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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자위대,동남아 비상사태시 싱가포르 군사기지 사용키로

    [도쿄 연합] 일본 정부는 28일 동남아지역에서 군사충돌이나 소란이 일어났을 때 이 지역 거주 일본인의 수송과 유엔평화유지활동(PKO)부대의 배치를위해 싱가포르의 군사기지를 사용키로 하고 정부에 양해를 얻어낸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가와라 쓰토무(瓦力) 방위청장관은 다음달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토니탄 국방부장관과의 회담에서 동남아지역의 비상사태시 일본인 수송용 자위대 항공기와 함선의 대기 등이 필요할 때마다 싱가포르 군사기지를 사용하는문제를 정식으로 요청,양국 정부간에 합의를 이룰 전망이다. 일본이 자위대 부대의 해외진출 문제에 대해 평상시에 사전양해를 얻는 것은 처음이다. 방위청은 또 한반도 유사시와 중국·타이완 분쟁을 염두에 두고 한국 및 타이완에 거주하는 일본인 수송에 대해서도 원활한 환경정비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수송업무와 관련,97년 7월 캄보디아 프놈펜 교외에서군사충돌이 일어났을 때에는 태국의 우타파오 해군기지에,98년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에서 폭동이 빚어졌을 때에는 싱가포르의 파야레바 공군기지에항공자위대의 C130H형 수송기를 파견,대기시킨 바 있다.
  • “바람 덕에 뜻밖의 우승”

    ‘아이언 샷의 사나이’ 박남신(41·써든데스)이 새 천년 국내 남자프로골프 첫 우승컵을 안았다. 97∼99년 상금랭킹 2위에 머문 박남신은 23일 전남 화순의 남광주CC(파 72)에서 계속된 제1회 스포츠서울 호남오픈 마지막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쳐 합계 3언더파 285타로 시즌 첫 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우승상금 3,600만원. 3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 뒤진 채 9위에 머문 박남신은 이날 강한 맞바람을의식해 펀치 샷으로 볼을 낮게 까는 노련미를 앞세워 통산 20승을 달성했다. 남영우(27) 김대섭(19) 등 신예 선두그룹이 강풍과 갤러리의 소란에 시달리며 흔들린 반면 ‘백전노장’의 강인함을 여실히 보여 준 것. 전반 5번홀까지 착실히 파 세이브 행진을 계속한 박남신은 6번홀에서 첫 버디를 낚은 뒤 8·9번홀에서 연속버디를 잡으며 2오버파로 전반을 마쳐 남영우를 1타차로 바짝 추격했다.9번홀에서는 무려 17m짜리 버디퍼팅을 성공시켜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승부는 후반 첫 홀인 10번홀에서 결정됐다.박남신이 파 세이브를 한 반면노장의 추격에 흔들린 남영우가 더블보기를 범하고 만 것.이후 박남신은 자로 잰 듯한 아이언 샷으로 보기 1개만을 기록해간격을 점점 늘려갔다.바람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핀을 직접 공략하는아이언 샷에 갤러리들은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3라운드 선두 남영우는 이날 맞바람에 고전을 면치 못한 끝에 5오버파를 기록,합계 1언더파 287타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기대를 모았던 아마추어 국가대표 김대섭은 무려 4개의 더블 보기를 범하는등 급격히 무너져 8오버파 296타로 경기를 마감했다. 화순 류길상기자 ukelvin@. * 경기장 이모저모. ●대회장인 남광주CC에 개장 이래 최악의 강풍이 몰아쳐 선수들과 대회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22일에는 천막이 뿌리채 뽑혀 날아가고 23일 마지막라운드때는 17번홀의 알루미늄 스코어 보드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맞바람에 선수들이 고개를 들지 못했는가 하면 그린에서는 벌타를 의식,바람이 멈출때까지 퍼팅 어드레스를 취하지 않은 채 기다리기 일쑤여서 경기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대회 마지막날에는 300여명의 갤러리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는데 대회경험이 별로 없는 갤러리들의 부적절한 매너에 선수들이 페이스를 잃기도.특히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은 결정적인 퍼팅순간에 장난을 치는 등 통제불능 상태여서 급기야 경기진행요원이 “아이들을 붙잡아 달라”고 애원해야 했다. ●전날 선두 남영우를 5타차로 추격하며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한 박남신은이날 경기 시작전 퍼팅그린에서 2m이내의 퍼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등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그는 경기 직전 “역전이 가능하겠느냐”는질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겨 결국 우승을 예감했다는 후문.
  • [대한광장] 봄이 왔는데

    서울 종로에도 노랗게 피어 색을 자아내는 개나리가 피어 있고,몰락하듯 지고 있는 목련의 하얀 꽃잎과 자목련 꽃망울이 꽃자리를 바꾸고 있다.바람이불면,꽃자리에 새 잎 돋기 시작한 벚나무들도 남은 꽃잎을 화사히 뿌리고 있다.봄이 왔다.온 산에 불지피듯 달아오르기 시작한 진달래와 철쭉을 보면 산천의 봄은 완연하다. 이렇게 봄은 왔건만,거리를 스치는 사람에게도 분명 봄 냄새는 배어 있건만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가 없다. 눈을 뜨고 다니기가 어렵고 숨쉬기가 거북하여 거리를 나다닐 수 없게 하던 황사현상도 물러난 듯하고,거리마다 틀어대던 선거판의 몰지각한 확성기 소리도 이젠 사라져 그 탓도 아닌 것 같은데따뜻한 봄의 온기를 느낄 수가 없다. 꺼지지 않던 불길 때문에 논밭을 잃고 생계의 터전마저 앗긴 이들은 아직도허탈한데, 그 와중을 찾아다니며 ‘소중한 한표’를 구걸하던 사람들은 지금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백두대간 허리춤을 태운 화마(火魔)의 상흔이처연히 남아있는데….“애인과 함께 마음껏 돈도 써보고 남들처럼 번듯하게살고 싶어” 열달 새 9명을 살해한 녀석들의 잔인함도 꿈길까지 찾아와 어른거린다.명문여대를 졸업한 고학력의 20대 젊은 여성들이 외국인 및 교포남성들과 어울려 마약을 복용하고 환각의 레이브(RAVE) 파티에서 뒤엉킨 채 뒹굴고 있다고 한다.이 몸서리쳐지는 현실을 함께 살아가는 일이 하도 막막하고서글퍼 봄이 왔는데도 봄을 느낄 수 없는가 보다. 예전에는 겸양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민족이 우리였다.어느 날인가 겸양의 미덕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잘난 척 나대는 사람들이 판을치기 시작한 것도 우리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일까? 사람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나라의 스승들이 본분을 망각한 채 정치판으로 떼지어 몰려다니고 있다.이웃의 가난을 위해,그들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할 종교인들이 민주화운동이라는 훈장(?)을 달고 권력의 핵심에서 정책을 논하고 있다. 수십년간 이 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몸담아 왔다는 정치인들이 패싸움하면서소란을 떨고 있다.이런 패거리싸움에서 밀린 이가 골방에 틀어박혀 헛된 궁리에 시간을 축내고 있다.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모르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정국안정 운운하며 이합집산을 모의중이다.이 나라 국민을,철든 이 나라 국민을 또 속이려 하고 있다.참으로 가관이다.하여 삼천리 강산에 봄이 왔는데도그 봄이 설기만 한가? 2,600여년 전 인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큰 스승이 살아 계셨다.제자들과 함께 기원정사에서 지내시던 어느 날 “용모가 아리땁다는 이유로 자기자신은 귀하게 여기면서 다른 이를 천하게 여기는 자가 있다면 그는 훌륭한사람이 아니다.재담이나 교묘한 화술이 있다고 해서 자기자신을 귀히 여기면서 남을 천히 여기는 자가 있다면 그를 훌륭한 사람이라 할 수가 없다….계율을 잘 지킨다는 이유로,학문을 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기자신을 귀하게여기고 남을 천시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훌륭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中阿含經)”라고 말씀하셨다. 겸허함을 모르고 교만해 하는 이들에게 ‘계율을 잘 지킨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업수이 여겨서는 안된다’시던 서릿발같은 말씀,이 준엄한 말씀을 알아듣는 이는 지금 몇이나 될까? 풋중 시절 “허물없는 내가 남의 허물을 내 허물과 같이 아파하는 이 있으니 이를 부처님이라 한다.남의 허물을 보면서 나의 허물을 깨닫는 이들이 있으니 이름하여 수행자라 한다.수행자는 그대가 막 출발하려는 길을 같이 가야 할 사람들이다.단지 허물을 짓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의 허물을 용서할 줄모르는 천치보다 더 어리석은 이들이 이 곳에 숨어 있으니 경계하라”고 생명의 말씀을 주시던 스승,어느 해 추운 겨울을 끝으로 자리를 뜨신 내 마음의 스승은 지금 어디쯤에 계신가? 봄이 왔는데… [一 徹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 16대 국회의원 뽑던날/ 전국 투·개표 이모저모

