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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에선 ‘댄스’ 밖에선 ‘반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20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은 지지자들의 축하와 반대자들의 시위가 극명하게 엇갈린 행사였다. ●‘나’ 대신 ‘우리’ 일체감 강조 부시 대통령은 낮 12시 정각(한국시간 21일 새벽 2시)에 의사당 앞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에게 취임 서약을 했다. 올해 80세인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암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자세로 선서를 받는 임무를 다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I) 대신 우리(We)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다. 이는 최근 미국 언론이 부시에 반대하는 국민과 국제사회를 의식해 우리라는 표현으로 일체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연설을 마친 부시 대통령은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의회 안으로 옮겨 의회 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뒤 의장대를 사열하고 전용 리무진에 탑승, 백악관까지 약 2.7 마일 구간에서 2시간여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저녁 7시부터 21일 새벽 1시까지 워싱턴 컨벤션센터, 유니언 스테이션 등 9곳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모두 참석, 잠깐씩 얼굴을 내밀고 로라 여사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연단 바로 앞에서 야유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던 도중 식장 곳곳에서 반 부시 구호가 터져나왔다. 특히 기자들이 주로 앉아있던 연단 앞 7번 섹션에서 한 청년이 부시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야유를 보내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함께 야유를 보내거나 ‘USA’ 등을 외쳐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는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이날 워싱턴 시내에서는 하루종일 반 부시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를 불태웠으며 ‘부시는 전범’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피켓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반면 부시 지지자들은 이에 맞서 ‘4년 더’라는 구호를 외쳤다.9·11 테러의 여파로 경찰과 군인 등 1만여명이 동원된 사상 유례없는 철통 보안속에 열린 이번 취임 행사에는 당초 예상했던 50만명보다 훨씬 적은 10만여명이 취임식과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데 그쳤다. ●부시 일가의 세번째 취임식 부시 대통령 일가는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취임식까지 포함해 모두 3차례에 걸쳐 대통령 취임식을 치르는 기록을 세웠다. 취임식에는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과 도로, 닐, 마빈, 젭 등 형제가 모두 참석했다. 또 젭의 아들로 정치적 야망이 큰 것으로 알려진 조지 P 부시도 눈에 띄었다. 취임식 참석자들은 젭 부시와 그의 아들 가운데 누가 대선에 나올 것인가를 놓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취임식에는 지난해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과 경쟁했던 민주당의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도 하객으로 참석했다. ●1기 때와 이슈는 같지만 상황은 변해 부시 대통령의 2기 취임사를 4년 전의 첫 취임사와 비교해보면 거론한 이슈들은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취임사의 중요성도 달라졌다. 부시 대통령은 1기 취임사에서도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감세와 사회보장 개편도 제안했다. 그러나 2001년 미국 역사상 최고의 호황이었던 당시에는 그같은 연설에 크게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밋밋한 취임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9·11이후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이 테러와의 전쟁에 초점을 맞추게 됨에 따라 2기 취임사에는 국제사회가 큰 관심을 보였다.2기 취임사의 가장 큰 특징은 9·11로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을 자유의 확산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LG전자 PDP TV 생중계 취임 행사는 LG전자의 PDP TV가 공식 중계TV로 선정돼 운집한 축하객들에게 행사 화면을 생중계해 눈길을 끌었다. 의사당 광장 주변에는 50∼60인치급 PDP TV 20여대가 VIP석 등 곳곳에 배치돼 먼 곳에서 단상을 잘 볼 수 없는 시민들에게 취임선서 등 주요 장면을 현장 중계했다. 이어 열린 VIP 리셉션과 축하연회장 등 주요 행사장에도 대형 PDP TV가 배치돼 주요 인사들의 움직임 등 현장 화면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dawn@seoul.co.kr
  • 美 ‘일방통행 외교’ 계속 된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2기 취임사를 통해 ‘자유의 확산’이라는 메시지를 국내외에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27번이나 입에 올렸다. 백악관으로서는 향후 4년간 국제사회의 진행 방향을 제시하는 ‘야심찬’ 역사적 명제를 던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는 대부분 추상적 개념으로 채워져 ‘윤리 교과서’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폭정의 종식이 대외적 목표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2기의 대외정책은 폭정의 종식을 통한 자유의 확대라고 정리할 수 있다.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서 전반적인 자유의 확대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긴요한 수단이라고 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이 향유하는 자유의 존립은 다른 나라의 자유가 유지되는가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세계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희망은 전세계의 자유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취임사 곳곳에서 ‘폭정’이란 말을 사용하며 “미국은 폭정과 절망 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고 억압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가 지난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거론한 ‘폭정의 전초기지’와 맥을 같이한다. 라이스가 거명한 폭정의 전초기지 국가에는 쿠바·미얀마·이란·벨로루시·짐바브웨와 함께 북한도 포함돼 있다. ●“정부 스타일은 강요 않을것” 부시 대통령은 특히 테러 도발 위험이 있는 독재국가에 대한 선제 조치는 합당한 것이라며 ‘예방적 공격’의 개념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임을 밝혔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미국과 같은 정부 스타일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지나치게 강경한 이미지는 피해 가려고 했다. 그러나 9·11 이후 주요 동맹국들과의 충돌을 가져온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여전히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적으로는 민영화 확대할 듯 부시 대통령은 자유의 개념을 국내적으로는 소유의 확대, 즉 민영화로 규정지었다. 부시 대통령은 “집과 기업, 퇴직연금, 의료보험에서 정부가 아닌 개인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모든 시민들이 자기 운명의 결정자가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지금이 ‘국가의 단결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역설하며 정파를 초월한 국가의 단합을 호소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사상 최고의 경호 속에 취임사를 하는 연단 바로 앞에서 반 부시 구호를 외치는 소란이 벌어지고, 의회도 장관 지명자들의 인준을 연기시키는 등 전폭적인 협력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적 단합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 내에서도 “부시를 재선시키기 위해 도와줄 만큼 도와줬다.”면서 지역구의 유권자를 먼저 챙기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dawn@seoul.co.kr
  • [독자의 소리] ‘주취자 보호법’ 빨리 제정해야/백연희

    최근 경찰청에서 인권보호 및 사회공공의 안녕 확보를 위하여 ‘주취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주취자보호법은 경찰이나 국민이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취자 보호 및 주취 소란자에 대한 효율적 규제가 잘 이루어진다면 치안서비스 질 향상뿐 아니라 공권력의 확립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법률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제정 단계부터 보호대상 주취자의 개념 정립, 주취 소란자의 처벌 및 보호조치시설 확충, 재발방지를 위한 치료, 교육 등 여러 세부적인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취자 처리 문제는 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잘못된 음주문화의 개선 노력과 의식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도움 없이는 어떠한 법 제정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백연희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 정감록에 미국이 나온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 정감록에 미국이 나온다?

