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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이 어렵다고?소꿉놀이 하듯 쉽게 배워요

    ■ 숭실대 ‘창의력 수학교실’ 가보니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없을까.우유병을 입에 문 채 한글 학습지를 시작하고 숫자를 배우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수학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계산으로 여겨질 뿐이다.어릴 때부터 수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연산만이 아니라 도구를 통해 수학의 기본원리를 가르치는 새로운 교습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공간 지각력을 키우면 수학의 원리를 쉽게 깨닫고,나아가 사고력과 창의력까지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공간감각을 익히도록 교육하는 숭실대 수학과의 ‘창의력 수학교실’을 찾았다. ●수학은 재미있는 놀이 한창 수업중인 ‘창의력 수학교실’ 문을 열자 다소 소란스러웠다.아이들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빨강,파랑,노랑의 퍼즐조각 ‘패턴블록’을 소꿉장난이라도 하듯 맞춰가며 놀고 있었다.수학시간 같지 않았다. “아,경민이는 이렇게 멋진 생각을 했구나.대단한데….”담당 강사 최성자씨는 아이들을 간간이 칭찬만 해줄 뿐 별다르게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떠들썩한 분위기였지만 ‘조용히 하라.’는 주의도 주지 않았다.문제에 부딪힌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에게는 꼭 짚어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며 스스로 풀도록 유도했다.한참 생각한 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아이는 스스로 풀었다며 몹시 좋아했다.수업이 끝나자 90분 수업도 짧았다는듯 아이들은 못내 아쉬워하며 한참이나 더 교구들을 갖고 놀았다. “너무 시끄러워서 놀라셨죠?” 기자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최씨는 “수학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중”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해줬다.‘맞았다’‘틀렸다’는 말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7살 때부터 다양한 퍼즐로 노는 ‘수학놀이’를 시작했다는 김형준(서울 강남초등학교 3년)군은 “수학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 노양옥(40·서울 동작구 상도5동)씨는 “수학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기위해 처음부터 연산을 시키지 않았다.”면서 “책을 읽고 요점을 분명하게 짚어내는 것은 다양한 도구를 통해 문제 해결력을 키운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만족을 표했다.임현경(40·서울 관악구 봉천3동)씨도 교구를 이용한 놀이학습법이 산만하던 아들 박철락(봉천초등학교 3년)군의 성격을 차분하게 바꿔놓았다고 자랑했다. ●수학은 경험이다 공간 지각력은 후천적으로 길러지지 않는다고 한다.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공간 지각력이 낮다며 그 증거로 여성이 주차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후진에 약하다는 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조작활동으로 오래 생각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면 얼마든지 공간 지각력은 생긴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있다.숭실대 황선욱 교수는 이를 “포장이삿짐센터에서 서랍과 찬장에 물건을 정리해줘도 결국 주부가 정리를 하지않으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제대로 몰라 찾아 쓸 수 없다.”고 비유했다. 즉 문제를 풀어가는 길을 직접 찾지않고 답을 찾는 방법을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하면 이 문제를 바탕으로 다른 문제를 푸는 지혜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반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문제해결을 한 체험은 또 다른 문제해결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 퍼즐이 이용되고 있다.수학적 구조를 만들어준다는 퍼즐을 외국에서는 학교에서도 활용하고 있다.시행착오를 간단하게 해결해준다거나,“왜 그것도 못하니?”“너는 그런 데에는 재능이 없나보다.”는 식으로 의욕을 꺾지만 않는다면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한다.어렵게 얻어낸 결론은 성취감과 도전의식까지 함께 키워준다. ●수학적 사고= 창의적 사고 수학은 합리성과 논리성,창의성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또 좌뇌와 우뇌를 균형있게 발달시키는 학문이다.수 구조가 좌뇌가 관장하는 논리적인 면과 직접 연결된다면 공간 구조는 우뇌활동으로 작용한다. 교구를 통한 학습은 추상적인 문제를 구체화,조직화,시각화하는 능력을 함양한다.주관적 사고의 객관적 표현능력뿐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공동작업을 통한 사회성도 향상시킨다. 우뇌를 자극하는 창의적인 21세기형 교육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다양한 퍼즐식 창의력을 키우는 수학놀이는 숭실대(02- 815- 6790)와 청담 YMCA(02- 544- 9725),서울YMCA(02- 2675- 7776),성남YMCA(031- 715- 2100),송파청소년회관(02- 449- 0500),태화기독교회관(02- 2040- 1740)에서도 하고 있다. 그외 다양한 퍼즐과 함께 수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넷 사이트도 많다. 허남주기자 yukyung@kdaily.com ■ 황선욱 숭실대교수 “외국 학생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배운 것은 잘 하는데 독창성과 아이디어는 뒤떨어지지요.그 원인을 수학학습 방법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숭실대 수학과 황선욱(사진˙50)교수는 ‘수학이 실생활에서 무슨 필요가 있나?’라는 ‘수학회의론’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황교수는 수학을 수와 공간 구조로 크게 구분하는데,우리 교육은 수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도형과 측정 등 공간구조는 초·중·고교 전체 교과과정에서 불과 20% 남짓 취급할 뿐이라 한다.그는 “채점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결국 공간감각을 측정하는 다소 복잡한 문제들은 점차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많은 정보를 가르치기위해 압축하다보니 수학은 추상화되어 원리를 알지 못한 채 공식이나 외워야 하는 과목으로 어려워졌고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또한 공간구조에 대한 교육은 외국에 비해 턱없이 적어 수학교육이 이론에 치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선진외국에서는 공간적인 사고를 함양하는 다양한 공간 지각력 학습을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영국의 경우 6학년과 7학년에는 수학의 첫 수업은 펜토미노학습으로 하도록 해 재미있는 수학 교육을 강조하고 있고,미국에서도 다양한 조작적 교육을 활용하고 있다. 황교수는 외국처럼 상업적 로고를 통해 수학의 또 다른 재미를 가르치거나 실생활을 반영하는 방법을 제안했다.“벤츠의 로고는 대칭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수학적 도형이지요.이를 아이들에게 설명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합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수학을 배우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만5세,즉 유치원 과정에서부터 경험하라고 충고했다.단순한 연산보다는 논리적 사고와 창의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퍼즐 등 교구를 이용한 조작적 활동을 권유했다.가족단위로 게임을 할 것도 권했다.아이들의 공간지각력을 키우는 훈련으로는 학교가는 길을 자세하게 그려보는 등의 지도교육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 공간감각 키우는 교구들 최근 공간감각을 키우는 교구들이 시중에 많이 선보이고 있다. 정사각형을 일곱조각을 나눈 칠교판(七巧板·영어명 탱그램)을 비롯해 수막대,벽돌쌓기와 흔히 살 수 있는 클립을 이용한 퍼즐 등은 눈에 익은 교구들이다.1907년 영국에서 만들어졌다는 ‘펜토미노’는 현재 우리나라 교과서에서도 소개되고 있는데 20×3의 평면을 가득 채운 정사각형 모음이다.또 3×3×3,즉 27개의 조각으로 이뤄진 정육면체를 7개의 각기 다른 모양으로 잘라낸 ‘소마큐브’는 3차원 공간에서 하는 입체퍼즐로 가장 인기를 얻고있는 교구들이다. 퍼즐 등 교구를 이용한 게임학습법의 특징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이 과정을 통해 논리적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수학적 구조를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답을 선뜻 가르쳐주면 아이들은 사고하기보다는 이를 수용하려는 경향을 띠게 마련이므로 자신만의 답을 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좋다.어릴 때부터 갖고 놀 수는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상,고교생과 성인들의 사고력과 공간지각력,도형 인식력 등의 학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도 입증됐다. 펜토미노를 이용한 수학놀이는 12개의 조각을 각종 모양에 덮어보는 것으로 그 모양은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도 있고,인터넷에서 다운받을 수도 있다.펜토미노 조각을 두터운 종이에 붙여서 옆의 그림을 채워보자
  • 경남 함양 개평마을 고택 찾은 아이들“사랑채가 저렇게 생겼구나” 마냥 신기