    21세기 첫 4년의 국정을 끌어갈 일꾼을 뽑는 13일 국민들은 한표의 주권을행사한 후 TV 앞에 앉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개표 드라마’를 지켜보며 밤을 지샜다.국민들은 투표가 마감된 이날 오후 6시 3개 공중파 방송사가 투표자 출구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각 정당별 의석수 및 예상 당선자와 실제 개표진행 내용을 대조해가며 개표 상황을 주시했다.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서열세로 분류됐던 일부 후보들은 전국 244개 개표소에서 투표함이 일제히 열리면서 의외로 선전을 하자 “이길 수도 있다”,“출구조사가 틀렸다”며 승리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으며,출구조사에서나 개표 초반부터 선두로 나선 후보들은 일찌감치 샴페인을 터뜨렸다. 열세로 분류된 후보자들은 “15대 때도 TV 예측과 개표 결과는 차이가 컸다”면서 손에 땀을 쥐며 마지막까지 개표 과정을 초조하게 지켜봤다.서울 양천갑,서대문갑,마포갑·을,동대문을 등 경합지역 개표장에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득표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할 때 마다 참관인과 선거운동원들은 휴대전화로 지구당에 급히 소식을 전하는 등 긴박감이 감돌기도 했다. 이날 서울 강남 등 대도시 아파트단지는 TV로 개표상황을 지켜보느라 밤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뤘고 서울역,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등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도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시민들은 서울지역에 출마한 ‘386세대’ 후보들이 당선이 유력하거나 선전하는 양상으로 개표상황이 전개되고 수도권의 총선연대 낙선대상 후보들이 열세를 보이자 정치권의 “바꿔” 바람이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된 16대 총선 투표는 전국적으로 별다른 불상사없이 평온하게 진행됐다. ◆시민들은 오후 6시에 발표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지난 15대 총선에서 개표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던 점을 상기하며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주부 심형선(沈亨善·34·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한 상태에서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를 비교해가면서 볼 수 있어 좋다”면서도 “그러나 방송사마다 조사편차가 너무 심해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고말했다. 회사원 김태익(金泰益·35·서울 개봉동)씨는 “지난 15대 총선 때도 방송사의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가 크게 달라 출구조사 결과는 그다지 신뢰하지않는다”면서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할지 모르나 발표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접전이 예상됐던 수원시 장안구에서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후보와 민주당 김훈동(金勳東) 후보의 싸움은 개표율 30%를 넘어서면서 박 후보 쪽으로판세가 기울었다.개표율 31.4%에 이른 밤 10시30분쯤 방송사의 출구조사와는 달리 박 후보가 40.3%의 득표율로 김 후보를 2,000표 가까이 앞서 나가자박 후보측은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다.박 후보는 “낙관하기는 이르지만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한 것이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 후보측은 표차가 점차 벌어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자민련의이태섭(李台燮) 후보측은 개표 초반부터 큰 표차로 밀리자 총선연대의 집중낙선운동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라며 총선연대를 원망했다. ◆대구·경북지역 유권자들은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타나자 선거가 너무 싱겁게 끝났다는 반응을 보였다.출구조사에서 한나라당후보는 대구 11개 선거구를 ‘싹쓸이’했고,경북 16개 선거구에서도 칠곡,봉화·울진 등 2개 선거구를 제외한 14개 선거구를 휩쓸었다. 총선대구시민연대 배종진(33)사무국장은 “대구 북갑 등 일부 선거구에서낙선운동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으나 지역감정이라는 높고 두터운 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지역감정 해소에 힘을 쏟는 한편 당선자에대해서는 집중적인 감시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접전 예상지역으로 분류됐던 부산 해운대 기장갑 개표장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자 민주당 개표 참관인이 충격을 받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날 밤 10시20분쯤 해운대구청 회의실에 마련된 개표장에서 개표를 지켜보던 정모씨(45·여)는 한나라당 손태인(孫泰仁) 후보에게 민주당의 김운환 후보가 1만표 이상 뒤지자 갑자기 쓰러졌다. ◆경기도 안양 동안구에서 민주당 이석현(李錫玄) 후보와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후보간 표차가 개표 초반부터 수차례나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양측참관인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처음에는 심후보가 이후보를 조금 앞섰으나 밤 10시30분쯤 이후보가 앞지르더니 이후 6차례나 선두가 바뀌었고 밤 11시30분쯤에는 다시 이 후보가 64표차로 앞서는 등 밤늦게까지 치열한 선두 다툼이 이어졌다. ◆전남 여수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순범(愼順範)후보는 개표장에서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소란을 피우다가 선관위원장에 의해 퇴장당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신 후보는 이날 오후 8시쯤 개표가 진행중인 여수 흥국체육관에 들러 “총선연대가 투표일 하루전인 12일 시중에 나를 낙선대상자로 기재한 유인물을배포해 표가 적게 나왔다”며 “이번 선거는 무효인 만큼 재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후보는 김중곤 선관위원장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큰 소리를지르다 결국 퇴장 명령을 받고 경비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인천시 계양구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후보와 민주당 송영길(宋永吉)후보는 당선 예측보도가 방송사마다 다르게 나오자 서로 자신의 당선을 장담하면서도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날 오후 6시 SBS와 KBS는 안 후보를 당선예상 후보로 지목한 반면,MBC는 송 후보를 지목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초반 개표결과가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예상과 다르게나타나자 후보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청원의 민주당 정종택(鄭宗澤) 후보측은 처음에 출구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발표되자 환호했으나 막상 개표가 진행되면서 이내 3위로 밀리자 “어떻게 이럴수 있느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반면 3위로 조사돼 낙담해 있던 자민련 오효진(吳效鎭) 후보의선거운동원들은 오후보가 선두로 떠오르며 2위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 후보를 크게 앞지르자 “좀더 지켜보자”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보은 옥천 영동 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후보가 민주당 이용희(李龍熙) 후보와 자민련 박준병(朴俊炳)후보,무소속 어준선(魚浚善)후보 등 거물 정치인들에 밀릴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출구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뒤 개표에서도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다 당선권에 진입하자“정치 신인이 일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광주시 남구 선관위가 개표 종사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개표소를 방문한 고재유(高在維) 광주시장의 출입을 저지하자 시 간부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고 시장은 이날 밤 9시쯤 개표소인 방림초등학교 체육관을 시 간부들과 함께 방문했으나 선관위가 구내방송을 통해 “선거법상 자치단체장은 개표소를 방문할 수 없는데 경찰은 뭐하느냐”고 말하자,시 간부들은 “시장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고함을 쳤다.고 시장은 방문한지 5분만에 부랴부랴 개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후보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윤태(金倫台)후보가 맞붙은 서울 마포갑 개표소에서 무효표 10장이 발견돼 개표 작업이 20분동안 중단됐다. 마포구 선관위는 이날 오후 8시40분쯤 부재자 투표함을 열자 선관위에서 마련한 기표봉 보다 큰 문양이찍혔거나 볼펜으로 지지 후보를 표시한 투표용지 10장을 발견,모두 무효로 처리했다. 마포을 개표소에서는 ‘신바람 박사’ 민주당 황수관(黃樹寬·54)후보와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박주천(朴柱千)후보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경남 창원 갑·을의 개표가 진행된 창원 실내체육관에서는 밤 9시50분쯤취객 20여명이 개표소에 들어가겠다며 소동을 부려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창원갑 모후보의 지지자를 자처한 이들은 개표소 입구를 지키던 경찰에게 “유권자로서 개표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할 권리가 있다”며 막무가내로 입장하겠다고 우겼다.경찰이 제지하자 “일반인 관람석을 만들어 놓고도 우리를 막는 이유가 뭐냐”며 개표소 입구에 새워놓은 안내 표지판을 발로 차고 개표참관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곧바로 해산됐다. ◆민주당 선거참관인 등 2명이 이중투표라고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운동원 40여명이 3시간 동안 투표소 입구를 봉쇄하고 투표함 이송을 저지해 개표가 지연됐다. 이날 오후 5시30분쯤 민주당 선거참관인 서모씨(59)와 대학생 김모씨(29)등 2명은 부산시 영도구 신선2동 신선어린이집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려다 선거인 명부에 기재된 자신들의 이름에 지장이 찍혀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했다. 영도구 선관위는 결국 서씨 등 2명에 대해 재투표를 실시하고 신선어린이집 투표함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개표하기로 합의한 뒤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이송했다.선관위는 “조사결과 신선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할 유권자 2명이 투표소를 잘못 찾아 투표했으나 선관위 직원이 선거인 명부의 번호만 확인하고 투표시키는 바람에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젊은 유권자들 가운데 총선연대의 낙선대상자를 투표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이 많았다. 이화순(李華順·여·22·서울 중림동)씨는 “총선연대의 정보를 기준으로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배수연(裵秀娟·22·여·동대문구 청량1동)씨도 “낙선 대상자인지 여부가 선택의 최우선 기준이 됐다”면서 “이를 위해지난 한달 동안 후보자와 선관위의 홈페이지 등을 부지런히 넘나들었다”고소개했다. 총선특별취재반
  • 선거폭력사범 구속 수사