    1945년 8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다. 그러나 미처 봄날을 음미할 새도 없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자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에 진출해 38선을 그었다. 그 때 어느 유명한 신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선포했다.“미소의 두 힘이 서로 상대하여 버티나 태양이 중천에 오르면 밝은 세계가 되리라.” 태양은 누굴까? 중천에 오른다 함은? 전후 맥락 없이 튀어나온 이 선언에 신도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메시지만은 분명했다. 미국과 소련이 이 땅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은 잠깐이고, 곧 민족의 구세주가 등장하여 외세를 물리치게 된다는 것! 누가 구세주일까? 김구, 여운형, 조만식, 이승만, 박헌영…. 아니면 김일성? 세상 사람들은 거물 정치가들을 놓고 누가 믿을 만한 민족지도자인지를 점쳤다. 극좌파, 중도파, 극우파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각자 선택의 폭은 넓었으나 민심의 합일점은 없었다. 지난한 시기였다. 그 때 정감록의 신봉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국난을 뚫고 나갈 진인은 어디 있는가.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진인, 지리산에서 뛰쳐나온 진인, 주역에 능통한 진인, 부처, 예수, 공자의 영이 내린 진인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고대해 마지않던 진인은 나오지 않았다. 해방정국은 갈수록 꼬이더니 남북분단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정감록’에 보이는 6·25전쟁 제2차대전 이후 전세계는 미소를 정점으로 한 냉전질서에 편입되었다. 양측의 긴장이 팽팽해지더니 1950년 마침내 6·25전쟁이 터졌다. 한국이 안고 있던 내부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미소 양측의 대리전쟁이라는 설도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전쟁이 장기화될 때 괴로운 건 민중이다. 그들은 난리가 언제 끝날지, 살아갈 방도는 무언지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정감록 신봉자들은 가족을 이끌고 병화불입지지(兵火不入之地, 난리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땅)를 찾아 숨는 사람도 생겼다. 정감록 예언에 따라 충북 단양군 영춘면 삼풍리로 숨었던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긴데, 전쟁 내내 인민군은 커녕 국군도 본 적이 없었단다. 그들은 정감록의 영험을 믿는 듯했지만 그곳은 어느 편 군대도 진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지독한 오지였다. 꼼꼼히 정감록을 살피던 민중의 눈엔 요거다 싶은 예언 몇 구절이 눈에 띄었다.‘호랑이와 토끼해를 당하여 남북이 서로 솥의 발 같이 대치하리라.’ 우연히도 전쟁이 터진 1950년은 호랑이해인 경인년이었다. ‘금강산 서쪽과 오대산 북쪽은 12년간 도둑의 소굴이 된다.’는 구절도 있어 강원도 북부에 있는 금강산과 오대산을 경계로 남북이 무력 대치한다는 예언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12란 숫자는 논란거리가 되었다. 남북의 대치기간이 글자 그대로 12년인가, 또는 갑자, 을축 이런 식으로 12지를 10간과 조합한 1갑자 60년인가? 총성이 멎은 지 벌써 52년째, 글자 그대로의 12년은 이미 지났고 60년 한 갑자가 되려면 8년이 남았다. 6·25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상징한다는 대목도 회자(膾炙)되었다.‘인천과 부평 사이 밤중에 배 1000척이 정박한다.’고 했다. 수도권에 ‘시체 더미’가 쌓인다고도 했다. 맥아더 장군이 수많은 전함을 거느리고 인천에 상륙했고 서울을 탈환했으므로 사람들은 그럴 듯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 구절은 19세기 후반부터 민중을 떨게 했던 전쟁공포증의 흔적 또는 청일전쟁이 남긴 집단적 기억이 재현된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연재 제1회 참고). ‘정감록’의 또 다른 구절도 민중의 눈길을 끌었다.‘두 서쪽 땅 곧 황해도와 평안도는 3년간 천 리 안에 사람과 불 때는 연기가 없을 것이요, 또한 동쪽 골짜기, 즉 강원도는 심히 꺼릴 땅이라.’ 사람들은 이 구절을 전쟁이 3년 동안 지속된 까닭으로 봤고, 뺏고 뺏기는 육박전이 벌어진 장소가 강원도였다는 예언으로 해석했다. 중공군의 개입,1·4후퇴도 예언되어 있었다.‘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면 평안도와 황해도 하늘에 원한 맺힌 피가 넘칠 것이다.’ 오랑캐라,1950년 한겨울 급작스레 대거 투입된 중공군으로 해석됐다. 중공군은 물밀듯 남하를 계속, 평안도 황해도를 삽시간에 휩쓸었다. 인해전술이란 말은 정감록에 안 보였지만 그 신봉자들에겐 1·4후퇴를 할 수밖에 없던 사정이 이해될 듯 했다. ●미국대통령을 ‘정도령’으로 착각? 그런데 ‘정감록’ 예언에 대한 기발한 풀이는 따로 있었다. 전쟁 당시 미국의 원수(元首) 트루먼! 트루(true)는 참 진(眞), 먼(man)은 사람 인(人)! ‘정감록’에 예언된 진인(眞人)은 다름 아닌 트루먼이라는 해석이다. 트루먼은 6·25전쟁이 일어나자 의회의 자문도 받지 않고 미군의 파병을 결정했다. 트루먼이 아니었으면 공산군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어났다. 일제 식민지 후반, 특히 1937년 7월 중일전쟁 이후 민중의 살림살이는 참 고단했다.1945년의 해방도 반쪽짜리였고 민중의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전쟁까지 터지자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바로 그런 시점에서 미국은 각종 구호물자를 한반도에 대량으로 투입하였다. 수만의 병력과 현대식 무기를 동원하여 전쟁도 수행했다. 사람들은 새삼 미국의 위력을 실감했다. 어떤 이들은 이처럼 구차히 살 바에야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바랐다. 국회로 보내주기만 하면 미국에 가 달러를 더 많이 동냥해 오겠다며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그런 판국이라 미국 대통령을 진인, 정 도령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심지어 1953년 미국 대통령이 아이젠하워로 바뀌자 그가 진짜 정 도령이란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말을 주고받은 민중도 많았다.“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라. 그리고 일본은 일어난다!” 미국-믿다, 소련-속다, 일본-일어나다.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 말투지만 미소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란 인식이 확산된 결과 생긴 민중의 구호였다. 비록 패전국이긴 해도 일본을 조심해야 한다는 다짐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민중은 일본뿐만 아니라, 서양 강대국들을 경원시했다.1894년 동학농민군이 내건 4대 구호 중에 ‘축멸양왜(逐滅洋倭, 서양놈들과 왜놈을 내쫓는다)’란 구절이 있어 그런 분위기를 잘 설명해준다. 그러다가 일제 말기 조상 전래의 성, 말까지 빼앗기자 민중은 주변국가인 중국과 소련에 다소 기대를 걸었다.‘조지로 목친다.’ 이 말이 민간에 퍼졌다. 조지란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남부지방 사투리다. 그것으로 어떻게 목을 자를까? 조(조선), 지(지나, 중국), 로(로서아, 소련)가 힘을 합해 목(목인, 히로히토 일본 천황)을 벤다는 예언이었다. 민중의 소망을 담았지만 꽤나 섬뜩한 내용이다. 누구나 한 번만 들어도 절대 잊을 수 없게, 그러나 아무도 그 뜻을 눈치 챌 수 없게 은어에 담았다. ●‘황해도서 난리 발생’ ‘삼국분기설’ 들먹 ‘정감록’으로 6·25전쟁의 참혹함과 미국의 개입을 읽었다니 얼핏 이해가 잘 안될 수 있다. 예언서에 보이는 오랑캐는 만주족 같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고려 때는 북쪽으로부터 거란족, 여진족, 몽고족의 침입이 잇따르고 홍건적의 난도 있었다. 조선 초에는 여진족의 침입이 만만치 않았다. 인조 때는 청나라를 건국한 만주족이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일으켰다. 서북지역은 이민족의 침입로가 되다시피 했고, 그 지역 민중은 외침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기도 했다. 외침의 기억은 민중들에게 잊지 못할 일이 되었고, 이것이 ‘정감록’에 ‘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고’ 라는 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오랑캐의 말울음 소리는 현대에 와서 중공군의 남하로 이해되었다. 이런 변화는 ‘정감록’을 처음 전파시킨 조선시대 술사(術士)들로서는 전혀 예측 못할 일이었다. ‘정감록’에는 외침과 무관하게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서 발생할 난리가 예고되어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서북지방에 대한 차별이 무척 심해서 그 지역 사람들의 불만이 컸다. 순조 연간에는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 여러 고을을 휩쓸었고, 그 와중에 많은 인명이 살상됐다. 사실 서북지방은 18세기 이후 과거시험에서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그럼에도 푸대접을 받았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정감록’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도 서북지방이었다. 대다수 서북지방 사람들은 조선왕조의 종말을 마다할 일이 없었고 그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할 때, 북쪽에서 반란이 재발해 남북에 두 나라가 대치한다는 남북분국설이 정감록에 기록된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기왕 분국설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몇 마디 보태보겠다.‘정감록’에는 삼국 분기설도 나온다. 나라가 세 동강 난다는 예언인데, 이런 말은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유행했다. 우리 역사에 삼국시대도 있었고 후삼국시대도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고려 때도 이의민은 신라를 부흥시킨다는 구실로 경주일대를 소란케 했다. 이런 역사적 기억이 있어서겠지만, 민중은 나라가 혼란에 빠질 때면 3국 분기설을 들먹였다. 그런데 3이란 숫자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다. 미륵이 하생할 장소도 산이나 물이 셋으로 나뉘는 곳이었고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길지(吉地) 중에도 3도봉 같은 곳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알아 본 역사적 배경은 아랑곳없이 현대의 정감록 신봉자들은 ‘정감록’에 보이는 서북지역의 혼란상을 국토분단,6·25전쟁의 참상, 또는 1·4후퇴를 예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민중의 예언 해석에는 시대적 맥락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할아버지 세대가 그 구절을 뭐라 해석했든, 나는 내 시대의 문제를 푸는 새 해석을 좇겠다는 식이다. 이런 태도에서 예언 문화엔 층위랄까 나이테가 보태졌다. 현대의 민중이 미 대통령 트루먼을 ‘정감록’에 언급된 진인으로 본 것은 어떤가. 진인이란 새 왕조를 열 국왕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정씨 성을 가진 이가 나타나 계룡산 아래 도읍을 정한다고 보는 것이 사실상 정설이다. 우리 역사에서 진인의 도래설이 처음 나타난 것은 17세기였다. 그 때부터 오랫동안 해도진인설(海島眞人說,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는 예언)이 인기를 끌었다. 역모를 꿈꾼 사람들은 늘 진인의 출현을 주장했을 정도다. 어쨌거나 진인은 기존질서에 대항해 싸울 영웅이었다. 그런 진인이 1950년대에는 세계 최강대국을 이끄는 지도자, 기존질서의 사령관인 트루먼으로 둔갑했다. 합리적·체계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감록’ 신봉자들의 해석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논리적으론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시의에 맞기만 하면 민중은 꽤 엉뚱한 해석에도 환호한다. 수백 년 동안 ‘정감록’이 생명을 이어온 까닭은 그것이 시대상황에 맞게 새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다. ●예언서는 민중의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 해방 이후 미국의 중요성은 국가 차원에서든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든 날로 커졌다. 민중은 ‘정감록’에서 미국에 관한 구절을 찾느라 열심이었다. 도대체 미국이란 나라가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던 아득한 시절에 만들어진 ‘정감록’에서 미국에 관한 기록을 찾는다?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니지만 필요는 때로 발명이나 발견을 낳는다. ‘정감록’에서 꺼낸 트루먼 진인설과 인천상륙작전설은 억지스러운 발견이었다.1970년대 이후 민중은 미국에 대한 그 이상의 예언을 요구했던지 새 예언서가 등장했다.‘격암유록’,‘율곡비기’,‘송하비결’ 등이 새로 나온 예언서다. 그 중 어떤 것은 특정 종교단체가 배후 조종하여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 계통의 신종교 단체도 예언서를 빌려 지도자에게 절대권위를 부여한 흔적이 있다. 새 예언서에는 한·미관계가 자주 나온다. 어느 책에는 9·11사태(2001년 9월11일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도 언급되어 있다. 더욱 경악할 내용도 있다. 미국은 2004년 북한을 폭격하기 시작해,2005년까지 공격을 계속한다. 그리고 200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는 재선에 실패하고 이슬람교도의 저격으로 사망한다는 등등의 예언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은 북한을 폭격하지 않고 있으며, 부시는 보란 듯 재선에 성공해서 백악관에 건재하다.2004년의 예언은 완전히 빗나갔다. 내 관심사는 한국 민중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빗나간 예언에도 투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친미와 반미를 둘러싼 논쟁이 한국 사회의 중요 이슈로 등장했는데 민중의 다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배질서에 반감을 품고 있다. 민중은 부시의 대북 강경노선을 못마땅하게 여겼기에, 부시의 낙선과 암살을 예언한 것이다. 민중은 부시를 미워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의 북한 폭격설까지 예언으로 등장한 것이다.50년 전엔 현직 미 대통령을 진인이라 일컫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있다. 민중이 직접 예언서를 저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중은 예언의 내용을 결정한다. 노스트라다무스든 ‘정감록’이든 사정은 똑같다. 민중의 심리를 정확히 반영한 예언서는 민중의 사랑을 받고 그 생명도 길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예언서는 곧장 버림을 받는다. 민중은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정감록’을 해석해왔다. 시대가 바뀌면 그 해석은 늘 달라졌다. 한 시대의 해석은 다른 시대가 되면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내가 정감록을 바라보는 관점은 통시대적이다. 미셸 푸코가 말한 지식의 계보학에 가까운 입장이다. 푸코의 말처럼 시공간이 바뀌면 지식과 기억은 변화된다. 요컨대 변화된 사물의 의미를 계보로 정리하는 것이 지식 계보학이다. 나의 정감록 산책도 그렇다. 정감록에 담긴 의미의 변천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것, 이것은 한국 역사와 문화의 나이테를 읽는 새 방법일 것이다. 백승종(푸른역사연구소장)
  • [오늘의 눈] 전남도 ‘미스터리 인사’/남기창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박준영 전남지사의 ‘미스터리’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10명 가운데 9명은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비판여론 속에 달변가인 박 지사는 “이해해 달라.”고 얼버무린다. 지난해 6·5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지사는 취임 7개월 만인 지난 6일 첫 인사로 정무 부지사를 내정했다. 내정자는 이모(58)씨로 기초자치단체인 순천시의회의 3선 의원이다. 내정 발표 몇 시간 전에 이 소식을 들은 광역자치단체 도의원들이 발끈했다. 도의회 의장이 상임위원장단 6명을 모아 도지사실에서 “절대 안 된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들 모두는 도지사와 같은 민주당 소속이다. 도청 출입기자들도 배경 설명을 요구했고 지사는 진땀을 뺐다. 이튿날 전남도청 공직협의회 홈페이지도 후끈 달아 올랐다. 정무부지사 내정자는 2003년 11월4일 순천시의회 의장 자격으로 의원 16명과 함께 지사실에 난입해 집기를 던지고 한동안 소란을 피운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사무실이 순천시가 아닌 광양시로 결정된 데 대한 분풀이였다. 당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행정부지사는 기자실에 들러 순천시 의원들에 대해 고발조치를 검토하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정무 부지사를 내정한 6일 저녁 박 지사는 곤욕을 치렀다. 광주지역 신문·방송 사장단과의 저녁 약속에 3개 신문사 사장이 불참했다. 이 가운데 모 신문사는 민주당 중진인 이모 의원이 소유주다. 이 의원은 도의원을 정무부지사로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인사에 대한 의혹은 민주당 최고위층으로 모아진다. 누구 누구의 세대결이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 당내 전남 출신 중진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 지사의 단호한 의지다. 목민관은 인사에 사사로움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한번은 괜찮겠지.’하는 안일함은 더 큰 부정의 시작일 뿐이다. 박 지사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는 게 순리다. 남기창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kcnam@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婦들婦들 떨려…