    한달에 100명씩 인구가 줄고있다는 경남 함양의 작은 마을이 오랜만에 부산해졌다.“아이들 소리가 들리니 사람사는 동네 같다.”며 ‘어르신’들도 들뜬 목소리다.온동네가 잔치마당이었다. 서울의 초등·중학생 50여명은 지난 19일 함양으로 내려와 2박3일 동안 한옥문화원(원장 申榮勳)이 경남 함양군(군수 千士寧)에서 개최한 ‘한옥으로의 초대’ 행사에 참가했다. 학생들은 아름다운 한옥 100여채가 있는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서 한옥의 멋과 장점을 체험했다. 예로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자리잡은 함양은 영남 유림의 맥을 이었던 유서깊은 곳이다. 이 마을의 역사 한 가운데에는 조선 성종 때의 성리학자이자 조선시대 5현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정여창(鄭汝昌·1450∼1504) 선생이 있다.개평마을 입구에서 ‘일두 정여창 고택’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따라 들어서면 박석(薄石)을 깐 고샅과 담장이 보인다.안동 하회마을보다는 덜 알려졌으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단박에 호감을 불러일으킨다.부녀회에서 마련한 점심식사는 잊혀졌던 ‘시골인심’ 그대로였다.이른 아침에 집을 떠나온 아이들은 점심을 먹는 동안 내내 소란스러웠지만 고택에 들어서자 자못 엄숙해졌다.3000평의 대지에 솟을대문을 거쳐 사랑채,안사랑채,안채,아래채,사당까지 14채의 건물로 이뤄진 고택은 1570년대 건축물로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양반집으로 잘 보존된 중요민속자료 186호다. 신영훈(67)원장은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사랑채 앞마당이에요.층층다리를 올라가 댓돌을 거쳐 마루로 올라갑니다.”마당에서 마루로 올라가며 한옥의 명칭을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홍수와 폭설에 대비해 집채를 조금 높게 지은 조상의 슬기를 설명해주었다. 남녘이라해도 눈이 올듯 흐리고 쌀쌀한 날씨인데 신 원장은 아이들에게 대청마루에 앉기를 권했다.한옥의 이론과 실기,양면에서 최고의 장인으로 꼽히는 그는 아이들에게 한옥에서는 예의범절을 지켜야한다고 일러주고 싶은 듯했다. 신 원장은 한옥이야기를 술술 풀어가기 시작했다.“마루와 온돌이 한 구조물에 함께 있는 것은 우리 한옥밖에 없습니다.세계 어떤 건축물에도 없는 자랑이지요.온돌은 고구려의 구들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가 원조인데 최근에는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도 우리 것을 차용해 방바닥에 난방을 하는 예가 늘고 있어요.서양사람들이 우리처럼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또 움직이는 벽,즉 문을 활용해 때로는 열고 때로는 닫는 이런 형식도 우리 한옥에밖에 없는 것입니다.”아이들도 추위를 잊고 눈을 반짝이며 신 원장의 설명을 메모지에 받아적었다. “흔히 한옥은 설계도면이 없는 집이라고들 말하지요.잘못 알려진 말입니다.조선 정조 때 축조된 수원성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데 설계도면은 정확하고,당시 수원성 부근의 지도를 반도체보다 더 가는 선을 이용해 목판으로 새긴 것을 여러분은 세계의 친구들에게 알려야합니다.”서양의 것은 과학적,한국적인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알려주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참석했다는 우연수(경기 고양시 화중초등 5학년)양은 “한옥이란 그냥 옛날 집인줄로만 알았는데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듬뿍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2시간 남짓 고택을 둘러본 신 원장은 “집과 문화에 대한 오늘의 체험은 아이들이 자란 후 자연스럽게 되살아나게 된다.”면서 “서구화된 환경에서 자라지만 언젠가는 우리 것이 그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마을회관에서 엿을 만드는 과정도 살펴봤고,옛날 책을 묶는 방법도 실습했다.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김대벽선생의 한옥 실내를 담은 슬라이드도 감상하며 옛 생활도 익혔다.밤9시,부녀회에서 내온 식혜를 밤참으로 먹은 아이들은 간간이 내리는 눈발 속에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걸어가 한옥에서 잠을 잤다.다음날 아침 아이들을 깨운 건 알람시계가 아닌 장닭의 홰치는 소리였다.그리고 아이들은 고택의 주인,정여창 선생이 걸었던 길을 산책했다. 함양 허남주기자 yukyung@kdaily.com ◆신영훈 한옥문화원장의 '한옥예찬' 한옥문화원 신영훈 원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한옥 연구의 최고 ‘장인’이다. 신원장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옥 강좌를 여는 것은한옥에 담긴 민족의 지혜와 자부심을 파묻어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한옥 체험은 버르장머리없고 생각짧은 요즘 아이의 교육에도 좋다고 믿고 있다.나무,흙,돌로 만들어진 한옥은 환경친화적이고 전자파 공해를 막아주는 21세기 최적의 주거공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신원장의 한옥 자랑을 들어본다. ●왜 한옥인가 70년대까지만 해도 한옥촌 동네의 한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다 친구였다.골목에서는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위계질서가 생겼고 특출한 녀석은 골목대장이 되는 작은 사회가 만들어졌다.그러나 요즘은 이웃을 잃어버렸다.우리는 인간의 속성인 유대감이나 소속감이 없는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한옥은 이런 현대인의 정신적인 빈곤감을 충족시켜줄 공간이다.한옥을 막연히 옛 건축물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시대에 관계없이 구들과 마루를 깐 대청이 있는 집은 다 한옥이다.구들은 추운 북방에서 시작된 난방시설이다.반대로 마루는 무덥고 습기 많은 남쪽 지방에서 발전했다.난방은 폐쇄적이라야 효과가 있는데 구들이그렇다.반면 마루는 지면보다 높은 공간으로 사방이 열려있다.폐쇄적인 구들방과 개방적인 대청이 조화를 잘 이룬 것이 한옥이다.한옥의 개념은 넓다.우리나라 아파트는 온돌식이므로 한옥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한옥에 숨어있는 지혜를 읽어라 겨울을 따뜻하게 여름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한옥의 첫번째 장점인데 매우 과학적이다. 여름에는 해가 중천에 높이 떠서 하짓날 낮 12시 태양의 남중고도는 70도이다.마당이 수평이고 집의 기둥이 수직이라고 기준선을 정했을 때 한옥의 처마는 직사광선을 막아주며 처마 밑의 공간은 공기의 대류 현상으로 추위와 더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겨울철에는 햇볕이 방안 깊숙이 비쳐 집안이 따뜻해진다.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 처마에 걸리면서 머문다.또 경사진 서까래가 앞을 가로막아 더운 공기는 오래 남아있게 된다. ●집이 사람을 만든다 천장이 낮으면 기(氣)가 쇠하고 너무 높으면 기가 승(昇)한다.기가 승하면 사람이 오만해지고,기가 쇠하면 건강이 나빠진다.넘쳐도 부족해도 좋지않다는것을 알았던 조상들은 방과 마루의 천장높이를 달리했다.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천장 높이가 일정해서 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의자와 침대를 사용하면 천장이 더 낮아져 기는 쇠해진다. 구들장을 놓은 온돌방에는 아랫목과 윗목이 있고 그에 따라 장유유서의 예의와 질서가 있었다.또 더운 기운과 찬 기운을 골고루 느껴야 혈액순환에 이롭다는 점을 한옥의 구들은 고려했다.지금도 온돌방은 있지만 아랫목이 없어졌다.파이프를 아랫목엔 촘촘히,윗목엔 드물게 깔아 온도의 차이를 만들어 아랫목과 윗목을 만들 수 있다. 허남주기자
  • 이명박 시장 첫 공판