    검찰은 2일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하는 선관위 직원·선거부정감시단원 및 후보자를 폭행한 선거폭력사범 19명을 입건해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대검공안부(부장 金珏泳)는 이날 지난달 28일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선거자유를 침해하는 선거폭력이 늘고 있다고 보고 관련자를 구속수사하고 선거법에 따라 징역 10년 이하의 중형을 구형하라고 일선 지검·지청에 지시했다 검찰의 중점단속 대상은 ▲선관위 직원·선거부정감시단원에 대한 폭력행위,후보자에 대한 테러·폭행,선거운동원 상호간 폭력,선관위 및 정당사무실에대한 난입 등 선거폭력사범 ▲연설회장에 대한 위험물 투척 등 소란행위,연설방해 행위 등 합동·정당연설회 등 방해사범 ▲청중동원 대가 현금살포,선거구민을 동원한 조직적인 음식물 제공 등 기부행위 등이다. 검찰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전남 해남에서 무소속 후보의 사전선거운동을단속하던 선관위 직원 2명의 상의를 붙잡고 협박을 한 선거운동원 문모씨(39)와 강원도 태백시시의회 의장실에 찾아가 집기 등을 부순 전 시의원 이모씨(42) 등을 구속했다.또 경남 거제에서 연설후 유세용 차량에서 내려오는 모정당 후보의 뺨을 때린 지역신문사 대표 박모씨(48)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청구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중랑구 ‘으뜸업소’ 선정 지역경제 부축

    중랑구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차단에 나섰다.‘으뜸업소’와 대형 유통업체를 앞세워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물가’와 ‘생활편의’라는 부대이익까지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으뜸업소란 가격표시제나 시간대별 가격차별화 등으로 물가안정에 기여하거나 맛과 품질·서비스가 뛰어나 구청으로부터 자금과 홍보를 지원받는 일종의 인증업소.중랑지역 주민들이 영세한 관내 업소 대신 인근 청량리나 상계동,구리시 등지로 나가 각종 물품을 구입함으로써 연간 1,000억원대의 지역자금이 역외로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중랑구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물가안정은 물론 주민편의 측면에서도 적지않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랑구는 우선 올 상·하반기에 50개씩 모두 100개 으뜸업소를 선정하기로했다.각종 음식점을 비롯해 커피숍과 치킨점 이·미용업소 목욕탕 세탁소 비디오점 등 42개 서비스업종이 대상이다. 선정된 업소에는 ‘으뜸업소’ 명패와 함께 5월부터 구 인터넷 홈페이지에취급품목과 가격·위치 등을 올려주며 반상회보와 지역 케이블방송 및 신문등에도 게재,주민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또 시설개선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노인복지카드 가맹점으로도 등록,매출신장을 도울 방침이다. 중랑구는 으뜸업소제 도입으로 단기적으로는 연간 300억∼500억원,중·장기적으로는 700억∼800억원의 지역자금 역외유출을 방지,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또한 낙후지역 이미지 불식과 함께지난해 37%에 그친 재정자립도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미 유치가 확정된 면목5동 까르푸와 신내동 신아타운 외에 망우2동E마트,상봉동 코스트코,중화3동에 재건축 형태의 태릉시장 등 대형 유통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진택 구청장은 “으뜸업소제를 통해 주민들에게는 ‘살기 편한 곳’,상인들에게는 ‘장사 잘 되는 곳’이라는 확신을 심어 지역경제의 확실한 디딤돌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굄돌] 패러다임을 바꾸자

    새 천년이 밝은 지도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우리 사회를 지탱할 만한 정신적 중추나 기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빈부 격차가 여전하고,지역감정은 사그라들 줄 모르며,사람의 단단함과는 전혀 별개인연줄과 인맥이 잘도 통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 지도자들의 대승적 지도력의부재와 일부 언론권력의 반개혁성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아노미현상의 가장근원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모순의 누적을 한순간의 혁명적 전환으로 치유할 수는 물론 없을 것이다.그것은 합리적 의사소통을 통한 전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로 하나하나 고쳐갈 도리밖에 없다.쿤이 말하듯이 패러다임은 절대적인 진리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광범위한 합의에 기초하여 형성되고 변화하고뿌리를 내린다.따라서 우리 사회는 바로 그 대중들의 합의로 형성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매우 절실한 사회다. 우리는 지난 시대 인권유린의 장본인이 마치 피해자인 양 소란을 피워대는역사의 아이러니를 보고 할 말을 잃는다.그가 특정 지역의 지역감정 하나만믿고,정도(正道)도 진실도 무시하면서 보이는 정치적 행태는 비록 제한적이나마 민주화가 이루어진 우리 사회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우리 국민은 그렇게도 과거를 빨리 망각하고,인권유린자라도‘지역’이라는 이름으로 관대하다는 말인가. 나는 여기서 검찰도 틀려먹었고,그 사람도 나쁘다는 소위 양비론을 구사할생각이 없다.지난 시대에 권력의 핵심에 섰던 사람이 어떻게 처절한 자기반성의 매개 없이 하루아침에 피해자가 되고 그것의 부당성을 강변하는가.이제우리는‘지역’이라는 물리적,경험적 준거를 어느 정도 버리고, 지난 시대의패러다임을 고수하면서 또 한시대의 중추에 서려는 정치권력에 대해 단호한혐오와 거부를 보여야 한다. 어느 시인은 말했다.“사랑은 나의 권력”이라고.지난 권위주의시대에 인권을 말살하고 유린했던,혹은 부도덕한 정치권력에 자신의 몸을 의탁하여 많은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뺀 이들을 우리 사회를 규율하는 패러다임에서 축출하자. 우리는 사랑만이 권력이 되는 합리적인 사회를만들어갈 물질적, 정신적 토대를 닦는 한해를 만들어야 한다.그만큼 패러다임의 전환은 시급하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중요하다. 유성호 문학평론가 서남대 국문과 교수
  • 자치단체장 민원에 시달린다

    지난 95년 7월 민선출범 이후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억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총선을 2개월 앞둔 요즘에는 어거지성 민원 공해가 더욱 기승을 부려 자치단체장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폭증하는 민원 내용은 교통,환경,인·허가 문제 등 다양하나 자치단체장들이 해결해 줄수 있는 사안은 그리 많지 않다.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집무실로 찾아와시장·군수와 면담을 요구하며 생떼를 쓰는가 하면 분신자살을 기도하다 집무실을 전소시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진다. 경기 D시장의 집무실은 지난달 26일 모두 불에 탔다.관내 택시회사 직원 4명이 시장실에 찾아와 회사 부도로 지입차량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간데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농성하다 준비한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분신을 기도했기 때문이다.1명이 숨지고 2명은 중화상을 입었다. D시에서는 4년전에도 정체 불명의 지체장애자들이 한탄강 지류인 신천둔치에 야시장 개설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며 시너가 담긴 통을 들고와 행패까지부려 직원들을 불안하게 한 일이 있었다. 제주시에서는 지난달 H여객 노조원 30여명이 회사측의 밀린 임금 15억원을지급받도록 해달라며 시청으로 찾아와 시장실을 2시간가량 점거한 채 탁자유리를 깨는 등 소란을 피웠다. 충남 청양군 남양면에 논이 있는 박모(62·여)씨는 자신의 논에 가든을 짓게 해달라며 최근 충남도청에 끈질기게 민원을 제기했다.그러나 이 논은 농업진흥지역이어서 형질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허가가 나지 않자 박씨는 4일동안 도청 현관 앞에 이불을 깔고 앉아 농성했다. 경기 U시는 최근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70대 할머니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이 할머니는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시장실 등을 찾아와 꽹과리를 요란하게 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시는 결국 규정에도 없는 예산을 편성해 할머니가 원하는 토지보상비를 지급,할머니의 ‘꽹과리 시위’를 끝내게 했다. 경기 N시의 K시장은 “인·허가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인들이매일 수십명씩 찾아온다”며 “이들 가운데는 용돈과 생활비를 요구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H시 부속실의 J모(23)양은 “민원인 중에는 시장과면담을 빨리 성사시켜주지 않는다며 전화기 등 집기를 던지며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아예 면담을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현장 점검’이라는 구실로 자리를 뜨기 일쑤다.전북의 L군수는 집무실안에 부속실을 통하지않고 청사 밖으로 나가는 비밀 문까지 만들었다. 자치단체장들을 괴롭하는 것은 또 있다.조그만 행사나 경조사에도 참석해달라는 요구다.이를 거절했다간 “당선된후 사람이 달라졌다.다음번에 출마하면 안찍겠다”는 등 협박성 푸념을 들어야 한다. 경기 K시의 P시장은 “환갑 및 칠순잔치는 물론 돌잔치와 백일잔치까지 참석해 달라고 주민들이 찾아온다”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할 때는 섭섭하다는 내용의 전화도 걸려온다”고 털어놨다. Y시의 S시장도 “일과 후에도 각종 자생단체들로부터 행사 참석 요청이 잇따른다”며 “이를 무시할수 없어 한번은 참석해주기로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IMF 이후 사업체가 부도난 의원들이 속출하면서 자치단체장에게 융자알선,빚보증,납품알선 등에 압력을 넣어달라는 청탁까지 쇄도한다.대구지역 모 기초자치단체장은 “개인사업체를 부도낸 K의원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융자를 알선하거나 빚보증을 서달라고 요구해 애를 먹었다”며 “이를 거절하자 예산안 심사때 노골적으로 공약사업에 칼질을 했다”고 푸념했다. 경기 E시의 모국장은 “관선 단체장 시절에는 민원인들이 관계 공무원을 찾아가 해결을 요구했으나 민선 이후는 직접 시장을 찾아가 부탁하는 사례가많아졌다”고 말했다.다음 선거를 의식하는 자치단체장들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경실련 경기도연합회 노민호(盧敏鎬)사무국장은 “일부 주민들의 억지민원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의 산물”이라며 “이를 들어줬다가는 더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만큼 단체장들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전국종합kbchul@
  • [이색부서 이색공무원] 국회 속기사

