 현지 직업전문학교 학생이다. 아직 구체적인 벙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FSB에 불만을 품은 범인이 자폭 테러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폭발 사고 몇 분 전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FSB에 대한 공격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메시지 게시자는 “지금 곧 아르한겔스크 FSB 건물에 테러가 저질러질 것이며 내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서 “원인은 여러분에게도 분명한 것이다. FSB는 사건을 조작하고 사람들을 고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달에 이민 가면 삼시 세끼 어떻게 먹고 살지?

    달에 이민 가면 삼시 세끼 어떻게 먹고 살지?

    美 등 우주 강국 인간이 지낼 도시 계획 얼음 200억t 석탄 캐듯 채굴해 물 확보 표토·3D 프린팅 기술로 벽돌집 만들 듯 한국 2030년까지 ‘탐사 프로젝트’ 추진지구로부터 평균 거리 38만 4400㎞, 지구 크기의 4분의1, 지구 질량의 81.3분의1. 바람도 서늘한 맑은 가을밤 뜰 앞에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면 한눈에 ‘달’이 들어온다.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은 인류의 시작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다. 동서양의 수많은 전설과 신화 속에 등장했던 달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소재로만 다뤄졌다. 그러다 1969년 7월 20일 미국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인류 최초로 발자국을 남기면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후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의 달착륙을 마지막으로 달에 대한 관심은 멀어져 왔다. 달 탐사가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의 대결 구도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 했거니와 달 탐사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없었던 탓이 컸다. 한편으로는 달 너머 심(深)우주와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위성에 대한 관심이 더 켜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폴로 11호 달탐사 50주년을 앞둔 현재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전통적인 우주 강국들이 다시 달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 표면에 인간이 상주할 수 있는 ‘우주 기지’(Moon Base)를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이며 유럽 우주국(ESA)도 비슷한 개념의 ‘달 도시’(Moon Village) 계획을 밝혔다. 중국항천국(CNSA) 역시 달 기지 건설을 차기 목표로 발표한 바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이번 주 호에는 달에 세워질 거주지가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게 될 것인가를 다룬 특집을 실어 관심을 끌고 있다. 우주 선진국들은 대략적으로 2020년대 중후반에 달 기지를 구축해 우주인들을 단기 거주시켜 보완해야 할 점을 찾은 뒤 2030년부터는 달에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 실제 삶을 영위해가는 ‘첫 번째 달 이민자’를 보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ESA와 독일항공우주센터(DLR)는 최근 독일 쾰른의 유럽우주비행사센터에 1000㎡ 크기의 가상 달 표면 체험 장치 ‘루나’(LUNA)를 조성했다. 달 표면과 비슷한 약한 중력 상태를 만들어 달에서 거주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변화와 기지 구축, 탐사, 식물 재배 등 다양한 생존 조건을 시험해 보기 위한 일종의 거대한 실험장치다. 달 기지 구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확보다. 달에 사람이 거주하게 될 경우 물은 식수는 물론 작물 재배를 위한 농업 용수, 그리고 전력 공급에 필요한 연료 전지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국(RSA)의 계산에 따르면 4명이 거주하는 달 기지에서 1년 동안 필요한 물의 양은 수십 톤에 불과하지만 거주자가 늘어날 경우 그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달에서 물은 얼어 있기 때문에 석탄을 캐듯 채굴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달의 남, 북극에 있는 얼음의 양은 약 200억t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 확보가 어려운 경우는 달 표면의 ‘표토’(Regolith)를 활용하게 된다. 달 표면에 있는 돌가루 모양의 물질인 표토는 실리카와 각종 금속산화물, 산소를 포함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일단 표토에 산소가 43% 정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운송해 간 수소를 결합시켜 물을 만들 수 있다. 또 표토는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벽돌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달 표면으로 향해 날아드는 소행성과 방사선 등을 막을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드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독일항공우주센터 마티아스 모이러 박사는 “달에 사람이 장기 거주하고 식민지화시키기 위해서는 달에 있는 자원들만으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도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들어 2020년까지 달 주변을 도는 550㎏급 궤도선을 발사하고 2030년에 달 착륙선과 탐사로봇을 보내기 위한 ‘한국형 달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 확보나 계획 수준은 우주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국내 우주 전문가들은 “우주 선진국들처럼 정확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 달 탐사나 한국형 발사체 개발 일정이 꼬이고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도 박근혜 정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를 꽂겠다고 정치적 선언을 하면서부터였다”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소련이 달에서 가져온 초소형 월석 경매나온다…가격은?