    서울시장 선거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검찰 소환에 6차례나 불응,조사없이 불구속 기소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에 대한 첫 재판이 16일 서울지법에서 열렸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金庸憲)의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 시장은 “초청장 등 홍보물을 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 신문에 “출판기념회는 고향 후배인 신학수씨에게 위임해 초청장과 감사장 등을 배포한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이 시장은 또 “출판기념회는 한나라당 후보 경선기간인 지난해 1월 열렸으며 선거운동으로 연계한 검찰의 기소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저서 7700여권을 지난해 2월초 한나라당 지구당 등에 무상 또는 염가로 제공했다는 기소 사실에 대해서도 “선거법을 감안해 무료로 책을 제공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195개 항목으로 이뤄진 검찰 신문이 3시간 넘도록 계속되는 동안 이 시장의 일부 측근들이 법정을 소란스럽게 해 판사의 주의를 받았다.홍지민기자 icarus@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민주 최고위원회의 발언록/한대표 “자리에 연연 않겠다”

    23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조순형(趙舜衡) 의원 등 개혁파 의원 23명이 제기한 ‘당의 발전적 해체’에 대해 1시간 이상 격론이 벌어졌다.일부는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지도부는 ‘개혁특위’를 구성,당을 쇄신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다음은 최고위원들의 발언록 요지. ◆한화갑 대표- 선거 이후 당이 소란스럽다.어제 몇몇 의원들의 의사표출은당에서 수렴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이를 위해 당내 개혁특위를 출범시키고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당에서 솔선해서 하겠다. 지도부의 거취문제에 대해 말들이 오가고 있다.어느 때나 권력의 개편은 필요하고 그에 수긍해야 한다.그러나 원칙과 순리,민주적 방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저 자신은 과분하게도 당원들의 총의로 전당대회에서 두번이나 1등을 했다. 그러나 제대로 보답하지 못하고 있어 대표로서 자리에 연연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박상천 최고위원- 당의 올바른 개혁을 위해 개혁특위를 설치해 개혁의 큰방향과 내용,절차 등을 논의하자.또 당 해체론이 나온 근본적인 문제인 당의 성격변화,즉 진보정당화 문제까지 논의해야 한다. 당의 대선기여를 부정하고 해체론이 나오자 당원들로부터 많은 전화가 있었다.해체론은 민주당을 지지한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배신이라고 말한다.당 개혁의 방향과 절차도 결정하지 않고 해체부터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불합리한 주장이며 성급한 일이다. ◆신기남 최고위원- 노 후보 흔들기에 정면으로 맞서 후보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이제 민주당은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민주당은 낡은 정치의 청산대상으로 인식돼 있다. 민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국민통합 개혁정당으로 나가야 한다.지도부부터 총사퇴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최고위원회가 먼저 해체돼야 한다.이를 위해 최고위원을 사퇴하고자 한다. ◆김태랑 최고위원- 최고위원 사퇴는 이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당선자가 당을 걱정하게 되면 국정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다. ◆정대철 최고위원 - 신 최고위원의 충정을 이해한다.개혁특위 구성과 운영에 있어 당선자의 의중을 파악,조율해 나가도록 하겠다. ◆한광옥·문희상 최고위원- 대선 후 첫번째 회의에서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을 위해서도 당선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듯싶다.당개혁의 물꼬가 잡혔으니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이자. 김미경 이두걸기자 chaplin7@
  • ‘SOFA수업’ 강제중단 마찰

    경기도 고양시 한 중학교에서 이 학교 교장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대한 수업을 중단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전교조가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고양 중등지회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이 학교 교장에게 공개 사과와 수업 중단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고양 중등지회는 성명서에서 “이 학교 도덕을 맡고 있는 A교사가 지난 16일 1학년 2교시 도덕 수업시간에 SOFA 개정을 위한 시사수업을 진행하다 교장에 의해 강제로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A교사는 수업을 계속하려 했으나 교감과 연구부장 등이 교실로 들어와 사진을 찍는 등 소란스러워지는 바람에 결국 15분만에 수업을 그쳤다는 것이다. 중등지회는 “교장이 아이들 앞에서 A교사를 범법자로 몰아붙이며 수업을 중단시켰다.”며 “이는 교권 유린은 물론 심각한 수업권 및 학습권 방해”라고 지적했다. 학교측은 “교장이 장학하던 중 A교사가 어린 아이들에게 잔인하고 자극적인 미군 범죄 사진을 보여주는 등 이 수업이 비교육적이었다고 판단,수업을 중단시켰다.”고 반박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
  • 한나라 연석회의/결속론·쇄신론 ‘불꽃공방’