    |베이징 연합|세 명의 부인과 살면서 잦은 가정 불화에 지친 중국의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하는 사건이 상하이(上海)에서 발생했다. 천(陳)모는 지난 7년간 세 명의 여성과 결혼, 세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가정 분란을 견디지 못하고 자수한 뒤 가정법원에서 집행 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천은 지난 1996년 어릴 적 친구이던 정(鄭)모와 결혼했으나 정이 들지 않아 사실상 별거를 해오다 1999년 식장 점원이던 이(李)모와 푸둥(浦東) 신지구에 집을 얻고 동거를 시작했다.2002년까지 아이도 둘을 낳았다. 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년 직장에서 항저우(杭州) 근무 발령이 나자 직장 동료와 항저우에서 부부 명의로 집을 세내 동거를 했다. 지난 8월 직장동료와의 사이에 아들까지 뒀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동거 중이던 직장 동료는 얼마전 천의 상하이 집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천의 부인이라고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전화를 받은 사람은 첫번째 부인 정. 두 사람이 서로 천의 부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천의 비극이 시작됐다. 상하이 집에서 매일 대소란이 벌어지자 결국 자수의 길을 택한 천은 “법을 잘 몰라 세번 결혼하게 됐다.”고 변명하고 “세 명의 아내와 세 명의 아이들에게 모두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 [조용섭의 산으路] 전북 무주 덕유산