    ‘우리 역사에는 왕조실록,소설엔 퇴마록,국회에는 속기록이 있다’ 속칭 속기록이라고 하는 국회 회의록에는 50년 한국 정치사가 담겨 있다.본회의,상임위원회,국정감사,청문회 등을 속기록 하나에 담아놓는 한국 정치사의 산증인,이들이 바로 국회 속기사들이다. 현재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속기사들은 70여명.이 가운데 8명은 컴퓨터속기사들이다.국회나 법원에서 근무하는 속기사들은 9급공무원의 한 직렬인 ‘속기’직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 처음 속기사가 등장한 것은 1946년 남조선 과도 입법의원에서였다. 오랜 기간 속기사 양성의 첨병 역할을 한 곳은 ‘국회속기양성소’.지난 68년 속기양성소 1기를 배출하기 시작해 98년까지 400여명의 속기사들이 이곳을 거쳐갔다.수련기간은 10개월 정도.이제는 민간 학원들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속기양성소에선 말이 가장 빠른 의원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였다.보통사람들은 1분에 200자 정도를 말하지만 양성소 역사상 가장 말을 빨리 했던 ‘목표’ 의원은 제8대 국회의원인 박병배(朴炳培)의원.1분에 340자를 말하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속도를 보였다고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속기사들은 본회의는 2인1조로 5분,위원회에는 2인1조 또는 혼자서 20분 동안 회의에 들어간다.일반사람이 모든 신경을 한곳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최대 20분.하지만 사람도 많고 말도 많은 본회의에서는 5분도 때론 버겁다. 밤 늦게까지 강행되는 국회와 계속되는 신경전으로 속기사들의 체력과 시력은 급속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의원들의 모든 말을 다 기록해야 하는 속기사들이 싫어하는 의원은 ‘사투리가 심한 의원’,‘중요한 얘기를 할 때 기침 등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는의원’,‘도치법을 사용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의원’ 등이다. 베테랑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속기사 초년병들은 ‘어설프게 한자를 읽는 의원’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매진(邁進)’을 ‘만진(萬進)’으로,‘강경파(强硬派)’는 ‘강편파(强便派)로,‘이재민(罹災民)’을 ‘나재민(羅災民)’으로 읽는 의원의 발언은 한글로 번안할 때 한참을 고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속기사라는 직업을 통해 얻는 것도 많다.상임위원회를 2곳씩 담당하고 있는 속기사들은 전문가들 못지않은 지식을 갖게 된다.일반인들이 쉽게 얻을 수없는 정보들을 접할 수 있어 석·박사 학위 과정에 있는 속기사들에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현재 법학박사 과정에 있는 조미경(趙美景·35)씨는 “속기사로 일하면서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익힌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공부를 더 하고 10년 후에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최여경기자 kid@
  • “교육차원 체벌은 정당” 헌재, 교사 재량권 인정

    헌법재판소가 학생 체벌에 대한 교사의 재량권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결정을내렸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韓大鉉재판관)는 28일 학생을 체벌했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서울 D중학교 교내지도 담당 박모씨 등 교사 2명이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상대로 낸 기소유예처분취소 헌법소원 사건에서“검찰의 처분은 수사 소홀과 자의적인 증거판단으로 평등권을 침해했다”면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초·중등교육법이 규정한 취지에 따르면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그만 두더라도 교사가 학교장이 정하는 학칙에 따라 불가피한경우 체벌을 가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았다고 보여진다”면서 “법원 판례도 교사의 징계권 행사 허용한도 내의 체벌이라면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재판부는 “따라서 박씨 등이 가한 체벌은 형법 20조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돼 ‘죄 안됨’ 처분을 받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일부 참고인에 대한 조사만으로 인정되는 폭행사실을 갖고 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수사 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박씨 등 교사 2명은 지난해 4월26일 D중학교 3학년 박모군이 무단결석,흡연등으로 적발돼 교내 봉사활동을 하던 중 소란을 피우는 등 반항하자 뺨을 수차례,주먹으로 가슴을 두 차례,발로 오른쪽 허리를 수차례 각각 때려 박군에의해 신고를 당했으며 같은해 6월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총선 부적격’ 거론 의원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에 포함된 당사자 대부분은 11일 “객관적 기준이나 사실관계의 확인절차를 무시했다”며 한결같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당내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와 정면대결을 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일부 의원은 “필요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대책을 강구하고 나서 파장은 확산될 조짐이다. ●국민회의 인권법 등 개혁입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오른 박상천(朴相千)총무는 “인권법 일부 조항이나 특별검사제 도입 등과 관련,시민단체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명단에 올린 것은 민주주의의 상대주의 원칙을부정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과세특례금액을 인상한 부가세법 개정안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반개혁’명단에 오른 국회 재경위 소속 장재식(張在植)·박정훈(朴正勳)의원 등은 “문제의 법안은 하루 매상 14만원 이하의 영세상인이 세금을 쉽게 납부할 수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며 경실련의 잣대에이의를 제기했다.장의원은 “재경위의 광주지방청 국정감사 당시 만찬에 참가하지 않았는데도 향응제공 명단에 올랐다”며 경실련의 사전 확인절차 미흡을 꼬집었다. 경성사건 등으로 재판에 계류중인 정대철(鄭大哲)부총재 등은 “확정 판결전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대법원 판결도나기 전에 시민단체가 예단할 권리가 있느냐”고 따졌다. ●자민련 이정무(李廷武)의원은 “건설교통부 장관 당시 물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정책 차원에서 동강댐 건설을 추진한 것이 반개혁이냐”고 성토했다. 이건개(李健介)의원은 100쪽에 이르는 해명자료를 내고 “슬롯머신 건은 사면·복권을 받았으며,국회의원은 의정활동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발의법안이 107건에 이르고 각종 청문회에 3차례나 참석하는 등 15대에서 가장바빴던 의원중의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국가보안법 개정반대 등으로 부적격의원에 포함된 김찬진(金찬鎭)의원은 “시민단체 본연의 임무를 착각한 것”이라고 말했다.국회 소란행위로 명단에 포함된 이사철(李思哲)의원은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해명서를 배포하고 “현 정권에게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단체로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의약분업 반대자로 거명된 정의화(鄭義和)의원도 명단작성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무소속 본회의에 13차례 결석하면서 특별활동비 23만여원을 꼬박꼬박 챙겼다는 이유로 ‘도덕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은 정몽준(鄭夢準)의원은 “무단 결석하는 일부 의원과 달리 월드컵 관련 국제 행사 때문에 불참사유서를 미리 제출하고 국회법에 따라 활동비를 지급받은 것이 무슨 문제가되느냐”며 일축했다. 박찬구 박준석기자 ckpark@
  • 뉴질랜드 토코마루베이 현지 표정

    ◆기스본(뉴질랜드)김상연특파원? “저것 봐”“너무 아름다워요(So beautiful)”“해피 뉴 밀레니엄” 여명을 뚫고 마침내 붉은 해가 머리를 내밀자사람들은 일제히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렇게 ‘대망의 2000년’은 시작됐다. 날짜 변경선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육지로,세계에서 2000년 일출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뉴질랜드 북섬 토코마루베이 해변.2000년 1월1일 밀레니엄 첫태양을 보기 위해 운집한 수만명의 관광객과 주민들은 새벽 5시41분 (한국시각 2000년 1월1일 새벽 1시41분) 일출이 시작되자 탄성과 함께 옆사람과 키스와 포옹을 교환하는 등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환호와 소란도 잠시,해변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눈에는 하나같이 물기가 어려 있었다. 감동의 눈물이었다.지난 천년 전쟁과 재난,질병,기아,테러 등 인류를 위협한 수많은 장애를 헤치고 당당히 2000년을 맞은 인간은 얼마나 대견한가. 두려움의 눈물이었다.새로운 천년에,새롭게 다가올 위험과 고통에 지레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희망의 눈물이었다.그래도 증오보다는 사랑으로,질시보다는 격려로 다시 3000년의 태양을 맞으리라 확신하는 인간은 얼마나 강한가. 여기저기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말소리,웃음소리,노랫소리….태양은이제 완전히 제 자리를 차고 앉아 평상의 해변을 만들고 있었다.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2000년 1월1일은 어느새 역사 속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carlos@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I)