    소련이 달에서 가져온 초소형 월석 경매나온다…가격은?

    정말 눈곱만한 작은 크기의 월석(月石) 3점이 경매에 출품된다. 31일(현지시간) 미국 CNN등 현지언론은 그간 개인이 소장해왔던 희귀한 월석 3점이 다음달 29일 소더비가 뉴욕에서 주최하는 경매에 나온다고 보도했다. 최대 100만 달러(약 11억 4000만원)에 낙찰될 것으로 보이는 이 월석은 가장 큰 것이 2X2㎜ 사이즈일 정도로 매우 작다. 사실상 달에서 가져온 월석의 부스러기인 셈. 흥미로운 점은 달에서 가져온 이 월석이 일반 경매에 오르게 된 배경이다. 통상 우주탐사 과정에서 가져온 모든 물품은 개인이 갖지 못하고 국가의 소유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한창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1970년 9월. 구소련이 발사한 루나 16호는 달에 착륙해 35㎝의 구멍을 파고 돌과 흙을 채취해오는데 성공했다. 이후 소련 정부는 이 샘플 중 일부를 니나 이바노브나 코롤레바라는 이름의 여성에게 기증했다. 그의 남편이 바로 소련 로켓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르게이 코롤료프(1906-1966)이기 때문. 소련의 우주개발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그가 사망하자 소련 정부는 이를 기려 월석을 부인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렇게 개인 소유가 된 이 월석은 그러나 1993년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 올라 당시 가격으로 44만2500달러(약 5억원)에 팔렸다. 새 주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5년이 지나 다시 경매에 오른 것이다. 소더비 측은 "월석이 경매에 오르는 것은 물론 이번처럼 개인 간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현재 소유자는 미국인으로 70만~100만 달러 사이에 낙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글로벌 In&Out] 허위 문서 ‘그로차르 요강’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허위 문서 ‘그로차르 요강’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체육관에서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했다. 전대미문의 일이었고 남북 관계사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 ‘능라도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북한이 나라를 건설해 왔는지 알고는 있을까?일부의 북한 연구자들은 소련의 북한 진주 직후 대북한 정책을 소개할 때 1945년 9월 14일 소련군 사령부 정치부원 그로차르가 발표했다는 ‘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요강’이라는 문서를 많이 언급한다. ‘그로차르 요강’이라 부르는 문서에서 소련군은 북한에서 노동자 농민정권 수립, 즉 소비에트화를 원조하고 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어 소련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서 다른 연합국 지도자들과의 논의를 진행하기도 전에 이미 정책 노선을 결정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 사실은 유명한 북한 역사 연구자인 브루스 커밍스가 1981년에 쓴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에 의해 널리 알려지고 한국의 연구에도 많이 사용되어 왔다. 특히 최근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크고 두꺼운 책 ‘북한의 역사 1’에도 그대로 인용되었다. 이런 주장의 허위성을 드러내는 점 두 가지가 있다. 일단, ‘그로차르’(일부 연구에는 ‘그로치코’)라는 소련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련 측 사료이다. 1990년대 소련 문서보관소 개방에 따라 북한 주둔 소련군의 활동을 밝히는 자료가 대량으로 발견되어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단체에 의해 수집·공개되었으며, 그중 ‘그로차르’가 발표한 ‘요강’의 출처를 밝히는 소련군 비밀문서들도 발견되었는데, 새로 발견한 자료를 가지고 이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고 한반도가 일제의 멍에로부터 해방되었다. 미국의 ‘일반명령 제1호’를 받아들인 소련은 북한 지역을 점령하고 미군의 남한 진주와 한국 문제에 대한 협상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동시에 남북한에서 정치활동이 자유로워졌고 다양한 성향의 정당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특히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가 석방되면서 이영을 수반으로 하는 ‘장안파’와 박헌영의 ‘재건파’ 등 2개의 공산당이 조직되어 경쟁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남측 공산주의자들은 ‘해방자’의 이미지를 가진 소련의 지원을 얻어야 정통성을 확보하고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련은 북측을 점령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남측의 일부 좌익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희망을 담은 이 ‘요강’을 발표하였다. 이 문서는 이영이 방북해 제출한 자료들 중 하나로 소련군이 처음 발견하고 러시아어로 번역하면서 ‘그로차르 요강’이 되었다. 이영은 트로츠키주의자이고 분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박헌영과의 노선투쟁에서 졌고, 오랫동안 북한 건국사 연구에 악영향을 미친 가짜 문서 ‘그로차르 요강’의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져 있지 않다. 물론 가짜 문서 ‘그로차르 요강’이 드문 사례는 아니다. 1945년의 북한사만 봐도 김일성의 현준혁 암살 배후설, 1945년 10월 소련군에 의한 북한 경찰인 보안대의 공산화, 신의주 사건 규모의 지나친 과장 등 잘못 알려진 수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연구자 중에도 이 허위 문서을 믿고 소군정 시기의 북한사를 미화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남북 평화와 번영, 전쟁 없는 한반도를 원한다면 산더미처럼 쌓인 편견을 버리고 사료로 북한 현대사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 “日, 자국민에겐 개인배상 인정 모순…정부·관련 기업 이번 판결 수용해야”