    [조용섭의 산으路] 전북 무주 덕유산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 몸을 날리는 칼바람,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과 미끄러운 얼음길, 힘들게 걸어야 하는 겨울산행을 왜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까? 무심한 듯한 자연이 만들어 낸 순백의 눈(雪) 세상은 고결하고도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한다.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순화해 주는 까닭에 겨울산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이번에는 눈꽃산행으로 잘 알려진 덕유산(1614m)으로 들어가자. 덕유산 산행 코스가 많지만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에서 구천동계곡을 끼고 향적봉에 올랐다가 중봉, 오수자골을 거쳐 다시 삼공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를 잡았다. 산행은 삼공리의 매표소부터 시작이다.1시간30분 거리의 백련사에 이르기까지 도로를 걷는 점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월하탄부터 시작되는 아름다운 구천동 계곡에 눈길 두어가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그리 지겹지는 않다. 본격적인 오름길은 백련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1시간30분 걸린다. 급경사 길을 오르노라면 꽤 많은 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체력에 맞게 쉬엄쉬엄 오르는 게 좋다. 산행도중 설화가 만발한 구상나무 터널을 만난다면 그건 행운이다. 그러나 눈꽃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운해 하지는 말자. 수피가 너덜거리는 물박달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귀한 수분을 차단시키는 아름다운 희생, 그 보기 흉하게 말라 있는 껍질 속의 단단하고도 아름다운 나무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 겨울나무에서 경이로운 지혜를 느낄 수도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보면 대피소 방향과 정상 방향 양갈래 길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바로 덕유산 정상 향적봉이다. 정상에 서면 살을 에는 추위를 동반한 매서운 바람에 몸을 휘청거리며 쫓기듯 내려올지도, 또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 온 인파의 소란스러움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일망무제로 시야가 트이는 사방의 산들을 조망하자. 동으로 가야산, 남으로 남덕유와 그 뒤쪽으로 지리산, 그리고 서북쪽으로 운장산이 첩첩이 드리워진 산너울 사이에 아득히 솟아 있는 것을 보고, 그만 정신을 깜박 놓은 채 그리움의 바다에 풍덩 빠져들지도 모를 일이다. 향적봉대피소로 내려서서 남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나아간다. 파란하늘과 주목, 눈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광이 환상적인 곳이다. 하산코스로 들어서면 남으로 거침없이 이어지는 덕유능선이다. 덕유평전을 지나 곧 백암봉을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의 일부다. 중봉에서 50분 정도 걸으면 오수자굴이 나오고, 너덜길을 내려서서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다시 50여분 걷다 보면 오름길에서 만났던 백련사 주차장에 닿는다. 아침에 올라온 길을 다시 만나면서 하루의 산행을 마친다. 교통 대중교통:전북 무주군에서 구천동 가는 군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 무주 공용터미널·063-322-2245). 자가용:대전∼진주고속도를 이용 무주IC, 진주쪽에서는 덕유산IC에서 빠져 나와 각각 37번,19번 국도를 이용해 삼공리로 들어오면 된다. 숙박 구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다. 음식점 이름 난 관광명소답게 음식점도 즐비하다. 상가 맨 마지막 집, 전주식당 뒤의 할매보쌈집(063-322-2188)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 토종웰빙을 찾아서 대구 연근

    토종웰빙을 찾아서 대구 연근

    ‘사각사각 삭사각.’ 입속에서 씹는 소리가 유별난 연근(蓮根). 연근만큼 웰빙 바람의 덕을 본 작물도 드물다. 격식을 차린 전통한식 밥상에 찬거리로 간간이 올랐던 연근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식물로 알려지면서 웰빙이라는 훈풍을 만나고 있다. 어느 날 석가가 중생들을 모아 놓고 설법 대신에 난데없이 연꽃 한송이를 들어 보였다. 모두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제자 가섭만이 ‘연꽃은 진흙속에 살지만 꽃이나 잎에는 더러운 것이 묻지 않듯이 불자 역시 세속에 처해 있어도 세상의 추함에 물들지 말고 오직 선을 행하라.’라는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이심전심과 같은 의미를 가진 불교의 대표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인 염화시중 또는 염화미소란 말의 유래다. 이처럼 연은 그동안 식용작물보다는 불교의 상징물로 더 알려져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연근은 불교의 상징물만이 아닌, 농약에서 해방된 안전한 먹을거리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구라고 하면 빼곡한 섬유공장으로 인해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연근의 국내 최대 집산지다. 대구사람들조차 국내에서 유통되는 연근의 절반 정도가 대구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대구에서 연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은 동구 사북·금강·대림동 일대의 속칭 반야월. 이곳은 토질이 비옥한데다 부근에 안심습지가 있고 금호강을 끼고 있어 연근 재배의 적지로 꼽힌다. 금호강 주변 늪지대에 아무렇게나 자생하던 연을 1950년대 중반, 부자들만 먹는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농가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재배에 나서게 됐다. 반야월 연근단지는 재배면적이 95㏊에 이르며 국내 생산량의 절반인 연간 3000t의 연근을 생산한다. 연은 연꽃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이집트가 원산지. 매년 4월 중순 파종해 그해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거의 연중 내내 수확된다. 식용뿐만 아니라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재배가 가능하다. 좋은 연근은 몸통에 흠이 없고 통실통실하며 마디가 굵고 일정하면서 잎 크기가 균일해야 한다. 반야월 일대는 유기질이 많이 함유된 점토가 널리 분포돼 있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연근보다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연근은 열을 내리고 피를 서늘하게 하며 출혈을 막아주는 약효가 있어 열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며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나는 것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코피가 자주 나는 어린이에게 연근즙을 내어 먹이면 잘 낫고 눈에 열이 나고 핏발이 서는 것도 가라앉혀 준다. 연근즙은 소변을 볼 때 화끈거리며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을 경우에도 좋다. 연근 30g을 강판에 간후 생강즙을 한숟갈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연근을 익혀서 먹으면 비·위장을 건실하게 해 소화기능을 돕고 오래 먹으면 화내는 것을 가라앉게 하는 효과도 있다. 연근을 이용한 요리도 다양하다. 깨끗이 씻은 연근의 껍질을 벗기고 얄팍하게 썰어 끓는 물에 데친 후 물에 불린 쌀과 연꽃 열매를 넣고 약한 불에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 하면 담백한 연근죽을 맛볼 수 있다. 또 연근을 강판에 갈아 찹쌀가루와 반죽해 새알심을 빚어 놓은 후 미역과 들깨가루를 넣어 끓이면 연근 찹쌀수제비가 된다. 연근을 4㎜정도 두께로 썰어 식초물에 살짝 삶아 물기를 빼둔 후 육수, 진간장, 청주, 설탕, 커피, 물엿, 후추를 넣고 윤기가 나도록 졸여 참기름을 넣어 버무려 내면 맛있는 연근조림이 된다. 연근 구멍에다 물에 불린 찹쌀과 당근 등 채소를 다져 넣고 찜통에 쪄내는 연근밥은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대구농업기술센터가 연근을 이용한 음료수 개발을 진행중이다. 소비자들이 흙에 묻은 연근을 구입해 껍질을 벗겨야 하고 쓰레기가 나오는 번거러움을 덜어주기 위해 연근을 세척후 진공포장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대구 반야월농협 (053)962-2881.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파행·정상화 기로의 국회