    ◆이슬털기-편혜영상현이다. 이제 달은 차츰 차올라 만월이 되어 갈 것이다.그러다가 다시 조금씩 이지러지며 하현이 되고,그믐 사흘 무렵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버릴 것이다.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달의 모습에 따라 시간을 측정한다지.나는 그들이 땅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이의 기준을 달로 삼은 것을 흉내 내듯이 상현이니까,음력 8일 경이로군,날짜를 헤아려 보았다. 예정일은 이제 겨우 오일 남았다.아기는 봉긋이 솟아오른 원피스 자락 밑에서 꼼짝 않고 양수에 폭 쌓여 있을 것이다.예정대로라면,아기는 만월이 되는 즈음에 태어날 터였다. 안방에서 징소리가 들려왔다.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대문가에 서 있었는데도귀청이 울릴 정도였다.굿이 시작된 모양이었다.마당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좁은 마루로 몰려 가고 있었다. 경칩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바닷가여서인지 유난히 밤바람이 차가운 곳이었다.나는 마당 구석으로 가서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무녀의 에에루하는 불분명한 소리가 들려왔다.굿이 시작되기 전에 남편에게 전화를 할 생각이었으나 나는 달만 쳐다보며 계속 시간을 미루고 있었다.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어쩌면 요즘 들어 야근이 잦은 남편은 아직 회사에 있을지도 몰랐다.회사에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나는 전화기를 그냥 가방 속에 넣어 버렸다. 어딜 간다고?산책을 다녀와 막 자리에 누운 남편에게 진도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꺼내자남편은 못미덥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진도요. 당신이?왜?대학 선배가 죽었는데,고향집에서 굿을,안돼. 단호하게 말하고는 남편은 등을 돌려 버렸다.이내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남편의 구부린,그러나 단단해 뵈는 등을 보며 예정일이 일주일도 채 안남은 주제에 어딜 가겠다는 거냐고 큰 소리 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하긴,이 몸으로 진도에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안된다고 진도에 가려던 마음을 접었다. 아침이 되자,나는 등교 시간에 늦은 꼬마처럼 어수선해져서 서둘러 남편을 출근시키고 다음날치 남편의 식사거리를 준비해 두었다.그리고 작은 가방에 하루치의 짐을 챙겨 수정과 함께 진도로 내려왔다.내려오는 동안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야지 하면서도,전화를 걸지 않았다.진도에 가는 것이 야유회라도 되는 듯 일부러 들떠 있는 수정과 나의 뻔한 거짓말을 깨고 싶지 않아서였다.진도에 가기 전이라도 내내 막대유리처럼 가늘고 위태로운 즐거움일지라도 누리고 싶었다. 들어 가자. 수정이 대문가에서 엉거주춤 선 채로 달이나 올려다 보고 있던 나를 끌어 마을 사람들을 헤집고 안방 문 앞에 세웠다.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도,마을 사람들은 굿구경을 한다면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마루가 사람들로 가득차고,마당도 벌써 반이나 사람들로 차올랐다.그의 동기며 선배들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하긴,서울에서 퇴근하고 예까지 오려는 생각이라면 자정이 넘어서야 도착할 것이었다. 영등살 축제 때문인지 해남에서부터 진도로 오는 길은 길게 밀려 있었다.수정과 나는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8시가 넘어서야 진도대교를 건널 수 있었다.진도로 들어서는 길목 여기저기에 영등살 관광 안내 플래카드가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진도 대교 초입에 걸린 스피커에서는 축제 기간이어서인지 서어산에 지는 해애는 지고 싶어 지느냐아,나알 두고 가아는 이임은 가고 싶어 가느냐아는 진도 아리랑이 잡음과 함께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바닷길 갈라지는 것 본 적 있니? 아니. 갈라진 바닷길을 따라 한없이 걷다보면 이상하지,다시 물이 차올라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어떤 때는 관리인이 계속 호각을 불면서 나오라는데도 안나가고 있다가 끌려 나온 적도 있다니까.바닷길로 영혼이 올라간다는 말이 맞는가봐,그래서 영등(靈登)이라고 부른다는거야. 그리고 수정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곧 입을 다물어 버렸다. 8시간 정도 차를 타고 오면서도 우리는 마치 어디 가까운 곳에 소풍이라도 가듯이 들떠 있었다.휴게소에 내려 남편에게 전화를 해야지 싶다가도 배를앞으로 불룩 내밀고 맛이 덜 밴 우동을 먹고는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다음휴게소에서는 망태기에 담긴 귤을 사 느릿느릿 까 먹기도 했다.해 지기 전에 진도에 닿거든 망금산 전망대에라도 다녀오자는 계획도 세웠다.다도해의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을 보면서 우리는정말 소풍이라도 온 듯 사진도 찍고 호탕하게 웃을 생각이었다. 나는 바닷물이 갈라지는 건 영혼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삭 무렵과 망 무렵에 달과 태양과 지구가 일직선으로 늘어서 조수 간만을 일으키는 힘이 강해져 해수면의 오르내림이 커지는 것 뿐이라고 대꾸할 생각도 없이,묵묵히 설설 휘감기며 흘러가는 울돌목 좁은 해협을 내려다 보았다. 아왕 임금의 굿이야 공심은 저라지요,소복을 입고 한지를 오려서 만든 넋전을 든 무녀가 징을 오른손으로 간간이 치면서,불쌍하신 최씨망자 부디도와주시어서,천도하게 하옵소서라고 큰 소리로 외고 있었다.그리고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잠깐 춤을 추다가 쌀알을 방안에 뿌렸다.무녀가 어기야청청 살이로구나라고 선창하자,그의 어머니와 시집간 두 누이가 무녀의 노래를 받아 후렴을 불렀다.나는 꼭 잡고 있는 수정의 손을 풀었다.굿판 정면에 병풍을 친 자리에 그의 한 벌 뿐인 양복이 걸려 있는 것이보여 울컥 눈물이라도 흐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그의 옷이 무녀가 덩실 팔을 들어 올리며 춤을 출 때마다 조금씩흔들렸다.수정이 입모양으로 어디가? 라고 물었으나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살짝 추어 올렸다. 마루를 내려 서려는데 아랫배가 묵진하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며 허리가 끊어질 듯한 진통이 느껴졌다.나는 훅,가쁜 숨을 내쉬며,허리를 잔뜩 구부려 배를 감싸 안았다. 으윽,잇새로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누군가 마루로 올라오며,오매,괜챦으요? 어깨를 잡아 주었다.그 소리를 듣고 수정이 얼른 내 곁으로 왔다.진통은 여진과도 같이 짧은 것이었음에도 내 얼굴에는 식은땀이 잔뜩 배어나 있었다. 방에 들어가 숴야지,큰 일 나것네,아,기환이랑은 어찐 사인데 그 몸해서 여글 왔다요? 동네 아주머니인지 수정의 곁에서 나를 부축해 방에 눕혀주며 물었다.기환의 방이었던 것 같았다.어떤 사이냐고? 나는 앉은뱅이 책상 하나와 작은 옷장이 하나 있을 뿐인,주인을 잃은 지 오래인 그것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수정이 내게 베개를 받쳐주며,대학 친구예요,짧게 대답하자,아 그라요,그럼 서울서 왔겠구만,어찌게 이렇게 아파서 어쩐다요,아줌마가 걱정해 주다가 좀 쉬소,난 굿구갱 갈라요,아프면 또 부리오,하고는 마루로 나갔다. 너 정말 괜챦니? 여기서 애 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그의 책상 위에 꽂혀 있는 책의 제목을 읽고 있었다.진통은 이미 간질병 환자의 발작처럼 진땀만 남겨 놓고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선배 방이었나봐,저 책들이 그대로 있네. 수정이,내 눈을 따라 책상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저 인형 봐라,사내 방에 왠 인형이라니. 수정이 쿡,웃음을 터뜨렸다.책상 한 끝에는 털에 잔뜩 때가 묻어 있는,본래는 보솜거리는 털로 덮혀 있었던 누런 곰인형 하나가 앉아 있었다.인형은,기환선배가 내게 사준 것을 내가 다시 그에게 보낸 것이었다.그가 자기 아이에게 털이 보숭한 곰인형을 사주고 싶었다고 편지와 함께 인형을 보내왔다.나는 그 인형을 곧 반송시켰다. 그는 나와 동기였던 은미의 애인이었다.은미는 예쁘고 영리했지만,그것보다는 자기가 상처 받는 걸 두려워해서 복잡한 상황을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겁장이였다.나는 집요하게 그에게 매달렸다.그는 남자로서보다는 내 선배였기 때문에 단호하게 내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그가,떠나버린 은미 때문에 괴로워하며 잠결에도 은미야 사랑해,내가 잘못했어,중얼거리던 때에 나는 덜컥 그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 임신했다는 말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그를 만나던 날,그는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다가 곧 입을 다물고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선배,우리 결혼해요.서툰 연극배우의 과장된 대사같은 그 말을 하고 나자,기환은 금방 멍한 표정이 되었다.그러다가 점점 그의 속내를 복사하는 것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휘청,현기증이 인다는 듯이 몸을 기울기도 했다.나는 그런 그의 반응에 불끈 화가 치밀어 뒤따라 나가 길거리에서 그를 맘껏 패주었다.학교 근처였고 간혹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지은아,왜 그래,그러지마,선배 저리 좀 가세요,말리기도 하였으나,그는 피하지 않았고 나는 계속 그를 후려쳤다.그를 향해 가방을 휘두르면서,문득 나는 내가 왜 그를 때리나,그는 왜 내게 맞고 있지,하는 의문이 생겼고,그러자 내가 임신을 한 것이나,우유부단하여 망설임만 많은 그나,다 불쌍하게 느껴졌고,모든 일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쉽게 여겨져서 때리는 것을 관두었다. 집에 돌아오니 그에게서 편지가 와 있었다.나는 편지 겉봉에 쓰여진 하지은이라는 내 이름을 불길하게 쳐다보며 봉투를 뜯었다. 사하라 사막 남부에 있는 부르키나파소의 구르마 지역에 사는 종족들은 사람이 죽으면 2,3 개월 동안 매일 밤 북소리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거야. 그러나,이런 긴 장례의식을 지내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낮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해,옥수수를 심으며 웃기도 하고,떼지어 사냥을 나가 큰 짐승 포획에 성공했을 때에는 기쁨에 찬 커다란 함성을 지르기도 하지.낮동안 구르마족마을에는 마른 풀이 벌판 한복판에 우수수 부서져 내리는 소리나,수수 찧는소리,혹은 떼지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지.그렇게 낮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히고 북을 치기 시작해.그들은 조금도 슬퍼하지 않고 춤을 추며 신의 품으로 돌아간 죽은 이를 추억하는거야.너 역시 평범하고 일상적인 낮시간을 보낼수 있을꺼야,밤이 되면,잠깐 나를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지만,그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추억해야 할 일이야.지은아,너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행동이 부족한 나는 생각만 많았지,한 번도 단호하지 못했구나.네 곁에 있을 수 없다.그렇다고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처럼 은미에게 돌아가려는 것도 아니다.단지,혼자 있고 싶다. 나는 편지를 갈갈이 찢고 그 길로 택시를 타,그의 자취집으로 갔다.찢은 편지를 손에 꼭 쥐고 자리에 누워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그는 사흘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고,나는 여전히 그의 방에 누워 있었다.가끔 화장실만 들락거렸을 뿐,돌아 눕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아무 것도 먹지 않으니 힘이 없어 움직일 수도 없었다.나흘째 되던 날 밤에 그가 잔뜩 술이 취해서 친구들을 데리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덜컹거리며 그가 문을 여는데도 나는 이미 돌아볼 힘마저 없어 멍하니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그가,잔뜩 술 냄새를 풍기며 뛰어 들어와 나를 안아 일으켰다.나는 손에 쥐고있던 찢은 편지를 그에게 뿌렸다.내 선배이기도 한 그의 친구들이 들으라는 듯이 나는 개새끼 내 애기가 죽으면 너도 죽을 줄 알아,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가 애기? 너 애기라고 한거야? 물으며 나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어 갔다. 밖에서,아가씨 좀 보소,서울서 대핵교 친구들이라고 안 왔소,하는 아낙의 목소리가 들려 수정이 밖으로 나갔다.어머 선배 왔어요,아는 체 하는 수정의 목소리가 들렸다,상대의 목소리는 또렷이 들리기는 했으나 누군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여기 있었니?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방이 물었다.수정이 응,굿보다가 잠깐 여기 있었지.누구랑? 상대가 물었다.수정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아마 수근거리며 글쎄 지은이가 다 왔다고,진통이 나서 방에 누워 있다고 조심스럽게 대꾸하는 것 같았다.그리고는 상대방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대화가 한참 이어지다가,그럼 이따 봐,하는 수정의 목소리가 들렸다.곧 수정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이미 진통의 여운도 가시고,주인을 잃은 지 오래인 빈 방에 더 누워 있기가 뭣해서 나가려던 참이었다. 마루에 굿상이 차려져서정신 없을텐데,괜챦겠어? 수정은 누가 왔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나를 부축해 마루로 나갔다. 상청 앞에 무녀가 혼자 장고를 치면서 오구풀이를 부르고 있었다.마당의 구경꾼들까지 죄다 마루 앞에 몰려 있었다.시간은 이미 자정에 가까웠다.바리데기가 마침내 아버지를 살려내는 대목에서 구경꾼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오구풀이를 끝낸 무녀가 징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간간이 치면서 최씨 망제 어서 오소,큰 목소리로 청하고는 가족에게 상청에 제사를 올리라고 했다.망제요 망제요 불쌍코 초라한 최씨망제여 무신 나이 많아여 망제란 웬말이뇨 무녀가 소리하자 그의 둘째 누이가 참았던 오열을 터뜨렸다.큰 누이는 상에 술을 올리고 향을 피운 후 젓가락을 올려 대접하고 절을 했다.절을 하는 동안 무녀는 망자의 넋을 넋상자에 담았다.수정이 훌쩍이며 울음을 터뜨려 나는 손을 꼭 잡아 주었다.그의 큰 누이와 사촌 형제들의 오열 섞인 제사가 끝나자 무녀는 오구시루에서 명실 복실을 꺼내어 손가락에 감으면서 최씨망제 오늘 이 굿 받으시고 극락세계 가십시다 가아족들 모두에게 추욱원을내리인후 거리거리 인정쓰고 염불하며 가십시다,크게 소리한 후 나무아미타불을 고인들과 함께 부른 후 굿을 마당으로 내렸다. 나는 이번에는 소란해진 마당을 피해 아까 나왔던 방으로 들어가 집에 다시 전화를 했다.벨이 여러 번 울렸으나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어쩌면 남편은 밤 산책을 나갔을지도 몰랐다. 남편의 산책은 신혼 초 아파트에 이사온 후부터 계속되었다.아무리 피곤해도 남편은 산책을 그만두지 않았다.그가 아직 주임이 되기 전이었고,그의 부서에 갑자기 금액이 큰 해외 거래처가 생기기 전이라 야근을 하는 일도 없던때였다.남편은 초저녁에 불과한 시간이면 어김없이 퇴근해서 돌아왔다.나는남편과 식어 있는 찌게를 조금 데워 싱거운 계란찜을 반찬으로 함께 저녁을먹었다.남편은 너무 뜨거운 국물은 먹지 않았고,간이 덜 밴 듯 싱거운 음식을 좋아했다.나는 맹탕이나 다름없는 계란찜을 젓가락으로 떠내느라 식탁에흘리면서,평생 싱거운 계란찜을,입을 델까 주저할 염려도 없이 먹고 살꺼라는예감으로 잠깐 우울해 하기도 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남편은 9시 뉴스를 보면서 그날치 조간 신문을 읽었다.뉴스가 끝나고 대충 훑어보는 신문 읽기도 끝나면 남편은 막 공사가 시작된아파트 단지까지 산책을 나갔다. 왜 산책을 나가세요?어느 날은 선을 보고 한 달만에 결혼한,아직도 낯설기만 한 남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마당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를 들으면 불길이 확확 치솟는 것 같아 아침나절의 선잠처럼 얕은 잠을 자게 돼.당신은 신경쓰지 말고 그냥 자도록 해. 날 기다릴 필요도 없고 마중을 나올 필요도 없어.
  • [대한광장] 21세기가 무릉도원인가