    “日, 자국민에겐 개인배상 인정 모순…정부·관련 기업 이번 판결 수용해야”

    “일본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고 거짓과 모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국민들에게는 ‘국가의 청구권과 개인의 배상은 별개’라고 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반대되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전후 배상 등을 촉구하는 활동에 평생을 헌신해 온 다나카 히로시(81)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30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너무도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다나카 교수는 일본을 대표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팔순에 접어든 나이에도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을 실현하는 일·한·재일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에 의한 원폭 피해자 문제와 소련에 의한 시베리아 억류 문제에서 일본 정부가 취한 판단을 감안하면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당연한 것입니다. 일본은 미·소와 국가 차원의 배상 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에 일본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의 청구권은 포기했지만 개인들의 권리는 살아 있으니 해당 국가에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권리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자국민에게는 개인의 권리를 찾으라고 했던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모든 것이 종료됐다고 주장하고, 언론도 따라서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이번 판결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며 “금전적 배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차후 논의가 더 필요할 수 있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나카 교수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역사를 바로 보는 것이 우선인데, 문제 해결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글이나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얘기를 해왔지만, 사실상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2016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와서 생존해 있는 원폭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것을 보면서 왜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 ‘나눔의 집’에 가 볼 생각을 못 하나 한탄했다”며 한·일 관계 개선은 아베 총리가 말과 행동을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그로차르 요강’의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