    파행·정상화 기로의 국회

    ●강경대치 요즘 국회 기자실은 여야간의 ‘기자회견 전쟁’으로 꽤나 소란스러웠다. 하루 10건이 넘는 회의 브리핑과 상대당 공격이 계속됐다. 하지만 15일엔 조용하고 한산했다. 외형적으로는 서로에게 등 돌린 채 열린우리당은 ‘반쪽 국회’로, 한나라당은 보이콧이라는 제 갈 길만 가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은 소속 의원들 150명에게 ‘동원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15일 ‘독전(督戰)’의 서한을 통해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들의 단결과 헌신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소속 의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도 7시반부터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대책회의 등을 진행하며 하루 뒤 본회의 단독 운영에 대비하는 등 분주하게 보냈다. 소속 의원들도 상임위에 출석해 대체토론, 법안심사소위를 진행하며 ‘반쪽 상임위’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8일째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입법 저지를 계속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여당의 단독 국회 강행에 대해 “이것이야말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쿠데타적 발상”이라면서 “집권당이 무책임한 국정 운영 책임을 깨닫지 못하고 넘지 말아야 할 금기선을 넘는다면 감당하지 못할 재앙이 올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 단독으로 열리고 있는 상임위에도 계속 불참하고 법사위 전체회의장에서 의원 총회를 갖는 등 대책을 논의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타협모색 여야는 15일 표면적인 강경대치와는 별개로 막후에서 국회 정상화 협상을 본격화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각각 “양측 원내 대표단이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양당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 있는 ‘4대 입법’을 둘러싼 협상이 정상화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15일 기자에게 “현재 양측의 협상 분위기를 봤을 때 ‘2+2’ 방안이 가장 유력한 타협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2+2 방식이란 국가보안법·언론관계법·사립학교법·과거사진상규명법 등 4대 법안 가운데 2개만 올해 임시국회에 처리하고 나머지 2개는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말한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의 연내 관철을 최선(最善)으로, 국보법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법안의 연내 처리(이른바 3+1 방식)를 차선(次善)의 상황으로 검토해왔다.2+2 방식은 지금까지 여당내에서 나온 얘기 중 가장 유연하면서도 생소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협상이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전부 또는 전무로 갈 순 없다.”면서 “2+2 안이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타협안”이라고 설명했다.2+2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여야간 입장차가 비교적 작은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사립학교법이 연내 처리 쪽으로 정리되고, 국보법과 언론관계법은 내년 이후 처리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이 막후에서 타협을 이뤄냈다 하더라도 여론 동향에 따라서는 한쪽이 다시 ‘전부’ 또는 ‘전무’를 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정치플러스] 주성영의원 사무실 주민 20여명 난입

    10일 오전 11시30분쯤 국회 의원회관 304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사무실에 주민 20여명이 찾아와 집기를 걷어차고, 욕설을 퍼붓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 의원측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포천에서 왔다는 남자들이 들어와 “주성영 XX 어디 갔냐.”,“이철우가 간첩이냐.”며 욕설을 퍼붓는 등 20분 동안 소란을 벌였다. 주 의원이 본회의에서 “이 의원이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다.”고 한 것을 겨낭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주 의원은 사무실에 없었지만, 보좌관과 비서관이 이들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 다니는 등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측은 경위과를 통해 이들의 이름과 주소지 등을 확보, 경찰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 법사위 속기록도 ‘난장판’

    “법사위 회의 원고(속기록) 사본에다가 뭐라고 손으로 쓴 내용을 보태 열린우리당측이 가져왔다. 방송 보도 내용을 보고 확인한 내용이라더라.”지난 6일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변칙 상정 직후 배포한 국회 속기록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국회 기록실 관계자가 털어놓은 내용이다. 그는 “열린우리당 관계자가 당초 국회 속기실에서 작성한 회의록 원고에 특정 문구가 가필된 문건을 가져와 속기록 재작성을 요구했다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한 채 “어제 배포된 문건 내용 가운데 인쇄체로 적힌 문구만 국회 기록실에서 적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법사위가 상당히 소란스러웠는데 정확히 들을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소란스럽긴 했지만 직접 들은 내용도 있고, 나중에 녹음을 푼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속기록 작성 과정에서 방송 보도내용을 활용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묻자 “그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며 “속기사의 명예와도 관련된 문제”라고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이 전날 국보법 변칙 상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회 속기록이라고 공개한 문건에는 ‘위원장직무대리 최재천 개의를 선언합니다.(장내 소란)국회법에 따라서 열린우리당 간사가 회의합니다.…중의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폐지안 둘, 형법개정안을 일괄 상정합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 그 아랫부분에 누군가 손으로 쓴 ‘위 수기 기록은 속기사가 정리하지 못했으나 방송에 보도된 내용이라 첨부합니다.’라고 설명한 문구가 적혀 있다. 수기 기록은 ‘형법개정안을’이라고 인쇄된 문구에 누군가 직접 쓴 글씨로 첨가표시(∨)와 함께 보태진 것으로 그 아래 설명 문구와 동일인의 필체로 보인다. 국회 기록실 관계자는 속기록 원고의 진위 여부와 관련,“열린우리당이 배포한 문건은 국회 기록실의 공식 속기록이 아니라 속기록 작성을 위한 원고”라며 “속기록 완성본은 아직 작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측이 방송 보도내용을 근거로 속기록 재작성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며 ‘속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 대변인은 “속기록 원본에 손으로 직접 쓴 부분을 포함해 원본이라고 주장한 바가 없다.”면서 “기자들의 기사 작성의 편의를 위해 당 행정실에서 속기록 원본에 빠진 대목을 TV화면과 대조해 손으로 적어넣은 것을 참고용으로 제시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변호사, 판사 법정밖 면담 까다롭게

    앞으로 변호사 등 사건 관계인이 법정 밖에서 법관을 만나려면 면담신청서를 내고 상대방 변호사에게 알리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대법원은 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최종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대법관 12명, 전국 법원장 30명 등이 참석한 전국 법원장회의를 개최해 이같은 법관윤리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법원장들은 최근 춘천지법 판사의 성접대 물의 등을 감안해 법관 자정기능 강화, 법관 윤리강령위원회 활성화, 법관 면담지침 개정 등 법관윤리강화 방안에 대해 집중 토론했다. 대법원은 진정사건을 철저히 조사, 결과를 판사에게 구체적으로 알리고 비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원칙에 따라 징계 또는 경고 처분할 것이라는 방침을 설명했다. 또 1998년 처음 구성된 뒤 한 차례도 열리지 않던 ‘법관윤리강령위원회’를 재가동해 법관윤리강령의 세부 지침과 판사의 행동기준을 재정립할 것임을 밝혔다. 위원회는 대법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각 지법 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장으로 구성된다. 법원장들은 또 변호사가 법정 밖에서 판사를 만나려면 면담신청서를 제출하고 상대방 변호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도록 면담 절차 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밖에도 법원장들은 법원청사 보안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청사 내 CCTV·검색대 설치 등 방호·보안 개선 및 법정 소란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 방안을 조만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특히 내년부터 외부인 출입증을 전자식 카드로 변경, 민원인은 방문하고자 하는 층과 방 이외는 출입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위기의 수능] “시험감독없으면 집중 더 잘돼요”

    토요일인 27일 오전 11시. 경남 밀양시 밀성여중 2학년 2반 학생들은 2학기 2차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하지만 교실에는 다른 학교와 달리 감독교사가 보이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박은빈(14) 양은 “무감독시험이 우리 학교 전통”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부정행위가 정말 없느냐.”고 물었더니 이미나래 양은 “커닝하면 친구들이 믿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민지 양은 “마음의 유혹은 있지만 인격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거들었다. 수능부정 사건으로 교육현장이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로 27년째 ‘무감독시험’을 치르고 있는 밀성여중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밀성여중의 무감독시험은 1978년 시작됐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가고, 양심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시 안윤환(작고) 교무주임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3∼4차례 무감독시험이 이루어지면서 커닝을 하는 바람에 자녀의 석차가 떨어졌다는 일부 학부모의 항의로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무감독시험이 되살아난 것은 1980년 4월. 훗날 밀양 세종고 교장으로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당시 정수성(62) 교무주임은 일부 학부모의 우려를 무릅쓰고 “인성교육의 핵심인 양심실천에 큰 도움이 된다.”며 무감독시험을 적극 추진했다. 시험 하루 전 ‘참된 행복과 기쁨은 양심을 지킬 때 느낄 수 있다.’는 ‘양심의 소리’를 교내 방송으로 내보내고, 시험 직전에는 ‘서로 믿자, 양심껏 치르자, 전통으로 삼자, 자랑으로 삼자’는 ‘양심의 신조’를 제창하게 했다. 시험을 마치면 시험 분위기와 양심 실천, 인격 수양, 무감독 시험의 전망 등의 항목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학생들은 올해 설문조사에서 88%가 ‘무감독시험이 좋다.’,98%가 ‘양심을 실천했다.’,93%가 ‘시험 분위기가 좋았다.’고 응답했다.1980년 첫 설문조사의 37.9%,86.3%,52.2%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무감독시험이 인격수양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최근에는 89%나 됐다. 1학년 이정희(13) 양은 “처음에는 친구들이 커닝을 하거나 시험 분위기가 소란스러울까 걱정했다.”면서 “지금은 감독선생님이 없어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밀성여중을 2년 남짓 다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는 J고 1년 손예진(16)양은 “밀성 친구들은 매점에서 거스름돈을 더 받으면 돌려주었지만 다른 학교 친구들은 그냥 가져간다.”면서 “무감독시험을 치른 애들이 더 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밀양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공공의적2’ 막바지 촬영현장