    23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는 당쇄신 요구와 대선 패배의 설움이 한꺼번에 폭발한 자리였다.이날 최고위원회의의 연속선상에서 여러 갈래의 쇄신 방안이 전면적으로 분출되려던 찰나,다른 한편에서 재검표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회의장이 일순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다.향후 당 수습과정의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한나라당은 26일 충남 천안연수원에서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를 갖고 당수습 방안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 방식의 토론회를 통해 진로를 모색할 방침이다. ◆당쇄신 공방 서청원 대표는 연석회의에서 “인위적 정계개편은 집권당의 의도”라면서“당의 결속과 혁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개혁소장파초재선 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이 이끄는 미래연대와 희망연대는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김홍신 의원은 “조기전당대회로는 안 된다.”며 “광주에서의 국민참여 전당대회를 통해 전국정당,개혁정당,통일지향정당,젊은정당으로 재창당할 것”을 주장했다.김 의원은 또“새 정치의 기수였던 이회창 후보를 ‘낡은 정치의 상징’으로 만든 사람들은 2선으로 후퇴,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지도부 사퇴론을 제기했다.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강재섭·강창희 의원의 ‘지도부 선(先)사퇴 및 조기전당대회론’과 김진재·하순봉·박희태 의원의 ‘당수습 후 지도부 사퇴론’이 맞섰으나 일단 ‘당쇄신 특별기구’가 발족되기까지는 현 지도부를과도체제로 유지하기로 했다.강재섭 의원은 “인터넷 시대에 외투가 너무 무거웠다.”며 “천안연수원도 매각하고 풍찬노숙할 준비를 하자.”고 목청을높였다. 그러나 이부영 의원은 “개혁을 철저히 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며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미봉수습’을 경계했다.최병렬 의원은 “완전 선거공영제와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또 다른 방향의 개혁을 주장했다.하지만 연석회의에서 당쇄신 논의는 ‘재검표 논란’에 묻혀 더는 확산되지 못하고 26일 연찬회로 미뤄졌다. ◆재검표 논란 당 지도부가 일부 당원들의 재검표 요구에 신중한 입장인 가운데전자개표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이 전 후보 지지자들이 회의장 주변에서 ‘수검표’를 요구,소란이 빚어졌다. 안상수 부정선거방지본부장이 전자개표의 오류사례 등을 보고한 이후 이 후보 후원회인 부국팀과 팬클럽 창사랑 회원 100여명은 확성기와 피켓을 들고당선무효소송 등을 요구했다.인터넷에 국정원 간부의 양심선언이 있었으며,컴퓨터 개표 프로그램의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원복 위원장(인천 남동을)은 “전자개표 과정에서 ‘미분류’된 투표지는 수작업으로 개표했는데 이건 일종의 여론조사 기능이 있다고 본다.”면서“여기서는 전체보다 표차가 적었다.”고 주장했다.임진출 의원(전국구)도“선거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단 몇 표라도 오류가 있다면 육안 수검표를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그러나 ‘이 후보가 자칫 두번 죽을 수도 있다.’는 신중론과 재검표 소송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걸림돌이다.서 대표는 다소격앙된 목소리로 “재검표 문제는 지도부를 믿고 맡겨 달라.”면서 “연찬회를 이른 시일내에 개최,논의하자.”며 장내를 정리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평창강 겨울여행

    눈 내린 겨울 강변은 적막하지만 따뜻하다.그래서 소란스러움을 싫어하는이들은,여름이 아닌 겨울에 강을 찾는다.강변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투명한 얼음장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마음속으로 들으며,이들은 따스함을느낀다. 한겨울의 서정이 짙게 배어 있는 곳,평창강이 흐르는 강원도 영월군 판운리를 찾았다.평창강은 평창군 장평에서 시작해 평창읍과 10여개 마을을 돌고돌아 영월 판운리를 지나 서강으로 이어진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빠져 88번 도로를 타고 주천을 지나 30분쯤 북쪽으로 달리니 판운리다. ‘아 섶다리다.’언젠가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 섶다리가 마을 옆을 흐르는 강물 위로,동그마니 놓여 있다.판운리 섶다리는 다리 자체도 귀하지만,강변 풍광과 어우러진 모습이 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다. 눈이 살짝 덮인 섶다리 밑으로 반쯤 언 얼음 사이에 물이 흐르고,다리 건너엔,지난 여름 불어난 물줄기가 쌓아놓은 모래톱을 지나 숲이 이어진다.강 건너 마을 이름은 미다리다.매년 여름철 섶다리가 떠내려가면 다리가 없는 마을이 된다고 해 미다리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 섶다리는 매년 가을 다리 만드는 방법을 아는 노인들의 가르침을 받아 마을 장정 열댓명이 힘을 합쳐 꼬박 이틀동안 만들어 세운다.튼튼한 물버들 나무를 잘라 버팀목을 세우고,그 위에 솔가지를 얹은 뒤 뗏장과 흙을 덮어완성한다.큰 물에 쓸려내려가지 않도록 6월쯤엔 다리를 거둔다. 10여년 전만 해도 평창강이 지나는 마을마다 섶다리를 놓았지만,판운리 위에 콘크리트 다리가 생긴 뒤로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고.판운리 주민 장광수(34)씨는 “예전엔 강 주변 마을에선 매년 가을 섶다리 만드는 게 큰 일이었다.”며 “판운리 섶다리도 없어졌다가 몇년 전부터 전통 살리기 차원에서만들고 있다.”고 했다. 판운리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니 평창읍 대하리다.오가는 차도 거의없고 풍광이 아름다워 차창을 활짝 열고 천천히 차를 모는데,강변 한 편에서 떠들썩한 사람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얼음이라도 지치는가보다 하고 잠시 차를 세우고 가보니,얼음 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들은 아이가 아닌 어른들이다.어떤 이는 묵직한 나무 망치를,또 다른 사람은 대나무에 삼지창을 매단 작살을 잡고 누치 잡이에 여념이 없다. 누치는 눈치가 빨라 잘 잡히지 않고 눈이 유달리 커 강태공들 사이에 ‘눈치’로 더 잘 알려진 물고기다.이 곳 주민들의 누치 잡는 방법은 원시적이면서도 신기하다.투명한 얼음 밑으로 어른 팔뚝만한 누치가 보이면 얼음을 발로 구르며 사정없이 몰아댄다.이렇게 몇 분쯤 몰아대면 물고기가 지쳐 움직임이 둔해지고,이때 나무망치로 단번에 얼음에 구멍을 낸 뒤 작살로 찔러 잡는다.한 시간 정도 잡았다고 하는데 자루에 담긴 누치가 벌써 열댓마리는 됨직하다. “얼음이 두껍게 얼거나 눈이 덮이면 못해요.한해 겨울에 기껏해야 서너번할 수 있습니다.” 작살을 잡은 마을주민 이영준(42)씨가 “올해는 물고기가 크고 잘 잡힌다.”며 신이 나서 말한다.“기다렸다가 눈치 회와 매운탕 맛을 보고 가라.”는 주민들의 인심이 여유롭게 흐르는 평창강만큼이나 후덕하다. 대하리 위로 평창강은 대상,도돈,마지,응암,천동,약수,유동,종부,뇌운리를거쳐 장평까지 수십번 똬리를 틀며 거슬러 오른다. 길 옆 나무에 매놓은 어미소와 송아지,강가에서 한가로이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와 비오리떼,강변 흙집 굴뚝에서 가끔씩 피어오르는 연기 등,장평까지이어지는 겨울 평창강변 모습은 마냥 푸근하기만 하다. 평창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가이드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남원주I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다.치악휴게소를 지나 신림 나들목에서 빠져 주천·영월 방향으로 좌회전한다.88번 국도를 타고 20분 정도 직진하면 주천읍내가 나오고,여기서 좌회전해 10분쯤 달리면 판운리다. ●숙박·맛집 신영준(033-374-9848)씨 등 마을 주민 20여명이 민박을 운영한다.숙박료는2만∼2만 5000원.농가 대부분이 굽이굽이 흐르는 평창강을 끼고 있어 제법운치있게 지낼 수 있다. 섶다리 인근 판운식당(033-374-1908)이 내는 민물매운탕과 골뱅이해장국이시원하다. ●인근 볼거리 판운리에서 30분 정도면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와 단종 무덤인 장릉,4억년의 신비를 자랑하는 고씨동굴,김삿갓 유적지 등에 가볼 수 있다.문의 영월군청 문화관광과(033-374-2101).
  • 3개大 부재자투표 첫날 새내기 수천명 ‘한표’“열심히 욕한 우리 이젠 찍는다”