    ‘그로차르 요강’의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

    지난 9월 19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체육관에서 평양 시민을 향하여 연설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시민들 앞에서 이렇게 연설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고 남북관계사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북한이 어떤 나라이고 북한 사람들이 어떠한 역사를 갖고 그런 나라를 건설해 왔는지 알고는 있을까?대한민국에서 북한의 이모저모를 연구하는 학문분야는 ‘북한학’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일부 대학에는 북한학과나 그에 해당하는 학부가 설치되어 있고 석·박사 과정을 제공하는 북한학 대학원도 따로 있다. 뿐만아니라 북한학과가 없는 대학에도 북한의 역사, 문화, 법률 등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으며 북한학의 각 하위분야에 관한 학위논문만 매년 수백 개 이상 나오는 것이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정보에 의하면 매년 나오는 러시아 관련 학위 논문의 수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고 국내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수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수적으로는 우세하지만 질적으로도 과연 우세한가?필자는 북한 건국의 역사를 10년동안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북한학의 기본 중에 기본인 역사 연구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있다고 판단한다. 그 원인은 많고 다양하나 북한 연구에 악영향을 제일 크게 미치는 것은 잘못된 사실의 유포이다. 이 기사에는 소련군의 북한 점령과 관련된 한가지의 잘 못 알려진 사실에 대하여 언급하고 싶다.일부 북한 연구자들은 소련의 북한 진주직후 대북한 정책을 소개할 때 1945년 9월 14일 ‘소련군 사령부 정치부원 그로차르’가 발표했다는 “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요강”이라는 문서를 많이 언급한다. 이 문서에는 소련군은 북한에서 노동자 농민정권수립, 즉 소비에트화를 원조하고 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고, 소련 정부는 한국 문제에 대하여 다른 연합국 지도자들과의 논의를 진행하기도 전에 이미 정책 노선을 결정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 사실은 유명한 북한역사연구자인 브루스 커밍스가 1981년에 쓴 ‘한국전쟁의 기원’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한국의 연구에도 많이 사용되어 왔으며 특히 최근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크고 두꺼운 ‘북한의 역사 1’이라는 책에도 그대로 인용되었다.그러나 이 문서가 허위임을 드러내는 점이 2가지 사실이 있다. 일단, ‘그로차르’ (일부 연구에는 ‘그로치코’라고도 함)라는 소련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련측 사료이다. 1990년대 소련 문서보관소의 개방에 따라 북한 주둔 소련군의 활동을 밝히는 자료가 대량으로 발견되어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단체에 의해 수집·공개되었으며, 그 중 ‘그로차르’가 발표한 ‘요강’의 출처를 밝히는 소련군 비밀 문서들도 발견되었는데, 새로 발견한 자료를 가지고 이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고 한반도가 일제 멍에로부터 해방되었다. 미국의 ‘일반명령 제1호’를 받아드린 소련은 북한 지역을 점령하고 미군의 남한 진주와 한국 문제에 대한 협상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동시에 남북한에서 정치 활동이 자유로워졌고 다양한 성향의 정파가 치열하게 경쟁했다.특히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와 석방되면서 이영을 수반으로 하는 ‘장안파’와 박헌영의 ‘재건파’ 등 2개의 공산당을 조직이 경쟁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한국의 공산주의자에게 있어 ‘해방자’라는 이미지를 가진 소련의 지원을 얻는 것이 곧 정통을 확보하고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기회였다. 소련은 북한을 점령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일부의 한인 정치가들이 이 공백을 메우려고 좌익들의 희망을 담긴 이 ‘요강’을 발표하였다. 이 문서는 이영이 방북할 때 제출한 자료 중에 소련군에 의해 처음 발견되고 러시아어로 번역되면서 ‘그로차르 요강’으로 둔갑했다. 이영은 결국 트로츠키주의자이고 분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박헌영과의 노선투쟁에서 졌으나 오래동안 북한 건국사 연구에 악영향을 미쳐온 가짜 문서인 ‘그로차르 요강’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져 있지 않았다.물론 ‘그로차르 요강’은 드문 사례가 아니다. 1945년의 북한사만 봐도 김일성의 현준혁 암살 배후설, 1945년 10월 소련군에 의한 북한 경찰인 보안대의 공산화, 신의주 사건 규모의 지나친 과장화를 비롯해 잘못 알려진 수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연구자 중에도 위와 같은 허위 사실에 대응하면서 소군정 시기의 북한사를 미화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남북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고 전쟁이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것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동안 산더미처럼 쌓인 편견을 버리고 사료를 들고 북한 현대사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가 확고히 믿고 있다.글 사진 제공: 바실리 블라디미로비치 레베데프(고려대 사학과 석사)
  • 中 견제·표심 잡기… 트럼프의 ‘INF 파기’ 승부수