    [그것이 알고싶다] ‘공공의적2’ 막바지 촬영현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입구로 검은색 승용차 4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순식간에 몰려드는 수십명의 취재진.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지고,‘한말씀만 해달라’는 기자들의 아우성으로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풍경. 비리에 연루된 거물급 인사가 검찰에 소환될 때마다 TV뉴스에서 질리도록 봐온 바로 그 장면이다. “컷, 거기 기자들 달려드는 게 너무 늦어. 질문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해야지.” 일요일인 지난 21일 오후, 평소 같으면 나른한 휴식에 빠졌을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앞이 시장통처럼 소란스럽다. 영화 ‘공공의 적2’(제작 시네마서비스)의 막바지 촬영 현장. 가짜 취재진으로 동원된 100여명의 엑스트라와 촬영 스태프, 그리고 현장 취재에 나선 ‘진짜’기자들까지 대규모 인파를 헤치며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강우석 감독이다. 3년만에 제작되는 ‘공공의 적2’는 강력계 형사에서 강력부 검사로 격상한 주인공 강철중(설경구)의 변신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적’의 실체가 정계와 재계의 핵심부로 한층 세졌다. 부조리를 못참는 다혈질 검사 강철중의 상대는 부와 명예, 권력을 한손에 쥔 한상우(정준호).“전편이 개인적인 코드였다면 2편은 좀더 사회성이 강한 드라마”라는 게 강감독의 설명이다. 정경유착을 파헤치는 검찰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인 만큼 영화는 검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시나리오 작업에 강력부 검사가 직접 참여했고, 검찰청사를 처음으로 촬영 현장으로 개방했다. 이날 촬영분은 수뢰혐의로 소환된 중견 정치인(박근형)이 차에서 내려 로비 엘리베이터앞에서 강철중 검사와 대면하기까지의 장면. 두사람의 예사롭지 않은 눈빛이 향후 펼쳐질 수사과정의 험난함을 예고하는 듯하다. 영화 ‘역도산’을 위해 95㎏까지 불렸던 살의 흔적을 거짓말처럼 지워버린 설경구는 날렵했다. 점퍼 복장의 껄렁껄렁한 형사에서 말끔한 슈트 차림의 엘리트 검사로 탈바꿈한 그는 “전편에서는 막갈 수 있었는데 이번엔 검사다 보니 욕도 못하고 때리지도 못해 답답하다.”며 웃었다. 그러더니 “액션이 별로 없어 몸은 편하지만 대사가 너무 길고 전문 용어가 많아 힘들다.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서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엄살을 부렸다. 그래도 왼쪽 눈밑의 상처 분장은 전편 못지않은 액션 연기를 예감케 한다. 연달아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돌아온 정준호는 “감독님도 그렇고, 나 자신도 처음엔 이미지가 맞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니 의외로 잘 맞는 것 같더라.”며 스스로의 연기 변신에 만족해했다. 스크린에서 5분 분량도 채 안 될 이날의 촬영은 4시간만에 끝이 났다. ‘공공의 적2’는 현재 90%가량의 촬영을 마쳤으며, 후반 작업을 거쳐 내년 2월3일 개봉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옐로카드’ 받은 막말정치

    ‘옐로카드’ 받은 막말정치

    16일 국회 본회의장에 ‘옐로 카드’가 등장했다.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벌이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을 향해 노란색 질의서를 들어보인 것이다. 주 의원이 정동영 통일부장관에게 “쓸데없이 여기저기 다니지 말고, 통일부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질책한 직후였다. 한나라당 의석에선 껄껄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은 “너무 저질이야.”, 김형주 의원은 “당신이야말로 핑크 콤플렉스야.”라고 고함쳤다. 여당 의원들은 또 “시끄러워.”,“당신 아직도 검사야?”,“깡패야!”라고 외쳤다. 16일 막을 내린 대정부 질문은 끝까지 막말과 고성으로 점철됐다. 평소엔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던 금배지들도 본회의장에만 들어가면 소리를 질러댔다.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의록만 살펴봐도 막말 정치의 수준은 도를 넘는다. 특히 야당 의원 질의 도중에 마이크가 두번이나 꺼진 지난 12일 회의록에는 ‘장내 소란’이라는 단어가 무려 28차례나 등장했다. 국회 속기과 한 직원은 “의원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끄럽게 떠들 경우 ‘장내 소란’이라고 기록한다.”고 말했다. 의장에게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발언대 근처로 뛰어나온 의원의 발언과 속기사가 발언자를 확인한 경우에는 “(열린우리당)노현송 의원 의석에서-어른한테 예의를 못 지켜! 어른한테 예의도 못 지키느냐고!”라는 식으로 기록된다. 이런 것만 97개가 됐다. 누가 발언했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입 닫아.’라고 말한 의원 있음”,“‘하지마.’라고 말한 의원 있음” 등으로 기록되는데 이것만 49차례였다. 이 가운데 “야, 차떼기당!”,“수백억씩 해 처먹고….”,“투표 참석한 의원들 다 사퇴해.” 등의 막말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이날 회의록 31∼32쪽은 단연 ‘백미’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사법쿠데타’를 천명한 뒤 장내가 ‘소란’해졌고,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과 주성영 의원이 발언대로 뛰어오며 “의사진행 발언을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은 “내려와! 여기는 주성영 의원 쇼하는 자리가 아니야. 이병석 의원, 여기가 당신 쇼 자리가 아니에요.”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앞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발언 때는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이 “나와! 내려와!”라고 외쳤고, 이에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누가 반말하냐. 반말하지 마.”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반말 안 하게 내려와.”라고 외쳤다. 누군가는 “오렌지 반말하게∼”라고 말하자, 남경필 의원이 발끈해 “누가 그러냐? 백원우? 반말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 방송사의 카메라에 녹화됐을 정도다. 이같은 구태에 대해 열린우리당 최성, 한나라당 고진화, 민주노동당 심상정,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16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일부 초선 의원이 인신공격이나,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의회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막말 정치는 국민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스스로 국민 앞에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지연 김준석기자 anne02@seoul.co.kr
  • 與·野 ‘4대입법’ 여론업기

    與·野 ‘4대입법’ 여론업기

    국회 파행 이후 정상화의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15일 ‘대표·원내대표간 4자 회담’ 제의와 ‘원내대표·정책위의장간 4자회담’ 역제의 등으로 정국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14일간의 국회 파행으로 예외 없이 타격을 입은 양당 지도부는 ‘4대 개혁입법’ 처리를 앞두고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다. 이날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파행만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부 ‘튀는’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발언 수위를 조절하거나, 상대 당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고 꽤 신경을 쓰는 듯했다. ●열린우리당,“대정부 질의 없애겠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이날 오전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의장은 이 자리에서 “산적한 민생법안과 내년 예산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기 위한 일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조건없이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내자.”고 제의했다. 야당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자, 민병두 기획위원장이 나서 “원내문제뿐만 아니라 사상전, 민생현안, 국정 전반에 대해 함께 다루자는 취지이므로 큰 틀의 정치를 하기를 바란다.”고 수용을 촉구했다. 이 의장의 유화 제스처와는 달리 천정배 원내대표는 강공 카드를 내던졌다. 천 원내대표는 대정부 질문과 관련해 “국회의장단에게 질서유지를 위해 발언 금지나 퇴장 조치 등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국회 윤리위 회부도 고려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한나라당, 여론 업고 ‘사법 쿠데타’ 항의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에야 부랴부랴 지난 12일 대정부 질문의 ‘마이크 소동’을 문제삼으며 대여 강경 자세를 견지했다. 당 안팎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대정부 질문 도중 의장단이 마이크를 끄도록 지시한 ‘횡포’를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강공을 택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당초 10시에 예정된 본회의 일정을 미룬 채 김원기 국회의장, 열린우리당 천 원내대표와 만나 “여당은 헌재를 가리켜 ‘사법 쿠데타’라고까지 했는데, 왜 야당 의원의 발언만 문제삼는가.”,“발언 도중에 마이크를 끈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의장단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한동안 버텼으나 본회의가 2시간 가량 지연되자 한발짝 뒤로 물러서기로 방향을 바꿨다. 김 의장은 “의사 진행이 원만치 못해 소란이 일어나고 발언이 중단된 데 대해 유감스럽다. 재발하지 않도록 의장단과 의원들이 함께 노력하자.”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측도 만족한 수준은 못 되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이날 본회의 파행은 면했다. 한편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 이 의장의 ‘4자 회담’ 제안에 대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회담은 고려할 수 있다.”고 역제의했다. 문소영 박지연기자 symun@seoul.co.kr
  • 이만섭 前의장 ‘파행국회’ 비판