    선거사상 처음으로 서울대·연세대·대구대 등 전국 대학 3곳에 설치된 부재자투표소에는 12일 새내기 유권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부재자 투표 첫날인 이날 서울대 관악캠퍼스 언어교육원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유권자 949명이 한표를 행사했다.신촌의 연세대 백주년기념관과 대구대 정문옆 안내소의 투표소에서도 각각 898명,992명이 투표했다.군인과 인근 주민 수십명도 교내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가 일부 우려와 달리 큰 마찰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자 선거관리위원회측도 반기고 있다.관악구선관위 김종호(51) 사무국장은 “큰 문제없이 교내 부재자투표가 마무리된다면 앞으로 좋은 선례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표소에는 투표시작 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학생들이 몰렸으며,오후에는 기말시험을 치르고 나온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서울대에서 맨 처음 투표한 박정현(22·여·화학과 3년)씨는 “기말시험이늦게 끝나 투표를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행히 교내에 투표소가 생겨 할 수 있었다.”고 좋아했다.연세대 부재자투표소 설치운동을 주도했던박순철(25·인문학부 4년)씨는 “교내 투표소는 20대 유권자가 제 목소리를낼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친구 3명과 오전 일찍 연세대에서 투표를 마친 조소희(23·이화여대 졸)씨는 “그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투표하지 못했다.”면서 “다음 선거 때는 더 많은 학교에 부재자투표소가 생겨 젊은층의 투표권 행사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ABC·CNBC·BBC·일본 NHK 등 방송사와 AP통신,일본 마이니치 신문 등 외신기자들도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마이니치 신문기자 호리야마 아키코는 “일본에서도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투표소 설치운동을 벌이는 일은 없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캠퍼스 곳곳에는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열심히 욕한당신,이제는 찍어라.’,‘열심히 공부하는 후배들아,잠깐 쉬고 찍어라.’ 등등 CF광고를 패러디한 내용들이 시선을 끌었다.한편 이날 투표 도중 연세대중앙도서관과학생회관에 ‘등록금 동결’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는 바람에 선관위와 총학생회가 급히 떼어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 서울대 투표소에서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유권자들을 승합차로 실어 나르던 고시생 김종화(31)씨가 선관위 관계자에 의해 저지당하면서 1시간 남짓소란이 일기도 했다. 선관위측은 “한나라당 관계자가 ‘민주당이 고시생들을 무료버스로 실어나르고 있다.’고 제보했다.”면서 “불법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황장석 박지연기자 anne02@
  • 편집자에게/정부조직 땜질식 개편 안돼

    --‘정부조직개편 각 부처 반응’(대한매일 12월9일 22면)기사를 읽고 우리나라의 경우 신정부의 출범은 곧 정부조직 개편을 예고할 만큼 조직 개편이 많았다.물론 방만해진 정부조직 개편의 당위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졸속 개편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정권 교체기마다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소란을 떨어왔으나,정부기능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없이 그때그때 땜질식 개편을 거듭해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과 반발을 고려할 때 정권 교체기가 정부조직 개편의 호기임에는 틀림없다.이번 대선에 임하는 각 후보 진영도 개편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기 정권에서의 정부조직 개편은 종전 방식대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현 정부조직은 과거의 땜질식 개편의 후유증을 그대로 축적하고 있어 또다시 예고되는 부분적인 통폐합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개편 반복이라는 악순환을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종적인 기능 배분,중앙부처 사이의 횡적인 기능 배분,그리고 각종 정부 산하단체의 역할과 민간부문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가능하면 현재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권한 관계까지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 노숙자 돌보는 ‘대학생 슈바이처’/대전 을지의대 동아리’나누리’회원