    中 태평양서 군사력 확장 나서자 경고 볼턴 “美·러만 조약 묶인 이상한 상황” 안보 이슈 부각시켜 지지층 결집 효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양자 조약인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거듭 밝혔다. 이는 태평양 지역의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새달 6일 열리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안보 이슈를 재점화함으로써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로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협정(INF)의 정신이나 협정 그 자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뒤 중국을 거론하며 “그들(중국)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핵무기를 증강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우리는 그것(핵무기)을 증강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누구보다 많은 재원이 있다”고 말한 뒤 핵무기 증강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INF 파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위협이냐’는 질문에 “러시아를 포함한다. (우리와)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누구든 포함된다”면서 “나를 상대로 게임을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즉 러시아가 협정을 지키지 않고, 중국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으면 INF를 파기하고 핵무기 증강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러시아 라디오방송 에코모스크바에 “지금 중국과 이란, 북한 등은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생산한다”면서 “미국과 러시아만 (INF) 조약에 묶여 있고 반면에 다른 나라들은 여기에 구속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군비 증강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미국 입장에서 INF 파기 주장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군은 현재 태평양의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해 해군 함정과 공군 폭격기에 의존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항하려면 강력하고 정확한 타격 무기인 지상군의 야포 화력 보강이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엘브리지 콜비 신미국안보센터(CNAS) 방위프로그램국장은 “태평양의 (미·중) 군사력 균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 규모가 매우 중대하고 진전된 만큼 우리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이날 “INF의 당사국이 아닌 중국이 그동안 조약의 규정에 제한받지 않고 방대한 재래 군비를 남태평양 등에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INF 폐기 주장은 조약에 의해 그동안 묶여 있던 재래식 무기를 확충해 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확장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FP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중국 때리기 등 안보 이슈를 부각,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뉴스를 선점하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사거리가 500~5500㎞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조약이다. 이 조약에 따라 미·러는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설] 신냉전 우려되는 미·러 핵전력 조약 파기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이 체결했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를 공식화했다. 현지시간 22일 러시아에 파견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을 만나 조약 파기를 통보한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의 파기 위협은 러시아가 조약을 어기고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데에 있지만, 실은 조약에 가입돼 있지 않는 중국이 미사일을 자유롭게 개발하며 핵강국화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양수겸장의 의도도 있다. 미국의 INF 파기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이 맹반발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의 자제를 당부했다. 미 공화당 내부조차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핵무기 통제 협정들을 무효로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서방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의 맹방인 영국이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1987년 미국과 소련이 맺은 INF는 사거리 500∼5500㎞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냉전을 끝낸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각종 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이 2000년대에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서로 “상대방이 INF를 위반했다”며 티격태격해왔다. 미국이 INF를 정말로 파기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무역이든 안보든 이슈를 가리지 않고 자국 이익을 앞세워 이란 핵합의를 비롯해 국제 합의를 줄줄이 깨온 트럼프 행정부의 무모한 행적을 감안할 때 할리우드 액션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우려된다. 문제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이다. 뉴 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에 상한을 두는 조약으로 2021년 갱신을 앞두고 있다. 만에 하나 INF가 파기된다면, 강대국의 군비경쟁 제한에 빗장이 풀려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미·중·러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미·러의 진지한 협의,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한 정책 결정을 촉구한다.
  • 러시아 “美, 중거리 핵조약 일방 파기땐 군사 대응”

    러시아 “美, 중거리 핵조약 일방 파기땐 군사 대응”

    체결 당사자 고르바초프 “비핵화 흔들어” 美, 중·러 압박해 새 핵군축 체결 가능성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INF)을 파기 선언하자 러시아가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적 ‘엄포’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미국·중국·러시아 3자가 참여하는 새로운 핵군축 협상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 핵합의나 만국우편연합(UPU)처럼 각종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다면 우리는 군사적인 것을 포함한 대응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라브코프 차관은 INF 파기를 통보하러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22일 만날 예정이다.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87)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INF는 사거리가 500∼5500㎞인 중거리 핵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금지하고 있다.INF 폐기는 러시아로서는 2001년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ABM) 탈퇴에 이은 또 다른 전략적 불균형의 악화를 의미한다. 미국이 INF뿐 아니라 2010년 체결한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마저 재검토하며 압도적 경제력을 활용해 핵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은 이날 인테르팍스통신 인터뷰에서 “INF 폐기 시도는 옛 소련 지도부와 미국 그 자신이 비핵화를 이루려고 쏟은 모든 노력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 정부는 조약 파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INF 파기 이유로 지목당한 중국도 반발했다.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미국이 INF에서 탈퇴하면 세계적으로 또 한 번 탄도미사일 무기와 군비 경쟁이 일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한 걸음으로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INF 탈퇴 엄포가 결국 협상을 통해 러시아의 INF 이행을 압박하고 INF의 제약에서 벗어나 있는 중국까지 한데 묶어 3자 간 새 핵군축 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언급대로 INF 조인국이 아닌 중국의 중거리미사일 개발이 문제가 된다면 중국과도 협정을 맺어야 한다”면서 “역사적 협정에서 경솔하게 탈퇴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씨줄날줄] ‘퍼스트맨’과 우주탐사/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퍼스트맨’과 우주탐사/이종락 논설위원