    이만섭 前의장 ‘파행국회’ 비판

    이만섭전 16대 국회의장은 17대 여야 의원들에게 “국회가 13일째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정상화하라.”고 9일 촉구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내가 의장을 할 때는 국회파행의 조짐이 보이면, 당일날이나 늦어도 그 다음날에는 여야 원내대표를 한자리에 불러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했다.”면서 “국회의장은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파행 12일째에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주선한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1993년 민주당 박계동 의원이 대정부질의에서 황인성 당시 국무총리에게 ‘12·12사태의 역사적 해석’에 대한 답변을 요구해 정회가 되는 등 소란이 있었지만, 총리의 답변을 받아낸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여당인 민자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황 총리는 여당의 눈치를 보면서 답변을 회피하고 있었지만, 이 전 의장이 “총리는 답변하시오.”라고 다그쳐 답변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에서는 총리뿐 아니라 국가원수라도 의장의 말을 듣는 것이 순리”라며, 국회의장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해찬 총리의 사과문제에 대해 이 전 의장은 “총리는 국민과 야당에 유감을 표시하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는 조건이나 토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이 전 의장은 이 총리의 ‘차떼기 당’을 촉발시킨 한나라당의 색깔론 제기에 대해,“색깔론이 불어도 국민들이 과거처럼 좌파·용공으로 믿지 않는 만큼 여당이 신경과민이 될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정부·여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일부 국민들이 좌파정부라고 ‘오해’한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등원을 거부하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민생경제가 어려우니, 대여투쟁을 국회에 들어와서 하라.”고 조언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동북부 웰빙거점 뚝섬이 뜬다

    동북부 웰빙거점 뚝섬이 뜬다

    서울 동북부의 ‘웰빙’공간으로 뚝섬이 뜨고 있다. 행정구역상 성동구 성수동인 뚝섬은 천혜의 자연과 편리한 교통시설, 강남으로의 뛰어난 접근성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조성 중인 35만평 규모의 서울숲이 완공되면 강과 숲이 만들어내는 최적의 자연친화적 공간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랑천 건너 바로 뒤편으로는 해발 81m 응봉산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뚝섬은 말 그대로 ‘배산임수’지형이다. 여기에 현재의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7호선 건대입구역과 뚝섬유원지역 외에도 2008년 지하철 분당선(왕십리∼분당)이 이곳을 통과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뚝섬을 ‘준강남권 주거타운’으로 개발해 강남 수요를 흡수한다는 복안이다. ●4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 서울시는 지난 9월 ‘뚝섬 역세권 개발계획’을 마련해 성동구 성수동 뚝섬 경마장부지 2만 5000여평을 4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는 4개 구역 중 성동구민체육센터 등 체육시설이 있는 2구역을 제외한 1·3·4구역을 내년 1월중 최고입찰가 방식으로 공개매각한다고 밝혔다. 공개매각 방침은 오는 12월 시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내년 초 매각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토지가 매각되면 시행자선정과 토지세부개발계획 마련,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6월쯤 착공된다. 서울시가 마련한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제1구역 5272평에는 공연장, 관람장, 전시장 등 문화집회시설과 학원, 도서관, 아동·노인복지시설 등 오피스텔을 제외한 업무시설을 지을수 있다. 장례식장, 위락시설, 창고시설, 자동차관련시설 등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3구역 5597평에는 문화집회시설 가운데 900평(3000㎡) 이상의 공연장과 대형마트, 체육관, 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4구역에는 회의장, 산업전시장, 관광호텔도 지을 수 있게 된다. 한편 분당선 성수역 조성에 맞춰 역세권과 연계한 지하철 진입광장도 2곳 만들어진다. 시는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분당선 뚝섬역을 지상으로 잇는 환승통로(470m)를 마련하고 서울 숲 진입도로와 진입광장(보행가로공원)도 신설하기로 했다. 공개매각에서 제외된 제2구역 2063평은 서울시가 직접 나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숲 큰 기대 시 관계자는 “뚝섬 개발계획 지역에는 주상복합, 업무용 빌딩은 지을 수 있지만 전층을 공동주택으로 사용하는 아파트나 아파트형 공장 등은 건설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웰빙’주거공간으로서 뚝섬의 몸값을 높여주는 것은 현재 조성중인 35만평 규모의 ‘서울숲’. 서울숲 조성사업은 지난해 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5000여 시민들과 52개 기업의 후원으로 2만 8000여평에 8만 6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서울시는 ‘서울숲’ 조성에 2483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 ‘서울숲’ 35만평이 내년 5월 완공되면 뚝섬은 숲과 물(한강·중랑천)로 둘러싸인 최적의 주거공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성동구는 이 같은 뚝섬의 변신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성동구는 뚝섬이 동북권 준강남 지역으로 개발될 경우 구세를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 전체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뚝섬을 중심으로 한 성수동 주변 아파트 강변건영, 강변임광, 동아그린, 롯데캐슬파크, 아이파크, 쌍용, 우방, 중앙하이츠 등은 값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시가 추진하는 뚝섬개발 계획과 더불어 우리구에서도 ‘성동장기발전 종합계획’을 준비중”이라면서 “청계천복원공사, 왕십리 뉴타운 사업과 더불어 뚝섬개발이 완료되면 성동구가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치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뚝섬의 유래 뚝섬은 한자로 뚝도(纛島·독도)라고 쓰며 ‘살곶이벌’이라고도 불린다. ‘뚝섬’과 이곳의 옛이름인 ‘살곶이벌’에 대해서는 몇 가지 유래가 있다. 태종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동생들을 주살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함흥에 가 있던 태조 이성계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부왕을 맞을 준비를 하던 태종은 이곳에다 큰 차일을 치면서 굵고 높은 기둥을 세우는데 도착한 태조가 별안간 활을 쏘자 급히 기둥을 안고 피하였고 화살이 기둥에 꽂혔다. 이후 ‘화살이 살벌하게 꽂혔다.’는 의미로 ‘살곶이벌’로 불렸다는 것. 또 다른 유래로는 이곳이 태조 때부터 임금의 사냥 장소여서 태조∼성종 때까지 백여년 동안 임금이 직접 나와서 사냥한 것이 151회다. 임금이 나오면 그 상징인 독기(纛旗)를 꽂았으므로 이곳을 ‘독도(纛島)’라고 불렀다. 이것이 변해 ‘뚝섬’ 혹은 ‘뚝도’라 부르게 된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 군사들이 활솜씨를 겨루는 등 무예를 사열하던 곳이므로 ‘살꽂이벌’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 출처 서울 六百年史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 숲’ 어떻게 가꾸나 뚝섬 개발의 핵심인 35만평 ‘서울숲’조성사업은 서울시와 ‘서울 그린트러스트’(www.sgt.or.kr)가 함께하고 있다. ‘서울 그린트러스트’는 숲을 가꾸고 지키는 운동을 펼쳐온 사단법인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지난해 3월 서울시와 서울 그린트러스트 운동 공동추진 협약식을 맺고 탄생한 단체.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파트너십을 맺어 서울의 녹지 조성 사업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자는 것이 설립취지. 서울의 생활녹지 면적은 1인당 4.52㎡(1.5평)로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제시하는 도시 1인당 최소 생활녹지면적 9㎡(3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국현(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이사장은 “시민들이 조성하고 가꾸는 ‘시민의 숲’개념은 서구에서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면서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뚝섬의 ‘서울숲’은 우리가 구상하는 5대 거점 녹지 중 하나”라면서 “용산 미군기지를 포함한 5대 거점 녹지가 완성되면 서울의 녹지율은 8.6%에서 30%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서울 그린트러스트 운동에는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뚝섬을 비롯해 앞으로 조성될 ‘서울 숲’ 사업에 참가하고 싶은 기업이나 단체는 최소 100평 단위로 기부금을 낼 수 있다. 기부금 액수는 100평당 1500만원으로 최대 1만평까지 가능하다.100평에는 큰 소나무를 기준으로 약 6∼8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 조성될 숲에는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기념 표지석과 벤치를 설치할 예정이다. 일반인들은 매월 5000원만 납부하면 일반 회원이 돼 ‘생활녹지 1000만평 늘리기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또 숲 조성에 기여하고 싶으면 1계좌당 1만원의 회비를 내면 된다. 그린서울 회원은 ‘서울 그린비전 2020’을 실현할 장기 계획에 동참할 회원으로서 1계좌당 10만원의 회비를 내면 된다.(02)742-7432.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누드 브리핑-市 간부 ‘과욕’이 빚은 오보 해프닝 “왜 서울시라는 명칭을 기사에 넣지 않았습니까. 잘못된 보도예요.” 지난달 27일 이른 아침 서울시청 기자회견장은 난데없이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발간한 ‘서울연구 포커스’라는 간행물에 나온 통계분석 기사와 관련해서다. R팀장은 통신사 등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된 ‘서울의 정체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놓고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따져물었다.“기초자료가 우리 부서에서 나간 사실을 아느냐.”“시정개발연구원은 서울시 산하기관이라는 점을 아느냐.”면서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것인데 ‘서울시’를 인용하지 않고 시정연만 언급했으니 잘못됐다.”며 시정(是正)을 요구했다. 기사는 ‘시민 가운데 할아버지 때부터 서울에서 살아온 토박이는 6.5%에 그쳤지만 10명 가운데 6명은 서울을 고향으로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R팀장으로부터 큰 소리가 나와 일순간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오보’라는 R팀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의아심만 불러일으켰다. 소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간부가 급히 달려와 뜯어말려 ‘사태’는 일단 가라앉는 듯했다. 해당 언론사와 시 언론과장이 곧 경위설명을 하면서 “오보라는 주장을 들고나왔는데, 이는 어이없는 것”이라는 해명이 마이크를 통해 기자실에 울려퍼졌다. 해프닝을 전해들은 이춘식 정무부시장이 재발방지 약속을 하면서 기자들의 양해를 구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업무 성과를 내보이려는 중간 간부의 과욕’은 많은 사람들을 씁쓸하게 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녹색공간] 아,백두대간이여!/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시인