    “한 사람이 조금 뒤처지면 기다려주면서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 해요.” 대전역 앞에서 노숙자 등을 상대로 진료활동을 펴 ‘대학생 슈바이처’로불리는 대전 중구 목동 을지의대 봉사동아리인 ‘나누리(회장 李惠蓮·24·본과 2년)’ 회원들은 격주로 수·토요일 역앞 진료소로 갈 때면 이같은 생각을 되뇐다. 27일 오후 6시,수업을 마치고 대전역 앞 ‘희망진료소’에 막 도착한 이들은 접수,안내,혈압·혈당 체크,예진,약 포장 등으로 바빴다.진료는 밤 9시까지 계속됐다.역 공안에게 쫓겨 지하상가나 역 광장에서 어슬렁거리던 노숙자,역전 윤락녀,1평 남짓한 방에서 하루하루 날품을 팔아 살아가는 쪽방생활자 등 50여명이 이날 이들로부터 따뜻한 진료를 받았다. 이 회장은 “험한 생활로 감기,당뇨병,고혈압,간경화 등을 많이 앓은 사람들을 치료는 해주지만 병든 마음까지 치료해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나누리가 생긴 것은 지난 97년.개교와 함께 입학한 의대와 간호학과 학생 5명이 ‘이 세상 모든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사랑과 건강을 나눠주겠다.’는 취지로 이 동아리를 만들었다.처음에는 진료소가 없어 역 광장 등에서 진료해오다 99년 인도주의의사 실천협의회 대전지부 등이 역 주변에 진료소를만들자 합류했다.10평짜리 진료소가 생기고 활동이 왕성해지자 나누리 회원도 50명으로 불어났다. 회원인 고승제(25·본과 4년)씨는 “가끔 대기 중에 술주정을 하거나 욕설등으로 소란을 피우는 환자들도 있어 처음에는 여자 회원들이 무서워했다.”며 “하지만 이들과 자주 대하면서 기꺼이 보듬어 안을 정도로 친숙해졌다.”고 말했다.이젠 ‘약이 떨어진지 오래됐을 텐데 왜 이제야 오느냐.’고 핀잔을 주고 노숙자들도 ‘저번에는 왜 안 왔어.’라며 먼저 아는 체할 정도가 됐다.얼굴을 아는 노숙자가 안 오면 안부를 묻고 걱정도 한다. 나누리 회원은 지난달 학교에서 축제가 열릴 때 3일간 일일찻집을 운영,68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회원들은 이 돈을 노숙자와 쪽방생활자들을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 돈암초 ‘방과후 열린교실’/ “우린 학교에서 숙제하고 놀아요”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돈암초 본관 2층 ‘방과후 열린 교실’에는 저학년의 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부터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20평 남짓의 교실 바닥은 따뜻하고,고무매트를 깔아서 부드러웠다.한편의 신발장과 대형 책상,컴퓨터와 놀이기구는 물론 싱크대와 에어컨이 여느 교실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이들을 맞는 보육교사 김혜숙(30)씨는 “어서 와.즐겁게 지냈니?” “숙제부터 하자.”고 마치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맞으며 아이들의 겉옷을 받아 걸어줬다.아이들은 “안녕하세요.방과후 선생님.”이라고 인사한 뒤 책상으로 가서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숙제가 없는 몇몇 아이들은 어제 채 만들지 못했던 신호등을 만드느라 바닥에 놓인 책상에 모여 앉았다. 30명의 저학년 어린이들이 알림장을 펴놓고,숙제에 대해 김 교사에게 질문하느라 다소 소란했던 교실은 20여분만에 조용해졌다.수학익힘책을 풀고 있던 한효주(1년)양은 김 교사에게 “선생님 숙제 다했어요.채점하고 사인해주세요.”라고 말했다.김교사는 “다 맞았네.효주는 정말 잘하는구나.”라며 칭찬한 뒤 채점을 해줬다.이어 효주양의 부모를 대신해 시험지에 사인도 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인 노가람(3년)양은 3년째 방과후 교실에서 오후시간을 보내고 있다.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또 숙제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어도 엄마가 안 계시니까 물을 수도 없어요.방과후 교실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놀고,언제든 돌봐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니까 좋아요.” 이지우(3년)양과 희재(1년)군 남매는 방과후 교실에서 함께 지내다 오후 6시면 집으로 간다. 김 교사의 주간교육계획에 따르면 학생들은 언어·표현·신체활동영역으로 나눠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고 영어도 익힌다.생활지도 등 인성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으며 예습과 복습은 물론 연극이나 과학관 등 체험학습에 나서기도 한다.물론 빵과 우유 등 간단한 간식이 제공된다. 돈암초에 ‘방과후 교실’이 시작된 것은 1998년 9월.성북구청의 지원을 받아 2개반 60명의 어린이에게 방과후 보육서비스를 실시했다.교실이 부족해 올해부터는 1개반 30명으로 줄였다.그래서 올 3월 초에는새벽에 학부모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인기였다.한달 교육비는 간식비와 학습준비물 포함,4만원으로 시중 보육기관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방과후 교실 담당 교사는 보육교사인 김교사외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보조교사가 한명 더 있다. 4년째 방과후 교실을 맡고 있는 김 교사는 “30명의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는 매우 어려워요.학습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 2명은 개별지도를 하고 있는데 조금씩 나아져서 보람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6시까지,토요일은 오후 2시까지 방과후 교실에서 보호를 받는다.몇몇 아이들은 학교 인근의 영어학원으로 갔다가 다시 방과후 교실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 학교 강영일(姜英一) 교장은 “초등학교에 방과후 교실 등 어린이 보육시설이 활성화된다면 도서실과 과학실,실과실 등을 활용할 수 있고,특기적성교육과도 연계하면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교실이 좁아 30명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없다는 점에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방과후 교실을 이용하는 1학년 박혜준의 아버지 박종완씨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좋다.”면서 “앞으로 많은 초등학교에 이런 보육시설이 갖춰지길 바란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 [도쿄 이야기] 사라진 ‘목욕탕 인종차별’