    “한 인간에 있어서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1930~2012)이 지구로 복귀한 후 남긴 유명한 말이다. 영화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의 이야기를 다뤘다. 제임스 R 한센의 소설 ‘퍼스트맨: 닐 암스트롱의 일생’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라라랜드’를 만든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했다.당시 우주 프로젝트에서 소련이 미국을 앞지르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유인 우주선으로 달에 착륙한 후 지구로 돌아오라”는 국가적 임무를 지시한다. ‘퍼스트맨’은 바로 아폴로 11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그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영화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성공으로 이끈 우주비행사의 업적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늘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암스트롱의 순탄치 않은 삶을 밀도 있게 그렸다. 어린 딸을 병으로 잃고, 그와 함께한 동료들도 사고로 그의 곁을 떠나면서 고뇌에 빠진 인간 암스트롱과 가족 얘기를 담은 휴먼 스토리다. 지름이 3m인 깡통 통조림 같은 우주선에 갇혀 느껴야 했던 암스트롱의 공포도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는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우주프로젝트를 비난하는 정치인과 서민들의 반대 데모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49년 전에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2008년에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등장했다. 그러나 “우주여행자일 뿐 우주인은 아니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씨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2년 휴직 후 미국 UC버클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재미교포와 만나 결혼을 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는 두 번의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해 2013년에야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 스페이스클럽 회원국이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5일 두 번째 시험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준비했지만 추진계 가압계통 문제를 발견해 발사를 연기했다. 우주개발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순수 한국형 발사체 사업의 1, 2차 본발사 일정은 이명박 정부에서 2021년으로 잡았으나 우주개발 공약을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에선 2020년으로 당겼고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다시 2021년으로 미뤘다. 달탐사 2단계 사업도 2020년에서 2030년으로 10년 늦춰졌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주개발은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치밀하게,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돼야 할 백년대계임을 ‘퍼스트맨’은 일깨워 주고 있다. jrlee@seoul.co.kr
  • 트럼프 “러와의 중거리 핵조약 파기”… 신냉전 심화되나

    볼턴, 22~23일 푸틴에 파기 방침 전달 러 “협박으로 양보 끌어내려는 것”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냉전 시대 옛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무기 폐기 협정(INF) 파기를 공식화했다. 이는 핵 전력 증강을 포기하지 않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도 견제하겠다는 의도지만, 미국과 러시아·중국의 핵군비 경쟁이 심화되고 신(新)냉전 구도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1·6 중간선거 지원유세차 찾은 네바다주 엘코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INF를 지키려 했지만 러시아가 합의를 위반해 왔기 때문에 이를 파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23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INF 파기 방침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양국이 사거리가 500∼5500㎞인 핵탄두 장착용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과 소련이 서로를 직접 겨냥한 무기지만, 사거리가 비교적 짧은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은 동맹국에 전진배치해 놓아야 제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ICBM보다 냉전을 촉진시킨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미국이 2000년대 들어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러시아가 MD를 뚫을 수 있는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2006년 실전배치하면서 사실상 INF는 사문화됐다는 평가다. 미국은 지난 2월 러시아가 SSC8 순항미사일을 극비리에 실전배치한 것도 INF 위반이라며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INF 탈퇴를 결심한 또 하나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중국이 중거리 핵무기를 증강하는 상황에서 INF가 미국의 신무기 개발을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파기를 고려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는 INF를 위반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협박을 통해 러시아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시도를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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