    백두대간 보호법에 관한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면서 올 가을이 많이 소란스러웠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짐작은 했던 터였지만, 눈앞에 불거진 현실은 생각보다 몇 곱절이나 적나라했다. 행정 주무부서인 산림청을 향하여 현장 주민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대규모로 동원되고,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가는 곳마다 온갖 험상한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아래위로 걸려 나부꼈다. 지난 한 세월을 백두대간에 실어 보낸 나로서는 딱히 어디 마음 걸어둘 데 없이 적막하고 쓸쓸한 가을이었다. 우리는 일찍이 백두대간의 온전한 복원과 보전을 위해서는 거기 깃들여 살아가는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백두대간 자락마다 주민 지킴이를 모집하여 함께 활동해 왔다. 그것은 백두대간 자락 주민들의 삶터가 온전히 지켜지기를 바라는 염원이기도 했다. 틈만 나면 백두대간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단체 활동가들이 때로 밥 한 끼, 물 한 잔을 얻어 마시는 곳도 바로 그 백두대간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아뿔싸, 그런데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그 모든 현장의 주민 일체가 한순간에 백두대간 보전의 반대자로 둔갑해 버리다니….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반대 물결의 주체는 현장의 주민들이 아니라 백두대간이 걸려 있는 현장의 6개도,32개 시·군 지자체들이다. 과거 이미 보안림 지정에 대한 지자체의 불만이 녹록지 않게 쌓여 있던 터이므로 백두대간 공유림에 대한 소유권을 제약받아야 하는 지자체의 반발이 일정하게 예상되긴 하였지만, 그 예상은 훨씬 강렬했다. 시민단체에서 조사한 자료에도 지자체에서 계획하는 대략 55개 정도의 대규모 개발 사업이 백두대간 보호법에 의해 추진이 불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금의 범국민적(?)인 반발의 핵심에는 바로 그 지자체의 대규모 개발 계획 사업들이 웅크리고 있다. 그 동안의 백두대간 훼손의 주범이 바로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개발회사들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일반인이나 현장 주민들이 백두대간을 훼손하는 일은 그 빙산의 일각의 일각도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백두대간의 복원과 보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 바로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지자체 또는 여느 기업들의 개발을 일정 정도 차단하는 장치다. 지금 55개 대규모 개발계획을 관철하기 위한 지자체의 반발에 현장의 주민들이 동원되고 있다. 단언하건대, 현장 주민들이 이 법안에 대하여 직접 느끼는 불편은 거의 최소화되리라고 확신한다. 현장 주민들이나 지자체 모두 백두대간 보호 자체에 동의한다면, 적어도 이 대규모 개발계획만큼은 백두대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한 지자체가 작성한 수정안에 따르면 이 가운데 대여섯 개를 뺀 나머지 50여 개의 개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그리 된다면 이 법안이야말로 ‘공염불’이며,‘종이호랑이’일 뿐이다. 그 법안으로는 백두대간의 그 어떤 것도 결코 보호하지 못한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분쟁구도를 정확히 들여다보자면 분명 보호지역의 주민들과 행정부서의 대립이 아니라, 지자체의 개발논리와 국가 차원의 보호논리의 대립이다. 보호는 하자면서, 보호에 가장 치명적인 몇몇 개발만큼은 제외시키자는 논리가 어찌 가능하겠는가.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이런저런 현장 주민들의 불편이 감지된다면 그에 따른 현장 주민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지자체의 대규모 개발사업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백두대간을 살리는 길이요, 법률 제정의 명분을 살리는 일이다. 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시인
  • 만취자 공공장소 소란땐 구금 ?

    술에 취한 사람의 범죄와 소란 등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인신을 구금할 수 있는 법률을 추진하고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 혁신기획단은 26일 음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고 술 취한 사람 처리에 따른 경찰력 낭비를 막기 위해 ‘주취자(酒醉者) 보호등에 관한 법률(가칭)’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이 생기면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경찰이 연행, 경찰서 내 안정실에 최장 24시간 동안 격리, 강제수용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사안에 따라 술취한 사람을 구금한 뒤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이들을 보호하거나 규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과실 손해에 대해서는 직무 수행자가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는 경찰서 내 주취자 보호소 운영이 경찰 훈령에만 언급돼 있어 법적 구속력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면서 “법이 제정되면 논란은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만취 상태의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어 이같은 법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1년 198만여건이던 전체 범죄는 지난해 191만여건으로 줄었으나 취중의 범죄는 같은 기간 58만여건에서 66만여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취중의 범죄 중 강력·폭력 사건이 43%에 달했으며 공무집행방해도 전체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49%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영장주의 원칙과 인권보호에 역행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현행 경범죄 처벌법이나 형법으로도 공공장소 난동자 등은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행정편의만을 고려해 재량권을 남용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영장조차 없이 구금하겠다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에도 명백하게 위반될 뿐 아니라 인권침해의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아직 추진 단계인 만큼 인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규정 마련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에서는 주취 상태의 범죄를 강력 단속하고 있다. 영국은 취중 소란ㆍ난동자를 연행, 경찰서 유치장에 최대 36시간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만취 상태에 있는 자에게 3000유로(한화 340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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