    일본의 온천이나 대중탕에 가보면 조심스럽고 점잖은 목욕법에 놀라게 된다.비누거품이나 물이 옆 사람에게 튀는 일이란 거의 없다. 큰 동작으로 비누칠을 하거나 물을 쫙쫙 끼얹는 버릇이 있다면 비누나 물을 튀기지 않는 일본인들의 신통한 목욕법에 이내 답답함을 느낄 법하다.그래서 일본 관광길에 온천에서 기분을 내다 ‘주의’를 받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일본은 외국인이 살기에 상당히 편한 곳이지만 외국인으로서 넘기 힘든 문턱이 없는 건 아니다.간혹 눈에 띄는 목욕탕의 ‘외국인 출입금지’도 그런 문턱 중의 하나이다. 이런 문턱이 “차별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상처를 받았다.”는 한 외국인이 낸 소송에 일본 법원은 11일 “인종차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37세의 미국인 대학강사였다.그는 1999년 9월 홋카이도(北海道) 항구도시인 오타루 시내의 한 온천에 ‘외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을 무시하고 들어가려다 제지당했다.일본인과 결혼해 아르도 데비토(有道出人)란 이름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한 뒤인 2000년 10월에는 운전면허증까지 보이며 이 온천에 입장하려 했으나 다시 거부당하자 다른 외국인 2명과 함께 소송을 냈다. 발단은 오타루 항구에 정박하는 러시아 선원들이었다는 것이 온천측 주장이다.비누칠을 한 채 욕탕에 들어가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일본인 손님이 줄었다는 것이다.온천측은 “목욕 매너가 나쁜 외국인들로 경영난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고 법정에서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측에 철퇴를 가했다.재판장은 “피고의 행위는 인종차별에 해당되고 입욕 거부는 사회적으로 허용된 한도를 넘어섰다.”며 온천측에 300만엔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일본 어느 목욕탕에서건 ‘외국인 출입금지’가 사라지게 된 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황성기 특파원marry01@
  • 시위 북파공작원 집유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朴龍奎)는 11일 도심에서 불법 폭력시위를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북파공작원 출신 8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투쟁국장 박모(38) 피고인 등 4명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정모(41) 피고인 등 4명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기물을 파괴하는 등사회에 불안감을 안겼다.”면서 “하지만 피고인들이 제대한 뒤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각자 위치에서 성실히 살아온 점을 고려,실형은 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이번 사건으로 북파공작원의 실체가 만천하에 공개됐다.”면서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룬 만큼 다시 폭력시위를 벌인다면 엄한 처벌을 피할 수 없고,폭력집단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피고인 등은 지난 3월과 9월 북파공작원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과 영등포 일대 도로를 점거하고 LP가스통에 불을 붙이는 등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이날 법원 주변에는 법정소란에 대비,전투경찰 350여명이 출동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홍지민기자 icarus@
  • 박태종 감찰부장 문답 “물고문 사실인듯 공소사실에 추가”

    ‘피의자 사망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박태종(朴泰淙) 대검 감찰부장은 8일 “‘물고문’ 의혹이 여러 정황으로 보아 사실인 것으로 보여 공소사실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 ◆서울지검에서 조사받은 박모씨가 제기한 물고문 주장의 내용은. 조사실에서 수사관 2명이 자신의 얼굴에 흰 수건을 덮고 바가지로 물을 붓는 행위를 약 10분 동안 3∼4차례에 걸쳐 했다는 것이다.박씨의 주장이 구체성을 띠고 있어 참고인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어떤 결론을 내렸나. 참고인 가운데 한 명은 박씨의 옷에 물이 묻어 있었다고 진술했고,나머지 2명은 박씨로부터 ‘물고문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당시 수사관들은 물고문을 부인하고 있지만 참고인들의 진술을 배척할 만한 근거가 없는 상태라 물고문이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본다.정밀검증해서 결론낼 것이다.공소사실에 포함될 수도 있다. ◆조천훈씨가 병원에 실려갈 무렵인 지난달 26일 정오쯤 조씨 방에서 ‘우당탕’,‘퍽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장은. 조사 결과당시 조씨를 병원에 실어가느라 소란스러웠는데 이를 추가폭행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가 자해했다는 수사관들의 주장은. 수사관들은 조씨가 자해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조씨에게서 자해로 인한 외상은 특별히 관찰되지 않았다고 한다.자해의 강도는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장택동기자 taecks@
  • 검찰 아직도 ‘가혹행위’?

    검찰이 살인사건 피의자의 사망과 도주 사건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가혹행위 논란에 휘말렸다.군사정권의 산물로만 여겨지는 가혹행위 의혹은 시대착오적인 수사 행태로 이정연씨 병역비리 수사의 고비를 막 넘긴 검찰에 또 한번의 시련을 주고 있다. 대검 감찰부가 28일 살인사건 피의자 조천훈씨 사망 및 공범 최모씨 도주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가혹행위 여부 등 사건의 진상이 곧 드러날 전망이다.구타나 고문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은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씨의 사망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유가족들은 강하게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고,국과수와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외부충격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이 난다고 하더라도 조씨의 자해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서울지검 관계자는 “조씨를 일단 폭력혐의로 검거한 뒤 나중에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자 조씨가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지검이 주임검사인 홍모 검사와 수사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타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최씨가 도주할 당시 수사관 등이 자리를 비운 사실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씨의 공범으로 구속된 박모씨가 “조사 과정에서 무릎을 꿇린 채 구타를 당했으며 옆방에서 비명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고,조씨의 옆방에서 조사를 받았던 다른 참고인 2명도 ‘구타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는 점 등도 수사팀에는 불리한 정황들이다. 한편 검찰은 전례를 찾기 힘든 피의자 사망과 도주 사건이 한꺼번에 터져나오자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이날 오전 대검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노상균 강력부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조치가 예상보다 일찍 이뤄지자 서울지검도 술렁이고 있다.대검 관계자는 “검찰청사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잇따라 발생한 것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택동 조태성기자 taecks@
  • [기고] 학부생 전공선택 천천히 하게 하자