    ‘산 너머 저쪽…’에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있을 것 같아 오로지 그 쪽하늘만 바라보며 살던 시대가 있었다.산 너머 저쪽은,꿈의 요람지요 자기 삶의 목표이자 이상향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의 샘물을 범람케 하던 신비한 영역이었다.그러나 그곳을 향해 앞서 떠난 사람들이 산을 넘어 그곳에 이르러 보아도 내가 찾던 행복은 어디에도 있지 않아 실의와 허허로움으로 휘청거리며 삶을 마감했다던가. 새 천년이 흡사 ‘산 너머 저쪽’인양 사람마다 들떠 있다.방송국은 매일매일 카운트 다운으로,신문은 매 장마다 뉴 밀레니엄! 연발로 앞장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천년맞이 탑을 세우고 축제를 벌이려 하고 있고 총책임자는 그 행사의 의미를 만들고자 머리굴려 온갖 미문(美文)을 구사하는 허상을 보이고 있다. 거리에는 자선냄비 종소리와 예수를 믿으면 천당에 간다는 전도사들의 부르짖음이 전파상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절규하듯 소란스럽고,담밑의 노숙자와 땅바닥에 엎드린 걸인들이 그런 광경을 구경하며 히죽히죽웃고 있다. 뿐인가,정부와 매스컴은 경제가 회복되었다고,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팡파르를 울리고 있고 그래서인지 시내 호텔들은 송년회 예약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고,외국여행객들은 IMF 이전보다 배로 늘었다 하며 새천년 해맞이 관광열차도 1분만에 표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이다.또한 내년부터 공무원이 대량 진급되고 월급이 인상되며,정치 잘 하라고 뽑아 놓은 국회의원들도 경기가 좋아져서인지 자신들의 세비를 은근슬쩍 올려놓았다. 그런데 과연 경제와 경기가 회복된 것인가? 그 듣기좋은 말들이 왜 허황스런 뜬구름인양 피부와 가슴에 조금도 닿지않고 외려 모욕감만 느껴지니 어인 심사일까. 이웃의 실직자들은 실직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참담한 생활이고 국민 1인당 빚은 더 많아지고 수출도 수익금과는 거리가 먼 거품이고 국민들의 예금률은 바닥을 기면서 향락성·소모성만 높아지고 있다는데,왜 정부는 때맞춰총선의 바람질까지 치면서 국민들을 우롱하려 드는가 싶어서다. 옷로비사건으로 생계를 걱정하는 아내들의 가슴을 난도질하고급기야 수갑을 찬 전대미문의 전 검찰총장 구속·조폐공사 파업유도는 최근 사건이라 치고,화성 씨랜드 수련원의 어린이 대참사,인천 호프집의 청소년 화재참사 등은 모두가 어른들의 탐욕스런 이기로 발생된 수치스런 비명사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상처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거늘,어인 축제의 분위기로 국민들을 몰고 가려 하는가 싶어서다. 어떤 이는 아홉 해 넘기기가 쉽지 않은데 아홉글자가 세 개나 나열된 최악의 해인 금년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일 수 있다는,우스개말투의 싱거운 해석도 했다. 세계 곳곳에 대홍수와 고강도의 지진이 발생하여 수만 명이 사망하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가져온 재난이 유독 금년에 많았던 것은 인간들의 지구 훼손에 따른 환경파괴 때문이 아니라 바로 세 개의 아홉자가 박힌 세기말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그래서 ‘산 너머 저쪽’인 2000년,21세기로 하루속히 안주하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들뜸현상이 아니겠느냐는 비약도 했다. 농처럼 가볍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펼치는 그럴듯한 전개에 미소를 머금기도 했지만,그러나 우리 인간이 숫자를 만들어 기록을 시작한 이후 드러난 ‘알파벳 숫자상의 특이함’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응수했다.내가 노력하는 만큼의 보답이 있을 ‘가능성의 공간’인 2000년이 우리앞에 광대하게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뿐만 아니라,우리의 냉정한 천착력으로,자기이득 챙길 때만 조용했던 국회의원 아닌,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선량’을 뽑을 서민의 권리가 엄존하는,중요하고 특별한 해가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저마다 신년에 기어이 실천할 야망의 계획을 세우고 다질 수는 있다.지금의 이음에 불과한 새해라 할지라도 새로운 각오와 마음자세로 그 일을 분연히향상시킬 수도 있다.그러나 다만 ‘산 너머 저쪽’의 21세기가 노숙자·실직자가 끓는 판국에 나랏돈 큰돈 들여 북치고 장구치며 맞아들일 꿈의 ‘무릉도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金芝娟 작가]
  • 李根安씨 고문사건 2차 공판