    우리나라 대학들은 최근 들어 유지와 생존이라는 미증유의 난제를 안고 몸부림치고 있다.고등학교 졸업생에 비해 대입정원이 더 많은 시대가 다가와 등록금만 낼 수 있으면 누구나 대학생이 될 수 있는 고등교육의 민주화와 평등화가 실현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질적 발전보다 양적 팽창에만 치우쳐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를 무더기로 배출해 유휴노동력이 고급인력시장에서 잠재적 실업상태로 취업 대기중이다. 많은 원인이 있지만 그것을 국내에서 찾다보면 우리 대학들이 앞다투어 특성화되지 않은 각종 학과를 백화점 상품 진열하듯이 갖추어 놓고 획일적 입시제도에 짓눌려온 학생들을 등록금 내어 학교 먹여 살리는 고객으로 유치해온 대학의 집단이기주의와 학과 신설을 포함한 정원책정권을 대학 통제의 효율적 도구로 상용(常用)해온 교육행정당국의 무책임한 공생 관계 때문일 것이다. 대학이 자주 외치듯이 최고의 이성을 가지고 학생 개개인의 소질을 계발하고 국가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여 적재적소에 배치되게 했든가,교육행정당국이 거시적 안목을 갖고 사회적 수요에 대비한 대학정원관리정책을 실시했더라면 오늘날 우리 대학이 교육시장으로 폄하(貶下)되는 데 발끈하거나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선택권의 폭을 넓히는 제도의 도입을 둘러싼 소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대입제도가 변하려면 이미 기성제도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저항이 있고 그 저항은 또 다른 소란을 동반하게 돼 오늘 일부대학의 소란은 이미 예정된 사건이었다. 필자가 미국의 한 대학교에 초빙교수로 나가 있었을 때의 경험담을 소개한다.이 학교의 2000학년도 신입생의 전공학과 선택은 다음과 같았다. 신입생 1821명 중 전공 미결정자는 562명(31%),전공을 밝힌 학생은 1259명이었다.신입생 10명 중 7명 정도의 학생들이 입학 당시 전공을 결정한 것이다.전공 결정자들이 선호하는 5대 전공 중 1위는 경영학과 253명(14%),2위 언론학과 137명(11%),3위 심리학과 109명(9%),4위 컴퓨터정보학과 99명(8%),5위 영문학과 65명(5%) 순으로 전공결정자의 53%에 가까운 663명이 5개 학과에몰렸다. 그 다음으로 20명 이상 60명 정도가 선택한 전공은 생물학과 58명(4.6%),교육학과 52명(4.1%),사회학과 33명(2.6%),역사학과 31명(2.5%),정치학과와 음악학과가 각각 30명(각 2.4%),경제학과 29명(2.3%),환경학과 27명(2.1%),종합과학과 24명(1.9%) 순이었다. 신입생 수가 10명에도 이르지 못하는 학과나 전공으로는 아시아학과와 로맨스어과 로마어 전공이 각각 9명,수리과학과 수리과학 전공,지리학과와 예술사학과가 각각 7명,생물화학과 화학전공,조경학과,철학과는 각각 6명이었다.독어독문학과는 2명이 선택했고 러시아 동유럽학과는 1명만이 선호했다.국제학과와 유태학과는 희망자가 1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많은 소수학과들이 폐과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소위 인기학과들이 자과(自科)의 이익만 좇지 않기 때문이다.오히려 언론학부에서는 이 학부에서 취득할 수 있는 최대학점을 정해 놓고 자과 과목보다 더 많은 학점을 기초학문 분야에서 선수(先修)과목으로 이수하게 한다.학생들이 저널리즘 분야에 종사하는 데 필요한 더욱 폭넓은지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많은 미국 대학교의 언론학 교육 역시 이 대학교와 유사하다. 그래서 필자는 단정한다.학부생의 전공학과는 자유롭게 내버려두고 전공필수 교과목의 수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그리고 학사학위를 취득하기 전 즉 3,4학년이 되더라도 천천히 생각하면서 더 폭넓은 지식을 배우고 익힌 뒤에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유리하고 사회적 요구에도 맞는다.지적 포만이나 학문적 성취는 이제 각 대학교에 즐비한 대학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유일상 건국대 신방과 교수·명예논설위원
  • 편집자에게/ 공인중개사 시험에 영어 포함을

    -공인중개사 시험지 부족 소동(10월21일자 20면)기사를 읽고 제 13회 공인중개사 시험은 26만명이 넘는 인원이 응시해 화제가 됐다.게다가 건설교통부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위탁해 처음 실시하는 시험이란 점에서 ‘시험관리’나 ‘난이도조정’ 등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론부터 말하면 많은 인원이 응시한 만큼 보다 철저한 시험관리를 했어야했다.그러나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력공단은 높은 결시율을 예상,시험문제를 적게 배포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수원의 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 일부 수험생들은 긴급 복사한 문제지로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그나마 마지막 지문은 잘 보이지 않아 다른 문제지를 보고 베껴서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시험이 늦어지는 바람에 일찍 문제를 푼 다른 수험생들이 복도에서 소란스럽게 해 제대로 시험을 보지 못했다는 수험생들의 하소연도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응시자가 몰리면서 합격자가 급증해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이번 기회에 시험방법이나 시험과목을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합격자 결정을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바꿀 경우 적정인원을 합격시켜 공인중개사의 전문성 향상을 기할 수 있다. 시험과목에 부동산중개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영어 등을 포함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시험주관기관을 협회 등 민간단체로 이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김학환/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연구소장
  • 2002년판 야인시대? ‘신OB동재파’ 두목등 28명 검거

    ‘2002년판 야인시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폭력을 휘두르던 ‘신OB동재파’ 두목 유모(41)씨 등 조직폭력배 28명이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 의해 붙잡히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이들이 수감된 노량진경찰서 유치장 주변에는 “형님께 인사드려야 한다.”며 서울과 고흥 등 전국 각지에서 검은 양복 차림의 건장한 사내 50여명이 모여 들었다. 또 경찰이 수사를 위해 15일까지 면회를 금지하자 각계에서 선처를 호소하거나 경위를 알아보려는 민원전화가 쇄도,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경찰 관계자는 “16일 오전 면회금지를 풀기 전까지 유치장 주변에서 ‘조폭’들이 줄을 지어 기다렸다.”면서 “고위층을 사칭하는 전화도 많이 걸려왔다.”며 혀를 내둘렀다. ‘신OB동재파’의 두목 유씨는 70년대 국내 3대 폭력조직중 하나인 서방파 행동대장 출신. 이들은 서초구의 모 안마시술소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조직재건을 시도했다.‘배신은 죽음으로 갚는다.’,‘조직의 비밀을 외부에 절대 누설하지 않는다.’ 등 행동강령을 정해 놓고강동구 암사동 등 합숙소 3곳에서 단체생활을 해왔다. 경찰은 이들이 부도가 난 모 골프용품 생산업체를 ‘접수’하기 위해 사업주측을 위협하고,7억원 어치의 골프채 700여 세트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연기자 anne02@
  • 본회의장 스케치/ ‘막말 국회’서 ‘썰물 국회’로

    11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은 전날 ‘욕설’ 공방에 비해 다소 차분해졌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대선에만 한눈이 팔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사상문제’를 거론해 잠시 소란이 일었다.그러나 최근 사분오열돼 있는 당내 속사정을 반영하듯,민주당 의석에선 예전과 달리 거친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 김 의원은 “노 후보는 대한민국 후보인지,조선노동당 후보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그가 대통령이 되면 친북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철기(鄭哲基) 의원은 “용갑이가 육× 떨고 있네.”라고 극언을 퍼부었고,전갑길(全甲吉) 의원은 “아들 군대나 보내라.”고 비꼬았다.배기운(裵奇雲) 의원은 “에이,저질이다.”며 질의를 폄하했고,대부분 의원들은 “에이∼”라고 야유를 보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본회의장에 잠시 들렀을 때,질의 중이던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이 공교롭게도 정 의원과 정의원의 부친인 고(故)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을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최 의원은 “현대는 지난 92년 정주영 회장의 대선 출마시 500억원 이상의 기업자금을 빼돌린 전력이 있다.”며 “현대가 이번에 또다시 기업자금을 빼내 대선자금으로 쓴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나 정 의원은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과 대화를 나누며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이었다. ◆국무총리 임명 후 첫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김석수(金碩洙) 총리의 답변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총리는 지난번 인사청문회 때와는 달리,의원들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넘기는 등 다소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선 이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 반대’라는 한나라당측 주장과 관련,“남과 북이 이미 약속한 김 위원장 답방은 조기에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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