    ‘고문기술자’이근안(李根安·61)전 경감의 납북어부 고문사건에 대한 2차공판이 16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具萬會부장판사)심리로 성남지원 1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피고인의 납북어부 김성학(金聲鶴·48·강원도 속초시)씨 불법감금,폭행 혐의에 대한 김원진(金源鎭·40)변호사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이 피고인은 변호인 반대신문에서“간첩 혐의자에 대한 수사관행상 지난 85년 12월 김씨를 불법 연행,70여일 동안 감금하고 불가피하게 며칠 동안 잠을 재우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혐의는 시인했지만 물고문이나 전기고문에 대해서는“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이날 법정에는 납북어부 김씨와 민주주의 민족통일 경기동부연합 소속 회원 10여명이 나와 재판을 지켜봤으며 일부 방청객들이 소란을 벌여 공판이 20여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국회 이모저모

    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야간 소란스런 정치공방이 한풀 꺾였다.그러나 일부 법안 처리와 5분자유발언 등을 통한 기세싸움은 계속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는 소득세법개정안 등을 놓고 찬반표결을 거쳤다.금융소득종합과세 재실시를 오는 2001년으로 연기한 정부안에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발상”이라며 소속 의원 전원의 발의로 수정안을 제출했다.“지난 2년동안 중산층이 붕괴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져 고액금융소득자의 세부담을 높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재실시를 더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반 기립표결에서 한나라당의 수정안이 재석 177명 가운데 찬성 80,반대 95,기권 2명으로 부결됨으로써 정부안을 토대로 마련된 소관 재경위수정안이 통과됐다. 또 특임공관장의 정년 규정을 완화한 외무공무원법 개정안과 관련,한나라당이신범(李信範)의원은 “정년을 넘긴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의 대사직 유지를 위해 만든 위법한 규정”이라며 반대토론을 했다.그러나 기립 표결에서35명만이 이의원의 주장에 동조,개정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5분자유발언에서는 동티모르 추가 파병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한나라당김무성(金武星)의원은 “인도네시아 내정 불안이 심화되고 있어 교민안전과국익을 위해 서서히 발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회의 김상우(金翔宇)의원은 “지금은 추가 파병을 놓고 찬반을 따질 때가 아니라 초당적으로 우리의 의무와 현지 부대의 성과를 평가할 때”라고 맞받았다. 자민련 이인구(李麟求)의원은 고엽제 후유증 환자의 배상 문제와 관련,국회안에 고엽제 후유증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그동안 핵심사안을 둘러싼 여야간 견해차로 차일피일 미뤄진 언론문건 국정조사특위(위원장 朴熺太)는 이날 국회 본청 145호실에서 첫번째 전체회의를 갖고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돌파구 마련을 시도했다.여야는 그러나 증인선정을 둘러싸고 제자리걸음을 거듭한채 설전만 주고 받았다. 야당은 문건작성자인 문일현(文日鉉) 전 중앙일보기자와 통화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출석하면 정형근(鄭亨根)의원도 출석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이에 여당은 문건폭로자인 정의원이 먼저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고 일축했다.여야가 견해차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자 박위원장은 “국민들이 왜 국정조사특위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았을 것”이라면서 “국민들은 이제 국조특위가 가동될 수 있도록 ‘채찍질’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구 박준석기
  • 이근안씨, 김근태의원 고문 시인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61) 전 경감은 납북어부 김성학(金聲鶴·48·강원도 속초시)씨 고문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김근태(金槿泰)국민회의 부총재에 대한 고문혐의는 시인했다. 이전경감은 25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성남지원 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1부(재판장 具萬會부장판사)심리로 열린 납북어부 고문사건 첫 공판에서 “지난85년12월 간첩혐의자에 대한 수사 관행상 김씨를 불법 연행,70여일 동안 감금한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하거나 고문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피고인은 또“당시 상부의 빗발치는 요구로 김씨를 철야조사하는 과정에서 잠을 제대로 재우지는 못했으나 김씨가 혐의사실을 순순히 자백해 고문을할 이유도 없었고 경기도경찰국 대공분실에는 전기고문을 할 만한 시설이나기구도 없었다”며 고문혐의를 부인했다. 이피고인은 그러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김근태 국민회의 부총재에 대한 고문혐의를 묻는 백오현(白五鉉)공소유지 담당변호사(특별검사)의 신문에는“지난 85년9월 5∼13일까지 당시 김근태씨 수사 팀장을 맡고 있던 박처원 전 치안감의 지시를 받고 차출된 뒤 4차례 조사과정에서 처음으로 전기고문을 했다”고 고문사실을 시인했다. 이피고인은 전기고문 기술을 익힌 경위에 대해“85년6월 중순 직원들이 AN2모형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형 전동기를 구했는데 전동기를 통해 감전된 경험이 있었다”며 “실험결과 위험하지도 않고 짜릿짜릿한 점에 착안,처음 사용했다”고 말했다. 전기고문 방법에 대해서는“전동기에서 나온 전선을 사람 발가락에 한줄씩묶고 회전축을 돌려 전류를 통하게 했으며 전기 막대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납북어부 김씨와 민주화실천운동가족협의회(민가협)회원 등70여명이 나와 재판시작 전부터 붐볐으며 일부 민가협 회원들이 소란을 벌여 재판이 20여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다음 재판기일은 12월16일 오전 10시.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IMF 2년 명암(下)평가·과제 전문가좌담

    우리 경제는 급속한 경기회복으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그러나 환란을 가져온 원인들에 대한 근원적인 치유가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환란 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구조개혁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들어봤다.좌담에는 이근경(李根京)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최도성(崔道成) 서울대 경영대 교수,유한수(兪翰樹)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가 참석했다. ■유한수 전무 97년 우리가 당한 것은 경제위기가 아니고 외환·통화위기입니다.지난 2년동안 실물경제가 많이 회복됐고 정부의 적절한 대응과 선진제도의 도입으로 우리나라가 한단계 진보한 점은 인정합니다.그러나 경기가 97년 이전보다 나은 수준은 아니며 금융시스템의 위기 원인이 완전 치유됐다고볼 수도 없어 환란은 극복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최도성 교수 겉으로는 통화·외환위기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시스템의문제입니다.금융시스템의 문제는 대우사태에서 처럼 기업시스템의 위기입니다.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기업·금융시장의 위기를 완치할 수있을 정도까지는 아직 못갔다는데 동의하지만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근경 차관보 위기의 원인은 구조적 부실의 문제라고 봅니다.금융기관과경제활동이 정상화됐다는 점에서 환란이 상당 부분 끝났다고 생각합니다.우리 경제안의 부실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이 정리됐다고 생각합니다.대우문제에서 보듯 남아있는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이 아직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환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중요한 것은 기업의 구조개혁은 향후 10∼20년 경제발전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미래지향적으로 경제발전에 밑거름이되는 정지작업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과거와는 달리 부실 재발을 방지하는제도를 함께 만든 것이 중요합니다. ■유 전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경제발전의 기초를 제시했다는 점은 공감합니다.‘5+3원칙’이 경제를 건전화하고 국제신인도를 높였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이 차관보 현재 추진중인 기업 구조개혁은 시장의 행태와 구조 면에서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기업들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돌아서 내실있는 경제성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또 큰 재벌이 작은재벌의 형태로 많이 분화될 같습니다.작은 재벌에서 만들어내는 성장의 원천들이 생산력 있는 사업에 쓰일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고 과거처럼 어떤 한부분에서 쌓여진 잉여자원이 부실을 부조하는데 사용되지는 못 할 겁니다. ■최 교수 저는 재벌의 구조와 관련해 비관련 다각화 그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퇴출만 잘 되면 비관련 다각화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퇴출이 안되는 이유는 퇴출시키고 싶어하지 않고 퇴출제도가 정비돼있지 않아 퇴출에 따른 비용이 너무 커지기 때문입니다.근본적인 원인은 퇴출시 책임지고 손해보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 교수 기업의 재무전략차원에서 한국기업은 성장의 선순환으로 돌아서야 합니다.성장의 선순환은 기업이 성장하면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 자기자본조달이 쉬워지고 이것을 가지고 부채를 조달해 다시 성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우리는 자기자본의 뒷받침 없이 부채에만 의존해 성장해온 것이 문제입니다. ■유 전무 상반기까지 뚜렷하던 개혁의 성과가 후반기 들어 더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정책당국이 ‘환란 극복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정부는 환란초기처럼 국민이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따라주고 손만 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경기회복,금융시장 안정을 정책의 성공으로만 보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지금쯤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최 교수 정부가 구조조정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개혁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오히려 구조조정을 충분히 못한 채 정책전환을 너무 빨리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환란원인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내리기 때문에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 차관보 노동부문 개혁도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과거처럼 대마불사 신화를 믿고 하는 과격행동은 자제될 것이고 계약직 도입 등으로임금도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될 것입니다. ■유 전무 정부의 4대 개혁은 방향은 옳지만 기업부문에 집중된 불균형 개혁입니다.금융,공공부문,노동개혁은 지지부진합니다.노사안정은 정부 개혁의성공이라기 보다 환란위기에 따른 노동계 위축이 낳은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합니다.노사정위원회는 이해당사자간 대화채널이라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정부가 노동계 편을 드는 바람에 위상이 변질됐습니다. ■최 교수 노사정위의 기능은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파업 때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우루루 내려간 것은 노사정위의 원칙과 기능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행태입니다. ■유 전무 정부가 재계에 구조조정을 다그치면서 정리해고는 자제해달라고이율배반적인 요구를 하거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당장의 소란을 피하기 위해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아닌가요. ■이 차관보 노사정위의 성공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성과가있었다고 봅니다.지난해와 올해 커다란 노사분규가 없었고 노사간 대화관행도 어느 정도 정착됐습니다.정부는 노사 어느 한쪽을 편들지는 않으며 균형되게 이해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 전무 경기회복이나 강성노조의 요구 이외에 정부가 중점육성하고 있는벤처기업의 스톡옵션제 등이 향후 임금상승을 선도할 것으로 봅니다.다른 부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입니다. ■최 교수 벤처나 하이테크 산업의 임금상승은 높은 생산성으로 해소될 것입니다. ■이 차관보 평균임금은 안정될 겁니다.성과급 등 인센티브제는 확산되겠지만 성과에 기초한 것이어서 전체 임금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과거에는 고임금산업이 저임부문으로 확산됐지만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겁니다.그룹 계열사간에도 임금차이가 날 거구요. ■유 전무 현재 경제상황은 ‘실물호전,금융불안’으로 요약됩니다.실물호전도 기술적 반등과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 힘입은 바 크고 무역수지흑자도 환율 등이 주된 요인입니다.실제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했고 취업자도 늘지 않았습니다.금융은 외관상 성과를 거뒀지만 공적자금 투입으로 재정적자가 커졌습니다.다시 말해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 모든 것을 해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최 교수 우리 경제의 문제는 부실의 문제입니다.부실의 본질은 기업·공공부문의 단기차입에 의존한 과잉투자였고 보다 근본적으론 관치금융,정경유착 등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였습니다.이에 대한 처방은 기업지배구조와금융시스템 개선과 경제주체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그동안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부실과 부실요인이 많이 사라졌지만 제도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안됩니다.아직 제도가 충분히 효력을 내지 못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제도 마련에 만족하거나 제도개선의열매를 임기중에 따려는 조급증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이 차관보 구조개혁은 향후 10∼20년간 경제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과거 부실의 해소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구조개혁으로 향후 인플레 없는 내실성장의 기틀이 마련됐다고봅니다.개혁된 제도가 관행으로 정착하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일관성있게추진하는게 중요합니다. 공적자금투입으로 일시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늘어나지만 증자나 부실채권 매입 등 회수가능한 방식으로 투입됐다는 점이 과거와 다릅니다.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물가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정리 김균미 김환용기자 kmkim@
  • [외언내언] 산도 타고 사람도 타고

    “산마다 물이 들어 하늘까지 젖는데/골짜기 능선마다 단풍이 든 사람들/그네들 발길따라 몸살하는 가을은/눈으로 만져다오 목을 뽑아 외치고/산도 타고 바람도 타고 사람도 타네”(우이동 시인들의 합작시 ‘북한산 단풍’중에서) 산도 타고 길도 타고 사람도 타는 계절이다.설악산과 지리산 오대산 월악산 단풍은 이미 고비를 넘겼고 계룡산 팔공산 한라산 속리산 가야산 무등산 내장산의 단풍이 아직도 자태를 뽐내고 있다.더구나 요즘 들어서는 가로수들마저 빨갛게,노랗게 익어 가을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단풍이 하늘에 젖는 계절이 오면 사람들은 문득 세월을 돌아보고 자기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올해엔 유독 비가 많았다.질금 질금 꼬리를 문 궂은비 때문에 단풍이 예년처럼 곱지는 않았다.그렇다고 모든 단풍이 병든 것은아니다.살펴보면 계곡속엔 아직도 사람의 혼을 빨아들이는 청아한 단풍이 숨겨져 있다. 특별히 금년엔 금강산 단풍이 우리의 가을에 보태어졌다.풍악은 어언 반세기나 우리에게 잊혀져 있던 가을이다.어느새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풍악보다 설악을 생각하고 내장산을 말한다.풍악산은 그만큼 우리의 가을에서 멀리밀려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금강산이 이제 누구나 볼 수 있는 산이 됐다.세월이 세상을 바꿔놓고있는 것이다.얼마전 풍악산 귀면암 어귀에는 한 잎의 반은 핏빛으로,반은 짙푸른 청록으로 채석된 잎사귀들을 가득 안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휘엉청 늘어져 있었다.그 신비함에,그 황홀함에 취해 한참이나 발길을 옮길 수 없었다. 만물상 천선대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허기를 느꼈다.등산길 옆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먹을 것을 챙기다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이 온통 시뻘겋게 달아 있었다.가슴이 뛰어왔다.한동안이나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금강산을 남겨놓고 뱃길에 올랐는데 다음날 새벽 일행중 한 분이 금강산쪽을 올려다보며 이런 말을 했다.“세계의 명승들이 실은 사진보다 못하거든. 그런데 말이야 금강산은 달라.실물이 더 좋아.난생 처음으로 사진보다 실물이 더 좋은 경치를 만났구먼.그래서 금강산인가 보지.” ‘언론대책문건’이란 것으로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모두가 핏발을 세워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고 있는데 구경하는 백성들은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소리가 커서 왕왕대는 스피커처럼 무슨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다들 무엇에 홀려 있다.분명 광기이고 집단 히스테리다.가을은,노란 거리의 은행잎들은 해맑은 옛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는데…. 어서 마지막 단풍구경이나 가야지./임춘웅 논설위원
  • [국회 대 정부 질문] 대정부질문 이모저모

    15대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날인 2일 본회의장은 인천 화재참사와 ‘언론문건’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언론 문건 공방 국민회의 김영환(金榮煥),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의원이여야의 ‘대표주자’로 나섰다.대정부질문을 통한 닷새동안의 언론 문건 공방을 ‘결산’하려는 듯 미리 준비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원고를 수정,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의원은 문건을 폭로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이력을 거론하며야당의 각성을 촉구했다.김의원은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이 공작정치,폭로정치와 선을 긋고 새로운 세기를 함께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의원은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서경원(徐敬元) 전의원의 증언을 인용했다.“한 남자가 내게 간첩질을 실토하라고 강요했다.맨발이던 내 발등에 구둣발로 올라 타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그 고문자가 바로 정형근”이라는내용이다.“정의원이 박종철(朴鍾哲) 고문치사 은폐공작의 실무지휘 총책이었다”는 언론보도도 낭독했다. 이에 한나라당 백의원은 “문제의 문건은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가 주문생산해서 만든 현정권의 언론말살보고서”라며 내각총사퇴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현 정부의 중간평가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백의원은 “이번 문건이 이종찬씨의 차기 집권의지를 위한 개인적 시나리오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이부총재 사무실 팩스기의 압수수색을 통해 문일현(文日鉉)기자의 문건 작성이 이부총재의 ‘주문생산’이었는지를 밝힐것도 촉구했다. ●인천화재 참사 대책 대정부질문에 앞서 국회는 긴급현안질문를 통해 체계적·종합적인 재발방지책을 당부했다.정부쪽 답변과정에서 인천지역 의원의항의와 촉구성 발언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한때 소란스런 분위기였다. 국민회의 서정화(徐廷華·인천 중·동·옹진)의원은 “갈 곳 없는 청소년을 위해 문화공간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자민련 김의재(金義在·경기시흥)의원은 “우리의 도덕률을 의심케 하는 원시적이고 수치스런 참변”이라고 개탄했다.한나라당 조진형(趙鎭衡)의원은 “재앙의 1차적 원인은 학생들을 유흥가로 내몬 현 정부의 교육개혁 실패에 있다”고 질책했다. 박찬구기자 c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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